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3년 출간
Emily of New Moon
뉴문의 에밀리
아버지를 잃고 엄격한 이모들의 농장에 맡겨진 소녀가 장부와 편지와 시로 자기 자리를 지켜 내며,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서약에 이르는 이야기
“I am important to myself,” cried Emily proudly.
“나 자신에게는 중요해요.” 에밀리는 당당하게 외쳤다.
I will climb the Alpine Path
나는 알파인 길을 오를 것이다.
한눈에 보기
외딴 골짜기의 집에서 병든 아버지와 바람의 여인을 벗 삼아 살던 에밀리는 아버지를 여의고, 친척들의 제비뽑기로 엘리자베스 이모의 뉴문 농장에 맡겨집니다. 노란 장부는 불에 타고, 에밀리는 분홍 우편 청구서 뒷면에 죽은 아버지께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학교와 친구 일세, 페리, 테디, 로프티 존과 캐시디 신부, 낸시 고모할머니의 집과 딘 프리스트를 지나 일세 어머니를 둘러싼 오랜 의혹이 풀리고, 마지막에는 카펜터 선생에게 자기 시가 혹독하게 평가되는 순간을 맞습니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L. M.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
-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
한 권 요점
Emily of New Moon
『뉴문의 에밀리』는 캐나다 작가 L. M. 몽고메리가 1923년에 낸 소설입니다. 몽고메리는 프린스에드워드섬 출신으로 알려져 있고, 1908년 『빨간 머리 앤』으로 이름을 얻은 뒤 이 책에서 또 한 명의 상상력 풍부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앤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소녀라면, 에밀리 버드 스타는 처음부터 쓰는 소녀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번쩍 스치는 순간 '플래시'를 느끼면 곧장 장부에 옮겨 적고 싶어 하고, 책은 모두 31장에 걸쳐 그 충동이 아버지의 죽음, 이모의 불호령, 친구들의 배신과 우정, 오래된 집안의 비밀을 거치며 직업의 결심으로 굳어 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책의 줄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존심 센 머레이 집안에 던져진 아이가 자기 방식으로 인정받는 과정이고, 또 하나는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외롭고 값비싼 일인지 알면서도 쓰기로 하는 과정입니다.
줄거리
제1~2장: 골짜기의 집, 밤의 당부
메이우드 사람들이 "어디서나 한참 떨어진" 곳이라 부르는 골짜기의 집에서 에밀리는 병든 아버지 더글러스 스타, 가정부 엘렌 그린, 고양이 마이크와 소시 샐, 그리고 상상 속 친구 바람의 여인과 삽니다. 5월의 쌀쌀한 저녁 아버지가 잠든 사이 에밀리는 혼자 산책을 나가 구름이 갈라지며 초승달이 뜨는 하늘 아래서 '플래시'를 만납니다. 노란 장부에 적어 아버지께 읽어 드릴 생각에 달려오지만, 문간의 엘렌이 아버지는 한두 주밖에 못 산다고 불쑥 말해 버립니다. 에밀리는 돌처럼 굳어 하느님을 원망하다가, 알면 아플까 봐 모른 척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밤에 찾아온 아버지에게 결국 털어놓습니다. 아버지는 딸을 무릎에 앉히고 죽음이 문을 여닫는 일일 뿐이라며 용감해지라고 당부하고, 부편집장이던 자신과 사랑에 빠져 가족과 의절한 어머니 줄리엣, 뉴문 농장의 머레이 집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을 부르겠느냐는 물음에 에밀리는 단호히 안 된다고 하고, 두려움이 가라앉아 잠이 듭니다.
제3~5장: 친척들, 식탁보 밑의 귀, 제비뽑기
아버지는 두 주 뒤 조용히 세상을 떠납니다. 장례 전날 엘렌이 시신 이야기를 하자 에밀리는 '검은 저주'를 걸겠다고 쏘아붙이고, 엘렌은 에밀리가 괴짜라서 사랑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에밀리는 "나 자신에게는 중요해요"라고 맞섭니다. 도착한 친척들 중 월리스 삼촌의 입맞춤은 손수건으로 닦아 내고, 올리버 삼촌의 농담과 루스 이모의 손끝 악수는 물리칩니다. 지미 사촌은 첫눈에 좋고, 로라 이모의 파란 눈과 포옹에는 울컥합니다. 엘리자베스 이모는 가장 좋은 검은 새틴 옷을 입고 차갑게 서 있습니다. 어른들이 외모를 조각조각 품평하자 에밀리는 터뜨립니다. 이튿날 새벽에는 몰래 내려가 관 위의 꽃 베개를 치우고 혼자 작별 인사를 하는데, 문 앞에서 지미가 망을 봐 줍니다. 장례 뒤 어른들이 거처를 의논하자 에밀리는 식탁보 밑에 숨어 엿듣습니다. 서로 떠넘기는 말들 끝에 루스가 아버지를 "실패자"라 부르자 튀어나와 항변하고, 엿들은 일로 꾸중을 듣습니다. 방에 돌아와 모든 일을 장부에 적자 굴욕이 가시고 약간 행복해집니다. 다음 날 지미의 제안으로 제비뽑기를 하고 에밀리가 뽑은 종이에는 엘리자베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고양이를 한 마리만 허락하고, 에밀리는 괴로워한 끝에 소시 샐을 고릅니다. 짐을 싸던 이모가 노란 장부를 읽으려 하자 에밀리는 장부를 난로에 던져 버립니다. 이튿날 엘렌과 정든 집에 작별하고 쌍두마차에 올라 로라와 손을 맞잡습니다.
제6~7장: 뉴문, 어제의 책
샬럿타운에서 점심을 먹고 해 질 녘 블레어 워터에 닿자 다락창 위로 초승달이 보이고 에밀리는 플래시를 느낍니다. 촛불 켜진 집을 구경하다 책장을 열어 꾸중을 듣고, 엘리자베스와 한 침대를 쓰는데 창문조차 못 열게 하는 이모에게 집이 그립다고 울어도 차가운 대답만 돌아옵니다. 창밖 바람의 여인 소리에 위로받고 잠듭니다. 첫 주말 에밀리는 이 집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느낍니다. 낙농장에서 문장을 찾느라 아침을 늦춰 꾸중을 듣고, 목장에서 '미완성 집'과 숲속 오솔길을 발견하며, 지미의 정원과 우물에 빠진 일과 그의 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지 못하는 에밀리에게 지미가 묘지에서 머레이 집안 이야기를 해 줍니다. 묘비의 문장, 번리 박사와 딸 일세, 사라진 다이아몬드 전설도 들려줍니다. 에밀리는 자신이 폐병으로 죽을지 묻고,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답을 들은 뒤 다이아몬드를 찾기로 결심합니다.
제8~9장: 소매 달린 앞치마, 분홍 청구서 뒷면의 편지
엘리자베스는 에밀리를 학교에 보내기로 하고 어머니가 어릴 때 입던 자루 같은 깅엄 앞치마와 보닛을 입힙니다. 에밀리는 "이모가 하느님까지 부릴 수는 없다"고 맞서지만 따릅니다. 담임 브라우넬 선생은 엄격하고 비꼬기를 좋아하며, 아이들은 뉴문의 거만한 머레이 집안이라고 놀립니다. 점심시간에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에밀리는 처음으로 영감의 번쩍임을 느끼고, 쉬는 시간에 로다 스튜어트가 선물이라며 건넨 상자에서 뱀이 나오자 맨발에 호박빛 눈의 일세 번리가 아이들을 쫓아 구해 줍니다. 로다는 모른 척 사과하며 에밀리의 친구가 됩니다. 며칠 지나 학교가 싫지 않아졌지만 에밀리는 장부를 태운 일로 이모를 용서하지 못하고 글 쓸 종이도 없어 답답합니다. 어느 날 브라우넬이 테니슨의 「나팔 노래」를 낭독하자 감동해 한 줄만 다시 읽어 달라다 따귀를 맞습니다. 그날 저녁 로라 이모가 낡은 분홍색 우편 청구서 묶음을 태우려는 것을 보고 뒷면이 비었다며 얻어 냅니다. 다락 창가에서 죽은 아버지께 편지를 쓰고, 이후 거의 매일 씁니다. 편지는 "로라 이모가 날 사랑하는 것 같다"는 추신으로 끝납니다.
제10~12장: 로다의 배신, 가위, 일세, 탠시 패치
7월 로다의 생일 파티에 에밀리는 초대받지 못합니다. 제니 스트랭은 뮤리엘 포터가 에밀리를 미워해 로다가 그녀를 빼기로 약속했고, 뱀을 상자에 넣자고 낸 사람도 로다였다고 알려 줍니다. 에밀리는 한 달 동안 시들어 갑니다. 이모는 숱 많은 머리가 기운을 뺏는다며 가위를 들고, 에밀리는 낯선 힘에 사로잡혀 "내 머리는 잘리지 않아요"라고 말합니다. 이모는 아버지 아치볼드의 눈빛과 말투를 보고 놀라 달아납니다. 얼마 뒤 에밀리가 부츠를 울타리 구멍에 숨기고 맨발로 심부름을 다녀오며 「미나리아재비에게」라는 시를 짓는데, 이모가 부츠를 어디 뒀느냐고 묻습니다. 앙갚음으로 어둡고 큰 손님방에 갇혀 천개 침대와 초상, 올빼미 박제에 기절할 지경이 된 에밀리는 창문을 열어 썩은 사다리로 도망치고, 숲에서 일세를 만나 천둥을 피해 빈 번리 집에 들어갑니다. 일세는 아버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놓고, 에밀리의 시를 듣고는 진짜 시인이라고 인정해 둘은 단짝이 됩니다. 로라 이모는 사정을 듣고 비밀을 지켜 주며 쿠키와 입맞춤을 줍니다. 놀이집에 거실을 만드는 문제로 에밀리와 일세는 크게 싸우지만 일세는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거실까지 만들어 놓고 반깁니다. 의사 번리는 병이 나은 테디 켄트가 외로워한다며 두 아이를 탠시 패치로 보냅니다. 켄트 부인은 얼굴에 흉터가 있고 아들에게 집착하며, 에밀리는 그림 잘 그리는 테디와 가까워져 이 모든 것을 아버지께 편지로 전합니다.
제13~14장: 이브의 딸, 불꽃과 새끼 고양이
9월 어느 저녁 에밀리는 이모들과 지미가 슈루즈베리에 간 사이 뉴문을 지키다 허락 없이 우유 팬의 크림을 걷고, 로프티 존의 작업장에서 계단 위 사과를 먹습니다. 돌아온 로프티 존은 그 사과에 쥐약을 발랐다고 겁을 줍니다. 에밀리는 거울로 얼굴을 확인한 뒤 머레이답게 죽겠다고 마음먹고 일세에게 유서를 씁니다. 엘리자베스는 농담임을 눈치채고도 겨자물을 먹이라고 한 다음 로프티 존을 찾아가 호통을 칩니다. 에밀리가 속은 분함에 거친 말을 했다가 나무람을 듣지만 로라 이모는 몰래 웃습니다. 10월에는 지미가 쇠솥에 돼지 먹일 감자를 삶는 밤마다 에밀리가 별빛 아래 그의 시를 듣고, 일세와 테디도 와서 이야기와 그림과 삶은 감자를 나눕니다. 떠돌이 양철 장수 올드 켈리가 회색 새끼 고양이를 선물하자 기분이 나빴던 엘리자베스는 연못에 빠뜨리라고 시키고, 에밀리는 개울가 작은 섬에 매달려 떠는 새끼 고양이를 구해 와 아버지 아치볼드의 눈빛으로 다시는 빠뜨리지 못한다고 선언합니다. 이모는 물러서고, 고양이는 남습니다.
제15~17장: 황소와 페리, 브라우넬 선생, 살아 있는 편지들
11월 에밀리는 리 씨의 사나운 황소가 사는 목초지 끝의 오래된 우물을 보러 갔다가 황소와 마주쳐 얼어붙습니다. 지미에게 들은 대로 그곳은 60년 전 리 형제가 다투다 실라스가 형 토머스를 망치로 죽인 자리입니다. 울타리에 앉아 있던 소년 페리 밀러가 돌을 던져 황소를 유인해 구해 주고, 얼마 뒤 지미의 일꾼으로 뉴문에 들어옵니다. 에밀리는 그에게 문법을 가르칩니다. 이 장의 대부분은 아버지께 쓴 편지로, 엘리자베스가 반대했으나 지미 덕에 페리가 남은 일, 로라의 진주 반지를 코라 리에게 빼앗겼다가 페리 덕에 되찾은 일, 브라우넬이 에밀리의 작문을 베낀 것이라 의심한 일이 이어집니다. 제16장에서는 에밀리가 산수 시간에 창밖 풍경을 시로 쓰다 석판을 빼앗기고, 선생이 학급 앞에서 조롱 섞어 낭독합니다. 로다가 책상 속 시 뭉치를 일러바치자 선생은 난로에 던지려 하나 에밀리가 낚아챕니다. 저녁에 선생이 뉴문에 와 고자질하고 엘리자베스는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명하지만, 천장 구멍으로 엿보던 페리의 소란과 지미의 "사람은 하느님 외에는 누구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는다"는 말에 이모는 서서 사과하게 합니다. 벌로 빵과 우유만 먹는 식료실에서 에밀리는 서사시 『흰 옷의 귀부인』을 구상하고 로라는 몰래 위로합니다. 제17장은 전체가 아버지께 쓴 편지로, 번리 박사의 집 다락에서 혼자 자다 연기 냄새에 깨어 화재를 발견한 일, 직접 구운 케이크로 손님맞이를 넘기고 이모의 첫 칭찬을 들은 일, 5월 20일 생일, 낸시 이모할머니께 쓴 편지를 이모가 검열한 일, 아버지의 책을 이모가 잠가 둔 일, 데어 목사와의 대화가 두서없이 나열됩니다.
제18~20장: 캐시디 신부, 다시 친구, 하늘 우편
로프티 존이 추수 후 뉴문 북쪽의 숲을 모두 베겠다고 공언하자 엘리자베스는 "에밀리를 데려온 탓"이라고 말해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줍니다. 묘지에서 울던 에밀리에게 테디가 가톨릭 신부에게 부탁해 보라고 귀띔하고, 에밀리는 2마일을 걸어 화이트크로스의 캐시디 신부를 찾아갑니다. 신부는 뾰족한 귀를 보고 요정이라 부르며 맞이하고, 직접 권한은 없지만 로프티 존과 이야기해 보겠다고 약속합니다. 에밀리는 서사시 줄거리와 일세와 만든 새 언어를 이야기하고 시 「저녁의 꿈」을 낭송하며, 신부는 "계속 써라"라고 격려합니다. 월요일 아침 도끼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로프티 존은 마차로 에밀리를 태워 주며 화해를 제안합니다. 사과 사건을 잊고 가끔 찾아와 이야기하고 정중히 부탁하는 조건이었고, 에밀리가 공손히 청하자 숲을 베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집에서 엘리자베스는 신부의 편지를 뜯어 보고 추궁하지만 숲이 무사해 크게 화내지 못합니다. 한 달 뒤 슈루즈베리에서 신부와 마주쳐 은밀한 소식을 나누고, 신부는 곧 다른 교구로 옮깁니다. 제20장은 다시 편지입니다. 고양이 마이크가 독살로 죽자 엘리자베스는 아버지 장례 때보다 덜 울었다고 모질게 말하고, 마이크는 로프티 존의 숲에 묻힙니다. 새 언어는 동사 때문에 싸우다 포기하고, 학교 시험에서 에밀리가 로다에게 암송 구절을 귀띔하며 미움이 풀립니다. 크리스마스에 친척이 모여 에밀리를 놀리자 이모가 "그 애를 좀 내버려 두라"고 막아 주고, 에밀리는 이제 머레이 가문의 이방인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제21~24장: 낭만과 불편, 위더 그레인지, 유령, 다른 종류의 행복
테디가 일세를 칭찬하자 에밀리는 괜히 마음이 상합니다. 일세의 금빛 앞머리가 부러워 밤에 몰래 앞머리를 자르다 너무 바짝 잘라 버리고, 고백해 일주일간 팬트리에서 저녁을 먹는 벌을 받습니다. 『헨리 에즈먼드』와 인체 해부서를 읽은 일까지 털어놓아 번리 박사의 책장이 잠깁니다. 낸시 고모할머니가 사진을 보내라 하자 에밀리는 테디가 그린 수채 초상화를 넣고 "나는 멍청하지 않다"고 적습니다. 봄날 페리의 톰 이모가 나타나 에밀리가 페리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교육비를 대겠다고 윽박지르고, 페리는 쫓아내면서도 자기도 언젠가 청혼하겠다고 하며, 에밀리는 테디가 청혼하면 받겠다고 맞받습니다. 에밀리는 이 모든 일을 "낭만적이지만 편하진 않다"고 결론짓습니다. 7월 고모할머니가 에밀리를 초대하는 편지를 보내자, 에밀리는 이모들의 의논을 엿듣고 올드 켈리의 수레를 얻어 타 프리스트 폰드의 위더 그레인지로 갑니다. 켈리는 프리스트 집안과는 결혼하지 말고 마녀 캐롤라인을 조심하라며 말굽 못을 쥐여 줍니다. 대문 기둥에 돌로 된 개가 앉은 집에서 아흔 살 고모할머니는 장난꾸러기 요정 같고, "누구를 닮았느냐"는 비교에 에밀리는 "나는 나 자신을 닮았다"고 받아칩니다. 핑크 룸에서는 밤새 비단 스치는 소리와 아기 울음 같은 소리에 공포에 떨고, 아침에 집에 가겠다고 우기며 쏘아붙이지만 소리의 정체는 굴뚝의 제비였습니다. 둘째 밤부터 에밀리는 푹 자고, 제24장은 아버지께 쓴 편지로 이어집니다. 이곳의 행복은 뉴문과는 다른 종류라고 적고, 고모할머니가 아끼는 자코바이트 유리잔을 소매로 깨뜨려 숨기다 한밤에 고백했더니 프리스트 집안 유품이 깨져 속이 시원하다며 웃어넘깁니다. 일세 어머니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됐으나 너무 끔찍해 쓸 수 없고 믿지 않겠다고만 적습니다.
제25~27장: 하트 에이스, 만 해안, 에밀리의 서약
무더운 7월 오후 고모할머니는 번리 박사 이야기를 꺼냅니다. 일세의 어머니 베아트리스는 열여덟에 서른다섯 살 앨런과 결혼한 금발의 미인으로 이마의 하트 모양 반점 때문에 '하트 에이스'라 불렸고, 사촌 레오 미첼 선장과 늘 붙어 다니다 그의 배가 남미로 떠나던 밤 갓난아기를 두고 함께 떠났다고 합니다. 배는 해터러스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엿듣던 에밀리는 일세의 어머니가 그럴 리 없다고 소리치고 "당신들은 이 이야기를 즐겼다"며 뛰쳐나가 며칠을 울며 괴로워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세 앞에서 비밀을 홀로 지킵니다. 어느 저녁 만 해안을 걷던 에밀리는 절벽 끝의 보랏빛 과꽃을 따려다 미끄러져 바위 턱에 걸린 흙덩이 위에 누운 채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못합니다. 그때 딘 프리스트가 내려다보고 밧줄을 구해 와 에밀리를 끌어올립니다. 서른여섯 살의 그는 어깨가 불균형하고 다리를 약간 절며 독서가이자 냉소가로, 에밀리가 더글러스 스타의 딸임을 알고 옛 친구였다고 말합니다. 구해 준 목숨이 이제 자기 것이라는 말에 에밀리는 반발해 과꽃을 밟지만, 딘은 으깨진 꽃을 책갈피에 끼워 둡니다. 8월 둘은 산책하며 신화와 요정 이야기를 나누고, 낸시 고모할머니가 갑자기 "이제 지겨우니 집에 가라"고 하자 딘과 작별 없이 웃으며 헤어지자고 약속합니다. 뉴문에 돌아온 에밀리는 어머니 줄리엣이 쓰던 '전망 방'을 혼자 쓰게 되고, 예전 원고를 부끄러워하며 태웁니다. 딘이 보내 준 시의 마지막 연에 영감을 받아 알파인 길을 올라 명예의 두루마리에 이름을 쓰겠다는 서약을 씁니다.
제28~31장: 카펜터 선생, 신성모독, 막이 오를 때, 위대한 순간
블레어 워터 학교에 온 카펜터 선생은 첫날 "시를 쓰는 아이가 너냐, 바늘이나 잡아라"고 말합니다. 한때 맥길 대학의 수재였으나 술에 빠져 시골 교사가 되었다는 소문의 남자지만, 역사는 연극으로, 지리는 교정을 나라로 꾸며 가르쳐 아이들이 저절로 외우게 합니다. 에밀리는 시 「저녁의 꿈」을 샬럿타운 《엔터프라이즈》에 보내지만 실리지 않아 낙담하고, 사랑하던 옛 원고를 태우며 성장의 아픔을 겪습니다. 제29장에서 엘리자베스는 에밀리가 달걀 값으로 종이를 사 소설을 쓴다는 것을 알고 경악하며 금지하지만, 에밀리는 "쓰지 않을 수 없다"며 포장지 뒷면에라도 씁니다. 봄날 다락 청소 중 엘리자베스가 아버지께 쓴 에밀리의 편지 뭉치를 발견해 읽고 자신에 대한 신랄한 표현에 충격을 받습니다. 에밀리는 편지를 낚아채며 분노하다 이모의 상처 입은 눈빛이 마음에 걸려 용서를 빌러 가려는데, 엘리자베스가 먼저 찾아와 "내 잘못"이라며 용서를 구합니다. 둘은 화해하고 에밀리는 편지마다 별표와 해명 각주를 달지만, 이후 아버지께 쓰려 해도 마음이 닿지 않습니다. 삶의 한 문이 닫힌 것입니다. 제30장에서 7월 에밀리는 홍역에 걸려 열에 들뜬 채 "그 사람이 했을 리 없다"고 되뇌고 리 씨 밭의 우물이 열려 있다고 외칩니다. 엘리자베스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우물을 수색하게 하고, 그 결과 일세 어머니 베아트리스를 둘러싼 오랜 소문이 사실과 달랐음이 밝혀집니다. 이모들이 이를 앨런에게 전하자 앨런은 에밀리 덕에 믿음을 되찾았다고 말하고, 일세와 아버지는 화해합니다. 제31장에서 회복기의 에밀리는 페리, 일세, 테디도 같은 홍역을 앓았고 페리는 거의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위험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됩니다. 딘 프리스트는 마을에 머물며 에밀리와 산책하고 별 이야기를 해 주다 9월에 유럽으로 떠납니다. 10월 오후 카펜터 선생은 방과 후 교실에서 에밀리의 시를 하나하나 가차 없이 평합니다. 사백 줄 가운데 좋은 줄은 열 줄뿐이라는 말에 에밀리가 눈물을 글썽이지만, 그는 열 줄이면 의로운 열 사람이 있던 소돔과 같다며 격려합니다. 실수로 바뀐 지미북에는 카펜터 자신을 생생히 묘사한 스케치가 들어 있었고, 그는 이것이 문학이라며 기뻐합니다. 오래도록 가난하고 출판 못 해도 쓰겠느냐는 물음에 에밀리가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답하자 그는 "그렇다면 올라가라"며 보냅니다. 해 질 녘 망루방에서 에밀리는 새 지미북을 펴 첫 장에 일기를 쓰겠다고, 자기가 죽으면 출판되도록 쓰겠다고 적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골짜기의 집과 바람의 여인
책은 '어디서나 한참 떨어진 집'이라는 이웃들의 평으로 시작하지만 에밀리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곁에는 아버지와 고양이와 나무들, 그리고 바람이 있습니다.
The Wind Woman was always around; and there were the trees
바람의 여인은 늘 곁에 있었고, 나무들도 있었다.
이 아이에게 혼자 있다는 것은 두려움이자 설렘입니다. 오랜만에 홀로 나선 황무지 산책을 몽고메리는 이렇게 씁니다.
But to be alone--ah, Emily shivered with the delicious horror of it!
하지만 혼자라는 것, 아, 에밀리는 그 달콤한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 직후 엘렌의 한마디로 이 아름다운 세계가 무너지는 구성이 이 책의 첫 장치입니다. 밤에 아버지는 딸이 이어 갈 몫을 이렇게 말해 줍니다.
You will succeed where I failed, Emily.
너는 내가 실패한 곳에서 성공할 거란다, 에밀리.
죽어 가는 아버지가 남긴 것은 재산이 아니라 재능에 대한 믿음이고, 그 믿음이 뒤의 모든 장면에서 에밀리가 버티는 힘이 됩니다.
2. 나 자신에게는 중요해요
장례를 앞두고 엘렌은 에밀리가 괴짜라서 사랑받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어린 에밀리가 내놓은 대답은 이 책의 선언문이 됩니다.
“I am important to myself,” cried Emily proudly.
“나 자신에게는 중요해요.” 에밀리는 당당하게 외쳤다.
친척들이 몰려와 에밀리의 얼굴과 몸을 품평하자 이 자부심은 분노로 터집니다.
You make me feel as if I was made up of scraps and patches!
저를 누더기와 헝겊 조각으로 이루어진 사람처럼 느끼게 하시잖아요!
제4장의 식탁보 밑에서 엿들은 어른들의 말은 더 날카롭습니다. 엿듣던 에밀리는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아버지를 "실패자"라 부르는 루스 이모 앞에 튀어나와 항변합니다.
your abominable virtues!
당신들의 그 지긋지긋한 미덕!
Nobody who was loved as much as he was could be a failure.
그만큼 사랑받은 사람이 실패자일 수는 없어요.
어른들은 성공을 기준으로 아버지를 재고, 에밀리는 사랑으로 잽니다. 머레이 집안의 자부심과 맞서는 이 대비가 책 전체의 긴장입니다.
3. 제비뽑기와 불탄 장부
아이의 거처를 의논하던 어른들은 제비뽑기로 후견인을 정하고, 종이에는 가장 엄격한 엘리자베스의 이름이 나옵니다. 지미 사촌의 제안이 이 운명의 입구가 됩니다. 에밀리는 이모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Aunt Elizabeth is cold and hawty; and she is not fair.
엘리자베스 이모는 차갑고 거만하며, 공정하지 않다.
이 문장은 실제 말이 아니라 상상 속 장부에 적은 한 줄입니다. 에밀리는 장부를 읽으려 한 이모 앞에서 그것을 불에 던지고 나서야 이모를 '공정하지 않다'고 판정합니다. 한편 로라 이모의 기쁨은 소리 낮은 속삭임으로 옵니다.
“I’m so glad, Emily--I’m so glad,” she whispered.
정말 기쁘구나, 에밀리. 정말 기뻐. 이모는 속삭였다.
그리고 고양이를 두고 지미 사촌이 건넨 한마디가 뉴문의 분위기를 한 줄로 요약합니다.
What’s a cat more or less on two hundred acres?
이백 에이커 땅에 고양이 한 마리 더 있고 없고가 뭐 대수겠니?
엄격한 이모와 부드러운 이모, 한 발 물러서서 도와주는 사촌. 에밀리의 새 가족이 한꺼번에 소개되는 장입니다.
4. 뉴문의 첫 밤과 묘비
이모가 창문조차 열지 못하게 하자 에밀리는 이렇게 따집니다.
What air is there at night but night air?
밤에 있는 공기가 밤공기가 아니고 뭐겠어요?
어린 에밀리의 논리는 차가운 침대에서도 지지 않지만, 위로는 이모가 아니라 바람의 여인에게서 옵니다. 일요일 지미는 묘지에서 머레이 집안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증조할머니의 묘비에는 이런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Here I stay.
나는 여기 머문다.
이 짧은 글은 집안의 옛 앙금을 담고 있고, 에밀리가 뉴문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와도 겹칩니다. 에밀리는 자신이 폐병으로 죽을지 걱정하며 지미에게 묻습니다.
do you think I’m likely to die of consumption?
제가 폐병으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어른들이 입에 올린 저주 같은 예언을 아이가 진지하게 마음에 담고 있다는 사실이 이 질문에서 드러납니다. 지미의 대답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고, 에밀리는 다이아몬드를 찾기로 결심하며 뉴문에 첫 목표를 세웁니다.
5. 소매 달린 앞치마와 첫 번쩍임
학교 첫날 에밀리는 어머니가 입던 자루 같은 앞치마를 두르게 되고, 이모의 권위 앞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옵니다.
Anyway, Aunt Elizabeth, you can’t boss God,
어쨌든 엘리자베스 이모, 하느님까지 부릴 수는 없어요.
아이들의 놀림 속에서 점심시간에 에밀리는 뜻하지 않게 선언합니다.
I can write poetry,
저는 시를 쓸 수 있어요.
이 문장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은 영감의 번쩍임과 겹치고, 에밀리는 이 한마디로 처음 작가라는 정체성을 공개합니다. 머레이가 아니라 아버지 쪽 스타 집안의 이름으로 대꾸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A Starr does not lie,
스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가난한 아버지를 비웃는 로다에게 하는 말도 같은 자존심입니다.
But people can be rich without money.
하지만 돈이 없어도 부자일 수 있어요.
이모와 아이들 앞에서 에밀리는 머레이가 아니라 스타의 이름으로, 자기 기준으로 말합니다.
6. 분홍 청구서 뒷면에 쓰는 편지
장부를 태운 이모를 용서하지 못하는 에밀리에게 종이가 생기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조용한 전환점입니다. 우편 청구서 뒷면에 아버지께 쓰는 편지는 이후 책의 상당 부분을 이끄는 장치가 됩니다. 처음 편지를 쓰고 난 마음은 이렇습니다.
I feel as if I was made out of star-dust.
별가루로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이에요.
편지의 어조는 익살과 진심이 섞여 있습니다. 애플 턴오버를 두고 던지는 투정은 우스운데, 추신에는 아이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Why is it that the nicest things never are helthy, Father?
아버지, 가장 맛있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몸에 좋지 않을까요?
I like to be loved, Father dear.
저는 사랑받는 게 좋아요, 아버지.
뒤의 편지들은 사건을 전하는 동시에 에밀리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페리와 테디를 두고 그녀가 발견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Isn’t it funny, dear Father, how many kinds of ways of liking there are?
아버지, 좋아하는 방식이 이렇게 여러 가지라는 게 신기하지 않아요?
편지는 에밀리의 작문 연습장이자 유일한 안전지대였고, 그래서 제29장에서 그것이 읽힐 때 충격도 그만큼 큽니다.
7. 로다의 배신, 가위, 손님방
믿었던 로다의 생일 초대에서 빠진 에밀리는 한 달 동안 시들며 마음속 결론을 혼잣말로 꺼냅니다.
I think I must have been put under a curse at birth,
나는 태어날 때 저주를 받았나 봐.
이어지는 장면이 이 책에서 가장 이상한 대목입니다. 이모가 숱 많은 머리를 자르겠다고 가위를 드는 순간 에밀리는 낯선 힘에 사로잡힙니다.
my hair is not going to be cut off
제 머리는 잘리지 않을 거예요.
엘리자베스는 아이의 눈빛과 말투에서 아버지 아치볼드를 보고 달아납니다. 아버지에게서 이어받은 기질이 처음 드러나는 순간이며, 뒤의 고양이 장면에서 한 번 더 나타납니다. 벌로 손님방에 갇혀 공포에 질렸다가 사다리로 도망쳐 나올 때의 느낌은 이렇습니다.
a little bird that had just got out of a cage
막 새장에서 풀려난 작은 새
벌이 오히려 일세와의 우정을 낳았다는 구조는 이 책이 반복해서 쓰는 방식입니다. 에밀리에게 불행은 늘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8. 일세와 탠시 패치
일세 번리는 맨발에 호박빛 눈을 한 거친 아이이고, 에밀리와 가장 닮은 친구입니다. 폭풍우를 피해 빈 번리 집에 숨은 날 일세가 한 말이 그녀의 외로움을 보여 줍니다.
Nobody likes me, you know.
있잖아,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그러나 둘은 곧 크게 싸웁니다. 일세의 폭언에 에밀리가 차갑게 비꼬며 맞서는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I’ll lend you a dime to buy a rope,
밧줄 살 10센트는 내가 빌려줄게.
일세는 화를 내도 금세 풀어 버리는 아이여서,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놀이집 거실까지 만들어 놓고 맞이합니다. 의사 번리가 병 나은 테디를 위해 아이들을 탠시 패치로 보내면서 네 사람의 놀이터가 열립니다. 에밀리는 그곳 황혼 속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Oh, isn’t it good to be alive--like this?
아, 이렇게 살아 있다는 건 정말 좋지 않아?
로프티 존의 숲에 대한 애정은 편지에서 한 줄로 요약됩니다.
I love that bush so much it hurts.
저는 그 숲이 너무 좋아서 아플 지경이에요.
좋아하는 것을 지킬 수 없을 때 아픔이 따른다는 이 말은 뒤에 숲을 베겠다는 로프티 존의 선언으로 현실이 됩니다.
9. 로프티 존의 사과와 마이크 2세
제13장은 유머와 공포가 겹친 장입니다. 로프티 존의 쥐약 농담을 믿은 에밀리는 거울을 보고 촛불을 켠 뒤 유서를 쓰며, 죽음을 앞둔 스스로의 품위를 이렇게 정합니다.
I’ll die as becomes a Murray
머레이답게 죽을 거야.
어른이 놀린 아이를 위해 엄한 엘리자베스가 가서 호통을 치고, 로라 이모는 몰래 웃는 장면은 뉴문 식구들이 사실 에밀리를 가족으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입니다. 제14장의 새끼 고양이 사건은 뉴문 이모와의 두 번째 대결입니다. 이모가 지미에게 연못에 던지라고 시킨 새끼 고양이를 에밀리가 구해 와 선언합니다.
It shall not be drowned again.
다시는 빠뜨리지 못해요.
에밀리는 어른에게 예절을 지키면서도 약자를 지키는 일에서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이 두 장은 에밀리가 겁을 모르는 아이가 아니라 겁이 나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아이임을 보여 줍니다.
10. 페리와 테디, 낭만과 불편
황소에게 쫓긴 에밀리를 구한 페리 밀러의 첫마디는 태연합니다.
Isn’t he a rip-snorter?
대단한 녀석이지 않아?
페리는 거칠고 직설적인 소년이고, 에밀리에게서 문법을 배우는 일꾼입니다. 그가 에밀리에게 거는 조건은 단순합니다.
Only you’ve gotter like me, too.
대신 너도 나를 좋아해야 해.
반대편에는 그림 잘 그리는 조용한 테디가 있습니다. 두 소년과 에밀리를 둘러싼 이 구도는 제21장에서 한꺼번에 폭발합니다. 일세의 앞머리를 부러워해 앞머리를 잘랐다가 벌 받고, 페리의 톰 이모가 결혼을 대가로 교육비를 주겠다고 윽박지르고, 페리가 언젠가 청혼하겠다고 선언하는 소동이 이어집니다. 에밀리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It has been romantic but not comfortable,
낭만적이긴 했지만 편하지는 않았어.
이 한 줄이 장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몽고메리는 어린 시절의 애정 소동을 웃음으로 다루면서도, 에밀리가 끌려가지 않고 자기 마음을 따져 보는 아이임을 분명히 합니다.
11. 브라우넬 선생 앞에서 무릎 꿇기
브라우넬 선생은 에밀리의 시를 학급 앞에서 비꼬아 낭독하고 난로에 던지려 합니다. 저녁에 뉴문까지 찾아와 고자질하는 선생에게 숨어서 엿보던 페리가 외칩니다.
You heard a pack of lies,
당신이 들은 건 거짓말투성이예요.
엘리자베스 이모가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자 장면을 뒤집는 것은 지미 사촌의 한마디입니다.
A human being should not kneel to any one but God
사람은 하느님 외에는 누구 앞에서도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는 지미가 집안의 완고한 질서를 한마디로 꺾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모는 마음을 바꿔 서서 사과하게 합니다. 벌로 받은 식료실 저녁에서 에밀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But you won’t forbid me to think?
하지만 생각까지 금지하시지는 않겠죠?
몸은 벌을 받아도 생각은 지키겠다는 이 질문 뒤에 에밀리는 서사시 『흰 옷의 귀부인』을 구상합니다. 벌이 오히려 창작을 부추기는 이 역설은 몽고메리가 반복하는 주제입니다.
12. 캐시디 신부와 숲, 머레이의 일원
로프티 존이 숲을 베겠다고 하자 에밀리는 2마일을 걸어 가톨릭 신부를 찾아갑니다. 신부는 처음 본 에밀리에게서 요정을 보며, 시 때문에 꾸중을 들었다는 말에 이렇게 위로합니다.
The path of genius never did run smooth.
천재의 길은 한 번도 순탄했던 적이 없지.
신부의 다른 한마디는 에밀리가 평생 잊지 못할 격려가 됩니다.
Keep on,--keep on writing poetry.
계속해라, 계속 시를 써라.
다음 월요일 아침 도끼 소리는 들리지 않고, 로프티 존은 정중히 부탁하라는 조건으로 숲을 지켜 줍니다. 그의 익살이 이 사건의 분위기를 보여 줍니다.
We’re at the mercy av the petticoats.
우리는 치마 입은 이들의 처분에 달려 있지.
용서와 정중한 부탁이 숲을 구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에밀리는 로다를 돕고 나서 미워하는 일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크리스마스에 이모가 놀림을 막아 주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느낍니다.
I didn’t feel like a stranger among the Murrays any more.
더 이상 머레이 집안 사이에서 이방인 같지 않았다.
제20장에서 소속감이 처음 말로 나오는 순간입니다. 반대로 마이크의 죽음에 이모가 모질게 말하는 장면을 곁들여 읽으면, 몽고메리가 이모를 한 가지 얼굴의 악역으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13. 위더 그레인지의 고모할머니
아흔 살 낸시 고모할머니는 누구를 닮았는지 따지기를 즐기고, 에밀리는 이렇게 받아칩니다.
I look just like myself.
저는 저 자신을 닮았어요.
고모할머니는 이 대답이 마음에 들고, 유전과 개성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What odd sums in addition we all are
우리는 모두 얼마나 이상한 덧셈들인가.
밤새 벽 뒤에서 비단 스치는 소리와 아기 울음 같은 소리에 떨던 에밀리는 아침이 되자 정체를 알게 됩니다.
swallows and spectres were two entirely different things
제비와 유령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고딕 소설의 장치를 가져와 놓고 굴뚝 속 제비로 풀어 버리는 장면은 몽고메리의 웃음기를 보여 줍니다. 제24장 편지에서 에밀리는 유리잔을 깨뜨리고 숨기다 한밤에 고백하는데, 이유가 이렇습니다.
it hurts too much when I have a bad opinion of myself.
제가 저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면 너무 아파서요.
에밀리의 도덕은 남에게 들키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작동합니다. 이 고백은 에밀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엄하게 지켜보는 아이인지 보여 줍니다.
14. 일세 어머니의 소문과 절벽, 딘 프리스트
제25장은 가십의 장입니다. 고모할머니와 캐롤라인은 어린 에밀리 앞에서 일세 어머니의 일을 즐기듯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를 에밀리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소문의 성격은 책 속 구절로 요약됩니다.
Gossip lies nine times and tells a half truth the tenth.
소문은 아홉 번 거짓말하고 열 번째에 반쪽 진실을 말한다.
에밀리는 소문이 반쪽 진실이라는 말을 붙들고, 비밀을 홀로 짊어지며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믿음이 훗날 제30장으로 이어집니다. 이어 절벽에서 흙덩이에 매달린 채 기도하는 대목은 이 아이의 솔직함을 보여 줍니다.
because I don’t think I’m fit to die yet.
제가 아직 죽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구해 준 딘 프리스트는 에밀리를 '별'이라 부르며 소유욕을 숨기지 않습니다.
Since I saved it it’s mine.
내가 구했으니 그건 내 것이다.
에밀리는 꽃을 밟아 반발하지만 딘은 으깨진 꽃을 책갈피에 끼웁니다. 둘의 대화는 고양이와 개로도 이어집니다.
Dogs want only love but cats demand worship.
개는 사랑만 원하고 고양이는 숭배를 요구한다.
딘은 에밀리 앞에서만은 냉소 없이 웃는 어른이고, 이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책이 끝까지 열어 둡니다.
15. 에밀리의 서약
8월의 정원에서 딘은 역사를 이렇게 경고합니다.
The happiest countries, like the happiest women, have no history
가장 행복한 나라는, 가장 행복한 여인들처럼 역사가 없다.
갑작스레 쫓겨나는 에밀리에게 딘이 건네는 작별의 방식은 단순합니다.
We’ll just smile and go.
그저 웃으며 가자.
뉴문에 돌아온 에밀리는 어머니가 쓰던 전망 방에서 예전 원고를 부끄러워하며 태우고, 딘이 보낸 시의 마지막 연에서 서약의 계기를 얻습니다. 서약문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I will climb the Alpine Path
나는 알파인 길을 오를 것이다.
write my name on the scroll of fame
명예의 두루마리에 내 이름을 쓸 것이다.
가볍게 읽고 넘길 문장이 아닙니다. 에밀리는 처음 장부에 풍경을 적던 아이에서 목표를 가진 사람으로 넘어가고, 앞의 모든 사건이 이 선언을 위한 훈련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16. 편지가 읽힌 날, 우물이 열린 날
제29장에서 엘리자베스는 다락 청소 중 에밀리의 편지 뭉치를 읽고 충격을 받습니다. 에밀리는 편지를 낚아채며 이렇게 맞섭니다.
I’d sooner burn myself.
차라리 제가 불에 타겠어요.
책 앞부분에서 장부를 불에 던졌던 이모는 이번에는 먼저 찾아와 사과합니다.
Emily, I had no right to read your letters.
에밀리, 나는 네 편지를 읽을 권리가 없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뒤집히는 순간이고, 이모가 아이에게도 어른과 같은 공정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 장면입니다. 이후 에밀리는 아버지께 편지를 쓰려 해도 마음이 닿지 않습니다. 삶의 한 문이 닫혔다는 서술이 슬프면서도 성장의 값처럼 읽힙니다. 이어지는 제30장의 홍역과 열에 들뜬 에밀리의 외침을 따라 우물을 수색하는 장면에서 지미 사촌은 성경 구절을 읊습니다.
There is nothing hidden that shall not be revealed.
드러나지 않을 숨은 것은 없다.
오랜 오해가 풀린 뒤 일세의 아버지 앨런 번리는 에밀리가 해낸 일 앞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A little child shall lead them.’
‘어린아이가 그들을 이끌리라.’
몽고메리는 우물에서 무엇이 나왔는지를 자세히 늘어놓지 않고, 그 일이 사람들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초점을 둡니다.
17. 카펜터 선생과 열 줄의 시
카펜터 선생은 첫날부터 시 쓰는 아이를 비웃지만, 제31장에서 방과 후 에밀리의 시를 하나하나 가차 없이 평합니다. 그의 계산은 냉정합니다.
Ten good lines out of four hundred, Emily
사백 줄 가운데 좋은 줄은 열 줄뿐이다, 에밀리.
눈물이 글썽이는 에밀리에게 그는 성경의 소돔을 가져옵니다.
for ten righteous men Sodom had been spared.
의로운 열 사람이 있었다면 소돔은 살았을 것이다.
혹독한 평가와 격려가 같은 말에 담겨 있고, 에밀리가 바라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 정확한 평가라는 점을 몽고메리가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그는 글쓰기의 대가를 경고합니다.
by gad, girl, you’ve chosen a jealous goddess.
맙소사, 얘야, 너는 질투 많은 여신을 택했구나.
오래도록 가난하고 출판하지 못해도 쓰겠느냐는 물음에 에밀리는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답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새 지미북 첫 장에 이렇게 씁니다.
I am going to write a diary, that it may be published when I die.
나는 일기를 쓰려 한다. 내가 죽으면 출판되도록.
책은 에밀리가 이룬 것을 보여 주는 대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열어 둡니다. 이 문장은 아버지를 향한 편지가 더 이상 닿지 않게 된 뒤, 에밀리가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뉴문의 에밀리』는 31장이고 편지로 된 장들이 섞여 있어, 한 통의 편지 안에 여러 사건이 나열되기도 합니다. 처음이라면 1~2장(골짜기의 밤), 3~5장(친척들과 제비뽑기), 10~11장(가위와 손님방), 18~19장(캐시디 신부와 숲), 31장(카펜터 선생과 열 줄)을 먼저 읽어 보세요. 『빨간 머리 앤』을 좋아했다면 에밀리의 자존심 센 면모와 직업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집요함이 새롭게 보일 것이고, 앤의 수다 대신 에밀리의 장부와 편지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이 다른 맛입니다. 어른 눈으로 다시 읽으면 엘리자베스 이모의 엄격함과 서투른 사랑, 지미 사촌의 한마디, 카펜터 선생의 잔인한 정확성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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