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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911년 출간

The Common Law

관습법

뉴욕의 이름난 화가와 가난한 모델이 결혼 없이 사랑하려다 가족의 벽과 옛 구애자의 비극, 여자가 치르는 위험을 마주하고 서로를 위해 사는 길을 택하는 이야기

That man paints with an unscarred soul.

저 사람은 상처 하나 없는 영혼으로 그림을 그린다.

Love is not excuse enough; the peril is unequally divided.

사랑이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위험은 불평등하게 나뉘어 있다.

한눈에 보기

솜씨가 지나치게 매끄러워 '상처 없는 영혼'이라는 평을 듣는 화가 루이 네빌(켈리)과, 열두 층 계단을 걸어 올라와 모델 일을 청한 발레리 웨스트. 처음에는 작업실의 친구였던 두 사람은 이웃 화가 호세 케리다의 등장과 섣달그믐 밤의 사건을 거쳐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발레리는 결혼 대신 '자유로운 결합'을 제안하고 네빌은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네빌의 가족, 특히 누이 릴리가 모델 출신 며느리를 막아서고 시골 숲에서 위험한 일까지 겪으면서 발레리는 점점 물러난다. 케리다의 청혼과 비극적인 최후, 이별 편지와 한밤의 재회, 오길비와 헬렌 백작부인의 약혼으로 이야기는 닫힌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한 권 요점

The Common Law

『관습법』은 미국 작가 로버트 W. 체임버스가 쓴 소설로, 1911년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임버스는 1865년에 태어나 1933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술 공부를 한 뒤 소설가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그 이력이 그대로 배어 있어 화가의 작업실, 모델의 하루, 예술가 클럽의 수다가 책의 중심 무대를 이룹니다. 제목 '커먼 로'는 영미권에서 법과 관습을 두루 가리키는 말이지만, 책 속에서는 제16장에서 한 인물이 '결혼의 관습법'이라는 말을 꺼내는 대목에서 가장 또렷한 뜻을 얻습니다. 책은 모두 18장으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제1~9장), 그 사랑이 가족과 세상의 벽에 부딪히는 과정(제10~15장), 해결(제16~18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면 제도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여자와, 제도를 믿는 남자의 이야기이면서, 그 믿음들이 어떻게 서로를 시험하는지를 가볍고 농담 섞인 문장으로 따라갑니다.

줄거리

제1~3장: 열두 층을 걸어 올라온 모델

세 번째 벨 소리는 짧고 머뭇거렸고, 작업 중이던 화가 루이 네빌은 그 머뭇거림이 재미있어 문을 엽니다. 서 있던 젊은 여인은 모델 일을 청했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열두 층을 걸어 올라왔다고 합니다. 네빌은 그녀를 발레리 웨스트로 기록하고 비잔틴 극장 천장화에 쓰기로 합니다. 탈의실에서 울던 발레리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털어놓고, 네빌은 사과합니다. 점심 자리에서 발레리는 병든 사람을 돌보며 보낸 어린 시절, 한 번도 마음껏 놀아 본 적 없는 젊음을 말하고, 네빌은 너무 쉽게 그려 내는 자기 재주가 오히려 두렵다고 고백합니다.

이른 봄 시링크스 클럽에서는 존 벌레슨, 샘 오길비, 해리 애넌, 클라이브 게일 등이 네빌의 그림에는 무언가 빠져 있다고 수군댑니다. 고통을 겪은 적이 없는 사람의 그림 같다는 것입니다. 작업실에서는 모델 친구 리타 테비스가 일을 구하러 들르고, 발레리는 밀랍으로 고양이 글래디스를 빚습니다. 네빌은 조각 공부를 후원하겠다고 하지만 발레리는 곁에 남고 싶다며 거절하고, 늦은 저녁 그는 자기 그림에 정말 부족한 것이 있는지 묻습니다. 6월 어느 날 발레리가 처음으로 늦자 네빌은 전화로 그녀가 호세 케리다와 카누를 탔음을 알고 마음이 틀어집니다. 호텔 아침 식사를 시켜 놓고 그녀를 맞은 네빌은 처음으로 평상복 차림의 그녀를 그리기 시작하지만 평소의 자신감을 잃습니다. 발레리는 신 같은 '켈리'와 인간적인 '루이스'를 비교하며 놀리고, 네빌은 그녀 전부를 화폭에 담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제4~6장: 애슈엘린의 주말, 델라웨어의 여름, 섣달그믐

6월, 네빌은 처음으로 그림 그릴 의욕을 잃고 불안해합니다. 그는 케리다와 함께 누이 릴리 콜리스의 시골집 애슈엘린으로 갑니다. 주말 손님인 스테파니 스위프트, 샌디 카메론, 앨리스 애넌, 로즈 오른이 모델 발레리 웨스트를 궁금해하지만 네빌은 소개를 거절합니다. 릴리가 스테파니와의 암묵적 약혼을 입에 올리자 그는 사랑의 불변성을 부정하며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답합니다. 밤 기차를 타기 전 발레리와 장난스럽게 통화한 그는 들뜬 채 스테파니에게 둘이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해 그녀를 흔듭니다.

여름이 되자 발레리는 친구 리타와 델라웨어 군 산속 하숙집에 행방을 숨기고 지냅니다. 해먹에서 두 사람은 계급이 다른 남자와의 사랑은 소용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발레리는 병든 어머니 곁에서 독학한 사연을, 리타는 목사의 딸로 가출한 사연을 털어놓습니다. 발레리의 편지를 받은 네빌이 8월 초 찾아오고, 마차와 소박한 하숙집, 그루터기 연못의 뱃놀이, 샘가의 입맞춤을 거쳐 그는 자기 감정에 놀라 다음 날 새벽 그림 작업을 핑계로 떠납니다. 가을에 돌아온 두 사람은 점점 소원해집니다. 네빌은 법원 벽화 속 남성 입법자들에 매달리고 발레리는 삽화와 광고 모델로 유명해지며, 아치 알레어의 험담에 리타가 발레리를 변호합니다. 아카데미 전시에서는 케리다의 그림이 화제를 독차지하고, 슬럼프와 사교적 방황에 빠진 네빌은 케리다의 방에서 발레리의 사진까지 봅니다. 섣달그믐 그는 오길비와 애넌에게 끌려 카페 지골레트에서 마지 그레이와 동석하다가, 케리다와 함께 있는 발레리를 보고 격분해 나옵니다. 따라온 발레리와 함께 스튜디오 문을 엽니다.

제7~9장: 정의의 침상, 〈신부〉 이전의 약속

새해 첫 새벽, 눈 속을 지나 화실로 온 발레리는 뚱한 네빌에게 무엇이 둘 사이를 망쳤는지 묻습니다. 그녀는 장작불 앞을 '정의의 침상'이라 부르며 멀어진 까닭을 캐묻고, 네빌은 케리다가 그녀를 껴안은 일이 거슬렸다고 내비치다 끝내 미칠 듯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발레리도 오래전부터 그를 사랑했음을 깨닫지만 청혼은 거절합니다. 그의 세계에서 그가 불행해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대신 혼인 절차 없이 자신을 주겠다고 하고, 네빌은 마지못해 받아들입니다. 날이 밝자 그녀는 약혼은 하되 때는 생각해 보겠다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발레리는 곧 올 큰 변화에 대비해 장부와 살림을 정돈하고, 경제적 독립과 서로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기를 네빌에게 다짐받습니다. 네빌은 자기 그림에 케리다의 작품이 가진 무언가가 빠져 있다고 느끼던 터에, 발레리의 미완성 초상이 서툴지만 솔직하고 묵직하다는 평을 벌레슨, 오길비, 애넌에게서 듣습니다. 차 마시는 자리에 찾아온 케리다는 초상 앞에서 말없이 굳어지고, 발레리에게 서운함과 분노를 낮게 비치다 웃어넘깁니다. 리타는 발레리에게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귀띔합니다. 한편 클럽에서 알레어는 네빌을 속물이라 헐뜯고, 케리다는 가난에서 출세한 내력을 털어놓으며 그를 돕겠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발레리에 대한 집착과 네빌의 새 그림에 대한 경계심을 품고 있습니다. 결혼과 관습을 두고 두 사람은 끊임없이 부딪칩니다. 네빌의 격정에 발레리가 놀라 울자 그는 자책하고, 그녀는 사랑이 충분해지면 6월에 하자고 약속하되 반지는 돌려줍니다. 또 그의 그림에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진짜 사랑이 필요하다고 타이릅니다.

제10~12장: 〈신부〉와 릴리, 헬렌 백작부인

발레리는 관습을 비웃으며 자기 신념대로 살고, 질투하는 네빌과 자주 다툽니다. 오길비와 애넌은 앵무새 레파렐로가 케리다의 선물임을 눈치챕니다. 발레리는 리타에게 네빌을 사랑한다고 털어놓고, 리타도 카르데몬에게 속은 과거를 암시합니다. 스핀드리프트 하우스에서 네빌이 부모에게 결혼 뜻을 밝히지만 모델이라는 말에 완강히 거절당합니다. 이후 발레리는 백작부인의 권유로 네빌과 함께 '5분 클럽' 모임에 가서 허세 부린 현대 예술가들을 보고 둘이 웃으며 돌아옵니다. 네빌은 평생의 대표작이 될 그림 〈신부〉를 시작하고 발레리가 모델이 됩니다. 릴리와 스테파니, 카메론이 스튜디오에서 그 초상을 우연히 보고, 릴리는 가족의 걱정을 전하며 오빠를 압박합니다. 릴리는 직접 발레리를 찾아가지만 발레리가 먼저 네빌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힌드윌렛 부인의 모임에 발레리가 어울리기 시작하고, 외로운 헬렌 드엔버 백작부인이 직접 찾아와 친구가 되자고 청합니다. 발레리는 '뉴 아이디어 홈' 회의에서 스테파니와 마주치고, 스테파니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예의를 지킵니다. 벌레슨의 기침과 홍조를 걱정한 리타는 애리조나행에 모델로 동행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애슈엘린에서는 릴리가 남편 고든과 스테파니에게 흔들리고, 다시 발레리에게 경고 편지를 씁니다. 발레리는 에스트위치 시골집에서 편지를 보내며 6월 1일의 '큰 변화'를 암시합니다.

제13~15장: 가족의 벽, 숲의 위험, 케리다의 마지막

네빌은 발레리가 결국 청혼을 받아들이리라 믿고, 그녀 덕에 그림과 삶에 새로운 기운이 스며든다고 느낍니다. 그는 애슈엘린으로 가 어머니에게 발레리를 이야기하다가 릴리가 이미 그녀에게서 '네빌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음을 알게 됩니다. 릴리는 모델 출신 아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분하다 모욕적인 말까지 뱉고, 네빌은 가족이 돌아서야 발레리가 결혼하지 않으리란 걸 깨닫습니다. 아버지는 단념했다는 말에 안도하고 고든 콜리스는 마음대로 결혼하라고 위로합니다. 숲에서 카메론은 스테파니에게 십 년 묵은 사랑을 고백합니다. 네빌은 숲과 들을 걸으며, 그녀가 자기 조건이 아닌 다른 조건으로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자신도 다른 조건으로는 그녀를 얻지 않겠다고 마음먹습니다.

헬렌이 뉴욕에 간 사이 에스트위치에 홀로 남은 발레리는 농장과 들판을 거닐다 숲에서 길을 잃고, 말을 탄 펜린 카르데몬을 만납니다. 그는 지름길을 안다며 그녀를 깊은 숲으로 끌고 가 껴안으려 하고, 발레리는 개 채찍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치고 도망쳐 어둠 속을 헤맵니다. 불 켜진 집 앞에서 네빌의 목소리를 듣는데 그곳이 하필 애슈엘린입니다. 길을 잃었을 뿐이라고 웃으며 버티다 쓰러지고, 오길비 의사는 채찍과 멍 자국으로 진상을 알아채고 네빌을 말리며 카르데몬을 런던으로 쫓아 보냅니다. 밤늦게 네빌의 아버지는 어색하게 행복을 빌어 줍니다.

발레리는 새벽에 몰래 애슈엘린을 떠나 에스트위치로 돌아와 콜리스 부인에게 감사 편지를, 네빌에게 6월 1일 전에 결정을 알리겠다는 편지를 쓰고 뉴욕으로 갑니다. 네빌은 가족 마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녀는 믿지 않고 거절하되 평생 그를 위해 살겠다는 뜻을 비칩니다. 리타는 카르데몬에게 당한 과거와 벌레슨을 향한 사랑을 털어놓습니다. 케리다는 힌드윌렛 부인과 헬렌에게 청혼하려다 연달아 퇴짜를 맞고, 발레리에게 청혼하다 거절당하자 폭주해 그녀를 붙잡습니다. 그러다 창밖으로 추락해 전신이 마비되고, 네빌에게 자기 작품이 남을지 묻고 대답을 들은 뒤 숨을 거둡니다.

제16~18장: 이별 편지, 한밤의 재회, 에스트위치의 오후

6월 첫날 아침, 네빌은 발레리의 편지를 받습니다. 케리다가 청혼하러 왔다가 거절당하고 창턱에 걸려 추락했다는 것, 그녀가 경찰 앞에서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 그래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길비는 헬렌 드엔버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네빌은 리타를 모델로 세워 훗날 유명해질 그림을 시작하고, 리타는 '결혼의 관습법'과 여자가 치르는 위험의 불공평함을 들어 발레리에게 공정하라고 일러 줍니다. 벌레슨과 함께 애리조나로 떠나는 리타에게서 발레리의 주소를 얻은 네빌은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 주겠다는 이별 편지를 씁니다.

발레리가 말한 15일째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네빌은 스튜디오를 서성이며 괴로워하고, 오길비와 애넌이 약을 들고 찾아와 농담을 하고 갑니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 끝에 전화가 울리고, 발레리는 아침 기차로 돌아와 있었음을 알립니다. 그는 편지가 진심이었다고 답하고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나눕니다. 그러나 새벽 한 시 반 발레리는 직접 지은 새 옷을 입고 열쇠로 스튜디오에 들어옵니다. 그의 편지에서 사심 없음을 읽고 마음을 정했다며 약혼반지를 끼고, 그의 아내가 되겠다고 합니다. 그의 부모를 찾아가 눈물을 흘렸던 일도 들려줍니다.

마지막 장에서 헬렌 드엔버는 시골 에스트위치로 돌아가 있고, 오길비는 편지로만 구애하며 두려워서 가지 못합니다. 애넌이 억지로 그를 기차와 택시에 태워 에스트위치까지 끌고 갑니다. 두려움 끝에 용기를 낸 오길비는 헬렌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녀는 얼떨결에 받아들입니다. 베란다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 그가 네빌 집안 사람들은 속물이라고 농담하는데, 마침 콜리스 부인의 자동차를 타고 네빌과 발레리가 도착해 두 사람의 약혼이 밝혀집니다. 헬렌과 발레리는 서로 웃으며 입 맞추고, 오길비는 사람들 앞에서도 그녀를 '달링'이라 부르겠다고 선언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열두 층을 걸어 올라온 사람

책은 문 두드리는 소리의 맛으로 시작합니다. 세 번째 벨이 머뭇거리자 네빌은 혼자 중얼거립니다.

Somebody’s confidence has departed,

누군가의 자신감이 떠나 버렸군.

네빌이 모델로서의 자질을 평하는 말은 직업적으로 건조하고 정직합니다.

you are beautifully made. That is nine-tenths of the matter.

당신은 아름답게 만들어졌어요. 그게 문제의 십분의 구입니다.

네빌은 자신의 재주 앞에서도 건조합니다.

I’m cursed with facility.

나는 손쉬움이라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발레리의 사정은 반대입니다. 평생 출구가 없었다는 말은 그녀가 이 일을 얼마나 간절히 구했는지를 알려 줍니다.

I have never in all my life had any outlet--never even any outlook

평생 출구가 없었어요. 전망조차 없었고요.

너무 쉽게 그리는 사람과 한 번도 놀아 보지 못한 사람이 한 방에서 만나는 구도가 이 소설의 뼈대입니다. 서로 모자란 것을 건네는 관계에서 사랑이 시작된다는 점이 이후 모든 갈등의 씨앗입니다.

2. 상처 없는 영혼

클럽의 동료 화가들은 네빌의 그림이 번지르르하지만 속이 비었다고 봅니다.

That man paints with an unscarred soul.

저 사람은 상처 하나 없는 영혼으로 그림을 그린다.

같은 클럽의 애넌은 비평을 하는 사람의 태도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Man first, then man's work, that's the order of mundane importance to me.

사람이 먼저고 그다음이 그 사람의 일이다. 이 세속에서 내게 중요한 순서가 그렇다.

네빌 자신은 발레리의 조각 공부에 이렇게 조언합니다.

Reticence is a kind of vigour.

절제도 힘의 한 가지다.

그날 밤 발레리가 불쑥 내놓은 말은 문장이 짧을수록 무겁습니다.

I'm horridly lonely to-night,

오늘 밤은 끔찍하게 외로워요.

화가의 흠은 솜씨가 아니라 고통이 없다는 데 있다고 책은 일찌감치 못 박습니다. 이 결함을 메우는 것이 곧 발레리의 몫이며, 한 사람의 성장을 다른 사람의 사랑이 채워 준다는 주제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3. 신이 아닌 인간 켈리

발레리가 네빌을 '켈리'라 부르며 놀리는 장면은 둘 사이의 거리를 단번에 줄입니다.

Kelly is too god-like to kiss.

켈리는 키스하기엔 너무 신 같아요.

그러나 인간다운 모습의 네빌은 위험하다고 그녀는 덧붙입니다.

But--you're positively dangerous when you're human.

하지만 당신은 인간다울 때 정말로 위험해요.

평상복의 발레리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 날 네빌은 평소의 자신감을 잃고 이렇게 외칩니다.

And by God!--if I can not do it--the rest is worthless.

정말이지, 이것을 못 해낸다면 나머지는 모두 쓸모가 없다!

평범한 처녀의 초상이 화가의 존재를 건 시험이 되는 순간입니다. 사랑의 시작이 예술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구성은 이 책의 가장 영리한 부분입니다.

4. 사랑의 불변성을 의심하는 남자

애슈엘린의 주말에서 케리다는 쉬지 않고는 어떤 땅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충고하고, 스테파니는 거장들의 그림자에 짓눌린 네빌을 격려합니다.

Nobody ever won a race looking behind him

뒤를 돌아보며 경주에서 이긴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네빌의 주장은 냉소적입니다.

Choice is a mystery, constancy a gamble, discontent the one best bet.

선택은 신비이고 불변은 도박이며, 불만이야말로 유일하게 확실한 내기다.

It's never an honest promise; it can be only an honest hope.

그것은 정직한 약속이 될 수 없다. 정직한 희망일 수 있을 뿐이다.

그가 발레리를 이렇게 부르는 것은 이미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Valerie West is a law unto herself

발레리 웨스트는 스스로 법인 사람이다.

사랑은 약속이 될 수 없다고 말하던 남자가 자기 법으로 사는 여자를 만나 결혼의 법을 고집하게 되는 역설이 책의 제목과 이어집니다.

5. 계급 없는 사람들

델라웨어의 해먹에서 발레리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it's a hungry heart, dear, hungry for laughter and companionship and friendship

굶주린 마음이야. 웃음과 동무와 우정에 굶주린 마음.

어린 시절 병석을 지킨 그녀가 되짚는 말입니다.

I've never had enough play, Rita.

나는 놀아 본 적이 한 번도 충분하지 않았어, 리타.

리타가 보는 모델의 처지는 더 쓰라립니다.

We are people without a class, you and I.

우리는 계급이 없는 사람들이야, 너와 나.

to fall in love is no good, no use, for us

사랑에 빠지는 건 우리에게는 좋을 것도 쓸모도 없어.

두 여인의 우정이 이 책의 가장 단단한 토대입니다. 리타의 경고는 반복해서 울리다가 제16장에서 책의 제목으로 이어지는 논지가 되고, 이 대화는 그 첫 번째 복선입니다.

6. 섣달그믐의 소음

가을에 돌아온 네빌은 도시에서 오히려 더 외로워집니다.

But to the lonely, there is no lonelier place than a lively one

하지만 외로운 사람에게는 떠들썩한 곳보다 더 외로운 곳이 없다.

그는 자기 재능에서 기쁨이 사라진 것을 깨닫습니다.

Somehow, at some time, he had lost pleasure in his powers

어떻게인지, 언제인지, 그는 자기 능력에서 느끼던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섣달그믐 밤 오길비는 모두를 부추깁니다.

Everybody should be perfectly plural to-night

오늘 밤은 누구나 완벽하게 복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해가 오는 순간의 소리는 이렇게 쓰입니다.

Sheer noise, stupefying, abominable, incredible, unending, greeted the birth of the New Year

귀를 멍하게 하는 지독하고 믿기지 않으며 끝도 없는 소음이 새해의 탄생을 맞았다.

카페에서 케리다와 함께 있는 발레리를 본 네빌은 격분해 자리를 뜹니다. 요란한 장면과 고요한 고백이 맞붙는 이 대비가 다음 장의 새벽을 더욱 조용하게 만듭니다.

7. 정의의 침상에서

눈 속을 걸어온 발레리는 사랑을 인정하면서도 청혼은 거절합니다. 그녀가 내건 이유는 이렇습니다.

Unlike the gods, whom I love I do not destroy.

신들과는 달리, 사랑하는 사람을 나는 파괴하지 않아요.

그녀의 독립 선언은 위트를 잃지 않습니다.

I am my own mistress--and incidentally yours

나는 내 자신의 주인이에요. 덤으로 당신의 사람이기도 하고요.

서약 없이 시간만 가는 것을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Time, the incurable, killing us by seconds, Louis

불치의 시간이 우리를 초 단위로 죽이고 있어요, 루이.

네빌의 대응은 반대편 논거입니다.

The old way is the best way!

옛 방식이 최선의 방식이오!

두 사람의 논쟁은 사랑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사랑을 어떤 형식에 담느냐를 두고 벌어집니다. 한쪽은 자유를, 한쪽은 제도를 믿고 있으며, 책 전체가 이 대립을 서서히 풀어 가는 과정입니다.

8. 서툰 초상, 굳어 버린 케리다

네빌의 미완성 초상은 기교가 아닌 정직함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림 앞에서 그는 자조합니다.

I’ve been stung by the microbe of the precious!

내가 '귀하신 것'이라는 세균에 쏘였군!

찾아온 케리다는 발레리의 '무척 좋아한다'는 말에 일침을 놓습니다.

There is little sentiment in immensity.

굉장함 속에는 감정이 별로 없는 법이오.

그가 지난 일을 들먹이자 발레리는 서둘러 말을 돌립니다.

Nice men forget such things

점잖은 남자는 그런 일은 잊는 법이에요.

리타의 경고도 다시 울립니다.

that love is of no use to us--no good to us

사랑이 우리에게는 쓸모도 이로움도 없다는 것.

케리다의 침묵은 질투를 말없이 드러냅니다. 화가가 화가의 그림 앞에서 굳어지는 이 장면은 이후 비극의 첫 그림자입니다.

9. 알레어의 냉소와 케리다의 가난

클럽에서 알레어는 결혼과 남자들을 두고 냉소를 뱉습니다.

a wife is a cinch; it's the front row that keeps good men guessing.

아내는 확실한 몫이지만, 좋은 남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건 맨 앞줄이다.

케리다는 가난에서 출세한 내력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I had only fame for my laundress and notoriety for my butcher.

내게는 세탁부에게 줄 명성과 정육점에 줄 악명밖에 없었다.

한편 발레리는 네빌에게 영혼은 각자의 것이라 선언하면서도 사랑이 모든 것을 지켜 주리라 믿었음을 인정합니다.

Your soul is your own to develop; mine is mine.

당신의 영혼은 당신이 키울 몫이고, 내 영혼은 내 몫이에요.

You can't paint what isn't in you

자기 안에 없는 것은 그릴 수 없어요.

알레어가 천박하게 비웃는 세속의 결혼관과 발레리의 이상이 맞붙는 사이, 발레리가 네빌의 그림을 두고 건네는 충고는 연인의 말이 아니라 가장 날카로운 비평가의 말입니다. 사랑이 창작에 필요한 경험이라는 주제가 여기서 직접 입에 오릅니다.

10. 〈신부〉, 믿음, 그리고 릴리

네빌이 부모에게 결혼 뜻을 밝히는 장면과 5분 클럽을 오가는 이 구간에서, 발레리는 용서와 기억의 차이를 리타와 나눕니다.

Love pardons everything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

Yes. But never forgets.

그래. 하지만 잊지는 않지.

믿음에 대한 발레리의 태도는 이렇습니다.

Intelligence must always evolve its own religion

지성은 언제나 자기만의 종교를 만들어 내야 한다.

〈신부〉 초상을 본 릴리가 가족의 걱정을 전하며 오빠를 압박할 때, 네빌이 그녀의 마음을 부수겠다는 듯 말하자 릴리는 이렇게 받아칩니다.

Hearts don't break, Louis.

마음은 부서지지 않아요, 루이.

사랑의 용서와 기억은 한 사람 안에서 함께 존재하고, 믿음은 기질에 가깝다는 발레리의 사고는 가족의 압박 앞에서 천천히 시험대에 오릅니다. 〈신부〉가 평생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이 사랑이 예술 안에서는 이미 이루어졌음을 뜻하면서 현실에서는 불안정함을 더합니다.

11. 헬렌과 만리장성

사교 모임에서 돌아온 오길비가 애넌의 빈정거림에 내놓는 대꾸는 뼈가 있습니다.

it's a saloon, not a salon; and Art is the petrified sandwich.

이곳은 살롱이 아니라 술집이고, 예술은 굳은 샌드위치다.

헬렌 드엔버 백작부인은 사교계를 이렇게 평합니다.

This society camps permanently at the base of the Great Wall of China.

이 사교계는 만리장성 아래에 영원히 야영을 한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외로움에 시달립니다.

I'm lonely to desperation

나는 절망할 만큼 외로워요.

발레리는 편지에서 자기 처지를 벽에 비유합니다.

There is a wall around your world which I can never scale.

당신의 세계에는 내가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둘러져 있어요.

릴리는 발레리에게 보내는 경고 편지에서 이렇게 씁니다.

a man outlives such things, a woman never

남자는 그런 일을 이겨 내지만 여자는 결코 그러지 못한다.

헬렌의 외로움과 발레리의 벽은 모두 '세상'이라는 같은 건물의 안과 밖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안쪽 사람인 헬렌이 바깥쪽 발레리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장면은 이 책의 가장 따뜻한 순간 가운데 하나입니다.

12. 마음먹은 만큼 무너지는 남자

제13장의 서술은 네빌의 변화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When a selfish man loves--if he really loves--his disintegration begins.

이기적인 남자가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가족이 발레리를 모욕했다는 사실에 네빌은 세상을 탓합니다.

It is a tragedy that the world is what it is,

세상이 이 모양이라는 것이 비극이다.

고든은 거침없는 위로를 건넵니다.

Marry whoever you damn please.

누구든 마음 가는 대로 결혼하게.

숲에서는 카메론이 쓸쓸한 농담으로 십 년 묵은 마음을 고백합니다.

You might have done worse; you might have married me.

더 나쁠 수도 있었어요. 나와 결혼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네빌이 마침내 깨닫는 것은 자신이 믿는 제도가 그녀를 지킬 수 없을 때 사랑이 어떻게 되는가입니다. 그는 그녀를 다른 조건으로는 얻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힙니다.

13. 숲속의 길 잃은 하루

카르데몬의 땅에서 길을 잃은 발레리는 쓴웃음을 짓습니다.

Life is largely composed of absurdities.

삶은 대부분 부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숲의 일을 알아챈 오길비 의사는 발레리를 이렇게 평합니다.

She's game to the core--that little girl.

저 작은 아가씨는 뼛속까지 배짱이 있어.

A girl like that is no fool.

저런 아가씨는 바보가 아니야.

밤늦게 네빌의 아버지는 낡은 질서가 저물어 간다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The old order passes--the old ideas, the old beliefs

낡은 질서가 지나간다. 낡은 생각들, 낡은 믿음들이.

이 장면은 발레리가 가진 용기와 그녀가 처한 위험을 함께 보여 줍니다. 오길비 의사는 카르데몬을 런던으로 쫓아 보내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지만, 이 일은 훗날 리타가 말하는 '여자가 치르는 위험'이 허구가 아님을 증명하는 사건으로 남습니다.

14. 케리다의 마지막

발레리는 자기 삶을 한없이 작게 여기며 물러납니다.

My life is such a little thing compared to yours

내 삶은 당신의 삶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것이에요.

편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love you enough to give you up forever.

당신을 영원히 포기할 만큼 사랑합니다.

서술은 케리다를 한 줄로 요약합니다.

He was a patient and unmoral man.

그는 인내심 있고 도덕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죽음을 앞둔 그는 네빌에게 마지막 말을 건넵니다.

Somebody has to be first; I was--as long as I lived

누군가는 첫 번째여야 하지. 나는 살아 있는 동안은 그랬네.

악역처럼 보이던 케리다는 마지막에 자기 작품의 생명을 묻는 한 사람의 예술가로 남고, 네빌은 그에게서 화가의 자리를 이어받습니다. 죽음의 사정은 사실만 간결하게 적히고, 이야기는 곧 이어지는 장으로 넘어갑니다.

15. '결혼의 관습법'이라는 경고

발레리는 편지에서 케리다의 사랑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It never was a love that I could entirely understand or respect

내가 온전히 이해하거나 존경할 수 있는 사랑은 결코 아니었다.

it was love after all.

그래도 결국은 사랑이었다.

리타는 네빌에게 발레리를 공정하게 대하라고 일러 줍니다.

it is a man's world, and she doesn't understand it.

이건 남자들의 세상이고, 그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의 논지는 한마디로 모입니다.

Love is not excuse enough; the peril is unequally divided.

사랑이 변명이 되기엔 충분하지 않다. 위험은 불평등하게 나뉘어 있다.

리타의 긴 대사는 여자가 모든 법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단 하나 '결혼의 관습법'만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법이 남자가 만들었든 신성하든 그 밑바닥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몸의 자연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20세기 초 미국 대중소설이 던진 이 논지는 오늘의 눈으로 읽으면 한계도 있지만, 사랑을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위험을 나누는 문제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책 전체의 핵심입니다. 이 말을 들은 네빌은 이별 편지를 씁니다.

But if she goes out of my life, life will go out of me.

그러나 그녀가 내 삶에서 떠난다면, 내 안에서도 삶이 떠날 것이다.

16. 한 시 반의 열쇠

한밤의 스튜디오에서 발레리는 사랑의 한 형식을 비교합니다.

People who die for each other are less admirable

서로를 위해 죽는 사람들은 덜 훌륭하다.

그녀가 새 옷을 입고 온 이유는 이렇습니다.

I wanted to come to you--perfectly new.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당신에게 오고 싶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그의 세계에서 길을 얻지 못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을 시도했을 뿐이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Not failure, but low aim is crime

죄는 실패가 아니라 낮은 목표다.

Each for the other's sake is not enough.

서로를 위해서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발레리가 마음을 바꾼 계기는 편지의 사심 없음이고, 이 장면의 주고받음은 그가 그녀를 놓아주었기에 오히려 그녀가 제 발로 돌아온다는 역설을 보여 줍니다. 제도를 거부하던 사람이 아내가 되겠다고 말하는 순간 책의 논쟁은 이긴 쪽도 진 쪽도 없이 맺어집니다. 관습법을 경계하는 말이 먼저 나오고, 아내가 되겠다는 약속이 뒤따라 오는 순서가 책의 주장입니다.

17. 두려운 사람들의 해피엔딩

마지막 장은 오길비의 소동극입니다. 헬렌의 손을 잡은 그는 고백합니다.

I'm afraid to let go.

손을 놓는 것이 두렵습니다.

발레리가 헬렌에게 웃으며 건네는 말은 이 책의 결을 요약합니다.

What is the use of our ever trying to understand ourselves?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해 보려고 애써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사랑의 형식을 두고 오래 논쟁하던 이야기는 두 쌍의 약혼으로 가볍게 끝납니다. 오길비와 헬렌의 소란스러운 결합이 네빌과 발레리의 진지한 결합에 웃음을 보태며, 이 책이 결국 코미디의 호흡으로 쓰였음을 마지막에 확인시켜 줍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관습법』은 18장의 비교적 짧은 장들로 이루어져 있고, 대화가 많아 속도감 있게 읽힙니다. 처음이라면 1장(열두 층을 걸어 올라온 모델), 7장(정의의 침상), 14장(숲의 일), 16장(리타의 '관습법' 이야기), 17장(한 시 반의 열쇠)을 먼저 읽어 보세요. 책 속 인물들의 말투는 농담과 경구로 가득해서, 클럽의 수다와 연인의 논쟁이 같은 결로 읽힙니다. 20세기 초 뉴욕의 계급과 성 역할에 대한 시각은 오늘의 눈으로 보면 낡은 구석이 있으므로, 인물들이 사랑과 자유와 위험을 두고 벌이는 논쟁 자체를 그 시대의 증언으로 읽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면 가벼운 로맨스 아래에서 '사랑을 어떤 모양으로 살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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