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2년 출간
The Crimson Circle
크림슨 서클
런던의 부자들에게 돈과 목숨을 요구하는 정체불명의 협박 조직 크림슨 서클을 파르 경감과 심리측정 탐정 예일이 쫓고, 도둑으로 낙인찍힌 소녀 탈리아가 그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추적극
Eleven years later that nail killed many people.
11년 뒤 그 못은 많은 사람을 죽였다.
the man who knows me, carries his knowledge to hell.
나를 아는 자는 그 앎을 지옥까지 가져간다.
한눈에 보기
툴루즈의 술 취한 사형 집행인이 단두대에 못을 잘못 박아 한 죄수가 목숨을 건지고, 그 죄수는 훗날 런던의 협박 조직 우두머리 크림슨 서클이 됩니다. 조직원들은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복면 운전사의 지시만 받습니다. 부유한 제임스 비어드모어가 숲에서 총에 맞아 죽고, 현장에서 달아나던 프로얀트의 비서 탈리아 드러먼드는 도둑으로 법정에 서며, 파르 경감은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은행가 브라바존과 사기꾼 말, 금고털이 바넷이 얽힌 살인과 도피, 사라진 몸값, 프로얀트의 죽음, 정부를 향한 백만 파운드 협박을 지나 탈리아와 파르의 숨은 관계와 심리측정 탐정 예일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 애거사 크리스티 『비밀 결사』 (The Secret Adversary)
- G. K. 체스터턴 『목요일이었던 남자』 (The Man Who Was Thursday)
한 권 요점
The Crimson Circle
『크림슨 서클』은 영국 작가 에드거 월리스가 1922년에 낸 범죄 스릴러입니다. 월리스는 1875년에 태어나 1932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쉬지 않고 소설과 희곡, 신문 기사를 쏟아낸 다작 작가로 흔히 소개됩니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4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머리의 프롤로그 「못」은 프랑스 툴루즈의 형장을 다루고, 제1장부터는 전쟁 직후의 런던으로 건너옵니다. 책의 뼈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크림슨 서클이 누구인가라는 수수께끼이고, 다른 하나는 탈리아 드러먼드가 정말 도둑이자 조직의 심부름꾼인가라는 의문입니다. 자동차 안의 대화, 법정, 은행, 교회, 총리 관저까지 장면이 빠르게 바뀌고, 반 걸음 앞서가는 서술이 독자의 추측을 계속 비켜 갑니다.
줄거리
프롤로그: 못
9월 29일은 빅터 팔리온 씨의 생일입니다. 그가 조수 셋과 툴루즈의 식당에서 밤새 축하하다 새벽 3시에야 영국인 범죄자 라이트먼의 처형이 아침이라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취한 일행은 서둘러 단두대를 세우지만 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자 팔리온은 틀에 못을 박아 '수리'합니다. 해가 뜬 뒤 끌려 나온 죄수 앞에서 칼은 세 번 모두 못에 걸려 멈추고, 분노한 구경꾼들이 경계선을 뚫고 들어와 죄수를 감옥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서술자는 이 못이 11년 뒤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된다고 덧붙입니다.
제1~2장: 차 안의 입회식, 돈을 내지 않은 남자
바람 센 밤 11시, 런던의 한 광장에서 파산 직전의 남자가 검은 두건을 쓴 운전사의 차에 오릅니다. 운전사는 그가 맡은 돈의 구멍과 극단적인 생각까지 훤히 알고 있고, 막대한 돈을 건네며 자신의 돈을 유통하고 요구하는 즉시 지불하는 대리인이 되라고 합니다. 이렇게 모집된 사람들이 크림슨 서클이며, 백 명의 동료는 서로를 알지 못하고 운전사만 모두를 압니다. 근처에서는 펠릭스 말이 쌍안경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며 차량 번호를 외웁니다. 이후 서술은 서클의 요구를 따른 사람들이 살아남고 거부한 사람은 죽은 경과를 훑습니다. 철도 변호사 벤슨이 위협을 무시하다가 전용 객차 곁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사이코메트리(물건에 남은 기운을 읽는 능력)로 이름을 알린 탐정 데릭 예일이 범인을 찾아내 범인은 교수형을 받지만 배후는 끝내 입을 열지 않습니다. 이어 부호 제임스 비어드모어의 아침 식탁에 10만 파운드를 요구하는 붉은 원 카드가 놓입니다. 그는 이미 네 번째 경고를 받았고, 예일을 손님으로 머물게 하면서도 겁내지 않습니다. 아들 잭은 이웃 대부호 프로얀트의 비서 탈리아에게 마음을 두고 있어 아버지가 걱정합니다.
제3~4장: 울타리 너머의 소녀, 펠릭스 말
잭은 두 집 사이 울타리 옆 정자에서 탈리아를 만나지만 그녀는 일부러 차갑게 선을 긋습니다. 외딴 곳에서 지내다 보면 눈에 띄는 유일한 여자에게 마음이 쏠리는 법이라며, 도시로 나가 보라고 말합니다. 그때 나타난 프로얀트가 탈리아를 일하라며 몰아세웁니다. 셋이 언덕 위 느릅나무까지 걸어 오르자 줄기에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원이 그려져 있습니다. 근처에서 가방을 든 거구의 남자가 나타나 자기를 펠릭스 말이라고 소개하고 비어드모어에게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집 앞에서 그는 이유 없이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하고, 나눠야 할 땅 거래도 미룹니다. 하룻밤 머물라는 권유를 거절하고 역으로 가지만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9마일을 걸어 돌아오고, 열차 안에서 꺼낸 권총을 살피며 수풀에서 밤을 기다립니다.
제5~6장: 달리는 소녀, "탈리아 드러먼드는 사기꾼이다"
이튿날 아침 제임스 비어드모어는 정원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산책을 나섭니다. 예일이 경고하던 사이 총성이 울리고, 달려간 잭과 예일 앞에 그는 이미 죽어 있습니다. 숲 반대편에서는 한 소녀가 손에 묻은 붉은 것을 풀로 닦아 내고 프로얀트 영지 쪽으로 달려 정자 마룻바닥을 뜯고 권총을 숨깁니다. 그 소녀가 탈리아입니다. 경찰 본부에서는 모턴 위원장이 신문의 비판 사설을 읽으며 파르 경감을 다그칩니다. 파르는 키가 작고 얼굴이 소처럼 무표정한 중년 경감이고, 사이코메트리 따위는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편 예일은 탄피에서 치통을 앓는 어두운 남자의 인상을 읽어 냈다며 선원 시블리를 찾아내고, 그의 소지품에서 자동권총이 나옵니다. 파르는 재 속에서 건진 쪽지('너만, 나만, B블록, 뇌물')와 뾰족한 구두 발자국, 여송연 재를 따로 간직합니다. 사건 뒤 잭이 두 사람과 길을 가다 전당포에서 나오는 탈리아를 보고, 파르는 2년 만에 본 그녀를 "도둑이자 도둑의 공범"이라고 부릅니다.
제7~9장: 도난당한 우상, 고발, 경찰 법정
전당포에는 작은 황금 부처상이 100파운드는 나갈 물건인데 10파운드에 맡겨져 있었고, 맡긴 사람은 프로얀트의 주소를 댄 탈리아였습니다. 파르가 그 자리에서 그녀를 체포하자 잭은 "도둑에 살인자라 해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프로얀트는 짜디짠 구두쇠답게 5파운드 가불을 거절했다고 털어놓고 부처상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합니다. 탈리아는 "지독한 구두쇠였으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비꼬고, 프로얀트의 편지를 열어 본 크림슨 서클의 경고장까지 건넵니다. 법정에서 재판관은 초범으로 보고 처벌을 유예하고, 밖에서 프로얀트는 4만 파운드를 요구받았다며 파르를 책망합니다. 잭은 법원 앞에서 그녀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탈리아는 "충동적인 정신 나간 짓"이라며 지하철역으로 사라집니다.
제10~11장: 원의 소환, 자백
하숙으로 돌아온 탈리아는 집주인에게 방을 빼라는 말을 듣고 신문에 구인 광고를 냅니다. 그날 밤 붉은 원이 찍힌 카드가 와서 이튿날 밤 스테인 광장의 차를 타라고 합니다. 두건을 쓴 운전사는 법정 소식과 광고까지 알고 있으며 경찰을 대동했다면 이미 길가에 쓰러져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를 브라바존 은행의 비서로 보내고 200파운드를 건네는데, 그녀는 그의 어깨 아래 방탄조끼가 있음을 알아챕니다. 뒤따르던 파르는 금고털이 플러시 바넷을 마주쳐, 그의 약혼녀 밀리가 같은 은행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다음 날 감옥에서 시블리가 예일과 파르의 심문에 자백합니다. 한 남자가 차를 타라고 불러 자신의 과거를 다 알고 있었고, 100파운드를 주겠다며 어떤 노인을 '치우라'고 했으며 자전거로 도망치게 해 주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얼굴은 모른다지만 그 남자가 쓰던 이상한 단어를 떠올려 알려 주겠다고 한 시블리는, 네 시간 뒤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물그릇에 독이 있었고 물 위에는 붉은 종이 원이 떠 있었습니다.
제12~13장: 뾰족한 구두, 말이 조금 더 짜낸다
말은 방에 틀어박혀 뾰족한 에나멜 구두를 칼로 잘게 잘라 불에 태웁니다. 잠시 뒤 찾아온 파르가 구두 이야기를 꺼내 보여 달라고 하고, 구두 밑창의 먼지가 석회 가루임을 지적하며 거짓말을 가려냅니다. 이어 재단사의 이름과 주소를 적게 한 파르는, 말이 서클과 비어드모어 살인을 잇는 줄 몰랐다는 사실도 확인합니다. 한편 브라바존 은행에 들어간 탈리아에게 한 달 만에 지시가 옵니다. 말과 사귀어 그가 브라바존을 쥔 이유를 알아내고, 예일과 파르가 오면 알리라는 것입니다. 말은 사무실을 찾아와 옛 일화를 들먹입니다. 젊은 서기가 셀러스 은행 주인의 과부와 결혼했는데 스위스에서 그녀가 절벽에서 떨어졌고, 그 사진 속에 브라바존이 있다는 암시입니다. 말은 돈을 더 뜯어 내고 브라바존은 묵묵히 대출을 약속한 뒤, 스테인 광장에서 서클과 만난 것을 말이 보았다는 사실을 적어 존슨 앞으로 보냅니다.
제14~16장: 데이트 신청, 일당 합류, 말의 외출
말이 저녁 식사를 청하자 탈리아는 리츠 호텔이 아니면 싫다고 받아칩니다. 곧이어 타이피스트 밀리 매크로이가 은행에서 사라진 돈을 두고 탈리아를 추궁하고, 큰돈이 오가는 판에 끼라며 '그 남자'를 만나 보라고 합니다. 레스토랑에서 기다리던 바넷은 말의 계좌가 10만 파운드에 가깝다고 믿고 있으나, 탈리아가 오늘 오후 브라바존이 그 계좌를 닫고 6만 2천 파운드를 현금으로 가져갔다고 알립니다. 바넷은 말의 집에서 벌어질 저녁을 돈 훔칠 기회로 삼자고 하고, 탈리아는 마지못해 응합니다. 거리에서는 잭이 그녀의 일행을 파르와 함께 지켜봤다며 도움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합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마릴본 로드의 근사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말은 연극이 끝난 밤 11시 반에 자기 집 식당에서 문을 잠그고 그녀를 붙잡지만, 탈리아는 가방에서 밀스 수류탄을 꺼내 핀을 뽑고 문을 열게 합니다. 아래층에서 바넷이 금고를 뒤지는 동안 말은 자기 방에 문을 걸어 잠그고, 정원 문에서 파르가 바넷을 체포합니다. 곧이어 파르는 문에 붉은 원이 붙은 것을 발견하고 문을 부수어, 비틀린 미소를 띠고 숨진 말을 봅니다.
제17~19장: 비눗방울, 바넷의 이야기, 제안 수락
예일은 한밤중 말의 방 환기구와 바닥의 철제 병, 베개의 동그란 얼룩에서 기발한 살해 방식을 추리해 냅니다. 비눗방울이 열쇠였다는 것만 밝혀 두면, 파르는 말이 글을 쓴 당사자였다고 의심해 이미 감시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바넷은 진술에서 브라바존이 자기를 불러 말의 금고 서류를 훔치라며 1,000파운드를 제안했고, 훔친 서류는 절벽 위의 두 사람을 찍은 사진이라 태워 버렸다고 진술합니다. 파르가 영장을 들고 간 브라바존의 아파트는 이미 빈방이고 창으로 비상계단이 이어져 있습니다. 한 주 뒤 파산이 확정된 브라바존의 은행을 나서는 탈리아에게 파르는 호된 말을 퍼붓습니다. 예일은 오히려 그녀를 비서로 고용하겠다고 나섭니다. "왜 훔치죠?"라는 물음에 그녀는 훔치는 게 천성이라고 답하고, 이튿날 아침 열 시에 출근하겠다고 합니다.
제20~24장: 강가의 집 열쇠, 몸값 함정, 찬장 속의 여자, 현상금
프로얀트는 결국 몸값을 내기로 하고, 서클은 금요일 3시 반에 예일의 사무실로 사자를 보내겠다고 통보합니다. 아버지 사후 외롭게 지내는 잭을 찾아간 파르는 예일이 탈리아를 채용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이때 탈리아가 예일의 심부름으로 잭의 강가 저택 열쇠를 받으러 오고, 이 열쇠는 브라바존이 숨어 있을지 모르는 낡은 창고 겸 주택의 것입니다. 사무실로 돌아온 탈리아는 파르와 예일의 통화를 엿듣고 존슨에게 "예일이 강가의 집으로 수색하러 갔다"는 전보를 칩니다. 한편 예일이 층계를 올라 지붕 밑 다락을 살피고 나갈 때, 다락 창가에서는 수염이 자란 브라바존이 그들을 지켜봅니다. 결전의 날, 예일은 방에 열쇠를 잠그고 파르가 바깥 사무실에서 그를 잠가 놓고, 사복 경찰 80명이 건물을 에워쌉니다. 그런데 안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고 응답이 끊기자 문을 부수고 들어가니 예일은 수갑과 가죽끈에 묶여 얼굴에 마취제를 덮어쓴 채 쓰러져 있고, 돈은 사라졌습니다. 늙은 우체부가 막 건물을 나갔을 뿐입니다. 파르가 "참으로 영리하다"며 웃고 프로얀트는 화를 내다 갑자기 차분해지는데, 예일은 그 변화에서 어떤 의심을 품습니다. 그가 떠난 뒤 사무실의 찬장 문이 열리고 탈리아가 걸어 나옵니다. 며칠 뒤 은행 연합이 지도자의 체포에 1만 파운드를 걸고 내부 고발자에게는 사면을 약속합니다. 프로얀트가 지폐 번호를 적어 둔 명부를 변호사 헤기츠에게 맡기자, 헤기츠는 브라바존이 런던 최대의 장물 환전상이었으리라 말하고, 말이 프랑스에서 라이트먼과 은행 사기단이었다가 증인으로 돌아서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도 들려줍니다.
제25~26장: 강가의 집 세입자, 클로로포름 병
다락에서 일주일을 버티던 브라바존에게 크림슨 서클이 찾아와 뉴질랜드행 배표와 변장 옷을 건네고, 그가 말의 계좌에서 훔친 돈과 새 지폐 다발을 맞바꿉니다. 새 지폐는 번호가 뒤섞여 있어 누군가에게서 뜯어낸 돈입니다. 눈썹을 밀고 호텔에 숨은 브라바존은 현상금 포스터를 보고 밀고하기로 마음먹지만, 길에서 파르 경감과 마주쳐 체포됩니다. 그는 조직에게 받은 돈을 자기 지폐와 바꿨고 자기 쪽은 E.19 번호대라고 진술합니다. 파르는 프로얀트에게 지폐를 확인시킵니다. 같은 밤 밀리 매크로이가 탈리아의 아파트를 찾아와 바넷을 도와 달라고 하고, 협박에 가까운 말을 던집니다. 탈리아는 돕겠다고 하지만, 부엌의 싱크대 위에는 '클로로포름과 에테르'라고 적힌 병이 놓여 있습니다.
제27~28장: 파르의 어머니, 밤의 한 발
잭은 파르의 집을 찾아가고, 집에서 파르는 당황하며 '이모'와 '할머니'를 소개합니다. 이모는 어딘가 정신이 흐릿하고, 파르는 '어머니'라 부르는 할머니가 범죄 수사에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합니다. 서클이 지난 50년 만에 처음 나온 진짜 조직 범죄자이며 누구도 배신할 수 없는 구조라는 분석도 들려줍니다. 잭이 현관을 나서자 검은 차의 어둠에서 총구가 번쩍이고 파르가 쓰러집니다. 그러나 파르는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고, 이런 조끼를 가진 사람은 서클의 우두머리와 자기, 그리고 탈리아 셋뿐이라고 말합니다. 달려온 예일에게는 "다음 달 4일에 죽는다"는 협박 카드가 와 있습니다. 예일은 그날 아침 탈리아가 파르의 주소를 물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만 곧 부당한 의심이라고 접습니다.
제29~30장: 붉은 원, 프로얀트의 침묵
프로얀트는 변호사가 추적한 새 지폐를 단서로 혼자 수사에 나서 은행 기록을 뒤지고, 툴루즈로 날아가 옛 대리인 브라사르를 만납니다. 브라사르와 서기 쥘의 입을 통해 '붉은 원'이라 불린 라이트먼이 목에 붉은 원 모양의 흔적(점) 때문에 단두대의 칼에 닿지 않을 거라 믿어졌고, 정말 처형에서 살아남은 뒤 유배지를 탈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프로얀트는 서클의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됐다고 만족해 돌아옵니다. 한편 예일은 파르에게 존슨의 편지 가게를 이미 알고 있었고, 모든 메시지를 자신이 먼저 읽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가게로 연결된 탈리아의 연락이 서클로 전해졌음도 짚으며, 그녀를 곁에 둘수록 위험이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탈리아가 받은 서클의 상자에는 남자 왼손용 가죽 장갑과 날카로운 칼이 들어 있고, 프로얀트 집의 방공호로 들어가 기다리라는 지시가 담겨 있습니다. 같은 시각 프로얀트는 모든 전등을 켜고 권총 두 자루를 품은 채 파르와 예일을 불러 놓고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겠다며 서재로 들어갑니다. 반 시간이 지나 파르가 문을 열자 프로얀트는 이미 칼에 찔려 숨져 있고 책상에는 피 묻은 가죽 장갑이 놓여 있습니다. 서재에서 이어지는 방공호의 문 밖 잔디에는 여자의 발자국이 나 있고, 파르는 그것이 탈리아의 것임을 직감합니다.
제31~32장: 질문받는 탈리아, 시골 여행
예일은 사무실에서 탈리아에게 그날 저녁의 행적을 캐묻지만 그녀는 산책했다고 일관하고, 파르는 해임을 앞두고도 쾌활합니다. 이 자리에서 파르는 서클 앞으로 가는 편지는 이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 그녀의 얼굴빛을 바꿔 놓습니다. 신문은 경찰 본부를 맹공하고, 파르가 프랑스 조사 휴가를 받은 사이 위원장은 시블리의 감방에 있던 속기사가 누구였는지 따집니다. 파르는 지역에서 구한 사람이라 신원을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원장은 서클의 첩자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파르는 끝났다고 선언합니다. 정작 파르는 태연하게 잭의 시골 저택에 동행하기로 합니다.
제33~34장: 포스터, 정부를 협박하다
도착하자 예일 명의의 '즉시 귀경' 전보가 와 있으나 파르는 가짜임을 전화로 확인하고 가지 않습니다. 새벽 차 소리가 지나가고 아침에는 진입로 나무마다 서클의 포스터가 붙어 있으며, "아버지의 빚은 아직 갚지 못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파르는 포스터가 급히 바뀐 흔적이라 보고, 말이 사건 날 진술한 위치에서는 테라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으로 말의 거짓말을 입증합니다. 곧 위원장에게서 오후 각료 회의에 참석하라는 전화가 옵니다. 그날 정부 전원에게 서클이 보낸 문서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변호사 헤기츠를 살해했다고 밝히고 백만 파운드와 백지 사면장을 요구하며, 거부하면 의원 12명을 차례로 처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일이 책임자 자리를 거절하고 파르 아래에서 일하겠다고 하자 총리는 파르에게 책임을 맡깁니다. 한편 탈리아는 잭에게서 부친의 서류 속에 말에 관한 처형 사진이 든 봉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열지 말고 숨겨 달라고 부탁합니다.
제35~37장: 장관과의 오찬, 서클의 회합, 살아 있다면
예일이 죽는다던 4일이 무사히 지나갑니다. 파르는 프랑스에서 프로얀트와 같은 길을 밟았다고 말하고, 예일은 경찰 본부 안에 서클과 통하는 사람이 있다고 위원장에게 속삭입니다. 그 자리에서 예일은 식당에서 정부 인사 라파엘 윌링스와 점심 중인 탈리아를 발견하고 즉석에서 해고합니다. 결혼으로 개과천선시킬 수 있다는 예일의 말을 탈리아는 웃어넘깁니다. 서클은 성 아그네스 교회에서 조직원 전체를 처음으로 모아 놓고 보상으로 몸값의 20퍼센트를 나누겠다며 모두의 협력을 요구합니다. 탈리아는 교회를 빠져나와 이브닝드레스로 갈아입고 윌링스와 클럽에 나타나는데, 그곳에서 질투하는 잭과 마주칩니다. 탈리아는 집 앞 어두운 곳에서 서클의 사자와 짧게 이야기하고, 그 사자를 뒤쫓던 추적자는 오히려 낚아채여 얼굴을 알아본 뒤 붙잡힙니다. 그날 밤 잭은 아버지의 봉투를 침실로 가져왔다가 한밤중에 방에 들어온 탈리아와 마주칩니다. 서클이 집을 뒤졌다는 사실을 알린 그녀는 편지를 불러 주어 사진을 파르에게 보내게 하며 "당신이 살아 있다면 내일 만나겠다"고 말합니다.
제38~40장: 탈리아의 체포, 감옥 식단, 탈출
윌링스는 서클의 첫 희생자로 지목됐다며 농담을 던지고, 경찰의 권고라는 핑계로 탈리아를 시골 별장으로 데려갑니다. 그의 저택 벽에서는 아시리아 단검이 사라져 있습니다. 별장에서 윌링스가 억지로 달려들자 탈리아는 몸부림치고, 커튼 뒤에서 나온 단검이 윌링스의 어깨에 꽂힙니다. 하인들이 달려오고 그녀는 그의 차로 달아나 런던 집에서 전화로 "다 끝이에요"라고 울먹입니다. 그날 저녁 예일은 영장을 들고 와 살인미수 혐의로 그녀를 체포합니다. 파르는 예일의 "하찮은 거짓말"을 하나 짚으며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잭에게는 탈리아를 은근히 아낀다고 고백합니다. 다음 날 윌링스는 사임하고, 파르는 감옥에서 탈리아를 면회하며 음식 이야기까지 건넵니다. 파르는 금요일 총리 저택에서 서클의 수법을 설명하는 자리를 앞두고 예일에게 도움을 청하고, 예일은 탈리아의 집에서 찾았다며 장갑과 칼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신문은 홀러웨이 감옥에서 탈리아가 사라졌다고 보도합니다.
제41~43장: 크림슨 서클은 누구인가, 어머니, 이야기의 계속
사무실에 도착한 예일은 우편함이 비었고 금고와 서랍이 뒤집힌 것을 확인하고 서류가 사라졌음을 알게 되며, 집도 누군가 헤집은 것을 발견합니다. 그는 서클의 중심이 탈리아이고 자기가 곧 파르를 무너뜨리겠다고 다짐하며 총리 저택으로 갑니다. 거기서 파르는 연설 대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크림슨 서클은 프랑스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목숨을 건진 라이트먼이고, 그는 카옌으로 보내졌다가 탈출했으며 목에 붉은 선천적 흔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을 던진 예일이 목을 가린 흰 칼라가 뜯겨 나가자 그의 목에는 선홍색 원이 드러납니다. 예일은 나타난 세 남자에게 수갑이 채워지고 머리에 자루가 씌워진 채 끌려갑니다. 파르는 놀란 잭을 데리고 택시를 타 자기 집으로 가고, 거기서 '어머니'라 불리는 이가 탈리아임이 밝혀집니다. 그녀의 본명은 탈리아 드러먼드 파르, 파르 경감의 딸입니다. 아버지가 사건을 맡자 스스로 범죄의 길을 택해 프로얀트의 비서가 되어 지켜보다 우두머리의 눈에 띄려 일부러 도둑이 되었다고 합니다. '탈출'은 사실 감옥 소장이 한밤에 그녀를 내보내 경감이 집까지 데려다준 것이었고, 예일을 몰아붙여 도피를 서두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다음 날 오찬에서 파르는 결말 전체를 풀어 놓습니다. 예일은 신문 의뢰로 이름을 알린 뒤 피해자들 곁에서 돈을 내도록 부추기고, 거부하면 직접 죽였습니다. 프로얀트는 직접 조사해 라이트먼과 예일이 동일인임을 알아냈다가 방에서 살해당했고, 말은 숲에서 예일을 알아보고 겁에 질렸다가 제거됐으며, 예일은 사무실 습격마저 스스로 연출해 돈을 우편 투입구로 자기 집에 보냈습니다. 윌링스가 단검에 찔린 것도 예일의 소행이고 탈리아의 몸부림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 밝혀집니다. 파르는 예일이 조작한 방문 이야기의 허점이 결정적 실수였다고 말하며 자리를 마무리합니다. 총리가 포상을 이야기하자 잭이 "곧 결혼할 겁니다"라고 끼어드는데, 탈리아는 아직 청혼도 받지 않았다고 웃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예일은 3월의 잿빛 아침 처형대를 향해 걸어갑니다. 그는 집행인에게 팔리온의 일화를 입에 올리며 술이 자기 파멸이었다고 농담하고, 마지막으로 "이 밧줄이 끊어지지 않기를"이라 말합니다. 이것이 크림슨 서클의 마지막 메시지였다고 책은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프롤로그: 못 하나가 만든 괴물
책의 모든 사건은 한 낭비된 밤에서 나옵니다. 술 취한 사형 집행인이 칼날 틀에 못을 박는 장면이 그 시작입니다.
I will arrange this
제가 이걸 처리하겠습니다.
칼은 세 번 모두 못에 걸려 멈춥니다.
Three times he tried and three times he failed
그는 세 번 시도했고 세 번 실패했다.
월리스는 악당의 탄생을 사소한 실수 하나로 설명합니다. 거대한 음모의 뿌리가 허술한 우연이라는 대비가 책 전체의 톤을 정하고, 결말에서 예일이 같은 이름(팔리온)을 꺼내 술을 탓하는 마지막 농담으로 이 고리가 닫힙니다.
2. 차 안의 입회식
제1장은 대사만으로 서클의 작동 원리를 보여 줍니다. 파산한 남자가 올라탄 차 안에서 두건 쓴 운전사는 그의 처지를 모두 말하고 제안을 건넵니다.
You are of the Crimson Circle
당신은 크림슨 서클의 일원입니다.
이 조직의 핵심은 수평적 비밀입니다.
You have a hundred comrades, none of whom will ever be known to you
당신에게는 백 명의 동료가 있지만, 그중 누구도 당신에게 알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운전사는 자신만이 전부를 안다고 말합니다.
I know them all
나는 그들을 모두 안다.
범죄 소설이 흔히 조직도를 그리는 대신 월리스는 정보의 비대칭 하나만 세우고, 이후 파르가 "누구도 배신할 수 없는 구조"라 부르는 장면까지 이 설정을 일관되게 끌고 갑니다.
3. 사이코메트리 탐정 예일
제2장은 데릭 예일을 소개합니다. 그는 식탁의 냅킨 고리를 만져 하녀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맞히고 카드를 만져 "선원이 부쳤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의심해 마땅한 능력인데 인물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입니다. 비어드모어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Never trust a man or woman until you know the worst of them
최악의 모습을 알기 전에는 누구도 믿지 마라.
예일의 한마디는 겉으로는 겸손합니다.
I never sleep
저는 잠을 자지 않습니다.
협박장의 문구도 이 장에서 처음 나옵니다.
One hundred thousand represents only a small portion of your possessions.
10만 파운드는 당신 재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예일에게 쏠리는 이 신뢰가 결말에서 어떻게 뒤집히는지 아는 독자는, 이 장면을 다시 읽을 때 장식으로 보이던 말들이 다르게 들립니다.
4. 울타리 너머의 소녀
제3장에서 탈리아는 첫 모습부터 이중적입니다. 잭에게는 명랑하고 사냥감을 쫓던 소녀로 보이는데, 정자에서는 선을 긋습니다.
I’m not very fond of you.
나는 당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그녀의 논리는 낭만 소설을 비트는 방식으로 펼쳐집니다.
You are on a desert island here
당신은 지금 이곳에서 무인도에 있는 거예요.
월리스는 그녀의 화법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She had a trick of directness which was very disconcerting.
그녀에게는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직설의 재주가 있었다.
이 냉정이 진심인지 연기인지는 끝까지 여운으로 남습니다. 연애담이 수사극의 복선을 겸하는 셈입니다.
5. 숲의 총성과 파르의 얼굴
제5장에서 비어드모어가 총에 맞고 소녀가 달려가는 장면은 짧고 선명합니다. 이어지는 제6장은 경찰 쪽 주인공을 소개하면서 의도적으로 매력 없는 사람으로 그립니다.
solid and beefy, seemingly incapable of an independent thought
단단하고 뚱뚱하며, 독자적인 생각 따위는 못 할 듯한 사람.
그러나 위원장 앞에서 파르는 처음으로 속을 내보입니다.
The Crimson Circle gang is easy to get.
크림슨 서클 일당을 잡는 것은 쉽습니다.
If I can get the hub the spokes don’t count.
바퀴통을 잡으면 바퀴살은 문제가 안 됩니다.
예일의 현란함과 파르의 둔중함이 대비되며, 월리스는 독자의 추측이 곧바로 둔한 쪽을 얕보게 하도록 판을 짭니다. 이 선입견이 결말의 가장 큰 반전을 받쳐 줍니다.
6. 전당포, 부처상, 법정
제7~9장은 탈리아를 도둑으로 못박는 연속 장면입니다. 파르가 전당포에서 나오는 그녀를 가리키며 단정합니다.
who is a crook and a companion of crooks
도둑이자 도둑들의 동료인 사람.
사랑에 빠진 잭의 대답은 이성과 정반대입니다.
If she were a thief and murderess
설령 그녀가 도둑이고 살인자라 해도.
법정에서 탈리아는 변명하지 않고, 걱정하는 잭에게 이렇게 잘라 말합니다.
I stole from Mr. Froyant.
저는 프로얀트 씨의 물건을 훔쳤어요.
Some day perhaps we shall meet again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날지도 몰라요.
그녀가 일부러 불리한 진술을 고수하는 이유를 독자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됩니다. 이 법정 장면은 평판을 파괴하는 데서 오는 역설을 잘 보여 줍니다. 평판이 무너져야 비로소 서클이 눈여겨보기 때문입니다.
7. 시블리의 자백과 죽음
시블리는 서클이 쓴 '손'입니다. 감옥에서 그는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Yes, I did it all right
그래요, 제가 했습니다.
다만 그가 알려 준 것은 얼굴이 아니라 말버릇이었습니다.
He kept using a word that I’ve never heard before.
그 남자는 내가 처음 듣는 단어를 계속 썼어요.
그러나 몇 시간 뒤 감방에서 그는 숨진 채 발견되고, 물그릇에는 서클의 표시가 떠 있었습니다.
the little circle of crimson paper
작은 진홍색 종이 원.
잡힌 하수인이 입을 열기 전에 침묵당한다는 이 장면은 이후 "경찰 본부 안에 내통자가 있다"는 의심의 근거가 됩니다. 속기사의 신원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점이 그 불안을 키웁니다.
8. 말의 거짓말과 구두
펠릭스 말은 겁에 질린 협박꾼입니다. 그의 거짓말하는 습관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the kind of man to whom a lie came most readily
거짓말이 가장 쉽게 나오는 부류의 사람.
파르는 구두를 보여 달라고 부탁한 뒤 먼지 한 번 쓸어내리는 것으로 말의 거짓을 가려냅니다.
This is chalk dust.
이건 석회 가루입니다.
그 뒤 말은 브라바존을 쥐어짜면서 이렇게 협박합니다.
Yes, you’re in it
그래, 당신도 그 안에 있어.
탐정극의 증거 장면이 머리로 푸는 퍼즐이 아니라 인물의 불안과 맞물려 있습니다. 말은 서클과 무관하게 옛 동료의 그림자를 피해 다니는 협박꾼이라 더 빨리 무너집니다.
9. 은행 속의 탈리아
제14~16장에서 탈리아는 은행 직원 밀리와 금고털이 바넷 일당 사이를 오가며 서클의 지시와 자기 속셈을 동시에 연기합니다. 밀리는 감탄 반 두려움 반으로 말합니다.
You’ve got ice in your brain!
너는 머릿속에 얼음이 들어 있나 봐!
월리스는 이 대목에서 사회 계층의 아이러니도 놓치지 않습니다. 그녀의 월급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Miss Drummond’s wages from the bank were exactly £4 a week.
드러먼드 양이 은행에서 받는 급료는 정확히 주당 4파운드였다.
그런데 그녀가 사는 곳은 엘리베이터와 하녀가 딸린 아파트입니다. 말이 문을 잠그자 그녀가 쓰는 도구는 수류탄이지만 대사는 침착합니다.
I have a spare pin in my bag
가방에 여분의 핀이 있어요.
이 장면에서 탈리아는 피해자도 악당도 아닌 행위자로 서고, 독자는 그녀의 정체를 끝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10. 비눗방울과 사라진 은행가
말의 죽음은 밀실 수수께끼입니다. 예일은 한밤중에 현장에서 단서를 모아 사건의 방식을 풀어 놓습니다.
A new way of committing a murder, my dear Mr. Parr
새로운 살인 방법이지요, 친애하는 파르 씨.
They blew bubbles.
그들은 비눗방울을 불었습니다.
바넷은 브라바존에게 부탁받아 말의 금고에서 서류를 훔쳐 태웠다고 털어놓고, 은행가는 이미 달아났습니다. 파르가 뱉는 한 줄이 이 대목을 요약합니다.
To burn something he’d found in the safe!
금고에서 찾은 무언가를 태우려고!
밝혀지지 않는 쪽은 말을 죽인 손입니다. 서술은 해결된 듯 끝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남아 있습니다.
11. 예일의 구인, 몸값 함정
예일이 탈리아를 곁에 두려는 장면은 겉으로는 도덕 교정이지만 서로를 시험하는 심리전입니다.
Why should kleptomania be confined to the ruling classes?
도벽이 왜 지배 계급에게만 허락돼야 하죠?
프로얀트의 굴복은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Mr. Froyant has decided to pay
프로얀트 씨가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일은 빈틈없는 포위 속에서 몸값을 지키겠다고 장담하지만, 수갑과 마취제에 묶인 채 발견됩니다. 그의 해명은 기이합니다.
I never dreamt of the window.
창문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밀실에서 돈이 사라지고 우체부 한 사람이 건물을 나가는 이 장면은 독자에게 공정한 단서를 주면서도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12. 강가의 집, 다락의 은행가
제21장 끝에서 탈리아는 서클에 보고합니다. 월리스는 그 의무감을 한 줄로 요약합니다.
Thalia Drummond was nothing if not dutiful.
탈리아 드러먼드는 무엇보다도 성실했다.
다락 창에서 예일을 지켜보던 브라바존은 마침내 서클과 마주합니다.
I am the Crimson Circle
내가 크림슨 서클이다.
도피 자금을 빼앗긴 그는 현상금 포스터 앞에서 계산합니다.
Ten thousand pounds and freedom!
1만 파운드와 자유!
The life of a hunted dog
쫓기는 개의 삶.
돈을 훔친 사람이 도망의 공포 때문에 마음을 바꾸는 과정이 간결합니다. 이 장에서 서클은 조직원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을 읽어 이용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13. 파르의 어머니와 밤의 한 발
제27~28장은 이 책에서 가장 장난기 많은 대목입니다. 파르는 자기 '어머니'의 수사 솜씨를 진지하게 자랑합니다.
No, my grandmother
아니요, 제 할머니입니다.
정작 총을 맞은 뒤에는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합니다.
I’m glad he didn’t use an automatic
자동권총을 쓰지 않아서 다행이군.
서클의 구조에 대한 분석은 이후 반전의 열쇠가 됩니다.
He cannot be betrayed because nobody is in a position to betray him.
그는 배신당할 수 없다. 누구도 그를 배신할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일에게 온 협박은 도발적입니다.
You are serving the losing side.
당신은 지는 쪽을 섬기고 있다.
총격과 방탄조끼, 곧바로 날아드는 협박 카드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이 장면에서 월리스는 독자가 어느 부분에 웃고 어느 부분에 긴장해야 할지 일부러 흐리게 둡니다.
14. 붉은 원의 정체와 프로얀트의 죽음
프로얀트는 구두쇠다운 집요함으로 지폐를 추적해 툴루즈에 이릅니다. 서기 쥘의 증언은 이야기를 프롤로그와 잇습니다.
Yes, the Red Circle escaped the knife.
그렇습니다, 붉은 원은 칼을 피했지요.
Around his throat, m’sieur, was a red circle
나리, 그의 목에는 붉은 원이 있었습니다.
서술은 프로얀트의 승리감을 곧바로 단락 끝에서 거둬들입니다.
The secret of the Crimson Circle was no longer a secret.
크림슨 서클의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짧은 문장이 뒤따릅니다.
Harvey Froyant was dead.
하비 프로얀트는 죽어 있었다.
범인을 알아낸 사람이 입을 열기 직전에 죽는 이 구조는 고전적이지만 효과가 확실합니다. 전등이 환하게 켜진 집에서 감시 속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 밀실 수수께끼의 두 번째 변주가 됩니다.
15. 정부를 협박하다
제32~34장에서 파르는 해임 위기에 몰리고, 서클은 개인을 넘어 국가를 협박합니다. 신문의 압박은 이렇게 표현됩니다.
Police head-quarters was on its trial.
경찰 본부가 재판대에 올랐다.
서클의 문서가 요구하는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We name hereunder twelve eminent Parliamentarians, who must stand as hostages
아래에 열두 명의 저명한 의원을 거명한다. 이들은 인질이 될 것이다.
총리는 파르에게 압박을 건넵니다.
Your whole career is in the balance.
당신의 모든 경력이 걸려 있습니다.
그에 앞서 파르는 시골 저택에서 위원장의 전화를 받고 웃습니다.
I’m joining the Cabinet
내각에 들어가게 됐군.
사건이 사적인 복수극에서 정치 스릴러로 커지고, 동시에 파르의 지위가 바닥에서 정점으로 오르는 급반전이 전달됩니다.
16. 교회의 집회와 한밤의 침입
제35장에서 예일은 위원장에게 경찰 내부에 내통자가 있다고 귀띔합니다.
Somebody at police head-quarters
경찰 본부의 누군가가.
예일에게 해고당하면서도 탈리아는 도발합니다.
Aren’t you going to reform me?
저를 개과천선시키지 않으실 건가요?
성 아그네스 교회 집회에서 서클은 조직원들에게 연설합니다.
Remember that you are as much in danger as I
여러분도 나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한밤의 침입 후 탈리아가 잭의 방에서 남긴 한마디는 위협인지 경고인지 알 수 없습니다.
I shall see you to-morrow, Mr. Beardmore, if you are alive.
내일 뵙겠어요, 비어드모어 씨. 살아 계시다면.
서클의 조직원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이는 이 장면은 독자의 의심을 탈리아에게 집중시킵니다.
17. 탈출과 정체의 폭로
윌링스 사건 뒤 감옥을 찾은 파르에게 탈리아는 바깥에서 들여오는 음식을 사양하겠다고 말합니다.
Prison food will suit me very well, thank you
감옥 음식이면 충분해요, 고맙습니다.
파르의 격언은 이 책의 주제를 압축합니다.
All great criminals come to grief through trifling errors of judgment
위대한 범죄자들은 사소한 판단 착오로 몰락한다.
총리 저택에서 예일의 목이 드러난 뒤, 파르의 집에서 탈리아는 둘의 관계를 한꺼번에 풀어 줍니다.
Thalia Drummond Parr, that is my name.
탈리아 드러먼드 파르, 그게 제 이름이에요.
Daddy has developed a sense of humour, which is very distressing
아빠에게 유머 감각이 생겼는데, 정말 곤란해요.
예일의 마지막 대사는 프롤로그의 못과 직접 이어집니다.
Drink was my ruin!
술이 내 파멸이었다!
I hope this rope won’t break
이 밧줄이 끊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월리스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맺습니다.
It was the last message from the Crimson Circle.
그것이 크림슨 서클의 마지막 전언이었다.
범인의 농담으로 끝내는 이 결말은 악당을 신비한 존재로 남기지 않고, 허세와 자기 연출에 취한 한 인간으로 정리합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크림슨 서클』은 장이 짧고 장면마다 대사가 많아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지만, 처음이라면 프롤로그와 제1장(차 안의 입회식), 제5~6장(숲의 총성과 파르의 소개)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후 제17장(비눗방울), 제22~23장(몸값 함정), 제30장(프로얀트의 죽음), 제41~42장(폭로와 '어머니')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두 번째로 읽을 때는 예일의 대사에 주목하면 좋습니다. 그가 건넨 말과 눈빛이 결말을 알고 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들립니다. 한 세기 전의 책이라 사이코메트리와 방탄조끼, 우편 투입구 같은 소품이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그 낡은 장치 위에서 신뢰와 위장이라는 주제가 선명하게 작동합니다. 파르와 탈리아 부녀의 농담이 가장 큰 재미이니, 두 사람의 짧은 대화를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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