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599년경 집필
Much Ado About Nothing
헛소동
전쟁에서 돌아온 귀족들이 머문 메시나의 저택에서, 서로 쏘아 대던 두 사람은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계략으로 사랑에 빠지고, 다른 한 쌍은 악의 어린 거짓 때문에 결혼식장에서 파국을 맞았다가 가짜 죽음을 거쳐 다시 만나는 희극
Sigh no more, ladies, sigh no more, Men were deceivers ever
한숨 짓지 마라, 숙녀들이여, 더는 한숨 짓지 마라. 남자는 예부터 속이는 존재였다.
Done to death by slanderous tongues Was the Hero that here lies
여기 누운 히어로는 중상하는 혀들에 죽임을 당했다.
한눈에 보기
전쟁을 마친 아라곤의 왕자 돈 페드로 일행이 메시나 총독 레오나토의 집에 머문다. 젊은 귀족 클라우디오는 레오나토의 딸 히어로에게 반하고, 왕자가 가면 무도회에서 대신 구혼해 혼담이 맺어진다. 같은 집에서는 만나기만 하면 말싸움을 벌이는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를 두고, 왕자와 친구들이 각자를 엿듣게 만들어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 믿게 하는 계략이 꾸며진다. 그러나 왕자의 사생아 형제 돈 존이 부하 보라키오와 함께 히어로가 부정한 여인인 것처럼 꾸며 결혼식 당일 클라우디오가 신부를 공개적으로 거절하게 만든다. 수사의 제안으로 히어로는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어릿광대 같은 경비대장 도그베리의 야경꾼들이 우연히 진실을 밝혀내며, 마지막 결혼식에서 두 쌍이 맺어진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 제인 오스틴 『에마』 (Emma)
- 오스카 와일드 『진지함의 중요성』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한 권 요점
Much Ado About Nothing
『헛소동』은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희극으로, 1599년 무렵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에 태어나 161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대는 시칠리아의 항구 도시 메시나이고, 5막 17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목의 ‘nothing’은 당시 발음이 ‘noting(엿듣고 눈여겨봄)’과 비슷했기 때문에 말장난이 담겼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 극의 사건은 거의 전부가 엿듣고, 잘못 알아듣고, 일부러 들려주는 데서 나옵니다. 극의 줄기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재치 있는 말싸움으로 맞서다 주위의 장난에 속아 사랑에 빠지는 베네딕과 베아트리체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순하고 젊은 클라우디오와 히어로가 중상모략으로 갈라섰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두 이야기를 이어 주는 것은 서툰 경비대장 도그베리와 그의 야경꾼들입니다.
줄거리
제1막: 전쟁에서 돌아온 손님들
메시나 총독 레오나토의 집 앞에서 전령이 아라곤의 왕자 돈 페드로가 오늘 밤 도착한다고 알립니다.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젊은 피렌체 귀족 클라우디오가 왕자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레오나토의 조카 베아트리체는 곧바로 파도바의 베네딕을 놀립니다. 얼마 뒤 도착한 일행 가운데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말다툼을 벌이고, 두 사람은 서로를 ‘경멸 부인’이라 부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클라우디오는 베네딕에게 레오나토의 딸 히어로를 어떻게 보았느냐고 묻고, 베네딕은 독신으로 살겠다고 큰소리치며 놀립니다. 돈 페드로가 클라우디오의 마음을 알아채고 그날 밤 가면 무도회에서 히어로에게 자신이 클라우디오인 척 구혼하겠다고 나섭니다. 한편 왕자의 사생아 형제 돈 존은 부하 콘라드에게 자신이 ‘솔직한 악당’이라 털어놓고, 보라키오에게서 클라우디오의 혼담 소식을 듣자 이를 방해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제2막: 가면 무도회와 두 개의 계략
무도회 날 베아트리체는 혼자 사는 편이 낫다고 농담하고, 가면을 쓴 사람들은 짝을 지어 춤을 춥니다. 베아트리체는 가면 쓴 베네딕에게 그가 ‘왕자의 광대’라는 험담을 하고 베네딕은 상처를 입습니다. 한편 돈 존은 가면 쓴 클라우디오를 향해 베네딕으로 착각한 척하며 왕자가 히어로를 자기가 갖기 위해 구혼한다고 거짓으로 속삭입니다. 클라우디오는 한동안 이를 믿고 낙담하지만, 곧 왕자가 약속대로 히어로를 얻어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혼례는 일주일 뒤로 잡힙니다. 기다리는 동안의 심심풀이로 돈 페드로는 레오나토, 클라우디오, 히어로를 끌어들여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를 서로 사랑에 빠지게 만들기로 합니다. 반대편에서는 보라키오가 돈 존에게 계략을 내놓습니다. 히어로의 시녀 마가렛이 자신과 사귀는 사이이니, 밤에 마가렛을 히어로의 방 창가에 세워 히어로인 것처럼 말을 나누면 왕자와 클라우디오가 이를 목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원에서는 베네딕이 나무 그늘에 숨어 왕자 일행이 일부러 들려주는 “베아트리체가 당신을 몰래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엿듣고 속아 넘어갑니다. 베아트리체가 저녁 식사를 알리러 오자 그는 그 쌀쌀한 말투에서도 사랑의 흔적을 읽어 냅니다.
제3막: 정자의 속삭임과 경비대의 횡재
이번에는 히어로가 시녀 우르술라와 함께 정원 산책로를 걸으며 베네딕이 베아트리체를 사랑한다고 일부러 들리게 이야기하고, 정자에 숨은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오만을 책망하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이후 베네딕이 모자를 솔질하고 수염을 깎으며 눈에 띄게 변해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는 동안, 돈 존이 왕자와 클라우디오를 찾아와 히어로가 부정하다고 고합니다. 그는 오늘 밤 히어로의 방 창문을 직접 보게 해 주겠다고 하고, 클라우디오는 내일 성당 안에서 신부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겠다고 다짐합니다. 같은 시각 도그베리와 버지스가 이끄는 경비대는 거리를 지키다가, 보라키오가 콘라드에게 돈 존에게서 천 두카트를 받았다며 자기 계략의 전말을 자랑하는 것을 엿듣고 두 사람을 체포합니다. 결혼식 날 아침 히어로는 마음이 무겁다고 하고, 마가렛은 그 속도 모른 채 농담을 던집니다. 도그베리는 레오나토에게 이 일을 알리려 하지만 장황하고 뜻이 불분명한 말투 때문에 바쁜 총독은 심문을 알아서 하라고 맡기고 성당으로 향합니다.
제4막: 무너진 결혼식
성당에서 수사가 혼례를 시작하자 클라우디오는 신부를 레오나토에게 돌려주며 “이 썩은 오렌지를 친구에게 주지 마시오”라고 외칩니다. 지난밤 창가에서 다른 남자와 이야기한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돈 페드로와 돈 존도 이를 확인하자 히어로는 충격으로 쓰러집니다. 클라우디오와 왕자 형제가 자리를 뜨자 레오나토는 수치에 사로잡혀 딸이 차라리 죽기를 바랄 정도로 흔들립니다. 베아트리체는 사촌이 모함당했다고 믿고, 수사는 히어로의 얼굴에 어린 순수함을 보았다며 계책을 내놓습니다. 히어로가 죽었다고 소문을 내고 상을 치르는 동안 몰래 숨겨 두면, 사람들의 마음이 비난에서 후회로 바뀔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흩어진 뒤 남은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는 처음으로 서로의 사랑을 고백합니다. 곧바로 베아트리체가 “클라우디오를 죽여 달라”고 요구하고 베네딕은 놀라 거절하지만, 그녀의 분노와 확신 앞에서 결국 클라우디오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한편 감옥에서는 도그베리가 서투르게 심문을 이끌고, 교회지기 섹스턴이 야경꾼들의 증언을 정리하며 보라키오가 천 두카트를 받고 히어로를 모함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돈 존이 이미 메시나를 떠났다는 사실도 드러납니다.
제5막: 속죄와 두 번째 결혼식
레오나토와 동생 안토니오는 클라우디오와 돈 페드로를 가로막고 노인의 몸으로 결투를 청합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 이번에는 베네딕이 나타나 “당신이 그 죄 없는 숙녀를 죽였다”며 클라우디오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클라우디오와 왕자는 그를 놀리다 그가 진지하다는 것을 알고 놀랍니다. 그때 도그베리가 포박한 보라키오를 끌고 오고, 보라키오는 돈 존이 시켜 히어로를 모함했다고 스스로 밝힙니다. 클라우디오는 독을 마신 것 같다며 뉘우치고, 레오나토는 히어로가 억울하게 죽었음을 메시나에 알리고 비문을 지어 무덤 앞에서 노래하라고 요구합니다. 또 자신의 형제 안토니오에게 히어로와 꼭 닮은 딸이 있으니 이튿날 아침 그 딸과 혼인하라고 합니다. 밤이 되자 클라우디오는 무덤 앞에서 비문을 읽고 해마다 이 의식을 치르겠다고 합니다. 한편 베네딕은 마가렛의 도움으로 베아트리체와 만나 사랑의 말을 주고받고, 히어로의 결백이 밝혀졌다는 소식이 곧 전해집니다. 이튿날 아침 레오나토의 집에서 가면을 쓴 여인들이 나오고, 클라우디오가 손을 잡고 맹세하자 가면 속의 신부가 “지난 히어로는 더럽혀진 채 죽었지만 저는 살아 있습니다”라며 얼굴을 드러냅니다.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며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각자 쓴 글이 적힌 종이가 나오자 웃으며 항복합니다. 도망치던 돈 존이 붙잡혀 돌아왔다는 전갈이 오지만, 베네딕은 내일 생각하자며 악사들에게 춤곡을 청하고 극은 춤으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메시나의 유쾌한 전쟁
극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말싸움에서 시작합니다. 베아트리체는 베네딕이 오기도 전에 그를 안주 삼습니다. 레오나토는 조카를 두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There is a kind of merry war betwixt Signior Benedick and her
베네딕 경과 그녀 사이에는 일종의 유쾌한 전쟁이 있습니다.
막상 마주치면 베아트리체가 먼저 칼을 뽑습니다.
I wonder that you will still be talking, Signior Benedick: nobody marks you.
베네딕 경, 아직도 떠들고 계시다니 놀랍군요. 아무도 당신 말을 새겨듣지 않는데.
What! my dear Lady Disdain, are you yet living?
뭐라고! 사랑하는 경멸 부인, 아직 살아 계셨소?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향한 공격처럼 들리지만, 상대의 말을 한마디도 흘려듣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가장 열심히 서로를 듣고 있는 사이입니다. 이 극의 사랑이 ‘눈여겨봄’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첫 장면부터 보여 줍니다.
2. 독신을 맹세한 군인
클라우디오가 히어로에게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자 베네딕은 사랑에 빠진 친구를 놀립니다. 클라우디오의 대답은 순박합니다.
In mine eye she is the sweetest lady that ever I looked on.
내 눈에는 그녀가 내가 본 가장 사랑스러운 숙녀야.
베네딕은 결혼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돈 페드로는 언젠가 창백해질 거라고 응수합니다.
I will live a bachelor.
나는 독신으로 살 것이다.
이 맹세는 극이 가장 아끼는 약속입니다. 지킬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단단하게 말해서 깨질 때의 웃음이 커지는 종류의 맹세이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디오의 진지한 사랑과 베네딕의 호언장담이 나란히 놓이면서 앞으로 두 사람이 겪게 될 일이 각각 어느 쪽 이야기인지 미리 정해집니다.
3. 가면 무도회와 구혼의 대리인
돈 페드로가 클라우디오 대신 구혼하는 방식은 호의에서 나왔지만 위험을 품고 있습니다. 소문을 믿은 클라우디오는 돈 존의 말을 듣자마자 친구의 우정을 의심합니다.
Let every eye negotiate for itself And trust no agent
모든 눈은 스스로 교섭해야 한다. 어떤 대리인도 믿지 마라.
오해는 곧 풀리고, 클라우디오는 기쁨에 말문이 막힙니다.
Silence is the perfectest herald of joy
침묵이야말로 기쁨의 가장 완벽한 전령이다.
이 장면에서 클라우디오는 거짓 한마디에 흔들릴 만큼 남의 말에 취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처음 드러납니다. 훗날 결혼식에서 일어나는 일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이 성격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베아트리체가 남기는 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there was a star danced, and under that was I born
별 하나가 춤을 추었고, 그 아래서 내가 태어났어요.
4. 솔직한 악당, 돈 존
돈 존은 이 극의 악역이지만 이유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가 스스로 내놓는 설명은 자기 처지에 대한 불평뿐입니다.
I am trusted with a muzzle and enfranchised with a clog
나는 입마개를 쓴 채 신임받고, 족쇄를 찬 채 풀려났다.
그는 위선을 부리지 않는다는 점을 오히려 자랑합니다.
I am a plain-dealing villain.
나는 숨김없는 악당이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악의를 깊이 파고들지 않고, 악의가 한번 쥐어지면 얼마나 쉽게 작동하는지에 집중합니다. 돈 존은 직접 거짓을 만들어 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불신과 자존심에 불을 붙이는 사람입니다.
5. 엿듣기의 연극: 베네딕의 정원
돈 페드로가 발타사르를 시켜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은 정원 나무 뒤의 베네딕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막간입니다. 돈 페드로의 한마디가 극의 말장난을 압축합니다.
Notes, notes, forsooth, and nothing!
음표, 음표,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것들뿐이군!
이어 레오나토와 클라우디오가 베아트리체의 가짜 사랑 고백담을 늘어놓자 베네딕은 의심하면서도 믿어 버립니다.
Sits the wind in that corner?
바람이 그쪽 모퉁이에서 부는 거였나?
숨어 듣던 그가 마음을 정하는 근거가 재미있습니다. 농담과 비웃음이 두려워 마음을 접을 수는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한 끝에 이렇게 말합니다.
No; the world must be peopled.
아니, 세상은 사람으로 채워져야 하니까.
그는 곧 이어 자신이 결혼할 때까지 살 줄은 몰랐다고 멋쩍게 인정합니다.
When I said I would die a bachelor
내가 독신으로 죽겠다고 말했을 때는
엿들은 말이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사랑이 시작되는 조건은 진실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믿음이라는 것이 이 장면의 웃음 아래 놓인 통찰입니다.
6. 엿듣기의 연극: 베아트리체의 정자
히어로와 우르술라가 같은 방식으로 베아트리체를 속입니다. 두 사람은 산책로를 오가며 일부러 베네딕의 사랑을 칭찬하고 베아트리체의 오만함을 비난합니다. 이를 엿들은 베아트리체의 반응은 곧바로 변합니다.
Contempt, farewell! and maiden pride, adieu!
경멸이여 잘 가라! 처녀의 자존심이여 안녕!
그리고 다짐합니다.
And, Benedick, love on; I will requite thee
베네딕, 계속 사랑하세요. 나도 보답하겠어요.
이 대목에서 히어로의 마지막 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Some Cupid kills with arrows, some with traps.
어떤 큐피드는 화살로, 어떤 큐피드는 덫으로 죽인다.
같은 극에서 덫 하나는 사랑을 낳고 다른 덫은 한 사람의 명예를 무너뜨립니다. 속임수의 모양은 같고 방향만 다르다는 것이 이 극의 불편한 점이자 힘입니다.
7. 변한 베네딕과 돈 존의 중상
베네딕이 수염을 깎고 한숨을 쉬자 친구들은 즉시 눈치채고, 그는 치통이 있다는 핑계를 댑니다. 그의 한마디에는 뜻밖의 진실이 있습니다.
everyone can master a grief but he that has it
슬픔은 겪는 당사자 말고는 누구나 다스릴 수 있다.
같은 장면에서 돈 존은 클라우디오와 왕자에게 다가가 단 한마디로 판을 뒤집습니다.
the lady is disloyal.
그 숙녀는 부정합니다.
클라우디오의 반응은 곧바로 응징의 계획으로 이어집니다.
If I see anything tonight why I should not marry her tomorrow
오늘 밤 내일 그녀와 결혼해서는 안 될 무언가를 보게 된다면
그는 “그렇다면 성당에서 망신을 주겠다”고 이어서 말합니다. 직접 묻거나 히어로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대신 공개적인 응징을 택한다는 점이 이후 비극의 방향을 정합니다. 웃음 섞인 놀림과 치명적인 중상이 한 장면에 나란히 놓여, 같은 ‘소문’이 한쪽에서는 사랑을 낳고 다른 쪽에서는 파국을 부른다는 대비가 선명해집니다.
8. 보라키오의 창문 계략
보라키오는 정직하게는 할 수 없지만 들키지 않게는 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Not honestly, my lord; but so covertly that no dishonesty shall appear in me.
정직하게는 아닙니다, 나리. 하지만 제게 부정직함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은밀하게 하겠습니다.
그가 말하는 목표는 한 사람의 평판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삶입니다.
Proof enough to misuse the Prince, to vex Claudio, to undo Hero
왕자를 속이고, 클라우디오를 괴롭히고, 히어로를 파멸시키기에 충분한 증거.
결혼식 날 아침 히어로는 알 수 없는 불안을 품고 있습니다.
God give me joy to wear it! for my heart is exceeding heavy.
이 옷을 입고 기쁨을 누리게 해 주소서! 제 마음은 너무나 무겁습니다.
마가렛은 자신이 어떤 일에 이용되었는지 모른 채 농담을 이어 갑니다. 피해자도 가담자도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음모가 진행된다는 점이 이 대목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9. 도그베리와 야경꾼들
이 극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사람들은 가장 어수룩한 사람들입니다. 도그베리가 야경꾼들에게 내리는 지침은 웃음을 위한 것입니다.
Are you good men and true?
당신들은 선하고 진실한 사람들이오?
그는 도둑을 잡는 대신 상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가르칩니다.
they that touch pitch will be defiled.
역청을 만지는 자는 더럽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엉터리 지침을 따르던 야경꾼들이 우연히 보라키오의 자랑을 엿듣고, 가장 중요한 비밀을 손에 넣습니다. 도그베리는 심문을 하며 상대가 자신을 ‘당나귀’라고 불렀다는 사실만 끊임없이 되풀이합니다.
O that I had been writ down an ass!
아, 내가 당나귀로 기록되었더라면!
세상의 질서가 말을 잘하는 귀족들의 손에 있을 때 거짓이 이겼고, 말을 못하는 이들의 서툰 성실함이 진실을 건졌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를 풍자로 처리하지만 질문은 진지합니다. 누구의 말이 믿을 만한가.
10. 결혼식장의 거절
4막 1장은 이 극의 분기점입니다. 수사가 혼인의 장애가 있으면 말하라고 하자 클라우디오는 신부를 돌려줍니다.
Give not this rotten orange to your friend
이 썩은 오렌지를 친구에게 주지 마십시오.
히어로는 영문을 몰라 반문합니다.
Is my lord well, that he doth speak so wide?
나리께서 이렇게 엉뚱한 말씀을 하시다니, 괜찮으신 건가요?
클라우디오가 지난밤 창가의 남자를 추궁하자 히어로는 부인하지만 왕자와 돈 존이 증언을 얹어 버립니다.
I talk’d with no man at that hour, my lord.
저는 그 시각에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나리.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버지 레오나토도 흔들려 딸이 죽기를 바랄 만큼의 말을 쏟아내는데, 그만큼 수치가 사람을 이성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극은 숨기지 않습니다. 반면 수사와 베아트리체는 처음부터 히어로의 얼굴과 사정을 믿습니다.
There is some strange misprision in the princes.
왕자님들께서 어딘가 기이하게 오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11. 수사의 계책
수사는 히어로가 죽은 것으로 알려지게 하라고 권합니다. 그 이유를 인간 심리에 대한 관찰로 설명합니다.
what we have we prize not to the worth Whiles we enjoy it
우리는 가졌을 때는 그 값어치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잃은 뒤에야 그 사람의 장점이 눈앞에 선명히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상심한 레오나토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Being that I flow in grief, The smallest twine may lead me.
슬픔에 잠겨 있으니 아주 가는 실도 나를 이끌 수 있소.
수사는 히어로에게도 한마디를 건넵니다.
Come, lady, die to live
자, 아가씨, 살기 위해 죽으시오.
이는 희극에서 비극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장치입니다. 죽음을 연극으로 만든 순간부터 극은 다시 웃음을 되찾을 길을 얻지만, 그 대가로 클라우디오가 겪어야 할 후회가 필요해집니다.
12. 고백과 “클라우디오를 죽여 주세요”
모두가 떠난 성당에서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는 처음으로 진심을 말합니다. 베네딕은 주저 없이 사랑을 말하고, 베아트리체는 확답을 피하며 한 걸음씩 다가갑니다.
I do love nothing in the world so well as you
나는 세상 어느 것도 당신만큼 사랑하지 않소.
I confess nothing, nor I deny nothing.
나는 아무것도 시인하지 않고,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아요.
그러나 곧 베아트리체가 “클라우디오를 죽여 달라”고 부탁하자 베네딕은 놀라 거절하고, 베아트리체는 이렇게 받아칩니다.
You kill me to deny it.
그걸 거절하면 저를 죽이는 거예요.
베아트리체는 사촌을 모함한 자들이 말만 화려할 뿐 남자다운 용기를 잃었다고 분노합니다.
O God, that I were a man!
오 하느님, 내가 남자였더라면!
희극 속의 연애가 단순한 말싸움에서 벗어나 삶의 무게를 얻는 장면입니다. 사랑을 증명하는 방법이 달콤한 맹세가 아니라 친구에게 맞서는 일이라는 점에서, 베네딕은 이제 “독신으로 살겠다”던 사람이 아닙니다.
13. 레오나토의 슬픔과 노인들의 도전
5막은 노인의 슬픔으로 열립니다. 위로하는 동생에게 레오나토는 위로가 얼마나 쉽게 하는 말인지를 따집니다.
My griefs cry louder than advertisement.
내 슬픔은 어떤 충고보다 더 큰 소리로 운다.
there was never yet philosopher That could endure the toothache patiently
치통을 의연히 견뎌 낸 철학자는 이제껏 한 명도 없었다.
앞서 베네딕이 치통을 핑계 삼아 사랑의 아픔을 숨기던 장면과 이어지는 구절입니다. 레오나토는 클라우디오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Thou hast kill’d my child
네가 내 아이를 죽였다.
베네딕은 말로 장난하는 두 귀족에게 이전과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In a false quarrel there is no true valour.
거짓된 다툼에는 참된 용기가 없다.
클라우디오와 왕자는 노인들을 가볍게 여기고 그의 도전도 처음에는 농담으로 받아들입니다. 진지함이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이 장면에서 길어집니다.
14. 보라키오의 자백과 속죄
보라키오는 붙잡혀 온 자리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거짓이 밝혀지는 순간은 짧고 건조합니다.
I desire nothing but the reward of a villain.
저는 악당에게 합당한 보상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클라우디오는 말 그대로 충격을 받습니다.
I have drunk poison whiles he utter’d it.
그가 말하는 동안 나는 독을 마신 듯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오해’로 규정하며 속죄를 청합니다.
yet sinn’d I not But in mistaking
하지만 내가 죄를 지은 것은 오로지 잘못 알았다는 점에서뿐이오.
레오나토의 요구는 복수가 아니라 회복입니다. 죽은 딸의 결백을 메시나 전체에 알리고, 대신 형제의 딸과 혼인하라는 것입니다.
And so dies my revenge.
그렇게 나의 복수는 죽는다.
클라우디오가 치르는 대가가 비교적 가볍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는 비문을 바치고 해마다 의식을 치르겠다고 약속하며, 신부의 얼굴조차 보지 않은 채 혼인을 승낙합니다. 이 순종을 뉘우침의 증거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15. 비문과 노래
클라우디오는 무덤 앞에서 두루마리를 펴고 비문을 읽습니다.
Death, in guerdon of her wrongs, Gives her fame which never dies.
죽음은 그녀가 받은 부당함에 대한 보상으로 영원히 죽지 않는 명성을 준다.
그리고 약속합니다.
Yearly will I do this rite.
해마다 이 의식을 치르겠다.
밤의 무덤 앞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극 전체에서 가장 느린 장면입니다. 사건은 이미 해결되었는데도 웃음이 곧바로 돌아오지 않고 애도가 먼저 자리를 차지합니다. 새벽빛이 오면 왕자가 횃불을 끄라고 하며 장면은 끝납니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마지막 혼례는 지나치게 가벼운 해피 엔딩이 되었을 것입니다. 극은 가짜 죽음에도 진짜 애도의 시간을 주어 후회를 현실로 만듭니다.
16. 가면을 벗는 두 쌍
마지막 장면은 두 번 가면이 벗겨집니다. 먼저 클라우디오가 신부의 손을 잡자 가면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One Hero died defil’d, but I do live
한 히어로는 더럽혀진 채 죽었지만, 저는 살아 있습니다.
레오나토는 이를 간단히 요약합니다.
She died, my lord, but whiles her slander liv’d.
죽었습니다, 나리. 그녀에 대한 중상이 살아 있던 동안은.
두 번째 가면은 말싸움의 가면입니다.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우기다가, 친구들이 증거로 내놓은 서툰 시가 적힌 종이 앞에서 항복합니다.
A miracle! here’s our own hands against our hearts.
기적이군! 우리 손이 우리 마음을 거슬러 나왔어.
Peace! I will stop your mouth.
조용! 내가 당신의 입을 막아 주겠소.
베네딕은 결혼을 두고 한 자신의 말을 마지막으로 뒤집습니다.
man is a giddy thing, and this is my conclusion.
사람은 변덕스러운 존재이고,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돈 존이 붙잡혔다는 소식이 오지만 그는 “내일 생각하자”며 악사들에게 연주를 청합니다. 처벌은 극이 책임지지 않고 춤이 먼저 옵니다. 거짓이 무엇을 부수는지 충분히 보여 준 뒤에도 극은 사랑이 더 오래 간다고 말하며 끝납니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헛소동』은 5막 17장면의 짧은 희극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처음이라면 1막 1장(베네딕과 베아트리체의 첫 말다툼), 2막 3장(베네딕의 정원), 3막 3장(도그베리의 경비대), 4막 1장(무너진 결혼식), 5막 4장(두 번의 가면 벗기)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 극의 많은 대사는 말장난이어서 한 번 읽어서는 웃음의 지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소리 내어 읽거나 음성으로 들으며 말의 속도와 어긋남을 느끼는 방식이 어울립니다. 또 클라우디오가 신부를 거절하는 4막 1장은 오늘의 독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 불편함은 극이 의도한 것이기도 하니, 히어로의 대답과 베아트리체의 분노를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마지막으로 클라우디오와 히어로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읽을수록 베네딕과 베아트리체의 말싸움이 더 큰 안도로 다가옵니다. 두 이야기를 나란히 놓고 읽는 것이 이 책의 맛입니다.
ReadGem 앱 소개
ReadGem 앱은 세계 고전을 읽으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다국어 독서 플랫폼입니다.
원문과 번역을 문장별로 나란히 보여 주어 언어 간 표현을 비교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의 모든 문장을 TTS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의 서재는 퍼블릭 도메인의 오래 사랑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하며, 삽화가 실린 책도 많습니다.
ReadGem 앱은 독자와 함께 번역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읽다가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는 문장을 만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AI 앱에 그 문장의 새 번역을 요청하고 결과를 ReadGem에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안은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것(또는 여러 제안을 합친 것)이 모든 독자가 읽는 번역이 됩니다.
아직 번역이 없는 언어에서는 처음부터 AI와 함께 번역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본이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일이 그렇게 줄어듭니다.
『헛소동』의 영어 원문을 ReadGem 앱에서 직접 들어 보세요.
모든 문장을 원어 음성으로 따라 들으며 이야기를 귀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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