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594년경 집필
Titus Andronicus
티투스 안드로니쿠스
전장에서 스물한 명의 아들을 잃고 돌아온 로마의 노장군이, 승리의 날 저지른 한 번의 제물과 한 번의 칼부림 때문에 고트족 여왕의 복수와 딸의 참변을 맞고, 끝내 연회 한 번으로 모두를 파멸시키는 비극
Rome is but a wilderness of tigers
로마는 호랑이들이 우글거리는 황야일 뿐이다.
Sweet mercy is nobility’s true badge.
자비야말로 고귀함의 참된 증표이다.
한눈에 보기
고트족과의 십 년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장군 티투스는 황제 자리를 사양하고 사투르니누스를 밀어 주지만, 포로 알라르부스를 제물로 바치면서 고트 여왕 타모라의 원한을 산다. 사투르니누스가 타모라를 황후로 맞은 뒤 타모라와 무어인 아론은 사냥터에서 바시아누스를 죽이고 티투스의 두 아들에게 누명을 씌우며, 타모라의 아들들은 티투스의 딸 라비니아의 혀와 두 손을 잘라 버린다. 티투스는 아들들을 구하려 제 손을 내어 주고도 아들들의 머리를 돌려받는다. 라비니아가 오비디우스의 책과 모래 위의 글씨로 범인을 밝힌 뒤 티투스는 미친 척하며 복수를 준비하고, 고트군을 이끌고 돌아온 루키우스 곁에서 마지막 연회가 열린다. 연회가 끝났을 때 살아남은 사람들은 루키우스를 새 황제로 부른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알렉상드르 뒤마 『몽테크리스토 백작』 (The Count of Monte Cristo)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 호메로스 『일리아스』 (The Iliad)
한 권 요점
Titus Andronicus
『티투스 안드로니쿠스』는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입니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에 태어나 161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1590년대 초중반에 쓰인 그의 초기 비극으로 흔히 꼽힙니다. 5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대는 로마와 그 근교입니다. 줄기는 복수의 연쇄입니다. 티투스가 타모라의 맏아들을 제물로 바치고, 타모라가 티투스의 가족을 파괴하고, 티투스가 다시 타모라에게 되갚는 동안 로마는 문명을 자처하면서 야만과 구분되지 않는 곳으로 드러납니다. 극 안에서 인물들이 자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트로이, 루크레티아 같은 고전 속 장면을 불러내는 것도 특징입니다. 폭력의 수위가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고, 그만큼 정의와 복수, 자비의 경계를 집요하게 묻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줄거리
제1막: 황제 선출, 제물, 무티우스의 죽음
로마 국회의사당 앞에서 선황의 맏아들 사투르니누스와 동생 바시아누스가 서로 제 권리를 내세우며 병력을 모읍니다. 호민관 마르쿠스가 나서서 시민들이 이미 그의 형 티투스 안드로니쿠스를 황제 후보로 뽑았다고 알립니다. 티투스는 십 년 동안 고트족과 싸웠고, 다섯 번이나 아들들을 관에 담아 돌아왔던 장군입니다. 이윽고 그가 스물다섯 아들 가운데 살아남은 이들과 전사한 이들의 관을 앞세우고, 포로가 된 고트 여왕 타모라와 그 아들 알라르부스, 키론, 데메트리우스, 무어인 아론을 데리고 입성합니다. 티투스가 죽은 아들들을 가족 무덤에 안장하려 하자 아들 루키우스가 고트 포로 가운데 가장 고귀한 자를 제물로 바치자고 합니다. 타모라는 어머니의 눈물로 맏아들의 목숨을 빌지만 티투스는 거절하고, 알라르부스는 로마식 의식 속에서 처형됩니다. 타모라는 이 순간 복수를 마음에 새깁니다.
티투스의 딸 라비니아가 아버지를 맞아 인사하고, 마르쿠스가 흰 겉옷을 건네며 황제 후보가 되라고 권합니다. 티투스는 늙은 몸에 지팡이면 족하다며 사양하고 사투르니누스를 추천합니다. 사투르니누스는 은혜를 갚겠다며 라비니아를 황후로 삼겠다고 선언하지만, 이미 라비니아와 약혼한 바시아누스가 그녀를 데리고 나갑니다. 티투스의 아들들이 이를 돕고, 막내 무티우스가 문 앞에서 아버지를 막아서자 티투스가 그를 죽입니다. 형제들은 무티우스를 가족 무덤에 안장하자고 호소하고, 티투스는 완강히 버티다 마르쿠스와 아들들이 무릎을 꿇은 뒤에야 굽힙니다. 한편 사투르니누스는 모욕을 되갚듯 타모라를 황후로 택합니다. 타모라는 모두의 화해를 권하는 척하면서 곁에서 홀로 티투스 일가를 몰살할 날을 벼릅니다. 티투스는 이튿날 황제 부부에게 사냥을 대접하겠다고 청합니다.
제2막: 사냥터의 음모
왕궁 앞에서 아론은 황후가 된 타모라와 함께 높이 오를 자신을 상상합니다. 이때 타모라의 아들 키론과 데메트리우스가 라비니아를 두고 칼을 뽑고 다투자, 아론이 말려 사냥터에서 그녀를 힘으로 차지하라고 부추깁니다. 사냥 날 아침 티투스 일행이 뿔피리를 불고, 숲 한구석에서 아론은 황금 자루를 나무 밑에 묻고 쪽지를 타모라에게 건넵니다. 사냥터에서 타모라와 아론이 함께 있는 것을 본 바시아누스와 라비니아가 조롱하자, 타모라는 아들들이 오자 이들이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속입니다. 키론과 데메트리우스는 바시아누스를 죽이고, 라비니아가 어머니의 자비를 청해도 타모라는 티투스에 대한 원한을 이유로 거절하며 아들들에게 맡깁니다.
아론은 티투스의 아들 퀸투스와 마르티우스를 구덩이 쪽으로 이끌고, 그들은 바시아누스의 시신이 있는 구덩이에 빠집니다. 아론이 불러온 사투르니누스 앞에서 타모라가 쪽지를 내밀고, 황금 자루가 발견되자 두 형제는 암살범으로 몰려 끌려갑니다. 티투스가 보석금을 내겠다고 청해도 사투르니누스는 거절합니다. 숲의 다른 곳에서는 키론과 데메트리우스가 라비니아를 겁탈하고 혀와 두 손을 잘라 버리고는, 누가 그랬는지 적어 보라고 비웃습니다. 사냥에서 돌아오던 마르쿠스가 그런 모습의 조카를 발견하고, 필로멜라의 신화에 빗대어 탄식하며 그녀를 아버지에게 데려갑니다.
제3막: 재판, 손과 머리, 파리
거리에서는 판관들이 티투스의 두 아들을 처형장으로 끌고 가고, 티투스는 땅에 엎드려 눈물로 호소하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칼을 뽑고 동생들을 구하려던 루키우스는 추방 선고를 받습니다. 티투스는 그를 부러워하며 로마가 호랑이의 황야라고 말합니다. 마르쿠스가 라비니아를 데려오자 티투스는 딸의 모습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자신의 슬픔이 이미 최고조라고 여겼는데 아직 더 깊은 곳이 있었다고 탄식합니다. 그때 아론이 와서 황제의 말을 전합니다. 티투스, 마르쿠스, 루키우스 가운데 누구든 손 하나를 보내면 두 아들을 살려 주겠다는 것입니다. 세 사람이 서로 손을 내놓겠다고 다투는 사이 티투스가 아론과 꾀를 내어 자기 손을 내줍니다. 곧 사자가 와서 두 아들의 머리와 잘린 손을 돌려주고 갑니다.
티투스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고 더는 흘릴 눈물이 없다고 말하며 복수를 맹세합니다. 세 사람이 두 아들의 머리와 잘린 손을 나눠 들고, 티투스는 루키우스에게 고트족에게 가 군대를 일으키라고 명합니다. 루키우스는 로마를 떠나며 복수를 다짐합니다. 이어 티투스의 집에서 식탁이 차려지고, 티투스는 말을 못 하는 딸에게 손짓을 읽는 법을 배우겠다고 합니다. 마르쿠스가 칼로 파리 한 마리를 죽이자 티투스는 그를 꾸짖으며 슬퍼하다가, 아론을 닮은 검은 파리였다는 말에 갑자기 파리에게 칼을 휘두릅니다. 마르쿠스는 그가 슬픔 때문에 허상을 실체로 착각한다고 읊조립니다.
제4막: 책, 아기, 화살
어린 손자 루키우스가 책을 안고 라비니아에게서 달아나자, 티투스와 마르쿠스는 그녀가 무엇인가 가리키려 한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라비니아는 두 팔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뒤적여 필로멜라와 테레우스의 장면을 펼쳐 보입니다. 마르쿠스가 모래 위에 지팡이로 이름을 쓰는 법을 보여 주자, 라비니아는 지팡이를 입에 물고 범인의 이름을 모래 위에 적습니다. 범인은 키론과 데메트리우스였습니다. 마르쿠스와 티투스는 무릎을 꿇고 복수를 맹세하고, 손자도 함께 합니다. 티투스는 손자에게 무기를 들려 두 형제에게 보내는데, 무기에 감긴 두루마리에는 호라티우스의 시구가 적혀 있습니다. 키론은 그것이 학교에서 배운 시구라는 것만 알아보고, 아론은 티투스가 이미 범인을 알고 있음을 간파합니다.
한편 유모가 타모라가 낳은 검은 피부의 아기를 안고 들어옵니다. 타모라가 아론의 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유모는 황후의 수치를 감추려 아이를 없애라는 명을 전하지만, 아론은 자신의 첫아들을 지키려 칼을 뽑고, 키론과 데메트리우스에 맞섭니다. 그는 비밀을 아는 유모를 없애고, 같은 처지의 무어인 친구 뮬리테우스의 갓난아이를 황제의 아들로 바꿔치기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다음 아론은 고트족에게 아이를 데려가겠다며 떠납니다. 티투스는 정의의 여신이 땅을 떠났다며 친척들에게 땅과 바다를 뒤져 찾아보라고 하고, 신들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매단 화살을 궁정으로 쏘게 합니다. 광대가 비둘기 바구니를 들고 나타나자 티투스는 황제에게 올릴 탄원서를 맡깁니다. 사투르니누스는 화살과 편지에 분노하고, 광대는 편지를 읽은 황제의 명령으로 끌려갑니다. 그때 에밀리우스가 고트군이 루키우스를 앞세우고 로마로 진군한다고 알리고, 시민들이 루키우스를 따르리라는 사실에 황제는 얼굴이 굳어집니다. 타모라는 티투스를 달래 루키우스에게 화친을 청하게 하겠다며 나섭니다.
제5막: 고트군, 복수의 환영, 마지막 연회
로마 근처 평원에서 루키우스는 고트군을 모아 사기를 북돋습니다. 고트 병사가 폐허가 된 수도원 근처에서 아론과 아기를 붙잡아 끌고 옵니다. 루키우스가 두 사람을 교수형에 처하라 하자 아론은 아이만 살려 주면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고 합니다. 신을 믿지 않는 자의 맹세가 의미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그는 루키우스의 신앙을 믿고 맹세를 요구하고, 루키우스가 맹세하자 아기가 타모라와 자신의 자식이라는 사실, 바시아누스를 죽이고 라비니아를 해친 이가 타모라의 아들들이라는 사실, 쪽지와 황금과 손 이야기까지 줄줄이 털어놓습니다. 그러고도 그는 후회하는 기색 없이 더 많은 악을 저지르지 못한 것만 안타까워합니다. 그때 에밀리우스가 황제가 티투스의 집에서 화친의 대화를 원한다는 전갈을 가져옵니다.
타모라는 아들들과 함께 변장하고 티투스의 서재 앞에 나타나 자신이 지옥에서 온 복수의 여신이라고 소개합니다. 아들들은 '강간'과 '살인'이라는 이름의 시종으로 가장합니다. 티투스는 속는 척하며 이들의 정체를 모두 알아봤다고 속으로 말하고, 복수의 여신이 원한다면 루키우스를 연회에 부르라는 청을 받아들입니다. 타모라가 자리를 뜨자 티투스는 남아 있는 두 '시종'을 결박하게 하고, 복수의 순간이 왔다며 그들에게 라비니아에게 한 일의 대가를 선언한 뒤 두 사람을 처단합니다. 그들의 어머니를 위한 연회를 준비하겠다는 것이 티투스의 계획입니다.
티투스의 정원에서 연회가 열립니다. 루키우스는 아론을 묶어 두고, 황제 부부가 도착합니다. 요리사 차림의 티투스가 베일을 쓴 라비니아와 함께 음식을 차리고, 황제에게 묻습니다. 딸이 능욕당하자 제 손으로 딸을 죽인 로마의 버지니우스가 옳았느냐는 질문이었고, 황제는 그렇다고 답합니다. 티투스는 라비니아를 죽입니다. 놀란 황제가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고 묻자 티투스는 키론과 데메트리우스의 소행임을 밝히고, 그들이 지금 어머니가 먹은 파이 안에 있다고 말한 뒤 타모라를 죽입니다. 사투르니누스가 티투스를 죽이고, 루키우스가 사투르니누스를 죽입니다. 큰 소란 속에서 마르쿠스가 로마인들 앞에 서서 사태를 설명합니다. 루키우스가 그간의 일을 이야기하자 에밀리우스가 루키우스를 황제로 추대하고, 시민들이 그를 환호로 맞이합니다.
루키우스는 티투스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마지막 작별을 하고, 어린 루키우스에게도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라고 이릅니다. 아론은 불려 나와 극형을 선고받지만 끝까지 뉘우치지 않고 평생 단 하나의 선행이라도 있다면 영혼에서 후회한다고까지 말합니다. 황제 사투르니누스는 아버지의 무덤에 묻히고, 티투스와 라비니아는 가문의 무덤에 함께 안장됩니다. 타모라에게는 장례도 조종도 없이 짐승과 새에게 던져지는 처분이 내려집니다. 새 황제 루키우스는 로마의 상처를 고치고 슬픔을 씻어 내겠다는 다짐으로 극을 닫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호민관의 선택, 티투스의 사양
극은 두 형제의 권력 다툼으로 열리지만, 마르쿠스가 전하는 시민의 뜻은 둘 중 누구도 아닌 티투스입니다.
A nobler man, a braver warrior, Lives not this day within the city walls.
이보다 고귀한 사람, 이보다 용맹한 전사는 오늘 이 성벽 안에 살지 않습니다.
티투스의 대답은 권력자의 사양이 아니라 노병의 피로에 가깝습니다.
Rome, I have been thy soldier forty years
로마여, 나는 사십 년 동안 그대의 병사였소.
Give me a staff of honour for mine age
늙은 나에게는 명예의 지팡이를 주시오.
이어서 그는 세상을 다스릴 홀(笏)은 필요 없다고 말해 권력을 거부하지만, 곧이어 사투르니누스를 황제로 천거하는 결정이 모든 재앙의 첫 단추가 됩니다. 사심 없는 선택이 극에서 가장 큰 실수가 된다는 아이러니가 첫 장면에 놓여 있습니다.
2. 알라르부스의 제물
루키우스가 형제들의 무덤 앞에서 요구한 제물에, 타모라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맞섭니다.
Sweet mercy is nobility’s true badge.
자비야말로 고귀함의 참된 증표입니다.
루키우스는 죽은 형제들의 혼이 달래져야 한다는 로마식 논리로 응수합니다.
That so the shadows be not unappeased
그래야 망령들이 달래지지 않은 채 남지 않을 것이오.
타모라의 반응은 짧고 날카롭습니다.
O cruel, irreligious piety!
오, 잔혹하고 불경한 경건함이여!
Oppose not Scythia to ambitious Rome
야심 찬 로마에 스키타이를 견주지 마십시오.
"경건"과 "불경"이 한 문장에서 맞붙는 이 대사가 극의 주제를 요약합니다. 로마가 자신의 의식을 문명이라 믿는 순간, 고트족의 눈에는 그것이 야만입니다. 티투스가 아들을 잃은 아비라면 타모라도 같은 아비를 잃은 어미입니다. 복수의 연쇄는 이 장면에서 균형을 잃은 채 시작됩니다.
3. 무티우스의 죽음
라비니아를 지키려던 아들 무티우스가 문을 막아서자 티투스는 칼을 뽑습니다.
What, villain boy, Barr’st me my way in Rome?
뭐라, 이 못된 놈아, 로마에서 내 길을 막느냐?
루키우스의 항의에 그는 아들임을 부정합니다.
Nor thou nor he are any sons of mine
너도 그 아이도 내 아들이 아니다.
마르쿠스는 로마 시민이라면 야만이 되지 말라고 호소하고, 그리스인들이 아이아스를 매장했다는 선례를 듭니다.
Thou art a Roman; be not barbarous.
너는 로마인이다. 야만인이 되지 마라.
티투스가 마지못해 허락하는 말은 체념과 분노가 섞여 있습니다.
Well, bury him, and bury me the next.
좋다, 그 아이를 묻어라. 그다음엔 나도 묻어라.
황제와 국가에 대한 충성이 가족을 향한 칼날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티투스는 극 초반부터 이미 법도에 대한 집착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이 사건을 광기의 첫 징후로 읽는 해석도 흔합니다.
4. 타모라의 화해 연기
황후가 된 타모라는 티투스 일가와 황제의 화해를 중재하는 척하면서, 방백으로 황제와 관객에게만 속내를 드러냅니다.
Dissemble all your griefs and discontents.
슬픔과 불만을 모두 숨기십시오.
I’ll find a day to massacre them all
언젠가 그들을 모조리 몰살할 날을 찾아내겠다.
겉으로 건네는 말은 이렇습니다.
Titus, I am incorporate in Rome,
티투스, 나는 이제 로마의 일부가 되었소.
왕관 앞에서의 가장(假裝)은 이 극이 복수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미리 알려 줍니다. 모든 인물이 가면을 쓰고, 마지막에는 티투스도 요리사의 옷을 입습니다. 속이는 쪽과 속는 쪽이 번갈아 바뀌는 구조입니다.
5. 아론, 악을 설계하는 자
타모라가 황후가 되는 순간 아론은 자신의 지위가 달라질 것을 상상합니다.
Away with slavish weeds and servile thoughts!
노예의 옷도, 굽실대는 생각도 치워 버려라!
그가 타모라에게 속삭이는 계획은 잔혹하면서도 노골적입니다.
Vengeance is in my heart, death in my hand
복수는 내 가슴에, 죽음은 내 손에 있다.
그는 선악의 구분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선언하는 인물입니다.
Let fools do good, and fair men call for grace
바보들은 선을 행하고, 겉이 고운 자들은 은총을 구하라지.
아론은 이 극에서 사건을 움직이는 지략가입니다. 황금과 쪽지, 구덩이와 손을 이용한 계략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옵니다. 다만 극은 그를 단순한 악당으로만 그리지 않고, 뒤에 가서는 자기 아이 앞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게 합니다.
6. 숲의 사냥
아론이 사냥을 키론과 데메트리우스의 기회로 만드는 장면에서 숲은 법이 닿지 않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The woods are ruthless, dreadful, deaf, and dull.
숲은 무자비하고 두려우며 귀가 먹고 무디다.
사냥터에서 바시아누스가 쓰러진 뒤 라비니아는 타모라에게 호소합니다.
When did the tiger’s young ones teach the dam?
호랑이 새끼가 언제 어미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까?
’Tis present death I beg
제가 비는 것은 지금 당장의 죽음입니다.
타모라의 거절은 알라르부스 때의 자기 자신을 되돌려 보내는 말입니다.
Even for his sake am I pitiless
그분 때문에라도 나는 무자비하겠다.
1막에서 자비를 구하던 어머니가 2막에서는 자비를 거절하는 어머니가 됩니다. 라비니아가 청하는 것이 목숨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사실은 그녀가 앞으로 겪을 일이 죽음보다 무겁다는 뜻입니다. 극은 사건 자체보다 그 후의 침묵에 무게를 둡니다.
7. 말을 잃은 라비니아
사냥에서 돌아오던 마르쿠스는 상처 입은 조카를 발견하고 긴 독백을 시작합니다.
Speak, gentle niece, what stern ungentle hands
말해 보렴, 착한 조카야, 어떤 모진 손이.
그는 곧 신화를 떠올립니다.
Fair Philomela, why she but lost her tongue,
고운 필로멜라는 겨우 혀를 잃었을 뿐인데.
A craftier Tereus, cousin, hast thou met,
조카야, 너는 더 교활한 테레우스를 만났구나.
필로멜라는 혀를 잃고도 수를 놓아 범인을 알렸습니다. 마르쿠스는 이번 범인이 손까지 앗아 갔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가 감정을 이렇게 말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Sorrow concealed, like an oven stopped,
숨겨 둔 슬픔은 아궁이를 막은 것과 같아서.
참상을 시적으로 가다듬은 이 독백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어색하다는 평도 흔하지만, 말을 잃은 이 앞에서 말이 넘쳐 나는 대비가 극이 노린 효과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후 라비니아는 대사 없이 무대에 서 있고, 다른 인물들이 그녀의 침묵을 읽어 내려 애씁니다.
8. 호랑이의 황야
3막 1장은 법 자체가 가해자가 되는 장면입니다. 티투스가 판관들 앞에 엎드려 호소해도 아무도 듣지 않자 루키우스가 말합니다.
And you recount your sorrows to a stone.
아버지께서는 돌에게 슬픔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티투스는 돌이 오히려 호민관보다 낫다고 대꾸합니다.
A stone is soft as wax, tribunes more hard than stones
돌은 밀랍처럼 부드럽고, 호민관은 돌보다 더 단단하다.
그는 이어 이렇게 선언합니다.
That Rome is but a wilderness of tigers?
로마가 호랑이들의 황야일 뿐임을 모르겠느냐?
For two and twenty sons I never wept
스물두 아들을 잃고도 나는 울지 않았다.
전장에서 아들을 잃을 때 울지 않았던 장군이 법정 앞에서 눈물을 쏟는 이유는, 전쟁의 죽음에는 명예가 있었지만 이번 죽음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첫 장면에서 영광의 이름이던 로마가 여기서는 짐승이 사냥감을 찾는 땅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9. 손 하나와 두 개의 머리
아론이 제안한 거래는 잔인한 속임수입니다. 티투스가 마르쿠스와 루키우스를 따돌리고 아론과 단둘이 있는 순간 스스로 말합니다.
Lend me thy hand, and I will give thee mine.
네 손을 빌려 다오, 내 손을 내어 주마.
아론은 방백으로 비꼽니다.
If that be called deceit, I will be honest
그것이 속임수라 불린다면 나는 정직한 놈이 되겠다.
돌아온 것은 약속된 아들들이 아니라 두 개의 머리였고, 사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Thy grief their sports, thy resolution mocked;
네 슬픔은 그들의 놀이였고, 네 결심은 조롱당했다.
마르쿠스가 격분해 울부짖는 동안 티투스는 갑자기 웃기 시작합니다.
Why, I have not another tear to shed.
글쎄, 나에게는 더 흘릴 눈물이 남아 있지 않소.
The vow is made.
맹세는 이루어졌다.
이 웃음은 이 극의 분기점입니다. 한 사람의 슬픔이 한계를 넘으면 눈물이 아닌 결심으로 바뀌는 것을 극이 보여 주는 장면이며, 이 이후 티투스는 피해자에서 복수의 주체로 이동합니다.
10. 파리와 연회
3막 2장은 극 전체에서 가장 기이한 희극 장면입니다. 마르쿠스가 파리 한 마리를 죽이자 티투스가 그를 책망합니다.
Alas, my lord, I have but killed a fly.
주군이시여, 저는 파리 한 마리를 죽였을 뿐입니다.
How if that fly had a father and mother
그 파리에게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다면 어쩌겠느냐.
그러나 아론을 닮은 검은 파리였다는 말에 티투스의 태도는 순식간에 바뀝니다.
Then pardon me for reprehending thee
그렇다면 너를 꾸짖은 일을 용서해 다오.
He takes false shadows for true substances.
그는 헛된 그림자를 참된 실체로 알고 있구나.
마르쿠스의 마지막 말은 관객의 시선과도 일치합니다. 파리를 두고 생명의 존엄을 말하다가 곧 증오의 도구로 삼는 모습은 이 극의 인물들이 연민과 폭력 사이를 얼마나 쉽게 오가는지 보여 줍니다. 이 장면에서 티투스가 정말 미친 것인지, 미친 척하는 것인지는 끝까지 열려 있습니다.
11. 책이 말하는 것
어린 루키우스가 책을 안고 달아나자 라비니아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티투스가 책장을 읽어 줍니다.
This is the tragic tale of Philomel
이것은 필로멜라의 비극적인 이야기다.
마르쿠스는 지팡이로 모래 위에 자기 이름을 적어 보이고, 라비니아에게도 같은 방법을 청합니다.
Cursed be that heart that forced us to this shift!
우리를 이런 수단에 몰아넣은 마음이 저주받을지어다!
라비니아가 쓴 것은 세 단어입니다.
“Stuprum. Chiron. Demetrius.”
"능욕. 키론. 데메트리우스."
To stir a mutiny in the mildest thoughts
가장 온순한 마음에도 반란을 일으킬 만하다.
이 장면은 이 극이 말과 글, 그리고 고전의 기억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보여 줍니다. 말을 빼앗긴 사람이 책과 모래를 통해 진실을 전한다는 설정은 폭력이 언어를 지우려 해도 이야기는 전해진다는 뜻입니다.
12. 화살과 비둘기
복수를 결심한 티투스는 먼저 정의를 찾습니다. 땅에도 지옥에도 정의가 없다고 판단하자 하늘로 눈을 돌립니다.
And sith there’s no justice in earth nor hell,
땅에도 지옥에도 정의가 없으니.
We will solicit heaven and move the gods
우리는 하늘에 청원하여 신들을 움직이겠다.
신에게 보낸다는 탄원서를 화살에 매달아 궁정에 쏘는 것은 광기처럼 보이지만, 황제와 시민에게 불의를 알리는 정치적 행동이기도 합니다. 이 소동에 광대가 끼어듭니다. 하늘에서 온 전령이냐는 질문에 그는 순진하게 답합니다.
I never drank with him in all my life.
저는 평생 그분과 술 한잔 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교수형을 선고받고 하는 말은 어두운 농담입니다.
Hanged! by’r Lady, then I have brought up a neck to a fair end.
교수형이라! 성모님께 맹세코, 그러면 내가 이 목을 훌륭한 끝에 이르도록 길러 온 셈이구려.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가 땅을 떠났다는 구절은 오비디우스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상의 정의를 찾는 노인과 아무것도 모르고 비둘기를 나르는 광대의 만남은 고대 비극의 장엄함과 평범한 사람의 어이없는 운명이 한 장면에 놓이는 순간입니다.
13. 아론의 아이와 고백
아론은 4막에서 유일하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를 해치려는 키론과 데메트리우스 앞에서 그가 외칩니다.
Stay, murderous villains, will you kill your brother?
멈춰라, 살인마들아, 너희 동생을 죽일 셈이냐?
그러나 곧 이어 비밀을 아는 유모를 처리하며 그의 계산적인 면이 드러납니다.
Two may keep counsel when the third’s away.
제삼자가 없으면 둘이서 비밀을 지킬 수 있지.
5막에서 붙잡힌 아론은 아이의 목숨을 협상 카드로 삼습니다.
Touch not the boy, he is of royal blood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왕족의 피를 받았다.
그는 모든 악행을 털어놓고도 이렇게 말합니다.
Ay, that I had not done a thousand more.
그렇소, 천 가지를 더 저지르지 못한 것이 한이오.
As willingly as one would kill a fly,
파리 한 마리를 죽이듯 기꺼이 말이다.
3막의 파리와 겹치는 이 비유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메아리로 읽힙니다. 루키우스가 신을 믿지 않는 자의 맹세를 믿을 수 있느냐고 묻자 아론은 "양심이라는 것"을 지닌 루키우스의 신앙을 믿는다고 답합니다. 악의 화신이 아이 앞에서는 지킬 것을 아는 아버지가 된다는 점에서, 이 인물은 단선적 악당에 그치지 않는 입체성을 얻습니다.
14. 복수의 환영
타모라는 변장하고 티투스의 서재 앞에서 자신이 복수 그 자체라고 말합니다.
I am Revenge, sent from th’ infernal kingdom
나는 지옥에서 보내진 복수의 여신이다.
티투스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I am not mad; I know thee well enough.
나는 미치지 않았소. 그대를 충분히 알고 있소.
Good Lord, how like the empress’ sons they are,
맙소사, 이 둘은 황후의 아들들을 얼마나 닮았는가.
그러고는 속으로 선언합니다.
I knew them all, though they suppose me mad,
그들은 나를 미쳤다 여기지만, 나는 모두 알아보았다.
5막 2장의 아이러니는 미친 사람을 속이려는 사람이 가장 큰 속임수의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타모라가 "복수"라는 이름으로 나타나 티투스에게 복수를 제안하는데, 이 제안이 곧 자신과 아들들의 파멸이 됩니다. 복수를 연극으로 만든 쪽이 그 연극에서 배역을 맡게 되는 구조입니다.
15. 마지막 연회
요리사 차림의 티투스는 황제에게 로마의 옛 이야기를 묻습니다.
Was it well done of rash Virginius
성급한 버지니우스의 행동은 옳았습니까?
사투르니누스의 대답이 티투스에게 명분을 줍니다.
Because the girl should not survive her shame,
딸이 자신의 수치를 안은 채 살아남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오.
티투스는 라비니아를 죽이고, 황제가 묻자 먹기를 권합니다.
Will’t please you eat? Will’t please your highness feed?
드시겠습니까? 폐하께서도 들겠습니까?
Why, there they are, both baked in that pie,
보시오, 그들은 모두 저 파이 속에 있소.
이 연회에서 복수는 정의의 얼굴을 완전히 벗습니다. 티투스는 오비디우스의 프로크네를 넘어서겠다고 선언하고, 그만큼 극은 복수의 결과를 관객 앞에 있는 그대로 둡니다. 이 장면이 극의 절정이면서도 가장 불편하게 읽히는 대목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16. 폐허 위의 로마
연회장은 몇 분 사이에 시신으로 채워집니다. 루키우스가 아버지의 죽음을 보고 한 말은 극의 규칙을 요약합니다.
There’s meed for meed, death for a deadly deed.
갚음에는 갚음, 죽음에는 죽음으로 답한다.
마르쿠스는 흩어진 로마인들에게 호소합니다.
Lest Rome herself be bane unto herself,
로마가 스스로에게 독이 되지 않도록.
루키우스는 황제가 되며 이렇게 다짐합니다.
To heal Rome’s harms and wipe away her woe!
로마의 상처를 고치고 그 슬픔을 씻어 내겠다!
그러나 극의 마지막 선고는 여전히 용서가 아닌 처벌의 언어입니다. 타모라에 대한 처분이 그렇습니다.
Her life was beastly and devoid of pity;
그녀의 삶은 짐승 같았고 자비가 없었다.
새 질서가 평화의 선언으로 시작되는데, 정작 극은 용서나 화해 없이 닫힙니다. 로마가 다시 문명이 될 수 있을지는 열려 있는 질문으로 남습니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티투스 안드로니쿠스』는 5막 구조로 나뉘어 있어 막별로 끊어 읽기 좋습니다. 처음이라면 1막 1장(제물과 무티우스), 2막 3장(사냥터), 3막 1장(재판과 손), 4막 1장(책과 모래 글씨), 5막 2~3장(복수의 환영과 연회) 순서로 읽는 길을 권합니다. 이 작품은 폭력의 수위가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어, 읽는 이에 따라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인물들이 오비디우스와 로마사의 고전적 장면을 끊임없이 인용하고, 자비와 정의와 복수가 서로를 비추는 구조를 의식하며 읽으면 장면마다 의미가 달라집니다. 티투스, 타모라, 아론, 라비니아가 각자 말과 침묵을 어떻게 쓰는지 살피는 것도 좋은 길잡이입니다. 소리 내어 읽거나 귀로 들으면 운문의 리듬이 살아나고, 대사의 아이러니를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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