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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924년 출간

Memoirs of Arsène Lupin

아르센 뤼팽의 회상

스무 살의 청년 랄프가 늙지 않는다는 소문의 여인 조세핀을 구해 내 사랑에 빠지고, 일곱 수도원의 전설적인 보물을 둘러싼 암투 끝에 훗날 괴도 아르센 뤼팽이 되는 첫 모험

Good and evil, they attract me in turn.

선과 악이 번갈아 나를 끌어당기지.

From that day on he was Arsène Lupin.

그날부터 그는 아르센 뤼팽이었다.

한눈에 보기

1892년 노르망디, 데티그 남작의 서재에서 비밀 편지를 훔쳐 읽은 청년 랄프 드앤드레시는 한 여인을 비밀 재판에 세워 바다에 버리려는 음모를 알게 된다. 그는 가라앉는 배에서 그 여인 조세핀 발사모를 구해 내지만 이내 그녀에게 사로잡히고, 둘은 일곱 가지 촛대의 비밀과 수도원들이 모아 둔 보물을 쫓는 동업자이자 연인이 된다. 그러나 그녀는 거침없이 사람을 해치는 인물이었고, 랄프는 도덕의 선을 두고 그녀와 갈라선다. 옛 등대의 올가미, 라틴어 암호 풀이, 텅 빈 바위, 조세핀의 마지막 습격을 지나 랄프는 클라리스와 결혼하지만, 아들 장을 잃은 날 비로소 아르센 뤼팽으로 살기 시작한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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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요점

Memoirs of Arsène Lupin

『아르센 뤼팽의 회상』은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쓴 모험 소설로, 1924년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르블랑은 1864년에 태어나 194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신사 도둑 아르센 뤼팽 연작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 책은 단편 모음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장편이며, 제1~14장과 에필로그, 그리고 짧은 각주 네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뤼팽 연작에서 시간상 가장 앞에 놓인 이야기로, 아직 뤼팽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던 스무 살 청년이 어떻게 그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줄기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카글리오스트로의 딸이라 불리는 조세핀 발사모와 보마냥 일당이 벌이는 보물 쟁탈전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과 도덕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년이 자기 안의 두 얼굴을 받아들이는 성장담입니다. 책 속 사건은 1892년 노르망디 해안에서 시작해 센강과 쥐미에주 일대를 지나 다시 노르망디로 돌아옵니다.

줄거리

제1~4장: 스무 살의 뤼팽, 비밀 재판, 가라앉는 배

1892년 노르망디, 랄프 드앤드레시는 한밤에 연인 클라리스의 아버지 데티그 남작의 저택에 숨어들어 서재의 책상 비밀 서랍을 엽니다. 거기서 나온 편지에는 '무시무시한 여인'을 마차로 납치해 비밀 재판에 세우고 처단하겠다는 계획이 적혀 있었습니다. 랄프는 클라리스의 방에서 밤을 보내다 자신의 본명이 아르센 뤼팽이며 아버지가 체육과 검술을 가르치던 사람이었다고 털어놓고, 선과 악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린다고 고백합니다. 이튿날 그는 탑의 환기창에 숨어 보마냥과 음모자들의 모임을 엿봅니다. 끌려온 젊은 여인은 조세핀 발사모, 카글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이라 불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남작이 낭독하는 조서에 따르면 이 여인은 1870년 파리 사교계와 튈르리 궁에서 불로의 비밀과 네 가지 수수께끼를 말하며 전쟁을 예언했습니다. 1788년 팔레르모의 출생 기록, 조제핀 황후와의 연결, 1816년 모스크바의 세밀화와 사진 서명이 같다는 증거까지 제시되고, 아르콜라 공이 그녀를 알아봅니다. 남작은 동지 열두 명 가운데 세 명이 죽은 것이 그녀 탓이라고 고발하며 세 번째 살인을 묻습니다. 세 번째 피해자로 지목된 보마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자 여인은 놀라지만 곧 평정을 되찾습니다. 보마냥은 그녀와의 죄 많은 관계와 독이 든 약 봉지를 바꿔치기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여인은 1498년 밀라노에서 그려진 이중 초상화를 들어 닮은 얼굴은 우연일 뿐이라고 반박하지만, 일당은 영국 배에 넘긴다는 구실로 익사형을 몰래 확정합니다.

남작과 사촌 베네토는 여인을 들것에 묶어 해변으로 내려가, 구멍 난 작은 배에 태워 바다로 끌고 나갑니다. 두 사람은 겁에 질려 기도하다 지푸라기 마개를 뽑고 도망칩니다. 헤엄쳐 따라온 랄프가 양말로 구멍을 막고 돌을 던져 버린 뒤 여인을 구해 350계단의 절벽을 업고 올라 헛간 다락에 눕힙니다. 잠든 그녀의 어깨에서 세밀화와 같은 검은 점을 확인한 그는 사랑에 가까운 헌신을 맹세합니다. 그러나 정오 가까이 깨어 보니 그녀는 사라지고, 다시 만나려 하지 말라는 메모가 적힌 사진만 남아 있습니다.

제5~6장: 일곱 가지 중 하나, 형사들과 경찰관

랄프는 사진과 입맞춤의 기억 때문에 클라리스를 잊고 오직 조세핀만 생각합니다. 나흘을 기다리다 찾아온 클라리스를 모른 척 돌려보내지만, 그녀가 꽃다발에 묶어 둔 편지로 남작 일행이 어느 성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고 어부로 변장해 뒤따릅니다. 그는 일당에게 옛 은닉처를 안다고 속여 지하실에 가두고, 열두 개의 벽돌 기둥 가운데 아홉 번째에서 일곱 가지 촛대의 가지 하나를 찾아냅니다. 쫓기던 그를 구해 마차에 태워 주는 사람이 조세핀입니다. 랄프는 사랑을 고백하고 가지의 비밀을 설명해 그녀를 놀라게 합니다.

혼자서는 위험하다는 그녀 곁에 있겠다고 간청한 랄프는 옛 요리사의 여관에 이르지만 형사들이 와서 그녀를 쫓고 있습니다. 그는 회색 드레스를 입고 여자로 변장해 형사들을 따돌립니다. 센 강변에서 조세핀이 거울 앞에서 젊음을 되찾고, 그녀를 도둑이라 여기던 랄프에게 되레 그의 정체가 아르센 뤼팽이라고 폭로합니다. 둘은 서로의 과거를 덮기로 하고 입을 맞춥니다.

제7~8장: 카푸아의 즐거움, 두 개의 유언

두 사람은 거룻배에서 한 달을 보내며 함께 '일'을 합니다. 랄프가 조세핀의 나이에 대한 자기 가설을 늘어놓다가 불쾌감만 사고, 극장에서 일곱 보석 띠를 두른 여배우 브리짓 루셀린을 본 그는 몽마르트르 집의 지붕으로 숨어듭니다. 거기서 목을 조르던 강도를 쓰러뜨리고 보니 조세핀의 마부 레너드입니다. 곧 조세핀이 현장에 나타나고, 랄프는 살인은 하지 않겠다며 모든 것을 털어놓으라고 몰아붙입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 기사가 추기경에게 맡긴 보석 상자와 화강암 경계석의 비밀, 도난, 보마냥이 발견한 추기경의 메모, 수도원들이 모은 막대한 보물입니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브리짓은 살아 있었고, 랄프는 그녀에게서 반지와 보마냥의 이름을 알아냅니다. 조세핀이 말려도 그는 농담으로 받으며 보마냥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제9~11장: 타르페이아 바위, 절단된 손, 옛 등대

랄프는 조세핀의 심부름꾼으로 가장해 보마냥의 집에 들어가 남작, 베네토와 마주 앉습니다. 수도원 보물 이야기와 조세핀의 재판을 엿본 사실을 들이대고 남작이 쓴 지시 편지의 원본을 가졌다고 허세를 부려 일곱 개의 반지를 받아냅니다. 떠나기 직전 그것이 거짓이었다고 밝히는 대목은 그의 배짱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마차에서 승리를 자랑하던 그는 안뜰에서 납치되어 갇히고, 조세핀이 준 초콜릿에 취해 잠듭니다. 깨어 보니 센강의 거룻배 위였고, 랄프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릴본의 루셀린 부인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랄프는 뒤클레르 근처 코르부스 부자의 동굴에 그녀가 갇혔음을 알아냅니다. 굴뚝 통로로 심문을 엿듣자 22년 전 전쟁 때 두 신사가 추기경의 하인을 죽이고 상자와 일곱 반지를 빼앗은 사연이 나옵니다. 랄프는 손이 으스러진 부인을 구해 수녀들에게 맡기고, 그 일을 계기로 조세핀과 결별합니다. 사랑과 싸우던 그는 클라리스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탄카르빌 숲의 옛 등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약속된 화요일, 등대에서 보마냥의 올가미에 걸려 덧문에 묶인 채 매달립니다.

보마냥이 노린 것은 조세핀이었습니다. 그는 나타난 그녀의 목을 조르려다 끝내 힘이 빠지고, 조세핀은 랄프를 향한 사랑을 선언합니다. 보마냥이 랄프가 클라리스 앞으로 쓴 편지를 내밀자 조세핀은 질투에 사로잡히고, 랄프는 그녀에게서 마음이 완전히 식습니다. 레너드가 보마냥의 어깨를 찌르고, 그때 문으로 클라리스가 들어섭니다.

제12~13장: 광기와 천재성, 수도승들의 금고

묶여 있는 랄프 앞에 클라리스가 불려 오고, 조세핀은 클라리스의 아버지가 보마냥 일당과 함께 한 여인을 배에 실어 바다에 버린 일을 폭로합니다. 상자 속 라틴어 문구를 캐묻자 클라리스는 "Ad lapidem currebat olim regina"를 말하는데, 이미 아는 문구라 격분한 조세핀은 레너드에게 그녀를 고문하라고 명합니다. 랄프는 열쇠 단어를 안다며 클라리스의 석방을 얻어내고, 문구의 첫 글자들이 큰곰자리의 별 알코르가 되며 일곱 수도원이 큰곰 모양으로 놓여 있다는 점에서 보물 바위가 쥐미에주 근처 아녜스 소렐의 저택 터에 있다고 풀어냅니다. 그러나 그는 조세핀의 곤봉에 맞고 쓰러집니다.

정신이 든 랄프는 보마냥과 나란히 묶여 레너드의 감시를 받습니다. 한밤에 클라리스가 창으로 몰래 들어와 밧줄을 끊고, 풀려난 두 사람은 보물을 향해 각자 달립니다. 랄프는 남작 일행이 놓은 함정에 자전거가 부서지지만 쥐미에주의 사제에게 길을 물어 먼저 메닐수쥐미에주에 닿습니다. 그러나 바위는 이미 부서져 텅 비어 있었고, 조세핀의 짓임을 안 보마냥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랄프에게 클라리스와의 결혼과 조세핀 추적을 맹세시킵니다. 신문은 보마냥의 자살과 조세핀의 글로웜호 침몰을 전하고, 랄프는 남작을 찾아가 청혼합니다.

제14장과 에필로그: 지옥의 괴물, 뤼팽이 되는 날

보름 뒤 죽은 것으로 꾸민 조세핀은 라보스네프 왕자로도 불리는 레너드와 요트를 타고 랄프를 납치하러 남작의 영지에 상륙합니다. 부하들이 랄프의 침대를 덮쳐 묶어 가고, 도미니크는 클라리스를 죽였다고 보고하지만, 모두 랄프가 도미니크를 포섭해 꾸민 덫이었습니다. 랄프는 조세핀이 살해 소식에 무심했음을 꼬집고,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악을 가르쳤다고 고백합니다. 이어 랄프는 보석을 글로웜호 위에서 빼내 렌즈콩으로 바꿔 놓았다고 밝히고, 총을 뽑은 조세핀은 제 총에 부상을 입습니다. 랄프는 그녀를 두고 떠나 클라리스에게 청혼합니다.

에필로그에서 보물을 둘러싼 음모는 세상에 끝내 알려지지 않습니다. 랄프는 드앤드레시 자작으로 클라리스와 결혼하고, 법적 기록에서 뤼팽이라는 이름은 사라집니다. 남작과 베네토는 배 위에서 익사하는데, 사고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돌 뿐 증거는 없었습니다. 클라리스는 아버지의 재산에 손대지 않고 자선 기관들에 나누어 줍니다. 랄프는 클라리스에게 한 약속 가운데 정직하겠다는 것은 지키지 못한 채 몰래 도둑질을 이어 갑니다. 행복은 5년 동안 이어지다가, 6년째 초에 클라리스는 아들 장을 낳고 세상을 떠납니다. 다음 날 아들이 오퇴유의 작은 집에서 사라지고, 랄프는 조세핀의 짓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날부터 그는 아르센 뤼팽이 되어 여러 이름으로 아들과 카글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을 찾아 헤맵니다. 그는 아들을 찾지 못했고 조세핀도 다시 보지 못했으며, 이 첫 모험은 사반세기가 넘는 세월 뒤 그가 마지막이라 여기고 싶어 하는 모험과 이어집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이름보다 성공

책은 청년의 자신감으로 시작합니다. 이름이 랄프든 뤼팽이든 상관없다는 말은 훗날 수많은 가명을 쓰게 될 사람의 예고처럼 읽힙니다.

Arsène Lupin or Ralph d’Andresy, what on earth does it matter?

아르센 뤼팽이든 랄프 드앤드레시든 대체 무슨 상관이야?

The main thing is to succeed.

중요한 건 성공하는 거야.

그의 자기소개는 허풍과 진심 사이에 있습니다.

Muscles of steel and a number one brain!

강철 같은 근육에 일류 두뇌!

이 낙관은 매력이면서 약점입니다. 성공만 따지는 청년이 도덕의 선을 어디에 긋는지가 책 전체의 질문이 됩니다.

2. 두 얼굴의 조각상

랄프는 클라리스 앞에서 자신의 분열을 고백합니다. 두 이름을 가진 자신을 그는 얼굴이 둘 달린 조각상에 빗댑니다.

The statue with two faces!

얼굴이 둘 달린 조각상!

Good and evil, they attract me in turn.

선과 악이 번갈아 나를 끌어당겨.

이 고백은 에필로그의 한 줄과 짝을 이룹니다. 책은 선과 악 사이의 줄다리기를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로 끌고 가며, 결말에서 어느 쪽이 이겼는지 가려 줍니다.

3. 비밀 재판의 논리

제1장 후반, 랄프가 엿보는 모임에서 음모자들은 한 여인의 죽음을 사무적으로 논의합니다. 그들의 구호는 단순합니다.

Her or us: there is no room for the two.

그녀냐 우리냐, 둘이 설 자리는 없다.

Dead men tell no tales.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도둑을 자처하는 랄프의 논평이 아이러니합니다.

They talk about murdering as other people talk about putting on a clean collar.

저들은 깨끗한 칼라를 갈아 입는 것처럼 살인을 입에 올린다.

이 장면은 훗날 랄프가 긋는 선의 배경이 됩니다. 그는 도둑질은 하지만 살인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살인을 가볍게 입에 올리는 자들을 직접 본 그의 눈에는 그 선이 더욱 또렷했을 것입니다.

4. 늙지 않는 여인

조서의 핵심은 한 여인이 수십 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아르콜라 공의 증언이 이를 요약합니다.

She is no older than she was two and twenty years ago!

그녀는 22년 전보다 한 살도 더 늙지 않았다!

피고석에서 여인은 오히려 논리로 맞섭니다. 닮은 초상들은 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항변입니다.

Three faces in one.

세 개의 얼굴이 하나라니.

반면 보마냥의 말은 저주에 가깝고, 여인은 침착하게 되받습니다.

Your smile is death!

네 미소는 죽음이다!

Hate is making you lose your wits, Beaumagnan.

증오 때문에 정신이 나갔군요, 보마냥.

독자는 이 재판에서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르블랑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을 일부러 흐려 놓고, 조세핀의 매력을 먼저 보여 준 다음 그녀의 악의를 서서히 드러냅니다.

5. 가라앉는 배, 침묵의 사형 선고

제3장의 결정은 아무도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채 사형이 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침묵으로 동의한 동지들은 모르는 사이에 선고를 내린 셈입니다.

Without knowing it they had pronounced sentence of death.

그들은 알지도 못한 채 사형을 선고한 것이었다.

제4장에서 포로를 배에 싣는 남작과 베네토는 겁에 질려 있습니다. 묶인 채 신음 한 번 내지 않는 여인을 보며 베네토가 감탄하는 모습은 가해자의 비겁함을 비춥니다.

She certainly is a woman of character.

정말이지 기개가 있는 여자야.

구출 직후 랄프의 농담은 이 책의 문체를 보여 줍니다. 위기의 한복판에서도 가벼움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Nothing is so restful as to lose consciousness.

정신을 잃는 것만큼 편한 휴식은 없지요.

6. 사진 한 장의 맹세

제5장에서 랄프는 사랑이 눈을 가리는 순간을 담담히 인정합니다. 헌신을 맹세했던 연인 클라리스가 한순간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것입니다.

Josephine Balsamo, you shall be mine!

조세핀 발사모, 너는 내 사람이 될 것이다!

그는 지하실에 가둔 일당에게 조롱을 던지고 돌아서고, 마차에서 쫓기며 사랑 고백을 이어 갑니다. 그의 재치에 조세핀은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립니다.

Mind you light all the seven branches of the candlestick.

일곱 가지 촛대에 모두 불을 켜는 걸 잊지 마시오.

You have an answer for everything,

당신은 모든 일에 할 말이 있군요.

그가 그녀의 놀람에 던지는 대꾸도 있습니다.

Love’s miracle,

사랑의 기적이지요.

사랑에 빠진 랄프는 수완과 재치가 한꺼번에 살아납니다. 이 연애는 그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곳으로 끌고 가는 힘이 됩니다.

7. 변장과 정체의 폭로

제6장은 희극 같은 추격으로 시작해 서로의 이름을 밝히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형사들을 피하는 속도는 우스꽝스럽게 느긋합니다. 조세핀이 회춘한 것을 설명하는 랄프의 해석이 이어집니다.

Or rather, to be exact, a miracle of the will.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의지의 기적이지요.

그러자 조세핀은 랄프의 가명을 단번에 걷어 냅니다.

Rubbish! Your name is Arsène Lupin.

말도 안 돼요! 당신 이름은 아르센 뤼팽이에요.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를 묻지 않기로 합니다.

The act of theft is not a pretty one.

도둑질은 아름다운 행위가 아니지요.

One does not forget a person who has saved one’s life twice.

두 번이나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은 잊을 수 없는 법이에요.

두 사람 모두 상대의 정체를 알고도 계속 가려 둔 채 사랑을 이어 간다는 점이, 이 연애를 처음부터 거래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8. 도덕의 선: 도둑질은 해도 살인은 안 한다

제7장에서 거룻배의 달콤한 시간은 레너드의 습격으로 깨집니다. 조세핀의 마부가 사람을 해치려 했다는 사실에 조세핀 자신이 경악하며 외칩니다.

He swore to me that he would never kill!

절대 죽이지 않겠다고 내게 맹세했는데!

그녀는 자기 나이도 과거도 건드리지 못하게 합니다.

My past is my business and my age concerns nobody but myself.

내 과거는 내 일이고, 내 나이는 나 말고는 아무도 상관할 바 아니에요.

제8장에서 랄프는 자기만의 선을 분명히 합니다.

I will not murder! Rob? Yes. Burgle? Yes. But murder? No!

나는 살인은 안 해! 강탈? 좋아. 도둑질? 좋아. 하지만 살인은 안 돼!

그러면서도 보물 이야기에는 눈을 반짝입니다.

I find all this immensely exciting,

이 모든 게 정말 엄청나게 흥미진진하군.

Is he a cannibal?

그가 식인종이라도 된답니까?

마지막 농담은 두려워하는 조세핀을 놀리는 말인데, 이 가벼움이 곧 대가를 치릅니다. 책은 사랑하는 이가 가장 큰 적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이 시점에서 이미 던져 놓습니다.

9. 허세로 얻은 반지

제9장의 랄프는 가장 통쾌하고 가장 어리석은 모습으로 나옵니다. 권총 없이 세 명 앞에 선 그는 이렇게 둘러댑니다.

I haven’t any stirrups; that is to say I haven’t any revolver.

등자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권총은 없다는 말씀이지요.

그는 증거가 아니면 죽음이냐고 되묻고, 반지를 받아낸 뒤 허세였음을 밝히며 문을 나섭니다.

Proof or death--that’s what you mean, isn’t it?

증거 아니면 죽음, 그런 말씀이지요?

Good-by, gentlemen. Sleep well.

안녕히, 여러분. 푹 주무십시오.

그러나 마차 위의 승리감은 곧 뒤집힙니다.

Goodness how easy it is to get the better of people!

맙소사, 사람을 이기는 건 얼마나 쉬운지!

르블랑은 자만의 정점을 보여 준 직후 곧바로 납치로 떨어뜨립니다. 뤼팽 이야기의 기본 박자가 이미 여기서 완성되어 있습니다.

10. 혼자 일하는 자의 화

갇혀 있던 랄프는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혼자 하는 도둑질은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Woe to those who work by themselves!

혼자 일하는 자에게 화가 있을진저!

It is only leader of gangs who attain their ends.

목적을 이루는 건 패거리의 우두머리뿐이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본능적으로 '무엇보다도 갱단의 우두머리'로 묘사되는데, 그 씨앗이 여기서 뿌려집니다. 감정의 면에서는 여전히 약합니다.

Enemy? Thief? Criminal if you like.

적? 도둑? 원한다면 범죄자라고 해도 좋아.

But, after all, only a woman--above all, woman.

하지만 결국은 한 여자일 뿐이지, 무엇보다도 여자.

사랑을 합리화하는 말은 독자에게 경고처럼 들립니다. 랄프는 한 걸음씩 두 가지 의지, 곧 조세핀의 악의와 자신의 연정 사이에서 시험받습니다.

11. 절단된 손과 결별

제10장에서 랄프는 조세핀의 자기애를 꿰뚫어 봅니다.

She is a prisoner of the image she has formed of herself

그녀는 스스로 만들어 낸 자기 모습의 포로다.

손이 으스러진 부인을 본 뒤 그는 이 악행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말합니다.

Leonard acts, but the will to evil, the intention to murder is yours, Josine.

행동하는 건 레너드지만, 악의 의지와 살의는 당신 것이야, 조신.

결별 선언은 그녀의 가장 큰 무기를 겨눕니다.

If there is a lie anywhere, it’s the lie of your beauty.

어딘가에 거짓이 있다면, 그건 당신 아름다움의 거짓이야.

My beauty is not a lie, Ralph,

내 아름다움은 거짓이 아니에요, 랄프.

두 사람의 대화는 사랑 이야기이면서 선악 논쟁입니다. 아름다움이 곧 선이라 믿고 싶은 청년과 아름다움을 무기로 쓰는 여인이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12. 옛 등대의 올가미

제11장에서 목에 올가미가 걸리고도 랄프의 낙천은 꺾이지 않습니다.

Truly it is not the fate of Monsieur Arsène Lupin d’Andresy to be hung.

정말이지 아르센 뤼팽 드앤드레시 씨의 운명은 교수형이 아니지.

보마냥의 목표는 조세핀이었고, 그는 나타난 그녀의 목을 조르려다 끝내 힘이 빠집니다. 그 뒤 두 사람의 격정을 서술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Love, like a furious torrent, swept everything away.

사랑은 성난 급류처럼 모든 것을 휩쓸어 갔다.

조세핀이 보마냥에게 퍼붓는 복수의 다짐은 서늘합니다.

My hands will not tremble, Beaumagnan, when your hour comes.

당신의 때가 오면 내 손은 떨리지 않을 거예요, 보마냥.

마지막으로 랄프는 한 줄로 분위기를 가볍게 돌려놓습니다.

A man who is warned is worth two,

경고받은 사람은 두 사람 몫을 하지요.

가장 위험한 장면에서도 유머로 중심을 잡는 것이 이 책의 뤼팽입니다.

13. 광기와 천재성

제12장은 책에서 가장 지적인 장면입니다. 랄프는 몸이 묶인 채로 라틴어 문구를 풀이합니다. 첫 글자들이 큰곰자리의 별이고 일곱 수도원이 큰곰 모양이라는 해석입니다. 해답을 얻은 그의 자신감은 도발에 가깝습니다.

the monks of the middle ages were duffers.

중세의 수도승들은 멍청이였어.

Every cell in my brain corresponds to a precious stone.

내 뇌의 세포 하나하나가 보석 하나하나에 대응한다.

그러나 조세핀의 곤봉에 쓰러지며 내뱉는 불평은 이 책다운 반전입니다.

Not even respect for genius!

천재에 대한 존중도 없다니!

I’ve a lot to learn yet,

아직 배울 게 많군.

천재와 광기의 간격이 얇다는 제목의 뜻이 풀이 장면과 쓰러지는 장면에 나뉘어 담깁니다. 지력으로 이겨도 폭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 랄프를 한 번 더 단련합니다.

14. 페어플레이와 빈 바위

제13장에서 클라리스는 한밤에 창으로 들어와 랄프를 풀어 주고, 보마냥까지 풀어 주자고 고집합니다.

One must play fair.

공정하게 겨뤄야 해요.

이 대사는 클라리스의 도덕성을 대표합니다. 랄프의 영리함과 조세핀의 강인함 옆에서 책 속 유일한 정직함이 그녀에게 있습니다. 보물을 향한 질주는 새벽 별빛 아래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In the paling heaven the Great Bear was fading.

희미해지는 하늘에서 큰곰자리가 스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바위는 텅 비어 있었고, 보마냥은 조세핀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She was nothingness and death!

그녀는 허무이고 죽음이었다!

보마냥의 최후는 복수와 광기에 평생을 건 사람이 빈손으로 끝나는 모습입니다. 암호의 해답도, 그것을 푼 지혜도 결국 먼저 도착한 쪽의 것임을 책은 담담히 보여 줍니다.

15. 지옥의 괴물

제14장에서 조세핀은 위험을 알고도 랄프에게 돌아옵니다. 그녀의 설명은 단순합니다.

Love is a madness.

사랑은 광기예요.

It’s the first time I have ever loved.

사랑이라는 걸 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고백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악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I do evil just as I breathe.

나는 숨 쉬듯 악을 행해요.

랄프는 보마냥이 옳았다고 판결하고, 승리를 선언합니다.

Hell is in you.

지옥은 당신 안에 있어.

The pupil has become the master;

제자가 스승이 되었군.

you are afraid of me.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어.

랄프가 이 장면의 마지막에 클라리스에게 달려가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는 클라리스가 죽었다는 소식에도 이렇게 외쳤습니다.

Dead or alive, I’m going to marry her.

죽었든 살았든, 나는 그녀와 결혼할 거야.

사랑에 눈먼 청년이 사랑의 의미를 두 여인을 통해 시험받고 가려내는 순서가 한 장 안에 응축됩니다. 단, 이 승리는 에필로그에서 훨씬 큰 값을 치르게 됩니다.

16. 뤼팽이 되는 날

에필로그는 책에서 가장 쓸쓸한 대목입니다. 랄프는 클라리스와 행복하게 살지만 약속 하나는 지키지 못합니다.

Honesty seemed to be beyond his power.

정직은 그의 능력 밖의 일인 듯했다.

그는 아내가 도둑의 아내임을 알게 되는 것만은 용납하지 못해 몰래 일을 이어 가고, 5년 뒤 클라리스가 아들을 낳고 죽자 아들마저 사라집니다. 아내도 아들도 그를 붙잡지 못하게 된 날, 책의 제목이 가리키는 인물이 태어납니다.

From that day on he was Arsène Lupin.

그날부터 그는 아르센 뤼팽이었다.

뤼팽 연작의 유쾌한 신사 도둑은 이렇게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청년의 슬픔 위에 세워진 가면으로 설명됩니다. 그의 장난기와 허세가 어디서 왔는지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평생 찾아 헤맨 것이 보물이 아니라 아들과 조세핀이었다는 점도 끝에 가서야 드러납니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아르센 뤼팽의 회상』은 14장과 에필로그가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므로 처음부터 차례로 읽는 편이 좋습니다. 제1~4장이 설정과 첫 위기이고, 제5~8장이 연애와 동업, 제9~11장이 파국, 제12~14장이 보물과 최후의 대결, 에필로그가 뒷이야기입니다. 처음이라면 제1장의 서재 장면, 제4장의 가라앉는 배, 제9장의 허세 협상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야기의 재미와 랄프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책 끝의 각주 네 개는 카글리오스트로의 네 가지 수수께끼 가운데 첫째는 어린 소녀가, 다음 두 개는 뤼팽이 풀었고 네 번째를 푸는 것이 이 책의 주제라고 밝혀, 이 이야기가 뤼팽 연작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알려 줍니다. 뤼팽 연작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이 그의 시작점이고, 처음 읽는 독자라면 한 청년이 사랑과 상실을 거쳐 신사 도둑이 되는 별개의 성장담으로 읽어도 충분합니다. 주의 깊게 보면 사랑 이야기와 보물찾기가 같은 물음을 다른 방식으로 던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진 것을 얻으려는 욕망과 지키려는 마음 가운데 어느 쪽이 사람을 만드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ReadGem 앱 소개

ReadGem 앱은 세계 고전을 읽으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다국어 독서 플랫폼입니다.

원문과 번역을 문장별로 나란히 보여 주어 언어 간 표현을 비교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의 모든 문장을 TTS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의 서재는 퍼블릭 도메인의 오래 사랑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하며, 삽화가 실린 책도 많습니다.

ReadGem 앱은 독자와 함께 번역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읽다가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는 문장을 만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AI 앱에 그 문장의 새 번역을 요청하고 결과를 ReadGem에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안은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것(또는 여러 제안을 합친 것)이 모든 독자가 읽는 번역이 됩니다.

아직 번역이 없는 언어에서는 처음부터 AI와 함께 번역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본이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일이 그렇게 줄어듭니다.

『아르센 뤼팽의 회상』의 영어 원문을 ReadGem 앱에서 직접 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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