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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912년 출간

The Crystal Stopper

수정 마개

동료 둘이 사형 선고를 받자 도둑 신사 루핀이 술병 마개 하나에 얽힌 비밀과 협박꾼 의원을 쫓아, 집행 전날까지 파리와 남프랑스를 내달리는 이야기

The crystal stopper had disappeared....

수정 마개가 사라져 버렸다.

Gilbert shall not die....

길버트는 죽지 않는다.

한눈에 보기

엥기앵 호숫가 별장을 털던 밤, 시종이 목숨을 잃고 부하 길버트와 보셰레가 붙잡히면서 아르센 루핀은 두 사람을 단두대에서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찾던 것은 술병의 수정 마개 하나였고, 주인인 의원 다우브레크는 정치인 스물일곱 명의 비밀 명부로 사람들을 협박해 온 인물이다. 길버트의 어머니 클라리스 메르지가 나타나 오래된 원한과 비극을 털어놓고, 루핀은 니콜 선생으로 변장해 경찰 사무총장 프라스빌까지 끌어들인다. 연인의 탑 절벽, 니스의 호텔 방, 파리 경찰청, 그리고 단두대가 세워진 새벽의 광장까지, 마지막 열두 시간의 반전으로 이어지는 추격이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한 권 요점

The Crystal Stopper

『수정 마개』는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쓴 아르센 루핀 시리즈의 장편으로, 1912년에 나왔습니다. 르블랑은 1864년에 태어나 1941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도둑 신사 루핀을 내세운 연작으로 이름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은 13장으로 이루어지며, 루핀의 모험을 곁에서 듣고 옮기는 '나'가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입니다. 줄기는 하나입니다. 술병 마개 하나가 사람의 목숨과 정치인 스물일곱 명의 비밀을 쥐고 있고, 그 마개를 두고 루핀, 협박꾼 의원 다우브레크, 경찰 고위직 프라스빌, 그리고 아들을 구하려는 어머니 클라리스가 서로를 속이고 속습니다. 이 책의 루핀은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지는 사람입니다. 변장은 들통나고, 부하는 배신하고, 적은 한 걸음 앞서 있습니다. 그 패배가 마지막 열두 시간의 반전을 위해 쌓이는 구조가 이 책의 재미입니다.

줄거리

제1장: 체포

9월 말, 엥기앵 호수 건너편에서 카지노 불빛이 환합니다. 아르센 루핀은 작은 부두에서 노잡이 그롤러와 매셔를 데리고 보트 두 척을 띄웁니다. 부하 길버트와 보셰레가 알아 온 정보에 따르면 의원 다우브레크는 파리 극장에 가서 새벽 한 시까지 돌아오지 않으며, 목표는 호숫가 마리 테레즈 빌라의 가구와 골동품입니다. 루핀은 자기가 짜지 않은 계획은 반만 믿는다며 투덜대지만 별장에 들어섭니다. 그런데 의원의 시종 레오나르가 집에 남아 있었고, 루핀은 그를 붙잡아 묶어 둔 채 가구를 나릅니다. 길버트와 보셰레는 가구보다 무언가 다른 것을 찾으며 서로를 감시하는 눈치입니다. 시간이 길어져 루핀이 철수를 선언하자 길버트가 오래된 성물함을 찾아야 한다며 5분만 더 달라고 합니다. 1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집으로 가 보니 두 사람은 피투성이로 엉겨 싸우고 있고 시종은 이미 숨져 있습니다. 시종은 묶인 채 전화 수화기를 떨어뜨려 엥기앵 교환대에 도움을 청했고, 경찰과 병사들이 몰려오는 중이었습니다. 루핀은 속으로 숫자를 세어 마음을 가라앉힌 뒤 대담한 수를 둡니다. 부하 둘을 범인으로 내주고 자신은 범인을 잡은 시민 행세를 하며 "내가 반드시 꺼내 주겠다"고 속삭입니다. 길버트가 보셰레에게서 빼앗은 물건을 건네자 루핀은 보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습니다. 서장이 속은 것을 알고 보트로 쫓아오지만, 루핀은 노래를 부르며 노를 젓다가 헤엄쳐 사라지고 빈 배에는 옷가지와 그의 명함만 남습니다. 새벽 비밀 거처에서 물건을 꺼내 보니 술병에 쓰는 작은 수정 마개였고, 끝이 금도금된 것 말고는 평범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그 마개는 문을 걸어 잠갔는데도 사라져 있습니다.

제2장: 아홉에서 여덟을 빼면 하나

화자는 루핀의 조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말로 시작하고, 길버트와 보셰레가 루핀의 공범으로 알려지면서 법이 유난히 가혹하게 나서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루핀은 부하들이 별장 털이를 구실로 수정 마개 하나만 찾고 있었다는 것, 그 마개를 훔쳐 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정리합니다. 감옥으로 통하는 길은 철저히 막혀 있습니다. 첫 실마리는 마개의 원래 주인 다우브레크입니다. 루핀은 은퇴한 노신사로 변장해 광장 벤치에 앉아 있다가, 형사 둘이 의원을 미행하는 것을 보고, 이어 경찰 사무총장 프라스빌이 형사들과 함께 의원이 없는 집을 뒤지는 것을 봅니다. 서랍과 책을 훑던 프라스빌은 술병의 마개까지 하나하나 살핍니다. 프라스빌은 2년 전 다우브레크와 시비가 붙어 결투를 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이로, 그 뒤 사무총장에 올랐습니다. 루핀도 슬며시 들어가 유리 칸막이 너머로 이 광경을 구경하다 돌아온 다우브레크에게 들킵니다. 의원은 우표 상자에 붙여 둔 종이띠가 끊어진 것으로 방문을 알아채고 문지기 클레망스에게 방문자 수를 캐묻더니, 아홉 명이 다녀갔는데 거리에서 본 감시자는 여덟이었다는 계산을 내놓습니다. 그러고는 벨벳 커튼을 두드려 숨어 있던 루핀을 '폴로니어스 씨'라 부르며 놀립니다. 쪽지 한 통을 프라스빌에게 전하라는 심부름을 받고 쫓겨난 루핀은 분을 삭이며 이 적이 만만치 않음을 인정합니다. 한편 샤토브리앙 가의 거처에서는 정체불명의 여인이 기다리다 사라지고, 그 사이 도착한 길버트의 편지도 없어집니다. 문 아래 널빤지가 못 두 개로만 고정된 채 빠져 있는 것이 발견되고, 마티뇽 가의 문에도 같은 장치가 있었습니다. 루핀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집 안까지 읽히고 있음을 깨닫고, 4월의 아침에 두 동료가 단두대에 오르는 날을 떠올립니다.

제3장: 알렉시스 다우브레크의 집안 생활

다우브레크는 문지기 클레망스가 소개한 요리사를 새로 들입니다. 이 요리사는 루핀의 옛 유모 빅투아르이고 추천서는 모두 가짜입니다. 루핀은 그녀의 방에 머물며 의원이 집을 비운 사이 방마다 구석구석을 뒤지지만, 의원의 생활은 지나치게 규칙적이어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빅투아르가 장을 보다가 낯선 남자에게서 "당신 방에 묵는 신사에게 전하라"는 편지를 받아 오고, 안에는 큰 글씨로 "하는 일이 모두 쓸데없고 위험하다, 그만두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느 새벽, 회색 머리가 섞인 키 큰 여인이 다우브레크의 서재를 찾아옵니다. 의원이 노골적인 눈빛으로 다가서자 여인은 탁자 위 물병의 금빛 마개를 더듬고, 이어 단검을 슬며시 쥐지만 의원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 손목을 붙잡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는 다른 의원이 와서 무릎을 꿇고 매달리다 권총을 겨누고, 끝내 천 프랑짜리 지폐 서른 장을 내놓습니다. 부하들이 알아 온 방문자는 랑제루 의원, 다하몽 상원의원, 알부펙스 후작 등으로, 모두 다우브레크에게 돈을 바치는 사람들입니다. 루핀은 다우브레크가 협박꾼이라고 확신합니다. 의원이 한 부인과 극장에 간다는 전화를 엿들은 루핀은 러시아 공작으로 변장해 뒤쫓지만, 의원은 오토바이로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극장들을 훑던 끝에 보드빌 극장 칸막이석에서 의원과 베일 쓴 여인을 찾아낸 루핀은 알부펙스 후작의 이름으로 의원을 전화로 불러내고 그 사이 여인 곁에 앉습니다. 여인은 변장한 그를 단번에 알아봅니다. 돌아온 다우브레크와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지고 루핀이 의원을 기절시키지만, 그 사이 여인은 달아나고 극장 앞 자동차에서 그롤러와 매셔가 루핀을 주먹으로 막아섭니다. 부하들의 배신을 처음 겪은 루핀 앞에 저녁 신문은 보셰레가 이미 살인죄로 두 번 결석 재판을 받은 흉악범이라 보도하고, 우편물 속에는 "도와주세요, 두려워요"라는 길버트의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제4장: 적들의 우두머리

루핀은 추론을 접고 본능을 따르기로 하고 다우브레크와 마개만 쫓습니다. 어느 아침 빅투아르가 시장통 식료품점에서 침대 곁 서랍에서 찾았다며 수정 마개를 건넵니다. 흠집까지 일치하는 그 마개는 평범한 유리일 뿐이어서, 가치를 모르고는 가져가 봐야 소용이 없음을 루핀은 깨닫습니다. 돌려놓으라고 하려는 순간 주머니의 마개가 어느새 사라진 것을 알고 오히려 크게 웃습니다. 마개는 저녁에 서랍에 되돌아와 있었습니다. 며칠 뒤 새벽, 루핀은 다우브레크의 침실 앞 계단에서 소리 없이 올라오는 무언가를 난간의 떨림으로만 느끼고, 어둠 속에서 끌어안은 것이 여섯 살쯤 된 작은 소년임을 알고 얼어붙습니다. 문 아래 널빤지 틈으로 들어가 침실의 옷가지를 뒤진 아이였습니다. 바깥에서 패거리가 문을 두드리는 틈에 루핀은 아이를 담요에 싸서 밧줄 사다리로 정원으로 빠져나옵니다. 거처에서 아이를 재우는데 어머니가 달려오고, 그녀는 극장에서 만났던 회색 머리의 여인입니다. 루핀은 도움을 청하라고 설득하고, 여인은 "당신의 속셈이 무엇이냐"고 다그칩니다. 길버트와 보셰레를 구하는 것이라는 답에 놀란 여인은 길버트의 편지를 읽다가 쓰러집니다.

제5장: 스물일곱 명

깨어난 여인은 목걸이 속 사진 속 학생이 길버트라고 밝힙니다. 길버트의 본명은 앙투안이고, 여인은 클라리스 메르지이며, 남편 빅토리앙 메르지는 3년 전 하원 복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의원입니다. 25년 전 니스에서 클라리스 다르셀은 세 청년과 가까웠습니다. 다우브레크, 메르지, 프라스빌입니다. 클라리스가 메르지를 택하자 다우브레크는 복수를 맹세했고, 결혼식 날 프라스빌이 사랑하던 가수가 숨진 채 발견되었지만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훗날 다우브레크는 어린 길버트를 몰래 학교에서 빼내 도박과 도둑질에 물들였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쫓겨납니다. 한편 메르지 의원은 양해운하 위원회에서 친구를 대신해 1만 5천 프랑을 받은 일로 매수자 스물일곱 명의 명단에 이름이 올랐습니다. 명단은 운하 회사 회장의 사촌인 전 법무장관 제르미노의 금고에 있었는데, 여섯 달 동안 비서로 위장해 있던 다우브레크가 훔쳐 갔습니다. 정부는 사건이 번질까 두려워 협상에 나섰고, 다우브레크는 의원들을 하나하나 협박해 부를 쌓았으며 메르지에게는 3만 프랑을 요구했습니다. 클라리스는 남편의 명예를 지키려고 다우브레크를 만나 왔고, 어느 날 그가 영어로 쓰다 버린 편지에서 "수정 속을 비워 의심할 수 없는 빈 공간을 만들라"는 문장을 찾아 스토어브리지의 유리 세공업자까지 추적합니다. 명부가 마개 속에 있다고 확신한 클라리스는 프라스빌과 손잡았고, 돌아온 길버트와 함께 계획을 세웠으나 길버트의 동료 보셰레가 주도권을 쥐고 엥기앵 습격을 짰습니다. 보셰레는 마개와 명부를 손에 넣고 루핀을 경찰에 넘길 속셈이었고, 문마다 낸 널빤지 구멍은 보셰레가 부리던 몸집 작은 곡예사의 통로였습니다. 클라리스는 그날 밤 어린 자크를 마티뇽 가에 들여보내 마개를 되찾았는데, 속은 비어 있었습니다. 훔친 것은 진짜 마개가 아니라 다우브레크가 유리 세공업자에게 보낸 견본이었습니다. 루핀은 길버트를 반드시 구하겠다고 맹세하고, 다우브레크를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클라리스와 자크를 시골로 보냅니다. 며칠 뒤 자크가 납치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클라리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위험을 넘겼다는 전화가 오고, 루핀은 그날 밤 자정 전에 아이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며 다우브레크의 집으로 향합니다.

제6장: 사형 선고

의사 베르네스로 분장한 루핀이 다우브레크를 찾지만 의원은 이미 눈치채고 경찰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루핀을 잡으러 오라"고 알리고 거처 주소까지 불러 줍니다. 모욕을 삼킨 루핀은 침착하게 아킬레에게 전화로 서류와 돈을 챙겨 빠져나가라고 지시한 뒤 협상에 들어갑니다. 엥기앵에서 가져온 물품 113점 가운데 남은 45점을 돌려주는 대가로 소년을 내놓으라는 제안이고, 다우브레크는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길버트를 구해 달라는 요구에는 그 아들의 목숨이 자기 힘이라며 격렬히 거절합니다. 루핀은 "명부를 빼앗겠다, 내 이름은 아르센 루핀"이라 선언하고 기침약 사탕을 권하는 농담으로 자리를 뜹니다. 자크는 그날 밤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고 두 사람은 브르타뉴 해변으로 피신합니다. 루핀은 다우브레크 납치를 준비하지만 의원은 번번이 길을 바꿉니다. 그러는 사이 길버트와 보셰레의 재판이 열립니다. 재판장은 길버트에게 불리하게 신문하고, 변호인은 막판에 병으로 교체되고, 보셰레는 살인을 부인하며 길버트에게 책임을 떠넘겨 두 사람은 모두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길버트가 "난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울부짖자 방청석에서 "겁먹지 마라, 두목이 여기 있다"는 외침이 터지지만, 소리친 남자는 돈을 받고 시킨 대로 했을 뿐인 장의사 직원이었습니다.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본 루핀이 거처로 돌아오니 브르타뉴에서 돌아온 클라리스가 이미 판결을 알고 기다립니다. 루핀은 그날 밤 다우브레크를 붙잡겠다고 약속하지만 그롤러와 매셔가 전하는 소식은 다우브레크가 대낮에 집에서 납치당했다는 것입니다.

제7장: 나폴레옹의 옆얼굴

클라리스는 개인 교사 니콜 씨를 데리고 프라스빌을 찾아갑니다. 낡은 검은 예복에 해진 우산을 든 이 서투른 남자의 정체는 루핀입니다. 납치 현장에서 상아 조각 하나가 나왔다는 프라스빌의 말에 니콜은 그것이 나폴레옹의 옆얼굴을 새긴 지팡이 손잡이의 일부라고 읽어 냅니다. 몰락한 코르시카 귀족의 후손이자 명단에 오른 알부펙스 후작이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프라스빌은 니콜의 요구대로 후작의 정보를 넘겨주고, 루핀은 경찰을 자기 도구로 삼습니다. 조사 끝에 후작이 사냥 모임에서 코르시카인 사냥꾼 세바스티아니와 따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낸 루핀은 클라리스를 아미앵에 두고 몽모르 공작의 숲 근처를 살핍니다. 세바스티아니는 모르테피에르라는 옛 요새 터의 사냥 오두막에 삽니다. 후작이 사냥 도중 요새로 숨어드는 것을 목격한 날, 후작은 "오늘 밤 열 시에 와서 마저 하겠다"고 외칩니다. 루핀은 1824년 안내 소책자에서 지하 고문실과 연인의 탑 전설을 읽습니다. 중세에 갇힌 부인을 구하려던 정부가 절벽을 기어올라 철창을 갈고 부인을 데리고 내려오다 총격으로 함께 추락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클라리스의 간절한 눈빛에 루핀은 사다리를 이어 붙이고 허리에 밧줄을 감고 한밤중 절벽을 오릅니다. 손톱이 부서지고 몇 번이나 미끄러진 끝에 창살 달린 구멍에 닿아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제8장: 연인의 탑

고문실의 침대에는 쇠사슬과 가죽끈에 묶인 다우브레크가 있고, 곁에 알부펙스 후작이 서 있습니다. 후작은 이번이 네 번째 심문이라며 명부가 어디 있는지 묻고, 세바스티아니와 아들들이 막대로 가죽끈을 조여 고통을 줍니다. 루핀은 속이 뒤집히면서도 비밀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다우브레크는 "마리…"라는 말만 두 번 내뱉고 기절하고, 깨어난 뒤에는 목소리가 너무 낮아 루핀은 끝내 내용을 듣지 못합니다. 후작은 만족해하며 내일 오후 의원의 서재에서 확인하겠다고 말하고 떠납니다. 루핀은 밤새 기다리다 감시하던 아들이 자리를 비운 틈에 철창 사이로 편지를 던집니다. 미리 얻어 둔 다우브레크의 사촌 루셀로 자매의 추천서입니다. 의원이 믿는 척하자 루핀은 철창 하나를 줄로 잘라 밧줄 사다리를 내립니다. 둘이 새벽 절벽을 함께 내려가다 다우브레크는 먼저 가겠다며 밧줄을 허리에 묶게 하고, 그 순간 칼로 루핀의 어깨를 찌릅니다. 편지에 동생 유프라시의 이름이 서명되어 있었지만 글씨는 언니 아델라이드의 것이어서 함정임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의원은 루핀의 권총까지 빼앗고 배로 달아나며, 아래에서 총소리와 클라리스의 비명이 들립니다. 루핀은 클라리스와 길버트의 이름을 부르며 정신을 잃습니다.

제9장: 어둠 속에서

아미앵의 호텔 방에서 루핀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18일이 지나 있었습니다. 매셔가 간신히 절벽에서 끌어올렸고, 클라리스는 어깨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으며, 그롤러가 쏜 총에 맞은 다우브레크는 사라졌습니다. 항소는 기각되었고, 클라리스는 신분을 밝혀서라도 시간을 벌 수 없는지 변호사에게 묻습니다. 일어난 루핀은 다우브레크가 고문 속에서 뱉은 '마리'의 뜻을 되새깁니다. 3월 4일 월요일 클라리스는 파리의 호텔 프랭클랭으로 돌아가 감시를 맡습니다. 알부펙스 후작이 운하 사건으로 체포되고 다우브레크가 복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루핀도 파리로 달려가는데, 도착하자 신문은 후작이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다우브레크를 고발하는 편지를 남겼다고 전합니다. 블랑숑 경감은 다우브레크가 그날 아침 20초쯤 서재에 들렀다 갔다고 알려 줍니다. 서재 책상 위에서 물건 하나가 없어진 것을 알아본 루핀은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확신하고,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처럼 눈에 띄는 곳에 있어서 아무도 숨겨졌다고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호텔 방에는 클라리스가 남긴 편지가 가위로 오려져 있고, 짐꾼은 그녀가 특급으로 남쪽으로 떠났다고 전합니다. 루핀과 두 부하는 몬테카를로에서 허탕을 치고, 산레모와 제노바로 이어지는 연락을 따라 이탈리아로 들어갑니다. 산레모 역에서 루핀은 집행을 이틀 앞두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자신을 책망합니다.

제10장: 엑스트라 드라이?

니스 언덕의 대형 호텔 129호에 다우브레크가 있고, 클라리스는 130호를 잡아 칸막이 문으로 옆방에 숨어듭니다. 일요일 아침 방을 뒤지는 그녀 앞에 의원이 나타나 점심을 함께하자고 합니다. 그는 일주일 내내 그녀가 미행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부러 그녀를 남쪽으로 끌어냈다고 밝힙니다. 퇴직 형사 야곱이 수첩을 읽어 주는데, 루핀 일행에게 가짜 호텔 짐꾼을 붙여 이탈리아로 보낸 과정이 날짜별로 적혀 있습니다. 다우브레크는 길버트의 집행이 화요일 아침이라는 전보를 보여 주고, 결혼을 조건으로 사면을 돕겠다고 합니다. 클라리스가 "네"를 되풀이하며 모든 것을 내주려는 순간, 두 자루 권총이 다우브레크를 겨누고 니콜 씨가 클로로포름으로 그를 쓰러뜨립니다. 산레모에서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야곱을 미행해 호텔을 찾아낸 루핀이었습니다. 환호하며 춤을 추던 루핀은 벽난로 위 메릴랜드 담배갑을 뜯어 그 안에서 수정 마개를 꺼냅니다. 클라리스가 마개를 돌려 열자 속이 비어 있고, 안에는 스물일곱 이름과 운하 회사 회장의 피 묻은 서명이 적힌 얇은 종이가 있습니다. 루핀은 점심부터 먹자며 샴페인을 따릅니다.

제11장: 로렌의 십자가

루핀은 의식을 잃은 다우브레크를 커다란 고리짝에 담아 그롤러와 매셔가 자동차로 파리까지 싣고 오게 하고, 자신은 클라리스와 기차로 올라옵니다. 열차에서 그는 마개가 담배갑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영리했는지를 설명합니다. 국가가 인지를 붙여 봉한 담배갑을 뜯어 볼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월요일 저녁 프라스빌의 사무실에서 클라리스는 명부를 내주는 대가로 길버트와 보셰레의 사면을 요구합니다. 프라스빌은 펄쩍 뛰다가 결국 엘리제궁에 알현을 신청합니다. 그러나 그는 금고에서 회사 회장의 편지지를 꺼내 명부를 불빛에 비춰 보고, 이 종이에는 로렌의 십자가 워터마크가 없다고 말합니다. 마개 속 명부는 가짜였고 진짜는 다우브레크가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너진 클라리스는 "길버트는 내 아들이에요"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해치려 하고, 니콜이 막아 끌고 나갑니다. 프라스빌은 비로소 니콜이 루핀임을 깨닫고 체포영장을 발부합니다.

제12장: 단두대

마지막 패로 전직 의원 포렌글라데의 편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 루핀은 그를 찾아가지만 포렌글라데는 런던에 가 있습니다. 클라리스는 신문을 보고 쓰러지고, 루핀은 수면제를 먹여 재웁니다. 신문은 길버트와 보셰레의 태도를 전하고, 루핀은 처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기도 수면제를 마시고 잠이 듭니다. 새벽 집행장은 병력으로 에워싸이고, 보셰레는 "고해는 필요 없다"며 먼저 끌려 나옵니다. 길버트는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며 두목이 자기를 구하리라 믿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광장 건너편 집에서 총성이 울리고 보셰레가 쓰러져 숨집니다. 법은 지켜야 한다며 죽은 이의 집행을 서두르는 혼란 속에 두 번째 총성이 울려 집행인이 어깨를 다치고 보조원들은 달아납니다. 총을 쏜 남자는 2층 방에 가구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지붕을 건너 사라집니다. 경찰청 회의에서 프라스빌은 사건이 루핀의 짓이며 그의 거처가 니콜이라는 이름이었다고 보고합니다. 마침 도착한 명함에는 '니콜 석사, 개인 교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13장: 마지막 전투

니콜은 프라스빌의 사무실에 태연히 앉아 새벽의 총격을 자기가 했다고 인정하고, 진짜 명부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다우브레크의 왼쪽 눈은 유리 눈이었고 그 속에 명부가 숨어 있었으며, 수정 마개는 의심을 돌리려고 만든 미끼였다는 것입니다. 프라스빌은 로렌의 십자가를 확인하고 명부를 주머니에 넣은 뒤 사면 청원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말합니다. 루핀은 명부의 세 번째 이름이 프라스빌의 동업자 포렌글라데이며, 둘의 거래 편지를 사 두었다고 압박합니다. 조건은 한 시간 안에 사면 서명을 받아 올 것, 길버트의 탈출을 두 달 뒤 묵인할 것, 4만 프랑 수표, 그리고 6개월 안에 사무총장 사임입니다. 프라스빌이 사면을 받아 오고, 루핀은 봉인된 봉투를 건네고 사라집니다. 이어 나타난 다우브레크는 포렌글라데가 나흘 전 파리를 떠났다고 비웃고, 프라스빌이 열어 본 봉투에는 백지 네 장뿐입니다. 프라스빌은 북역에서 포렌글라데를 기다리지만 그는 이미 한 노신사에게 편지를 팔았다고 말합니다. 그 노신사가 루핀입니다. 루핀은 얼이 빠진 다우브레크에게 지갑을 돌려주며, 엥기앵 물품을 되찾은 창고 영수증은 이미 챙겨 물건까지 빼 갔다고 알리고 "새 마개 값이 필요하면 편지나 해라"고 놀리며, 곧 총성이 울려 다우브레크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두 달 뒤 길버트는 일 드 레 섬에서 탈출해 알제리에서 본명 앙투안 메르지로 살게 되고, 영국 여인과 결혼해 아들에게 아르센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클라리스와 자크도 함께 삽니다. 화자에게 이 모험을 들려주던 루핀은 클라리스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 일, 그 뒤 앙젤리크 드 사르조-방돔과 결혼한 일을 털어놓다 말을 멈추고, 낚싯배 위에서의 입맞춤을 회상하며 작은 흰 집에서 기다리는 그녀를 떠올립니다.

대목별로 읽기

1. 호숫가의 도둑질

책은 한 편의 소극처럼 시작합니다. 루핀은 부하들이 짠 계획을 두고 "너무 단순하고 매력이 없다"고 투덜대고, 가구를 하나하나 평가하며 감식가처럼 들뜹니다. 이 가벼움이 시종의 죽음 한 번에 무너지는 낙차가 1장의 힘입니다. 그런데 무너진 순간에도 루핀이 하는 일은 숫자를 세는 것입니다.

one of those minutes which he called the “superior moments of existence,”

그가 '삶의 가장 높은 순간들'이라 부르는 순간 가운데 하나.

피를 싫어하는 도둑이라는 설정도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루핀의 윤리는 도둑질이 아니라 살인에서 선이 그어지고, 그래서 부하가 그 선을 넘었다는 사실이 이후의 모든 구출 작전을 개인적인 빚으로 바꿉니다.

Blood! Blood! You know I won’t have it

피라니! 피라니! 내가 그것만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알잖아.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물건은 정작 이렇게 평범합니다.

a little crystal stopper, like those used for the bottles in a liqueur-stand

리큐어 선반의 병들에 쓰는 것 같은 작은 수정 마개.

2. 아홉에서 여덟을 빼면

2장의 압권은 다우브레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의원은 커튼 뒤의 루핀을 조롱하면서 산수 문제로 정체를 발가벗기고, 루핀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합니다. 작가는 도둑 신사를 처음으로 말문이 막힌 인물로 그려 이 적수의 격을 한 장면으로 세웁니다.

Eight from nine leaves one

아홉에서 여덟을 빼면 하나가 남는다.

Life becomes impossible if you are ignorant of that fundamental truth

그 기본 진리를 모르면 삶은 불가능해진다.

루핀의 자존심은 이렇게 뭉개집니다.

It was a poor revenge.

보잘것없는 복수였다.

다우브레크가 프라스빌에게 남긴 쪽지의 한 줄은 훗날 정답을 가리킵니다. 가장 가까운 곳, 이미 손으로 만졌던 곳에 답이 있다는 암시입니다.

Within reach of your hand, my dear Prasville, within reach of your hand!

자네 손이 닿는 곳에 있었네, 프라스빌, 손이 닿는 곳에 말이야!

3. 사라진 물건, 사라진 편지

마개가 문을 걸어 잠근 침실에서 사라지고, 길버트의 편지가 응접실에서 사라지는 이중의 수수께끼는 밀실 추리의 틀을 빌립니다. 해법은 문짝 아래 널빤지를 못 두 개로 끼워 둔 작은 구멍입니다. 루핀은 한 가지 사건처럼 보이던 일들이 한 사람의 의지임을 깨닫습니다.

Gilbert gave him the crystal stopper. Gilbert sent him a letter.

길버트가 그에게 수정 마개를 주었다. 길버트가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거듭되는 패배 속에서 그는 이렇게 느낍니다.

Never, in the course of his adventures, had he encountered such obstacles as now.

모험을 해 오는 동안 이렇게 큰 장애물을 만난 적은 없었다.

그가 다우브레크의 쪽지를 곱씹으며 내놓는 짐작은 책의 해법과 정확히 겹칩니다.

The most elementary hiding-places are the safest.

가장 초보적인 은닉처가 가장 안전하다.

4. 협박자의 집

루핀이 유모 빅투아르를 요리사로 들여보내는 대목은 책에서 가장 가벼운 코미디입니다. 가짜 추천서를 두고 오가는 말다툼은 두 사람이 오랜 사이임을 보여 주고, 루핀이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이 늙은 유모라는 사실도 알려 줍니다.

Characters are always false.

추천서란 언제나 가짜지.

밤마다 서재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보고 루핀은 다우브레크의 직업을 알아차립니다.

Daubrecq is nothing more nor less than a blackmailer

다우브레크는 다름 아닌 협박꾼이다.

그러나 정체 모를 제3의 눈은 곧 루핀 자신을 겨냥합니다.

Everything you are doing is useless and dangerous.... Give it up.

네가 하는 일은 모두 쓸데없고 위험하다. 그만둬라.

5. 극장 칸막이 속의 결투

보드빌 극장 장면은 루핀이 가장 자신 있는 무대, 곧 변장과 속임수가 가장 크게 어긋나는 자리입니다. 그는 자기 변장을 꿰뚫어 본 여인 앞에서 처음으로 말을 더듬습니다.

The woman knew him!

그 여인이 그를 알아본 것이다!

다우브레크와의 싸움은 힘으로는 이기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은 승리가 아닌 배신입니다. 자기 부하 둘이 상대편 자동차를 모는 것을 본 루핀은 다시 한 번 말문을 잃습니다.

For the first time in his life he was experiencing the pain of treachery.

그는 평생 처음으로 배신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Help, governor! I am frightened.

두목, 도와주세요! 무서워요.

길버트의 이 편지는 루핀이 시간에 쫓긴다는 감각을 책 내내 유지시키는 장치입니다.

6. 돌아온 마개와 작은 영웅

마개가 손에 들어온 순간 루핀은 오히려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것이 왜 소중한지를 모르면 손에 쥐고 있어도 무가치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수수께끼가 물건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일이라는 선언입니다.

That bit of glass had no existence in itself

그 유리 조각은 그 자체로는 아무 존재도 아니었다.

마개가 주머니에서 사라지자 루핀은 화내는 대신 웃고, 이야기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선언합니다.

It’s no longer a tragedy that we’re acting, but a fairy-tale

우리가 연기하는 건 이제 비극이 아니라 동화예요.

그리고 동화의 괴물은 어둠 속에서 붙잡힌 어린아이였습니다. 루핀은 적의 두목을 소년에게 붙인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소개합니다.

I’ve brought you the indomitable chief of our enemies, the Hercules of the gang.

우리 적들의 불굴의 두목, 패거리의 헤라클레스를 데려왔어요.

7. 클라리스의 고백

5장은 책 전체의 지도를 한꺼번에 펼쳐 놓는 장입니다. 25년 전 니스의 삼각관계, 운하 스캔들, 스물일곱 명의 명부가 모두 한 여인의 입으로 풀리고,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던 장면 대부분이 해명됩니다. 주목할 점은 이 설명이 복수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my husband’s name was on the list of the Twenty-seven

제 남편의 이름이 스물일곱 명의 명단에 있었어요.

다우브레크의 증오는 사랑이 꺾인 자리에서 자랐고, 그는 그것을 하나의 신념처럼 말합니다.

To do harm . . . for harm’s sake... what joy!

해를 입히는 것, 해를 위한 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클라리스의 복수는 그 거울상입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몰락입니다.

revenge has been the motive of my conduct

복수가 제 행동의 동기였어요.

이 대목의 반전은 모든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선언입니다. 그날 밤 목숨이 걸린 습격과 시종의 죽음은 모두 견본 마개를 훔치는 일이었습니다.

There was nothing in that piece of crystal, nothing, do you understand?

그 수정 조각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아시겠어요?

8. 베르네스 박사의 거래

루핀이 의사로 분장해 다우브레크를 찾아가는 장면은 책에서 가장 아픈 패배이자 가장 날렵한 교섭입니다. 변장이 단번에 들통나자 루핀은 화를 삼키고 전화기로 부하에게 거처를 비우라고 지시한 뒤 곧바로 협상 테이블로 옮겨 갑니다. 이 순간 둘의 대결은 선언문의 형식을 얻습니다.

Lupin versus Daubrecq; and that’s all about it.

루핀 대 다우브레크, 그게 전부다.

루핀의 요구는 단순하고 한 가지입니다.

Gilbert’s safety, that’s all I ask.

길버트의 안전,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

다우브레크의 거절은 증오가 이익보다 앞선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둘이 서로의 이름을 내밀며 마주서는 장면은 이 대결의 중심입니다.

My name is Arsène Lupin.

내 이름은 아르센 루핀이다.

And my name’s Daubrecq.

그리고 내 이름은 다우브레크다.

9. 재판

재판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정치적인 대목입니다. 법정은 두 피고가 아니라 그들의 뒤에 있는 루핀을 심판하고, 재판장은 편파적이며, 변호인은 병으로 교체됩니다. 보셰레는 마지막 순간까지 간교하고, 길버트는 울고 더듬습니다. 루핀은 이 모든 것이 다우브레크의 손길임을 알아봅니다.

I have done a lot of harm

저는 나쁜 짓을 많이 했어요.

But, all the same, not this.

하지만 그래도 이번 일만은 아니에요.

사형 선고 뒤 방청석에서 터져 나온 이 외침은 루핀의 약속을 공개적으로 되풀이하는 듯하지만, 곧 돈에 매수된 장난임이 드러납니다.

Don’t be afraid, little ‘un! The governor’s here!

겁내지 마라, 꼬마야! 두목이 여기 있다!

소리친 남자는 옆자리의 낯선 이가 돈을 주며 시켰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누가 시켰는지 책은 말하지 않고, 루핀은 그 남자를 붙잡는 일을 거들고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옵니다. 길버트가 마지막까지 두목을 믿는 모습은 이후 집행 장면에서 훨씬 무겁게 돌아옵니다.

10. 나폴레옹의 옆얼굴

니콜 선생은 이 책의 가장 영리한 변장입니다. 낡은 모자를 어쩌지 못하는 어수룩한 선생이 상아 조각 한 점에서 역사 한 토막을 꺼내 사건의 용의자를 지목하는 장면은 추리소설의 재미를 줍니다. 루핀은 경찰까지 자기 도구로 부립니다.

the profile of the Little Corporal

꼬마 하사의 옆얼굴.

연인의 탑 전설을 읽은 루핀은 위험을 이렇게 일축합니다.

What another has done I can do.

다른 사람이 해낸 일은 나도 할 수 있다.

A man had dared!

한 사람이 감행했다!

클라리스의 조급함은 달력으로 표현됩니다. 남은 날짜를 세는 일이 이 장면의 배경음입니다.

What can one do in so few days?

그 며칠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1. 연인의 탑

고문실 장면은 고딕 소설의 분위기를 빌려 오되, 루핀이 보는 쪽에 선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같은 방법을 자기가 쓰지 못했으리라고 느끼며 속이 뒤집히고, 책은 그 불편함을 숨기지 않습니다. 다우브레크가 잠든 척하며 기다리는 것도 연극이지만, 루핀이 가장 크게 속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구원자의 얼굴을 한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점을 이 책은 절벽 위에서 보여 줍니다. 다우브레크는 칼을 쓴 뒤 이렇게 말합니다.

You’re a bit of a fool, you know!

자네는 좀 어리석군, 알겠나!

사촌의 추천서에 적힌 서명과 필체가 어긋난다는 사실이 루핀의 계획을 무너뜨립니다. 사소한 어긋남이 가장 큰 구멍이 되는 순간입니다.

Poor Lupin, I fear you’re in a bad way

가엾은 루핀, 아무래도 형편이 좋지 않겠군.

정신을 잃어 가는 루핀이 부르는 이름들은 그가 끝까지 지키려던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줍니다.

Clarisse.... Clarisse.... Gilbert....

클라리스… 클라리스… 길버트…

12. 어둠 속의 회복과 남쪽으로 향한 추격

18일을 잃은 루핀의 병상 장면은 책의 속도를 한 번 늦춥니다. 클라리스는 그를 간호하지만 그것이 그를 위한 것이 아님을 루핀도 알고 있습니다. 이 인식은 사건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벽입니다. 병석에서 그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은 단순합니다.

I will get well

나는 나을 것이다.

회복한 루핀이 숨은 장소를 알아내는 대목은 책의 핵심 추리입니다. 비결은 다우브레크가 눈에 보이는 곳에 숨겼다는 점이고, 루핀은 포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People do not suspect what does not appear to be hidden.

사람들은 숨겨진 듯 보이지 않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남행 추격은 쫓는 쪽과 쫓기는 쪽이 뒤집히는 대목입니다. 클라리스는 다우브레크를 쫓는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쫓기고 있었습니다.

He was watching her instead.

오히려 그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I am sure of nothing with Daubrecq.

다우브레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13. 엑스트라 드라이

니스의 호텔 방에서 책은 이야기의 온도를 가장 높게 끓입니다. 다우브레크는 차갑게 식은 샴페인으로 상대를 환대하는 척하면서 굴욕을 주고, 클라리스는 모든 것을 내주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작가는 악당의 악행을 변명 없이 보여 주고, 독자가 느끼는 분노와 안도를 모두 루핀의 등장 한순간에 걸어 둡니다. 구원이 오기 전에 한 번 더 무너뜨리는 구성입니다.

You will marry me?

나와 결혼하겠소?

구출 직후 루핀의 반응은 이 책이 얼마나 연극적인지 드러냅니다. 그는 춤을 추고 무대 선전 문구처럼 외칩니다.

The angel of virtue destroying the hydra of vice!

미덕의 천사가 악덕의 히드라를 쳐부수는 장면!

이 광대 같은 환호가 곧 정중한 사과로 바뀌는 순간이 인상적입니다.

that’s the kiss of a decent man!

이게 점잖은 사내의 입맞춤입니다!

장의 제목이 된 질문이 마지막 대사로 되돌아오는 구조도 영리합니다.

Sweet champagne? Dry champagne? Extra-dry?

달콤한 샴페인? 드라이? 엑스트라 드라이?

14. 로렌의 십자가

은닉처의 해법은 장난스러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정부가 인지를 붙여 봉한 담배갑을 뜯어 볼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습니다. 작가는 가장 권위 있는 봉인이 가장 안전한 상자가 된다는 아이러니를 기분 좋게 풀어 놓습니다.

Maryland, Maryland tobacco, the only tobacco that Daubrecq smokes.

메릴랜드, 메릴랜드 담배야, 다우브레크가 피우는 유일한 담배.

그러나 책은 승리를 허락하지 않고 한 번 더 뒤집습니다. 경찰 사무총장의 사무실에서 승리는 워터마크 한 줄로 무너집니다.

does not contain that little cross of Lorraine

그 작은 로렌의 십자가가 들어 있지 않다.

이 장에서 클라리스가 비밀을 외치는 대목은 책 전체의 감정이 폭발하는 자리입니다. 지금까지 감춘 신분이 가장 비싼 값으로 터져 나옵니다.

Gilbert is my son! My son! My son!

길버트는 내 아들이에요! 내 아들! 내 아들!

무너지는 클라리스를 붙잡은 루핀의 대답은 이 책의 제목에 가까운 약속입니다.

Gilbert shall not die

길버트는 죽지 않는다.

15. 단두대의 아침

12장은 결과가 이미 정해진 듯한 분위기 속에서 아주 느리게 흐릅니다. 신문 기사와 호송 장면, 군중의 합창이 겹치고, 작가는 사형 선고를 받은 두 사람의 대조를 놓치지 않습니다. 보셰레는 거칠게 체념하고 길버트는 마지막까지 믿습니다. 그 믿음이 이 장의 핵심 정서입니다.

Tell my mother that I beg her forgiveness.

어머니께 용서를 구한다고 전해 주세요.

Poor little chap!

가엾은 녀석!

두 사람이 복도에서 마주친 순간 보셰레는 서운함을 이렇게 던집니다. 그 뜻을 알아듣는 사람은 프라스빌뿐입니다.

Expect he prefers to pocket the proceeds of the crystal stopper.

두목은 아마 수정 마개의 수확을 혼자 챙기려는 모양이지.

총성이 울린 직후 보셰레의 마지막 말은 이 책의 가장 기묘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는 감사 인사를 남기고 숨집니다.

Thank you, governor, thank you.

고맙습니다, 두목. 고맙습니다.

16. 유리 눈과 마지막 흥정

13장에서 작가는 반전을 연달아 터뜨립니다. 사무실에 앉은 니콜은 다우브레크의 눈을 두고 한참 섬뜩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곧 그것이 유리 눈이었다고 웃으며 밝힙니다. 마개가 숨은 곳이 결국 사람 몸의 일부였다는 답은 기괴하고 영리합니다.

A glass eye!

유리 눈이라니!

Daubrecq gives nothing up. I took it.

다우브레크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는다. 내가 빼앗은 것이다.

그러나 곧 루핀의 허세가 폭로됩니다. 그가 흔들어 댄 협박용 편지는 허공의 패였고, 다우브레크는 프라스빌에게 이렇게 조롱합니다.

They’ve sold you waste paper!

저들이 자네에게 휴지 조각을 팔았네!

봉투를 열어 보니 백지 네 장뿐입니다. 경찰 고위직은 이렇게 인정하지만, 북역에서 그를 기다린 것은 한 수 더 앞선 루핀입니다.

I am no match for those rascals.

나는 저 악당들의 상대가 못 되는군.

17. 루핀의 사랑과 마지막 장면

사건이 끝난 뒤 책은 어조를 바꿔 루핀이 화자에게 모험담을 들려주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가 붙이는 별명 같은 부제는 책의 성격을 요약합니다. 끝내 지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The Crystal Stopper; or, Never Say Die

『수정 마개, 혹은 절대 포기하지 마라』

그러나 이 이야기가 진정으로 끝나는 곳은 승리가 아닌 거절입니다. 루핀은 클라리스의 시선 속에서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말합니다.

I am only the merest riff-raff.

나는 그저 하찮은 건달일 뿐이다.

길버트의 새 삶은 책이 약속하는 가장 따뜻한 결말입니다. 다우브레크의 복수로 한 집안이 무너진 이야기는 한 가족이 땅을 일구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He is farming his own land, way down in Algeria

그는 저 멀리 알제리에서 자기 땅을 일구고 있다.

마지막 줄은 루핀의 상상이 닿는 곳입니다. 이기고도 남는 쓸쓸함이 끝에 남습니다.

in that little white house, Clarisse, where you are waiting for me

그 작은 흰 집에서, 클라리스, 당신이 나를 기다리는 곳에서.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수정 마개』는 13장이 짧은 장면들로 나뉘어 있어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지만, 순서대로 읽을 때 반전의 맛이 가장 큽니다. 처음이라면 1장(호숫가의 도둑질), 2장(아홉에서 여덟을 빼면), 5장(클라리스의 고백)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어 8장(연인의 탑), 10장(니스의 호텔 방), 12장(단두대의 아침), 13장(마지막 전투)이 책의 중심입니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건의 열쇠가 계속 눈앞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담배갑, 책상 위의 물건, 눈에 띄는 곳에 놓인 것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원리가 책 전체를 지탱합니다. 다른 하나는 루핀이 영웅이면서도 계속 패배하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그의 허세와 실수, 연애의 쓸쓸함을 함께 읽으면 연작의 다른 권보다 훨씬 인간적인 도둑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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