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6년 출간
The Blue Castle
푸른 성
평생 가문의 눈치만 보며 살아온 스물아홉 살 노처녀가 의사의 오진 편지를 받고 처음으로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시작해, 무스코카 호수의 섬에서 사랑과 자유를 얻는 이야기
Fear is the original sin
두려움은 원죄다.
I’ve been trying to please other people all my life and failed
나는 평생 남을 기쁘게 하려고 애썼고, 그리고 실패했어.
한눈에 보기
디어우드 마을의 스털링 가문에서 어머니와 사촌 스티클스의 감시 아래 '도스'로 불리며 사는 발란시는 스물아홉 번째 생일 무렵 트렌트 박사에게 심장 진찰을 받으러 갔다가 진찰을 마치지 못하고, 며칠 뒤 일 년 안에 죽을 수 있다는 편지를 받는다. 잃을 것이 없어진 그녀는 새벽 세 시에 "이제부터는 내 뜻대로 살겠다"고 결심하고, 은혼식 만찬에서 가문 사람들에게 할 말을 쏟아낸 뒤, 마을에서 손가락질받는 로어링 아벨의 집으로 가 병든 시시 게이를 돌본다. 거기서 소문 속 사내 바니 스네이스를 알게 되어 사랑하게 되고, 시시를 떠나보낸 뒤 스스로 청혼해 미스타위스 호수의 섬으로 간다. 한 해의 행복이 지나고 기차 선로 위의 삼십 초가 모든 것을 뒤집는다. 진단이 잘못된 편지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바니의 정체와 재산이 밝혀지며,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L. M.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Jane Eyre)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
한 권 요점
The Blue Castle
『푸른 성』은 캐나다 작가 L. M. 몽고메리가 쓴 장편소설로, 1926년에 나왔습니다. 몽고메리는 1874년에 태어나 1942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빨간 머리 앤』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책은 45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무대는 온타리오주의 소도시 디어우드와 그 북쪽의 무스코카 호수 지대입니다. 줄기는 하나입니다. 평생 두려움 속에서 살아온 여자가 자기 목숨에 기한이 있다고 믿게 되자 비로소 두려움을 놓고 살기 시작하며, 그 대가와 선물을 함께 받는 과정입니다. 코미디의 속도로 가문을 해부하다가 중반부터는 자연과 연애의 서정으로 넘어가고, 끝에서는 오해와 정체의 반전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 구성입니다. 앤이 아이의 상상력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서른을 눈앞에 둔 여자의 억눌린 상상력과 용기를 다룹니다.
줄거리
제1~3장: 비 오는 5월 아침, 스물아홉 살
5월의 어느 비 오는 새벽, 발란시 스털링은 내일이면 스물아홉 살이 된다는 사실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디어우드와 스털링 가문은 그녀를 오래전에 희망 없는 노처녀로 정해 두었고, 그녀가 정말 괴로운 것은 노처녀라는 이름보다 그 외의 삶을 한 번도 살아 볼 기회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방은 노란 바닥과 얼룩진 거울, 곰팡이 핀 벽지로 가득한 추한 방이고, 그녀에게는 두 개의 집이 있습니다. 엘름 가의 벽돌 상자 같은 집, 그리고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지어 온 '스페인의 블루 캐슬'입니다. 현실에서는 어머니 프레더릭 부인과 사촌 스티클스의 규칙(식사 시간, 불을 피우는 날짜, 아침마다 무슨 약을 먹을지)에 갇혀 있고, 올리브라는 눈부신 사촌과 늘 비교당합니다. 그날은 웰링턴 이모 부부의 약혼 기념 소풍이 비로 취소된 날이고, 발란시는 그 사실을 고맙게 여깁니다. 그녀는 가족이 반대하는 소설 대신 허락받은 '자연 책'을 쓰는 존 포스터의 책을 읽으며 위안을 얻고, 요즘 자주 오는 심장 주변의 통증을 가족 몰래 트렌트 박사에게 보여 볼까 생각합니다. 아침 식탁에서 그녀는 "도스라고 부르지 말고 발란시라 불러 달라"고 말했다가 "어른이라고 떠들고 다닐 일이냐"는 핀잔만 듣습니다.
제4~6장: 외출, 진찰실, 소문의 사내
오후에 발란시는 차를 사러 나가며 플란넬 속치마를 입으라는 어머니의 성화를 겪고, 곧 결혼하는 제니 로이드의 새 집을 부러워합니다. 벤자민 삼촌의 가게에서는 삼촌이 늘 늘어놓는 수수께끼에 처음으로 "시간은 날아가는 게 아니라 기어간다고 생각해요"라고 맞받아 분노를 터뜨립니다. 그녀는 아홉 살 때 학교 운동장에서 짝으로 뽑히지 못했던 기억과, 스탈링 목사가 자신을 '꼬마 남자아이'로 착각해 모자를 벗게 시켰던 어린 시절의 공포를 떠올리며, 처음으로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자신도 결혼하고, 집과 남편과 아기를 갖고 싶다고. 그러다 도서관에서 존 포스터의 신간 『날개의 마법』을 펼쳐 "두려움은 원죄다"라는 구절을 만나고, 가문의 규칙을 어기고 트렌트 박사를 찾아갑니다. 진찰 도중 박사는 아들 네드가 몬트리올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떠나고, 그녀는 진단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남습니다. 돌아오는 연인의 오솔길에서 연인들을 보고 시샘을 인정하던 그녀는 낡은 차 그레이 슬로슨 아래에서 기어 나오는 바니 스네이스와 두 번째로 마주칩니다. 마을에서는 탈옥수, 위조범, 살인자라는 온갖 소문이 도는 사내이지만, 그의 미소를 본 발란시는 그가 나쁜 사람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녁에는 양말을 깁고, 사촌의 등에 연고를 바르며 평소처럼 하루를 마치고 눈물로 잠이 듭니다.
제7~8장: 한 통의 편지, 잠들지 못한 밤
이틀 뒤 발란시는 몇 해째 꽃을 피우지 않는 장미 덤불을 화가 나서 마구 잘라 냅니다. 어머니가 며칠 동안 입을 닫는 벌을 내린 덕에, 우체국에서 받은 몬트리올 소인의 편지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트렌트 박사의 편지는 퉁명스럽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협심증에 동맥류가 겹친 말기이고 손쓸 방법이 없으며 일 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저녁 식탁에서 그녀는 사촌이 내미는 레드펀 연고를 처음으로 거절하고 "시시한 소리"라고 내뱉어 사촌을 놀라게 합니다. 그날 밤 그녀는 한잠도 자지 못하고 지난 삶을 되짚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모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었고, 이제는 가난한 노년도 노처녀의 낙인도 가문의 눈치도 소용이 없습니다. 먼지 더미 사건(어린 시절 자기 먼지 더미를 올리브의 더미에 빼앗긴 일), 분홍 드레스를 입고 싶었던 들러리 자리, 억지로 거짓 자백을 해야 했던 날 같은 장면이 밤새 떠오릅니다. 새벽 세 시에 가슴의 통증을 한 번 더 겪은 뒤 그녀는 결심합니다. "지금부터는 나 자신을 기쁘게 하겠다." 창밖의 이웃 마당에 포푸리 항아리를 집어 던지는 것이 그 선언의 첫 행동입니다.
제9~12장: 은혼식 만찬
그 뒤 몇 주 동안 발란시는 달라집니다. 어머니의 침묵에 신경 쓰지 않고, 약을 거절하고, 일요일에 존 포스터를 읽고, 계단 난간을 타고 내려옵니다. 그리고 영국 국교회에 더는 가지 않겠다고 말해 어머니의 침묵을 깹니다. 허버트 삼촌과 앨버타 이모의 은혼식 만찬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친척들을 새로운 눈으로 살펴봅니다. 신경통을 편리하게 쓰는 사촌 글래디스, 가문의 비평가 이사벨 이모, 장례만 즐기는 조지아나, 아내를 숨 막히게 한 제임스 삼촌, 모든 것을 가진 올리브까지 하나씩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이야기가 '가장 큰 행복'에 이르자 친척들이 사랑스러운 아내, 유럽 여행, 위대한 가수가 되는 것을 말할 때 발란시는 "재채기가 나올 때 마음껏 하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벤자민 삼촌의 수수께끼를 되받아치고, 이사벨 이모에게는 이중 턱을 줄이는 미용실을 알려 주고, 바니 스네이스가 시시 게이의 아이 아버지라는 소문에는 "사악한 거짓말"이라고 외치며 "가문의 속물 정치"를 쏘아붙인 뒤 발작의 조짐을 느끼고 만찬장을 나섭니다. 뒤에 남은 친척들은 '미쳤다', '열이 있다', '어머니 쪽 완스바라 가문 피 탓이다' 하고 수군거리며 의사 마시 박사에게 데려가기로 합니다. 발란시는 그날 밤 일생 가장 심한 발작을 겪고도 만찬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웃고, 초승달에 대고 "죽기 전에 나만의 먼지 더미 하나만 갖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빕니다.
제13~15장: 거부, 아벨의 베란다, 가출 소식
발란시는 의사에게 가자는 삼촌에게 웃으며 "아무 데도 안 간다"고 못 박습니다. 올리브가 달래러 와서 쫓겨 가고, 가문은 결국 '일단 내버려 두자'고 결정합니다. 6월 둘째 주에는 로어링 아벨이 현관 지붕을 수리하러 오고, 발란시는 여전히 흥분되는 그의 이야기를 현관 계단에 앉아 듣습니다. 일흔 살 가까운 이 사내는 술에 취하면 처음엔 감상적이다가 신학 토론, 욕설, 기도의 단계를 차례로 거치는 인물이고, 딸 시시가 폐병으로 죽어 가는데 돌봐 줄 가정부가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탄합니다. 시시는 네 해 전 여름 무스코카 호텔에서 일하다 돌아온 뒤 아이를 낳았고 아버지가 누구인지 끝내 입을 열지 않았으며, 소문은 바니 스네이스를 지목했습니다. 아이는 한 해를 살다 죽었고 마을 여자들은 아벨의 집에 발을 들이지 않습니다. 발란시가 "제가 할까요?"라고 묻는 것으로 이야기가 넘어갑니다. 다음 장면은 그녀가 짐을 싸서 나간 뒤 집에 모인 친척들의 대화입니다. 한 달에 삼십 달러를 받고 시시를 돌보러 간다는 발란시에게 어머니는 평판을 들먹이지만 그녀는 "체면은 평생 지켰으니 이제는 진실을 하겠다"고 답했고, 사촌이 마지막으로 "내 등은 누가 문질러 주느냐"고 묻자 "아, 쳇"이라고 대꾸했다는 것입니다.
제16~19장: 아벨의 집, 시시, 바니, 가문의 공세
황혼 속에 걸어 도착한 아벨의 집은 블루 캐슬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파에 누운 시시는 발란시를 보고 "하늘나라 같을 거예요" 하며 안깁니다. 그 순간 발란시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 기쁨을 느낍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옛 삶은 꿈처럼 멀어지고, 그녀는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며 해 질 녘에 베란다에 앉습니다. 아무도 퍼플 필을 권하지도, 도스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시시는 어릴 적 발란시가 다른 아이들과 달라 보였다고 말하고, 발란시가 블루 캐슬을 처음으로 털어놓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블루 캐슬이 있다고 대답합니다. 마당에서 흰 수선화를 꺾던 어느 저녁 바니 스네이스가 차를 세우고 말을 겁니다. 그는 그녀를 '벽돌'이라고 칭찬하고, 이후 오렌지와 꽃을 들고 오며 시시를 아끼는 것이 분명한 이웃으로 드러납니다. 발란시는 그가 시시의 연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고, 그에게 마음이 쏠리는 자신을 알아챕니다. 그동안 제임스 삼촌이 찾아와 호통을 치다 아벨에게 정원 울타리 너머로 던져지고, 이번에는 스탈링 목사가 '명령'하러 왔다가 손가락을 흔드는 순간 '두려움은 원죄'라는 목소리를 떠올린 발란시에게 "저는 지금 어머니께 의무가 없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사람이니 있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갑니다. 조지아나가 설득하러 오자 발란시는 "그건 그렇고, 대구 크림 요리는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라고 되묻습니다.
제20~22장: 월급, 치들리 코너스의 무도회, 달밤의 대화
첫 월급으로 발란시는 초록 크레이프 드레스와 비단 양말, 붉은 장미가 달린 모자를 삽니다. 처음에는 노출이 부끄러워 옷장에 걸어 두지만, 일요일마다 자유 감리교회에서 소박한 설교를 듣는 것이 위안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벨이 치들리 코너스의 무도회에서 바이올린을 켠다며 같이 가자고 하고, 그녀는 드레스를 꺼내 입고 클로버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따라나섭니다. 처음엔 즐거웠던 무도회가 밤이 깊어지자 술 취한 낯선 사내들의 소란으로 변하고, 한 남자가 억지로 그녀를 끌어 춤추려는 순간 바니가 나타나 그를 쓰러뜨리고 창으로 그녀를 데리고 달아납니다. 숲속에서 숨을 고르던 그들의 차 레이디 제인은 연료가 떨어져 멈춥니다. 달빛 아래 침묵을 나누던 중 발란시는 자신이 바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블루 캐슬과 지금까지의 삶을 조금 털어놓습니다. 지나가던 웰링턴 삼촌과 올리브의 차가 연료를 나눠 주며 두 사람을 경악한 눈으로 보고, 발란시는 올리브에게 "그런 얼굴로 있으면 아프지 않아?"라고 쏘아 줍니다. 얼마 뒤 두 사람이 포트 로렌스의 영화관과 중국 식당에 함께 갔다는 소문이 퍼지자 어머니는 교회에도 가지 않게 됩니다.
제23~24장: 시시의 이야기와 죽음, 장례
어느 잠 못 드는 밤 시시는 발란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텔 건너편에서 지내던 토론토 부잣집 대학생과 만나 아이를 가졌고, 청혼을 받았으나 그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거절했으며,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살아 있던 시간은 행복했고, 아이를 잃은 뒤에는 죽을 날을 기다려 왔다고 합니다. 며칠 뒤 새벽, 시시는 발란시의 손을 잡고 무언가를 바라보며 웃다가 숨을 거둡니다. 발란시는 직접 시신을 단장하고, 바니는 흰 장미를 가져다 놓은 뒤 섬으로 돌아갑니다. 장례식에는 디어우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이제서야 시시를 용서한 듯 행동하고, 스털링 가문도 '체면을 세울 기회'로 보고 참석합니다. 웰링턴 삼촌이 운구까지 합니다. 순종적으로 일하는 발란시를 본 가문은 안도하고, 홀아비 에드워드 벡은 그녀를 눈여겨봅니다. 하지만 발란시는 이미 다음 일을 정해 두었습니다. 어머니가 이제 집에 돌아오라고 하자 그녀는 "여기 오래 머물 생각은 없다"고만 답하고 손님 접대 준비에 바쁜 척 물러납니다.
제25~27장: 청혼, 결혼, 알림
시시를 보낸 이튿날 저녁, 아벨이 술을 마시러 떠난 뒤 발란시는 정원 문 앞에서 바니를 기다리다 먼저 청혼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시겠어요?" 이유는 두 가지라며, 첫째는 그에게 푹 빠졌기 때문이고 둘째는 트렌트 박사의 편지입니다. 바니는 편지를 읽고 조건을 붙입니다. 그의 과거와 우편물을 묻지 말 것,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 것, 자기 섬에서 살 것. 발란시도 하나를 요구합니다. 심장 이야기와 몸조심을 다시는 꺼내지 말 것. 바니는 어색하게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당신을 늘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 왔다"고 말하고, 이튿날 저녁 면허증과 반지를 들고 와서 포트 로렌스의 자유 감리교 목사 타워스 씨 앞에서 두 사람은 부부가 됩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발란시는 "결혼한 걸 잊고 보통 사람처럼 이야기하자"고 청하고, 바니는 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수에 이르자 안개 속 두 그루 소나무가 탑처럼 솟은 섬이 보이고, 발란시는 "내 블루 캐슬!"이라고 외칩니다. 나흘 뒤 그녀는 결혼을 알리러 디어우드로 갑니다. 길에서 마주친 조지아나는 에드워드 벡의 청혼을 전하려다 결혼 소식에 기겁하고, 집 앞의 장미 덤불은 붉은 꽃으로 가득 피어 있습니다. 올리브를 지나 응접실에서 발란시는 가문 전체에게 폭탄을 던집니다. 제임스 삼촌은 "너는 내게 죽은 사람"이라 선언하고, 어머니는 "죽은 것을 보는 편이 낫다"고까지 말하지만, 발란시는 그들이 불쌍하다는 것을 느끼며 돌아섭니다.
제28~31장: 섬의 한 해, 여름에서 크리스마스까지
여름이 지납니다. 가문은 그녀를 죽은 사람으로 치고, 벤자민 삼촌은 가게에서 바니를 만나 면박을 주다 "나는 아내를 행복하게 했다"는 대답을 듣고 말문이 막힙니다. 발란시는 블루 캐슬에서 날마다 새로운 방을 여는 듯한 삶을 삽니다. 서쪽 창 앞에서 노을을 보고, 돌 벽난로 앞의 곰 가죽 위에서 책을 읽고, 고양이 밴조와 굿럭, 까마귀 닙과 터크, 올빼미 리앤더와 함께 살며, 단발로 자른 머리가 처음으로 얼굴에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바니는 하루 몇 시간씩 수상한 냄새가 새어 나오는 잠긴 방에 틀어박히고, 한번은 이틀 밤을 말없이 집을 비웁니다. 그가 돌아오자 발란시는 "자유란 어디에도 없고 속박의 종류만 있다"는 그의 말에 "자기가 선택하는 감옥뿐"이라고 받습니다. 두 사람은 이웃의 숲과 강을 오가며 딸기를 따고, 송어를 진흙에 싸 구워 먹고, 달밤에 수영을 배웁니다. 그가 그녀를 '문라이트'라 부르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입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눈 속에서 스노슈를 타고 스케이트를 타고, 크리스마스에는 진주알 목걸이를 선물받아 발란시는 15달러쯤 할 것이라 짐작하며 걱정합니다. 그녀의 감기도 어느새 사라졌고, 아벨이 가끔 들러 바이올린을 켜 줍니다.
제32~34장: 겨울 폭풍, 봄, 앨런 티어니
1월에는 눈보라가 이어지고, 발란시는 바니의 책에서 은행 횡령범 신문 기사를 발견하고 그가 '버나드 크레이그'라는 가명의 은행원이었으리라 혼자 결론짓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3월 말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바니가 숲에서 돌아오지 않고, 그녀는 불안 속에서 한숨도 못 자고 밤을 새웁니다. 정오에 그가 호수를 건너오는 모습을 보자 "죽었다가 되살아난 것 같다"고 속삭입니다. 봄이 오자 발란시는 디어우드 거리에서 벤자민 삼촌 곁을 지나지만 삼촌은 그 빨간 깃의 담요 외투를 입은 젊은 여자가 조카인 줄 알아보지 못합니다. 유명한 초상 화가 앨런 티어니는 그녀의 옆모습과 눈에 반해 '무스코카의 정령'으로 그리고 싶다고 하고, 바니는 아내가 살롱에 걸려 다른 남자의 것처럼 보일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정중히 거절합니다. 5월 어느 저녁, 샘물을 마시고 울타리에 앉은 발란시는 "당신은 너무 좋은 사람이라 꿈 같아"라는 바니의 말에서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신하고, 오래 발작이 없었던 것을 끝이 가까운 증거로 받아들입니다.
제35~37장: 선로 위의 삼십 초, 오진
6월의 저녁, 포트 로렌스에서 돌아오는 숲길에 있는 작은 간이역에서 발란시는 겨울에 사치로 사 둔 가는 굽의 구두 뒤꿈치가 선로 틈새에 끼어 빠지지 않습니다. 열차가 다가오자 그녀는 바니에게 어서 가라고 외치지만 그는 칼로 구두끈을 끊어 마지막 순간에 그녀를 끌어냅니다. 두 사람은 말을 잃은 채 주저앉고, 발란시는 이 엄청난 충격에도 자신이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습니다. 의사가 틀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자신이 속임수로 바니를 평생 묶어 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바니는 말없이 지내다 그날 밤 잠긴 방에서 서성이고, 이튿날 아침 집을 비웁니다. 시계가 멈춘 방에서 발란시는 트렌트 박사에게 찾아가 진실을 묻습니다. 박사는 처음에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다가 편지를 보고 경악합니다. 그날 밤 급히 쓰다가 같은 날 진찰한 포트 로렌스의 노부인 제인 스털링(철자가 한 글자 다른 이름)에게 보낼 편지를 발란시에게 잘못 보낸 것이었고, 그녀의 병은 가성 협심증으로 치명적이지 않으며 "기쁨의 충격"으로도 낫는다는 것입니다. 그 노부인은 두 달 뒤 잠든 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발란시는 자기 해방의 한 해가 한 통의 잘못된 편지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제38~39장: 보라색 자동차, 잠긴 방, 쪽지
호수 가는 길에 그녀는 시끄러운 보라색 차에서 내린 뚱뚱한 사내를 만납니다. 레드펀 박사, 곧 퍼플 필과 헤어 비거로 큰 재산을 번 그 사람입니다. 그는 아들 '버니'가 자기 아들 버나드 스네이스 레드펀이라고 밝히고, 11년 전 몬트리올의 에델 트래버스와의 약혼이 깨진 뒤 홀연히 떠난 아들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가 올해 크리스마스에 토론토 보석상 에인슬리에서 1만 5천 달러짜리 진주 목걸이를 수표로 샀다는 것을 은행 지점장이 알려 주었다고 하자, 발란시는 자기가 목에 걸고 있던 것이 15달러가 아니라 1만 5천 달러짜리라는 것을 알게 되어 웃음을 터뜨립니다. 에델은 지금 과부이고 레드펀 박사는 두 사람을 다시 맺어 주고 싶어 했다고 말합니다. 레드펀 박사를 돌려보낸 발란시는 쪽지를 쓰러 평소에 열쇠로 잠겨 있던 바니의 방에 처음으로 들어갑니다. 책상 위에는 존 포스터의 신작 『와일드 허니』의 교정쇄가 놓여 있고, 그녀는 바니가 존 포스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쪽지에는 오진의 경위와 이혼 이야기, 함정에 빠뜨릴 뜻은 없었다는 말, 아버지가 외로워하니 돌아가 보라는 추신을 적고 진주 목걸이를 그 위에 놓은 뒤 섬을 떠납니다.
제40~41장: 엘름 가로 돌아가다
발란시는 장미 덤불에 꽃봉오리가 가득 달린 문을 열고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가구도 사진도 모든 것이 그대로이고, 어머니와 사촌은 차갑게 맞습니다. 그녀가 "나는 죽지 않는다"고 말하고 모든 경위를 고하며 바니가 사실은 레드펀 박사의 아들이고 존 포스터라고 말하자, 가문의 분위기는 갑자기 바뀝니다. 프레더릭 부인은 "레드펀 박사는 백만장자"라고 외치고, 벤자민 삼촌은 "웨딩 케이크처럼 넉넉한 부자"라고 하며 바니의 기행을 '천재의 괴벽'이라 고쳐 부릅니다. 이어 "문제는 스네이스가 우리를 용서할까"라고 말하며 어머니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당부합니다. 발란시는 자기 방의 퀸 루이즈 판화와 비에 젖은 강아지 그림 앞에서 밤새 바니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에델 트래버스를 질투합니다.
제42~43장: 바니의 이야기와 화해
이튿날 오후 낡은 차가 엘름 가로 달려와 모자도 없이 뛰어내린 바니가 현관 벨을 사납게 울립니다. 응접실에서 그는 발란시를 안고 "어쩌자고 도망쳤느냐"고 하지만, 그녀는 "연민으로 결혼한 줄 안다"며 물러섭니다. 바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합니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특허약으로 부자가 된 집에서 외롭게 자랐고, 학교에서는 '사용 후' 별명으로 놀림을 당했으며, 믿었던 친구가 아버지를 풍자한 글을 대학 잡지에 썼고, 사랑한 에델은 "그의 돈이 알약을 도금하고 쓴 약을 달게 해 줄 것"이라 말하는 것을 그가 우연히 엿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유콘으로 떠나 세계를 떠돌았고, 첫 책이 성공해 섬을 샀으며, 사람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나타난 그녀가 믿음을 돌려주었고, 선로 위에서 그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발란시가 그래도 믿지 못하자 바니는 격분하고, 발란시는 오히려 "화를 내는 걸 보니 정말 사랑하는군요"라며 웃고 그의 품에 안깁니다. 복도의 벤자민 삼촌은 유언장을 다시 쓰기로 마음먹고, 어머니는 가족 성경의 '혼인' 난에 이름을 기록합니다. 바니는 몬트리올 근교에 직접 지을 집, 여름의 무스코카, 가을의 여행을 약속하고, 발란시는 단 하나를 부탁합니다. 자기가 청혼했다는 사실을 앞으로 한 번도 들먹이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제44~45장: 올리브의 편지, 마지막 장면
44장은 올리브가 세실에게 쓴 편지의 발췌입니다. 올리브는 이 모든 일이 여전히 못마땅해서 "정숙하게 살아도 소용없다"고 불평하며 바니가 보잘것없는 외모라고 흉을 보지만, 머리를 자르고 말끔한 옷을 입으니 오히려 기품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레드펀 박사가 결혼 선물로 2백만 달러를 주었고 두 사람은 가을에 이탈리아, 겨울에 이집트를 간다는 소식과 함께 어머니와 아버지마저 이제는 발란시를 극진히 대접한다는 한탄이 이어집니다. 45장에서 9월의 어스름 속에 발란시와 바니는 호숫가에서 블루 캐슬을 마지막으로 돌아봅니다. 밴조와 굿럭은 바구니에 담겨 조지아나의 집으로 떠났습니다. 발란시는 눈물을 글썽이고 바니는 "내년 여름에 돌아온다"며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영광과 나일 강의 유혹이 기다리는데도, 그녀는 어떤 곳도 자기 블루 캐슬만 한 마법을 갖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스물아홉 번째 생일과 스털링 가문
책은 한 해의 가장 우울한 아침에서 시작합니다. 발란시를 아프게 하는 것은 노처녀라는 이름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삶을 살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Valancy did not mind so much being an old maid.
발란시는 노처녀인 것 자체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Valancy never persisted. She was afraid to.
발란시는 한 번도 끝까지 고집하지 않았다.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몽고메리는 이 가문을 수수께끼와 상투어의 연속으로 그립니다. 삼촌들은 해마다 같은 질문과 같은 농담을 되풀이하고, 발란시는 한 번도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습니다.
Not thinking of getting married yet, my dear?
아직 결혼은 생각 안 하는 거냐, 얘야?
Valancy never said what she thought.
발란시는 자기 생각을 말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쓰는 규칙은 더 노골적입니다. 사랑을 생각하는 것조차 '처녀답지 않다'고 가르친 집에서 소망은 부끄러움이 됩니다.
it is not maidenly to think about men
남자 생각을 하는 것은 처녀답지 않다.
2. 블루 캐슬
현실에서 눌린 사람은 상상 속에서 가장 화려해집니다. 발란시는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성 하나를 지어 두고 거기서 살아 왔습니다.
Valancy had lived spiritually in the Blue Castle ever since she could remember.
발란시는 기억이 닿는 때부터 정신적으로 블루 캐슬에서 살아 왔다.
Everything wonderful and beautiful was in that castle.
경이롭고 아름다운 모든 것이 그 성 안에 있었다.
성 안에는 기사와 구혼자가 있고, 나이에 따라 연인의 얼굴도 바뀝니다. 서술자는 능청스럽게 덧붙입니다.
One simply faded away as another came.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가 왔다.
성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인 이유는 처음에는 도피처였다가 마지막에는 실제 장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26장에서 호수의 안개 속에 솟은 섬을 본 그녀가 터뜨리는 외침은 이 설계의 완성입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녀가 소망하는 것은 훨씬 소박합니다.
In dreamland nothing would do Valancy but a castle of pale sapphire.
꿈의 나라에서 발란시는 연한 사파이어빛 성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했다.
3. 존 포스터와 두려움
발란시가 몰래 즐기는 유일한 읽을거리는 자연을 노래하는 존 포스터의 책입니다. 허락된 이유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고, 그 안에서 그녀는 닫힌 문 너머의 세계를 엿봅니다.
The woods are so human
숲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인생을 바꾼 문장은 잡지 열람실에서 우연히 펼친 책의 한 단락입니다.
Fear is the original sin
두려움은 원죄다.
It is horrible to live with fear
두려움과 함께 사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이 문장은 이후에도 힘을 발휘합니다. 스탈링 목사가 손가락을 흔들며 돌아오라고 명령할 때, 발란시는 몸이 굳은 채 이 구절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훗날 그녀는 이 책들이 자신을 어떻게 버티게 했는지 말합니다.
John Foster’s books were all that saved my soul alive the past five years
존 포스터의 책들이 지난 오 년 동안 내 영혼을 살려 둔 전부였어요.
4. 의사의 편지
트렌트 박사의 편지는 박사 자신처럼 용건만 적혀 있습니다. 서술자는 편지가 박사 자신처럼 직설적이었다고 말하고, 그래서 발란시는 한 줄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Dr. Trent never troubled himself about euphemisms.
트렌트 박사는 완곡한 표현 따위로 애쓴 적이 없었다.
nothing could be done for her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충격 뒤에 오는 것은 비명이 아니라 멍한 확신입니다.
she, Valancy Stirling, who had never lived, was about to die
한 번도 살아 보지 못한 발란시 스털링이 죽으려 하고 있다.
이 소설의 설정은 코미디의 장치처럼 가볍게 쓰였지만, 죽음의 기한이 사람을 해방시킨다는 발상은 진지합니다. 기한이 있다고 믿는 순간 미룰 이유가 모두 사라지고, 그 힘으로 그녀는 일 년 동안 평생치 삶을 삽니다.
5. 새벽 세 시의 선언
밤새 깨어 있던 발란시는 가장 놀라운 발견을 합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모두 살아 있는 동안의 것이었고, 이제 잃을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억울함은 남습니다.
have to die when she had never lived
한 번도 살아 보지 못했는데 죽어야 한다는 것.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것은 큰 비극이 아니라 사소한 부당함들입니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먼지 더미 사건입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그녀가 만든 작은 먼지 더미를 다른 아이들이 빼앗아 올리브의 더미를 키웠을 때, 그녀가 한 말은 이 책 전체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I want my own little dust-pile
나는 나만의 작은 먼지 더미를 갖고 싶어요.
그리고 새벽 세 시, 그녀는 결심을 소리 내어 말합니다.
I’ve been trying to please other people all my life and failed
나는 평생 남을 기쁘게 하려고 애썼고, 그리고 실패했어.
What a luxury it will be to tell the truth!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호사스러울까!
I’m sick of the fragrance of dead things
죽은 것들의 향기는 지긋지긋해.
포푸리 항아리를 창밖으로 던지는 이 행동이 해방의 첫 걸음입니다. 몽고메리는 반란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오래된 향기를 버리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6. 은혼식 만찬
이 책에서 가장 웃기는 장면이자 가장 통쾌한 장면입니다. 가문이 '가장 큰 행복'을 점잖게 논할 때 발란시의 대답은 정곡을 찌릅니다.
is to sneeze when you want to
…하고 싶을 때 재채기를 하는 것이에요.
벤자민 삼촌의 수수께끼 놀이는 처음으로 이런 응수를 받습니다.
Why don’t you hunt up some new riddles if riddle you must
꼭 수수께끼를 내야겠다면 새로운 것을 좀 찾아보시지 그러세요.
발란시는 가문 전체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그들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말은 이 책의 사회 비판을 한 줄로 요약합니다.
Some of us are buried and some aren’t—yet.
어떤 이들은 이미 묻혔고 어떤 이들은 아직 안 묻혔을 뿐이에요.
그녀가 폭발하는 지점은 자신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바니 스네이스에 대한 근거 없는 험담입니다. 그 분노로 그녀는 가문의 사고방식에 이름을 붙입니다.
I’ve hush-hushed all my life.
나는 평생 쉬쉬하며 살았어요.
in your little snobocracy
당신들의 그 작은 속물 정치 안에서는요.
7. 아벨의 집으로
제14장의 마지막 두 마디는 이 책의 방향을 바꿉니다. 시시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 끝에 발란시가 먼저 나섭니다.
Will I do?
제가 해도 될까요?
가문의 반응은 평판 걱정으로 가득하고, 그녀의 대답은 이 대목의 중심입니다.
Whatever she’s been or done, she’s a human being.
그 애가 어떤 사람이었든 무엇을 했든, 한 사람의 인간이에요.
Now I’m going in for realities.
이제는 현실로 살 거예요.
돌봄이 그녀를 구합니다. 시시의 곁에서 처음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경험이 그녀를 자라게 합니다. 로어링 아벨은 욕과 술이 섞인 사내지만 자기 딸을 지키는 방식에서는 가장 한결같은 보호자입니다.
Here was some one who needed her
여기에 그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었다.
your little finger is worth the whole Stirling clan tied together
네 새끼손가락 하나가 스털링 가문을 다 묶은 것보다 값지다.
8. 시시 게이의 이야기
시시는 이 책에서 가장 조용한 인물이고, 그녀의 대사는 발란시의 환상에 이름을 붙여 줍니다.
Every one has a Blue Castle, I think
누구에게나 블루 캐슬이 있는 것 같아요.
Only every one has a different name for it.
다만 사람마다 그걸 부르는 이름이 다를 뿐이에요.
그녀는 아이의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으려 하고, 사랑을 잃은 상대와 결혼하지 않은 선택이 옳았느냐고 묻습니다.
Don’t blame him, dear.
그 사람을 탓하지 마, 언니.
그녀의 죽음은 담담하게 쓰였습니다. 새벽에 어딘가를 바라보며 웃고 숨을 거둡니다.
And, smiling, she died.
그리고 웃으면서,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이어지는 장례식 장면은 신랄합니다. 살아 있을 때는 외면하던 마을이 죽은 뒤에야 용서한다는 풍자입니다.
They forgave Cissy splendidly at last.
사람들은 마침내 시시를 화려하게 용서했다.
Death, the miracle worker, suddenly made the thing quite respectable.
기적을 일으키는 죽음이 그 일을 갑자기 꽤 점잖은 것으로 만들었다.
9. 바니 스네이스
바니는 소문으로 먼저 등장합니다. 탈옥수, 위조범, 살인자라는 이야기가 마을을 돌지만, 발란시는 한 번 본 미소로 판단합니다.
Nobody with a smile like that could be bad
저런 미소를 짓는 사람이 나쁠 수는 없다.
가까이서 만난 그는 말투가 가벼운 사람입니다. 처음 건네는 칭찬도 농담처럼 시작합니다.
Miss Stirling, you’re a brick!
스털링 양, 당신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에요!
발란시가 그에게 끌리는 이유는 말보다 침묵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 사랑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과 시간으로 쌓이는 것입니다.
I like a man whose eyes say more than his lips
나는 입보다 눈이 더 많은 말을 하는 남자가 좋아.
그녀가 사랑을 깨닫는 것은 멈춰 선 차 곁의 달밤입니다. 몽고메리는 그 순간을 번갯불이라 부르고, 사랑이 두려움을 몰아내는 순간으로 씁니다.
She knew quite well now that she loved Barney.
그녀는 이제 자신이 바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Love had cast out her last fear.
사랑이 그녀의 마지막 두려움을 몰아냈다.
10. 치들리 코너스의 밤
첫 월급으로 산 드레스를 입고 찾아간 무도회는 발란시의 첫 번째 대가이기도 합니다. 자유가 곧 안전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밤입니다. 바니는 그녀를 구한 뒤 걱정을 퉁명스럽게 표현합니다.
What a goose you were to come to such a place!
이런 곳에 오다니, 정말 철없는 사람이군요!
연료가 떨어진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소문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같은 처지에서 나오는 짧은 대화가 이 책의 연애를 가장 잘 보여 줍니다.
I haven’t any reputation to lose.
나는 잃을 평판이 없어요.
침묵에 대한 포스터의 말은 이 시험을 통과한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정의입니다.
you and that person can be friends
당신과 그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웰링턴 삼촌의 차 안에서 올리브는 위로하려는 척하다 되받아치기를 당합니다.
Olive, does it hurt?
올리브, 아프지 않아?
You sound like a revival meeting
너는 부흥회 같은 말투를 쓰는구나.
11. 청혼과 조건
발란시는 이 장에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먼저 행동합니다. 그녀의 청혼은 짧고 정확합니다.
Will you marry me?
저와 결혼해 주시겠어요?
사랑한다는 말은 입에서 나오지 않아 농담으로 대신하고, 두 번째 이유로 트렌트 박사의 편지를 내밉니다. 바니의 조건은 서로의 비밀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we’ll never tell a lie to each other about anything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조건은 병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입니다.
You are never to refer to my heart or my liability to sudden death.
내 심장이나 갑자기 죽을 가능성을 입에 올려서는 안 돼요.
바니의 고백은 정직하게 모자랍니다.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호감을 숨기지 못합니다. 이 불완전한 약속이 두 사람의 결혼을 가장 현실적인 결혼으로 만듭니다.
I’ve always thought you were a bit of a dear.
나는 늘 당신이 좀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No fuss and flub-dub.
소란도 허세도 없이.
12. 섬 위의 자유와 한 해
제26장은 책의 정점입니다. 안개 낀 호수에 솟은 두 그루 소나무를 본 발란시의 외침은 지난 이십구 년을 한 번에 회수합니다.
My Blue Castle!
나의 블루 캐슬!
Welcome home, dear
집에 온 걸 환영해, 여보.
이후 사계절의 묘사는 자연서정으로 가득하지만, 바니의 입으로 나오는 냉소는 균형을 맞춥니다. 그는 자유란 없다고 말하고, 발란시는 인용으로 맞받습니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freedom on earth
지상에 자유라는 건 없어.
the freedom to choose our prison
우리가 갇힐 감옥을 고를 자유.
그러나 일상에서 두 사람은 누구보다 자유롭습니다. 숲속을 걸으며 바니가 하는 말은 이 한 해의 태도를 요약합니다.
We don’t know where we’re going, but isn’t it fun to go?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가는 게 재미있지 않아?
발란시는 자신의 변화를 이렇게 부릅니다.
I understand now what it means to be born again
다시 태어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어요.
When death comes, I shall have lived
죽음이 오면 나는 살았던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모래로 쌓은 먼지 더미 위에 영국 국기를 꽂으며 말합니다.
I’m just exorcising an old demon
오래된 악령을 쫓아내는 중이에요.
13. 가족의 반응과 장미 덤불
결혼을 알리러 간 날 발란시는 더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에드워드 벡의 청혼을 전하러 달려온 조지아나가 가장 우스운 상황에 놓입니다.
Edward Beck wants to marry you
에드워드 벡이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한단다.
You see, I’m married already.
저, 이미 결혼했는걸요.
응접실의 반응은 예상대로이고, 제임스 삼촌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Valancy is to me as one dead.
발란시는 내게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발란시의 대응은 분노가 아니라 연민입니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동정이 그녀를 가볍게 만듭니다.
Isn’t it better to have your heart broken than to have it wither up?
마음이 시들어 버리는 것보다 깨지는 편이 낫지 않나요?
The trouble with you people is that you don’t laugh enough
당신들의 문제는 충분히 웃지 않는다는 거예요.
But who wants water to be thick?
하지만 누가 물이 진하기를 바라겠어요?
들어오는 길에 본 장미 덤불은 작가가 놓아 둔 작은 상징입니다. 그녀가 가지를 마구 쳐 낸 덤불이 꽃으로 가득합니다.
My cutting it to pieces must have done it good
내가 마구 잘라 낸 게 오히려 도움이 됐나 봐요.
14. 선로 위의 삼십 초와 오진
이 책의 전환점은 짧은 사건입니다. 장의 첫 문장은 시간의 길이를 뒤집습니다.
Thirty seconds can be very long sometimes.
삼십 초가 때로는 매우 길 수 있다.
발란시는 자신의 안전이 아니라 바니의 목숨을 걱정합니다. 이것이 이 부부의 관계를 가장 정확히 보여 줍니다.
Go—go—quick—you’ll be killed, Barney!
가요, 어서, 당신이 죽어요, 바니!
muttered Barney between his set teeth
바니는 이를 악문 채 중얼거렸다.
그 직후 안도가 아니라 새로운 공포가 시작됩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심의 씨앗이 됩니다.
Was it possible Dr. Trent had made a mistake?
트렌트 박사가 실수를 했을 수 있을까?
박사의 설명은 우스꽝스러우면서 잔혹합니다. 편지 하나를 다른 봉투에 넣었다는 것이고, 그녀의 병은 치명적이지 않으며 어쩌면 기쁨의 충격이 고쳤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I sent you the wrong letter.
내가 자네에게 잘못된 편지를 보냈네.
Or sometimes with a shock of joy.
혹은 때로는 기쁨의 충격으로 낫기도 하지.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재앙이 되는 이 역전은 이 책이 가장 대담한 지점입니다.
She had made a covenant with death and death had cheated her.
그녀는 죽음과 계약을 맺었는데 죽음이 그녀를 속였다.
15. 정체의 폭로와 쪽지
같은 날 연이어 터지는 충격은 코미디의 규칙을 따르고, 발란시의 머릿속 꼬마 악마가 되뇌는 속담이 그 상황을 정확히 요약합니다.
It never rains but it pours.
비는 오지 않거나 한꺼번에 쏟아진다.
보라색 차에서 내린 사내는 퍼플 필과 헤어 비거의 레드펀 박사이고, 바니의 본명도 함께 밝혀집니다.
Bernard Snaith Redfern—that’s him.
버나드 스네이스 레드펀, 그게 그 애야.
진주 목걸이의 값을 알게 되는 순간은 가장 쓰라린 웃음의 장면입니다. 15달러라고 걱정했던 선물이 사실은 아주 값진 것이었습니다.
She was wearing fifteen thousand dollars around her neck.
그녀는 목에 1만 5천 달러를 두르고 있었다.
잠긴 방에서 발견한 교정쇄는 또 하나의 반전입니다. 그녀가 평생의 위안으로 삼은 책의 작가가 남편이었습니다.
So Barney was John Foster!
그러니까 바니가 존 포스터였구나!
그러나 발란시가 남기는 쪽지는 사랑이 아니라 책임과 사과로 가득합니다. 목걸이를 놓고 떠나는 그녀의 선택은 그녀가 받은 사랑을 얼마나 낮게 보는지를 드러냅니다.
I did not mean to trick you.
당신을 속일 생각은 없었어요.
Think as kindly of me as you can
할 수 있는 한 나를 좋게 생각해 주세요.
집으로 돌아오자 가문은 곧 입장을 바꿉니다. 가난한 소문의 사내는 순식간에 '천재의 괴벽'을 가진 백만장자 사위가 됩니다.
Dr. Redfern is a millionaire!
레드펀 박사는 백만장자예요!
Eccentricities of genius
천재의 괴벽이지.
16. 화해와 마지막 장면
바니가 응접실로 달려와 안는 대목은 이 책의 가장 감정적인 순간입니다. 그의 첫마디는 애정과 짜증이 섞여 있습니다.
oh, you darling little idiot
아, 이 사랑스러운 바보야.
그는 자신이 선로 위에서 무엇을 알았는지 말합니다.
I knew whether I loved you or not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게 됐어.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에델의 말을 듣고 사람을 믿지 않게 된 이야기는 바니라는 인물의 모든 모순을 설명합니다. 그에게 발란시는 믿음을 돌려준 사람이었습니다.
After being homeless all my life it was beautiful to have a home.
평생 집이 없던 사람에게 집이 생긴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었어.
믿지 못하는 발란시 앞에서 바니가 화를 내자 발란시는 오히려 웃으며 이것이 진짜라는 증거를 얻습니다. 몽고메리의 유머가 가장 따뜻하게 쓰이는 지점입니다.
Girl, you’re in the very core of my heart.
아가씨, 당신은 내 마음 한가운데 있어.
You wouldn’t be so enraged if you didn’t.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화나지 않았을 거예요.
발란시의 마지막 부탁은 책의 마지막 농담이기도 합니다.
that I asked you to marry me
내가 당신에게 결혼해 달라고 청했다는 것.
올리브의 편지는 가문에 대한 마지막 풍자로, 올리브조차 그 모든 변화에 짜증을 내면서 발란시의 웃음을 알아봅니다.
It makes one feel that there is no use in behaving properly.
얌전하게 사는 것이 소용없다는 기분이 든다.
laughing at them all in her sleeve
소매 속으로 모두를 비웃고 있다.
마지막 문장은 해외 신혼여행을 앞둔 그녀의 마음을 보여 줍니다. 세상 어디에도 그 섬만 한 마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could ever possess the sorcery of her Blue Castle
그녀의 블루 캐슬이 지닌 마법을 가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푸른 성』은 45장이 짧게 이어지는 소설이라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1장(비 오는 아침), 7~8장(편지와 새벽 세 시), 10~11장(은혼식 만찬)을 먼저 읽어 보세요. 발란시가 어떤 사람에서 어떤 사람으로 바뀌는지가 이 세 대목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14~16장(아벨의 집), 20~21장(무도회와 달밤), 25~26장(청혼과 결혼)이 중심이고, 35~39장(선로, 오진, 폭로)이 구조의 뒤집힘을 보여 줍니다. 풍경 묘사가 길게 이어지는 28~34장은 속도를 늦춰 읽는 편이 좋습니다. 이 책의 웃음은 인물의 말투에 있으므로, 삼촌들의 수수께끼와 사촌의 푸념, 아벨의 입담을 소리 내어 읽으면 맛이 살아납니다. 20세기 초 소도시 가문의 억압은 낯설 수 있지만, 눈치와 체면에 짓눌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마음은 지금도 낯설지 않습니다. 이 책이 구체적인 것은 재채기, 난간, 초록 드레스처럼 두려움을 하나씩 내려놓는 작은 행동들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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