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09년 출간
Arsène Lupin
아르센 뤼팽
백만장자의 성에 협박장이 날아든 날, 약혼자 행세를 하는 샤르메라체 공작이 파리 경찰의 경감 게르샤르 곁에서 도둑 아르센 루팡을 쫓는 척하다가, 한 소녀를 위해 수갑까지 차 보는 이야기
The most whimsical, the most audacious, and the most genial thief in France.
프랑스에서 가장 변덕스럽고 가장 대담하고 가장 상냥한 도둑.
This is not a robbery; it is a restitution.
이것은 강도가 아니라 반환이다.
한눈에 보기
일요일 오후, 샤르메라체 성에서 백만장자 구르네-마르탱의 딸 제르맹은 일곱 해 만에 남극 탐험에서 돌아온 공작과의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쓰고 있다. 곁에서 봉투를 쓰는 러시아 출신 동반자 소니아는 조용히 공작을 지켜본다. 성에는 샤롤레라는 이름의 수상한 부자(父子)가 자동차를 사겠다며 드나들고, 도둑 아르센 루팡이 그림과 왕관을 가져가겠다는 예고장을 보낸다. 공작은 파리로 먼저 달려가고, 파리 집은 이미 털려 있으며, 경감 게르샤르가 벽난로 뒤 구멍과 가정부 빅투아르의 정체를 차례로 풀어 간다. 소니아의 비밀, 위조된 통행증, 가짜 호송차, 자정의 왕관 대결을 지나 공작이 누구였는지가 드러나고, 마지막 아침의 거래와 수갑과 엘리베이터까지 이야기는 이어진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 알렉상드르 뒤마 『몬테크리스토 백작』 (The Count of Monte Cristo)
- G. K. 체스터턴 『목요일이었던 남자』 (The Man Who Was Thursday)
한 권 요점
Arsène Lupin
『아르센 뤼팽』은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만들어 낸 신사 도둑 아르센 루팡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입니다. 르블랑은 1864년에 태어나 194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루팡 연작으로 널리 읽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단편 연작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23장짜리 이야기이며, 무대에 올랐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은 일요일 오후부터 이틀 남짓이고, 장소는 샤르메라체 성에서 파리의 구르네-마르탱 저택, 그리고 공작의 집으로 옮겨 갑니다. 사건의 틀은 도둑과 경감의 대결이지만, 책의 재미는 도둑이 어디까지 정체를 숨기고 어디에서 그것을 드러내는지에 있습니다. 게르샤르는 십 년 동안 루팡을 쫓은 인물이고, 예심판사 포메리는 눈에 보이는 단서만 믿는 인물이며, 소니아는 그 사이에서 가장 약한 자리에 선 사람입니다.
줄거리
제1~2장: 청첩장과 샤롤레 일가
9월의 햇살이 샤르메라체 성의 큰 홀을 채우고, 창가 탁자에서 소니아 크리치노프가 청첩장 봉투에 주소를 쓰고 있습니다. 혁명가의 딸로 시베리아에서 아버지를, 두 살 때 파리에서 어머니를 잃은 그녀는 삼 년째 제르맹 구르네-마르탱의 동반자로 지냅니다. 제르맹은 스물세 살 가까운 백만장자의 딸이며, 신랑은 이 성의 옛 주인 샤르메라체 공작 자크입니다. 공작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돈이 궁해지자 남극 탐험 자금을 위해 성을 팔았고, 성에서 류머티즘이 나은 구르네-마르탱 씨가 성을 사기로 했고, 열여섯 살의 제르맹이 공작과 결혼하겠다고 나섰다고 합니다. 탐험은 일곱 해가 걸렸고 한동안 소식이 끊겨 죽은 것으로 여겨졌으며, 석 달 전에야 돌아왔습니다. 친구 잔과 마리가 비꼬는 사이 은제 조각상이 저절로 자리를 옮긴 것과 창유리 한 장이 도려내진 것이 눈에 띕니다. 오후에는 샤롤레 씨와 아들이 신문 광고를 보고 백 마력짜리 자동차를 사러 왔다며 들어오고, 아들이 제르맹과 소니아가 등을 돌린 사이 조각상을 슬쩍 집었다가 아버지에게 질책받고 돌려놓습니다. 그러다 렐지에르 부인의 아들이 오늘 결투를 한다는 이야기에 소니아는 상대가 공작일지 모른다고 떱니다. 제르맹은 공작이 자기 때문에 싸운다고 좋아하고, 소니아는 말을 달려 시냇물을 뛰어넘는 기수를 보며 얼굴을 가립니다.
제3장: 루팡의 방식
다섯 시 정각에 도착한 공작은 찻잔부터 청하고, 결투에서 렐지에르 남작을 장염에 걸린 환자처럼 반년 동안 침대에 누워 있게 만들었다고 농담합니다. 그는 제르맹에게 진주 펜던트를 선물하고, 그것이 제르맹의 거친 갈색 피부보다 소니아의 흰 목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소니아와 눈빛으로 주고받습니다. 선물이 종이칼과 잉크병 같은 것뿐이라는 제르맹의 불평에는 장난으로 맞장구치고, 소니아에게 그리그를 청합니다. 그러다가 공작은 삼 년 전에 걸려 있던 자기 초상화가 벽에서 사라진 것을 말하고, 제르맹은 그 자리에 분필로 쓰인 서명 '아르센 루팡'을 보여 줍니다. 십 년째 경찰을 따돌린 도둑, 영국 대사관 만찬에서 안주인의 보석을 가져가며 '반환'이라는 쪽지를 남긴 도둑, 악덕 은행가의 금고를 털어 피해자들에게 나눠 준 도둑이라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삼 년 전 그는 미리 예고장을 보내 구르네-마르탱 씨의 그림과 가구를 요구했고, 구르네-마르탱 씨가 군에 부탁해 하사와 병사 여섯 명이 지키기로 한 밤에 병사들은 술에 약이 들어 숲에서 잠들어 있었으며, 성에 와 있던 하사와 병사들은 루팡과 그 일당이었다고 제르맹은 말합니다. 제르맹은 그가 근처에 있다고 느낍니다.
제4~5장: 공작의 개입, 루팡의 편지
공작은 창유리가 깨진 것이 아니라 도려내진 것이라고 확인합니다. 샤롤레 부자가 둘째 아들, 이어 셋째 아들 베르나르까지 데리고 다시 나타납니다. 홀이 잠깐 비자 베르나르가 담배 케이스를 집고 공작이 방금 선물한 펜던트까지 호주머니에 넣는데, 공작이 단번에 붙잡아 꺼냅니다. 베르나르는 무릎을 꿇고 울며 아버지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빌고, 공작은 한 번만 눈감아 줍니다. 소니아는 소년의 겁먹은 눈이 가엾다고 하고, 공작은 그녀가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봅니다. 편지 한 통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소니아를 제르맹이 호통치고 나간 뒤, 공작은 소니아의 손에 입을 맞춥니다. 홀 바깥에서 구르네-마르탱 씨는 샤롤레 씨와 팔백 파운드로 자동차 값을 흥정해 이겼다며 즐거워하고, 공작에게 내일 훈장이 나올 것이며 장차 아카데미 회원도 되라고 합니다. 그때 사냥터지기 퍼민이 편지를 가져오고, 필체를 알아본 구르네-마르탱 씨는 의자와 함께 나자빠집니다. 루팡의 편지는 파리 집의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루벤스 그림을 내일 아침 정중히 가져가겠다는 예고이고, 추신에는 삼 년 전부터 보관한 람발 공주의 왕관도 돌려받겠다고 쓰여 있습니다. 일요일이라 전화도 전보도 쓸 수 없자 공작은 지금 차를 몰고 파리로 가 도둑이 일하는 도중에 경찰을 부르겠다고 나서고, 구르네-마르탱 씨는 가족과 함께 뒤따르기로 합니다.
제6~7장: 자동차 도난과 야간 열차
사람들이 자리를 뜨자 샤롤레 부자와 운전사 장이 홀로 들어와 책상 서랍을 뒤져 파리 집 열쇠를 바꿔치기합니다. 구르네-마르탱 씨가 달아나는 등을 보았다며 소란을 피우지만, 공작은 '초록빛이 도는 분홍색이었을 것'이라며 농담합니다. 공작은 갑자기 홀의 등불을 스물두 개 남짓 하나하나 켜서 구르네-마르탱 씨를 아연실색하게 합니다. 차를 가지러 가 보니 차고에는 백 마력짜리 낡은 경주용 차 한 대만 남아 있고, 장과 퍼민은 재갈이 물린 채 묶여 있습니다. 샤롤레 일가가 두 대의 차를 몰고 사라진 것입니다. 공작은 크게 웃고 그 차를 몰아 먼저 파리로 떠나며, 소니아가 조심하라고 속삭입니다. 나머지 가족은 짐수레로 역으로 가기로 하는데, 공작이 시간표에서 찾아 준 8시 45분 열차는 1903년 6월의 낡은 시간표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한편 퍼민은 아내와 부엌에 숨어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주인을 도둑으로 착각하고 한참 뒤에야 문을 엽니다.
제8~9장: 파리 도착과 예심판사 포메리
이튿날 아침 진흙투성이 차에서 내린 공작은 경찰서에서 경위에게 편지를 보이고 함께 구르네-마르탱 저택으로 갑니다. 열쇠가 맞지 않자 자물쇠 공이 문의 한 조각을 잘라 내고, 문지기 부부는 재갈이 물린 채 발견됩니다. 이 층의 큰 응접실 두 곳은 그림과 벽걸이, 가구가 사라진 채 벽에 푸른 분필로 '아르센 루팡'이라는 서명만 남아 있고, 창에는 사다리와 탁자가 걸쳐 있습니다. 가정부 빅투아르는 보이지 않습니다. 공작은 파리 경찰청에 전화해 구르네-마르탱 씨의 부탁이라며 게르샤르를 불러 달라고 고집합니다. 예심판사 포메리가 도착하자 공작은 감탄하는 듯 따라다니지만, 포메리는 서명과 예고장이 위조일 것이라며 루팡의 소행임을 부정합니다. 양탄자에서 석고가 묻은 발자국이 나오자 포메리는 이를 바탕으로 이론을 세우고, 문지기가 두 번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기록을 읽습니다. 공작은 이 모든 과정을 '아주 흥미롭다'고 말합니다.
제10~11장: 게르샤르의 등장과 가족의 도착
게르샤르는 평범한 얼굴에 눈만 날카로운 사십 대에서 오십 대 사이의 남자로, 자신은 보조일 뿐이라며 조용히 들어와 응접실을 돌아보고 확대경으로 카펫을 살핍니다. 그는 포메리 일행이 오는 소리에 사다리를 타고 창밖으로 내려가 숨어서 말을 엿듣습니다. 포메리가 빅투아르의 옷 조각이 우물가에서 나왔다며 우물을 뒤지자고 하자 게르샤르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벽난로 앞의 큰 병풍을 밀어 매트리스 위에 클로로포름으로 재워 놓은 빅투아르를 보여 줍니다. 공작과 게르샤르는 뜰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게르샤르는 루팡이 변장의 달인이고 위기마다 사람을 홀리며 여자에게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푸른 다이아몬드 사건에서 가니마르와 홀름록 시어스가 '금발의 부인'을 이용해 루팡을 잡았지만, 가니마르는 그를 십 분 만에 놓쳤다는 일화도 나옵니다. 곧 구르네-마르탱 씨와 제르맹과 소니아가 도착합니다. 제르맹은 열차 시간표 장난을 공작 탓으로 돌리고, 공작은 오래된 시간표를 확인하지 못한 자기 잘못이라고 사과합니다. 왕관은 침실 금고에 있고 열쇠는 둘뿐이며 하나는 응접실 금고에 있다고 구르네-마르탱 씨가 말합니다.
제12~13장: 펜던트와 소니아의 고백, 루팡의 전보
제르맹이 펜던트가 비어 있는 케이스만 가져왔다고 말하면서 소동이 이어집니다. 이르마가 소니아가 펜던트 곁에 서 있었다고 하자 포메리와 게르샤르가 소니아를 부릅니다. 소니아가 열쇠를 꺼내려고 외투를 소파에 걸쳐 놓은 순간 외투가 공작의 발치로 떨어지고, 공작은 외투 주머니에서 펜던트가 든 종이 꾸러미를 아무도 모르게 빼 자기 주머니에 옮깁니다. 이를 눈치챈 게르샤르가 외투 주머니를 뒤지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합니다. 소니아는 현기증이 나는 듯 쓰러질 뻔합니다. 곧 소니아가 공작에게 와서 용서를 구하고, 자기가 도둑이며 굶주림에서 시작했다고 고백합니다. 제르맹이 모든 것을 가졌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고, 공작이 오고 나서는 훔치지 않았으나 어제 펜던트 앞에서 참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공작은 그녀를 믿는다고 하고, 곧 게르샤르가 들어와 소니아를 방에 가둡니다. 구르네-마르탱 씨는 루팡의 전보를 들고 소란을 피웁니다. 오늘 밤 11시 45분에서 12시 사이에 왕관을 가지러 가겠으니 준비해 두라는 내용입니다. 포메리가 금고 문에 기대어 이 전보는 장난이라고 말하는 순간 금고 문이 열리며 게르샤르가 튀어나옵니다. 금고의 뒷면은 옆의 작은 방으로 이어지도록 잘려 있었고, 그 안에서 루팡의 명함이 나옵니다.
제14~16장: 벽난로 뒤 구멍과 빅투아르의 실수
점심 뒤 게르샤르는 공작을 데리고 벽난로로 들어가 사다리 위에서 벽돌을 밀어 구멍을 냅니다. 그 너머는 비어 있는 옆집이고, 가구는 그곳을 통해 옆 골목으로 빠졌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석고 발자국은 포메리 같은 사람을 겨냥한 가짜 흔적이고, 옆집 계단에서 나온 분홍 샐비어 꽃은 샤르메라체의 정원사만 키울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도 붙습니다. 공작은 짐짓 맞장구를 치다가 게르샤르에게 '탐정이 되셨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공작은 구르네-마르탱 씨의 침실 금고에서 왕관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택시로 집에 다녀옵니다. 경감은 소니아를 심문하고, 공작은 그 반 시간 동안 구르네-마르탱 씨의 침실 문틈으로 계단을 지켜보며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저녁에 깨어난 빅투아르는 마치 도둑들에게 당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게르샤르가 병풍의 위치를 표시하려고 분필을 달라고 하자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푸른 분필을 꺼냅니다. 서명에 쓰인 분필과 같은 것이었고, 빅투아르는 호송차에 태워지도록 넘겨집니다.
제17~18장: 소니아의 탈출과 가짜 호송차
디외지가 새벽 네다섯 시에 옆집 앞에 짐차가 서 있었고, 자동차 운전복 차림의 남자가 금박 입힌 '메르세데스' 담배를 버리고 갔다는 소식을 가져옵니다. 게르샤르가 그 담배는 공작의 것이라고 하자 공작은 샤롤레 일가가 상자를 가져갔을 것이라고 받아넘깁니다. 이어 게르샤르가 소니아를 체포할 영장을 꺼내자, 공작은 예심판사가 옆집 구석에서 소니아의 손수건에 싼 진주를 찾았다고 능청스럽게 말해, 게르샤르가 증거를 확인하려 구멍을 통해 옆집으로 건너가게 만듭니다. 그 몇 분 동안 공작은 게르샤르의 카드 케이스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필적을 그대로 흉내 내어 소니아의 통행증을 만들어 줍니다. 소니아는 작은 호텔로 가고, 연락이 없으면 아침에 공작의 집으로 오라는 말을 듣습니다. 입맞춤 뒤 소니아는 통행증을 내밀어 경비를 통과합니다. 게르샤르가 돌아와 소니아가 이미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호송차 두 대가 문제가 됩니다. 빅투아르를 태워 간 첫 번째 차가 루팡 쪽의 가짜였던 것입니다. 정원사는 전화로 분홍 샐비어를 딴 사람은 공작뿐이었다고 확인해 주고, 보나벤트가 빅투아르의 기도서에서 오래된 사진을 가져옵니다. 열일곱 살쯤의 소년과 빅투아르가 찍힌 사진 속 얼굴이 공작과 닮았다고 느낀 게르샤르는 제르맹에게 사진을 보이지만, 제르맹은 닮긴 했어도 공작은 탐험과 병으로 변했다고만 말합니다. 구르네-마르탱 씨는 가족과 함께 리츠 호텔로 가기로 하면서 왕관을 게르샤르에게 맡기고, 공작에게 남아 있겠느냐는 게르샤르의 도발을 받은 공작은 '겁이 나느냐'는 말에 자존심이 걸려 남습니다.
제19장: 자정의 대결
이제 응접실에는 공작과 게르샤르와 왕관 상자뿐입니다. 집 안팎에는 경관이 가득 차 있어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요새가 되었습니다. 게르샤르는 공작이 지난밤 몇 시에 샤르메라체를 떠났고 몇 시에 파리에 닿았는지 따져 묻고, 공작의 담배와 샐비어와 사진과 고장 이야기를 한데 묶어 의심을 터뜨립니다. 공작은 겁쟁이라며 맞받아치고, 둘의 대화는 칼끝을 맞댄 검객의 말씨로 바뀝니다. 게르샤르는 루팡이 공작 행세를 하며 결혼 직전에 정체가 드러나 수갑을 차는 모습을 상상하고, 공작은 자기가 샤르메라체 공작이며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되받습니다. 공작은 시계를 보며 남은 시간을 큰 소리로 세고, 게르샤르는 권총을 뽑습니다. 시계가 열두 번 울리는 동안 두 사람의 손이 동시에 움직이고, 게르샤르가 움켜쥔 것은 왕관 상자, 공작이 집은 것은 모자입니다. 상자 속 왕관은 무게가 가벼운 모조품이었고, 공작은 '왕관이 도난당했다'고 알리며 천천히 방을 나갑니다. 게르샤르가 정신을 차리고 추격을 명령합니다.
제20~21장: 루팡의 귀가와 끊긴 전화선
이튿날 아침 일곱 시, 대학 거리 34B번지 공작의 집에서는 변장한 샤롤레와 빅투아르와 베르나르가 초조하게 주인을 기다립니다. 비밀 엘리베이터로 숨어 들어온 공작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나타나고, 곧 보나벤트와 디외지가 몰려오지만 잠옷 차림으로 나온 공작은 오히려 깨우지 말라고 호통을 쳐서 그들을 쫓아냅니다. 공작, 즉 루팡은 지난밤 자정에 정체가 들통난 순간 허둥대다가 달아났다고 털어놓고, 막다른 곳까지 몰려 모든 것을 끝낼 생각까지 했다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추격자들을 따돌렸다고 말합니다. 아침을 먹으며 빅투아르는 그가 어릴 때 설탕을 훔치던 일부터 늘어놓으며 결혼하라고 설득하고, 루팡은 소니아를 두고 '아주 매력적인 도둑'이라고 농담합니다. 그가 스물여덟 살이라는 것도 빅투아르의 입에서 나옵니다. 금고에는 진짜 왕관과 샤르메라체 공작의 사망증명서가 들어 있고, 삼 년 전 초상화를 보고 자기와 꼭 닮았다는 것을 안 루팡이 남극으로 가서 공작과 친구가 되었고 공작은 그 뒤 세상을 떠났다는 설명이 샤롤레의 입에서 나옵니다. 제르맹의 전화가 오고, 보나벤트가 리츠 호텔 짐꾼으로 변장해 편지를 전하는 척하며 전화선을 끊고 지갑을 훔칩니다. 편지는 이르마가 보낸 것으로 공작의 정체를 알고 있으며 렐지에르 남작과 약혼하겠다고 쓰여 있습니다. 루팡은 유도 기술로 보나벤트의 목을 졸라 지갑을 되찾습니다.
제22장: 거래
루팡은 샤롤레와 베르나르에게 비밀 출입구로 파시의 집으로 가라고 하고, 소니아에게 전화로 오지 말라고 알리려 하지만 전화선이 끊겨 있습니다. 소니아는 팔 시 반에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빅투아르는 도망치기를 거부하고 남고, 루팡은 그녀에게 문을 열어 주고 밖에서 소니아를 막아 파시의 집으로 데려가라고 시킵니다. 게르샤르가 들이닥쳐 영장을 보이며 의기양양해하더니 거래를 제안합니다. 소니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그림과 벽걸이와 가구, 왕관, 샤르메라체 공작의 죽음에 관한 서류를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루팡은 처음에는 이것이 올가미라고 거절하지만, 소니아가 도착했다는 말에 게르샤르가 체포하려 하자 달려들고 결국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서류와 바티뇰의 가구 보관소 영수증이 든 지갑, 진짜 왕관, 권총을 차례로 넘깁니다.
제23장: 수갑, 폭탄, 엘리베이터 (결말)
수갑이 채워진 루팡은 소니아를 보고 싶다고 청합니다. 자유가 되었다는 소식에 기뻐하던 소니아는 그가 손목을 감추는 것을 오해해 자기를 외면한다고 울고, 루팡은 만약 자기가 공작이 아니라 도둑이라면 어떠냐고 묻습니다. 게르샤르가 '아르센 루팡'이라고 말하자 소니아는 그가 자기 때문에 감옥에 가는 것이라 믿고 오히려 행복하다고 소리쳐 입을 맞춥니다. 루팡은 감옥에 가지 않겠다고 속삭이며 손목을 비틀어 수갑을 벗고, 상자에서 폭탄을 꺼내 들고 경관들을 물러서게 합니다. 지갑을 되찾은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게르샤르의 옷과 머리카락과 콧수염으로 변장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게르샤르와 디외지는 중간에 갇힙니다. 변장한 루팡은 문 앞의 젊은 경관에게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변장한 사람이 루팡이니 문이 열리면 덮치라고 지시한 뒤 방문을 잠급니다. 아래에서는 소니아와 빅투아르가 그를 알아보고, 루팡은 이제 공작은 죽었고 더는 훔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세 사람이 게르샤르의 차에 오르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문이 열리자마자 경관은 게르샤르를 덮치며 디외지는 경관을 루팡으로 오인해 또 달려듭니다. 창밖으로 사십 야드쯤 떨어진 거리에서 자기 차가 달려가는 것을 본 게르샤르는 '내 차를 타고 도망친다'고 소리치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청첩장과 샤르메라체 성
책의 첫 장면은 사건이 아니라 허영입니다. 제르맹과 친구들은 청첩장에 십자가를 한 개, 두 개, 세 개 중 몇 개 그릴지로 신분을 가늠합니다. 잔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 집에 대한 비꼼입니다.
One MUST become a duchess
반드시 공작 부인이 되어야 하는 법이지.
구르네-마르탱 씨가 사위에게 바라는 것은 훈장과 아카데미입니다. 제르맹은 그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옮깁니다.
The Legion of Honour is all very well for middle-class people
레지옹 도뇌르는 중산층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야.
그리고 이 장은 방 안의 작은 이상 신호를 일찍 깔아 둡니다.
Statuettes don’t move about of themselves.
조각상이 저절로 움직이지는 않아요.
돈으로 산 귀족 신분을 두고 웃음을 터뜨리는 이야기에서, 사건의 열쇠가 되는 것은 잔잔한 관찰입니다. 독자는 공작이 웃으며 앉아 있기 전에 이미 그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채게 됩니다.
2. 샤롤레 일가의 희극
샤롤레 씨와 세 아들은 가족극처럼 등장합니다. 아들의 손이 조각상으로 뻗자 아버지는 얼굴의 미소를 유지한 채 속삭입니다.
Drop it, you idiot! Put it back!
내려놔, 이 멍청아! 도로 갖다 놔!
제르맹이 초조하게 오가는 동안 소니아가 참는 모습은 이 책이 두 여성을 대비하는 방식입니다.
Ninety-nine human beings would have been irritated to exasperation by her fidgeting
아흔아홉 명이라면 그녀의 안절부절못함에 짜증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결투를 떠올린 제르맹이 좋아하는 대목은 허영의 절정입니다.
It’s me the Duke’s fighting about!
공작이 싸운 건 나 때문이야!
샤롤레 일가는 뒤에 가서 루팡의 일당으로 드러나지만, 이 장에서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시골 부자로 보입니다. 변장이 얼마나 두꺼운지 보여 주는 첫 증거이고, 베르나르가 겁에 질려 우는 장면에서 그 변장 아래의 소년이 처음 얼굴을 내밉니다.
3. 루팡이라는 이름의 평판
공작이 루팡을 모른다고 하자 제르맹은 어이없어합니다. 남극에서 막 돌아온 사람이 모를 수도 있다는 변명 위에서 루팡의 초상이 그려집니다.
The most whimsical, the most audacious, and the most genial thief in France.
프랑스에서 가장 변덕스럽고 가장 대담하고 가장 상냥한 도둑.
제르맹이 들려주는 일화는 영국 대사관에서의 쪽지입니다.
This is not a robbery; it is a restitution.
이것은 강도가 아니라 반환이다.
공작은 은행가의 금고를 털어 피해자에게 나눠 준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합니다.
But this isn’t a thief you’re talking about—it’s a philanthropist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건 도둑이 아니라 자선가군요.
그리고 공작은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I am the most serious man in Europe
나는 유럽에서 가장 진지한 사람이다.
르블랑은 독자가 루팡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데 장 하나를 씁니다. 소니아의 눈이 빛나는 순간, 제르맹이 아버지의 수집품을 도난당했다고 투덜대는 순간, 공작이 평판의 두 얼굴 사이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읽으면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4. 예고장이라는 형식
루팡의 편지는 협박이 아니라 정중한 사업 서한의 문체를 취합니다. 첫 문장부터 예의를 차립니다.
Please forgive my writing to you without our having been introduced to one another
우리가 서로 소개받은 적이 없는데 편지를 드리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두 번째 편지는 물건을 '획득'하겠다고 말합니다.
I shall set about a respectful acquisition of them
저는 그것들을 정중하게 획득하는 일에 착수하겠습니다.
추신에는 그림이 유리 없이 걸려 있다는 지적이 붙어 있습니다.
It occurs to me that the pictures have not glass before them.
그림 앞에 유리가 없다는 점이 생각났습니다.
예고장은 경찰을 도발하는 동시에 피해자를 마비시키는 장치입니다. 책의 후반에 도둑의 부하가 말하듯 이 편지는 소동을 일으켜 목표 앞에서 모두를 얼빠지게 만들기 위한 것이고, 그 효과는 구르네-마르탱 씨의 의자가 부서지는 장면에서 가장 우스꽝스럽게 드러납니다.
5. 소니아의 고독
베르나르를 놓아 준 뒤 소니아가 공작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엽니다. 그가 외로운지 묻자 소니아는 부모를 잃은 이야기를 한 뒤 이렇게 덧붙입니다.
Are you quite alone in the world?
당신은 이 세상에 정말 혼자이신가요?
공작이 먼저 던진 이 질문에 소니아는 가장 힘든 것을 말합니다.
what is hard is, never to get a letter
힘든 것은 편지를 한 통도 받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곧 웃음으로 덮습니다.
I have a certain amount of philosophy.
저에게는 어느 정도의 철학이 있어요.
베르나르를 놓아주는 공작도 같은 장의 일부입니다.
That young fellow will go a long way.
저 녀석은 크게 될 거야.
도둑을 눈감아 주는 일과 외로운 여자에게 마음을 내어 주는 일이 같은 장에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공작이 된 루팡은 이 장부터 연극과 진심 사이를 오갑니다.
6. 한밤의 소동
5장부터 7장은 거의 소극(笑劇)입니다. 구르네-마르탱 씨가 달아나는 도둑을 보았다고 하자 공작은 색깔을 문제 삼습니다.
He was greenish-pink, slightly tinged with yellow
그는 초록빛 도는 분홍색이었고 약간 노란빛이 감돌았지요.
사건 한가운데에서 공작은 이유 없이 등불을 켜 나갑니다.
Let us have the proper illumination which our enterprise deserves.
우리의 거사에 어울리는 제대로 된 불빛을 켭시다.
공작이 건넨 시간표는 이 장난의 절정입니다.
It’s for June—June, 1903!
6월이잖아, 1903년 6월!
짐수레를 타고 떠나는 구르네-마르탱 씨가 퍼민과 장을 향해 외치는 대사도 있습니다.
Sons of France, be brave—be brave!
프랑스의 아들들이여, 용감하라, 용감하라!
이 장들은 결국 모든 가족을 파리에서 하룻밤 늦게 도착하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웃음 속에서 공작은 자동차와 열쇠와 시간표 세 가지를 동시에 움직이고, 독자는 그가 왜 서두르는지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7. 예심판사 포메리
포메리는 눈에 보이는 단서가 곧 진실이라는 믿음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에게 루팡은 사건의 이름이 아니라 짜증의 이름입니다.
Lupin! Lupin! Everybody has Lupin on the brain!
루팡! 루팡! 모두 머릿속에 루팡뿐이군!
그는 서명과 예고장이 모두 위조일 것이라는 이론으로 나아갑니다.
it is, above all things, necessary to distrust appearances
무엇보다도 겉모습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이 말은 얼마 뒤 게르샤르의 입에서 거의 같은 형태로 되돌아옵니다. 포메리에게 이 경구는 자기 이론을 방어하는 데 쓰이고, 게르샤르에게는 방법 자체입니다. 사건의 증거인 도둑의 서명이 이 장에서는 '겉모습'으로 취급되는 아이러니도 있습니다. 포메리의 말과 대비되는 것이 공작의 입버릇입니다.
I find all this extremely interesting
저는 이 모든 게 아주 흥미롭군요.
공작은 이 문장을 여러 번 되풀이합니다. 그것은 구경꾼의 말투이지만, 사실은 자기 사건의 연출자가 구경꾼 역을 하는 중입니다. 문지기 부부를 묶은 재갈과 끈에는 이런 표어가 적힌 쪽지가 딸려 있었다고 경위가 보고합니다.
I take, therefore I am
나는 훔친다, 고로 존재한다.
8. 게르샤르의 방법
게르샤르는 자기를 낮추며 등장합니다.
Of no importance
별것 아닙니다.
그가 사다리에서 몰래 엿들은 이유도 소박합니다.
I was listening
듣고 있었습니다.
빅투아르가 벽난로 속에 있다는 사실을 포메리가 놓친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On all fours you could see her heels sticking out beyond the mattress
네발로 기면 매트리스 밖으로 삐져나온 그녀의 발뒤꿈치가 보였을 겁니다.
14장에서 게르샤르는 가구가 어디로 나갔는지를 소거법으로 추론합니다.
By that well-known logical process, the process of elimination
그 유명한 논리적 방법, 소거법에 의해서입니다.
그러나 게르샤르의 가장 중요한 한마디는 이 모든 방법의 한계도 보여 줍니다.
The first thing, when you’re dealing with Lupin, is to distrust appearances
루팡을 상대할 때 첫째로 할 일은 겉모습을 믿지 않는 것입니다.
게르샤르는 틀리지 않습니다. 그는 병풍 뒤와 벽난로 구멍, 가짜 석고 발자국까지 모두 읽어 냅니다. 읽지 못하는 것은 바로 옆에 앉아 담배를 건네는 공작의 얼굴이고, 이 책의 서스펜스는 그 간격에서 나옵니다.
9. 루팡에 대한 이야기
11장에서 게르샤르는 루팡이 어떤 인물인지 공작에게 설명합니다. 가니마르의 증언은 이렇습니다.
There seem to be no limits whatever to Lupin’s powers of disguising himself.
루팡의 변장술에는 한계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변장의 비결은 연기입니다.
He actually becomes for the time being the person he pretends to be.
그는 그동안 자기가 흉내 내는 사람이 실제로 됩니다.
성격에 대한 평도 이어집니다.
He’s a humourist of the most varied kind
그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유머리스트입니다.
그리고 약점도 있습니다.
He has his weakness, Lupin—it’s women.
루팡에게도 약점이 있습니다. 여자입니다.
이 장은 독자에게 거의 모든 답을 주면서 대놓고 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게르샤르가 설명하는 인물과 곁에서 듣고 있는 공작이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이 대화는 자기 자신의 평전을 청중으로 듣는 장면이 됩니다.
10. 소니아의 고백
펜던트가 소니아에게서 공작에게로 넘어가는 순간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이동합니다. 공작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Poor little girl!
가엾은 아이 같으니!
그러자 소니아가 달려와 도둑질을 털어놓습니다. 그녀는 변명하면서도 자신을 가리지 않습니다.
Then I took it—I took it—I took it!
그래서 제가 그걸 가져갔어요. 가져갔어요. 가져갔어요!
도둑질이 시작된 사정은 굶주림입니다.
Have you ever been hungry?
굶어 본 적 있으세요?
한 남자를 찾아갔다가 돈 제안을 받자 대신 그의 것을 훔쳐 나온 이야기도 같은 장면에 나옵니다.
I began to steal to remain an honest woman
저는 정직한 여자로 남으려고 훔치기 시작했어요.
르블랑은 이 고백으로 소니아를 단순한 로맨스 상대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가난한 도둑의 입에서 나온 '정직'이라는 말은 뒤에서 루팡이 하는 변명과 정확히 대칭이고, 그래서 공작이 하는 '이해한다'는 한마디는 책 전체에서 가장 짧고 무거운 문장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11. 위조 통행증
게르샤르가 영장을 꺼내는 장면은 책이 가장 능청스럽게 속임수를 쓰는 대목입니다. 공작은 소니아에게 먼저 당부합니다.
Now you mustn’t be frightened, Mademoiselle Sonia.
자, 겁먹지 마세요, 소니아 양.
빅투아르가 호송차에 오르기 전 게르샤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The prisons are full of good souls
감옥은 착한 영혼들로 가득합니다.
공작이 한 일은 게르샤르의 필체로 쓴 한 장의 카드입니다.
Pass Mademoiselle Kritchnoff.
크리치노프 양을 통과시킬 것.
게르샤르의 약점은 증거에 대한 갈망입니다. 공작이 손수건 이야기를 흘리자 그는 소니아가 옆집에 길을 알았다는 증거를 얻으려고 구멍 너머로 사라집니다. 감시자가 가장 간절한 단서에 눈이 멀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놓치는 이 장면은, 책에서 가장 정교하게 짜인 속임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12. 가짜 호송차와 의심의 모토
빅투아르가 호송차에 올랐다가 알고 보니 가짜 호송차에 실려 갔다는 사실은 게르샤르를 무너뜨립니다. 공작은 이를 이렇게 칭찬합니다.
it’s so wonderfully simple
그건 놀랍도록 단순하니까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And at the same time it’s such infernal cheek.
동시에 정말 지독하게 뻔뻔하기도 하고요.
게르샤르의 직업관은 세 단어로 요약됩니다.
suspect, suspect, suspect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하라.
그는 이제 자기 모토를 공작에게 돌립니다. 구르네-마르탱 씨 가족이 리츠로 떠나는 장면에서 그는 공작에게 도발의 질문을 던집니다.
Are you afraid?
두려우십니까?
이 한마디로 공작은 자존심 때문에 남습니다. 도둑의 약점이 여자라면 이 순간 루팡의 약점은 자존심이라는 것도 드러납니다. 책 후반에 루팡이 스스로 인정하듯 허세로 남은 이 선택이 그의 가장 큰 실수가 됩니다.
13. 자정의 대결
19장은 이 책의 중심 장면입니다. 두 사람은 정체를 말하지 않고도 서로를 안다는 듯 검술을 하듯 말을 주고받습니다. 게르샤르가 루팡을 깎아내리는 순간 공작의 말투가 변합니다.
Lupin has pluck, perhaps, but it’s only thief’s pluck.
루팡에게 배짱은 있겠지만, 그건 도둑의 배짱일 뿐입니다.
정체를 추궁받은 공작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I AM the Duke of Charmerace.
나는 샤르메라체 공작이오.
그는 증거가 하나도 없음을 알고 있고, 그 사실을 이용해 게르샤르를 몰아세웁니다. 시계가 자정에 다가가자 그는 남은 시간을 외칩니다.
THERE ARE ONLY TWO MINUTES LEFT
이제 2분밖에 남지 않았소.
결과는 허탈할 만큼 단순합니다. 상자 안의 왕관은 무게가 달랐습니다.
This is merely an imitation.
이건 모조품일 뿐이오.
20장에서 루팡은 구르네-마르탱 씨의 눈앞에서 왕관을 바꿔치기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도둑은 이 장에서 처음으로 정체를 숨기지 않고 상대를 도발하며, 게르샤르는 확신을 얻은 순간 싸움에 진 것입니다.
14. 아침의 공작저와 직업론
20장은 같은 사람을 다른 방향에서 보여 줍니다. 한밤의 승리자는 엘리베이터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나옵니다. 그는 빅투아르에게 고백합니다.
Oh, Victoire, what a fright I’ve had!
아, 빅투아르,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하인들에게는 '주인님'이라 부르지 말라고 합니다. 게르샤르의 부하들이 쓰는 호칭이라서입니다. 도둑이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변론은 이렇습니다.
the only thing to be is a great thief!
할 수 있는 일은 위대한 도둑이 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는 선을 긋습니다.
I’ve not murdered anybody yet.
나는 아직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빅투아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상대를 이렇게 그립니다.
She’s very fair and delicate—like a princess in a fairy tale
아주 곱고 연약해, 동화 속의 공주님처럼.
이 장은 그가 나이 스물여덟이고 어릴 때 설탕을 훔쳤다는 사실, 진짜 샤르메라체 공작과 꼭 닮아서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한꺼번에 밝힙니다. 사랑이라는 낭만과 도둑이라는 생업이 한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오는 것이 루팡의 매력이고, 책은 그 둘을 끝까지 화해시키지 않고 병치합니다.
15. 거래, 수갑, 엘리베이터
22장의 게르샤르는 소니아의 자유를 미끼로 흥정합니다. 루팡의 첫 반응은 분노입니다.
Why, you’re trying to blackmail me, you old sweep!
아니, 나를 협박하려는 거로군, 이 늙은이!
거래 도중 초인종이 울리자 그는 소니아인 줄 알고 다 받아들이겠다고 외치지만, 상인이라는 말에 태도를 바꿉니다.
A tradesman? Then I refuse!
상인이라고? 그럼 거절이다!
결국 소니아가 도착했다는 말에 그는 모든 것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수갑이 채워진 뒤의 반전은 속임수의 마지막 장입니다.
Did you know that trick, Guerchard?
이 수법을 알고 있었나, 게르샤르?
소니아가 정체를 알고도 그를 껴안는 장면, 폭탄과 엘리베이터와 변장, 그리고 젊은 경관이 게르샤르를 붙잡는 소극을 지나 책은 이렇게 끝납니다.
He’s doing a bunk in my motor-car!
그 녀석이 내 차를 타고 도망치고 있어!
루팡은 계단을 내려가며 결혼식 종소리가 들린다고 말합니다. 정체를 끝까지 지킨 도둑이 결국 정체를 드러낸 순간 사랑을 얻는다는 결말은 낭만 희극의 오래된 공식이고, 책은 그 공식을 마지막 문장의 웃음으로 마무리합니다. 신혼여행을 가는 도둑의 차는 경감의 차입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아르센 뤼팽』은 23장이 한 사건을 이어 가는 소설이라 앞에서 뒤로 읽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이라면 제3장(루팡의 평판과 첫 예고장), 제10장(게르샤르의 등장과 벽난로 속 빅투아르), 제12~13장(펜던트와 소니아의 고백), 제17~19장(위조 통행증과 자정의 대결), 제20~23장(공작의 정체와 마지막 거래)을 먼저 읽어 보세요. 책의 재미는 정체를 알고 있는 독자와 모르는 인물들 사이의 간격에 있습니다. 한 번 읽고 나면 공작의 말 하나하나, 특히 '흥미롭다'는 말과 소니아를 향한 눈빛이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대화가 많아 소리 내어 읽거나 듣기에도 알맞고, 포메리와 구르네-마르탱 씨의 장면은 웃음을, 소니아와의 장면은 따뜻함을 더합니다. 어린 시절 모험담으로 읽었다면 어른이 된 뒤에는 도둑과 경감, 그리고 두 여성이 놓인 자리를 눈여겨보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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