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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881년 출간

The Portrait of a Lady

여인의 초상

자유롭게 살겠다던 젊은 미국 여성이 뜻밖의 유산을 받고 유럽에서 스스로 고른 결혼의 덫에 걸린 뒤, 진실을 알고도 어떤 길을 택하는지 따라가는 이야기

I’m very fond of my liberty.

저는 제 자유를 무척 좋아해요.

A large fortune means freedom, and I’m afraid of that.

큰 재산은 자유를 뜻하고, 저는 그것이 두려워요.

한눈에 보기

미국 올버니에서 이모 투셰트 부인에게 발탁된 이사벨 아처는 영국 가든코트에서 병약하고 재치 있는 사촌 랄프, 은행가 투셰트 씨, 귀족 워버튼 경을 만난다. 그녀는 워버튼 경의 청혼과 보스턴 사업가 캐스퍼 굿우드의 구혼을 모두 거절하고, 임종하는 삼촌의 유산 덕에 큰 재산을 얻는다. 그 뒤 피렌체에서 이모의 친구 메를 부인의 소개로 길버트 오스몬드를 만나 그의 섬세함에 끌려 결혼하지만, 결혼은 곧 질식하는 집이 된다. 오스몬드의 딸 팬지, 팬지에게 구혼하는 로지어, 다시 나타난 워버튼 경을 둘러싼 압박이 이어지다 제미니 백작부인의 폭로와 랄프의 임종을 지나 이사벨은 마지막 선택에 이른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한 권 요점

The Portrait of a Lady

『여인의 초상』은 미국 태생의 작가 헨리 제임스가 쓴 장편소설로, 1881년에 책으로 나왔습니다. 제임스는 1843년에 태어나 191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오랫동안 유럽에서 지내며 미국인과 유럽인의 만남을 즐겨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설은 1880년부터 잡지에 연재되었다고 서문에 밝혀져 있고, 작가는 1879년 봄 피렌체에서 쓰기 시작해 이듬해 베네치아에서 이어 썼다고 회고합니다. 앱에는 서문과 제1~27장이 1권, 제28~55장이 2권으로 실려 있습니다. 출발점은 줄거리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것이 작가의 말입니다. 운명과 맞서는 젊은 여성 하나, 이사벨 아처를 먼저 떠올리고, 그녀에게 맞는 관계를 주변에 세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사건은 대부분 응접실과 정원, 산책길의 대화로 일어나고, 무게는 한 사람의 의식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오판하는가에 실립니다. 자유를 지키려던 사람이 자유를 어떻게 잃고, 잃은 뒤에 무엇을 선택하는가가 책의 줄기입니다.

줄거리

서문, 제1~5장: 가든코트의 오후와 이사벨의 도착

서문에서 작가는 소설의 집에는 창문이 하나가 아니라 백만 개이고, 중요한 것은 창가에서 내다보는 예술가의 의식이라고 말합니다. 여주인공의 의식을 한가운데 놓고 랄프, 워버튼, 굿우드, 메를 부인, 오스몬드를 주변에 배치했다고 하며, 헨리에타 스택폴은 과잉된 열의의 산물이라고 인정합니다. 본문은 템스 강변 영국 시골 저택 가든코트의 잔디밭에서 시작합니다. 미국인 은행가 투셰트 노인이 오후의 차를 마시고, 곁에는 병약하지만 재치 있는 아들 랄프와 친구 워버튼 경이 거닙니다. 세 사람은 편안함과 권태, 결혼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고, 미국에 갔던 투셰트 부인이 조카딸을 데려온다는 소식이 화제에 오릅니다. 랄프의 테리어 번치가 먼저 달려가 맞은 검은 드레스의 아가씨가 이사벨 아처입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인사하고 집과 풍경에 감탄하며, 입양이라는 말에 발끈해 자유를 사랑한다고 밝힙니다.

투셰트 부인은 남편과 사실상 별거해 피렌체에 살며 해마다 한 달만 영국에 들르는 괴짜입니다. 넉 달 전 그녀는 올버니의 낡은 아처 가 저택에서 책을 읽던 이사벨을 만났고, 오래전 불화로 소식이 끊긴 이모 리디아임을 밝혀 피렌체에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이사벨의 언니 릴리안 러들로와 변호사 남편 에드먼드는 동생이 안전하게 결혼하기를 바랍니다. 그날 보스턴 출신 청년 캐스퍼 굿우드가 찾아와 구혼의 기색을 보이지만 반 시간 뒤 패배감을 안고 돌아갑니다. 제5장은 랄프의 내력을 길게 설명합니다. 버몬트 출신 은행가의 아들로 미국과 옥스퍼드에서 교육받았으나 폐병으로 일을 접고 요양하며 삶을 관조하는 사람입니다. 화랑에서 이사벨이 유령이 있느냐고 묻자 랄프는 큰 고통을 겪어야 유령을 볼 수 있다고 답하고, 이사벨은 행복해지려고 유럽에 왔다고 말합니다.

제6~12장: 영국의 나날과 워버튼 경의 청혼

이사벨은 이론이 많고 상상력이 활발한 젊은 여성으로, 자신을 좋게 생각하려는 욕망과 결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소망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립을 행운으로 여기며 기자 헨리에타 스택폴을 본보기로 삼고, 결혼은 너무 골몰할 일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가든코트에서 투셰트 노인과 가까워져 영국에 대해 질문을 쏟고, 영국을 헐뜯는 투셰트 부인에 맞서 영국을 옹호합니다. 랄프는 사촌을 걸작처럼 감탄하며 산책과 뱃놀이로 접대합니다. 밤늦게 신사들과 남으려는 이사벨을 이모가 말리자, 이사벨은 금지된 일을 알아 두려는 것은 선택하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워버튼 경은 록클리 방문을 청하고, 그의 누이 몰리뉴 자매는 조용하고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이사벨을 맞습니다. 정원 산책에서 워버튼은 그녀가 자신을 매료했다고 말하는데, 이사벨은 그 어조에서 진지한 고백의 전조를 알아채고 차갑게 받아넘기며, 그 냉담함이 두려움에서 나왔음을 스스로 압니다.

리버풀에서 온 헨리에타는 영국과 미국을 거침없이 따지며 가든코트를 《인터뷰어》에 쓰려다 이사벨의 항의로 접고, 랄프와 일하지 않고 사는 삶을 두고 다툽니다. 헨리에타는 굿우드가 같은 배로 건너와 이사벨을 찾아올 것이라 알리고, 이사벨은 그에게 격려를 준 적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정원에서 굿우드의 편지를 읽고 고개를 들자 워버튼 경이 서 있습니다. 워버튼은 첫눈에 반했고 한번 마음이 움직이면 평생이라며 청혼합니다. 이사벨은 그를 믿고 좋아하지만 지금은 답할 수 없다며 시간을 청하고 불가능하리라고 미리 일러 둡니다. 홀로 남은 이사벨은 큰 기회를 거절하기가 이토록 쉬운 자신에게 놀라고, 자신이 차갑고 오만한 사람은 아닌지 두려워합니다.

제13~17장: 두 번의 거절과 런던

이튿날 아침 이사벨은 삼촌에게 청혼을 거절할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노인은 사흘 전 워버튼의 편지로 이미 알고 있었고, 숙녀는 이유를 댈 의무가 없다며 너그럽게 받아들입니다. 이사벨은 굿우드에게서도 구속감과 압박을 느낍니다. 워버튼은 누이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오고, 귀족제를 못마땅해하는 헨리에타를 능청스레 받아넘깁니다. 화랑에서 이유를 따져 묻는 워버튼에게 이사벨은 자신이 운명을 피할 수 없으며 결혼은 불행을 피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사벨은 헨리에타, 랄프와 함께 런던으로 가고, 영국 귀족을 거절한 일을 이모가 못마땅해합니다. 이사벨은 결혼보다 세상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하고, 랄프는 그녀의 앞날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합니다.

런던 호텔에서 혼자 책을 읽던 밤 캐스퍼 굿우드가 찾아옵니다. 헨리에타가 편지로 알린 것을 알고 이사벨은 화를 냅니다. 굿우드가 언제 결혼해 줄지 묻자 이사벨은 한두 해만 자신을 내버려 달라고 부탁하고, 워버튼을 거절했다는 사실도 털어놓습니다. 굿우드는 2년 뒤 다시 오겠다고 하고, 이사벨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고 못 박습니다. 그가 떠난 뒤 이사벨은 침실에서 무릎을 꿇지만 기도가 아니라 떨림에 휩싸이며, 굿우드를 보낸 안도와 자신의 힘을 행사한 만족을 함께 느낍니다. 이튿날 랄프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이사벨은 함께 가든코트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제18~21장: 임종과 유산, 메를 부인의 등장

가든코트 응접실에서 이사벨은 슈베르트를 훌륭하게 치는 낯선 중년 부인을 만납니다. 투셰트 부인의 오랜 친구 메를 부인으로, 미국 브루클린 해군 공창에서 태어난 그녀는 이사벨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랄프는 그를 가장 영리한 여자라 부르며 한때 사랑했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못마땅해합니다. 임종이 가까운 투셰트 노인은 랄프에게 이사벨과 결혼하라고 권하지만 랄프는 병약한 자신은 결혼할 수 없다며 거절하고, 대신 이사벨이 자유롭게 살도록 유산의 절반을 그녀에게 남겨 달라고 부탁합니다. 노인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승낙합니다. 메를 부인은 자신을 깨지고 땜질한 쇠솥에 빗대고, 자아는 소유물과 환경으로 표현된다고 말하며, 이사벨은 정반대로 생각합니다. 투셰트 씨가 숨을 거둡니다.

보름쯤 뒤 이사벨이 약 칠만 파운드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집니다. 이사벨은 큰 재산에 얼떨떨해하다가 부유함이란 곧 행동할 힘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모와 함께 파리로 가 미국인 교포들의 공허한 삶을 비판하고, 헨리에타는 재산이 그녀를 비현실적인 꿈속에 가둘까 걱정합니다. 산레모에서 요양 중인 랄프를 찾은 이사벨은 아버지가 왜 큰돈을 남겼는지 캐묻고, 랄프는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며 양심을 지나치게 따지지 말고 날개를 펴라고 충고합니다. 이사벨은 큰 재산이 곧 자유이고 그것이 두렵다고 털어놓습니다.

제22~26장: 피렌체의 언덕, 오스몬드와 메를의 계획

피렌체 교외 언덕의 오래된 빌라에서 길버트 오스몬드가 수녀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딸 팬지와 두 수녀를 접대합니다. 수녀들이 팬지의 순종을 칭찬하고 떠난 뒤 마담 메를이 들어와, 자기 친구 이사벨이 젊고 아름답고 칠만 파운드의 재산가라며 그를 소개해 결혼으로 이끌려는 속셈을 밝힙니다. 오스몬드는 시큰둥하면서도 호기심을 보입니다. 이사벨은 랄프의 안내로 피렌체를 즐기다 오스몬드와 메를이 공연하듯 주고받는 대화를 말없이 관찰하고, 오스몬드의 언덕 빌라에서 그의 누이 제미니 백작부인과 얌전한 팬지를 만납니다. 테라스에서 오스몬드는 가난하고 재능이 없어 일찍이 조용히 체념하며 살기로 한 것이 평생의 계획이었다고 털어놓고, 딸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이사벨은 그의 섬세함과 남다름에 마음이 끌립니다.

정원 한쪽에서 메를 부인과 제미니 백작부인이 두 사람을 지켜봅니다. 백작부인은 메를의 계획을 눈치채고 반대하며 이사벨의 행복이 걱정된다고 하지만, 메를은 침착하게 받아넘깁니다. 오스몬드가 보름 새 다섯 번이나 찾아오자 투셰트 부인은 이사벨이 워버튼을 거절한 터라 못마땅해하고, 랄프는 이사벨이 쉽게 넘어가지 않으리라 봅니다. 오스몬드는 메를에게 아가씨가 나쁘지 않으며 흠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27~30장: 로마, 워버튼 경과의 이별, 오스몬드의 고백

로마에 온 이사벨은 역사의 무게와 설렘 속에서 행복해하고, 포럼 발굴 현장에서 홀로 쉬던 중 동방 여행에서 돌아온 워버튼 경이 불쑥 나타납니다. 그는 아직도 사랑한다고 고백하되 다시 조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이사벨은 연민 속에서도 마음을 바꾸지 않습니다. 이튿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오스몬드가 나타나 다른 사람들 때문에 온 게 아니라고 하자 이사벨은 얼굴을 붉힙니다. 오페라 극장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모습을 본 워버튼은 착잡해하다가 카피톨 미술관에서 로마를 떠난다고 작별합니다. 홀로 조각상들 사이에 앉은 이사벨에게 다가온 오스몬드는 그녀가 귀족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점에서 자기 수집품에 어울리는 사람이라 느낍니다.

로마 체류 마지막 며칠 동안 오스몬드는 더없이 다정한 동행이 되어 랄프마저 그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이사벨이 떠나기 전날 밤 호텔 거실에서 오스몬드는 마침내 사랑을 고백하고, 이사벨은 눈물을 글썽이며 물러섭니다. 그는 피렌체를 떠나기 전에 팬지를 한번 찾아가 달라고 부탁하며 정중히 돌아갑니다. 이사벨은 언덕 저택에서 예절 바르고 순진한 팬지를 한 시간 만납니다.

제31~34장: 1년 뒤, 굿우드의 방문과 랄프의 반대

1년 뒤 늦봄 이사벨은 크레센티니 궁의 작은 방에서 방문객을 기다립니다. 서술은 지난 1년을 훑습니다. 언니 릴리가 아이들과 와서 함께 지냈고, 이사벨은 워버튼과 오스몬드 일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사벨은 메를 부인과 그리스, 터키, 이집트를 석 달 여행하며 부인에게 낯선 도덕관과 숨은 모서리가 있음을 어렴풋이 느낍니다. 방문객은 17일 만에 미국에서 달려온 캐스퍼 굿우드입니다. 이사벨이 이미 약혼을 알렸건만 굿우드는 죽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하며 오스몬드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했는지 캐묻고, 이사벨은 논쟁을 거절합니다. 그가 나가자 이사벨은 눈물을 터뜨립니다.

투셰트 부인은 약혼 소식에 이미 짐작했다며 메를 부인이 자신을 속였다고 분개하고, 오스몬드에게 돈도 이름도 중요성도 없다고 비판합니다. 코르푸에서 돌아온 랄프는 눈에 띄게 쇠약하고, 어머니에게서 소식을 듣고 충격과 굴욕을 느낍니다. 정원 조각상 아래에서 랄프는 이사벨에게 축하하지 않은 이유를 털어놓습니다. 그녀가 새장 속에 들어간다는 것, 하늘을 날던 그녀가 시든 장미 봉오리 하나에 땅으로 떨어졌다는 것, 오스몬드는 취향의 화신일 뿐 작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사벨은 오스몬드가 부와 지위 없이도 고결하다며 열정적으로 변호하고, 사랑 때문에 말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차갑게 선을 긋습니다. 랄프는 부끄러움과 쓰라림만 남아 홀로 정원으로 돌아갑니다.

제35~39장: 결혼과 팬지, 로지어, 변한 이사벨

이사벨은 이모와 사촌이 결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의치 않습니다. 오스몬드는 돈을 노린다는 의심을 가볍게 털어내고 이사벨의 영리함을 은쟁반처럼 아끼며 흡족해합니다. 팬지는 아름다운 언니가 생겼다며 담담히 반기고, 제미니 백작부인은 축하는 못 하겠다며 독설을 늘어놓습니다. 이어 에드워드 로지어가 로마의 메를 부인 집을 찾아옵니다. 여름 생모리츠에서 만난 팬지를 잊지 못해 로마까지 온 그는 팬지와의 결혼에 대해 조언과 중재를 청하고, 메를 부인은 돕겠다고 합니다. 목요일 밤 모임에서 오스몬드는 로지어를 냉랭하게 맞고, 이사벨은 로지어가 도와 달라고 하자 도울 수 없다고 답합니다. 로지어는 팬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좋아한다는 대답을 듣습니다. 다음 목요일 오스몬드는 로지어의 구혼을 딸이 이미 잊었다고 일축하고, 그때 영국 신사가 들어오니 옛 구혼자 워버튼 경입니다. 워버튼은 병이 깊은 랄프를 데리고 로마에 왔다고 전합니다.

결혼식은 6월 피렌체의 작은 예배당에서 소수만 모여 치러졌고, 헨리에타는 오스몬드를 비판해 사이가 틀어진 뒤 밴틀링과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로마에서 랄프는 이사벨이 가면 같은 평온을 두른 채 오스몬드를 대변하는 화려한 귀부인이 된 것을 보고, 오스몬드가 세상의 눈을 위해 연기한다고 꿰뚫어 봅니다. 이사벨의 결말을 보려고 버텨 온 랄프는 시칠리아행을 접고 로마에 남습니다.

제40~44장: 침묵의 집, 워버튼 경을 둘러싼 압박

결혼 뒤 메를 부인은 로마를 자주 비웠고, 이사벨은 감정을 억누르고 지혜로만 사는 그녀의 처세를 한때 부러워했습니다. 돌아온 메를 부인은 로지어 문제를 꺼내며 워버튼 경이 팬지에게 마음이 있으니 짝지어 주라고 이사벨을 부추깁니다. 그날 밤 오스몬드는 딸이 가만히만 있으면 워버튼 부인이 된다고 말하고, 이사벨이 이미 들었다고 밝히자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따진 뒤 영향력을 써서 일을 성사시키라고 압박하고 방을 나갑니다. 이사벨은 밤새 응접실에 앉아 결혼 생활 전체를 돌아봅니다. 오스몬드가 첫해 이후 자신을 미워하게 되었고, 아내의 정신까지 자기 소유의 작은 정원으로 삼으려 했으며, 그의 전통과 체면과 세상에 대한 경멸이 자신을 질식시킨다는 것입니다. 새벽 네 시에는 메를 부인과 남편이 말없이 마주 보던 낯선 광경을 다시 떠올립니다.

사흘 뒤 큰 무도회에서 로지어가 팬지의 꽃다발에서 꽃 한 송이만 달라고 애원하고, 이사벨은 마음이 흔들려 도와주겠다고 답합니다. 곧 워버튼 경이 다가와 팬지를 칭찬하지만 이사벨은 그것이 자신을 향한 접근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그가 정말 사랑에 빠졌는지 따지다가 그의 눈빛에서 경계심을 읽습니다. 한편 권태에 시달리는 제미니 백작부인은 오스몬드의 초대로 로마행을 준비하고, 피렌체를 찾은 헨리에타가 이사벨이 불행할까 걱정된다고 하자 굿우드를 우피치에서 만나 함께 로마로 갑니다.

제45~48장: 워버튼의 퇴장과 이사벨의 고백

이사벨은 호텔로 랄프를 찾아가 워버튼의 속마음을 묻고, 랄프는 그가 사실은 이사벨에게 마음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사벨은 도움이 되어 주지 않는다고 외치고 얼굴을 붉히며 떠납니다. 팬지는 로지어를 단념할 수는 있어도 잊지는 않겠다고 하고, 워버튼이 청혼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이미 꿰뚫고 있습니다. 며칠째 워버튼이 나타나지 않자 오스몬드는 이사벨이 그를 막고 있다고 암시하고, 이사벨은 그를 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시군요라고 쏘아붙입니다. 마침 찾아온 워버튼은 곧 영국으로 돌아간다고 알립니다. 오스몬드는 이사벨이 일부러 쫓아냈다고 비난하고, 이사벨은 앞으로는 직접 챙기라고 맞받아 불쌍한 팬지라며 돌아섭니다.

굿우드가 로마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이사벨은 헨리에타에게 처음으로 불행하다고 털어놓습니다. 헨리에타가 불행해지기 전에 남편을 떠나라고 권하자 이사벨은 자신의 실수를 세상에 알릴 수 없고 자기가 한 행동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합니다. 굿우드는 목요일 모임에 드나들며 오스몬드와 친해지고, 이사벨은 앓는 랄프를 돌봐 달라고 그에게 부탁합니다. 2월 말 랄프가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하자 이사벨은 랄프에게 나 자신이 두렵다고 말하고 필요하면 오겠다고 약속합니다. 굿우드는 이사벨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동정해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제49~53장: 메를 부인의 정체와 영국행

나폴리에서 돌아온 메를 부인이 워버튼이 물러난 것이 이사벨의 권유 탓이었는지 캐묻고, 오스몬드가 이사벨을 가혹하게 평한다고 말합니다. 이사벨은 메를 부인의 이해가 오스몬드와 같다는 것을 깨닫고 내 남편과 무슨 관계냐고 묻고, 메를 부인은 모든 것이라 답합니다. 이사벨은 마차로 로마를 돌며 오스몬드가 자기 돈 때문에 결혼했다고 정리합니다. 같은 날 오후 메를 부인의 응접실에서는 메를 부인과 오스몬드가 서로를 탓하며 냉랭하게 맞섭니다. 콜로세움에서 이사벨은 수집품을 팔아 5만 달러를 마련했다는 로지어를 만납니다. 그러나 일주일 뒤 팬지는 아버지의 뜻이라며 수녀원으로 떠나고, 오스몬드는 식탁에서 수녀원 교육을 장황히 변호합니다.

랄프가 위독하니 오라는 전보를 받은 이사벨이 영국행을 알리자, 오스몬드는 결혼의 체면과 우리를 내세워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사벨은 그의 반대가 악의라고 처음 입 밖에 냅니다. 이어 제미니 백작부인이 폭로합니다. 팬지는 오스몬드의 딸이되 죽은 아내의 소생이 아니라 메를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아이이며, 메를 부인이 이사벨의 돈 때문에 둘을 맺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사벨은 밤 기차로 떠나기 전 수녀원으로 팬지를 찾아가 버리지 않겠다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기다리던 메를 부인이 랄프가 이사벨을 부자로 만든 은인이라고 알려 주고, 이사벨은 은인이 메를 부인인 줄 알았다고 쏘아 줍니다. 메를 부인은 미국으로 가겠다고 합니다. 영국으로 오는 내내 이사벨은 멍한 채 지난 일의 진실을 곱씹고, 채링 크로스 역에서 헨리에타와 밴틀링이 마중합니다. 헨리에타는 밴틀링과 결혼해 런던에서 살겠다고 털어놓습니다.

제54~55장: 랄프의 임종과 마지막 선택

두 번째로 가든코트에 도착한 이사벨에게 투셰트 부인은 랄프가 가망 없다고 건조하게 말하고, 워버튼 경이 약혼했다고 알립니다. 사흘간 혼수상태 같은 랄프의 곁을 지키던 이사벨에게 랄프가 마침내 입을 엽니다. 이사벨은 울며 자책하고 남편이 돈 때문에 결혼했음을 인정합니다. 랄프는 줄곧 알았다며, 사랑은 남는다고 말하고 사랑받았다고 속삭입니다. 새벽에 랄프는 숨을 거두고, 투셰트 부인은 아이가 없는 걸 감사하라고 말합니다.

사흘 뒤 장례에는 워버튼 경, 헨리에타와 밴틀링, 굿우드가 참석합니다. 이사벨은 로마의 남편에게 돌아갈지 정하지 못한 채 머뭅니다. 옛 벤치에서 굿우드가 랄프의 부탁을 앞세워 함께 떠나자고 열렬히 설득하고 입을 맞춥니다. 이사벨은 집으로 달아납니다. 이틀 뒤 헨리에타는 그녀가 로마로 떠났다고 알리며 굿우드에게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책은 이사벨이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장면으로 보여 주지 않고, 곧은 길이 있었다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창문이 백만 개인 집

서문에서 작가는 소설이라는 집의 구조를 이렇게 비유합니다.

The house of fiction has in short not one window, but a million

요컨대 소설의 집에는 창문이 하나가 아니라 백만 개가 있다.

창마다 한 사람의 관찰자가 서 있고, 같은 풍경도 그의 의식을 통해서만 보인다는 뜻입니다. 이 책이 이사벨의 의식을 한가운데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작가는 소설을 이렇게도 규정합니다.

The novel is of its very nature an “ado,” an ado about something

소설은 본성상 하나의 소란이고, 무언가를 둘러싼 소란이다.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사건을 겪는 의식의 두께가 이 책의 재료라는 선언입니다.

2. 오후의 차와 랄프의 농담

소설은 사건이 아니라 차 마시는 시간의 예찬으로 열립니다.

Under certain circumstances there are few hours in life more agreeable

어떤 상황에서는 삶에 이보다 더 유쾌한 시간이 드물다.

이 느긋한 여유가 랄프와 워버튼의 농담으로 이어집니다. 워버튼은 편안함의 지루함을 이렇게 말합니다.

Yes, that’s the bore of comfort

그렇지, 그게 편안함의 지루한 점이야.

랄프는 병약한 자기 처지를 농담의 재료로 삼습니다.

The increasing seriousness of things, then that’s the great opportunity of jokes.

세상일이 점점 심각해진다면, 그때가 농담의 큰 기회다.

She thinks me of no more use than a postage-stamp without gum

어머니는 나를 풀 없는 우표만큼도 쓸모없다고 생각해.

유머는 랄프가 삶을 견디는 방식이자 자기 처지와의 거리 두기입니다. 이 가벼운 목소리는 후반부에서 전혀 다른 무게의 말로 되돌아옵니다.

3. 이사벨의 자유와 이론

이사벨은 입양이라는 말에도 발끈하는 사람입니다.

I’m very fond of my liberty.

저는 제 자유를 무척 좋아해요.

서술자는 그녀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Isabel Archer was a young person of many theories

이사벨 아처는 이론이 많은 젊은 여성이었다.

She had an infinite hope that she should never do anything wrong.

그녀는 결코 잘못하지 않기를 한없이 바랐다.

이 두 문장은 이사벨의 매력과 약점을 한꺼번에 보여 줍니다. 자기 판단을 믿는 힘이 곧 자기 판단에 속는 힘이기도 합니다. 금지된 일을 알고 싶은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So as to choose

선택하기 위해서요.

선택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이 다짐은 이후 모든 장면의 시험대입니다. 마지막에 이사벨이 하는 일도 결국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있습니다.

4. 번역된 사람과 유령

올버니의 러들로는 처제를 두고 투덜댑니다.

I don’t like originals; I like translations

나는 독창적인 사람은 싫고, 번역된 사람이 좋아.

I hope she isn’t going to develop any more!

제발 그 애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안전한 결혼을 바라는 가족의 눈에 이사벨의 독창성은 걱정거리입니다. 반대로 랄프는 가든코트의 유령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You must have suffered first, have suffered greatly, have gained some miserable knowledge.

먼저 괴로워해야 하고, 크게 괴로워해야 하고, 비참한 앎을 얻어야 한다.

이사벨은 아직 유령을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행복해지려고 왔을 뿐이라고 답합니다.

that’s what I came to Europe for, to be as happy as possible

그게 내가 유럽에 온 이유예요. 가능한 한 행복해지려고.

유령을 보는 자격이 고통과 앎이라면, 이 책은 이사벨이 그 자격을 얻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5. 거절당한 두 청혼

워버튼 경의 고백은 담백하고 진지합니다.

But you’ve charmed me, Miss Archer.

하지만 당신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아처 양.

I don’t go off easily, but when I’m touched, it’s for life.

저는 쉽게 마음이 가지 않지만, 한번 움직이면 평생입니다.

그는 록클리의 해자를 말하며 설득합니다. 이사벨의 대꾸는 이렇게 짧습니다.

I adore a moat

저는 해자를 좋아해요.

그러나 사랑하는 것과 그 안에 사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거절의 이유를 묻는 워버튼에게 그녀는 자기 안의 결심과 예감을 함께 말합니다.

I’ve always been intensely determined to be happy

저는 늘 행복해지겠다고 굳게 결심해 왔어요.

I can’t escape unhappiness,

저는 불행을 피할 수 없어요.

좋은 조건의 결혼을 불행을 피하려는 시도로 보는 이 태도는 오만으로도 읽히고 통찰로도 읽힙니다. 이사벨이 가장 좋은 신랑감을 거절하고 가장 나쁜 신랑감을 고르는 책의 구도가 여기서 마련됩니다.

6. 헨리에타와 미래의 냄새

기자 헨리에타 스택폴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에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Scenery’s not my department; I always need a human interest.

풍경은 내 담당이 아니에요. 나는 늘 사람 이야기가 필요해요.

그녀의 거침없음에 랄프는 이렇게 평합니다.

does smell of the Future--it almost knocks one down!

미래의 냄새가 난다. 거의 사람을 쓰러뜨릴 정도로!

랄프와 헨리에타가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이 책에서 몇 안 되는 유쾌한 대목입니다.

You’re in love with yourself, that’s the Other!

당신은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졌어요, 그게 그 다른 사람이에요!

굿우드의 편지를 받은 이사벨이 창백해지자 서술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There’s nothing so simplifying as a grand passion.

거대한 열정만큼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헨리에타는 이사벨의 친구이면서 이사벨이 도달하지 못한 단순함의 대변자입니다. 마지막에 헨리에타가 굿우드에게 기다리라고 말하는 장면에는 그녀의 이런 낙관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7. 굿우드와 런던의 밤

굿우드는 이사벨이 가장 거부하는 종류의 사랑을 합니다. 그의 항변은 이렇습니다.

If one’s strong one loves only the more strongly.

강한 사람은 오히려 더 강하게 사랑할 뿐입니다.

이사벨의 대답은 자유에 대한 변론입니다.

I like my liberty too much.

저는 제 자유를 너무 좋아해요.

to judge wrong, I think, is more honourable than not to judge at all.

내 생각엔 틀리게 판단하는 것이 아예 판단하지 않는 것보다 명예롭다.

그녀는 경험을 만지지 않고 구경만 하겠다고도 말합니다.

No, I don’t wish to touch the cup of experience.

아니요, 저는 경험의 잔에 손대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그리는 행복은 정지한 안락이 아니라 질주입니다.

A swift carriage, of a dark night, rattling with four horses

어두운 밤, 네 마리 말이 달리며 덜컹거리는 날랜 마차.

굿우드를 보낸 뒤 침실에서 무릎을 꿇고도 떨림밖에 느끼지 못하는 장면은 이 질주가 무엇에서 나오는지 보여 줍니다. 안도와 자기 힘에 대한 만족이 한데 섞인, 아직 어린 의식입니다.

8. 유산이라는 선물

랄프가 아버지에게 유산을 나누자고 청하는 논리는 단순합니다.

She wishes to be free, and your bequest will make her free.

그녀는 자유롭기를 바라고, 아버지의 유산이 그녀를 자유롭게 해 줄 겁니다.

I should like to put a little wind in her sails.

그녀의 돛에 바람을 조금 불어 넣어 주고 싶어요.

이 선의가 이후 모든 불행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사벨이 큰 재산을 받은 뒤 랄프에게 하는 고백은 의미심장합니다.

A large fortune means freedom, and I’m afraid of that.

큰 재산은 자유를 뜻하고, 저는 그것이 두려워요.

랄프의 충고는 지나치게 양심을 따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Live as you like best, and your character will take care of itself.

가장 좋아하는 대로 살아라. 성격은 저절로 알아서 돌봐진다.

이 책 최고의 아이러니는 자유를 주려는 선의가 자유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사건의 씨앗이 된다는 데 있습니다. 돈이 있는 이사벨은 그만큼 눈에 띄는 먹잇감이 됩니다.

9. 메를 부인의 두 얼굴

이사벨은 메를 부인에게서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봅니다. 랄프의 평은 더 복잡합니다.

she’s the great round world itself!

그녀는 둥글고 큰 세계 그 자체야!

She’s too complete, in a word.

한마디로, 그녀는 너무 완벽해.

메를 부인은 자신의 상처를 쇠솥에 빗댑니다.

even the hardest iron pots have a little bruise, a little hole somewhere.

가장 단단한 쇠솥에도 어딘가 작은 흠집, 작은 구멍이 있다.

자아가 무엇이냐는 물음에서 두 사람의 세계관은 갈립니다. 메를 부인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There’s no such thing as an isolated man or woman;

고립된 남자나 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사벨의 반론은 정반대입니다.

Nothing that belongs to me is any measure of me;

내게 속한 어떤 것도 나를 재는 잣대가 아니에요.

자아를 소유와 환경으로 보는 사람과 자아를 소유 너머의 알맹이로 보는 사람의 대립입니다. 훗날 이사벨은 오스몬드의 집에 갇혀서야 환경이 사람을 얼마나 규정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10. 오스몬드의 언덕

오스몬드는 여성관부터 문학적 수사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I prefer women like books--very good and not too long.

나는 책 같은 여자가 좋다. 아주 좋되 너무 길지 않은.

그는 자신의 겸손한 삶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as rusty as a key that has no lock to fit it

맞는 자물쇠가 없는 열쇠처럼 녹슨.

Not to worry--not to strive nor struggle.

걱정하지 않고, 애쓰지도 다투지도 않는 것.

사랑받고 싶은 여자에게 그는 달콤한 말도 건넵니다.

A woman’s natural mission is to be where she’s most appreciated.

여자의 타고난 사명은 가장 인정받는 곳에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말이 이사벨에게는 섬세함으로 들립니다. 한편 메를 부인은 속으로 이 일의 대가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I’m frightened at the abyss into which I shall have cast her.

내가 그녀를 던져 넣게 될 심연이 두렵다.

독자는 이 말에서 계획의 윤곽을 이미 읽을 수 있고, 이사벨만 그것을 보지 못합니다. 이 간극이 이 책의 긴장입니다.

11. 로마의 두 구혼자

워버튼 경은 로마에서 다시 만난 이사벨에게 변함없는 마음을 고백합니다.

I’ve thought of you perpetually, ever since I last saw you.

마지막으로 뵌 뒤로 줄곧 당신 생각을 했습니다.

오스몬드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던지는 말은 훨씬 은근합니다.

I didn’t come for the others,

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워버튼이 오스몬드에 대해 묻자 랄프는 반어로 답합니다.

Perhaps not if one does nothing to prevent it,

누가 막지만 않는다면 아닐지도 모르죠.

오스몬드는 자신의 시기심과 관습 숭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합니다.

I don’t want to destroy the people--I only want to be them.

나는 사람들을 파괴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들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No, I’m not conventional: I’m convention itself.

아니요, 나는 관습적인 게 아니라 관습 그 자체입니다.

고백은 이렇게 터져 나옵니다.

I find I’m in love with you.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자신을 관습 그 자체라 부르는 사람의 사랑이 어떤 집을 지을지, 이 대목에 이미 답이 들어 있습니다.

12. 약혼과 새장

굿우드는 이사벨의 약혼 소식을 듣고도 기어이 찾아옵니다.

I’d rather think of you as dead than as married to another man.

당신이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느니 죽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팬지는 아버지를 천진하게 묘사합니다.

Papa has always been principally for holidays.

아빠는 언제나 주로 휴일에 계시는 분이었어요.

랄프는 약혼의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Because you’re going to be put into a cage.

당신이 새장에 갇히게 될 테니까.

이사벨은 한 곳을 가꾸는 일로 맞섭니다.

One must choose a corner and cultivate that.

한 모퉁이를 골라 그곳을 가꿔야 해요.

One’s in trouble when one’s in error.

잘못 들어서면 곤란을 겪는 법이지.

랄프의 마지막 경고는 평범하지만 정확합니다. 하늘을 날겠다던 사람이 스스로 한 모퉁이를 고른다는 사실이 가장 큰 모순입니다. 또한 오스몬드는 이 결혼을 돈 이야기로 이렇게 얼버무립니다.

Money’s a horrid thing to follow, but a charming thing to meet.

돈은 쫓기엔 끔찍하지만 마주치면 매력적인 것이지.

13. 팬지와 로지어

에드워드 로지어는 골동품을 모으는 순정한 청년입니다. 그의 고백은 자기 취미를 걸고 이루어집니다.

I care more for Miss Osmond than for all the bibelots in Europe!

나는 유럽의 모든 장식품보다 오스몬드 양을 더 아낍니다!

오스몬드는 딸을 대하는 방식으로 자기 교육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It’s what I educated her for.

이런 때를 위해 내가 그 애를 길렀소.

I set a great price on my daughter.

나는 내 딸에게 높은 값을 매기고 있소.

딸은 인격이 아니라 값나가는 소장품입니다. 로지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I’ve sold all my bibelots!

저는 제 장식품을 전부 팔았습니다!

수집가가 수집품을 팔아 사람을 얻으려는 이 장면은 책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입니다. 팬지 쪽에서는 순종과 사랑이 겹쳐 있어서, 오스몬드가 그 순종을 얼마나 믿고 이용하는지가 서늘하게 드러납니다.

14. 결혼의 집과 워버튼 문제

결혼 뒤 랄프의 눈에 비친 이사벨은 달라졌습니다.

it was a representation, it was even an advertisement.

그것은 하나의 연기였고, 광고이기까지 했다.

이사벨의 평온한 얼굴은 표정이 아니라 남편을 위한 선전입니다. 이사벨 자신은 이 결혼을 선택의 결과로 받아들입니다.

if ever a girl was a free agent she had been

어떤 소녀가 자유로운 행위자였다면 바로 그녀였다.

워버튼이 팬지에게 마음이 있다는 소식 뒤에 오스몬드의 압박이 이어집니다.

Think that over and remember how much I count on you.

잘 생각해 보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기억하시오.

밤새 앉아 있던 이사벨은 결혼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It was the house of darkness, the house of dumbness, the house of suffocation.

그것은 어둠의 집, 침묵의 집, 질식의 집이었다.

his egotism lay hidden like a serpent in a bank of flowers

그의 자기중심주의는 꽃무더기 속의 뱀처럼 숨어 있었다.

폭력이나 외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정신을 자기 소유의 화단으로 삼으려는 시선이 이 결혼의 정체입니다. 이사벨은 워버튼 경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읽고, 무도회에서는 이렇게 농담하기도 합니다.

Great statesmen oughtn’t to waltz.

위대한 정치가는 왈츠를 추면 안 되죠.

그리고 로지어의 사랑을 두고는 이렇게 맞섭니다.

But love has nothing to do with good reasons.

하지만 사랑은 좋은 이유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팬지에게 좋은 이유로 짝을 맺어 주려는 오스몬드와 좋은 이유가 없는 사랑을 인정하는 이사벨이 한 응접실에서 부딪힙니다.

15. 폭로와 책임

헨리에타가 남편을 떠나라고 권할 때 이사벨은 이렇게 인정합니다.

Yes, I’m wretched,

그래, 난 비참해.

But I can’t publish my mistake.

하지만 내 실수를 세상에 알릴 수는 없어.

One must accept one’s deeds.

자기가 한 행동은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에요.

이사벨의 자존심은 불행을 숨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책임감은 그 불행을 감수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 자존심이 처음으로 부서지는 곳이 메를 부인과의 대면입니다.

Who are you--what are you?

당신은 누구죠, 도대체 무엇이죠?

메를 부인이 오스몬드에게 퍼붓는 마지막 원망은 이 책에서 가장 차가운 장면입니다.

You’ve not only dried up my tears; you’ve dried up my soul.

당신은 내 눈물만 말린 게 아니라 내 영혼까지 말려 버렸어요.

오스몬드는 이사벨의 영국행을 막으며 체면을 내세웁니다. 제미니 백작부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My poor Isabel, you’re not simple enough.

가엾은 이사벨, 당신은 충분히 단순하지 못해요.

수녀원 응접실에서 메를 부인과 마주친 이사벨의 복수는 단 한 문장이었습니다.

I believed it was you I had to thank!

제가 감사해야 할 사람이 당신인 줄 알았어요!

복수는 폭력이 아니라 정확한 한마디의 아이러니입니다. 이사벨의 은인은 랄프였고, 이사벨을 이용한 사람은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16. 랄프의 마지막

가든코트로 돌아온 이사벨 앞에서 랄프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담담히 말합니다.

There’s nothing makes us feel so much alive as to see others die.

남이 죽는 것을 보는 것만큼 우리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

메를 부인이 한 일을 이사벨은 이렇게 요약합니다.

She made a convenience of me.

그녀는 나를 자기 편의의 수단으로 삼았어요.

랄프는 이사벨의 결혼을 이 한 문장으로 탄식합니다.

You were ground in the very mill of the conventional!

당신은 관습이라는 바로 그 맷돌에 갈렸군요!

마지막 위로는 두 가지 말입니다.

life is better; for in life there’s love.

삶이 더 낫다. 삶에는 사랑이 있으니까.

if you’ve been hated you’ve also been loved.

미움받았다면 당신은 사랑도 받은 것이다.

농담으로 시작했던 랄프의 목소리가 마지막에는 가장 진실한 문장을 남깁니다. 그는 유산이라는 선물이 불러온 비극을 알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그녀 삶의 한 부분으로 남기를 바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사벨은 자책과 위안을 함께 받습니다.

17. 곧은 길

장례 뒤 굿우드는 이사벨을 열렬히 설득합니다.

Here I stand; I’m as firm as a rock.

나는 여기 서 있소. 바위처럼 단단하게.

이사벨이 그의 열정 앞에서 느끼는 충격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She had never been loved before.

그녀는 그전까지 이렇게 사랑받아 본 적이 없었다.

The world, in truth, had never seemed so large

사실 세상이 이토록 넓어 보인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집으로 달아납니다. 책의 끝에서 서술자는 이렇게 씁니다.

She had not known where to turn; but she knew now.

그녀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제는 알았다.

There was a very straight path.

아주 곧은 길이 있었다.

이 결말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오래도록 갈려 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텍스트가 보여 주는 것은 이사벨이 굿우드의 구원을 뿌리치고 방향을 안다는 사실뿐이고, 어디로 가는지는 헨리에타의 전언을 통해서만 로마로 암시됩니다. 자유를 외치던 사람이 마지막에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 열린 결말은 이 책이 왜 한 편의 초상으로 남는가를 보여 줍니다. 이사벨은 구원받지 않고, 스스로 방향을 정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여인의 초상』은 서문과 55장이 두 권으로 나뉘어 있고, 사건보다 대화와 의식의 흐름이 많은 책이라 한 번에 달려 읽기보다 장 단위로 끊어 읽기에 알맞습니다. 처음이라면 제1~2장(가든코트의 오후와 이사벨의 등장), 제12장(워버튼의 청혼), 제19장(메를 부인과의 대화), 제24장(오스몬드의 테라스)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후 제34장(랄프의 경고), 제42장(밤새 앉아 있는 이사벨), 제49~52장(폭로), 제54~55장(랄프의 임종과 마지막 선택)이 책의 중심입니다. 서문은 이 소설이 어떤 방식으로 쓰였는지 작가가 직접 말해 주므로 본문을 읽은 뒤에 읽어도 좋습니다. 제임스는 사건의 외적 규모가 아니라 한 사람의 판단이 쌓이고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작가이고,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이사벨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다가 다시 읽으면 그 선택이 얼마나 정직했는지가 보입니다. 메를 부인과 오스몬드의 대화, 랄프의 농담 같은 작은 장면이 뒤에 가서 큰 무게를 얻는 구조도 두 번째 읽기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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