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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667년 출간

Paradise Lost

실낙원

하늘에서 쫓겨난 사탄이 에덴의 아담과 이브를 유혹해 인류가 낙원을 잃기까지, 그리고 추방의 문 앞에서 두 사람이 얻은 깨달음을 열두 권에 담은 영어 서사시

Of Man’s first disobedience, and the fruit Of that forbidden tree

인간의 첫 불순종과 그 금단의 나무 열매.

Better to reign in Hell than serve in Heaven.

천국에서 섬기느니 지옥에서 다스리는 편이 낫다.

한눈에 보기

시인은 인간의 첫 불순종을 노래하며 신의 섭리를 변호하겠다고 선언한다. 하늘 전쟁에서 패해 불바다에 떨어진 사탄은 굴복을 거부하고, 지옥의 회의에서 새로 창조된 인간을 꾀어 복수하자는 계획이 채택되어 홀로 심연을 건넌다. 하늘에서는 하나님이 인간의 타락을 내다보며 성자가 속죄를 자청하고, 천사 라파엘은 아담에게 하늘의 전쟁과 천지창조, 그리고 자유의지의 경고를 들려준다. 뱀의 몸으로 들어간 사탄은 홀로 일하던 이브를 유혹하고, 이브와 아담이 차례로 열매를 먹는다. 심판과 참회를 지나 천사 미가엘은 인류의 미래를 환상과 이야기로 보여 주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에덴을 떠난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The Divine Comedy)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Faust)
  • 호메로스 『일리아스』 (The Iliad)

한 권 요점

Paradise Lost

『실낙원』은 영국 시인 존 밀턴이 쓴 서사시로, 1667년에 처음 나왔고 열두 권으로 다듬은 판이 1674년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밀턴은 1608년에 태어나 1674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 안에서도 화자는 자신이 눈이 멀었고 어둠과 위험에 둘러싸여 노래한다고 말합니다. 책은 제1권부터 제12권까지 열두 권으로 이루어지고, 하늘과 지옥과 에덴을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소재는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타락이지만, 밀턴은 그 앞에 사탄의 반역과 하늘의 전쟁을 두고 그 뒤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붙여 이야기를 우주적 규모로 넓힙니다. 책의 줄기는 서시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한 번의 불순종이 어떻게 죽음과 상실을 불러왔는지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하나님의 길이 정당함을 보이겠다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시인은 오만한 반역자의 웅변과 자유롭게 선택하는 인간의 비극, 그리고 슬픔 속에서 얻는 희망을 한 줄로 엮어 풀어 갑니다.

줄거리

제1~2권: 불바다의 군단과 지옥의 회의

시인은 인간의 첫 불순종과 에덴의 상실을 노래하며 하늘의 뮤즈에게 도움을 청하고, 신의 섭리를 변호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하늘에서 쫓겨나 불바다에 누운 사탄은 곁의 벨제붑에게 굴복하지 않고 영원히 싸우겠다고 다짐하며, 마른 땅으로 올라 지옥에서 다스리겠다고 말합니다. 그가 잠든 군단을 깨워 일으키자 몰록, 케모스, 아스토레트 같은 타락천사들이 차례로 나서는데, 이들은 훗날 이교의 신이 될 존재들로 소개됩니다. 사탄은 새 세계에 대한 소문을 들먹이며 전쟁을 선언하고, 마몬이 파낸 금으로 판데모니움이라는 궁전이 솟아올라 그곳에서 회의가 열립니다.

제2권에서 사탄이 옥좌에 앉아 회의를 열자 몰록은 공공연한 전쟁을, 벨리알은 현상 유지의 평화를, 마몬은 지옥을 스스로 가꾸는 자유를 주장합니다. 벨제붑은 하늘을 직접 공격하기는 무리이니 소문 속 새 세계의 인간을 꾀어 타락시키자고 제안하고 모두 찬성합니다. 사탄이 위험한 탐색을 홀로 자청하는 동안 다른 악마들은 경기와 노래, 철학과 탐험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사탄은 지옥문에서 죄와 죽음을 만나 문을 열게 하고, 혼돈의 왕에게 길을 물어 심연을 건넌 뒤 멀리 하늘의 빛과 이 세계를 바라봅니다.

제3권: 하늘의 섭리와 속죄의 자청

시인은 눈먼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며 거룩한 빛이 마음속을 비추어 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늘에서 하나님은 사탄이 인간을 타락시키리라 내다보되, 그것은 자유의지에 따른 인간 자신의 책임이라 말하고 은총을 약속합니다. 누가 인간 대신 죽겠느냐는 물음에 천사들이 침묵하자 성자가 속죄를 자청하고, 아버지는 그를 만유의 왕으로 높여 천사들이 찬양합니다. 한편 사탄은 세계의 바깥 껍질과 바보들의 낙원을 지나 태양에서 우리엘을 만나고, 어린 천사로 변장해 에덴의 위치를 알아낸 뒤 니파테스 산에 내립니다.

제4권: 에덴의 침입자

에덴 가까이에서 사탄은 태양을 향해 자신이 곧 지옥이라고 탄식하며 회개를 거부하고 "악이여, 나의 선이 되라"고 선언합니다. 그는 동산의 담을 뛰어넘어 생명나무 위에 올라앉아 벌거벗은 아담과 이브의 사랑과 순종을 지켜보고, 금단의 열매에 관한 이야기를 엿들어 유혹의 실마리를 얻습니다. 우리엘의 경고를 받은 가브리엘이 천사들을 풀어 수색하고, 이브의 귓가에서 두꺼비 모양으로 꿈을 불어넣던 사탄은 이투리엘의 창끝에 닿자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가브리엘과 대치하던 사탄은 하늘의 저울에서 자신이 가볍다는 것을 보고 달아납니다.

제5~6권: 라파엘의 방문과 하늘의 전쟁

아침에 아담이 이브를 깨우자 이브는 천사 같은 존재가 금단의 나무 열매를 먹고 자신에게도 권하는 악몽을 털어놓고, 아담은 상상력의 장난이라며 달랩니다. 두 사람이 아침 찬가를 올리자 하나님은 라파엘을 보내 자유의지와 적의 계략을 경고하게 합니다. 라파엘은 이브가 차린 식탁에서 존재의 단계와 자발적 순종을 설명한 뒤, 아담의 청으로 하늘의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아들이 메시아로 선포되자 시기한 사탄은 북쪽으로 군대를 끌고 가 선동하고, 압디엘만 홀로 반박하고 떠납니다.

제6권에서 압디엘이 하늘 진영에 돌아오자 하나님은 그를 칭찬하며 미가엘과 가브리엘에게 반역군 토벌을 명합니다. 첫날 압디엘이 사탄을 쳐서 물리치고, 미가엘의 칼이 사탄을 베어 사탄은 처음으로 고통을 맛봅니다. 이튿날 사탄은 땅속 재료로 만든 대포로 충성한 천사들을 쓰러뜨리지만, 천사들은 산을 뽑아 던져 반격하고 싸움은 팽팽해집니다. 사흘째 하나님은 아들에게 전쟁을 끝내게 하고, 메시아는 전차를 몰아 반역자들을 하늘 밖으로 내쫓아 아흐레 동안 지옥으로 떨어뜨립니다. 라파엘은 아담에게 이를 경계로 삼으라고 당부합니다.

제7~8권: 천지창조와 아담의 기억

시인은 뮤즈 우라니아를 불러 하늘의 노래를 마치고 이제 지상의 절반을 노래하겠다며, 눈멀고 외로운 처지에서도 소수라도 알맞은 청중을 청합니다. 아담이 세상의 기원을 묻자 라파엘은 앎에도 절제가 필요하다고 경계한 뒤 창조를 들려줍니다. 하나님은 사탄의 반역으로 비워진 자리를 새 세계와 인간으로 메우겠다고 하고, 성자가 금 컴퍼스로 혼돈의 경계를 긋습니다. 빛과 궁창, 땅과 바다, 해와 달과 별, 물고기와 새, 짐승이 닷새 동안 차례로 나오고, 엿새째에 하나님의 형상으로 아담이 지어져 금단의 나무를 경고받습니다. 하늘은 안식일에 창조를 찬미합니다.

제8권에서 아담은 라파엘의 목소리에 취해 감사하다가, 작은 지구를 위해 거대한 하늘이 돌아가는 것이 비합리적이지 않으냐고 묻습니다. 이브는 남편에게서 직접 듣고 싶어 정원으로 물러납니다. 라파엘은 하늘의 책을 해독하려는 학설 논쟁을 에둘러 말하며 해가 중심일 가능성도 언급하지만, 숨겨진 일은 하나님께 맡기고 겸손히 지혜로우라고 이릅니다. 아담은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깨어난 순간, 하나님과의 만남,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 준 일, 짝 없는 고독의 호소, 그리고 잠든 사이 갈빗대에서 이브가 만들어진 일입니다. 이브에 대한 지나친 열정을 고백하자 라파엘은 이성의 사랑을 가르치고, 자유의지를 지키라 당부하며 떠납니다.

제9권: 뱀과 금단의 열매

시인은 신과 인간의 친밀한 대화를 접고 배반과 불순종, 분노와 심판을 비극으로 노래하겠다며, 인내와 순교의 영웅성을 내세웁니다. 에덴에서 쫓겨난 사탄은 이레 밤을 지구를 돌며 숨어들 길을 찾고, 안개와 함께 샘으로 잠입해 잠든 뱀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침에 이브는 일을 나누어 하자고 제안하고, 아담은 적의 위험을 들어 말리지만 끝내 허락합니다. 홀로 장미를 손질하던 이브에게 뱀이 말을 걸어 칭찬하고, 금단의 나무 열매를 먹고 말을 얻었다며 그녀를 이끕니다.

이브는 열매를 먹고, 아담은 이브를 잃지 않으려 일부러 먹습니다. 둘은 취한 듯 욕정에 빠졌다가 곧 수치를 알고 무화과 잎으로 몸을 가리며 서로를 탓합니다. 이 장면을 고비로 앞의 여덟 권이 쌓아 온 낙원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제10권: 심판과 참회

하늘은 타락 소식을 알게 되고, 하나님은 인간이 자유의지로 넘어졌다며 자비와 정의를 함께 세우려 성자를 심판자로 보냅니다. 성자는 숨은 아담과 이브를 불러내 심문하고, 아담은 이브를, 이브는 뱀을 탓합니다. 뱀에게는 "여자의 후손이 네 머리를 밟으리라"는 저주가, 이브에게는 해산의 고통과 남편의 다스림이, 아담에게는 땅의 저주와 흙으로의 귀환이 내려지고, 성자는 둘에게 가죽옷을 입힙니다. 한편 지옥문의 죄와 죽음은 사탄을 따라 혼돈 위에 다리를 놓고, 개선한 사탄은 판데모니움에서 연설하다 모든 무리와 함께 뱀으로 변해 쉿 소리를 내며, 거짓 열매는 재가 됩니다. 죄와 죽음은 낙원에 자리 잡고, 하나님은 둘을 훗날 지옥 입에 막힐 사냥개라 부르며, 천사들은 별과 계절과 바람을 뒤틀고 짐승들은 서로 싸웁니다.

아담은 밤새 탄식하다 이브를 "뱀"이라 쫓지만, 이브가 발치에서 울며 모든 벌을 제게 달라고 빕니다. 아담은 마음이 누그러지고, 자식을 낳지 말자거나 죽음을 찾자는 이브의 제안을 물리치며 여자의 후손의 약속을 붙들자고 합니다. 둘은 함께 엎드려 뉘우칩니다.

제11권: 환상의 산

둘의 한숨은 선행하는 은총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고, 성자가 중보자로 그 기도를 아버지께 바칩니다. 하나님은 받아들이되 낙원에 더 살게 할 수는 없다며 천사들을 모으고, 미가엘에게 둘을 쫓아내되 슬픔 속에 두지 말고 앞날을 일러 주라고 명합니다. 아담은 기도 뒤 희망을 말하고, 이브는 "모든 산 자의 어머니"라 불리는 이름을 겸허히 받습니다. 그러나 독수리가 새를, 사자가 사슴을 쫓는 징조가 보이고 미가엘이 내려와 추방을 알리자 이브는 낙원의 꽃과 신방을 두고 통곡합니다. 미가엘은 하나님이 어디에나 계심을 일러 위로한 뒤, 아담을 산에 올려 환상을 보여 줍니다.

아담은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첫 죽음, 병원의 갖가지 질병, 쾌락의 장막과 거인들의 전쟁, 방탕에 빠진 세상과 노아의 방주와 홍수를 차례로 보며 웁니다. 미가엘은 절제하면 노년에 잘 익은 과일처럼 죽는다고 가르치고, 홍수 뒤 무지개를 보고서야 아담은 마음을 놓습니다.

제12권: 구원의 약속과 추방

미가엘은 홍수 뒤의 인류가 한동안 평화로이 살다 오만한 사냥꾼 님롯이 바벨탑을 쌓고 언어가 흩어지는 일을 들려줍니다. 아담이 폭군을 미워하자 미가엘은 이성을 잃은 인간은 스스로 폭정을 부른다고 이릅니다. 이어 우상 속에서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 이집트로 간 후손, 모세와 열 가지 재앙, 홍해와 시내산의 율법, 가나안 정복과 다윗의 약속, 성전, 바빌론 유배와 귀환을 짧게 이어 말합니다. 아담이 율법이 많은 까닭을 묻자 미가엘은 율법이 죄를 드러내 더 나은 은혜로 이끌 뿐이라고 답합니다.

이어 동정녀에게서 날 구원자가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여 사탄의 일을 무너뜨리고, 성령으로 교회를 세우되 훗날 거짓 교사가 믿음을 더럽힐 것이며, 그리스도가 다시 와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연다고 전합니다. 아담은 순종과 사랑이 지혜의 전부임을 깨닫고, 이브는 꿈에서 위로받고 기다립니다. 둘은 불칼 앞에서 낙원을 돌아보고 눈물을 훔친 뒤 손을 잡고 에덴을 떠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서시: 첫 불순종과 변호의 선언

이 시는 사건이 아니라 주제로 시작합니다. 첫 구절은 인간의 불순종과 금단의 열매라는 두 단어를 나란히 놓습니다.

Of Man’s first disobedience, and the fruit Of that forbidden tree

인간의 첫 불순종과 그 금단의 나무 열매.

시인은 이 이야기를 쓰는 목적도 이렇게 밝힙니다.

And justify the ways of God to men.

그리하여 신의 길을 인간에게 정당화하는 것.

지옥의 모습은 이어지는 장면에서 모순 어법으로 그려집니다. 불이 타오르지만 빛은 없습니다.

No light; but rather darkness visible

빛은 없고, 오히려 눈에 보이는 어둠.

변호하겠다는 선언과 가장 매력적인 반역자의 등장이 같은 권 안에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 긴장의 출발점입니다. 독자는 신을 변호하는 시를 읽으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사탄입니다.

2. 꺾이지 않는 의지

불바다에 누운 사탄의 첫 항변은 패배 속에서도 의지만은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All is not lost—the unconquerable will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다. 정복되지 않는 의지가 있으니.

그는 환경이 아니라 마음이 세계를 정한다고 말합니다.

Can make a Heaven of Hell, a Hell of Heaven.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선언은 그 논리의 끝입니다.

Better to reign in Hell than serve in Heaven.

천국에서 섬기느니 지옥에서 다스리는 편이 낫다.

잠든 군단을 깨울 때도 그의 말은 웅변입니다.

Awake, arise, or be for ever fallen!

깨어나 일어나라, 아니면 영원히 쓰러져 있으라!

밀턴은 사탄의 말솜씨를 일부러 약하게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그의 말에 끌리고, 그 끌림 자체가 뒤에서 이브가 겪는 유혹을 먼저 체험하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3. 지옥의 회의

제2권의 회의는 악마들이 저마다 다른 전략을 내세우는 정치 토론입니다. 몰록은 전쟁, 벨리알은 평화, 마몬은 자립을 말하는데, 마몬의 논리는 놀랍도록 현실적입니다.

preferring Hard liberty before the easy yoke Of servile pomp

화려한 예속의 편한 멍에보다 고된 자유를 택한다.

그는 찬양을 강요받는 하늘의 영원을 이렇게 그립니다.

How wearisome Eternity so spent in worship paid To whom we hate!

미워하는 이에게 예배를 바치며 보내는 영원이 얼마나 지루한가!

서술자는 회의의 결론이 만장일치로 모이는 것을 보며 씁쓸히 지적합니다.

Devil with devil damned Firm concord holds; men only disagree

저주받은 악마끼리는 굳은 화합을 지키는데, 다투는 것은 인간뿐이다.

제1권에서 사탄이 이미 밝힌 입장이 이 회의의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에게 굴복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Peace is despaired; For who can think submission?

평화는 절망이다. 굴복을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4. 혼돈을 건너 빛으로

사탄은 지옥문에서 죄와 죽음을 만난 뒤 혼돈의 왕의 영역을 건넙니다. 혼돈의 왕이 자신의 영토를 설명하는 말은 이 구절로 요약됩니다.

Confusion worse confounded

혼란 위에 더 큰 혼란.

제3권의 문턱에서 화자의 시선은 반대편으로 돌아섭니다. 어둠을 지나온 시인은 빛에 말을 겁니다.

Hail, holy Light, offspring of Heaven firstborn

안녕, 거룩한 빛이여, 하늘이 맨 먼저 낳은 자식이여.

이 기도는 눈먼 시인 자신의 사연과 겹칩니다. 제7권에서 그는 같은 처지로 독자를 청합니다.

and fit audience find, though few

비록 소수라도 알맞은 청중을 얻기를.

두 장면은 같은 구조입니다. 사탄은 어둠을 헤쳐 한 점의 빛을 바라보고, 시인은 어둠 속에서 빛을 청합니다. 같은 길 위에 있는 두 존재가 정반대의 마음으로 서 있는 셈입니다.

5. 자유의지와 속죄의 자청

제3권의 하늘 장면은 이 시의 신학적 중심입니다. 하나님은 타락을 내다보지만 그것을 강제하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Freely they stood who stood, and fell who fell.

선 자도 자유롭게 섰고, 쓰러진 자도 자유롭게 쓰러졌다.

그러고는 인간을 대신할 자를 찾습니다. 천사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성자가 나섭니다.

Which of you will be mortal, to redeem Man’s mortal crime

너희 중 누가 죽을 몸이 되어 인간의 치명적 죄를 속량하겠느냐.

성자의 자청은 하늘의 사랑이 지옥의 증오와 맞서는 구도를 세웁니다.

So heavenly love shall outdo hellish hate

이렇게 하늘의 사랑이 지옥의 증오를 이기리라.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주제는 제5권에서 라파엘의 입으로 다시 나옵니다. 그는 섬김이 강요가 아니라 사랑에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Freely we serve, Because we freely love

우리는 자유롭게 섬긴다. 자유롭게 사랑하기 때문이다.

6. 사탄의 독백

제4권의 사탄은 에덴을 마주하고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가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Which way I fly is Hell; myself am Hell;

내가 어디로 달아나든 지옥이다. 나 자신이 지옥이다.

회개를 거부하는 순간, 그는 선악의 가치를 거꾸로 세웁니다.

Evil, be thou my good;

악이여, 나의 선이 되라.

이 장면이 중요한 것은 사탄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 고르는 인물이고, 뒤에서 그가 쓸 가장 위험한 무기가 앎에 관한 물음이라는 점이 대조를 이룹니다.

Can it be sin to know?

아는 것이 죄일 수 있는가?

7. 벌거벗은 위엄과 부부의 사랑

사탄의 눈에 처음 비친 아담과 이브는 부끄러움 없는 존재입니다.

Godlike erect, with native honour clad In naked majesty seemed lords of all:

신처럼 꼿꼿이, 타고난 명예를 입고 벌거벗은 위엄으로 만물의 주인처럼 보였다.

밀턴은 이 낙원의 부부 관계를 찬미하는 서술도 아끼지 않습니다.

Hail, wedded Love, mysterious law, true source Of human offspring

안녕, 결혼한 사랑이여, 신비로운 법이여, 인류 출산의 참된 샘이여.

그러나 이 부부는 평등하게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브의 순종 발언에는 시인이 속한 시대의 성 역할 관념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To know no more Is woman’s happiest knowledge, and her praise.

더 알려 하지 않는 것이 여자의 가장 행복한 앎이요 칭찬이다.

이 구절은 오늘의 독자에게 논쟁거리이고, 뒤의 장면에서 이브가 홀로 일하겠다고 나서는 선택과 함께 읽을 때 의미가 더 선명해집니다.

8. 아침과 하늘 전쟁의 발단

제5권은 부부의 아침으로 시작해 하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아담이 이브를 깨우는 말은 이 시에서 가장 다정한 대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Awake, My fairest, my espoused, my latest found, Heaven’s last best gift

깨어나오, 나의 가장 아름다운 이, 나의 아내, 가장 늦게 찾은 이, 하늘의 마지막이자 가장 좋은 선물이여.

라파엘의 경고는 인간 조건 자체에 대한 규정입니다. 완전하지만 변하지 않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God made thee perfect, not immutable;

하나님은 너를 완전하게 만드셨지만, 불변하게 만들지는 않으셨다.

하늘 전쟁의 시작은 사탄의 주장에서 드러납니다. 그는 자신들이 피조물임을 부정합니다.

We know no time when we were not as now;

우리는 지금과 같지 않던 때를 알지 못한다.

아들이 메시아로 선포된 날의 서술은 조용하지만 날카롭습니다.

all seemed well pleased; all seemed, but were not all.

모두가 기뻐하는 듯했다. 그렇게 보였을 뿐, 모두는 아니었다.

9. 압디엘과 하늘의 전쟁

전쟁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사탄도 미가엘도 아닌 압디엘입니다. 수많은 동료가 사탄에게 돌아설 때 그는 홀로 남습니다.

How few sometimes may know, when thousands err.

수천이 그릇될 때 아는 이가 얼마나 적을 수 있는가.

그는 사탄에게 이렇게 말하고 돌아섭니다.

Reign thou in Hell, thy kingdom; let me serve In Heaven

너는 지옥, 너의 왕국에서 다스려라. 나는 하늘에서 섬기게 하라.

이 대답은 제1권의 사탄의 선언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입니다. 전쟁에서 사탄은 처음으로 고통을 알게 됩니다.

Then Satan first knew pain,

그때 사탄은 처음으로 고통을 알았다.

반역군의 운명은 한 줄로 정리됩니다.

Nameless in dark oblivion let them dwell.

이름도 없이 어두운 망각 속에 살게 하라.

10. 천지창조

제7권의 창조 이야기에서 라파엘은 먼저 앎의 한계를 말합니다. 아담의 호기심을 막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에도 절제가 필요하다고 일러 주는 것입니다.

But knowledge is as food, and needs no less Her temperance over appetite

그러나 앎은 음식과 같아서, 식욕을 다스리는 절제가 똑같이 필요하다.

창조의 장면에서 성자는 금 컴퍼스로 우주의 경계를 정합니다.

Thus far extend, thus far thy bounds, This be thy just circumference, O World!

여기까지 뻗어라, 여기까지가 너의 경계다. 이것이 네 정당한 둘레다, 오 세계여!

하늘은 이를 찬미하며 파괴와 창조를 비교합니다.

to create Is greater than created to destroy

창조하는 일은 창조된 것을 파괴하는 일보다 크다.

인간에 대한 축복에는 경고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Thrice happy, if they know Their happiness, and persevere upright!

자신의 행복을 알고 바르게 끝까지 선다면 세 배로 행복하리라!

11. 겸손한 지혜와 아담의 고독

제8권에서 아담은 하늘의 구조를 묻다가 한계를 만납니다. 라파엘은 직접 논쟁에 끼어들지 않고 겸손한 태도를 권합니다.

be lowly wise: Think only what concerns thee, and thy being

겸손히 지혜로우라. 너와 네 존재에 관한 것만 생각하라.

이어 아담은 자신의 첫 기억을 이야기하는데, 그 중심에는 짝이 없는 고독이 있습니다.

In solitude What happiness, who can enjoy alone

홀로 있는 고독 속에서, 혼자 누리는 이에게 무슨 행복이 있겠습니까.

이브를 처음 본 순간의 환호는 이렇습니다.

Bone of my bone, flesh of my flesh, myself Before me

내 뼈의 뼈, 내 살의 살, 내 앞에 서 있는 나 자신.

그러나 이 사랑이 이성을 넘어서는 순간을 라파엘은 놓치지 않고, 떠나며 마지막 충고를 남깁니다.

Stand fast; to stand or fall Free in thine own arbitrement it lies.

굳게 서라. 서느냐 넘어지느냐는 네 스스로의 판단에 자유롭게 달려 있다.

12. 사탄의 잠입과 이브의 항변

제9권에서 사탄은 앙갚음을 동기로 삼습니다. 그에게 인간은 직접 맞설 상대가 아니라 하나님에게 상처를 줄 수단입니다.

Spite then with spite is best repaid.

원한은 원한으로 갚는 것이 가장 낫다.

뱀의 몸으로 들어가며 그는 자신이 떨어진 높이를 헤아립니다.

Who aspires, must down as low As high he soared

높이 오르려는 자는 올랐던 만큼 낮게 내려가야 한다.

일을 나누자는 이브의 항변은 아담의 걱정을 이기고, 그녀는 시험을 피하는 낙원은 낙원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And Eden were no Eden, thus exposed.

이렇게 감춰지면 에덴은 더 이상 에덴이 아니다.

뱀에게 이브가 한 대답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성을 법으로 삼는 존재라는 자부입니다.

we live Law to ourselves; our reason is our law

우리는 스스로에게 법이 되어 산다. 우리의 이성이 우리의 법이다.

이브의 논리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자립의 확신에서 나옵니다. 밀턴은 그 확신이 시험대에 선 바로 그 지점을 비극의 시작으로 그립니다.

13. 타락의 순간과 앎의 값

열매를 따는 장면은 이 시에서 가장 짧고 무겁습니다. 서술자는 그 순간을 이렇게 못 박습니다.

in evil hour Forth reaching to the fruit, she plucked, she eat!

불길한 시각에 열매를 향해 손을 뻗어 그녀는 따서 먹었다!

아담은 속은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따라 먹습니다.

not deceived, But fondly overcome with female charm

속은 것이 아니라 어리석을 만큼 사랑에 사로잡혀서.

곧 이어 그는 얻은 앎의 값을 셈합니다.

good lost, and evil got; Bad fruit of knowledge, if this be to know

선은 잃고 악은 얻었다. 이것이 아는 것이라면 앎의 열매는 나쁜 열매다.

속지 않고도 먹는 아담의 선택은 인간의 타락을 단순한 유혹의 결과가 아니라 관계의 선택으로 만듭니다. 사탄이 이브에게 한 질문과 아담이 이브 앞에서 한 결정은 다른 종류의 약함을 보여 줍니다.

14. 심판과 약속

제10권의 하늘은 징벌과 자비를 함께 세웁니다. 하나님의 선언은 자비를 무시한 자에게 정의가 돌아온다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Justice shall not return as bounty scorned.

정의는 멸시받은 자비처럼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

성자 앞에서 이브의 답은 짧습니다.

The Serpent me beguiled, and I did eat.

뱀이 나를 꾀었고, 나는 먹었습니다.

뱀에게 내려진 저주에는 인류의 구원에 대한 첫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Her seed shall bruise thy head, thou bruise his heel.

그녀의 후손이 네 머리를 밟고,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하리라.

개선을 기대하고 돌아온 사탄을 맞이한 것은 환호가 아닙니다.

A dismal universal hiss, the sound Of publick scorn

음울한 온 무리의 쉿 소리, 공공연한 조롱의 소리.

사탄이 뱀으로 변해 쉿 소리 속에 서는 장면은 그의 승리가 곧 굴욕이 되는 반전입니다. 한편 하늘은 저주와 약속을 한 번에 건넵니다.

15. 아담의 절망과 화해

타락 뒤 아담의 첫 탄식은 행복에서 불행으로의 급전을 담고 있습니다.

O miserable of happy!

오, 행복했던 자의 비참함이여!

밤새 이어지는 독백에서 그는 창조주를 향해 따집니다.

Did I request thee, Maker, from my clay To mould me Man?

창조주여, 내가 당신께 내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 달라고 청했습니까?

이 항변은 곧바로 이브에게 향합니다.

Out of my sight, thou Serpent!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이 뱀아!

그러나 이브가 발치에서 모든 벌을 자신에게 달라고 울며 빌자 아담의 마음이 누그러지고, 이브는 절망에 찬 제안을 내놓습니다. 자식을 낳지 않음으로써 후손이 겪을 고통을 끊자는 것입니다.

Childless thou art, childless remain

너는 자식이 없으니, 자식 없이 그대로 있어라.

아담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자의 후손의 약속을 붙들자고 합니다. 화해는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서로의 잘못을 나누는 데서 시작되고, 둘이 함께 엎드려 뉘우치는 장면이 이 권의 마침표가 됩니다.

16. 추방 앞의 환상

제11권의 이브는 낙원이 아닌 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처지를 소박한 바람으로 받아들입니다.

Here let us live, though in fallen state, content.

타락한 처지이더라도 여기서 만족하며 살게 해 주오.

미가엘이 산에서 보여 주는 환상 중 병원의 장면 앞에서 아담은 이렇게 말합니다.

Better end here unborn.

차라리 여기서 태어나지 않은 채 끝나는 편이 낫다.

이 환상은 폭력과 질병의 연쇄만이 아닙니다. 쾌락의 장막과 전쟁의 영웅을 본 뒤 아담이 얻는 깨달음은 오히려 평화에 대한 것입니다.

Peace to corrupt no less than war to waste.

평화도 전쟁이 황폐하게 하는 만큼 사람을 타락시킨다.

카인과 아벨의 첫 죽음, 병과 방탕, 홍수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타락의 결과를 한꺼번에 보여 주되, 마지막에 노아의 홍수 뒤 무지개를 두어 희망의 약속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17. 낙원 안의 낙원, 열린 세상

제12권에서 미가엘은 폭정의 기원을 설명하며 자유와 이성의 관계를 말합니다.

true liberty Is lost, which always with right reason dwells

참된 자유는 사라진다. 그것은 언제나 바른 이성과 함께 사는 것이니.

구원의 역사를 다 들은 아담의 결론은 소박합니다.

Henceforth I learn, that to obey is best

이제부터 나는 배운다. 순종이 가장 좋다는 것을.

미가엘은 잃은 낙원 대신 마음속에 가질 수 있는 것을 일러 줍니다.

A Paradise within thee, happier far.

네 안의 낙원은 훨씬 더 행복하리라.

마지막 두 행은 책 전체의 어조를 바꿉니다. 이 시는 추방으로 끝나지만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The world was all before them, where to choose Their place of rest

세상이 그들 앞에 온통 펼쳐져 있어, 쉴 곳을 스스로 고를 수 있었다.

사탄의 첫 선언이 지옥에서의 다스림이었다면, 책의 끝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선택입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실낙원』은 열두 권이 하나의 긴 문장처럼 이어지므로 처음부터 차례로 읽는 편이 좋지만, 입구를 고르자면 몇 군데가 있습니다. 제1~2권은 사탄과 지옥의 회의로, 이 시에서 가장 극적인 연설이 모여 있습니다. 제4권은 에덴과 부부의 모습을 처음 보여 주고, 제9권은 뱀의 유혹과 타락의 핵심 장면입니다. 이야기의 감정이 가장 크게 움직이는 곳은 제10권의 참회와 제12권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밀턴은 긴 문장과 고전·성경의 인유로 시를 짜기 때문에, 한 문장이 몇 줄씩 이어져도 천천히 따라가면 리듬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하늘의 전쟁(제5~6권)과 천지창조(제7권)는 라파엘이 아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틀로 읽으면 구조가 한결 분명해집니다. 또한 사탄의 웅변에 끌리더라도 그것이 시인이 의도한 장치임을 염두에 두고, 제9권의 이브와 아담의 선택으로 돌아와 읽으면 이 책이 묻는 질문, 즉 자유와 책임과 희망의 문제가 한 흐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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