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08년 출간
Anne of Green Gables
빨간 머리 앤
사내아이를 기다리던 남매의 집에 잘못 도착한 고아 소녀가 상상력 하나로 집과 마을을 바꿔 놓는 이야기
looking forward to things is half the pleasure of them
기대하는 일의 절반은 기대 자체의 즐거움이다.
tomorrow is a new day with no mistakes in it yet
내일은 아직 실수가 하나도 없는 새날이다.
한눈에 보기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에이번리 마을, 늙은 남매 마릴라와 매슈 커스버트는 농사일을 도울 사내아이를 입양하려 했으나 기차역에는 빨강 머리 소녀 앤 셜리가 앉아 있다. 말이 끝없이 쏟아지는 열한 살 앤은 사고를 치고 용서받으며, 다이애나와 길버트, 스테이시 선생님을 만나고 퀸스 학교까지 간다. 그리고 매슈의 죽음과 장학금을 포기하는 결단 앞에서 어른이 된다. 열세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소공녀』 (A Little Princess)
한 권 요점
Anne of Green Gables
『빨간 머리 앤』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쓴 소설로, 1908년에 나왔습니다. 몽고메리는 1874년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나 1942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섬의 풍경이 책의 배경에 짙게 배어 있습니다. 앤의 이야기는 첫 권의 큰 성공 뒤 『에이번리의 앤』 등으로 이어지는 연작이 되었습니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38장으로 이루어진 첫 권, 앤이 열한 살에 그린 게이블스에 도착해 열여섯 살에 갈림길을 만날 때까지의 5년입니다. 이 책은 어린이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술자의 눈은 어른의 것이어서, 레이철 린드 부인의 참견이나 마릴라의 속마음 같은 장면이 어린이책 이상의 맛을 냅니다.
이 책의 매력은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사건의 연속에 있습니다. 사과나무 길에 이름을 붙이고, 친구에게 코디얼 대신 포도주를 먹이고, 케이크에 연고를 넣는 일들입니다. 그런 사고마다 앤이 말로 풀어내는 상상과 후회가 이 책의 웃음이고, 그 사이에 마릴라와 매슈가 조금씩 변해 가는 과정이 이 책의 감동입니다.
줄거리
제1~3장: 잘못 도착한 아이
6월 초 오후, 에이번리 큰길이 움푹 꺼지는 린드 골짜기의 창가에서 레이철 린드 부인은 뜨개질을 하며 지나가는 모든 것을 감시합니다. 이웃 매슈 커스버트가 흰 칼라에 나들이옷을 입고 마차로 떠나는 것을 본 부인은 궁금증을 못 이기고 그린 게이블스로 달려가, 마릴라에게서 노바스코샤 고아원의 사내아이를 데리러 갔다는 말을 듣습니다. 부인은 캥거루를 데려온다는 말을 들은 듯 놀라 고아가 불을 지르거나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을 늘어놓고, 마릴라는 매슈가 예순이고 심장이 약하며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정을 들어 담담히 받아넘깁니다.
매슈는 브라이트 리버 역에서 열한 살쯤 된 빨강 머리 소녀를 만납니다. 소년을 기다렸다고 말하지 못한 채 마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8마일 내내 아이는 쉬지 않고 떠듭니다. 고아원 생활과 갖고 싶은 흰 드레스, 빨간 머리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꽃핀 사과나무 터널에 "환희의 하얀 길", 배리 연못에 "빛나는 호수"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매슈는 아이의 수다가 싫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릴라는 문 앞에서 "사내아이는 어디 있어요?" 하고 놀랍니다. 아이는 "아무도 날 원한 적 없어요" 하며 서럽게 울고, 이름은 e가 붙는 앤 셜리라고 알립니다. 아래층에서 마릴라는 아이를 돌려보내야 한다고 하고 매슈는 "우리가 그 애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하고 머뭇거립니다.
제4~8장: 머물러도 좋다
이튿날 아침 앤은 창밖에 활짝 핀 벚나무에 "눈의 여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매슈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 부릅니다. 마릴라는 화이트샌즈의 스펜서 부인에게 아이를 데려가 처리하려 마차를 몰고, 가는 길에 앤은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사 월터 셜리, 어머니는 버사 셜리였고 두 사람 다 앤이 석 달일 때 열병으로 죽었으며, 이후 토머스 부인과 해먼드 부인을 거쳐 호프타운 고아원에 갔다고 합니다. 앤은 두 집에서 맡았던 쌍둥이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분들은 잘해 주려 했어요" 하고 두둔하고, 마릴라는 행간을 읽고 흔들립니다.
스펜서 부인은 마침 아이가 필요하다던 피터 블루엣 부인을 부르지만, 마릴라는 앤의 비참한 얼굴을 보고 아이를 도로 데려옵니다. 매슈는 환히 웃습니다. 마릴라는 앤에게 기도를 가르치는데, 앤은 평생 기도해 본 적이 없다며 즉흥 기도를 합니다. 환희의 하얀 길과 빛나는 호수에 감사하고, 끝에는 "아멘" 대신 "Yours respectfully, Anne Shirley"라고 씁니다. 마릴라는 웃음을 간신히 참습니다. 마릴라는 다음 날 오후까지 말해 주지 않고 일을 시켜 본 뒤 머물러도 좋다고 합니다. 앤은 눈물을 흘리고, 상상은 하지 않는다는 마릴라에게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사시는지" 하고 탄식하며, 제 이름이 "앤 오브 그린 게이블스"인 것이 가장 좋다고 결론짓습니다.
제9~11장: 사과와 새 옷, 주일학교
독감을 앓다 나온 린드 부인이 앤을 보고 못생기고 말랐고 주근깨투성이에 머리가 당근 같다고 평하자 앤은 발을 구르며 "당신이 싫어요!" 하고 소리친 뒤 방으로 뛰어 올라갑니다. 마릴라는 속으로는 웃음이 나오는 자신이 부끄럽고, 어린 시절 "검고 못생긴 아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앤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도 사과하라고 명하고 앤은 방에 갇힙니다. 매슈가 몰래 올라가 한 번에 사과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하자 앤은 매슈를 위해 사과하겠다고 합니다. 린드 부인 앞에서 앤은 무릎을 꿇고 사전을 다 써도 모자랄 만큼 참회하고, 부인은 감동해 앤의 머리가 자라면 멋진 적갈색이 될 거라고 위로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앤은 마릴라의 손을 잡고 "집에 간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니요" 하고 말합니다.
마릴라가 못생기고 튼튼한 새 옷 세 벌을 지어 주자 앤은 퍼프 소매가 없다고 실망합니다. 일요일 혼자 교회에 간 앤은 모자를 길에서 딴 미나리아재비와 들장미로 꾸미고, 다른 소녀들은 모두 퍼프 소매에 수군거립니다. 앤은 설교 시간에 창밖 호수를 바라보며 상상하고, 마릴라에게 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전해서 마릴라를 말문이 막히게 만듭니다.
제12~15장: 다이애나, 브로치, 석판
린드 부인에게서 꽃 모자 소식을 들은 마릴라가 야단치자 앤은 울며 고아원으로 돌려보내도 좋다고 합니다. 마릴라는 이웃 오처드 슬로프의 배리 댁에 가 보자고 합니다. 앤은 타이거 릴리가 핀 정원에서 검은 눈에 장밋빛 뺨의 다이애나를 만나 "마음의 벗이 되어 줄래?" 하고 묻고, 다이애나가 "그럴 것 같아" 하고 웃자 둘은 손을 잡고 영원한 우정을 맹세합니다. 마릴라는 앤이 온 지 겨우 3주인데 앤 없는 집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속으로 인정합니다. 8월에는 주일학교 소풍 이야기가 나오고, 앤은 "기대하는 것이 즐거움의 절반"이라고 말하며 처음으로 마릴라의 뺨에 입을 맞춥니다.
소풍 전날 마릴라는 교회에 달고 가는 자수정 브로치가 없어졌다며 앤을 추궁하고, 앤이 거짓말한다고 믿어 자백할 때까지 방에 가둡니다. 앤은 소풍에 가려고 "자백"을 꾸며 냅니다. 브로치를 달고 호수 다리에서 보다 물에 빠뜨렸다는 것입니다. 마릴라가 소풍을 금지한 오후, 브로치는 검은 레이스 숄에 걸려 있던 것이 발견됩니다. 마릴라는 어이없어 웃고 자신의 의심도 사과합니다. 9월, 앤은 에이번리 학교에 다니기 시작합니다. 길버트 블라이스가 앤의 땋은 머리를 잡고 "홍당무!" 하자 앤은 석판으로 그의 머리를 내려쳐 석판을 깨뜨립니다. 필립스 선생은 앤을 칠판 앞에 세우고, 앤은 학교를 그만둡니다.
제16~19장: 포도주, 후두염, 음악회
10월, 마릴라가 후원회에 간 사이 앤은 처음으로 다이애나를 차에 초대합니다. 마릴라는 응접실 찬장의 라즈베리 코디얼을 마셔도 좋다고 일러 두지만, 맨 위 칸 안쪽에서 나온 것은 사실 3년 묵은 까치밥나무 열매 와인이었습니다. 다이애나는 큰 잔으로 세 잔을 마시고 어지러워 집으로 가고, 배리 부인은 앤이 다이애나를 취하게 했다며 다시는 못 놀게 합니다. 앤은 샘가에서 다이애나와 눈물로 작별하고, 학교에 돌아가 길버트와 철자·셈 대결을 이어 갑니다. 1월에는 다이애나의 세 살 동생 미니 메이가 후두염에 걸려, 앤이 해먼드 부인의 쌍둥이를 돌본 경험으로 토근 병을 챙겨 밤새 간호해 아이를 구합니다. 의사는 앤이 목숨을 구했다고 칭찬하고 배리 부인은 사과합니다.
2월, 앤과 다이애나는 음악회에 갔다가 돌아와 침대에 먼저 닿기 경주를 하다 예비 침실에서 잠든 조지핀 고모(배리 양) 위로 뛰어듭니다. 격노한 고모 앞에 앤이 직접 찾아가 고백하며 상상력과 고아로서의 처지를 말하자 고모는 웃음을 터뜨리고, 앤은 고모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제20~23장: 유령의 숲, 연고 케이크, 지붕
6월, 앤은 상상으로 전나무 숲에 흰 옷의 여인과 머리 없는 남자가 산다고 믿게 되어 '유령의 숲'을 지나지 못하고, 마릴라는 일부러 그 길로 심부름을 보냅니다. 앤은 박쥐와 가지 스치는 소리에 겁에 질려 달려갔다 오고, 앞으로는 평범한 곳에 만족하겠다고 떨며 말합니다. 새 목사 앨런 부부가 마을에 오자 앤은 앨런 부인을 사랑하게 되고, 목사 부부를 차에 초대하는 날 층층 케이크를 굽습니다. 그러나 앤은 감기가 걸려 냄새를 못 맡은 채 바닐라인 줄 알고 연고(liniment) 병의 것을 넣었습니다. 앨런 부인이 위로하며 꽃밭을 보여 달라고 하고, 앤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다고 위안합니다. 8월에는 앨런 부인이 앤을 목사관으로 초대하고, 앤은 즐거운 오후를 보냅니다.
다이애나의 파티에서 아이들은 대담한 내기 놀이를 하고, 조시 파이가 앤에게 부엌 지붕 용마루를 걸어 보라고 도전합니다. 앤은 명예가 걸렸다며 올라갔다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지고 바리 씨가 안고 옵니다. 그 모습을 본 마릴라는 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습니다. 앤은 7주 동안 누워 지내며 스테이시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기대에 부풉니다.
제24~28장: 퍼프 소매, 스토리 클럽, 초록 머리, 릴리 메이드
10월, 앤은 스테이시 선생님에게 푹 빠집니다. 선생님은 낭독과 야외 학습과 체조로 아이들의 능력을 이끌어 내고, 크리스마스 밤에 학교 깃발 기금 마련 음악회를 제안합니다. 한편 매슈는 앤의 옷이 또래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레스를 사 주려 카모디 가게에 갔다가 여점원 앞에서 당황해 갈퀴와 설탕만 사 옵니다. 결국 린드 부인에게 부탁하고 "소매를 새 방식으로 부풀려 달라"고 청합니다. 크리스마스 아침 앤은 퍼프 소매 드레스를 받고 눈물을 글썽이며, 음악회는 대성공입니다.
앤은 열세 번째 생일에 다이애나와 스토리 클럽을 만들고, 마릴라의 설거지 훈계를 듣습니다. 4월 저녁, 마릴라가 동쪽 박공방에 가 보니 앤의 머리카락이 초록색으로 변해 있습니다. 행상인에게 75센트짜리 염색약을 닭 판 돈 50센트에 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씻어도 지지 않아 마릴라는 머리를 바짝 자릅니다. 한여름 오후, 앤은 테니슨의 「샬롯의 아가씨」를 연못에서 연극으로 하다 배에 금이 가 다리 기둥에 매달리고, 길버트 블라이스가 작은 배로 구해 주며 화해를 청합니다. 앤은 "당근" 놀림이 떠올라 거절합니다. 그날 매슈는 앤에게 "로맨스를 조금은 간직하라"고 속삭입니다.
제29~33장: 박람회, 퀸스반, 합격자 발표
조세핀 고모가 앤과 다이애나를 샬럿타운 박람회에 초대합니다. 앤은 경마장 내기를 거절하고, 음악원 연주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도시 생활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집에 돌아오자 마릴라가 구운 닭을 차려 놓고 "네가 없어 지독히 쓸쓸했다"고 털어놓습니다. 11월, 스테이시 선생님이 퀸스 입학시험 준비반을 꾸리고, 마릴라와 매슈는 앤을 보내기로 합니다. 길버트와의 경쟁이 더 공개적으로 불붙는데, 앤은 이미 오래전에 그를 용서했음을 깨닫지만 내색하지 않습니다. 매슈의 심장 발작이 잦아졌다는 말도 나옵니다. 앤은 한 해 동안 마릴라보다 키가 크고 말수가 줄어, 마릴라는 어린 앤이 사라진 듯한 서운함에 홀로 울다 매슈에게 들킵니다.
6월 말 시험을 치른 앤은 합격자 발표가 늦어지는 동안 매슈가 "온 섬을 이길 것"이라 믿는다는 말에 마음을 졸입니다. 어느 저녁 신문을 흔들며 달려오는 다이애나가 앤이 길버트와 공동 1위라고 알립니다. 앤이 건초밭의 매슈에게 달려가 알리자 매슈는 "내 그럴 줄 알았다"고 합니다. 이어 화이트샌즈 호텔 자선 연주회에서 앤은 「처녀의 맹세」를 낭송하는데, 무대 공포에 몸이 굳다가 뒤에서 미소 짓는 길버트를 조롱으로 오해해 오기가 솟아 흔들림 없이 마칩니다. 매슈가 사다 준 진주 구슬 목걸이를 걸고 돌아오는 마차에서 앤은 그 사랑이 어떤 보석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제34~36장: 퀸스의 겨울과 장학금
퀸스에 가기 전 마릴라는 연한 초록 옷감으로 이브닝드레스를 맞춰 주고, 앤이 새 옷을 입고 낭송하자 울음을 터뜨립니다. 앤은 마릴라의 무릎에 앉아 "나는 가지치기를 해 가지를 뻗었을 뿐 속은 그대로"라고 달랩니다. 앤이 떠난 9월 아침, 마릴라는 온종일 일에 매달리다 밤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흐느낍니다. 앤은 조세핀 고모가 구한 하숙방에서 향수병에 눈물을 흘리려는 순간 조시 파이가 들이닥칩니다. 에이버리 장학금이 퀸스에도 배정됐다는 소식, 영어 최고 득점 졸업생에게 레드먼드 대학 4년간 연 250달러가 주어진다는 이야기가 앤의 포부를 넓힙니다. 퀸스에서 앤은 스텔라 메이너드와 프리실라 그랜트와 친해지고, 길버트와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이제 적대가 아니라 훌륭한 상대를 이기는 자부심입니다.
결과 발표 날 길버트가 메달을 받자 앤은 패배의 쓴맛을 느끼지만, 곧 "에이버리 수상자 앤 셜리 양 만세" 하는 환호가 터집니다. 졸업식에서 객석의 매슈는 마릴라에게 "우리가 그 애를 키우기로 한 게 기쁘지" 하고 속삭입니다. 사과꽃 핀 계절에 앤은 두 사람과 함께 귀향하고, 마릴라는 매슈의 심장과 자신의 눈 통증, 아비 은행이 흔들린다는 소문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습니다. 전 재산이 그 은행에 있습니다. 앤은 저녁에 매슈와 암소를 몰러 가고, 매슈는 "열두 명의 아들보다 너를 택하겠다. 내 딸, 내가 자랑스러운 내 딸"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슬픔이 닿기 전 마지막 밤입니다.
제37~38장: 매슈의 죽음과 길의 굽이
앤이 하얀 수선화를 들고 나오던 때 마릴라가 매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매슈는 접힌 신문을 쥔 채 현관에서 쓰러집니다. 의사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즉사했다고 하고, 신문에는 아비 은행의 파산 소식이 있었습니다. 앤은 한밤에 매슈의 목소리가 떠올라 서럽게 울고, 마릴라가 와서 "내가 엄하게 굴었어도 매슈만큼 너를 사랑했다. 친딸처럼" 하고 처음으로 고백합니다. 앤은 매슈의 무덤에 그의 어머니가 스코틀랜드에서 가져온 하얀 장미를 심습니다. 마릴라는 젊은 시절 존 블라이스(길버트의 아버지)와 다툰 뒤 끝내 화해하지 못한 사랑도 털어놓습니다.
마릴라는 전문의를 만나고 돌아와, 독서와 바느질과 우는 것을 모두 그만두고 안경을 써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6개월 안에 실명한다는 진단을 전합니다. 며칠 뒤 새들러 씨가 그린 게이블스를 사겠다고 찾아오자, 마릴라는 돈이 은행에 묶이고 눈도 나빠 팔 수밖에 없다고 울며 말합니다. 앤은 레드먼드 장학금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배리 씨에게 농장을 임대하고 카모디 학교에서 가르치며 집에서 독학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웁니다. 린드 부인은 에이번리 학교를 앤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전하는데, 길버트가 앤이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지원을 철회하고 화이트샌즈로 간 것입니다. 앤이 감사를 전하자 길버트는 우리가 친구가 될 운명이라며 화해합니다. 그날 밤 앤은 창가에서 "신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모두 평안하다"고 속삭이고, 소설은 이 속삭임으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상상의 여지: 환희의 하얀 길
마차 안에서 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입니다. 고아원이 싫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there is so little scope for the imagination in an asylum
고아원에는 상상력을 펼칠 여지가 너무 적다.
사과꽃이 핀 길 앞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It's the first thing I ever saw that couldn't be improved upon by imagination.
상상으로도 더 나아질 수 없는, 내가 처음 본 풍경이다.
배리 연못은 앤의 입에서 이름이 바뀝니다.
I shall call it--let me see--the Lake of Shining Waters.
나는 이것을, 잠깐, 빛나는 호수라고 부르겠어요.
앤의 상상력은 도피가 아니라 세상을 더 정확히 보는 방식입니다. 세상이 궁금한 것투성이라서 기쁘다는 말도 앤의 철학을 요약합니다.
It just makes me feel glad to be alive--it's such an interesting world.
살아 있다는 게 기뻐요. 세상은 정말 흥미로운 곳이에요.
2. 원하지 않았던 아이
앤의 첫 밤은 절망의 연극으로 시작합니다. 마릴라 앞에서 앤은 입맛이 없다며 이렇게 선언합니다.
I'm in the depths of despair.
저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어요.
그러나 이 과장된 말 뒤에는 정말로 아무도 자신을 원한 적이 없다는 상처가 있습니다. 마릴라는 화이트샌즈에서 앤의 비참한 얼굴을 보고 마음이 흔들려 아이를 도로 데려오고, 매슈는 환히 웃습니다. 책은 이 결정을 크게 다루지 않습니다. 마릴라가 소를 짜며 "그 아이가 머물러도 좋다"고 하는 장면은 한 줄에 가깝습니다. 앤이 머무는 일은 환영의 사건이 아니라 천천히 굳어 가는 사실입니다.
3. 마음이 통하는 사람
앤은 첫날 마차에서 매슈를 알아봅니다.
I felt that he was a kindred spirit
나는 그분이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kindred spirit(마음의 벗)'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말입니다. 앤은 마릴라에게는 이렇게 탄식합니다.
Oh, Miss--Marilla, how much you miss!
아, 마릴라 아주머니,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사시는지!
다이애나와 처음 손을 잡은 날 앤은 이렇게 말합니다.
I'm the happiest girl on Prince Edward Island this very moment.
저는 바로 지금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예요.
마음의 벗은 이후 조지핀 고모에게서도 발견됩니다. 앤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생각만큼 드물지 않다"고 깨닫습니다.
Kindred spirits are not so scarce as I used to think.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만큼 드물지 않다.
4. 사과의 방식
9장과 10장은 이 책의 유머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앤이 린드 부인에게 "당신이 싫어요!" 하고 소리친 뒤, 마릴라가 사과하게 하자 앤은 사과를 하나의 연극으로 바꿔 놓습니다. 무릎을 꿇고 사전을 다 써도 모자랄 만큼 참회하니, 벌이 오히려 즐거움이 되어 마릴라와 린드 부인을 당황시킵니다. 마릴라가 속으로 웃음을 참는 이 장면이 이 책의 서술자의 눈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앤은 집이라는 것을 아는 채로 집에 가는 기쁨을 말합니다.
It's lovely to be going home and know it's home
집으로 가면서 그곳이 집인 줄 아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5. 기대하는 즐거움과 거짓 자백
소풍을 기다리는 앤은 마릴라에게 "너무 마음을 건다"는 핀잔을 듣고 이렇게 답합니다.
looking forward to things is half the pleasure of them
기대하는 일의 절반은 기대 자체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자수정 브로치 사건이 벌어집니다. 앤이 소풍에 가려고 거짓 자백을 꾸며 낸 것은 나쁜 마음이 아니라 상상력이 현실의 논리를 이기는 순간입니다. 마릴라는 어이없어 웃고 자신의 의심도 사과하고, 매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no house will ever be dull that she's in
그 아이가 있는 집은 결코 따분하지 않을 것이다.
6. 코디얼, 연고 케이크, 실수의 철학
앤은 사고뭉치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앤의 자존심입니다. 10월의 단풍을 보며 앤은 이렇게 말하고, 곧 포도주 소동이 일어납니다.
I'm so glad I live in a world where there are Octobers.
10월이 있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너무 기뻐요.
마릴라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Anne, you certainly have a genius for getting into trouble.
앤, 너는 정말 사고를 치는 데 천재구나.
연고 케이크 뒤 앨런 부인이 위로하자 앤은 이렇게 다짐합니다.
tomorrow is a new day with no mistakes in it yet
내일은 아직 실수가 하나도 없는 새날이다.
I never make the same mistake twice.
나는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다.
7. 상상력이 지나칠 때
상상력은 앤의 장점이지만 대가도 따릅니다. 유령의 숲 장면에서 앤은 자기 안에 여러 명의 앤이 있다고 말합니다.
There's such a lot of different Annes in me.
내 안에는 서로 다른 앤이 아주 많아요.
지붕에서 떨어져 발목이 부러진 뒤에도 앤은 침상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Isn't it fortunate I've got such an imagination?
나한테 이런 상상력이 있는 게 다행 아닌가요?
초록색으로 변한 머리카락 앞에서 앤은 과장된 비탄을 터뜨리고, 나중에는 이렇게 자기 실수를 헤아립니다.
I am the unhappiest girl in Prince Edward Island.
저는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가장 불행한 소녀예요.
Dyeing my hair cured me of vanity.
머리를 염색한 일이 내 허영을 고쳐 주었다.
8. 도덕과 이야기 클럽
스토리 클럽에서 앤은 이야기마다 도덕이 있다고 항변합니다.
The moral is the great thing.
도덕이 가장 중요하다.
마릴라의 대꾸는 간결합니다.
Learn to work first and talk afterwards.
일을 먼저 배우고 말은 나중에 하라.
이 대비가 이 책의 한 축입니다. 말을 아끼지 않는 앤과 말을 아끼는 마릴라가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는 법을 천천히 배웁니다. 앤이 쓰는 이야기들은 코델리아와 제럴딘, 버트럼 드비어가 나오는 과장된 연애담이고, 스테이시 선생님은 훗날 자기 삶에서 일어날 법한 글만 쓰라고 가르쳐 앤은 이야기 클럽을 접습니다.
9. 퍼프 소매와 매슈
앤이 퍼프 소매를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말수 적은 매슈입니다. 12월 어느 저녁 매슈는 앤의 친구들이 떠드는 모습을 부엌 나무상자 뒤에서 보다가 앤의 옷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카모디 가게에서 여점원 앞에 당황해 갈퀴와 설탕만 사 오는 매슈의 모습은 이 책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앤은 음악회를 허락받은 뒤 이렇게 말합니다.
Matthew understands me, and it's so nice to be understood, Marilla.
매슈 아저씨는 저를 이해해요. 이해받는다는 건 정말 좋아요, 마릴라.
그리고 릴리 메이드 사고 뒤 매슈는 앤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Don't give up all your romance, Anne,
로맨스를 전부 포기하지는 마라, 앤.
10. 가지치기: 자란다는 것
퀸스반에 들어간 앤은 말수가 줄고 키가 마릴라보다 커집니다. 마릴라는 어린 앤이 사라진 듯 홀로 울다 매슈에게 들킵니다.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낭송한 앤을 보며 마릴라가 울음을 터뜨리자, 앤은 이렇게 달랩니다.
I'm only just pruned down and branched out.
저는 가지치기를 해서 가지를 뻗었을 뿐이에요.
화이트샌즈 호텔 연주회에서는 진주 구슬 목걸이를 걸고도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이렇게 선언합니다.
I'm quite content to be Anne of Green Gables
나는 그린 게이블스의 앤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퀸스 겨울에 앤은 시험을 앞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Next to trying and winning, the best thing is trying and failing.
시도해서 이기는 것 다음으로 좋은 것은 시도해서 지는 것이다.
11. 길버트와의 오래된 오기
앤과 길버트의 이야기는 "홍당무" 사건에서 시작해 책 끝의 화해까지 이어집니다. 앤은 석판을 깨고 사탕 하트를 짓밟으며 길버트를 외면하고, 릴리 메이드 사고에서 길버트가 구해 주며 사과해도 거절합니다. 나중에 앤은 이미 오래전에 그를 용서했음을 깨닫지만 내색하지 못합니다. 퀸스에서의 경쟁은 이제 적대가 아니라 훌륭한 상대를 이기는 자부심입니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의 화해는 로맨스의 완성이 아니라 장학금과 교사 자리를 사이에 둔 우정의 시작으로 그려집니다. 길버트가 자기 지원을 철회하고 화이트샌즈로 떠난 것을 린드 부인이 전하는 장면은 이 책의 가장 조용한 선물입니다.
12. 매슈의 마지막 날
36장 끝에서 서술자는 앞으로 올 일을 암시합니다. 매슈는 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I'd rather have you than a dozen boys
나는 열두 명의 사내아이보다 너를 택하겠다.
서술자는 이 저녁을 이렇게 끊습니다.
It was the last night before sorrow touched her life
슬픔이 그녀의 삶에 닿기 전의 마지막 밤이었다.
37장에서 매슈는 접힌 신문을 쥔 채 현관에서 쓰러지고, 그날 밤 마릴라가 앤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말합니다.
I love you as dear as if you were my own flesh and blood
나는 너를 친딸처럼 사랑한다.
앨런 부인의 위로로 일상이 돌아오면서도 앤은 여전히 조시 파이를 좋아하려는 노력은 접습니다. 슬픔 속의 농담입니다.
Josie Pye won't be liked.
조시 파이는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다.
13. 길의 굽이
마지막 장에서 앤은 레드먼드 장학금을 포기하고 마릴라 곁에 남기로 합니다. 앞날을 곧은 길로 그리던 앤은 이렇게 말합니다.
Now there is a bend in it.
이제 그 길에 굽이가 생겼다.
그리고 굽이 너머를 믿겠다고 말합니다.
I'm going to believe that the best does.
나는 가장 좋은 것이 (굽이 너머에) 있다고 믿겠다.
서술자도 같은 생각을 덧붙입니다.
And there was always the bend in the road!
그리고 길에는 언제나 굽이가 있었다!
책의 마지막은 앤의 속삭임입니다.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신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모두 평안하다.
앤이 포기하는 것은 대학이 아니라 곧은 길에 대한 확신이고, 얻는 것은 굽이 너머를 믿는 힘입니다.
14. 이 책을 읽는 방법
『빨간 머리 앤』은 38장이지만 한 장 한 장이 거의 독립된 이야기여서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2장(환희의 하얀 길), 9~10장(린드 부인과 사과), 14장(자수정 브로치), 16장(코디얼), 21장(연고 케이크)의 웃음을 먼저 읽어 보세요. 그다음 25장(퍼프 소매)과 36~38장(매슈의 마지막 날과 길의 굽이)으로 가면 이 책이 어떻게 웃음에서 눈물로 건너가는지 보입니다. 앤의 대사를 따라 읽다 보면 어른의 말이 아이의 말과 어떻게 부딪치고 서로 변하는지가 보입니다. 이 책이 오래 읽히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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