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67년 출간
The Gambler
도박꾼
룰렛의 도시에서 가정교사가 후견인 가족의 몰락과 폴리나를 향한 집착, 할머니의 파멸을 지켜보다 자기 자신도 도박에 삼켜지는 고백의 수기
Come what may, I must have money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돈이 있어야 해요.
I have ruined myself—that is all.
나는 나 자신을 망쳤을 뿐이다. 그게 전부다.
한눈에 보기
러시아 장군 집안의 가정교사 알렉시스 이바노비치는 독일의 온천 도시 룰레텐베르크에서 장군의 의붓딸 폴리나를 짝사랑하며 그녀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노예'를 자처한다. 장군은 모스크바의 부유한 할머니가 죽어 유산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빚을 진 프랑스인 드 그리어스와 야심 찬 블랑슈 양이 그 주변을 맴돈다. 죽었다던 할머니가 직접 나타나 룰렛판에서 가진 현금을 거의 모두 잃고 돌아가는 사이, 알렉시스는 폴리나를 위한 하룻밤의 도박에서 거금을 따지만 폴리나는 그 돈을 그의 얼굴에 던지고 떠난다. 그는 파리에서 블랑슈와 돈을 탕진하고, 이십 개월 뒤 홈부르크에서 애슬리를 다시 만나 모든 소식을 듣는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Crime and Punishment)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Notes from Underground)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백치』 (The Idiot)
한 권 요점
The Gambler
『도박꾼』은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쓴 중편소설로, 1867년에 나왔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에 태어나 188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출판 계약의 기한에 쫓기며 아주 짧은 기간에 구술로 완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 자신의 도박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이야기도 흔히 따라붙습니다. 책은 17장으로 이루어진 1인칭 수기이고, 화자는 러시아어로 '우치텔'이라 불리는 가정교사 알렉시스 이바노비치입니다. 그는 룰레텐베르크라는 카지노 도시에서 한 장군 집안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장군의 의붓딸 폴리나 알렉산드로브나를 사랑합니다. 줄기는 단순합니다. 유산을 기다리는 사람들 곁에서 돈과 사랑에 매달린 청년이 우연에 자신을 걸어 보다가, 이긴 순간에도 잃은 순간에도 도박에 더 깊이 붙들리는 과정입니다. 룰렛이 도는 방, 호텔의 복도, 파리의 응접실이 모두 같은 병을 다른 얼굴로 보여 주는 무대입니다.
줄거리
제1~3장: 돌아온 가정교사와 룰렛 앞의 첫 시험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룰레텐베르크에 돌아온 알렉시스는 후견인들이 뭔가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장군은 차갑게 인사하고, 호텔 직원들 사이에서는 장군 일행이 큰 부자라는 소문이 돕니다. 장군은 그가 아이들 미샤와 나디아를 카지노 쪽으로 데려갈까 봐 경고하며, 그가 도박에 빠지기 쉬운 사람임을 안다고 말합니다. 식탁에는 프랑스인 드 그리어스, 그의 먼 친척이라는 블랑슈 양과 그 어머니, 그리고 여행길에서 거듭 마주친 수줍은 영국인 애슬리 씨가 함께합니다. 알렉시스는 폴리나에게서 사연을 듣습니다. 모스크바의 할머니가 위독해 오래전부터 부고 전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장군이 드 그리어스에게 빚을 졌다는 것입니다. 폴리나는 파리에서 보석을 잡히고 온 돈이 모자란다며 그에게 700굴덴을 쥐여 주고 룰렛으로 따 오라고 합니다. 처음 들어선 도박장에서 알렉시스는 남의 돈으로 100굴덴을 걸어 1600굴덴까지 불리고, 폴리나는 수익을 반씩 나누자고 하지만 그는 거절합니다. 이튿날부터 폴리나는 그를 피하면서도 필요할 때만 불러 쓰고,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노예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제4~6장: 잃어버린 돈, 산꼭대기의 맹세, 남작 부인 소동
다음 날 알렉시스는 폴리나가 건넨 600굴덴으로 다시 도박장에 앉습니다. 한때 4000굴덴 가까이 땄지만 운명에게 도전하고 싶은 충동에 최고 한도를 걸어 몽땅 잃습니다. 점심 자리에서 그는 그 돈이 자기 돈이었다고 우기며, 장군과 드 그리어스 앞에서 독일식 근면과 '아버지(Vater)' 중심 가정을 조롱하는 긴 연설을 늘어놓습니다. 산책길에서 폴리나는 장군의 재산이 이미 드 그리어스에게 저당 잡혔다고 털어놓고, 알렉시스는 자신이 오직 그녀만 본다고 쏟아냅니다. 슐랑겐베르크 산에서 그녀가 한 마디만 하면 낭떠러지로 뛰어내리겠다고 했던 맹세가 다시 나오고, 폴리나는 그를 시험하듯 '누구든 죽이라면 죽이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러고는 웃으며, 지나가는 부유한 프로이센 남작 부인에게 가서 인사하라고 시킵니다. 알렉시스는 모자를 벗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프랑스어로 '당신의 노예가 되는 영광'을 말하고, 남작이 노려보자 "야 볼" 하고 길게 소리쳐 두 사람을 달아나게 만듭니다. 장군은 부르머겔름 남작의 항의에 알렉시스를 즉시 해고하고, 알렉시스는 남작에게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맞섭니다. 장군은 겁에 질려 사정하고, 그날 밤 장군의 누이 마리아 필리포브나가 갑자기 칼스바트로 떠난 사실이 전해집니다.
제7~8장: 후작의 심부름, 애슬리가 들려준 블랑슈의 과거
이튿날 아침 드 그리어스가 장군의 사절로 찾아와 소동을 그만두라고 설득하지만 알렉시스는 애슬리를 입회인으로 세우겠다고 받아칩니다. 드 그리어스는 폴리나의 쪽지를 내미는데, 거기에는 어리석은 짓을 멈추라고, 자신에게 그가 필요하다고, 슐랑겐베르크의 맹세를 기억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알렉시스는 폴리나가 드 그리어스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가 그녀를 쥐고 있다고 짐작합니다. 거리에서 만난 애슬리는 알렉시스의 고백을 한 시간 반 동안 듣고, 블랑슈의 과거를 알려 줍니다. 그녀는 3년 전 '젤마 양'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왕자'와 함께 이곳에 왔고, 그가 호텔비를 떼어먹고 사라지자 폴란드 백작을 만났으며, 남작 부인의 항의로 카지노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애슬리는 '후작' 드 그리어스의 작위도 최근에 생긴 것일 거라고 말합니다. 그 대화 끝에 호텔 쪽에서 누군가가 러시아어로 "알렉시스 이바노비치!" 하고 소리쳐 부릅니다.
제9~11장: 할머니의 도착과 제로의 행운
호텔 베란다에는 안락의자에 실려 온 일흔다섯 살의 안토니다 바실리예브나, 곧 모스크바의 '바부시카'가 앉아 있습니다. 죽었다고 모두가 믿던 할머니가 하인 포타피치와 하녀 마르타를 거느리고 직접 나타난 것입니다. 장군 일행이 모인 방에 의자째 들어선 할머니는 얼어붙은 사람들 앞에서 전보 값이 아깝지 않았느냐고 비웃습니다. 그녀는 장군이 룰렛에 재산을 날린다고 꾸짖으며 자기 돈은 한 푼도 줄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습니다. 곧 카지노로 가자고 한 할머니는 알렉시스에게 규칙을 설명받고 처음에는 제로에 10굴덴짜리 금화를 걸어 세 번 잃습니다. 그러나 몇 판 사이에 제로가 세 번 나오는 행운으로 4200굴덴을 받고, 이어 4000플로린을 빨강에 두 번 걸어 모두 맞혀 1만 2천 플로린을 쥔 채 의자를 돌려 나옵니다. 그날 오후 할머니는 하인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고 알렉시스에게 500굴덴을 빌려 주겠다고까지 하지만, 장군과 드 그리어스와 블랑슈는 알렉시스를 불러 제발 할머니를 도박에서 떼어 놓으라고 매달립니다. 알렉시스는 폴리나가 건넨 편지를 애슬리에게 전하며 둘이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에 질투를 느낍니다. 오후 세 시 반, 잠을 못 이룬 할머니는 포타피치를 보내 그를 부릅니다.
제12~13장: 할머니의 패배와 귀향
다시 도박장에 앉은 할머니는 제로에 10굴덴짜리 금화를 거듭 걸어 144개를 잃고, 마침내 빨강에 4000굴덴을 걸었을 때 제로가 나와 모든 돈을 잃습니다. 증권을 현금으로 바꿔 계속 걸지만, 드 그리어스가 잘난 체하며 훈수를 두는 것을 쫓아낸 뒤 한 시간 만에 가진 것이 바닥납니다. 저녁에 할머니는 짐을 싸게 하고, 모여든 장군 일행을 쫓아내며 블랑슈와 결혼하려는 장군을 비난합니다. 그러고 폴리나에게는 모스크바에서 함께 살자고 청하는데, 폴리나는 어린 동생들을 두고 갈 수 없다며 망설입니다. 할머니는 "그 프랑스인은 네게 좋을 게 없다"고 말하고, 알렉시스에게 500굴덴을 쥐여 주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꿔 다시 카지노로 가겠다고 합니다. 알렉시스는 동행하기를 거부하고 돈을 돌려줍니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13장의 수기가 이어지는데, 이튿날 할머니는 폴란드인 훈수꾼들에게 시달리며 하루 종일 도박을 하다 가진 돈을 거의 모두 잃습니다. 장군은 경찰을 동원해서라도 노모를 막자며 허둥대고, 블랑슈는 할머니가 살아 있다는 이유로 장군을 내치며, 드 그리어스는 호텔을 떠납니다. 블랑슈는 저녁에 울며 매달린 장군을 위로하러 돌아와 웃음을 나눕니다. 할머니는 애슬리에게서 3천 프랑을 빌려 모스크바행 밤 기차에 오르고, 알렉시스가 배웅한 뒤 방으로 돌아오자 어둠 속 의자에 폴리나가 앉아 있습니다.
제14~15장: 드 그리어스의 편지, 이십만 프랑, 던져진 돈
폴리나는 드 그리어스가 쓴 편지를 내놓습니다. 그는 할머니의 등장으로 모든 희망이 무너졌다며 서둘러 떠나고, 장군의 저당 재산을 팔아 자신의 몫을 챙기되 폴리나가 장군에게 소송할 수 있도록 일부를 풀어 주겠다고 적었습니다. 폴리나는 그에게 빚진 5만을 그의 얼굴에 던지고 싶다고 분노합니다. 알렉시스가 애슬리를 입에 올리자 그녀는 "당신이 나를 그에게 넘기려는 거냐"고 쏘아붙이는데, 그 순간 알렉시스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임을 깨닫습니다. 그는 한 시간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카지노로 달려갑니다. 정신없이 판돈을 올리던 그는 두 테이블이 한도에 걸려 문을 닫을 만큼 딴 다음 트랑트에카랑트에서 빨강이 열네 번 이어지는 행운까지 타고, 호텔로 돌아와 20만 프랑을 탁자에 쏟아 놓습니다. 폴리나는 돈을 받지 않겠다며 "나를 5만 프랑에 사려는 거냐"고 울부짖다가 그를 끌어안고, 밤을 그의 방에서 보냅니다. 아침에 깨어난 그녀는 혐오에 가득 찬 얼굴로 5만 프랑을 내놓으라고 하고, 건네받은 뭉치를 그의 얼굴에 던진 뒤 방을 뛰쳐나갑니다. 알렉시스가 찾아가 보니 폴리나는 애슬리의 호텔에서 병석에 누워 있고, 애슬리는 그녀가 죽으면 알렉시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하며, 부자가 된 러시아인은 파리로 가게 마련이라고 단언합니다. 호텔로 돌아오자 블랑슈가 그를 불러 함께 파리로 가자고 하고, 알렉시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블랑슈와 그 어머니와 함께 열차에 오릅니다. 한 달 안에 룰레텐베르크로 돌아와 애슬리와 결판을 내겠다고 혼잣말하면서.
제16장: 파리의 한 달
파리에서의 삶을 그는 '섬망과 광기'라고 부릅니다. 그는 20만 프랑 가운데 10만 프랑을 현금으로 블랑슈에게 넘기고, 블랑슈는 그 돈으로 집을 꾸미고 마차와 말을 사며 무도회를 엽니다. 나머지 10만 프랑은 한 달 가까이 두 사람의 생활비로 사라집니다. 알렉시스는 '우치텔이 20만 프랑을 땄는데 쓸 줄을 모른다'는 블랑슈의 말을 들으며 샴페인과 캉캉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블랑슈가 말을 사는 데 거금을 쓰고도 그가 화내지 않자 오히려 당황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일주일쯤 뒤 장군이 파리에 와서 블랑슈 곁에서 하인처럼 따라다니고, 블랑슈는 할머니가 정말로 위독하다는 전보를 믿고 장군과 결혼하기로 합니다. 결혼식에는 알베르를 비롯한 친구 몇 명만 부릅니다. 블랑슈는 눈물을 흘리며 작별하면서 천 프랑 지폐 두 장을 쥐여 주고, 그에게는 500프랑과 시계 하나, 몇 개의 장신구가 남고, 그는 애슬리를 기다리며 홈부르크로 가겠다고 쓰고 기록을 접습니다.
제17장: 이십 개월 뒤, 홈부르크
1년 8개월이 지나 다시 펜을 든 알렉시스는 자신이 거지보다 못한 처지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홈부르크와 룰레텐베르크, 스파, 바덴을 떠돌았고, 룰레텐베르크에서는 작은 빚으로 감옥에 갇혔습니다. 누군가의 보석금으로 풀려난 뒤 하인츠라는 '추밀고문관'의 비서에서 하인으로 5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모은 70굴덴으로 룰렛에 앉아 5분 만에 1700굴덴을 땄지만 곧 홈부르크로 가기 전에 1500플로린을 잃었고, 지금은 푼돈을 걸며 하루 종일 도박장 곁을 맴돕니다. 공원에서 애슬리를 만나 그는 지난 일을 전해 듣습니다. 폴리나는 오래 앓았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그녀에게 7천 파운드를 남겼으며, 어린 동생들도 유산 덕에 런던에서 교육을 받고, 장군은 파리에서 뇌졸중으로 숨졌고 블랑슈가 그의 유산을 챙겼다는 것입니다. 애슬리는 폴리나가 그를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이제 그는 돌이킬 수 없이 스스로를 망쳤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그러고는 도박에 쓰지 말라며 10루이도르를 쥐여 주고, 둘은 포옹으로 헤어집니다. 알렉시스는 스위스에 있는 폴리나에게 자신이 아직 사람임을 보여 주고 싶다고 되뇌면서도, 손에 쥔 15루이도르를 보며 신중하게만 시작하면 된다고 중얼거립니다. 룰레텐베르크에서 마지막 굴덴 한 닢으로 170굴덴을 땄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책의 마지막 줄을 씁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입니다. 그 내일이 구원이 될지 또 한 번의 패배가 될지는 적혀 있지 않고, 책은 그대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돌아온 가정교사
첫 장은 알렉시스가 자기 처지를 소개하는 장입니다. 그는 후견인 일가 앞에서 하인처럼 대접받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이렇게 묻습니다.
Why do I continue to dance attendance upon the General
나는 왜 계속 장군의 비위를 맞추며 시중을 들고 있는가.
장군은 첫 대면에서부터 그의 약점을 짚습니다.
I know how addicted you are to gambling.
자네가 도박에 얼마나 빠져 있는지 나는 안다네.
정작 그는 아직 한 번도 룰렛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뒤에서 밝힙니다. 도박이라는 말이 이야기에 먼저 오고, 도박이 그에게 오는 것은 한참 뒤입니다. 이 시간차가 책 전체를 가르는 첫 복선입니다.
2. 도박을 변호하는 목소리
처음 도박장에 들어선 알렉시스는 도박이 천박하다는 통념에 대해 오히려 반박부터 합니다.
For why is gambling a whit worse than any other method of acquiring money?
도박이 돈을 버는 다른 방법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는 곧 신사의 도박과 평민의 도박이라는 구분을 늘어놓습니다.
the game of the gentleman and the game of the plebs
신사의 도박과 평민의 도박.
그가 그리는 신사는 돈에 초연한 사람입니다.
he must never give way to annoyance
그는 결코 짜증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변론이 현란할수록 독자는 이 사람이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것을 읽게 됩니다. 화자는 도박을 변호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승리가 필요하다는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3. 노예를 자처하는 사랑
폴리나와 알렉시스의 관계는 애정이 아니라 지배와 굴복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감추지 않습니다.
I also hate you and still more—because you are so necessary to me.
당신을 미워해요. 그리고 그보다 더, 당신이 내게 꼭 필요하기 때문에 미워해요.
알렉시스는 모욕을 일종의 권리로 바꿔 말합니다.
I repeat that I am your slave—and slaves cannot be shamed or offended.
다시 말하지만 나는 당신의 노예이고, 노예는 부끄러워하지도 모욕당하지도 않습니다.
Man is a despot by nature, and loves to torture.
인간은 천성적으로 폭군이며 괴롭히기를 좋아한다.
이 사랑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통을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에 가깝습니다. 그가 훗날 룰렛에서 얻는 쾌감과 같은 종류의 쾌감이 여기서 먼저 시험됩니다.
4. 운명에 걸어 본 첫 판
폴리나의 돈으로 처음 룰렛에 앉은 날, 알렉시스는 이기고도 불안해합니다.
I should never have had such luck.
내 자신을 위해 했다면 결코 그런 행운은 없었을 것이다.
이튿날 그는 판을 관찰하며 우연의 흐름에도 질서가 있는 듯하다고 결론짓습니다.
if not a system, at all events a sort of order
체계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일종의 질서는 있다.
그러나 4000굴덴을 쥔 순간 그는 물러나지 않습니다.
a strange sensation as of a challenge to Fate
운명에게 도전하는 듯한 기이한 감각.
그는 자신이 이겨야 한다고 믿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I only know that I must win
내가 아는 것은 오직 내가 이겨야 한다는 것뿐이다.
필요가 확신으로 바뀌는 이 문장은 도박꾼의 논리를 한 줄로 압축합니다. 질서를 찾아내는 눈과 운명에 덤비는 충동이 한 사람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같이 작동합니다.
5. 독일식 근면에 대한 연설
패배한 날 점심 자리에서 알렉시스는 러시아인이 룰렛에 끌리는 이유를 자랑스레 설명합니다.
in a couple of hours, one may grow rich without doing any work
두어 시간이면 일하지 않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이어 그는 몇 세대에 걸쳐 근검하게 재산을 쌓는 가정을 풍자하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I would rather live a wandering life in tents
나는 차라리 천막에서 떠돌며 사는 쪽이 낫겠다.
I have no wish to be ‘Hoppe and Company’
나는 '호페 상회'가 되고 싶지 않다.
I want the money for myself
나는 돈을 나 자신을 위해 원한다.
민족을 한 덩어리로 일반화하는 당대의 어법이 가득한 대목이지만, 겨냥은 민족이 아니라 성실의 도덕입니다. 쌓는 삶에 대한 거부가 곧 한 번에 걸고 한 번에 잃는 삶에 대한 변호입니다.
6. 슐랑겐베르크와 남작 부인
알렉시스의 헌신은 산꼭대기의 맹세로 상징됩니다. 그는 폴리나에게 그때의 말을 되풀이합니다.
Say but the word, and I will leap into the abyss.
한 마디만 하십시오. 그러면 나는 심연으로 뛰어내리겠습니다.
폴리나는 그가 누구든 죽일 수 있느냐고 묻고, 그가 대답하자 이렇게 되받습니다.
You would first kill whom I had bidden you, and then kill me
당신은 내가 시킨 사람을 먼저 죽이고, 그다음엔 나를 죽이겠지요.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남작 부인에게 가 보라고 시킵니다. 알렉시스는 소동 뒤에 자기도 정신이 어땠는지 모르겠다고 적습니다.
whether I was merely stupefied or whether I purposely broke loose and ran amok
내가 그저 멍해졌던 것인지, 일부러 날뛰며 폭주한 것인지.
폴리나는 그가 얼마나 순종하는지 시험하고, 그는 순종의 형식으로 반항합니다. 명령을 과하게 이행하는 것이 가장 큰 불복이 되는 장면입니다. 이후 해고와 결투 소동은 모두 이 한 번의 인사에서 이어집니다.
7. 후작의 가면과 쪽지
드 그리어스가 전해 준 폴리나의 쪽지는 짧고 단호합니다.
I have need of you, and, moreover, you have promised to obey me.
나는 당신이 필요하고, 게다가 당신은 내게 복종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알렉시스는 이 쪽지로 폴리나가 프랑스인에게 휘둘린다고 추측합니다.
somehow he must be holding her as in a vice
어떻게든 그가 그녀를 죔쇠로 조이듯 붙잡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애슬리는 블랑슈의 과거와 함께 후작의 정체에도 의문을 던집니다.
the Marquisate de Griers is of recent creation
드 그리어스 후작이라는 작위는 근래에 생긴 것이다.
귀족의 이름도, 혈연도 사고팔 수 있는 세계입니다. 작위와 돈과 사랑이 모두 담보로 오가는 이 호텔은 룰렛판의 확대판처럼 보입니다.
8. 할머니의 도착
유산을 기다리던 사람들 앞에 할머니가 산 채로 나타나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희극적인 순간입니다. 그녀는 첫마디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뒤집습니다.
They have buried me for good and all!
사람들이 나를 아주 완전히 묻어 버렸구나!
I am very much alive, though, as you may see.
보다시피 나는 아직 팔팔하게 살아 있다.
방에 들이닥쳐서는 장군의 면전에 이렇게 선언합니다.
Well, here I am—and instead of a telegram, too!
그래, 내가 왔다. 그것도 전보 대신에 말이다!
I am not going to let you have any of my money.
내 돈은 한 푼도 네게 주지 않겠다.
그녀의 몸은 의자에 묶여 있지만 정신은 모든 사람 위에 서 있습니다. 기다림이 돈의 도덕이라면, 그 기다림의 대상이 직접 나타나 판을 엎는 장면입니다.
9. 제로에 건 노부인
할머니는 룰렛을 처음 보고도 확신에 차 있습니다. 알렉시스가 제로는 한참 안 나올 수 있다고 말려도 그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Who fears the wolf should never enter the forest.
늑대가 무서운 사람은 숲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돈을 잃자 오히려 더 달아오릅니다.
Stake, stake! It is not your money.
걸어, 걸어! 네 돈이 아니잖니.
제로가 나온 뒤 알렉시스는 자기 안의 무엇을 알아봅니다.
I myself was at heart a gambler.
나 자신도 마음속으로는 도박꾼이었다.
구경꾼이던 그가 처음으로 정체를 인정하는 문장입니다. 그는 할머니의 도박을 말리는 역할을 맡았지만, 손이 떨리고 피가 머리에서 뛰는 쪽은 그입니다.
10. 추락의 속도
이튿날 할머니는 땄던 돈을 잃고 나서 본전을 찾을 때까지 물러나지 않습니다.
I cannot rest until I have won back my losses.
잃은 것을 되찾기 전에는 쉴 수가 없다.
잠깐의 후회와 곧이은 번복이 이어집니다.
What a silly old fool I am, to be sure!
나는 정말 어리석은 늙은 바보야!
알렉시스는 그 속도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descend it with ever-increasing rapidity, even as a sledge descends a toboggan-slide
그 길을 내려가는 속도는 썰매가 비탈을 내려가듯 점점 빨라진다.
돈이 떨어진 저녁 할머니의 말은 달라집니다.
How surely does God visit old age, and punish it for its presumption!
하느님은 얼마나 틀림없이 늙은이를 찾아와 그 오만을 벌하시는지!
할머니는 이기는 순간에도 지는 순간에도 같은 사람입니다. 도박이 성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도박의 모양을 정한다는 것을 이 독하고 유머러스한 노인이 증명합니다. 그녀가 돌아간 뒤에도 룰렛은 계속 사람을 부릅니다.
11. 무너지는 장군
장군은 일찍부터 불쌍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To fall in love at fifty-five, and with such vehemence, is indeed a misfortune!
쉰다섯에 그토록 격렬하게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정말이지 불행이다!
할머니가 떠나고 블랑슈가 돌아선 밤, 그는 알렉시스 앞에서 무너집니다.
Have some mercy upon me!
제발 나를 불쌍히 여겨 주게!
파리에서 블랑슈 곁에 붙어 다니는 그는 그날의 자존심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이렇게 말합니다.
Yes, sir, they are unfortunate children.
그래, 불행한 아이들이야.
그는 악당으로도 희극 인물로도 끝나지 않고, 말끝을 맺지 못하는 습관처럼 인생을 매듭짓지 못한 채 쓰러집니다. 사랑에 눈먼 늙은 장군은 도박판 바깥에 있는 또 다른 도박꾼입니다.
12. 드 그리어스의 편지
떠나는 후작의 편지는 정중한 어조로 책임을 지우고 사라지는 방식을 보여 줍니다.
your memory will for ever remain graven in my heart
당신에 대한 기억은 내 가슴에 영원히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폴리나는 편지를 읽은 알렉시스에게 담담히 말합니다.
I expected nothing at all from him
나는 그에게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어요.
For a long time I have hated him.
나는 오래전부터 그를 미워했어요.
그녀는 속았다기보다 속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선택한 사람입니다. 이 편지로 폴리나와 드 그리어스를 묶고 있던 것에 돈이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분명해집니다.
13. 기적의 밤
폴리나를 기다리게 해 놓고 도박장으로 달려가는 밤, 알렉시스는 자신이 이긴다고 확신합니다.
I still believe it to have been a miracle
나는 아직도 그것이 기적이었다고 믿는다.
한 판에 모든 것이 걸린 순간의 공포는 이렇게 적힙니다.
I must win, and that upon that stake there depended all my life
나는 이겨야 하고, 이 판돈에 내 삶 전체가 걸려 있다.
이기는 동안 그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힘으로 바뀝니다.
a sort of fearful pleasure—the pleasure of success, of conquest, of power
일종의 두려운 쾌감, 성공과 정복과 힘의 쾌감.
What saved me from ruin I do not know.
무엇이 나를 파멸에서 구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는 폴리나를 위해 따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판돈을 쌓는 동안 이미 폴리나는 그의 머릿속에서 배경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승리의 순간이 사랑의 변질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읽히는 구성입니다.
14. 던져진 지폐와 애슬리
돈을 들고 온 알렉시스에게 폴리나의 반응은 사랑의 환희가 아니라 모욕입니다.
Would you buy me for fifty thousand francs as De Griers did?
드 그리어스가 그랬듯이 당신도 5만 프랑으로 나를 사겠다는 거예요?
아침이 되자 그녀는 그 말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Then take your fifty thousand francs!
그럼 당신의 5만 프랑을 받아요!
그녀가 향한 곳은 애슬리의 호텔입니다. 애슬리는 담담하게 경고합니다.
if she dies, I shall hold you responsible
그녀가 죽는다면 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묻겠다.
알렉시스는 자신의 마음이 변했는지를 되묻습니다.
Was I, then, at heart a gambler?
그렇다면 나는 마음속으로 도박꾼이었던가?
애슬리는 이 책에서 가장 말수가 적고 가장 정확한 사람입니다. 알렉시스가 돈에 취해 있는 동안 그는 폴리나의 곁을 지킵니다. 알렉시스는 곧이어 블랑슈의 방으로 불려 가 파리행을 권유받습니다.
15. 파리의 한 달
파리에서의 시간을 알렉시스는 이렇게 요약합니다.
The whole proceeding was a delirium, a madness.
그 모든 일은 섬망이고 광기였다.
떠나는 열차 안에서 그는 이미 자신의 상태를 예감합니다.
yesterday had infected me with a habit of staking my all upon a card
어제의 일이 내게 전부를 카드 한 장에 거는 버릇을 옮겨 놓았다.
블랑슈는 그가 돈이 사라지는 것을 개의치 않자 놀랍니다.
No. The quicker it goes the better.
아니요. 빨리 사라질수록 좋습니다.
What do you want with money?
당신이 돈으로 뭘 하겠다는 거예요?
돈이 사라지는 속도를 즐기는 사람과 돈을 쥐고 놓지 않는 사람이 마주 앉은 구도입니다. 블랑슈는 알렉시스가 따 온 돈에서 자기 몫을 챙기고, 결국 장군까지 챙깁니다. 두 사람의 유머러스한 거래는 사랑의 거래 뒤에 숨은 셈법을 벗겨 냅니다.
16. 홈부르크의 이십 개월
마지막 장의 알렉시스는 자신을 이미 결산합니다.
I am zero—nothing.
나는 제로, 아무것도 아니다.
애슬리는 그의 근본적인 변화를 정확히 짚습니다.
you have also renounced your memory
당신은 기억마저 포기했다.
폴리나의 마음은 그가 이미 잃은 뒤에야 전해집니다.
She did love you; and I may tell you this now
그녀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이 말을 해도 되겠군요.
마지막 장면의 알렉시스는 마지막 굴덴 한 닢으로 170굴덴을 땄던 기억에 매달려 다음 날을 계획합니다.
tomorrow all shall be ended!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끝난다'는 말이 구원인지 파멸인지 책은 말하지 않습니다. 수기가 도박판 앞에서 끊기는 형식이 곧 도박의 본질을 말해 줍니다. 내일은 언제나 이기는 날로 예약돼 있지만, 그 내일은 오지 않습니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도박꾼』은 17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책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기 좋습니다. 화자의 목소리가 빠르고 자기 변명과 자기 비난이 한 문장 안에서 뒤섞이므로, 그가 한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뒤집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2장(첫 룰렛)과 제4~5장(근면 연설과 폴리나와의 산책)에서 이 화자의 목소리에 익숙해지고, 제9~12장(할머니의 룰렛)에서 이야기가 가장 밝고 빠르게 움직입니다. 제14~15장(기적의 밤과 던져진 지폐)이 감정의 정점이고, 마지막 제17장(애슬리와의 재회)에서 책의 질문이 정리됩니다. 도스토옙스키는 도박을 도덕의 문제로 선언하지 않고,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같은 병을 앓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읽는 이는 알렉시스를 비웃다가도,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마지막 문장에 어느 틈에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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