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2년 출간
The Man from Archangel
아르한겔스크에서 온 남자
수단 사막의 짓궂은 장난에서 스코틀랜드 해안의 난파, 봉인된 방과 런던의 진료실까지, 코난 도일이 모험과 의사의 삶을 열다섯 편으로 엮은 단편집
I am a man from Archangel
저는 아르한겔스크에서 온 사람입니다.
Romance is the offspring of imagination and of ignorance.
낭만은 상상과 무지의 자식이다.
한눈에 보기
1부 「모험 이야기」는 여섯 편이다. 사막 오아시스에서 정체불명의 포로를 심문하다 낭패를 보는 신참 장교, 황야의 오두막에서 밤마다 벌어지는 정체 모를 소동, 보로를 흉내 내다 마을의 웃음거리가 되는 청년, 난파선에서 구한 러시아 여인을 쫓아온 사내와 은둔 화학자, 특허 다툼이 부른 비극과 날개 달린 장치, 7년간 봉인된 문 뒤의 진실이 차례로 나온다. 2부 「의사 이야기」는 아홉 편이다. 아내를 잃은 냉정한 생리학 교수, 시대에 뒤처진 늙은 시골 의사, 수술실 견학에서 기절한 신입생, 불치의 유전병을 안고 찾아온 젊은 준남작, 첫 출산을 기다리는 가게 주인, 의사들이 밤늦게 풀어놓는 일화, 외과의의 회고, 여성 의사와 맞선 시골 의사, 이름을 알리려고 익사 소동을 꾸미는 청년 의사로 이어진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스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 아서 코난 도일 『잃어버린 세계』 (The Lost World)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한 권 요점
The Man from Archangel
『아르한겔스크에서 온 남자』는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집입니다. 도일은 1859년에 태어나 1930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에든버러에서 의학을 공부한 의사 출신으로 셜록 홈스 시리즈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대부분 그가 이름을 얻기 전후에 잡지에 먼저 실렸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 권으로는 1922년에 묶여 나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부 「모험 이야기」(제1~6편)와 2부 「의사 이야기」(제7~15편)로 나뉘고, 표제작은 1부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탐정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도일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속임수와 반전이 있는 이야기, 사랑과 집착을 다룬 이야기, 의사가 진료실에서 마주친 생로병사의 장면이 한 권에 섞여 있습니다. 가볍게 웃기는 글과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글이 번갈아 나오고, 대부분이 짧은 분량 안에서 마지막 한 줄로 이야기의 방향을 바꿉니다.
줄거리
제1편: 빔바시 조이스의 데뷔
마흐디 군대의 물결이 한풀 꺾인 시기, 카이로에 갓 도착한 영국 청년 장교 힐러리 조이스는 이집트군에 파견되어 정보부장의 명령을 받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쿠르쿠르 오아시스 초소를 맡아 그곳을 지나는 전령을 붙잡아 신원을 캐내라는 것입니다. 3주 동안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저녁, 키 큰 아랍 사내가 길 위에 홀로 나타납니다. 사내는 검은 수염에 회색 눈을 가졌고, 심문을 받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얼굴만 이따금 경련하듯 일그러뜨립니다. 조이스는 사내를 위협하려 말굽을 불에 달구게 하지만 차마 지지지 못하고 다음 날 채찍질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밤새 마음이 불편했는데, 아침이 되자 포로는 조이스의 가장 좋은 낙타를 타고 천막을 찢고 달아난 뒤입니다. 조이스는 문책을 각오하고 아스완의 사령부로 불려 갑니다. 장군은 차갑게 그의 실책을 따지며 연대로 돌려보내겠다고 하다가, 조이스가 오아시스에서 포로에게 던진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줍니다. 그 포로가 바로 장군 본인이었습니다. 장군은 변장을 하고 직접 부족과 은밀한 용무를 보고 돌아오던 길이었고, 얼굴을 찡그린 것은 단둘이 말하자는 신호였다고 밝힙니다. 둘은 "비긴 셈"이라며 악수하고, 장군은 저녁 식사에 초대합니다.
제2편: 가스터 펠의 외과의사
1885년 여름, 화자 제임스 어퍼턴은 신비학 연구에 몰두하려고 요크셔 황야의 키르비말하우스를 찾습니다. 하숙집 주인의 호기심이 싫어 황야 한가운데 가스터 펠에 직접 오두막을 지어 옮길 참인데, 그 직전에 프랑스에서 온 에바 카메론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같은 하숙에 묵습니다. 에바는 밤새 황야를 돌아다니다 온 사람처럼 진흙투성이로 나타나고, 어퍼턴이 가스터 펠에 산다고 하자 겁에 질립니다. 헤어지는 날 그녀는 밤에 문에 빗장을 질러 달라는 이상한 부탁을 합니다. 첫 밤 천둥 번개 속에서 어퍼턴은 황야에 서 있는 에바를 얼핏 보고, 며칠 뒤에는 이웃의 '가스터 펠의 외과의사'가 찾아옵니다. 뺨에 약품 자국이 있는 이 사내 역시 문을 잠그라고 당부합니다. 호기심을 못 이긴 어퍼턴이 사내의 집을 엿보니 창에는 쇠창살이 달려 있고, 사내가 쪼글쪼글한 노인을 때려눕혀 집 안의 닭장 같은 우리에 가두는 장면이 보입니다. 이후 피 묻은 시트가 개울에 떠내려오고, 이웃집은 난장판이 되고, 노인은 사라지고, 어퍼턴의 오두막까지 누군가 뒤집니다. 폭풍우 치는 밤 초록빛 눈의 형체가 문을 열려다 달아나고 외과의사가 그 뒤를 쫓습니다. 설명은 마지막에 도착하는 편지가 맡습니다. 키르비 정신병원에서 온 J. 카메론의 편지에 따르면, 노인은 정신 질환을 앓는 자신의 아버지이고, 남매는 아버지를 수용소에 보내지 않으려고 직접 돌보고 있었으며, 외과의사는 아들입니다.
제3편: 빌려 온 장면들
보로의 소설에 푹 빠진 화자가 그가 그린 길 위의 삶을 직접 살아 보겠다고 서섹스의 스와인허스트 마을에 내려옵니다. 길에서 만난 주민에게 색슨 연대기와 웨일스 시인을 읊어 대 모두를 달아나게 하고, 여관 '장미와 왕관'에서는 스승처럼 식은 돼지고기에 차와 맥주를 함께 주문합니다. 손님들은 서로 이마를 두드리며 눈짓을 나눕니다. 울타리 계단에서 그는 이른바 '길 위의 모험'을 기다리다 '울부짖는 공포'를 앓고, 지나가던 여자를 헨리에타라 부르며 보로의 말투로 수작을 겁니다. 이어 마차를 몰고 온 건장한 사내에게 주먹다짐을 하자고 졸라 돈까지 쥐여 주는데, 사내는 모자를 줍느라 허리를 굽힌 그를 쇠 징 박은 장화로 걷어차고 마차를 몰고 사라지며, 화자의 외투도 함께 사라집니다.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내가 나타나 이들이 집시가 아니라 홉 따는 일꾼이라고 알려 줍니다. 화자는 헌 외투를 사 입고 기차역으로 가는데 마을 사람들이 뒤를 따르고, 순경은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 역장에게 신사인 모양이라고 속삭입니다. 책에서 읽은 삶은 오늘날 따라 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이야기가 끝납니다.
제4편: 아르한겔스크에서 온 남자
표제작입니다. 화자 존 맥비티는 1867년 스물다섯을 앞두고 인간이 우주의 진드기에 불과하다는 글을 노트에 적을 만큼 염세적인 청년입니다. 변호사 일을 접고 삼촌의 유산을 받아 케이스니스 맨시 만의 외딴 집에 틀어박혀 화학 실험과 철학서로 세월을 보내며, 이웃들 사이에서는 '맨시의 미친 영주'로 통합니다. 6월의 어느 밤 폭풍이 몰아쳐 대형 범선이 암초에 얹힙니다. 맥비티는 늙은 가정부 매지의 호소를 매정하게 거절하지만 결국 뛰쳐나갑니다. 난파선 위에서 키 큰 사내가 구명 널에 묶은 여자를 파도에 태워 보내는 장면을 본 그는 낡은 보트를 저어 물 위의 여자를 건져 냅니다. 여자는 소피 라무진, 열아홉쯤 되는 말이 통하지 않는 러시아 아가씨이고, 배 파편에 적힌 '아르한겔스크'라는 글자가 그녀의 고향을 알려 줍니다. 오래지 않아 살아남은 사내가 나타납니다. 핀란드 출신 선장 알렉시스 우르가네프는 소피가 자기 아내라고 하지만, 소피는 몸서리를 치며 맥비티 뒤로 숨습니다. 맥비티는 그를 쫓아냅니다. 사내는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빼앗아 배에 태웠다고 털어놓고, 그 뒤에도 몇 주를 근처에 숨어 지켜봅니다. 어느 저녁 폭풍우 전 고요 속에서 사내가 소피를 안고 달아납니다. 맥비티는 총을 들고 뒤쫓지만 늦고, 사내는 노를 저으며 정중히 목례를 합니다. 이튿날 아침 부서진 보트가 해변에 떠밀려 오고, 사내는 죽은 채, 그 밑에는 그의 팔에 안긴 소피가 있습니다. 맥비티는 두 사람을 한 무덤에 묻습니다.
제5편: 위대한 브라운-페리코드 모터
안개 낀 런던의 5월 저녁, 발명가 프랜시스 페리코드와 기계공 제러미 브라운은 비밀리에 시험할 날개 달린 신형 모터를 놓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음 날 둘은 서섹스 벼랑 위의 외딴 헛간에서 벽돌 자루를 매달아 시험하고, 장치는 날갯짓하며 헛간 안을 날아다닙니다. 환호하던 페리코드는 브라운이 그날 아침 특허를 자기 이름으로만 등록해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해 달려듭니다. 몸싸움 중에 브라운은 넘어져 사고로 숨지고, 페리코드는 주검 앞에서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그는 증거를 없애려고 시신에 날개 장치를 달아 달빛 아래 바다 쪽으로 날려 보냅니다. 뒷이야기는 짧습니다. 뉴욕의 한 정신병원에 이름도 고향도 모르는 눈빛이 광기 어린 남자가 있고, 의사들은 그가 틈틈이 정교한 비행 기계를 설계한다고 전합니다.
제6편: 봉인된 방
1894년 봄 밤, 변호사 프랭크 올더는 런던 북쪽 외곽의 빈 저택 앞에서 마차에 치인 자전거 청년 펠릭스 스태니퍼드를 도와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청년은 가구도 없는 큰 집에 홀로 살며, 복도 끝 문에 낡은 붉은 봉랍이 붙어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7년 전 은행가 아버지 스태니슬라우스가 투자 실패로 사라지기 전, 아내에게 정원 끝 암실을 봉인하고 집을 팔지도 세놓지도 말며 아들이 스물한 살이 되면 열라고 편지로 부탁했습니다. 이후 어머니는 파리 소인이 찍힌 편지 두 통을 받다 5년 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의 소식은 끊겼습니다. 스물한 번째 생일, 아버지의 옛 서기 퍼시벌이 올더에게 입회를 청합니다. 문을 열자 먼지를 뒤집어쓴 한 남자가 책상 앞에 앉은 모습 그대로 말라 있습니다. 퍼시벌은 아버지가 투자 손실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생을 마치기로 했고, 병든 아내의 심장이 충격을 견디지 못할 것을 염려해 이런 방식을 택했으며, 자신은 거듭된 간청 끝에 그 뜻을 따랐다고 털어놓습니다. 편지는 모두 사후에 자신이 파리에서 부친 것입니다. 책상 위의 쪽지에는 용서를 구하는 짧은 글이 남아 있습니다.
제7편: 생리학자의 아내
버치스풀 의대의 에인슬리 그레이 교수는 감정을 생리 작용으로 환원하는 사람입니다. 어느 아침 그는 누이 에이다에게 오제임스 부인에게 청혼할 생각이라고 말하고, 그날 정원에서 부인이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애정을 원자의 인력에 빗대고, 낭만은 무지의 소산이라 말합니다. 같은 시간 제자 오브라이언 박사는 에이다에게 구혼했으나 답을 듣지 못한 채 에든버러로 떠나기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결혼했다가 아내 지니가 다른 남자와 도망쳤고 그 배가 가라앉아 모두 죽은 줄 알았다고 교수에게 털어놓습니다. 교수는 두 주 만에 결혼하고, 아내는 놀랍도록 생리학에 밝은 사람으로 비칩니다. 신혼 후 돌아온 오브라이언은 응접실에서 교수의 아내를 보고 "지니!" 하고 쓰러집니다. 그녀는 도망치다 마음을 바꾸었으나 돌아갈 용기가 없어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엿듣던 교수는 두 사람에게 마차를 내주며 함께 떠나라고 담담히 말합니다. 아내는 마지막 순간 그의 눈을 보고 그가 상심했음을 눈치채지만, 그는 "가시오"라고 외치고 연구실로 돌아갑니다. 그는 일에 매달려 몸이 쇠약해지고, 몇 달 뒤 원인 모를 쇠약으로 숨집니다. 두 의사는 사망 진단서에 '심장성'이라고 적습니다.
제8편: 시대에 뒤처진 사람
화자는 태어나던 한밤중에 의사 제임스 윈터에게 받아 낸 시골 아이였고, 이제는 자신도 의사가 되었습니다. 윈터 박사는 청진기를 모자 속에 넣어 다니는 늙은 개업의로, 세균설과 다윈을 웃어넘기고 마취제를 못 미더워합니다. 그러나 환자들은 그의 손길과 존재 자체에서 힘을 얻습니다. 새로 개업한 젊은 의사 패터슨과 화자는 최신 기구를 갖췄으나 환자가 오지 않아 윈터를 딱하게 여기며 흉봅니다. 인플루엔자가 번진 어느 날 화자가 앓아눕자 냉철한 패터슨 대신 윈터를 부르게 하는데, 가정부가 돌아와 전합니다. 윈터 박사는 지금 패터슨을 진료하러 갔다는 것입니다.
제9편: 첫 수술
겨울 학기 첫날, 3학년 학생이 신입생을 에든버러 병원의 명외과의 아처의 수술 견학에 데려갑니다. 겁먹은 신입생에게 셰리주를 먹이고 극장식 수술실의 앞자리까지 밀어 넣습니다. 턱 옆에 큰 종양을 단 환자가 들어오고 아처가 칼을 집는 순간 신입생은 귀를 막고 눈을 감다 결국 기절합니다. 깨어나 보니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습니다. 환자가 마취에 약해서 수술은 아예 시작도 못 했고, 아처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는데 신입생이 가장 좋아하는 대목에서 쓰러진 것입니다.
제10편: 제3대
비 오는 밤 열 시, 런던 스커더모어 골목의 저명한 전문의 호러스 셀비 박사를 준남작 프랜시스 노턴이 찾아옵니다. 그는 정강이의 병변과 눈의 이상을 보이고, 의사는 이를 한눈에 알아봅니다. 청년의 조부 루퍼트 노턴 경은 방탕한 생활로 악명 높았고, 그 대가가 아버지를 거쳐 손자의 혈관에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청년은 자신이 이를 일찍 알지 못했다고 절규하며, 아이를 가져도 되겠느냐고 묻고, 화요일에 결혼식이 잡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셀비는 결혼은 절대 안 된다고 단언하고, 사업차 호주에 간다는 핑계를 대라고 권합니다. 청년은 거짓말은 못 하겠다며 편지를 쓰다 찢고 내일 결심을 알리겠다고 약속하고 떠납니다. 이튿날 아침 신문에서 셀비는 전날 밤 한 청년이 짐마차 바퀴에 깔려 숨졌다는 기사를 읽습니다. 사망자는 준남작 프랜시스 노턴, 결혼을 눈앞에 둔 사람이었습니다.
제11편: 이브의 저주
신사복 가게 주인 로버트 존슨은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입니다. 아내 루시가 진통을 시작하자 그는 의사 마일스를 찾으려 온 동네를 뛰어다니지만, 겨우 만난 의사는 첫 출산은 서두를 일이 아니라며 저녁을 먹고 가겠다고 합니다. 밤새 존슨은 아래층에서 위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처음으로 자연의 잔혹함에 의문을 품습니다. 새벽, 의사가 위험하다며 더 경험 많은 프리처드 박사를 부르라 합니다. 존슨은 마취약 병을 가지러 달려가다 병을 깨뜨리고, 상담료 3기니를 받고 나온 프리처드와 함께 돌아옵니다. 기다림 끝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잘되었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에 존슨은 처음 보는 기쁨을 맛봅니다. 그는 열두 시간 전까지는 상상도 못 한 감정으로 아내 곁에 앉아 새벽을 맞습니다.
제12편: 의학 기록
영국의학협회 지부 만찬이 끝난 밤, 세 의사가 난롯가에 남아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정신병원 원장 맨슨, 가난한 동네의 일반의 포스터, 신진 외과의 하그레이브입니다. 그들 곁에서 한 젊은 비전문가가 만년필로 이야기를 열심히 받아 적습니다. 의사들은 출산을 지켜본 순경이 수갑으로 아내와 손목을 이어 함께 아팠던 일, 요람 속에서 마주친 열여섯 살 소녀의 얼굴, 등이 굽은 세 자매가 말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진 출산, 전신마비 초기 환자, 엉뚱한 사람에게 정신병 진단서를 쓸 뻔한 일, 군함 위에서 해부학 책을 보며 다리를 절단한 중위, 소설 속에는 잘 나오지 않는 병들, 목깃을 높이던 사교계 미인과 해발 4천 피트에 갈라진 부부의 사연을 풀어놓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의사들은 웃으며 외투를 챙기러 가고, 일반의는 "대중이 이런 이야기에 무슨 관심이 있겠소" 하고 웃어넘깁니다.
제13편: 외과의사의 이야기
시가에 불을 붙이며 외과의사가 젊은이에게 말합니다. 의사는 자기가 가장 오래 연구한 병으로 죽는 법이라고. 선배 워커는 신경병의 대가였는데, 어느 날 강의 중 시범을 보이다 자신이 같은 병에 걸렸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담담히 편지 몇 통을 쓰고 5년 동안 자기 증상을 기록하며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환자의 귀를 떼는 실험 수술을 하다 촛불이 꺼진 어둠 속에서 환자가 뒤바뀌어 동료 맥나마라가 귀를 잃은 소동의 당사자이기도 했습니다. 외과의는 암 진단을 받고도 남편에게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해 달라며 남편의 저녁을 지켜 주려던 부인, 아내의 병을 듣고 멍하니 그림만 들여다보던 남편, 자기 반려견을 안락사해 달라며 4실링 6펜스 우편환을 두고 간 노부인 등을 이야기하며, 의사의 삶에는 비극과 희극이 함께 있다고 말을 맺습니다.
제14편: 호일랜드의 의사들
햄프셔 호일랜드의 개업의 제임스 리플리는 학구적이고 독신이며 마을을 독점해 왔습니다. 이웃 마을에 간판을 단 신참이 에든버러와 파리에서 공부한 연구상 수상자 베린더 스미스 박사임을 알고 찾아가 보니 그는 여성입니다. 리플리는 여자가 의사가 되는 일에 반대한다고 쏘아붙이고, 스미스 박사는 그의 논문 오류를 새 자료로 조용히 지적합니다. 그녀의 명성은 두 달 만에 마을을 덮고, 리플리는 점점 환자를 잃으며 증오를 키웁니다. 어느 밤 스콰이어 댁의 급한 호출에 앞서가려고 마차를 몰다 모퉁이에서 뒤집혀 다리가 부러지고, 정신을 차리니 그를 치료한 사람은 스미스 박사입니다. 두 달 동안 날마다 그녀를 만나며 리플리는 생각을 바꾸고 청혼합니다. 박사는 "진료소를 합치자는 건가요?" 하고 농담한 뒤, 평생을 학문에 바치기로 했으며 파리 연구소의 자리가 났다고 거절합니다. 몇 주 뒤 마을에는 의사가 한 명만 남고, 그는 몇 달 새 훌쩍 늙어 버립니다.
제15편: 크래브의 개업
화자 바턴은 에든버러 시절 정치 집회에서 일부러 야유를 던져 쫓겨나던 의대생 톰 크래브를 만나 친구가 됩니다. 몇 년 뒤 크래브는 항구 도시 브리스포트에서 개업했으나 환자가 없고, 아내의 전보를 받은 바턴이 달려옵니다. 둘은 이름을 알릴 방법을 궁리하다 바턴이 물에 빠진 익사자 행세를 하기로 합니다. 이튿날 바턴은 보트에서 물속으로 뛰어들고, 크래브는 때맞춰 나타나 의사임을 밝히고 구경꾼들 앞에서 갖은 소생술을 시연합니다. 마지막에 전기 배터리를 갖다 대자 진짜 전류가 흘러 바턴이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납니다. 구경꾼은 혼비백산하고, 크래브는 "기적"이라 외치며 환자의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둘러대 마차에 태웁니다. 소동은 신문에 실리고 이튿날부터 크래브의 병원에는 환자가 몰립니다. 책은 크래브가 바턴에게 보낸 활기찬 편지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조이스의 데뷔: 놀림당한 신참
첫 이야기는 도일 특유의 유머로 문을 엽니다. 신참 장교는 위엄을 세우려 하지만 끝까지 자기가 심문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아채지 못합니다. 장군이 같은 말을 돌려주는 장면은 독자에게도 반전이 되지만, 이야기 전체가 가볍게 읽히도록 결말에서 곧바로 화해합니다.
Well, well, Captain Joyce, we are quits!
자, 자, 조이스 대위, 이제 비긴 셈일세!
조이스는 포로를 아무에게도 넘기지 않으려 합니다.
This is my bird.
이놈은 내 몫이다.
공을 독차지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그를 덫으로 이끕니다. 말굽을 달구라고 시킨 대목은 겁을 주려던 허세였다는 점에서, 권위를 가장하는 젊은이의 어설픔을 정직하게 보여 줍니다.
2. 가스터 펠: 설명은 마지막에
어퍼턴은 은둔을 자랑하지만 이웃의 소란에 한 걸음씩 끌려 들어갑니다. 이야기의 긴장은 에바의 기이한 부탁에서 시작됩니다.
You will bolt your door at night?
밤에는 문에 빗장을 질러 주시겠어요?
외과의사도 같은 당부를 하고, 그 말에는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You never know who may be about.
누가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는 법입니다.
공포 소설처럼 쌓아 올린 분위기를 마지막 편지 한 장이 풀어 줍니다. 서술자는 일부러 "운명은 이야기를 예술의 법칙대로 끝내지 않는다"고 변명합니다.
Fate is a grand weaver of tales
운명은 이야기를 짜는 대단한 직공이다.
정신 질환을 앓는 아버지를 시설에 보내지 않으려 한 남매의 사정이 드러나면 괴물처럼 보이던 인물들이 모두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으로 읽힙니다. 오해로 쌓은 무서움이 연민으로 바뀌는 이 구조는 도일이 의사였다는 사실과 닿아 있습니다.
3. 빌려 온 장면들: 책 속 모험의 패러디
이 단편의 재미는 화자가 진지할수록 커집니다. 첫머리의 제사부터 이 모험이 실패로 끝날 것을 알립니다.
It cannot be done. People really would not stand it.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참아 주지 않는다.
그가 한꺼번에 쏟아낸 지식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고 서로 눈짓만 오가게 만듭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한 줄도 모르는 그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Rome was not built in a day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에 역장이 던진 한마디는 계급에 대한 웃음 섞인 일침입니다.
A very big house if every man had his rights
모두가 제 권리를 누린다면 아주 큰 집이겠지요.
책으로 배운 삶은 현실의 사람들과 어긋나고, 그 어긋남을 가장 먼저 눈치채는 쪽은 언제나 지나가는 이웃입니다. 이 단편은 한 작가를 우러르는 열정과 그것을 따라 하는 허영을 함께 놀립니다.
4. 아르한겔스크에서 온 남자: 염세주의자의 시험
맥비티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먼저 말하는 화자입니다. 그의 철학은 서두에서 자기 입으로 말합니다.
I dislike my fellow-mortals.
나는 동료 인간들이 싫다.
그러나 난파선을 보고도 모른 척하려던 그는 곧 충동에 떠밀려 보트를 저어 나갑니다. 사내가 정체를 밝히는 말은 담담합니다.
I am a man from Archangel
저는 아르한겔스크에서 온 사람입니다.
소피와 사내의 관계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사내는 사랑이라 부르지만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끌고 왔고, 소피는 그를 두려워합니다. 맥비티가 "그 사랑이 안 지나간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외면한 이 집착은 끝내 비극으로 닫힙니다.
If he would but come back!
그가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화자는 사내를 증오하다 분노가 자기 자존심 때문이라고 인정합니다. 결말은 낭만적으로 읽히기를 바라지만, 한 사람의 집착이 두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점은 독자가 따로 짚어야 합니다.
5. 브라운-페리코드 모터: 이름을 둘러싼 다툼
두 사람의 관계는 첫 장면부터 균열이 나 있습니다. 한쪽은 생각이 자기 것이라 하고, 다른 쪽은 만든 쪽이 임자라고 맞섭니다.
I invent, you build.
나는 발명하고, 자네는 만든다.
페리코드는 장치가 날아오르는 순간 환호하고, 곧이어 특허가 브라운 한 사람 이름으로 올라갔음을 알게 됩니다.
You thief and villain!
이 도둑놈, 악당 같으니!
마지막 단락은 짧은 후일담입니다. 정신병원 의사들의 진단은 이 이야기의 주제를 요약합니다.
the most delicate machine which is most readily put out of gear
가장 섬세한 기계가 가장 쉽게 어긋난다.
도일은 우연한 사고와 그 뒤의 은폐를 구분해서 보여 줍니다. 처음 일은 비극이었지만 이후의 선택이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짧은 도덕극입니다.
6. 봉인된 방: 미리 계산된 마지막 배려
이 단편의 핵심 장치는 봉인된 문을 앞에 두고 열지 않는 인물입니다. 스태니퍼드가 올더에게 묻는 질문에는 이야기의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Weren't you curious to know what was in it?
그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았나요?
아버지가 남긴 편지는 거짓을 쓰지 않고 읽는 사람이 오해하도록 쓰였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He was always pedantically accurate.
그분은 늘 지나치다 싶을 만큼 정확했습니다.
퍼시벌은 7년 동안 비밀을 지킨 이유를 주인에 대한 의리와 부인에 대한 보호로 설명합니다. 서기가 한 일은 불편하지만 애틋합니다. 서기가 낭독하는 마지막 쪽지는 이 단편에서 가장 조용한 문장입니다.
May God find rest for a sorely wearied spirit!
고단한 영혼이 하느님 안에서 쉬기를!
이야기는 스스로 생을 마친 사람을 다루면서도 어떤 방법도 묘사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보호하려 했는지에 시선을 둡니다.
7. 생리학자의 아내: 차가운 이론과 상한 마음
그레이 교수는 사랑을 화학 반응에 빗대 설명하다 약혼녀에게 가볍게 놀림을 받습니다. 그의 낭만에 대한 선언은 곧 그가 스스로 무너지는 복선이 됩니다.
Romance is the offspring of imagination and of ignorance.
낭만은 상상과 무지의 자식이다.
아내가 떠나는 순간까지 그는 위엄을 지키지만, 아내의 시선이 그의 속을 비춥니다.
Don't you see that he is stricken to the heart?
저이가 가슴에 큰 상처를 입은 게 안 보여요?
그가 연구에 매달려 몸이 상하는 과정은 담담하게 서술되고, 의사들은 병명을 정하지 못합니다. 마지막 대사는 이 단편의 요점을 완곡하게 가리킵니다.
Let us call it cardiac, anyhow
어쨌든 심장성이라고 적읍시다.
사랑을 과학으로 설명하려던 사람이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아픔으로 쓰러지는 아이러니가 이 이야기의 힘입니다.
8. 시대에 뒤처진 사람: 손길의 힘
윈터 박사는 새로운 의학을 비웃지만 환자 곁에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입니다. 화자는 그의 장점을 이렇게 알아봅니다.
He has the healing touch
그에게는 낫게 하는 손길이 있다.
세균설을 농담거리로 삼는 그의 입버릇은 우습지만,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가끔은 유행의 맨 앞에 서 있다는 이 단편의 관찰도 함께 읽을 만합니다.
Shut the door, or the germs will be getting in.
문 닫으시오, 안 그러면 세균이 들어옵니다.
진료 중에 환자 앞에서 그가 가장 자주 하는 말도 인상적입니다.
Tut, tut, this will never do!
쯧쯧, 이래서는 안 되지!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한 줄로 끝납니다. 최신 의학을 믿던 젊은 의사들도 자기가 아플 때는 따뜻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도일은 지식과 돌봄 가운데 어느 한쪽을 이기게 하지 않고 균형을 묻습니다.
9. 첫 수술: 상상이 만든 공포
선배는 신입생의 걱정을 달래는 척하지만 사실상 놀리고 있습니다.
There's no sense in funking.
겁먹어 봐야 소용없어.
수술실의 묘사가 생생할수록 반전이 더 크게 터집니다. 신입생이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머릿속으로 수술 과정을 그려 내는 동안,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there never was an operation at all
수술 같은 건 아예 없었다니까.
짧은 단편이지만 도일은 상상이 현실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짚습니다. 의학 교육의 현장을 즐겁게 보여 주는 학생 시절의 일화이기도 합니다.
10. 제3대: 죄 없는 사람에게 닿은 죄
청년의 질문은 이 단편 전체를 이끕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에 책임을 지게 된 사람의 분노가 의사의 침착한 설명을 뚫고 나옵니다.
Haven't I a right to ask why?
내가 이유를 물을 자격이 없단 말입니까?
결혼을 며칠 앞둔 그의 사정은 짧은 한 줄로 전달됩니다.
I am to be married on Tuesday
저는 화요일에 결혼합니다.
의사의 답은 냉정합니다.
The marriage must not take place.
그 결혼은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청년은 거짓말로 약혼녀를 속이기를 거부합니다. 이튿날 신문에 실린 사고 기사는 전말을 풀어 주지 않고, 독자가 직접 의미를 가늠하게 합니다. 의학이 병만 알려 주고 위로는 못 하는 순간을 도일이 가장 정직하게 그린 장면입니다.
11. 이브의 저주: 기다림이 사람을 바꾼다
존슨은 의사의 느긋함에 분노하지만 책은 의사의 사정도 놓치지 않습니다.
You can't get an engine to go without coals, Mr. Johnson
석탄 없이는 기관차도 못 가는 법이에요, 존슨 씨.
밤새 아래층에서 위층 소리를 들으며 평생 처음으로 던진 질문은 이렇습니다.
Where was the justice of it?
이게 대체 무슨 정의란 말인가?
결말에서 그는 성장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If there had been a harrowing, there had been a planting too.
갈아엎음이 있었다면 심음도 있었다.
사건은 평범한 출산이지만 한 사람의 내면에서는 대사건입니다. 도일은 이 장면에서 의사의 일상과 환자 가족의 인생 사건 사이의 간격을 정면으로 보여 주고, 그 간격을 메우는 것은 끝내 사람 곁에 있어 주는 일이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12. 의학 기록: 이야기하는 의사들
이 단편은 줄거리보다 목소리가 중심입니다. 순경의 출산 일화에서 산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He's got to take his share as well as me.
저이도 저만큼 제 몫을 겪어야죠.
의사들은 소설이 병을 다루는 방식에 불만도 털어놓습니다.
The novelist never strikes below the belt.
소설가는 결코 허리띠 아래를 건드리지 않는다.
정신병원 원장은 사람의 영혼이 뼛조각 하나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칩니다.
What a satire an asylum is upon the majesty of man
정신병원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얼마나 큰 풍자인가.
끝에서 의사들은 자기들 이야기를 받아 적는 젊은이를 보고 웃습니다. 이 '비전문가'는 의사들의 하루를 글감으로 삼는 작가 자신을 닮은 존재로 읽을 수 있습니다.
13. 외과의사의 이야기: 용기를 보는 눈
외과의의 첫 문장은 의사가 걸리는 병에 대한 농담 섞인 관찰입니다.
Men die of the diseases which they have studied most
사람은 가장 깊이 연구한 병으로 죽는다.
워커의 최후는 조롱이 아닌 존경으로 서술됩니다. 외과의는 오랜 경험에서 얻은 결론을 말합니다.
The evil lies commonly upon the surface.
악은 대개 표면에 놓여 있다.
The deeper strata are good.
더 깊은 지층은 선하다.
암 선고를 받고도 남편의 저녁을 지켜 주려는 부인의 일화는 이 결론의 증거입니다. 부인이 하는 말 한마디가 책에서 가장 단단합니다.
Poor old Jack!
불쌍한 우리 잭!
한편 귀를 잃은 맥나마라의 소동 같은 우스운 대목이 섞여 이야기는 무겁게만 흐르지 않습니다.
14. 호일랜드의 의사들: 편견이 허물어지는 과정
스미스 박사는 질문 하나로 리플리의 편견을 드러냅니다.
Why should a woman not earn her bread by her brains?
여자가 머리로 밥벌이를 하면 안 될 까닭이 무엇입니까?
리플리가 말문이 막히자 스미스는 부드럽게 논리의 허점을 짚습니다.
It seems to me that you are begging the question
제가 보기에 선생님은 논점을 회피하고 계십니다.
이 단편이 흥미로운 점은 연애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리플리가 청혼하자 스미스는 농담으로 받아치고 곧 진심을 말합니다.
What, and unite the practices?
어머, 그럼 두 병원을 합치자는 건가요?
I intend to devote my life entirely to science.
저는 평생을 오로지 과학에 바칠 생각입니다.
리플리는 자신의 편견이 틀렸음을 고백하지만, 그 고백이 곧 사랑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당시 여성 의사를 바라보던 시선과 그에 맞선 인물의 선택을 함께 담은 단편입니다.
15. 크래브의 개업: 이름 알리기의 소동극
크래브가 처음 등장하는 정치 집회 장면은 그의 성격을 압축합니다. 그는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쫓겨납니다.
What did Gladstone do in '63?
글래드스턴은 63년에 뭘 했습니까?
개업은 했으나 환자가 없는 그의 고민은 단순합니다.
If I could make myself known it would be all right
내 존재만 알릴 수 있다면 다 잘될 텐데.
익사 소동 끝에 전기 충격을 받은 바턴이 벌떡 일어났을 때 크래브가 외치는 말은 이 단편의 백미입니다.
A miracle!
기적이다!
결과는 편지에 담겨 옵니다.
I'm cutting Markham and Davidson out completely, my boy.
마컴과 데이비드슨을 완전히 따돌리고 있네, 이 친구야.
의료 현장의 홍보와 평판이 실력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가볍게 비꼬면서, 책 전체를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소동극입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아르한겔스크에서 온 남자』는 열다섯 편이 서로 독립되어 있어 어느 이야기부터 읽어도 됩니다. 먼저 한 편을 고르려면 반전의 재미가 큰 「빔바시 조이스의 데뷔」와 「첫 수술」, 짧은 분량에 사연을 담은 「봉인된 방」과 「생리학자의 아내」를 권합니다. 표제작과 「브라운-페리코드 모터」는 모험담 안에서도 어두운 쪽에 속하고, 「가스터 펠의 외과의사」는 고딕풍 분위기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2부는 의사 도일의 목소리가 가장 가까운 대목입니다. 「이브의 저주」와 「외과의사의 이야기」는 삶의 무게를, 「호일랜드의 의사들」과 「크래브의 개업」은 웃음을 줍니다. 곳곳에 19세기 말 영국의 계급과 성 역할, 병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므로 오늘의 눈으로 읽을 때 불편한 대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당시의 시대상으로 읽으면 도일이 인물에게 어떤 거리를 두는지 보입니다. 탐정 소설의 도일에게서는 보기 힘든 짧고 인간적인 글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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