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00년 출간
The Green Flag, and Other Stories of War and Sport
녹색 깃발, 그리고 전쟁과 스포츠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
수단 사막의 아일랜드 병사에서 카리브해의 해적, 권투 링과 사냥터, 로마의 지하 묘지와 런던의 외교 밀실까지, 열한 편으로 엮은 코난 도일의 모험 단편집
Bhoys, will ye stand for this?
얘들아, 이걸 그냥 두고 볼 거냐?
Flowers grow best in the rain.
꽃은 비 속에서 가장 잘 자란다.
한눈에 보기
영국군을 증오하던 아일랜드 소작농 코놀리가 수단의 사막에서 녹색 깃발을 치켜드는 「그린 플래그」로 문이 열린다. 이어 카리브해의 해적 샤키를 둘러싼 세 편의 복수극, 광부촌의 아마추어 권투 시합 「크록슬리 마스터」, 프랑스 시골에서 독일군을 상대하는 백작의 이야기 「샤토 누아르의 영주」가 나온다. 뒤로는 버려진 배의 수상한 상자, 주식 시장의 전쟁 예감, 환각인 줄 알았던 괴물, 특종 경쟁이 이어지고, 지하 묘지의 복수와 사막 초소의 망신, 조약 서명 날의 외교 소동으로 끝난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문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스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 아서 코난 도일 『잃어버린 세계』 (The Lost World)
한 권 요점
The Green Flag, and Other Stories of War and Sport
『녹색 깃발, 그리고 전쟁과 스포츠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은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집으로, 1900년에 나왔습니다. 도일은 1859년에 태어나 1930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셜록 홈스를 만든 작가로 가장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탐정이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전쟁터와 바다, 권투장과 사냥터, 외교관의 응접실이 무대입니다. 열한 편은 길이도 어조도 제각각입니다. 표제작은 제국의 군대에 끌려 들어간 아일랜드 병사의 비극이고, 「샤키 선장」은 세 개의 이야기가 이어진 해적 연작이며, 「크록슬리 마스터」는 땀 냄새 나는 스포츠 이야기이고, 마지막 세 편은 아이러니와 허풍이 섞인 반전극입니다. 공통점은 한 장면으로 사람의 됨됨이가 뒤집히는 순간을 붙잡는다는 것입니다.
줄거리
「그린 플래그」: 녹색 깃발 아래의 C중대
쌍둥이 형제 잭 코놀리가 달빛 아래 장난을 치다 경찰 머독 경사의 총에 맞아 죽자, 동생 데니스는 고향에 있을 수 없게 되어 미국에 갈 뱃삯 75실링이 모자란 채 영국군에 입대합니다. 영국과 영국에 관한 모든 것을 증오하는 신병이었습니다. 그가 배속된 왕립 맬로우즈 제1대대 C중대는 켈트계 가톨릭 소작농 출신으로만 채워져 있었고, 지주와 경찰에게 쫓겨난 경험 때문에 자신들이 섬기는 깃발을 향한 원한으로 가득했습니다. 장교들은 전장에 나가면 이 반항심도 풀릴 것이라 기대하며 중대를 해외 복무로 보냅니다.
3월 어느 새벽, 수단 동부 사막의 가장자리에서 영국군은 방진을 짜고 하덴도 부족과 족장 카드라가 이끄는 1만 명의 병력과 맞섭니다. 협곡에 숨어 있던 매복대가 방진의 한 면을 무너뜨리고, 폴리 대위가 설득하고 위협해도 C중대원들은 제국을 위해 싸우지 않겠다며 총을 내려놓고 물러납니다. 그러나 적이 날뛰며 벌이는 학살을 본 코놀리는 마음을 바꿔 군복 속에 숨겨 둔 녹색 하프 깃발을 총검에 꽂고 동료들을 부릅니다. 흩어지던 병사들이 깃발 둘레로 다시 모여들고, C중대는 그 자리에서 전멸하며 방진이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어 줍니다. 승리한 카드라는 그 깃발을 전리품으로 보냅니다.
「샤키 선장」: 해적 사냥꾼과 해적 사이의 세 장면
첫 이야기 「세인트키츠 총독이 어떻게 귀국했는지」는 스페인 계승 전쟁 뒤 해적이 들끓던 카리브해가 배경입니다. 스캐로우 선장의 모닝스타호가 바스테르 항에 닿자 대리인이 악명 높은 샤키가 붙잡혀 내일 교수형을 받는다고 전하고, 병약하고 눈이 먼 괴짜 총독 찰스 이완 경이 귀국길에 동승합니다. 총독은 밤마다 술을 마시며 선장과 항해사에게서 카드로 돈을 따고, 구조된 선원 에반슨이 그의 눈이 되어 줍니다. 영국 해협 앞 마지막 밤, 총독은 가발과 안경을 벗고 자기가 샤키임을 밝힙니다. 진짜 총독을 죽이고 그 행세를 해 온 그는 일당 네드 갤러웨이와 함께 배를 부수고 어선을 빼앗아 달아납니다.
둘째 이야기 「샤키 선장과 스티븐 크래독의 거래」에서는 샤키가 라 바슈 섬에서 사냥 중이라는 소식에 자메이카 총독 에드워드 콤프턴 경이 청교도 출신 악당에서 개심했다는 스티븐 크래독의 계획을 받아들입니다. 크래독은 해적선과 똑같이 칠한 화이트 로즈호로 샤키를 유인하려 하지만, 섬 깊숙이 사냥꾼 진지를 뒤지다 돌아와 보니 배는 이미 샤키 손에 넘어갔고 부하 조슈아 허드는 배신한 뒤였습니다. 샤키는 사슬에 묶은 크래독을 앞세워 승전을 가장한 채 포트 로열로 들어가 총독 일행을 속이려 합니다. 크래독은 수갑을 찬 채 바다로 뛰어들어 총탄을 맞으면서도 경고를 외치고 숨집니다.
셋째 이야기 「코플리 뱅크스가 샤키 선장을 처치한 방법」의 주인공은 킹스턴의 부유한 상인 뱅크스입니다. 아내와 두 아들을 샤키에게 잃은 그는 침울하게 지내다, 샤키에게서 도망쳐 온 벙어리 선원과 함께 지도를 들여다봅니다. 그는 러플링 해리호에 막된 선원들을 태우고 노예 무역을 핑계로 출항해 해적 깃발을 올립니다. 이윽고 샤키와 의형제처럼 가까워진 그는 카이코스 정박지에서 마지막 밤 술자리를 마련합니다. 일당이 취해 곯아떨어지자 샤키를 밧줄로 묶고 복수의 이유를 밝힌 뒤 화약에 불을 붙여 샤키와 일당을 함께 날려 버리고, 폭발이 일어나는 사이 정글로 사라집니다.
「크록슬리 마스터」: 광부촌의 권투 시합
의대 마지막 학년 등록금 60파운드가 없는 로버트 몽고메리는 우울한 올드에이커 박사의 조수로 일합니다. 박사에게 대출을 청하지만 위선적인 말로 거절당합니다. 그날 거친 광부 테드 바튼이 시비를 걸자 몽고메리는 한 방에 그를 쓰러뜨립니다. 오후에 윌슨, 퍼비스, 포셋이 찾아와 바튼 대신 크록슬리의 마스터 실라스 크랙스와 상금 100파운드 권투 시합을 하라고 제안하고, 몽고메리는 수락해 훈련하며 휴가를 얻습니다. 전날 밤 마스터의 아들이 아버지의 왼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합니다.
시합 날 올드에이커가 왕진으로 집을 비우자 몽고메리는 윌슨의 마차로 크록슬리로 향하고, 광부들이 환호하며 뒤따릅니다. 폐공장 경기장에서 체중을 재고, 런던에서 온 심판 스테이플턴은 아마추어가 상금 시합을 하면 프로가 된다고 경고합니다. 외지인 심판을 군중이 막아서지만 스테이플턴은 시계를 꺼내 시합 취소를 침착하게 예고해 군중을 물러서게 합니다. 시합이 시작되자 몽고메리는 민첩함으로 점수를 쌓다가 10회에 마스터의 속임수 어퍼컷에 쓰러지고, 종이 울려 살아난 뒤 아들이 알려 준 왼눈을 떠올리며 세 라운드 동안 기력을 되찾습니다. 16회에 브랜디를 마시고 지친 척하다 마스터가 손을 내린 순간 오른손 한 방으로 그를 눕힙니다. 상금을 받은 몽고메리는 학위를 위해 다른 제안을 사양하고 올드에이커에게 후임을 구하라고 통보합니다.
「샤토 누아르의 영주」: 기록되지 않은 전쟁
독일군이 프랑스를 휩쓸던 겨울, 레 안델리에 주둔한 폰 그람 대령은 보초들이 하나둘 죽어 가자 현상금을 올리고, 농부 프랑수아 르잔에게서 범인이 샤토 누아르의 유스타스 백작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바움가르텐 대위는 병사 스무 명을 이끌고 저택을 수색하지만 집사 한 명뿐이라 식당에서 저녁을 들다 졸고, 그 사이 백작이 비밀 통로로 나타납니다. 백작은 포로로 학대받다 죽은 외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위를 때리고 교수형 시늉까지 한 뒤, 새벽 빗속으로 풀어 줍니다.
「줄무늬 가슴」과 「그림자가 앞에」: 상자와 전보
바클레이 선장의 바크선 메리 싱클레어호는 폭풍 뒤 대서양에서 돛대가 부러진 브라질 범선을 만납니다. 선장은 일등항해사 알라다이스와 버려진 배에 올라 서류를 뒤지다 선원 한 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화물 가운데 돈 라미레스의 줄무늬 보물 상자가 있었고, 열지 말라는 경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욕심 많은 암스트롱이 밤에 몰래 열려다 죽자 알라다이스는 안에 사람이 숨어 있다고 추측합니다. 그러나 선장이 열어 보니 상자는 텅 비어 있고 금 촛대만 있습니다. 촛대를 건드리면 강철 이빨이 튀어나오는 살인 장치였고, 일행은 상자를 바다에 던집니다.
1870년 7월, 주식 투기에 실패해 파산 직전인 존 워링턴 도즈는 요양차 아일랜드 던슬로에 갔다가 말 시장 날을 맞습니다. 호텔 식당에서 스트렐렌하우스와 만쿤이 각각 긴 암호 전보를 받고 크게 동요하는 것을 봅니다. 시장에서 둘은 플린 형제의 말 140마리를 두고 런던의 거물 홀로웨이마저 제치며 터무니없이 값을 올리고, 만쿤이 두당 70파운드에 낙찰받습니다. 도즈는 이것이 전쟁을 앞둔 군마 사재기라고 추리해 런던의 동업자 워너에게 독일과 프랑스 증권을 팔라고 전보를 칩니다. 저녁에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했다는 벽보가 붙습니다.
「여우의 왕」과 「세 명의 통신원」: 사냥터와 전신소
사냥 만찬 자리에서 사냥회 회장이 1870년대 초의 일을 이야기합니다. 젊은 지주 왓 댄버리는 폭음으로 손이 떨리고 몸이 상해 의사 미들턴에게 진찰을 받는데, 의사는 겁을 주려고 환각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불안을 잊으려 암말 마틸다를 타고 사냥에 나간 그는 보이지 않는 여우를 두 시간 넘게 쫓다 혼자 전나무 숲에 이릅니다. 거기서 사냥개들을 물어 죽이는 당나귀만 한 회색 괴물을 보고 환각이라 믿어 도망쳐 돌아옵니다. 이튿날 신문은 개들의 죽음과, 근처에서 시베리아 늑대가 사살됐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댄버리는 술을 끊습니다.
수단 원정의 나일강 야자나무 숲에서 노련한 통신원 모티머와 스콧, 신참 애너리가 점심을 쉽니다. 두 선배는 경쟁에서는 무엇이든 정당하다고 가르치며 정보 공유를 거절하고, 열의 없는 전보 쓰는 법도 보여 줍니다. 지나가던 기사 메리웨더가 되돌아오다 총에 맞은 듯 보이자 둘은 서둘러 기사를 구상합니다. 곧 데르비시 습격대가 야영지를 덮치고, 애너리는 총을 장전하지 못해 아랍인에게 얼굴을 데이고 쓰러집니다. 두 선배는 전보를 치러 먼저 떠납니다. 깨어난 애너리는 죽은 적의 빠른 낙타를 타고 밤새 달려 새벽 두 시 사라스 전신소에 닿아 단독 기사를 보냅니다.
「새로운 지하 묘지」, 「빔바시 조이스 데뷔」, 「외무부의 로맨스」: 마지막 세 편
로마의 영국인 고고학자 케네디와 독일인 학자 율리우스 버거는 라이벌이자 친구입니다. 버거가 새 지하 묘지를 발견했다며 위치를 숨기자 케네디는 비밀을 알려 달라고 조릅니다. 버거는 대가로 케네디가 유혹해 버린 메리 손더슨과의 일을 캐묻고, 케네디는 가볍게 털어놓습니다. 한밤에 버거는 그를 묘지로 안내한 뒤 불을 끄고 사라집니다. 메리의 약혼자가 바로 버거였습니다. 두 달 뒤 신문은 버거의 발견과 케네디의 변사를 나란히 보도합니다.
마흐디 세력이 잠잠해진 시절, 로열 맬로우 연대의 젊은 장교 힐러리 조이스가 카이로에 도착합니다. 정보국장은 그를 외딴 쿠르쿠르 오아시스 초소 지휘관으로 보냅니다. 지루하게 지내던 어느 저녁 조이스는 사막에서 온 키 큰 아랍인을 체포합니다. 그는 말없이 얼굴만 씰룩이고, 조이스는 달군 말발굽으로 겁을 주며 다음 날 매질하겠다고 위협하다가 포로에게 탈출당합니다. 문책받으러 간 사령부에서 장군이 바로 그 포로였음이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늙은 외교관 알퐁스 라쿠르가 카페에서 허풍 같은 옛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젊은 시절 런던에서 프랑스 대사 오토를 돕던 그는 평화조약 조인 당일 이집트에서 프랑스군이 철수했다는 급보를 받고 협상 카드가 사라졌음을 알게 됩니다. 영국 쪽이 소식을 듣기 전에 서명해야 했습니다. 라쿠르는 호크스베리 경의 집 앞에서 영국 측 전령을 마차에 가두고 코란 구절을 읊어 시간을 법니다. 전령과 몸싸움 끝에 묶어 두고, 조약은 서명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가장 가망 없는 신병
표제작은 신병 소개부터 아이러니로 시작합니다.
Seldom has Her Majesty had a less promising recruit
여왕 폐하께서 이보다 가망 없는 신병을 받으신 적은 드물었다.
코놀리가 군복을 입은 이유는 충성이 아니라 도피입니다. 이 작품이 단순한 전쟁 영웅담이 아닌 까닭은 영웅이 되는 사람이 제국을 가장 미워하던 사람이라는 데 있습니다. 도일은 병사의 증오를 가볍게 지우지 않고, 지주와 경찰에게 시달린 소작농의 분노로 설명합니다.
2. 제국에 퍼붓는 저주
C중대가 방진의 한 면이 무너지는 순간 싸움을 거부하는 장면은 이 이야기의 가장 아슬아슬한 대목입니다. 병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칠고 분명합니다.
“England is no country of ours,”
"영국은 우리나라가 아니다."
“A black curse on the Impire!”
"제국에 시커먼 저주를!"
사투리 철자까지 살린 이 한마디는 연설이 아니라 몸에 밴 원한입니다. 도일은 이 말을 비겁함으로 그리지 않고 이유가 있는 거부로 세워 두기 때문에 뒤따르는 번복이 더 무겁습니다.
3. 깃발 둘레의 마지막 모임
전환점은 코놀리가 학살을 본 직후입니다. 그는 숨겨 둔 하프 깃발을 총검 끝에 올립니다.
Bhoys, will ye stand for this?
얘들아, 이걸 그냥 두고 볼 거냐?
이어 흩어지던 병사들이 다시 모여듭니다.
Close on the flag! Back to the flag!
깃발로 모여라! 깃발로 돌아가라!
그들이 지키는 것은 영국 방진이 아니라 자기들의 깃발입니다. 결과적으로 방진을 구하지만 동기는 끝까지 아일랜드의 것으로 남습니다. 이 이중성이 이야기를 오래 기억하게 합니다.
4. 사막의 아침과 감상의 값
도일은 전투 장면을 차분한 풍경 묘사로 열고, 그 풍경에서 학살의 흔적을 곧바로 보여 줍니다.
It was a March morning upon the eastern fringe of the Nubian desert.
누비아 사막의 동쪽 가장자리, 3월의 아침이었다.
또 서술자는 마지막 대목에서 영국인의 감정 표현을 이렇게 논평합니다.
Sentiment is not an English failing
감상은 영국인의 결점이 아니다.
감정을 아끼는 사람들이기에 드물게 나타나는 경의가 더 크게 읽힌다는 뜻입니다. 군대와 제국에 대한 도일의 시선이 찬양과 반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보여 주는 지점입니다.
5. 총독이 된 해적
「샤키 선장」 연작의 첫 이야기는 선원들의 안도로 시작합니다. 대포 소리를 들은 선장 일행이 환호합니다.
There’s an end of Sharkey!
샤키도 이제 끝장이다!
총독의 거친 농담도 이 안도감 위에서 나옵니다.
I claim the cooking of it.
그걸 요리하는 일은 내가 맡겠소.
독자는 뒤늦게야 이 농담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게 됩니다.
Captain Sharkey is the name, gentlemen
샤키 선장이 내 이름이오, 신사 여러분.
앞에서 깔아 둔 눈먼 괴짜 총독의 습관이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연기였다는 구조가 짧은 분량 안에서 반전을 완성합니다.
6. 청교도의 타락과 깃발의 속임수
둘째 이야기는 인물 규정부터 날카롭습니다.
Stephen Craddock had been that most formidable person, the Puritan gone wrong.
스티븐 크래독은 가장 무서운 부류, 곧 그릇된 길로 접어든 청교도였다.
크래독의 계략은 해적선처럼 칠한 배를 쓰는 변장술이었지만, 정작 속임수에 걸려드는 쪽은 그입니다. 샤키는 이긴 뒤에 조롱을 퍼붓습니다.
You poor, dull-witted fool, would you match yourself against me?
가엾고 둔한 바보 같으니, 감히 나와 겨루려 했느냐?
샤키가 포트 로열에 들어설 때는 깃발의 순서로 사람들을 속입니다.
the honest flag above that of the rogue
악당의 깃발 위에 올려진 정직한 깃발
표제작에서 깃발이 진심의 표시였다면 여기서는 거짓의 도구입니다. 한 권 안에서 깃발이 두 번 다른 뜻으로 쓰인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7. 복수를 위해 같은 곳으로 내려가다
마지막 샤키 이야기는 바다의 약탈자를 낭만화하는 서술로 열립니다.
The Buccaneers were something higher than a mere band of marauders.
버커니어들은 단순한 약탈 집단 이상의 존재였다.
하지만 뱅크스의 복수는 낭만과 거리가 멉니다. 그는 샤키에게 닿기 위해 스스로 같은 자리까지 내려갔다고 털어놓습니다.
To reach you I have had to sink to your level.
너에게 닿으려면 나도 네 수준까지 내려와야 했다.
이어 최후통첩이 떨어집니다.
You and these swine here shall go together!
너와 여기 이 돼지들은 함께 가는 거다!
정의로운 복수가 정의로운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문제가 짧게 스치지만 이야기는 곧 통쾌한 결말로 닫힙니다. 세 편을 나란히 읽으면 샤키는 사실상 한 번도 정면에서 지지 않고, 세 번째에야 그가 이길 수 없는 방식, 곧 그와 똑같은 가면으로 맞서는 사람을 만납니다.
8. 60파운드의 사정
「크록슬리 마스터」는 돈 얘기로 시작합니다.
Sixty pounds were wanted to make his career
그의 경력을 만들려면 60파운드가 필요했다.
시합을 제안받는 흐름은 서술자의 단서가 붙습니다.
But the ways of Fate are strange, and his customer was at hand.
그러나 운명의 길은 묘해서, 그의 힘을 살 손님이 가까이 와 있었다.
몽고메리의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에 이 시합은 오락이 아니라 학위의 문제가 됩니다. 반대편 선수를 평가하는 말도 있습니다.
Lumpiness isn’t always strength.
덩어리진 몸이 늘 힘은 아니다.
9. 증오와 다짐
훈련 중 몽고메리는 담력과 열정과 혈통을 구하는 사람처럼 말합니다.
Give me nerve and fire and breed.
내게는 담력과 열정과 혈통을 달라.
마스터의 아들이 나타나 왜 아버지의 약점을 알려 주느냐는 물음에 사랑이냐는 말을 단번에 뒤집는 장면은 이 이야기의 어두운 층입니다.
“For hate!” said the boy, and darted off into the darkness.
"증오 때문이에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시합 날의 다짐도 이어 읽을 만합니다.
“I’ll never fight again.”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
그리고 군중이 외지인 심판을 막아서자 스테이플턴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시계를 꺼냅니다.
“In one minute I declare the fight off.”
"1분 안에 시합을 취소하겠소."
폭력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힘으로 군중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규칙과 침착함으로 누르는 장면이어서, 스포츠 이야기의 윤리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10. 링 위의 열여섯 라운드
링에 올라서자 심판은 건물을 둘러보며 빈정댑니다.
Seems to me this buildin’ is chock-full of referees
내가 보기엔 이 건물이 온통 심판투성이로군.
시합 자체는 단순한 구도로 설명됩니다.
It was strength against activity--that was evident from the first.
힘 대 민첩함의 대결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분명했다.
쓰러졌다가 종소리에 살아난 몽고메리는 이렇게 설명됩니다.
Strangely automatic is the human brain.
인간의 두뇌는 기묘하게 자동으로 움직인다.
마스터를 쓰러뜨린 일격에 대한 서술은 이렇습니다.
Neither valour nor hardihood can save the man to whom it comes.
그 일격이 닿는 사람은 용기로도 강인함으로도 구제받지 못한다.
도일은 의사이기도 했던 작가답게 타격과 뇌의 반응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는 몽고메리의 작전에 속임수도 섞습니다. 마스터가 악수를 건네는 마무리 때문에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모욕당하지 않는 시합이 됩니다.
11. 백작의 정중한 인사
「샤토 누아르의 영주」는 프랑스인의 감정부터 서술합니다.
Black and bitter were the thoughts of Frenchmen
프랑스인들의 생각은 어둡고 쓰라렸다.
전쟁사에 오르지 않은 또 다른 전쟁이 있었다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Thus, unchronicled amid the battles and the sieges, there broke out another war
그리하여 전투와 포위전의 한복판에서 기록되지 않은 또 다른 전쟁이 터졌다.
그 전쟁의 중심에는 상금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The peasants were incorruptible.
농부들은 매수되지 않았다.
정규군의 승패가 아니라 점령당한 마을의 침묵을 다루는 점이 「그린 플래그」와 짝을 이룹니다. 한 편은 제국에 맞서고, 다른 한 편은 점령에 맞섭니다.
12. 늑대를 잡으러 와서
백작은 졸다 깨어난 대위 앞에 정중하게 나타납니다.
“Pray do not trouble yourself to look for your weapons,”
"무기를 찾느라 수고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냥하러 온 쪽이 사냥감이 되었음을 일러 줍니다.
You came to trap a wolf, my man
자네는 늑대를 잡으러 왔지.
복수는 사적인 비극에서 나오지만 도일은 백작을 마냥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분노가 얼마나 차분한 얼굴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대위를 죽이지 않고 새벽 빗속으로 돌려보내는 결말 때문에 독자는 처벌과 경고 사이에서 잠시 멈추게 됩니다.
13. 열지 말라는 상자
「줄무늬 가슴」은 버려진 배의 갑판에서 알라다이스의 짧은 보고로 긴장을 높입니다.
“Murder’s the matter, sir.”
"살인이 문제입니다, 선장님."
상자를 옮기고 나서 선장은 촛대를 잡으려는 순간 이렇게 막습니다.
“There’s devilry here,” said I.
"여기 악마의 짓이 있소." 내가 말했다.
두려움 끝에 열린 상자의 내용은 이야기 최대의 반전입니다.
The box was empty.
상자는 비어 있었다.
비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공포가 되는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에 알라다이스는 고마움을 이렇게 전합니다.
“You’ve saved my life, Captain Barclay!”
"제 목숨을 구해 주셨습니다, 바클레이 선장님!"
14. 주식 시장의 전쟁 예감
「그림자가 앞에」의 화자는 금융을 모험담으로 읽으려 합니다.
There is a romance of finance yet to be written
아직 쓰이지 않은 금융의 로맨스가 있다.
말 시장에서 값을 올리는 두 구매자의 대결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It was London against Liverpool
런던과 리버풀의 대결이었다.
도즈의 추리는 암호 전보와 말 값에서 출발해 한 줄짜리 지시로 이어집니다.
“I am a bear of everything German and French.”
"나는 독일과 프랑스 것이라면 무엇이든 팔 쪽에 선 사람이다."
이 지시가 옳았음은 곧 벽보가 확인합니다.
“FRANCE DECLARES WAR ON GERMANY.”
"프랑스, 독일에 선전포고."
이 이야기에서 전쟁은 총소리가 아니라 값의 이상한 움직임으로 먼저 도착합니다. 탐정 소설의 추리 방식을 시장에 옮겨 놓은 단편입니다.
15. 환각이라 믿은 괴물
「여우의 왕」은 사냥꾼의 푸념으로 시작합니다.
Foreign wheat and barbed wire--those are the two curses of this country
외국산 밀과 철조망, 이 두 가지가 이 나라의 저주다.
의사는 환자를 고치려고 일부러 겁을 줍니다.
A little fright would, he thought, do his patient good
조금 놀라게 하면 환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 경고가 바로 숲속에서 괴물을 본 댄버리의 해석을 정해 버립니다.
Danbury had been on the look-out for symptoms all day
댄버리는 하루 종일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살피고 있었다.
진짜 짐승을 환각으로 착각한 그는 맹세합니다.
“Never a drop again if I only come safely through this,”
"이번 일만 무사히 넘기면 다시는 한 방울도 마시지 않겠다."
착각이 오히려 한 사람을 바로잡은 유쾌한 역설입니다. 원인이 틀려도 결과가 옳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이 이야기를 지탱합니다.
16. 통신원들의 규칙
「세 명의 통신원」의 선배들은 점심을 먹으며 펜을 내려놓습니다.
“The fork is mightier than the pen just at present.”
"지금 당장은 펜보다 포크가 더 힘이 세지."
그들이 신참에게 가르치는 신조는 노골적입니다.
“Everything is legitimate. It’s your wits against my wits.”
"무엇이든 정당하다. 네 재치와 내 재치의 싸움이다."
모티머의 한마디는 나중에 애너리의 승부수가 됩니다.
“a camel beats a horse on thirty.”
"서른 고비에서는 낙타가 말을 이긴다."
총을 장전하지 못한 신참에게는 비명 같은 고함이 떨어집니다.
“Cock it, you fool!”
"공이를 당겨, 이 바보야!"
선배들이 가르친 냉혹한 규칙을 선배들 자신이 가장 먼저 당하게 만드는 결말이 통쾌합니다. 두 선배는 먼저 전신소로 달려가지만 이긴 것은 밤새 낙타를 몰고 간 신참입니다.
17. 지하 묘지에서 외교의 밀실까지
마지막 세 편은 아이러니의 변주입니다. 「새로운 지하 묘지」는 버거라는 인물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Under its bluff German strength there lay always a suggestion of Italian subtlety"
투박한 독일적 힘 밑에는 늘 이탈리아적 섬세함의 기미가 깔려 있었다.
케네디가 가볍게 털어놓은 연애담은 곧 비수가 됩니다. 복수의 정체가 드러나는 대목은 이렇습니다.
"Miss Saunderson was engaged to a poor, ungainly devil of a student"
손더슨 양은 가난하고 볼품없는 학생과 약혼한 사이였다.
「빔바시 조이스 데뷔」는 반대로 웃음으로 끝납니다. 힘껏 허세를 부린 신참 장교에게 장군이 이렇게 손을 내밉니다.
"Well, Captain Joyce, we are quits!"
"자, 조이스 대위, 이제 비겼소!"
「외무부의 로맨스」의 라쿠르는 자신을 이렇게 치켜세웁니다.
"Ah, it is in the moment of action that I am best, monsieur."
"아, 나는 행동하는 순간에 가장 빛나는 사람입니다, 선생."
호크스베리 경의 뒤늦은 외침은 상황이 이미 끝났음을 보여 줍니다.
"Egypt is in our hands."
"이집트는 이미 우리 손안에 있소."
세 편 모두 마지막 한 줄에서 앞의 인상이 뒤집힙니다. 그 뒤집힘 덕분에 책은 비장한 표제작에서 시작해 가벼운 소극으로 끝맺을 수 있습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녹색 깃발, 그리고 전쟁과 스포츠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은 열한 편이 서로 독립적이어서 어느 것부터 읽어도 됩니다. 처음이라면 표제작 「그린 플래그」로 시작해 책의 정서적 중심을 먼저 잡고, 이어 한 호흡에 읽히는 「크록슬리 마스터」와 「세 명의 통신원」을 읽어 보세요. 해적 연작 「샤키 선장」은 세 편을 순서대로 읽어야 반전이 살고, 「줄무늬 가슴」「그림자가 앞에」「여우의 왕」은 짧은 분량 안에서 추리와 풍자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마지막 세 편은 한 줄의 반전에 기대므로 급하게 훑기보다 장면의 정보를 하나씩 챙기며 읽을 때 더 재미있습니다. 군대, 점령, 제국이라는 소재가 나오기 때문에 19세기 말 영국의 시선이 곳곳에 배어 있지만, 도일은 병사의 분노와 점령당한 사람들의 저항에도 상당한 지면을 내어 줍니다. 그 긴장을 의식하며 읽으면 모험담 아래의 질문이 보입니다.
ReadGem 앱 소개
ReadGem 앱은 세계 고전을 읽으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다국어 독서 플랫폼입니다.
원문과 번역을 문장별로 나란히 보여 주어 언어 간 표현을 비교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의 모든 문장을 TTS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의 서재는 퍼블릭 도메인의 오래 사랑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하며, 삽화가 실린 책도 많습니다.
ReadGem 앱은 독자와 함께 번역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읽다가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는 문장을 만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AI 앱에 그 문장의 새 번역을 요청하고 결과를 ReadGem에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안은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것(또는 여러 제안을 합친 것)이 모든 독자가 읽는 번역이 됩니다.
아직 번역이 없는 언어에서는 처음부터 AI와 함께 번역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본이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일이 그렇게 줄어듭니다.
『녹색 깃발, 그리고 전쟁과 스포츠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의 영어 원문을 ReadGem 앱에서 직접 들어 보세요.
모든 문장을 원어 음성으로 따라 들으며 이야기를 귀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은 Android와 iOS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