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4년 출간
The Man in the Brown Suit
갈색 양복의 사나이
지하철 승강장의 죽음 앞에서 주운 쪽지 한 장을 따라 아프리카행 배에 오른 화석학자의 딸이, 정체 모를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대령'을 쫓으며 모험과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
I’d always longed for adventures.
나는 언제나 모험을 갈망해 왔다.
It is a theory of mine that one always gets what one wants.
사람은 언제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이 내 이론이다.
한눈에 보기
프롤로그에서 파리의 무용수 나디나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대령'을 협박할 계획을 털어놓는다. 화석학자의 딸 앤 베딩필드는 아버지를 여읜 뒤 런던 지하철에서 한 남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현장에서 가짜 의사가 떨어뜨린 쪽지를 주워 밀 하우스 살인 사건을 쫓는다. 쪽지가 가리킨 킬모든 캐슬호 위에서 칼에 찔린 청년 해리 레이번이 17호 객실로 뛰어들고, 사교계 여성 수잔 블레어와 군인 같은 레이스 대령, 선교사 행세의 치체스터, 비서 패짓이 모두 용의선상에 오른다. 케이프타운의 납치와 탈출, 로디지아행 기차, 폭포의 벼랑, 강 위의 섬, 요하네스버그 소요를 거쳐 '대령'의 정체와 해리의 진짜 이름이 드러난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의 사냥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 쥘 베른 『80일간의 세계일주』 (Around the World in Eighty Days)
한 권 요점
The Man in the Brown Suit
『갈색 양복의 사나이』는 영국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장편소설로, 1924년에 나왔습니다. 크리스티는 1890년에 태어나 197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에 쓰인 남아프리카의 풍경에는 작가가 1922년 무렵 그곳을 여행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은 프롤로그와 제1~36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주인공 앤 베딩필드가 일인칭으로 들려주지만, 곳곳에 유스터스 페들러 경의 일기가 끼어들어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목소리로 비춥니다. 두 목소리가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독자는 앤이 보지 못하는 쪽의 사정을 조금씩 엿보게 됩니다. 줄기는 하나입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젊은 여성이 우연히 주운 종잇조각 하나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추적에 뛰어들고, 그 끝에서 자기가 원하던 모험과 사랑을 모두 손에 넣는 과정입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쓰지만 웃음이 많고, 주인공이 영화 속 여주인공을 흉내 내며 스스로를 놀리는 대목이 책 전체의 온도를 정합니다.
줄거리
프롤로그: 파리 분장실의 거래
파리를 열광시킨 러시아 무용수 나디나가 공연을 마치고 분장실로 돌아옵니다. 찾아온 사람은 세르기우스 파울로비치 백작인데, 사실 런던 뮤직홀의 변장 재주꾼 출신의 영국인입니다. 두 사람은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대령'이 은퇴한다는 소식을 이야기합니다. 대령은 보석 절도와 위조, 첩보, 파괴 공작에 암살까지 손대면서도 자기 손은 한 번도 더럽히지 않고, 일이 틀어질 때마다 대신 죄를 뒤집어쓸 희생양을 준비해 온 인물입니다. 나디나는 전쟁 직전 킴벌리에서 있었던 10만 파운드어치 다이아몬드 사건에서 자신이 대령 몰래 남미산 원석 몇 개를 빼돌려 두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 돌이 있으면 두 청년에게 씌워진 누명이 벗겨지고 대령이 의심받게 되므로, 그는 이것으로 큰 값을 받아 낼 생각입니다. 다음 날 런던으로 가고, 남아프리카에서 온 남자가 곁에서 돕는다고 하는데, 그가 남편이라는 말로 프롤로그가 끝납니다.
제1~2장: 화석학자의 딸, 자유를 얻다
시골 마을 리틀 햄슬리에서 앤 베딩필드는 영국 최고의 원시인류 권위자인 아버지 곁에서 자랍니다. 아버지는 구석기 시대에만 정신이 가 있고 돈 문제는 앤의 몫이었으며, 앤은 지루한 생활 속에서 연속 영화 「파멜라의 위기」의 여주인공 같은 모험을 꿈꿉니다. 로디지아 브로큰 힐에서 오래된 두개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흥분하지만, 동굴 발굴에서 돌아온 뒤 감기에 걸려 폐렴으로 나흘 만에 세상을 떠납니다. 앤은 큰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알면서도 아버지의 학문에 대한 헌신을 은근히 존경해 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의사는 청혼까지 하지만, 앤은 미칠 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며 거절하고 런던으로 갑니다. 아버지의 변호사 플레밍 씨는 남은 재산이 87파운드 17실링 4펜스뿐이라고 알리고, 앤을 켄싱턴의 자기 집에 머물게 합니다. 앤은 플레밍 부인의 시선을 느끼며 머리 모양을 바꾸고, 거울 앞에서 '모험가 안나'를 연기하며 첫 회를 선언합니다.
제3장: 지하철 승강장의 죽음
플레밍 가에서 몇 주를 지루하게 보낸 1월 8일, 앤은 하이드 파크 코너 지하철역 승강장 끝에서 방충제 냄새를 풍기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햇볕에 그을린 작은 남자를 봅니다. 남자는 앤 뒤쪽의 무언가를 보고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하다 선로로 떨어져 숨집니다. 그때 갈색 수염의 키 큰 사내가 의사라며 시신을 살펴보고, 서둘러 승강기로 달려가다 쪽지 한 장을 떨어뜨립니다. 앤이 주운 쪽지에는 연필로 '1 7 . 1 2 2'라는 숫자와 '킬모든 캐슬'이라는 말이 적혀 있고, 쪽지에서도 방충제 냄새가 납니다. 집에 돌아온 앤은 바닥에 누워 시신 흉내를 내 보며 의사의 동작이 어색했던 이유를 찾아냅니다. 검시에서 죽은 사람은 킴벌리에서 온 L. B. 카튼으로 확인되고, 호주머니에는 마를로 근처 강변 저택을 보라는 중개업소 주문서뿐이었습니다. 앤은 사고라고 증언하고 배심은 사고로 결론짓습니다. 다음 날 신문 『데일리 버짓』은 마를로의 밀 하우스에서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합니다.
제4~5장: 밀 하우스 사건과 나스비 경
피해 여성은 '카스티나 부인'이라는 이름으로 중개업소에서 같은 저택의 주문서를 받았고, 관리인 제임스 부인은 그날 오후 갈색 정장을 입은 키 큰 젊은이가 뒤따라 들어갔다가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나왔다고 증언합니다. 배심은 신원 불명의 범인에 의한 살인이라고 결론짓고, 신문은 '갈색 정장의 남자를 찾아라'라는 구호를 매일 외칩니다. 앤은 지하철 사고와 이 사건이 이어져 있다고 믿어 스코틀랜드 야드에서 미도스 경감을 만나지만, 경감은 하나하나 우연으로 치부합니다. 화가 난 앤은 그 길로 『데일리 버짓』의 소유주 나스비 경을 찾아갑니다. 플레밍 가 현관에 있던 후작의 명함을 몰래 가져가 얼굴을 보는 데 성공하고, 의사가 떨어뜨린 쪽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나스비 경은 기사가 될 만한 것을 가져오면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제6~7장: 쪽지, 밀 하우스, 필름 롤
앤은 쪽지의 숫자를 더하고 빼며 갖가지 해석을 시도하지만 소용이 없고, 킬모든 캐슬이라는 지명은 사전에도 지도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범행 현장을 찾는' 탐정의 정석대로 마를로로 가서 집을 구하는 손님을 가장해 밀 하우스의 열쇠를 얻고, 관리인 제임스 부인에게서 범인에 대한 인상과 피해 여성의 생김새를 듣습니다. 위층 방에서는 단서를 찾지 못했지만, 떨어뜨린 연필이 기울어진 바닥을 굴러 창가 의자 밑 수납장으로 들어간 덕분에 같은 장소를 뒤지다 코닥 필름 롤을 찾아냅니다. 앤은 가짜 의사가 서두르다 필름을 떨어뜨렸다고 추리합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숫자를 날짜로 읽고 1월 17일이 사흘 뒤임을 깨닫는데, 다음 날 아침 현상소에서는 필름이 노출되지 않은 새것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다 선박 회사 진열창에서 '킬모든 캐슬'이 남아프리카 행 선박임을 알게 되고, 1등석 요금이 87파운드라는 말에 유산 전부를 털어 표를 삽니다.
제8장: 페들러 경의 일기
이야기는 잠시 마를로 저택의 주인 유스터스 페들러 경의 일기로 넘어갑니다. 의원이자 쾌락을 즐기는 이 인물은 칸에서 겨울을 나던 중 비서 가이 패짓이 가져온 전보로 자기 집에서 살인이 났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귀국한 뒤 정부 인사 밀레이로부터 남아프리카의 스머츠 장군에게 서류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같은 무렵 얼굴에 흉터가 있는 젊은이가 밀레이의 소개라며 찾아와 '해리 레이번'이라는 이름의 두 번째 비서로 동행하겠다고 합니다. 패짓의 갑작스러운 복통이 단순한 소화 불량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을 흘리는 것도 이 젊은이입니다.
제9~11장: 킬모든 캐슬호의 17호 객실
앤은 플레밍 부인이 쥐여 준 25파운드를 가지고 배에 오르지만 사흘 내내 뱃멀미에 시달립니다. 나흘째 갑판에서 만난 사람들이 금세 그녀를 이끕니다. 파리풍의 매력적인 사교계 여성 수잔 블레어, 그녀의 곁을 지키는 군인 같은 풍모의 레이스 대령, 선교사 치체스터와 페들러 경의 비서 패짓입니다. 앤은 객실이 13호로 배정되자 미신 때문에 거부하고 17호를 얻는데, 치체스터와 패짓이 그 방을 두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저녁에 방에서 지독한 악취가 나자 누군가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고 확신하고, 쪽지의 숫자를 17호 객실, 1시, 22일로 다시 읽습니다. 22일 새벽 1시에 한 청년이 방으로 뛰어들어 쫓기고 있다며 침대 밑에 숨고, 앤이 승무원을 속여 돌려보낸 뒤 보니 그는 어깨뼈 아래를 칼에 찔려 기절해 있습니다. 앤이 상처를 감아 주자 청년은 도움을 거부하고 고마워하지도 않다가 빚을 갚겠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다음 날 방은 누군가 뒤진 흔적이 있고, 앤은 페들러 경, 패짓, 치체스터를 용의자로 꼽습니다. 치체스터는 페들러 경이 주워 준 종이를 보고 안색이 변했고, 레이스 대령은 선사 시대의 순서를 이상하게 말하고, 앤은 자신이 시험받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제12~13장: 페들러 경의 일기와 가장무도회
페들러 경은 배 위의 사람들을 시큰둥하게 평하면서도 앤의 다리만큼은 칭찬합니다. 패짓은 17호 객실에서 치체스터가 몰래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하고, 출항 전의 복통은 독살 시도였다고 주장하며, 레이스 대령이 비밀 정보원이라는 소문까지 전합니다. 페들러 경은 치체스터의 발치에서 '혼자 놀면 너만 다친다'는 뜻의 경고 쪽지를 주워 선교사가 수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무도회에서 곰 인형 옷을 입은 페들러 경은 샴페인으로 입이 풀린 레이스 대령의 입담을 곁에서 듣습니다. 대령은 전쟁 직전 킴벌리에서 벌어진 대규모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을 들려줍니다. 사건의 당사자는 남미에서 막 돌아온 두 청년 존 이어즐리와 루카스인데, 이어즐리는 거부 로런스 이어즐리 경의 아들입니다. 이어즐리는 절도 혐의를 받고 아버지가 변상한 뒤 입대해 전사했고, 아버지도 곧 숨져 막대한 재산이 가장 가까운 친척인 레이스 대령에게 넘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도중 문가에 서 있던 레이번이 창백해져서 사라지는 것을 앤과 페들러 경이 함께 봅니다.
제14~16장: 수잔, 71호 객실, 패짓의 거짓말
앤은 결국 수잔 블레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둘은 서로의 이름으로 부르는 사이가 됩니다. 수잔은 종이에 얼굴을 그려 한밤의 승무원이 변장한 치체스터였음을 알아채고, 숫자의 점이 종이의 흠이라는 사실을 짚어 쪽지를 '1시, 71호, 22일'로 바로잡습니다. 71호는 바로 수잔의 방이고, 원래 파리의 무용수 나디나가 가명으로 예약한 방이었습니다. 앤은 마를로에서 숨진 여성이 나디나였음을 깨닫고, 수잔이 한밤중에 통풍구로 건네받은 필름통을 열어 보니 안에는 거친 유리 같은 돌이 가득합니다. 수잔이 한눈에 알아본 대로 그것은 원석 다이아몬드입니다. 앤은 이어서 해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고백하고,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다음 날 앤은 레이스 대령에게 루카스의 행방을 슬쩍 묻고, 밤 승무원에게서 카튼이 내기를 가장해 1월 22일 71호에 필름통을 던져 넣어 달라고 부탁했음을 알아냅니다. 마지막 밤에는 플로렌스 이야기로 패짓을 시험합니다. 패짓은 플로렌스에 가 본 적이 없음이 드러나고, 마를로를 아느냐는 물음에는 허둥대며 달아납니다. 그날 밤 갑판에서 누군가 앤을 덮치고, 레이번이 달려와 구해 줍니다. 쓰러진 사내는 패짓이었고, 앤은 레이번을 '루카스'라고 부르며 도움을 주겠다고 하지만 그는 거절합니다.
제17~19장: 케이프타운, 무이젠베르크의 함정
페들러 경의 일기는 패짓의 멍든 눈과 사라진 레이번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스머츠 장군에게 전하려던 밀레이의 서한 속에는 백지 한 장뿐이었고, 패짓은 레이번이 범인 '갈색 정장의 남자'라고 주장합니다. 한편 테이블 마운틴이 보이는 새벽 갑판에서 레이번은 앤에게 사과하고, 위험한 일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한 뒤 작별 인사를 합니다. 앤은 박물관 큐레이터의 초대장을 받고 무이젠베르크의 빌라로 가지만, 문이 닫히자마자 주황색 수염의 네덜란드인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아챕니다. 앤은 손발이 묶이고 재갈이 물린 채 다락에 갇히지만, 달빛 속 깨진 유리 조각으로 끈을 끊습니다. 자정 무렵 아래층에서 네덜란드인과 치체스터가 '대령'의 명령과 채소 이름으로 된 암호 목록을 이야기하는 것을 엿듣습니다. 치체스터가 떠난 아침 앤은 집을 빠져나와 케이프타운으로 달려가지만 킬모든 캐슬호는 이미 출항한 뒤입니다.
제20~22장: 역에서의 속임수와 추격
레이스 대령이 찾아와 갈색 정장의 남자가 페들러 경의 비서로 배에 탔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페들러 경은 비서가 되어 달라며 앤에게 농담 섞인 제안을 합니다. 앤은 케이프타운에 남아 패짓을 감시하기로 하고 더반행 기차를 타는 척합니다. 패짓이 역까지 따라와 확인하려 하자 수잔이 오드콜로뉴를 사 오라며 그를 약국으로 보내고, 앤은 그 틈에 반대편으로 내립니다. 이튿날 아침 역에서 마주쳤던 큰 코의 작은 남자가 자기를 미행하는 것을 알아챈 앤은 아이스크림 소다 가게에서 그가 패짓과 말을 나누고 경찰에게 손짓하는 것을 봅니다. 핸드백 속에는 어느새 남의 지갑이 들어 있고, 앤은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로디지아행 기차를 향해 달립니다. 승강장에서는 패짓이 지켜보고 있었고, 앤은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며 그에게 작별 인사를 외칩니다. 페들러 경의 전용 객차에서는 새로 고용한 비서 페티그루 양이 받아쓰기를 하고 있고, 레이스 대령이 부러진 연필을 말없이 깎아 줍니다. 일기에서 페들러 경은 비서를 네 명이나 겪었다고 투덜대고, 앤이 나디나의 이름을 전보로 알린 덕에 『데일리 버짓』의 특파원이 된 사실을 전합니다.
제23~24장: 로디지아, 레이스의 청혼, 폭포의 밤
기차 안에서 앤은 정식 특파원으로 인정받고, 패짓이 '대령'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수잔과 이야기합니다. 불라와요에 도착한 일행은 사들인 마흔아홉 개의 나무 동물과 큰 기린 때문에 법석을 떱니다. 앤은 레이스와 단둘이 마토포스의 로즈 무덤으로 소풍을 가고, 그는 앤이 무엇을 숨기는지 캐묻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 가게에서 굶주린 고양이들을 데려가려는 앤을 레이스가 막으며 냉혹함을 가르치려 하고, 그 직후 청혼합니다. 앤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답하자 대령은 이제 자신이 할 일을 알겠다고 말합니다. 폭포 곁 호텔에 도착한 밤, 앤은 "17호 객실을 기억해서라도 와 달라"는 해리 레이번 서명의 쪽지를 받습니다. 다리를 건너 길을 걷다가 뒤에서 낯선 키 큰 남자의 기척을 느끼고 달아나다 발을 헛디뎌 벼랑 아래로 떨어집니다.
제25~27장: 강 위의 섬, 해리의 이야기, 습격과 탈출
앤은 의식을 되찾고 보니 잠베지강 위의 섬 오두막에 누워 있고, 곁에는 해리 레이번이 있습니다. 한 달 가까이 지났고, 그는 벼랑 나무에 걸려 있던 앤을 구해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쪽지는 쓰지 않았고, 표시 돌을 옮겨 헛디디게 한 함정이었다고 설명합니다. 함께 지내며 둘은 논쟁하면서 가까워지지만, 해리는 자신이 쫓기는 사람이라며 앤을 떠나보내려 합니다. 그리고 비로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본명은 해리 루카스이고, 케임브리지에서 만난 친구 이어즐리와 남미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았으며, 킴벌리에서 만난 배우 아니타 그륀베르크 때문에 도난 사건의 누명을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친구는 전사하고 해리는 실종 처리되어 섬으로 숨어들었고, 어느 날 그를 보고 놀라는 카튼을 발견해 추적했습니다. 카튼은 아니타가 나디나로 이름을 바꿨다는 것과 그녀가 대령의 약점이 될 원석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해리는 킬모든 캐슬호에 변장해 타고, 런던 지하철에서 쓰러진 카튼의 주머니를 뒤졌으며, 나디나를 마를로까지 쫓아갔다가 이미 숨진 그녀를 발견하고 도망쳤다고 합니다. 앤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이아몬드가 줄곧 수잔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해리는 대령의 정체를 두고 패짓이냐 레이스냐를 고민합니다. 새벽, 무이젠베르크의 네덜란드인이 이끄는 무리가 배를 타고 습격합니다. 두 사람은 총격을 막아 내고, 오두막에 불을 질러 눈을 속인 뒤 악어가 사는 물길을 헤엄쳐 건너 리빙스턴으로 갑니다. 해리의 친구 네드의 가게에서 앤은 베이라로 가지 않기로 하고, 진짜 메시지에는 '그리고(and)'가 지워져 있고 전보에는 '앤디'라고 서명하기로 약속합니다.
제28~29장: 페들러 경의 일기, 요하네스버그
앤이 사라진 호텔에서 페들러 경은 수잔의 호들갑을 악몽 탓으로 돌리다가, 레이스가 호텔 전체를 뒤집어 앤을 찾는 모습을 봅니다. 사람들은 앤이 몽유병으로 벼랑에서 떨어졌다고 보지만, 수잔의 태도는 레이스를 향해 눈에 띄게 차가워집니다. 수잔은 작은 나무 상자 두 개를 페들러 경에게 맡기고 자신은 폭포에 남습니다. 페들러 경은 요하네스버그로 가서 파업과 소요의 소음 속에서 정부 관리의 질문을 받습니다. 관리는 소요 배후에 조직이 있고 채소 이름을 쓴 암호로 무기가 들어온다고 알립니다. 수잔의 전보로 앤이 킴벌리에서 안전함을 알게 되고, 우연히 만난 레이스에게 그 사실을 전하자 대령은 크게 당황합니다. 관리는 이어 페티그루 양이 의심스러운 골동품점을 드나드는 모습이 목격되었다고 알려 주고, 페들러 경은 그 비서가 정부가 빌려준 사람이라고 답합니다.
제30~31장: 킴벌리의 패짓, 면도기와 가발
킴벌리에서 앤은 수잔에게 해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수잔은 다이아몬드를 어디에 숨겼는지 속삭입니다. '앤디'라고 서명된 전보가 먼저 오고, 이어 '해리'로 서명된 지시가 도착하자 앤은 그것이 약속과 다른 가짜임을 알아채고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앤은 역에서 패짓을 붙잡고 1월 8일 마를로에서 무엇을 했는지 묻습니다. 패짓의 비밀은 의외로 사소했습니다. 한편 요하네스버그의 페들러 경은 패짓이 짐을 멋대로 풀어 버린 일과, 페티그루 양의 방에서 면도기와 가발이 발견된 일로 어수선합니다. 페티그루는 여자로 변장한 남자였습니다. 패짓은 8년 남짓 비밀로 해 온 사정, 곧 마를로 근처에 아내와 네 아이를 두고 있었다고 털어놓고, 이미 앤에게도 말했다고 합니다. 페들러 경은 일을 망쳤다고 내뱉고는 골동품점 뒷방으로 들어갑니다.
제32~33장: 대령의 집, 반전의 순간
앤은 가짜 전보임을 알면서 일부러 그 지시를 따라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집으로 가고, 그곳에서 치체스터이자 페티그루인 밍크스를 만납니다. 앤은 담담하게 대령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안내받은 방에는 페들러 경이 웃으며 앉아 있습니다. 페들러 경은 자신이 '대령'임을 서슴없이 인정합니다. 칸에 있는 척하며 몰래 마를로에 갔고, 나디나를 없앴으며, 배 위에서는 앤을 바다에 던지려 했다고 시인합니다. 폭포에서 앤이 들은 비서의 구술 소리는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밍크스의 연기였습니다. 그는 먼저 결혼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다이아몬드와 앤의 목숨을 맞바꾸자며 해리를 부르는 편지를 앤에게 받아쓰게 합니다. 방으로 안내받은 앤의 세면도구 주머니에서는 진주 손잡이의 작은 권총이 나옵니다. 오후, 페들러 경은 앤과 수잔이 필름통에 숨겼던 다이아몬드를 이미 자기 호주머니에 옮겨 두었다고 자랑합니다. 해리가 붙들려 들어오자 앤은 양말에 숨겼던 권총으로 페들러 경을 겨누고, 해리는 위협으로 사람들을 물립니다. 이때 레이스 대령의 부대가 건물을 포위하고, 앤이 킴벌리를 떠나기 전 해리와 레이스에게 전보를 보내 두었고, 미리 정한 암호 덕에 해리는 함정임을 알고 왔다고 밝힙니다. 페들러 경은 창밖으로 필름통을 던져 불타는 건물로 날려 보내지만, 앤은 그 통에는 평범한 자갈이 들어 있었다고 알려 줍니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수잔이 속을 파낸 큰 나무 기린의 배 안에 있었습니다. 대령의 졸개였던 밍크스는 레이스 쪽에 서서 증언합니다.
제34~36장: 해리의 본명, 도피, 그 뒤의 이야기
이튿날 농가에서 앤은 감금되어 있던 페들러 경이 방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레이스는 해리가 이제 누명을 완전히 벗었다고 알리면서, 자신도 한때 사랑한 앤이 다른 이를 택했음을 받아들입니다. 그러고는 해리를 '루카스'라고 부르고, 해리가 체념하며 말하라고 하자 앤에게 진짜 이름을 알려 줍니다. 해리 루카스는 전쟁에서 전사했고, 앤이 사랑한 사람은 존 해럴드 이어즐리였습니다. 두 사람은 행운을 빈다며 신분 인식표를 바꾼 적이 있었고, 루카스가 다음 날 전사한 뒤 이어즐리는 그의 이름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앤이 속았다고 느끼자 해리는 재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두려웠다고 변명하고 앤은 그를 용서합니다. 한동안 무이젠베르크의 이어즐리 가문 빌라에서 결혼 준비를 하며 지내지만, 출항 전날 밤 해리는 앤에게 지금 함께 섬으로 가자고 합니다. 앤은 투덜대면서도 웃으며, 자신도 오고 싶었다고 하며 따라나섭니다. 2년 뒤, 두 사람은 여전히 강 위의 섬에 삽니다. 수잔은 '사랑에 빠진 바보들'에게 편지를 보내 재산 관리는 레이스에게 맡기자고 설득했고, 볼리비아에서 온 페들러 경의 편지는 일기와 함께 앤을 문학 유언 집행자로 지명하며 악의가 없다고 쓰고 있습니다. 앤은 아들이 갈색 피부로 흙을 파며 노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수잔이 전보로 아이의 머리가 긴 머리인지 짧은 머리인지 묻자 앤은 '납작머리!'라는 한 단어로 답하며 책은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프롤로그: 분장실의 대령
책은 주인공이 나오기도 전에 악당의 방식부터 소개합니다. 파리의 분장실에서 백작은 대령의 일하는 방식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He has organized crime as another man might organize a boot factory.
그는 다른 사람이 구두 공장을 운영하듯 범죄를 조직했다.
핵심은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부하들은 모두 그에게 약점이 잡혀 있지만 아무도 그의 약점을 쥐지 못했고, 그 신조도 한 줄로 요약됩니다.
If you want a thing done safely, do not do it yourself!
일을 안전하게 하고 싶거든 직접 하지 마라!
나디나가 비웃는 가운데 백작은 이런 경고를 남깁니다.
He is a man whom it is particularly easy to—underestimate.
그는 특히 얕보기 쉬운 사람이다.
마지막 문장은 결말에서 대령이 스스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순간 되돌아옵니다. 프롤로그는 대령이 누구인지는 숨기면서 독자에게 '쉽게 얕볼 수 있는 인물'이라는 단서만 건네는 구조입니다.
2. 모험을 갈망하는 딸, 자유가 된 고아
앤은 모험소설의 여주인공을 자기 삶에 겹쳐 놓고 시작합니다. 구석기 시대에 사는 아버지 곁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사건 하나 없는 일상입니다.
You see, my life had such a dreadful sameness.
내 삶은 지독하게 똑같은 날의 반복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뜬 뒤 의사가 청혼하지만 앤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I could never marry a man unless I loved him madly.
미칠 듯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결코 결혼하지 못해요.
앤이 원하는 것은 안전이 아니라 사건입니다. 앞날을 묻는 의사에게 그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Have adventures and see the world,
모험을 하고 세상을 볼 거예요.
If things happen anywhere, they happen in London.
어디선가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런던이에요.
플레밍 가의 첫날 밤, 앤은 자기 얼굴을 두고 이런 푸념도 합니다.
Men will not be nice to you if you are not good-looking,
잘생기지 않으면 남자들은 잘해 주지 않고,
뒷부분은 여자들도 잘생기면 잘해 주지 않는다는 말로 이어집니다. 이 유머러스한 자기 관찰이 앤을 영웅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세웁니다.
3. 지하철 승강장의 가짜 의사
사건은 승강장 끝에서 시작됩니다. 방충제 냄새를 풍기던 남자가 앤 뒤쪽의 무언가를 보고 공포에 질립니다.
It was distorted by fear—almost panic.
그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거의 공포에 가깝게 일그러졌다.
곧이어 의사를 자처한 사내가 나타나 판정을 내립니다.
Dead as a door-nail.
죽었군요. 손쓸 방법이 없어요.
앤의 관찰력은 이 순간에 시작됩니다. 집에 돌아와 바닥에 누워 시신을 흉내 낸 뒤 가짜 의사의 어색함을 정확히 짚어 냅니다.
a doctor doesn’t usually feel for the heart on the right side
의사는 보통 몸의 오른쪽에서 심장을 찾지 않는다.
There’s a sort of deft professional callousness that this man hadn’t got.
그 남자에게는 의사 특유의 능숙하고 무심한 손놀림이 없었다.
책은 처음부터 앤의 추리가 직관과 관찰의 결합이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다만 그녀의 추리는 맞는 곳과 틀리는 곳이 섞여 있고, 그 틈이 이후 이야기의 재미가 됩니다.
4. 스코틀랜드 야드와 나스비 경
미도스 경감은 앤이 내놓는 이상한 점을 모두 우연으로 돌립니다. 지치지 않는 앤은 비꼬는 말로 응수합니다.
In fact, inspector, you are determined to find nothing odd,
경감님은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마음먹으셨군요.
경감의 펜이 멈칫하는 순간은 이 대목의 가장 작은 승리입니다. 앤은 일부러 어려운 인류학 용어로 가짜 의사의 두개골을 묘사해 둡니다.
His head was markedly brachycephalic.
그의 머리는 뚜렷하게 단두형이었어요.
이 말은 마지막 장면의 농담과 짝을 이룹니다. 이어 앤은 후작의 명함을 몰래 가져가 신문사 사주 나스비 경을 만나는 도박을 합니다.
Adventuresses must not be too scrupulous in their methods.
모험가는 방법에 너무 까다로우면 안 된다.
I rather like cheek—from a pretty girl.
나는 예쁜 아가씨의 뻔뻔함이 꽤 마음에 들어.
이 장면은 앤이 얌전한 고아가 아니라 필요하면 뻔뻔하게 밀고 나가는 사람임을 보여 줍니다. 나스비 경과의 이 약속이 이후 앤이 특파원이라는 신분을 얻는 밑천이 됩니다.
5. 숫자의 해석과 필름 롤
쪽지의 '1 7 . 1 2 2'를 두고 앤은 합계부터 구합니다. 더하고 빼고 하다가 결국 나온 숫자에 지레 겁을 먹습니다.
Thirteen! Fateful number!
열셋! 불길한 숫자!
킬모든 캐슬이라는 지명에서는 보물찾기를 상상하고, 마를로의 현장을 찾아가는 일도 탐정의 정석이라고 여깁니다.
Figures always go with buried treasure.
숫자는 언제나 묻힌 보물과 함께 따라다닌다.
Always done by the best sleuths!
일류 탐정이면 언제나 그렇게 하지!
밀 하우스에서 찾은 필름 롤은 결정적 단서처럼 보였지만, 현상소 직원은 웃으며 돌려줍니다.
You’ve given me the wrong roll.
잘못 가져오신 것 같아요.
This is an unexposed one.
이건 아직 노출되지 않은 필름이에요.
하지만 바로 이 헛걸음이 선박 회사 진열창으로 이어집니다. 요금이 유산과 똑같은 금액이라는 우연에 앤은 결심을 굳힙니다.
Exactly the amount of my legacy!
내 유산과 정확히 같은 금액!
I was now definitely committed to the adventure.
나는 이제 이 모험에 확실히 발을 들였다.
수사가 잘못 풀리는 곳에서 이야기가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이 책의 리듬입니다.
6. 페들러 경의 일기: 두 번째 목소리
페들러 경의 일기는 앤의 열정과 정반대 편에 있습니다. 그는 소란을 싫어하고 편안함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My object in life is to be thoroughly comfortable.
내 인생의 목표는 철저하게 편안한 것이다.
I hate being involved.
나는 얽히는 것이 싫다.
비서 패짓을 묘사하는 대목은 이 일기의 유머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He has the face of a fourteenth-century poisoner
그는 14세기 독살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기에는 슬쩍 흘린 단서도 있습니다. 해리 레이번이 처음 나타날 때 이름을 소개하는 방식이 이상합니다.
Harry Rayburn seems quite a suitable name,
해리 레이번이면 꽤 알맞은 이름 같군요.
일기의 목소리는 독자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이 숨기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없이 알려 줍니다. 읽는 재미는 이 일기를 믿어도 되는 구간과 믿어서는 안 되는 구간을 가려내는 데 있습니다.
7. 17호 객실의 밤
앤은 13이라는 숫자가 싫어 17호 객실을 얻습니다. 이 사소한 미신이 사건의 중심으로 그녀를 밀어 넣습니다.
Thirteen is the one thing I am superstitious about.
열셋만큼은 내가 미신을 믿는 유일한 것이다.
치체스터와 패짓이 두 객실 중 어디서도 물러서지 않자 앤은 옆에서 관찰합니다.
Meek men are always obstinate, I have noticed.
내가 보기에 온순한 남자들은 늘 고집이 세다.
악취가 객실에 퍼진 뒤 앤은 숫자의 뜻을 새로 읽습니다.
Supposing 17 meant Cabin 17?
17이 17호 객실을 뜻한다면?
한밤의 방문객은 도움을 청하며 뛰어들어옵니다.
“Save me,” he said hoarsely.
"살려 줘요."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They’re after me.
놈들이 나를 쫓고 있어요.
그가 고맙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으려는 장면에서 책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빚을 갚겠다고 말하는 방식은 거만하지만 진심입니다.
I shall not thank you—now or at any other time.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But I acknowledge the debt.
하지만 빚졌다는 건 인정합니다.
구원과 빚이라는 이 구도가 둘 사이를 오래 묶어 두는 줄이 됩니다.
8. 용의자 목록과 어설픈 선교사
앤은 객실이 뒤진 것을 발견하고 손가락을 꼽아 용의자를 세웁니다. 치체스터는 일찍부터 의심스럽습니다.
Was he—or was he not—just a little like a stage clergyman?
그는 무대 위의 성직자와 조금 닮지 않았는가?
페들러 경이 주워 준 종이를 보고 안색이 변하는 모습을 본 뒤 앤은 목록의 맨 위에 그를 올립니다. 한편 페들러 경은 패짓의 험상궂은 얼굴을 두고 이런 농담을 건넵니다.
No self-respecting murderer would ever consent to look like one.
자존심 있는 살인자라면 살인자처럼 보이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 농담은 앞뒤를 놓고 읽으면 반쯤은 장난이고 반쯤은 자기 변호입니다. 겉모습과 속을 가르는 이런 말장난이 책에 계속 깔려 있습니다. 한편 레이스 대령이 일부러 시대를 틀리게 말하는 장면에서 앤은 자신이 시험당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Had he been pumping me?
그가 나를 떠본 것인가?
믿음직한 군인이 가장 석연치 않은 질문을 던지는 이 장면은, 독자가 레이스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첫 자리입니다.
9. 다이아몬드 이야기와 가장무도회
13장의 일기에서 페들러 경은 곰 인형 옷을 입고 샴페인 잔을 기울입니다. 그 자리에서 레이스 대령은 킴벌리의 사건을 풀어 놓는데, 그 사건은 이 책의 모든 인물의 과거를 한꺼번에 묶습니다.
The diamonds were of every colour, pink, blue, yellow, green, black
다이아몬드는 분홍, 파랑, 노랑, 초록, 검정 등 갖가지 색이었다.
사건의 당사자인 존 이어즐리가 이미 죽었다는 것, 그 재산이 레이스에게 돌아갔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끝입니다. 곁에서 페들러 경은 사자 이야기로 맞받아치며 자기도 한몫 합니다.
A man who has shot lions in large quantities has an unfair advantage
사자를 많이 쏴 본 사람은 다른 남자들보다 부당하게 유리하다.
There, sure enough, was the lion, busily practising low jumps.
아니나 다를까 사자는 바지런히 낮은 도약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레이스는 자기가 유산 상속자라는 사실을 가볍게 밝힙니다.
I should say so,” he replied, with a smile. “I am!
"그렇다고 봐야지요." 그가 웃으며 답했다. "내가 그렇소!"
웃음이 오가는 식탁에서 모든 사람의 동기가 한꺼번에 드러난다는 점이 이 장면의 설계입니다. 이야기의 도둑질과 우정, 상속이 모두 이 자리에서 소개됩니다.
10. 수잔과 71호 객실
외로움을 느낀 앤이 수잔을 찾아가면서 이 책은 탐정소설에서 두 여자의 공동 수사로 바뀝니다. 수잔의 눈은 쪽지의 작은 흠을 놓치지 않습니다.
Anne, that isn’t a dot! That’s a flaw in the paper!
앤, 그건 점이 아니야! 종이의 흠이야!
숫자가 바로잡히자 장소가 수잔 자신의 방임이 드러납니다.
it’s Cabin 71! My cabin, Anne!
71호 객실이야! 내 방이야, 앤!
그 방의 원래 예약자가 나디나라는 말을 듣고 앤의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맞아떨어집니다.
Because she was dead.
그녀는 죽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필름통에서 쏟아지는 돌을 보고 앤은 실망합니다.
Pebbles? No, Anne, not pebbles! Diamonds!
자갈이라고? 아냐, 앤, 자갈이 아니야! 다이아몬드야!
앤이 처음에 상상했던 보물찾기가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평범해 보이던 필름통이 보물이 되는 이 반전에서, 수잔은 말리면서도 부추기는 공범으로 앤 곁에 서게 됩니다.
11. 앤의 고백과 패짓의 거짓말
다이아몬드를 앞에 둔 밤, 수잔의 추궁에 앤은 마침내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I love him.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I’ll walk all over Africa barefoot till I find him
그를 찾을 때까지 맨발로 아프리카를 다 걸어 다닐 거야.
수잔이 그가 범인일 수 있다고 따지자 앤의 대답은 감상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I also believe that innocent people can be hanged.
나는 죄 없는 사람도 교수형을 당할 수 있다고 믿어.
이어 앤은 패짓을 속이는 연극을 합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질문하는 방식은 책에서 가장 유쾌한 심문입니다.
Another beautiful river, is it not?
또 하나의 아름다운 강이죠?
The man had never been in Florence in his life.
그 남자는 평생 플로렌스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갑판에서 습격을 받은 뒤 레이번과 마주한 앤은 호의를 거절당하고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Are you a girl or a witch?
당신은 소녀입니까, 마녀입니까?
두 사람이 서로를 '마녀'와 '루카스'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이 장면에서, 증오와 끌림이 같은 힘으로 얽혀 있음이 분명해집니다.
12. 무이젠베르크의 함정과 기차 추격
박물관 큐레이터의 초대장은 함정이었고, 닫힌 문 뒤에서 네덜란드인이 앤을 맞이합니다.
Here you are and here you stay,
너는 여기에 왔고, 여기에 머문다.
앤은 그 순간 영화 속 여주인공을 떠올리며 현실을 깨닫습니다.
you have the comfortable knowledge that there’s bound to be an Episode IV.
화면에서는 틀림없이 4회가 이어지리라는 안락한 믿음이 있다.
현실에는 그런 보장이 없다는 이 깨달음이 앤을 한 단계 성숙시킵니다. 묶인 몸으로 앤이 찾아낸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My arms and legs were helpless, but surely I could still roll.
팔다리는 쓸 수 없었지만 구를 수는 있을 것이다.
탈출 뒤 역에서의 속임수와 아이스크림 소다 가게의 추격도 같은 어조를 이어 갑니다.
girls derive a lot of comfort from ice-cream sodas.
여자들은 아이스크림 소다에서 큰 위안을 얻는다.
It is permissible to run for a train.
기차를 잡으려고 뛰는 것은 허용되는 일이다.
Good-bye, Mr. Pagett,
안녕히 가세요, 패짓 씨.
공포와 유머가 한 호흡에 오가는 이 장은 크리스티식 모험 서사의 본보기입니다.
13. 레이스 대령과 폭포의 밤
마토포스 소풍에서 레이스는 아프리카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Simple, primitive, big—that is Africa.
단순하고, 원시적이고, 크다. 그것이 아프리카다.
굶주린 고양이를 두고 앤과 대령이 부딪치는 장면은 이 인물의 속을 보여 줍니다.
I’m teaching you to be hard and ruthless—like I am.
나는 당신에게 나처럼 단단하고 냉혹해지는 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I’d sooner be dead than hard,
단단해지느니 차라리 죽겠어요.
그가 곧 청혼하고, 거절당한 뒤에 하는 말은 어떻게 읽어도 불길합니다.
Only—that I know now what I have to do.
다만,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는 것뿐입니다.
그날 밤 앤이 받은 쪽지의 한 줄이 그녀를 벼랑으로 이끕니다.
In memory of Cabin 17 please come.
17호 객실을 기억하며 와 주십시오.
독자는 이 장에서 레이스를 의심할지 믿을지 마지막까지 흔들립니다. 크리스티는 매력과 불안을 같은 장면에 담아 놓고 판단을 독자에게 맡깁니다.
14. 강 위의 섬과 해리의 이야기
섬에서 눈을 뜬 앤에게 해리는 이곳에서 지켜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 말은 앤에게 가장 달콤하게 들립니다.
I could keep you here for months and no one would ever know.
당신을 몇 달이고 여기 둘 수 있고, 아무도 알지 못할 겁니다.
둘의 대화는 결혼과 사랑에 대한 논쟁으로 번집니다. 앤의 주장은 당대의 통념을 비튼 농담에 가깝습니다.
Women like to be mastered, but they hate not to have their sacrifices appreciated.
여자는 지배당하길 좋아하지만, 자기 희생이 인정받지 못하는 건 싫어한다.
해리가 마침내 한계에 이르는 장면은 짧게 끊깁니다.
You look like a witch, Anne,
당신은 마녀 같아요, 앤.
이어지는 해리의 회상에는 책의 가장 중요한 복선이 숨어 있습니다. 그가 두 청년의 이야기를 남의 일처럼 들려주고, 한 사람이 겪은 상처를 유독 깊게 말하는 부분입니다.
She had been the very centre of his universe
그녀는 그의 우주의 한가운데였다.
해리가 말한 '그'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결말의 열쇠입니다. 이 회상은 한 번 읽을 때와 결말을 안 뒤에 다시 읽을 때 전혀 다른 장면으로 읽힙니다.
15. 패짓의 비밀과 대령의 정체
패짓이 숨긴 비밀은 지금까지 쌓인 의혹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입니다. 그가 마를로에 간 이유는 단순합니다.
I wanted to see my wife.
저는 아내를 보고 싶었습니다.
듣고 있던 페들러 경의 반응도 일기에서 그대로 옮겨집니다.
The respectability of Pagett has always been my bane.
패짓의 단정함은 늘 나의 골칫거리였다.
그리고 앤이 마주한 책상 앞에서 페들러 경은 먼저 묻습니다.
How long have you known that I was the ‘Colonel’?
내가 '대령'이라는 걸 언제부터 알았나?
대령은 자신의 방식을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Always employ the expert—that has been my motto.
언제나 전문가를 쓰라는 것이 내 좌우명이었다.
I’m such an easy person to underestimate.
나는 얕보기 아주 쉬운 사람이니까.
프롤로그의 경고가 정확히 여기서 되풀이됩니다. 그가 자기 실수를 인정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Don’t let your sense of humour carry you away.
유머 감각에 휩쓸려 가지 마라.
범인이 독자와 같은 농담을 즐기던 사람이라는 점이 이 반전의 힘입니다. 일기를 읽는 동안 독자는 줄곧 그의 유머에 웃었고, 그 웃음이 곧 공범의 자리였습니다.
16. 기린, 두 이름, 납작한 머리
덫에 걸린 해리 앞에서 페들러 경은 승리를 확신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You amateurs will pit yourselves against professionals.
아마추어들은 꼭 프로에게 맞서려 든단 말이야.
그러나 앤이 숨겨 둔 권총과 해리의 준비가 판을 뒤집고, 마지막 반전은 나무 기린의 배 속에서 나옵니다. 대령의 반응은 이 인물다운 한마디입니다.
I always did hate that blinking giraffe,
나는 그 지긋지긋한 기린이 늘 싫었어.
이어서 레이스는 해리의 진짜 이름을 밝힙니다.
Harry Lucas was killed in the War.
해리 루카스는 전쟁에서 전사했다.
앤이 속았다고 느끼는 순간 해리의 변명은 간단합니다.
I wanted you to care for me just for myself
나는 당신이 오직 나라는 사람 자체를 아껴 주기를 바랐습니다.
사랑이 재산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라는 주제를 이 책은 마지막까지 놓지 않습니다. 앤과 해리가 부를 포기하고 섬으로 돌아가는 결말도 같은 선택입니다. 아들의 머리 모양을 묻는 수잔의 전보에 앤은 한 단어로 응수합니다.
Platycephalic!
납작머리!
앤의 답은 경감을 놀리던 두개골 용어와 같은 계열의 말로 책을 닫는 농담입니다. 아들을 가리켜 쓴 마지막 한 줄도 책 전체의 말장난과 맞물립니다.
There’s a “man in a brown suit” if you like.
원한다면 여기 '갈색 정장의 남자'가 있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갈색 양복의 사나이』는 프롤로그와 36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고, 어느 장에서나 사건이 이어집니다. 처음이라면 프롤로그, 제3장(지하철), 제9~10장(17호 객실), 제14~15장(수잔과 다이아몬드)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후 제19장(무이젠베르크), 제24~25장(폭포와 섬), 제32~33장(대령의 정체)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앤의 일인칭 서술과 페들러 경의 일기를 번갈아 읽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같은 사건이 서로 다른 말투로 다시 나올 때의 차이가 큰 재미가 됩니다. 일기의 목소리는 유쾌하고 믿음직해 보이지만 모든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를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처음 읽은 뒤에는 프롤로그의 대령에 대한 대사와 제26장의 해리의 회상을 다시 읽어 보세요. 작가가 어디에 단서를 깔아 두었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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