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집필 시기 추정 c. 1308–1320
The Divine Comedy
신곡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걸어간 한 시인의 순례
In the midway of this our mortal life,
I found me in a gloomy wood, astray
Gone from the path direct우리 삶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곧은 길에서 벗어나 헤매고 있었다.
the Love impell'd,
That moves the sun in heav'n and all the stars.하늘의 해와 모든 별을 움직이는 사랑이 밀어 주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
서른다섯 살의 시인이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서 눈을 뜬다. 고대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을 내려가고 연옥의 산을 오르며, 마지막에는 연인 베아트리체와 함께 천국의 끝까지 올라 신의 빛을 본다. 중세 유럽 문학의 정점에서 스물여섯 가지 대목을 골라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우구스티누스 The Confessions of Saint Augustine (고백록)
- 아우구스티누스 The City of God (신국론)
- 괴테 Faust (파우스트)
한 권 요점
The Divine Comedy
『신곡』은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가 14세기 초에 쓴 장편 서사시입니다. 원래 제목은 단순히 "희극(코메디아)"이었고, "신성한"이라는 말은 나중에 사람들이 덧붙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는 지옥, 연옥, 천국 세 부분으로 나뉘고, 한 부분이 33곡씩(지옥편에는 서곡이 하나 더 있어 34곡) 모두 100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서기 1300년 성주간에 시인 자신이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저승 세계를 차례로 여행한 뒤 신의 빛에 이르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단테는 이 작품을 학자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쓰던 토스카나 말로 썼고, 그 덕분에 이 방언이 이후 이탈리아어의 바탕이 되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단테는 피렌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홉 살에 만난 소녀 베아트리체를 평생 마음에 품었다고 하고, 이 사랑은 시집 『새로운 삶』과 『신곡』의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그는 정치에도 깊이 뛰어들어 1300년에는 피렌체 통치 기구의 일원이 되었지만, 정파 싸움에서 밀려나 1302년 궐석재판으로 추방령을 받고 평생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베로나와 라벤나 같은 도시를 떠돌며 쓴 이 시에는 그 추방의 쓰라림이 곳곳에 배어 있고, 살아 있던 정적들과 교황들이 지옥에 있는 모습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는 1321년 라벤나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신곡』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는 평판이 있습니다. 중세 신학과 우주관, 그리고 단테 시대 피렌체 정치의 인물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길을 잃은 한 사람이 어떻게 다시 길을 찾는가,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무엇을 보는가입니다. 이 글은 그 순례의 큰 걸음을 따라 스물여섯 대목을 읽고, 인명과 지명이 낯설더라도 핵심 장면이 이해되도록 풀어 설명했습니다.
줄거리
단테는 서른다섯 살 되던 해 어두운 숲에서 눈을 뜨고, 세 마리 짐승에게 막혀 산에 오르지 못합니다. 그때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베아트리체의 부탁을 받고 왔다며 다른 길로 안내하겠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지옥문을 지나 지옥의 아홉 원을 차례로 내려가 가장 밑바닥에서 사탄을 보고, 지구의 중심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와 별을 다시 봅니다. 이어 연옥의 산을 오르며 죄를 씻는 영혼들을 만나고, 산꼭대기의 지상 낙원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떠나고 베아트리체가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베아트리체와 함께 하늘의 천체들을 차례로 올라 성 베르나르의 안내로 신의 빛에 이릅니다. 아래는 이 순서를 따랐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어두운 숲
시는 가장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In the midway of this our mortal life,
I found me in a gloomy wood, astray
Gone from the path direct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곧은 길에서 벗어나 헤매고 있었다.
"삶의 한가운데"는 당시 사람들이 인생을 일흔 해로 보았을 때의 절반, 곧 서른다섯 살 무렵입니다. 단테는 어떻게 그 숲에 들어섰는지조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졸음 같은 무기력에 눌려 곧은 길을 놓쳤다는 것입니다. 그는 골짜기 끝에서 햇빛이 비치는 언덕을 보지만, 표범과 사자와 암늑대가 차례로 길을 막아 올라가지 못합니다. 이 세 짐승은 흔히 육욕, 오만, 탐욕을 상징한다고 해석됩니다. 이 서두는 개인의 위기를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로 압축합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길을 잃은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2. 베르길리우스, 길의 안내자
절망 속에서 한 그림자가 다가옵니다. 단테가 도움을 청하자 그는 자기 이력을 밝힙니다.
Now not man, man once I was,
And born of Lombard parents, Mantuana both
By country
이제는 사람이 아니나 한때는 사람이었다. 롬바르디아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나, 둘 다 만토바 사람이었다.
그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곧 『아이네이스』를 쓴 사람이었습니다. 단테는 그를 "빛과 영광, 나의 스승이자 안내자"라고 부르며, 자기 문체의 아름다움은 모두 이 사람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이 장면은 이 시의 중요한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중세 그리스도교 시인이 이교도 시인을 자기 안내자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단테에게 인간 이성의 가장 높은 표본이 베르길리우스였고, 그는 이성이 인도할 수 있는 곳까지 단테를 데려갑니다.
3. 하늘의 부탁
단테는 막상 여행을 앞두고 두려워서 망설입니다.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이 왜 왔는지를 이야기해 줍니다. 림보에 있던 그를 한 여인이 부른 것입니다.
A friend, not of my fortune but myself,
On the wide desert in his road has met
Hindrance so great, that he through fear has turn'd.
내 행운이 아니라 나 자신의 벗이 넓은 황야 길에서 큰 장애를 만나 두려워 돌아섰다.
그 여인이 베아트리체입니다. 그녀는 천국에서 단테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지옥의 입구까지 내려와 베르길리우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단테는 겁을 거두고 따라나섭니다. 이 장면은 이 시가 사랑의 구조 위에 서 있음을 보여 줍니다. 단테의 구원은 그가 스스로 이룬 것이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중재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지옥까지 이어지는 연쇄가 이 서곡의 아름다움입니다.
4. 지옥문의 글귀
두 사람은 지옥문 앞에 이릅니다. 문 위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Through me you pass into the city of woe:
Through me you pass into eternal pain:
Through me among the people lost for aye.
나를 지나면 비탄의 도시로 가고, 나를 지나면 영원한 고통으로 가고, 나를 지나면 영원히 길 잃은 사람들 사이로 간다.
글귀의 끝은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All hope abandon ye who enter here.
여기 들어오는 자들이여, 모든 희망을 버려라.
그런데 이 글귀에는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문은 지옥이 정의와 지혜와 사랑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지옥은 신의 분노가 아니라 정의와 원초적 사랑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단테는 겁이 나서 이 말이 가혹하다고 하지만 베르길리우스는 여기서 모든 의심과 비겁을 버려야 한다고 일러 줍니다.
5. 선도 악도 택하지 않은 사람들
지옥문 바로 안쪽에서 단테는 한숨과 울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가 뒤엉킨 소음을 듣습니다. 그곳은 선에도 악에도 자기 편을 들지 않은 영혼들, 하느님에게 반역하지도 충실하지도 않고 오직 자기만을 위했던 영혼들의 자리였습니다. 하늘도 지옥도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들을 이렇게 말합니다.
Fame of them the world hath none,
Nor suffers; mercy and justice scorn them both.
Speak not of them, but look, and pass them by.
세상에는 그들의 명성이 없고 세상은 그것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자비와 정의가 둘 다 그들을 멸시한다. 그들에 대해 말하지 말고 보고 지나가라.
이 대목은 이 시에서 가장 독특한 판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큰 죄를 지은 사람보다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사람이 더 값없이 취급됩니다. 그들은 살아 있을 때 한 번도 진정으로 살지 않았고, 그래서 죽어서도 끝없이 깃발을 쫓아 달리며 말벌에 쏘입니다. 정치적 격변기에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방관한 시민들에 대한 단테의 분노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6. 림보, 구원받지 못한 현인들
아케론 강을 건너면 지옥의 첫째 원인 림보가 나옵니다. 이곳에는 세례를 받지 못한 아이들, 그리고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던 덕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베르길리우스 자신도 그곳의 거주자입니다. 그곳에는 고통이 아니라 희망 없는 갈망의 한숨만 있고, 호메로스와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같은 시인들이 단테를 자기들의 여섯 번째 동료로 맞아 줍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도 고결한 성 안에서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단테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그들이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이 대목은 중세 신학의 엄격함과 고대 문화에 대한 단테의 존경이 부딪히는 곳입니다.
7. 프란체스카의 사랑
둘째 원에서는 사랑에 휩쓸려 이성을 잃은 영혼들이 끝없는 폭풍에 휘날립니다. 단테는 그 가운데 연인 한 쌍에게 말을 건넵니다. 프란체스카는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Love, that denial takes from none belov'd,
Caught me with pleasing him so passing well,
That, as thou see'st, he yet deserts me not.
사랑받는 이에게는 아무도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사랑이, 그를 기쁘게 하는 일에 나를 사로잡았고, 보다시피 그는 지금도 나를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원치 않는 결혼을 한 프란체스카와 시동생 파올로로, 둘은 함께 랜슬롯의 사랑 이야기를 읽다가 서로에게 끌렸다고 합니다. 책 속의 입맞춤 장면을 읽던 순간을 프란체스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The book and writer both
Were love's purveyors. In its leaves that day
We read no more.
책과 그 저자가 둘 다 사랑의 중매쟁이였다. 그날 우리는 그 책장에서 더는 읽지 않았다.
단테는 이 이야기를 듣고 연민으로 기절해 쓰러집니다. 이 장면은 독자의 마음을 가장 흔드는 부분입니다. 단테는 이들을 죄인으로 지옥에 두면서도 이들의 사랑에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는 죄를 가볍게 보지도, 죄인을 단순히 괴물로 그리지도 않습니다. 독자는 정의와 연민 사이에서 흔들리는 단테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게 됩니다.
8. 피 흘리는 나무
일곱째 원의 숲은 지옥에서 가장 끔찍한 풍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은 영혼들이 뒤틀린 나무로 변해 서 있는 곳입니다. 단테가 나뭇가지 하나를 꺾자 나무가 소리칩니다.
And straight the trunk exclaim'd: "Why pluck'st thou me?"
그러자 곧 줄기가 외쳤다. "왜 나를 꺾느냐?"
이 나무는 궁정의 고위 관료였다가 모함을 받고 옥중에서 목숨을 끊은 피에르 델라 비냐의 영혼입니다. 그는 자기 이름을 명예롭게 되돌려 달라고 청합니다. 이 장면은 자살을 다룬 중세의 가장 강렬한 장면이면서, 몸을 스스로 버린 사람은 최후의 심판 때에도 그 몸을 되찾지 못한다는 당대의 교리를 이미지로 만든 것입니다. 오늘의 독자에게는 불편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단테는 이 영혼을 비난하기보다 명예가 짓밟힌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9.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항해
여덟째 원의 도둑 같은 조언자들 가운데에서 단테는 불꽃 속에 갇힌 오디세우스를 만납니다. 단테는 호메로스에는 없던 이야기를 오디세우스의 입을 빌려 들려줍니다. 마녀 키르케를 벗어난 오디세우스는 아들에 대한 애정도, 늙은 아버지에 대한 공경도, 아내 페넬로페에 대한 사랑도 세상을 탐험하려는 열망을 이기지 못했고, 한 척의 배와 몇 안 되는 동료들을 이끌고 다시 바다로 나섭니다. 헤라클레스가 세운 경계, 곧 인간이 넘어서는 안 되는 지브롤터 해협에 이르렀을 때 그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Ye were not form'd to live the life of brutes
But virtue to pursue and knowledge high.
그대들은 짐승의 삶을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과 높은 앎을 좇으려고 태어났다.
그들은 경계를 넘어 남쪽 바다로 나아갔고, 결국 배는 큰 소용돌이에 삼켜집니다. 이 장면은 『신곡』에서 가장 해석이 갈리는 대목입니다. 한편으로는 금지된 지식을 향한 오만에 대한 경고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지적 열망에 대한 감탄이기도 합니다. 단테 자신이 이 장면에 얼마나 매혹되었는지가 문장의 힘에서 느껴집니다.
10. 우골리노의 굶주림
지옥의 가장 깊은 곳인 얼음 호수에서 단테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머리를 물어뜯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가해자는 피사의 우골리노 백작, 피해자는 그를 가두어 굶겨 죽게 한 대주교 루지에리입니다. 우골리노는 입을 닦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는 어린 아들들과 함께 탑에 갇혀 굶주림 속에서 아이들이 하나씩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끝은 이렇게 맺습니다.
Then fasting got
The mastery of grief.
그 뒤에는 굶주림이 슬픔을 이겼다.
이 구절은 해석이 분분합니다. 굶주림이 슬픔보다 컸다는 말일 수도 있고, 굶주림에 못 이겨 죽은 자식들의 시신을 먹었다는 암시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단테는 이 불확실함을 그대로 남겨 두며, 독자가 직접 그 공포를 상상하게 합니다. 이 장면은 지옥에서도 가장 끔찍한 대목이면서, 가해자이자 희생자인 인물의 이중적 얼굴 때문에 읽는 사람을 오래 붙듭니다.
11. 다시 별을 보다
지옥의 바닥에서 단테는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 사탄이 박혀 있는 모습을 봅니다. 사탄은 신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얼음에 갇혀 있고, 날개를 퍼덕일수록 얼음은 더 단단해집니다. 두 사람은 사탄의 털을 붙잡고 몸을 타고 내려가 지구의 중심을 통과하며 방향이 뒤집히고, 동굴을 따라 올라가 마침내 지옥을 벗어납니다. 지옥편의 마지막 줄은 이것입니다.
Thus issuing we again beheld the stars.
이렇게 나와서 우리는 다시 별들을 보았다.
『신곡』의 세 부분은 모두 "별"이라는 말로 끝납니다. 지옥에서 올라온 순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별이라는 사실은 이 시의 방향을 알려 줍니다. 가장 깊은 절망의 밑바닥을 통과하면 위를 향하는 길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12. 더 나은 물결을 향하여
연옥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O'er better waves to speed her rapid course
The light bark of my genius lifts the sail,
Well pleas'd to leave so cruel sea behind
더 나은 물결 위로 빨리 나아가려고 내 재능의 가벼운 배가 돛을 올린다. 그토록 잔혹한 바다를 뒤에 남겨 두는 것이 기쁘다.
연옥은 지옥과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지옥이 되돌릴 수 없는 영원한 형벌이라면, 연옥은 죄를 씻고 천국을 향해 오르는 시간입니다. 이곳의 영혼들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희망을 갖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노래하며 걷습니다. 연옥은 바다 한가운데 솟은 산이며, 일곱 층의 테라스가 있어 각 층에서 일곱 가지 대죄(오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육욕)를 하나씩 씻고 올라갑니다. 『신곡』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느리게 걷는 부분입니다.
13. 사랑이 모든 것의 씨앗
연옥의 한가운데에서 베르길리우스는 이 산의 구조를 설명하는 놀라운 가르침을 줍니다. 모든 덕과 모든 죄의 뿌리가 같은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이 잘못된 대상을 향하거나, 지나치거나, 모자랄 때 죄가 되고, 올바르게 향할 때 덕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가 말하는 한 층의 죄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The love of good, whate'er
Wanted of just proportion, here fulfils.
선에 대한 사랑 가운데 알맞은 정도에 모자랐던 것을 이곳에서 채운다.
이 가르침은 『신곡』 전체의 도덕 지도입니다. 지옥의 죄인들은 사랑이 뒤틀린 사람들, 연옥의 영혼들은 사랑을 바로잡는 사람들이고, 천국은 사랑이 완성된 곳입니다. 앞서 읽은 프란체스카의 이야기가 왜 사랑의 이야기인지, 그리고 왜 지옥에 있는지가 이 설명으로 이해됩니다. 그녀의 사랑은 잘못된 사랑이었고, 사랑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사랑이 향한 방향의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14. 불의 벽, 그리고 월계관
연옥의 마지막 관문은 불의 벽입니다. 단테는 두려워서 망설이지만, 벽 너머에 베아트리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내어 뛰어듭니다. 불을 통과한 뒤 베르길리우스는 마지막 가르침을 남깁니다.
Both fires, my son,
The temporal and eternal, thou hast seen
아들아, 너는 일시적인 불과 영원한 불, 두 가지 불을 모두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합니다.
I invest thee then
With crown and mitre, sovereign o'er thyself.
그러니 내가 너에게 왕관과 주교관을 씌워 주노라. 너 자신의 주인으로서.
이 대목은 베르길리우스의 가르침이 끝났다는 선언이면서, 이성이 인도할 수 있는 곳이 여기까지임을 인정하는 순간입니다. 이제부터 단테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걸어도 되고, 스스로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스승이 제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곧 스승 없이 서게 해 주는 일이 여기서 이루어집니다.
15. 사라진 안내자
지상 낙원에서 베아트리체가 마침내 나타나는 순간, 단테는 자기도 모르게 베르길리우스를 향해 돌아서려 합니다. 두려움 앞에서 어머니 품에 안기려는 아이 같은 반응입니다.
But Virgil had bereav'd us of himself,
Virgil, my best-lov'd father; Virgil, he
To whom I gave me up for safety
그러나 베르길리우스는 우리에게서 떠나고 없었다.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베르길리우스, 안전을 위해 내가 나를 맡겼던 그가.
베아트리체는 그를 이렇게 위로하면서 동시에 경고합니다.
"Dante, weep not, that Virgil leaves thee: nay,
Weep thou not yet
"단테여, 베르길리우스가 떠난다고 울지 마라. 아직은 울지 마라."
여기서 시 전체에서 단 한 번 단테의 이름이 불립니다. 베아트리체는 그에게 지난날의 잘못을 따져 묻습니다. 천국의 사랑은 위로하는 사랑이기 전에 바로잡는 사랑입니다. 단테는 부끄러워 눈물을 흘리고, 레테 강에서 죄의 기억을 씻고, 에우노에 강에서 선한 기억을 되살린 뒤 천국으로 오를 준비를 합니다.
16.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
천국편의 첫머리에서 단테는 자기가 이제부터 이야기할 것의 어려움을 미리 고백합니다.
Witness of things, which to relate again
Surpasseth power of him who comes from thence
그곳에서 돌아온 사람의 힘으로는 다시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의 증인이 나는 되었다.
천국에서 지성은 자기가 바라던 것에 가까이 갈수록 그 깊이에 빠져 기억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 고백은 천국편 내내 반복됩니다. 천국은 하늘의 아홉 천체와 그 너머의 최고천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눈빛에 이끌려 달에서 시작해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 항성천, 원동천을 차례로 오릅니다. 각 천체에서 그는 신학자와 성인, 순교자, 정의로운 통치자의 영혼들을 만납니다. 천국의 분위기는 지옥이나 연옥의 구체적 묘사와 달리 빛과 노래와 춤으로 가득합니다.
17. 그분의 뜻 안에 우리의 평화가 있다
첫 번째 하늘인 달에서 단테는 서원을 지키지 못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피카르다를 만납니다. 단테는 이 낮은 자리에 있는 것이 불만스럽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피카르다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And in his will is our tranquillity
그리고 그분의 뜻 안에 우리의 평온이 있습니다.
천국에서는 어느 영혼도 더 높은 자리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뜻이 신의 뜻과 하나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은 천국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간명하게 보여 주는 말로 자주 인용됩니다. 지상의 우리는 이 말을 체념으로 읽기 쉽지만, 단테가 그리는 것은 체념이 아니라 의지가 사랑 안에서 쉬는 상태입니다.
18. 남의 빵의 짠맛
단테는 조상 카치아귀다를 만나 자기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듣습니다. 가장 아픈 대목은 추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Thou shalt prove
How salt the savour is of other's bread,
How hard the passage to descend and climb
By other's stairs
너는 알게 되리라, 남의 빵이 얼마나 짠 맛인지, 남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를.
카치아귀다는 이어서 이 추방이 단테가 가장 아끼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첫 화살이라고 말하고,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함께 추방된 어리석고 비열한 무리라고 덧붙입니다. 단테는 이 예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가 본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쓰라는 사명을 받습니다. 『신곡』이 정치적 정적들을 이름까지 거론하며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추방의 고통이 이 시를 쓰게 한 힘이었고, 이 시는 그 고통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19. 베르나르, 마지막 안내자
천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떠나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하얀 옷을 입은 한 노인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찾자 노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Am her own faithful Bernard.
나는 그녀의 충실한 베르나르다.
성 베르나르는 12세기의 수도사이자 성모에 대한 열렬한 신심으로 유명했고, 단테의 마지막 안내자로 선택됩니다. 이 인물이 선택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천국의 마지막 길은 이성의 베르길리우스나 사랑의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관상과 기도의 안내자가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 성모에게 드리는 기도
베르나르는 단테를 대신해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합니다. 이 기도는 문학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꼽힙니다.
O virgin mother, daughter of thy Son,
Created beings all in lowliness
Surpassing, as in height, above them all
오 아드님의 딸이신 동정녀 어머니여,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낮고도 가장 높으신 분이여.
기도는 성모에게 단테가 신의 빛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청합니다. 이 간청은 이 시의 구조를 다시 보여 줍니다. 단테가 서 있는 이 자리도 결국 하늘의 여인들이 이어 준 중재의 끝에 있다는 것입니다. 맨 처음 베아트리체를 보낸 사람이 성모였다는 사실이 이때 완성됩니다.
21. 말이 닿지 않는 곳
단테는 마침내 신의 빛을 응시하는 순간에 이릅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Oh speech
How feeble and how faint art thou, to give
Conception birth!
오 말이여, 생각에 형상을 주기에는 너는 얼마나 약하고 희미한가!
그는 눈부신 빛의 깊은 곳에서 세 개의 둥근 빛이 하나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을 봅니다. 하나는 다른 하나에서 반사된 것 같고, 세 번째는 둘 모두에서 숨 쉬어진 불꽃 같습니다. 삼위일체를 그린 이 장면은 신학의 언어로 풀이되지만, 단테는 자기가 본 것이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거듭 고백합니다. 그러다 그 가운데 있는 원에서 자신들의 모습, 곧 사람의 형상이 그려진 것을 봅니다. 그는 원의 넓이를 재려는 기하학자처럼 그 이치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자기 날개가 닿지 못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22. 해와 별을 움직이는 사랑
이해에 이르지 못한 그 순간 번개 같은 한 줄기 빛이 마음을 가로질러 그가 구한 것을 펼쳐 보입니다. 시는 이렇게 끝납니다.
Here vigour fail'd the tow'ring fantasy:
But yet the will roll'd onward, like a wheel
In even motion, by the Love impell'd,
That moves the sun in heav'n and all the stars.
여기서 치솟던 상상의 힘은 다했으나, 의지는 바퀴처럼 고르게 굴러갔다. 하늘의 해와 모든 별을 움직이는 사랑이 밀어 주고 있었다.
이 마지막 문장은 지옥의 첫 줄과 호응합니다. 처음에는 길을 잃은 한 사람이 있었고, 끝에는 사랑이 움직이는 바퀴 안에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단테가 그린 우주는 두려움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고, 이 사랑은 개인의 감정이면서 해와 별을 움직이는 원리입니다. 그가 쓴 최후의 단어도 "별들"입니다. 세 부분 모두 별로 끝나는 이 구조는 이 시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23. 지옥만 기억되는 이유
『신곡』은 흔히 지옥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지옥편이 가장 구체적이고 극적이며 인물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시를 지옥으로만 읽으면 단테가 말하려던 중심을 놓치게 됩니다. 지옥은 방향이 어긋난 사랑의 모습이고, 연옥은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이며, 천국은 사랑이 온전해진 상태입니다. 세 부분은 한 길의 세 단계입니다. 지옥편의 날카로운 묘사들도 결국 그 길을 따라 걷게 하려는 장치로 읽을 수 있습니다.
24. 오늘의 눈으로 읽을 때
『신곡』에는 오늘의 독자가 불편해할 대목도 있습니다. 가톨릭 신학의 틀에서 비그리스도교인이나 다른 종교의 인물을 지옥에 두고, 무함마드와 알리를 분열을 일으킨 자로 끔찍하게 묘사하며, 동성 간의 사랑을 죄로 분류합니다. 단테는 자기 시대의 편견과 신학의 틀 안에 있었고, 이 시의 지옥에는 그 한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편 같은 시가 교황과 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을 지옥에 보내고, 이교도 철학자들을 존경으로 대하는 모습은 그의 시대로서는 대담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시대의 한계와 시대를 넘어서는 통찰이 함께 있는 작품으로 읽어야 합니다.
25. 번역과 읽는 순서
『신곡』은 원래 3행씩 이어지는 압운 형식(삼행연구)으로 쓰였고, 번역마다 이 형식을 살리는 방식이 다릅니다. 영어 번역 가운데에는 압운 없이 무운시로 옮긴 번역도 있고 압운을 살린 번역도 있어, 같은 구절도 느낌이 많이 달라집니다. 처음 읽는다면 지옥편 서곡(1곡)과 3곡, 5곡, 26곡, 33곡, 34곡, 연옥편의 1곡, 27곡, 30곡, 천국편의 3곡, 17곡, 33곡을 먼저 읽는 것을 권합니다. 이 글에서 다룬 대목이 대부분 여기에 있습니다. 한 곡이 길지 않으니 하루에 한 곡씩 읽는 속도가 좋습니다.
26. 이 책을 읽는 방법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곡씩 천천히 읽고, 모르는 인물이 나오면 해설을 참고하되 거기에 막히지 않는 것입니다. 단테 시대 피렌체의 정치를 다 알지 못해도 한 사람이 겪은 상실과 분노, 사랑과 회개의 이야기로 충분히 읽힙니다. 읽고 나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이어 읽어 보세요. 방황하는 영혼이 신에게 돌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책은 중세 서양이 그린 영혼의 여행의 두 가지 모습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견주어 읽으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길과 구원으로 오르는 길이라는 두 구도의 대비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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