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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894년 출간

The Parasite

기생충

유물론자 생리학 교수가 최면술사 여인의 실험 대상이 되었다가 의지를 빼앗기고, 약혼과 직위와 명예를 잃어 가며 끝내 살의에 이르는 일기체 공포 소설

She has a parasite soul; yes, she is a parasite, a monstrous parasite.

그녀에게는 기생하는 영혼이 있다. 그렇다, 그녀는 기생충, 괴물 같은 기생충이다.

But you cannot tame the tiger when you are beneath his claws.

그러나 호랑이의 발톱 아래에 있을 때는 그를 길들일 수 없다.

한눈에 보기

서른네 살의 생리학 교수 오스틴 길로이는 심령 연구에 열중하는 동료 윌슨의 집에서 서인도 출신의 펜클로사 양을 만난다. 그녀는 약혼자 아가사를 최면에 빠뜨려 이튿날 아침 파혼을 통보하게 만들고, 길로이는 이 시험에 설복되어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된다. 실험이 거듭되자 그는 이유 없는 애착과 충동에 끌려다니고, 그것이 그녀가 자신의 몸에 기생한 결과임을 깨닫는다. 사랑이 증오로 돌아선 뒤 그의 강의는 웃음거리가 되고 직위는 정지되며, 은행 침입 시도와 동료 폭행의 혐의까지 쓸 처지에 놓인다. 마지막 날 그는 아가사의 방에서 황산 병을 쥐고 깨어나 살의를 품고 달려가지만, 문 앞에서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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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요점

The Parasite

『기생충』은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 소설입니다. 도일은 1859년에 태어나 1930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의사 교육을 받은 뒤 셜록 홈즈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고 흔히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탐정물과 달리 한 대학 도시의 교수가 쓰는 일기로 이루어져 있고, 날짜가 붙은 짧은 기록이 3월 24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집니다. 전체는 네 개의 장으로 나뉩니다. 화자는 감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믿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이며, 그런 사람이 이성의 바깥에서 오는 힘에 무너지는 과정을 자기 손으로 기록한다는 점이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줄거리

제1장: 회의주의자의 밤과 아침 (3월 24~25일)

3월 24일, 대학 도시에 봄이 완연합니다. 서른네 살에 대학 요직에 오른 생리학 교수 오스틴 길로이는 연구실 창밖의 밤나무 싹을 보며 자신의 몸에도 봄이 왔다고 일기에 적습니다. 그는 같은 대학의 윌슨 교수가 심리학과 심령 현상에 쏟는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자기는 현미경과 메스로 확인되는 것만 다루는 유물론자라고 선을 긋습니다. 약혼자 아가사는 그를 지독한 유물론자라 부르지만, 그는 타고난 기질이 오히려 예민하고 몽상적인 사람임을 인정합니다. 그날 저녁 그는 마든 부인과 아가사가 가기에 마지못해 윌슨의 집 모임에 갑니다.

윌슨은 그에게 확실한 현상이 있다며 서인도 제도 트리니다드 출신의 펜클로사 양을 소개합니다. 몸집이 작고 병약해 보이는 중년의 여인으로,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있으며 회녹색 눈은 어딘가 고양이를 닮았습니다. 그녀는 부채를 떨어뜨려 멀리 있는 여성을 불러오는 재주를 보이는데, 길로이는 노골적인 속임수라고 일축합니다. 그러자 그녀는 아가사를 최면에 빠뜨리겠다고 하고, 아가사는 기꺼이 응합니다. 목발에 기대 선 그녀의 모습이 순식간에 당당하게 달라지고, 몇 차례의 손짓 끝에 아가사는 깊은 잠에 빠져 길로이가 흔들어도 깨지 않습니다. 이어 펜클로사는 아가사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 목발로 바닥을 쳐서 그녀를 깨웁니다. 헤어질 때 그녀는 길로이에게 접힌 쪽지를 건네며 내일 아침 10시에 열어 보라고 합니다.

3월 25일 아침 9시 30분, 아가사가 서재로 찾아와 약혼이 끝났다고 차갑게 선언하고는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고 떠납니다. 길로이는 무너지는 심정으로 외투를 입다가 10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를 듣고 쪽지를 열어 봅니다. 쪽지에는 아가사에게 그 시각에 와서 30분쯤 약혼을 정지시키라고 암시했다는 설명과 사과가 적혀 있습니다. 놀라서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 보니 아가사는 책을 읽다가 졸았을 뿐, 외출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신발에 먼지가 묻은 것조차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길로이는 최면 암시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이전에 한 말대로 이 현상을 생리학적으로 탐구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제2장: 실험과 끌림 (3월 26일~4월 8일)

펜클로사는 암시가 시계의 알람을 맞추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암시만이 아니라 시술자가 대상을 완전히 지배하는 더 깊은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 지배는 대상의 의지를 더 강한 의지가 덮어씌우는 것이며, 본인이 의식하기도 하고 못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길로이는 그날 저녁 자신이 직접 최면에 걸려 호수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환영을 겪고, 이 실험을 안과 밖에서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흥분합니다. 이후 며칠 동안 그는 윌슨의 기록 수첩과 함께 매일 최면 실험을 이어 갑니다. 이웃의 해부학 조교 찰스 새들러가 찾아와 그녀와의 일을 더 이어 가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아 길로이는 질투나 편견이라 여기며 흘려듣습니다.

4월 초가 되자 길로이는 눈에 띄게 야위고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4월 4일, 그는 최면에서 깨어났을 때 자기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녀가 기대에 찬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녀가 기대하는 말을 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방을 뛰쳐나옵니다. 약혼한 몸으로, 그것도 자기보다 나이 많고 몸이 불편한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할 뻔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힙니다. 그는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편지를 보내지만 그날 저녁 어느새 윌슨의 집 앞에 서 있습니다. 4월 6일에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아가사를 깎아내리는 말에 맞장구까지 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는 일요일 밤부터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

4월 7일 밤, 그는 마든 모녀의 집에서 휘스트 카드놀이를 하던 중 걷잡을 수 없는 불안에 휩싸여 패를 던지고 뛰쳐나가 윌슨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정신이 돌아온 뒤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합니다. 이 충동들은 처음부터 자기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에게 이식한 것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몸에 들어앉은 기생충이라는 결론입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 홀로 맞서기로 합니다.

제3장: 열쇠를 던진 밤과 마주한 얼굴 (4월 8~14일)

길로이는 새들러를 찾아가지만 그의 경험이 눈빛과 몇 마디에 그쳤음을 알고 도움을 포기합니다. 그는 방에서 문을 잠그고 열쇠를 정원에 던지는 방법으로 이틀 밤을 이깁니다. 마든 모녀가 아가사가 상속을 기대하는 암스트롱 부부를 맞으러 런던으로 떠나는 날, 그는 아가사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펜클로사의 최면을 다시는 받지 말라고 약속하게 합니다. 한편 펜클로사가 신경열로 앓아누웠다는 소식에, 그는 그녀의 힘이 몸의 기력과 함께 줄어드는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러나 사흘째 밤, 그는 방 안에 있다가 갑자기 낚아채여 끌려나옵니다. 문 밑으로 밀어 넣은 열쇠를 깃촉과 종이칼로 되찾아 문을 열고, 자기 사진에 무언가를 적어 주머니에 넣은 채 윌슨의 집으로 갑니다. 그의 안에서는 낯선 의지와 이를 거부하는 자기 자신이 동시에 싸웁니다. 소파에 누운 창백한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고 사랑을 속삭이던 중, 그녀의 얼굴에서 확신이 사라지고 기력이 떨어지면서 지배가 풀립니다. 그녀가 브랜디가 든 병을 달라고 하자 길로이는 그것을 화분에 쏟아 버리고 사진을 찢으며, 그녀를 혐오한다고 쏘아붙입니다. 새들러의 이름이 나오자 그녀는 뱀이 쉭 소리를 내는 듯한 목소리를 냅니다. 그녀는 기절합니다.

이튿날 윌슨이 런던에서 돌아와 실험 진척을 묻자 길로이는 위험하다고 답하고 그가 환희에 차 수첩을 꺼내자 쫓아 버립니다. 사나흘 뒤인 4월 14일, 펜클로사가 직접 서재로 찾아옵니다. 그녀는 길로이가 먼저 접근했고 사랑을 고백했다면서, 그것이 격정의 순간이었다면 용서하겠다고 말합니다. 길로이가 거절하자 그녀는 사랑이 소용없다면 공포로 다스리겠다고 선언하고, 언젠가 그가 울며 용서를 빌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떠납니다.

제4장: 직위의 상실, 황산, 그리고 마지막 소식 (4월 16일~5월 5일)

길로이는 프랫-할데인 교수를 찾아가 사정을 털어놓지만, 그는 뇌충혈을 의심하며 진정제를 처방할 뿐입니다. 이어 그녀는 그가 아끼는 강의를 공격합니다. 강의 도중 갑자기 어지러워지는 순간이 오고, 그 뒤로 그는 교과서와 어긋나는 말을 내뱉거나 농담과 노래 가락과 학생에 대한 욕설까지 쏟아냅니다. 4월 25일 대학 당국은 과로를 이유로 그의 강의를 정지시킵니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위로의 메시지를 받으며 요양 여행을 권유받지만, 자신이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에 놓였음을 깨닫고 법이 도울 수 없을 때는 사람이 스스로 법을 만들 수도 있다고 일기에 적습니다.

4월 29일 마을의 은행 지점에 침입하려던 흔적이 발견되고, 창틀에는 막 칠한 초록 페인트가 묻어 있습니다. 같은 날 길로이는 자기 실내복의 오른쪽 소매가 같은 초록 페인트로 얼룩진 것을 보고 주저앉아 흐느낍니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한 채 밤에 나가 창문을 열려 했던 것입니다. 그는 소매를 닦고 드라이버의 흔적을 지웁니다. 5월 3일 대학 무도회에서 그는 영향력 있는 이들을 만나 직위를 지키려 애쓰고, 먼저 돌아와 새들러를 기다리다 기억이 끊깁니다. 이튿날 한 손이 퉁퉁 부은 채 눈을 뜨고, 새들러를 찾아가 보니 그는 얼굴이 망가진 채 누워 있습니다. 새들러는 문을 열자 길로이가 주먹과 발로 자신을 폭행했다고 말합니다. 길로이는 모든 것을 털어놓아 그를 겨우 믿게 하고, 이 일을 끝내겠다며 윌슨의 집으로 가서 펜클로사에게 다음에 또 같은 짓을 하면 목숨을 빼앗겠다고 협박합니다. 그녀는 아가사가 내일 돌아온다는 것을 안다며 돌아섭니다.

5월 5일 오전 11시, 그는 역에서 아가사 모녀를 맞고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오랜만에 안정을 얻습니다. 그러나 오후 연구실에서 현미경 표본을 자르던 중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아가사의 작은 방에 앉아 있고, 무릎에서 굴러 떨어진 유리병에는 진한 황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병은 가득 찬 채입니다. 아가사는 목사가 오래 머무는 바람에 그를 이 방으로 안내했다고 하며 들어옵니다. 길로이는 목사가 머물러 준 것에 감사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고 사랑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뛰쳐나옵니다. 그는 무기도 없이 달려가다 반대 방향으로 뛰어오는 윌슨과 스쳐 지나갑니다. 윌슨의 집에 도착해 펜클로사를 만나겠다고 요구하자 창백한 하녀가 대답합니다. 펜클로사 양은 오늘 오후 3시 30분에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봄과 유물론자의 일기

이야기는 생명이 움트는 3월의 풍경으로 시작하고, 길로이는 그 힘이 자기 몸속에서도 일어난다고 느낍니다. 곧바로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규정합니다.

No doubt I am a materialist.

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유물론자다.

그는 사실과 증거만 다루도록 스스로를 훈련했다고 하면서도, 실은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몽상적인 사람이라고 고백합니다. 이 균열이 이후 모든 사건의 입구가 됩니다. 일기를 쓰는 이유도 그와 이어집니다.

I like to register impressions while they are fresh.

나는 인상이 생생할 때 기록해 두는 것을 좋아한다.

과학자의 습관으로 시작한 기록이 끝내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를 증언하는 유일한 증거가 됩니다.

2. 윌슨과 문 밖의 과학

길로이는 윌슨을 존경하면서도 그의 연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His work is underground and does not show.

그의 일은 지하에 있어서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 윌슨의 연구 대상은 사기꾼 아니면 히스테리 환자이고, 물리적으로 확인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존경은 뒤에서 뒤집힙니다. 그의 고통을 털어놓은 순간 윌슨은 환호하며 수첩을 꺼내고, 길로이는 이렇게 결론짓습니다.

He has lost sight of human beings.

그는 인간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을 사례와 현상으로만 보는 과학자라는 점에서 윌슨은 초기의 길로이가 갈 수도 있었던 거울상입니다. 그래서 둘 다 고통받는 한 사람 앞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쓸모가 없습니다.

3. 펜클로사의 첫인상

길로이가 묘사하는 펜클로사는 눈에 띄지 않는 작고 병약한 여인입니다. 그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것은 눈입니다.

On second thoughts, feline would have expressed it better.

다시 생각해 보니 고양이 같다는 말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그는 이 눈빛이 은밀한지 사나운지 일기에서 몇 번이나 고쳐 씁니다. 나중에 그녀가 서재에 찾아왔을 때 이 눈이 사납고 냉혹했다고 쓰면서 이 대목과 이어집니다. 최면을 시술하는 순간 그녀가 당당한 모습으로 바뀌는 대비도 선명합니다.

Twenty years were gone from her age.

그녀의 나이에서 스무 해가 사라져 있었다.

평소의 그녀는 힘이 없고 지배할 때만 살아난다는 설정이, 기생이라는 제목의 이미지를 일찍 준비합니다.

4. 최면 시연과 의심

길로이는 최면술사들이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반박하고, 암시 같은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합니다.

I admit nothing, Miss Penclosa.

나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펜클로사 양.

부채 시연은 공범의 신호가 너무 뻔하다고 일축하지만 아가사의 차례가 오자 상황이 달라집니다. 그는 도중에 설명할 수 없는 동요를 느낍니다.

I felt as a child feels in the dark.

나는 어둠 속의 아이처럼 느꼈다.

잠든 아가사를 흔들어도 반응이 없는 장면에서 그는 몸은 거기 있는데 영혼이 시야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적습니다.

She might have been dead for all the impression that I could make.

내가 아무리 해도 그녀는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이 다른 이의 의지에 맡겨진 모습은 이 이야기가 가장 먼저 보여 주는 공포입니다.

5. 쪽지와 파혼 통보

이튿날 아침 아가사의 선언은 이유도 없이 냉랭하게 반복됩니다. 길로이는 매달립니다.

It is the blasting of all my hopes and the ruin of my life!

내 모든 희망이 무너지고 내 삶이 파멸하는 일입니다!

10시에 열어 본 쪽지에서 장면의 의미가 뒤집힙니다. 쪽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Pray excuse the personal nature of the test which I am giving you.

제가 드리는 시험이 사적인 성격인 점을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

그 안도감 때문에 그는 화가 나기보다 풀려납니다. 하지만 독자는 남의 약혼을 시험 도구로 삼고도 그 일을 30분짜리 장난처럼 쓰는 사람의 태도를 이미 보았습니다. 이 쪽지의 가벼움이 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나란히 놓입니다.

6. 개종과 시험

길로이는 이 시험을 계기로 전향합니다.

For me hypnotic suggestion was finally established.

내게 최면 암시는 마침내 확립되었다.

그가 처음에 내걸었던 조건이 구체적이었기에 이 전환은 자연스럽습니다. 눈에 보이는 객관적 증거를 달라는 것이었고 그는 그것을 받았습니다. 마음이 열리자 정신관도 뒤집힙니다.

The windmill does not give rise to the wind, but only indicates it.

풍차는 바람을 일으키지 않고 다만 바람을 알려 줄 뿐이다.

뇌가 마음을 분비한다고 믿던 그가 몸은 영혼이 드러나는 거친 악기일 뿐이라고 고쳐 말합니다. 이 믿음이 바뀌었기에 그는 이 현상이 자기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겠다는 선택을 그는 학문적 헌신이라 부릅니다.

I KNOW that I am myself sensitive to this force.

나는 내가 이 힘에 민감하다는 것을 안다.

7. 의지가 덮어씌워지는 일

길로이가 펜클로사에게 암시의 한계를 묻는 대화는 이 이야기의 설명서입니다. 그가 암살을 시키는 암시도 가능하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She would most inevitably have done so.

그녀는 틀림없이 그렇게 했을 겁니다.

암시보다 더 깊은 단계, 즉 사전 암시 없이 시술자가 대상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단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It would be over-ridden by another stronger one.

그것은 다른 더 강한 의지에 의해 눌려 버립니다.

대상이 의식하는 경우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 나중에 길로이의 분류 기준이 됩니다. 그가 늘 알고 있었다는 점은 아직 그녀가 힘을 다 쓰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읽혀, 이후 상황의 악화를 예고합니다. 독자는 이 대화에서 이미 구조를 받아 두고 이야기를 읽게 됩니다.

8. 호의가 충동으로

실험은 길로이의 몸을 서서히 갉아먹지만 그는 그 대가를 학문의 값으로 정당화합니다. 그러다 4월 4일 그는 자신이 한 일을 마주합니다. 4월 6일 일기에서 그는 이 감정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She paralyzes my better nature, too, at the moment when she stimulates my worse.

그녀는 내 나쁜 면을 자극하는 바로 그 순간 내 나은 면도 마비시킨다.

그가 처음에는 자책합니다. 우연한 습관이나 기질의 문제인 줄 알고 중독에 비유합니다.

Perhaps there is a mesmeric craze as there is an opium craze

아편 중독이 있듯이 최면 중독도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카드놀이 도중 밧줄에 걸려 끌려가듯 뛰쳐나간 밤이 오자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충동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공포이면서 동시에 위안이기도 합니다. 그는 오히려 몸이 가벼워졌다고 씁니다. 책임을 덜었다는 안도가 두려움과 섞이는 이 대목이 이야기의 심리적 중심입니다.

9. 기생충이라는 이름

제목이 되는 이미지는 4월 8일 일기에서 처음 한 줄로 나옵니다.

She creeps into my frame as the hermit crab does into the whelk's shell.

그녀는 소라게가 고둥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듯 내 몸속으로 기어든다.

기생충은 숙주의 몸을 빌려 살아가는 존재이고, 펜클로사는 자신의 약한 몸을 두고 남의 몸에 의지를 보내는 사람입니다. 앞서 그녀가 시술 중에는 활기가 돌고 평소에는 기운이 없던 모습, 건강이 나빠지면 힘도 약해진다는 설명이 이 비유와 맞물립니다. 길로이는 그것을 초자연이 아니라 자연의 힘이라고 규정합니다.

it is a natural force which this woman can use and society is ignorant of

이것은 이 여인이 쓸 수 있고 사회가 모르는 자연의 힘이다.

다만 이 이름은 그녀를 괴물로 만드는 길로이의 해석이라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일기의 화자가 하나뿐이므로 독자는 그녀의 입장을 그의 입을 통해서만 듣습니다.

10. 열쇠와 이중 의식

길로이는 문을 잠그고 열쇠를 던지는 간단한 방법을 씁니다.

I shall lock the door and throw the key out of the window.

문을 잠그고 열쇠를 창밖으로 던지겠다.

두 밤은 성공하지만 사흘째 밤 열쇠는 소용이 없습니다. 힘이 덮치는 장면은 짧은 문장으로 쓰입니다.

Suddenly I was gripped--gripped and dragged from the couch.

갑자기 나는 붙들려 소파에서 끌려 나왔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은 차분한 판단입니다. 그는 촛불을 켜고 깃촉으로 열쇠를 당기다 실패하고 종이칼로 되찾습니다. 의지는 빼앗겼지만 수단을 고르는 머리는 오히려 냉정합니다. 이 이중 의식을 그는 이렇게 그립니다.

tugging feebly at the overmastering impulse as a led terrier might at its chain

끌려가는 테리어가 사슬을 당기듯 압도적인 충동을 힘없이 잡아당기고 있었다.

자기를 지키려는 인격이 약하게 항의하고, 낯선 의지가 몸을 몰고 가는 이 구조는 이후 은행과 폭행 사건의 틀이 됩니다.

11. 브랜디와 증오

펜클로사의 소파 앞에서 길로이는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고 사랑을 쏟아내다가 갑자기 균열을 맞이합니다. 그는 그 순간을 섭리로 해석합니다.

I was on the brink of perdition.

나는 파멸의 벼랑 끝에 있었다.

병석에서 일어난 직후 무리한 그녀의 힘이 달려 지배가 풀리는 순간, 그녀는 속삭입니다.

I have tried to do too much.

나는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했어요.

그러자 길로이는 영혼을 되찾았다고 말하며 사랑이었던 감정이 그만큼 격렬한 증오로 돌아섰다고 적습니다. 브랜디를 화분에 쏟고 사진을 찢으며 면전에서 쏟아낸 말은 그녀를 기절시킵니다. 사랑을 강요받은 사람이 풀려나서 보인 반응은 공정해 보이지만, 사랑한다고 매달린 상대의 말이 그의 일기에는 한 줄로만 남는다는 점이 이 장면의 아픈 부분입니다.

12. 협박과 고립

펜클로사는 서재로 찾아와 상황을 자기 입장에서 정리합니다. 그녀의 말에는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이 보이지만 길로이의 마음은 이미 돌처럼 굳어 있습니다. 거절당한 그녀는 위협으로 돌아섭니다.

if you despise my love, I must see what can be done with fear.

당신이 내 사랑을 멸시한다면 공포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봐야겠군요.

그가 도움을 청할 곳을 찾는 대목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쓸쓸한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프랫-할데인은 뇌충혈을 의심하고, 윌슨은 사례 수집으로 환호하며, 새들러는 자기 경험의 범위만큼만 이해합니다. 길로이는 이렇게 단념합니다.

There is no human help for me; I must fight this out single-handed.

내게 도움이 될 사람은 없다. 이 싸움은 나 혼자 해내야 한다.

이성의 언어로는 이성 밖의 일을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하면 미쳤다고 간주되는 구조가 그를 입 다물게 합니다.

13. 강의실의 굴욕

그녀는 공격 지점을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일로 옮깁니다. 강의 중에 갑자기 말이 엉뚱하게 흘러나오고,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립니다. 길로이는 그 기분을 이렇게 쓰고 같은 탄식을 세 번 반복합니다.

Oh, that devilish woman!

아, 그 악마 같은 여자!

직위가 정지되자 그는 이 사건의 전모를 한 줄로 정리합니다.

No doctor would believe my symptoms.

어떤 의사도 내 증상을 믿지 않을 것이다.

법과 언론과 의학이 모두 믿어 주지 않는 고통은 증명할 수 없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그의 사고는 위험한 쪽으로 움직입니다.

When the law cannot help a man, he may make a law for himself.

법이 사람을 돕지 못할 때, 사람은 스스로 법을 만들 수도 있다.

학자였던 사람의 정당화가 살의로 기우는 첫 징후이고, 당국이 그를 오히려 과로한 석학으로 위로한다는 아이러니도 눈에 띕니다.

14. 페인트와 새들러

은행 침입 시도 소식은 마을의 작은 소동처럼 들리지만, 같은 날 오후 길로이가 발견한 것은 자기 소매에 묻은 초록 페인트입니다.

So this was what she meant by another turn of the screw!

그러니까 이것이 그녀가 말한 또 한 번의 죄기였구나!

그녀는 그를 공개적인 바보로 만든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범죄자로 낙인찍으려 한 것입니다. 이어 무도회 밤의 기억 공백이 새들러의 망가진 얼굴로 이어집니다. 길로이는 자신의 상처를 이렇게 비교합니다.

Ah, your bruised face is a small thing beside my bruised soul!

아, 자네의 멍든 얼굴은 내 멍든 영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세!

새들러는 처음에는 그를 미친 사람으로 보지만 자신도 직접 겪은 일이 있어 이야기의 일부를 믿습니다. 길로이가 이 일로 얻은 것은 단 한 사람의 이해이고, 그것을 두고 그는 일기가 증거로 남는다고 적습니다. 이 지점에서 일기는 기록이면서 변호문이 됩니다.

15. 황산 병과 마지막 소식

5월 5일 오후 길로이는 의식이 돌아왔을 때 아가사의 방에서 황산 병을 쥐고 있습니다. 그는 병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서 가까스로 안도합니다.

Thank God, it was full!

고맙게도 병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질투한 여인이 연적의 얼굴에 황산을 끼얹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아가사가 한 걸음만 일찍 들어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고 떱니다. 아가사가 방에 들어오자 그는 목사가 오래 머물렀다는 사실에 소리칩니다.

Thank God he stayed!

그분이 계셔 줘서 다행이다!

이 대목을 넘어서면 그는 더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이제 위협받는 것이 자기 직위가 아니라 아가사라는 것이 그에게 의무를 분명히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 대사는 짧고 냉정합니다.

Miss Penclosa died this afternoon at half-past three!

펜클로사 양은 오늘 오후 3시 30분에 사망했습니다!

앞에서 길로이가 깨어났을 때 방 안의 작은 시계가 가리키던 시각이 3시 30분이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야기는 두 사실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죽음이 그 순간 지배가 끝난 이유인지, 길로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마주 달려오던 윌슨이 무엇을 알았는지는 모두 독자에게 남겨져 있습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기생충』은 길이가 짧아 한자리에서 읽을 수 있고, 일기의 날짜 순서를 따라가면 사건이 이어집니다. 처음 읽는다면 1장의 최면 시연과 쪽지, 2장 후반의 4월 7~8일 일기, 3장의 열쇠 장면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 세 대목에 이야기의 뼈대가 모여 있습니다. 읽을 때는 화자가 하나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길로이가 자기 판단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증오로 바뀐 감정이 어디까지 그의 것인지, 펜클로사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문장 사이에서 읽어 낼 수 있습니다. 과학을 자부하던 사람이 과학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 앞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부수는지 보는 이야기로 읽어도 좋고, 고딕 공포의 틀에 입은 지배와 의지의 우화로 읽어도 좋습니다.

ReadGem 앱 소개

ReadGem 앱은 세계 고전을 읽으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다국어 독서 플랫폼입니다.

원문과 번역을 문장별로 나란히 보여 주어 언어 간 표현을 비교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의 모든 문장을 TTS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의 서재는 퍼블릭 도메인의 오래 사랑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하며, 삽화가 실린 책도 많습니다.

ReadGem 앱은 독자와 함께 번역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읽다가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는 문장을 만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AI 앱에 그 문장의 새 번역을 요청하고 결과를 ReadGem에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안은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것(또는 여러 제안을 합친 것)이 모든 독자가 읽는 번역이 됩니다.

아직 번역이 없는 언어에서는 처음부터 AI와 함께 번역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본이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일이 그렇게 줄어듭니다.

『기생충』의 영어 원문을 ReadGem 앱에서 직접 들어 보세요.

모든 문장을 원어 음성으로 따라 들으며 이야기를 귀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은 Android와 iOS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