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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908년 출간

The Man Who Was Thursday

목요일이었던 남자

런던의 시인 탐정이 무정부주의자 비밀 위원회의 '목요일'로 뽑혀 잠입하지만, 위원들이 모두 같은 경찰이고 의장 선데이가 모든 것을 꾸몄다는 사실 앞에서 악몽 같은 추격을 거쳐 그의 정체와 마주하는 이야기

Fight the thing that you fear.

두려워하는 것과 맞서 싸워라.

It is that we have only known the back of the world.

우리는 세상의 뒷모습만 알아 왔다는 것이다.

한눈에 보기

사프론 공원에서 무정부주의 시인 그레고리와 질서의 시인 가브리엘 심이 말다툼을 벌이고, 그레고리는 자기가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려 심을 지하 소굴로 데려간다. 심은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힌 뒤 오히려 그 자리의 선거에서 '목요일'로 뽑히고,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름을 나눠 가진 일곱 위원의 아침 식사에 앉는다. 위원이 하나씩 경찰임이 드러나고, 파리 폭탄 계획을 막으려 칼레까지 갔던 다섯은 도리어 마을 전체에 쫓긴다. 이어 의장 선데이를 쫓아 코끼리와 열기구를 따라가다 시골 저택의 가장무도회에 이르러, 일곱 위원이 앉은 자리에서 고발자 그레고리와 선데이의 정체를 마주한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한 권 요점

The Man Who Was Thursday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영국 작가 G. K. 체스터턴이 쓴 소설로, 1908년에 나왔습니다. 제목 아래에는 '악몽'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본문 앞에는 친구 벤틀리에게 바치는 헌정시가 놓여 있습니다. 체스터턴은 1874년에 태어나 193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더 브라운 이야기의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책은 15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3장은 사프론 공원의 논쟁과 지하 선거, 제4~9장은 일곱 위원의 회합과 서로를 의심하는 추격, 제10~12장은 칼레와 프랑스 해안 마을의 소동, 제13~15장은 선데이를 쫓는 질주와 마지막 가장무도회입니다. 겉으로는 폭탄과 첩자가 나오는 탐정 소설이지만, 읽을수록 한 편의 우화처럼 변합니다. 줄기는 한 가지 물음입니다. 질서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이 온통 적처럼 보이는 밤을 지날 때, 무엇이 그를 붙들어 주는가입니다.

줄거리

제1~2장: 사프론 공원의 두 시인, 가브리엘 심의 비밀

런던 서쪽의 붉은 벽돌 교외 사프론 공원은 예술가 마을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예술을 만든 적이 없는 곳입니다. 그곳의 스타는 붉은 머리를 길게 기른 시인 루시안 그레고리로, 예술가는 곧 무정부주의자라고 큰소리칩니다. 그러던 어느 저녁 이상한 노을 아래 새 시인이 나타납니다. 가브리엘 심이라는 이름의 온화해 보이는 사람이 자기는 법과 질서의 시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레고리가 지하철은 정해진 역에 도착하니 시적이지 않다고 하자, 심은 혼돈 속에서는 열차가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인간이 '빅토리아'라고 말하면 정말 빅토리아에 닿는 것이 마법이라고 맞받습니다. 그레고리의 누이 로사몬드가 둘의 말다툼 사이에서 심에게 오빠가 정말 폭탄을 쓸 사람이냐고 묻고, 심은 그런 일은 익명으로 해야 하니 아니라고 웃습니다. 밤이 되어 문밖으로 나온 심 앞에 가로등 곁에서 기다리던 그레고리가 서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진지한 무정부주의자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경찰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요구하고, 심은 이 제안이 너무 어리석어서 거절할 수 없다며 맹세합니다. 마차는 템스강 치스윅 쪽의 허름한 술집에 닿습니다.

술집에서 심이 장난 삼아 랍스터 마요네즈를 시키자 정말 랍스터가 나오고, 그레고리가 담배를 건네는 사이 식탁이 돌면서 두 사람은 의자째 바닥 아래로 내려갑니다. 지하 통로에는 총이 빽빽이 걸려 있고, 철문에서는 "조지프 체임벌린 씨"라는 암호를 대야 합니다. 폭탄이 벽에 걸린 둥근 강철 방에서 그레고리는 자신들의 목표가 정부가 아니라 신이며, 옳고 그름조차 없앴다고 선언합니다. 그가 정체를 숨기려 주교와 백만장자와 소령으로 차례차례 변장했다가 번번이 들켰고, 마지막으로 중앙 무정부주의 위원회 의장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습니다. 의장은 "그럼 무정부주의자로 변장하라, 이 바보야. 그러면 아무도 네가 위험한 일을 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호통쳤고, 그레고리는 그 조언대로 살아 왔다고 합니다. 위원회는 일곱 명으로, 요일 이름을 하나씩 가지며 의장은 선데이입니다. 마침 목요일 위원이 갑자기 죽어 이 지부가 후임을 뽑는 날이고, 그레고리는 자기가 뽑힐 거라고 자랑합니다. 심은 그 말을 듣고 이 상황이 인생에서 가장 우스운 일이라며, 같은 맹세를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레고리가 맹세하자 심은 자신이 스코틀랜드 야드의 경찰 탐정이라고 밝힙니다. 문밖에서는 서른 명의 '조지프 체임벌린'이 복도를 걸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3장: 목요일이었던 남자

그레고리는 권총을 집어 들지만 심은 침착하게 손을 들어 말립니다. 서로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기로 맹세했으니 둘은 같은 배를 탄 처지라는 것입니다. 심은 경찰이면서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그레고리는 무정부주의자이면서 조직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입구에서 의심하는 지부 서기에게 심은 자기가 '선데이를 잘 지키는지 감시하러 온 안식일 엄수주의자'라고 둘러대 자리를 얻습니다. 서기 버튼스가 의장석에 앉아 새 목요일을 뽑는다고 선언하자 그레고리가 추천되고, 그는 심에게 무정부주의가 별것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초기 기독교인처럼 순하고 자비롭다는 연설을 합니다. 청중은 점점 맥이 빠지고, 위더스푼은 자기는 순하지 않다고 소리칩니다. 그때 심이 일어나 이 연설은 주일 학교 소풍에서나 어울리며, 자신들은 사회의 적이고 살인자가 아닌 처형자라고 외칩니다. 환호가 터지고 위더스푼이 심을 후보로 제안합니다. 그레고리는 정신이 나간 듯 말리다가 끝내 무릎을 꿇고 이 사람을 뽑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지만, 이유를 말할 수 없어 설득에 실패합니다. 이렇게 가브리엘 심은 유럽 무정부주의자 위원회의 목요일로 선출되고, 칼을 숨긴 지팡이와 권총과 외투와 브랜디를 챙겨 강가의 증기선에 오릅니다. 떠나면서 그는 그레고리에게 약속한 '아주 즐거운 저녁'을 정말 주었다고 말하며 경례합니다.

제4장: 한 탐정의 이야기

심은 탐정을 가장한 시인이 아니라 시인이 된 탐정입니다. 그는 괴짜 집안에서 자라, 모든 것이 반항인 환경에서 반항할 대상으로 건전한 정신을 택했습니다. 거리에서 다이너마이트 폭발을 겪은 뒤에는 무정부주의자들을 거대한 위협으로 여기게 되었고, 신문에 글을 쏟아 내지만 생계를 잇지 못하던 어느 붉은 저녁 템스강 둑에서 경찰관이 말을 걸어 옵니다. 그 경찰은 해로 학교 출신으로, 정부가 철학자 경찰이라는 특수 부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일반 형사가 술집에서 도둑을 잡는다면 자기들은 시집에서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읽어 낸다고 합니다. 평범한 범죄자는 이상을 잘못된 방법으로 좇을 뿐이지만, 철학자들은 인간의 삶과 소유와 결혼을 모두 혐오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입니다. 심은 이 부대에 지원하고, 완전한 암흑의 방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구의 사내를 만납니다. 그 사내는 경험이 없다는 심에게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고, "너를 사형에 처한다"는 말과 함께 파란 카드를 건넵니다. 카드에는 '마지막 십자군'이라는 글자와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그 뒤 심은 깔끔한 신사로 변해 사프론 공원에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야기는 다시 증기선으로 돌아와, 달빛 아래 템스를 거슬러 새벽에 웨스트민스터 근처 선착장에 닿는 데서 마무리됩니다.

제5장: 공포의 잔치

강둑 난간에 얼굴이 길고 창백한 사내가 서 있습니다. 심이 선거 증서를 내밀자 그는 한쪽으로만 올라가는 비뚤어진 미소를 짓고 자신을 안내합니다. 그는 위원회의 비서로, 월요일이라 불립니다. 선데이는 숨지 않는 것이 숨는 것이라는 주의여서, 위원들은 이제 레스터 광장 호텔 발코니에서 대낮에 아침을 먹는다고 합니다. 아침 햇빛 속의 발코니에는 흰 조끼에 꽃을 꽂은 신사들이 둘러앉아 있고, 그 끝에 산처럼 크고 뚱뚱한 사내의 등이 보입니다. 심은 그가 선데이임을 단번에 알아봅니다. 식탁에는 덤불 같은 머리와 수염 속에 슬픈 눈을 숨긴 폴란드인 고골(화요일), 짙고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는 생 외스타슈 후작(수요일), 심 자신(목요일), 병든 노인 드 웜스 교수(금요일), 검은 안경을 쓴 의사 불 박사(토요일)가 앉아 있습니다. 심이 보기에 모두 정상에서 살짝 비틀린 거울 속의 인물 같습니다. 선데이는 고골이 무정부주의자 티를 못 숨긴다고 놀리고, 심은 선데이의 얼굴이 가까워질수록 지나치게 커져 비명이 나올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발코니의 빈자리에 앉고, 이 장은 일곱 위원을 하나씩 훑는 것으로 끝납니다.

제6장: 정체의 노출

위원들은 사흘 뒤 파리에서 만나는 러시아 황제와 프랑스 대통령을 폭탄으로 죽이는 계획을 베이컨과 달걀 앞에서 태연히 의논합니다. 폭탄을 운반할 사람은 후작입니다. 심은 정작 자기 걱정이 앞섭니다. 선데이가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서, 정체를 들켰다는 확신이 듭니다. 발코니 아래에는 경찰관이 서 있고, 뛰어내려 말하면 살지만 그레고리와의 맹세를 깨게 됩니다. 그때 거리에서 손풍금 소리가 울리고, 심은 그 소박한 음악이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대변한다고 느끼며 약속을 지킨 채 죽기로 마음먹습니다. 선데이는 위원들을 아래층 빈 방으로 데려가 문을 잠그고, 계획과 장소는 한 사람에게만 맡겨야 한다며 불 박사를 지목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첩자가 있다고 선언하며 이름을 부릅니다. 지목된 이는 고골입니다. 고골은 주머니에서 파란 카드를 꺼내고, 가짜 폴란드 억양을 버리고 런던 사투리로 "맞아요, 현행범이군요"라고 말하더니 수염을 떼어 냅니다. 선데이는 입을 다물라는 경고를 하며 그를 내보냅니다. 심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해 의자에 주저앉습니다.

제7~8장: 드 웜스 교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교수의 설명

선데이는 인도주의 모임에 가야 한다며 일어서고, 비서가 규칙을 들며 항의하자 "너는 첩자에게 들리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도 누가 들을지 어떻게 아느냐"고 호통칩니다. 이 말은 심에게 자신도 믿음을 얻지 못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눈이 내리는 레스터 광장에서 심은 이발소 앞에서 유리 속 밀랍 인형을 바라보는 드 웜스 교수를 봅니다. 곧 식당에서, 찻집에서, 합승마차에서 교수가 거듭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심은 느릿한 노인이 어떻게 자기를 따라잡느냐며 공포에 빠집니다. 그는 골목길을 헤매다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 꼭대기에 눈이 앉아 십자가가 은빛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며 경례합니다. 이어 달려오는 교수가 마치 달리기 선수처럼 쫓아오자 도망쳐 부둣가 선술집에 들어서는데, 교수는 곧 따라 들어와 우유를 시킵니다.

교수는 갑자기 "당신은 경찰입니까?"라고 묻고, 심이 극구 부인하자 "아쉽군요, 나는 경찰인데"라고 웃으며 파란 카드를 탁자에 놓습니다. 심은 우주가 뒤집혔다가 바로 선 느낌 속에서 폭소를 터뜨립니다. 교수의 정체는 배우 윌크스입니다. 윌크스는 진짜 독일 허무주의 철학자 드 웜스 교수의 흉내를 장난 삼아 냈다가 추종자들이 속았고, 심지어 진짜 교수와 대결해 이긴 끝에 경찰에게 '유명한 무정부주의자 드 웜스가 아니라는 혐의'로 체포되어 경찰 일을 얻었다고 합니다. 교수는 셋이 모여도 선데이 앞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해 그를 두려워한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심은 두려워하는 것은 없애야 한다며 선데이를 찾아 때리겠다고 맹세하고, 교수는 불가능한 일이라 믿으면서도 동행합니다. 다음 날 아침 불 박사를 찾아가기로 하고 두 사람은 부둣가 여관에서 저녁을 먹고 잠이 듭니다.

제9장: 안경 쓴 남자

교수는 손가락 암호를 만들어 심에게 가르칩니다. 이튿날 새벽 두 사람은 강 건너 높은 건물을 끝없는 계단으로 올라 불 박사의 다락방에 들어섭니다. 박사는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맞고, 교수가 느릿느릿 용건을 늘어놓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교수의 손가락은 "이 악마가 나를 말려 죽였다"고 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심은 갑자기 직관을 얻고, 용기를 내 박사에게 안경을 벗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박사가 안경을 벗자 거기에는 솔직한 갈색 눈의 소년 같은 청년이 앉아 있습니다. 심이 자기 카드를 내던지자 박사도 웃으며 같은 파란 카드를 꺼냅니다. 선데이를 제외한 위원 중 경찰이 셋이었고, 서로를 의심해 아무것도 못 했던 것입니다. 교수는 계단을 내려가며 "우리는 셋 대 셋이 아니라 넷 대 하나였다"고 말합니다.

불 박사는 자신이 너무 정직해 보여 위장이 안 되던 중 어둠 속의 사내가 "검은 안경이면 된다"고 말해 주었고, 그 사내가 자신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도 정확히 판단했다는 사실이 가장 놀랍다고 말합니다. 넷은 도버행 기차와 칼레행 배에 오릅니다. 후작이 칼레에 아직 머물러 있고, 파리행 열차를 놓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계획입니다. 배 위에서 세 사람은 각자 경찰에게 알리지 못하는 이유를 털어놓습니다. 심은 맹세한 약속 때문이고, 윌크스는 어리석은 서약 때문이며, 불 박사는 비서가 불쌍해서입니다. 이 셋은 어딘가 같은 도덕을 지녔음을 확인합니다. 심은 후작이 신분 높은 신사이므로, 자기도 신사라는 점을 이용해 코를 잡아당기며 결투를 걸겠다는 계획을 밝힙니다.

제10장: 결투

칼레의 카페에서 심은 샴페인에 취한 듯 엉터리 대화 연습을 늘어놓다 갑자기 일어서 후작에게 다가가 코를 잡아당기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어이없어하는 후작에게 "내 숙모에게 무례한 말을 했다"는 억지 시비를 걸고, 결국 결투가 성사됩니다. 심은 두 동료에게 결투를 다음 날 아침 일곱 시 이후로 잡도록 당부합니다. 후작이 7시 45분 파리행 기차를 놓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다음 날 풀꽃이 핀 초원에서 검을 맞대자 심은 환상에서 깨어나 죽음의 공포를 생생히 느끼고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런데 심의 검이 후작의 몸을 여러 번 찌르고도 칼날에 피 한 방울 묻지 않습니다. 심은 상대가 악마인가 생각하지만 곧 "나는 악마보다 낫다. 나는 죽을 수 있는 인간이다"라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리자 후작이 갑자기 칼을 던지며 멈추라 하더니, 코를 당겨 달라고 간청합니다. 심이 코를 잡아당기자 가짜 코가 벗겨지고, 후작은 눈썹과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던지며 "내가 기차를 타려 한 줄 아느냐, 나는 기차에게 잡힐까 봐 걱정했다"고 소리칩니다. 그는 후작이 아니라 경찰 래트클리프 경감이고, 여기서 위원회의 일곱 중 선데이와 비서만 빼고 모두 경찰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래트클리프는 선데이가 위원회를 만들어 자신의 적들을 한곳에 가두고 서로 감시하게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곧 기차에서 내린 검은 가면의 무리가 들판을 건너오고,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한쪽으로 웃는 것을 보고 비서가 와 있음을 짐작합니다.

제11~12장: 범죄자가 경찰을 쫓다, 무정부 상태의 지구

심과 윌크스, 불 박사, 래트클리프, 그리고 후작 쪽 입회인이었던 뒤크루아 대령은 숲을 지나 나무꾼의 수레를 얻어 타고 도망칩니다. 나무꾼이 값을 흥정하는 것은 자유인이라서라는 대령의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일행은 언덕 위 여관 '르 솔레이 도르'의 노주인을 만나 말 여섯 마리를 빌려 랑시 마을로 내달리고, 뒤를 돌아보자 검은 옷의 무리가 여관 뒤 언덕 위에 나타납니다. 랑시에서 대령의 친구 르나르 박사는 자동차 세 대를 가진 부자로, 그중 한 대와 자기 집 천장에서 뜯어 낸 오래된 쇠 등잔을 내줍니다. 말을 달려 홀로 앞서 온 비서가 차에 손을 얹지만, 차는 그를 안장에서 끌어내 도로에 내던지고 달려 나갑니다.

그러나 곧 마을 전체가 일행을 적으로 대합니다. 르나르 박사가 총을 쏘고, 노주인은 칼을 들고 기병대를 이끌며 뒤쫓습니다. 일행은 차를 가로등에 들이받고 방파제로 도망치고, 경찰까지 총을 쏘아 대는 가운데 래트클리프는 "누가 미쳤고 누가 정상인지 무슨 상관이냐"고 체념합니다. 대령마저 비서와 함께 걸어오자 심은 쇠 등잔으로 대령을 쓰러뜨리고, 비서 앞에서 이 등잔은 십자가가 새겨진 오래된 기독교의 물건이니 너희가 부수지 못하도록 멀리 보내겠다고 외치며 바다로 던지고 돌격을 선언합니다. 그 순간 비서는 가면을 벗고 "당신들을 법의 이름으로 체포한다"고 말합니다. 그도 스코틀랜드 야드의 형사였습니다. 불 박사는 칼을 바다에 던지며 "처음부터 무정부주의자 최고위원회는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던 어리석은 경찰들이었다"고 말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일행을 폭탄범으로 여기고 쏘았을 뿐입니다.

제13장: 대통령 추적

다음 날 아침 화해한 다섯은 도버행 배를 타고, 런던 호텔에서 밤에 불 박사가 우연히 마주친 옛 고골을 데려와 여섯이 됩니다. 아침이 되자 그들은 레스터 광장 발코니로 가서 선데이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따지러 갑니다. 선데이는 오히려 "러시아 황제는 죽었느냐"고 태연히 묻고 불 박사의 안경을 놀립니다. 비서가 사납게 정체를 묻자 선데이는 여러분은 선의의 당나귀들일 뿐이라고 답하고, 심이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거인처럼 일어서 자기는 세상 모든 현자와 왕이 늑대처럼 쫓아도 잡히지 않은 존재라고 선언합니다. 이어 난간을 넘으며 마지막으로 "나는 너희를 모두 경찰로 만든 어둠 속의 사내다"라고 말하고 마차에 올라탑니다.

여섯 명은 마차 세 대로 쫓습니다. 선데이는 마부에게서 채찍을 빼앗아 마차를 몰다가 심에게 종이 뭉치를 던집니다. 그 뒤 소방차에 올라타고, 동물원에서 코끼리 등에 올라 거리로 달려 나갑니다. 마지막으로는 어스 코트 박람회장에서 계류 중이던 기구를 타고 하늘로 사라지며 종이쪽지를 흩뿌립니다. 쪽지의 내용은 모두 앞뒤가 맞지 않는 농담이고 "당신의 아름다움이 나를 무심하게 두지 않았다. 작은 스노드롭으로부터" 같은 말을 교수의 모자 위에 떨어뜨립니다. 그래도 심은 "아직 지지 않았다"며 기구를 따라가기로 합니다.

제14장: 여섯 철학자

런던에서 5마일쯤 벗어난 들판에서 여섯 명은 가시덤불과 쟁기질한 밭을 헤치며 누더기가 되어 기구를 따라갑니다. 해 질 녘 하늘에 뜬 기구를 보며 불 박사는 선데이가 풍선 같아서 미워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는 힘은 폭력으로 드러나지만 최고의 힘은 가벼움으로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이어 각자가 선데이에게서 받은 인상을 털어놓습니다. 비서는 어두운 방에서 젤리처럼 떠는 거대한 덩어리를 보았고 그것이 자기를 비웃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래트클리프는 대낮의 사무실에서 멍하니 앉은 선데이를 보고, 악인의 건망증이 무서운 이유를 설명합니다. 고골은 해를 쳐다보지 않듯 선데이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고, 교수는 선데이의 얼굴이 흩어져 얼굴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심스러워졌다고 합니다. 심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선데이의 뒷모습은 짐승 같았고 앞얼굴은 대천사 같았으며, 우리가 세상의 뒷모습만 보기 때문에 선과 악이 모순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순간 기구가 숲 뒤로 내려앉고, 일행은 따라가다 푸른 보라색 옷에 흰머리의 노인이 나타나 "주인께서 마차를 보내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만납니다.

마차 여섯 대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고, 하인들이 칼을 뽑아 경례합니다. 마차는 오래된 숲과 정원을 지나 낮고 긴 저택으로 이르는데, 여섯 명 모두 이곳이 어린 시절 기억 같다고 느낍니다. 하인은 심에게 가장무도회가 있으니 옷을 입으라며 파란 옷을 내놓습니다. 그 옷에는 금빛 해와 별과 초승달이 수놓여 있고, 하인은 창세기의 넷째 날을 가리키는 구절이 적힌 성경을 펼쳐 놓습니다. 목요일은 해와 달이 만들어진 날이라는 것입니다.

제15장: 고발자

복도에서 심은 흰 줄이 가슴에 내려오는 검은 옷의 비서(첫째 날, 빛), 봄 숲 같은 초록 옷의 래트클리프(셋째 날)를 만납니다. 정원에는 불꽃과 횃불 속에서 풍차, 코끼리, 풍선, 가로등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언덕 위에는 일곱 개의 왕좌가 초승달 모양으로 놓여 있고, 일곱 위원이 각자의 창조일을 상징하는 옷을 입고 앉습니다. 가운데 의자만 비어 있다가 흰 옷의 선데이가 조용히 와 앉습니다. 모두가 흩어지고 밤이 깊어 일곱만 남자 선데이가 천천히 말합니다. 너희는 오랜 전쟁에서 늘 영웅이었고, 자기는 어둠 속에서 용기를 명령하는 목소리일 뿐이었으며 낮에는 스스로 그 목소리를 부정했다는 것입니다. 비서가 일어나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그는 "나는 안식일이요 하느님의 평화다"라고 답합니다. 비서는 그 평화를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칩니다.

다른 위원들도 각자 하소연합니다. 불 박사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행복하다 하고, 교수는 이해하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고 합니다. 고골은 왜 그렇게 아팠는지 알고 싶다고 합니다. 그때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불빛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데, 그는 그레고리입니다. 그는 자신이 진짜 무정부주의자라며, 위원들이 법과 질서의 편에서 한 번도 고통을 받아 본 적 없이 안전하게 앉아 있다는 점이 죄라고 고발합니다. 심은 몸을 떨며 일어나, 모든 작은 것이 우주와 싸워야 하는 이유는 법을 따르는 사람도 무정부주의자 못지않은 용기를 갖게 하려는 것이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레바퀴에 부서지고 지옥까지 내려갔다고 답한 뒤 선데이를 보고 "당신은 고통을 받아 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선데이의 얼굴이 하늘을 가득 채우며 커지고, 어둠 속에서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는 말이 멀리서 들립니다.

깨어난 심은 언제 정신이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레고리와 시골길을 걷고 있습니다. 둘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오랜 친구 같습니다. 동이 트고, 사프론 공원의 붉은 지붕들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울타리 쳐진 정원에서는 그레고리의 누이 로사몬드가 아침 식사 전에 라일락을 자르고 있습니다. 책은 거기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철도 시간표의 시학

책의 첫 사건은 총성이 아니라 지하철 노선을 놓고 벌이는 논쟁입니다. 그레고리는 혼돈과 반항이 시라고 주장하고, 심은 정반대로 말합니다.

Chaos is dull; because in chaos the train might indeed go anywhere

혼돈은 따분하다. 혼돈 속에서는 열차가 정말 어디로든 갈 수 있으니까.

심에게 시란 일이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소화가 아무 일 없이 돌아가는 것조차 가장 시적이라고 밀어붙이는 대목은 우스꽝스럽지만 책 전체의 논지를 압축합니다.

the most poetical thing in the world is not being sick

세상에서 가장 시적인 것은 아프지 않은 것이다.

그레고리의 이 말은 반대편의 신조를 보여 줍니다.

The poet is always in revolt.

시인은 언제나 반항하는 사람이다.

이 논쟁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닙니다. 훗날 마지막 장에서 그레고리가 다시 고발자로 나올 때, 이날 가로등 아래서 오간 질서와 무질서의 문제가 같은 무게로 돌아옵니다.

2. 맹세와 즐거운 저녁

심은 그레고리가 진지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진지함에도 정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There are degrees of seriousness

진지함에는 정도가 있습니다.

그레고리가 경찰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요구하자 심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is far too idiotic to be declined

거절하기엔 너무나도 어리석은 제안이군요.

그레고리가 걸어 둔 미끼는 이 한마디입니다.

I will promise you a very entertaining evening.

아주 즐거운 저녁을 약속하지.

이 맹세가 책 중반까지 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명예로운 적이 되며, 6장의 발코니에서 심이 경찰을 부르지 않는 이유도, 마지막에 그레고리가 친구처럼 걸어 나오는 이유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즐거운 저녁이 실제로 책의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지는 셈입니다.

3. 무정부주의자로 변장하라

지하 소굴에서 그레고리는 자신들의 철학을 이렇게 선언합니다.

We have abolished Right and Wrong.

우리는 옳음과 그름을 없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영리한 농담은 의장이 그에게 한 조언입니다. 눈에 띄지 않으려면 눈에 띄는 쪽으로 가라는 것입니다.

Why, then, dress up as an anarchist, you fool!

그렇다면 무정부주의자로 변장해라, 이 바보야!

Nobody will ever expect you to do anything dangerous then.

그러면 누구도 네가 위험한 일을 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유머는 책의 구조를 미리 알려 줍니다. 가장 안전한 위장은 가장 눈에 띄는 복장이고, 이 원칙은 이후 레스터 광장 발코니에서 대낮에 열리는 '비밀' 회의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심이 대답하는 한마디가 책의 문을 활짝 엽니다.

I am a police detective

저는 경찰 형사입니다.

4. 서로를 막아선 장기판

권총을 든 그레고리 앞에서 심이 설명하는 상황은 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Don’t you see we’ve checkmated each other?

우리가 서로 외통수를 걸었다는 걸 모르겠나?

이어지는 선거 연설에서 심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아니라 어떤 대의인지를 말합니다. 군중이 환호하는 대목입니다.

I am not a man at all. I am a cause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하나의 대의입니다.

We are not murderers, we are executioners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라 처형자입니다.

심의 연설은 무정부주의의 말투를 정확히 흉내 내면서도, 군중이 박수를 치는 대상이 '저항'이라는 말의 울림일 뿐 내용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한편 그레고리는 마지막 순간에 무릎을 꿇는 호소까지 합니다.

Kill me, but obey me!

나를 죽여라, 그러나 내 말은 따라라!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이 간청하는 장면은 우스운 동시에 쓸쓸합니다. 맹세에 묶인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갇혀 있는지 독자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5. 어둠 속의 부름

4장은 심의 과거를 짧게 풀어놓습니다. 모든 것이 반항인 집에서 자란 그는 이렇게 됩니다.

so he revolted into the only thing left—sanity

그래서 그는 남은 유일한 것, 곧 건전한 정신으로 반항했다.

강둑의 경찰은 철학자 경찰의 원리를 설명하며 범죄를 읽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말합니다.

We discover from a book of sonnets that a crime will be committed.

우리는 소네트 시집에서 앞으로 범죄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아낸다.

어둠 속의 사내가 심을 채용하는 과정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You are willing, that is enough

자네는 기꺼이 하겠다고 했네. 그거면 충분하네.

I am condemning you to death

나는 자네를 죽음에 처하네.

순교자의 직업론은 이후 모든 장면의 배경이 됩니다. 이 사내의 얼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두 번째 읽을 때 이 대화는 완전히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누가 심을 임명했는가라는 질문이 책의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6. 요일들의 얼굴

5장은 일곱 인물의 초상 갤러리입니다. 비서의 첫 인상은 비뚤어진 미소로 요약되고, 그것은 이 위원회의 상징이 됩니다.

his smile was a shock, for it was all on one side

그의 미소는 충격이었다. 온통 한쪽으로만 올라갔기 때문이다.

심의 눈에는 모두가 정상에서 아주 조금씩 어긋나 있습니다.

each man was subtly and differently wrong

저마다 미묘하게, 서로 다르게 어긋나 있었다.

선데이는 그 가운데서도 압도적입니다. 서술은 얼굴이 아니라 부피로 시작합니다.

the back of a great mountain of a man

산처럼 거대한 남자의 등.

독자는 선데이를 먼저 뒷모습으로 봅니다. 이 선택은 14장에서 심이 설명하는 '세상의 뒷모습'과 정확히 연결되며, 체스터턴이 처음부터 설계해 둔 복선입니다.

7. 발코니 위의 결심

폭탄 이야기를 아침 식사 자리에서 나누는 대목은 가볍고 섬뜩합니다. 비서는 폭탄이 상징이라는 철학을 폅니다.

A man’s brain is a bomb

인간의 뇌는 폭탄이다.

노교수는 모든 것을 허무로 환원합니다.

nothing is worth doing

할 가치가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 철학의 모임 앞에서 심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거리의 손풍금입니다.

the President was wrong and that the barrel-organ was right

대통령이 틀렸고 손풍금이 옳다는 것.

체스터턴은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노래가 영리한 허무주의를 이긴다는 믿음을 여기에 심어 둡니다. 곧 이어 선데이가 첩자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은 책에서 가장 긴장된 장면 중 하나입니다.

there is a spy in this room

이 방에 첩자가 있다.

그런데 지목된 사람은 심이 아니라 고골이고, 독자는 안도와 함께 이 책이 장르의 문법을 쥐고 흔들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8. 쫓아오는 노인

7장은 눈 오는 런던에서의 악몽 같은 추격입니다. 느릿느릿 걷는 노인이 달리는 심을 번번이 따라잡습니다. 서술자는 교수를 동요에 나오는 인물에 비깁니다.

the crooked man who went a crooked mile

굽은 길을 한 마일 간 굽은 사내.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세인트 폴 대성당의 십자가만 눈으로 빛나는 순간에 심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The devils might have captured heaven, but they had not yet captured the cross.

악마들이 하늘을 차지했을지 몰라도 십자가까지 차지하지는 못했다.

마침내 심은 소리칩니다.

Catch me if you can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시오.

이 장의 재미는 공포가 사실은 아군의 서투른 신호였음이 밝혀질 때 폭발합니다. 선술집에서 교수는 또 우유를 주문하고, 독자가 가장 오래 웃게 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9. 두려움에 맞서는 법

교수는 갑자기 직설적으로 묻습니다.

Are you a policeman?

당신은 경찰입니까?

정체가 서로 드러난 뒤의 대화가 8장의 정수입니다. 심은 선데이가 두렵다는 것을 인정하며 맹세합니다.

Fight the thing that you fear.

두려워하는 것과 맞서 싸워라.

strike upwards, if you strike at the stars

별을 치려거든 위를 향해 쳐라.

교수가 대꾸하는 한마디는 이 책의 후반을 예고합니다.

Sunday is a fixed star

선데이는 붙박이별이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용기라는 심의 이론은 과장되어 있지만, 용감함과 겁 없음은 다르다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외로움을 앓던 사람의 말도 잊기 어렵습니다.

But two is not twice one; two is two thousand times one.

그러나 둘은 하나의 두 배가 아니다. 하나의 이천 배다.

10. 안경을 벗은 의사

9장의 고비는 심의 직관입니다. 그는 박사에게 정중하게 부탁합니다.

Would you be so kind as to take off your spectacles?

안경을 좀 벗어 주시겠습니까?

안경을 벗은 박사 앞에서 심이 외치는 말은 이 장면 전체의 해석입니다.

It was all the spectacles.

전부 그 안경 탓이었어.

겉모습이 사람을 악마로도 천사로도 만든다는 주제가 가볍게 나옵니다. 그리고 숫자의 셈이 바뀝니다.

We were four against One.

우리는 넷 대 셋이 아니라 넷 대 하나였다.

불 박사의 설명이 그다음 놀라움입니다. 자신을 채용한 사람이 자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he never saw me at all

그는 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심의 충고도 함께 나옵니다.

always be comic in a tragedy

비극 속에서는 늘 우스꽝스러워야 한다.

11. 결투장에서 떨어진 코

칼에 찔리고도 멀쩡한 후작이 결투 도중 칼을 던지고 외치는 말은 이 책의 유머 정점입니다.

I have to catch a train.

나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검을 맞대는 순간 심은 모든 환상에서 깨어나 죽음의 사실성 앞에 섭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힘 있는 선언 하나를 합니다.

I am more than a devil; I am a man.

나는 악마보다 낫다. 나는 인간이다.

I can do the one thing which Satan himself cannot do—I can die

사탄조차 할 수 없는 단 하나를 나는 할 수 있다. 죽는 것이다.

그리고 코가 떨어집니다.

He pulled it hard, and it came off in his hand.

그가 세게 잡아당기자 코가 손에 떨어졌다.

정체가 밝혀진 래트클리프가 말하는 선데이의 수법은 책의 중심 아이러니를 요약합니다.

put all his powerful enemies on the Supreme Council

자기의 강력한 적들을 모두 최고 위원회에 앉히고.

적을 감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적을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이고, 그 결과 일곱 명 가운데 아무도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됩니다.

12. 흥정하는 농부와 부자들

11장의 명장면은 도망 중에도 값을 흥정하는 나무꾼입니다. 대령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He haggles because he is a free man

그는 자유인이기 때문에 흥정하는 겁니다.

래트클리프의 역사관은 도발적입니다. 무정부주의는 가난한 이들에게서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the rich have always objected to being governed at all

부자들은 언제나 통치받는 것 자체를 싫어해 왔다.

숲속의 그림자 놀이를 보며 심은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을 맞습니다.

Was anyone anything?

누군가가 무엇이기나 한 걸까?

추격자들의 일사불란함을 두고 래트클리프는 단 한 줄로 설명합니다.

That’s discipline. That’s Sunday.

저게 규율이오. 저게 선데이요.

이 장은 정치 풍자와 철학적 의심을 한꺼번에 담습니다. 인상주의라는 말로 표현되는 심의 회의는 앞서 손풍금과 십자가 앞에서 얻은 확신과 맞서고, 곧바로 나타나는 나무꾼이 그 회의를 씻어 줍니다.

13. 마을 전체가 적이 될 때

12장은 평범한 이웃이 일제히 적으로 돌아서는 악몽입니다. 불 박사는 총알이 모자를 뚫고 간 뒤에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지킵니다.

No, I may be mad, but humanity isn’t.

아니, 내가 미쳤을지는 몰라도 인류는 미치지 않았다.

방파제에 몰려 마지막 희망을 이야기하는 래트클리프의 말은 이 책이 어떤 종류의 믿음에 서 있는지 알려 줍니다.

In a man I never saw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심은 쇠 등잔을 들고 비서 앞에서 호통칩니다.

Yet this one old Christian lantern you shall not destroy.

그러나 이 오래된 기독교의 등잔만은 너희가 부술 수 없다.

You can make nothing. You can only destroy.

너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오직 파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가면이 벗겨진 비서의 얼굴은 분노가 아니라 놀라움으로 가득합니다. 불 박사의 평결이 이 장을 닫습니다.

There never was any Supreme Anarchist Council.

최고 무정부주의자 위원회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Vulgar people are never mad.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미치지 않는다.

14. 선데이의 대소동

13장은 활극입니다. 여섯 사람이 선데이의 정체를 따지러 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농담입니다.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for fear he might tell me

그가 정말 대답해 줄까 봐 두렵기 때문이오.

심의 이유는 단순합니다.

I attack him rashly because I am afraid of him.

나는 그가 두렵기 때문에 무모하게 공격하는 겁니다.

선데이는 난간 너머로 떨어지며 가장 중요한 한마디를 던집니다.

I am the man in the dark room, who made you all policemen.

나는 어두운 방에서 너희를 모두 경찰로 만든 그 사람이다.

이후 소방차와 코끼리와 기구를 거치는 추격은 순수한 코미디이지만, 동물원 우리를 스쳐 가던 심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Nature was always making quite mysterious jokes

자연은 늘 꽤나 신비로운 농담을 하고 있었다.

도망치는 존재가 장난을 치며 쫓는 이를 이끈다는 구도는 이 책의 신학적 핵심입니다. 인간이 신을 잡으려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신이 인간을 놀이로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15. 여섯 철학자와 세상의 뒷모습

14장은 책에서 가장 철학적인 장면입니다. 불 박사는 선데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Moderate strength is shown in violence, supreme strength is shown in levity.

적당한 힘은 폭력으로 드러나고, 최고의 힘은 가벼움으로 드러난다.

교수는 얼굴이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합니다. 선데이가 알려 준 의심은 물질에 대한 의심이라는 말입니다.

I have not faith enough to believe in matter.

나는 물질을 믿을 만한 믿음이 없다.

심의 증언은 이 장의 정점입니다.

when I saw him in front I knew he was a god

앞에서 그를 보았을 때 나는 그가 신임을 알았다.

Bad is so bad, that we cannot but think good an accident

악이 너무 악해서 우리는 선을 우연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That is not a tree, but the back of a tree.

저것은 나무가 아니라 나무의 뒷면이다.

이 대목은 세상에 있는 악과 고통이 하나의 뒷모습이며, 앞얼굴을 보지 못했기에 모순처럼 느껴진다는 주장입니다. 저택에서 요일 옷을 입고 나선 심은 이 변장의 성격을 이렇게 느낍니다.

For these disguises did not disguise, but reveal.

이 변장들은 가리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었다.

16. 고발자와 안식일

마지막 장에서 선데이는 자신의 이름을 밝힙니다.

I am the Sabbath

나는 안식일이다.

I cannot forgive Him His peace

나는 하느님의 평화만은 용서할 수 없다.

비서의 항의는 이 책에서 가장 정직한 반론입니다. 고통받은 사람은 평화를 약속한 존재를 쉽게 용서하지 못합니다. 교수와 고골의 하소연도 같은 질문을 다른 말투로 합니다.

I wish I knew why I was hurt so much.

내가 왜 그렇게 아팠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래트클리프의 한마디도 있습니다.

you should have been on both sides and fought yourself

당신이 양쪽에 서서 자기 자신과 싸웠다니.

그레고리는 마지막으로 법의 편에 선 이들을 고발합니다.

I curse you for being safe!

나는 너희가 안전하다는 이유로 저주한다!

We have descended into hell.

우리는 지옥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심은 선데이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Have you ever suffered?

당신은 고통을 받아 본 적이 있습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설명이 아니라 한 구절입니다. 의식이 흐려지며 심이 듣는 말입니다.

Can ye drink of the cup that I drink of?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책은 이 물음에 직접 답하지 않고, 라일락을 자르는 소녀의 평범한 아침으로 끝납니다. 정답을 주지 않는 결말이 이 소설을 부제 그대로 한 편의 악몽으로 만들고, 동시에 깨어난 뒤에도 남는 기쁨을 줍니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15장의 짧은 소설이라서 한 번에 읽기에도 좋고, 장마다 새로운 반전이 있어서 끊어 읽기에도 좋습니다. 처음이라면 1장(사프론 공원의 논쟁), 3장(지하 선거), 5장(일곱 인물의 소개)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야기의 장르가 바뀌는 지점은 6장(첩자의 이름), 8장(교수의 정체), 9장(안경), 10장(코)입니다. 이 네 장을 지나면 추리 소설이던 책이 뒤집힙니다. 마지막으로 14장(세상의 뒷모습)과 15장(고발자)을 읽을 때는 앞의 장면을 떠올리면 의미가 커집니다. 체스터턴은 같은 장면에 공포와 웃음을 함께 넣는 작가이고, 이 책에서 가장 무서운 대목과 가장 우스운 대목은 자주 같은 문장 안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건의 반전을 따라가고, 두 번째에는 선데이가 나올 때마다 무엇이 그의 얼굴을 알아보게 하는지 살펴보며 읽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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