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15년 출간
Anne of the Island
섬의 앤
섬을 떠나 대학 도시 킹스포트에서 4년을 보내는 앤이 우정과 구혼, 상실과 글쓰기를 지나 자기 마음을 정확히 알게 되는 이야기
it’s the unexpected things that give spice to life.
인생에 맛을 더하는 건 예기치 못한 일들이야.
Oh, dreams will be very sweet now.
아, 이제 꿈들이 정말 달콤할 거예요.
한눈에 보기
에이번리에서 사과를 따던 가을, 앤 셜리는 다이애나와 헤어져 길버트 블라이드와 함께 레드먼드 대학이 있는 킹스포트로 떠난다. 낯선 도시에서 프리실라, 필리파 고든과 친구가 되고 '패티의 집'에서 함께 살며, 앤은 여러 구혼을 받고 거절한다. 루비 길리스의 죽음과 부모의 옛 편지, 글쓰기의 실패와 작은 성공을 지나 졸업하지만,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은 폭풍이 치던 한 밤이 지나서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L. M. 몽고메리 『빨강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
-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 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 (Daddy-Long-Legs)
한 권 요점
Anne of the Island
『섬의 앤』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쓴 소설로, 1915년에 나왔습니다. 몽고메리는 1874년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나 1942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책은 『빨강 머리 앤』과 『에이번리의 앤』에 이은 앤 연작의 세 번째 권입니다. 열여덟 살쯤의 앤이 섬을 떠나 레드먼드 대학에서 보내는 네 해와 그 사이사이의 방학, 그리고 졸업 뒤 여름까지가 이 책의 무대입니다.
이 책의 재미는 앤이 이제 '말로 만든 세계'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배운다는 데 있습니다. 소녀 시절의 앤은 상상으로 현실을 덮었지만, 여기서는 첫 청혼이 대리 청혼으로 오고 소설은 거절 쪽지로 돌아옵니다. 그 사이에 노인들의 늦은 사랑과 친구의 죽음, 필리파의 우유부단 같은 것들이 앤 곁을 지나가며 자기 마음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합니다.
줄거리
제1~3장: 변화의 그림자와 떠남
가을, 앤과 다이애나 배리는 초록 지붕 집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다 쉬며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라벤더 양의 결혼식이 끝났고 앨런 목사 부부도 떠나 목사관은 비었으며, 다이애나는 왼손의 새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프레드 이야기가 나오면 얼버무립니다. 다음 주면 앤은 레드먼드 대학으로 떠납니다. 마릴라와 앤은 곧 이사 올 린드 부인을 위해 그동안 성소처럼 여겼던 손님방을 치웁니다. 우체국에서 프리실라 그랜트도 레드먼드에 온다는 편지를 받고 기뻐하던 앤은 호수 다리에서 길버트 블라이드를 만납니다. 달빛 아래 길버트가 앤의 손 위에 손을 얹고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앤은 손을 빼며 황급히 집에 가야 한다고 수다를 떨어 분위기를 깨 버립니다. 집에 오니 여덟 살 데이비가 도라가 넘어지는 걸 못 봐서 운다고 투정하고, 앤이 "남자를 낚으러" 대학에 간다는 밀티 볼터네 엄마의 말도 전해 줍니다.
떠나기 전 한 주는 "마지막 것들"로 채워집니다. 마을개선회는 조시 파이네 집에서 창립자인 앤과 길버트의 송별 파티를 열어 앤에게 셰익스피어 전집을, 길버트에게 만년필을 줍니다. 파티 끝에 길버트가 또 감상적인 말을 꺼내자 앤은 벌주듯 찰리 슬론과 귀가하고, 길버트는 루비 길리스와 즐겁게 걸어가 오히려 앤만 지루함에 시달립니다. 이튿날 작별하러 온 여섯 부인이 저마다 대학 진학을 걱정하는 말을 던져 앤은 풀이 죽지만, 길버트가 습지 너머의 야생 사과나무로 데려가 함께 사과를 먹으며 기운을 되찾습니다. 부엌에서는 린드 부인이 두 사람이 훗날 맺어질 거라고 말하고, 돌아오는 연인의 오솔길에서 길버트는 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속으로 자문합니다. 월요일 아침, 비 내리는 흐린 새벽에 앤은 찰리, 길버트와 함께 에이번리를 떠납니다. 데이비는 목이 메어 먹지 못하고 작별을 거부하며 옷장에 숨고, 마릴라는 눈물 없이 뺨에 입 맞추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습니다. 샬럿타운에서 배에 오르자 비가 그치고, 찰리가 뱃멀미로 내려간 사이 앤은 갑판에서 길버트에게 레드먼드가 싫을 것 같다고 털어놓습니다. 킹스포트 역에서는 먼저 도착한 프리실라가 맞아 주고, 둘은 세인트 존 거리의 하비 자매(해나와 에이다) 집에 하숙합니다. 앤의 방 창 너머로는 오래된 묘지가 보입니다.
제4~6장: 킹스포트의 첫 가을과 필리파
킹스포트는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은 오래된 도시이고, 도시 한복판의 옛 세인트 존 묘지는 시민의 자랑입니다. 앤과 프리실라는 오전에 등록을 마쳤지만 군중 속에서 작아진 기분이었고, 오후에 묘지를 거닐며 비문을 읽습니다. 홀로 서 있던 갈색 눈의 예쁜 신입생이 몇 번이나 다가오다 돌아가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먼저 말을 겁니다. 그녀는 노바스코샤 볼링브로크 출신의 필리파 고든, 줄여서 "필"입니다. 필은 무엇 하나 결정을 못 하는 성격이라 모자도 핀으로 찍어 정했고, 부잣집 구혼자 알렉과 알론조 중 누구를 고를지도 못 정했다고 합니다. 앤은 샤넌호와 체서피크호 해전에서 숨진 어린 사관생도의 무덤에 보라색 팬지를 올리고, 이 오후 덕에 킹스포트에 작은 뿌리를 내린 것 같다고 말합니다. 3주쯤 지나 두 사람은 대학 생활에 적응합니다. 신입생은 "문과 난투전"에서 상급생을 이기고, 전략을 짠 길버트는 신입생 회장이 됩니다. 필의 후원으로 앤과 프리실라는 사교계에도 쉽게 들어갑니다. 매주 오는 고향 편지 가운데 제인은 레이스 이야기만 쓰고, 루비는 추신으로 길버트와 편지를 주고받는다고 써서 앤을 살짝 상하게 하며, 린드 부인은 목사가 돼지에게 실려 간 소동을, 데이비는 철자가 엉망인 편지로 귀신 이야기와 닭 사건을 알려 옵니다.
토요일 오후 필은 알론조에게 편지를 잘못 넣어 보낸 일로 풀이 죽어 앤의 방에 들르고, 앤, 프리실라, 길버트, 찰리와 함께 공원 산책을 갑니다. 필은 눈치 없는 동행 "구즈베리" 역할을 자처합니다. 길버트와 앤은 뒤처져 소나무 사이를 걷다가, 길버트가 앤의 삶에서 즐거움만 남기고 싶다고 하자 앤은 시련 없는 삶은 완성될 수 없다고 대꾸하며 화제를 돌립니다. 돌아오는 길, 스포퍼드 가의 끝에서 소나무에 둘러싸인 작은 흰 집 "패티의 집"을 본 앤은 첫눈에 반하고, 언젠가 그 안을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합니다.
제7~9장: 고향의 겨울, 첫 청혼, 걸린 팻말
기말시험이 끝나고 앤은 크리스마스 방학에 고향으로 갑니다. 볼링브로크의 화려한 파티에 가자는 필에게 앤은 낡은 농가와 마릴라와 쌍둥이를 그려 보이며 "거기엔 나를 기다리는 사랑이 있다"고 말합니다. 카모디 역에서 다이애나가 맞이하고, 초록 지붕 집에는 창마다 불이 켜져 있으며, 마당에서는 데이비가 피운 모닥불과 인디언 함성이 기다립니다. 마릴라는 눈물이 날까 봐 그늘에서 앤을 맞습니다. 밤에 데이비는 해리슨 씨네 일꾼에게 들은 나쁜 말이 자꾸 하고 싶어 일주일째 기도를 못 했다고 고백하고, 앤이 말해 보라고 하자 입 밖에 내자마자 그 끔찍함을 깨닫습니다. 하얀 크리스마스에는 라벤더 양과 폴의 편지가 오고, 앤은 다이애나와 에코 롯지를 찾아 환기하며 메아리를 불러 봅니다.
섣달 그믐날 눈보라 치는 밤, 제인 앤드루스가 앤의 방에서 자고 갑니다. 이불 속에서 제인은 오빠 빌리 앤드루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니, 빌리가 앤과 결혼하고 싶어 하고, 아버지가 빌리 명의로 농장을 넘겼으며, 수줍은 빌리를 대신해 자기가 물으러 왔다고 밝힙니다. 앤은 웃음을 참고 분명하고 정중하게 거절하고, 제인은 빌리는 상처받지 않을 것이고 네티 블루엣이라는 대안도 있다고 대꾸합니다. 제인이 돌아간 뒤 앤은 문을 닫고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지만 끝에는 쓸쓸함이 남습니다. 낭만적 장면으로 꿈꿔 온 첫 청혼이 대리 청혼에 "거절하면 네티가 있다"는 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학기도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앤은 마릴라의 저금에 손대지 않고 다음 해에도 다니려고 서번 장학금(영어)을 노리며 열심히 공부하고, 길버트는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는 옛 친구로 에스코트를 맡아 둘의 이름이 소문에 오릅니다. 그러던 중 찰리 슬론이 에이다 양의 방석 위에서 청혼했다가 거절당하고 험한 말을 하자 앤도 맞받아쳐 눈물을 쏟고, 두 사람은 1년가량 냉랭하게 지냅니다. 스텔라 메이너드가 다음 해에 집을 빌려 함께 살자고 제안한 터라, 앤과 프리실라는 집을 찾아 헤맵니다. 4월 어느 날 스포퍼드 가를 지나던 앤은 패티의 집 문 위에 "가구 딸림 임대" 팻말이 걸린 것을 보고 숨을 죽입니다.
제10~12장: 패티의 집, 그리고 에이버릴
다음 날 저녁 앤과 프리실라가 찾아간 집에서는 회색 숄의 노부인 패티 스포퍼드와 조카 마리아가 뜨개질을 하고 있고, 벽난로 곁에는 초록 점박이 도자기 개 두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집을 세놓지 않기로 했다는 말에 앤이 진심으로 이 집을 사랑한다고 하자, 패티 양은 그 말이 진짜인지 따져 묻더니 마음에 든다며 앤이 부른 금액에 집을 내줍니다. 두 노부인은 6월에 유럽으로 2~3년 떠납니다. 개 이름은 곡과 마곡이고 집 이름 '패티의 집'을 바꾸지 않는 것이 조건입니다. 그날 밤 감기에 걸린 필이 함께 살게 해 달라고 무릎 꿇고 애원하자, 가난한 살림, 집안일, 손님은 금요일 저녁에만 맞는다는 규칙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허락됩니다. 스텔라의 이모가 살림을 맡기로 되어 있습니다.
서번 장학금을 안고 에이번리로 돌아온 앤은 첫 일요일 예배에서 변화를 봅니다. 새 목사가 오고 세상을 떠난 이웃이 있으며, 빌리 앤드루스는 네티 블루엣과 결혼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루비 길리스로, 린드 부인은 루비가 급성 폐결핵으로 죽어 가는데 본인과 가족만 모른 척한다고 말합니다. 루비는 새 남자친구 이야기를 쏟아내며 건강한 척하지만 앤은 그 눈빛 뒤의 두려움을 봅니다. 앤은 다이애나에게 단편소설을 써 보겠다고 털어놓고, 시냇가 골짜기에서 구상을 들려줍니다. 주인공은 에이버릴, 연인은 퍼시벌 댈림플, 악당은 모리스 레녹스입니다. 해리슨 씨는 묘사가 너무 많고 등장인물이 현실 사람처럼 말하지 않으며 퍼시벌은 너무 착해 답답하다고 혹평하면서, 악당에게도 기회를 주라고 합니다. 앤은 석양 묘사만 남기고 다듬어 가장 큰 잡지사에 보내지만 인쇄된 거절 쪽지만 돌아오고, 석양을 잘라 낸 뒤 보낸 《캐나다 여성》에서도 곧바로 퇴짜를 맞습니다. 앤은 원고를 다락 트렁크에 넣고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제13~15장: 데이비의 양심, 루비의 죽음, 뒤집힌 꿈
린드 부인이 발목을 삐어 데이비와 도라만 일요학교에 가게 됩니다. 평소 린드 부인의 잔소리에 속이 끓던 데이비는 그가 하지 말라고 한 일을 전부 해 보겠다며 먼지 길을 걷고 헌금을 울타리 너머로 던지고, 프랭크 벨 이야기로 도라를 협박해 코튼네 아이들과 낚시를 갑니다. 송어는 많이 낚지만 도라는 내내 비참하고 데이비도 신나는 척할 뿐 편치 않습니다. 점심에 린드 부인이 일요학교 일을 캐묻자 데이비는 거짓말을 거듭하고 푸딩도 한 그릇밖에 못 먹습니다. 밤에 앤의 침대로 울면서 찾아온 데이비는 가출, 거짓말, 욕, 하나님 모욕을 모두 고백합니다. 앤은 그 괴로움이 양심이라고 가르치고 벌 대신 용서합니다. 데이비는 기도로 사과한 뒤 개운해져 돌아가다가, 해리슨 씨처럼 침 뱉는 법을 배워도 되느냐고 물어 앤을 기막히게 합니다.
그해 여름 앤은 점점 쇠약해지는 루비를 자주 찾아갑니다. 루비는 늘 연애 이야기만 떠들어 오히려 그 모습이 죽음이 가면을 쓴 듯 괴롭습니다. 어느 달밤 정원에서 루비는 처음으로 자신이 죽어 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죽는 것이 무섭다고 웁니다. 천국이 익숙한 삶과 너무 다를 것 같아 낯설고 외롭다는 것입니다. 앤은 천국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고 다만 선하게 살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위로합니다. 루비는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싶었다고, 사실은 허브 스펜서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오랜 친구 엠 화이트와 화해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다음 날 밤 루비는 잠든 채 평온히 숨을 거두고 얼굴에는 미소가 남습니다. 루비의 어머니는 바늘이 꽂힌 채 끝내지 못한 자수 덮개를 앤에게 건네고, 장례 후 데이비는 천국에서도 웃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레드먼드로 돌아가기 일주일 전, 해리슨 씨가 롤링스 리라이어블 베이킹파우더 회사의 소설 현상 공모 이야기를 꺼내지만 앤은 상품 광고용 소설은 창피한 일이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바로 그날 저녁 다이애나가 편지를 들고 뛰어듭니다. 〈에이버릴의 속죄〉가 25달러 상금에 당선되었다는 통지서입니다. 사실은 다이애나가 앤이 준 사본에 케이크 만드는 장면과 마지막 문장에 베이킹파우더 이름을 슬쩍 끼워 몰래 보낸 것이었습니다. 앤은 친구의 호의에 억지로 웃으며 입을 맞추지만 수표를 서랍에 던져 넣고 수치심에 눈물을 흘립니다. 찾아온 길버트에게 앤은 자식 몸에 광고를 문신한 어머니의 심정이라며 괴로워하고, 길버트는 가난한 학생이 정직하게 돈을 번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달래 줍니다.
제16~19장: 패티의 집 식구들
세 주가 지난 패티의 집에는 앤, 프리실라, 필, 스텔라, 제임시나 아주머니와 고양이들이 모여 삽니다. 레드먼드에서는 무디 스퍼전 맥퍼슨이 상급생들에게 머리 반쪽을 깎이는 일을 당합니다. 어느 날 지저분하고 못생긴 길고양이 '러스티'가 앤을 따라와 눌러앉고, 쫓아낼 수 없자 필이 클로로포름으로 없애자고 하지만 상자의 옹이구멍 덕에 고양이는 살아남아 앤의 고양이가 됩니다. 제임시나 아주머니는 자그마하고 젊은 마음의 노부인으로,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11월 눈 오는 저녁에는 앤이 데이비의 편지를 읽어 줍니다. 철자가 엉망이고 질문투성이인 이 편지에는 린드 부인이 지하 계단에서 굴러 선반이 무너진 이야기, 추수감사절 음식, 새 남자 선생님이 시킨 '내가 원하는 아내'라는 작문이 있고, 마지막에 입맞춤 표시 여섯 개와 도라의 몫 하나가 붙습니다.
크리스마스 방학에 앤은 눈보라에 갇힌 에이번리로 돌아옵니다. 다이애나는 기관지염으로 앓아누웠고 루비는 묘지에 잠들었으며 제인은 서부로 떠났습니다. 길버트는 변함없이 찾아오지만 눈빛이 달라져 앤은 부담스럽고, 마릴라는 일부러 길버트가 올 때마다 쌍둥이를 데리고 자리를 피합니다. 다음 해 대학에 돌아갈 형편이 안 될까 걱정하는 사이 해리슨 씨가 우편물을 가져오는데, 그 속에 조세핀 배리 양이 세상을 떠났다는 변호사의 편지가 있습니다. 배리 양이 앤에게 1000달러를 남겼습니다. 앤의 스무 번째 생일 저녁, 앤은 십 대를 떠나보낸 아쉬움과 성격에 흠이 많다는 걱정을 제임시나 아주머니에게 털어놓습니다. 아주머니는 누구에게나 흠이 있으니 의무를 다하고 즐겁게 살라고 합니다. 한편 필은 크림색 노란 비단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갈 채비를 하며 알렉과 알론조 중 누구와 결혼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하고, 길버트가 부자라면 그와도 결혼하겠다고 해 앤의 심기를 건드립니다.
제20~21장: 길버트의 고백과 어제의 장미
봄 시험이 끝난 따분한 저녁, 필은 소파에서 빈둥거리고 앤은 《피크위크 클럽》을 읽습니다. 앤은 과수원 바위에서 공중누각을 짓다가 메이플라워를 한 아름 안고 온 길버트와 마주칩니다. 길버트는 여름에 신문사 〈데일리 뉴스〉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알리고, 앤이 화제를 돌리려 하자 손을 잡고 사랑을 고백하며 장래를 약속해 달라고 합니다. 앤은 친구로서만 좋아할 뿐 사랑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고, 길버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우정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작별합니다. 방에서 앤이 울자 들어온 필은 앤이 상상으로 꾸민 사랑만 알고 진짜 사랑을 모른다고 쏘아붙입니다. 앤은 길버트 없는 세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느낍니다.
볼링브로크의 필 집 '마운트 홀리'에서 보낸 2주는 즐거웠지만 길버트 생각이 아련한 아픔으로 스밉니다. 앨릭과 앨론조가 늘 곁에 있어도 앤은 누가 더 낫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가장 소중한 일은 자신이 태어난 낡은 노란 집을 찾아간 것입니다. 지금 사는 키 크고 마른 여인이 앤의 부모가 열병으로 함께 죽었고 아기였던 앤을 토머스 부부가 데려갔다고 들려줍니다. 앤은 해돋이 빛이 비치는 동쪽 방, 태어난 방을 둘러봅니다. 여인은 다락에서 찾은 낡은 편지 묶음을 건네고, 앤은 어머니의 유품이 하나도 없던 터라 기뻐하며 부모가 묻힌 무덤에 흰 꽃을 놓습니다. 열두 통쯤 되는 편지에는 월터와 버사 셜리의 사랑과 갓 태어난 아기를 자랑하는 어머니의 글이 있습니다. 그날 밤 앤은 필에게 부모를 찾았고 더는 고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22~24장: 초록 지붕의 봄, 폴, 필의 편지
봄 저녁 초록 지붕 집 부엌에서 마릴라는 앤이 오기 전의 좁고 메마른 삶과 앤이 온 뒤의 아홉 해를 되새기며, 그 아홉 해만이 진짜 산 시간 같다고 느낍니다. 내일 올 줄 알았던 앤이 하루 일찍 걸어 들어와 메이플라워와 제비꽃을 안고 서 있고, 마릴라는 평소의 절제를 잊고 앤을 껴안습니다. 길버트가 이번 여름 집에 오지 않는다는 말에 앤의 목소리는 묘하게 달라집니다. 이어 데이비가 빠진 앞니를 밀티에게 2센트에 팔았다고 자랑하고, 앤은 메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숲속 요정 이야기로 답합니다. 앤은 방학을 즐기면서도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빠진" 허전함을 느끼지만 길버트 때문이라고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길버트의 어머니가 여러 사람 앞에서 길버트에게서 소식이 있었느냐고 묻는 바람에 곤란해지기도 합니다. 에코 롯지에 어빙 부부와 폴, 샬로타 4세가 돌아오고, 열세 살이 된 폴은 해변으로 달려가지만 바위 사람들(쌍둥이 선원과 황금 부인)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앤은 요정 나라를 떠나는 것이 성장의 대가라고 말해 주고, 8월 말 라벤더 부인은 앤에게 길버트와 사이가 어긋났느냐고 묻습니다. 앤이 길버트는 우정 이상을 원하는데 줄 수 없다고 답하자 라벤더 부인은 둘이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사이라고 말합니다.
제24장은 필이 프로스펙트 포인트에서 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사촌 에밀리의 하숙집에서 한 달을 보내는 필은 병 이야기만 하는 릴리 부인, 무슨 말에든 웃기만 하는 그림즈비 양 같은 하숙인들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신학생 조너스 블레이크를 소개합니다. 키만 크고 머리는 아마색이며 아주 못생겼지만 목소리와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일요일 설교를 들은 필은 자신이 하찮고 경박한 나비 같다고 느끼고, 편지 끝에서는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라고 우기다가 추신에서 "불가능하지만 사실일까 겁난다"고 털어놓습니다.
제25~27장: 왕자님, 크리스틴, 필의 청혼
11월, 앤은 쓸쓸한 마음에 혼자 공원으로 향합니다. 조너스는 패티의 집에 자주 오는 인기 손님이 되었고, 필은 그가 청혼하도록 만들겠다고 태연히 말합니다. 길버트는 가끔 금요일 저녁에 와도 앤을 피하지도 찾지도 않고 정중하게만 대해, 옛 우정은 사라진 듯합니다. 앤은 길버트가 상처를 잘 이겨낸 것이 다행이라고 스스로 타이릅니다. 비 오는 공원에서 우산이 뒤집힌 앤에게 키 크고 어두운 눈의 청년이 우산을 내밉니다. 레드먼드 동급생 로열(로이) 가드너로, 유럽에 다녀온 부유한 집안의 아들입니다. 그날 밤 장미 열두 송이가 도착하고 앤은 꿈에 그리던 왕자가 왔는지 생각하며 잠을 설칩니다. 2월 3학년 학생들이 4학년을 위해 여는 리셉션 날, 앤은 필이 장미 봉오리를 수놓아 준 크림색 드레스를 입습니다. 로이가 보낸 흰 난초를 머리에 꽂으려 하지만 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고, 앤도 함께 살 수 있는 꽃이 좋다며 동의합니다. 그러다 길버트가 음악을 공부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늘 함께 다닌다는 말을 듣고 앤은 목걸이 걸쇠를 잠그지 못합니다. 리셉션장에서 앤은 로이에게 웃어 보이지만 실은 야자수 아래에서 크리스틴과 이야기하는 길버트만 의식합니다. 크리스틴은 키 크고 푸른 눈에 검은 머리의 미인이고, 앤은 "내 몸매가 더 낫고 코도 낫다"며 위안을 삼습니다.
3~4월 시험을 앞두고 필은 요나스에게 똑똑함을 증명하려고 수학 장학금을 노립니다. 패티 스포퍼드 양이 일 년 더 해외에 머무르겠다는 편지를 보내 와 아가씨들은 이듬해에도 집을 쓰게 됩니다. 공원을 산책하던 중 필은 요나스의 청혼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청혼을 받는 동안 세 번 재채기를 했다는 이야기, 알렉과 알론조를 크리스마스 때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결혼은 내년 6월이고 요나스는 빈민가 선교 교회를 맡을 예정이며, 필은 자신이 그의 작은 촛대가 되겠다고 합니다. 필이 로이와의 결혼을 묻자 앤은 마지못해 사랑한다고 답하지만 얼굴은 붉어지지 않고, 길버트나 크리스틴의 이름에만 붉어집니다.
제28~29장: 유월의 저녁과 다이애나의 결혼식
6월 저녁 앤은 고향 집 계단에서 마릴라, 레이첼 부인과 앉아 있습니다. 데이비는 새 선생 카슨 양이 토요일에도 숙제를 냈다고 투덜대고, 그날 열린 아토사 할머니 장례를 두고 레이첼 부인은 말 많던 고인을 평합니다. 앤은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이 끔찍하다고 느낍니다. 앤이 길버트를 거절했다는 소문이 퍼져 블라이드 부인은 쌀쌀해졌고, 길버트는 신문사 일로 편지가 없는 반면 로이는 일주일에 두 번 멋진 편지를 보냅니다. 다이애나와 멀어질 것이 서러운 앤은 사람이 자라고 변하는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식 날 앤은 다이애나의 베일을 매만지며 오래전 둘이 약속한 신부와 들러리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기절할 것 같다는 다이애나를 앤은 농담으로 달랩니다. 앤은 계단 위에서 길버트의 팔을 잡고 내려오는데, 둘이 처음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신랑 신부가 새 집으로 떠난 밤, 길버트는 앤을 초록 지붕 집까지 바래다주며 연인의 오솔길을 걷자고 하고 옛 친밀함이 얼마간 돌아옵니다. 앤은 로이와 크리스틴 덕에 이 산책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크리스틴 생각을 많이 하고, 다음 주 밸리 로드에서 여름 학기를 가르친다고 말합니다.
제30~34장: 웨이사이드의 늦은 사랑들
밸리 로드 역에서 하숙집으로 가는 길을 앤은 우편 마차를 모는 뚱뚱한 스키너 부인의 신세를 집니다. 스키너 부인은 "달려라, 검은 암말"을 되풀이하며 한 달 전 토머스와 결혼한 사연을 털어놓습니다. 부자 윌리엄 오바디아 시먼과 가난한 토머스가 구혼했는데, 윌리엄은 집 지킬 사람이 필요했을 뿐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앤이 필에게 보낸 편지에는 하숙집 '길가(웨이사이드)'와 주인 재닛 스위트가 소개됩니다. 푸른 눈에 후덕한 재닛은 푸짐한 음식을 차려 주고, 거실에는 가족의 관 명패가 장식으로 놓여 있으며, 이웃집 일꾼 샘 톨리버는 박하사탕을 권하는 말밖에 하지 않는 청년입니다. 앤은 이곳에서도 나이 든 이들의 연애에 얽히게 되었다며 이번에는 구경만 하겠다고 합니다.
첫 목요일 재닛은 기도회에 파란 모슬린 옷과 장미 달린 모자로 차려입고 갑니다. 여자들 사이에 남자가 한 명 있는데, 친절하고 참을성 있는 얼굴의 존 더글러스입니다. 그가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하자 재닛은 열여섯 소녀처럼 수줍어합니다. 며칠 뒤 앤과 재닛은 존의 어머니인 더글러스 부인의 초대로 차를 마시러 갑니다. 작고 인형 같은 부인은 달콤하게 말하며 재닛을 칭찬하는 척하면서 요리를 은근히 깎고 20년 넘게 앓았다고 호소합니다. 작별 때 부인이 존이 곧 재닛을 이 집에 데려올 거라고 하자 존의 얼굴은 고문당하는 사람처럼 일그러집니다. 어느 날 앤이 집에 오니 재닛이 울고 있습니다. 오늘 마흔 살이 되었는데 존이 20년 동안 찾아오면서도 결혼 이야기는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재닛이 시어머니 돌보기가 싫어 거절한다고 수군거리지만 재닛은 동정받느니 오해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앤의 부추김에 재닛이 다음 날 기도회 뒤 존의 동행을 차갑게 거절하자 존은 말없이 돌아서 가 버립니다. 놀란 앤은 달려가 존을 끌어와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고 사과하고, 재닛은 존이 떠나는 순간 마지막 기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며 앤이 쫓아간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여름이 저물던 밤, 샘 톨리버가 한참 침묵하다 "나랑 결혼하겠소?"라고 불쑥 청혼하고, 앤은 거절한 뒤 재닛과 이 청혼을 웃음거리로 삼습니다. 어느 오후 더글러스 부인이 위독하다는 전갈이 오고, 재닛은 달려갔다 부인이 숨을 거두었다고 전합니다. 장례 다음 날 저녁 존이 찾아와 청혼하며, 19년 전 어머니가 발작을 일으켜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은 재닛에게 청혼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비밀 서약을 강요했다고 고백합니다. 재닛은 진실을 알고 행복해하며 그 비밀을 덮자고 합니다. 용서는 나이가 들수록 쉬워진다고 앤에게 말합니다.
제35~38장: 마지막 해, 졸업, 거짓 새벽
마지막 해를 맞아 아가씨들이 패티의 집으로 돌아오자 제임시나 아주머니가 짐을 정리하라고 합니다. 필은 요나스와의 약혼을 알렸고 어머니는 반대했지만 아버지는 비교적 너그러웠다고 합니다. 11월 어느 비 오는 밤 우울해진 스텔라가 앤을 찾아오고, 앤은 옛 이야기 클럽의 원고를 꺼내 함께 읽으며 웃습니다. 닭장 지붕에 빠진 날 쓴 아스터와 스위트피 이야기를 다시 읽은 앤은 한참 생각에 잠겨 "해 보겠다"고 결심합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이 장에 명시되지 않지만, 다음 장에서 《청소년의 벗》이 스케치를 받아 주었다는 소식이 오는 것으로 보아 글쓰기와 이어지는 결심으로 읽힙니다. 앤은 10달러 수표와 더 보내 달라는 편지를 받고 기뻐하고, 제임시나 아주머니는 "죽을 때 부끄럽지 않을 글만 써라"는 딸의 좌우명을 전합니다. 로이는 토요일에 어머니와 누이들이 방문한다고 알리지만 방문은 금요일에 이루어지고, 앤은 마침 바닥에서 고양이와 놀고 프리실라는 케이크를 쿠션 밑에 숨기고 도망칩니다. 가드너 부인은 쌀쌀하고 언니 앨라인은 오만한데 하필 케이크가 숨겨진 쿠션에 앉아 떠나지 않고, 동생 도러시는 상냥하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속삭입니다. 앤은 위층에서 울고 싶다가 대신 웃습니다.
졸업 시험이 끝나고 앤은 영어 최우등, 프리실라는 고전학, 필은 수학에서 우등을 받습니다. 졸업식 날 앤은 로이가 준 제비꽃 대신 길버트가 보낸 은방울꽃을 들고 나가는데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졸업식의 기억은 성취감이 아니라 정체 모를 쓰라린 아픔으로 남습니다. 그날 밤 무도회에서 앤은 길버트가 크리스마스에 선물한 분홍 하트 금목걸이를 처음 걸지만, 필이 길버트와 크리스틴의 약혼이 곧 발표된다는 소문을 전하자 목걸이를 끊어 버리고 누구보다 명랑하게 춤춥니다. 패티의 집을 떠날 날이 다가오자 앤은 파란 방에 꿈을 두고 가는 듯 아쉬워합니다. 서머사이드 고등학교 교장직 제안을 받았지만 로이의 청혼을 기다리느라 결정하지 못했고, 모두가 앤의 승낙을 당연하게 여기는 가운데 스텔라만 로이에게 알맹이가 없다고 의구심을 표합니다. 로이는 처음 만났던 항구 정자에서 흠잡을 데 없이 청혼합니다. 그러나 "예"라고 말하려는 순간 앤은 낭떠러지에서 물러서는 듯한 깨달음을 얻고 못 하겠다고 외칩니다.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에 로이는 "내 삶을 망쳤다"며 상처 입은 채 떠나고, 앤은 수치 속에서도 묘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필은 처음엔 비난하다가 현실은 소설처럼 말끔하지 않다며 앤을 위로합니다.
제39~41장: 결혼식들, 계시의 밤, 헤스터 그레이의 정원
레드먼드를 마치고 초록 지붕 집으로 돌아온 앤은 패티의 집의 떠들썩한 우정이 그립고, 지난겨울의 화려한 꿈이 먼지처럼 흩어진 느낌에 허탈합니다. 떠나기 전 로이의 누이 도러시가 찾아와 "로이는 지루한 사람"이라며 앤의 결정이 옳다고 하고, 로이가 전에도 두 번 상처를 이겨냈다고 하자 앤은 안도와 서운함이 섞인 기분이 됩니다. 포치 지붕방 창가의 '눈의 여왕' 벚나무는 3월 폭풍에 쓰러졌습니다. 린드 부인은 제인 앤드루스가 윈니펙의 백만장자 잉글리스 씨와 약혼했다고 시샘 섞어 전하고, 해먼 앤드루스 부인은 앤에게 결혼 소식이 없다며 약을 올리고 길버트가 스튜어트 양과 약혼했다는 소문까지 꺼냅니다. 이어 필 고든이 목사 조와 결혼하고 앤은 신부 들러리를 섭니다. 다이애나는 첫아들 어린 프레드를 안고 엄마의 광채에 싸여 있어, 앤은 자신이 지난 시절에만 속한 사람 같은 외로움을 느낍니다. 앨런 부인이 어머니에 대한 유일한 기억, 야단 대신 안아 주던 일을 들려줍니다.
7월 앤은 에코 롯지에서 어빙 가족과 즐거운 3주를 보냅니다. 열여섯 살 폴은 요정보다 축구에 관심이 많아졌지만 앤과의 유대는 그대로입니다. 사나운 여름 폭풍이 몰아치는 저녁 앤이 초록 지붕 집에 돌아오자 데이비가 불쑥 "길버트 블라이드가 죽어간다"고 말합니다. 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린드 부인은 길버트가 앤이 떠난 직후 장티푸스에 걸려 위독하다고 전합니다. 앤은 말없이 옛 방으로 올라가 창가에 무릎 꿇고 폭풍 속에서 밤을 지새웁니다. 이 밤이 앤에게는 '계시의 책'이 되어, 자신이 길버트를 줄곧 사랑해 왔고 로이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새벽에 폭풍이 잦아들고 마당에 나간 앤은 휘파람을 불며 오던 조지 플레처네 일꾼 파시피크 뷰트를 불러 세우고, 길버트가 지난밤 고비를 넘겨 좋아졌고 의사도 곧 나을 거라 했다는 말을 듣습니다. 앤은 눈물 대신 기쁨을 얻은 느낌으로 오래 서 있습니다.
9월, 길버트가 헤스터 그레이의 정원에 가자고 하지만 앤은 그날 저녁 앨리스 펜할로의 결혼식에 입을 초록 드레스를 손봐야 해서 다음 날로 미룹니다. 길버트가 회복한 뒤 옛 우정이 돌아왔지만, 앤은 그 우정이 이제 사랑 앞에서 빛이 바랬다고 느낍니다. 크리스틴 때문에 불안해진 앤은 일과 글쓰기의 야망으로 삶을 채우려 마음먹습니다. 다음 날 오후 두 사람은 숲길을 걸어 정원에 앉습니다. 길버트는 난롯불이 있는 집, 고양이와 개, 친구들의 발소리, 그리고 앤이 있는 꿈을 말하고, 2년여 전의 청혼을 다시 하자 앤은 말 대신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답합니다. 길버트는 크리스틴에게 고향에 약혼자가 있었고 자신은 그녀의 오빠 부탁으로 돌봐 주었을 뿐이며, 앤이 로이와 결혼하는 줄 알았다고 설명합니다. 필 고든의 편지로 오해를 알게 된 뒤 병이 급속히 나았다고도 합니다. 앤은 길버트가 위독하다 들은 그날 밤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고 고백합니다. 의학 공부가 3년 더 남은 길버트는 화려한 삶은 줄 수 없다고 하지만 앤은 "나는 당신만 원한다"고 답하고, 두 사람은 입을 맞춘 뒤 어스름 속에서 함께 집으로 돌아갑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마지막 것들의 한 주
이 책은 추수가 끝난 들판을 바라보며 시를 읊는 앤으로 시작하고, 첫 대사부터 이별을 이야기합니다.
Harvest is ended and summer is gone,
수확은 끝나고 여름은 갔다.
다이애나가 외로울 거라고 한탄하자 앤은 이렇게 답합니다. 앞날의 슬픔이 지금의 기쁨을 갉아먹지 못하게 하자는 앤식 처방입니다.
We mustn’t let next week rob us of this week’s joy.
다음 주가 이번 주의 기쁨을 빼앗게 두면 안 돼.
그러나 정작 이별이 닥치면 처방이 통하지 않습니다. 제2장에서 작별 인사를 온 부인들의 말에 앤이 풀이 죽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그보다 앞서 제1장에서 앤은 어른이 되는 일의 성질을 이렇게 짚었습니다.
it’s the unexpected things that give spice to life.
인생에 맛을 더하는 건 예기치 못한 일들이야.
달빛 아래 다리에서 길버트의 말을 수다로 끊어 버리는 장면이 이 책 전체의 씨앗입니다. 앤은 예기치 못한 일을 반기겠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예기치 못한 일이 자기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아직 모릅니다.
2. 묘지에서 만난 필리파
제4장의 앤은 새 도시에서 막막합니다. 학교의 군중 속에서 작아진 기분이던 앤과 프리실라는 오후에 묘지로 갑니다. 프리실라는 오전의 어색함을 농담으로 정리합니다.
It’s easier to get acquainted in a graveyard than at Redmond
레드먼드에서보다 묘지에서 사귀기가 더 쉬운 것 같아.
앤은 이렇게 말하며 낯선 땅에 뿌리내리는 일을 두려워합니다. 옮겨 심어진 느낌은 이 책 초반의 정서입니다.
I hate to feel transplanted.
옮겨 심어진 느낌은 정말 싫어.
묘지에서 만난 필리파 고든은 이 어색함을 단숨에 깨는 인물입니다. 볼링브로크에서 태어났다는 말에 앤은 이렇게 받아칩니다.
I’m Island to the core.
나는 뼛속까지 섬 사람이야.
필은 앤과 정반대로 결정을 못 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하고, 제19장에서는 제임시나 아주머니 앞에서 한 번 더 인정합니다. 이 우유부단은 앤이 나중에 자기 마음을 두고 하는 고민의 거울이 됩니다.
I never can make up my mind about anything myself
나는 무엇 하나 스스로 마음을 정하지 못해.
I was born a see-saw Aunty, and nothing can ever prevent me from teetering.
저는 시소로 태어났어요, 아주머니. 흔들리는 걸 무엇도 막을 수 없어요.
3. 고향에는 사랑이 있다
제5장의 편지들은 고향이 대학과 얼마나 다른 세계인지 보여 줍니다. 제인은 레이스 이야기만 쓰고 데이비는 철자가 엉망인 편지를 보내지만, 앤은 매주 그 편지를 가장 기다립니다. 방학이 되자 필이 볼링브로크의 화려한 파티에 가자고 하지만 앤은 고향의 낡은 농가를 택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There’ll be love there, Phil—faithful, tender love
거기엔 사랑이 있어, 필. 변함없고 다정한 사랑이.
카모디 역에서 이어지는 귀향 장면에서 마릴라는 눈물이 날까 봐 그늘에서 맞고, 데이비는 모닥불과 인디언 함성으로 앤을 반깁니다. 앤은 화려한 도시의 파티보다 이 평범한 환영이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Nothing, after all, could compare with old ties, old friends, and old Green Gables!
결국 오랜 인연, 오랜 친구, 그리고 오랜 초록 지붕 집에 견줄 것은 없었다.
이 책에서 고향은 돌아가 쉬는 곳이면서 동시에 점점 낯설어지는 곳입니다. 제7장은 그 마지막 순간의 행복을 찍어 둔 장면입니다.
4. 소나무 아래의 대화
제6장 공원 장면에서 앤과 길버트는 일행에서 뒤처져 소나무 사이를 걷습니다. 앤은 소나무가 수많은 시대의 낭만에 뿌리를 내린 것 같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입니다.
The silence here is like a prayer, isn’t it?
여기의 고요는 기도 같지 않아?
길버트가 앤의 삶에서 슬픔을 모두 치워 주고 싶다고 하자 앤은 문장 하나로 물러섭니다. 이 문장은 이후 루비의 죽음과 앤의 실연에서 그대로 시험대에 오릅니다.
no life can be properly developed and rounded out without some trial and sorrow
시련과 슬픔이 얼마쯤 없이는 어떤 삶도 제대로 자라 영글 수 없어.
길버트의 말은 사실상 구애인데, 앤은 그것을 인생론으로 되받아 비켜 갑니다. 말이 많은 앤이 말로 감정을 피한다는 점은 제1장 다리 위 장면과 똑같은 구조입니다.
5. 첫 청혼과 그 이후
제8장 앤은 제인에게서 대리 청혼을 받습니다. 청혼을 한 사람은 오지 않았고, 거절하면 네티 블루엣이 있다는 식으로 끝납니다. 웃음이 가라앉자 남는 것은 쓸쓸함입니다.
Well, I’ve had my first proposal.
자, 첫 청혼을 받았네.
앤은 이 일이 낭만적인 소녀 시절의 꿈을 한 겹씩 벗겨 내는 과정의 시작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의 구혼은 거의 다 이렇게 어긋난 모양으로 옵니다. 찰리 슬론은 방석 위에서 청혼해 화를 내며 물러나고, 훗날 샘 톨리버는 말없이 서 있다 불쑥 청혼합니다. 두 번째 학기를 보내며 앤은 철이 바뀌는 것을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No spring is ever just like any other spring.
어떤 봄도 다른 봄과 똑같지는 않다.
4월의 패티의 집 팻말도 그런 새 봄의 한 조각이었습니다.
6. 패티의 집
앤은 패티 양 앞에서 이 집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고, 그 말 한마디로 집을 얻습니다. 앤이 느낀 기쁨은 성서의 구절로 표현됩니다.
I feel like one of the morning stars that sang for joy
기쁨에 겨워 노래한 아침 별들 가운데 하나가 된 기분이에요.
제16장에서 이 집은 사람과 고양이로 채워집니다. 필은 새집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It’s the homiest spot I ever saw—it’s homier than home
내가 본 중에 가장 집다운 곳이야. 집보다 더 집 같아.
길고양이 러스티를 두고 앤은 완강하게 버티지만 고양이는 끝내 눌러앉습니다. 앤의 고집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은 유머입니다.
I won’t BE adopted,
나는 입양되지 않겠어.
집주인 격이 된 제임시나 아주머니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살림의 규칙을 정합니다. 어른이 된 젊은이들을 어른으로 대우하는 이 선언이 패티의 집을 편안한 곳으로 만듭니다.
you can all go to destruction in your own way.
너희 모두 각자 자기 방식대로 파멸하려무나.
7. 에이버릴의 속죄와 글쓰기
소설 구상을 들려주던 앤은 결말을 두고 고민하며, 편집자들이 슬픈 결말을 싫어한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겸손해합니다.
I’m anything but a genius.
나는 천재와는 거리가 멀어.
해리슨 씨의 혹평은 거칠지만 구체적입니다. 장식적인 묘사를 치우고 인물이 사람처럼 말하게 하라는 지적은 이 일화가 남기는 실질적인 교훈입니다. 악당에 대한 그의 말은 웃음까지 줍니다.
Cut out all those flowery passages
그 꽃무늬 같은 대목들은 모조리 잘라 내.
You can reform a man; you can’t reform a jelly-fish, of course.
사람은 고칠 수 있어도, 물렁한 해파리는 고칠 수 없지.
원고는 두 번 거절당해 트렁크로 들어가고, 다이애나가 몰래 끼워 넣은 베이킹파우더 덕분에 상을 받는 아이러니로 이어집니다. 앤은 당선되고도 가장 높은 이상을 어겼다며 괴로워하고, 길버트는 가난한 학생이 정직하게 돈을 번 것이라고 현실적으로 달랩니다. 제35장 끝에서 앤은 옛 이야기 클럽의 원고 속에서 스케치 하나를 찾아 읽고 결심합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없지만, 다음 장에서 《청소년의 벗》이 스케치를 받아 주므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 결심으로 읽힙니다.
I believe I will,
해 볼 것 같아.
8. 데이비와 양심
제13장은 이 책에서 가장 웃기면서 가장 도덕적인 장입니다. 데이비는 린드 부인이 하지 말라고 한 일을 전부 해 보지만 재미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몽고메리는 죄의 계산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He was to discover that one sin demands another to cover it.
데이비는 하나의 죄가 그것을 덮을 또 하나의 죄를 요구한다는 걸 알게 되려는 참이었다.
점심 자리에서 데이비의 푸딩은 한 그릇밖에 못 넘어갑니다. 기쁨이 아니라 불편이 죄의 벌이 되는 셈입니다. 서술은 아이의 마음속 기미를 이렇게 짚습니다.
his conscience was beginning to give him salutary twinges.
그의 양심이 약이 되는 따끔함을 주기 시작했다.
밤에 앤은 벌 대신 개념을 건넵니다. 괴로움의 이름을 알려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앤의 방식입니다.
That was your conscience punishing you, Davy.
그건 네 양심이 널 벌주고 있었던 거야, 데이비.
데이비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의 이유를 간결하게 대답하고, 사과를 마치자마자 침 뱉는 법을 묻는 아이로 되돌아갑니다. 앤이 우스운 마음을 감추며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어른이 된 앤의 인내를 볼 수 있습니다.
“No. It doesn’t pay,” said Davy.
"그래요. 그건 남는 장사가 아니에요." 데이비가 말했다.
9. 루비 길리스의 여름
제14장 〈부르심〉은 이 책의 가장 조용한 중심입니다. 루비는 마지막까지 연애 이야기를 하지만, 어느 달밤 처음으로 진짜 두려움을 꺼냅니다.
I don’t want to die. I’m afraid to die.
죽고 싶지 않아. 죽는 게 무서워.
루비가 무서워하는 것은 죽음 자체보다 천국이 낯설 것이라는 점입니다. 앤은 신학이 아니라 일상으로 답합니다. 천국이 교회 같기만 한 곳은 아닐 것이라는 말은 루비를 위로하고, 장례 후 데이비의 질문에도 똑같이 쓰입니다.
But heaven won’t be like church—all the time,
하지만 천국은 늘 교회 같지만은 않을 거야.
죽음 뒤에 남은 것은 바늘이 꽂힌 채 끝나지 못한 자수 덮개입니다. 린드 부인은 이를 일반화합니다.
There’s always a piece of unfinished work left
끝내지 못한 일은 언제나 한 조각 남는 법이지.
앤은 돌아오는 길에 사소한 것만을 위해 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다짐이 이후 로이를 거절하는 순간에 다시 작동합니다.
10. 길버트 거절의 장면
제20장에서 앤은 공중누각을 짓다 길버트를 만납니다. 길버트의 고백은 간결하고 앤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앤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자 길버트는 우정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Friends! Your friendship can’t satisfy me, Anne.
친구라니! 네 우정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앤.
앤은 울고, 곧바로 들어온 필의 말이 아프게 박힙니다. 필은 이 책에서 가볍게 보이는 인물이지만 때때로 가장 정확한 진단을 합니다.
You don’t know love when you see it.
너는 사랑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해.
이때 앤의 반응은 사랑을 잃은 사람의 것이라기보다 익숙한 세계가 무너진 사람의 것으로 읽힙니다. 앤이 아파하는 것이 길버트 그 사람인지 그가 있던 자리인지는 앤 자신도 아직 구별하지 못합니다.
My world has tumbled into pieces.
내 세상이 산산이 무너졌어.
11. 자라는 값
이 책의 인물들은 자라는 일의 비용을 여러 목소리로 말합니다. 스무 번째 생일에 성격의 흠을 걱정하는 앤에게 제임시나 아주머니는 철학을 한 줄로 건넵니다.
Do your duty by God and your neighbor and yourself
하나님과 이웃과 자신에 대한 의무를 다하렴.
봄이 돌아온 초록 지붕 집에서 앤은 봄꽃을 보며 한 해를 책에 비유합니다.
The year is a book, isn't it, Marilla?
한 해는 한 권의 책이에요, 그렇죠, 마릴라 아주머니?
바닷가에서 열세 살 폴은 바위 사람들을 찾지 못합니다. 앤은 요정 나라를 잃는 것이 성장의 몫이라고 말해 줍니다.
You must pay the penalty of growing-up, Paul.
자라는 값을 치러야 해, 폴.
그 서글픔은 제28장에서 다이애나의 결혼을 앞둔 앤에게도 닿습니다.
that people have to grow up—and marry—and change!
사람이 자라야 하고, 결혼해야 하고, 변해야 한다는 것이!
12. 어제의 장미
볼링브로크의 낡은 노란 집은 이 책에서 앤이 처음으로 자기 뿌리를 만나는 곳입니다. 앤은 어머니의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말로 그 빈자리를 처음 드러냅니다.
I haven’t one thing that belonged to my mother,
저는 어머니의 물건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아요.
다락에서 나온 편지 묶음에는 지혜로운 문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의 글줄이 있을 뿐입니다. 그중 가장 달콤한 것은 어머니가 아기 앤을 자랑한 편지의 추신입니다.
I love her best when she is asleep and better still when she is awake,
잠들었을 때가 가장 사랑스럽고, 깨어 있을 때는 그보다 더 사랑스러워요.
이 문장 하나로 앤은 사랑받은 아이였음을 알게 됩니다. 『빨강 머리 앤』에서 "아무도 날 원한 적 없다"고 울던 아이가 여기서 한 가지 답을 얻습니다.
I’m not an orphan any longer.
나는 더 이상 고아가 아니야.
13. 웨이사이드의 늦은 사랑
스키너 부인의 이야기는 책 전체의 연애관을 가장 단순한 문장으로 말합니다. 부자 구혼자를 거절한 이유를 묻자 그는 진지한 얼굴로 답합니다.
Well, y’see, he didn’t love me,
글쎄, 있잖아, 그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았거든.
재닛 스위트와 존 더글러스의 사정은 더 쓰라립니다. 20년 동안 찾아오기만 하고 청혼은 없었던 일을 재닛은 이 말로 정리합니다. 장 제목에도 쓰인 표현입니다.
only just kept coming and coming.
그저 오고, 오고, 또 오기만 했다.
재닛은 마을의 오해를 감수합니다. 동정받는 것보다 비난받는 것이 낫다는 자존심은 우스꽝스럽고도 처연합니다.
I’d rather they’d blame me than pity me!
차라리 사람들이 날 동정하느니 탓하는 게 낫지!
진실은 더글러스 부인의 강요된 약속이었고, 재닛은 그 사실을 알자마자 모든 것을 용서합니다. 용서에 관한 재닛의 마지막 문장은 젊은 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It comes easier at forty than it did at twenty.
용서는 마흔에 하는 편이 스무 살에 하는 것보다 쉬워.
14. 왕자님과 난초
제25장에서 우산이 뒤집힌 앤에게 우산을 내미는 청년이 로이 가드너입니다. 잘생기고 부유하며 앤을 위해 장미를 보내는 그는 앤이 꿈꾸던 왕자와 같습니다. 그런데 제26장 리셉션에서 앤은 그가 보낸 난초에 대해 정확한 비유를 합니다.
Orchids are only things you can visit with.
난초는 잠깐 찾아가서 보는 꽃일 뿐이야.
필은 이 시기에 가장 행복한 쪽입니다. 요나스의 청혼을 받은 필은 자신이 목사 부인으로서 맡을 몫을 이렇게 가볍고도 진지하게 말합니다.
I’ll be Jo’s little candlestick.
나는 조의 작은 촛대가 될 거야.
앤은 로이를 사랑한다고 답하면서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습니다. 제38장 정자에서 "예"를 입에 올리려는 순간 앤은 낭떠러지 앞에서 물러납니다. 로이를 거절한 이유를 앤은 이렇게 설명하고, 자신의 마음이 믿을 수 없다는 점도 함께 고백합니다.
I want some one who belongs in my life.
내 삶에 속해 있는 사람을 원해.
my mind changes and then I have to get acquainted with it
내 마음이 바뀌면 나는 그 마음과 다시 알아 가야 해.
필의 위로는 이 책의 현실주의를 요약합니다.
Oh, Anne, things are so mixed-up in real life.
아, 앤, 현실에서는 모든 게 이렇게 뒤엉켜 있어.
15. 졸업과 유머
제36장의 가드너 집안 방문은 이 책에서 가장 잘 짜인 소극입니다. 앤은 바닥에서 고양이와 놀고, 프리실라는 케이크를 쿠션 밑에 숨기고, 앨라인은 하필 그 쿠션에 앉아 떠나지 않습니다. 앤은 위층에서 울고 싶다가 대신 웃습니다. 이 웃음은 제37장 졸업 시험 직전의 대화에서 철학이 됩니다. 필이 전하는 우들리 교수의 말입니다.
Humor is the spiciest condiment in the feast of existence.
유머는 삶이라는 잔치에서 가장 맛있는 양념이다.
필이 "시험 보기(examinating)"라는 새 단어를 만들자 앤은 짧게 답합니다. 시험 앞에서도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4년을 지나온 이들의 표정입니다.
Words aren’t made—they grow,
말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라는 거야.
그러나 졸업식의 앤은 웃지 못합니다. 로이의 제비꽃 대신 길버트가 보낸 은방울꽃을 든 이유를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하고, 졸업의 기억은 정체 모를 쓰라린 아픔으로 남습니다. 그날 밤 무도회에서 길버트와 크리스틴의 약혼 소문을 들은 앤은 선물받은 목걸이를 끊어 버리고 누구보다 명랑하게 춤춥니다. 웃음이 감정을 막는 마지막 방패로 쓰이는 장면입니다.
16. 계시의 밤
제40장에서 앤은 폭풍 속에서 밤을 새우며 자기 마음을 알게 됩니다. 그전에 에코 롯지에서 만난 폴과 앤의 관계는 책 전체의 결론을 미리 말해 줍니다.
Kindred spirits alone do not change with changing years.
마음이 통하는 사람만이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데이비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뒤집습니다. 길버트가 죽어 간다는 말을 들은 앤은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올라갑니다. 서술은 그 밤에 앤이 알게 된 사실을 직접 적습니다.
She loved Gilbert—had always loved him!
앤은 길버트를 사랑했다. 줄곧 사랑해 왔다!
새벽에 앤이 만난 사람은 휘파람을 불며 오던 파시피크 뷰트입니다. 사투리로 전해진 소식이 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처럼 들립니다.
He got de turn las’ night.
그 사람 어젯밤에 고비를 넘겼대요.
그 아침 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성서의 한 구절입니다. 밤새 울음이 있어도 아침에는 기쁨이 온다는 말은 이 장을 닫는 말이자 이 책의 전환점입니다.
Weeping may endure for a night but joy cometh in the morning.
밤새 울음이 있을 수는 있으나 아침에는 기쁨이 온다.
17. 사랑이 시간의 유리잔을 들다
마지막 장에서 앤은 길버트와의 우정이 달라졌음을 이렇게 느낍니다. 우정이 나쁜 것이 아니라 사랑 앞에서 향기가 옅어졌다는 뜻입니다.
The rose of love made the blossom of friendship pale and scentless by contrast.
사랑의 장미 앞에서 우정의 꽃은 빛이 바래고 향기도 잃었다.
헤스터 그레이의 정원에서 길버트가 그리는 미래는 화려하지 않고 구체적입니다. 난롯불, 고양이와 개, 친구들의 발소리, 그리고 앤입니다.
I dream of a home with a hearth-fire in it, a cat and dog
나는 난롯불이 타고 고양이와 개가 있는 집을 꿈꿔.
길버트는 석판 사건을 기억하며 오랜 사랑을 고백하고, 앤은 이 하루에 이름을 붙입니다.
I’ve loved you ever since that day you broke your slate
네가 석판을 깨뜨리던 그날부터 나는 널 사랑해 왔어.
It’s the birthday of our happiness,
오늘은 우리 행복의 생일이에요.
3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화려한 삶은 줄 수 없다는 길버트에게 앤은 상상력의 여지를 이유로 듭니다. 앤의 마지막 말은 이 책의 첫 장에서 이별의 한 주를 즐기자고 하던 앤과 이어져, 기다림마저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결론이 됩니다.
I don’t want sunbursts and marble halls.
나는 눈부신 보석이나 대리석 홀을 원하지 않아요.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섬의 앤』은 41장이지만 장마다 사건이 하나씩 끝나서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1장(다리 위의 달빛), 4장(묘지에서 필을 만나다), 13장(데이비의 하루), 14장(루비의 달밤), 20장(길버트의 고백)을 먼저 읽고, 어느 정도 흐름을 잡았다면 21장(어머니의 편지), 33~34장(재닛과 존), 38장(항구 정자), 40~41장(폭풍의 밤과 정원)을 이어 읽어 보세요. 이 책은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연애가 어떻게 어긋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청혼들이 모두 웃음과 쓸쓸함이 섞인 채 끝나기에 마지막 장의 해결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빨강 머리 앤』에서 시작한 독자라면 앤이 말을 이용해 감정을 피하던 습관이 이 책에서 어떻게 시험받는지 따라가 보면 좋습니다. 『에이번리의 앤』에서 만난 린드 부인, 마릴라, 데이비와 도라가 계속 등장하므로, 연작으로 읽을 때 가장 큰 재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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