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8년 발표
The Call of Cthulhu
크툴루의 부름
죽은 큰삼촌의 상자에서 나온 점토 부조와 신문 조각을 이어 붙이던 화자가, 바다 밑에 잠든 고대의 존재와 그를 섬기는 숭배 집단의 실체에 닿는 이야기
a placid island of ignorance in the midst of black seas of infinity
무한이라는 검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고요한 무지의 섬.
In his house at R'lyeh dead Cthulhu waits dreaming.
르라이예의 그의 집에서 죽은 크툴루는 꿈을 꾸며 기다린다.
한눈에 보기
브라운 대학교의 앤젤 교수가 길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유산을 정리하던 조카손자는 잠긴 상자에서 괴물이 새겨진 점토 부조와 '크툴루 숭배'라는 제목의 기록을 발견한다. 1부는 조각가 윌콕스가 지진이 난 밤에 꿈속의 거대한 도시를 부조로 빚은 사연과, 같은 시기에 예술가들이 꾼 악몽을 다룬다. 2부는 1908년 학회에 괴상한 석상을 들고 온 뉴올리언스의 레그라스 경감이 늪지의 의식을 급습한 일과, 포로 카스트로가 털어놓은 '위대한 옛 존재들'의 신화를 전한다. 3부는 호주 신문 조각에서 출발해 노르웨이 선원 요한센의 수기에 이르고, 바다 위로 솟은 르라이예의 문이 열리는 순간과 증기선의 돌진, 그리고 화자의 마지막 경고로 끝난다. 열네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 조지프 콘래드 『어둠의 심연』 (Heart of Darkness)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Dr Jekyll and Mr Hyde)
한 권 요점
The Call of Cthulhu
『크툴루의 부름』은 미국 작가 H. P. 러브크래프트가 쓴 단편소설로, 1928년에 괴기 소설 잡지에 실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1890년에 태어나 1937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그가 만든 '크툴루 신화'의 출발점으로 자주 꼽힙니다. 책은 '진흙 속의 공포', '르그라스 경감 이야기', '바다에서 온 광기'라는 세 장으로 나뉘며, 화자가 죽은 사람들이 남긴 서류를 읽고 그 내용을 다시 옮겨 적는 겹겹의 구조입니다. 화자는 큰삼촌의 노트, 경감의 증언, 선원의 수기를 차례로 이어 붙이고, 그렇게 모인 조각이 하나의 그림이 되는 순간 이 세계가 얼마나 작은 방인지 깨닫습니다. 괴물은 거의 끝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내고, 그마저도 '묘사할 수 없다'는 말로 가려집니다. 이 소설이 무서운 이유는 괴물보다 아는 것이 늘어날수록 잃는 것이 커진다는 구조에 있습니다.
줄거리
제1장 앞부분: 큰삼촌의 죽음과 잠긴 상자
화자는 이야기를 세계에 대한 선언으로 엽니다. 인간의 마음이 모든 지식을 하나로 맞추지 못하는 것이 가장 자비로운 일이며, 흩어진 지식이 합쳐지는 날 인류는 광기에 빠지거나 새로운 암흑시대로 도망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그 광경을 엿본 것은 낡은 신문 기사와 죽은 교수의 노트를 우연히 이어 붙였을 때였습니다. 발단은 1926년에서 192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브라운 대학교의 셈어 명예교수이던 큰삼촌 조지 갬멜 앤젤이 아흔두 살에 세상을 떠난 일입니다. 교수는 뉴포트 배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집으로 가다가, 선원처럼 보이는 사내와 부딪힌 뒤 갑자기 쓰러졌다고 합니다. 의사들은 눈에 보이는 이상을 찾지 못하고, 노인이 가파른 언덕을 서둘러 오른 탓에 심장에 탈이 났을 것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자식 없는 홀아비였던 삼촌의 상속인이자 유언 집행인으로서 화자는 서류 일체를 보스턴의 거처로 옮깁니다. 열쇠를 찾아 열어 본 잠긴 상자에는 가로 다섯 인치, 세로 여섯 인치 남짓한 점토 부조가 들어 있었습니다. 상형문자 같은 글자 위에는 문어와 용과 사람의 윤곽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괴물이 새겨져 있고, 그 뒤로는 거대한 건축물의 배경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함께 든 원고의 제목은 '크툴루 숭배'였습니다. 그것은 1925년 윌콕스의 꿈 기록과, 1908년 학회에서 레그라스 경감이 들려준 이야기라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곁들인 메모와 신문 스크랩이 상자를 가득 채웠습니다.
제1장: 윌콕스의 꿈
원고의 첫 부분에 따르면, 1925년 3월 1일 신경질적이고 마른 젊은 조각가 헨리 앤서니 윌콕스가 마르지도 않은 점토 부조를 들고 교수를 찾아옵니다. 그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며 혼자 살던 청년으로, 어릴 때부터 꿈 이야기로 눈길을 끌던 별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부조가 전날 밤 낯선 도시의 꿈속에서 만든 것이라 말합니다. 약한 지진이 있던 밤, 초록빛 점액이 흐르는 거대한 돌 도시와 하늘에 닿는 돌기둥, 벽을 덮은 상형문자와 땅 밑에서 올라오는 소리 아닌 소리를 꿈에서 보고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글자로 옮기면 '크툴루 프타근'이었습니다. 앤젤 교수는 이 말에 오래전의 기억이 깨어 흥분하여, 윌콕스가 어떤 비밀 종교에 속한 것이 아닌지 캐묻고,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 뒤에는 매일 꿈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요구합니다. 윌콕스의 꿈마다 어둡고 물이 떨어지는 거석의 풍경과 '크툴루', '르라이예'라는 소리가 되풀이됩니다. 3월 23일 윌콕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으로 쓰러져 가족의 집에 실려 갑니다. 의사 토비 박사에 따르면, 그는 정신을 잃고 헛소리를 하는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키가 몇 마일이나 되는' 거대한 것이 걸어 다닌다는 말을 뱉었습니다. 4월 2일 오후 세 시경 그는 갑자기 멀쩡하게 깨어났고, 그 뒤로는 꿈 이야기에 쓸 만한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원고의 메모는 교수가 지인들에게 꿈을 묻는 편지를 광범위하게 보냈음을 보여 줍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반응이 없었지만, 예술가와 시인들 가운데는 윌콕스의 꿈과 닮은 장면을 보고 거대한 이름 없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사람이 4분의 1이 넘었습니다. 신지학과 오컬트에 기울었던 유명한 건축가 한 사람은 윌콕스가 쓰러진 바로 그날 정신이 무너져 몇 달 뒤 '지옥에서 도망친 것에게서 구해 달라'고 외치다 세상을 떠났다고 적혀 있습니다. 같은 시기의 신문 스크랩에는 세계 곳곳의 이상한 사건이 모여 있었습니다. 런던에서는 한 사람이 목숨을 끊었고, 캘리포니아의 한 신지학 공동체는 흰옷을 입고 오지 않는 '영광스러운 성취'를 기다렸으며, 아이티와 인도, 아프리카에서는 불안한 기운이 퍼졌다는 보도였습니다. 화자는 당시 이 모든 것을 냉소적으로 밀쳐 두고, 윌콕스가 삼촌이 아는 오래된 자료를 어디선가 얻어 속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제2장: 레그라스 경감의 석상
원고의 둘째 부분은 17년 전인 1908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미국 고고학회로 거슬러 갑니다. 뉴올리언스에서 온 평범한 얼굴의 경찰 경감 존 레이먼드 레그라스는 몇 달 전 루이지애나 남쪽 늪지에서 압수한 일곱 인치 남짓한 석상을 가져와 학자들에게 정체를 묻습니다. 문어 같은 머리에 촉수가 얼굴을 덮고, 비늘 덮인 고무 같은 몸에 발톱과 가늘고 긴 날개가 달린 괴물이 글자가 가득한 받침 위에 웅크린 모습이었습니다. 돌의 재질은 지질학이나 광물학으로 설명되지 않았고, 새겨진 글자도 어떤 언어와도 닿지 않았습니다. 학자들이 모두 고개를 젓는 가운데, 프린스턴 대학교 인류학 교수 윌리엄 채닝 웹이 48년 전 그린란드 서해안에서 만난 '타락한 에스키모' 집단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들은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의 악마를 섬긴다며 매우 조잡한 돌 부조를 우상으로 모셨는데, 그 모양이 석상과 본질적으로 같았습니다. 웹이 받아 적은 주문과 레그라스가 포로에게서 받아 적은 주문은 소리까지 거의 같았습니다. 포로들이 풀이해 준 뜻은 이러했습니다. 르라이예의 집에서 죽은 크툴루가 꿈을 꾸며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레그라스는 이어 1907년 11월 1일 일어난 일을 자세히 들려줍니다. 뉴올리언스 남쪽 늪과 석호 지대의 가난한 주민들이 밤마다 북소리와 비명, 기괴한 노래에 시달렸고, 여자와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경찰에 구원을 청했습니다. 경찰 스무 명이 주민 한 명의 안내를 받아 사이프러스 숲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멀리서 노랫소리와 붉은 불빛이 보이자 주민들은 더 나아가기를 거부했고, 경찰만이 숲 속으로 나아갑니다. 숲 한가운데 풀섬이 있었고, 알몸의 숭배자 백 명 가까이가 거대한 불의 고리 둘레에서 울부짖으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불 한가운데에는 높이 여덟 피트가량의 화강암 기둥 위에 문제의 석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기둥을 중심으로 둥글게 세워진 열 개의 발판에는 실종된 주민들의 시신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경찰은 총을 들고 뛰어들어 5분의 난투 끝에 마흔일곱 명을 체포했고, 숭배자 다섯이 죽었습니다. 신문받은 포로들은 낮은 신분의 혼혈 선원들이었는데도 핵심 교리를 놀랍도록 일관되게 지켰습니다. 그들이 섬기는 것은 사람이 있기 전에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옛 존재들'이고, 그들의 대사제 크툴루는 바다 밑 도시 르라이예의 집에서 별의 때가 오면 일어나 다시 지구를 지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만이 처형될 만큼 정신이 온전하다고 판단되었고, 나머지는 시설에 수용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아주 나이 많은 혼혈 노인 카스트로였습니다. 그는 위대한 옛 존재들이 별에서 왔고, 육신이 아닌 형태를 지녔으며, 별이 바른 자리에 오면 세계와 세계 사이를 건너고 틀린 자리에서는 살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들은 르라이예의 석조 무덤에서 죽지 않은 채 누워 크툴루의 주문으로 보존되어 있으며, 외부의 힘이 풀어 줄 때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첫 인류의 감수성 예민한 이들이 꿈으로 그 목소리를 들었고, 그렇게 숭배 집단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별이 돌아오는 날 인류는 선악을 넘어 환호하며 죽이고 즐길 것이라고 카스트로는 속삭였습니다. 그 뒤 르라이예가 파도 아래로 가라앉으며 꿈의 교신이 끊겼지만 기억은 이어졌다고 합니다. 레그라스는 이 조직의 역사적 뿌리를 알 수 없었고, 불멸의 중국인들이 《네크로노미콘》에 이중의 뜻이 있다고 했다는 말만이 단서였습니다. 영원히 누워 있을 수 있는 것은 죽은 것이 아니며, 이상한 시대가 지나면 죽음마저 죽을 수 있다는 구절입니다.
화자는 이 서류를 읽고 석상을 직접 본 뒤에도 윌콕스가 어떤 경로로 이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 의심하고, 프로비던스로 그를 찾아가 꾸짖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윌콕스의 방에서 본 작품들과 그가 꿈을 말하는 방식 앞에서 그가 정직하다고 믿게 됩니다. 윌콕스는 꿈속 도시의 기하학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습니다. 화자는 뉴올리언스로 가서 레그라스와 생존한 포로들, 석상을 직접 확인했고, 카스트로는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그 사이 화자는 삼촌의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을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삼촌이 쓰러진 곳은 외국 선원들이 모이는 부두에서 올라오는 좁은 길이었고, 노르웨이에서는 '본 것이 있는' 선원이 이미 죽었다는 것입니다. 이 의심이 다음 장을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제3장: 신문 조각에서 요한센의 수기까지
화자는 숭배 집단에 대한 조사를 거의 접었다가 뉴저지 패터슨의 박물관 큐레이터 친구를 방문하는 중에, 광물 표본 밑에 깔린 오래된 호주 신문 《시드니 불리틴》 1925년 4월 18일자에서 석상과 똑같은 우상의 사진을 발견합니다. 기사는 화물선 비질런트호가 전투로 파손된 무장 요트 알러트호를 예인해 시드니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요트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한 명, 죽은 지 일주일이 넘은 사람이 한 명 있었고, 생존자는 정체 모를 석상을 쥐고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 구스타프 요한센은 오클랜드의 범선 엠마호의 이등 항해사였다고 증언합니다. 3월 22일 바다에서 알러트호의 괴상한 선원들이 돌아가라고 명령했고, 선장이 거부하자 곧바로 포격이 시작되어 엠마호는 침몰했다고 합니다. 엠마호의 선원들은 적선에 올라 싸워 이겼고, 남은 여덟 명은 요트로 원래 방향을 따라가다가 지도에 없는 작은 섬에 상륙했으며, 여섯 명이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요한센은 이 부분에서 말을 아꼈습니다.
화자는 날짜를 맞춰 보고 전율합니다. 알러트호가 더니든을 떠난 것은 지진과 폭풍이 있던 3월 1일(국제 날짜 변경선 기준으로는 2월 28일)이고, 엠마호 선원들이 섬에 닿아 죽음을 맞은 것은 윌콕스가 쓰러진 3월 23일 무렵이며, 폭풍이 지난 4월 2일에 꿈이 멎고 윌콕스가 깨어났습니다. 그는 곧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더니든과 오클랜드, 시드니를 돌며 단서를 추적하고, 오클랜드에서는 요한센이 '노랗던 머리가 하얗게 센 채' 돌아와 집을 팔고 아내와 고향 오슬로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가을에 오슬로에 닿은 화자는 요한센의 아내에게서 남편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듣습니다. 요한센은 고트부르크 부두 근처 좁은 길을 걷다 다락창에서 떨어진 서류 뭉치에 맞아 쓰러졌고, 선원 둘이 일으켜 세웠으나 구급차가 오기 전에 숨졌습니다. 의사들은 심장이 약해진 탓이라고 보았습니다. 화자는 아내를 설득해 남편이 영어로 남긴 긴 '기술적인 일'의 원고를 가지고 돌아옵니다.
수기는 소박한 선원의 뒤늦은 일기였습니다. 알러트호의 숭배자들과의 전투를 마친 뒤 요한센 일행은 바다에서 솟은 거대한 돌기둥을 발견하고, 남위 47도 9분, 서경 126도 43분에서 진흙과 해초와 키클롭스식 석조물로 이루어진 해안선과 마주칩니다. 바로 르라이예였습니다. 일행은 진흙 비탈에서 올라 거석 아래서 거대한 문을 찾습니다. 포르투갈 사람 로드리게스가 문의 부조를 발견하고, 브리덴과 도노반이 문을 더듬어 눌러 보자 에이커 단위의 석판이 천천히 안쪽으로 기울어 열렸습니다. 문틈에서 연기처럼 흘러나온 어둠은 막처럼 퍼덕이며 날아올라 해를 가렸고, 이어 젤리 같은 초록색 거대한 것이 문을 비집고 나왔습니다. 요한센은 묘사할 말이 없다고 썼고, 여섯 중 두 사람은 두려움만으로 숨졌다고 믿었습니다. 도노반과 게레라, 앙스트롬 세 사람은 무른 발톱에 낚여 사라졌고, 파커는 있어서는 안 될 모서리에 삼켜졌습니다. 브리덴과 요한센만이 배에 닿아 알러트호를 출발시켰고, 크툴루가 물에 들어와 추격하자 브리덴은 광기에 빠져 웃기 시작합니다. 요한센은 증기가 오르는 순간 키를 돌려 배를 괴물에게 정면으로 들이받았고, 터지는 소리와 초록 연기 속에서 흩어진 몸이 도로 뭉치는 광경을 뒤로 하고 달아났습니다. 이후 4월 2일의 폭풍 속에서 의식이 흐려졌고, 눈을 뜨자 비질런트호에 구조되어 있었습니다. 화자는 이 수기를 삼촌의 서류, 부조와 함께 양철 상자에 넣고 자신의 기록도 덧붙입니다. 크툴루는 다시 가라앉았지만 죽지 않았고, 지상의 숭배자들은 여전합니다. 화자는 자신도 삼촌과 요한센처럼 오래 살지 못하리라 예감하며, 이 원고가 다른 눈에 닿지 않기를 기도하는 말로 글을 맺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무지의 섬
첫 문단은 이야기보다 먼저 이 소설의 세계관을 선언합니다. 마음이 모든 것을 한곳에 맞추지 못하는 것이 자비라는 말입니다.
the inability of the human mind to correlate all its contents
인간의 마음이 자신이 가진 모든 내용을 서로 연결하지 못하는 무능력.
그 위에 놓이는 이미지는 섬입니다.
a placid island of ignorance in the midst of black seas of infinity
무한이라는 검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고요한 무지의 섬.
화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괴물 하나가 아니라 지식이 합쳐지는 순간이고, 그때 인간이 택할 길은 광기 아니면 후퇴입니다.
we shall either go mad from the revelation or flee from the deadly light
우리는 그 계시로 미쳐 버리거나, 치명적인 빛을 피해 달아날 것이다.
이 문장 때문에 뒤따르는 모든 조사가 모험이 아니라 자해에 가까운 행위로 읽힙니다. 조사하는 사람이 더 알수록 더 위험해지는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려 주는 대목입니다.
2. 흩어진 조각을 잇는 서술
이 소설은 사건을 곧바로 보여 주지 않고 문서를 통해 건너 전합니다. 화자는 자신이 본 번뜩임이 어디서 왔는지 이렇게 말합니다.
an accidental piecing together of separated things
떨어져 있던 것들이 우연히 한데 맞춰지는 일.
그리고 이 맞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I hope that no one else will accomplish this piecing out
다른 누구도 이 조각 맞추기를 해내지 않기를 바란다.
삼촌의 노트 안에 레그라스의 증언이 들어 있고, 그 안에 카스트로의 말이 있으며, 마지막에는 요한센의 수기가 이어집니다. 사건이 점점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다가오는 구조 덕분에 독자는 화자와 함께 거리를 줄여 가며 읽습니다. 서술이 사건에서 한 걸음씩 떨어져 있어서, 정작 중요한 장면에서는 증언의 증언을 통해서만 괴물이 비칩니다.
3. 윌콕스의 꿈
조각가 윌콕스는 시처럼 말하는 청년입니다. 그는 점토가 마르지 않은 부조를 들고 와 자기 꿈의 나이를 이렇게 말합니다.
I made it last night in a dream of strange cities
어젯밤 낯선 도시들의 꿈속에서 이것을 만들었습니다.
dreams are older than brooding Tyre, or the contemplative Sphinx
꿈은 우울한 티레나 사색에 잠긴 스핑크스보다 오래되었습니다.
지진이 난 밤에 그가 꿈에서 들은 소리는 말이 되지 못한 소리였습니다.
Cthulhu fhtagn
크툴루 프타근.
꿈이 이야기를 여는 열쇠로 쓰이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윌콕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정확히 맞는 소리와 모양을 내놓고, 바로 그 무지가 증거가 됩니다. 화자가 끝까지 그를 의심하다가 마지못해 믿게 되는 과정은 독자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겹칩니다.
4. 점토 부조와 석상
괴물의 모양은 처음부터 세세히 그려지지만, 그 모양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은 설명에서 빠져나갑니다. 레그라스의 석상은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an octopuslike head whose face was a mass of feelers
얼굴 전체가 촉수 덩어리인 문어 같은 머리.
학자들이 두려워한 것은 모양보다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글자도 돌도 어느 계통에도 속하지 않았고, 화자는 그것이 가리키는 것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something horribly remote and distinct from mankind as we know it
우리가 아는 인류와는 끔찍하게 멀고 다른 어떤 것.
석상은 '인간이 아닌 것의 예술'로 존재합니다. 어떤 미술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대목은, 괴물이 문명보다 먼저 있었다는 이야기의 첫 증거가 됩니다.
5. 주문
그린란드의 에스키모와 루이지애나의 늪지 숭배자가 같은 구절을 읊는다는 사실이 이야기의 규모를 단번에 넓힙니다.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크툴루와 르라이예의 이름이 들어 있는, 뜻을 알 수 없는 주문.
포로들이 풀어 준 뜻은 단순합니다.
In his house at R'lyeh dead Cthulhu waits dreaming.
르라이예의 그의 집에서 죽은 크툴루는 꿈을 꾸며 기다린다.
뜻이 밝혀지면 소리의 위력이 줄어들 법한데 오히려 반대입니다. '죽은' 존재가 '꿈을 꾸며 기다린다'는 한 문장이 끝까지 이 책의 뼈대를 이룹니다. 웹과 레그라스 두 사람이 구절이 일치함을 확인하는 순간 학회장이 조용해진다는 장면은 소설에서 가장 학문적인 공포의 순간입니다.
6. 늪지의 밤
레그라스의 습격 장면은 소설에서 가장 사건다운 대목입니다. 경찰이 숲으로 들어갈 때 화자가 전하는 소리의 묘사는 이렇습니다.
Only poetry or madness could do justice to the noises heard by Legrasse's men
레그라스의 부하들이 들은 소리를 제대로 그릴 수 있는 것은 시나 광기뿐이다.
그 숲은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피하던 곳입니다. 전설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It was nightmare itself, and to see it was to die.
그것은 악몽 그 자체였고, 보는 자는 죽었다.
But it made men dream, and so they knew enough to keep away.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에게 꿈을 꾸게 했고, 그래서 사람들은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함을 알았다.
숭배자를 묘사하는 화자의 눈에는 시대의 편견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혼혈 선원과 가난한 이주민을 '퇴화한 무리'로 보는 시선이 소설의 한 층을 이루고, 이 편견이 화자의 합리주의와 나란히 서 있다는 점이 오늘의 독자에게는 읽을 거리가 됩니다. 두려움을 낳는 것은 대상 자체라기보다 낯선 것을 위계로 가르는 서술자의 습관이기도 합니다.
7. 위대한 옛 존재들
포로들이 털어놓은 교리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the Great Old Ones who lived ages before there were any men
인간이 있기 한참 전부터 살던 위대한 옛 존재들.
카스트로가 더한 설명은 별의 위치에 따라 존재가 깨고 잠드는 우주적 시계를 보여 줍니다.
When the stars were right, They could plunge from world to world
별이 바른 자리에 있을 때 그들은 세계에서 세계로 뛰어들 수 있었다.
but when the stars were wrong, They could not live
그러나 별이 틀린 자리에 있을 때 그들은 살 수 없었다.
여기서 신화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천문의 문제로 옮겨 갑니다. 악마도 신도 아닌 이 존재들은 인간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관심이 없을 뿐이고, 그 무관심이 바로 두려움의 질입니다.
8. 죽지 않은 것
옛 존재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오래 잠든 것입니다.
But although They no longer lived, They would never really die.
그들은 더는 살아 있지 않았지만, 결코 정말로 죽지는 않을 것이었다.
《네크로노미콘》의 유명한 구절은 이 상태를 두 줄로 줄입니다.
That is not dead which can eternal lie
영원히 누워 있을 수 있는 것은 죽은 것이 아니다.
with strange eons even death may die
이상한 시대가 지나면 죽음마저 죽을 수 있다.
카스트로가 그리는 부활의 날은 해방으로 묘사됩니다. 인류가 선악을 넘어 웃고 죽이는 날입니다.
free and wild and beyond good and evil
자유롭고 거칠며 선악을 넘어선.
이 구절이 섬뜩한 이유는 종말을 파괴가 아니라 도덕의 해제로 그리기 때문입니다. 죽음과 시간에 대한 상식이 한꺼번에 뒤집히는 이 주문은 이후 많은 이야기에서 되풀이되는 문구가 되었습니다.
9. 신문 조각과 날짜
이야기가 3장에서 다시 움직이는 것은 우연 때문입니다. 호주 신문의 헤드라인은 건조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목록은 불길합니다.
MYSTERY DERELICT FOUND AT SEA
바다에서 정체불명의 표류선 발견.
Rescued Seaman Refuses Particulars of Strange Experience.
구조된 선원, 기이한 체험의 세부를 말하기를 거부.
화자가 날짜를 하나하나 포개 보는 대목은 이 소설에서 가장 추리소설다운 장면입니다. 3월 1일의 지진, 3월 23일의 열병과 상륙, 4월 2일의 폭풍이 한 줄로 이어지고, 그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Was I tottering on the brink of cosmic horrors beyond man's power to bear?
나는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우주적 공포의 벼랑 끝에 서 있었던 것일까?
꿈과 항해, 지진과 폭풍이 하나의 사건으로 모일 때 서술은 갑자기 지구 전체로 넓어집니다. 이 소설의 공포는 한 장소가 아니라 지도 위의 날짜에서 나옵니다.
10. 요한센의 수기
요한센의 수기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의 기록이 아닙니다.
a naive sailor's effort at a post-facto diary
소박한 선원이 사건이 끝난 뒤 써 내려간 일기.
화자는 그 단순함 덕분에 오히려 더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는 읽고 난 뒤 이렇게 선언합니다.
I shall never sleep calmly again
나는 다시는 평온하게 잠들지 못할 것이다.
요한센 본인의 바람은 더 슬픕니다. 그는 기억을 지울 수만 있다면 죽음이 은혜일 것이라 여깁니다.
Death would be a boon if only it could blot out the memories.
기억을 지워 줄 수만 있다면 죽음은 은혜일 것이다.
수기가 중요한 이유는 전달의 마지막 고리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있던 유일한 목격자는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영어로 글을 남깁니다. 아는 자는 침묵하고 침묵한 자는 쓰러진다는 이 소설의 패턴이 여기서 완성됩니다.
11. 르라이예와 틀린 기하학
화자가 수기에서 읽어 낸 바다 위의 도시는 이렇게 불립니다.
the nightmare corpse-city of R'lyeh
악몽의 시체 도시 르라이예.
요한센은 건물을 묘사하지 않고 각도와 표면의 인상만을 전합니다.
surfaces too great to belong to anything right or proper for this earth
이 땅에 어울리는 바른 것에 속하기에는 너무나 큰 표면들.
윌콕스가 꿈에서 말했던 기하학과 같은 말을 글을 모르는 선원이 현실에서 다시 합니다.
the geometry of the place was all wrong
그곳의 기하학은 완전히 틀려 있었다.
an angle which was acute, but behaved as if it were obtuse
예각이지만 마치 둔각인 것처럼 움직이는 모서리.
이 대목의 공포는 괴물의 모양이 아니라 공간의 규칙이 어긋난다는 데 있습니다. 위와 아래, 평평함과 기울어짐이 확실하지 않을 때 사람은 가장 먼저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게 됩니다.
12. 문이 열리다
선원들은 호기심으로 문을 밀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것이 나타납니다.
The Thing can not be described
그 괴물은 묘사할 수 없다.
A mountain walked or stumbled.
산이 걷거나 비틀거렸다.
묘사가 막히는 자리에서 화자는 짧은 문장으로 크기를 전합니다. 이어지는 해설은 이 사건이 세계의 반대편에도 닿았다는 것입니다.
The stars were right again
별이 다시 바른 자리에 놓였다.
a band of innocent sailors had done by accident
죄 없는 선원 무리가 우연히 해낸 것.
수 세기 동안 의식과 제물로 이루지 못한 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선원들이 해냅니다. 이 아이러니가 소설의 핵심입니다. 숭배자의 의도는 헛되고, 무지한 사람의 호기심이 문을 엽니다.
13. 증기선의 돌진
도망친 요한센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달아남이 아니라 정면 충돌입니다.
but Johansen drove on relentlessly
그러나 요한센은 멈추지 않고 배를 몰았다.
충돌의 순간은 소리와 냄새로 전해지지만, 서술자는 한 가지를 글로 옮기기를 거부합니다.
a sound that the chronicler would not put on paper
기록자가 글로 옮기지 않으려 한 소리.
그리고 승리처럼 보이던 순간은 곧 뒤집힙니다.
was nebulously recombining in its hateful original form
그 혐오스러운 본래의 모습으로 희뿌옇게 다시 합쳐지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인간은 한 번 이기지만 이긴 것이 아닙니다. 뭉개진 몸이 도로 모이는 모습은 어떤 무기로도 끝낼 수 없는 존재라는 선언입니다. 요한센이 평범한 선원으로서 해낼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일이 시간을 조금 버는 것뿐이라는 점이 쓸쓸합니다.
14. 마지막 경고
화자는 모든 조각이 맞춰진 뒤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습니다. 삼촌의 죽음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를 댑니다.
I think Professor Angell died because he knew too much
앤젤 교수는 너무 많이 알았기 때문에 죽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I know too much, and the cult still lives.
나는 너무 많이 알고, 숭배 집단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가 남기는 마지막 전망은 종말론이 아니라 가능성입니다.
What has risen may sink, and what has sunk may rise.
떠오른 것은 가라앉을 수 있고, 가라앉은 것은 떠오를 수 있다.
Loathsomeness waits and dreams in the deep
혐오스러운 것이 깊은 곳에서 기다리며 꿈을 꾼다.
끝맺음은 승리도 구원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야기는 재앙이 일어난 뒤가 아니라 재앙이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앎 위에서 닫힙니다. 화자가 쓰는 글 자체가 위험한 조각이라는 점에서, 독자는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같은 위험을 이어받은 사람이 됩니다.
15. 이 책을 읽는 방법
『크툴루의 부름』은 세 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소설이지만 문장이 길고 문서 속의 문서 구조라서 천천히 읽는 편이 좋습니다. 1장에서는 윌콕스의 꿈과 앤젤 교수의 스크랩, 2장에서는 레그라스의 늪지 습격과 카스트로의 신화, 3장에서는 신문 기사와 요한센의 수기를 하나의 시간표로 맞춰 보며 읽으면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전체 분량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고, 대신 날짜와 지명, 사람 이름이 쌓여 가며 공포를 만듭니다. 합리주의자 화자의 태도와 20세기 초 미국 사회의 편견이 서술에 그대로 스며 있으니, 화자가 믿는 것과 이야기가 보여 주는 것 사이의 간격을 함께 살펴보면 더 입체적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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