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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866년 출간

Crime and Punishment

죄와 벌

가난한 대학생이 ‘비범한 사람’의 권리를 시험하려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뒤, 열병과 고독, 예심판사의 심리 추적, 소니아의 믿음 속에서 자수와 시베리아의 새벽에 이르는 이야기

I murdered myself, not her!

내가 죽인 건 그 노파가 아니라 나 자신이야!

For suffering, Rodion Romanovitch, is a great thing.

고통이란, 로디온 로마노비치, 위대한 것이니까요.

한눈에 보기

7월의 찌는 페테르부르크, 하숙비도 못 내는 대학생 라스콜니코프는 “그 일”이라고만 부르는 계획을 품고 전당포 노파 알료나를 찾아갑니다. 1부는 계획과 살인, 2부는 그 직후의 열병과 친구들, 3부는 비범한 사람 이론과 예심판사 포르피리와의 첫 대면, 4부는 소니아와 나사로 이야기, 5부는 소니아에게 하는 고백, 6부는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마지막 하루와 자수, 에필로그는 시베리아 감옥에서 맞는 새 삶의 문턱까지를 다룹니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한 권 요점

Crime and Punishment

『죄와 벌』은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장편소설로, 1866년에 나왔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21년에 태어나 188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소설은 잡지에 연재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은 여섯 부와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와 2부에서 살인과 그 직후를, 3부부터 6부에서 추적과 고백과 자수를, 에필로그에서 시베리아의 유형 생활을 그립니다. 줄기는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한 청년이 ‘비범한 사람은 양심에 따라 장애를 넘을 권리가 있다’는 이론을 자기 몸으로 시험하고, 그 이론이 어떻게 무너지는가입니다. 사건의 수사보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훨씬 길게 그려지고, 가난과 술과 도시의 소음이 그 배경을 이룹니다.

줄거리

제1부 제1~2장: 칠백서른 걸음과 마르멜라도프의 고백

7월의 찌는 저녁,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니코프는 밀린 하숙비 때문에 주인과 마주칠까 봐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락방을 나섭니다. 한 달 가까이 사람을 피하며 앓듯 지낸 그의 머릿속에는 “그 일”이라고만 부르는 계획이 있고, 이 외출은 그 예행연습입니다. 닳은 모자가 남의 눈에 띌까 걱정하면서 정확히 칠백서른 걸음을 걸어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의 집에 가고, 방 구조와 열쇠 꾸러미를 눈여겨보며 아버지의 은시계를 맡기고 1루블 15코페이카만 받습니다. 나오면서 노파가 늘 혼자 있는지도 슬쩍 떠봅니다. 거리로 나와 자기 생각이 역겹다고 고개를 젓던 그는 지하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거기서 퇴직 9등관 마르멜라도프가 말을 걸어옵니다. 그는 가난은 죄가 아니나 거지 신세는 악덕이라며 장광설을 늘어놓고, 폐병 든 아내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와 굶는 아이들, 가족을 먹이려고 몸을 팔게 된 전처 소생의 딸 소니아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복직한 첫 월급을 술값으로 날린 일도 고백합니다. 라스콜니코프가 그를 집까지 부축하자 카테리나가 남편의 머리채를 잡고, 청년은 방 안의 비참함에 충격을 받아 창가에 동전을 몰래 두고 나옵니다. 그러나 계단에서 곧 후회하며 자기 행동을 비웃습니다.

제1부 제3~4장: 어머니의 편지와 가로수 길의 소녀

다음 날 늦게 깬 그는 관 같은 방에서 하녀 나스타샤가 가져온 차를 받습니다. 무슨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 “생각 중”이라 답하고, 큰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칩니다. 마침 어머니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누이 두니아가 스비드리가일로프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며 겪은 수모, 집주인의 구애와 그 아내 마르파 페트로브나의 오해와 뒤이은 사과, 그리고 두니아가 중년의 사업가 루진과 약혼했으며 모녀가 곧 페테르부르크로 올라온다는 소식이 담겨 있습니다. 편지를 읽는 내내 눈물을 흘리던 그는 다 읽고 나자 얼굴이 창백하게 일그러진 채 쓴웃음을 짓습니다. 방을 뛰쳐나와 걸으면서 그는 두니아가 오빠와 어머니를 위해 자신을 파는 것이며 이는 소니아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고 분노하고, 결혼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막을 권리나 힘이 있는지 되묻고, 오래 품어 온 끔찍한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가로수 길에서 만취해 옷이 찢긴 앳된 소녀와 그녀를 노리는 멋쟁이를 보고 순경에게 돈을 건네 소녀를 돌려보내게 하지만, 곧 마음이 돌변해 “내버려 두라”고 소리칩니다. 이어 가난하지만 쾌활하고 기운 센 대학 동창 라주미힌이 소개되는데, 라스콜니코프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사람입니다.

제1부 제5장: 말의 꿈

라주미힌에게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하던 그는 “그 일”이 끝난 다음 날 찾아가겠다고 불쑥 결심하고는 자기 생각에 소스라칩니다. 섬 지역을 헤매다 보드카를 마시고 수풀에서 잠든 그는 어린 시절의 꿈을 꿉니다. 아버지와 걷던 길의 술집 앞에서 취한 미콜카가 비쩍 마른 암말을 매질하다 쇠지렛대로 때려죽이고, 소년은 울부짖으며 죽은 말의 머리에 입을 맞춥니다. 군중은 웃으며 구경하고, 아버지는 “우리 일이 아니다”라며 아이를 끌어냅니다. 깨어난 그는 도끼로 노파의 머리를 치는 자기 모습에 몸서리치며 포기하겠다고 기도합니다. 해방감을 안고 센나야 시장을 지나던 그는 노파의 이복 여동생 리자베타가 내일 저녁 7시에 집을 비운다는 말을 우연히 엿듣습니다. 그는 사형수처럼 하숙으로 돌아가며 더는 자유도 의지도 남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제1부 제6~7장: 선술집의 계산과 두 번의 살인

그는 요즘 미신에 기울어 있었습니다. 몇 주 전 노파에게 반지를 맡기고 나오다 들른 선술집에서 옆자리 대학생이 장교에게 하던 말을 엿들었는데, 노파는 고리대금업자이고 리자베타는 노예처럼 부려지며, 노파 한 사람을 없애면 그 돈으로 백 명을 살릴 수 있다는 셈법이었습니다. 자기 생각과 똑같은 말에 그는 전율했습니다. 사건 당일 오전 내내 잠들었다가 해질 무렵 깨어난 그는 시간이 늦었음을 알고 서둘러 외투 안쪽에 도끼를 걸 고리를 꿰매고 전당물처럼 보이는 꾸러미를 만듭니다. 부엌에는 나스타샤가 있어 도끼를 훔치려던 계획이 틀어질 뻔하지만, 수위실 의자 밑에서 도끼를 발견합니다. 그는 노파의 문 앞에서 벨을 누르고, 꾸러미의 매듭을 풀려고 돌아선 노파를 도끼로 내리쳐 숨지게 합니다. 열쇠와 금붙이를 챙기던 중 짐 보따리를 든 리자베타가 돌아와 시체를 보고 얼어붙고, 그는 그녀도 죽입니다. 곧 바깥문이 열려 있었음을 깨닫고, 방문객 코흐와 대학생이 문을 흔들며 수위를 부르러 내려간 사이 아래층의 빈 공사장에 숨어 그들을 지나쳐 보냅니다. 도끼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하숙으로 돌아온 그는 혼미한 상태로 쓰러집니다.

제2부 제1~2장: 호출장과 묻어 둔 장물

한밤중에 깨어난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해 내고 열에 떨며 옷에서 핏자국을 찾습니다. 바지 끝의 헝겊을 자르고 훔친 물건과 지갑을 벽지 뒤 구멍에 쑤셔 넣습니다. 아침에 경찰서 출두 통지서가 오자 체포를 직감하지만, 호출 사유는 하숙집 여주인이 제기한 차용증 문제였습니다. 안도한 그는 부서장 일리야 페트로비치와 언쟁을 벌이다 서약서를 쓰는 중에 문득 모든 것을 자백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그때 살인 사건을 두고 수사관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오고,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풀려나 집으로 돌아와 구멍에서 물건 여덟 점과 지갑을 꺼내 들고 나온 그는 외진 안뜰의 큰 돌 밑 웅덩이에 전부 묻습니다. 지갑 안을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스스로에게 구역질 나는 혐오를 느낍니다. 라주미힌의 집에 이르러 번역 일감과 돈을 받지만 말없이 되돌려 놓고 나가고, 다리 위에서는 마부의 채찍을 맞고 모녀가 건넨 20코페이카를 강물에 던집니다. 모든 것과 단절되었다는 느낌 속에 귀가한 그는 위층에서 누가 여주인을 때리는 비명에 깨어나지만, 나스타샤는 아무도 때린 적이 없으며 그것은 귓속에서 우는 피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제2부 제3~4장: 깨어남, 의사 조시모프, 페인트공 니콜라이

열병과 섬망을 오가던 그는 어느 날 아침 열 시에 온전히 의식을 되찾습니다. 곁에는 나스타샤와 어머니가 보낸 송금 35루블을 전하러 온 심부름꾼이 있고, 그가 돈을 거부하다 결국 직접 서명하자 라주미힌이 들어와 지난 나흘의 일을 쏟아 냅니다. 라주미힌은 하숙집 여주인의 환심을 사 차용증을 찢어 돌려주었고, 라스콜니코프가 섬망 중에 양말, 귀걸이, 사슬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고 전합니다. 그는 속으로 얼어붙고, 혼자 남자 도망갈 궁리를 하다 잠듭니다. 저녁에 깨어 보니 라주미힌이 사 온 새 옷이 놓여 있고, 라주미힌이 왕진을 부탁한 젊은 의사 조시모프가 들어섭니다. 라주미힌은 오늘 밤 집들이에 예심판사 포르피리와 자메토프가 온다고 하고, 화제는 노파 살인 사건으로 옮겨 갑니다. 하녀가 리자베타도 죽었다고 끼어들자 라스콜니코프는 벽지의 꽃무늬만 노려봅니다. 라주미힌은 페인트공 니콜라이가 금 귀걸이를 술집 주인에게 맡겼다가 목을 매려다 붙잡힌 경위를 길게 들려주며, 살인 직후 동료와 장난치며 뒹군 사람이 범인일 리 없다고 확신합니다. 조시모프는 모든 것이 너무 잘 들어맞아 연극 같다고 말하고, 그때 문이 열립니다.

제2부 제5~6장: 루진의 등장, 현장으로 돌아간 발길

들어선 사람은 두니아의 약혼자 루진으로, 마흔다섯 살의 말끔하고 거만한 신사입니다. 옷차림이 지나치게 새것이어서 약혼자 노릇을 하려고 단장한 티가 납니다. 그는 곧 올 모녀를 위해 방을 구해 두었다고 말한 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모두에게 이롭다는 외투 반쪽의 비유로 진보와 경제 이론을 늘어놓습니다. 라주미힌이 비꼬며 맞서고, 상류층 범죄가 늘어난다는 루진의 말에 라스콜니코프는 그 이론대로라면 사람도 죽여도 되겠다고 받아칩니다. 그는 루진이 가난한 신부를 고른 속셈까지 폭로하고, 어머니 이야기를 다시 꺼내면 계단 아래로 던지겠다고 소리칩니다. 모욕을 입은 루진이 나가고 모두 물러가자 라스콜니코프는 이상한 평온에 사로잡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몰래 거리로 나섭니다. 오늘 모든 걸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팔라스 크리스탈 식당에서 자메토프를 만나 일부러 도발하고, 자기라면 훔친 물건을 돌 밑에 묻었으리라 속삭이다 마침내 “내가 노파와 리자베타를 죽였다면?” 하고 내뱉고는 장난이었다는 듯 돈을 보이며 나갑니다. 다리에서 투신하는 여인을 목격한 뒤 현장 건물에 올라가 도배 중인 방에서 초인종을 울리고 피 이야기를 꺼내다 쫓겨납니다.

제2부 제7장: 마르멜라도프의 죽음

멀리 마차 주변에 모여든 군중 한가운데 마차에 치여 쓰러진 사람이 마르멜라도프임을 알아본 그는 자기가 돈을 내겠다며 그를 집으로 옮깁니다. 카테리나는 아이들에게 지난날의 영화를 되뇌다가 남편이 피투성이로 실려 오자 정신을 다잡고 간호합니다.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말하고, 신부가 와서 고해를 받으면 카테리나는 용서 따위는 말뿐이라며 쏟아 내다 피를 토합니다. 화려하고 초라한 옷차림의 소니아가 도착하자 마르멜라도프는 “소니아, 용서해라”라고 외치며 딸의 품에서 숨집니다. 라스콜니코프는 20루블을 놓고 나오고, 따라온 소녀 폴렌카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합니다. 다리 위에서 삶의 힘이 되살아남을 느낀 그는 라주미힌의 집에 들렀다가, 방에서 기다리던 어머니와 누이를 보고 기절합니다.

제3부 제1~3장: 어머니와 누이의 도착

정신을 차린 라스콜니코프는 어머니와 누이에게 루진과의 결혼은 파렴치한 짓이니 자기와 루진 중 하나를 택하고 내일 안에 파혼 편지를 쓰라고 몰아붙인 뒤 벽 쪽으로 돌아눕습니다. 취한 라주미힌은 두 여인을 숙소로 데려다주며 남의 생각을 따르기보다 자기 헛소리를 하라고 열변을 토하고, 두니아의 손에 입 맞추려 무릎까지 꿇습니다. 의사 조시모프는 환자가 호전 중이라 말해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두니아에게 반한 라주미힌은 조시모프에게 그녀를 가볍게 말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습니다. 아침에 라주미힌은 어젯밤의 추태를 부끄러워하다가 두 여인에게 라스콜니코프를 설명합니다. 오만하고 침울하지만 마음이 곧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루진의 편지가 공개되는데, 저녁 여덟 시에 방문하겠으니 라스콜니코프를 부르지 말라는 요구와 함께, 그가 장례를 구실로 “품행이 나쁜” 딸에게 돈을 줬다는 비난이 담겨 있습니다. 두니아는 오빠가 꼭 그 자리에 와야 한다고 결정합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어제보다 나아 보이나 창백하고 냉랭합니다. 어제 쓰러진 관리를 도우며 피가 묻었고 어머니가 보낸 돈을 장례비로 줬다고 털어놓자 조시모프는 정신 이상을 암시하는 말을 흘리고, 모녀는 그를 두려워하는 눈치입니다. 그는 평범한 대화가 영영 불가능해졌다는 생각에 절망하다 저녁 만남에 참석하기로 합니다.

제3부 제4~6장: 포르피리와의 첫 대면

소니아가 조심스럽게 찾아와 카테리나의 심부름으로 장례 예배와 오찬에 와 달라고 청하고, 라스콜니코프는 어머니와 두니아에게 그녀를 마르멜라도프의 딸이라고 단호히 소개합니다. 소니아가 돌아가는 길에는 낯선 신사가 뒤를 밟아 이웃 방에 드는데, 훗날 스비드리가일로프로 밝혀집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전당포에 맡긴 물건을 찾는다는 구실로 라주미힌과 함께 예심판사 포르피리를 찾아갑니다. 거기서 포르피리는 그의 논문을 꺼냅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인간을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누어, 비범한 이는 양심에 따라 장애를 넘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포르피리는 “당신도 스스로를 비범한 사람이라 여긴 적이 있느냐”고 슬쩍 묻고, 헤어질 때는 페인트공들을 보았느냐고 함정을 놓지만 그는 피해 나갑니다. 돌아가는 길에 장사꾼 같은 사내가 따라와 낮은 목소리로 “살인자”라고 내뱉고 사라집니다. 소파에 쓰러진 그는 자신이 나폴레옹이 못 되었다는 자책과 노파가 아니라 원칙을 죽였다는 생각,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증오 사이를 오가다 꿈속에서 도끼에 맞고도 웃는 노파를 봅니다. 잠이 깨도 꿈이 이어지는 듯한데 문간에는 낯선 신사가 앉아 있고, 그는 스비드리가일로프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제4부 제1~3장: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제안과 파혼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두니아를 향한 열정과 지난 소동에 대해 능청스레 변명하고, 아내 마르파 페트로브나가 죽은 뒤 세 번 유령으로 찾아왔다고 털어놓으며 두 사람이 한 깃털의 새들이라고 말합니다. 본론은 루진이 두니아에게 어울리지 않으니 파혼을 돕겠다며 1만 루블을 건네고, 두니아를 한 번 만나게 해 달라는 청입니다. 라스콜니코프는 거절합니다. 그날 저녁 바칼레예프의 하숙에서 정각에 도착한 루진은 어머니와 두니아 앞에서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악행을 늘어놓고, 라스콜니코프는 그가 다녀갔으며 마르파가 두니아에게 3천 루블을 유산으로 남겼다고 밝힙니다. 루진이 자기 요청을 어기고 오빠를 동석시킨 일, 편지의 거짓을 짚는 오빠의 반격으로 언쟁이 커지다가 두니아가 “나가 달라”고 선언하고, 루진은 쫓겨납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루진은 자신이 부당하게 모욕당했다고 여기며 이튿날 바로잡으려 마음먹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안도하며 웃고, 라주미힌은 삼촌 돈과 두니아의 몫으로 출판 사업을 하자고 열을 올립니다. 그러나 라스콜니코프는 갑자기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자신을 잊고 찾지 말라고 하고, 복도에서 라주미힌에게 자기는 내버려 두되 그들은 버리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이날부터 라주미힌은 모녀의 아들이자 형제처럼 곁을 지킵니다.

제4부 제4장: 소니아와 나사로

밤 열한 시, 라스콜니코프는 운하변 카페르나우모프네 셋방에 사는 소니아를 찾아갑니다. 기울어진 벽과 가구 없는 방을 살핀 그는 “마지막으로 왔다”고 말합니다. 소니아는 카테리나를 어린애 같지만 정의를 갈망하는 사람이라 열렬히 변호합니다. 그는 카테리나가 곧 죽고 아이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거라고 몰아붙이고, “어쩌면 하느님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소니아를 울립니다. 그러고는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추며 그것이 인류의 모든 고통에 절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니아에게 남은 길은 물가, 정신병원, 타락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지탱하는 것이 신앙임을 보고 그는 그녀를 “종교광”이라 여깁니다. 그의 요구로 소니아는 떨면서 신약의 나사로 부활 대목을 읽습니다. 읽기를 마치자 그는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며 “같은 길을 가자”, 목표는 힘과 권력이라고 말하고, 내일 오면 리자베타를 누가 죽였는지 말해 주겠다고 합니다. 옆 빈방에서는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이 대화를 엿듣고 있었습니다.

제4부 제5~6장: 포르피리의 두 번째 방, 뜻밖의 자백

이튿날 라스콜니코프는 포르피리를 찾아갑니다. 포르피리는 두서없는 수다를 늘어놓다가, 범인으로 보이는 자를 일부러 풀어 두면 스스로 초조해져 촛불 주변의 나비처럼 맴돌다 걸려든다고 말합니다. 예민한 기질과 신경이 범인을 배반한다는 이야기에 라스콜니코프는 폭발해 의심하는 것이면 체포하든지 형식대로 하라고 탁자를 칩니다. 포르피리는 놀란 듯 물을 권하며 오히려 의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잠긴 문 뒤에 “깜짝 선물”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니콜라이가 끌려와 무릎을 꿇고 “내가 살인자”라고 자백합니다. 놀란 포르피리는 서둘러 라스콜니코프를 돌려보냅니다. 집에 돌아온 그를 전날의 수상한 사내가 찾아와 절하며 용서를 빕니다. 그는 같은 집에서 일하는 가죽 장인으로, 전날 그를 놓친 것이 분해 포르피리에게 신고했고 옆방에 갇혀 모든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경찰의 근거가 심리뿐이라고 확신한 라스콜니코프는 “이제 한번 싸워 보겠다”며 자신의 비겁함을 부끄러워하고 나섭니다.

제5부 제1~3장: 루진의 음모와 추도 오찬

파혼 이튿날 루진은 상처 난 허영심에 시달리며 가구 위약금 문제까지 겹쳐 짜증이 극에 달합니다. 그는 진보 청년으로 소문난 레베지아트니코프의 집에 묵고 있는데, 레베지아트니코프는 코뮌과 자유결혼과 여성 해방을 늘어놓으며 소니아를 ‘사회 구조에 대한 항의’라 부릅니다. 루진은 소니아를 불러 카테리나의 연금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10루블 지폐를 건네며, 레베지아트니코프를 증인으로 방에 붙잡아 둡니다. 한편 카테리나는 라스콜니코프가 준 20루블의 거의 절반을 쏟아부어 마르멜라도프의 추도 오찬을 엽니다. 그러나 점잖은 하숙인들은 오지 않고 가난하고 취한 사람들만 모입니다. 카테리나는 연금과 기숙학교 계획을 부풀려 말하다 집주인 아말리아와 서로의 아버지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고, 몸싸움 직전에 문간에 루진이 나타납니다. 루진은 100루블 지폐가 사라졌다며 소니아를 공개적으로 추궁하고, 카테리나가 소니아의 주머니를 뒤집자 접힌 지폐가 떨어져 소니아는 도둑으로 몰립니다. 그때 레베지아트니코프가 루진이 작별하며 몰래 지폐를 소니아의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고, 라스콜니코프가 루진의 동기를 설명합니다. 자기와 가족을 갈라놓고 소니아를 모욕해 두니아 앞에서 명분을 얻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루진에게 달려들고 그는 물러납니다. 소니아는 흐느끼며 집으로 달려가고 카테리나는 정의를 찾겠다며 거리로 뛰쳐나가고, 라스콜니코프는 소니아에게로 향합니다.

제5부 제4장: 소니아에게 하는 고백

루진을 이긴 직후인데도 라스콜니코프는 소니아의 방 앞에서 갑자기 두려움을 느낍니다. 소니아는 그를 반기며 고마워하고, 그가 루진과 가족 중 누구를 살릴지 묻자 신의 섭리와 자신에게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말로 피합니다. 그는 범인이 우연히 리자베타까지 죽였다고 돌려 말하다 결국 소니아가 알아차립니다. 충격 속에서도 소니아는 그를 끌어안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합니다. 그는 나폴레옹을 따라 한 것이라고 말하다 번복합니다. 가족을 위해서도 돈 때문도 아니며 자신이 벌레인지 인간인지 시험하고 ‘감히 해 보려’ 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소니아는 광장에서 땅에 입 맞추고 자백하라고 권하지만 그는 자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소니아가 십자가를 나누려 하자 그는 나중으로 미루고, 그때 레베지아트니코프가 문을 두드립니다.

제5부 제5장: 카테리나의 마지막 거리

레베지아트니코프가 카테리나가 정신이 나간 것 같다고 알리자 소니아가 뛰쳐나가고 라스콜니코프도 따라갑니다. 혼자 돌아온 그는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서 소니아를 더 괴롭혔다고 자책합니다. 찾아온 두니아에게는 라주미힌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을 남기고 영영 이별하는 듯한 인사를 합니다. 해 질 녘 운하 다리 곁에서 카테리나는 아이들에게 춤과 노래를 시키며 구걸하다 경관에게 제지당하고, 달아나는 아이들을 쫓다 쓰러져 피를 토합니다. 소니아의 방으로 옮겨진 그녀는 사제를 거절한 채 헛소리를 하다 숨을 거둡니다. 그때 나타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장례와 아이들의 보호, 소니아의 구제를 맡겠다고 하며, 옆방에서 라스콜니코프의 말을 엿들었음을 내비칩니다.

제6부 제1~2장: 포르피리의 설명과 지목

카테리나의 죽음 이후 라스콜니코프는 안개 같은 고독과 무기력 사이를 헤맵니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아이들을 시설에 맡길 수 있도록 손을 썼다고 전하며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장례 날 찾아온 라주미힌은 그가 미치지 않았다고 단언하고, 어머니가 앓아누웠으며 두니아가 편지를 받았다고 전합니다. 이어 혼자 남은 그의 문 앞에 포르피리가 서 있습니다. 포르피리는 처음부터 그를 의심했고, 방을 몰래 수색했고 라주미힌을 통해 자극했으며, 소문과 논문과 선술집 일화와 초인종 사건이 겹쳤다고 털어놓습니다. 니콜라이는 고통을 받으려는 순박하고 광신적인 농민일 뿐 범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놀란 라스콜니코프가 범인이 누구냐고 묻자 포르피리는 바로 당신이라고 속삭입니다. 물증이 없어 곧바로 체포하지는 않겠지만 자수를 권하고, 형량이 줄고 고통이 사람을 살린다고 설득합니다. “태양이 되라”고 격려하며 이틀쯤 말미를 주고, 라스콜니코프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버팁니다.

제6부 제3~4장: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이야기

라스콜니코프는 스비드리가일로프가 포르피리를 찾아갔을지, 두니아에게 해를 끼칠지 걱정하며 그를 찾아 나섭니다. 건초 시장 근처 선술집 창가에서 눈이 마주쳐 올라간 그는 두니아에게 손대면 죽이겠다고 선언합니다. 상대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만나자고 한 적 없다 하고, 자신의 이력과 악덕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늘어놓습니다. 그는 마르파가 빚으로 갇혀 있던 자신을 빼내 주었고, 가정교사로 온 두니아에게 반했으며, 모든 재산을 걸고 도피를 제안했지만 루진이 끼어들어 무산되었다고 말합니다. 열여섯 살 약혼녀 이야기도 자랑삼아 들려줍니다. 격분한 라스콜니코프가 역겹다고 쏘아붙이자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비웃으며 헤이마켓 쪽으로 걸어가고, 라스콜니코프는 그를 믿지 못해 뒤를 따르기로 합니다.

제6부 제5~6장: 두니아의 권총과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마지막 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다리에서 두니아를 불러내 자기 숙소로 데려가, 벽 너머 소니아의 방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빈방을 보여 주고 오빠가 노파와 리자베타를 죽인 살인자라고 털어놓습니다. 두니아는 충격을 받지만 믿지 못합니다. 그가 오빠를 구하는 일은 당신에게 달렸다며 사랑을 고백하고 문을 잠가 다가서자, 두니아는 마르파의 권총을 꺼내 쏩니다. 첫 발은 그의 관자놀이를 스치고 두 번째는 불발이 됩니다. 죽음도 불사하는 눈으로 기다리는 그 앞에서 두니아는 권총을 던집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나? 영원히?” “영원히!” 그는 창가로 돌아서 열쇠를 내주며 어서 가라고 외칩니다. 그날 저녁 그는 싸구려 술집과 유원지를 떠돌며 돈을 쓰고, 폭우 속에 소니아를 찾아가 고아들 몫을 안전하게 맡겼다는 영수증과 채권을 건네며 라스콜니코프가 가게 되면 따라갈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밤에는 약혼녀 집에 1만 5천 루블을 두고 떠나, 허름한 여관의 칸막이 방에서 열에 들떠 마르파의 환영과 두니아의 모습을 떠올리다 악몽을 꿉니다. 새벽 안개 속에서 그는 문지기 앞에서 “미국에 간다”고 말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제6부 제7~8장: 작별과 자수

같은 날 저녁, 밤새 비를 맞은 몰골의 라스콜니코프는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논문이 실린 잡지를 세 번째 읽으며 그가 곧 러시아 사상계의 지도자가 되리라 기뻐합니다. 그는 무슨 소문을 듣든 변함없이 사랑해 달라고 하고, 아주 먼 곳으로 간다며 어머니의 발에 입 맞추고 눈물로 작별합니다. 자기 방에서 기다리던 두니아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밤새 네바 강가에서 몸을 던질 생각도 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만두었다고 하고, 자수하러 가지만 왜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두니아가 고통으로 죄를 반쯤 씻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는 이로운 정복자는 피를 흘려도 칭송받는다며 격분하다가 두니아의 눈에서 슬픔을 보고 누그러집니다. 해질 무렵 소니아를 찾아간 그는 “네 십자가를 가지러 왔다”고 말하고, 소니아가 사이프러스 십자가를 목에 걸어 줍니다. 그러나 곧 그녀를 내쫓다시피 나와,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녀의 눈물과 의지할 얼굴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건초 시장 한가운데서 그는 무릎을 꿇고 땅에 입 맞춥니다. 주위는 취객이라며 웃지만 멀리 숨어서 따라온 소니아가 보입니다. 경찰서에서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아침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합니다. 충격에 밖으로 나오다 마당에서 창백하게 서 있는 소니아를 만난 그는 일그러진 웃음을 짓고 돌아가 일리야 앞에서 노파와 리자베타를 도끼로 죽이고 강탈한 것은 자신이라고 또렷이 말합니다.

에필로그 제1~2장: 시베리아의 감옥과 부활절 뒤의 강가

시베리아의 큰 강가 도시 요새 감옥에서 라스콜니코프는 범행 1년 반, 수감 9개월째를 보냅니다. 재판은 쉬웠습니다. 그는 사실을 정확히 진술했으나 훔친 물건을 쓰지 않았고 지갑 속 돈이 317루블 60코페이카였다는 것도 몰라 법관들이 놀랐습니다. 일시적 정신착란설이 나왔지만 그는 변명하지 않았고, 라주미힌이 대학 시절 그의 선행을 밝혀내고 하숙집 주인이 불 속에서 아이 둘을 구한 일을 증언해 형은 8년 징역으로 가벼워졌습니다. 어머니는 병이 들어 두니아와 라주미힌이 교외로 데려갔고, 아들이 먼 곳에서 크게 성공할 거라 믿다가 아들이 곧 돌아온다며 방을 단장하던 중 뇌열로 숨졌습니다. 소니아는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돈으로 죄수 호송대를 따라 시베리아로 떠났고, 두니아는 라주미힌과 조용히 결혼했습니다. 감옥의 라스콜니코프는 말없고 음울해 죄수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소니아의 마지막 편지는 그가 중병으로 병동에 입원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를 병들게 한 것은 노역이나 음식이 아니라 꺾인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는 이론이 실패했을 뿐 뉘우칠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성공한 자는 옳고 실패한 자신은 그럴 권리가 없었다는 것이 유일한 죄책이었습니다. 죄수들은 그를 “신을 믿지 않는 놈”이라며 증오해 죽이려 달려들었지만, 소니아는 모두에게 “어머니”라 불리며 사랑받았습니다. 병상에서 그는 온 세상이 지성을 가진 미생물에 감염되어 서로 자기만 진리를 안다고 믿고 죽고 죽이는 꿈을 꿉니다. 부활절 뒤 어느 날 소니아가 병으로 오지 못하자 초조해하던 그는, 며칠 뒤 이른 아침 강가 작업장에서 먼 유목민 천막에 시선을 두고 있을 때 곁에 조용히 앉는 소니아를 맞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그를 소니아의 발치에 내던졌고, 그는 울며 그녀의 무릎을 껴안았습니다. 소니아는 끝없는 행복의 빛으로 그가 자신을 사랑함을 알았습니다. 두 사람은 창백한 얼굴로 새 삶의 여명을 느끼며 남은 7년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날 밤 그는 베개 밑 신약성서를 쥐지만 펴지 않고, 소니아의 확신이 이제 자신의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새 삶의 대가가 아직 치러야 할 몫이며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는 말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새 걸음을 두려워하는 사람

소설은 살인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열립니다. 하숙비 때문에 계단에서 주인을 피하는 청년은 자기가 품은 계획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을 겁냅니다.

Taking a new step, uttering a new word is what they fear most

새 걸음을 내딛고 새 말을 하는 것,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이다.

예행연습 길에서 그는 낡은 모자에 신경을 쓰며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Trifles, trifles are what matter!

사소한 것들, 사소한 것들이 일을 망친다!

이 첫 장이 보여 주는 것은 거대한 사상과 초라한 몸 사이의 간격입니다. 이후 책 전체가 이 간격을 파고듭니다. 그는 인류를 가르는 이론을 세우면서 정작 모자 하나 때문에 눈에 띌까 떠는 사람입니다.

2. 마르멜라도프의 고백

술집에서 말을 걸어오는 퇴직 관리는 이 책의 또 다른 거울입니다. 그는 자기 몰락을 장광설로 늘어놓으면서도 한 구절에서는 정확합니다.

poverty is not a vice, that’s a true saying.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 말은 옳은 말이다.

그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말합니다.

for every man must have somewhere to go.

누구에게나 갈 곳은 있어야 하니까.

자학은 그의 방식입니다.

I drink so that I may suffer twice as much!

나는 고통을 두 배로 느끼려고 마신다!

그가 바라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심판입니다.

Crucify me, oh judge, crucify me but pity me!

오, 재판관이여, 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 그러나 불쌍히 여기라!

마르멜라도프는 처벌과 용서가 함께 와야 한다는 이 책의 문제를 맨 앞에서 취한 목소리로 제기합니다. 훗날 라스콜니코프가 고통과 구원을 두고 겪게 될 일이 여기서 미리 비치는 셈입니다.

3. 누이의 약혼, 소니아의 그림자

어머니의 편지를 읽은 라스콜니코프는 두니아의 약혼을 소니아의 처지와 겹쳐 봅니다. 그는 소니아를 이렇게 부릅니다.

Sonia, Sonia Marmeladov, the eternal victim so long as the world lasts.

소니아, 소니아 마르멜라도프, 세상이 계속되는 한 영원한 희생자.

그러나 가로수 길에서 취한 소녀를 도우려다 마음을 바꾸는 순간, 그의 분노가 얼마나 쉽게 냉소로 뒤집히는지 드러납니다. 희생이 사회의 “일정 비율”이라는 말에 그는 쓴웃음을 짓습니다.

Once you’ve said ‘percentage’ there’s nothing more to worry about.

‘비율’이라는 말만 하면 더 걱정할 일은 없어진다.

숫자로 고통을 지우는 이 말투는 곧 그 자신의 살인 논리가 됩니다. 큰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속내도 나스타샤 앞에서 드러납니다.

Yes, I want a fortune,

그래, 나는 재산을 원해.

그가 희생자들을 동정하는 마음과 그들을 계산에 넣는 마음이 한 머릿속에 공존한다는 점이 이 인물의 핵심 모순입니다.

4. 말의 꿈과 선술집의 셈법

살인 전날 그는 어린 시절 말이 매질당해 죽는 꿈을 꾸고 울면서 깹니다. 깨자마자 그는 이렇게 안도합니다.

Thank God, that was only a dream

고맙게도 그건 꿈일 뿐이었다.

이 꿈은 그의 본래 감수성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줍니다. 그런데도 곧 센나야 시장에서 리자베타가 집을 비운다는 말을 듣고 그는 사형수처럼 돌아갑니다.

He went in like a man condemned to death.

그는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처럼 들어갔다.

그를 밀어붙인 것은 선술집에서 엿들은 대학생의 계산입니다. 자기 생각과 똑같은 말이 남의 입에서 나오자 그는 전율합니다.

One death, and a hundred lives in exchange--it’s simple arithmetic!

하나의 죽음에 백 개의 삶을 맞바꾸다니, 간단한 산수 아닌가!

도끼가 우연히 손에 들어오는 순간 그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When reason fails, the devil helps!

이성이 모자라면 악마가 도와주는 법!

치밀한 이론가가 우연과 미신에 기대는 모습은 이 소설이 이성의 오만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계획은 합리적이라고 주장되지만 실행은 몽유병자의 걸음처럼 그려집니다.

5. 살인과 그 직후

살인 장면은 짧고 건조합니다. 그는 첫 일격을 가하는 동안 자기 힘으로 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서술되고, 곧 닥친 일은 계획에 없던 것입니다.

He seemed not to use his own strength in this.

그는 이 일에서 자기 힘을 쓰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도망치려는 순간 바깥문이 열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She could not have come through the wall!

그녀가 벽을 통과해 들어올 수는 없었다!

이튿날 호출장을 받고 나서의 장면도 같은 방식입니다. 처벌이 시작되고 있음을 그는 스스로 알아봅니다.

Surely it isn’t my punishment coming upon me? It is!

설마 내게 닥친 벌은 아니겠지? 그런데 그렇다!

법적 처벌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형벌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이 제목의 이중 구조입니다. 그것은 단절의 형태로 옵니다.

he had cut himself off from everyone and from everything

그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끊어 버렸다.

다리 위에서 모녀가 건넨 20코페이카를 강물에 던지는 장면이 이 단절의 상징입니다. 훔친 돈이든 동정이든 그에게는 더 이상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6. 라주미힌: 오류와 진리

라스콜니코프가 고립될수록 라주미힌은 더 빛납니다. 가난하고 쾌활하며 기운 센 이 친구는 이성적 논증보다 오류를 견디는 삶을 믿습니다.

Through error you come to the truth!

오류를 통해 진리에 이르는 것이다!

그가 취해서 떠드는 말도 같은 방향입니다.

I am a man because I err!

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페인트공 니콜라이의 사건을 두고 수사의 허술함에 분개하던 라주미힌은 거짓말을 두고도 역설을 폅니다.

lying is a delightful thing, for it leads to truth

거짓말은 즐거운 것이다, 진실로 이끌어 주니까.

라스콜니코프를 두둔하는 그의 말은 이 책이 주인공을 보는 시선을 요약합니다.

He is insane, but not heartless.

그는 미쳤지만 매정한 사람은 아니다.

라주미힌은 이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틀리고 실수하고 취하지만 사람을 버리지 않고, 그래서 에필로그까지 라스콜니코프의 가족을 지키는 몫을 맡습니다.

7. 루진: 합리적 이기심의 얼굴

두니아의 약혼자 루진은 라스콜니코프의 이론을 비추는 일그러진 거울입니다. 그는 경제와 진보를 내세우며 이기심을 미덕으로 포장합니다.

love yourself before all men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라스콜니코프는 이 이론을 끝까지 밀어붙여 반격합니다.

it follows that people may be killed

그렇다면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대목이 날카로운 것은, 살인자가 된 청년이 자기 행위를 변호하지 않고 상대의 논리를 해부한다는 점입니다. 어머니를 거론하지 말라는 협박도 이 장면에서 나옵니다.

I shall send you flying downstairs!

계단 아래로 날려 버리겠소!

5부에서 파혼의 앙갚음으로 루진이 소니아에게 누명을 씌울 때, 그의 이기심은 이론이 아니라 행동이 됩니다. 그가 레베지아트니코프의 집에 묵으며 불평하는 푸념이 그의 크기를 보여 줍니다.

Am I to get married simply for the sake of the furniture?

내가 단지 가구 때문에 결혼해야 한단 말인가?

레베지아트니코프의 환경결정론 역시 소설이 풍자하는 한 갈래입니다. 모든 것이 환경 탓이라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의 말은, 개인의 책임을 지우는 또 다른 합리화입니다.

8. 비범한 사람 이론

3부에서 포르피리가 꺼내 놓은 라스콜니코프의 논문은 이 소설의 사상적 중심입니다. 그는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눕니다.

The first category is always the man of the present

첫 번째 부류는 언제나 현재의 인간이다.

평범한 사람은 현재에 순응하고, 비범한 사람은 새 말을 하며 장애를 넘을 권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포르피리는 정색하지 않고 이렇게 능청을 떨며 그를 찌릅니다.

don’t we all think ourselves Napoleons now in Russia?

요즘 러시아에서는 우리 모두 스스로를 나폴레옹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5부 4장의 고백에서 이 이론은 가장 벌거벗은 형태로 나옵니다.

He who despises most things will be a lawgiver among them

가장 많은 것을 경멸하는 자가 그들 사이에서 입법자가 될 것이다.

그가 노파를 죽인 이유는 가난이나 가족이 아니라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There is only one thing, one thing needful: one has only to dare!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감히 해 보는 것뿐이다!

소설은 이 이론을 논문의 문장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 내지 못하는 사람의 몸으로 시험합니다. 비범하다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라스콜니코프는 열병과 환청과 소심한 걱정으로 무너집니다. 이론이 틀렸다는 선언은 어디에도 없고, 이론을 살아 낼 수 없는 인간이 거기 있을 뿐입니다.

9. 포르피리의 덫

포르피리는 증거보다 심리를 믿는 수사관입니다. 4부 5장에서 그는 범인을 일부러 풀어 두는 수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Have you seen a butterfly round a candle?

촛불 주위를 맴도는 나비를 본 적이 있습니까?

범인의 기질이 거짓을 드러낸다는 생각도 말합니다.

The temperament reflects everything like a mirror!

기질은 모든 것을 거울처럼 비춘다!

그가 파 놓은 함정 가운데 가장 정교한 것은 “깜짝 선물”입니다. 니콜라이가 끌려와 이렇게 외치는 순간 라스콜니코프는 한 번 숨을 돌립니다.

I am guilty! Mine is the sin!

내가 죄인입니다! 죄는 내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백은 물증이 아니라 심리를 시험하는 도구였고, 포르피리는 3부 6장에서 이미 이렇게 짚어 두었습니다.

It is in just such stupid things clever people are most easily caught.

영리한 사람이 가장 쉽게 걸려드는 곳은 바로 이런 어리석은 대목들이다.

포르피리의 방식이 독특한 것은 폭력이나 고문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는 웃고 떠들고 담배 얘기를 하며 상대가 스스로 말려드는 틈을 만들고, 그 틈에서 라스콜니코프의 신경이 죄를 대신 말합니다.

10. 원칙을 죽였다는 변명

3부 6장에서 포르피리의 질문에 시달린 뒤 소파에 누운 라스콜니코프는 자기 행위의 의미를 바꿔 말하기 시작합니다.

I didn’t kill a human being, but a principle!

나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원칙을 죽였어!

사람을 원칙으로 바꾸면 죄책이 무뎌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같은 열에서 그는 모순되는 말도 합니다.

I want to live myself, or else better not live at all.

나는 내 삶을 살고 싶다, 아니면 아예 살지 않는 편이 낫다.

전체의 행복을 기다릴 수 없다는 항변입니다. 이어서 그는 삶에 매달리는 인간 자체에 환멸을 쏟아 냅니다. 2부 6장에서 사형수의 비유를 떠올린 뒤 이렇게 자조한 것과 짝을 이룹니다.

Man is a vile creature!

인간은 비열한 존재다!

이론을 세울 때는 인류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다가, 자기 안의 삶의 욕구를 만나면 인류를 혐오한다는 이 흔들림이 라스콜니코프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 줍니다. 그는 자신을 정당화할 명분이 매번 바뀌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11. 소니아와 나사로

4부 4장은 이 책의 정서적 정점 중 하나입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소니아의 신앙을 시험하려고 잔인한 말부터 던집니다.

But, perhaps, there is no God at all

하지만 어쩌면 하느님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소니아의 대답은 논증이 아니라 삶의 고백입니다.

What should I be without God?

하느님이 없다면 저는 무엇이겠어요?

그의 요구로 소니아는 떨면서 요한복음의 나사로 부활 대목을 읽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짧은 구절은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셨다는 한 줄이고, 그녀가 읽는 가장 큰 약속은 이것입니다.

I am the resurrection and the life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읽기가 끝나자 그가 소니아에게 내미는 것은 정반대의 길입니다.

Freedom and power, and above all, power!

자유와 권력,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

같은 방 안에서 부활의 말씀과 권력의 선언이 나란히 놓이는 것이 이 장면의 힘입니다. 그는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추며 그것이 그녀가 아니라 인류의 모든 고통에 절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니아는 도덕적 훈계를 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그녀에게 철학이 아니라 살아남는 방식이고, 라스콜니코프가 그 앞에서 처음으로 자기 이론이 닿지 못하는 곳을 만납니다.

12. 고백: 벌레인가 인간인가

5부 4장에서 마침내 소니아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립니다. 첫 반응은 단죄가 아니라 놀람과 연민입니다.

What have you done--what have you done to yourself?

무슨 짓을 했어요, 당신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그는 처음에 이렇게 합리화하려 합니다.

I’ve only killed a louse, Sonia, a useless, loathsome, harmful creature.

나는 이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야, 소니아, 쓸모없고 역겹고 해로운 벌레를.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면서 가족도 돈도 동기가 아님이 드러납니다.

I only wanted to have the daring, Sonia!

나는 단지 감행할 용기를 갖고 싶었을 뿐이야, 소니아!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목이 나옵니다.

I murdered myself, not her!

내가 죽인 건 그 노파가 아니라 나 자신이야!

그는 나폴레옹을 따라 했다는 말을 곧 번복합니다. 쓸모없는 자를 제거했다는 변명은 자기 자신을 시험한 결과로 대체되고, 시험의 결과는 낙제입니다. 소니아는 그를 끌어안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하지만, 라스콜니코프는 자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고백은 해방이 아니라 새 싸움의 출발점입니다.

13. 카테리나와 정의 없는 세상

마르멜라도프가 죽어 가는 방에서 카테리나는 신부의 위로를 받아넘기며 이렇게 쏘아붙입니다.

Ach! He is merciful, but not to us.

아! 그분은 자비로우시겠지, 우리에게만 아니고.

5부 3장에서 루진의 음모로 소니아가 도둑으로 몰릴 때, 폭로하는 레베지아트니코프의 외침은 이렇습니다.

I’m in my mind, but you are a scoundrel!

나는 제정신이오, 당신이야말로 악당이오!

소란 끝에 쫓겨난 카테리나는 정의를 찾겠다며 거리로 뛰쳐나가고, 이렇게 절규합니다.

is there no justice upon earth?

이 땅에 정의란 없단 말인가?

마지막 길에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춤과 노래를 시키며 구걸하고, 임종 직전 소니아에게 자책을 남깁니다.

We have been your ruin, Sonia.

우리가 네 신세를 망쳤구나, 소니아.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파멸은 라스콜니코프의 사상과 정반대편에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계산으로 지워지는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구체적인가. 그녀의 오찬은 허세와 병과 자존심이 뒤섞인 비극이고, 그 비극이 소니아의 도둑 누명과 라스콜니코프의 고백을 한 날에 몰아넣습니다.

14. 스비드리가일로프: 또 다른 거울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라스콜니코프의 “닮은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첫 만남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Wasn’t I right in saying that we were birds of a feather?

우리가 한 깃털의 새들이라고 한 말이 옳지 않았습니까?

유령과 저승을 말하는 그는 죽음 앞에서 약합니다.

I am afraid of death and I dislike its being talked of.

나는 죽음이 두렵고, 그 얘기가 나오는 게 싫다.

6부 5장에서 두니아를 가둔 방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인간적인 선택을 합니다. 권총을 겨눈 두니아 앞에서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기다리다, 그녀가 총을 던지자 열쇠를 내줍니다.

Here’s the key.

여기 열쇠가 있소.

그 뒤의 하루는 정리의 하루입니다. 소니아와 고아들 몫을 마련하고, 약혼녀 집에 거액을 두고, 마지막으로 문지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I am going to foreign parts, brother.

나는 먼 곳으로 간다오, 형제.

그는 악덕의 끝에서 선행도 하는 인물이지만, 그 선행이 구원이 되지는 못합니다. 라스콜니코프가 같은 낭떠러지에서 소니아의 십자가를 선택하는 것과 대비되는 결말로, 같은 날 아침에 일어난 이 일이 그의 자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됩니다.

15. 포르피리의 마지막 방문

6부 2장에서 포르피리는 사과하러 왔다며 와서는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처음부터 의심했고, 니콜라이는 범인이 아니라고. 그는 고통의 가치를 이렇게 말합니다.

For suffering, Rodion Romanovitch, is a great thing.

고통이란, 로디온 로마노비치, 위대한 것이니까요.

범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가 속삭이는 답은 “당신”이고, 라스콜니코프의 반응은 겁먹은 아이의 말처럼 들립니다.

It was not I murdered her,

내가 그 여자를 죽인 게 아니야.

포르피리는 체포 대신 자수를 권하고, 자수한 뒤의 삶이 있다는 말로 설득합니다.

Be the sun and all will see you.

태양이 되십시오, 그러면 모두가 당신을 볼 것입니다.

이 장면은 수사관이 처벌을 서두르지 않고 인간을 기다리는 드문 장면입니다. 3부 5장에서 라스콜니코프가 포르피리 앞에서 한 말이 여기서 다른 뜻으로 돌아옵니다.

Pain and suffering are always inevitable for a large intelligence and a deep heart.

큰 지성과 깊은 마음에게는 고통이 언제나 불가피하다.

비범한 이의 고통은 그의 몫이었으나, 소설은 그 고통을 평범한 이의 속죄로 끌어내립니다.

16. 자수의 길

5부 4장에서 소니아는 해법을 제시합니다. 고난이 곧 속죄이며, 길은 함께 가는 것이라고.

We will go to suffer together, and together we will bear our cross!

우리는 함께 고난을 받으러 가요, 함께 우리의 십자가를 질 거예요!

6부 7장에서 어머니에게 작별하면서도 그는 죄를 인정하지 못한 채 두니아에게 반박합니다.

The fear of appearances is the first symptom of impotence.

겉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은 무력함의 첫 증상이다.

그러나 소니아를 찾아간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십자가를 받습니다.

I have come for your cross, Sonia.

네 십자가를 가지러 왔어, 소니아.

하지만 곧 소니아를 내쫓다시피 나와서는 자신을 이렇게 비하합니다.

I am a beggarly contemptible wretch, contemptible!

나는 거지같고 비열한 놈이다, 비열한!

자수는 깨달음의 결과로 오지 않고 여전히 자존심과 자기혐오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그가 건초 시장 한가운데서 무릎 꿇고 땅에 입 맞추는 장면과 경찰서에서 또렷이 자백하는 장면 사이에는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죽음 소식이 있습니다. 그는 후회에서가 아니라 더는 버틸 곳이 없어서 자수합니다. 이 점이 에필로그의 문제가 됩니다.

17. 시베리아의 새벽

에필로그의 라스콜니코프는 노역이 아니라 꺾인 자존심 때문에 앓습니다. 그에게는 아직 뉘우칠 것이 없습니다.

Oh, how happy he would have been if he could have blamed himself!

아, 그가 스스로를 탓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러나 고통이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서서히 싹틉니다.

Tears and agonies would at least have been life.

눈물과 고뇌라도 있었다면 적어도 그것은 삶이었을 것이다.

부활절 뒤 어느 아침, 소니아가 곁에 앉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뀝니다. 설득도 논증도 없이 그는 그녀의 발치에 몸을 던지고 웁니다. 소설은 그 변화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Life had stepped into the place of theory

삶이 이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마지막 문장은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 문턱임을 밝힙니다.

our present story is ended.

우리의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회개의 순간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한 장면으로 압축합니다. 그가 신약성서를 쥐고도 펴지 않는 마지막 밤은, 믿음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시작될 수 있음을 조용히 가리킵니다. 7년이라는 남은 시간이 구원의 대가이자 약속입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죄와 벌』은 여섯 부와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긴 소설이지만, 사건이 가장 몰려 있는 곳을 고르면 길이 보입니다. 처음이라면 1부 5장(말의 꿈)과 6~7장(살인)으로 계획의 정체를 확인하고, 3부 5장(포르피리와의 첫 대면)에서 비범한 사람 이론을 읽으세요. 이어 4부 4장(소니아와 나사로), 5부 4장(고백), 6부 2장(포르피리의 마지막 방문), 6부 5~6장(스비드리가일로프의 마지막 하루)이 책의 중심입니다. 에필로그 2장까지 읽어야 제목의 ‘벌’이 무엇을 뜻하는지 확인됩니다. 추리소설의 틀을 빌렸지만 범인은 처음부터 알려져 있고, 긴장은 범인이 어떻게 붙잡히느냐가 아니라 그가 무엇을 견디지 못하느냐에서 옵니다. 이론과 삶, 죄책과 속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프랑켄슈타인』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세대 간 이념 충돌을 다룬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읽을 수 있고, 도시 빈곤과 죄의식이라는 주제는 영어권의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과도 이어집니다. 처음 읽을 때 정신없는 독백과 긴 대화에 지치기 쉽지만, 인물들이 입을 열 때마다 새 사건이 시작되니 장면 단위로 읽으면 좋습니다.

ReadGem 앱 소개

ReadGem 앱은 세계 고전을 읽으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다국어 독서 플랫폼입니다.

원문과 번역을 문장별로 나란히 보여 주어 언어 간 표현을 비교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의 모든 문장을 TTS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의 서재는 퍼블릭 도메인의 오래 사랑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하며, 삽화가 실린 책도 많습니다.

ReadGem 앱은 독자와 함께 번역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읽다가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는 문장을 만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AI 앱에 그 문장의 새 번역을 요청하고 결과를 ReadGem에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안은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것(또는 여러 제안을 합친 것)이 모든 독자가 읽는 번역이 됩니다.

아직 번역이 없는 언어에서는 처음부터 AI와 함께 번역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본이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일이 그렇게 줄어듭니다.

『죄와 벌』의 영어 원문을 ReadGem 앱에서 직접 들어 보세요.

모든 문장을 원어 음성으로 따라 들으며 이야기를 귀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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