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98년 출간
The Tragedy of the Korosko
코로스코 호의 비극
1895년 나일강 상류, 유람선 관광객 아홉 명이 아부시르 바위에서 데르비시 습격대에 붙잡혀 사막으로 끌려가며 두려움과 믿음, 사랑과 자존심을 시험받는 이야기
Pain is better than stagnation.
고통이 정체보다 낫습니다.
Why is the ripe fruit picked, and the unripe left?
왜 익은 열매는 따 가고 덜 익은 열매는 남겨 두는 걸까요?
한눈에 보기
1895년 2월, 증기 유람선 코로스코호는 셸랄을 떠나 와디 하이파로 올라간다. 승객은 영국 퇴역 대령 코크란, 젊은 외교관 세실 브라운, 하버드 출신 헤딩리, 보스턴의 아담스 양과 조카 세이디, 프랑스인 파르데, 아일랜드의 명사수 벨몬트 부부, 버밍엄의 목사 스튜어트, 맨체스터의 변호사 스티븐스다. 앞쪽은 데르비시를 두고 벌이는 한가한 정치 논쟁과 아부시르 바위 소풍, 갑작스러운 습격과 포로 행군이다. 뒤쪽은 개종 강요와 오아시스에서의 제비뽑기, 작별, 이집트 낙타부대의 매복과 구출, 돌아오는 배 위의 대화까지 이어진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잃어버린 세계』 (The Lost World)
- 러디어드 키플링 『왕이 되려던 사나이』 (The Man Who Would Be King)
- 조지프 콘래드 『어둠의 심연』 (Heart of Darkness)
한 권 요점
The Tragedy of the Korosko
『코로스코 호의 비극』은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쓴 모험소설로, 1898년에 나왔습니다. 도일은 1859년에 태어나 1930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셜록 홈즈 연작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사막의 드라마'이며, 본문은 10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도일은 서두에서 이 사건이 정치적, 개인적 사정으로 오랫동안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고 밝히고, 생존자의 선서 진술과 편지를 모아 이야기로 엮었다는 틀을 세웁니다. 줄기는 단순합니다. 안락한 유람선에서 정치와 종교를 가볍게 논하던 관광객들이 하루아침에 사막의 포로가 되고, 그 극한 속에서 각자의 성격이 뒤집히거나 단단해집니다. 대령은 노인의 몸으로 이끌고, 외교관은 짐승처럼 싸우다 쓰러지고, 변호사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 이 소설은 19세기 말 영국 제국주의의 시선을 그대로 품고 있어서, 대화와 서술에 당대의 편견이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그 점을 의식하고 읽으면 사건의 긴박함과 함께 한 시대의 사고방식도 함께 보입니다.
줄거리
제1~2장: 유람선, 승객들, 국경의 밤
1895년 2월 13일, 바닥이 납작한 외륜 증기선 코로스코호가 첫 번째 폭포의 윗자락 셸랄을 떠나 와디 하이파로 향합니다. 승객 명단은 열 명입니다. 코크란 코크란 대령, 외교관 세실 브라운, 하버드 졸업생 존 헤딩리, 보스턴의 아담스 양과 조카 세이디, 프랑스인 파르데, 아일랜드의 벨몬트 부부, 맨체스터의 변호사 제임스 스티븐스, 버밍엄의 비국교회 목사 존 스튜어트,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온 슐레진저 부인과 아이입니다. 배는 나흘째 저녁에 이집트 최남단 국경 마을 와디 하이파에 닿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낙타부대 구경과 함께 아부시르 바위로 가는 당나귀 소풍이 잡혀 있습니다. 통역사 만수르가 일정을 발표한 뒤 갑판에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아담스 양은 동네 아이들의 얼굴을 씻기고 옷을 꿰매 주었다는 무용담을 늘어놓고, 스티븐스는 변호사 버릇대로 세이디에게 '아부시르에 관하여'라는 메모를 건넵니다. 한쪽에서는 파르데가 헤딩리에게 데르비시는 영국이 지어낸 존재라고 속삭입니다. 같은 밤 늦게 대령, 브라운, 헤딩리가 이집트의 영국에 대해 토론합니다. 아부시르는 작년부터 금지 구역이었다가 요즘 잠잠해져 다시 열렸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밤이 깊어 모두 방으로 돌아갑니다.
제3장: 아부시르로 가는 당나귀길
아침, 수단 병사 여섯 명이 호위로 따라붙고 일행은 당나귀를 타고 출발합니다. 벨몬트 부인은 일사병 기운으로, 슐레진저 부인은 편지 때문에 배에 남습니다. 도중에 투트모세 3세의 신전 벽화를 둘러보며 통역사가 아무 말이나 늘어놓자 브라운과 헤딩리는 신성모독 같다고 쑥덕입니다. 길이 바위투성이 협곡으로 접어들자 대령은 벨몬트에게 자신이 이번 소풍이 영 불길하다고 털어놓습니다. 두 사람은 선뜻 이유를 대지 못하지만 확률은 백 대 일이라며 스스로를 달랩니다. 정상의 바위 위에서 일행이 리비아 사막의 장관을 보는 순간, 세이디가 멀리 계곡에서 쏟아져 나오는 낙타 탄 사람들의 긴 행렬을 가리킵니다. 대령은 성냥불에 손가락을 델 만큼 얼어붙은 채 중얼거립니다. 백 대 일의 확률이 맞아떨어졌다고.
제4장: 바위 위의 습격
일흔 명쯤 되는 낙타 부대가 퇴로를 막고 있어서 도망칠 곳이 없습니다. 일행은 세이디와 아담스 양을 돌무더기 틈에 숨깁니다. 곧 총격이 시작되고 호위병이 하나둘 쓰러지며, 파르데는 손목을 다치고, 파르데를 구하러 뛰쳐나간 헤딩리는 총에 맞아 숨집니다. 그 사이 도망치던 당나귀 소년들은 추격대에게 학살당하고, 대령은 이를 보며 분노를 터뜨립니다. 정상에서는 평소 둔하던 스튜어트 목사가 갑자기 지팡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지만 창에 찔려 쓰러집니다. 습격대의 우두머리 알리 와드 이브라힘은 포로들을 노예와 몸값 대상으로 삼기로 하고,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통역사를 베려 합니다. 겁에 질린 만수르는 목숨을 구하려고 바위 틈에 숨은 여자들의 위치를 불어 버립니다. 족장은 아담스 양보다 세이디를 오래 바라봅니다. 벨몬트는 아직 들키지 않은 작은 권총이 있다고 속삭이고 대령은 가지고 있으라고 말합니다. 여자들이 언젠가 써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제5장: 낙타 위의 첫날
포로들은 낙타를 타고 사막 안쪽으로 끌려갑니다. 갈증과 낙타멀미에 시달리면서도 일행은 서로를 먼저 걱정하고, 한 번도 다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벨몬트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아담스 양에게 몰래 권총을 건네고, 아담스 양은 평생 교회와 보스턴 집 사이만 오가던 자신이 이런 물건을 쥐고 있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합니다. 스튜어트는 열에 들뜬 가운데서도 기도를 이끌며 동행들을 놀랄 만큼 강하게 만듭니다. 무리 가운데 한 흑인 전사는 자기 이름을 '티피 틸리'라고 하며 힉스 파샤 전투에서 붙잡혀 어쩔 수 없이 데르비시가 된 전 이집트 포병임을 어설픈 말로 알립니다. 오후 늦게 휴식하는 중에 브라운은 옷을 찢으며 몸을 뒤지는 병사에게 맞서다 칼에 찔려 쓰러집니다. 대령은 소리치다 결박당합니다. 해 질 녘 지평선에 낙타 행렬이 나타나자 일행은 구조대로 오해하지만, 다가온 것은 코로스코호를 점령한 다른 무리이며 그 한가운데에 벨몬트 부인이 있습니다.
제6장: 새 지도자와 최후통첩
새로 합류한 무리의 지도자는 에미르 압데르라흐만이라는 백발의 노인으로, 이제 이 무리 전체를 이끕니다. 벨몬트 부인은 배가 습격당할 때 보트 한 척이 빠져나갔고 슐레진저 부인과 아이, 하녀가 그 안에 있었다고 전합니다. 구조의 시간표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열에 들떠 쓰러진 스튜어트는 너무 뚱뚱해 더는 데려갈 수 없다는 이유로 길에 버려지고, 대령은 항의하다 소총 개머리판에 얻어맞습니다. 밤 행군 중에 스티븐스는 윗옷을 벗어 아담스 양에게 덮어 주고 세이디 곁에서 휘파람을 불며 달랩니다. 새벽 휴식 중 만수르는 티피 틸리를 비롯한 이집트 병사 여덟 명이 몸값을 받으면 탈출을 돕겠다고 한다고 대령에게 알립니다. 그 직후 에미르는 마지막 요구를 내놓습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든지 죽든지입니다. 일행이 모두 거절하자 에미르는 가위를 가져오게 합니다. 여자들에게 해를 입힐 것이라는 암시에 일행이 동요하는 순간 대령이 꾀를 냅니다. 우리는 아직 그 종교를 모르니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에미르는 정오에 우물가에서 물라가 한 시간 동안 가르칠 것이며 그 뒤에 선택하라고 합니다.
제7장: 뼈의 길과 야자 숲
행군은 가벼운 모래가 날리는 모래 띠 앞에서 방향을 틀고, 이어 나타난 하얀 선을 따라 남쪽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낙타 뼈로 뒤덮인 옛 대상로입니다. 포로들은 이 '뼈의 길'을 걸으며 아득한 기분에 빠집니다. 대령은 자존심을 누르고 통역사에게 시간 끌기 방법을 묻고, 물라와의 토론은 파르데가 맡기로 합니다. 다리를 저는 낙타에 탄 부상당한 수단 병사가 뒤처지자 에미르가 낙타를 쏘고 병사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으며, 벨몬트는 여자들에게 보지 말라고 외칩니다. 길가에서 람세스 2세의 이름이 새겨진 석주 토막을 본 벨몬트는 이집트가 이미 명함을 한 번 남겼으니 또 남길지 모른다고 농담합니다. 이윽고 길이 움푹한 분지로 내려가며 야자수와 풀밭, 우물이 나타납니다. 포로들은 대추와 곡식을 받고, 일몰 때 물라가 올 거라는 통보를 받은 뒤 깊은 잠에 빠집니다.
제8장: 물라와 제비뽑기
티피 틸리가 대령을 깨워 낙타 열두 마리를 준비했다며 탈출을 제안하지만, 여자들은 두고 가자는 조건에 대령은 단호히 거절합니다. 설득이 한창일 때 정찰대가 달려오고 진영이 술렁이면서 계획은 무산됩니다. 불안과 피로 속에서 대령과 파르데는 목에 손을 대는 말다툼까지 벌입니다. 외눈의 물라가 도착해 가르침을 시작하고, 파르데는 한동안 삐쳐 있다가 벨몬트 부인이 신사의 의무를 들어 설득하자 나서서 능청스럽게 질문을 이어 갑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증거로 기적을 보여 달라며 손기술로 대추를 꺼내 보이지만, 같은 마술을 되풀이하다 들통납니다. 그 사이 도착한 에미르들은 곧 출발한다고 명령하고, 벨몬트 부부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자 일행이 모두 따라 꿇어앉습니다. 화가 난 에미르는 남자들의 손을 묶고 여자들을 낙타에 태웁니다. 쓸 만한 낙타가 한 마리뿐이라며 일행에게 제비뽑기를 시키고, 가장 긴 막대를 뽑은 사람은 대령입니다. 대령은 아내가 있는 벨몬트에게 양보하려 하지만 벨몬트는 약속은 약속이라며 거절합니다. 에미르는 대령을 여자들과 함께 보내고 나머지는 모두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제9장: 작별, 매복, 구출
남은 세 남자는 여자들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벨몬트는 아내에게 유언처럼 부탁을 남기고, 스티븐스는 세이디의 낙타 옆으로 다가가 침착하게 물과 빵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고백을 허락해 달라고 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세이디를 사랑했다고 말하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춥니다. 대령과 여자들이 오아시스를 떠나 사막으로 접어들자 뒤에서 총소리가 들립니다. 곧 이집트 낙타부대의 정찰병 두 명이 능선에서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보이지만 무리는 다시 남쪽으로 서두릅니다. 새벽, 협곡으로 접어들던 대령은 환각처럼 바위 꼭대기에 선 스튜어트 목사를 봅니다. 스튜어트가 손을 흔드는 순간 협곡 양쪽에서 일제 사격이 쏟아집니다. 이집트 낙타부대의 매복입니다. 에미르 압데르라흐만은 쓰러지고 무리는 혼란에 빠져 달아납니다. 낙타를 잃은 젊은 바가라 전사가 칼을 들고 여자들에게 돌진하자 대령이 권총으로 막습니다. 사르라스에서 온 젊은 장교 쇼와 대위 아처가 나타나 상황을 설명하고, 아처는 흰머리가 된 대령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세이디는 벨몬트 부인의 말에 남겨 두고 온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고 흐느낍니다.
제10장: 귀환
스튜어트가 음식과 물을 가지고 나타납니다. 그는 하이파 수색대가 자신의 찬송가 소리를 듣고 사막에서 구해 주었다고 말합니다. 함께 기도한 뒤 일행은 언덕 위에서 전투를 지켜봅니다. 사방을 둘러싸인 에미르 와드 이브라힘은 안장 위의 양가죽을 깔고 그 위에 서서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습격대는 이집트 부대에 의해 전멸합니다. 바로 그때 벨몬트 부인이 멀리서 다가오는 낙타 무리를 알아봅니다. 모자 세 개가 햇빛에 반짝입니다. 벨몬트, 파르데, 스티븐스가 만수르, 부상병, 티피 틸리 일행과 함께 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티피 틸리와 동료들은 대령이 약속한 보상을 믿고 어둠 속에 빠져나와 오아시스 숲에 숨어 있다가 처형 직전에 감시병들을 쏘아 쓰러뜨렸고, 그 가운데에는 물라도 있었다고 파르데가 전합니다. 보름 뒤, 구조된 일행은 아시우트를 지난 특별 배 위에서 마지막 저녁을 보냅니다. 대령의 머리는 어느새 윤기 나는 검은색으로 돌아왔고, 아담스 양은 병상에서 일어났으며, 스튜어트는 시편을 읽습니다. 파르데는 섭리에 시비를 걸고 일행은 각자 이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말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티븐스가 세이디에게 사막에서 한 약속을 떠올리게 하자 세이디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둘의 손이 탁자 그늘 아래에서 만나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누비아와 승객들
도일은 무덤이 늘어선 누비아의 풍경으로 이야기를 엽니다. 뒤에 벌어질 비극을 예고하는 듯한 이 서두는 죽은 문명의 폐허를 구경하는 관광객이라는 구도를 먼저 세웁니다.
Everywhere one sees traces of vanished races and submerged civilisations.
어디를 보아도 사라진 민족과 물에 잠긴 문명의 흔적이 보인다.
승객 소개에서는 변호사 스티븐스가 가장 선명합니다. 30년 동안 사무실 유리창을 닦던 사환에서 사무소의 실무 책임자가 된 사람으로, 일에 파묻혀 감정이 굳어 있습니다.
his soul was being gradually bricked up like the body of a mediæval nun
그의 영혼은 중세 수녀의 몸처럼 서서히 벽돌로 막혀 가고 있었다.
세이디에게 건네는 '메모'도 이 사람의 성격을 요약합니다.
it is the custom in the legal profession when they make a memo
메모를 작성할 때 법조계에서 쓰는 관례예요.
인물을 각 나라와 직업의 표본처럼 배치한 이 서두는 나중에 극한 상황에서 이 표본들이 어떻게 깨지는지를 보여 주기 위한 밑그림입니다.
2. '데르비시는 없다'
파르데는 프랑스인답게 영국이 이집트를 차지하려고 위협을 꾸며 냈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헤딩리 앞에서 그는 자신 있게 단언합니다.
There are no Dervishes.
데르비시는 없습니다.
그의 논리는 유쾌하게 구체적이어서 더 우스꽝스럽습니다.
A few Bedouins, a little backsheesh, some blank cartridges, and, behold--a raid!
베두인 몇 명, 약간의 뇌물, 공포탄 몇 발, 그러면 보라, 습격이다!
다음 날 이 주장은 말 그대로 총알 앞에서 무너집니다. 8장에서 대령이 부글부글하는 파르데에게 던지는 비꼼은 이 장면의 메아리입니다.
I thought they were an invention of the British Government.
나는 그들이 영국 정부의 발명품인 줄 알았는데요.
사건을 앞두고 조롱받던 가설이 직접 겪은 현실로 바뀌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쓰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아이러니입니다.
3. 제국을 둘러싼 논쟁
2장은 대령, 브라운, 헤딩리가 영국의 이집트 통치를 두고 벌이는 긴 토론입니다. 브라운의 피로감은 이렇습니다.
we have been the policemen of the world long enough
우리는 이미 충분히 오랫동안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해 왔다.
Let Europe do its own dirty work.
유럽이 제 궂은일은 제가 하게 두자.
대령은 반대로 섭리와 의무를 내세우고, 이집트를 맡게 된 과정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사슬이었다고 말합니다.
We never wanted the task
우리는 그 일을 원한 적이 없었다.
미국인 헤딩리의 반문이 가장 날카롭습니다. 이웃집이 어수선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들어가 관리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I don't know that the neighbours are exactly justified in rushing in
이웃이 뛰어들 정당한 권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대화에는 당대 영국 제국주의의 논리와 이슬람, 아랍인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독자는 거리를 두고 읽게 되지만, 토론이 이후 사건에 대한 해석의 틀이 된다는 점에서는 소설의 뼈대 구실을 합니다.
4. 관광객의 신전
3장 아침의 소풍은 코믹하고 한편 불길합니다. 통역사는 투트모세 3세 벽화 앞에서 사로잡은 포로의 손목을 자른 이야기를 경매인처럼 읊고, 브라운은 이렇게 받습니다.
The East is still the East.
동양은 여전히 동양이지요.
그러나 정작 브라운과 헤딩리를 괴롭히는 것은 관광이라는 행위 자체입니다.
Isn't it a sacrilege?
이건 신성모독 아닙니까?
I prefer the ruins that I have not seen to those which I have.
나는 본 적 있는 유적보다 아직 보지 못한 유적이 더 좋습니다.
두 사람은 유적을 입장권을 끊고 구경하는 일이 로맨스를 지운다고 한탄합니다. 그런 이들이 몇 시간 뒤 강제로 유적의 포로 행렬에 서게 되는 것이 이 장면의 숨은 아이러니입니다. 세이디는 5장에서 바로 그 벽화의 포로들을 떠올립니다.
5. 백 대 일
대령은 이날 아침부터 불안을 숨기지 못합니다. 그는 벨몬트에게만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you may think me a fool, but I don't like this one little bit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게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네.
바로 뒤에서는 세이디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의상 이야기를 합니다.
I think the French have more style than the English
프랑스 쪽이 영국보다 스타일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도일은 이렇게 위험을 아는 소수와 모르는 다수를 한 컷에 나란히 놓고, 확률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가장 평온한 장면 끝에 배치합니다.
By George, Belmont, I believe the hundred-to-one chance has come off!
이런, 벨몬트, 백 대 일의 확률이 들어맞은 것 같네!
6. 아부시르 바위 위의 습격
4장은 이 책에서 가장 빠른 장입니다. 일행은 처음에는 얼어붙고, 이어 닭장 속 닭처럼 우왕좌왕하다가 서로 뭉쳐야 한다는 대령의 말에 모입니다.
There's no escape for us, so we may as well remain united.
우리에게 도망칠 곳은 없으니 같이 있는 편이 낫네.
달아나는 당나귀 소년들이 추격대에게 쓰러지자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대령이 폭발합니다.
Oh, the cads! the confounded cads!
오, 비겁한 놈들! 지독하게 비겁한 놈들!
가장 예상 밖의 인물은 둔해 보이던 스튜어트 목사입니다.
the blood of some Berserk ancestor which stirred suddenly in his veins
어떤 광전사 조상의 피가 갑자기 혈관에서 꿈틀댄 것인지도 모른다.
도일은 이 장에서 두 가지를 보여 줍니다. 인물이 한 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뒤집힘이 용기와 공포 사이에서 얼마나 닮았는가입니다.
7. 만수르의 배신
만수르는 이 소설의 첫 악당이자 가장 인간적인 겁쟁이입니다. 칼 앞에서 그가 한 일을 서술자는 한 문장으로 못 박습니다.
He was about to betray the women.
그는 여자들을 배신하려 하고 있었다.
그 뒤 그는 개종하여 포로들과 다른 자리에 서지만, 대령은 필요할 때 그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신앙을 두고 그가 대는 변명은 비굴하면서도 정직합니다.
I serve the Lord as long as what He ask seem reasonable
저는 주님이 시키시는 일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동안만 주님을 섬깁니다.
그는 마지막 장에서도 살아 돌아옵니다. 이 소설은 겁쟁이를 징벌로 끝내지 않고, 극한 상황에서 사람이 어디까지 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로 남겨 둡니다.
8. 낙타 위의 첫날
5장의 중심은 변화입니다. 처음에는 거칠고 둔해 보였던 스튜어트가 시련 속에서 모두를 이끄는 사람이 됩니다.
Now, this bitter healing draught of sorrow had transformed him.
이제 슬픔이라는 쓰디쓴 치료제가 그를 바꿔 놓았다.
작은 배에서 서로 시큰둥하던 사람들도 바뀝니다. 서술자는 이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each was thinking and grieving only for the other
저마다 오직 상대를 생각하고 상대 때문에 슬퍼하고 있었다.
아담스 양이 권총을 쥔 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장면은 유머와 진지함이 한데 섞여 있습니다.
Could this indeed be she, Eliza Adams, of Boston
이게 정말 보스턴의 엘리자 아담스란 말인가?
9. 브라운의 죽음과 노라의 도착
브라운의 죽음은 문명인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입니다. 시니컬한 외교관은 몸을 뒤지는 병사의 손이 닿자 짐승처럼 맞서다 칼에 쓰러집니다. 헤딩리에 이어 두 번째 희생입니다.
Two gone out of ten, and a third out of his mind.
열 명 중 둘이 가고, 셋째는 정신을 놓았다.
곧이어 지평선에 낙타 무리가 나타나자 파르데는 구조대라며 환호하지만, 대령은 곧 그들이 아랍인임을 알아차립니다. 가까워진 무리는 코로스코호를 점령한 또 다른 습격대입니다. 그 중앙에서 벨몬트 부인을 알아본 남편의 외침은 절망과 사랑이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keep your heart up! I'm here, and it is all well!
기운 내! 내가 여기 있어, 다 괜찮아!
10. 에미르의 최후통첩
6장 새벽, 에미르 압데르라흐만은 개종 아니면 죽음을 요구합니다. 대령은 노예가 되느니 죽는 쪽을 택하겠다고 답합니다.
I had as soon die now as be a slave in Khartoum!
하르툼에서 노예로 사느니 지금 죽는 편이 낫소!
세이디가 흔들리자 아담스 양은 조카를 붙잡습니다.
your old aunt Eliza has you all the time by the hand
이 늙은 이모 엘리자가 내내 네 손을 잡고 있단다.
그러나 가위가 등장하자 일행은 죽음 자체보다 구체적인 공포 앞에서 흔들립니다.
Death in the abstract was one thing, but these insufferable details were another.
추상적인 죽음과 이 견딜 수 없는 구체적인 사정은 별개였다.
대령의 책략은 그 순간의 출구입니다. 종교를 모르니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하여 하루를 버는 것인데, 이 얄팍한 시간 끌기가 이야기의 나머지 절반을 지탱합니다.
11. 스티븐스와 세이디의 밤
밤 행군 동안 스티븐스와 세이디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대화합니다. 세이디는 자신이 얼마나 자기 즐거움만 좇았는지 돌아봅니다.
I think I've been a very wicked girl all my life
저는 평생 아주 못된 아이였던 것 같아요.
스티븐스는 이 모든 일을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Pain is better than stagnation.
고통이 정체보다 낫습니다.
I have come to life.
나는 비로소 살아났습니다.
사막의 위험이 법률의 틀에 갇힌 사람을 깨운다는 이 대사가 소설의 주제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문장입니다. 같은 장에서 대령이 개머리판에 맞고도 멀쩡한 이유가 코르셋 때문이라는 비밀이 슬쩍 밝혀지는 대목은 이 진지한 밤에 웃음을 보태는 도일의 균형 감각입니다.
12. 뼈의 길과 오아시스
7장은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가볍게 흩날리는 모래 띠에는 낙타도 발을 들이지 못하고, 그 너머에는 하얀 선이 지평선까지 이어집니다.
The endless road gleamed in the sun as if it were paved with ivory.
끝없는 길은 상아로 포장한 것처럼 햇빛에 번쩍였다.
그 길에서 발견한 람세스 2세의 석주 조각은 포로들에게 이집트가 멀지 않다는 신호입니다.
They've left their card here once, and they may again
저들이 여기에 한 번 명함을 남겼으니 또 남길 수도 있겠지.
일행은 죽음을 앞두고 오히려 평온해집니다.
They were filled with the quiet serenity of despair.
그들은 절망의 고요한 평정으로 채워졌다.
야자 숲에 다다르면 도일은 풍경을 위로의 이미지로 바꿉니다. 포로들은 곧 닥칠 처형을 잠시 잊습니다.
they forgot their impending death in the beauty of that Nature
그들은 그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다가오는 죽음을 잊었다.
13. 물라 앞에서
8장은 이 소설에서 가장 희극적이고 가장 위태로운 장입니다. 티피 틸리의 탈출 제안을 받고도 대령은 이렇게 거절합니다.
We shall take our women with us, or we shall not go at all.
우리는 여자들을 데리고 가든지, 아예 가지 않을 것이네.
그러고도 일행은 사소한 말다툼에 빠집니다. 서술자의 관찰은 보편적입니다.
It is a very catching thing, ill-temper
짜증이라는 것은 아주 전염성이 강하다.
파르데의 마술은 시간을 벌려는 절박한 속임수였지만 같은 수법을 되풀이하다 들통납니다.
the date fell out of his palm and the deception stood revealed
대추가 손바닥에서 떨어져 속임수가 드러나 버렸다.
마지막에 십자가 표시를 밟으라는 요구 앞에서 일행을 붙든 것은 신앙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습니다.
the pride of the white race which swelled within them
그들 안에서 부풀어 오른 백인종의 자부심
서술자 스스로 이를 신앙이 아닌 인간적이고 죄 많은 동기라고 지적합니다. 도일은 영웅적인 순간을 만들면서도 그 동기를 미화하지 않으려 합니다.
14. 제비뽑기와 작별
한 마리뿐인 낙타를 두고 벌이는 제비뽑기는 이 책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입니다. 대령이 가장 긴 막대를 뽑자 그는 벨몬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하며 말합니다.
I've neither wife nor child, and hardly a friend in the world.
나는 아내도 자식도 없고, 세상에 친구도 거의 없다네.
하지만 에미르의 명령은 이 모든 양보를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Put them all to death.
모두 죽여라.
이어지는 작별 장면에서 스티븐스는 세이디에게 비로소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It was only to tell you how I loved you.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서술자는 그의 상태를 이렇게 풀이합니다.
death is sweetness when once that golden mist is round it
황금빛 안개가 한번 죽음을 감싸면 죽음은 달콤해진다.
평범한 변호사의 초라한 고백이 이 책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순간입니다.
15. 매복과 구출
9장 후반부의 반전은 스튜어트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대령이 환각이라 여겼던 그가 정말로 바위 위에 서 있었던 것이고, 곧 이집트 낙타부대의 매복이 열립니다.
The raiders were caught in an ambuscade.
습격대는 매복에 걸려들었다.
구조대의 어조는 도일 특유의 영국식 가벼움입니다. 젊은 장교 쇼는 전투를 이렇게 평합니다.
Had 'em that time--had 'em proper!
이번에는 제대로 잡았지요, 확실하게!
대령의 모습은 구조대조차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 있습니다.
I've heard before of fellows going grey in a night
하룻밤에 머리가 세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10장에서 언덕 위의 일행이 지켜보는 마지막 전투는 승리의 쾌감을 주지 않습니다. 에미르 와드 이브라힘은 마지막을 준비하고, 대령이 그 의미를 설명합니다.
They will neither give nor take quarter now.
이제 그들은 자비를 베풀지도 받지도 않을 것이네.
전투가 끝나자 서술자는 이렇게 총평합니다.
The nineteenth century had been revenged upon the seventh.
19세기가 7세기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이 문장은 이 소설의 제국주의적 시선이 가장 압축된 대목이어서 오늘의 독자에게는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자리이기도 합니다.
16. 귀환의 갑판
마지막 장은 사건이 모두 끝난 뒤 나일강 위의 저녁입니다. 대령은 하이파로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갔다가 한 시간 만에 예전의 검은 머리로 나타났고, 이후 사막 나들이 때마다 작은 병을 주머니에 넣는다는 설명은 이 책에서 가장 가벼운 유머입니다. 세이디는 살아남은 자의 질문을 던지고 스튜어트가 대답합니다.
Why is the ripe fruit picked, and the unripe left?
왜 익은 열매는 따 가고 덜 익은 열매는 남겨 두는 걸까요?
파르데의 반론은 이 책이 던지는 신학적 물음의 핵심입니다. 고통을 주고 나서 고쳐 주는 존재를 감사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it has healed the wound which its own hand inflicted
그 손이 입힌 상처를 스스로 고쳐 주었을 뿐이지요.
도일은 이 물음에 답하지 않고 인물들의 배움을 나란히 놓습니다. 스티븐스의 고백은 이 책 전체의 요약에 가깝습니다.
I lived for what was unimportant, and I neglected what was vital.
나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살았고 정작 중요한 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책은 말 한마디 없는 동작으로 끝납니다.
their hands met under the shadow of the table
두 사람의 손이 탁자 그늘 아래에서 만났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코로스코 호의 비극』은 10장의 짧은 모험소설이라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4장(바위 위의 습격), 6장(최후통첩과 밤 행군), 8장(물라와 제비뽑기), 9장(작별과 매복)을 먼저 읽어 보세요. 사건의 긴박감은 4장과 9장에, 인물의 변화는 6장과 10장에 모여 있습니다. 읽을 때는 두 가지를 함께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하나는 도일이 인물의 약점을 웃음으로 다루면서도 극한 상황에서는 그 약점이 가장 큰 힘으로 바뀌게 하는 솜씨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 소설이 19세기 말 영국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쓰였고 아랍인, 아프리카인,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서술 곳곳에 배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 겹을 함께 읽으면 속도감 있는 모험담이면서 한 시대의 사고방식을 보여 주는 기록으로도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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