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69년 연재
The Idiot
백치
스위스에서 돌아온 간질 환자 무이시킨 왕자가 두 여자 나스타시아와 아글라야, 그리고 로고진 사이에서 연민과 사랑이 파국으로 번지는 것을 지켜보는 이야기
Beauty is a riddle.
아름다움은 수수께끼입니다.
Compassion is the chief law of human existence.
연민은 인간 존재의 으뜸가는 법칙입니다.
한눈에 보기
11월 말 열차에서 만난 무이시킨 왕자와 상인의 아들 로고진은 같은 여자 나스타시아 필리포브나를 향해 간다. 1부는 에판친 장군 집의 응접실에서 가니아의 집,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10만 루블이 벽난로에 던져지는 생일 야회까지다. 2부는 파블로프스크의 별장에서 왕자의 병과 로고진의 그림, 부르도프스키 일행의 소동과 히폴리트의 등장을 따라간다. 3부는 히폴리트의 수기와 아글라야의 청, 나스타시아의 편지를 담고, 4부는 꽃병이 깨진 야회와 두 여자의 대면, 어긋난 혼례 끝에 로고진의 집에서 맞는 밤과 그 뒤의 재판으로 끝난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Crime and Punishment)
한 권 요점
The Idiot
『백치』는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쓴 장편소설로, 1868~1869년에 잡지에 나뉘어 실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에 태어나 188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책은 네 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는 열여섯 장, 2부는 열두 장, 3부는 열 장, 4부는 열두 장입니다. 줄기는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거짓을 모르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믿는 청년이 이기심과 허영, 질투와 자존심이 얽힌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에 들어서서, 사랑과 연민 사이에서 누구도 구하지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서술자는 가끔 직접 나서서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되지 않는 일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장면은 거실과 별장 베란다, 야회와 호텔 계단 같은 대화의 공간에서 벌어지고, 소동이 한 번 터지면 다음 장에서 그 뒤처리가 이어지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줄거리
제1부 제1~3장: 열차의 두 청년, 에판친 장군의 응접실
11월 말 해빙기 아침, 바르샤바발 열차 3등칸에서 두 청년이 마주 앉습니다. 스위스에서 4년 만에 돌아온 간질 환자 무이시킨 왕자는 보따리 하나뿐이고, 검은 머리의 파르펜 로고진은 아버지가 남긴 거액을 물려받을 상인의 아들입니다. 사정을 다 아는 체하는 레베데프가 끼어들어 나스타시아 필리포브나 이야기가 나오고, 로고진은 그녀에게 다이아 귀걸이를 바쳤다가 아버지에게 곤욕을 치른 사연을 털어놓습니다. 로고진은 왕자를 집에 초대하고, 왕자는 먼 친척인 에판친 장군의 집으로 향합니다.
장군은 맨바닥에서 출세한 부유한 실력자이고, 부인과 아름다운 세 딸 알렉산드라, 아델라이다, 아글라야가 있습니다. 남루한 차림의 왕자를 하인이 의심하지만 왕자는 숨김없이 이야기합니다. 그는 리옹에서 본 단두대 처형을 떠올리며, 사형은 고통보다 죽음이 확실하다는 앎 자체로 사람을 더 잔혹하게 괴롭힌다고 열변을 토합니다. 장군은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그의 순진한 솔직함에 마음을 풉니다. 왕자는 파블리체프와 슈나이더 덕에 지낸 내력과 직업이 없음을 밝히고 글씨 솜씨를 보여 주어 장군을 감탄시킵니다. 장군은 25루블을 주고 비서 가니아의 집에 하숙을 주선합니다. 가니아가 꺼낸 나스타시아의 사진에서 오늘 밤 그녀가 혼담에 답을 주기로 했음이 드러나고, 왕자는 사진 속 얼굴에 감탄하며 로고진이 그녀와 결혼해도 일주일 만에 죽일 것이라고 말해 가니아를 몸서리치게 합니다.
제1부 제4~7장: 나스타시아의 내력, 세 모녀 앞의 이야기
서술자가 사정을 설명합니다. 부호 토츠키가 결혼할 뜻을 밝히며 에판친가의 큰딸 알렉산드라를 노리는데, 걸림돌이 있습니다. 토츠키가 고아 나스타시아를 거두어 키우다 정부로 삼았고, 그녀가 5년째 그를 경멸하며 혼담을 막아 왔다는 것입니다. 토츠키와 장군은 7만 5천 루블을 얹어 그녀를 가니아와 맺어 주려 하고, 나스타시아는 생일인 오늘 밤 최종 답을 주겠다고 합니다. 장군 자신도 그녀에게 빠졌다는 소문 속에 생일 선물로 진주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장군은 왕자를 부인에게 넘기고 서둘러 빠져나갑니다. 리자베타 프로코피예브나와 세 딸은 점심을 먹이며 왕자를 시험합니다. 왕자는 당나귀 울음소리에 정신이 맑아진 일, 스위스 폭포 마을의 조용한 나날을 들려주고, 총살 직전 사면된 사람이 남은 5분을 영원처럼 느꼈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딸들이 졸라 대자 그는 사랑 이야기로 스위스 마을을 꺼냅니다. 폐병 든 처녀 마리는 남자에게 버림받고 돌아와 어머니와 마을 사람, 목사에게까지 멸시당했습니다. 왕자가 연민으로 그녀에게 입을 맞추자 아이들은 처음에는 돌을 던졌지만 곧 마리를 사랑하게 되어 신발과 옷을 마련해 주었고, 마리는 아이들의 사랑 속에 숨을 거둡니다. 슈나이더는 그를 어린애 같다고 했습니다. 왕자는 자신이 더는 백치가 아니라고 말하고 세 모녀의 얼굴을 읽어 줍니다. 부인은 두 사람이 닮았다고 감탄하고, 왕자는 아글라야에게 아름다움은 수수께끼라고 하다가 나스타시아의 사진 이야기를 꺼냅니다. 서재의 가니아는 아글라야에게 사진을 건네 달라며 쪽지를 맡기고, 부인은 가니아를 추궁합니다. 아글라야는 앨범에 "나는 흥정하지 않는다"를 받아쓰게 한 뒤 쪽지를 왕자에게 읽게 하고 돌려주라 합니다. 분노한 가니아가 왕자를 백치라 욕하자 왕자는 정중히 항의합니다.
제1부 제8~12장: 가니아의 집, 로고진의 난입, 이볼긴 장군
가니아의 집은 어머니 니나와 누이 바리아가 하숙을 쳐서 꾸리는 좁은 집으로, 가니아가 가족 위에 군림합니다. 바리아의 구애자 프티친과 동생 콜리아가 왕자를 맞고, 하숙인 페르디셴코가 경고하듯 인사하며, 술 냄새 나는 이볼긴 장군이 왕자의 아버지와 옛 친구라며 허풍을 늘어놓습니다. 사진을 두고 가시 돋친 말이 오가는 중에 왕자가 문을 열자 사진 속의 나스타시아가 서 있습니다. 그녀는 왕자를 하인으로 착각해 외투를 던지고 들어와 가니아 가족 앞에서 거리낌 없이 굽니다. 술 취한 장군이 기차에서 푸들을 창밖으로 던졌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자 나스타시아는 같은 사연이 며칠 전 신문에 실렸다고 일러 그를 망신시킵니다.
그때 현관문이 부서질 듯 울리고, 로고진이 패거리를 이끌고 난입합니다. 그는 나스타시아를 보고 안색이 변하며 1만 8천 루블 뭉치를 내던지고 10만 루블까지 부르짖습니다. 나스타시아는 로고진에게는 가니아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대답합니다. 바리아가 그녀를 내쫓으라고 외치고 가니아가 바리아를 때리려 하자 왕자가 막아서고, 가니아는 왕자의 뺨을 후려칩니다. 왕자는 "당신은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스타시아는 떠나기 전 니나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자신은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속삭입니다. 이어 사과하러 온 가니아는 왕자와 포옹하고, 그런 결혼이 치욕이라는 말에 오히려 결심을 굳히며 돈으로 천재가 되겠다고 털어놓습니다. 왕자는 술집의 이볼긴 장군에게 25루블을 깨 주고 나스타시아의 야회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지만, 취한 장군은 아무 연고도 없는 소콜로비치 집으로 끌고 갔다가 과부 테렌티에프 부인 집에서 빚 독촉에 난리가 난 채 소파에서 잠듭니다. 왕자는 콜리아와 나스타시아의 집으로 가며, 부인의 폐병 앓는 큰아들 히폴리트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1부 제13~16장: 생일 야회, 10만 루블
초대받지 않은 왕자가 나스타시아의 집에 들어서자 토츠키, 에판친 장군, 가니아, 프티친, 페르디셴코와 손님들이 팽팽한 분위기로 모여 있습니다. 나스타시아는 열에 들뜬 듯 샴페인을 권하고, 페르디셴코의 제안으로 각자 평생 가장 나쁜 행동을 고백하는 놀이를 합니다. 페르디셴코는 집주인 딸의 3루블을 훔쳐 하녀가 쫓겨나게 한 일을 털어놓고 비웃음만 삽니다. 에판친 장군은 수프 그릇 때문에 늙은 과부에게 욕했는데 그녀가 그 순간 죽은 일을, 토츠키는 구애자 페트르를 제치려 붉은 동백을 가로챈 일을 고백합니다. 나스타시아는 왕자에게 가니아와 결혼해야 하느냐고 묻고, 왕자가 "하지 마세요"라 답하자 토츠키의 7만 5천 루블도 거절해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밤 열두 시 반 로고진이 취한 패거리를 이끌고 다시 나타나 신문지에 싼 10만 루블을 탁자에 놓습니다. 나스타시아는 오늘 낮의 흥정과 가니아의 굴욕을 늘어놓고 토츠키에게 5년 동안 묶인 자신을 조롱합니다. 왕자는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청혼하고, 모스크바 이모의 유언으로 150만 루블가량을 받게 되었다는 편지를 꺼냅니다. 프티친이 이를 확인하자 장군과 모두가 태도를 바꿔 축하합니다. 나스타시아는 웃으며 자기가 왕자의 아내가 되었다고 선언하다가 왕자가 변함없이 자신을 감싸자 감동하면서도 그를 파멸시킬 수 없다며 로고진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그녀는 10만 루블을 벽난로에 던지며 가니아에게 손으로 꺼내 가라 하나 가니아는 기절하고 돈은 그에게 남겨집니다. 그녀가 로고진과 트로이카를 타고 떠나고 왕자가 뒤쫓습니다. 토츠키는 그녀를 원석이라 한탄합니다.
제2부 제1~5장: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왕자, 로고진의 집, 쓰러진 계단
생일 파티가 기이하게 끝난 지 이틀 뒤 왕자는 유산 문제로 모스크바로 떠나 여섯 달 동안 소식이 드뭅니다. 에판친가에서는 한동안 그의 이름이 금기였다가 비엘로콘스키 공주의 편지로 풀립니다. 나스타시아가 결혼 직전 다시 사라지고 왕자도 종적을 감췄다는 소식이 닿았습니다. 가니아는 직장을 떠났고 바리아는 프티친과 결혼했으며, 토츠키와 알렉산드라의 혼담은 깨지고 아델라이다는 S 왕자와 약혼합니다. 예브게니 파블로비치가 아글라야 주위에 나타난 가운데, 콜리아가 전한 왕자의 짧은 편지를 아글라야는 『돈키호테』 속에 끼워 둡니다. 6월 초 에판친가가 파블로프스크로 떠난 직후 돌아온 왕자는 군중 속에서 이글거리는 두 눈을 느낍니다. 레베데프의 집에서 그는 나스타시아가 결혼 직전 로고진에게서 도망쳐 페테르부르크로 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왕자는 고로호바야 거리의 어둡고 음침한 로고진 저택을 찾아갑니다. 둘은 서로 미워하다가도 끌리는 사이임을 드러냅니다. 왕자는 두 사람의 결혼에 반대하지만 방해하지 않겠다고 하고 자신은 나스타시아를 연민으로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로고진은 모스크바에서 그녀를 때리고 무릎 꿇어 매달린 일,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왕자라고 확신하는 심정을 털어놓습니다. 책 위의 새 정원용 칼을 왕자가 집어 들자 로고진이 두 번이나 낚아채 책 속에 숨깁니다. 나가는 길에 왕자는 문 위에 걸린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의 그림을 보고 저 그림을 보면 믿음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을 믿느냐는 물음에 왕자는 무신론자 학자, 은시계 때문에 기도하며 친구를 죽인 농부, 아기의 첫 미소를 보고 성호를 긋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두 사람은 십자가를 맞바꿔 형제가 되고, 로고진의 노모가 왕자를 축복합니다. 로고진은 "그녀를 데려가라. 운명이다. 로고진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도시를 헤매던 왕자는 간질 발작 직전의 감각, 한 순간이 일생만큼 값지다는 생각을 되새깁니다. 칼가게 진열창의 칼과 날카로운 눈빛이 계속 마음에 걸리고, 호텔 어두운 계단 아래에서 로고진이 칼을 치켜들자 왕자는 "파르펜, 믿지 않겠다"고 외치고 발작으로 쓰러집니다. 놀란 로고진은 달아나고, 콜리아가 왕자를 레베데프의 별장이 있는 파블로프스크로 옮깁니다.
제2부 제6~10장: 파블로프스크의 별장, 불쌍한 기사, 히폴리트
별장에서 레베데프는 병약한 세입자를 사람들에게서 떼어 놓으려 법석을 떨고, 나스타시아가 아글라야를 두려워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립니다. 아픈 왕자가 누워 있으리라 믿고 온 리자베타 부인과 딸들, S 왕자는 멀쩡한 그를 보고 약이 오릅니다. 콜리아가 "불쌍한 기사" 농담을 꺼내자 아글라야는 이상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그 기사를 진지한 돈키호테라 부르며 변호하고, 왕자는 당황해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녀는 푸시킨의 시 「불쌍한 기사」를 낭송하되 방패의 머리글자 A.N.B.를 N.P.B., 곧 나스타시아 필리포브나로 바꿔 읽습니다. 이때 평복 차림의 예브게니 파블로비치가 에판친 장군과 함께 도착하고, 파블리체프의 아들이라 주장하는 부르도프스키와 도크토렌코, 켈러, 병색 짙은 히폴리트 테렌티에프가 들어옵니다.
일행은 오래 기다리게 했다며 거칠게 맞섭니다. 리자베타 부인의 강요로 콜리아가 읽은 신문 기사는 왕자를 스위스에서 치료받은 백치 귀족이자 파블리체프의 아들에게 인색한 백만장자로 조롱합니다. 도크토렌코는 "우리는 간청하지 않고 요구한다"며 도리를 따집니다. 왕자는 기사가 거짓이라 밝히고 체바로프의 사기를 의심했다면서도 만 루블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가니아가 부르도프스키는 파블리체프의 아들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알립니다. 파블리체프가 그의 출생 한참 전부터 외국에 있었다는 편지들이 근거입니다. 부르도프스키는 속았음을 인정하며 돈을 던지듯 돌려주고, 리자베타 부인은 그들과 왕자 모두를 맹렬히 꾸짖습니다. 히폴리트가 기침 끝에 피를 닦으며 보름 안에 죽는다고 하자 부인은 의자를 내어 주고, 병든 청년은 나무와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보러 왔다며 차를 청합니다. 그는 기사를 레베데프가 손봤다고 폭로하고, 예브게니는 그의 논리를 "힘이 곧 정의"로 몰아붙이며, 히폴리트는 죽음을 앞둔 자신의 이야기와 자연의 조롱을 두서없이 토로하다 흐느낍니다. 부인이 그를 감싸 안아 달랜 뒤 히폴리트는 왕자에게 증오를 쏟고 떠납니다. 나가는 길에 나스타시아가 마차에서 예브게니를 큰 소리로 부르며 로고진이 그의 약속어음을 사들였다고 알리자 예브게니는 영문을 모르겠다며 격분합니다.
제2부 제11~12장: 에판친가의 분노와 부인의 방문
에판친가의 분노는 사흘간 풀리지 않습니다. 왕자는 아델라이다와 S 왕자의 방문을 받고 나스타시아의 마차 사건에 자신도 얽혔다고 사람들이 본다는 것을 압니다. 켈러는 고백을 늘어놓다 돈을 얻어 가고, 레베데프는 자신의 참회가 말뿐이라고 인정합니다. 콜리아는 아글라야가 가니아 문제로 가족과 다퉜고 바리아가 쫓겨났다고 전합니다. 장군은 아내가 정한 대로 한동안 오지 말라고 하며 집안이 수수께끼 속에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어 리자베타 부인이 직접 찾아와 부활절 무렵 아글라야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추궁합니다. 왕자는 누이처럼 느껴 쓴 편지를 되풀이하고 나스타시아와 결혼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맹세합니다. 부인은 아글라야가 그의 아내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아글라야가 보낸 방문 금지 쪽지를 털어놓는 왕자를 아글라야의 장난이라며 억지로 끌고 집으로 갑니다. 2부는 여기서 끝납니다.
제3부 제1~3장: 베란다의 질문, 음악회의 소동, 쪽지
에판친 집안은 자신들이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고, 리자베타는 딸들이 시집가지 않는 것과 특히 아글라야를 걱정합니다. 익명 편지로 불안해진 그녀는 왕자를 집으로 끌고 옵니다. 베란다에서 예브게니는 러시아 자유주의가 조국 자체를 미워한다고 장난스럽게 주장하고, 여섯 사람을 죽인 청년과 그를 변호한 변호사 이야기를 꺼내 왕자의 생각을 묻습니다. 왕자는 그런 왜곡이 예외가 아니라 흔한 일이라고 조용히 답합니다. 왕자가 갑자기 자신은 스물네 해를 앓은 환자라 사교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백하자 아글라야는 분노해 왜 그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느냐고 소리칩니다. 이어 왕자와 결혼하지 않겠다며 울다가, 왕자가 청혼한 적 없다고 해명하자 자매와 함께 웃음을 터뜨립니다. 음악회 자리에 나스타시아 일행이 나타나 예브게니 삼촌의 자살을 큰 소리로 알리고, 모욕한 장교의 얼굴을 지팡이로 후려칩니다. 켈러와 로고진이 나서서 그녀를 데려가고, 아글라야는 소극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소동에 놀란 에판친 가족은 예브게니가 그 여자와 얽혔다고 의심합니다. 베란다에 홀로 앉은 왕자에게 아글라야가 와서 결투를 묻고 진지하게 준비를 가르칩니다. 장군은 삼촌의 횡령과 자살, 예브게니의 청혼 거절, 아글라야가 왕자를 놀리고 있을 뿐이라는 말을 털어놓습니다. 왕자의 손에는 내일 아침 일곱 시 초록 벤치에서 보자는 아글라야의 쪽지가 있고, 공원에서 만난 로고진은 나스타시아의 전언과 결혼 날짜를 알립니다.
제3부 제4~7장: 히폴리트의 원고와 그 밤의 끝
왕자의 빌라 베란다에는 히폴리트, 레베데프, 이볼긴 장군, 켈러, 가니아, 프티친, 페르디셴코, 예브게니가 모여 샴페인을 마십니다. 취한 레베데프는 철도로 대표되는 문명이 생명의 샘을 더럽혔다고 열변하고, 수도사 예순 명을 먹은 중세 식인자 이야기를 변호사처럼 풀어 그가 자수한 힘, 곧 시대를 지탱하던 이념의 부재를 개탄합니다. 깨어난 히폴리트는 왕자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한다고 했다며 비꼬고, 봉인한 원고를 꺼내 동전 던지기로 낭독을 결정합니다. 로고진이 지난주 밤 자기 방에 앉아 있었다고도 주장합니다. 원고 「필요한 설명」은 의사에게 한 달 시한을 선고받은 이야기로 시작해 중요한 것은 삶 자체라는 반년 만의 확신에 이릅니다. 그는 가족과 끊고 지낸 일, 이웃 수리코프를 모욕한 일, 가난한 의사 부부를 돕다 남은 날이 짧아 큰 선행을 못 한다는 생각에 이른 일을 적습니다. 로고진 집에서 본 죽은 그리스도 그림은 자연이라는 무자비한 괴물을 떠올리게 하고, 그날 밤 로고진이 말없이 앉아 있다 갔으나 문은 잠겨 있었다고 합니다. 히폴리트는 일출에 파블로프스크 공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밝히고 사본을 왕자와 아글라야에게 남기며, 그것이 마지막 항의라고 말합니다. 청중은 냉담하고, 해가 뜨자 그가 시도하지만 일은 불발로 끝납니다. 사람들이 웃고 그는 오열하며, 켈러는 그를 옹호합니다. 예브게니는 대화를 미루고 떠납니다. 새벽 벤치에서 왕자는 스위스에서 느낀 소외를 떠올리다 아글라야의 웃음에 깹니다.
제3부 제8~10장: 아글라야의 청, 세 통의 편지, 길 위의 나스타시아
아글라야는 왕자가 약속 장소에서 잠들었다고 화를 내면서도 히폴리트 이야기를 끝까지 듣습니다. 이어 집을 도망치고 싶다며 친구가 되어 함께 교육 일을 하자고 청하고, 거절하면 가니아와 결혼하겠다고 위협합니다. 왕자는 나스타시아가 자기 자신을 타락한 존재로 믿으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아글라야가 보여 주는 편지 세 통에는 나스타시아가 아글라야와 왕자의 결합을 간청하는 말이 담겨 있고, 왕자는 연민일 뿐 사랑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아글라야는 격분하다 나타난 어머니에게 가니아와 도망치겠다고 외치고 달려갑니다. 리자베타는 왕자에게 아침 만남을 묻고, 담담한 대답에 아글라야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며 칭찬합니다. 집에 돌아온 왕자에게 베라는 히폴리트를 놀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콜리아는 그 글의 자존심에 감탄합니다. 레베데프는 사백 루블을 잃었다며 페르디셴코를 도둑으로 몰고, 왕자는 소동을 내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왕자가 읽은 세 통의 편지에서 나스타시아는 그를 완전한 존재로 우러르고 아글라야와 맺어 주려 하며, 로고진 집의 환상과 같은 날의 결혼을 씁니다. 밤늦게 에판친가를 찾은 왕자는 알렉산드라에게 돌려보내지고, 돌아오는 길에 나스타시아가 길에서 무릎을 꿇고 행복하냐고 묻습니다. 로고진이 그녀를 데려가며 내일 떠난다고 하고, 왕자는 행복하지 않다고 답합니다.
제4부 제1~4장: 평범한 사람들, 이볼긴 장군의 나폴레옹
일주일 뒤 바리아가 에판친 댁을 다녀와 침울해합니다. 서술자는 평범한 사람도 소설의 대상이 된다며 가니아 남매와 프티친을 평범하지만 독창성을 갈망하는 유형으로 설명합니다. 가니아는 왕자와 아글라야의 약혼 소식에 분노하고, 이볼긴 장군이 에판친 댁에서 소동을 일으켰다는 말에 크게 놀랍니다. 격분한 아버지가 난입하고, 히폴리트는 프티친 집으로 옮겨 와 닷새째입니다. 금단 증세의 장군은 히폴리트를 나사못이라 부르며 분통을 터뜨리다 집을 저주하며 뛰쳐나갑니다. 히폴리트는 평범함의 화신이라며 가니아를 조롱하고, 가니아는 아글라야가 보낸 만나자는 쪽지를 누이에게 보이며 의기양양해하다 홀로 쪽지에 입을 맞춥니다. 장군의 발작은 보통 연기처럼 끝났지만 이번에는 사나웠고, 모두 무언가를 알면서 입을 다뭅니다. 레베데프는 잃은 사백 루블을 의자 밑에서 찾았으나 장군이 알아채길 바라며 일부러 감췄다고 하고, 왕자는 장군이 사과하려는 것이라 꾸짖습니다. 장군은 레베데프와 절교했다고 선언하며 1812년에 모스크바 소년 시종으로 나폴레옹을 가까이서 모셨다는 길고 화려한 일화를 풀어놓습니다. 왕자는 거짓임을 짐작하면서도 놀라는 척 듣고, 흥분해 떠난 장군은 거리에서 콜리아가 달래던 중 쓰러집니다.
제4부 제5~8장: 고슴도치, 꽃병, 두 여자의 대면
바리아가 전한 약혼 소식은 과장이었으나 에판친 가족은 아글라야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믿고 소란입니다. 아글라야는 왕자를 놀리다 고슴도치를 선물로 보내 화해를 알리고, 가족 앞에서 청혼 의사와 재산을 따지듯 묻다 웃음을 터뜨리고 도망친 뒤 어머니와 울며 화해합니다. 히폴리트는 왕자의 평온함을 비꼬다 죽는 법을 묻고, 왕자는 우리의 행복을 용서하고 지나쳐 가라고 답합니다. 비엘로콘스키 공주가 참석하는 야회를 앞두고 아글라야는 꽃병을 깨라거나 고상한 주제를 떠들지 말라며 왕자를 몰아세우다 불안을 내비칩니다. 야회에서 왕자는 상류사회에 매료돼 조용히 앉아 있다가, 파블리체프가 예수회 신부에게 이끌려 가톨릭으로 갔다는 말에 충격받습니다. 그는 가톨릭이 무신론과 사회주의의 뿌리라고 열변을 토하다 손짓으로 중국 꽃병을 깨뜨립니다. 사람들이 너그럽게 웃자 감동해 사랑과 순수를 외치다 간질 발작으로 쓰러지고, 마음이 상한 에판친 부인은 결혼은 안 된다고 다짐합니다.
발작 다음 날 왕자는 불길한 예감에 시달립니다. 에판친 가족은 잠깐 들러 변함없는 우정을 약속하고, 베라는 일곱 시까지 집을 나서지 말라는 아글라야의 전갈을 전합니다. 저녁에 아글라야는 왕자를 데리고 다리아 알렉세예브나의 집으로 가서 나스타시아와 맞섭니다. 두 여자는 서로를 모욕하다, 나스타시아의 외침에 아글라야가 뛰쳐나가고 나스타시아가 기절합니다.
제4부 제9~12장: 어긋난 혼례, 로고진의 집, 그 뒤
두 주가 흐르고 왕자의 소문이 파블로프스크에 번집니다. 왕자는 나스타시아와의 결혼을 서두르면서도 에판친 댁을 찾아가 쫓겨나기를 되풀이하는데, 서술자는 이 모순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에판친 가족이 떠난 뒤 예브게니는 왕자의 순진함과 연민이 상처를 낳았다고 질책합니다. 왕자는 나스타시아의 얼굴이 두렵고 그녀가 미쳤다고 털어놓으며 두 사람을 다 사랑한다고 말해 예브게니를 아연하게 합니다. 혼례가 일주일 뒤로 잡히고, 이볼긴 장군이 두 번째 발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왕자는 장례에서 로고진의 눈을 본 듯하고, 레베데프는 왕자를 금치산자로 만들려던 음모를 고백하며, 히폴리트는 로고진이 아글라야를 해칠 거라 겁을 줍니다. 혼례 날 나스타시아는 군중 속의 로고진을 보자 구해 달라며 달려가고, 로고진이 그녀를 마차로 데려갑니다. 왕자는 담담히 하객을 맞습니다.
이튿날 왕자는 페테르부르크의 로고진 집을 찾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스타시아의 하숙과 독일 부인 집도 허탕입니다. 저녁 호텔 부근에서 로고진이 그를 불러 소리 죽여 집으로 데려갑니다. 어두운 서재의 초록 휘장 뒤 침대에 하얀 시트를 덮은 나스타시아가 누워 있고, 로고진은 자신이 한 일이라고 속삭입니다. 두 사람은 시신 곁에 누워 밤을 새웁니다. 로고진이 헛소리하며 웃고, 왕자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다 눈물을 흘립니다. 이튿날 레베데프와 부인들이 경찰과 함께 문을 부수고 들어가 보니 로고진은 열병으로 의식이 없었고 왕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로고진은 두 달 뒤 재판에서 시베리아 징역 십오 년을 받습니다. 히폴리트는 곧 죽고, 콜리아는 에브게니에게 의지합니다. 왕자는 스위스의 슈나이더 곁으로 돌아가고, 아글라야는 가짜 폴란드 백작과 결혼해 가족과 멀어집니다. 에판친 부인은 외국이 바보짓이라며 불평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처형대 앞의 사람
왕자가 처음 낯선 응접실에서 하는 이야기는 사랑도 돈도 아닌 사형입니다. 그는 리옹에서 본 처형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it is an outrage on the soul that's what it is.
그것은 영혼에 대한 모욕이다. 바로 그것이다.
No man should be treated so, no man, no man!
누구도 그렇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도, 누구도!
총살 직전 사면된 사람의 5분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생각이 반대 방향으로 뒤집힙니다.
What an eternity of days, and all mine!
얼마나 영원 같은 날들인가, 그것도 모두 내 것이라니!
life may be grand enough even in a prison.
삶은 감옥 안에서도 충분히 위대할 수 있다.
이 이야기들은 소설의 주제를 미리 보여 줍니다. 왕자는 죽음의 확실성이 삶을 얼마나 선명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한 순간의 값을 평범한 사람보다 무겁게 다룹니다. 이후 책의 모든 사건은 이 감각이 사교계의 계산과 부딪히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2. 백치라는 이름
스위스에서 마리를 돌보던 이야기를 마친 왕자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but I am not an idiot now.
하지만 나는 이제 바보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교계는 그를 그 이름으로 부르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가니아가 분노해 욕설로 쓰고, 2부의 신문 기사는 그를 이렇게 조롱합니다.
Aristocrat, millionaire, and idiot, he has every advantage!
귀족에 백만장자에 바보까지, 모든 이점을 갖췄구나!
두 문장의 거리가 이 책의 질문입니다. 책의 제목이 가리키는 사람은 정말 어수룩한 사람인지, 아니면 계산하지 않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일 뿐인지를 묻습니다. 책은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지 않고, 왕자가 사람의 얼굴을 읽는 정확함과 정작 자기 일에서의 무력함을 나란히 놓아 보여 줍니다.
3. 아름다움은 수수께끼
나스타시아의 사진을 처음 본 왕자는 그 얼굴에서 아름다움보다 고통을 읽습니다.
There is much suffering in this face,
이 얼굴에는 많은 고통이 있어요.
아글라야에게는 아름다움을 이렇게 말합니다.
Beauty is a riddle.
아름다움은 수수께끼입니다.
같은 사진 앞에서 로고진에 대한 예언은 섬뜩합니다.
marry her tomorrow and murder her in a week!
내일 결혼해서 일주일 안에 죽일 거예요!
왕자는 아름다움을 소유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읽어 냅니다. 그 읽는 눈이 가니아와 로고진의 눈과 다르다는 점이 세 사람을 갈라놓습니다. 사진 속 얼굴이라는 같은 대상을 두고 한 사람은 값을 매기고, 한 사람은 갖고 싶어 하고, 한 사람은 고통을 봅니다.
4. 흥정과 야망
아글라야가 앨범에 받아쓰게 한 문장은 그녀의 자존심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I never condescend to bargain!
나는 절대 흥정하려고 몸을 낮추지 않아요!
반대편에는 돈으로 평범함을 넘으려는 가니아가 있습니다.
Once I am rich, I shall be a genius, an extremely original man.
부자가 되기만 하면 나는 천재가, 아주 독창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He laughs most, who laughs last.
마지막에 웃는 자가 가장 크게 웃는다.
나스타시아의 혼담은 처음부터 흥정의 판입니다. 7만 5천 루블에서 10만 루블, 150만 루블까지 숫자가 오르는 동안 사람들은 숫자에 맞춰 태도를 바꿉니다. 도스토옙스키가 돈을 가장 잔인하게 보여 주는 때는 가격이 문제가 되는 순간이 아니라 모두가 그 가격에 맞춰 표정을 바꾸는 순간입니다.
5. 가장 나쁜 행동을 고백하는 놀이
나스타시아의 생일 야회는 고백 놀이로 시작합니다. 판을 밀어붙이는 그녀의 말은 도발입니다.
Whoever is afraid of wolves had better not go into the wood,
늑대가 무서운 사람은 숲에 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아요.
페르디셴코의 항변은 이 놀이가 얼마나 시시하게 돌아가는지 보여 줍니다.
One's worst actions always are mean.
사람의 가장 나쁜 행동은 언제나 비열하기 마련이다.
그 자리에서 왕자는 홀로 한 가지를 밝힙니다.
Nastasia Philipovna, I love you! I would die for you.
나스타시아 필리포브나, 사랑합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어요.
토츠키의 붉은 동백이나 장군의 수프 그릇은 작은 비열함입니다. 그런 이야기들 사이에서 왕자의 고백만이 커집니다. 방 안에서 유일하게 거래가 아닌 말이 나오자 모두의 거래가 오히려 초라해집니다.
6. 원석과 첫 사람
나스타시아는 왕자의 곁에 남지 않고 로고진을 따라나서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I have seen a man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나는 평생 처음으로 사람을 보았어요.
토츠키는 같은 순간을 전혀 다르게 탄식합니다.
She is an uncut diamond.
그녀는 다듬지 않은 원석이다.
토츠키의 말은 사람을 보석으로 보는 눈이고, 나스타시아의 말은 사람을 처음 만난 자의 눈입니다. 그녀는 왕자가 자신을 파멸시킬 수 없는 사람이라서 떠납니다. 그녀를 지키는 일과 그녀 곁에 있는 일이 같지 않다는 비극이 1부 끝에 이미 놓여 있습니다.
7. 로고진: 미움이 섞인 사랑
로고진에 대한 왕자의 마음은 처음부터 이중적입니다. 사랑을 두고 두 사람은 정반대로 말합니다. 왕자는 자기 마음을 이렇게 밝힙니다.
I did not love her with love, but with pity!
나는 그녀를 사랑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연민으로 사랑했어요!
그리고 로고진의 사랑을 이렇게 꿰뚫어 봅니다.
Your love is mingled with hatred
당신의 사랑에는 증오가 섞여 있어요.
3부에서 로고진이 왕자에게 던지는 말은 날카롭습니다.
You are just like a child—you want a plaything
당신은 어린애 같아요. 장난감을 원하죠.
십자가를 맞바꾼 형제가 헤어지며 남기는 말은 이렇습니다.
Remember Rogojin!
로고진을 기억해라!
두 사람은 한 여자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면서 서로의 그림자입니다. 왕자가 로고진을 이해하기에 오히려 그를 막지 못하고, 로고진은 왕자에게 끌리기에 더 위험해집니다.
8. 홀바인 그림과 연민의 법칙
로고진 집 문 위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를 보고 왕자는 외칩니다.
Why, a man's faith might be ruined by looking at that picture!
저 그림을 보면 사람의 믿음이 무너질 수도 있어요!
왕자는 믿음을 교리가 아니라 인간적 순간으로 설명합니다. 도시를 헤매며 간질 발작 직전의 감각을 되새길 때 그의 확신은 병과 진실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I would give my whole life for this one instant,
이 한순간을 위해서라면 내 평생을 내놓겠다.
What's more unanswerable than a fact?
사실보다 더 반박할 수 없는 것이 있겠는가?
왕자는 로고진을 이해하려 하며 이 책의 중심 신념을 말합니다.
Compassion is the chief law of human existence.
연민은 인간 존재의 으뜸가는 법칙이다.
그림과 순간과 연민은 한 줄로 이어집니다. 신의 부재를 느끼게 하는 장면 앞에서 그가 내놓는 답은 설득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마음입니다. 책은 이 신념이 사람을 구하는지 해치는지를 마지막 장까지 시험합니다.
9. 불쌍한 기사와 고슴도치
아글라야는 푸시킨의 「불쌍한 기사」를 변호하며 왕자를 이렇게 부릅니다.
He is a Don Quixote, only serious and not comical.
그는 돈키호테지만, 우스꽝스럽지 않고 진지한 돈키호테다.
그녀가 왕자에게 다가가는 이유는 3부에서 드러납니다.
Because I've chosen you, you know.
내가 당신을 골랐으니까요, 아시죠.
I've been at home all my life, corked up in a bottle
나는 평생을 집에서, 병 속에 코르크로 막힌 채 살았어요.
4부에서 화해의 신호는 이렇게 우스꽝스럽습니다.
Did you get my hedgehog?
내 고슴도치 받았어요?
아글라야는 왕자를 비웃고 조롱하다가도 그를 변호합니다. 병 속에 갇힌 사람이 병 밖의 한 사람을 고르는 이야기이고, 고슴도치 선물은 그 서툰 구애의 방식입니다. 그녀의 날카로움은 사랑받고 싶은 만큼 겁이 많다는 표시입니다.
10. 에판친 가와 세상의 눈
에판친 가의 시선에서 왕자는 낯선 존재입니다. S 왕자가 건네는 충고는 이렇습니다.
Heaven is a difficult thing to find anywhere, prince
천국은 어디서든 찾기 어려운 것이오, 왕자.
부르도프스키 일행은 정당한 요구라며 이렇게 외칩니다.
We do not beseech, we demand!
우리는 간청하지 않고 요구한다!
일이 터진 뒤 리자베타 부인이 쏟아내는 말은 이 소동에 대한 가장 정직한 평가입니다.
A chaos, a scandal, worse than a nightmare!
혼돈이고 추문이고 악몽보다 더하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장면들에서 이념을 외치는 청년들과 체면에 사로잡힌 어른들을 같은 크기로 우스꽝스럽게 그립니다. 가니아가 증거를 내놓자 요구의 논리가 무너지는 과정도 희극이지만, 그 한가운데에서 왕자는 만 루블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11. 히폴리트의 수기
죽음을 선고받은 히폴리트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농담처럼 말합니다.
a dead man has no age, you know.
죽은 사람에게는 나이가 없는 법이지요.
원고 「필요한 설명」의 중심에는 삶에 대한 역설적인 예찬이 있습니다.
The important thing is life—life and nothing else!
중요한 것은 삶이다. 삶, 그 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로고진 집의 그리스도 그림을 본 그는 자연을 이렇게 봅니다.
This blind, dumb, implacable, eternal, unreasoning force
이 눈멀고, 말 없고, 가차 없고, 영원하고, 이성 없는 힘.
히폴리트의 글은 왕자의 신념에 대한 가장 강한 반론입니다. 연민이 인간의 법칙이라면 자연은 인간에게 연민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은 이 반론에 쉬운 답을 주지 않고, 읽은 사람들이 냉담하게 듣는 장면을 통해 말과 고통 사이의 거리를 드러냅니다.
12. 마지막 항의와 불발
히폴리트는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결심을 이렇게 정당화합니다.
A protest is sometimes no small thing.
항의는 때로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날 아침의 일은 불발로 끝나고 사람들은 웃습니다. 그가 눈물로 무너지며 하는 애원은 이 책에서 가장 아픈 대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Do not laugh at the fool! Forget him!
바보를 비웃지 마! 그를 잊어 줘!
4부에서 죽는 법을 묻는 히폴리트에게 왕자는 이렇게 답합니다.
You should pass us by and forgive us our happiness,
당신은 우리를 지나쳐 가면서 우리의 행복을 용서해야 해요.
왕자의 대답은 병자를 설득하지도, 위로하지도 않습니다. 그가 건네는 것은 죽음을 앞둔 사람의 분노를 받아 주는 자리입니다. 히폴리트가 왕자에게 증오를 쏟으면서도 그에게 죽는 법을 묻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13. 레베데프의 역설
레베데프는 이 책의 어릿광대이자 가장 자주 진실을 건드리는 인물입니다. 식인 일화를 변호하며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In fact, the truer a thing is the less true it sounds.
사실 어떤 일은 참될수록 덜 참되게 들리는 법이다.
문명에 대한 그의 장광설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There is more of riches, but less of force.
풍요는 더해졌지만 힘은 줄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고백은 이 인물의 요체입니다.
Words and actions, truth and falsehood, are all jumbled up together in me
말과 행동, 진실과 거짓이 내 안에서 모두 뒤섞여 있습니다.
그는 왕자를 금치산자로 만들려던 음모를 고백한 뒤 취해서 복음서 구절을 인용합니다.
Things are hidden from the wise and prudent, and revealed unto babes.
지혜롭고 슬기로운 자에게는 감추어지고 어린아이들에게 드러났다.
레베데프의 말은 우스개처럼 시작해 가끔 정곡을 찌르고, 그 직후 다시 허풍으로 돌아갑니다. 그의 불성실이 책의 진지함을 무너뜨리지 않고 오히려 진지함을 믿을 수 있게 만듭니다.
14. 두 여자의 대결
3부 음악회에서 아글라야는 왕자에게 분통을 터뜨리고 소동을 지켜본 뒤 냉정하게 말합니다.
Why have you no pride?
당신은 왜 자존심이 없나요?
I wanted to see how the farce would end.
나는 이 소극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고 싶었어요.
나스타시아가 편지에서 인류애를 비판하는 말은 왕자의 모습을 겨냥한 것처럼 읽힙니다.
Abstract love of humanity is nearly always love of self.
인류에 대한 추상적 사랑은 거의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4부의 대면에서 나스타시아가 퍼붓는 비난은 이렇습니다.
You came because you were afraid of me!
당신은 나를 두려워해서 왔어요!
두 여자는 왕자를 두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위치와 자존심을 두고 싸웁니다. 왕자는 그 앞에서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하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편지 속 비판은 그가 사랑과 연민을 구별하지 못하는 순간을 정확히 가리킵니다.
15. 평범함과 체념
4부의 서술자는 가니아 남매와 프티친 같은 사람들을 설명하며 평범함의 괴로움을 이렇게 말합니다.
just like everyone else
남들과 똑같은.
이볼긴 장군은 허풍 속에서도 체면을 지키려 합니다.
I am a general, not a bottle, sir.
나는 장군이지 병이 아닐세.
Better to be of a mess than in a mess!
곤경에 빠지는 것보다 군대 식당에 속해 있는 편이 낫다네!
그 옆에서 에판친 장군은 딸과 왕자의 일을 이해하지 못한 채 되풀이합니다.
It's fate, it's fate!
운명이야, 운명!
나폴레옹을 모셨다는 장군의 거짓말은 우스꽝스럽지만 왕자는 그것이 거짓임을 짐작하고도 놀라는 척 들어 줍니다. 도스토옙스키는 허풍을 비웃는 데서 멈추지 않고, 허풍이 필요한 사람의 외로움까지 그립니다. 장군의 죽음은 그 이야기에 조용한 무게를 얹습니다.
16. 꽃병과 연설
비엘로콘스키 공주가 참석한 야회에서 왕자는 흥분해 가톨릭 비판으로 나아가며 이렇게 말합니다.
Whoso has no country has no God.
조국이 없는 자에게는 하느님도 없다.
그는 상류층에게 호소하기도 합니다.
Let us be servants, that we may become lords in due season!
우리가 때가 되어 주인이 되도록 종이 되자!
그러다 발작 직전, 삶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I cannot understand how anyone can pass by a green tree
어떻게 사람이 푸른 나무 곁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어요.
In order to attain to perfection, one must begin by failing to understand much.
완전함에 이르려면 먼저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중국 꽃병이 깨지는 순간은 희극이고, 곧이어 그가 쓰러지는 장면은 비극입니다. 사람들이 너그럽게 웃어 주는 바로 그 순간에 그는 가장 들뜨고, 발작은 그 들뜸의 끝에서 옵니다. 서툶을 옹호하는 말이 곧 자신의 서툶으로 증명되는 장면입니다.
17. 거짓에서 시작된 것의 끝
왕자가 나스타시아와 결혼을 서두르는 모순을 두고 예브게니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what began with a lie was bound to end with a lie
거짓으로 시작된 것은 거짓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행복하냐는 나스타시아의 물음에 왕자가 아니라고 답하자 로고진은 비웃습니다.
I never supposed you would say 'yes,'
네가 '그렇다'고 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로고진의 집 침대 앞에서 왕자가 묻자 로고진은 고개를 숙이고 인정합니다.
Yes, it was I,
그래, 나였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판친 부인은 스위스에서 돌아온 왕자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At all events, I've had a good Russian cry over this poor fellow,
어쨌든 나는 이 가엾은 사람 때문에 실컷 러시아식으로 울었다.
밤새 시신 곁에서 눈물을 흘리던 왕자는 의식을 잃고 스위스로 돌아가고, 로고진은 시베리아 징역을 받으며, 아글라야는 가짜 백작과 결혼합니다. 책은 누구도 구하지 못한 연민의 결과를 담담한 소식으로 정리하고, 마지막 대사는 사건을 설명하는 대신 사람의 눈물로 맺어집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백치』는 사건이 대화로 진행되는 책이라 한 장 안에서 인물의 성격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처음이라면 1부 제2장(왕자의 사형 이야기), 제13~16장(나스타시아의 생일 야회), 2부 제4장(로고진의 집의 그림)부터 읽어 보세요. 이어 3부 제5~7장(히폴리트의 원고)과 4부 제7~8장(꽃병과 두 여자의 대면), 제11~12장(결말)이 책의 중심입니다. 인물이 많아 초반에는 이름이 헷갈릴 수 있으니, 왕자와 로고진, 나스타시아, 아글라야 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가니아와 레베데프, 히폴리트를 주변에 붙여 읽으면 길을 잃지 않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사람의 말로 여러 번 반복하며 진실을 좁혀 가는 작가이고, 반복되는 소동 속에서도 인물의 속마음은 조금씩 바뀝니다. 그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이 두꺼운 책이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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