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5년 출간
The Dealings of Captain Sharkey
샤키 선장의 거래
변장과 배신으로 카리브해를 휩쓴 해적 샤키 선장의 최후, 그리고 바다 위의 저주받은 상자와 사라진 배와 얼어붙은 빙원의 수수께끼를 다룬 열두 편의 이야기
There's an end of Sharkey!
샤키는 이제 끝이다!
He lived like a dog, but, by God, he died like a man!
그는 개처럼 살았지만, 하느님께 맹세코, 사나이답게 죽었다!
한눈에 보기
1편에서 샤키 선장은 교수형을 당했다는 소문 속에서 총독으로 변장해 상선에 올라탄다. 2편에서는 청교도 출신 모험가 크래독이 쌍둥이 배로 함정을 놓았다가 거꾸로 걸려들고, 3편에서는 선원들의 반란과 한 여인의 정체가 샤키를 무너뜨리며, 4편에서는 가족을 잃은 상인 뱅크스가 해적이 되어 복수를 완성한다. 5편은 영국 프리깃함과 프랑스 군함과 해적 브리그가 한 만에서 얽히는 해전이고, 6편은 한 시간 동안 자동차 노상강도로 변한 영국 준남작의 이야기다. 이어지는 '푸른 바다 이야기' 여섯 편은 표류하던 브리그에서 건져 온 함정 상자, 빙원에 갇힌 포경선의 선장, 서아프리카 강어귀 통 제조장의 괴물, 요코하마 사무원 두 사람의 마지막 항해, 마리 셀레스트호의 실종에 대한 가상의 진술, 대서양 증기선 위의 작은 네모 상자를 차례로 펼친다. 열네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보물섬』 (Treasure Island)
- 아서 코난 도일 『공포와 미스터리 이야기』 (Tales of Terror and Mystery)
- 허먼 멜빌 『모비 딕』 (Moby-Dick)
한 권 요점
The Dealings of Captain Sharkey
『샤키 선장의 거래』는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집으로, 원제는 『The Dealings of Captain Sharkey and Other Tales of Pirates』입니다. 도일은 1859년에 태어나 1930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은 서로 다른 시기에 따로 발표된 이야기를 묶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앞의 여섯 편은 「해적 이야기」, 뒤의 여섯 편은 「푸른 바다 이야기」라는 제목 아래 놓여 있습니다. 앞 네 편의 주인공은 18세기 초 카리브해의 악명 높은 해적 존 샤키입니다. 그가 매번 다른 방식으로 끝을 맞는 까닭에 네 편을 한 사람의 연대기로 이어 읽으면 어긋나는 대목이 있고, 오히려 같은 괴물을 두고 작가가 다른 결말을 시험하는 변주로 읽을 때 맛이 납니다. 뒤쪽의 이야기들은 해적이 아니라 바다가 만들어 내는 수수께끼를 다룹니다. 서술자는 대개 사건의 한복판에 선 일인칭 화자이고, 이야기는 한 가지 반전을 향해 곧장 달려갑니다.
줄거리
제1편 (해적 이야기): 캡틴 샤키, 세인트키츠 총독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왔는가
위트레흐트 조약으로 전쟁이 끝나자 일거리를 잃은 사략선들 가운데 일부가 해적이 되어 온 인류를 상대로 사적인 전쟁을 선포합니다. 그중에서도 20문 포를 단 검은 바크선 해피 딜리버리호의 샤키 선장은 가장 두려운 이름입니다. 상선 모닝 스타호의 스캐로우 선장은 마지막 기항지인 세인트키츠의 바스테르에 닻을 내리고서야 한숨을 돌립니다. 항해 중 표류하던 뉴잉글랜드 출신 선원 하이럼 에번슨을 건져 올렸는데, 에번슨은 샤키에게 스쿠너를 잃은 유일한 생존자라고 했습니다. 대리인은 샤키가 동료들에게 버림받아 섬에 홀로 남겨졌다가 붙잡혔고 총독 찰스 이완 경의 고집으로 이곳에서 재판받아 내일 아침 교수형이라고 알립니다. 총독은 본국의 급한 호출을 받고 모닝 스타호에 함께 타게 됩니다.
이튿날 새벽 배에 오른 총독은 곱슬곱슬한 가발과 짙은 녹색 안경, 열병으로 감싼 목에 대나무 지팡이를 짚은 괴짜입니다. 항해 도중 멀리서 대포 소리가 울리자 총독은 샤키의 교수형을 알리는 예포라며 웃고, 선원들은 환호합니다. 총독은 밤마다 와인 여섯 병을 비우고도 아침이면 멀쩡하며, 눈이 나빠 에번슨을 곁에 앉혀 카드 점수를 세게 하는 바람에 선장과 일등 항해사의 주머니가 가벼워집니다. 마지막 밤 영국 해협의 윈첼시 앞바다에서 총독은 카드판을 쓸어 담고 가발과 안경을 벗어 던집니다. 그 아래에는 붉은 눈시울에 푸른 눈동자의 샤키가 있었고, 문을 막아선 에번슨은 사실 해피 딜리버리호의 보급관 네드 갤러웨이였습니다. 샤키는 감옥을 부수고 나와 침대에 누운 진짜 총독을 해치우고 그의 짐과 안경으로 행세해 온 것입니다. 일등 항해사는 권총 개머리판에 맞아 쓰러져 숨지고, 스캐로우는 무릎을 꿇으라는 협박에도 굴하지 않아 목숨을 건집니다. 두 해적은 선장을 탁자에 묶고 보트를 모두 뚫어 놓은 채 작은 보트로 근처 어선에 접근해 배를 빼앗고 대서양으로 사라집니다.
제2편 (해적 이야기): 샤키 선장과 스티븐 크래독의 거래
해적은 해마다 선체를 뭍에 눕혀 청소해야 하는데, 이때 선장들은 인근 마을로 놀러 가기도 합니다. 샤키만은 정착촌에 나타난 적이 없고, 배를 갤러웨이에게 맡기고 직접 보트로 나가 히스파니올라의 들소를 사냥합니다. 자메이카 총독 에드워드 콤프턴 경에게 샤키가 곧 라 바슈 섬에서 네 명과 사냥 중이라는 소식이 닿습니다. 이때 세일럼 출신의 청교도 집안에서 엇나간 모험가 스티븐 크래독이 계획을 들고 옵니다. 노예상 시절과 해적이라는 풍문으로 악명 높았던 그는 이제 개종했다고 주장합니다. 계획은 샤키의 해피 딜리버리호를 빼닮은 쌍둥이 배 화이트 로즈호의 흰 줄을 지우고 돛에 마름모 헝겊을 덧대 그 배로 위장해 샤키가 제 배인 줄 알고 올라타게 하는 것입니다. 옛 동료 조슈아 허드를 항해사로 삼은 크래독은 닷새째 라 바슈의 거북 만에 닻을 내리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카리브 원주민 안내자를 따라 이틀 동안 섬 안쪽을 헤매도 빈 막사만 발견합니다.
배로 돌아오자 허드가 창백한 얼굴로 올라오라고 합니다. 갑판에는 벨벳 가운을 걸친 낯선 선원들이 웃고 있고, 선실에는 모피 모자를 쓴 샤키가 컴퍼스로 크래독의 어깨를 찌릅니다. 샤키의 배는 크래독이 떠난 바로 그날 돌아와 선원들을 죽이거나 항복시켰고, 허드는 서명하고 목숨을 건졌습니다. 샤키는 자기 돛대의 갈라진 곳과 크래독의 온전한 돛대가 달랐다는 점에서 함정을 의심하고 역으로 판을 짰습니다. 족쇄에 묶인 채 이틀을 항해한 크래독은 포트 로열 앞에서 영국 국기를 해적기 위에 단 배를 봅니다. 샤키는 승전 귀환하는 크래독인 척하며 자메이카 총독과 사령관이 탄 마중 배를 포문 앞까지 끌어들일 심산입니다. 모자를 흔들어 신호하라는 협박에 크래독은 갑자기 몸을 날려 바다로 뛰어듭니다. 샤키가 소총을 쏘아 맞히지만 헤엄치던 크래독은 마지막 순간 일어나 두 팔을 휘저으며 경고의 고함을 지르고, 마중 배는 방향을 돌립니다. 크래독은 미소를 띤 채 가라앉습니다.
제3편 (해적 이야기): 샤키의 재앙
1720년 5월, 샤키의 배는 윈드워드 해협 서쪽에서 사흘째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원들이 술이 떨어지고 노획이 없다는 불만을 품고, 샤키가 목수를 양동이로 때려 죽인 일까지 겹쳐 항해장 스위트록스의 주도로 반란을 꾀합니다. 갑판장 이스라엘 마틴과 포수 레드 폴리가 이를 경고하러 달려오는 순간 상선 한 척이 코앞에 나타나고 모두 전투 위치로 달려갑니다. 포르토벨로호는 런던에서 킹스턴으로 가는 길이었고, 해적들은 승객과 선원을 바다에 던져 죽입니다. 선장 하디는 마지막으로 스페인 총독의 딸 이네스 라미레스가 선실에 갇혀 있다고 알려 주고 스스로 바다에 뛰어듭니다. 하디의 설명으로는 신분이 낮은 사람과의 연애를 막으려 부모가 가둔 것이었습니다. 샤키는 이네스의 뺨에 손자국으로 낙인을 찍어 선실로 데려갑니다.
샤키는 갤러웨이와 대머리 외과의 스테이블과 함께 취하도록 마시며 이네스를 불러옵니다. 이네스는 오히려 기쁜 듯 샤키의 무릎에 앉아 그의 머리와 뺨을 어루만지는데, 이를 지켜보던 의사가 그녀의 손을 보라고 외칩니다. 손에는 핏기 없는 창백함과 노란 물갈퀴 같은 막, 밀가루 같은 흰 가루가 덮여 있었습니다. 나병이었습니다. 하디의 말과 달리 그녀는 병 때문에 격리된 것이었고, 샤키의 얼굴과 목에는 이미 그 가루가 묻어 있었습니다. 이네스는 광기 어린 승리의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다 갇힙니다. 이튿날 아침 선원들은 샤키를 돛대에 묶고 스위트록스가 판결을 낭독합니다. 샤키는 병이 퍼지기 전에 보트에 실려 바다에 띄워지고, 이네스도 창끝에 밀려 같은 보트에 던져집니다. 선원들은 "신혼여행을 잘 다녀오시오"라며 조롱합니다. 이야기는 이듬해 1월 영국 군함 헤카테호 항해일지의 짧은 대목으로 끝납니다. 히스파니올라 해안에서 유럽식 옷차림을 한 여인의 유골과 오두막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샤키가 이 일대에서 표류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기록입니다.
제4편 (해적 이야기): 코플리 뱅크스가 샤키 선장을 어떻게 죽였는가
킹스턴의 설탕 상인 코플리 뱅크스는 평의회 의원에 버지니아 총독의 사촌이었지만, 아들 둘을 데리러 영국에 갔던 아내가 돌아오는 배 더치스 오브 콘월호에서 샤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침울해진 뱅크스는 사업을 접고 부둣가 술집을 전전하며 해적에게서 도망쳐 온 말 못 하는 항해사와 오래 지도를 들여다봅니다. 그 항해사는 샤키 때문에 혀를 잃은 사람이었습니다. 2년쯤 뒤 어느 아침 뱅크스는 갑자기 사업에 활기를 되찾고, 짐을 이미 실은 러플링 해리호를 노예 무역선으로 돌린다며 대포와 소총을 가득 싣고 밑바닥 인생들로 선원을 새로 꾸립니다. 일등 항해사는 얼굴에 붉은 얼룩이 있는 스위트록스였고, 포병대 하비 소령이 스티드 보닛 사건을 떠올리며 체포를 건의하지만 브리그는 이미 밧줄을 끊고 달아난 뒤입니다. 해상에서 뱅크스는 해적이 될 것을 선언하고 46명 중 4명이 떠난 뒤 해적 규약이 만들어집니다.
뱅크스는 곧 샤키와 맞먹는 이름이 되고, 어느 날 쿠바 동쪽 콕슨 구멍에서 샤키의 배와 마주칩니다. 갑판에 오른 뱅크스는 둘이 한 바다에 설 수 없으니 모래톱에서 겨루자고 말하고, 샤키는 이 대담함이 마음에 들어 그를 동맹으로 삼습니다. 그해 여름 둘은 뉴펀들랜드 어장까지 올라가 함께 항해하고 국왕의 군함 로열 포춘호도 물리칩니다. 마지막 밤 카이코스 해협에서 열린 술자리에서 뱅크스는 더치스 오브 콘월호를 기억하느냐고 묻습니다. 샤키는 웃으며 세부까지 떠올리고, 그 부인과 두 아들이 자신의 아내와 아들이라는 말에 눈빛이 변합니다. 말 못 하는 시종이 밧줄로 샤키를 묶고, 뱅크스는 그를 선실의 대포 앞에 묶어 앉히고 화약이 쌓인 방에 촛불을 세웁니다. 복수를 위해 영혼까지 내어 주고 샤키와 같은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말한 뱅크스는 불을 붙이고 문을 잠가 나옵니다. 곧 둔중한 포성에 이어 폭음이 울려 자신의 브리그와 안에 있던 해적들이 날아가고, 뱅크스는 시종과 함께 섬의 정글로 사라집니다.
제5편 (해적 이야기): 슬래핑 샐
프랑스의 세력이 이미 꺾이던 시대, 영국 32문 프리깃함 레다호의 존슨 함장은 봉인된 명령서를 연 뒤 일등 항해사 워튼에게 내용을 전합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학교와 해군과 가문까지 함께한 절친이지만 갑판에서는 엄격한 상관과 부하일 뿐입니다. 명령은 카리브 입구에서 48문 프랑스 프리깃 라 글루아르를 사냥하는 것과, 선원 반란으로 선장과 항해사 둘을 죽이고 상선을 약탈한 털보 허드슨의 해적 브리그 슬래핑 샐을 잡으라는 것입니다. 짝을 이룬 디도호는 밤새 폭풍에 놓쳤습니다. 이튿날 섬의 만 안쪽에 닻을 내린 브리그를 발견한 레다호는 닻줄을 끊고 달아나는 해적선을 얕은 물까지 몰아붙이며 보트를 내릴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뒤쪽 굽이를 돌아 거대한 라 글루아르가 나타납니다. 곶 뒤에 숨어 있던 프랑스 함장 드 밀롱이 육지 감시병의 신호로 레다호가 막다른 만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 똑같은 수법으로 퇴로를 막은 것이었습니다.
좁은 만에서 두 군함은 서로 권총 사거리까지 접근해 연기 속에서 포를 쏘아 대고, 레다호의 갑판은 시체로 덮이고 주 돛대가 부러져 포대가 마비됩니다. 프랑스 군함이 승선병을 건너뛰게 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포도탄이 날아와 승선병 무리가 쓰러지고, 프랑스 군함의 좌현에서도 포성이 터집니다. 이윽고 프랑스 함이 갑자기 돛을 모두 펴고 물러가는데, 만 어귀에서 포성을 듣고 달려온 디도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부서진 레다호 옆에는 '슬래핑 샐'이라고 쓰인 선미 조각이 떠 있었습니다. 허드슨의 브리그가 라 글루아르에게 정면으로 덤벼들어 포화에 사라졌고, 그 덕에 영국 배가 살아남았다는 뜻입니다. 존슨은 갑판을 오가다 돌아와 허드슨이 악당이었지만 영국인이었고 개처럼 살았으나 사나이답게 죽었다고 선언합니다.
제6편 (해적 이야기): 육지의 해적 (붐비는 한 시간)
어느 늦여름 일요일 밤 11시 반, 이스트본과 턴브리지를 잇는 쓸쓸한 길에 갈색 천으로 몸체를 감싼 롤스로이스 한 대가 달리고 있습니다. 운전석의 가면 쓴 남자는 마주 오는 낡은 울즐리를 세워 권총을 겨누고 시계와 지갑을 빼앗으며 점화선까지 끊습니다. 피해자 로널드 바커는 가면 틈으로 무언가를 보고 놀라지만 입을 다뭅니다. 강도는 이어 험버를 세워 가이어티 극장 배우 플로시 손턴과 힐다 매너링에게서 보석을 걷지만 두 여인이 울음을 터뜨리자 전부 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육중한 데임러에서 조지 와일드 경을 끌어내 손찌검으로 몰아붙이고 보석과 지갑과 수첩을 빼앗은 뒤, 북쪽에서 다가오는 전조등을 보고 달아나 그날 밤의 일을 마칩니다.
다음 월요일 아침 바커는 친구인 지역 준남작 헨리 헤일워디 경의 서재를 찾아와 "어젯밤 왜 나를 털었느냐"고 따집니다. 롤스로이스 소리, 가면 아래로 삐져나온 흰 머리칼 한 올, 찢어 놓고 온 검은 천 조각이 증거였습니다. 헨리 경은 문을 잠그고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와일드가 설립에 관여한 루드게이트 은행이 무너지기 직전 안전하다고 보증해 놓고 유산 1천 파운드를 날리게 만들었으며, 법으로는 벌할 수 없어 복수를 꾸몄다는 것입니다. 바커와 여배우들에게서 빼앗은 물건은 이미 돌려보내려고 포장해 둔 상태였습니다. 바커는 그저 다시는 하지 말라며 악수하고, 헨리 경은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한 시간이었으나 다시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전화가 울리자 그는 치안판사 석으로 출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7편 (푸른 바다 이야기): 줄무늬 상자
바클레이 선장의 바크선 메리 싱클레어호는 사흘간의 폭풍을 이겨 낸 뒤 대서양 한가운데서 돛대가 부러진 채 반쯤 가라앉은 브라질 브리그 노사 세뇨라 다 비토리아호를 만납니다. 승선해 보니 선장실의 서류에는 런던 옥스퍼드 가의 상점에 보낼 오래된 스페인·인디오 골동품이 실려 있다는 메모와 '돈 라미레스 디 레이라의 보물 상자는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하라'는 경고가 있습니다. 창고에는 정수리가 깨진 선원 시신이 놓여 있고, 구석에는 붉고 흰 줄무늬로 칠한 육중한 상자가 있었습니다. 뚜껑에는 1606년이라는 연도와 총독 문장, 그리고 '절대로 열지 마시오'라는 영어와 스페인어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바클레이는 골동품들과 함께 이 상자까지 자기 배로 옮겨 싣습니다.
탐욕스러운 일등 항해사 암스트롱은 상자를 열자고 보채지만 바클레이는 거절합니다. 이튿날 새벽 비명에 놀라 달려간 선장이 본 것은 상자 앞에서 같은 상처로 숨진 암스트롱과 그의 손의 드라이버입니다. 이등 항해사 앨러다이스는 남아메리카의 도망자가 상자 속에 숨어 있다고 추측합니다. 결국 앨러다이스가 드라이버로 자물쇠를 밀어 열고, 선장은 권총을, 목수는 망치를 든 채 지켜봅니다. 상자는 비어 있고 구석에 정교한 금빛 촛대 하나만 있습니다. 앨러다이스가 촛대를 잡으려는 순간 바클레이가 그의 멱살을 잡아당겨 막고, 갈고리 지팡이로 촛대를 당기자 뚜껑 안쪽에서 강철 이빨이 튀어나와 사나운 짐승처럼 닫힙니다. 촛대를 건드리면 뚜껑의 스프링이 풀려 침입자의 머리를 꿰뚫도록 만든 장치였습니다. 뚜껑 안쪽에는 아우크스부르크의 장인 요한 로스슈타인이 만들었다는 독일어 각인이 있었고, 바클레이는 이 상자를 곧바로 바다에 던져 버립니다.
제8편 (푸른 바다 이야기): 폴스타호의 선장
이 이야기는 던디 포경선 폴스타호에 탄 의대생 존 맥앨리스터 레이의 일지 형식입니다. 9월 11일 북위 81도의 얼음 들판 한가운데서 배는 얼어붙을 위기에 놓여 있고 식량은 줄어 가며 선원들은 청어 철에 늦을까 불평합니다. 선장 니컬러스 크레이기는 키가 크고 잘생긴 서른 남짓의 사내로, 눈에는 무모함과 공포가 섞여 있고 죽음이 유쾌한 생각이라는 말을 흘립니다. 레이가 약혼자 플로라의 사진을 보이자 크레이기는 분노하며 뛰쳐나갑니다. 2등 항해사 맨슨이 얼음 위에서 우는 소리를 내는 하얀 형체를 보았다고 하고, 선원들의 미신은 깊어 갑니다. 어느 저녁 크레이기는 얼음 건너편에서 누군가를 보았다며 "그녀가 거기 있었다"고 되뇌고, 레이는 이를 망상이라 여깁니다. 그의 선실에는 "M. B., 열아홉 살"이라고 적힌 젊은 여인의 수채화 초상이 걸려 있습니다.
9월 15일 크레이기는 갑자기 쾌활해져 반 배급을 선언하고 연설로 선원들의 환호를 얻습니다. 17일 밤 레이도 얼음 위에서 올라오는 날카롭고 슬픈 비명을 듣고, 합리적 해석을 자랑하던 자신의 확신이 흔들립니다. 바람이 북으로 돌며 얼음이 갈라질 즈음 크레이기는 갑자기 유언을 정리하더니, 18일 밤 선미 난간에서 안개 같은 형체를 향해 "가는 중이야, 아가씨, 가는 중이야"라고 외치며 얼음 위로 뛰어내려 달려갑니다. 두 차례 수색에도 찾지 못하다가 20일에 빙원의 끝에서 미소 띤 얼굴로 두 팔을 뻗은 채 숨진 모습으로 발견됩니다. 선원들 중 몇몇은 눈보라가 여인의 모습으로 변해 그에게 입 맞추고 사라졌다고 주장합니다. 장례를 치르고 선실을 정리하던 레이는 초상화가 액자에서 잘려 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끝에 붙은 아버지 의사의 주석은 한 동료 의사가 코니시 해안에서 약혼녀를 끔찍한 방식으로 잃은 같은 남자를 기억하더라는 증언을 전합니다.
제9편 (푸른 바다 이야기): 통 제조장의 악마
나비 채집가 멜드럼은 요트 게임콕호로 서아프리카 오고웨 강어귀의 섬에 닿아 교역소 아미티지앤드윌슨의 대리인 워커와 의사 세버럴을 만납니다. 두 사람은 열병이 득실대는 곳에서도 농담을 잃지 않는 사내들입니다. 세버럴은 오늘 밤 일꾼 숙소 대신 통 제조장에서 잠을 자겠다고 하며, 현지 일꾼들이 이미 모두 배 위 선체로 옮겨 가 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엿새 전 통 제조장의 야경꾼이 흔적 없이 사라졌고, 사흘 전 후임 야경꾼도 같은 식으로 사라졌으며, 일꾼들은 사흘에 한 번 사람을 데려가는 악마가 있다고 믿습니다. 저녁 식사 후 워커는 열병에 쓰러져 약에 취해 잠들고, 멜드럼은 세버럴과 함께 총을 들고 밤샘을 자원합니다.
밤새 폭풍이 몰아쳐 천둥과 폭우에 통 제조장이 북처럼 울리고 강은 급류로 불어납니다. 동이 틀 무렵 두 사람이 저택으로 돌아가 보니 워커는 이미 오래전에 숨져 있고, 한쪽 발이 완전히 뒤틀려 있으며 가슴뼈가 으스러져 부드러웠습니다. 겁에 질려 카누를 타고 요트로 달아난 두 사람은 뱃머리에서 장대로 떠내려오는 통나무를 밀어내던 늙은 선원 패터슨의 비명을 듣습니다. 거대한 속 빈 통나무가 지나가는데, 그 앞쪽에 맥주통만 한 납작한 머리와 점박이 목이 솟아 있습니다. 가봉의 거대한 비단뱀이었습니다. 지난주 홍수에 떠내려온 통나무가 섬 동쪽 만에 걸려 있었고, 뱀은 식욕이 돌아올 때마다 가장 가까운 건물에서 야경꾼을 데려갔으며, 워커는 번개와 천둥에 놀라 달아난 뱀이 남긴 희생자였던 것입니다.
제10편 (푸른 바다 이야기): 젤런드의 항해
클럽 흡연실의 난롯가에서 '영국계 일본인'이 옛이야기로 들려주는 사건입니다. 1860년대 중반 요코하마는 서양인을 베자는 쪽과 말자는 쪽이 정치 싸움을 벌이던 불안한 개항장이었고, 사람들은 오히려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았습니다. 수출 상인 랜돌프 무어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수석 점원 젤런드는 도박에 빠져 있었고, 한때 이기며 호사를 누리다 패하자 동료 맥에보이를 끌어들여 회사 돈에 손을 댑니다. 도박판에서 두 사람은 5천 파운드 넘게 날립니다. 어느 새벽 젤런드는 무어가 월요일에 장부를 보러 온다는 쪽지를 받았다며 맥에보이를 깨우고, 금고의 5천 소브린을 챙겨 요트 매틸다호로 캘리포니아로 도망치자고 제안합니다. 잡히면 목숨을 끊자는 서약도 받아 냅니다.
토요일 밤 두 사람은 돈을 싣고 몰래 출항하지만 바람이 멎어 일요일 내내 요코하마 앞바다에서 제자리를 맴돕니다. 월요일 아침 무어는 문 닫힌 사무실을 부수고 금고가 비었음을 확인한 뒤 해안에서 망원경으로 요트를 찾아냅니다. 무장 경찰 열 명을 태운 보트가 노를 저어 쫓아오자 젤런드는 맥에보이에게 서약을 지키라고 하지만 맥에보이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주저앉습니다. 젤런드는 맥에보이의 몫까지 자신이 끝내겠다고 하고, 두 청년은 모두 목숨을 잃습니다. 바로 그때 돌풍이 몰아쳐 키에 몸이 걸린 채로 요트는 바람을 타고 폭풍 속으로 사라지고 다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꾼은 5천 파운드와 두 사람을 실은 매틸다호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며, 진짜 이야기에 꾸며 낸 결말을 붙이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합니다.
제11편 (푸른 바다 이야기): J. 하박국 제프슨의 진술
1873년 12월, 영국 배 데이 그라티아호가 지브롤터로 선원 없이 떠다니던 브리그 마리 셀레스트호를 끌고 들어옵니다. 보트도 화물도 온전하고 항해 일지도 정상이었으며, 재봉틀 위에는 비단 실패가 서 있을 만큼 평온했으나 사람만 사라졌습니다. 보스턴에서 온 전보는 선장 J. W. 팁스와 그의 아내와 다섯 살 막내, 선원 일곱, 승객 셋의 이름을 전합니다. 승객은 브루클린의 폐병 전문의이자 노예제 폐지론자 하박국 제프슨 박사, 회사 서기 하튼, 뉴올리언스 출신 혼혈 신사 셉티미우스 고링이었습니다. 실제 1872년 대서양에서 선원 없이 발견된 메리 셀레스트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야기는 십여 년 뒤 살아 돌아온 제프슨 본인이 쓴 진술의 형식을 취합니다.
제프슨은 노예제에 반대하는 뉴잉글랜드 집안에서 자라 남북전쟁에 의사로 종군했고, 앤티텀 전투에서 중상을 입은 뒤 머리 씨의 농장에서 요양하던 중 늙은 흑인 여성 마사에게서 귀 모양으로 깎은 검은 돌 한 조각을 받습니다. 한참 뒤 폐가 나빠져 바다 여행을 권유받은 그는 보스턴에서 마리 셀레스트호를 타고, 승선 직전 마주친 고링의 잘린 손가락에 소름이 돋습니다. 항해가 이어지면서 팁스 부인과 어린 아이가 함께 사라지고, 선장은 이튿날 숨져 자살로 보이는 죽음을 맞으며, 나침반과 시계는 이상하게 어긋납니다. 11월 13일 새벽 포르투갈 해안이 보일 줄 알았던 배 앞에는 모래뿐인 아프리카 해안이 나타납니다. 밤이 되자 고링과 흑인 선원과 요리사가 덤벼 제프슨을 묶고, 이미 숨진 하튼이 곁에 놓여 있으며, 해안에서 보낸 신호에 거대한 카누가 몰려와 배를 장악하고 나머지 선원들을 처리합니다.
제프슨의 호주머니에서 검은 돌을 꺼내 돌려 본 추장은 그를 살려 둡니다. 마을 한복판의 사원에는 한쪽 귀가 떨어진 검은 석상이 서 있었고, 제프슨의 돌을 대어 보자 정확히 맞물려 그는 죄수에서 반신으로 대접받는 처지가 됩니다. 한밤 고링이 찾아와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털어놓습니다. 백인 아버지와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난 그는 어머니가 매질로 죽는 것을 어릴 적 보았고 아내를 잃은 뒤 백인 전체에 대한 복수를 맹세했으며, 20년 동안 미국 곳곳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이제 그는 이 사막 부족의 왕이 되려 하는데 제프슨이 반신으로 숭배받는 한 그 자리가 위태롭다며, 항해 중 나침반과 시계를 조작하고 팁스 부인을 바다에 밀고 선장을 해친 것이 자신이라고 밝힙니다. 그는 제프슨을 보트에 실어 내보내고, 제프슨은 닷새째에 증기선 모로비아호에 구조됩니다. 12년이 지난 뒤 폐가 약해져 진술을 남긴 제프슨은 아프리카 케이프 블랑코 위쪽 해안에 고링이 아직 군림하고 있고 하튼과 다른 사람들도 그곳에 묻혀 있다고 말합니다.
제12편 (푸른 바다 이야기): 그 작은 네모 상자
수요일 아침 9시 보스턴 부두를 떠나는 증기선 스파르탄호에 마지막 순간 두 남자가 뛰어듭니다. 지나치게 소심한 문필가 해먼드는 짐더미 뒤에서 이 두 사람 플래니건과 뮐러의 대화를 엿듣습니다. 둘은 "배에 실었다", "계획이 틀어질 뻔했다"고 속삭이며 황동 테를 두른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고, 상자에는 방아쇠 같은 장치와 작은 구멍이 있어 하얀 알갱이를 부어 넣자 안에서 딸깍 소리가 납니다. 해먼드는 이들이 배를 폭파하려는 급진 조직의 자객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는 천성이 소심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해 선장에게 알리지 못하고 구명보트에 숨어 있습니다.
우연히 만난 학창 시절 친구 딕 머턴에게 털어놓지만 딕은 해먼드가 늘 유령을 찾아내는 사람이라며 비웃습니다. 흡연실에서 뮐러는 이 배가 언제쯤 소식이 들릴 것 같으냐고 묻고 "오늘 안에 신비한 수단이 우리의 위치를 알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해먼드는 선장에게 페니언 선언문에 대해 묻고, 플래니건은 차분하게 반론을 폅니다. 밤이 되어 해먼드는 보트 속에서 두 사람이 "열 시에 방아쇠를 당긴다"고 속삭이는 것을 듣고 마침내 뛰쳐나와 "멈춰라!" 하고 소리칩니다. 플래니건에게 붙들린 채 뮐러가 끈을 당기자 상자 옆면이 열리고 회색 전서구 두 마리가 날아오릅니다. 이어지는 《뉴욕 헤럴드》 기사는 보스턴의 플래니건과 로웰의 뮐러가 내기 삼아 바다 위에서 전서구 경주를 벌였다고 전하며, 해먼드는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소동에서 조용히 물러난다고 말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해적의 시대와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
첫 편은 해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짧게 요약하며 시작합니다. 전쟁이 끝나자 사략선들이 일거리를 잃고, 일부가 스스로 법의 바깥으로 나갑니다. 도일이 강조하는 것은 이들에게 어떤 규율도 없다는 점입니다.
These Ishmaels of the sea rendered an account to no man
바다의 이스마엘들은 누구에게도 해명하지 않았다.
4편 서두에서는 이를 더 분명히 합니다. 이 해적들에 대해 믿을 만한 기록이 없다는 것입니다.
They wrote no memoirs and left no trace
그들은 회고록을 쓰지 않았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 바다를 다니던 상선 선장들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였습니다.
It took a stout seaman in those days
그 시절 바다를 업으로 삼으려면 굳센 뱃사람이어야 했다.
도일은 해적을 낭만화하지 않습니다. 샤키는 부하들의 불만과 정의의 칼날에 둘러싸인 인물이고, 기록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작가가 마음대로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됩니다. 한 사람을 두고 네 번 서로 다른 죽음을 마련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2. 총독의 가면
1편의 재미는 변장 자체가 아니라, 독자가 샤키의 죽음을 믿도록 이야기가 차근차근 만들어 둔다는 데 있습니다. 대리인의 입을 빌린 교수형 소식, 멀리서 울리는 예포, 선원들의 환호가 모두 쌓인 뒤에 가면이 벗겨집니다.
There's an end of Sharkey!
샤키는 이제 끝이다!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의 말투는 이전의 점잖은 총독이 아니라 어깨를 으쓱이는 연극배우의 것으로 바뀝니다.
Captain Sharkey is the name, gentlemen
제 이름은 샤키 선장입니다, 여러분.
그는 자신의 연기를 이렇게 자랑합니다.
and I have ruffled it as a governor should
그리고 총독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듯 으스대며 지냈지요.
샤키의 야망도 이 편에서 처음 드러납니다. 작은 배로 시작해 큰 배를 얻는 그의 방식은 해적의 처세술처럼 들립니다.
When Captain Sharkey has a boat he can get a smack
샤키 선장은 보트 한 척만 있으면 어선 한 척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캐로우 선장이 죽음 앞에서 보이는 고집입니다. 샤키는 그 고집을 비웃지 않고 좋아하며, 이 비뚤어진 존경이 4편에서 뱅크스를 동맹으로 삼는 장면과 겹칩니다.
3. 청교도의 타락과 속죄: 크래독
2편의 크래독은 샤키의 맞수로 소개됩니다. 도일은 그에게 두 겹의 삶을 입힙니다. 엄격한 신앙 속에서 자란 사람이 그 반동으로 악에 빠졌다가 돌아오려 한다는 것입니다.
Stephen Craddock had been that most formidable person, the Puritan gone wrong.
스티븐 크래독은 가장 무서운 부류, 곧 잘못된 길로 빠진 청교도였다.
총독 앞에서 그는 개종했다고 주장하지만 총독은 믿지 않습니다.
I'm a changed man from what you've known.
저는 총독께서 알던 사람과는 달라졌습니다.
함정이 뒤집히는 순간 샤키의 모욕은 상처보다 아프게 들립니다.
You poor, dull-witted fool, would you match yourself against me?
가엾고 둔한 바보 같으니, 나와 겨루려 했단 말이냐?
크래독의 마지막 선택에는 설교가 없습니다. 포트 로열 앞바다에서 그는 해적기 위에 올라간 영국 국기를 봅니다.
the honest flag above that of the rogue
악당의 깃발 위에 걸린 정직한 깃발.
이 장면이 그의 개종이 진짜였는지를 말하는 열쇠입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것도 가장 불리한 자리에서 증명되며, 샤키의 승리를 가장 크게 방해하는 사람이 가장 의심받던 사람이라는 점이 이 편의 반전입니다.
4. 쌍둥이 배와 부러진 돛대 조각
2편에는 추리소설 같은 단서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크래독의 배는 샤키의 배와 겉모습이 같았지만, 샤키의 돛대는 지난 항해에 금이 가 보수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허드가 이를 알려 주자 크래독은 뒤늦게 탄식합니다.
How came I not to see that fished main-yard?
어떻게 나는 보수한 주 활대를 못 보았단 말인가?
작은 사실 하나가 큰 계획을 무너뜨리는 구조입니다. 계획의 천재성보다 계획의 허점이 이야기를 이끕니다. 샤키는 오히려 상대의 방법을 거꾸로 이용해 더 큰 판을 짜는 인물로 그려져, 해적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 편은 그가 직접 칼을 휘두르지 않고도 가장 무서운 이유를 설명합니다.
5. 샤키의 재앙: 반란과 낙인
3편 초반의 샤키는 이미 선원들의 신뢰를 잃은 지도자입니다. 그는 갑판장과 포수를 윽박지르며 이렇게 말합니다.
you will forget the man I am
너희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릴 것이다.
샤키를 무너뜨리는 것은 반란보다 한 사람의 병입니다. 외과의가 그의 상태를 단정하는 대목은 이 편의 가장 어두운 순간입니다.
The taint is on you.
오염이 당신에게 묻었습니다.
당시 나병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고, 옮는다는 두려움이 사람을 격리와 낙인으로 몰아넣던 시대의 공포를 이야기가 빌려 옵니다. 반란이 완성되는 순간 선원들은 샤키를 보트에 띄우며 이렇게 외칩니다.
God speed you on your honeymoon!
신혼여행 잘 다녀오시오!
이야기는 영국 군함 일지의 건조한 한 줄로 닫힙니다.
I pray that God send him under our guns.
하느님이 그를 우리 포 앞에 보내 주시기를 기도한다.
일지의 기도는 샤키가 죽은 증거가 아니라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공포로 끝맺어, 다음 편에서 그가 다시 나타나도 어색하지 않게 만듭니다.
6. 복수의 설계자 코플리 뱅크스
4편은 복수극의 정석을 따르지만 한 가지가 다릅니다. 복수자가 복수하려고 복수 대상과 같은 사람이 됩니다. 샤키는 자신의 학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for the woman was my wife and the lads were my only sons
그 여인은 내 아내였고 그 아이들은 내 하나뿐인 아들들이었소.
샤키가 뱅크스를 믿게 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취향 때문입니다.
Sharkey loved a wholehearted villain
샤키는 철저한 악당을 좋아했다.
뱅크스의 고백에서 이 이야기의 대가가 드러납니다. 복수를 위해 그가 치른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말합니다.
To reach you I have had to sink to your level.
너에게 닿기 위해 나는 네 수준까지 내려와야 했다.
You've made others look death in the face, Sharkey
샤키, 너는 남들에게 죽음을 똑바로 보게 했지.
뱅크스의 승리는 쾌감이 없습니다. 갑판에서 들려오는 뱃노래 후렴이 선실 안의 침묵과 교차하는 대목은 도일이 이 편에서 가장 공들인 연출이며, 정의와 복수 사이의 얇은 선을 독자에게 맡깁니다.
7. 슬래핑 샐: 악당의 마지막 한 수
5편은 샤키 이야기와 결이 다른 순수한 해전 소설입니다. 지휘관들은 냉정하지만, 위기 앞에서 영국 선원들의 훈련이 돋보입니다. 부서진 레다호의 마지막 방어 장면에서 명령은 짧습니다.
Stand by to repel boarders!
승선병 격퇴 준비!
구원은 예상 밖의 곳에서 옵니다. 프랑스 군함이 갑자기 돛을 펴고 물러나자 영국 선원들은 이유도 모른 채 외칩니다.
They're running! They're running! They're running!
도망간다! 도망간다! 도망간다!
도일은 결말에서 존슨 함장에게 두 번의 판정을 내리게 합니다. 하나는 사실이고 하나는 평가입니다.
He was a villain, but he was a Briton!
그는 악당이었지만 영국인이었다!
He lived like a dog, but, by God, he died like a man!
그는 개처럼 살았지만, 하느님께 맹세코, 사나이답게 죽었다!
최후의 한 수로 모든 과거가 씻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는 당대 독자의 애국적 감상을 정면으로 활용합니다. 지금 읽으면 영국인이라는 이유로 용서하는 논리가 그 시대의 한계로 읽히기도 합니다.
8. 육지의 해적: 한 시간의 짜릿함
6편은 책에서 가장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장소는 자동차 시대의 영국 시골길이고 강도는 탁월한 매너를 갖췄습니다. 첫 피해자 바커는 강도에게 이렇게 쏘아붙입니다.
You're two centuries out in time, or a few thousand miles longitude.
당신은 시대로는 이백 년, 경도로는 수천 마일 어긋났어요.
강도의 첫마디는 오래된 구호입니다.
Hands up!
손들어!
여배우 플로시는 강도가 아끼는 것만 골라 가라고 생색을 내자 쏘아붙입니다.
Don't come the Claude Duval over us
우리에게 클로드 뒤발 흉내는 내지 마세요.
정체가 밝혀진 뒤 헨리 경이 하는 고백은 위법을 정당화하는 말이면서 짜릿한 모험담입니다.
I had the time of my life!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냈지!
이 편은 고의로 해적 이야기의 옷을 입은 풍자극입니다. 치안판사가 밤에는 강도가 된다는 설정은 법이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자리에서 정의가 어떻게 사적인 모험으로 바뀌는지를 가볍게 비웃습니다. 바커는 친구와 가난한 여배우를 턴 일은 비열하다고 나무라면서도, 무너진 은행의 주인은 털려도 싼 사냥감이라고 인정합니다.
9. 줄무늬 상자: 금지된 경고
7편의 핵심은 경고문입니다. 상자의 하얀 라벨은 영어로 정중하게 부탁합니다.
You are earnestly requested, upon no account, to open this box.
어떤 이유로도 이 상자를 열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독자는 선원의 시신을 본 순간부터 상자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등 항해사의 말은 짧고 단호합니다.
Murder's the matter, sir.
살인이 문제입니다, 선장님.
상자가 열리자 반전이 한 번 더 있습니다. 비어 있는 상자는 위협이 사라졌다는 안심을 만들고, 그 안심이 바로 덫입니다.
The box was empty.
상자는 비어 있었다.
the great striped chest snapped at us like a wild animal
커다란 줄무늬 상자가 야수처럼 우리를 덥석 물었다.
탐욕과 호기심이 사람을 죽이는 구조이고, 앨러다이스를 구한 것은 직관이라 부를 만한 작은 불안입니다. 그가 상자를 바다에 던지는 마지막 선택은 이 이야기를 소유욕에 대한 교훈으로 닫습니다. 값나가는 물건을 건져 올리는 데서 시작한 이야기가 가장 값나가는 물건을 버리는 데서 끝납니다.
10. 폴스타호: 빙원과 망령
8편은 책에서 가장 서정적인 이야기입니다. 위기의 배 위에서 선장은 무모한 도박을 합니다.
It's hit or miss with me this time.
이번엔 되든 안 되든 한 번에 걸겠소.
화자 레이는 선장의 정체를 가늠하다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Some great sorrow must have overtaken him and blighted his whole life.
어떤 큰 슬픔이 그를 덮쳐 평생을 망쳐 놓은 것이 틀림없다.
레이와 크레이기의 대화에서 이 이야기의 구조가 드러납니다. 한 쪽은 의학으로, 다른 쪽은 사랑으로 같은 현상을 해석합니다.
Seeing a thing which is not there is a delusion.
없는 것을 보는 것이 망상입니다.
마지막 밤의 외침은 이 편에서 가장 슬픈 문장입니다.
Coming, lass, coming
갈게, 아가씨, 가고 있어.
결말에서 화자는 초상이 사라진 것을 확인합니다. 증거를 한 가지 더 남겨 독자가 믿는 쪽으로 기울도록 하지만, 끝까지 확정하지 않는 방식이 이야기를 더 오래 남게 합니다. 아버지의 주석은 이 편이 사실이라는 보증이면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 도일의 절제이기도 합니다.
11. 통 제조장의 악마
9편은 서아프리카 교역소의 일상에서 시작합니다. 화자는 열병의 땅에서 영국인들이 농담을 놓지 않는 모습에 감탄합니다.
turn not only a bold, but a laughing face
대담할 뿐 아니라 웃는 얼굴로 맞선다.
세버럴의 농담도 같은 기질입니다.
The mouth of the Ogowai River will never develop into a health resort.
오고웨 강어귀는 결코 휴양지가 되지 못할 겁니다.
유머 뒤의 공포는 갑작스럽게 닥칩니다. 시신을 확인한 의사의 한마디는 설명이 아니라 외침입니다.
Fever! Look at his foot!
열병이라니! 그의 발을 보세요!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두 사람은 오히려 안도합니다.
It is our fiend of the cooperage
이것이 우리 통 제조장의 악마입니다.
It is the great python of the Gaboon.
가봉의 거대한 비단뱀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믿던 부두교식 악마는 사실 홍수가 실어 온 낯선 야생동물이었다는 반전이고, 이야기의 무게는 괴물의 정체보다 교역소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보인 버티기에 있습니다. 괴물이 사라진 뒤에도 워커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결말의 쓴맛입니다.
12. 젤런드의 항해: 열린 결말의 윤리
10편의 이야기꾼은 도박과 불안의 개항장 풍경을 먼저 그립니다. 위험이 가까울수록 사람들은 하루를 더 진하게 산다는 말이 이야기의 정서를 정합니다.
the shadow of death begins to fall across it
죽음의 그림자가 삶 위에 드리우기 시작할 때.
젤런드의 도박벽은 이 말과 닮았습니다. 첫 큰 패배 앞에서 그는 물러서지 못합니다.
I won't be beat
나는 지지 않을 거야.
그는 약한 맥에보이를 끌고 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You stick to me, and I'll stick to you
너는 나를 따르고, 나는 너를 따를 거야.
추적과 폭풍, 두 사람의 마지막이 한꺼번에 몰아치고, 이야기꾼은 결말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It's better to leave it unfinished than to spoil a true story
실화를 망치느니 끝을 열어 두는 편이 낫다.
이 편은 범죄의 대가를 정확히 치르지 못한 채 바다가 삼켜 버리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꾼의 마지막 문장은 사실의 윤리에 대한 선언이며, 모험담에 흔한 깔끔한 정리를 거부하는 태도가 오히려 사건을 더 현실적으로 만듭니다.
13. 마리 셀레스트호: 가짜 신문 기사와 진짜 진술
11편은 실제 미해결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기사 인용으로 시작해 사실처럼 읽히게 만듭니다. 신문이 나열한 증거는 오히려 평온함을 강조합니다.
a bobbin of silk was found standing upon the sewing-machine
재봉틀 위에 비단 실패가 선 채로 놓여 있었다.
제프슨의 일지가 이어지면서 불안은 조금씩 차오릅니다. 팁스 부인의 실종 뒤 그는 이렇게 자문합니다.
Is the ship accursed?
이 배는 저주받은 것일까?
고링이 가진 스크랩북은 훗날의 설명을 미리 심어 둔 복선입니다.
murders the authors of which had never been brought to justice
범인이 끝내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살인 사건들.
돌 조각이 제프슨을 반신으로 올려놓는 장면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환상적인 대목입니다.
In a moment I found myself converted from a prisoner into a demi-god.
순식간에 나는 죄수에서 반신으로 바뀌었다.
고링의 동기는 노예제와 인종 차별의 상처에서 나오고, 서술자의 시선에는 당대의 인종 편견이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 도일은 고링의 내력을 통해 노예제가 남긴 상처를 정면으로 드러내면서도, 고링을 복수에 사로잡힌 괴물로 그립니다. 이 이중성이 지금 읽을 때 가장 불편하면서도 주목할 점입니다.
14. 작은 네모 상자와 믿을 수 없는 화자들
책의 마지막 편은 익살로 닫습니다. 해먼드는 처음부터 자기 성격을 고백합니다.
I have the misfortune to be a very nervous man.
나는 매우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불행을 안고 있다.
그가 모은 증거는 하나하나가 오해입니다. 친구 딕은 그것을 알아봅니다.
You always had a way, Hammond, of discovering mares' nests.
해먼드, 너는 늘 헛된 소동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었지.
해먼드의 확신은 점점 높아집니다.
Dick, we shall be all corpses to-night.
딕, 우리는 오늘 밤 모두 시체가 될 거야.
정체는 이 한 줄에 담겨 있습니다.
two grey carrier pigeons
회색 전서구 두 마리.
책 전체를 돌아보면 일인칭 화자들의 확신이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주제로 삼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바클레이는 상자 속에 사람이 있다고 믿었고, 레이는 선장이 미쳤다고 믿었으며, 세버럴은 부두교의 악마를 비웃었고, 해먼드는 폭탄을 확신했습니다. 어떤 해석은 틀렸고 어떤 해석은 일부만 맞았습니다. 이 편이 끝에 놓인 까닭은 앞의 모든 섬뜩한 이야기를 읽은 독자에게 가볍게 웃을 틈을 주기 때문으로 읽힙니다.
15. 이 책을 읽는 방법
『샤키 선장의 거래』는 열두 편이 각각 독립된 단편이어서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해적 이야기의 정수인 1편(총독으로 변장한 샤키)과 4편(뱅크스의 복수), 그리고 책 전체에서 가장 사랑받는 반전을 가진 7편(줄무늬 상자)과 8편(폴스타호의 선장)을 먼저 권합니다. 11편은 이 책에서 가장 긴 축에 들면서 가장 논쟁적인 이야기이므로, 당대의 인종 관념이 서술에 스며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좋습니다. 6편과 12편은 가벼운 읽을거리입니다. 샤키 편들을 한 인물의 연대기로 맞추려 하지 말고, 같은 괴물이 맞는 서로 다른 마지막 장면으로 비교하며 읽으면 도일이 사건을 설계하는 손길이 더 잘 보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한 가지 반전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한 편씩 짧은 호흡으로 읽기에 알맞고, 다시 읽을 때는 결말을 알고 복선을 찾는 재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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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인 제안은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것(또는 여러 제안을 합친 것)이 모든 독자가 읽는 번역이 됩니다.
아직 번역이 없는 언어에서는 처음부터 AI와 함께 번역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본이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일이 그렇게 줄어듭니다.
『샤키 선장의 거래』의 영어 원문을 ReadGem 앱에서 직접 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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