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집필 시기 추정 c. 1258–1273
The Masnavi
마트나비 (정신적 대구시)
루미가 이야기와 시로 엮은 수피 신비주의의 바다
Hearken to the reed-flute, how it complains,
Lamenting its banishment from its home갈대 피리의 소리를 들어 보라, 그가 어떻게 하소연하는지. 제 고향에서 쫓겨난 것을 슬퍼하는 소리를.
Love exalts our earthly bodies to heaven,
And makes the very hills to dance with joy!사랑은 우리의 흙 같은 몸을 하늘로 끌어올리고, 산들마저 기쁨으로 춤추게 한다!
한눈에 보기
13세기 페르시아의 수피 시인 루미가 이야기와 비유와 설교를 끝없이 이어 엮은 시집. 갈대 피리의 노래로 시작해, 사랑과 마음의 거울, 겉모양을 넘은 믿음, 코끼리를 더듬는 사람들, 침묵과 겸손을 이야기로 가르친다. 대표 이야기를 스물네 가지로 읽는다.
비슷한 책
- The Quran (꾸란)
- 칼릴 지브란 The Prophet (예언자)
- The Confessions of Saint Augustine (고백록)
한 권 요점
The Masnavi
『마트나비』는 페르시아어로 "대구(對句)로 이루어진 시"를 뜻하는 말이고, 흔히 『마트나비 이 마나비』, 곧 "정신적 대구시"라고 부릅니다. 지은이는 13세기의 수피 시인 잘랄루딘 루미(1207~1273)입니다. 루미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 일대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서쪽으로 옮겨 가 터키의 코니야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신학자이자 설교자로 살았습니다. 그의 삶은 1244년 방랑하는 수행자 샴스 타브리지를 만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해집니다. 샴스와의 만남과 이별은 그의 시 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전해지고, 훗날 제자 후삼 앗딘의 청으로 이 거대한 이야기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섯 권에 이르는 이 작품은 약 2만 5천 구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며, 루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완성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트나비』는 한 권의 논문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모음입니다.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 이야기 한가운데서 갑자기 설교와 기도와 사랑의 고백이 터져 나옵니다. 그 흐름은 일부러 흐트러져 있습니다. 루미는 설명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건드리려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 겉으로는 단순한 우화를 말하는 척하며, 그 안에 영적 가르침을 숨겨 둡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이 책이 "페르시아어로 된 꾸란"이라고 불릴 만큼 존중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이야기와 시구 스물네 가지를 골라 읽습니다. 원래의 시는 훨씬 길고 얽혀 있으니, 이 글은 그 일부의 안내일 뿐입니다. 루미는 설명으로 가르치지 않고 이야기와 이미지로 가르치기 때문에, 이 글도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고 그 이야기가 남기는 질문을 읽습니다.
줄거리
『마트나비』에는 줄거리가 없습니다. 첫 권은 갈대 피리의 노래와 사랑의 찬가로 시작해 왕과 시녀, 앵무새, 화가들의 이야기를 이어 가고, 이후의 권들은 모세와 양치기, 어두운 방의 코끼리, 세 마리 물고기, 마흐무드와 아야즈 같은 이야기를 차례로 펼칩니다. 이야기들은 이어지면서 다시 사랑, 마음 닦기, 겉모양을 넘은 믿음, 침묵, 겸손이라는 몇 가지 주제로 돌아옵니다. 아래는 책의 순서를 대체로 따랐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갈대 피리의 하소연
『마트나비』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소리로 시작합니다. 갈대밭에서 베어져 피리가 된 갈대의 노래입니다.
Hearken to the reed-flute, how it complains,
Lamenting its banishment from its home:
"Ever since they tore me from my osier bed,
My plaintive notes have moved men and women to tears.
갈대 피리의 소리를 들어 보라, 그가 어떻게 하소연하는지. 제 고향에서 쫓겨난 것을 슬퍼하는 소리를. "그들이 나를 버들 침상에서 뜯어낸 뒤로, 나의 애절한 가락은 남자와 여자를 눈물짓게 했다."
이 첫 장면은 수피 사상 전체를 압축합니다. 피리는 원래 있던 곳에서 떨어져 나온 존재이고, 그 소리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입니다. 사람도 신에게서 떨어져 나와 이 세상에 있고, 우리의 슬픔과 갈망은 본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소리라는 것입니다. 루미는 그리움이 병이 아니라 길이라고 말합니다. 이 소리를 듣고 그리움을 느끼는 사람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2. 바람이 아니라 불이다
피리 소리를 두고 루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This plaint of the flute is fire, not mere air.
Let him who lacks this fire be accounted dead!
이 피리의 하소연은 불이지 한낱 바람이 아니다. 이 불이 없는 사람은 죽은 것으로 여겨라!
피리 소리는 바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랑의 불이 만든 것이라는 뜻입니다. 사랑의 열이 피리에 불어넣어지고, 사랑의 발효가 포도주를 만든다고 그는 말합니다. 이어서 피리를 이렇게 부릅니다. 불행한 연인들의 벗이요, 독이자 해독제라고. 이 구절은 슬픔과 사랑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신에게 닿지 못해 아픈 마음이 곧 사랑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입니다.
3. 사랑, 달콤한 광기
프롤로그는 사랑에 대한 송가로 이어집니다.
Hail to thee, then, O LOVE, sweet madness!
Thou who healest all our infirmities!
Who art the physician of our pride and self-conceit!
Who art our Plato and our Galen!
그러니 만세, 사랑이여, 달콤한 광기여! 우리의 모든 병을 고치는 이여! 우리의 오만과 자만을 고치는 의사여! 우리의 플라톤이요 갈레노스인 이여!
사랑이 철학자와 의사를 대신한다는 이 대목은 루미의 지식관을 예고합니다. 이어지는 구절은 더욱 대담합니다.
Love exalts our earthly bodies to heaven,
And makes the very hills to dance with joy!
사랑은 우리의 흙 같은 몸을 하늘로 끌어올리고, 산들마저 기쁨으로 춤추게 한다!
루미가 말하는 사랑은 연인 사이의 감정만이 아니라 신을 향한 사랑, 그리고 모든 존재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입니다. 그에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우주의 원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도 이야기도 결국 이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지를 보여 주는 도구가 됩니다.
4. 녹슨 거울
프롤로그는 거울의 비유로 끝납니다.
Knowest thou why thy mirror reflects not?
Because the rust has not been scoured from its face.
네 거울이 왜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지 아느냐? 그 표면의 녹을 아직 닦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울이 깨끗해지면 신의 태양을 비춘다는 것이 이어지는 말입니다. 이 비유는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돌아오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신을 모르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거울에 욕망과 자만이라는 녹이 슬어 신을 비추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수행이란 새로운 것을 얻는 일이 아니라 이 녹을 닦는 일이라는 생각이 이야기마다 되풀이됩니다. 앞서 읽은 『육조단경』의 거울과 먼지 이야기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5. 시녀와 왕과 금세공인
첫 이야기는 사냥 중에 본 아름다운 시녀를 데려온 왕의 이야기입니다. 시녀가 병이 나자 왕은 수많은 의사를 불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의사들은 "신이 원하신다면"이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왕이 기도하자 하늘에서 의사가 내려와 시녀의 병이 사마르칸트의 금세공인에 대한 사랑에서 왔음을 알아냅니다. 이 이야기는 이후의 이어지는 설명 속에서 사랑을 정의하는 대목으로 넘어갑니다.
A true lover is proved such by his pain of heart;
No sickness is there like sickness of heart.
The lover's ailment is different from all ailments;
Love is the astrolabe of God's mysteries.
참된 연인은 마음의 아픔으로 증명된다. 마음의 병과 같은 병은 없다. 연인의 병은 모든 병과 다르다. 사랑은 신의 신비를 재는 아스트롤라베다.
아스트롤라베는 별의 위치를 재던 옛 천문 기구입니다. 사랑이 신의 비밀을 알아보는 도구라는 이 비유는 지식보다 사랑이 신에게 가는 더 정확한 길이라는 수피의 확신을 보여 줍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읽기 불편합니다. 신의 명령이라는 이유로 금세공인이 독을 먹고 쇠약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야기는 이를 인간의 비판을 넘어선 신의 뜻으로 설명합니다. 이 대목은 오늘의 독자에게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신학적 비유로, 이야기 전체의 상징적 의도(사랑의 대상이 신에게로 옮겨 간다는 것)를 중심으로 읽는 편이 좋습니다.
6. 사랑은 설명할 수 없다
루미는 사랑을 설명하려다가 포기하는 대목을 일부러 넣습니다.
In explaining it Reason sticks fast, as an ass in mire;
Naught but Love itself can explain love and lovers!
그것을 설명하려 하면 이성은 진창에 빠진 나귀처럼 꼼짝하지 못한다.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자신뿐이다!
그가 말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랑에 대해 글을 쓰려던 펜이 사랑이라는 주제에 이르자 둘로 쪼개지고 종이는 찢어졌다는 것입니다. 해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해뿐이라는 비유도 이어집니다. 그림자는 해가 있음을 알려 줄 수는 있지만, 생명의 빛을 보여 주는 것은 해 자체뿐이라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루미의 글쓰기는 역설에 놓입니다.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수만 줄을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7. 샴스 타브리지의 부탁
이 이야기 시의 시작을 루미 자신이 밝힌 대목이 있습니다. 샴스, 곧 "타브리즈의 태양"이 그에게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청하는 장면입니다.
The sun (Shams) of Tabriz is a perfect light,
A sun, yea, one of the beams of God!
타브리즈의 태양(샴스)은 완전한 빛이며, 신의 광선 가운데 하나인 태양이다!
샴스가 "시간은 날카로운 칼이니 지금 나를 먹여 달라"고 재촉하자, 루미는 비밀은 가려 두는 편이 낫다고, 아직은 이야기의 교훈에 귀를 기울이라고 답합니다. 신비를 드러내면 태양이 너무 가까워져 세상이 불타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대화는 이 책의 방법을 정당화합니다. 직접 말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로 가린 채 전한다는 것입니다.
8. 앵무새의 전언
한 상인이 새장 속의 앵무새에게 인도에 가면 전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앵무새는 자기가 새장에 갇혀 있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합니다. 상인이 인도에서 앵무새 떼에게 이 말을 전하자 한 마리가 쓰러져 죽습니다. 돌아온 상인이 이 이야기를 전하자 자기 앵무새도 쓰러져 죽고, 상인이 슬퍼하며 시체를 새장 밖에 내던지자 앵무새는 되살아나 날아갑니다. 인도의 앵무새가 죽은 척해서 새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 준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겉으로는 죽음처럼 보이는 것이 해방일 수 있다는 수피의 "죽기 전에 죽으라"는 가르침을 담습니다.
이야기 끝의 설교는 이렇습니다.
Within you is a Nimrod; enter not his fire;
But if you must do so, first become an Abraham.
네 안에는 님로드가 있다. 그의 불에 들어가지 말라. 그러나 꼭 들어가야 한다면 먼저 아브라함이 되어라.
님로드가 던진 불에서 아브라함이 상하지 않았다는 전승에 기대어, 준비 없이 위험에 뛰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대목입니다. 영적 힘이 없는 사람이 성인의 흉내를 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자기 안의 님로드, 곧 자아를 먼저 다스려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9. 중국 화가와 그리스 화가
이 이야기는 『마트나비』에서 가장 사랑받는 우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국인과 그리스인이 누가 더 훌륭한 화가인지 다투자 술탄은 각각에게 집 한 채를 주어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중국인들은 온갖 물감을 구해 정교하게 칠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물감을 쓰지 않고 벽의 때를 닦고 하늘처럼 맑게 광을 냈습니다. 술탄이 두 집을 살펴보자 중국인의 집은 감탄을 샀지만, 그리스인의 집이 상을 받았습니다. 중국인의 집에 칠한 모든 색이 그리스인의 거울 같은 벽에 무한한 빛깔로 비쳤기 때문입니다.
Make yourself pure from all attributes of self,
That you may see your own pure bright essence!
자아의 모든 속성에서 스스로를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너 자신의 순수하고 밝은 본질을 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지식을 쌓는 일과 마음을 닦는 일의 차이를 보여 줍니다. 쌓는 쪽은 아무리 정교해도 그림에 머물지만, 닦는 쪽은 모든 색을 비출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 앞서 루미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Look for the moon in heaven, not in the water!
달을 하늘에서 찾아라, 물에서 찾지 말고!
이름과 글자는 물에 비친 달이고 실재는 하늘의 달이라는 말입니다. 앞서 읽은 『능가경』의 "말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은 생각이 이슬람 신비주의에도 나타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10. 마음의 앎과 몸의 앎
같은 대목에서 루미는 두 종류의 앎을 가립니다.
The knowledge of men of heart bears them up,
The knowledge of men of the body weighs them down.
마음 있는 사람들의 앎은 그들을 떠받치고, 몸에 속한 사람들의 앎은 그들을 짓누른다.
책을 짊어진 나귀라는 꾸란의 비유가 이어집니다. 신에게서 직접 오지 않은 앎은 짐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루미는 학문을 전부 부정하지 않고, 그 짐을 올바른 마음으로 지면 짐이 사라지고 기쁨을 얻는다고 덧붙입니다. 허영으로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 구분은 학문 자체가 아니라 학문을 대하는 태도를 겨냥합니다.
11. 모세와 양치기
제2권의 모세와 양치기 이야기는 종교 간의 대화에서 자주 인용되는 대목입니다. 모세는 한 양치기가 이렇게 기도하는 것을 듣습니다. 하나님이시여, 당신이 어디 계신지 알려 주십시오. 당신의 신발을 닦아 드리고 머리를 빗겨 드리고 옷을 꿰매 드리고 젖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모세는 이 기도가 하나님을 사람처럼 대하는 어리석은 말이라고 꾸짖고, 양치기는 부끄러워 옷을 찢고 사막으로 달아납니다.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내려옵니다. 왜 내 종을 쫓아냈느냐고.
I regard not the outside and the words,
I regard the inside and the state of heart.
나는 겉모양과 말을 보지 않는다. 나는 속과 마음의 상태를 본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A burning heart is what I want; consort with burning!
내가 원하는 것은 불타는 마음이다. 불타는 이와 함께하라!
그리고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예배의 방식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In the men of Hind the usages of Hind are praiseworthy,
In the men of Sind those of Sind.
힌드 사람들에게는 힌드의 관습이 칭찬받을 만하고, 신드 사람들에게는 신드의 관습이 그러하다.
이 대목은 의례와 형식이 아니라 마음의 진실성이 중요하다는 루미의 확신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 줍니다. 모세 같은 예언자조차 이 이야기에서는 틀릴 수 있는 사람이며, 서투른 기도가 서툰 대로 받아들여진다는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한편 하나님은 어디까지나 모세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사람들을 하나님에게서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합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12. 어두운 방의 코끼리
제3권의 이 유명한 우화는 인도 사람들이 어두운 방에서 코끼리를 전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빛이 없어 사람들은 손으로 더듬어 코끼리를 알아봅니다. 코를 만진 사람은 물 대롱 같다고, 귀를 만진 사람은 큰 부채 같다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기둥 같다고, 등을 만진 사람은 왕좌 같다고 합니다. 각자 만진 부분에 따라 다르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교훈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The eye of outward sense is as the palm of a hand,
The whole of the object is not grasped in the palm.
바깥 감각의 눈은 손바닥과 같아서, 대상 전체를 손바닥 안에 쥘 수는 없다.
이어서 루미는 바다와 거품의 비유를 더합니다. 거품만 보고 바다를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흔히 "진리는 하나인데 사람마다 다르게 본다"는 상대주의적 교훈으로 소개되지만, 루미 자신의 요점은 약간 다릅니다. 그는 손바닥의 감각에서 벗어나 촛불을 들면 코끼리 전체가 보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곧 이야기는 다름을 존중하라는 말이면서, 전체를 볼 수 있는 빛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점에서 이 우화는 얼핏 보이는 것보다 훨씬 엄중합니다.
13. 침묵해야 들린다
같은 대목에서 루미는 말을 줄이고 귀를 기울이라고 권합니다.
Keep silence, that you may hear Him speaking
Words unutterable by tongue in speech.
침묵하라, 그래야 혀의 말로는 할 수 없는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
말과 책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것이 있고, 그것은 침묵 속에서 들린다는 것입니다. 수천 쪽을 쓴 시인이 침묵을 권한다는 점은 아이러니이지만, 루미는 그 아이러니를 알고 있습니다. 그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침묵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질 때까지 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입니다.
14. 노아와 방주를 거부한 아들
같은 대목에는 노아와 그의 불신한 아들 가나안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홍수가 닥치자 노아는 아들에게 방주로 들어오라고 권하지만, 아들은 자기도 헤엄칠 줄 알고 자기 횃불이 따로 있다고 답합니다.
The wind of wrath and the storm blow out torches;
Except the torch of God, all are extinguished.
진노의 바람과 폭풍은 횃불을 꺼 버린다. 신의 횃불을 빼고는 모두 꺼진다.
아들은 산으로 가면 안전하다고 고집하다가 거센 물결에 휩쓸립니다. 이 이야기는 스스로의 힘과 지식을 믿는 사람에 대한 경고이면서, 충고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말이 닿지 않는 안타까움을 담고 있습니다. 노아의 마지막 말은 "그분 말고는 아무도 너를 구할 수 없다"입니다.
15. 벽돌을 던진 목마른 사람
제2권의 짧은 우화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물웅덩이를 발견하지만 마실 수가 없자, 담 위의 벽돌을 빼서 물에 던집니다. 물이 묻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고.
the more bricks I pull off the wall, the nearer I approach to you.
담에서 벽돌을 더 많이 빼낼수록 나는 당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는 첫째 이득으로 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몸이라는 벽을 허물수록 생명의 물에 가까워진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 이야기는 수행의 방법을 단순하게 보여 줍니다. 목표에 닿으려면 장애물을 하나씩 걷어 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미 목표의 소리가 들린다는 것입니다.
16. 세 마리 물고기
제4권에는 『칼릴라와 딤나』에서 가져온 우화가 있습니다. 호수에 세 물고기가 살았는데, 하나는 매우 지혜롭고, 하나는 반쯤 지혜롭고, 하나는 어리석었습니다. 어부들이 그물을 가지러 가는 것을 본 지혜로운 물고기는 즉시 호수와 이어진 시냇물로 피신했고, 반쯤 지혜로운 물고기는 그물이 닥치자 죽은 척 물 위에 떠올라 던져져 목숨을 건졌지만, 어리석은 물고기는 허둥대다가 잡혔습니다. 루미는 이 세 유형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The wise man is he who possesses a torch of his own;
He is the guide and leader of the caravan.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횃불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대상(隊商)의 안내자이며 지도자다.
반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아 지혜로운 사람에게 붙어 따르는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가 없으면서도 따라가기를 부끄러워해 사막을 헤맵니다. 이 우화는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울 사람을 찾는 일이 지혜의 절반이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17. 세 나그네의 꿈
제6권의 이야기는 이슬람 신자 한 사람이 유대인, 기독교인과 함께 여행하던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저녁 단 과자가 들어오자 유대인과 기독교인은 이미 식사를 마쳤으니 내일 먹자고 하고, 단식 중이던 신자는 오늘 밤 먹자고 합니다. 셋이 다투다가 아침에 각자 꿈을 이야기해 가장 좋은 꿈을 꾼 사람이 과자를 먹기로 합니다. 유대인은 모세가 시나이 산 꼭대기로 데려갔다고, 기독교인은 예수가 넷째 하늘로 데려갔다고 하고, 신자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나타나 밤새 굶은 것을 칭찬하며 과자를 먹으라고 했다고 말하고 이미 다 먹었다고 합니다.
Know real science is seeing the fire directly,
Not mere talk, inferring the fire from the smoke.
참된 앎은 불을 직접 보는 것임을 알라. 연기를 보고 불을 추론하는 말이 아니다.
두 사람은 "당신의 꿈이 우리의 꿈보다 낫다. 당신은 깨어 있을 때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인정합니다. 꿈속의 높은 경험보다 깨어 있는 순종이 낫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론으로 제시됩니다. 이 이야기의 구조는 세 종교의 신자를 한 자리에 놓고 마지막에 이슬람이 낫다는 결말로 끝나 오늘의 독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의 모세와 양치기 이야기가 보여 주듯, 루미는 형식의 차이보다 마음의 진실성을 중시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두 이야기를 함께 읽어야 그의 입장이 균형 있게 보입니다.
18. 노래를 잃은 악사
제1권에는 칼리프 오마르 시대의 하프 악사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사 같은 목소리로 잔치마다 불려 다니던 그는 늙고 목소리가 갈라지자 아무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절망한 그는 묘지에 가서 하나님께 하프를 연주하며 보상을 바랐고, 그러다 잠이 들어 천국의 꿈을 꿉니다. 같은 밤 오마르에게는 묘지의 노인을 도우라는 음성이 내려옵니다. 오마르가 돈을 주자 악사는 하프가 자신을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했다며 던져 버리고 지난 죄를 뉘우칩니다. 오마르는 그에게 이제 뉘우침을 넘어 신과 하나 되는 황홀의 상태에 들어섰다고 가르칩니다.
Faults seem so to ignorant creatures,
Not in the sight of the Lord of Benignity.
허물은 무지한 피조물에게만 허물로 보이고, 자비의 주님의 눈에는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는 쓸모를 다한 사람, 시대에 밀려난 사람에게 말을 건넵니다. 사람들에게 필요 없어진 순간이 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때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대목에서 악기를 버리는 장면은 음악과 춤을 수행의 일부로 삼았다고 전해지는 루미 자신의 삶과 겹쳐 읽으면 흥미롭습니다.
19. 알리의 칼, 그리고 장미
제1권의 알리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전투 중에 한 조로아스터교 지도자가 알리의 얼굴에 침을 뱉었는데, 알리는 복수하지 않고 칼을 내려놓습니다. 놀란 상대가 이유를 묻자 알리는, 자기는 분노를 풀기 위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므로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싸움 한복판에서도 손을 멈춘다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상대는 감동해 온 가족과 함께 이슬람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알리는 자신이 마부의 손에 죽으리라는 예언을 들었으나,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There is no anger in my soul against thee,
Because I attribute not this deed to thee;
내 영혼에는 너에 대한 분노가 없다. 나는 이 행위를 너의 탓으로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운명론적인 색채가 짙은 이 대목은 책임과 자유에 대한 질문을 남기지만, 이어지는 문장은 아름답습니다.
Whatever law God cancels, He makes as a weed,
And in its stead He brings forth a rose.
신이 폐하는 법이 무엇이든 그것을 잡초로 만들고, 그 자리에 장미를 피워 낸다.
낡은 것이 사라지는 자리에 더 나은 것이 온다는 이 구절은 상실을 견디는 이에게 위로가 됩니다. 알리의 이야기는 분노를 다스리는 힘이 약함이 아니라 신 앞에서의 철저한 낮춤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20. 낡은 신발을 간직한 총신 아야즈
제5권의 마흐무드와 아야즈 이야기는 겸손의 우화입니다. 가즈니의 왕 마흐무드에게 총애받는 신하 아야즈를 두고 다른 신하들이 시샘해 모함합니다. 아야즈가 비밀 방에 갇혀 보물이나 금지된 술을 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왕은 밤에 사람을 보내 그 방을 뒤지게 하는데, 나온 것은 아야즈가 출세하기 전 입던 낡은 신발과 누더기뿐이었습니다. 아야즈는 매일 그 방에 들어가 낡은 옷을 입으며 자신의 출신을 잊지 않으려 했던 것입니다. 이야기에 인용된 구절은 이렇습니다.
Let man reflect out of what he was created.
사람은 자기가 무엇으로 창조되었는지 되새겨 보아라.
왕이 총애하는 신하에게 쏟아지는 시기와 모함, 그리고 그 모함을 받은 사람이 지닌 조용한 겸손이 대비됩니다. 이 이야기는 악한 사람은 자기 본성의 빛으로 성인을 판단한다는 풍자도 담고 있습니다. 비뚤어진 발이 비뚤어진 발자국을 남기듯이라는 비유가 그것입니다.
21. 루비가 된 돌
같은 이야기에서 루미는 신과의 합일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 연인이 사랑하는 이에게서 "당신은 나를 더 사랑합니까, 당신 자신을 더 사랑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의 대답입니다.
Just as vinegar is absorbed in honey;
Or as a stone, which is changed into a pure ruby,
Is filled with the bright light of the sun.
식초가 꿀에 녹아드는 것처럼, 돌이 순수한 루비로 변해 태양의 밝은 빛으로 가득 차는 것처럼.
돌이 루비가 되면 자기 성질은 사라지고 태양의 성질로 가득 찹니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든 태양을 사랑하든 차이가 없게 됩니다. 이 비유는 수피가 말하는 "소멸(파나)"의 감각, 곧 자기를 지우면서 오히려 가장 온전해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두 개의 "나"로 있는 한 어둠이고, 하나의 "나"가 되는 순간 빛이 된다는 말도 이어집니다. 신비주의의 가장 대담하면서도 가장 오해받기 쉬운 부분입니다.
22. 이 시가 남긴 길
『마트나비』는 루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메블레비 교단에서 성스러운 책이 되었고, 갈대 피리(네이)와 소매자락을 휘날리며 도는 수행(세마)과 함께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 서양에서도 루미는 가장 많이 읽히는 시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대중적 인기를 얻은 번역들이 원래의 이슬람적 맥락을 많이 지운 채 사랑 시로만 소개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꾸란과 예언자 전승, 모세와 예수와 무함마드의 이야기가 루미의 시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읽는 편이 좋습니다.
23. 어려운 대목을 읽는 법
『마트나비』에는 오늘의 눈으로는 불편한 대목도 있습니다. 신의 명령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는 폭력적인 사건, 다른 종교와 비교하며 이슬람을 높이는 결말, 여성과 몸에 대한 거친 비유 같은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한 방법은 이런 부분을 우화의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그 우화가 가리키는 마음의 움직임으로 읽는 것입니다. 시녀와 금세공인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루미가 정말 말하려는 것은 감각의 사랑이 신의 사랑으로 옮겨 가는 과정이지, 사람을 수단으로 쓰는 일을 인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또 다른 방법은 이야기와 해석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오래된 전승에서 온 것이고, 루미는 그 이야기에 자기 해석을 덧붙입니다. 어느 쪽이든 모든 구절을 똑같이 무게 있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24. 이 책을 읽는 방법
『마트나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책이 아닙니다. 이야기 하나를 골라 천천히 읽고, 그것이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방법이 어울립니다. 이 글에서 다룬 갈대 피리의 노래, 중국과 그리스 화가들, 모세와 양치기, 어두운 방의 코끼리, 세 마리 물고기가 좋은 출발점입니다. 한 번에 많이 읽으면 이야기가 서로 겹치고 비유가 쌓여 지칠 수 있으니, 하루에 한 이야기씩 읽는 속도를 권합니다.
이 책은 『꾸란』과 함께 읽을 때 이야기의 뿌리가 보입니다. 모세, 노아, 예수, 알리 같은 인물들이 이 시에서 어떻게 비유로 쓰이는지는 꾸란과 예언자 전승을 알면 한결 선명해집니다. 『예언자』나 『고백록』처럼 사랑과 신을 향한 그리움을 말하는 다른 책들과 나란히 읽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갈대 피리의 첫 장면으로 돌아가 보세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한 가지 그리움의 변주라는 점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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