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72년 출간
The Possessed
악령
러시아 지방 도시에 혁명 음모와 신을 둘러싼 극단의 사상이 번져 방화와 살인, 자살로 사람들을 삼켜 가는 과정을 한 마을의 연대기로 그린 이야기
If there is no God, then I am God.
신이 없다면 내가 곧 신이다.
And he who has no people has no God.
그리고 민중이 없는 자에게는 신도 없다.
한눈에 보기
장군 부인 바르바라 페트로브나의 식객인 늙은 자유주의자 스테판 트로피모비치, 그의 옛 제자이자 부인의 외아들 니콜라이 스타브로긴, 그리고 스위스에서 돌아온 스테판의 아들 표트르가 한 도시에 모인다. 1부는 스타브로긴의 기행과 수수께끼 같은 결혼, 샤토프의 주먹이 터뜨린 일요일의 소동까지를 다룬다. 2부는 밤마다 이어지는 스타브로긴의 방문과 결투, 표트르가 꾸린 5인조 비밀결사와 총독 부부를 이용한 책략, 공장 노동자들의 소동으로 나아간다. 3부는 가정교사 후원 축제의 아수라장과 화재, 리자와 레뱌드킨 남매의 죽음, 샤토프 살해와 키릴로프의 자살, 스테판의 마지막 방랑과 스타브로긴의 마지막 편지로 끝난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Crime and Punishment)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Dr Jekyll and Mr Hyde)
한 권 요점
The Possessed
『악령』은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로, 1872년에 책으로 나왔습니다. 영어권에서는 『The Possessed』 또는 『The Devils』로 불립니다.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에 태어나 188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소설은 먼저 잡지에 연재되었으며 당시 실제로 일어난 비밀결사 살인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의 제사는 푸시킨의 시와 누가복음의 돼지 떼 일화입니다. 악령에 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이 나와 돼지 떼로 들어가 호수로 몰려가 빠져 죽었다는 대목입니다. 작품은 세 부분, 모두 스물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는 제1~5장, 2부는 제1~10장, 3부는 제1~8장입니다. 화자는 이 도시에 사는 안톤 라브렌티예비치라는 인물로, 스테판 트로피모비치의 젊은 친구이자 말동무로서 모든 일이 끝난 뒤에 기록을 남기는 형식입니다. 줄기는 하나입니다. 사상을 다루던 늙은 세대의 말뿐인 자유주의가 아들 세대의 행동하는 허무와 음모로 이어지고, 그 한가운데에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매력적인 사내 스타브로긴이 서 있습니다. 소설은 사상이 사람을 사로잡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희극에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나는 장면들로 보여 줍니다.
줄거리
제1부 제1장: 서론, 스테판 트로피모비치의 전기
화자는 이 고장에서 최근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스테판 트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키의 내력부터 풀어 놓습니다. 그는 스스로 '진보적 애국자'이자 '유배자'라고 믿으며 살았지만 실은 한 번도 감시받은 적이 없습니다. 대학 강의와 논문이 좌절되고, 젊은 날의 서사시가 위험하게 여겨지다 해외 혁명 시집에 실리자 그는 겁먹은 척하면서도 은근히 우쭐해합니다. 그의 경력이 꺾인 진짜 이유는 부유한 장군 부인 바르바라 페트로브나 스타브로긴의 후원이었습니다. 두 번 아내를 잃은 그는 아들을 친척에게 맡기고 그녀의 외아들 교육을 맡아 스크보레슈니키 영지 곁에서 20년 넘게 살게 됩니다.
두 사람은 다투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기이한 우정으로 묶여 있습니다. 스테판은 눈물의 고백 편지를 쓰고 이튿날 후회하며 그녀를 천사라 칭송하지만, 바르바라는 편지를 분류해 보관할 뿐 아무 대꾸 없이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그녀는 용서하지 않는 여자입니다. 농노 해방 소문이 돌던 때 스테판이 연습한 몸짓으로 '만세'를 외치자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속삭였고, 1855년 장군의 부음 뒤에는 정자에서 청혼을 기대한다고 착각한 그에게 밤에 같은 말을 하러 찾아왔습니다. 쓰겠다던 책을 끝내 쓰지 못한 스테판은 바르바라가 설계한 검은 프록코트 차림으로 족장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새 사상의 물결이 일자 두 사람은 페테르부르크로 가서 잡지까지 창간하려 합니다. 그러나 신세대 문인들의 무례와 허영 앞에서 환멸만 남고, 스테판의 마지막 강연은 '장화보다 푸시킨이 중요하다'는 외침과 야유, 울음으로 끝납니다. 요양차 보내진 베를린에서도 그는 넉 달을 못 버티고 돌아옵니다.
이후 9년의 정체기에 스테판 주위에 작은 모임이 생깁니다. 구두쇠에 험담꾼인 자유주의자 리푸틴, 바르바라의 옛 농노 아들로 퇴학 후 유럽을 떠돌다 돌아온 음울한 샤토프, 순박한 이상주의자 버진스키가 중심이고, 랴므신 같은 잡다한 손님도 드나듭니다. 모임은 허무주의 소굴이라는 소문과 달리 '고등 자유주의' 수다에 불과하지만, 스테판이 무신론자로 몰리는 데 반발해 신을 믿는다고 하자 샤토프는 민중을 모르는 자는 신도 잃는다고 맞받아치며 격렬히 충돌합니다.
제1부 제2장: 해리 왕자, 중매
바르바라의 외아들 니콜라이 브시볼로도비치 스타브로긴은 스테판의 제자로 자라 페테르부르크에서 근위 기병이 되지만 난폭해져 두 번의 결투로 사병으로 강등됩니다. 1863년에 다시 장교가 되었다가 퇴역하고, 어머니의 간청으로 고향에 돌아옵니다. 우아한 미남이어서 부인들은 그에게 사로잡히지만 어머니는 그를 두려워합니다. 클럽에서 그는 가가노프의 코를 잡아 끌고, 리푸틴의 생일 파티에서 그의 아내에게 입을 맞추고, 총독이 타이르자 귓속말을 하는 척 총독의 귀를 깨뭅니다. 마을은 이 모든 일을 뇌열병 발작으로 해석하고, 두 달 앓은 그는 사과 순례를 마친 뒤 이탈리아로 떠납니다.
3년 가까운 여행 끝에 바르바라는 프라스코비야 드로즈도프의 편지로 아들이 딸 리자와 가깝다는 소식을 듣고 스위스에 다녀옵니다. 8월 말 드로즈도프 모녀가 돌아와 니콜라이와 리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음을 전하지만 이유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의심하던 바르바라는 제자 다샤(다리야 파블로브나)를 스테판과 결혼시키기로 정합니다. 다샤에게는 지참금과 생활 조건을 통보해 승낙을 받고, 스테판의 집에 찾아가 8천 루블의 빚을 암시하며 결혼 계획을 통보합니다. 그 빚은 스테판이 아들 표트르(페트루샤)의 영지를 관리하며 숲을 헐값에 판 데서 생긴 구멍입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은근히 우쭐해합니다.
제1부 제3장: 타인의 죄
약혼을 승낙한 뒤 일주일 동안 스테판은 창피함에 해가 진 뒤에야 산책하고, 화자 없이는 두 시간도 견디지 못합니다. 어느 아침 화자는 '대작가' 카르마지노프를 길에서 마주칩니다. 어릴 적 애독했으나 이제는 자기 과시로 가득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 그는 떨어뜨린 주머니를 능란하게 "내가 줍지요" 하며 화자를 바보로 만듭니다. 카르마지노프의 이름만 들어도 스테판은 격분하고, 바르바라의 쪽지가 연달아 날아드는 가운데 리푸틴이 낯선 사내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사내는 페트루샤를 안다는 기사 키릴로프입니다. 그는 자살이 늘어나는 원인을 연구하는 극단론자라고 소개되지만 아이처럼 웃습니다.
문가에서 리푸틴은 레뱌드킨 대위가 미친 누이를 매일 채찍으로 때린다고 흘리고, 바르바라가 자기를 불러 니콜라이가 정신이 이상하지 않은지 어머니로서 물었다고 전합니다. 그는 니콜라이가 레뱌드킨의 누이를 유혹했다는 소문과, 훌륭한 사람에게 '타인의 죄'를 덮어씌운다는 암시까지 늘어놓습니다. 스테판은 거리에서 "남의 죄를 덮으려고는 결혼 못 해"라고 속삭입니다. 곧 말을 탄 리자베타 니콜라예브나와 마브리키 니콜라예비치가 나타나 12년 만의 스승을 반깁니다. 화자는 샤토프를 찾다 키릴로프의 별채에서 차를 마시며 그의 이론을 듣습니다. 사람이 자살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의 공포와 저승이라는 편견 때문이고, 그것을 이긴 자가 신이 된다는 것입니다. 나오는 길목에서는 만취한 레뱌드킨 대위가 자작시를 읊으며 리자를 향한 연정을 늘어놓고, 스테판은 밤새 "이십 년간 이해받지 못했다"며 아들만이 구원이라고 외칩니다.
제1부 제4장: 불구자
정오에 화자는 샤토프와 거의 함께 드로즈도프 집을 찾습니다. 어머니 프라스코비야 이바노브나는 짜증을 내다 약을 먹으러 나가고, 리자는 뜻밖에 샤토프에게 한 해 동안의 신문 속 사건을 선별해 한 권으로 엮는 출판 계획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레뱌드킨의 술 취한 구애 편지를 읽게 하고 인쇄소 이야기를 꺼내자 샤토프는 굳은 얼굴로 거절하고 나가 버립니다. 리자는 화자를 다시 불러 대위의 절름발이 누이를 당장 직접 보고 싶다고 애원합니다.
저녁에 찾아간 샤토프의 방에는 키릴로프와 음울한 시갈로프가 있다가 말없이 돌아갑니다. 샤토프는 러시아 무신론은 농담에 그치고 자유주의자는 '종이로 만든 인간'이라 비난하며, 키릴로프와 미국으로 가 이민선에서 고생하다 스타브로긴이 보낸 백 루블로 돌아왔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는 대위가 없는 틈에 화자를 아래층으로 데려가 마리아 티모피예브나를 보여 줍니다. 화장한 얼굴로 카드점을 치는 그녀는 샤토프의 머리를 빗겨 주고, 땅에 입 맞추고 운다고 말하며, 남편 없이 아기를 가졌다고 몽롱하게 중얼거립니다. 술 취한 대위가 들이닥치자 화자는 방에 숨고, 대위는 누이가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면' 밝힐 수 있다고 하다 끝내 말을 못 하고 물러납니다. 이튿날 일요일 성당에서 허름한 차림의 마리아 티모피예브나가 설교 중 바르바라 앞에 꿇어앉아 손에 입 맞추자, 바르바라는 지사 부인 율리아 미하일로브나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자기 마차에 태웁니다. 리자도 매달려 함께 갑니다.
제1부 제5장: 교활한 뱀
스크보레슈니키 응접실에서 바르바라는 마리아 티모피예브나를 앉혀 커피를 내오게 하고, 스테판은 프랑스어로 우물대며 땀을 흘립니다. 어릴 적 학교 친구인 프라스코비야를 바르바라는 늘 깔보아 왔고, 오랜 앙금이 터져 두 부인은 언쟁을 벌입니다. 프라스코비야는 딸을 추문에 끌어들였다고 따지고, 둘 다 익명의 편지를 받았음이 드러납니다. 예복에 새 장갑 차림의 레뱌드킨 대위가 취기 어린 얼굴로 들어와 '왜'라는 물음은 천지창조 이래 답이 없다며 자작 우화 「바퀴벌레」를 낭송합니다.
그때 낯선 젊은 남자가 먼저 뛰어듭니다. 아마빛 머리에 불쾌한 얼굴, 지나치게 또렷한 말씨의 표트르 스테파노비치, 곧 스테판의 아들입니다. 스테판은 아들을 끌어안고 울지만 표트르는 매정하게 뿌리칩니다. 이어 니콜라이가 조용히 들어오고, 바르바라가 이 절름발이가 합법적 아내냐고 묻습니다. 그는 어머니 손에 입 맞춘 뒤 마리아를 정중히 달래 마차로 데려갑니다. 표트르는 5년 전 페테르부르크에서 마리아가 니콜라이를 흠모하다 망상에 빠졌고 레뱌드킨이 그 연금을 가로채 누이를 학대한다고 몰아붙입니다. 스테판이 '스위스의 죄'를 이유로 결혼한다며 아들을 불러 구해 달라 했다는 편지를 표트르가 폭로하자, 격분한 바르바라는 스테판에게 당장 나가 다시는 오지 말라고 명합니다. 그 직후 구석에 잊혀 있던 샤토프가 침착하게 니콜라이에게 다가가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칩니다. 모욕을 받으면 상대를 쳐 죽일 만한 니콜라이는 샤토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가 곧 두 손을 등 뒤로 거두고 새하얗게 질려 침묵하고, 리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집니다.
제2부 제1장: 밤
일요일의 소동 뒤 여드레 동안 도시는 소문으로 들끓고 화자와 스테판은 영문도 모른 채 칩거합니다. 소문의 진원은 표트르로 짐작되고, 그는 총독 부인 율리아 미하일로브나의 집에서 빠르게 입지를 굳힙니다. 월요일 저녁 표트르는 서재의 스타브로긴을 찾아와 일부러 어수룩한 척하며 "이제는 솔직하겠다"고 말을 쏟아냅니다. 스타브로긴은 닷새 안에 리자와 약혼하겠다고 어머니께 약속했다고 밝히고, 표트르는 도망 징역수 페드카와 가가노프 건을 슬쩍 흘리고 나갑니다. 홀로 남은 스타브로긴은 밀랍 인형처럼 굳어 한 시간 넘게 앉아 있다가 비밀 쪽문으로 빠져나가 샤토프가 사는 필리포프의 집으로 향합니다.
먼저 들른 키릴로프의 방에서는 그가 노파의 품에 안긴 아기와 공을 던지며 놀고 있습니다. 스타브로긴은 가가노프의 모욕 편지를 보이며 결투 입회인을 부탁하고, 키릴로프는 흔쾌히 수락합니다. 이어 그는 삶을 사랑하면서도 자살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시간이 멈추는 순간과 잎사귀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이 자기가 행복한 줄 몰라서 불행하다고 말합니다. 샤토프는 열에 들떠 스타브로긴이 자기를 죽이러 올 거라 여겨 권총을 사 두었다고 고백합니다. 스타브로긴은 마리아 티모피예브나가 4년 반 전 페테르부르크에서 결혼한 자기 합법적 아내임을 밝히고, 조직원들이 샤토프를 제거하려 한다고 경고합니다. 샤토프는 스타브로긴이 2년 전 자신에게 가르친 사상, 곧 러시아 민족만이 '신을 품은 민족'이라는 논리를 되풀이합니다. "당신은 신을 믿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믿을 것이다"라고 더듬거리고, 스타브로긴은 티혼 주교를 찾아가 보라는 권유를 받은 채 비 내리는 어둠 속으로 나갑니다.
제2부 제2~3장: 밤(계속), 결투
비 오는 밤 스타브로긴은 다리에서 탈옥수 페드카를 만납니다. 페드카는 표트르의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며 돈을 구걸하지만 거절당합니다. 레뱌드킨의 새집에서 스타브로긴은 곧 결혼을 공표하겠다고 선언해 대위를 경악시키고, 마리아 티모피예브나는 그를 '공작'이 아닌 가짜, 곧 그리시카 오트레피예프라며 저주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스타브로긴은 페드카를 내던지지만 끝내 지폐 뭉치를 던져 주고, 페드카는 진흙 속을 기어 다닙니다.
이튿날 오후 브리코프 숲에서 가가노프와 스타브로긴의 결투가 열립니다. 입회인은 키릴로프와 마브리키 니콜라예비치입니다. 가가노프는 가문의 모욕에 집착하는 자존심 강한 지주입니다. 두 번은 빗나가고 스타브로긴은 일부러 허공에 쏘며, 세 번째에 모자가 뚫린 뒤 숲 쪽으로 쏘아 끝냅니다. 돌아오는 길에 키릴로프는 "짐을 찾고 있다"며 그의 속내를 짚습니다. 집에서 스타브로긴은 다샤에게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하고, 페드카의 살인 제안을 전합니다.
제2부 제4~5장: 모든 것은 기대 속에, 축제 전날 밤에
결투 소문은 스타브로긴에게 유리하게 돕니다. 율리아가 "옛 농노였던 학생과는 결투할 수 없다"고 말하자 사교계는 그를 고결한 인물로 다시 평가하고, 율리아는 문예 오전회와 무도회를 알립니다. 표트르는 스테판을 모욕하며 바르바라가 그를 식객으로 본다고 말해 부자의 불화가 터집니다. 이어 렘브케의 내력이 나옵니다. 종이 모형을 즐기는 순한 관료이자 율리아의 남편으로, 표트르에게 휘둘리는 사람입니다.
가정교사 후원 축제는 거듭 연기되고 도시에는 방종한 분위기가 퍼집니다. 젊은 패거리는 갓 결혼한 부부를 말 탄 행렬로 따라다니는 소동을 벌이고, 랴므신은 복음서 파는 여인의 가방에 외설 사진을 넣는 짓을 하고도 피아노곡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으로 용서받습니다. 성모 성상이 도난당하고 살아 있는 쥐가 놓인 모독 사건이 터지자 렘브케는 우울해지고, 리자는 군중 앞에서 성상에 절하고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바칩니다. 이틀 뒤 리자의 권유로 화자는 성스러운 바보로 소문난 세묜 야코블레비치를 보러 가는 마차 행렬에 끼고, 도중에 노름으로 저축을 잃고 자살한 열아홉 살 청년의 시신을 구경하며 부인들이 흥겨워하는 모습을 봅니다. 세묜의 방에서 리자는 마브리키에게 무릎을 꿇라고 억지를 부렸다가 놀라 일으켜 세우고, 그가 니콜라이를 때리려 했다는 소문이 돕니다.
같은 날 스크보레슈니키에서 바르바라는 스테판을 불러 결판을 냅니다. 연금과 생활비를 합쳐 연 삼천 루블을 주겠다며 자신과 떨어져 살라고 통보하고, 이십 년은 서로의 허영뿐이었으며 그가 평생 자신의 교양을 질투하고 비겁했다고 몰아세웁니다. 스테판은 낭독회에서 카르마지노프 식의 가벼운 일화를 읽으라는 권유를 거부하고 시스티나 마돈나를 말하겠다고 하며, 거지 자루를 메고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녀는 허세라 일축하고, 그는 눈물 속에 "주사위는 던져졌다"를 외치며 돌아갑니다.
제2부 제6장: 표트르 스테파노비치는 바쁘다
축제 날짜가 확정되자 렘브케는 불길한 예감에 점점 우울해집니다. 콜레라와 가축 전염병, 방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율리아는 낭만적 사명감에 취해 표트르가 허무주의 음모를 털어놓아 주길 기대합니다. 슈피굴린 공장에서 격문이 발견되고 임금 문제로 소동이 불거지자, 표트르는 렘브케에게 격문의 작자가 샤토프라고 털어놓고 자신이 모두 감시 중이니 엿새만 건드리지 말고 율리아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것이 훗날 소동의 씨앗이 되고, 렘브케의 부하 블룸은 새벽에 스테판의 집을 수색하자고 끈질기게 졸라 댑니다.
표트르는 카르마지노프를 찾아갑니다. 작가는 러시아에는 미래가 없다며 자신은 독일인이 되어 유럽으로 떠나겠다고 하고, 격문의 핵심이 '명예의 부정'이라고 감탄합니다. 표트르는 키릴로프를 찾아 자살 약속을 상기시키고, 키릴로프는 격문의 책임을 지는 편지를 쓰기로 합니다. 샤토프에게는 인쇄기와 문서를 넘기고 모임에 오라 요구하지만 쫓겨납니다. 표트르가 스타브로긴을 찾아가니 마브리키가 막 와서 리자와 결혼해 달라고 청하고는 스타브로긴이 이미 결혼했음을 듣고 격분해 떠납니다. 둘은 버진스키의 집으로 향하며 표트르의 조직 수법, 곧 직함과 감상주의와 수치심, 그리고 피로 묶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제2부 제7~9장: 회의, 이반 차레비치, 스테판의 집 습격
버진스키의 집에는 명명일을 구실로 열다섯 명가량이 모이고, 그 사이에 표트르의 5인조(리푸틴, 버진스키, 시갈로프, 랴므신, 톨카첸코)가 섞여 서로를 의심합니다. 시갈로프가 "무한한 자유에서 무한한 전제"에 이르는 자기 체계를 설명하는 동안 표트르는 손톱을 깎습니다. 누군가 밀고하면 어찌하느냐는 물음에 샤토프가 "밀정, 악당"이라 외치며 나가고, 스타브로긴과 키릴로프도 떠납니다.
표트르는 필리포프의 집에서 렘브케에게 들어간 익명의 편지를 내밀며 레뱌드킨 문제로 1,500루블을 요구합니다. 스타브로긴은 샤토프를 넘기지 않겠다고 하고, 페드카를 이용한 속셈을 꿰뚫은 뒤 표트르를 땅에 내동댕이칩니다. 표트르는 쫓아와 화해를 애걸하며 평등한 노예 사회를 그리는 시갈로프주의, 교황 구상, 스타브로긴 숭배를 쏟아내고, 숨어 있는 가짜 이반 차레비치로 스타브로긴을 내세우겠다고 밝힙니다. 스타브로긴이 "광기"라며 들어가자 표트르는 사흘의 말미를 던집니다. 한편 나스타샤의 전갈에 달려간 화자는 흥분과 득의에 찬 스테판을 봅니다. 블룸이 헤르첸 전집과 원고를 손수레로 가져갔고, 스테판은 성상 앞에 서둘러 등불을 켜 두었습니다. 그는 시베리아보다 태형의 수치를 두려워하며 렘브케를 찾아 나서고 화자가 동행합니다.
제2부 제10장: 의사 진행 방해, 치명적인 아침
슈피굴린 공장 노동자 일흔여 명이 총독 관저 앞에 말없이 모여 "각하"를 기다립니다. 전날 밤 아내 율리아에게 무시당해 울며 쓰러졌던 렘브케는 플리부스테로프의 보고를 받고 광장에서 "회초리!"를 외칩니다. 화자와 스테판은 군중 속에서 위기를 넘기고 관저에 들어가 수색을 항의합니다. 렘브케는 오해라며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하고, 돌아온 율리아는 남편을 무시하며, 카르마지노프는 스테판을 얼싸안습니다. 리자가 레뱌드킨의 편지를 문제 삼자 스타브로긴은 그의 누이와 결혼한 사이임을 인정하고 나갑니다.
제3부 제1~2장: 축제, 축제의 끝
도시는 스캔들을 기대하며 축제 표를 사들이고, 점심 소문과 절충안 끝에 카르마지노프의 낭독 「메르시」가 중심이 됩니다. 행사 당일 리푸틴이 레뱌드킨의 조롱시를 낭독하고, 카르마지노프는 장황한 글로 야유를 받고 퇴장합니다. 스테판은 "아름다움"을 외치다 신학생의 도발에 울음을 터뜨리고 청중을 저주하며 퇴장하고, 이어 한 광인이 러시아를 비난하는 연설로 객석을 달굽니다.
스테판은 방문을 잠근 채 다샤에게 작별 편지를 씁니다. 율리아는 눈물로 지내며 표트르에게 계속 속고, 밤의 무도회는 텅 비고 '문학 콰드리유'는 조롱받다가 렘브케가 폭발합니다. 강변 화재의 외침이 터지며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 됩니다. 불길 속에서 렘브케는 노파의 이불을 구하려다 널빤지에 맞아 쓰러지고, 새벽에 외딴 새집에서 레뱌드킨 남매와 하녀의 살해가 드러나 군중은 스타브로긴을 수군댑니다.
제3부 제3장: 끝난 로맨스
새벽 스크보레슈니키에서 리자는 스타브로긴에게 어제의 일은 한순간의 변덕이었다며 이제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그가 사랑을 맹세해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표트르가 들어와 레뱌드킨 남매 살해는 페드카의 소행이고 법적으로 스타브로긴은 무관하다고 떠들자, 엿듣던 리자가 진실을 캐묻고 스타브로긴은 막지 않았다고 시인합니다. 리자는 뛰쳐나가 마브리키의 품에 안기고, 여행 차림으로 도망 나온 스테판과 마주친 뒤 시체를 보러 화재 현장으로 향합니다. 그곳 군중 속에서 누군가의 가격에 쓰러진 리자는 결국 목숨을 잃습니다. 화자는 이 일이 술 취해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의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증언했다고 밝힙니다.
제3부 제4~5장: 마지막 결의, 방랑자
표트르는 스타브로긴이 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는 소식에 얼굴이 하얘집니다. 저녁 에르켈의 집에서 5인조가 방화와 살인에 항의하자 그는 샤토프가 밀고하려 한다며 그를 처단하자고 설득하고, 리푸틴만 홀로 도주를 꿈꿉니다. 키릴로프의 집에서 페드카에게 얻어맞은 표트르는 그가 마지막 보드카를 마셨다고 말하고, 다음 날 페드카는 시신으로 발견되어 리푸틴은 도망을 포기합니다.
한편 출산이 임박한 샤토프의 아내 마리아 이그나티예브나가 3년 만에 불쑥 나타납니다. 샤토프는 키릴로프에게 차와 사모바르를 빌려 오고, 에르켈은 이튿날 저녁 인쇄기를 넘기라고 전합니다. 한밤에 진통이 시작되어 샤토프는 아리나 프로호로브나를 깨워 산파를 구하고, 키릴로프는 영원한 조화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새벽에 아들이 태어나 부부가 화해하고, 샤토프는 에르켈과 함께 인쇄기가 묻힌 공원으로 걸어갑니다.
제3부 제6장: 바쁜 밤
버진스키는 샤토프가 아내가 돌아와 출산했으니 밀고하지 않으리라고 5인조에 알리고 다니지만, 저녁 스크보레슈니키 공원 끝의 낡은 동굴 곁에 모인 자리에서 표트르는 명예의 약속에 대의를 거는 것은 어리석다며 몰아붙입니다. 시갈로프는 살인이 자기 강령에 어긋난다며 조용히 떠납니다. 휘파람 신호 뒤 샤토프가 오자 톨카첸코와 에르켈과 리푸틴이 덮쳐 그를 살해하고, 소지품에서는 하찮은 종이만 나옵니다. 시신은 돌을 매달아 연못에 던져집니다. 버진스키는 "옳지 않다"고 울부짖고 랴므신은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르다 재갈이 물립니다. 리푸틴은 5인조가 세상에 하나뿐이냐고 묻고, 하나뿐이라는 답을 확인하고 사라집니다.
표트르는 밤 1시경 키릴로프를 찾아갑니다. 샤토프를 살해자로 못 박는 유서를 받아쓰게 하려는 것입니다. 키릴로프는 거부하다 자기 사상을 쏟아냅니다. 신이 없다면 자기가 신이며, 자유의지의 극점은 자살이고, 인류 최초로 신을 지어내지 않는 자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펜을 잡고 서명하며 프랑스어 문구를 덧붙인 뒤 옆방으로 뛰어듭니다. 덤벼든 키릴로프에게 손가락을 물린 표트르는 달아났다가 돌아와, 키릴로프가 약속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확인합니다. 새벽 6시, 표트르는 역에서 에르켈의 배웅을 받으며 열차에 오릅니다. 에르켈은 다른 이들을 믿을 수 없다고 경고하지만 표트르는 다들 어제 일에 묶였으니 밀고하지 못한다고 일축합니다. 에르켈은 이별 인사가 차가웠다는 사실에 서운해하며 쓸쓸히 돌아옵니다.
제3부 제7장: 스테판 트로피모비치의 마지막 방랑
스테판은 가방과 우산을 들고 국도로 나서 농부 부부의 짐수레를 얻어 타고, 하토보 마을에서 전도 책자를 파는 소피아 마트베예브나를 만나 함께 우스티예보 쪽으로 갑니다. 열병 속에서 그는 거짓된 일생을 고백하고, 복음서의 돼지 떼 구절에서 러시아의 구원을 읽습니다. 달려온 바르바라 페트로브나와 화해하고, 성찬을 받고 "위대한 이념"을 말한 뒤 사흘 만에 숨을 거둡니다. 바르바라는 "나에게 아들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이제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제3부 제8장: 결론
살인과 범행은 표트르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드러납니다. 새벽에 남편이 없음을 안 마리아 이그나티예브나는 키릴로프의 별채에서 본 광경에 충격을 받아 아기를 안고 거리를 헤매다 의식을 잃고, 아기가 먼저 숨지고 그녀도 사흘 뒤 세상을 떠납니다. 경찰은 샤토프의 모자를 단서로 연못에서 시신을 찾습니다. 랴므신이 무너져 표트르와 조직의 모든 것을 자백하고 버진스키, 에르켈, 리푸틴, 톨카첸코가 차례로 체포됩니다. 한편 스타브로긴은 다샤에게 스위스의 한 주(州)로 함께 이주하자는 고백 편지를 쓰고, 바르바라가 달려갔을 때 저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됩니다. 탁자에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했다"는 쪽지가 남아 있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이상한 우정
화자가 스테판과 바르바라의 관계를 처음 소개하는 문장은 이 책 전체의 어조를 정합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게 기이한 사슬에 묶여 있음을 암시합니다.
There are strange friendships.
세상에는 기이한 우정이 있다.
스테판은 감시받는 유배자라는 평생의 착각 속에 삽니다. 화자는 이를 이렇게 탄식합니다.
Such is the force of imagination!
상상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바르바라는 용서하는 법이 없습니다. 연극 같은 몸짓을 한 스테판에게 그녀가 속삭인 말은 오래 남습니다.
I shall never forgive you for that!
그 일은 결코 용서하지 않겠어요!
이 대목은 사상이 아직 말장난이던 시절의 초상입니다. 스테판의 허세와 바르바라의 지배욕은 우스꽝스럽지만, 이 약한 세대가 길러 낸 아들들이 3부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생각하면 웃음이 서늘해집니다.
2. 고등 자유주의와 샤토프의 일침
스테판 모임의 수다에 화자는 '고등 자유주의'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름부터가 풍자입니다.
The higher liberalism
고등 자유주의
스테판은 게으름을 러시아의 미덕처럼 늘어놓습니다.
Everything in Russia comes of idleness, everything good and fine even.
러시아의 모든 것은 게으름에서 나온다, 좋고 아름다운 것까지도.
샤토프의 반격은 직설적입니다. 그는 러시아 자유주의자를 하인 근성으로 꾸짖고, 무신론조차 농담에 그쳤다고 말합니다.
Russian atheism has never gone further than making a joke
러시아의 무신론은 농담을 하는 데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And he who has no people has no God.
그리고 민중이 없는 자에게는 신도 없다.
이 마지막 문장은 책의 중심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신과 민중의 관계를 샤토프는 평생 붙들고 늘어지고, 그 탓에 끝내 가장 비극적인 길로 갑니다.
3. 해리 왕자와 타인의 죄
스타브로긴은 첫 등장부터 모순입니다. 우아한 미남이 어느 날 짐승처럼 변합니다.
But a few months passed and the wild beast showed his claws.
그러나 몇 달이 지나자 야수는 발톱을 드러냈다.
가가노프의 코를 잡아 끌고 총독의 귀를 문 뒤에도 그의 해명은 짧기만 합니다. 몇 년 뒤 화자에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I wasn't quite well at the time.
그때는 몸이 좀 좋지 않았어요.
3장에서 스테판은 약혼이 '남의 죄를 덮는' 결혼이라는 의심을 입 밖에 내고 맙니다.
I can't marry to cover 'another man's sins'!
'남의 죄'를 덮으려고는 결혼 못 해!
그러나 그의 결혼관은 허세일 뿐입니다.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 모습도 같습니다.
I'm a capricious child, with all the egoism of a child
나는 변덕스러운 아이야, 아이의 이기심을 다 가진.
스타브로긴의 기행은 모두 해석이 분분한 채로 남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유를 말해 주지 않음으로써 이 인물을 중심의 빈자리로 만듭니다. 모든 사람이 그에게 자기 이상을 투영하고, 표트르는 그를 이용하려 하며, 샤토프는 구원을 바랍니다.
4. 키릴로프의 논리
키릴로프의 이론은 3장의 찻잔 앞에서 처음 나옵니다. 출발점은 고통입니다.
Life is pain, life is terror, and man is unhappy.
삶은 고통이고 공포이며, 인간은 불행하다.
그가 신을 정의하는 방식은 낯섭니다.
God is the pain of the fear of death.
신은 죽음의 공포가 주는 고통이다.
He who dares kill himself is God.
감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가 신이다.
화자는 그를 미쳤다고 결론짓지만 키릴로프는 뜻밖의 고백으로 사람을 흔듭니다.
God has tormented me all my life
신은 평생 나를 괴롭혔다.
그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기와 공을 던지며 놀고 거미에게도 기도합니다. 사상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그 사상이 악해서가 아니라 너무 순수하게 끝까지 밀어붙여질 때라는 것을 이 인물이 보여 줍니다.
5. 마리아 티모피예브나
화장한 얼굴로 카드점을 치는 다리가 불편한 여인은 책에서 가장 이상하게 맑은 목소리입니다. 그녀는 슬픔을 둔함과 구별합니다.
Sadness is not dullness
슬픔은 둔함이 아니에요.
그녀의 신앙은 땅과 눈물에 닿아 있습니다.
I kiss it and weep
나는 입 맞추고 울어요.
어둠이 내리면 그녀는 샤토프에게 어린아이 같은 두려움을 고백합니다.
I'm afraid of the dark, Shatushka
나는 어둠이 무서워요, 샤투시카.
그리고 스타브로긴의 이름을 두고는 가차 없습니다. 그를 가짜 왕자 그리시카 오트레피예프라고 저주하는 대목에서 그녀는 광기 속에서 누구보다 정확한 눈을 갖습니다.
A curse on you, Grishka Otrepyev!
저주받아라, 그리시카 오트레피예프!
카드가 거짓말을 한다는 그녀의 말도 책의 주제와 이어집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데 카드라고 못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이 소설에서 가장 거짓이 없는 사람이 가장 위태로운 위치에 놓입니다.
6. 일요일의 소동
1부 마지막 장은 한꺼번에 인물이 몰려드는 대목입니다. 술 취한 레뱌드킨은 우스꽝스러운 우화로 자기를 변호합니다.
But observe, madam, observe, the cockroach doesn't complain.
하지만 보십시오, 부인, 보십시오, 바퀴벌레는 불평하지 않습니다.
표트르의 첫인상은 불쾌함입니다. 화자는 그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He had a great deal of conceit, but was utterly unaware of it himself.
그는 자만심이 대단했지만 정작 자기는 그것을 전혀 몰랐다.
바르바라의 선고는 스테판에게 내려집니다.
Kindly leave us at once, and never set foot in my house again.
당장 우리 곁을 떠나고, 다시는 내 집에 발을 들이지 마세요.
그러고 나서 샤토프의 주먹이 날아듭니다.
swung his long, heavy arm, and with all his might struck him
길고 묵직한 팔을 휘둘러 있는 힘껏 그를 쳤다.
스타브로긴이 맞고도 반격하지 않는 이 장면은 1부 전체의 의문입니다. 그는 왜 되받지 않았을까요. 책은 설명하지 않고 두 손을 등 뒤로 거두는 동작만 보여 줍니다.
7. 신을 품은 민족
2부 1장의 밤은 샤토프의 연설로 끝납니다. 그가 스타브로긴에게서 배운 사상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The stronger a people the more individual their God.
민족이 강할수록 그 민족의 신은 더 개성적이다.
The people is the body of God.
민중은 신의 몸이다.
그는 스타브로긴의 퇴폐를 질타합니다. 무신론이 신념이 아니라 허영이라는 것입니다.
You're an atheist because you're a snob, a snob of the snobs.
당신이 무신론자인 것은 속물이기 때문이야, 속물 중의 속물.
그러나 정작 신을 믿느냐는 물음에 그는 쩔쩔맵니다.
I... I will believe in God.
나는... 나는 신을 믿을 것이다.
믿는다가 아니라 믿을 것이다라는 미래형이 샤토프의 전부입니다. 그는 사상을 설교하면서 그 사상에 스스로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고, 이 간극이 샤토프를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 만듭니다. 그가 스타브로긴에게 외치는 마지막 말도 그렇습니다.
I can't tear you out of my heart, Nikolay Stavrogin!
당신을 내 마음에서 뜯어낼 수 없어요, 니콜라이 스타브로긴!
8. 짐을 찾는 사람
결투장으로 가는 길에 키릴로프는 스타브로긴의 속내를 한마디로 짚습니다. 스타브로긴은 웃으며 인정합니다.
I seek a burden
나는 짐을 찾는다.
키릴로프의 대답은 건조하지만 따뜻합니다.
Bear your burden. Or else there's no merit.
네 짐을 져라. 그렇지 않으면 공이 없다.
There's no need to be much ashamed; only a little.
크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조금만.
집에 돌아온 스타브로긴은 다샤 앞에서 자기 자신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I'm so vile and loathsome, Dasha, that I might really send for you
나는 너무 비열하고 역겨워서, 다샤, 정말 너를 부를지도 모른다.
그는 결투에서 두 번 빗맞히고 세 번째에는 일부러 허공에 쏩니다. 명예를 지키는 의식조차 그에게는 공허합니다. 그가 찾는 짐은 책임이고, 그는 짐을 질 대상을 끝내 찾지 못합니다.
9. 방종한 도시와 이십 년의 결산
5장은 도시의 분위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A lax way of thinking was the fashion.
방종한 사고방식이 유행이었다.
자살한 청년의 시신 앞에서 부인들이 흥겨워하는 장면에서 화자는 구경꾼의 심리를 짚습니다.
In every misfortune of one's neighbour there is always something cheering for an onlooker
이웃의 모든 불행에는 구경꾼을 기쁘게 하는 구석이 늘 있다.
그 뒤에 남는 것은 뿌리를 잃은 듯한 불안입니다.
as though the ground were giving way under every one's feet
모두의 발밑에서 땅이 꺼지는 듯이.
같은 장에서 바르바라는 스테판과 이십 년을 이렇게 요약하고 우정을 부정합니다.
Twenty years of mutual vanity, and nothing more.
이십 년의 서로의 허영, 그뿐이었다.
You're a stylist, and not a friend, and friendship is only a splendid word.
당신은 문장가였지 친구가 아니었고, 우정은 근사한 말일 뿐이에요.
사회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사람 사이의 진심이라는 것을 이 장은 보여 줍니다. 개인의 결별과 도시의 균열이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10. 표트르의 조직술과 시갈로프의 체계
표트르는 사상이 아니라 방법을 믿습니다. 그의 조직론은 노골적입니다.
Nothing has more influence than a title.
직함만큼 영향력이 큰 것은 없다.
tie them all together with the blood they've shed
그들이 흘린 피로 모두를 한데 묶는다.
그는 자기를 이념가로 포장하지도 않습니다.
I am a scoundrel, not a socialist.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악당이다.
모임에서 시갈로프가 내놓은 체계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Starting from unlimited freedom, I arrive at unlimited despotism.
무한한 자유에서 출발해 나는 무한한 전제에 이른다.
표트르가 이 연설을 들으며 손톱을 깎는 장면은 희극과 공포의 경계입니다. 거대한 사상이 사소한 몸짓 앞에서 허물어지고, 정작 그 사상이 실현되는 것은 한 사람을 땅에 묻는 방식으로입니다.
11. 카르마지노프와 렘브케의 몰락
작가 카르마지노프는 러시아를 떠나는 이유를 가볍게 설명합니다.
I have become a German and I am proud of it.
나는 독일인이 되었고 그것이 자랑스럽다.
그가 격문에서 읽어 낸 것은 혁명의 본질입니다.
the whole essence of the Russian revolutionary idea lies in the negation of honour
러시아 혁명 사상의 본질은 모두 명예의 부정에 있다.
표트르는 이 말에 속으로 그를 쥐라고 비웃습니다. 한편 총독 렘브케는 권력을 둘러싼 부부 싸움에서 한밤에 이렇게 터뜨립니다.
There cannot be two centres, and you have created two
중심이 둘일 수는 없는데, 당신이 둘을 만들었소.
카르마지노프는 도망치고 렘브케는 무너집니다. 표트르는 둘의 허영과 약점을 모두 이용해 이 도시의 질서를 안에서 비워 냅니다. 권력도 문학도 혁명을 막지 못한 것은 둘 다 자기 이야기에만 취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12. 아름다움을 위한 연설
축제 무대에서 스테판은 마침내 자기 신념을 입에 올립니다. 그가 내건 대립은 이렇습니다.
Shakespeare or boots, Raphael or petroleum?
셰익스피어냐 장화냐, 라파엘로냐 석유냐?
그는 아름다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외칩니다.
without beauty it is impossible, for there will be nothing left in the world
아름다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상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야유 앞에서 그의 마지막 말은 저주입니다.
I shake the dust from off my feet and I curse you
나는 발의 먼지를 털고 너희를 저주한다.
이 연설은 웃기면서 감동적입니다. 스테판의 말은 서툴지만 그가 지킨 유일한 가치가 아름다움이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그는 틀렸고 우스꽝스러웠지만, 이 소설에서 허무에 맞서 적어도 무언가를 외친 사람입니다.
13. 리자의 한 시간
화재의 밤을 지나 새벽 스크보레슈니키에서 리자는 모든 것을 정리하듯 말합니다.
I've lived my hour and that's enough.
나는 내 한 시간을 살았고, 그걸로 충분해요.
I've put all my life into one hour and I am at peace.
나는 평생을 한 시간에 쏟았고 이제 평온해요.
그러고는 자조합니다.
I've burnt myself in a candle, nothing more.
나는 촛불에 덴 것뿐이에요, 그 이상은 아니에요.
스타브로긴이 살인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고 시인하는 순간 두 사람은 갈라섭니다.
they were going to be killed and I did not stop the murderers
그들이 살해당하리란 걸 알았고 나는 살인자들을 막지 않았다.
리자는 낭만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현실에 부딪힙니다. 스타브로긴이 막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가장 깊은 죄이고, 막지 않는 것이 곧 가담이라는 점을 이 장이 분명히 합니다.
14. 샤토프의 하룻밤과 살해
샤토프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죽기 전날 밤에 옵니다. 3년 만에 돌아온 아내에게 그는 쓴웃음으로 자기를 소개합니다.
Since I cannot be a Russian, I became a Slavophil.
러시아인이 될 수 없으니 슬라브주의자가 되었소.
진통을 겪으며 마리아 이그나티예브나는 절망 속에 아이를 저주하지만, 태어난 아기 앞에서 샤토프는 경이를 느낍니다.
The mysterious coming of a new creature, a great and inexplicable mystery
새로운 생명의 신비로운 도래, 크고 설명할 수 없는 신비.
그러나 같은 날 저녁 표트르는 명예의 약속에 대의를 걸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Risk the cause on his word of honour--that's the acme of stupidity!
대의를 그의 명예의 약속에 걸다니, 어리석음의 극치다!
살해 뒤 버진스키는 울부짖고 리푸틴은 매달리듯 묻습니다.
It's not the right thing, no, no, it's not the right thing!
이건 옳지 않아, 아냐, 아냐, 이건 옳지 않아!
are we the only quintet in the world
우리가 세상에 하나뿐인 5인조인가
샤토프의 죽음이 비극인 것은 그가 막 새 삶을 얻은 순간 죽는다는 점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사상을 가장 진지하게 붙든 사람이 가장 허술한 음모에 희생되도록 만듭니다.
15. 키릴로프의 마지막 논변
표트르의 압박 앞에서 키릴로프는 사상을 정리해 보입니다. 핵심 명제는 하나입니다.
If there is no God, then I am God.
신이 없다면 내가 곧 신이다.
그가 자살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공포를 끝내려는 것입니다.
Terror is the curse of man
공포는 인간의 저주다.
I am killing myself to prove my independence and my new terrible freedom.
나는 나의 독립과 새롭고 무서운 자유를 증명하려고 스스로를 끝낸다.
유서에 서명하며 그는 이렇게 외칩니다.
I want to abuse them
나는 그들을 모욕하고 싶다.
키릴로프의 비극은 자기 사상을 증명하겠다는 약속이 표트르의 범행을 덮는 도구로 이용된다는 점입니다. 사상의 순수함이 곧 악용의 통로가 됩니다. 앞서 표트르가 던진 말은 이 상황을 예고합니다. 키릴로프는 사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6. 스테판의 마지막 방랑
평생 마차를 타고 살던 스테판은 처음으로 걸어서 길에 나섭니다.
Posting tickets mean an end to ideas.
역마 승차권은 이념의 끝을 뜻한다.
열병 속에서 그는 평생의 병을 스스로 진단합니다.
The worst of it is that I believe myself when I am lying.
가장 나쁜 것은 내가 거짓말을 하면서 그것을 스스로 믿는다는 점이다.
The hardest thing in life is to live without telling lies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다.
임종 직전의 확신은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Love is higher than existence, love is the crown of existence
사랑은 존재보다 높고, 사랑은 존재의 왕관이다.
화자는 그의 마지막을 담담히 전합니다.
He quietly went out like a candle that is burnt down.
그는 다 타 버린 초처럼 조용히 꺼졌다.
스테판은 책에서 유일하게 구원받은 인물입니다. 우스꽝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거짓 속에서 살았음을 알아보는 순간 그는 자기 사상보다 큰 것에 닿습니다. 복음서의 돼지 떼 일화를 러시아에 겹쳐 읽는 그의 해석이 책의 제사와 맞물리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17. 스타브로긴의 마지막 편지
결말에서 스타브로긴은 다샤에게 편지를 씁니다. 자신의 의지가 너무 가볍다는 고백입니다.
On a log one may cross a river but not on a chip.
통나무로는 강을 건널 수 있어도 나뭇조각으로는 건널 수 없다.
My desires are too weak; they are not enough to guide me.
나의 욕망은 너무 약해서 나를 이끌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선택조차 의심합니다.
for I am afraid of showing greatness of soul.
영혼의 위대함을 보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탁자 위에 남은 쪽지는 모든 사건을 지나온 끝에 놓인 한 줄입니다.
No one is to blame, I did it myself.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했다.
책의 중심인물이 마지막에 남기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책임의 선언입니다. 그 한 줄은 그가 평생 찾던 짐의 이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독자는 그의 죽음에서 구원도 단죄도 얻지 못하고, 표트르가 달아난 자리에서 홀로 끝을 맞는 한 인간을 마주합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악령』은 인물이 많고 이름이 길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중심 인물을 세 쌍으로 잡으면 길이 보입니다. 스테판과 바르바라(늙은 세대의 허세와 지배), 스타브로긴과 표트르(빈자리와 그것을 이용하는 자), 샤토프와 키릴로프(신을 붙들고 싸우는 두 사람)입니다. 처음이라면 1부 제1장의 스테판 이야기, 제5장 일요일의 소동, 2부 제1장 밤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어 2부 제7장 모임과 3부 제1장 축제가 희극의 정점이고, 3부 제6장 바쁜 밤과 제7장 스테판의 마지막 방랑, 제8장 결론이 비극의 정점입니다. 이 소설은 정치 소설이면서 동시에 가족 소설이고 소극입니다. 웃기는 장면에 주의를 기울여 읽으면 그 웃음이 어디서 서늘해지는지 알게 됩니다. 사상과 정치 이야기가 낯설다면 각 인물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따라가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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