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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847~1877년 발표

Dostoevsky: Short Stories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굶주린 하숙인과 질투하는 남편, 어설픈 장군과 악어 뱃속의 관리, 무덤 속 죽은 자들과 꿈에서 낙원을 망친 사내까지, 아홉 편이 보여 주는 인간의 우스꽝스러움과 연민

To my thinking there is no vermin in the world worse than a thief.

제 생각에 도둑보다 나쁜 벌레는 세상에 없습니다.

The chief thing is to love others like yourself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자기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한눈에 보기

아홉 편이 차례로 이어진다. 「정직한 도둑」은 술에 절은 부랑자를 거두었다가 바지를 잃은 퇴역 군인의 회상이고, 「아홉 글자로 된 소설」은 두 친구가 아홉 통의 편지로 서로를 속이고 몰아붙이다 아내들의 옛 편지를 받는 이야기다. 「불쾌한 곤경」에서는 인간애를 외치던 신임 장군이 부하의 결혼 잔치에 불쑥 들어갔다가 망신을 당하고, 「다른 남자의 아내」에서는 두 남자가 한 여인을 쫓다 침대 밑에서 마주친다. 「천상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농부 마레이」는 얼어 죽은 소년과 감옥의 기억을 통해 연민의 순간을 그린다. 「악어」는 악어에게 삼킨 관리의 소동, 「보보크」는 무덤 속에서 들려오는 죽은 자들의 수다, 「우스꽝스러운 남자의 꿈」은 삶을 포기하려던 사내가 꿈에서 낙원과 타락을 겪고 깨어나는 이야기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한 권 요점

Dostoevsky: Short Stories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은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짧은 작품 아홉 편을 모은 책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에 태어나 188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책의 작품들은 1840년대 후반의 초기작부터 1870년대의 후기작까지 걸쳐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장편의 작가로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서는 훨씬 가볍고 짓궂은 얼굴이 나옵니다. 하숙인의 회상담이 있고, 편지로만 이루어진 소동극이 있고, 침대 밑에 숨은 남자들의 소극이 있고, 악어 뱃속에서 경제 이론을 펼치는 관리가 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얼어 죽은 아이, 죄수의 침상에서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 무덤 속에서 속삭이는 죽은 자들, 꿈에서 낙원을 오염시킨 사내가 나옵니다. 아홉 편을 관통하는 것은 체면과 허영 때문에 우스워지는 사람들과 그 우스꽝스러움 뒤에서 불쑥 드러나는 연민입니다.

줄거리

정직한 도둑: 외투를 도둑맞은 날의 이야기

화자는 오랜 세월 혼자 사는 독신 관리입니다. 6년 동안 저녁 메뉴를 물을 때 말고는 입을 열지 않던 요리사 아그라페나가 어느 아침 불쑥 찾아와, 부엌 옆 작은 방을 하숙인에게 내주라고 고집합니다. 아그라페나는 마음먹은 일이 안 되면 몇 주씩 우울에 빠져 살림을 망쳐 놓는 사람이라 화자는 결국 받아들이고, 이튿날 늙은 퇴역 군인 아스타피 이바노비치가 들어옵니다. 그는 일솜씨도 있고 가끔 자기 경험담을 들려주는 사람이어서 단조로운 독신 생활의 큰 위안이 됩니다.

어느 날 낯선 사내가 화자의 솜외투를 걸이에서 벗겨 눈앞에서 달아납니다. 쫓아간 아스타피는 빈손으로 돌아오고, 이후 몇 시간 동안 그때의 장면을 되풀이해 이야기하며 분개합니다. 그는 도둑보다 나쁜 벌레가 없다고 하다가, 한 번은 '정직한 도둑'을 만난 적이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두 해 전 일자리가 없던 때, 선술집에서 알게 된 술주정뱅이 부랑자 에멜리안 일리치가 개처럼 따라붙었습니다. 아스타피는 쫓아내지 못하고 아버지이자 보호자가 되어 술을 끊게 하려 하지만, 에멜리안은 말이 엇나가고 한숨만 쉽니다. 호통을 치다 우는 그를 보고 아스타피는 가슴이 찢어집니다. 어느 휴일 저녁, 맞춤한 새 승마바지가 궤짝에서 사라지고 취해 있던 에멜리안은 끝내 부인합니다. 침대 밑을 기어 다니며 찾는 시늉까지 하던 그는 며칠을 말없이 마시다 울고, 의심받는 자리가 견디기 힘들다며 집을 나갑니다. 닷새 만에 굶주려 푸른 얼굴로 돌아온 그는 아스타피가 내민 술잔을 입가까지 가져갔다가 내려놓고 앓아눕습니다. 죽음이 다가오자 그는 자기 낡은 외투를 팔아 달라고, 자신을 그 옷에 묻지는 말라고 부탁하고는 바지를 훔친 것이 자신이라고 고백합니다. 아스타피가 용서한다고 말하는 사이 에멜리안은 숨을 거둡니다.

아홉 글자로 된 소설: 두 친구의 편지 전쟁

표트르 이바니치와 이반 페트로비치는 서로를 '소중한 친구'라 부르며 편지를 주고받지만, 편지마다 속내가 새어 나옵니다. 첫 편지에서 표트르는 이반이 데려온 청년 예브게니 니콜라이치를 집에서 슬며시 떼어 내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반은 예브게니가 시골 농노 오백 명과 유산을 기대할 만한 부잣집 청년이라고 알려 주면서 둘 사이의 '약속'을 지키라고 재촉합니다. 약속의 정체는 글에 분명히 나오지 않고, 돈과 소개 대가가 얽힌 거래를 암시할 뿐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찾아다니지만 번번이 엇갈립니다. 표트르는 이모의 중풍과 죽음, 어린 아들의 병을 이유로 대며 사과하고, 이반은 날짜를 대조해 보고 이모의 발작과 사망 시각이 편지와 맞지 않는다며 속았다고 몰아세웁니다. 표트르가 가져간 350루블은 빌린 것이 아니라 약속의 일부라고 항변하자 이반은 갚지 않으면 법과 실력 행사까지 쓰겠다고 위협하고, 표트르는 그를 집에 들이지 않겠다며 두 사람의 사이는 끝납니다. 마지막 두 장에서 각자에게 상대의 아내가 보낸 옛 편지가 잘못 배달됩니다. 표트르에게는 아내가 예브게니에게 쓴 밀회의 쪽지가, 이반에게는 아내 타티아나가 결혼 전날 쓴 작별 편지가 도착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비꼬는 짧은 답장을 보내며 끝납니다.

불쾌한 곤경: 장군의 선행

겨울밤, 관리 니키포로프의 집들이 겸 생일 자리에서 이반 일리치 프랄린스키 장군은 개혁과 '인간애'를 열변합니다. 신임 장군이라 동료 노인들이 자신을 학생 취급한다고 느끼는 그는, 스테판 니키포로비치가 "그렇게 하다간 우리가 무너질 것"이라 하자 오기가 생겨 "무너지는지 두고 보자"며 일어섭니다. 마차가 사라져 걸어가던 길에 부하 프셀도니모프의 결혼 잔치를 발견한 그는, 너그러운 윗사람의 본보기를 보이겠다며 불쑥 들어갑니다.

하객들은 장군의 등장에 굳어 버립니다. 가난한 서기 프셀도니모프는 잔치 비용을 걱정하던 중이었고, 장군은 신랑의 어머니에게서 잠시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보드카를 거푸 마시며 '민중에 대한 사랑'과 '솔직함으로 정복하겠다'는 취중 연설을 늘어놓습니다.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고 조롱과 비난이 오가는 가운데, 장군은 연설 도중 쓰러져 의식을 잃습니다. 일어설 수 없는 그는 신혼 침대에 눕혀지고, 신랑 프셀도니모프는 잔치의 밤을 잃고 맙니다. 새벽에 깬 장군은 몰래 빠져나가 집으로 돌아가고, 엄격함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여드레 뒤 출근한 그는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사무실에서 "내가 무너졌다"고 되뇝니다.

다른 남자의 아내: 침대 밑의 남편

저녁 여덟 시 페테르부르크의 거리에서 너구리털 외투의 초로 신사 이반 안드레이치가 솜외투 입은 청년에게 말을 겁니다. 여우털 망토 부인을 봤느냐고 묻는 그는 친구를 대신해 남의 아내를 쫓는 중이라고 횡설수설하는데, 청년 역시 같은 건물 앞에서 연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둘은 서로를 간부나 남편이라 의심하며 다투다가 보비니친의 집 문 앞까지 함께 올라갑니다. 마침 나온 여자는 청년이 아는 글라피라였고, 알고 보니 신사의 아내였습니다. 글라피라는 썰매 사고를 핑계로 둘을 능청스레 소개합니다.

이튿날 이반은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에서 아내가 장군 일행의 특별석에 있고 곁에 어제의 청년도 있는 것을 봅니다. 막이 내릴 때 머리 위로 밀회를 약속하는 쪽지가 떨어지고, 그는 적힌 주소로 달려갑니다. 낯선 부인의 침실에 들어갔다가 그 집 남편이 돌아오자 침대 밑에 숨는데, 거기에는 이미 어제의 청년이 숨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속삭이며 다투는 사이 노인은 약차 이야기만 늘어놓고, 짖는 강아지 아미슈카를 이반이 겁에 질려 죽여 버립니다. 청년은 달아나고 들킨 이반은 횡설수설하다 웃음거리가 되어 강아지를 대신 구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물러납니다. 귀가한 그에게 아내의 책망이 쏟아지고, 호주머니에서 죽은 개가 떨어집니다.

천상의 크리스마스 트리: 지어낸 이야기

소설가인 화자는 이 이야기가 지어낸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어딘가에서 실제로 있었을 법하다고 말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혹한의 도시 지하 방에서 여섯 살 소년이 깨어납니다. 아픈 어머니는 이미 싸늘하게 숨져 있고, 배고픈 소년은 거리로 나갑니다. 불빛 가득한 상점 창 너머로 트리와 인형들을 보고 감탄하지만 쫓겨나고 얻어맞은 끝에, 소년은 남의 집 마당 장작더미 뒤에 숨습니다. 몸이 따뜻해지는 듯하며 잠든 소년은 어머니의 노랫소리와 함께 빛나는 그리스도의 크리스마스 트리 곁으로 불려 가고, 자기처럼 얼어 죽은 아이들과 어머니를 만납니다. 아침에 문지기가 소년의 시신을 찾아냅니다. 화자는 트리만은 사실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입니다.

농부 마레이: 감옥에서 떠오른 기억

부활절 주간 둘째 날, 화자는 감옥에서 술 취한 죄수들의 소란과 폭행에 시달립니다. 동료 정치범 M.은 이 강도들이 밉다고 내뱉고, 화자는 침상에 누워 지난 기억에 잠깁니다. 문득 아홉 살 무렵 시골 영지 숲에서 "늑대다!" 하는 환청에 놀라 밭 갈던 농노 마레이에게 달려갔던 일이 떠오릅니다. 마레이는 아이를 달래며 입술을 만지고 성호를 그어 주었고, 아이가 멀어질 때까지 어머니 같은 미소로 지켜보았습니다. 이십 년 만에 선명히 되살아난 이 기억 덕분에 화자는 거친 농노의 섬세한 따뜻함을 새삼 느끼고, 죄수들이 다르게 보이며 증오가 가라앉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기억이 없는 M.을 안타까워하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악어: 삼켜진 이반 마트베이치

1865년 1월 13일, 화자 세묜 세묜니치는 친구 이반 마트베이치와 그의 아내 엘레나 이바노브나를 따라 아케이드의 악어 구경을 갑니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들뜬 이반이 악어 코를 장갑으로 간질이다 순식간에 통째로 삼켜집니다. 엘레나는 가죽을 벗기라고 외치고 독일인 주인 부부는 악어가 상할까 배상부터 따지는데, 뱃속에서 멀쩡한 이반의 목소리가 들려 경찰에 알리라 하고 화자를 상관 티모페이에게 보냅니다.

티모페이 세묘니치는 나서기를 꺼리고, 이반이 진보와 과잉 교육에 빠진 탓이라 나무라며 악어는 사유재산이니 경제 원리가 우선이라고 훈계합니다. 특별 임무로 봉급을 받자는 제안도 선례가 없다며 물리지만, 악어값을 알아봐 주면 사적으로 돕겠다고 합니다. 밤 아홉 시 아케이드에 돌아온 화자는 이반이 구경꾼이 몰려 유명해질 것이라며 뱃속에서 새 경제 이론을 세우고 아내를 사교계 명사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는 것을 듣습니다. 악어 속은 고무 주머니처럼 텅 비어 먹을 필요도 없다며 이반은 화자를 비서로 삼고, 독일인은 악어 값으로 5만 루블과 집, 대령 계급을 요구합니다. 엘레나는 이혼을 물으면서 뱃속에 함께 들어오라는 남편의 제안에는 웃음을 터뜨리고 살롱 계획에는 솔깃해합니다. 사무실에서 읽은 신문들은 악어를 먹은 미식가 이야기와 악어를 동정하는 기사로 사건을 왜곡합니다. 여기 실린 「악어」는 제4장에서 멈추며, 화자가 아케이드의 반응을 보러 일찍 퇴근해 그곳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납니다.

보보크: 무덤 속의 수다

문인 이반 이바노비치는 초상화 탓에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보보크'라는 낯선 말에 시달리다 먼 친척의 장례식에 갑니다. 묘석 위에서 잠들었다 무덤 속 죽은 자들의 수다를 듣게 됩니다. 장군 페르보예도프, 아첨꾼 레베지아트니코프, 귀부인 아브도티야, 상인이 서로 다투는 가운데 클리네비치 남작이 나타납니다. 그는 의식이 아직 남아 있는 두세 달 동안 부끄러움을 벗고 거짓 없이 살아 보자고 제안하고, 모두가 환호합니다. 화자가 재채기를 하자 정적이 흐르고, 그는 다른 무덤에도 가서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하며 이야기를 맺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남자의 꿈: 마지막 이야기

화자는 자신이 평생 우스꽝스러운 사람이었고 이제는 미치광이로 불린다고 털어놓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확신하게 된 그는 11월 3일 음산한 밤 하늘의 별 하나를 보고, 그날 밤 스스로 삶을 끝내기로 결심합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어머니를 구해 달라며 매달리는 여덟 살 소녀를 소리쳐 쫓아내고, 방에 올라가서도 그 일이 마음에 걸려 괴로워합니다. 어차피 아무래도 좋은 일인데 왜 연민과 수치가 남는지 따지는 사이 그는 의자에서 잠이 듭니다.

꿈에서 그는 죽어 땅에 묻힙니다. 이마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자 분노가 치밀어 존재의 근원에게 이성이 있다면 나타나라고 외치고, 무덤이 열려 어둠 속의 존재에게 붙들려 우주를 날아가 지구와 똑같은 별에 닿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태양의 아이들'은 학문 없이도 삶을 아는 사람들로, 자연과 교감하고 서로 다투거나 질투하지 않으며 저녁마다 서로를 찬미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화자는 그들 앞에서 눈물로 발에 입 맞추지만, 곧 자신이 그들을 모두 타락시켰다고 고백합니다. 거짓이 퍼지고 질투와 잔혹이 생기고 첫 피가 흘렀으며, 사람들은 편을 갈라 수치와 정의를 만들고 지식이 행복보다 높다고 선언했습니다. 화자는 십자가에 못 박아 달라고 애원하지만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슬픔에 찢겨 깨어납니다.

새벽에 깬 그는 준비해 두었던 것을 밀쳐 버리고 삶을 외치며 환희의 눈물을 흘립니다. 낙원이 오지 않더라도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믿게 된 그는, 자신이 본 진실을 설교하러 나서고 비웃는 이들을 오히려 더 사랑하게 됩니다. 마지막에 그는 그 어린 소녀를 찾아냈으며 계속 가겠다고 말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도둑을 향한 연민: 정직한 도둑

아스타피는 처음에 도둑을 가장 혐오하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To my thinking there is no vermin in the world worse than a thief.

제 생각에 도둑보다 나쁜 벌레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곧 '정직한 도둑'이라는 모순된 말을 꺼내고, 스스로 그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인정합니다.

How can a thief be honest?

도둑이 어떻게 정직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가 에멜리안에게 느낀 감정은 혐오와 정반대입니다.

such a pitiful, God-forsaken creature I never did set eyes on

그렇게 불쌍하고 버림받은 생물은 본 적이 없었다.

I determined on the spot to be a father and guardian to him.

나는 그 자리에서 그의 아버지이자 보호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도둑을 혐오하는 사람이 도둑을 거두는 이 역설이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죄를 지은 사람과 지은 죄를 분리해서 보려는 시선을 일상의 사소한 사건 속에 심어 둡니다.

2. 의심받는 자의 서러움과 마지막 고백

에멜리안은 말이 늘 엇나가는 사람입니다. 술에 절어 훈계를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집니다.

Talk to him of cucumbers and he'd answer back about beans!

오이 이야기를 하면 콩 이야기로 대꾸하는 사람이었다.

바지가 사라진 뒤 아스타피는 그를 의심하고, 죄를 지은 사람의 눈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When a man is guilty, you know, sir, he scents trouble far off

죄지은 사람은 말이죠, 멀리서부터 불길한 기운을 맡습니다.

그러나 에멜리안이 집을 나가는 이유는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의심받는 일이 서러워서입니다.

you lock up your chest and it makes me cry to see it

당신이 궤짝을 잠그는 걸 보면 저는 울음이 납니다.

죽음 앞에서 그가 남기는 부탁은 낡은 외투를 팔아 달라는 것, 자신을 그 옷에 묻지는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Sell my coat when I die, and don't bury me in it.

내가 죽거든 내 외투를 팔고, 그 옷을 입혀 묻지는 마세요.

고백은 외투 이야기 뒤에 나오고,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숨이 끊어집니다.

he drew one breath and gave up his soul to God

그는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영혼을 하느님께 맡겼다.

정직한 도둑은 훔친 뒤에도 정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거짓말 대신 죽음으로 속죄하는 이 결말이 아스타피가 '도둑'과 '정직'을 한 문장에 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3. 편지 속의 가면과 꽃 아래 숨은 뱀: 아홉 글자로 된 소설

첫 편지에서 표트르는 능청스럽게 속내를 흘립니다. 청년 예브게니를 자기 집에 들인 일을 올가미에 비유하면서도 그것을 슬쩍 가볍게 만듭니다.

A noose it hardly is, but it has turned out a pretty business.

올가미라고까지 할 건 아니지만, 꽤 골치 아픈 일이 되었네.

이반의 첫 답장은 시치미입니다.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면서 사실은 약속한 몫을 챙길 생각뿐입니다.

I don't poke my nose into other people's business.

나는 남의 일에 코를 들이밀지 않는 사람이네.

표트르의 변명은 과장된 사과로 부풀려집니다. 이모의 병과 아이의 병은 번번이 약속을 어긴 핑계로 쓰이고, 사과의 말은 점점 연극조가 됩니다.

Beat me, chop my guilty head off my shoulders

나를 때려 주게, 죄 많은 내 머리를 어깨에서 잘라 버리게.

편지의 형식은 인물을 스스로 폭로하게 만듭니다. 두 사람은 서로 속이고 있다고 믿지만 독자에게는 둘 다 자기 말에 갇힌 모습이 보입니다.

여섯 번째 편지에서 이반은 교양 없음을 자처하며 겉치레를 경계한다고 말합니다.

a snake sometimes lies hidden under flowers

꽃 아래에 뱀이 숨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예브게니를 깎아내리는 비유는 신랄합니다.

like a billy-goat, good for neither milk nor wool

수염 달린 숫염소처럼 젖도 털도 쓸모가 없는 사람.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의 아내가 쓴 옛 편지가 서로의 우편함에 잘못 도착하자 판은 한순간에 뒤집힙니다. 마지막 비아냥은 점잖은 말씨 안에 모든 감정이 들어 있습니다.

It is not my habit to filch from other men's pockets

남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은 내 버릇이 아니오.

서로를 속이려던 두 사람이 정작 자기 집안의 비밀에는 눈이 멀어 있었다는 아이러니로 소설이 닫힙니다.

4. 인간애를 말하는 장군: 불쾌한 곤경

이반 일리치의 문제는 인간애가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그는 동료들이 자신을 가볍게 본다고 느낍니다.

They seem to take me for a schoolboy,

저들은 나를 학생쯤으로 아는 모양이군.

그의 허영은 기념비를 꿈꾸는 데까지 이릅니다.

He actually dreamed at times of monuments.

그는 때때로 기념비를 꿈꾸기까지 했다.

서술자는 그의 선량함이 어디서 오는지 그의 입으로 밝혀 줍니다.

I am always affable and charming when I am pleased with myself

나는 스스로에게 만족할 때면 언제나 상냥하고 매력적이다.

자기만족이 곧 인자함이라는 이 자기 진단 하나로 장군의 인간애가 어떤 종류인지 드러납니다.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기분을 위한 인간애입니다.

5. 오기와 위계 의식

스테판 니키포로비치는 개혁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Why, we should break under the strain.

글쎄, 우리는 그 부담을 못 견디고 무너질 걸세.

이 말이 장군의 오기를 건드려 그는 잔치 집으로 향합니다.

Well, we'll see whether we do break down!

좋아, 우리가 정말 무너지는지 두고 보자!

그러나 현관 앞에서 그는 아랫사람이 자신을 내쫓을 수도 있다는 상상에 불쾌해집니다.

What a word for a subordinate!

부하가 쓰기엔 얼마나 대단한 말인가!

그는 평등을 말하지만 위계를 한 번도 내려놓지 않습니다. 이 모순이 이후 잔치 장면의 모든 어색함을 만듭니다.

6. 취한 연설

잔치에서 보드카가 돌자 장군은 입에 발린 말을 쏟아 냅니다.

I have always loved the democracy

나는 언제나 민중을 사랑해 왔소.

서술자는 술이 사람의 기분을 얼마나 쉽게 바꾸는지 짚습니다.

People quickly change from one mood to another when they are a little drunk.

사람은 조금만 취해도 기분이 금세 이쪽저쪽으로 바뀐다.

그가 떠올린 계획은 '솔직함'입니다.

I will capture them by candour.

나는 솔직함으로 그들을 사로잡겠다.

연설이 파탄 난 뒤 쓰러지기 직전의 하소연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슬픈 대목이기도 합니다.

I meant to bless you, so to speak.

말하자면 나는 자네들을 축복하려던 거라네.

선의는 있었지만 그것을 받는 사람의 사정은 한 번도 헤아려지지 않았습니다.

7. 신랑의 몫과 장군의 다짐

장군이 쓰러진 뒤에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신랑 프셀도니모프를 사로잡은 것은 내일의 비용입니다.

What shall I have to pay for all this to-morrow?

이 모든 것의 대가를 내일 내가 어떻게 치러야 할까?

서술자는 그의 가난한 끈기를 개미에 빗댑니다.

He had the persistence of an ant.

그에게는 개미 같은 끈기가 있었다.

수치를 겪은 장군은 반성이 아니라 후퇴를 택합니다.

No, severity, severity and nothing but severity,

아니다, 엄격함, 오직 엄격함뿐이다.

마지막 문장은 첫머리의 '무너진다'는 말이 장군 자신에게 돌아오는 한마디입니다.

I did break down!

내가 정말 무너졌구나!

도스토옙스키는 선행이 실패하는 이유를 악의가 아니라 서투름과 자만에서 찾습니다. 장군도 신랑도 악인이 아니라는 점이 이 곤경을 더 불쾌하게 만듭니다.

8. 거리의 두 남자: 다른 남자의 아내

이 이야기는 어색한 말투에서 시작합니다. 너구리털 신사가 청년에게 다가가는 첫마디에는 체면과 다급함이 뒤엉켜 있습니다.

Be so kind, sir ... allow me to ask you....

실례지만 선생...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가 쪽지를 받고 극장 계단을 달려갈 때 떠오르는 속담은 이 소동 전체를 예고합니다.

Once out of luck, never out of trouble.

한 번 운이 없으면 계속 곤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서로를 간부와 남편으로 의심하다 알고 보니 같은 여인을 둘러싼 남자들이라는 반전은 소극의 장치로 쓰이지만, 두 남자가 모두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 웃음의 핵심입니다.

9. 질투의 소극

화자는 이야기 한복판에서 질투를 논평합니다.

jealousy is the most exceptional of all passions.

질투는 모든 정념 가운데 가장 예외적인 것이다.

침대 밑에서 청년은 이반을 이렇게 몰아세웁니다.

You are a ridiculous, jealous old man, sir.

당신은 우스꽝스럽고 질투 많은 늙은이요.

정작 이반은 굽실거리며 사정합니다.

Treat me a little more civilly, just a little more civilly

제발 좀 더 정중하게, 조금만 더 정중하게 대해 주십시오.

공포에 질린 그는 강아지를 죽이고 말지만, 서술자는 그의 처지를 이렇게 비꼽니다.

not all injured husbands bite.

상처 입은 남편이 모두 무는 것은 아니다.

The dog yelled and gave up the ghost.

개는 비명을 지르며 숨이 끊어졌다.

이야기가 내놓는 교훈은 짧고 단호합니다.

jealousy is an unpardonable passion, and what is more, it is a positive misfortune.

질투는 용서할 수 없는 정념이며, 더욱이 분명한 불행이다.

10. 지어낸 이야기와 크리스마스 트리

화자는 먼저 이야기의 지위를 정리합니다.

I am a novelist, and I suppose I have made up this story.

나는 소설가이니, 이 이야기를 내가 지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이 도시의 눈보라 속에서 겪는 일은 어디선가 있었을 법한 현실로 읽힙니다. 상점 창 너머의 트리는 소년이 평생 가질 수 없던 것들의 진열대이고, 쫓겨난 마당에서 찾아오는 잠은 따뜻함의 환각입니다. 꿈속의 부름은 부드럽습니다.

Come to my Christmas tree, little one,

내 크리스마스 트리로 오렴, 작은 아이야.

이야기의 끝은 한 줄입니다.

They met before the Lord God in heaven.

그들은 하늘에서 주 하느님 앞에서 만났다.

소년의 죽음을 서술자는 위로하지 않고 담담히 적습니다. 그 담담함 때문에 하늘의 트리가 더 아프게 읽힙니다.

11. 마레이의 손길

감옥에서 화자가 기억 속으로 도피하는 이유는 소박합니다.

a sleeping man is not molested, and meanwhile one can dream and think.

잠든 사람은 건드리지 않으니, 그동안 꿈꾸고 생각할 수 있다.

숲에서 놀라 달려온 아이에게 마레이가 건네는 말은 이렇습니다.

There, there, you have had a fright, little one!

자, 자, 놀랐구나, 얘야!

그가 아이를 지켜보던 미소를 서술자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with a slow, almost motherly smile.

느리고 거의 어머니 같은 미소로.

이십 년이 지난 감옥에서 이 기억이 살아나는 순간 화자의 마음이 달라집니다.

all hatred and anger had vanished utterly from my heart.

모든 증오와 분노가 내 마음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농노와 죄수 사이의 거리를 이어 주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작은 몸짓의 기억입니다. M.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다는 서글픈 한마디가 이 짧은 글의 윤리를 완성합니다.

12. 악어 속의 경제학

악어에게 삼켜진 이반은 사건을 비극이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입니다. 그의 입버릇은 경제 원리입니다.

the principles of economics before everything.

경제 원리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상관 티모페이도 같은 말을 하며 구조를 미룹니다.

And the principles of economics are paramount.

그리고 경제 원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statistics are a danger

통계는 위험하다.

사람이 삼켜졌는데 사유재산과 통계를 걱정하는 관료의 논리가 풍자의 중심입니다. 뱃속의 이반은 한술 더 뜹니다.

It was settled by physics long ago that Nature abhors a vacuum.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것은 물리학이 오래전에 정한 일이다.

Truth and light will come forth now from the crocodile.

이제 진리와 빛이 악어에게서 나올 것이다.

13. 악어를 동정하는 신문과 화자의 악의

엘레나는 남편이 갇힌 사실보다 그의 거처에 불만입니다.

A husband ought to live at home, and not in a crocodile

남편은 집에서 살아야지 악어 속에서 살아서는 안 돼요.

화자의 속마음은 더 솔직합니다. 이반에 대한 우정에는 악의가 섞여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nine-tenths of my friendship for him was made up of malice

그에 대한 내 우정의 9할은 악의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문은 이반이 아니라 악어를 동정하는 기사를 씁니다.

Instead of pitying Ivan Matveitch, they pity the crocodile!

이반 마트베이치를 동정하는 대신 악어를 동정하다니!

마지막 줄에서 화자는 아케이드로 향하며 수줍음을 고백합니다.

so unaccustomed are we to publicity

우리는 그만큼 공개적인 시선에 익숙하지 않다.

유럽을 따라가려는 열기, 신문의 선정성, 사람보다 짐승을 챙기는 사회가 가벼운 소극의 표면 아래서 비판받습니다.

14. 무덤 속의 수다: 보보크

화자는 문단의 세태를 비꼬며 시작합니다.

Nowadays humour and a fine style have disappeared, and abuse is accepted as wit.

요즘은 유머와 문체가 사라지고 욕설이 재치로 통한다.

그가 무덤 곁에서 얻은 성찰은 이런 것입니다.

to be astonished at nothing is almost the same as feeling respect for nothing.

아무것에도 놀라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존경하지 않는 것과 거의 같다.

땅속의 서기관이 장군에게 던지는 일깨움은 서늘합니다.

We are dead, so to speak, your Excellency.

각하, 우리는 말하자면 죽은 몸입니다.

클리네비치 남작이 내놓는 제안은 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지상에서는 어렵던 일을 죽음 뒤의 마지막 두 달에 해 보자는 것입니다.

One cannot exist on the surface without lying

지상에서는 거짓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Away with cords and let us spend these two months in shameless truthfulness!

끈을 걷어치우고 이 두 달을 뻔뻔하리만치 진실하게 보냅시다!

진실의 해방은 곧 파렴치의 해방이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장면에서 위선이 벗겨진 인간이 자유로운지 아니면 더 추해지는지를 풍자의 웃음 속에 묻습니다.

15. 우스꽝스러운 사람의 고백: 우스꽝스러운 남자의 꿈, 첫머리

첫 문장은 선언처럼 단호합니다.

I am a ridiculous person.

나는 우스꽝스러운 사람이다.

그가 안고 있는 것은 허무와,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혼자 안고 있다는 고립감입니다.

Oh, how hard it is to be the only one who knows the truth!

아, 홀로 진실을 아는 일은 얼마나 힘든가!

삶을 포기하기로 한 밤의 풍경이 놓입니다.

It was a gloomy evening, one of the gloomiest possible evenings.

음산한 저녁이었다. 더없이 음산한 저녁 가운데 하나였다.

어머니를 구해 달라던 소녀를 쫓아낸 일이 그를 붙잡습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던 사람이 연민과 수치에서 놓여나지 못한다는 것이, 곧 이어질 꿈의 씨앗입니다. 꿈의 성격에 대한 그의 말도 놓칠 수 없습니다.

Dreams seem to be spurred on not by reason but by desire

꿈은 이성이 아니라 욕망에 이끌려 가는 듯하다.

16. 태양의 아이들과 타락

꿈속에서 화자는 분노 속에 외칩니다.

I want suffering in order to love.

나는 사랑하기 위해 고통을 원한다.

그가 닿은 낙원은 타락하기 전의 지구입니다.

It was the earth untarnished by the Fall

그것은 타락에 더럽혀지지 않은 지구였다.

거기 사는 이들을 그는 '태양의 아이들'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가장 무거운 고백이 이어집니다.

The fact is that I ... corrupted them all!

사실은 내가... 그들을 모두 타락시켰다!

타락의 시작은 거짓입니다.

They learnt to lie, grew fond of lying, and discovered the charm of falsehood.

그들은 거짓말을 배우고, 거짓말을 좋아하게 되고, 거짓의 매력을 발견했다.

이어 그들은 지식을 행복 위에 올립니다.

Knowledge is higher than feeling, the consciousness of life is higher than life.

지식은 감정보다 높고, 삶의 의식은 삶보다 높다.

They glorified suffering in their songs.

그들은 노래로 고통을 찬미했다.

화자가 뉘우치며 십자가를 청하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입니다.

I besought them to crucify me, I taught them how to make a cross.

나를 십자가에 못 박아 달라고 간청했고, 십자가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낙원이 무너지는 과정에 거창한 악은 없습니다. 거짓 하나, 질투 하나가 번져 문명과 전쟁이 됩니다. 그 원인이 화자 한 사람이라는 설정은 모든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도스토옙스키다운 방식입니다.

17. 깨어난 뒤: 삶, 삶!

새벽에 깬 화자는 환희로 외칩니다.

Oh, now, life, life!

아, 이제 삶이다, 삶!

그는 악이 인간의 정상 상태라는 생각을 거부합니다.

I will not and cannot believe that evil is the normal condition of mankind.

나는 악이 인류의 정상 상태라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며 믿을 수도 없다.

꿈이었을 뿐이라는 비웃음에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And is not our life a dream?

우리의 삶도 꿈이 아니겠는가?

그가 가져온 진리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The chief thing is to love others like yourself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자기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아홉 편은 우스꽝스러움에서 연민으로, 풍자에서 고백으로 점점 깊어집니다. 이 마지막 이야기는 그 모든 웃음 뒤에 있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말합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은 아홉 편이 서로 독립되어 있어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웃고 싶다면 「악어」와 「다른 남자의 아내」, 사람을 이해하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정직한 도둑」과 「농부 마레이」, 도스토옙스키의 사유가 압축된 글을 원한다면 「우스꽝스러운 남자의 꿈」과 「보보크」부터 읽어 보세요. 풍자와 연민이 한 편 안에 함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웃음이 터진 대목에서 한 번 멈추고 누가 왜 우스워졌는지 물어보면 이야기가 다르게 보입니다. 「불쾌한 곤경」의 장군과 「악어」의 관리처럼 체면과 이론으로 자신을 감싼 인물일수록 마지막 장면에서 더 작아 보이고, 「정직한 도둑」의 에멜리안과 「천상의 크리스마스 트리」의 소년처럼 가진 것이 없는 인물일수록 말수는 적어도 오래 남습니다. 긴 장편으로 들어가기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목소리를 짧게 맛보기에 알맞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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