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86년 출간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지킬 박사와 하이드
런던의 점잖은 변호사가 친구 지킬의 유언장과 뒷골목 문 하나에서 시작해, 하이드라는 이름의 사내와 살인, 그리고 한 사람 안에 갇혀 있던 두 얼굴의 정체에 이르는 이야기
that man is not truly one, but truly two.
인간은 진정으로 하나가 아니라 진정으로 둘이라는 것.
My devil had been long caged, he came out roaring.
내 안의 악마는 오래 갇혀 있었고, 그는 포효하며 뛰쳐나왔다.
한눈에 보기
변호사 어터슨은 먼 친척 엔필드에게서 한 사내가 아이를 짓밟고도 태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내가 하이드라는 이름이며 친구 지킬 박사의 유언장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어터슨이 하이드를 직접 찾아 나서고, 지킬이 이를 덮어 달라고 부탁하고, 그 뒤 하이드가 캐루 경을 지팡이로 때려 죽이면서 사건은 커집니다. 이후 편지의 필적, 라니온 박사의 급작스러운 쇠약과 죽음, 창가에서 지킬의 얼굴에 번진 공포를 지나, 풀이 어터슨을 찾아오는 마지막 밤에 이야기는 서재의 닫힌 문 앞에 이릅니다. 끝에는 라니온의 수기와 지킬의 전체 진술이 이어져 모든 의문을 한꺼번에 풉니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보물섬』 (Treasure Island)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
한 권 요점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에 낸 중편소설입니다. 스티븐슨은 1850년에 태어나 1894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물섬』과 『유괴』 같은 모험 소설로도 이름이 높습니다. 이 책은 열 개의 절로 나뉘어 있습니다. 앞의 여덟 절은 변호사 어터슨의 눈으로 따라가는 추적이고, 9절은 라니온 박사의 수기, 10절은 지킬 자신의 진술입니다. 책의 줄기는 단순합니다. 하이드는 누구이며, 지킬 박사는 왜 그를 감싸는가입니다. 이야기는 이 질문을 쥔 채 런던의 낡은 문 앞에서 시작해, 닫힌 서재의 문 앞을 거쳐 한 사람의 고백으로 끝납니다.
줄거리
제1~3절: 문 하나, 하이드라는 이름, 지킬의 부탁
변호사 어터슨은 웃는 법이 없고 말수가 적지만 속정이 깊은 사람입니다. 타락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선량한 지인이 되는 일이 잦고, 그들이 방에 와도 태도를 바꾸지 않습니다. 그는 먼 친척 리처드 엔필드와 일요일마다 말없이 산책하는 것을 낙으로 삼습니다. 어느 날 런던의 번화한 뒷골목에서 창문 없이 낡고 더러운 건물의 문 하나가 눈에 띄고, 엔필드가 그 문에 얽힌 이야기를 꺼냅니다. 겨울 새벽 3시경 키 작은 사내가 달려오던 여덟아홉 살 소녀와 부딪히자 아이를 태연히 짓밟고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엔필드가 사내를 붙잡아 끌고 오자 아이의 가족과 의사까지 그를 죽이고 싶을 만큼 혐오했습니다. 사내는 위자료 100파운드를 내기로 하고 바로 그 문 안으로 들어가 금화 10파운드와 유명인의 서명이 든 수표를 가져왔고, 수표는 은행에서 진짜로 확인되었습니다. 엔필드는 협박을 의심해 그 집을 '블랙메일 하우스'라 부릅니다. 사내의 이름은 하이드였고, 어터슨은 수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안다는 기색을 보입니다. 두 사람은 이 일을 다시 입에 올리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그날 밤 어터슨은 금고에서 친구 헨리 지킬 박사의 유언장을 꺼냅니다. 지킬이 죽거나 석 달 넘게 행방불명이면 모든 재산이 '친구이자 은인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넘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어터슨은 이 유언장을 늘 못마땅해했는데, 이제 하이드의 악명을 알게 되어 불안이 더 커집니다. 지킬의 옛 친구 라니온 박사를 찾아가지만, 라니온은 십여 년 전부터 지킬의 '비과학적 헛소리' 때문에 사이가 멀어졌고 하이드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어터슨은 얼굴 없는 형상이 아이를 짓밟고 지킬의 침실로 다가가는 악몽에 시달리다 하이드의 얼굴을 직접 보겠다고 마음먹고 문 앞을 지킵니다. 어느 밤 작고 창백한 사내가 열쇠를 꺼내 문으로 다가오고, 어터슨이 말을 걸어 얼굴을 보여 달라고 청합니다. 하이드는 소호의 주소를 알려 주고 지킬이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말에 분노하며 문 안으로 사라집니다. 어터슨은 그가 사람 같지 않다고 느낍니다. 지킬의 집에서 집사 풀은 하이드가 실험실 쪽 열쇠를 갖고 있고 모두 그의 명령에 따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합니다.
보름쯤 뒤 지킬이 친한 지인들을 불러 저녁 모임을 엽니다. 손님들이 떠난 뒤 어터슨은 남아서 유언장 이야기를 꺼냅니다. 어터슨이 하이드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다고 하자 지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립니다. 지킬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하이드와 인연을 끊을 수 있다고 장담하며 이것은 사적인 일이니 덮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없어지면 하이드를 참아 주고 그의 권리를 챙겨 주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청합니다. 어터슨은 그를 좋아할 수는 없을 거라 하면서도 한숨을 쉬며 약속합니다.
제4~5절: 캐루 살인 사건, 편지와 필적
거의 일 년 뒤 10월, 런던이 잔혹한 살인 사건으로 발칵 뒤집힙니다. 달 밝은 밤, 혼자 사는 하녀가 창가에서 백발의 점잖은 노신사가 작은 사내에게 정중히 길을 묻는 모습을 봅니다. 그 작은 사내는 전에 주인집을 찾아온 적 있는 하이드였습니다. 하이드는 갑자기 미친 듯 화를 내며 지팡이로 노신사를 때려눕히고 짓밟아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날 정도였습니다. 피해자의 몸에서는 어터슨 앞으로 된 봉투가 나왔고, 어터슨은 시신이 하원의원 대버스 캐루 경임을 확인합니다. 부러진 지팡이 반쪽은 어터슨이 오래전 지킬에게 선물한 것이었습니다. 어터슨은 스코틀랜드 야드의 뉴코멘 경감을 소호의 하이드 집으로 안내합니다. 방은 호화로웠지만 급히 뒤진 흔적이 있었고, 벽난로에서 타다 남은 수표책과 지팡이의 나머지 반쪽이 나옵니다. 그러나 하이드는 사진 한 장 없고 가족도 찾을 수 없어, 목격자들이 일치하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기형적 인상뿐입니다.
어터슨은 오후에 풀의 안내로 실험실 건물을 지나 처음으로 지킬의 서재에 들어가 병색이 짙은 지킬을 만납니다. 지킬은 하이드와는 영원히 끝났다고 맹세하고, 하이드에게서 받았다는 편지를 보여 줍니다. 걱정 말라, 달아날 방법이 있다는 내용이고, 지킬은 봉투를 태웠으며 우체국 소인도 없었다고 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풀은 오늘 직접 전달된 편지는 없다고 말하고, 이는 편지가 지킬 본인의 서재에서 쓰였을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어터슨은 필적 감정에 밝은 서기 게스트와 포도주를 마시며 편지를 슬쩍 보여 줍니다. 마침 지킬의 만찬 초대장이 도착하자 게스트는 두 필적을 나란히 놓고 기울기만 다를 뿐 거의 똑같다고 말합니다. 홀로 남은 어터슨은 지킬이 살인자를 위해 위조를 했다는 생각에 오싹해합니다.
제6~7절: 라니온의 죽음, 창가의 얼굴
현상금이 걸렸지만 하이드는 종적을 감추고 그의 과거 악행만 드러납니다. 어터슨은 점차 안도하고, 지킬도 사교와 자선, 신앙에 힘쓰며 두 달 넘게 평온하게 지냅니다. 그러나 1월 중순 어터슨은 지킬의 집에서 거듭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라니온을 찾아가 보니 장밋빛이던 얼굴이 쇠하고 깊은 공포가 어려 있습니다. 라니온은 충격을 받아 회복할 수 없으며 몇 주 안에 죽을 것이라 하고, 지킬을 이미 죽은 사람으로 여긴다며 그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합니다. 지킬은 편지로 라니온과의 불화는 고칠 수 없고 자신은 이름 붙일 수 없는 형벌과 위험을 짊어졌으니 침묵을 존중해 달라고 합니다. 얼마 뒤 라니온이 숨지고, 장례 후 어터슨은 그가 남긴 봉투를 받습니다. 겉에는 '어터슨 혼자만 개봉할 것', 안의 봉투에는 '지킬 박사의 사망 또는 실종 전에는 열지 말 것'이라 적혀 있어 어터슨은 유언장의 실종 조항과 같은 말에 놀랍니다. 그는 직업적 명예 때문에 열지 않고 금고에 둡니다.
일요일 산책 중 어터슨과 엔필드는 다시 그 뒷골목의 문 앞을 지납니다. 엔필드는 이 문이 지킬 집의 뒷문이라는 것도 알아냈다고 합니다. 어터슨이 안뜰로 들어가 창문을 올려다보니 반쯤 열린 창가에 죄수처럼 슬프게 앉은 지킬이 있습니다. 지킬은 함께 산책하자는 청을 '도저히 안 된다, 감히 못 하겠다'며 거절하고, 여기서 이야기하자는 말에 웃음 짓다가 곧 말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이 얼굴에 번지고 창문이 쾅 닫힙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안뜰을 떠나고, 거리에 이르러서야 서로를 돌아보니 둘 다 얼굴이 질려 있고 눈에는 같은 공포가 어려 있습니다. 어터슨이 하느님, 우리를 용서하소서 하고 중얼거리자 엔필드는 심각하게 고개만 끄덕입니다.
제8절: 마지막 밤
3월의 거센 바람이 부는 저녁, 풀이 어터슨을 찾아와 지킬이 다시 서재에 틀어박혔고 무슨 나쁜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호소합니다. 어터슨이 따라가 보니 하인들이 모두 벽난로 앞에 모여 겁에 질려 있습니다. 풀이 서재 문을 두드려 어터슨이 왔다고 알리자 안에서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짓눌린 목소리가 나오고, 풀은 이것이 주인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일주일 내내 서재의 존재가 약을 구해 달라는 쪽지를 계단에 던졌고 풀이 약재상을 다 돌아다녔지만 번번이 순수하지 않다며 퇴짜를 맞았습니다. 풀은 가면을 쓴 작은 존재가 실험실 상자를 뒤지다 원숭이처럼 서재로 달아나는 것을 봤고, 주인은 키가 큰데 그것은 난쟁이 같았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은 도끼와 부지깽이를 들고 문을 부수기로 합니다. 어터슨이 소리치자 자비를 구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어터슨은 지킬의 목소리가 아니라 하이드의 것이라고 외칩니다. 다섯 번째 도끼질에 문이 열립니다. 방 안에는 지킬의 헐렁한 옷을 입은 하이드가 으깨진 약병을 쥔 채 경련하며 쓰러져 있고, 아몬드 같은 냄새로 보아 음독자살입니다. 지킬의 시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책상에서 어터슨 앞으로 된 봉투가 나옵니다. 새 유언장은 상속인이 하이드에서 어터슨으로 바뀌어 있고, 쪽지에는 라니온의 수기를 먼저 읽고 더 알고 싶으면 지킬의 고백을 읽으라고 쓰여 있습니다.
제9절: 라니온의 수기
라니온은 1월 9일 지킬에게서 등기 편지를 받습니다. 자기 목숨과 명예와 이성이 라니온에게 달렸다며, 오늘 밤 지킬의 서재 문을 열고 특정 서랍을 통째로 가져와 자정에 지킬의 이름으로 올 사람에게 넘겨 달라는 부탁입니다. 라니온은 지킬이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따릅니다. 서랍에는 흰 결정 가루, 핏빛 용액이 든 병, 날짜가 적힌 공책이 있었고, 공책에는 '더블', '완전한 실패!!!' 같은 메모가 있었습니다. 자정에 키 작은 사내가 몹시 큰 옷을 입고 찾아오는데, 라니온은 그에게서 본능적인 혐오와 소름을 느낍니다. 사내는 서랍을 보자 흐느끼며 안도하고, 가루와 용액을 섞어 보라색을 거쳐 녹색으로 변하는 혼합물을 만듭니다. 그는 라니온에게 지켜보겠느냐 물러나겠느냐 묻고, 라니온이 끝까지 보겠다고 하자 단숨에 마십니다. 사내는 몸이 부풀고 얼굴이 검게 변하더니 이윽고 창백하고 휘청이는 헨리 지킬이 눈앞에 서 있습니다. 라니온은 그 뒤 한 시간 동안 들은 도덕적 타락의 고백을 글로 옮길 수 없고, 충격으로 건강이 무너져 곧 죽을 것이라고 씁니다. 그날 밤 찾아온 존재는 지킬 자신의 고백에 따르면 하이드, 곧 캐루의 살인범이었습니다.
제10절: 헨리 지킬의 전체 진술
지킬은 부유하게 태어나 존경받기를 바랐지만 쾌락을 숨기며 이중생활을 해 왔고, 이 때문에 인간은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선과 악을 서로 다른 몸에 가둘 수 있다면 각자 편해질 것이라 믿고 약을 조제해 마십니다. 극심한 고통 뒤 그는 더 젊고 가볍고 방탕한 충동에 찬, 키 작고 추한 에드워드 하이드가 됩니다. 그것도 자신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약을 다시 마셔 지킬로 돌아옵니다. 그는 소호에 집을 얻고 유언장도 쓰고 하이드의 서명도 만들어 둡니다. 하이드는 점점 잔혹해졌지만 지킬은 모든 책임을 하이드에게 돌립니다. 어느 아침 지킬은 하이드의 손으로 깨어나 무의식 중에 변신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두 달 동안 하이드를 끊습니다. 그러나 유혹에 못 이겨 다시 마셨고, 풀려난 하이드가 캐루를 살해합니다. 지킬은 공포와 회개로 하이드를 영영 끊었다고 믿지만, 어느 날 공원 벤치에서 저절로 하이드로 변합니다. 라니온에게 도움을 청해 간신히 지킬로 돌아오지만, 이후 약 없이도 변신이 잦아지고 더 많은 약이 필요해집니다. 처음 쓰던 소금이 불순물 덕에 효과가 있었던 것이라 새 소금으로는 약이 듣지 않습니다. 지킬은 마지막 남은 가루로 이 진술을 쓰고, 곧 영원히 하이드가 될 것이며 하이드가 교수대에서 죽을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는 모르겠다고 쓴 뒤 고백을 끝맺습니다. 이로써 서재의 시신이 하이드였음이 설명되고, 어터슨이 읽는 대로 소설은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창문 없는 문
이야기는 인물이 아니라 건물 하나에서 시작합니다. 번화한 거리 한복판의 창문 없는 문은 런던이 겉으로 점잖은 도시라는 사실과, 그 뒤에 감춘 것이 있다는 사실을 한꺼번에 보여 줍니다. 엔필드는 그 집을 이렇게 부릅니다.
Black Mail House is what I call the place with the door
나는 문이 있는 그 집을 '블랙메일 하우스'라 부릅니다.
엔필드는 협박을 짐작하지만, 독자가 나중에 알게 되는 진실은 협박보다 훨씬 안쪽에 있습니다. 문은 하이드의 출입구이면서 지킬의 집 뒷문이라는 점에서, 한 사람의 두 얼굴이 한 건물의 앞뒤로 나뉜 모양을 이미 닮아 있습니다.
2. 웃지 않는 변호사
어터슨은 이 책의 렌즈입니다. 독자는 그의 눈으로 모든 단서를 보고, 그의 윤리로 판단을 미룹니다. 그의 말버릇은 관용의 이름이자 한계입니다.
I let my brother go to the devil in his own way.
나는 내 형제가 제 방식대로 악마에게 가게 내버려 둡니다.
그는 남의 악행을 꾸짖기보다 돕는 쪽이지만, 그 관용은 상대가 자기 일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지킬의 과거를 짐작하며 그가 속으로 되뇌는 말은 이 관용의 반대편을 드러냅니다.
there is no statute of limitations.
공소시효라는 것은 없다.
인간의 법에는 시효가 있어도 신의 법에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터슨은 친구를 믿으려 하면서도 옛 죄가 값을 치르러 돌아올 것이라 걱정하는 사람이고, 이 이중의 마음이 추적 전체를 끌고 갑니다.
3. 묻지 않는다는 규칙
엔필드는 이야기를 꺼내 놓고도 캐묻기를 꺼립니다. 그의 처세술은 이 소설에서 소문과 침묵의 문화를 요약합니다.
You start a question, and it’s like starting a stone.
질문을 던지는 건 돌을 굴리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the more it looks like Queer Street, the less I ask.
수상해 보일수록 나는 덜 묻습니다.
두 사람이 이 일을 다시 입에 올리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도 같은 문화의 일부입니다. 점잖은 사람들은 알아도 말하지 않습니다. 하이드가 오래 숨어 있을 수 있었던 바탕이 바로 이 침묵입니다. 그리고 어터슨이 이 침묵을 깨고 묻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소설은 추리가 됩니다.
4. 아이를 짓밟은 사내
첫 장면은 하이드의 성격을 한 번에 보여 줍니다. 엔필드는 그가 아이를 짓밟은 모습을 이렇게 전합니다.
the man trampled calmly over the child’s body
그 사내는 아이의 몸 위를 태연히 짓밟고 지나갔습니다.
It wasn’t like a man; it was like some damned Juggernaut.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무슨 빌어먹을 저거노트 같았어요.
저거노트는 앞을 가로막는 것을 깔아뭉개는 거대한 힘을 뜻합니다. 아이를 해치고도 흔들리지 않는 하이드는 악의라기보다 무감각처럼 보입니다. 엔필드는 그가 주위의 증오 앞에서도 한 가지 태도를 잃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carrying it off, sir, really like Satan.
그걸 넘기는 모습이, 정말 사탄 같았습니다.
이 장면에서 눈여겨볼 점은 의사까지 살의를 느꼈다는 대목입니다. 하이드는 처음부터 한 사람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모두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5. 설명할 수 없는 기형
이 책은 하이드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지 않습니다. 목격자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하는데, 정작 어디가 이상한지는 아무도 짚지 못합니다. 엔필드는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something displeasing, something down-right detestable.
불쾌한 무언가, 그야말로 혐오스러운 무언가.
어터슨이 얼굴을 직접 본 뒤의 정리도 같은 방향입니다.
an impression of deformity without any nameable malformation
딱히 이름 붙일 수 있는 기형은 없는데도 기형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the man seems hardly human!
그 사내는 거의 사람 같지 않아 보인다!
묘사의 빈틈이 오히려 효과를 만듭니다. 독자는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사내를 각자의 두려움으로 채우게 됩니다. 이 점은 나중에 지킬이 하이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와 이어집니다. 하이드가 불쾌한 이유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선이 섞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6. 시크 씨의 추적
어터슨의 집념은 말장난으로 압축됩니다. 하이드를 찾아 문 앞을 지키면서 그는 이렇게 다짐합니다.
I shall be Mr. Seek.
내가 시크(찾는 자) 씨가 되겠다.
하이드(Hyde)가 숨는다(hide)면 자신은 찾는다(seek)는 이름 놀이입니다. 변호사의 직업적 냉정함이 처음으로 사적인 집념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그는 유언장을 다시 꺼내 읽으며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 여겼다가 이제는 더 나쁜 것을 의심합니다.
now I begin to fear it is disgrace.
이제는 이것이 불명예일까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어터슨의 두려움은 하이드가 지킬의 재산을 노린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킬 자신의 과거로 향합니다. 추적하는 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범인의 정체보다 그것이 자기 친구와 맺은 관계입니다.
7. 지킬의 부탁
저녁 모임 뒤 서재에서 지킬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도 한 가지를 장담합니다.
the moment I choose, I can be rid of Mr. Hyde.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순간 하이드 씨를 떼어 낼 수 있어.
이 장담은 훗날 거짓으로 드러납니다. 지킬의 진술에 따르면 끊으려던 쪽은 오히려 끌려갔습니다. 그러나 이 대목의 목적은 장담의 진위가 아니라 그가 하이드를 감싸는 방식입니다. 지킬은 친구가 하이드를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채 이렇게 청합니다.
I only ask for justice
나는 정의만을 바랄 뿐이야.
어터슨은 약속하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I can’t pretend that I shall ever like him
그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말 못 하겠네.
지킬은 하이드를 변호하는 사람이고 어터슨은 약속에 묶인 사람입니다. 이 약속이 책의 남은 부분에서 어터슨을 움직이는 족쇄가 됩니다.
8. 캐루 경 살인과 지팡이
살인 장면은 짧고 거칠며, 이유가 없습니다. 노신사는 정중히 길을 물었을 뿐이고, 하이드는 갑자기 폭발합니다.
with ape-like fury, he was trampling his victim under foot
그는 원숭이 같은 격노로 피해자를 발로 짓밟고 있었다.
1절의 아이 장면과 같은 동작이 되풀이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합니다. 하이드는 무엇을 하든 상대를 짓밟는 존재로 일관되게 그려집니다. 조사 과정에서 가장 묘한 단서는 하이드의 방입니다. 호화롭지만 급히 뒤진 흔적이 있고 사진도 가족도 없습니다. 그의 정체는 서류 위에서는 텅 비어 있습니다. 피해자에게는 소지품이 그대로 있었다는 사실도 의미가 있습니다.
A purse and gold watch were found upon the victim
피해자에게서는 지갑과 금시계가 나왔다.
돈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하이드의 폭력에는 동기가 없고, 그래서 더 설명할 수 없습니다.
9. 필적과 위조
편지 한 통이 사건의 방향을 바꿉니다. 풀이 직접 전달된 편지는 없었다고 말하는 순간, 하이드의 편지가 지킬의 집 안에서 쓰였다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게스트가 두 필적을 나란히 놓고 거의 같다고 하자 어터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Henry Jekyll forge for a murderer!
헨리 지킬이 살인자를 위해 위조를 하다니!
어터슨은 가장 그럴듯한 설명으로 달려갑니다. 지킬이 살인범을 감싸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훨씬 이상하지만, 독자와 어터슨은 아직 그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이 장면이 영리한 점은 진실에 가장 가까운 단서(두 필적이 비슷하다)를 쥐고도 가장 평범한 결론으로 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10. 라니온의 몰락
장밋빛 얼굴의 라니온이 몇 주 만에 무너져 있습니다. 어터슨이 알아챈 것은 육체의 쇠약보다 그 눈빛입니다.
The rosy man had grown pale
혈색 좋던 사람이 창백해져 있었다.
라니온은 어터슨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대신 죽기 전 수기를 남깁니다. 그 수기에서 그는 자신이 본 것의 무게를 이렇게 적습니다.
My life is shaken to its roots
내 삶은 뿌리까지 흔들렸다.
I shall die incredulous.
나는 믿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라니온은 과학자이고, 지킬과 갈라선 이유도 그의 실험을 비과학적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이 눈앞에서 변신을 보고 믿음이 아니라 파멸을 얻었습니다. 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확인하려는 이성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만났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이 인물이 보여 줍니다.
11. 창가의 공포
제7절은 가장 짧고 가장 조용한 장면입니다. 지킬은 창가에서 잠시 평범하게 웃다가 곧 표정이 무너지고 창문이 닫힙니다. 설명은 없습니다. 어터슨과 엔필드는 말없이 안뜰을 떠나고, 거리에서 서로를 봅니다.
an answering horror in their eyes
서로의 눈에 같은 공포가 어려 있었다.
어터슨은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God forgive us, God forgive us,” said Mr. Utterson.
"하느님, 우리를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어터슨 씨가 말했다.
두 사람은 본 것을 말하지 못합니다. 첫 장면에서 엔필드가 세운 묻지 않는 규칙이 여기서 마지막으로 작동합니다. 이번에는 점잖은 침묵이 아니라 두려움이 입을 막은 것입니다.
12. 마지막 밤, 닫힌 문
풀의 이야기가 책의 긴장을 최고점에 올려놓습니다. 그는 문 안의 존재가 주인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that thing in the mask was never Dr. Jekyll
가면을 쓴 그것은 결코 지킬 박사가 아니었습니다.
또 그는 서재 안에서 들은 소리를 이렇게 옮깁니다.
Weeping like a woman or a lost soul
여자처럼, 혹은 길 잃은 영혼처럼 울고 있었습니다.
풀이 보여 주는 증거는 하나같이 일상적입니다. 계단에 던져진 쪽지, 번번이 퇴짜 맞은 약, 순수하지 않다는 이유. 쪽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find me some of the old
예전 것을 좀 구해 줘.
문을 부수기 직전, 어터슨은 문 너머 목소리를 알아봅니다.
Ah, that’s not Jekyll’s voice—it’s Hyde’s!
아, 지킬의 목소리가 아니야. 하이드의 목소리다!
이 장면에서 독자는 약이 순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의 의미를 아직 모릅니다. 9절과 10절을 읽은 뒤에야 풀의 하찮은 불평이 사건 전체의 열쇠였음을 알게 됩니다.
13. 라니온의 밤: 약을 마시다
라니온의 수기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장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기록입니다. 하이드가 서랍을 받고 안도하며 혼합물을 만든 뒤, 라니온에게 선택을 요구합니다. 물러나겠는가, 지켜보겠는가. 그가 내놓는 미끼는 이렇습니다.
a new province of knowledge and new avenues to fame and power
새로운 지식의 영토와 명성과 권력으로 향하는 새 길.
라니온은 지켜보겠다고 하고, 곧 눈앞에 선 인물이 달라집니다.
there stood Henry Jekyll!
거기에 헨리 지킬이 서 있었다!
하이드가 자신을 지킬이라고 설명하는 대신 직접 변신해 보인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라니온은 믿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없고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이 확인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14. 하나가 아니라 둘
지킬의 진술은 이 소설의 주제를 직접 말하는 대목입니다. 그는 평생 이중생활을 하다가 하나의 결론에 이릅니다.
that man is not truly one, but truly two.
인간은 진정으로 하나가 아니라 진정으로 둘이라는 것.
요점은 인간 안에 선과 악이 섞여 있다는 평범한 말이 아닙니다. 지킬은 그 둘을 서로 다른 몸에 가둘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한 쪽은 죄책감에서, 악한 쪽은 양심에서 풀려난다는 계산입니다. 처음 하이드의 모습을 거울로 본 그의 반응은 놀랍게도 혐오가 아니라 인정이었습니다.
This, too, was myself.
이 또한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하이드가 왜 그렇게 불쾌한지에 대한 해명이 나옵니다.
Edward Hyde, alone in the ranks of mankind, was pure evil.
에드워드 하이드는 인류 가운데 홀로 순수한 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선과 악이 뒤섞여 있지만 하이드는 악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목격자들이 설명하지 못했던 기형의 인상은 선이 섞이지 않은 존재를 본 데서 온 반응이었던 셈입니다.
15. 고백과 풀려난 악
지킬은 약을 마시는 일을 어떻게 느꼈는지 솔직하게 씁니다. 몸을 갈아입는 것은 외투를 걸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to assume, like a thick cloak, that of Edward Hyde
두꺼운 외투처럼 에드워드 하이드의 몸을 걸치는 것.
하이드로 지내는 동안 그는 자신의 쾌락을 즐기고, 지킬로 돌아와서는 모든 책임을 하이드에게 돌립니다. 그러나 오래 가둬 둔 악은 점점 거세집니다. 캐루 살인은 그 폭발이었습니다.
My devil had been long caged, he came out roaring.
내 안의 악마는 오래 갇혀 있었고, 그는 포효하며 뛰쳐나왔다.
이어 변신은 지킬의 뜻을 벗어납니다. 약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어느 아침 그는 하이드의 손으로 눈을 뜹니다.
Yes, I had gone to bed Henry Jekyll, I had awakened Edward Hyde.
그렇다, 나는 헨리 지킬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에드워드 하이드로 깨어났다.
마지막 대목에서 지킬은 하이드에게 연민 비슷한 감정까지 품지만, 이 진술이 하이드의 손에 찢길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소설은 해결이 아니라 고백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약이 듣지 않았던 이유가 사소한 불순물이라는 사실은, 이 모든 비극이 정교한 이론이 아니라 우연한 재료 위에 서 있었음을 말해 줍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열 개의 절로 이루어진 짧은 책이고, 절마다 하나의 장면이 선명해서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1절(문 이야기), 2절(미스터 하이드를 찾아서), 4절(캐루 살인 사건), 8절(마지막 밤)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후 9절의 라니온 박사의 이야기와 10절의 지킬 박사의 진술이 책의 중심입니다. 스티븐슨은 사건을 어터슨의 시선으로 천천히 쌓아 올린 뒤 마지막 두 절에서 한꺼번에 답을 내놓습니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추리 소설처럼 따라가게 되고, 다시 읽으면 엔필드의 규칙, 어터슨의 약속, 풀의 쪽지가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하이드의 정체를 알고 읽는 두 번째 독서에서는 지킬이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달리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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