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07년 출간
The Extraordinary Adventures of Arsène Lupin
아르센 뤼팽의 놀라운 모험
대서양 횡단선의 체포에서 셜록 홈즈와의 첫 만남까지, 변장과 연출로 경찰과 대중을 속이는 신사 도둑의 아홉 가지 사건
Arsène Lupin, gentleman-burglar, will return when the furniture is genuine.
신사 도둑 아르센 루팡, 가구가 진품이 되면 다시 오겠음.
What a pity that I am not an honest man!
내가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한눈에 보기
무선 전보가 먼저 도착한 배 위의 체포(제1편), 감옥에서 성을 털고 감옥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제2~3편), 기차 안에서 도둑맞고 도둑을 쫓는 이야기(제4편), 여왕의 목걸이를 돌려준 연회(제5편), 카드 한 장이 여는 비밀 금고(제6편), 가짜 채권에 속은 도둑(제7편), 살인 현장에서 시작된 검은 진주 사건(제8편), 그리고 셜록 홈즈와 길 위에서 스치는 마지막 편(제9편)까지 아홉 편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매번 이름과 얼굴을 바꾸고, 쫓는 가니마르 형사와 독자는 대개 마지막 장면에서야 그의 정체를 알게 된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 알렉상드르 뒤마 『삼총사』 (The Three Musketeers)
- 가스통 르루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한 권 요점
The Extraordinary Adventures of Arsène Lupin
『아르센 뤼팽의 놀라운 모험』은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쓴 단편 모음으로, 1907년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르블랑은 1864년에 태어나 194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루팡은 그가 만든 가장 유명한 인물입니다. 이 책에는 아홉 편이 실려 있는데, 편마다 다른 사건을 다루면서도 같은 인물들이 이어집니다. 변장의 명수 루팡, 그를 번번이 놓치는 가니마르 형사, 그리고 루팡의 활약을 신문에 싣는 《에코 드 프랑스》입니다. 이 책의 재미는 범죄의 수법보다 이야기를 거꾸로 읽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쫓기는 줄 알았던 사람이 쫓는 사람이고, 구경꾼인 줄 알았던 화자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줄거리
제1편: 아르센 루팡의 체포
대서양을 건너는 증기선 ‘라 프로방스’호 위에서 폭풍이 치던 이튿날, 무선 전보가 한 줄 들어옵니다. 아르센 루팡이 일등 선실에 있고, 금발에 오른팔에 상처가 있으며, 이름은 R로 시작하는 홀몸의 승객이라는 내용입니다. 전보는 번개에 끊겨 이름의 머리글자만 남습니다. 승객들은 공포와 흥분에 휩싸이고, 시카고의 백만장자 딸 넬리 언더다운과 친구 제를랜드 부인, 그리고 화자 베르나르 당드레지가 어울려 지냅니다. 승객 명단을 소거해 보니 조건에 맞는 사람은 조용한 청년 로자인뿐입니다. 곧 제를랜드 부인의 보석에서 가장 값진 알들만 뽑혀 사라지고, 선장의 시계가 없어졌다가 이등 항해사의 옷깃 상자에서 나오는 소동이 이어집니다. 로자인은 갇혔다는 소문 끝에 풀려나 현상금 1만 프랑을 내겁니다. 그러나 그가 결박당한 채 발견되고, 옷에 핀으로 꽂힌 쪽지에는 “루팡이 현상금을 기쁘게 받는다”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주머니의 2만 프랑도 사라졌습니다.
뭍에 닿을 무렵 부두에는 가니마르가 우산을 짚고 서 있습니다. 로자인은 지나가게 두고, 가니마르는 넬리를 에스코트하던 화자를 막아섭니다. “아르센 루팡이지?” 베르나르 당드레지는 3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는 말과 함께, 오른팔의 상처를 맞아 비명이 터지면서 정체가 드러납니다. 훔친 돈과 진주와 다이아몬드는 체포 직전에 코닥 카메라 속에 넣어 넬리에게 맡겨 둔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눈이 마주친 뒤 어색한 척 카메라를 부두 사이 물속에 떨어뜨리고 군중 속으로 사라집니다. 루팡은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안타깝다”고 중얼거립니다. 이 이야기가 루팡 자신이 글쓴이에게 들려준 체포담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글쓴이는 그의 변화무쌍한 얼굴과 “거울 속 나조차 알아보지 못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제2편: 감옥에 갇힌 아르센 루팡
센 강 한가운데 바위 위에 선 말라키 성에는 증권 거래소에서 ‘사탄 남작’으로 불리던 나단 카혼이 하인 셋과 수집품을 지키며 삽니다. 어느 날 상테 감옥 이름이 찍힌 등기 편지가 도착합니다. 서명은 아르센 루팡입니다. 성 안의 그림과 가구를 열거하며 8일 안에 역으로 부치지 않으면 9월 27일 밤에 직접 가져가겠다는 내용입니다. 검사에게 호소해도 필적이 다르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그러다 지방 신문에서 가니마르가 낚시하러 근처 마을에 와 있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가, 낚시하던 ‘가니마르’에게 3천 프랑을 약속하고 27일 밤 보호를 부탁합니다. 그날 밤 ‘가니마르’는 부하 둘을 중앙 회랑에 가두듯 배치하고 남작과 함께 망루 방을 지키지만, 날이 밝으니 그림과 가구와 보석이 모두 사라졌고 회랑의 부하 둘은 약에 취해 자고 있습니다. 창문과 문은 모두 멀쩡했습니다.
수사국장 뒤두이가 부른 진짜 가니마르는 “해답은 루팡에게 있다”며 상테 감옥을 찾아갑니다. 루팡은 책상 서랍의 영수증을 보이며 편지와 전보가 모두 자기 작품이라고 인정합니다. 그가 짠 계획은 이렇습니다. 일부러 협박장을 보내 남작이 도움을 청하게 만들고, 루팡의 친구가 ‘가니마르’ 행세를 하고 나서게 한 것입니다. 친구를 마을로 보내 신문 편집자에게 유명한 형사라고 믿게 해서 기사가 나가게 했고, 남작은 스스로 걸려든 셈입니다. 곧 남작이 10만 프랑으로 물건을 되찾고 고소를 거둘 것이라는 말과 함께, 달걀 속에서 전보가 나옵니다. 루팡은 재판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고, 그 와중에 가니마르의 시계를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가 돌려주며 서랍에서 판사의 금시계를 꺼내 웃습니다.
제3편: 아르센 루팡의 탈출
두 경감이 감방을 뒤지다가 서랍 속 시가에서 여자 필체의 쪽지를 찾아냅니다. 바구니는 호송차이고, 바깥쪽 발로 누르면 판이 내려가며,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마력 자동차가 기다린다는 내용입니다. 수사국장은 쪽지를 사진으로 찍어 되돌려 놓고, 식사 속 칼에서 두 번째 쪽지도 발견합니다. 얼마 뒤 호송차에 혼자 실린 루팡은 쪽지대로 바닥 판을 열고 길로 뛰어내려 술집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고, 외상을 청하며 이름을 밝히고는 스스로 상테 감옥 정문 앞에 가서 들여보내 달라고 합니다. 이 소동은 탈출이 아니라 예행연습이었다고 판사에게 말하고, 재판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못 박습니다. 감방이 바뀐 뒤 두 달 동안 그는 벽만 보고 누워 지냅니다.
재판 날, 법정에 끌려 나온 피고는 초라한 몰골로 이름이 “보드루 데지레”라고 답합니다. 판사는 연기라고 생각해 재판을 이어 가지만, 증인석의 가니마르가 피고를 가까이서 보고 “이 사람은 루팡이 아니다”라고 선서합니다. 기록을 조사해 보니 두 달 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보드루가 풀려났고 루팡이 호송차로 나갔습니다. 보드루는 풀려난 날 붙잡혀 감옥에 들어온 불쌍한 사람으로 밝혀지고, 한 달 뒤 석방됩니다. 가니마르는 그를 미행하다 부하들을 따돌리고 혼자 남아 불로뉴 숲의 연못가에서 곁에 앉았다가, 갑자기 터진 웃음소리에 정체를 알아봅니다. 보드루는 곧 루팡이었습니다.
루팡은 병원에서 배운 약품과 두 달의 식이요법, 눈에 넣은 아트로핀으로 얼굴과 눈빛을 바꾼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탈출을 믿게 만들어 놓았기에 가니마르의 증언을 법정이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합니다. 시가도 칼도 쪽지도 모두 자기가 만든 것이고 신비한 협력자는 없었으며, 신체 치수 기록은 미국에서 이미 돈으로 고쳐 두었습니다. 가니마르는 자기 증언이 법정을 속였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립니다. 루팡은 이 진상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오늘 밤 영국 대사와 저녁을 먹는다며 떠납니다.
제4편: 신비로운 여행자
이번 화자는 ‘기욤 베를라트’라는 이름으로 파리에서 루앙행 기차를 타는 루팡 자신입니다. 승객이 가득한 칸을 피해 옮겨 탄 칸에서 르노 부인이 불안해하고, 출발 직전 한 남자가 뛰어 들어옵니다. 부인은 그가 루팡이라고 속삭이고, 남자는 모자를 눌러씁니다. 졸던 화자는 목이 졸린 채 깨어나 결박당하고 지갑을 빼앗기고, 부인의 보석도 털립니다. 남자는 센 강 터널에서 우산과 화자의 외투를 걸치고 뛰어내립니다. 화자는 입의 재갈만 풀게 한 채 부인에게 지시합니다. 루앙에서 소리를 지르고, 남편의 직함을 밝히고, 범인이 부드러운 모자와 회색 외투 차림이었다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역에서 서장이 맞아 주자 부인은 화자를 남편의 친구 ‘베를라트’라고 소개해, 그의 신분을 확정해 줍니다.
화자는 서장에게 철도 안내서에서 읽은 단서로 범인이 다른 노선의 역에서 기차를 탈 것이라 추리해 보이고, 자신의 자동차와 경찰 둘을 얻어 달립니다. 급행열차와 나란히 달리는 추격 끝에 기차 안에는 없었지만 곧 들판을 가로지르는 범인을 쫓아 숲속 폐가에서 붙잡습니다. 봉투에 적힌 이름을 보고 그가 오퇴유의 일가 살해범 피에르 온프레를 알아봅니다. 화자는 서류와 지갑을 되찾고 경찰 둘의 몫으로 지폐를 남기고, 부인의 가방에서 값나가는 것을 빼내고 빈 가방만 놓은 뒤, 공중에 총을 쏘아 부하들이 오게 하고 자리를 뜹니다. 이튿날 《에코 드 프랑스》에는 루팡이 온프레를 체포하고 부인에게 가방을 돌려주었다는 기사가 실립니다.
제5편: 여왕의 목걸이
드뢰수비즈 백작가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시대의 유명한 목걸이가 대대로 전해집니다. 원래 보석은 오래전에 흩어졌고 틀만 진짜인데, 가문은 이를 되찾은 보석과 값싼 보석으로 복원해 자랑합니다. 백작은 이 목걸이를 은행 금고에 두고 연회 때만 꺼냅니다. 어느 연회 다음 날 아침, 침실 옆 좁은 방의 높은 선반에 둔 목걸이가 사라집니다. 문은 안에서 잠겼고 창은 닫혀 있었습니다. 백작 부인의 학교 친구로 얹혀 사는 앙리에트와 여섯 살 아들 라울이 의심받지만 증거가 없고, 수사는 4개월 뒤 끝납니다. 백작 부인은 앙리에트를 쫓아냅니다. 그 뒤 앙리에트에게는 해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2천 프랑씩 부쳐져 오다가 6년 만에 그녀가 죽습니다.
5일 전 만찬 자리에서 시칠리아에서 사귄 플로리아니 기사가 사건 이야기를 듣고 창의 채광창과 유리 구멍, 선반으로 만든 다리를 추리해 보입니다. 백작이 확인해 보니 모두 맞습니다. 기사는 범인이 어린아이였을 것이며, 앙리에트는 몰랐고, 해마다 부친 돈은 아이가 보석 알을 팔아 어머니를 돕던 것이라 말하고, 그 아이가 자란 뒤 옛집을 찾아왔을 때의 심정을 그려 보입니다. 사람들은 그가 바로 그 아이임을 알아차립니다. 백작 부인은 침착하게 목걸이의 틀은 지금도 도둑에게 있다는 것과 그 틀은 가문의 것임을 전해 달라고 말합니다. 기사는 “전하겠다”고 답하고 떠납니다. 나흘 뒤 부인의 방 탁자 위에 추기경 문장이 새겨진 붉은 가죽 상자가 놓여 있고, 신문은 루팡이 목걸이를 돌려주었다고 보도합니다.
제6편: 하트 7
화자는 신문 기자로, 6월 22일 밤 장 다스프리와 만찬을 하고 돌아와 침대 위 책 사이에서 붉은 밀랍 다섯 개로 봉한 편지를 발견합니다.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마라. 그러면 끝이다.” 밤새 서재에서 무언가를 옮기는 듯한 소음이 들리고 커튼 뒤에는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지만, 아침이 되어 총을 쏘아 보니 아무도 없고 서재에서도 없어진 물건이 없습니다. 다만 양탄자 밑에서 일곱 개의 붉은 하트 끝마다 구멍이 뚫린 하트 7 카드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를 신문에 쓰자 며칠 뒤 한 남자가 찾아와 방에 혼자 있게 해 달라고 하고, 3분 뒤 총소리가 납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곁에는 같은 하트 7 카드가 떨어져 있으며, 손에는 은행가 조르주 안데르마트의 명함이 쥐여 있습니다. 죽은 이는 에티엔 바린이었고, 안데르마트는 그를 아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이유를 밝히지 않습니다.
《에코 드 프랑스》에 ‘살바토르’라는 서명으로 기사가 실립니다. 10년 전 이 집에서 잠수함을 설계하던 청년 기술자 루이 라콤브가 안데르마트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간 뒤 사라졌고, 설계도는 바린 형제 손에 있었으며, 외국에 팔려 ‘하트 7’이라는 잠수함이 시험을 거쳤다는 내용입니다. 안데르마트 부인이 면사포를 쓰고 찾아와, 바린 형제가 자신이 라콤브에게 쓴 편지를 쥐고 협박하고 있으며 그 편지가 이 집 어딘가의 금고에 있을 것이라고 털어놓습니다. 다스프리는 6월 22일 밤의 침입자도 살바토르라고 보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권합니다. 다스프리는 이웃 공터에서 유골과 하트 7 모양으로 구멍 뚫린 철판도 파냅니다. 얼마 뒤 살바토르가 이 집을 오후 9시부터 두 시간 빌려 달라고 청하고, 그 시간에 바린과 안데르마트가 서재에서 마주칩니다.
숨어서 지켜보던 화자 앞에서 다스프리가 총을 쏘아 바린의 권총을 떨어뜨리고, 구멍 뚫린 철판을 내밀며 “하트가 으뜸패이고 나는 7을 낸다”고 말합니다. 바린은 서류를 내놓고, 서재 벽의 모자이크 왕의 칼에 철판을 대고 구멍마다 눌러 비밀 금고를 엽니다. 빈 금고 안쪽에서 작은 금고가 한 번 더 열려 편지 묶음이 나오고, 안데르마트는 수표를 쓴 뒤 편지를 받아 갑니다. 그러나 다스프리는 서류와 수표를 챙기고, 바린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자신이 아르센 루팡이라고 밝힙니다. 안데르마트가 가져간 편지는 다스프리가 다시 베껴 쓴 것이고, 진짜 편지는 부인에게 돌아옵니다. 루팡은 서류를 해군에 넘기고 수표로 첫 잠수함 기부 명단 맨 앞에 이름을 올립니다. 이렇게 화자는 루팡의 기록자가 됩니다.
제7편: 임베르 부인의 금고
새벽 3시, 연회에서 돌아가던 루도빅 임베르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순간, 한 사내가 지팡이와 발길질로 구해 주고 명함을 건넵니다. 명함에는 “아르센 루팡”이라고 적혀 있고, 이 이름은 이때 처음 쓰인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루팡이 공범과 짠 연극이었습니다. 임베르 부부는 억만장자 유산을 가졌다는 소문이 있고, 루팡은 반년 동안 이들을 조사했습니다. 아침 식사에 초대받아 인연을 맺은 루팡은 월 100프랑의 비서가 되어, 금고가 있는 사무실 바로 위층에서 지냅니다. 천장에 납 파이프를 통과시켜 부부의 행동을 엿보고, 어느 날 부부가 팔 채권을 의논할 때 의견을 주며 신뢰를 쌓습니다. 하인들은 그를 이름 대신 ‘선생님’이라 부르고, 부인은 그를 ‘야만인’이라 부릅니다.
신문이 부부를 사기 혐의로 몰자 루팡은 서두르고, 부부가 금고 내용물을 점검하던 밤, 부인이 먼저 자러 간 뒤 줄을 타고 내려가 홀로 남은 루도빅을 제압하고 금고를 비웁니다. 이튿날 부부는 사라졌고, 경찰이 연 금고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훗날 화자가 묻자 루팡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가져온 채권은 모두 위조였고, 부부는 유산을 남겼다는 노인 ‘브로포드’의 역할을 그에게 시켜 돈을 빌렸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부인 제르베즈가 자선을 핑계로 빌려 간 1천5백 프랑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제8편: 블랙 펄
새벽 3시, 한 사내가 아베뉴 오슈의 건물에서 의사를 찾는 척하며 5층으로 올라가 가져온 열쇠 가운데 하나로 집을 엽니다. 사전에 평면도를 익힌 그는 백작 부인의 침실에서 편지지 상자 속에 숨긴 ‘검은 진주’를 찾으려다 바닥에서 쓰러진 촛대와 시계, 싸늘한 손길을 만나고, 피투성이로 살해된 부인을 발견합니다. 진주 상자는 비어 있습니다. 사내는 도망가는 대신 이성을 되찾고 현장을 조사합니다. 그는 루팡이었습니다. 한때 유명한 가수였던 그 진주는 앙딜로 백작 부인, 곧 한때 유명한 가수 레오틴 잘티가 황제에게 선물로 받아 끝까지 지킨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하인 빅토르 다네그르를 체포합니다. 조끼 소매의 핏자국과 침대 밑 단추가 증거로 나왔지만, 그가 어떻게 문을 잠그고 나갔는지는 설명되지 않았고, 재판에서 변호인이 허점을 지적해 그는 무죄로 풀려납니다. 그는 가명으로 몽마르트르에서 비참하게 살다가, 어느 밤 식당에서 전직 형사 ‘그리모단’을 만납니다. 그리모단은 열쇠와 칼, 벽에 남은 엄지 지문의 흔적을 거론하며, 상속인 신클레브 양의 고발장을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압박합니다. 다네그르는 진주를 숨긴 장소를 털어놓고, 미국행 배삯과 200프랑을 받습니다. 진주는 공원 근처 길가의 포석 사이에 있었습니다. 이튿날 신문은 루팡이 진주를 되찾았다고 보도합니다.
이어 루팡은 화자에게 그날 밤을 설명합니다. 현장에서 40분 동안 하인의 범행임을 알아차렸고, 진주를 얻으려면 그 하인이 체포되고 다시 풀려나야 한다고 판단해 단추를 남기고 칼과 열쇠를 챙기고 지문을 지웠다는 것입니다. “범인은 목숨을 건졌고, 나는 진주를 얻었다”는 것이 그가 내리는 결론입니다.
제9편: 셜록 홈즈, 너무 늦게 도착하다
디에프 근처 티베르메닐 성에서 은행가 조르주 데반은 만찬 자리에서 화가 호라스 벨몽에게 “자네는 아르센 루팡을 닮았다”고 농담합니다. 그는 성의 옛 연대기 책이 사라졌고, 파리 국립도서관의 같은 책도 누가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두 책을 맞춰 보아야 성에서 탑까지 이어지는 지하 통로의 위치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일 오후 4시에 셜록 홈즈가 온다고 발표합니다. 젤리스 신부는 앙리 4세와 루이 16세 때 전해진 두 문장, 곧 “흔들리는 벌에 한 눈을 돌리면 다른 눈이 신께 이끌 것이다”와 “티베르메닐 3-4-11”을 이야기합니다. 벨몽은 “바로 그 열쇠가 필요했다”며 오늘 밤 성을 털겠다고 선언하고, 데반은 웃어 넘깁니다.
그날 밤 3시, 책장이 회전하고 루팡이 부하들을 데리고 들어와 40분 만에 가구와 그림을 통로로 옮깁니다. 진열장의 작은 보석을 챙기던 그는 계단을 내려오는 낯선 여인과 마주칩니다. 대서양 횡단선에서 자신을 알던 넬리 언더다운이었습니다. 그는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얼굴을 붉히며 물건을 내려놓고 “내일 3시에 모두 돌려 놓겠다”고 약속합니다. 이튿날 벨몽이 아침 식사에 나타나고, 3시 정각에 군대 마차 두 대가 성에 도착해 물건이 모두 돌아옵니다. 대령 서명의 명령서는 위조였습니다. 테라스에서 그가 지난날의 흰 장미를 이야기하며 용서를 구하지만, 넬리는 그의 손가락에 낀 데반의 루비 반지를 가리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 넬리가 놓고 간 흰 장미를 줍습니다.
성을 떠나던 루팡은 좁은 길에서 영국인 억양의 신사와 마주쳐 길을 일러 줍니다. 그가 셜록 홈즈였고, 둘은 말 탄 헌병이 지나가는 동안 나란히 비켜 서 있다가 아무 일 없이 인사를 나누고 헤어집니다. 홈즈는 성에 도착해 금세 책장 글자를 돌려 통로를 열고, 지하를 걸어 폐허 예배당에 닿습니다. 밖에는 벨몽이 보낸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고, 좌석 주머니에는 홈즈의 시계가 담긴 꾸러미가 들어 있습니다. 홈즈는 말없이 역까지 가서 “언젠가 이 손을 그의 어깨에 얹겠다. 세상은 좁고 우리는 반드시 만날 것”이라고 말하고 책은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떠다니는 섬에 닿은 전보
첫 편은 배 위가 세상과 이어졌다는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That bond is the wireless telegraph
그 끈이 바로 무선 전신이다.
그 끈을 타고 도착한 것이 한 줄의 경고입니다.
Arsène Lupin is on your vessel, first cabin, blonde hair, wound right fore-arm
아르센 루팡이 이 배의 일등 선실에 있다. 금발에 오른팔에 상처가 있다.
전보가 끊긴 탓에 정보는 머리글자 하나뿐이고, 그 빈틈이 승객들의 상상을 키웁니다. 이 책에서 루팡의 힘은 실제 행동 못지않게 이름이 일으키는 불안에서 나옵니다.
Arsène Lupin was, now, anybody and everybody.
이제 아르센 루팡은 누구이기도 하고 모두이기도 했다.
2. 카메라와 넬리의 선택
체포 순간 루팡이 걱정한 것은 감옥이 아니라 넬리의 결정이었습니다. 증거가 든 카메라를 쥔 그녀는 부두에서 이렇게 행동합니다.
she let the camera fall into the water between the vessel and the pier
그녀는 배와 부두 사이의 물속으로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그는 이 상황에서 자기 처지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What a pity that I am not an honest man!
내가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도둑이 도둑질의 끝에서 처음으로 정직해지고 싶어 하는 순간입니다. 넬리는 마지막 편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3. 얼굴이 없는 사람
루팡은 외모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을 기록하는 글쓴이에게 이렇게 설명합니다.
Why should I retain a definite form and feature?
내가 왜 정해진 모습과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어야 하지?
정체성은 얼굴이 아니라 행적으로 남는다는 선언입니다.
My actions will serve to identify me.
내 행동이 나를 알아보게 해 줄 것이다.
제3편에서 이 철학은 실제 기술이 됩니다. 병원에서 배운 약품과 훈련으로 보드루가 되는 과정을 그는 담담하게 설명합니다.
Appearance? That can be modified at will.
외모? 그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4. 초대장이 된 협박장
제2편의 카혼 남작은 성과 수집품을 연인처럼 아끼는 사람입니다.
He loved them intensely, like a miser; jealously, like a lover.
그는 그것들을 구두쇠처럼 격렬하게, 연인처럼 질투하며 사랑했다.
가짜 가니마르는 이렇게 말하지만, 바로 그 말이 남작을 안심시킵니다.
it is not customary for thieves to warn people they are about to rob
도둑이 털겠다고 미리 알리는 법은 없습니다.
루팡이 나중에 푸는 원리는 단순합니다. 뚫을 수 없는 집에는 주인이 문을 열게 하면 됩니다.
I must have the owner of the castle invite me to it.
성의 주인이 나를 초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의 웃음은 가니마르를 향합니다. 진짜 가니마르의 이름이 미끼였으니, 루팡이 가니마르를 시켜 가니마르를 잡게 한 셈입니다.
I cause Ganimard to arrest Ganimard.
나는 가니마르가 가니마르를 체포하게 만든다.
5. 감옥이라는 휴양지
감방에 앉은 루팡은 가니마르를 손님으로 맞습니다. 그가 체포된 이유는 실력 부족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고 합니다.
A woman was looking at me, Ganimard, and I loved her.
가니마르, 한 여자가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그는 재판에 가지 않겠다고 못을 박습니다.
I shall not be present at my trial.
나는 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화에서 가니마르는 루팡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가 경찰 간부에게 하는 말에서 그런 점이 드러납니다.
He is a modern cracksman, right up to date.
그는 최신식 금고털이야.
가니마르는 번번이 속지만 어리석지 않으며, 그래서 루팡의 가장 좋은 관객으로 남습니다.
6. 믿음을 먼저 만든다
제3편의 탈출은 밧줄이나 열쇠가 아닌 사람들의 기대로 이루어집니다. 루팡은 가니마르에게 원리를 밝힙니다.
I must create, in advance, a public belief in that escape
탈출하려면 먼저 그 탈출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호송차 소동은 실패한 탈출이 아니라 공개된 예고였습니다. 판사에게도 그는 약속을 반복했고, 기자에게 던진 명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Arsène Lupin always keeps his promises.
아르센 루팡은 언제나 약속을 지킨다.
약속이 쌓이면 사람들은 ‘탈출했다’는 결론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 기다림이 결국 증언대에서 “이 사람은 루팡이 아니다”를 믿어 줄 사람을 만들어 냅니다.
7. 보드루와 가니마르의 눈물
이 편의 그늘에는 보드루 데지레가 있습니다. 그는 아무 잘못 없이 재판을 받은 거리의 사람으로, 루팡은 그를 보호하려 한 것처럼 말합니다.
I couldn’t allow poor Baudru Désiré to be convicted.
불쌍한 보드루 데지레가 유죄가 되게 둘 수는 없었지.
하지만 판사와 대중을 속인 수법에는 그를 도구로 쓴 면이 분명히 있고, 책은 이 모순을 말하지 않은 채 장난스럽게 넘어갑니다. 가니마르는 자신의 선서가 법정을 잘못 이끌었다는 생각에 괴로워합니다. 루팡의 마지막 대답은 가볍습니다.
With the British Ambassador!
영국 대사님과 함께!
8. 도둑이 도둑을 쫓는 기차
제4편의 화자는 당하는 쪽에 선 루팡입니다. 결박당한 채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바라봅니다.
Arsène Lupin seized and bound like a novice!
아르센 루팡이 풋내기처럼 붙잡혀 묶이다니!
하지만 그는 곧 반격에 나서 오히려 경찰을 이끄는 사람이 됩니다. 이 반전의 풍경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Arsène Lupin was going in search of Arsène Lupin!
아르센 루팡이 아르센 루팡을 찾으러 가고 있었다!
범인에게서 빼앗은 부인의 보석을 돌려주지 않는 장면도 이 책다운 도덕관을 보여 줍니다. 그는 이렇게 얼버무립니다.
But, you know, business is business.
하지만 알다시피 장사는 장사니까.
9. 광고 한 줄
제4편의 마지막은 《에코 드 프랑스》 기사입니다. 루팡은 자신의 이야기를 신문에 흘려 보내는 일을 사업의 일부로 여기며, 글쓴이도 이를 짚어 줍니다.
let us not despise the advantages of judicious advertising
적절한 광고의 이점을 얕보지 말자.
제5편의 끝에서도 같은 말이 나옵니다.
and as a little advertising never does any harm
약간의 광고는 해가 되지 않으므로.
신문 기사는 여러 편의 끝에 한 줄로 등장해 루팡의 승리를 정리합니다. 그 기사들은 대중이 그를 영웅으로 읽게 만드는 장치이며, 책 전체의 어조가 가벼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10. 여섯 살 아이의 손
제5편은 밀실의 해법을 한 사람이 식탁에서 들려주는 구조입니다. 플로리아니 기사는 추리에 이르렀으면서 이렇게 선을 긋습니다.
I simply describe the events as they must have occurred.
저는 그저 일어났을 법한 일을 그대로 묘사할 뿐입니다.
창의 채광창은 어른이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좁았고, 그래서 범인은 어린아이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청중의 표정에서 드러납니다.
To steal the Queen’s Necklace at six years of age
여섯 살에 여왕의 목걸이를 훔치다니.
어머니가 억울한 의심을 받고 쫓겨나는 동안 아이가 보석을 한 알씩 팔아 돈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서 루팡의 도둑질이 가장 슬픈 동기를 가진 대목입니다.
11. 틀과 자존심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기사는 목걸이에 대한 백작 부인의 자존심에 이렇게 되받습니다.
an object of parade, an emblem of senseless pride
과시의 물건이며 부질없는 자존심의 상징.
알이 대부분 가짜였다는 사실이 이 말을 뒷받침합니다. 백작 부인은 침착하게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the Queen’s necklace still belongs to the house of Dreux-Soubise
여왕의 목걸이는 여전히 드뢰수비즈 가문의 것입니다.
기사의 대답은 짧습니다.
I shall tell him, madame.
그에게 전하겠습니다, 부인.
나흘 뒤 상자가 돌아오는 결말은 도둑이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닌 거래처럼 읽힙니다. 가문은 틀을 되찾지만, 그들이 지켜 온 허영은 이미 드러났습니다.
12. 커튼의 주름
제6편의 무서움은 한 문장의 협박에서 나옵니다.
do not move, do not utter one cry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마라.
화자는 밤새 커튼 뒤에 사람이 서 있다고 믿고 꼼짝도 못 합니다. 새벽에 쏜 총알이 닿은 것은 아무도 없는 창이었습니다.
I had been hypnotized by a fold of the curtain
나는 커튼의 주름 하나에 홀려 있었다.
다스프리는 이 밤을 나중에 설명합니다. 만찬에서 범죄 이야기를 해 화자를 겁먹게 만든 것이 그가 작업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공포는 도구이고, 이 책에서 가장 잘 쓰이는 도구입니다.
13. 하트 7이 여는 문
제6편의 수수께끼는 카드 한 장의 구조로 풀립니다. 다스프리는 바린을 몰아붙이며 이렇게 선언합니다.
Hearts are trumps, and I play the seven.
하트가 으뜸패이고, 나는 7을 낸다.
모자이크 속 왕이 카드 속 하트 킹과 같았다는 것이 열쇠였고, 카드를 뒤집으면 금고가 하나 더 열렸습니다. 그는 이 단순함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But the simplest things are the ones that usually escape our notice.
하지만 가장 단순한 것이 대개 우리 눈을 피해 간다.
안데르마트 부인에게 돌려준 편지는 다시 쓴 것이었습니다.
There is no handwriting that cannot be imitated.
흉내 내지 못할 필체는 없다.
안데르마트가 쓴 수표를 잠수함 기부금으로 돌리는 마무리는, 얻은 돈을 공익으로 바꾸어 도둑질에 명분을 입히는 이 책의 방식이 가장 선명한 대목입니다.
It was quite right that Varin should redeem his treachery.
바린이 자기 배신의 값을 치르는 것이 옳았지.
화자는 이 사건으로 루팡의 기록자가 되었다고 밝힙니다.
I became his very humble and faithful historiographer
나는 그의 아주 겸손하고 충실한 기록자가 되었다.
14. 가짜 채권과 속은 도둑
제7편의 루팡은 아직 이름도 없는 신출내기입니다. 힘으로 열리지 않는 금고 앞에서 그가 세우는 원칙은 이렇습니다.
Where force fails, cunning prevails
힘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꾀가 이긴다.
이름의 기원도 이 편에 있습니다.
it was in that affair that Arsène Lupin was baptized
아르센 루팡이 세례를 받은 것은 바로 그 사건에서였다.
반전은 훔친 것이 가짜였다는 데 있습니다. 그가 비서로 받은 대우의 정체도 함께 드러납니다.
Brawford was I!
브로포드가 바로 나였다!
그가 특히 쓰라려하는 것은 월급 한 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빌려 준 1천5백 프랑입니다.
I was fooled that time to the queen’s taste!
그때만큼은 정말 감쪽같이 속았지!
이 편은 완벽해 보이는 도둑도 남의 연기에 속는다는 이야기이고, 루팡은 이 일로 교훈을 얻겠다고 다짐합니다.
15. 죄를 이용해 판을 짜다
제8편에서 루팡은 시신을 발견하고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Any person would, except Arsène Lupin.
누구든 그랬겠지만 아르센 루팡은 아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범인을 한 번 체포되게 한 뒤 풀려나게 하는 것입니다. 훗날 그는 자신의 발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the formidable machinery of the law to crush and humble my victim
법이라는 거대한 기계로 내 희생자를 짓누르고 꺾는다.
그리모단이 된 그가 다네그르에게 건네는 말은 협박이면서 거래입니다.
You will get your life. Is that nothing?
네 목숨을 얻게 되는 거야. 그게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냐?
마지막 말은 자조와 자부가 섞인 농담입니다.
And that is how crime is always punished and virtue rewarded
이렇게 해서 죄는 언제나 벌을 받고 덕은 보상을 받는 거지.
도덕적으로는 아슬아슬한 이야기이고, 책은 이를 판단하지 않고 보여 줍니다. 살해당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 편을 유난히 어둡게 하고, 루팡이 진주를 챙기는 결말이 가볍게 읽히지 않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16. 정오의 약속, 흰 장미
제9편의 중심은 두 번째 만남입니다. 넬리 앞에서 루팡은 부끄러움에 물건을 내려놓고 약속합니다.
Nothing in the world could induce me to break that promise
세상 어떤 것도 이 약속을 깨게 할 수 없다.
그는 약속대로 물건을 돌려주고 테라스에서 말을 건넵니다.
Have I not kept my promise?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넬리가 가리키는 것은 약속이 아니라 손가락의 반지입니다. 그는 끝내 한 걸음 물러서고, 그녀가 두고 간 꽃을 줍습니다. 배 위에서의 기억을 불러내는 말이 이것입니다.
a white rose like the one you carry to-day
오늘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 장미.
17. 홈즈와 루팡의 첫 만남
홈즈는 도착한 날 바로 지하 통로의 비밀을 풉니다. 수수께끼 문장의 해석은 이렇게 간명합니다.
the other eye will lead to God
다른 눈은 신께로 이끈다.
예배당을 가리킨다는 것이 홈즈의 풀이이고, 숫자 3-4-11은 글자의 번호였습니다.
Louis the sixteenth was a clever locksmith.
루이 16세는 솜씨 좋은 자물쇠 장인이었습니다.
길에서 루팡을 알아보고도 보낸 이유를 홈즈는 이렇게 밝힙니다.
I do not take advantage of chance opportunities, I create them
나는 우연한 기회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기회를 만듭니다.
그러나 좌석에서 나온 꾸러미가 홈즈의 얼굴을 굳게 만듭니다.
Sherlock Holmes’ watch stolen by Arsène Lupin!
셜록 홈즈의 시계를 아르센 루팡이 훔치다니!
그 침묵 끝에 나온 말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고, 다음 대결을 예고하는 약속입니다.
Yes, the world is too small
그렇습니다, 세상은 너무 좁습니다.
we will meet--we must meet
우리는 만날 것이다. 반드시 만나야 한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아르센 뤼팽의 놀라운 모험』은 아홉 편이 각각 독립된 이야기라서 어느 편에서 시작해도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반전이 선명한 제1편(배 위의 체포)과 제3편(탈출), 제5편(여왕의 목걸이)을 먼저 읽어 보세요. 그다음 제6편의 카드 장치와 제9편의 홈즈 대결을 읽으면 책의 분위기가 모두 잡힙니다. 읽는 요령은 한 가지입니다. 루팡이 말하는 사람이면 그가 어디서 속이고 있는지, 다른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면 그가 누구인지 의심해 보는 것입니다. 편마다 화자와 정체가 숨바꼭질을 하고, 다시 읽으면 처음에 지나친 문장이 단서로 돌아옵니다. 가벼운 모험담 속에서도 살인이나 배신을 다루는 어두운 대목이 있으니, 루팡의 매력과 그가 하는 일의 무게를 함께 보는 것이 이 책을 오래 읽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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