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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912년 출간

The Man with the Black Feather

검은 깃털을 가진 남자

은퇴한 고무도장 제조업자가 감옥 지하에서 이백 년 전 자기 필적의 쪽지를 찾아내고, 대도둑 카르투슈의 환생이라는 사실과 싸우며 파리를 뒤흔드는 소동극

I am not a sceptic; I am a philosopher.

나는 회의주의자가 아니라 철학자다.

Surely you’re not going to teach this gentleman how he died!

설마 이 신사분께 그분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가르치려는 건 아니시겠죠!

한눈에 보기

고무도장으로 부자가 된 소심한 시민 테오프라스토스 롱게는 아내 마르셀린, 친구 아돌프 레카무스와 콩시에르주리를 구경하다가 갑자기 전혀 다른 목소리로 변해 지하실에서 1721년의 쪽지를 꺼낸다. 필적은 그의 것이었고, 아돌프는 그가 대도둑 카르투슈의 환생이며 때때로 '검은 깃털'이 돋아난다고 진단한다. 초상화와 밀랍 가면, 보라색 고양이 소동과 귀를 자르는 밤, 신령술사 엘리파스 드 라 녹스의 '영혼 수술', 신문을 장식한 새 카르투슈의 범죄, 사라진 급행열차와 지하 묘지의 추리, 그리고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진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한 권 요점

The Man with the Black Feather

『검은 깃털을 가진 남자』는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로, 1912년에 영어판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르루는 1868년에 태어나 1927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오페라의 유령』으로 이름이 높지만 이 책은 공포보다 소동과 익살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구성은 서문과 28장입니다. 화자는 신문사 『르 마탱』의 기자로, 어느 날 백단향 상자를 두고 사라진 낯선 남자 덕분에 한 고무도장 제조업자의 유고 원고를 읽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이야기의 시간은 1911년의 파리이고, 소재는 환생입니다. 평범한 시민이 이백 년 전 실존했다고 알려진 대도둑 루이 도미니크 카르투슈(1693~1721)의 영혼이라는 설정에서, 책은 정직한 소시민과 도둑의 영혼이 한 몸 안에서 벌이는 충돌을 끝까지 웃음으로 밀고 갑니다. 핵심 장치는 '검은 깃털'입니다. 다윈의 비둘기 실험에서 가져온 이 말은 먼 조상의 형질이 다시 나타나는 순간을 뜻하며, 책에서는 카르투슈가 깨어나는 신호로 쓰입니다.

줄거리

서문, 제1~3장: 백단향 상자, 감옥 지하의 쪽지, 1721년의 필적

서문에서 신문 기자인 화자는 대기실에서 검은 옷의 절망한 남자를 만납니다. 남자는 무릎 위의 상자를 책상에 내려놓고 친구 테오프라스토스 롱게가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한 뒤, 롱게는 죽었고 자신은 유언 집행자라고 밝히고 사라집니다. 상자에는 원고 뭉치가 들어 있었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증거가 남아 있어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화자는 적습니다. 제1장은 6월 16일, 은퇴한 지 일주일 된 고무도장 제조업자 테오프라스토스가 아내 마르셀린, 친구 아돌프 레카무스와 감옥 콩시에르주리를 관람하는 장면입니다. 소심한 그는 용감한 아돌프를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고문실이 약국으로 바뀐 것을 두고 그는 "더 인도적이다"라고 말하지만, '짚의 골목'에 이르자 갑자기 전혀 다른 목소리로 "짚 위에서 자 본 적이 있다"고 외치고, 안내인에게 철창을 열라고 명령한 뒤 어둠의 지하실로 사라졌다가 "시몽 오베르뉴냐"라고 부르며 돌아옵니다. 문을 나서며 "수레바퀴를 피해야 한다"고 중얼거리지만 지나가는 마차는 없었습니다.

제2~3장은 그의 회고록입니다. 그는 상상력을 싫어하는 건전한 시민이고, 영매술에 빠진 친구를 놀려 왔다고 쓴 뒤, 지하에서 손이 저절로 돌 틈을 파 낡은 쪽지를 꺼냈다고 적습니다. 쪽지의 얼룩진 글씨는 분명히 자기 필적이었습니다. 내용은 "배신의 4월 1일 뒤에 내 보물을 묻었다. 쇼피네트에서 바람을 쐬고 닭과 담즙을 보라. 그 자리를 파면 부자가 된다"는 취지의 암호 같은 문장입니다. 필적 감정가인 위층 이웃 페티토 씨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같은 손이라고 단언하고, 사촌 암브로스는 종이를 불에 비춰 '가시 면류관' 워터마크를 확인해 1721년의 종이라고 말합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자신이 국사범으로 갇혔던 높은 신분의 인물이었으리라 믿고 역사서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결혼기념일 만찬에서 아돌프는 윤회설을 장황하게 강의하고, 손님들이 샴페인을 기다릴 때 테오프라스토스는 벌떡 일어나 속어 가락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아내를 '마리앙투아네트'라 부르고 식탁에 올라 접시를 박살 냅니다. 손님들은 달아납니다.

제4~8장: 검은 깃털, 소매치기, 카르투슈의 초상

다음 날 부부는 아돌프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아돌프는 필적이 그의 성격과 정반대로 날카롭고 야심 차다는 점을 근거로 '또 다른 사람'의 필적이라 진단합니다. 샹젤리제에서 아돌프는 이를 '검은 깃털'이라 설명합니다. 다윈이 비둘기를 여러 세대 키우다 같은 검은 깃털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았듯, 환생한 영혼도 어느 순간 본래 모습으로 자기를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그때 아돌프의 친구인 경찰 위원 미프루아가 합류하고, 저녁 식사 뒤 미프루아는 지갑과 손수건이 사라졌음을 알아챕니다. 그런데 테오프라스토스의 주머니에서 그의 것이 나오고, 시계 셋, 손수건 여섯, 지갑 열여덟 개까지 쏟아집니다. 그는 낙담하며 "내가 검은 깃털을 맞았다"고 말합니다. 아돌프는 쪽지 첫 줄 "I rt uried"의 'rt'가 무엇의 약자인지 내일 알려 주겠다고 합니다. 이튿날 아침 테오프라스토스는 도둑 은어를 섞어 말하다가 아내가 자기를 '아이'라 부르자 화를 내고, 길에서 페티토를 만나 옛 주막에서 자신의 목에 현상금이 걸렸던 이야기와, 밀고자를 해쳤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아 그를 도망치게 합니다. 아돌프가 데려간 게네고 거리의 집에는 죄수복 차림의 사내 초상화가 있었고, 테오프라스토스는 "내 초상화다"라고 말한 뒤 그것이 18세기 대도둑 카르투슈의 초상이라는 말에 기절합니다.

에스블리의 별장 '푸른 파도 빌라'에서 아돌프는 카르투슈의 생애를 정리해 들려줍니다. 1693년 파리 통 만드는 집에서 태어나 집시에게 납치되고, 돌아온 뒤 여자에게 빠져 아버지의 돈을 훔치고, 아버지가 교정 시설에 보내려 하자 달아나 소매치기와 병사 모집책 일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도둑 두목이 되어 파리에서만 삼천 명을 거느리고 직접 손으로 백오십 건을 저질렀다고 전해진다고 아돌프는 말합니다. 생제르맹 성에 있다는 밀랍 가면을 보러 가지만 도서관이 닫혀 있어 보지 못하고, 숲에서 테오프라스토스는 카르투슈의 과거를 자랑스럽게 회상합니다. 기차역에서 아돌프가 가장 놀랍냐고 묻자 그는 전화나 에펠탑이 아니라 "경찰"이라고 답합니다.

제9~11장: 보라색 고양이, 귀를 자른 밤, 그레브 광장

파리 집에 돌아온 밤, 서재 책상 위의 보라색 고양이 인형이 가르랑거리고 자리를 옮기는 소동이 이어져 부부는 겁에 질립니다. 알고 보니 위층의 페티토 부부가 보물의 암호를 풀려고 한밤에 몰래 들어와 인형을 만졌고, 인형 속 구슬이 구르면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들켜 버린 페티토를 테오프라스토스는 부엌으로 끌고 가 귀를 잘라 냅니다. 마르셀린은 충격에 이혼을 말하고, 그는 자신이 카르투슈임을 고백합니다. 이튿날 아돌프와 걷던 그는 그레브 광장의 붉은 포석을 보고 걷지 못하는 이유를 깨닫습니다. 처형 장소였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카르투슈가 이곳에서 수레바퀴형을 당했다고 하지만 그는 "나는 몽포콩 교수대에서 죽었다. 목이 매달린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기록은 카르투슈가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으니 처형장에서 공범을 불었다는 정설은 거짓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집 창으로 들어가 시몽 오베르뉴를 '기둥의 받침'으로 삼았던 곡예를 아돌프의 어깨 위에서 재연하다가 놀란 노부인의 비명을 부릅니다.

제12~16장: 빛의 사람과 영혼 수술

아돌프는 위셰트 거리의 집으로 그를 데려갑니다. 벽에 신비주의자의 이름이 가득한 이곳의 주인은 신령술사 엘리파스 드 생엘름 드 타유부르 드 라 녹스로, 마르셀린이 입회한 '뉴매틱 클럽'의 우두머리입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고무 산업의 사교 클럽인 줄 알고 아내를 가입시켰다고 합니다. 녹스는 "너는 이제 테오프라스토스 롱게이고 지금은 1911년이다"라며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현재를 살라고 설득하고, 그는 감동해 "카르투슈는 쫓겨났다"고 외칩니다. 그러나 시계 시각 문제로 아돌프와 말다툼하다 "틀리면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석기 도끼를 들자 녹스는 "이제 늦었다, 그를 죽이는 수밖에 없다"고 선언합니다. 곧 이어진 수술은 아돌프가 클럽에 쓴 기록으로 전해집니다. 지하 실험실에서 녹스가 그를 잠재우고 1721년 4월 1일로 데려가자, 그는 잠든 채 카르투슈의 마지막 몇 달을 말합니다. 배신당하며 동료를 의심하던 날들, 같은 해 10월의 체포와 그랑 샤틀레 감옥 생활이 이어집니다. 고문대 앞에서 그는 "고문은 카르투슈가 받는데 비명은 내가 지른다"고 외칩니다.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하얗게 세고, 그는 몽포콩 납골당에 던져진 카르투슈의 눈으로 달빛을 보고 "죽음의 빛나는 어둠으로 들어간다"고 말합니다. 깨어난 그는 "카르투슈는 죽었다"고 말하지만 두 다리에는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녹스는 자신의 자만을 한탄하며 무너져 웁니다.

제17~19장: 송아지 머리, 저녁 신문, 송아지의 복수

여섯 주 넘게 앓은 그는 회복하며 놀랄 만큼 평온해지고, 부부는 '검은 깃털이 영원히 뽑혔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산책길에 정육점 주인 후드리와 친해져 도살장을 드나들고, 어느 날 송아지 머리를 우산에 넣어 집에 가져옵니다. 도미노 놀이를 하던 저녁 그는 신문에서 「카르투슈는 죽지 않았다」라는 기사를 읽습니다. 기사는 최근 보름간 밤마다 일어난 기이한 범죄가 18세기 카르투슈의 행적을 그대로 닮았다고 전합니다. 귀부인의 방에 발코니로 들어와 저녁을 청한 흰머리의 사내, 바크 거리 카페에서 경관들을 쓰러뜨리고 지붕으로 달아난 사내, 게네고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학생, 과자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주인이 그것입니다. 마지막은 후드리가 자기 도살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이를 태연하게 해설하며 읽고, 질린 마르셀린과 아돌프는 방 구석으로 물러났다가 어느새 사라지고, 문은 밖에서 잠겨 있습니다. 그는 굴뚝으로 지붕에 올라 차가운 밤비 속에서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제20~24장: 사라진 급행열차와 지하 묘지

지붕 위에서 그는 자기 안의 검은 깃털이 다시 자랐음을 인정하고, 아내와 친구를 위해 멀리 떠나기로 합니다. 철길 옆 마을에서 만난 페티토 부인은 남편이 보물을 찾았고 국경 너머로 가는 급행열차에 타고 있다고 분풀이하듯 말합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곁가지 선로의 열쇠가 자물쇠에 꽂힌 것을 보고 전철기를 돌려 열차를 세우려 합니다. 그러자 역 사이의 열차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찾아 나선 철길에 객차 하나와 차장 칸만 나타나며, 귀 없는 페티토가 창에 머리가 낀 채 숨져 있고 옷은 벗겨져 있습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그 옷을 입고 서류를 뒤져 보물 단서를 찾지만 허탕이며, 고개를 들자 객차는 이미 없습니다. 그는 자기 옷을 강가에 두어 자살한 것처럼 꾸미려 파리에 돌아오지만, 미프루아가 그를 알아보고 쫓다가 두 사람 모두 인부가 벽돌로 막고 있던 공사 구멍으로 지하 묘지에 떨어집니다. 어둠 속에서 미프루아는 도면을 보고 몇 분 만에 풀이를 내놓습니다. 열차는 곁가지 선로의 모래 구덩이로 들어갔고, 마지막 객차만 끊겨 되돌아 내려왔으며, 테오프라스토스가 열차를 못 본 것은 감기 때문에 재채기하는 몇 초 동안 귀가 먹은 데다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제25~28장: 지하 묘지의 삼 주, 작별, 영원한 유배

두 사람은 전등 몇 개와 햄 한 덩이를 들고 삼 주 동안 걷습니다. 미프루아는 지하 묘지의 길이와 역사를 강의하고, 테오프라스토스는 플레처식으로 천천히 씹어 먹는 방식을 가르치며, 개울에서 눈 없는 작은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 날것으로 먹습니다. 열이레째 밤 해골이 가리키는 길 끝에서 납골당의 촛불을 만나고, 오케스트라가 쇼팽과 생상스를 연주하는 연회장을 지나 지상으로 나옵니다. 미프루아는 "내 임무는 카르투슈를 체포하는 것이었는데 카르투슈는 더 이상 없고 롱게 씨는 내 친구"라며 체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헤어지려는 순간 테오프라스토스가 "당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하겠다"며 1721년 부시 교차로에서 한 사건을 들려주고 "카르투슈 여기 있다!"라고 외치자, 미프루아는 반사적으로 도망칩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암브로스의 집에서 지내며 회고록을 쓰고, 백단향 상자를 구해 완성된 원고를 담은 뒤 푸른 파도 빌라로 갑니다. 창 너머로 마르셀린과 아돌프가 연인처럼 앉아 입 맞추는 것을 본 그는 눈물로 체념하려다 다시 검은 깃털이 솟구쳐 창으로 뛰어듭니다. 아돌프는 종 끈에 묶인 채 위층의 기척을 듣고, 이십 분 뒤 내려온 테오프라스토스는 여행 가방을 메고 "센강 시청 다리 근처에 이 가방을 두고 영원한 유배를 떠난다"며 작별합니다. 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책이 말하지 않으며, 마르셀린이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도 적지 않습니다. 아돌프는 누구도 다시 보지 못했고, 서술자는 그가 바그다드를 순찰하는지 시카고에서 고무도장 사업을 키우는지 묻고 책을 닫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백단향 상자

서문은 이 모든 이야기를 기록으로 포장합니다. 기자가 상자를 받기를 거절하자 전달자는 이렇게 답하고,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덧붙입니다.

M. Theophrastus Longuet is dead; and I am his executor.

테오프라스토스 롱게 씨는 죽었고, 저는 그의 유언 집행자입니다.

기자가 이 원고를 믿게 된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증거가 있다는 점이고, 그가 남긴 이유는 더 엉뚱합니다. 롱게가 이 신문 기자를 고른 까닭은 "더 단단한 지성"을 가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진지한 증언처럼 내미는 이 틀이 책 전체의 어조를 정합니다. 마지막에 암브로스의 집에서 백단향 상자가 어떻게 마련되었는지가 암시되면서 이 틀은 이야기 속 사건으로 돌아옵니다.

2. 콩시에르주리의 다른 목소리

첫 장의 롱게는 자기 계발을 하러 온 시민이고, 역사를 책으로만 배운 사람의 상투적인 문장을 뽐냅니다.

The monuments of the Past are the Book of History,

과거의 기념물은 역사의 책이다.

안내인의 증언이 이 장의 재미입니다. 롱게가 갑자기 쓰는 새 목소리는 안내인을 얼어붙게 하고, 어둠 속 지하실로 뛰어 내려가게 합니다. 그가 문을 나서며 남기는 말도 마찬가지로 설명이 없습니다.

We must avoid the wheel.

수레바퀴는 피해야 한다.

'수레바퀴'는 나중에 처형 방식이었음이 드러납니다. 르루는 독자에게 수수께끼 조각을 먼저 쥐여 주고, 몇 장 뒤에 같은 말을 다시 꺼내 웃음과 섬뜩함을 함께 돌려줍니다.

3. 쪽지와 필적

롱게는 자기를 이렇게 변호하면서 회고록을 시작합니다.

I am not a sceptic; I am a philosopher.

나는 회의주의자가 아니라 철학자다.

이 철학자는 지하의 쪽지 앞에서 무너집니다. 이 소설의 첫 번째 공포는 외부의 괴물이 아니라 자기 글씨입니다.

I RECOGNISED MY OWN HANDWRITING.

나는 내 필적을 알아보았다.

감정가 페티토는 과장된 말투로 이를 확인합니다.

it’s as sharp as the blade of a knife!

그건 칼날처럼 날카롭습니다!

착한 사람의 소심한 글씨라고 믿었던 것이 칼날 같다는 말은 이후 롱게의 이중성을 압축합니다. 필적이 성격과 정반대라는 점이 곧 '다른 사람'이 있다는 근거가 되고, 논리는 우스꽝스럽지만 소설 안에서는 끝까지 통용됩니다.

4. 환생 강의와 만찬

아돌프는 환생을 과학처럼 설명하는 인물입니다. 만찬 손님들 앞에서도 확신에 차 있습니다.

Nothing is lost in nature

자연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플라톤을 말 그대로 인용한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To learn is nothing else but to remember.

배운다는 것은 기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손님들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그렇군요"라고 답합니다. 아돌프의 현학과 청중의 시늉이 짝을 이루는 이 장면 뒤에 곧 롱게가 식탁에 올라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가 부르는 가사는 이렇습니다.

Then guzzle, cullies, and booze away Till Gabriel’s trump on Judgment Day!

그러니 마셔라, 친구들아, 최후의 심판의 나팔이 울릴 때까지!

1721년의 도둑 노래가 1911년 교외 정원의 천막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책의 장르는 심령 추리에서 소동극으로 확정됩니다.

5. 검은 깃털 이론

아돌프는 다윈의 비둘기를 영혼에 끌어다 씁니다. 검은 깃털이란 영혼이 본래의 모습으로 말하는 순간입니다.

It’s the Other who remembers the Other!

'다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롱게는 이 설명을 기쁨에 차서 받아들입니다.

I shall have my Black Feather when I’m the Other!

내가 '다른 사람'이 될 때 나는 나의 검은 깃털을 갖게 된다!

그는 이 말을 보물 추적의 열쇠로 이해하지만, 검은 깃털이 돋는 순간이 곧 범죄의 순간이라는 사실은 몇 쪽 뒤에야 알게 됩니다. 마르셀린이 아돌프의 설명 방식을 놀리는 장면("이해하시죠?"라는 말만 나오면 눈앞이 깜깜해진다)도 책이 지식인의 허세를 얼마나 가볍게 다루는지 보여 줍니다.

6. 소매치기와 경찰 위원

미프루아 위원은 자신이 지키는 사람 곁에서는 소매치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랑합니다. 그 자신의 지갑이 사라진 뒤, 테오프라스토스의 주머니에서 쏟아진 물건들을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My pockets are quite empty,

내 주머니는 완전히 비어 있어.

이 대사의 우스움은 그가 방금 주머니를 모두 뒤집어 비웠다는 데 있습니다. 이튿날 아침 그는 직업 교육자의 말투로 한 수 가르칩니다.

It’s the work of a child to take a purse out of a pocket.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건 아이도 하는 일이야.

테오프라스토스가 전날의 일을 정직한 시민의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그는 훔친 물건을 곧바로 경찰에 돌려주라고 말합니다. 이 소설에서 롱게의 도덕심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흔들리는 것은 그의 몸을 조종하는 시간입니다.

7. 카르투슈의 얼굴

어두운 방의 촛불 아래에서 아돌프는 초상화를 보여 줍니다.

the portrait of that great eighteenth-century king of thieves, CARTOUCHE!

18세기의 위대한 도둑의 왕, 카르투슈의 초상!

롱게는 기절했다가 깨어나 첫마디로 "아내에게는 말하지 마, 아돌프!"라고 애원합니다. 이어지는 장에서 아돌프가 읽어 주는 카르투슈의 생애는 롱게의 반응이 하나하나 끼어들기 때문에 전기와 만담이 섞입니다. 집시에게 납치된 소년을 동정하고, 연애 때문에 몰락하는 청년을 변호하다가, 정작 삼천 명을 거느린 두목이 직접 백오십 건을 저질렀다고 하자 그는 놀라기는커녕 "꽤 큰 집안이었군" 하고 은근히 뿌듯해합니다. 이 낙차가 소동극의 연료입니다. 밀랍 가면을 만지고 싶어 하는 그의 욕망은 공포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평범한 사람의 면모입니다.

8. 정직한 시민의 변명

롱게는 자신이 카르투슈임을 알면서도 도덕적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소매치기 사건의 충격에서 조금 벗어난 그는 사태를 이렇게 정리해 보기도 합니다.

Perhaps after all, in those days, it was a parlour game.

어쩌면 그 시절에는 결국 그런 게 응접실 놀이였을지도 몰라.

아돌프가 전하는 카르투슈의 신조에도 롱게는 호감을 품습니다.

no one ought to be robbed twice on the same night

같은 밤에 두 번 털려서는 안 된다.

살인을 변호하는 이 아이러니는 롱게가 책 전체에서 계속 쓰는 화법입니다. 자신의 이중성을 끝까지 정당화하는 사람의 말이 웃기고 섬뜩하며, 그에게 공감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만큼은 선하려고 애쓰기 때문입니다.

9. 보라색 고양이

한밤의 집은 이 소설에서 가장 정교한 코미디 장치입니다. 부부는 소리의 정체를 모르고 공포에 떨고, 독자는 소리의 이유를 곧 알게 됩니다.

It’s the purring of the violet cat.

보라색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소리야.

르루는 이 장면에서 화자의 목소리로 능청스러운 일반론을 폅니다. 한밤 집 안의 이상한 소리를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n inexplicable noise, at night, in a flat

한밤중 집 안의 설명할 수 없는 소리

다음 장은 같은 사건을 위층의 도둑 쪽에서 되풀이합니다. 한쪽에서는 공포였던 소리가 다른 쪽에서는 안도였고, 한쪽의 안도가 다른 쪽의 공포였다는 시점 뒤집기가 효과적입니다. 결국 들킨 페티토를 앞에 두고 롱게가 보이는 침착함은 우스운 동시에 서늘하며, 그는 이를 사과로 끝내려는 상대에게 이렇게 맞받습니다.

I beg your pardon: I thought you were in the country.

실례했습니다. 시골에 가 계신 줄 알았습니다.

10. 그레브 광장과 붉은 포석

아돌프는 롱게가 피해 다닌 길들을 하나씩 짚으며 그의 몸이 기억하는 처형장을 찾아냅니다. 그가 건너지 못하는 곳은 붉은 포석이 깔린 곳이었습니다. 아돌프가 그레브 광장에서 처형되었다고 말하자 롱게는 자기가 어디서 죽었는지 안다고 맞섭니다. 구경하던 한 신사가 둘 사이에서 한마디 거듭니다.

Surely you’re not going to teach this gentleman how he died!

설마 이 신사분께 그분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가르치려는 건 아니시겠죠!

책은 여기서 역사를 정면에서 뒤집습니다. 카르투슈가 몽포콩에서 죽었으나 목매달리지는 않았다는 주장, 처형대에서 공범을 불었다는 기록은 연극이라는 주장은 제12장의 서술자가 직접 논증합니다. 가짜 기억을 진짜 역사의 빈틈에 끼워 넣는 방식이 이 소설을 단순한 소동극 이상으로 만듭니다.

11. 빛의 사람

위셰트 거리의 집에서 엘리파스 드 라 녹스는 설득과 연극을 동시에 보여 줍니다. 롱게는 그의 길고 화려한 이름을 끝까지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매번 바꿔 부릅니다. 녹스의 처방은 단순합니다.

You must not live in the past.

과거에 살아서는 안 됩니다.

롱게가 옛 파리 지도를 보여 달라고 고집하자 녹스는 날짜를 분명히 못 박습니다.

You are Theophrastus Longuet; and we are in the year 1911.

당신은 테오프라스토스 롱게이고, 지금은 1911년입니다.

이 말에 감화된 롱게는 환호하지만 곧 시계 문제로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이 장의 웃음은 약속에 대한 롱게의 시민적 집착에서 나옵니다. 그는 틀리면 손가락을 내놓겠다는 말을 계약으로 받아들이고, 상대가 면제해 주겠다는데도 이행하려 합니다.

You can cut off my finger if it isn’t half-past eleven!

열한 시 반이 아니면 내 손가락을 잘라도 좋소!

정직이 가장 위험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순간이며, 녹스가 "죽이는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계기가 됩니다.

12. 시간을 건너온 고통

수술의 핵심 장면은 고문입니다. 잠든 롱게는 카르투슈의 몸을 살아 내고, 고통을 받는 쪽이 누구인지가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진지한 질문이 됩니다.

They’re torturing Cartouche; but it’s Theophrastus Longuet who yells!

고문당하는 건 카르투슈인데, 비명을 지르는 건 테오프라스토스 롱게야!

녹스의 반응은 놀라움입니다. 영혼이 같다는 증거이자 고통이 이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수술을 마치고 깨어난 첫마디는 다음과 같습니다.

Good-morning. Cartouche is dead,

좋은 아침. 카르투슈는 죽었습니다.

아돌프는 롱게의 다리에 남은 흔적을 성인의 성흔에 비유합니다. 정신이 몸에 흔적을 남긴다는 발상은 이 소설이 소동극이면서도 환생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끝까지 밀고 간다는 증거입니다. 녹스가 만든 명쾌한 해결책이 실패하는 것은 영혼이 이성으로 다스려지지 않는다는 이 책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13. 송아지와 신문 기사

수술 뒤 회복기는 속임수 같은 평온입니다. 서술자는 부부가 믿은 낙관을 이렇게 전합니다.

Theophrastus would never have his Black Feather again

테오프라스토스는 다시는 검은 깃털을 갖지 않을 것이었다.

저녁 신문의 머리기사가 이를 뒤집습니다.

CARTOUCHE IS NOT DEAD.

카르투슈는 죽지 않았다.

이 장면의 연출은 독자가 롱게보다 먼저 알아채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롱게는 기사를 읽으며 "어이없다"고 웃고, 지나친 해석에는 정정을 해 주며, 후드리의 최후를 '송아지의 복수'라고 능청스럽게 읽습니다. 자신의 범죄를 신문 기사로 대하는 이 낯선 시선이 소설에서 가장 서늘한 대목입니다. 책은 직접 묘사하는 대신 신문 문체와 롱게의 해설이 번갈아 나오게 해서, 폭력을 장면이 아니라 어조로 전합니다.

14. 사라진 급행열차

이 책의 후반은 추리 퍼즐입니다. 두 역 사이 삼 마일의 직선 구간에서 급행열차가 사라지고, 역무원들이 서로 전신을 주고받는 장면은 철저히 기하학적입니다. 한쪽 역에서 열차가 통과했다고 신호가 오고, 다른 쪽 역에서는 도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The express is signalled, but it does not come!

급행은 신호가 왔는데 오지 않습니다!

신호수의 후렴은 반복될 때마다 우습습니다.

Look at my little red arm!

제 작은 빨간 팔을 보세요!

해답을 내놓는 사람은 지하 묘지에 갇힌 미프루아입니다. 그는 출발점에서 어긋난 롱게의 추론법을 이렇게 꾸짖습니다.

you don’t know by which end to take hold of your Reason!

당신은 이성의 어느 쪽 끝을 잡아야 하는지 모르는 겁니다!

없다고 보는 대신 있어야 할 곳을 따지라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열쇠는 감기입니다.

because you were deaf and had a cold!

당신이 귀가 먹은 데다 감기에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술의 후유증으로 귀가 먹은 순간이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점이 짜임새 좋은 대목입니다. 앞선 수술의 결과가 퍼즐의 열쇠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15. 지하 묘지와 마지막 장면

지하 묘지의 삼 주는 책에서 가장 평온한 구간입니다. 미프루아는 낭만적 조난담의 틀을 일부러 거부하며 시작합니다.

Above all things I must not be old-fashioned.

무엇보다 나는 구식이어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은 구식 영웅담을 비웃으며 한 번에 한 줌의 햄을 나눠 먹고, 걸으며 노래합니다.

Step out! Step out, boys, with a will!

걸어라! 힘차게 걸어라, 친구들아!

납골당의 연회에서 올라온 뒤 미프루아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But Cartouche no longer exists!

하지만 카르투슈는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평화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롱게가 "여기 카르투슈다!"를 외치자 미프루아는 몸이 먼저 도망칩니다. 서술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풉니다.

as if the fear of Cartouche had dwelt in the calves of the police

마치 카르투슈에 대한 공포가 경찰들의 종아리에 깃들어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마지막 장에서 롱게는 아내가 행복한지 한 번만 멀리서 보려고 별장 창가에 서고, 그 순간 검은 깃털이 다시 솟습니다. 서술자는 이 대목을 이렇게 그립니다.

The Past has him in its grip

과거가 그를 움켜쥐었다.

그는 작별하며 가방 하나를 짊어지고 나갑니다.

What does that portmanteau contain?

그 여행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책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앞서 그가 꾸었다고 한 끔찍한 꿈이 이 장면과 겹쳐 읽히며, 소동극은 마지막 몇 줄에서 서늘한 여운을 남기고 끝납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검은 깃털을 가진 남자』는 서문과 28장이 한 줄기로 이어지지만, 각 장이 하나의 장면 단위라서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제1장(콩시에르주리), 제3장(만찬과 노래), 제5~6장(검은 깃털과 소매치기), 제9~10장(보라색 고양이)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어서 제14~16장의 수술, 제20~24장의 열차 퍼즐, 제28장의 마지막 장면이 책의 중심입니다. 르루는 환생과 심령술, 파리의 지하 세계를 한 권에 쏟아 붓고도 가벼운 문장으로 끌고 갑니다. 신령술사와 학자의 허세를 조롱하면서도 롱게의 소심한 애정만은 끝까지 진심으로 그리는 균형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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