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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832~1849년 발표 작품 수록

The Works of Edgar Allan Poe, Volume 4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집 4권

종탑의 시계와 코, 환상 속의 지옥과 우주의 종말까지, 포가 풍자와 괴기와 철학적 환상을 오가며 쓴 스물세 편의 단편과 대화편

Method is the soul of business.

방법은 사업의 영혼이다.

Man is an animal that diddles

인간은 속이는 동물이다.

한눈에 보기

열세 번 울리는 종탑의 시계, 코 하나로 출세하고 코 때문에 몰락하는 사내, 알파벳 O가 바닥나 모조리 X로 찍힌 신문 같은 소란스러운 풍자극이 앞쪽을 채웁니다. 한가운데에는 불타는 말이 주인을 삼키는 「메첸거슈타인」, 광인이 병원을 차지하는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시스템」, 아내의 시신을 상자에 실은 화가의 항해 「직사각형 상자」 같은 어둡고 기이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뒤로 가면 체스 자동인형의 비밀을 추리로 푸는 논고와 말의 힘,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후 세계의 대화편, 역병의 방에 나타난 그림자의 우화로 분위기가 가라앉습니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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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요점

The Works of Edgar Allan Poe, Volume 4

에드거 앨런 포는 1809년에 태어나 1849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작가로, 추리소설과 공포소설의 선구자로 흔히 꼽힙니다. 이 4권에는 그의 단편 스물세 편이 실려 있습니다. 「종탑의 악마」에서 「그림자—비유」까지 순서대로 읽으면, 포가 괴기 작가이기 전에 잡지 시장을 비꼬는 풍자가이고 논리를 파고드는 에세이스트이며 우주의 끝을 상상하는 환상 작가였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앞쪽 절반은 웃음이 먼저 오는 이야기가 많고, 뒤로 갈수록 문체가 엄숙해지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차갑게 닫힙니다. 한 편 한 편이 짧아 순서와 관계없이 읽어도 됩니다.

줄거리

「종탑의 악마」「라이오니징」

「종탑의 악마」의 화자는 지도에서 벗어난 네덜란드풍 마을 본더보테이미티스를 소개합니다. 원형 계곡에 똑같이 생긴 집 예순 채가 늘어서 있고, 집집마다 해시계와 스물네 그루의 양배추 밭이 있습니다. 주민은 시계와 양배추를 자랑으로 삼고 언덕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믿습니다. 마을의 보물은 시의회 건물 종탑의 일곱 면짜리 큰 시계입니다. 정오 직전, 바이올린을 든 기이한 낯선 젊은이가 언덕을 내려와 종탑으로 뛰어올라 종지기를 때려눕히고 시계를 만지작거립니다. 종이 열두 번이 아닌 열세 번을 치자 마을은 대혼란에 빠집니다. 화자는 그를 쫓아내자고 호소합니다.

「라이오니징」의 화자 로버트 존스는 펌퍼지의 '위대한 사람'입니다. 코를 잡아당기는 것으로 인생을 시작해 아버지의 코 학문(Nosology)을 익히고, 쫓겨난 뒤 팸플릿 한 권으로 장안의 화제가 됩니다. 화가에게 코를 천 파운드에 팔고 귀족 사교계의 스타가 되지만, 알막스 무도회에서 선제후 블러덴너프를 모욕하게 되고 결투 끝에 상대의 코를 쏘아 날려 버립니다. 친구들은 등을 돌리고, 아버지는 코가 없는 사자와는 경쟁할 수 없다고 일러 줍니다.

「단락을 X-ing」「메첸거슈타인」

「단락을 X-ing」의 터치앤고 불릿헤드는 동쪽 출신 편집자로, 서쪽 노폴리스에서 《티팟》을 창간하고 이미 자리 잡은 《가제트》의 존 스미스를 공격합니다. 스미스가 그의 글이 온통 'O'투성이라고 조롱하자 불릿헤드는 O를 잔뜩 넣은 반격 글을 밤새 씁니다. 인쇄소 사환 밥은 활자함에 O가 하나도 없자 직공장의 지시로 모든 O를 X로 바꿔 찍습니다. 이튿날 해괴한 신문에 마을은 발칵 뒤집히고 불릿헤드는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메첸거슈타인」은 헝가리에서 윤회설이 은밀히 믿어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베를리피칭 가문과 메첸거슈타인 가문은 오래된 예언 때문에 대대로 반목합니다. 열다섯 살에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프레데릭 남작이 방탕을 일삼던 중 베를리피칭의 마구간에 불이 납니다. 그가 태피스트리 속 거대한 말을 응시하는 사이 그림 속 말이 움직이고, 같은 모습의 불타는 말이 나타나 그의 것이 됩니다. 늙은 백작은 불길 속에서 죽습니다. 남작은 그 말에 집착하다가 불타는 성으로 말과 함께 뛰어들어 사라집니다.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시스템」

프랑스 남부를 여행하던 화자는 사설 정신병원을 구경하러 들렀다가 원장 마이야르 씨의 환대를 받습니다. 마이야르는 '진정 요법'을 폐기하고 타르와 페더의 새 방식을 쓴다고 말합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기묘하게 차려입은 손님들이 차와 당나귀, 개구리, 수탉 흉내를 내는 환자 이야기를 늘어놓고, 비명이 들리자 모두 겁을 먹습니다. 마이야르가 환자들이 간수를 가둔 일을 전하던 중 창문이 부서지고 광인 무리가 난입합니다. 알고 보니 마이야르 자신이 광인이 된 전 원장이었고, 간수들은 타르칠에 깃털이 붙은 채 갇혀 있다 풀려납니다.

「팅검 밥 씨의 문학 인생」「“블랙우드” 기사 쓰는 법」「곤경」

「구스더럼푸들」의 전 편집자 팅검 밥이 스스로 쓰는 출세기가 「팅검 밥 씨의 문학 인생」입니다. 이발사 아버지의 가게에서 편집자들을 우러르던 그는 시인이 되기로 하고, 옛 책에서 시구를 베껴 '오포델독'이라는 이름으로 잡지 넷에 보냈다가 혹평만 받습니다. 아버지와 지은 두 줄짜리 송가는 「롤리팝」의 크랩 씨 눈에 들어 실리고, 신문들은 서로 칭찬을 쏟아냅니다. 그는 크랩의 조언대로 아버지를 쫓아내고 잡지 지분을 사들여 경쟁지들을 하나로 합쳐 문단을 장악합니다.

「“블랙우드” 기사 쓰는 법」에서는 필라델피아 문학 모임의 서기 프시케 제노비아 부인이 스스로를 소개하고, 블랙우드 씨를 찾아가 '감각' 기사 작법을 배웁니다. 펜은 뭉툭하게 두고 글씨는 알아볼 수 없게 쓸 것, 위험한 곤경을 겪고 그 감각을 적을 것, 여러 문체를 섞을 것, 외국어 인용으로 박식함을 꾸밀 것을 가르칩니다. 닭뼈에 질식하는 글을 쓸 계획을 세운 그녀는 하인 폼페이와 강아지 다이애나를 데리고 에든버러로 모험을 찾아 나섭니다. 이어지는 「곤경」이 바로 예고된 그 '블랙우드 기사' 본문입니다. 대성당 종탑에 오른 세 일행 중 폼페이가 외투 자락을 밟아 넘어지는 소동 끝에 시계 문자판의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고, 시계 분침이 서서히 내려와 목을 베어 갑니다. 두 눈이 빠지고 마침내 머리가 떨어지지만 몸과 머리가 서로 대화를 나눕니다. 폼페이는 도망치고 다이애나는 쥐에게 당한 듯하며, 마지막은 "이제 끝났다"는 한마디입니다.

「신비화」「디들링」

「신비화」의 화자는 헝가리 귀족 리츠너 폰 융 남작과 대학가에서 사귑니다. 남작은 장난을 쳐 놓고 오히려 그것을 막으려 애쓰는 척하는 '신비화'의 달인입니다. 술자리에서 결투 예법을 자랑하는 헤르만이 남작을 모욕하자, 남작은 거울에 비친 헤르만의 상에 술병을 던져 앙갚음합니다. 화자가 헤르만의 입회인이 되어 오가는 편지에서, 남작은 해명 대신 헤델린의 결투 논문 한 대목을 가리키고 헤르만은 이를 흡족한 사과로 받아들입니다. 그 논문은 사실 짜 맞춘 헛소리이며, 헤르만은 모른다고 말하기 싫어서 속아 넘어갑니다.

「디들링」은 부제 그대로 '정밀과학의 하나로 본' 사기술에 관한 풍자 에세이입니다. 인간은 '속이는 동물'이며 디들링은 정밀과학이라 할 만하다는 것이 논지입니다. 디들러의 성분을 소규모, 이해타산, 끈기, 재주, 대담, 태연, 독창성, 뻔뻔함, 웃음으로 나누어 하나씩 풀이한 뒤, 가구점 사칭, 거스름돈 사기, 줍는 지갑, 다리 통행세, 개가 삼키는 어음, 반지 위조 등 수법을 사례로 듭니다. 끝은 점잖은 사업가로 꾸민 사내가 점원들에게 보증금 오십 달러를 받고 하숙집에서 사라지는 장면입니다.

「이상한 천사」「미래의 사람들」

「이상한 천사」(부제 '엉터리 소동극')는 쌀쌀한 11월 오후, 과식하고 취기가 오른 화자가 신문에서 '퍼프 더 다트' 놀이 중 바늘을 삼켜 죽은 사람의 기사를 읽고 그런 기이한 사고는 거짓말이라고 호통치면서 시작됩니다. 그러자 술통 몸통에 병 팔을 단 독일어 사투리의 '이상한 천사'가 나타나 병으로 이마를 때리고 자신이 기이한 사고를 주관한다고 밝힙니다. 화자가 비웃자 천사는 분노하고, 이후 건포도 줄기가 시계를 멈추게 해 약속에 늦고, 촛불로 집이 타고, 돼지 때문에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청혼과 자살 시도마다 우스꽝스러운 불운이 이어집니다. 기구에 매달린 화자를 천사가 믿음을 시험하다 줄을 끊고, 눈을 뜨니 벽난로 앞입니다. 말미에는 편집자 주가 붙어 있습니다.

「미래의 사람들」은 포가 《레이디스 북》 편집자에게 보내는 짧은 서문 뒤, 서기 2848년 4월 1일부터 8일까지 기구 "스카이락"호에서 푼디타가 친구에게 쓰는 편지로 이어집니다. 화자는 지루함을 달래며 천 년 전 사람들을 조롱합니다. 연역과 귀납이라는 두 길만 인정한 옛 철학을 기어가는 길이라 비웃고, 직관과 상상, 일관성이야말로 진리의 대로라고 주장합니다. 민주공화정은 폭민(Mob)의 전제로 끝났다고 말하고, 동행 펀딧이 판독한 워싱턴 기념비 주춧돌 명문을 오독해 콘월리스가 소시지용이었다고 풀이합니다. 기구가 터지며 편지는 병에 밀봉됩니다.

「오믈렛의 공작」「직사각형 상자」

미식가 드 로멜레트 공작은 페루에서 온 오르톨랑 요리가 종이도 없이 홀딱 벗겨져 나온 것을 보고 역겨움으로 숨을 거둡니다. 사흘 뒤 눈을 뜬 그는 악마 바알세붑 앞에서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거절하지만, 입은 옷이 수의임을 듣고 화려하고 두려운 지옥의 방을 둘러봅니다. 창밖의 불길과 비명 같은 선율에 겁에 질리면서도 프랑스인답게 기운을 되찾고, 펜싱이 안 되는 악마에게 에카르테 카드 승부를 제안합니다. 교묘하게 카드를 숨겨 왕패를 내밀어 이기고 풀려납니다.

「직사각형 상자」의 화자는 "인디펜던스"호를 타며 친구인 화가 코넬리우스 와이어트가 객실 세 칸을 잡은 것을 의아해합니다. 출항이 일주일 미뤄진 뒤 나타난 와이어트 부인은 평범하고 천박해 보였고, 와이어트는 침울하며, 그의 방에 놓인 길쭉한 상자를 그림이라 짐작한 화자는 놀리려다 와이어트를 발작하게 만듭니다. 밤마다 부인이 여분 객실로 사라지고 상자를 여닫는 소리와 흐느낌이 들립니다. 폭풍으로 배가 난파하고, 구명보트에서 와이어트는 상자를 구하려 배로 되돌아가 상자에 몸을 묶고 바다에 빠집니다. 후일 하디 선장이 밝히기를 진짜 아내는 출항 당일 죽었고, 시신은 소금에 묻혀 상자에 실렸으며, 부인 노릇은 시녀가 했습니다.

「호흡곤란」「다 써버린 사람」

「호흡곤란」은 결혼 다음 날 아침 아내를 마구 욕하던 라코브레스가 갑자기 숨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목구멍 소리만 남은 채 이를 감추려 하면서 시작됩니다. 집을 샅샅이 뒤져 이웃 윈데너프가 아내에게 보낸 연애편지만 찾고, 외국으로 도망치려 연극 배우를 가장한 채 우편마차를 탑니다. 마차 안에서 시체로 오인받아 던져지고, 외과의에게 팔려 귀가 잘리고 해부될 뻔하다가 창밖으로 뛰어내려 교수형 수레에 떨어져 대신 교수대에 오릅니다. 죽지 못한 그는 공동 납골당에서 관들을 뒤지다 숨을 두 개 가진 윈데너프를 만나, 협상 끝에 자기 숨을 되찾습니다. 서명은 리틀턴 배리입니다.

「다 써버린 사람」의 화자는 부가부-키카푸 전쟁의 영웅인 잘생긴 준장 존 A. B. C. 스미스에게 매료되어 그의 비밀을 알고자 합니다. 교회, 극장, 파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스미스라고요, 그 사람이 바로…" 하고 말끝을 흐리며 딴소리로 새고, 화자는 번번이 답을 듣지 못합니다. 마침내 장군 숙소를 찾아가 바닥의 이상한 보따리가 말을 하는 것에 질겁합니다. 시종 폼페이가 의족, 의수, 어깨, 가슴, 가발, 치아, 눈, 입천장을 차례로 끼워 맞추자 보따리는 위풍당당한 스미스 장군이 됩니다. 인디언과의 전투에서 몸이 거의 망가진 그가 바로 "다 써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사업가」「조경 정원」「멜젤의 체스 플레이어」

「사업가」의 화자 피터 프로핏은 방법을 신봉합니다. 어릴 적 아일랜드 유모가 머리를 침대 기둥에 박은 덕에 질서의 혹이 생겼다고 자랑하며 천재를 혐오합니다. 그는 재단사 컷 앤 컴어게인 상회의 걸어 다니는 광고, 눈엣가시 사업, 폭행 사업, 길 쓸기, 개 진흙 튀기기, 거리 악사, 가짜 우편, 마지막으로 고양이 꼬리 사육까지 여덟 가지 장사를 거칩니다. 장부에는 터무니없는 이득을 적어 두고 모든 실패를 방법의 승리로 포장하는 반어적 풍자극입니다.

「조경 정원」의 화자는 행복하게 타고난 친구 엘리슨을 소개합니다. 엘리슨은 야외 운동, 여인의 사랑, 야망 경멸, 정신적 목표라는 행복의 네 원칙을 믿었고, 조상 시브라이트 엘리슨이 백 년간 불려 둔 막대한 재산을 스물한 살에 상속받습니다. 그는 시인의 감수성을 풍경 조성에서 찾습니다. 자연은 구도에 결함이 있고, 천사 같은 존재가 돌보는 듯한 제2의 자연을 지을 때 참된 예술이 된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며, 이를 실현해 행복을 얻습니다.

「멜젤의 체스 플레이어」는 수필적 탐정 논고입니다. 화자는 카뮈의 마차, 마야르데의 마술사, 보캉송의 오리, 배비지의 계산기를 먼저 들고, 계산은 확정된 단계를 따르지만 체스는 상대의 의지로 불확정이라 터키인 자동인형은 순수 기계일 수 없다고 논증합니다. 이어 켐펠렌 남작이 만든 장치와 멜젤의 전시 절차를 묘사하고 앞선 설명들을 비판한 뒤, 상자 안에 사람이 숨어 있다는 해법을 제시합니다. 열일곱 가지 관찰이 근거이며, 왼팔로 두는 이유는 숨은 사람의 오른팔 때문이라는 추론이 압권입니다.

「말의 힘」「모노스와 우나의 대화」「에이로스와 차미온의 대화」「그림자—비유」

「말의 힘」은 죽은 뒤 천상에서 영혼 오이노스와 아가토스가 나누는 대화입니다. 아가토스는 행복이 아는 것이 아니라 알아 가는 데 있다고 가르치고, 신은 태초에만 창조했으며 이후는 법칙을 통한 간접 창조라고 설명합니다. 손짓 하나가 공기에 영원한 파동을 남기듯 모든 움직임은 에테르에 끝없는 결과를 낳는다는 논지에서 말 한마디도 공기의 충격임이 드러납니다. 끝에서 아가토스는 사랑하는 이의 발치에서 말로 한 별을 태어나게 한 일을 눈물로 고백합니다.

「모노스와 우나의 대화」에서는 죽어서 다시 만난 연인이 지난 일을 이야기합니다. 모노스는 문명이 지식과 기계 문명, 평등과 민주주의를 앞세우다 취향을 잃고 지구의 노년을 재촉했다고 비판하며, 인류가 '거듭나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열병 끝에 죽음에 이르러 감각이 뒤섞이고 시간 감각만 남은 채 매장되어 몸이 썩어 가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합니다. 우나의 관이 내려오던 때의 희미한 빛이 사랑의 마지막 감각으로 남고, 이윽고 존재감도 사라져 장소와 시간만 남습니다.

「에이로스와 차미온의 대화」는 죽은 뒤 새 이름을 얻은 에이로스에게 먼저 사후 세계에 온 차미온이 지구가 어떻게 끝났는지 묻는 이야기입니다. 에이로스는 새 혜성이 발견되자 천문학자들이 접촉을 예측했고, 처음엔 공포가 일었으나 혜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안심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대기의 질소가 빠져 산소만 남는 위험이 드러나 광란이 일고, 혜성의 핵이 닥치자 대기 전체가 불길로 변하며 지구가 끝납니다. 성경의 불의 종말 예언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마지막 「그림자—비유」는 고대 도시 프톨레마이스에서 그리스인 오이노스가 기록하는 형식입니다. 역병이 퍼진 불길한 해에 일곱 사람이 놋쇠 문이 달린 방에 모여 포도주를 마시고 아나크레온의 노래를 부르는데, 방 안에는 역병으로 죽은 청년 조일루스가 수의에 싸여 누워 있습니다. 노래가 잦아들 즈음 검은 휘장에서 사람도 신도 아닌 그림자가 나와 문 위에 멈춥니다. 오이노스가 이름과 거처를 묻자 그림자는 자신을 그림자라 하고, 목소리가 죽은 수많은 벗들의 음성임을 알아챈 일곱 사람은 공포에 질립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시계와 양배추의 마을

「종탑의 악마」는 변화를 거부하는 공동체에 대한 우화입니다. 마을의 신조는 속담 한 줄에 담겨 있습니다.

no good can come from over the hills

언덕 너머에서는 좋은 것이 오지 않는다.

시의회의 결의는 이를 더 분명히 합니다.

That we will stick by our clocks and our cabbages.

우리는 시계와 양배추를 끝까지 지킬 것이다.

낯선 젊은이가 종을 열세 번 치게 하는 순간 질서는 무너집니다.

Mein Gott, it is Dirteen o’clock!!

맙소사, 열세 시야!!

정확함을 자랑하던 마을이 숫자 하나에 무너지는 모습이 이 풍자의 핵심입니다.

2. 코와 허영: 라이오니징

「라이오니징」의 주인공은 인생의 방향을 코에서 얻습니다.

I determined to follow my nose.

나는 코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코를 따른다'는 관용구를 글자 그대로 밀어붙인 이 농담은 사교계의 스타가 된 뒤에도 이어집니다.

I turned up my nose, and I spoke of myself.

나는 코를 치켜들고 내 이야기만 했다.

코가 날아간 뒤 아버지의 풍자는 인기의 덧없음을 한 줄로 요약합니다.

there is no competing with a lion who has no proboscis at all.

코가 아예 없는 사자와는 경쟁할 수 없다.

3. O가 사라진 신문

「단락을 X-ing」는 신문 싸움을 활자함의 사고로 끝내는 이야기입니다. 존 스미스의 조롱은 이렇습니다.

Why, the fellow is all O!

아니, 저 친구는 온통 O투성이잖아!

불릿헤드의 반격 글은 일부러 유치합니다.

Does your mother know you’re out?

어머니는 네가 밖에 나온 걸 아시니?

그러나 정작 낭패는 사환의 하소연에서 시작됩니다.

I can’t never set up nothing without no o’s.

O 없이는 아무것도 못 짜겠어요.

말싸움이 인쇄 현장의 물리적 한계에 걸려 넘어지는 구조가 이 짧은 소극의 재미입니다.

4. 불타는 말: 메첸거슈타인

제사부터 이 이야기가 윤회와 복수에 관한 것임을 알립니다.

Pestis eram vivus—moriens tua mors ero.

살아서는 역병이었고, 죽어서는 너의 죽음이 되리라.

서두는 공포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는 선언입니다.

Horror and fatality have been stalking abroad in all ages.

공포와 숙명은 모든 시대에 걸쳐 돌아다녀 왔다.

태피스트리 속 말에 사로잡히는 순간은 포가 최면 같은 몰입을 그리는 방식을 보여 줍니다.

The longer he gazed the more absorbing became the spell

오래 응시할수록 그 마력은 더 깊이 빨아들였다.

이 책에서 가장 정통 고딕에 가까운 단편이 맨 앞쪽에 놓인 셈이며, 풍자극 사이에서 분위기를 한 번 뒤집는 역할도 합니다.

5. 광인이 병원을 차지할 때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시스템」은 정상과 광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식탁에서 오가는 충고부터 의심스럽습니다.

Believe nothing you hear, and only one-half that you see.

들은 것은 아무것도 믿지 말고, 본 것도 절반만 믿어라.

광인이 너무 멀쩡해 보일 때의 역설은 이 이야기의 열쇠입니다.

it is high time to put him in a straitjacket.

그를 구속복에 넣을 때가 되었다.

마이야르가 제 '치료법'을 자화자찬하는 말도 반어로 읽힙니다.

simple—neat—and gave no trouble at all—not the least.

간단하고 깔끔하며, 조금도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화자가 끝까지 속는 구조 덕분에 독자도 같은 속임수에 걸려드는 것이 이 단편의 묘미입니다.

6. 잡지 시장과 감각 기사

「팅검 밥 씨의 문학 인생」과 「“블랙우드” 기사 쓰는 법」, 그리고 「곤경」은 한 줄로 이어진 잡지 풍자입니다. 팅검 밥은 아버지에게 선언하며 이발소를 떠납니다.

but I have a soul above lather.

하지만 저는 비누거품 위의 영혼을 가졌습니다.

그의 성공담은 이렇게 갈무리됩니다.

I awoke and found myself famous.

눈을 떠 보니 나는 유명해져 있었다.

블랙우드 씨의 작법은 독자를 속이는 요령 모음입니다.

when manuscript can be read it is never worth reading.

읽을 수 있는 원고는 읽을 가치가 없다.

그리고 이 작법이 「곤경」에서 실제 글로 구현됩니다.

Down, down, down it came, closer and yet closer.

내려오고, 내려오고, 또 내려왔다. 점점 더 가까이.

유명해지는 비결과 감각 기사의 비결이 모두 속임수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두 이야기는 서로를 비춥니다.

7. 신비화: 이해 못 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

「신비화」의 남작은 장난의 바탕이 변덕이라는 점이 먼저 소개됩니다.

Continually enveloped in an atmosphere of whim

늘 변덕의 기운에 싸여 있는

속아 넘어가는 헤르만의 성격이 이 단편의 요점입니다.

Hermann would have died a thousand deaths rather than acknowledge his inability to understand

헤르만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느니 천 번이라도 죽었을 사람이다.

남을 속이는 기술보다 속는 사람의 허영을 파고드는 이야기이며, 다음 편 「디들링」의 이론적 예고편처럼 읽힙니다.

8. 정밀과학으로서의 사기

「디들링」은 능청스러운 첫 문장으로 문을 엽니다.

Since the world began there have been two Jeremys.

세상이 생긴 뒤로 제러미는 둘 있었다.

핵심 명제와 그 근거가 이어집니다.

Man is an animal that diddles

인간은 속이는 동물이다.

A crow thieves; a fox cheats; a weasel outwits; a man diddles.

까마귀는 훔치고, 여우는 속이고, 족제비는 앞지르고, 사람은 디들한다.

마지막 덕목으로 웃음을 꼽는 대목은 사기꾼의 뻔뻔함을 예술의 일부로 다루는 포의 익살을 보여 줍니다.

a diddle would be no diddle without a grin.

웃음이 없는 디들은 디들이 아니다.

9. 이상한 천사와 기이한 사고

「이상한 천사」의 화자는 기이한 사고가 거짓이라고 단언하다 벌을 받습니다. 천사의 정체는 이렇게 밝혀집니다.

Te angel ab not te wing, and I am te Angel ov te Odd.

천사에게 날개는 없고, 나는 기이함의 천사다.

화자의 호언은 오히려 천사의 논리를 뒷받침합니다.

is by far the oddest accident of all

단연코 가장 기이한 사고이다.

결구는 이 모든 소동이 꿈이 아니라 복수였음을 알립니다.

Thus revenged himself the Angel of the Odd.

이렇게 기이함의 천사는 복수를 했다.

10. 2848년의 오만

「미래의 사람들」은 미래인의 시선으로 현재를 비웃지만, 그 미래인도 우스꽝스럽게 틀립니다. 허세가 담긴 한마디가 이렇습니다.

Never tell me again that I am not at heart an antiquarian.

내가 마음속 골동품 애호가가 아니라는 말은 다시는 하지 마라.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은 이렇습니다.

democracy is a very admirable form of government—for dogs.

민주주의는 정말 훌륭한 정부 형태다. 개들에게는.

그리고 기념비 명문의 오독입니다.

Lord Cornwallis was surrendered (for sausage)

콘월리스 경은 (소시지용으로) 넘겨졌다.

천 년 뒤의 사람들이 현재를 얼마나 쉽게 오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시대를 얼마나 확신하는지를 한꺼번에 비꼬는 구조입니다.

11. 오르톨랑에 죽은 공작

「오믈렛의 공작」은 서두부터 허세입니다.

Keats fell by a criticism.

키츠는 비평 하나에 쓰러졌다.

공작은 더 하찮은 이유로 죽습니다.

De L’Omelette perished of an ortolan.

드 로멜레트는 오르톨랑 한 마리에 목숨을 잃었다.

악마와의 승부를 마친 그의 작별 인사는 재치로 마무리됩니다.

Had Alexander not been Alexander, he would have been Diogenes

알렉산드로스가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

지옥조차 미식가의 취향과 기지로 통과하는 가벼운 환상극입니다.

12. 상자와 그 안의 것

「직사각형 상자」는 사건이 끝난 뒤의 후유증으로 마무리됩니다.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There is a countenance which haunts me, turn as I will.

어디로 돌아서도 나를 따라다니는 얼굴이 하나 있다.

There is an hysterical laugh which will forever ring within my ears.

내 귓속에서 영원히 울릴 히스테릭한 웃음소리가 있다.

화자의 오판이 이야기의 구조를 만듭니다. 그는 와이어트 부인의 정체를 끝까지 잘못 읽고, 진실은 선장의 설명으로만 드러납니다. 슬픔을 숨긴 남자의 행동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이고, 사정을 알고 나면 가슴 아프게 읽히는 이야기입니다.

13. 숨이 없는 남자

「호흡곤란」의 화자는 숨을 잃은 자신을 모순으로 규정합니다.

alive, with the qualifications of the dead—dead, with the propensities of the living

죽은 자의 자격을 가진 산 자이며, 산 자의 성향을 가진 죽은 자.

교수형을 당하고도 죽지 못한 뒤의 농담은 이렇습니다.

to write upon such a theme it is necessary to have been hanged

그런 주제로 글을 쓰려면 목을 매달려 본 적이 있어야 한다.

납골당에서는 시구와 현실이 어긋납니다.

Death’s a good fellow and keeps open house

죽음은 좋은 친구라 늘 문을 열어 둔다.

끝없이 떠드는 윈데너프의 독백은 이 소극에서 가장 우스운 장면을 만듭니다.

Interruptions are annoying and should undoubtedly be abolished—don’t you think so?

말을 끊는 건 짜증스러우니 당연히 없애야 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14. 말끝을 흐리는 사람들

「다 써버린 사람」은 모두가 아는 비밀을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화자가 번번이 답을 듣지 못하는 장면은 이렇게 끝납니다.

Mrs. O’Trump, she went on, and I—I went off.

오트럼프 부인은 계속 말했고, 나는 자리를 떠났다.

정보는 없고 잡담만 흘러넘치는 파티 장면이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화자는 영웅의 실체를 한꺼번에 목격합니다. 인공 부품으로 만들어진 위대함이라는 풍자는 군인 숭배뿐 아니라 겉모습을 사 오는 사회 전체를 겨냥합니다.

15. 방법과 장부의 사업가

「사업가」는 서두의 격언부터 자기 확신입니다.

Method is the soul of business.

방법은 사업의 영혼이다.

If there is any thing on earth I hate, it is a genius.

이 세상에서 내가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천재다.

1페니 시비 앞에서도 원칙을 내세우고, 장부를 앞세워 실패를 지웁니다.

Business is business, and should be done in a business way.

사업은 사업이니 사업답게 해야 한다.

Now, the Day-Book is a thing that don’t lie.

그런데 장부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물건이지.

수완 좋은 사업가의 자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번 당하는 사람의 기록이라는 반어가 웃음의 원천입니다.

16. 인공의 자연과 기계 속의 사람

「조경 정원」의 엘리슨은 인공 조성을 옹호하고, 포는 그를 가장 넓은 뜻의 시인으로 규정합니다.

The original beauty is never so great as that which may be introduced.

본래의 아름다움은 새로 들여올 수 있는 아름다움만큼 크지 않다.

In the widest and noblest sense, he was a poet.

가장 넓고 고귀한 뜻에서, 그는 시인이었다.

「멜젤의 체스 플레이어」는 같은 안목을 논리 쪽으로 돌립니다. 포는 자동인형이 마음의 지배를 받는다고 단언하고, 결정적 단서를 한 문장으로 던집니다.

It is quite certain that the operations of the Automaton are regulated by mind

자동인형의 작동이 마음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은 아주 확실하다.

The Turk plays with his left hand.

터키인은 왼손으로 둔다.

멜젤의 답은 질문을 피해 가는 말뿐이었다고 합니다.

I will say nothing about it.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예술이 자연을 다듬는다는 믿음과 추리가 기계 속의 사람을 찾아낸다는 믿음은 모두 지성의 힘을 신뢰하는 같은 태도에서 나옵니다.

17. 말, 죽음, 종말, 그림자

「말의 힘」의 아가토스는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칩니다.

Ah, not in knowledge is happiness, but in the acquisition of knowledge!

아, 행복은 앎에 있지 않고 앎을 얻어 가는 데 있다!

Is not every word an impulse on the air?

모든 말은 공기에 주는 충격이 아닌가?

「모노스와 우나의 대화」에서는 이별의 공포로 사랑이 괴로워진 심정이 나옵니다.

Hate would have been mercy then.

차라리 증오가 자비였을 것이다.

「에이로스와 차미온의 대화」에서 사후 세계의 특징은 이렇게 전해집니다.

Dreams are with us no more

꿈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다.

마지막 「그림자—비유」에서 그림자는 자신을 밝히고 일곱 사람은 공포에 질립니다.

I am SHADOW, and my dwelling is near to the Catacombs of Ptolemais

나는 그림자이며, 내 거처는 프톨레마이스의 지하 묘지 가까이에 있다.

책의 맨 앞에서 시계가 열세 번 울렸다면 맨 뒤에서는 시간이 사라집니다. 웃음으로 시작한 모음집이 차갑고 엄숙한 우화로 끝나는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이 책은 스물세 편이 서로 독립되어 있어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시작하려면 「종탑의 악마」와 「라이오니징」, 「단락을 X-ing」의 소동극을 먼저 읽어 보세요. 포의 괴기를 맛보려면 「메첸거슈타인」과 「직사각형 상자」, 반전을 즐기려면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시스템」과 「다 써버린 사람」이 알맞습니다. 「팅검 밥 씨의 문학 인생」부터 「곤경」까지의 잡지 풍자는 순서대로 읽을 때 연결이 보입니다. 논리를 좋아한다면 「멜젤의 체스 플레이어」를, 철학적 환상을 원한다면 「말의 힘」에서 「에이로스와 차미온의 대화」까지의 대화편을 권합니다. 포의 풍자는 당대 잡지와 사교계의 관행을 배경으로 하지만, 허세와 속임수, 겉모습에 속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 읽어도 낯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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