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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602년경 집필

Troilus and Cressida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

칠 년째 이어지는 트로이 전쟁의 한가운데서, 포로 교환 한 번으로 찢어지는 연인과 허영과 계략 속에서 빛이 바래는 영웅들의 명예를 그린 희곡

Take but degree away, untune that string,

위계를 걷어 내 보라, 그 현의 조율을 풀어 보라.

Words, words, mere words, no matter from the heart;

말, 말, 한낱 말일 뿐,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한눈에 보기

트로이의 막내 왕자 트로일루스는 크레시다를 사랑하지만 숙부 판다루스의 중개 없이는 다가갈 수 없다. 한편 그리스 진영에서는 율리시스가 질서를 흔드는 아킬레스의 자만을 꺾을 계략을 짜고, 트로이 궁정에서는 헬렌을 돌려줄지를 두고 헥토르와 트로일루스가 맞선다. 과수원에서 서로 영원한 진실을 맹세한 연인은 이튿날 새벽 크레시다를 안테노르와 맞바꾸는 합의 때문에 갈라선다. 그리스 진영에 도착한 크레시다는 디오메데스에게 기울고, 몰래 지켜보던 트로일루스는 무너진다. 전투가 재개된 날 아킬레스는 무장을 벗은 헥토르를 쓰러뜨리고, 트로일루스는 복수를 다짐하며 판다루스를 내친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호메로스 『일리아스』 (The Iliad)
  • 호메로스 『오디세이』 (The Odyssey)
  •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한 권 요점

Troilus and Cressida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는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으로, 1602년경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에 태어나 161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비극과 희극 어느 쪽으로도 깔끔하게 분류되지 않아 흔히 '문제극'으로 불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대는 트로이와 그 앞에 진을 친 그리스 진영이며, 프롤로그가 먼저 나와 이야기가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한가운데서 출발한다고 알립니다. 이어지는 다섯 막에서 두 갈래의 이야기가 엮입니다. 하나는 트로일루스와 크레시다의 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아킬레스와 아약스, 헥토르가 얽힌 명예의 싸움입니다. 사랑은 거래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명예는 계략과 허영에 갉아먹힙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말을 아름답게 하는 만큼, 말과 행동 사이의 거리가 이 극의 주제가 됩니다.

줄거리

프롤로그와 제1막: 중간에서 시작하는 전쟁

무장한 프롤로그가 등장해 왕관을 쓴 예순아홉 명의 그리스 군주가 아테네 항구에서 배를 띄워 트로이를 약탈하러 왔다고 말합니다. 메넬라우스의 왕비 헬렌이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에 있고, 그것이 다툼의 이유입니다. 연극은 전쟁의 첫머리를 건너뛰고 한가운데서 시작하며,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그저 전쟁의 운이라고 덧붙입니다. 제1막 제1장에서 트로일루스는 갑옷을 벗고 싶어 합니다. 성 안에서 이미 크레시다에 대한 사랑으로 잔혹한 싸움을 하고 있는데 성 밖에서 싸울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크레시다의 숙부 판다루스는 밀가루가 빵이 되려면 빻고 체질하고 발효하고 굽고 식히는 때를 모두 기다려야 한다며 짐짓 발을 빼고, 트로일루스는 판다루스를 거치지 않고는 크레시다에게 갈 수 없는 처지를 한탄합니다. 때마침 아이네아스가 파리스가 메넬라우스에게 다쳐 돌아왔다고 전하자 트로일루스는 비꼬는 말을 던지고 전장으로 향합니다.

제2장에서 크레시다는 하인 알렉산더에게서 헥토르가 오늘 화가 나 일찍 출정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트로이의 핏줄을 이었다는 그리스의 아약스에게 전날 쓰러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판다루스가 와서 트로일루스가 헥토르보다 낫다고 치켜세우는 가운데 전장에서 돌아오는 트로이 장수들이 지나가고, 판다루스는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름을 댑니다. 트로일루스가 마지막으로 지나가자 판다루스는 그가 아가멤논과 그리스 전체보다 낫다고 열을 올립니다. 심부름하는 소년이 트로일루스가 부른다고 전해 판다루스가 떠나자, 크레시다는 혼자 남아 속마음을 밝힙니다. 트로일루스에게서 숙부의 칭찬보다 천 배는 더 많은 것을 보지만, 얻고 나면 끝나는 것이 사랑이라는 이치를 알기에 마음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제3장은 그리스 진영입니다. 아가멤논은 칠 년이 지나도록 트로이 성벽이 서 있는 것은 신이 사람의 끈기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달래고, 네스터는 폭풍이 와야 배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율리시스는 위계(degree)가 흔들려 장수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이 병의 뿌리라고 길게 연설합니다. 그가 짚는 원인은 아킬레스입니다. 아킬레스는 천막에 누워 파트로클로스와 함께 아가멤논과 네스터의 말투를 흉내 내며 비웃고 있고, 아약스도 그를 따라 오만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때 아이네아스가 헥토르의 도전장을 들고 옵니다. 연인이 있는 그리스의 기사가 있다면 자기 연인이 더 아름답고 정숙하다는 것을 겨뤄 보이라는 내용입니다. 아가멤논이 받아들이자 율리시스는 네스터에게 계략을 설명합니다. 도전은 사실상 아킬레스를 겨냥했으니 제비뽑기를 꾸며 어리석은 아약스가 뽑히게 하고, 아약스를 한껏 띄워 아킬레스의 콧대를 꺾자는 것입니다.

제2막: 헬렌을 돌려줄 것인가

제1장에서 아약스는 포고문의 내용을 알아 오라는 명령에 대꾸 대신 독설을 늘어놓는 테르시테스를 때립니다. 테르시테스는 맞으면서도 아약스의 머리가 팔꿈치만큼도 못하다고 비웃고, 말리러 온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로스에게도 독설을 퍼붓고는 떠납니다. 아킬레스는 헥토르가 내일 아침 기사를 불러낼 것이며 제비뽑기로 정한다는 소식을 흘려듣습니다. 제2장은 트로이 궁정의 회의입니다. 프리아모스는 그리스가 헬렌을 돌려주면 모든 손해를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한 제안을 전하고, 헥토르는 이 싸움에서 이미 너무 많은 목숨이 사라졌으니 헬렌을 돌려보내자고 말합니다. 트로일루스는 왕의 명예를 저울에 올려 이해득실로 따지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사제인 헬레누스가 이성을 들먹이자 이성은 위험 앞에서 도망칠 핑계일 뿐이라고 맞받습니다. 헥토르는 어떤 것의 가치는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그 자체에 있다고 반박하지만, 트로일루스는 파리스를 보낸 것은 모두의 찬성이었다고 상기시킵니다. 무대 밖에서 카산드라가 울부짖으며 들어와 트로이가 불타리라고 예언하고, 파리스는 형제들의 찬성이 있었기에 용기를 낸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헥토르는 두 젊은이의 말이 뜨거운 피에서 나온 것일 뿐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자연과 국가의 법으로는 헬렌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곧바로 마음을 바꿔 가문의 명예가 걸려 있으니 헬렌을 지키자고 말하고, 그리스에 도전장을 보냈다고 알립니다.

제3장에서 홀로 남은 테르시테스는 아약스와 아킬레스를 저주하고, 이 전쟁의 이유가 결국 부정한 여자와 오쟁이 진 남자일 뿐이라고 투덜댑니다. 아킬레스는 파트로클로스, 테르시테스와 농담을 주고받다가 아가멤논 일행이 찾아오자 천막으로 숨어 버립니다. 아가멤논은 그를 불러내려 하나 아킬레스는 몸이 불편하다는 전갈로 물리칩니다. 율리시스가 아킬레스를 직접 달래겠다고 들어가 보지만 돌아와서는 아킬레스가 내일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합니다. 그러자 아약스가 가서 만나겠다고 하고, 율리시스는 일부러 말려서 오히려 아약스의 자부심을 부풀립니다. 아약스는 자기가 가면 그 오만을 꺾어 놓겠다고 큰소리치고, 율리시스는 은근히 아약스를 치켜세운 다음 곁에서 네스터, 디오메데스와 방백으로 호응합니다. 아가멤논은 회의를 소집하며 아킬레스는 잠들어 있게 두라고 말합니다.

제3막: 과수원의 밤, 포로 교환의 거래

제1장에서 판다루스는 파리스와 헬렌을 찾아 트로일루스가 오늘 저녁 왕의 식탁에 나오지 못한다고 둘러대 달라고 부탁하고, 헬렌은 노래를 청해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을 듣습니다. 제2장은 판다루스의 과수원입니다. 트로일루스는 기대에 들떠 어지럽다고 말하고, 판다루스가 부끄러워하는 크레시다를 데려와 둘을 앞세우고 물러납니다. 트로일루스는 사랑의 괴물스러움이 의지는 끝이 없는데 행동은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고 말하며 자신은 말한 만큼 지킬 사람이라고 합니다. 크레시다는 오래도록 사랑해 왔다고 고백하고 곧바로 너무 많이 말했다고 후회합니다. 둘은 서로의 진실을 겨루듯 맹세합니다. 트로일루스는 앞으로 진실을 말할 때 "트로일루스처럼 진실한"이 비유의 끝을 장식하리라 하고, 크레시다는 자신이 변한다면 "크레시다처럼 거짓된"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도 좋다고 맹세합니다. 판다루스는 증인으로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앞으로 중매인은 판다루스, 신실한 남자는 트로일루스, 변심한 여자는 크레시다로 불리게 하라고 농담한 뒤 둘을 침실로 들여보냅니다.

제3장에서 칼카스는 예언자의 몸으로 트로이를 떠나 그리스 편에 선 대가로 보상을 요구합니다. 어제 포로가 된 트로이의 장수 안테노르를 트로이는 귀하게 여기니, 그와 자기 딸 크레시다를 맞바꾸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아가멤논은 디오메데스를 보내 크레시다를 데려오게 하고, 헥토르의 도전에는 아약스가 준비되어 있다고 전하라고 합니다. 한편 율리시스는 아킬레스가 천막 어귀에 서 있을 때 장수들이 일부러 차갑게 지나치도록 연출합니다. 아킬레스는 서먹한 인사를 받고 의아해하고, 율리시스는 책을 읽는 척 다가와 사람은 남이 알아줘야 자기 가치를 안다는 글을 읽어 줍니다. 그러고는 시간의 전대에는 잊힌 공로가 쌓여 가고 사람들은 새것을 좇으니 쉬지 말고 나아가라고 설득합니다. 이제 그리스인들이 아약스를 우러르기 시작했다는 말도 덧붙이며, 아킬레스가 프리아모스의 딸 폴릭세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짚습니다. 율리시스가 떠나자 파트로클로스도 그만 일어나라고 부추깁니다. 아킬레스는 테르시테스를 보내 아약스를 만나겠다고 하고, 테르시테스는 아약스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이 사람은 이제 자신을 아가멤논으로 착각하는 지경이라고 놀립니다. 아킬레스는 헥토르를 천막으로 초대할 마음을 굳힙니다.

제4막: 새벽의 이별, 그리스 진영의 결투

제1장 새벽 거리에서 아이네아스는 트로이에 와 있던 디오메데스와 마주쳐 화해 같은 적의를 나누고, 파리스는 그에게 헬렌의 소유자로 메넬라우스와 자신 중 누가 더 마땅하냐고 묻습니다. 디오메데스는 둘 다 같다고 쏘아붙이며 헬렌 한 사람 때문에 수많은 그리스인과 트로이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제2장에서 침실을 나서는 트로일루스는 밤이 너무 짧았다고 아쉬워하고, 판다루스는 짓궂게 놀려 크레시다를 화나게 합니다. 이어 아이네아스가 들이닥쳐 크레시다를 곧 디오메데스에게 넘겨야 한다고 알립니다. 트로일루스는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낙담하며 자리를 떠납니다. 판다루스에게서 소식을 들은 크레시다는 가지 않겠다고, 아버지는 잊었고 트로일루스만이 가까운 사람이라고 울부짖습니다. 제3~4장에서 파리스는 서둘러 크레시다를 인도하라고 재촉하고, 트로일루스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찾아 시간의 도둑질 같은 이별을 한탄합니다. 그는 진실하라고 거듭 당부하면서도 그리스 청년들의 매력이 두려운 속내를 털어놓고, 크레시다는 그 불신에 상처받습니다. 둘은 소매와 장갑을 징표로 나눕니다. 이어 트로일루스는 디오메데스에게 그녀를 정중히 대하라고, 그러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고 경고하고, 디오메데스는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그녀의 값어치에 따라 대할 것이라고 대꾸합니다.

제5장은 그리스 진영의 결투장입니다. 아약스가 나팔을 불게 하는 사이 디오메데스가 크레시다를 데려오고, 장수들은 차례로 입을 맞추자고 합니다. 크레시다는 말솜씨로 응수하며 일부는 거절하지만, 율리시스는 그녀의 눈과 입술과 발이 모두 말하고 있다며 쉽게 허락하는 여자라고 단정합니다. 이윽고 헥토르가 트로이 장수들과 함께 나타나 아약스와 겨룹니다. 그러나 헥토르는 아약스가 자기 고모의 아들임을 떠올리며 싸움을 거두고 포옹합니다. 두 진영의 장수들이 환대하는 가운데 네스터는 헥토르를 오래 알아 왔음을 말하고, 아킬레스는 헥토르를 뜯어보듯 훑어보며 어느 부위를 쓰러뜨려야 하느냐고 중얼거립니다. 헥토르는 그런 질문에 답해 줄 수 없다며 내일 어디서든 쓰러뜨리겠다고 받아칩니다. 아킬레스는 내일은 적이지만 오늘 밤은 모두 친구라고 말합니다. 장수들이 아가멤논의 천막으로 향하자 트로일루스는 율리시스에게 칼카스의 천막으로 안내해 달라고 청합니다.

제5막 제1~2장: 아킬레스의 맹세, 크레시다의 배신

제1장에서 아킬레스는 오늘 밤 헥토르를 잔치로 대접하고 내일 죽이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헤쿠바 왕비의 편지와 딸 폴릭세나의 징표를 받자 마음이 바뀝니다. 그는 폴릭세나에게 한 서약을 어기지 않겠다며, 그리스인들이 쓰러지고 명성이 사라져도 이 맹세가 우선이라고 선언합니다. 테르시테스는 아가멤논과 메넬라우스를 싸잡아 욕한 뒤, 헥토르 일행이 횃불을 들고 지나가자 디오메데스를 뒤쫓습니다. 제2장에서 디오메데스는 칼카스의 천막에서 크레시다를 만나고, 트로일루스와 율리시스, 테르시테스가 어둠 속에서 이를 지켜봅니다. 크레시다는 디오메데스가 약속한 것을 해 달라고 조르자 맹세를 지키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하며 머뭇대고, 끝내 트로일루스의 소매를 징표로 내줍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되찾으려는 시늉을 하고 누구의 것이냐는 물음에 말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디오메데스는 내일 이것을 투구에 달겠다고 선언합니다. 크레시다는 혼자 남아 눈의 오류가 마음을 이끄는 것이 여자의 약점이라고 중얼거립니다. 트로일루스는 이 광경을 두고 이것은 크레시다이면서 크레시다가 아니라고 외치고, 사랑하는 만큼 디오메데스를 미워한다고 맹세합니다. 아이네아스가 헥토르가 무장하고 있다고 알리자 트로일루스는 자리를 뜹니다.

제5막 제3~7장: 헥토르의 마지막 아침

제3장에서 안드로마케는 불길한 꿈을 꾸었다며 헥토르에게 오늘은 싸우지 말라고 애원하고, 카산드라가 가세해 가지 말라고 간청합니다. 헥토르는 신들에게 맹세했다며 뿌리치고, 트로일루스에게는 오늘은 자신이 나서겠다고 말합니다. 트로일루스는 오히려 헥토르가 사로잡은 그리스인을 풀어 주는 자비를 비판하며 연민을 어머니 곁에 두고 가자고 외칩니다. 프리아모스도 아내와 딸의 꿈과 예언을 들어 말리지만, 헥토르는 그리스인들에게 한 약속을 어길 수 없다며 전장으로 나갑니다. 카산드라는 헥토르가 죽는 모습을 미리 외친 뒤 퇴장합니다. 판다루스가 크레시다의 편지를 전하자 트로일루스는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말뿐이라며 편지를 찢어 날려 버립니다. 제4장에서 테르시테스는 디오메데스가 트로일루스의 소매를 투구에 달고 있는 것을 보고 싸움을 지켜봅니다. 헥토르가 나타나 기사냐고 묻자 테르시테스는 자신이 비열한 놈이라고 시인하고, 헥토르는 그 말을 믿고 목숨을 살려 줍니다. 제5장에서 디오메데스는 하인에게 트로일루스의 말을 크레시다에게 선물로 바치라고 시킵니다. 아가멤논이 트로이 쪽의 맹위를 전하는 가운데 네스터는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아킬레스에게 옮기라고 합니다. 율리시스는 아킬레스가 울고 저주하며 복수를 다짐하며 무장하고 있다고 알립니다. 아약스도 트로일루스를 찾아 외치고 돌아다닙니다.

제6장에서 트로일루스는 디오메데스에게 말 값으로 목숨을 내놓으라고 덤비고, 아약스와 디오메데스가 서로 그를 차지하려 다투는 사이 두 그리스 장수와 한꺼번에 싸우러 나갑니다. 헥토르가 나타나자 아킬레스가 덤비려 하지만 헥토르가 숨을 고르게 해 달라고 하고, 아킬레스는 그의 정중함을 경멸한다며 지금은 몸이 쉬어 있으니 헥토르가 운이 좋은 줄 알라고 말하고 물러납니다. 아이네아스가 아약스에게 사로잡혔다는 소식에 트로일루스는 구하러 달려갑니다. 헥토르는 훌륭한 갑옷을 입은 그리스 병사를 발견해 뒤쫓습니다. 제7장에서 아킬레스는 미르미돈 부하들을 모아 헥토르를 찾으면 사방에서 에워싸라고 이르고, 헥토르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테르시테스는 프리아모스의 서자 마르가렐론과 마주쳐 자신도 서자라며 싸움을 피해 달아납니다.

제5막 제8~10장: 헥토르의 죽음과 판다루스의 작별

제8장에서 헥토르는 번듯한 갑옷이 주인의 목숨을 앗았다고 말하고, 칼을 쉬게 하며 무장을 풀고 숨을 돌립니다. 그때 아킬레스가 미르미돈 부하들과 나타나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가리키며 헥토르의 하루도 끝났다고 말합니다. 헥토르는 무장하지 않았으니 유리한 위치를 포기하라고 청하지만, 아킬레스는 부하들에게 쳐라, 이 사람이 내가 찾던 사내라고 외칩니다. 헥토르가 쓰러지자 아킬레스는 트로이도 이제 무너질 차례라며 헥토르의 시신을 말 꼬리에 묶어 들판을 끌고 가겠다고 합니다. 양군의 나팔이 후퇴를 알립니다. 제9장에서 그리스 장수들이 환호성에 놀라고, 아약스는 헥토르가 아킬레스만큼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말하며 자랑하지 말라고 합니다. 아가멤논은 이것이 정말이라면 트로이는 우리 것이고 전쟁도 끝난다고 기대합니다.

마지막 제10장에서 아이네아스와 파리스, 안테노르, 데이포보스가 들판에 남아 있을 때 트로일루스가 와서 헥토르가 죽었고 시신이 살해자의 말 꼬리에 매달려 끌려갔다고 전합니다. 그는 도망이 아니라 신들이 보내는 모든 위험에 맞서자고 말하며, 이 소식이 프리아모스를 돌처럼 굳게 하고 트로이를 제정신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탄식합니다. 그리고 그리스인 막사에 복수하겠다는 희망으로 슬픔을 감추고 트로이로 행진하자고 합니다. 판다루스가 따라오자 트로일루스는 중매쟁이 하인이라고 부르며 수치와 불명예가 평생 이름을 따라다니기를 바란다고 내칩니다. 홀로 남은 판다루스는 중개인이 어떻게 이렇게 푸대접받느냐며 한탄합니다. 그는 꿀벌의 노래 한 구절을 읊은 뒤 같은 업종의 형제자매들에게 두 달쯤 뒤에 유언을 남기겠다고 말하고 자기 병을 유산으로 물려주겠다는 농담으로 연극을 마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중간에서 시작하는 연극

프롤로그는 무장한 채 나와 자신이 작가의 펜이나 배우의 목소리를 믿고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연극이 전쟁의 시작을 건너뛴다는 선언이 곧 이 작품의 태도입니다.

Beginning in the middle; starting thence away,

중간에서 시작하여, 거기서부터 나아간다.

끝맺음도 약속하지 않습니다. 관객에게 좋아하든 흠을 잡든 마음대로 하라고 말한 뒤 이렇게 덧붙입니다.

Now good or bad, ’tis but the chance of war.

좋든 나쁘든, 그저 전쟁의 운일 뿐이다.

영웅 서사가 흔히 약속하는 시작과 승리의 틀을 처음부터 거부하는 셈입니다. 이 극에서 인물들은 칠 년의 피로 속에서 이미 지쳐 있고, 누가 옳은지는 마지막 장까지 판가름나지 않습니다.

2. 마음에 없는 전사 트로일루스

첫 장면에서 트로일루스는 싸우러 가야 할 사람이 갑옷을 벗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전쟁이 아니라 마음 안의 싸움입니다.

Why should I war without the walls of Troy

내가 왜 트로이 성벽 밖에서 싸워야 하는가.

그는 용맹하다고 알려진 왕자이면서도 스스로를 이렇게 낮춥니다.

But I am weaker than a woman’s tear,

하지만 나는 여자의 눈물보다 약하다.

판다루스는 그 조급함을 밀가루와 빵에 빗대어 놀립니다.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지만 익살맞게 장황합니다.

He that will have a cake out of the wheat must tarry the grinding.

밀로 빵을 얻으려는 자는 빻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트로일루스는 사랑이 오직 중개인을 거쳐야 하는 처지를 자각합니다.

I cannot come to Cressid but by Pandar;

판다루스를 거치지 않고는 크레시다에게 갈 수 없다.

사랑이 전쟁을 잊게 하는 도피처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똑같은 소모의 언어로 말해진다는 점이 이 극의 첫 불안입니다.

3. 크레시다의 계산

제1막 제2장의 크레시다는 로맨스의 여주인공보다 훨씬 영리하고 건조합니다. 하인이 아약스는 홀로 서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자 그녀는 곧바로 이렇게 받습니다.

So do all men, unless they are drunk, sick, or have no legs.

술 취했거나 병들었거나 다리가 없지 않다면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요.

숙부가 트로일루스를 칭찬하는 사이 그녀는 속마음을 감추지만, 혼자가 되면 사랑의 구조를 정확히 분석합니다.

Things won are done; joy’s soul lies in the doing.

얻은 것은 끝난 것이다. 기쁨의 영혼은 얻으려는 일 속에 있다.

Men prize the thing ungain’d more than it is.

남자들은 얻지 못한 것을 실제 값어치보다 높이 친다.

그녀가 거리를 두는 이유는 변덕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그러나 이 계산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제5막에서 거꾸로 시험됩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이 알던 이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으로 드러납니다.

4. 위계의 연설

율리시스의 긴 연설은 이 극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대목입니다. 하늘의 별과 나라와 가정이 모두 질서(degree) 위에 서 있다고 말한 뒤 그것을 현악기에 빗댑니다.

Take but degree away, untune that string,

위계를 걷어 내 보라, 그 현의 조율을 풀어 보라.

And hark what discord follows!

그리고 어떤 불협화가 뒤따르는지 들어 보라!

질서가 무너지면 욕망이 모든 것을 삼킨다는 경고도 이어집니다.

And appetite, an universal wolf,

그리고 욕망은 온 세상을 먹어 치우는 늑대가 되어.

그가 내린 결론은 그리스의 약점이 곧 트로이가 서 있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Troy in our weakness stands, not in her strength.

트로이는 자기 힘이 아니라 우리의 약함 위에 서 있다.

앞서 네스터가 폭풍이 와야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말한 대목도 짝을 이룹니다.

In the reproof of chance Lies the true proof of men.

운이 꾸짖는 가운데 사람의 참된 증명이 있다.

그런데 이 연설을 한 율리시스 자신이 곧 계략과 연출로 사람들의 자만을 부리는 인물이 됩니다. 질서를 예찬하는 말과 질서를 이용하는 행동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이 이 극의 아이러니입니다.

5. 자만을 부추겨 자만을 꺾다

율리시스와 네스터의 계획은 간단합니다. 아킬레스 대신 아약스를 헥토르와 겨루게 해 둘을 맞붙이는 것입니다.

Ajax employ’d plucks down Achilles’ plumes.

아약스가 나서면 아킬레스의 깃털이 뽑힌다.

Two curs shall tame each other: pride alone

두 마리 개가 서로를 길들일 것이다. 오직 자만만이

아가멤논이 아약스에게 교훈처럼 말하는 구절이 우습게도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을 가리킵니다.

He that is proud eats up himself.

자만하는 자는 스스로를 먹어 치운다.

아약스는 자만을 증오한다고 단언하면서 한껏 부풀려집니다.

I do hate a proud man as I do hate the engend’ring of toads.

나는 자만하는 인간이 두꺼비 번식만큼이나 싫다.

이 대사에 옆에서 네스터가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은 사랑하지 않나, 이상한 일이다"라고 방백하는 장면은 이 극의 희극적 감각을 보여 줍니다. 칭찬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일은 쉽지만 그 대가는 결과에서 확인됩니다.

6. 테르시테스의 독설

테르시테스는 모든 사람을 욕하는 그리스 병사입니다. 아약스에게 얻어맞은 뒤에도 입을 닫지 않고, 아킬레스 앞에서 한마디로 그를 깎아내립니다.

Ay, but that fool knows not himself.

그렇지만 그 바보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해요.

그는 지휘 체계를 말장난으로 풀어 헤칩니다.

Agamemnon is a fool to offer to command Achilles;

아가멤논은 아킬레스를 지휘하려 드는 바보다.

그가 막판에 전쟁 전체에 내리는 판결은 짧고 쓰라립니다.

Still wars and lechery!

언제나 전쟁과 음욕뿐이다!

Nothing else holds fashion.

다른 것은 유행하지도 않는다.

그의 독설은 지나치고 불쾌하지만, 위대한 명분을 입에 올리는 영웅들 곁에서 아무도 하지 못하는 말을 대신합니다. 이 극에서 광대의 역할은 웃음이 아니라 환멸의 목소리입니다.

7. 헬렌의 값과 카산드라의 외침

트로이 궁정 회의에서 헥토르는 이성적인 말부터 꺼냅니다.

Let Helen go.

헬렌을 보내라.

트로일루스는 값이란 매기는 대로의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What’s aught but as ’tis valued?

매긴 값이 아니고서야 무엇이 값어치란 말인가?

헥토르는 가치가 평가하는 사람의 의지에만 있지 않다고 맞섭니다.

But value dwells not in particular will:

하지만 가치는 개인의 의지 속에 깃들지 않는다.

트로일루스는 헬렌의 이름을 천 척의 배에 비유하며 영광을 주장하고, 이 장면의 마지막에 카산드라가 절규하며 들어옵니다.

Whose price hath launch’d above a thousand ships,

그 값어치가 천 척이 넘는 배를 띄웠다.

Our firebrand brother, Paris, burns us all.

우리의 횃불 같은 형제 파리스가 우리 모두를 태운다.

헥토르는 도리와 법에 따르면 돌려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놓고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In doing wrong extenuates not wrong,

잘못을 계속한다고 잘못이 가벼워지지는 않고,

그러나 곧이어 "그래도 헬렌을 지키자"고 선언합니다. 가장 옳게 말한 사람이 가장 허무하게 방향을 바꾸는 이 장면은 이후 헥토르의 운명을 예고합니다. 이성이 명예 앞에서 무릎 꿇는 순간입니다.

8. 과수원의 밤

제3막의 사랑 장면은 길지 않고 어색함과 설렘이 뒤섞여 있습니다. 트로일루스는 만남 직전에 현기증을 느낍니다.

I am giddy; expectation whirls me round.

어지럽다. 기대가 나를 빙빙 돌린다.

그는 사랑에서 가장 괴물 같은 점이 말과 행동의 불균형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러니하게 이 자기 진단은 극 전체의 주제와 같습니다.

the will is infinite, and the execution confin’d

의지는 끝이 없는데 실행은 한계에 갇혀 있다.

크레시다는 용기를 내어 고백하다 곧 후회하며 뒤로 물러서려 합니다.

Prince Troilus, I have lov’d you night and day

트로일루스 왕자님, 저는 밤낮으로 당신을 사랑했어요.

Hard to seem won; but I was won, my lord,

넘어간 것처럼 보이기는 어려웠지만, 저는 이미 넘어갔어요, 왕자님.

그녀는 앞서 감춘 자신의 계산을 스스로 무너뜨립니다. 이 순간의 솔직함 때문에 뒤의 사건이 더 아프게 읽힙니다.

9. 이름이 된 맹세

둘은 서로의 진실을 앞다투어 말합니다. 트로일루스는 앞으로 연인들이 진실을 말할 때 자기 이름을 쓸 것이라고 말합니다.

‘As true as Troilus’ shall crown up the verse

'트로일루스처럼 진실한'이 시구를 마무리하리라.

크레시다는 자신이 변한다면 시간이 지나 도시가 지워진 뒤에도 사람들이 자기를 비웃어도 좋다고 맹세합니다.

‘As false as Cressid.’

'크레시다처럼 거짓된.'

판다루스는 증인을 자처하며 이름이 말이 될 때의 무게를 장난처럼 선언합니다.

let all constant men be Troiluses, all false women Cressids

변함없는 남자는 모두 트로일루스로, 변덕스러운 여자는 모두 크레시다로 불러라.

영어의 'pander'(뚜쟁이질하다)라는 말이 판다루스의 이름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그 이름이 일종의 예언처럼 쓰입니다. 맹세는 곧 현실의 틀이 되고, 두 사람은 자기들이 말한 이름 그대로를 향해 걸어갑니다.

10. 이별과 징표

새벽에 크레시다의 교환이 통보되자 그녀는 곧바로 거부합니다.

I will not go from Troy.

저는 트로이를 떠나지 않겠어요.

트로일루스는 이별의 시간을 도둑에 빗대어 한탄합니다.

As many farewells as be stars in heaven,

하늘의 별만큼 많은 작별 인사를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되풀이하는 말은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당부입니다.

Be thou but true of heart.

그저 마음에 진실하기만 하오.

크레시다는 상처받은 목소리로 "또 진실하라니요"라고 되받습니다. 징표를 주고받는 장면은 짧습니다.

Wear this sleeve.

이 소매를 지니시오.

And you this glove.

당신은 이 장갑을요.

트로일루스가 그리스 청년들의 매력을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가 믿음을 요구하면 할수록 그 믿음은 시험대에 오릅니다. 소매는 제5막에서 다시 나타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결정합니다.

11. 결투장의 포옹과 아킬레스의 시선

헥토르와 아약스는 싸움을 시작하지만 헥토르가 일찍 멈춥니다.

The obligation of our blood forbids

우리 핏줄의 의무가 허락하지 않는다.

Let me embrace thee, Ajax.

아약스, 내가 너를 안아 보자.

핏줄이 전쟁을 멈추게 하는 이 장면은 기사도적 환대의 절정입니다. 그러나 곧 아킬레스가 나서 헥토르를 훑어봅니다.

in which part of his body Shall I destroy him?

그의 몸 어느 부위를 내가 무너뜨릴까?

헥토르는 이를 신들에게 물을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고 이렇게 응수합니다.

I’ll kill thee everywhere, yea, o’er and o’er.

어디든, 몇 번이든 너를 죽이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하룻밤 잔치로 덮입니다.

Tonight all friends.

오늘 밤은 모두 친구다.

아킬레스의 시선은 포옹 속에서 이미 사냥꾼의 눈이며, 헥토르의 정중함과 대조되어 제5막의 비극을 예비합니다.

12. 그리스 진영의 크레시다

크레시다가 그리스 진영에 도착하자 장수들이 줄지어 인사 입맞춤을 청합니다. 그녀는 말로 응수하며 거절할 것은 거절합니다.

In kissing, do you render or receive?

입맞춤에서 당신은 주는 쪽인가요, 받는 쪽인가요?

You are an odd man; give even or give none.

당신은 홀수 남자군요. 짝수로 주든지 아예 주지 마세요.

그러나 율리시스의 평결은 이렇습니다.

There’s language in her eye, her cheek, her lip,

그녀의 눈과 뺨과 입술에 말이 있다.

같은 장면을 두고 크레시다의 재치로 읽을지 율리시스의 낙인으로 읽을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어느 쪽으로 읽든 이 장면은 한 여성이 여러 남자의 시선 속에서 하나의 표본으로 해석되는 순간을 날카롭게 보여 줍니다. 극은 그 판단이 틀렸다고도 맞았다고도 곧바로 말해 주지 않습니다.

13. 시간의 전대와 아킬레스의 맹세

율리시스가 아킬레스를 설득하는 대사는 이 극의 또 다른 명연설입니다. 그는 시간을 구걸 주머니를 등에 진 자에 빗댑니다.

Time hath, my lord, a wallet at his back,

시간은 등에 전대를 하나 메고 있소.

Perseverance, dear my lord, Keeps honour bright.

끈기가, 존경하는 이여, 명예를 빛나게 합니다.

사람이 새것을 좇는 이유도 말합니다.

One touch of nature makes the whole world kin

자연의 한 가닥이 온 세상을 한 가족으로 만든다.

아킬레스는 흔들려 이렇게 되묻습니다.

What, are my deeds forgot?

내 공적이 벌써 잊혔단 말인가?

그러나 그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율리시스의 설득이 아니라 폴릭세나에게서 온 편지와 징표입니다.

My major vow lies here, this I’ll obey.

내 더 큰 맹세는 여기에 있고, 나는 그것을 따르겠다.

이 극에서는 영웅이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하나 때문에 움직이거나 멈춥니다. 그리스 진영의 정교한 계략이 이 한 통의 편지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도 아이러니입니다.

14. 지켜보는 눈 앞의 배신

제5막 제2장은 장면 안에 여러 겹의 관객이 있습니다. 디오메데스와 크레시다가 대화하고, 그것을 트로일루스와 율리시스, 다시 그 뒤에서 테르시테스가 지켜봅니다. 크레시다는 약속을 요구하는 디오메데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I prithee, do not hold me to mine oath;

부탁이니 내 맹세를 지키라고 붙들지 마세요.

숨어 있던 트로일루스는 간신히 자신을 누릅니다.

Hold, patience!

참아라, 인내여!

I am all patience.

나는 온통 인내일 뿐이다.

떠나는 디오메데스 뒤에서 혼자 남은 크레시다는 트로일루스를 향해 마지막 말을 합니다.

Troilus, farewell! One eye yet looks on thee;

트로일루스, 안녕! 한쪽 눈은 아직 당신을 바라보지만,

Minds sway’d by eyes are full of turpitude.

눈에 휘둘리는 마음은 비열함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마지막 독백은 변명이면서 자기 진단입니다. 이 장면에서 크레시다가 정말 마음을 바꾼 것인지, 강요된 처지에서 살아남으려는 것인지는 해석이 갈립니다. 확실한 것은 그녀가 소매를 내주었고, 그 소매가 트로일루스의 눈앞에서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15. 이것은 크레시다이면서 크레시다가 아니다

장면이 끝난 뒤 트로일루스는 자기가 본 것을 믿지 못합니다.

That doth invert th’attest of eyes and ears;

그것은 눈과 귀의 증언을 뒤집는다.

그는 율리시스가 방금 여기 있었다고 단언하자 이렇게 맞섭니다.

This she? No; this is Diomed’s Cressida.

이 여자라고? 아니다. 이건 디오메데스의 크레시다다.

This is, and is not, Cressid.

이것은 크레시다이면서, 크레시다가 아니다.

이어 그는 사랑하던 이만큼 같은 무게로 디오메데스를 미워하겠다고 맹세하고, 분노를 터뜨립니다.

O Cressid! O false Cressid! false, false, false!

오 크레시다! 오 거짓된 크레시다! 거짓, 거짓, 거짓!

트로일루스의 괴로움은 자기가 만든 이상화된 연인과 눈앞의 현실 사이의 균열입니다. 다만 그는 이 장면에서 자기가 새벽에 크레시다에게 했던 의심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사랑이 무너지는 모습이 이처럼 철학적 모순으로 말해지는 점이 이 극의 독특한 쓴맛입니다.

16. 헥토르의 마지막 아침과 죽음

제5막 제3장에서 안드로마케는 간곡히 가로막습니다.

Unarm, unarm, and do not fight today.

갑옷을 벗어요, 벗어요, 오늘은 싸우지 말아요.

헥토르는 명예를 목숨보다 위에 둡니다.

Holds honour far more precious dear than life.

명예를 목숨보다 훨씬 소중히 여긴다.

트로일루스는 오히려 형의 관대함을 못마땅해합니다.

Brother, you have a vice of mercy in you,

형님에게는 자비라는 악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비가 이 극의 끝에서 헥토르에게 돌아옵니다. 쉬고 있던 헥토르는 무장하지 않은 채 아킬레스와 미르미돈들을 마주합니다.

I am unarm’d; forego this vantage, Greek.

나는 무장하지 않았다. 이 유리함을 포기하라, 그리스인이여.

Strike, fellows, strike; this is the man I seek.

쳐라, 얘들아, 쳐라. 이 사람이 내가 찾던 자다.

그리고 아킬레스는 시신을 말 꼬리에 묶으라 명합니다. 아킬레스는 앞서 헥토르가 정중히 숨을 고르게 해 주었던 것을 경멸한다고 했던 사람입니다. 한쪽은 도리를 따르다 죽고 다른 쪽은 이기기 위해 도리를 버립니다. 영웅 서사의 이상이 가장 정면으로 부서지는 장면입니다.

17. 남겨진 자들

헥토르의 죽음이 전해지자 트로일루스는 슬픔을 복수의 희망으로 덮자고 말합니다.

Hector is dead; there is no more to say.

헥토르는 죽었다. 더 할 말은 없다.

Hope of revenge shall hide our inward woe.

복수의 희망이 우리 안의 슬픔을 감추리라.

그러다 따라온 판다루스에게는 차가운 저주를 던집니다.

Ignominy and shame Pursue thy life, and live aye with thy name!

치욕과 수치가 네 삶을 쫓고 영원히 네 이름과 함께 살리라!

마지막은 판다루스 혼자의 독백입니다. 그는 자기가 한 일을 하찮은 헌신으로 내세우다 노래로 마무리합니다.

Thus is the poor agent despis’d!

가엾은 중개인은 이렇게 멸시받는구나!

Full merrily the humble-bee doth sing

꿀벌은 더없이 즐겁게 노래한다.

극은 영웅의 죽음이나 연인의 화해로 끝나지 않고, 중개인의 푸념과 농담으로 막을 내립니다. 비극적 장면 뒤에 오는 이 능청스러운 어조가 작품을 어느 장르에도 맡기지 않는 마지막 서명입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트로일루스와 크레시다』는 프롤로그와 다섯 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반부는 설전과 계략이, 후반부는 사랑의 파탄과 전투가 중심입니다. 처음이라면 프롤로그, 제1막 제3장의 위계 연설, 제2막 제2장의 트로이 회의를 먼저 읽어 보세요. 그다음 제3막 제2장(과수원), 제4막 제4장(이별), 제5막 제2장(배신)을 이어 읽으면 연인의 이야기가 한 줄로 보입니다. 제5막 후반의 전투 장면은 짧은 장면이 연달아 이어지므로 헥토르의 동선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습니다. 인물이 많고 말이 화려해서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판다루스와 테르시테스의 입담이 긴장을 풀어 줍니다. 한 번 읽은 뒤 다시 읽으면 트로일루스의 맹세와 율리시스의 연설이 그 뒤의 사건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가 또렷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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