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35~1844년경 발표 작품 수록
The Works of Edgar Allan Poe, Volume 3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집 3권
밀항 소년의 남극 항해와 '하얀 거인'의 장막, 죽은 아내가 돌아오는 밤, 안경 한 벌이 부른 웃음까지 포의 장편 하나와 단편 여섯을 묶은 한 권
My name is Arthur Gordon Pym.
내 이름은 아서 고든 핌이다.
I am dying, yet shall I live.
나는 죽어 가지만, 그래도 살 것이다.
한눈에 보기
책의 앞 3분의 2는 장편 『A. 고든 핌의 이야기』다. 낸터킷의 소년 핌이 친구 아버지의 배 그램퍼스호에 밀항했다가 반란, 난파, 시체로 가득한 배, 제비뽑기와 굶주림을 겪고 제인 가이호에 구조된다. 배는 남극 바다로 나아가 흰 것을 두려워하는 원주민의 섬 찰랄에 닿고, 협곡의 매몰과 탈출을 거쳐 핌과 피터스는 카누로 하얀 장막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가 끊긴다. 이어 「리게이아」는 죽은 첫 아내가 새 아내의 시신을 빌려 돌아오는 밤, 「모렐라」는 어머니의 이름을 물려받은 딸, 「험준한 산맥 이야기」는 환상 속 죽음과 철자의 암호, 「안경」은 눈 나쁜 청년의 소동, 「역병의 왕」은 봉쇄된 런던의 두 선원, 「일주일에 세 번의 일요일」은 날짜 변경선이 푼 결혼 조건을 다룬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 쥘 베른 『해저 2만 리』 (Twenty Thousand Leagues Under the Sea)
한 권 요점
The Works of Edgar Allan Poe, Volume 3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집 3권』은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묶은 전집의 세 번째 권입니다. 포는 1809년에 태어나 1849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권에 실린 작품은 대체로 1830년대 중반에서 1840년대 중반 사이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성은 둘로 나뉩니다. 앞부분은 서문과 25장으로 이루어진 장편 『A. 고든 핌의 이야기』이고, 뒤에 「제3권에 대한 주석」이 붙습니다. 그 뒤에 단편 여섯 편, 곧 「리게이아」, 「모렐라」, 「험준한 산맥 이야기」, 「안경」, 「역병의 왕」, 「일주일에 세 번의 일요일」이 이어집니다. 장편은 항해 기록처럼 담담한 문장으로 공포를 쌓아 올리고, 단편들은 죽음과 환생의 기괴함에서 시작해 날짜 계산 같은 말장난의 유쾌함까지 폭넓게 오갑니다. 하나로 이어 주는 것은 포가 거듭 던지는 물음입니다. 믿기 어려운 일을 담담하게 말하는 목소리를 우리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줄거리
서문과 제1~3장: 항해 기록의 틀, 밀항, 짐칸의 어둠
서문에서 화자 아서 고든 핌은 남태평양 등지에서 돌아온 뒤 버지니아 리치먼드의 신사들이 항해 기록을 내라고 권했으나, 일기를 쓰지 않아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는 데다 이야기가 너무 놀라워 허구로 여겨질까 망설였다고 밝힙니다. 『남부 문학 메신저』의 편집자 포 씨가 소설 형식으로 앞부분을 먼저 싣자고 해 1837년 1·2월호에 실렸는데 독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이제 전체를 직접 펴낸다는 설명입니다. 포가 쓴 대목과 자기 대목은 문체로 쉽게 구별된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이 서문이 책 전체를 실화처럼 보이게 하는 첫 장치입니다.
낸터킷 출신의 핌은 학교 친구 아우구스투스 바너드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에 끌려 항해를 동경합니다. 어느 늦가을 밤 파티가 끝난 뒤 만취한 아우구스투스가 돛배 아리엘호를 타고 나가자고 하더니 곧 쓰러지고, 핌은 혼자 배를 몰다가 고래잡이배 펭귄호에 들이받힙니다. 항해사 헨더슨이 선장 블록의 외면에도 수색에 나서 두 소년을 모두 건집니다. 하지만 사고는 핌의 열망을 꺼뜨리지 않고 오히려 더 키웁니다. 18개월 뒤 아우구스투스의 아버지가 선장을 맡은 낡은 브릭 그램퍼스호가 출항을 준비하자, 핌은 가족을 거짓 편지로 속이고 밀항하기로 합니다. 길에서 마주친 외할아버지도 변장으로 따돌립니다. 아우구스투스가 선실 바닥 뚜껑 아래 짐칸에 마련해 둔 상자에 숨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고 물이 바닥납니다. 악몽 속에서 가슴을 짓누르던 사자 같은 것은 개 타이거였고, 핌은 개 등에 묶인 쪽지를 발견합니다.
어둠 속에서 핌은 인 조각을 문질러 쪽지를 읽으려다 한 면만 보고 찢어 버립니다. 타이거가 조각을 모아 오지만 반대 면에서 겨우 "피로 쓴다, 네 목숨은 숨어 있는 데 달렸다"는 끝말만 읽고 공포에 질립니다. 갈증과 열병 속에서 타이거가 미친 듯 덤벼들자 핌은 간신히 상자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병을 깨뜨린 소리에 아우구스투스가 부르지만 핌은 한참 말을 못 하다가 칼을 떨어뜨려 소리로 신호를 보냅니다. 마침내 친구가 다가와 물병을 입에 대 줍니다.
제4~6장: 반란의 전말과 짐칸의 일상
물과 감자로 기운을 차린 핌에게 아우구스투스가 지난 일을 들려줍니다. 출항 뒤 일등항해사와 요리사가 반란을 일으켜 선장을 다치게 하고 충성스러운 선원 스물두 명을 바다에 던졌다는 것입니다. 원주민 혈통이 섞인 작은 키의 괴력 작살잡이 디르크 피터스가 반란 중에도 아우구스투스의 목숨을 지켜 줍니다. 선장과 네 사람은 물과 비스킷만 받고 돛도 노도 나침반도 없는 작은 보트에 실려 어둠 속으로 떠밀려 갑니다. 아우구스투스는 핌을 구하러 선실로 내려갔다가 짐칸 입구 위에 낡은 쇠사슬이 얹혀 열 수 없음을 알고, 그 일 때문에 오히려 수갑에 묶여 선수 쪽에 갇힙니다.
수갑에서 손을 빼낸 아우구스투스는 칸막이 판자를 칼로 잘라 구멍을 내고, 자기 피로 쓴 쪽지를 개 몸에 묶어 짐칸으로 내려보냅니다. 반란자들은 해적질이냐 남태평양이냐로 갈려 다투고, 피터스는 남태평양 낙원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밤에 짐칸에 내려간 아우구스투스는 길이 막히자 핌이 죽었다고 여겨 울다가, 핌이 던진 병 깨지는 소리를 듣고 되돌아와 거듭 부른 끝에 마침내 상자에 닿습니다. 굶주림에서 풀려난 핌은 선수 선실 구멍 곁에 숨어 지내며, 화자는 그램퍼스호의 엉터리 적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곡물 짐이 쏠려 침몰한 파이어플라이호 사례까지 들어 길게 논합니다. 피터스가 취한 척했을 뿐 핌 편임이 밝혀지고, 7월 3일부터 9일까지의 일지에는 반란자들 사이의 다툼과 죽음이 이어져 선원이 열세 명으로 줄었다는 기록이 남습니다.
제7~8장: 로저스의 유령
7월 10일 피터스 편이던 로저스가 독살로 의심되는 증세로 죽고, 요리사마저 항해사 편으로 넘어가 피터스는 고립됩니다. 피터스와 아우구스투스는 핌의 존재를 밝히고 셋이서 배를 되찾기로 합니다. 폭풍 속 정지 항해를 설명하는 항해 지식 대목을 지나, 핌은 항해사의 미신적 공포를 이용해 로저스의 시체로 분장하는 계략을 냅니다. 망보던 앨런을 피터스가 바다에 던지고, 셋은 펌프 손잡이로 무장한 채 분장을 마칩니다.
핌은 시체처럼 꾸민 모습으로 갑판에 올라 선실을 엿봅니다. 반란자들은 호넷호와 합류해 해적질을 하려는 계획을 말하고, 부선장은 피터스와 핌을 바다에 던지자는 뜻을 비칩니다. 피터스가 미신 이야기로 분위기를 몰아가자 핌이 유령처럼 나타나 부선장은 즉사하고 나머지는 얼어붙습니다. 격투 끝에 타이거까지 가세해 존스 등을 제압하고 파커만 살려 배를 장악하지만, 폭풍이 닥쳐 돛대 둘을 잘라 내고 방향타마저 잃으며 큰 파도가 선실을 덮칩니다.
제9~10장: 난파선 위의 갈증, 죽은 배
핌, 피터스, 아우구스투스, 파커 네 사람은 해가 지기 전 양묘기 잔해에 몸을 묶어 간신히 살아남습니다. 빈 기름통을 실은 배는 가라앉지 않는다는 말에 희망을 얻고, 밤새 파도에 시달린 끝에 정오에 바람이 잦아듭니다. 핌은 환각을 겪다 깨어나 칼로 파커와 피터스, 기절했던 아우구스투스를 풀어 줍니다. 사흘 넘게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그들은 침수된 선실로 피터스를 잠수시켜 식량을 찾지만 네 번 모두 실패하고, 창고 문이 잠겨 있음을 알고 눈물을 쏟은 뒤 함께 기도합니다.
기도 직후 아우구스투스가 큰 범선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네 사람은 구조의 기쁨에 미친 듯 환호합니다. 그러나 배가 가까워지자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갑판에는 썩어 가는 시체가 이삼십 구 널려 있습니다. 뱃머리에서 웃으며 손짓하던 사내도 시체였고 갈매기가 그 등을 쪼고 있었습니다. 갈매기가 떨어뜨린 살점을 핌이 먹을 뻔하다 아우구스투스의 눈빛에 정신을 차리고 바다에 던집니다. 배는 그대로 멀어지고, 핌은 황열병 같은 원인을 추측해 보지만 끝내 수수께끼로 남습니다.
제11~13장: 제비뽑기와 구조
멍하니 하루를 보낸 뒤 피터스가 다시 창고 문을 열려다 실패하고, 핌이 잠수해 포트와인 한 병을 건져 오지만 친구들은 몰래 다 마시고 취해 헛소리를 합니다. 핌은 바닷물에 담가 그들을 깨우고 다시 잠수하지만 칼과 빈 항아리, 담요만 건집니다. 엿새째 굶주림에 모두 쇠약해져 환각에 빠지고, 지나가던 배도 방향을 틀어 사라집니다. 그때 파커가 제비뽑기로 한 사람이 죽어 나머지를 살리자고 제안합니다.
핌은 파커를 설득하고 위협까지 하지만 파커가 칼을 뽑아 덤비고 피터스가 말리는 사이 제안이 모두에게 알려집니다. 아우구스투스와 피터스도 찬성하자 핌은 한 시간 유예를 얻습니다. 안개가 걷혀도 배는 보이지 않고, 짚 조각으로 제비를 뽑아 핌이 마지막에 살아남으며 파커가 희생됩니다. 남은 사람들은 그 시신으로 나흘을 버팁니다. 이후 핌이 도끼를 떠올려 갑판을 뚫고 창고에서 올리브, 햄, 마데이라 포도주, 갈라파고스 거북을 건져 한숨 돌립니다. 제13장은 7월 24일부터 8월 7일까지의 일지입니다. 소나기로 물을 받고 상어가 선체를 에워싸는 가운데 식량이 하나씩 줄고, 폭풍에 일부를 잃습니다. 아우구스투스의 팔은 썩어 들어가 8월 1일 숨지고, 시신은 바다에 던져집니다. 8월 4일 배가 뒤집혀 핌과 피터스가 물에 빠졌다가 선체로 올라오지만 남은 식량이 모두 쓸려 갑니다. 선체 바닥의 따개비와 게로 연명하다 8월 7일 지나가던 스쿠너에 구조되니, 영국 리버풀의 제인 가이호였습니다.
제14~16장: 제인 가이호, 케르겔렌과 트리스탄 다쿠냐
제인 가이호는 180톤급의 빠른 스쿠너지만 거친 바다와 이런 장사에는 맞지 않는 배로 그려집니다. 가이 선장은 점잖고 경험이 많으나 진취성이 부족하고, 선원은 서른다섯입니다. 핌은 고난의 기억이 급한 처지 변화로 흐려지는 현상을 짚으며, 사건은 기억나도 그때의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습니다. 케이프 근처 폭풍을 넘긴 배는 케르겔렌 크리스마스 하버에 닻을 내리고, 섬의 역사와 펭귄과 알바트로스의 집단 서식지가 길게 소개됩니다. 선장과 조카는 내륙으로 가고 일행은 3주간 바다표범을 잡습니다.
이어 배는 트리스탄 다쿠냐 제도로 향합니다. 세 섬의 위치와 지형, 발견과 탐험의 역사, 정착민 글래스 총독의 이야기가 연대순으로 소개되고, 일행은 섬에서 신선한 식량과 함께 글래스에게서 물개 가죽 500장과 상아를 삽니다. 11월 5일 오로라 제도를 찾아 나서지만 3주 동안 지정된 해역을 샅샅이 훑고도 육지의 흔적을 찾지 못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짓습니다. 가이 선장은 트리스탄 다쿠냐에서 들은 정보에 따라 남위 60도 부근의 작은 섬들을 찾고, 없으면 극지로 나아가기로 합니다. 12월 21일 배가 남쪽으로 향하는 대목에서 핌은 쿡이 도달한 71도 10분, 웨델의 74도 15분, 모렐의 개빙 해역 주장, 브리스코의 육지 발견을 개관하고, 미답으로 남은 경도 약 300도가 선장의 결의를 부추겼다고 전합니다.
제17~20장: 남극권을 넘어 찰랄 섬으로
제인호는 글래스 섬 수색을 포기하고 남극권을 넘습니다. 유빙에 갇혔다가 빠져나오고 수부 피터 브레덴버그가 얼음 사이로 떨어져 죽습니다. 1월 중순 얼음 없는 따뜻한 바다에 이르러 모두 극점 도달을 확신합니다. 피터스는 거대한 흰 곰을 칼로 해치우고, 베넷 섬에서 카누 뱃머리 조각을 발견합니다. 핌은 귀항을 말하는 가이 선장을 설득해 계속 전진하게 하는데, 훗날 그 결정이 참극을 부른다고 화자는 미리 적어 둡니다.
1월 18일 이후 바다는 잔잔하고 해류는 계속 남쪽으로 흐릅니다. 배에서는 흰 털에 주홍 발톱과 이빨을 가진 기이한 짐승의 사체를 건집니다. 이튿날 큰 섬 무리를 발견하고 원주민 110명이 카누로 다가오는데, 추장 투윗은 거울을 보고 기절할 듯 놀라며 흰 물건을 피하는 이상한 태도를 보입니다. 가이 선장은 비슈 드 메르 사업을 위해 상륙하기로 하고 핌 일행은 투윗을 따라 나서며, 길에서 자줏빛 결이 섞인 기묘한 물을 봅니다. 일행 열두 명은 세 시간 걸려 마을 클록클록에 닿습니다. 집은 나무와 가죽으로 지은 굴 같은 거처이고 길든 신천옹과 거북이 있으며, 날고기 내장 식사는 정중히 거절하고 해삼 어장을 둘러본 뒤 배로 돌아옵니다. 원주민은 약속대로 거북과 오리, 야채를 가져와 괴혈병이 낫고, 가이 선장은 해삼 가공 시설을 짓고 존 카슨, 앨프리드 해리스, 피터슨 세 사람을 남기는 계약을 맺습니다. 2월 1일 서른두 명이 작별 방문에 나서는데 투윗 일행은 무기를 두고 왔고, 좁은 협곡으로 들어선 순간 핌은 지구가 갈라지는 듯한 충격을 느낍니다.
제21~24장: 매몰, 제인호의 최후, 절벽 탈출
핌은 흙더미에 파묻혔다가 정신을 차리고 피터스를 파냅니다. 두 사람은 벽이 무너져 생매장됐다고 절망하지만 희미한 빛을 따라 틈을 기어오릅니다. 윌슨 앨런은 흙 속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두 사람은 칼로 비누석 벽에 발판을 파며 올라 푸른 하늘이 보이는 곳에 이릅니다. 원주민들이 말뚝과 포도 덩굴 줄로 언덕면을 무너뜨려 협곡을 100야드 넘게 메운 것을 알게 되고, 섬에 산 채로 남은 백인은 둘뿐입니다. 은신처에서 둘은 제인호를 구하지도 경고하지도 못한 채 지켜봅니다. 배에 남은 여섯 선원이 포격하지만 카누 쪽 사격은 빗나가고 150명 넘는 원주민이 올라와 선원들을 짓밟습니다. 원주민은 배를 해안으로 끌어와 약탈한 뒤 불을 지르고, 화약고가 폭발해 수천 명이 죽거나 다칩니다. 폭발로 해안에 던져진 흰 짐승의 사체를 보고 그들은 "테켈리리!"라고 외치며 내륙으로 몰려갑니다.
핌과 피터스는 한 주 가까이 언덕 위 은신처에서 물과 개암, 잡아 둔 검은 새로 연명합니다. 새가 떨어지자 굶주림이 닥치고 개암은 복통을 일으킵니다. 식량인 거북을 잡으려 언덕을 내려갈 길을 남쪽, 동쪽, 북쪽으로 세 번 찾지만 절벽과 구덩이에 막힙니다. 2월 중순에는 괴혈병 풀도 바닥나고, 17일에 검은 화강암 협곡 세 개를 탐사하다 마지막 협곡 끝의 이회암에서 글자처럼 보이는 자국을 발견합니다. 핌은 자연의 조각들이 맞물린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2월 20일 두 사람은 손수건 밧줄과 말뚝 홈으로 150피트 비누석 절벽을 내려가기로 합니다. 피터스가 먼저 내려가고, 핌은 뒤따르다 아래를 보며 떨어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기절하는데 피터스가 받아 냅니다. 바닥의 황무지를 지나 해안으로 가다 원주민 다섯의 기습을 받지만 권총과 곤봉으로 물리치고, 살아난 한 사람을 포로로 잡아 카누 두 척이 있는 해변으로 달려, 추격을 따돌리고 바다로 빠져나갑니다.
제25장과 끝맺음: 하얀 장막
남위 84도를 넘는 바다에서 세 마리 거북만 싣고 표류하게 된 둘은 북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남쪽으로 가기로 합니다. 포로는 이름이 누누이고 찰랄 섬 출신이라고 말하며, 흰 천을 보면 "테켈리리!" 하고 경련합니다. 3월이 되자 바닷물은 점점 뜨겁고 우윳빛으로 변하고, 남쪽 지평선에는 수증기 장막이 솟고 흰 재가 쏟아집니다. 누누가 숨을 거두고, 거대한 폭포 같은 장막이 열리며 눈처럼 하얀 거인이 모습을 드러낸 채 이야기가 끊깁니다.
뒤에 붙은 편집자의 「NOTE」는 핌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어 남은 두세 장이 분실되었다고 알립니다. 서문에서 언급된 신사는 상세 내용이 부정확하고 후반부가 믿기 어렵다며 집필을 거절했고, 피터스는 일리노이에 살지만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편집자는 찰랄 협곡의 도형들을 이어 보면 에티오피아어로 "그늘지다", 아랍어로 "희다", 이집트어로 "남쪽 지역"이라는 뜻이 된다며, 흰색이 없는 섬과 "테켈리리" 외침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해석합니다. 「제3권에 대한 주석」은 일곱 개의 번호 주석으로, 그램퍼스호에 철제 기름 탱크가 없었다는 점, 1811~12년 표류한 브리그선 폴리호의 사례, 오로라 제도를 보았다고 주장한 선박들, 낮이 계속되어 '아침·저녁'이 관습적이라는 점과 날짜의 불확실성, 검은 이회암을 설명합니다.
리게이아
글랜빌의 "의지는 죽지 않는다"는 제사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라인 강변의 낡은 도시에서 만난 아내 리게이아를 회상하지만 그녀의 성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칠흑 같은 머리,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진 거대한 눈, 방대한 학식이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병든 그녀는 삶을 향한 격렬한 의지로 죽음과 싸우며 자작시 「정복자 벌레」를 낭송시킨 뒤 숨집니다. 화자는 영국의 수도원을 사들여 방을 기괴하게 꾸미고 아편에 빠진 채 금발의 로웨나 트레바니온과 재혼하나 아내를 증오합니다. 로웨나가 병들어 죽은 밤, 시신이 거듭 살아났다 쓰러지다가 마침내 일어서 수의를 벗자 칠흑 같은 머리와 검은 눈이 드러나고, 화자는 그녀를 리게이아라고 외칩니다.
모렐라
플라톤의 "홀로 영원한 하나"라는 제사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친구이자 아내인 모렐라에게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운 묘한 애정을 느끼고, 그녀의 방대한 신비주의 독서와 피히테, 셸링의 동일성 논의에 이끌려 제자가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와 손길이 점점 두려워지고, 시들어 가는 그녀의 죽음을 은근히 바라게 됩니다. 모렐라는 죽기 전 "나는 죽지만 살 것"이라 말하며 딸을 남기고 숨집니다. 이름 없이 자란 딸은 어머니와 너무 닮아 가고, 세례대에서 화자가 무심코 "모렐라"라고 부르자 딸은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답하며 쓰러져 죽습니다. 무덤에는 첫 모렐라의 흔적이 없습니다.
험준한 산맥 이야기
1827년 가을 화자는 샬러츠빌에서 병약하고 기이한 외모의 부유한 청년 오거스터스 베들로를 알게 됩니다. 그는 모르핀을 먹고 주치의 템플턴 박사의 최면 요법을 받습니다. 어느 안개 낀 날 산을 헤매던 베들로는 야자나무와 낯선 동양 도시를 보고, 영국 장교들 편에서 싸우다 독화살을 맞고 죽는 환상을 겪습니다. 템플턴은 그것이 1780년 인도 베나레스의 체이트 싱 반란이며, 죽은 친구 올데브의 초상화가 베들로와 꼭 닮았다고 밝힙니다. 며칠 뒤 베들로는 거머리 치료 중 독이 있는 벌레에 물려 죽고, 신문은 이름을 "베들로"로 적었지만 철자를 거꾸로 하면 올데브입니다.
안경
스물두 살의 화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프루아사르는 유산 때문에 성을 심슨으로 바꾼, 눈이 나쁜데도 안경을 거부하는 청년입니다. 극장에서 친구 탈보트와 함께 한 부인의 뒷모습에 첫눈에 반하고, 그녀가 쌍안경으로 자신을 한참 보자 사랑이 통했다고 믿습니다. 그는 열렬한 편지로 라랑드 부인에게 청혼하고, 탈보트는 소개를 계속 피합니다. 부인의 요청대로 안경을 쓰기로 약속하고 새벽에 결혼한 그는 여관에서 안경을 쓰고, 화장하고 가발을 쓴 여든두 살의 노파를 신부로 마주합니다. 사실 그녀는 증조의 증조할머니였고 장난을 꾸민 쪽이었습니다. 소동 끝에 그는 젊은 스테파니 라랑드와 맺어지고, 다시는 안경 없이 다니지 않습니다.
역병의 왕
에드워드 3세 시절 10월 한밤, 범선 프리 앤드 이지호의 선원 키다리 레그스와 땅딸보 휴 타르폴린은 술값이 떨어진 채 런던의 선술집 '졸리 타르'에서 외상 술을 마시다 여주인에게 쫓겨 도망칩니다. 두 사람은 역병으로 봉쇄된 구역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시체와 폐허 사이를 취한 채 지나다가 장의사 가게로 뛰어듭니다. 거기서 관 받침에 둘러앉은 기괴한 여섯 무리가 스스로를 페스트 왕과 왕비, 대공, 공작, 여대공이라 소개하며 술을 감정하는 중이라 밝힙니다. 왕은 두 선원에게 블랙 스트랩 한 갤런씩을 무릎 꿇고 마시라고 명하고, 거절하면 맥주통에 빠뜨리겠다고 합니다. 타르폴린이 왕을 배우 팀 헐리거얼리라 부르자 소동이 일고, 왕비는 그를 맥주통에 던져 넣습니다. 레그스는 왕을 지하 저장고로 밀어 넣고 통을 굴려 술의 홍수를 일으킨 뒤, 뚱뚱한 왕비를 안고 배로 달아납니다. 타르폴린도 아나-페스트를 데리고 뒤따릅니다.
일주일에 세 번의 일요일
화자 바비는 사촌 케이트와 결혼하고 싶지만, 고집 세고 미신을 믿는 큰삼촌 럼거전은 문서의 글자 그대로 약속을 지키는 인물입니다. 삼촌은 마지못해 날을 정하라는 말에 "일주일에 일요일이 세 번 겹칠 때"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장담하고, 화자는 낙담하지만 케이트가 꾀를 냅니다. 10월 10일 일요일, 1년간 세계를 동쪽으로 돌아온 스미더튼 선장과 서쪽으로 돌아온 프랫 선장이 찾아옵니다. 스미더튼은 어제가, 프랫은 내일이, 나머지는 오늘이 일요일이라고 우겨 다툼이 일어납니다. 케이트가 모두 맞다고 풀이하고, 스미더튼이 지구 자전과 날짜 변경의 원리로 설명합니다. 삼촌은 "말한 대로 하겠다"며 결혼을 허락하고, 의견을 구하러 나갑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이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핌은 자기 이름을 밝히며 이야기를 엽니다. 서문의 해명 뒤에 나오는 이 한 문장이 실화처럼 읽히게 하는 두 번째 장치입니다.
My name is Arthur Gordon Pym.
내 이름은 아서 고든 핌이다.
사건의 발단은 객기입니다. 만취한 친구는 허세를 부리다 곯아떨어지고, 핌은 홀로 남아 상황을 깨닫습니다.
I am going to sea—you may go home if you think proper.
나는 바다로 간다, 가고 싶으면 너는 집에 가라.
The whole truth now flashed upon me.
그제야 진실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첫 사고에서 두 소년은 살아남고, 그 경험이 바다를 향한 열망을 꺼뜨리기는커녕 키웁니다. 포는 위험을 겪고도 더 위험한 쪽으로 가는 마음을 이 책 전체의 동력으로 심어 둡니다.
2. 짐칸의 어둠
밀항한 핌의 첫 시련은 바다가 아니라 상자 속 어둠입니다. 악몽과 현실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그는 짐칸의 야수가 개였음을 알게 됩니다.
My dream, then, was not all a dream.
그렇다면 꿈이 전부 꿈은 아니었다.
어렵게 읽어 낸 쪽지의 끝말은 이 책의 첫 경고입니다.
blood—your life depends upon lying close.
피로 쓴다, 네 목숨은 숨어 있는 데 달렸다.
구조의 소리는 가장 단순한 물건에서 옵니다. 칼이 떨어지는 소리가 핌에게는 어떤 선율보다 달콤합니다.
Never did any strain of the richest melody come so sweetly to my ears!
그 어떤 풍성한 선율도 내 귀에 그토록 달콤하게 들린 적이 없었다!
Despair gave me strength, and I rose boldly up
절망이 내게 힘을 주어 나는 과감히 일어섰다.
포는 폐소 공포를 감각의 목록으로 씁니다. 목마름, 어둠, 열병, 한 줄의 소리가 그것이고, 설명은 짧을수록 공포가 커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3. 반란과 피터스
아우구스투스의 증언은 반란이 얼마나 갑작스러웠는지 보여 줍니다. 화자는 학살의 광경을 길게 묘사하지 않고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A scene of the most horrible butchery ensued.
가장 끔찍한 학살의 광경이 이어졌다.
그 속에서 가장 낯선 인물이 피터스입니다. 핌의 눈에 비친 그는 무서운 얼굴이지만, 뒤에 알려지듯 아우구스투스의 목숨을 지키는 쪽에 서 있습니다.
Peters himself was one of the most ferocious-looking men I ever beheld.
피터스 본인은 내가 본 가장 사나워 보이는 사내 중 하나였다.
the merriment must be that of a demon.
그 웃음은 악마의 웃음일 수밖에 없다.
선장의 호소가 묵살되는 장면은 반란이 말로 되돌릴 수 없는 단계임을 알려 줍니다.
He might as well have spoken to the winds.
바람에 대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겉모습과 속이 어긋나는 구도는 이후 책의 반복 주제입니다. 무서워 보이는 피터스는 가장 믿을 만한 동료이고, 익숙한 항해의 상식은 생각만큼 믿을 수 없습니다.
4. 유령 분장과 브릭선의 탈환
핌의 계책은 미신을 무기로 삼는 것입니다. 시체로 분장한 모습이 나타나자 부선장은 숨조차 쉬지 못합니다.
At this the villain absolutely gasped for breath
이에 악당은 숨이 막혀 헐떡였다.
격투 끝에 배는 세 사람의 손에 넘어옵니다.
we found ourselves masters of the brig
우리는 어느새 브릭선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이 승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제6장의 적재 논설이 이미 불길한 전조를 달아 두었습니다.
The wonder is that no more accidents occur than do actually happen.
사고가 실제로 일어나는 만큼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
포는 실무 지식을 길게 늘어놓는 일이 많습니다. 이 대목이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더라도, 그 사실성이 뒤에 오는 비현실적 장면에 믿음을 빌려주는 구조입니다.
5. 난파선 위에서 시체선까지
폭풍이 선실을 덮치고 네 사람이 양묘기에 몸을 묶은 밤, 아우구스투스의 기도는 체념에 가깝습니다.
It is all over with us, and may God have mercy upon our souls!
우린 이제 끝이다, 하느님이 우리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길.
기도 직후 나타난 배는 구원이 아니라 죽음의 배입니다. 핌의 회상은 이 책의 가장 유명한 장면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Shall I ever forget the triple horror of that spectacle?
그 광경의 삼중의 공포를 내가 잊을 수 있을까?
Yet we could not help shouting to the dead for help!
그래도 우리는 죽은 이들에게 도움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This, then, was the smile which had cheered us on to hope!
우리를 희망으로 이끌던 미소가 바로 이것이었다니!
희망이 가장 높이 오른 순간 가장 낮게 떨어지는 구도입니다. 웃는 얼굴이 시체였다는 반전은 포가 공포를 만드는 방식, 곧 기대를 먼저 키운 뒤 뒤집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 줍니다.
6. 제비뽑기와 상대적인 불행
극한의 굶주림에서 파커가 한 제안은 이 책이 가장 어두운 방향으로 기우는 지점입니다.
that one of us should die to preserve the existence of the others
우리 중 한 사람이 죽어 나머지의 목숨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
핌은 사후에 변명하듯, 그러나 단호하게 판단을 독자에게 돌려줍니다.
let him be placed in a situation precisely similar to my own
나와 똑같은 처지에 놓여 보고 나서 비난하라.
Such things may be imagined, but words have no power to impress the mind
그런 일은 상상할 수 있어도 말로는 그 공포를 마음에 새길 수 없다.
제13장은 일지 형식으로 갈증과 죽음을 기록하며, 아우구스투스의 죽음 앞에서 화자는 행복과 불행이 엄격히 상대적이라는 성찰을 먼저 꺼냅니다.
so strictly comparative is either good or ill.
선악과 행불행은 그토록 엄격히 상대적이다.
핌과 피터스의 회복 속도가 다른 이유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의 상태가 같아도 정신의 상태가 두 사람을 갈랐다는 것입니다.
the mental condition made the difference.
차이를 만든 것은 정신 상태였다.
7. 제인 가이호와 기억의 착각
구조 이후 핌은 안락 속에서 고난의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관찰합니다.
The incidents are remembered, but not the feelings which the incidents elicited
사건은 기억나도 그 사건이 일으킨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 문장은 화자에 대한 독자의 경계를 슬쩍 건드립니다. 일기 없이 기억에 의존한다는 서문의 고백과 호응하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케르겔렌 서식지 묘사는 포가 박물학자 문체를 얼마나 능숙하게 쓰는지 보여 줍니다.
Between this bird and the penguin the most singular friendship exists.
이 새와 펭귄 사이에는 더없이 기이한 우정이 있다.
탐험사 개관에서는 가이 선장의 결의가 서술됩니다.
Of course a wide field lay before us for discovery
물론 우리 앞에는 발견할 넓은 영역이 놓여 있었다.
사실 기록과 상상이 맞닿은 이 장들이 있어 남극권 이후의 장면이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8. 극점을 향하는 따뜻한 바다
제17장에서 제인호는 남극권을 넘고, 얼음이 사라진 바다에서 선원들은 극점 도달을 확신합니다.
All hands on board now felt certain of attaining the pole.
배의 모든 사람이 이제 극점에 닿으리라 확신했다.
사냥한 흰 곰의 묘사는 이후 이야기의 '하얀색'을 예고하는 작은 단서입니다.
His wool was perfectly white, and very coarse, curling tightly.
그 털은 완전히 희고 매우 거칠며 촘촘히 말려 있었다.
핌은 귀항하려는 선장을 설득해 계속 나아가게 한 일이 훗날 참극을 불렀다고 미리 적습니다. 모험의 즐거움에 붙은 후회의 그림자가 이 책의 정서입니다.
9. 찰랄 섬의 환대
기이한 짐승의 사체, 자줏빛 결이 섞인 물, 흰 것을 피하는 원주민. 단서들은 한꺼번에 쌓입니다. 핌은 기묘한 물의 현상을 연쇄의 첫 고리로 짚습니다.
The phenomena of this water formed the first definite link
이 물의 현상이 첫 번째 분명한 고리를 이루었다.
원주민이 제인호를 보는 눈도 낯섭니다.
They believed the Jane to be a living creature
그들은 제인호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믿었다.
교역은 한동안 평화롭게 이어지고, 추장의 말은 우호의 표시로 읽힙니다.
Matters went on thus very amicably for several days
며칠 동안 일은 이처럼 아주 화목하게 이어졌다.
meaning that there was no need of arms where all were brothers
모두가 형제인 곳에서는 무기가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독자가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바로 이 화목함입니다. 포는 환대의 문장이 길어질수록 함정이 깊어지게 쓰고, 선원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무기를 내려놓습니다.
10. 매몰과 폭발
협곡이 무너진 뒤 핌은 생매장이라는 공포를 길게 사유합니다.
The blackness of darkness which envelops the victim
희생자를 감싸는 칠흑의 어둠.
이어 살아남은 이가 둘뿐이라는 깨달음이 옵니다.
We were the only living white men upon the island.
우리는 그 섬에서 살아 있는 유일한 백인이었다.
제인호가 폭발한 뒤 원주민이 흰 짐승의 사체를 보고 외치는 소리는 수수께끼로 남습니다.
Tekeli-li! Tekeli-li!
테켈리리! 테켈리리!
구출도 경고도 못 하는 위치에서 동료의 최후를 지켜보는 장면은 이 책의 가장 무력한 순간입니다. 포는 이를 영웅적 장면이 아니라 시간순의 관찰로 적어, 읽는 쪽이 무력감을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11. 갈 수 없는 길, 떨어지고 싶은 충동
은신처에서 두 사람은 아래 세계로 내려갈 길이 완전히 끊겼음을 확인합니다.
found ourselves cut off entirely from access to the world below
아래 세계로 내려갈 길이 완전히 끊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벽을 내려가는 대목에서 핌은 이성과 어긋난 충동을 겪습니다.
my whole soul was pervaded with a longing to fall
내 온 영혼이 떨어지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찼다.
I had swooned, and Peters had caught me as I fell.
나는 기절했고, 떨어지는 나를 피터스가 받아 냈다.
공포의 대상이 바깥의 적에서 자기 내부의 충동으로 옮겨 가는 대목입니다. 기절한 핌을 받아 내는 피터스는 처음 소개될 때의 사나운 인상과 가장 먼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12. 하얀 장막 속으로
카누에 오른 둘은 남극해의 외로움 속으로 나아갑니다.
We now found ourselves in the wide and desolate Antarctic Ocean
우리는 이제 넓고 황량한 남극해 위에 있었다.
포로 누누의 최후는 담담한 문장입니다.
Nu-Nu breathed, and no more.
누누는 숨을 쉬었고, 그것이 전부였다.
남쪽 지평선의 장막은 폭포에 비유되고, 마지막에 베일 쓴 인간형 존재가 길을 막고 솟아오릅니다.
I can liken it to nothing but a limitless cataract
끝없는 폭포에 비길 수밖에 없었다.
But there arose in our pathway a shrouded human figure
그러나 우리의 길에 베일을 쓴 인간의 형상이 솟아올랐다.
이야기는 설명 없이 끊깁니다. 「NOTE」는 찰랄에 흰 것이 없었다는 점과 협곡의 도형을 이어 해석을 제시하지만, 그 해석이 정답인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Nothing white was to be found at Tsalal
찰랄에서는 흰 것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결말이 사라진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빈자리를 남기고, 그 빈자리가 오래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3. 리게이아와 의지의 힘
「리게이아」는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에서 시작합니다. 화자는 아내가 그림자처럼 오갔다고 말합니다.
She came and departed as a shadow.
그녀는 그림자처럼 왔다가 떠났다.
그가 의지한 것은 그녀의 학식입니다.
Without Ligeia I was but as a child groping benighted.
리게이아가 없으면 나는 어둠 속에서 더듬는 아이일 뿐이었다.
죽어 가는 그녀가 낭송시킨 시의 결구는 인간의 운명을 비웃습니다.
That the play is the tragedy, “Man,” And its hero the Conqueror Worm.
그 연극은 「인간」이라는 비극이고 그 주인공은 정복자 벌레라는 것.
새 아내를 향한 화자의 증오는 아편과 죄책감이 뒤섞인 것으로, 그가 믿을 만한 화자인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I loathed her with a hatred belonging more to demon than to man.
나는 인간보다는 악마에게 어울리는 증오로 그녀를 혐오했다.
마지막 순간, 수의를 벗은 형상의 머리가 검다는 것이 전부를 말해 줍니다.
it was blacker than the raven wings of the midnight!
그것은 한밤의 까마귀 날개보다 더 검었다!
죽은 리게이아가 돌아온 것인지, 아편에 취한 화자의 환각인지는 글이 확정하지 않습니다. 제사에서 말한 의지의 힘이 현실을 바꾸는지가 이 단편의 질문입니다.
14. 모렐라, 산맥, 안경
「모렐라」의 유언은 「리게이아」와 짝을 이룹니다. 죽어 가면서도 모렐라는 돌아옴을 약속합니다.
I am dying, yet shall I live.
나는 죽어 가지만, 그래도 살 것이다.
딸이 어머니와 닮아 갈수록 화자의 공포는 자라고, 세례대에서의 순간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Years—years may pass away, but the memory of that epoch—never!
세월은 흐를지 몰라도 그 시절의 기억만은 결코!
「험준한 산맥 이야기」에서는 환상 속 베들로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입니다.
I struggled—I gasped—I died.
나는 몸부림쳤고, 헐떡였고, 죽었다.
결말은 철자 하나에서 환생의 암시를 끌어냅니다.
Bedloe, without the e, what is it but Oldeb conversed!
베들로에서 e를 빼면 거꾸로 읽은 올데브가 아니고 무엇인가!
「안경」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꿉니다. 안경을 쓴 순간의 충격을 화자는 이렇게 외칩니다.
Was that—was that—was that rouge?
저게, 저게, 저게 연지란 말인가?
앞의 세 편이 죽음과 환생을 진지하게 다룬다면 「안경」은 같은 소재인 외모의 착각을 웃음으로 돌려놓습니다. 포가 공포와 희극을 같은 구조에서 꺼내 쓴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비입니다.
15. 역병의 왕과 세 번의 일요일
「역병의 왕」은 영국이 공포에 사로잡힌 시대의 풍자입니다.
resounded with the fearful cry of “Plague!”
"역병이다!"라는 무시무시한 외침으로 울려 퍼졌다.
봉쇄 구역의 두 선원은 폐허를 취한 채 헤집고 들어가, 스스로를 군주라 부르는 존재를 만납니다.
in these dominions I am monarch, and here rule with undivided empire
이 영토에서는 내가 군주이며 여기서 나는 나누어지지 않은 제국을 다스린다.
타르폴린은 죽음의 이름을 데이비 존스로 맞받아 분위기를 뒤집습니다.
Whose name is Davy Jones!
그 이름은 데이비 존스라고!
왕비의 외침은 소극의 정점입니다.
Treason! treason!
반역이다! 반역이야!
「일주일에 세 번의 일요일」에서는 삼촌의 외고집이 곧 함정입니다. 삼촌은 서약의 글자만 지키고 정신은 무시합니다.
the letter was a bond inviolable.
글자 그대로는 깰 수 없는 계약이었다.
케이트의 풀이는 모든 사람이 옳다는 것입니다. 동쪽과 서쪽으로 돈 두 선장이 하루 차이를 갖는 이유가 해결의 열쇠입니다.
we are all right, and thus three Sundays have come together
우리는 모두 옳고, 그래서 세 번의 일요일이 한꺼번에 왔다.
Three Sundays all in a row!
일요일이 세 번 연달아라니!
두 편 모두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 보여 줍니다. 앞의 편은 공포를 풍자로, 뒤의 편은 규칙을 지식으로 풀어, 책은 어두운 이야기에서 웃음으로 끝납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집 3권』은 한 권에 호흡이 다른 일곱 작품이 있습니다. 처음 읽는다면 길이가 짧고 구조가 분명한 「리게이아」와 「일주일에 세 번의 일요일」로 시작해 포의 두 얼굴을 맛보는 것이 좋습니다. 장편 『A. 고든 핌의 이야기』는 서문과 제1~3장(짐칸), 제8장(유령 분장), 제10장(시체선), 제12장(제비뽑기), 제18~22장(찰랄)을 먼저 읽고, 지리와 항해 설명이 긴 제14~16장은 필요할 때 훑어도 흐름을 잃지 않습니다. 결말이 끊긴 채 끝나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책의 설계라고 읽을 수 있어서, 「NOTE」와 「제3권에 대한 주석」까지 읽으면 허구와 사실이 맞물린 구조가 또렷해집니다. 다 읽은 뒤에는 「모렐라」와 「험준한 산맥 이야기」에서 이름과 철자가 죽음 이후를 잇는 방식을 비교해 보면, 포가 한 권 안에서 같은 질문을 얼마나 다르게 변주했는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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