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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Gem · 한 권 요점

1895년 출간

The Altar of the Dead

죽은 자의 제단

죽은 이들 하나하나에게 촛불을 바쳐 온 중년의 신사가, 말없이 곁을 지킨 여인이 오직 한 사람, 자신이 절교한 옛 친구만을 위해 기도해 왔음을 알고 용서의 한계에 부딪히는 이야기

Mine are only the Dead who died possessed of me.

내 죽은 이들은 나를 온전히 가진 채 세상을 떠난 이들뿐입니다.

One more, one more—only just one.

하나만 더, 하나만 더, 정말 딱 하나만.

한눈에 보기

약혼녀 메리 앤트림을 잃은 뒤 평생 홀아비처럼 살아온 스트랜섬은 세상을 떠난 지인들을 하나씩 마음속 촛불로 헤아리다, 어느 날 교회의 빈 예배소를 사들이듯 꾸며 그 촛불을 현실의 제단으로 옮긴다. 그 제단에서 늘 마주치던 검은 옷의 여인과 이름도 묻지 않은 채 오랜 동행이 이어지고, 그는 그녀에게 제단의 관리를 맡길 꿈까지 꾼다. 그러나 여인의 집 안쪽 방에서 한때 가장 가까웠고 가장 깊이 상처 준 친구 액턴 헤이그의 사진을 보게 되면서 두 사람의 신앙은 갈라진다. 그녀가 요구한 것은 헤이그를 위한 촛불 단 하나였고, 그는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 병든 스트랜섬이 마지막으로 교회에서 쓰러지는 장면까지, 열네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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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요점

The Altar of the Dead

『죽은 자의 제단』은 미국 태생의 작가 헨리 제임스가 쓴 중편소설입니다. 제임스는 1843년에 태어나 191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1895년에 나온 단편집에 실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가 아홉 장으로 짧게 나뉘어 있으며, 줄거리는 거의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움직입니다. 주인공 조지 스트랜섬은 지난 사람들을 잊지 않는 것을 평생의 일로 삼은 사람이고, 그가 세운 제단은 사랑과 기억과 자존심이 한꺼번에 걸려 있는 장소입니다. 이 책이 묻는 것은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일이 어디까지 너그러울 수 있는가, 그리고 용서한다고 말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건이라 할 만한 것은 몇 번의 만남과 한 번의 결렬뿐인데, 그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놀랄 만큼 세밀하게 움직입니다.

줄거리

제1장: 기념일과 ‘죽은 이들’의 종교

스트랜섬은 의미 없이 날짜만 챙기는 기념일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삶에는 단 하나의 기념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마다 12월, 메리 앤트림이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그녀는 결혼 날짜가 정해진 뒤 악성 열병으로 숨졌고, 그는 삶을 가득 채워 줄 것 같던 애정을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잃었습니다. 이후 그는 많은 일을 했지만 단 하나, 잊는 일만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이 오면 신경이 그를 내쫓듯 이끌어, 런던 교외에 있는 그녀의 무덤까지 먼 길을 걸어갑니다.

나이가 쉰다섯에 이르자 그에게는 다른 기억과 다른 유령도 많이 쌓였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죽은 이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는 버릇을 들였고, 그들에게는 조직된 의식도 정해진 자리도 명예도 보호도 없다는 데서 이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키웠습니다. 그는 이들을 마음속으로 ‘다른 이들(the Others)’이라 부릅니다. 그의 정신 속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을 단 제단이 서게 되었고, 그는 자기가 가진 종교가 사실은 처음부터 ‘죽은 이들의 종교’였음을 깨닫습니다. 그 제단을 세우고 유지하는 비용은 모두 너그러운 마음이 치른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제2장: 보석상 앞의 충격과 헤이그의 부고

기념일 전날 저녁, 스트랜섬은 퇴근길에 보석상 진열창 앞에서 낯익은 목소리를 듣습니다. 친구 폴 크레스톤이었고, 그 곁에는 팔짱을 낀 젊은 여자가 있었습니다. 크레스톤의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난 터라 의아해하는 순간, 그는 얼굴을 붉히며 이 여자를 자기 아내라고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막 돌아온 새 아내였습니다. 스트랜섬은 충격을 속으로 삼키고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뜨는데, 그녀가 안개 속에서 소리쳐 “빨리 놀러 오세요” 하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는 다시는 저 여자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날 밤 혼자 앉아 있자 분노가 가시고 연민이 남습니다. 죽은 케이트 크레스톤은 그가 스무 해 동안 알았고, 만약 누구에게 불충실했다면 그것은 그녀 때문이었을 법한 유일한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삶을 바쳤고 아이를 낳다 죽었는데, 무덤의 풀이 푸르러지기도 전에 남편에게는 갈아 치운 하인만큼의 존재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가 신문을 펼쳤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액턴 헤이그 경의 죽음’이라는 기사였습니다. 헤이그는 10년 전 가장 가까웠던 친구로, ‘서쪽 제도(Westward Islands)’의 총독으로 승진해 부임한 뒤 독사에 물린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절교는 일찍이 공공연한 것이었지만 스트랜섬은 그 일을 누구에게도 입에 올린 적이 없고, 그날 밤 그는 차갑게 식은 채 잠자리에 듭니다.

제3장: 교회와 제단의 탄생

다음 날 오후 그는 묘지까지 오래 걸은 뒤 귀갓길에 길을 잃고 어느 교회로 들어갑니다. 높은 제단에는 아직 촛불이 타고 있었고, 그는 그 불빛 속에서 자신이 마음속에 세워 온 제단이 현실의 교회 제단과 같은 원형에서 나왔음을 깨닫습니다. 촛불 하나하나가 그의 죽은 이들에게 어울리는 서약이 되어, 그는 소리 없는 점호를 하듯 그들의 이름을 헤아립니다. 가까운 곳에는 검은 상복의 여인이 깊이 엎드려 기도하고 있었는데, 지나갈 때 그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앞을 보지 못하는 듯한 눈을 잠깐 봅니다.

그는 이 교회의 특정 예배소가 불을 밝히지 않은 채 비어 있음을 보고 자신의 후원으로 그곳을 꾸미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 일은 1년이 걸렸고, 온화한 성직자들과 주교를 설득해 허락을 얻었습니다. 제단은 평소의 예배를 위해 화려하게 유지되고, 그가 남긴 것은 촛불의 수와 자신의 뜻을 마음껏 누릴 자유뿐입니다. 이후 그는 이곳에서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촛불 하나하나에는 이름이 있고, 새로운 이가 죽을 때마다 새 촛불이 켜집니다. 케이트 크레스톤의 흰 불꽃도 곧 그 가운데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별자리에서 끝까지 빠진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액턴 헤이그에게는 어떤 불꽃도 오를 수 없었습니다.

제4~5장: 검은 옷의 여인과 오랜 동행

해마다 묘지를 다녀온 날이면 그는 교회에 들렀고, 어느 해부터 제단에 자기만큼이나 자주 오는 신자가 있음을 알아봅니다. 2년 전 기념일에 엎드려 있던 그 상복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보다 젊어 보이지만, 죽은 이가 촛불만큼 많아 보일 만큼 상실에 지친 얼굴이었고, 색도 소리도 흠도 없으며 재산도 없어 보였습니다. 어느 겨울 오후 음악회 자리에서 그는 우연히 그녀 옆에 앉아 말을 걸고, 그때 처음 그녀의 미소를 봅니다. 그는 여자가 예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고 속으로 되뇝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마음을 쓴다는 것이 불편해 열흘 동안 교회에 가지 않고, 그 뒤에는 한동안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을 개의치 않으려 애씁니다. 네 번째 시도에서 마침내 그녀를 만나, 거리에서 함께 걷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도, 집도 모른 채 해가 갈수록 가까워집니다. 만나는 곳은 교회와 그 근처의 한적한 길뿐이고, 그녀는 언제나 같은 모퉁이에서 헤어집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함께 입에 올리며 오히려 더 가까워지고, 죽은 이를 가리킬 때 이름 대신 ‘그들’이라고만 부릅니다. 어느 날 그녀가 촛불은 많을수록 좋고 자기는 산더미 같은 빛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자 스트랜섬은 곧 이해합니다. 그녀의 죽은 이는 오직 한 사람입니다. 그는 그녀가 필명으로 글을 써서 생활한다는 것도 한참 뒤에 알게 되고, 자신이 영국을 비울 때마다 제단을 그녀에게 맡깁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제단이 유지되도록 기금을 남기고 그녀를 관리자로 세울 계획이며, 마음이 움직이면 그녀가 자신을 위해서도 촛불 하나쯤 밝혀 주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그러면 “나를 위해서는 누가 켜 주지요?” 하고 진지하게 묻습니다.

제6~7장: 두 번째 방과 헤이그의 사진

스트랜섬이 가장 오래 영국을 비웠다가 돌아온 날, 그는 그녀의 모습만 보고 새 상을 당했음을 알아챕니다. 함께 살던 숙모가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녀는 한 시간 뒤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하고, 그는 수년 만에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응접실은 숙모의 취향으로 가득했고, 그녀는 숙모에게 그를 알고 있다는 것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습니다. 이어 그녀는 “여기는 내 방이 아니에요” 하며 그를 건넌방으로 이끕니다. 붉은 벽에 사진과 수채화, 글귀 액자와 말린 꽃이 걸린 그 방은 그녀가 일하고 살아 온 곳이었고, 그는 작은 초상화 앞에 서서 숨을 들이켜며 “액턴 헤이그!” 하고 외칩니다.

그녀 역시 놀라 “그분을 아셨어요?” 하고 반문하고, 스트랜섬은 그가 젊은 시절 친구의 전부였다고 답합니다. 그 순간 그는 이 방의 모든 물건이 헤이그를 기리고 있고, 자신이 세운 제단이 그녀에게는 헤이그를 위한 곳으로 쓰여 왔음을 깨닫습니다. 두 사람 모두 헤이그에 대해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스트랜섬은 그가 오래전 자신에게 잊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반박하지 않고 눈물을 머금은 채 그의 손을 잡아 줍니다. 그가 “그가 당신을 어떻게 대했을까” 하고 탄식하자 그녀는 “나는 그를 용서했어요” 하고 대답합니다. 스트랜섬도 자신 역시 용서했다고 말하자, 그녀는 그렇다면 그의 제단의 불빛 가운데 헤이그의 것도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의 죽은 이들은 살아서도 자신의 사람이었던 이들뿐이라는 것입니다.

‘한때 사랑했던 이들은’ 하고 그녀가 말을 꺼내자 그가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이들’이라고 끝맺고, 그녀는 그가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고 울부짖습니다. 그가 그에게 무슨 짓을 당했느냐고 묻자 그녀는 “모든 것을요” 하고 답한 뒤 작별을 고합니다. 이제 교회에서 만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한 사람을 위해 모은 불을 그는 여럿을 위해 켰지만, 그 한 사람의 촛불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모든 것이 틀어졌다고 말합니다. 그가 헤이그에게 촛불을 밝힐 수 있겠느냐고 묻는 그녀에게 “그것만은 못 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다시 작별 인사를 하고 문을 닫습니다. 문턱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그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습니까” 하고 묻자, 그녀는 숙모가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테고, 그 두려움이 그를 집에 들이지 않은 이유였다고만 답합니다.

제8장: 질투와 균열

혼자 남은 스트랜섬은 천천히 퍼즐을 맞춥니다. 헤이그가 그녀를 무자비하게 버렸으리라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그녀는 그와 스트랜섬의 관계가 끝난 뒤에야 헤이그를 알았을 것이고, 그가 말해 준 것만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헤이그가 빚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그를 괴롭히고, 속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면서도 그는 그녀의 정신이 자기보다 훨씬 곧고 높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낍니다. 그녀가 상처를 숭고한 헌신으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용서했다고 말하는 것은 침묵이지만, 그녀의 용서는 소리 없는 울림이었습니다.

일주일 뒤 찾아가자 그는 균열이 돌이킬 수 없음을 확인합니다. 그의 의식 전체가 이미 그녀의 개인적인 필요에 대한 정교한 배제처럼 느껴진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녀는 어떤 후회도 하지 않고 온순하게 감사하지만 한 치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스트랜섬은 다시는 건넌방에 발을 들일 수 없고, 함께 걷던 산책도 어색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랍니다. 한 번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인정한 적이 없는 그가 그녀와 헤이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알고 싶어 괴로워한 것입니다. 그는 헤이그가 그녀를 속이고 희생시켰으리라 믿고, 바로 그 이유로 그를 제단에서 계속 배제해야 한다고 결론 내립니다. 헤이그는 두 사람 사이에 있었고, 마주 볼 때 가장 가까이 있었습니다.

제9장: ‘하나만 더’와 마지막 장면

여섯 달 뒤 그는 우정을 포기한 셈이 되었고, 혼잣말로 “하나만 더, 정말 하나만” 하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꿈속의 제단은 거대한 어두운 동굴이 되었으며, 모든 촛불이 꺼져 죽은 이들이 다시 죽는 듯한 느낌에 시달립니다. 석 달이 지나 너무 외로워진 그는 교회로 돌아갑니다. 촛불은 여전히 타고 있었고, 그는 자신이 제단에서 구한 영혼들이 신학적 구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이어지는 삶으로 구해졌다는 데서 기쁨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그녀의 어둠을 상상하며 더욱 아파합니다. 마지막 촛불이 켜진 지 3년이 지났고 더 올릴 이름도 없던 터에, 그는 제단의 균형을 이루려면 ‘하나만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점점 사로잡힙니다.

3월에 그는 2주 동안 병석에 눕고, 이름을 남기지 않은 한 부인이 세 번 안부를 물으러 왔다는 말을 듣습니다. 의식이 흐린 중에도 그는 “하나만 더”를 되뇌었다고 합니다. 회복되자마자 그는 그녀의 집을 찾지만 만나지 못하고, 혼자 교회로 갑니다. 제단 앞에 무릎을 꿇은 그는 가장 밝은 촛불이 날개 같은 불꽃을 펼치며 메리 앤트림의 얼굴을 띠고 미소 짓는 것을 봅니다. 그 환희 속에서 그는 자신이 한 사람에게 거절한 같은 은총을 떠올리고 깊은 뉘우침을 느낍니다. 뒤를 돌아보니 엎드려 있던 상복의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오늘 오후 기적처럼 우리 사이의 차이가 사라졌다”고 말하며, 이번에는 죽은 이 하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왔다고 합니다. 스트랜섬은 제단이 그녀에게 그녀가 바라던 것을 건네고 있다고 말하며 “하나만 더” 하고 반복합니다. 그녀는 “더는 안 돼요” 하고 새로운 공포에 떨며 외치고, 그는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정신을 잃습니다. 교회에 단둘이 남은 그녀는 그의 얼굴이 죽음처럼 하얗다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이야기는 그 순간에 멈춥니다.

대목별로 읽기

1. 기념일을 지키는 사람

첫 장은 스트랜섬을 설명하는 데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는 많은 일을 했지만 잊지 않는 일만은 포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he had never, never forgotten.

그는 결코, 결코 잊지 않았다.

그의 애도는 의례가 필요 없는 종류입니다. 서술자는 사제도 제단도 없이 그가 평생 홀아비가 되었다고 적습니다.

He had needed no priest and no altar to make him for ever widowed.

그를 영원한 홀아비로 만드는 데 사제도 제단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 문장에서 제단은 아직 은유입니다. 뒤에서 제단이 실제 장소가 되고 나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생각하면, 이 출발점이 이야기의 균형추 구실을 합니다.

2. 죽은 자의 종교

스트랜섬이 지켜 온 믿음은 어느 교단의 것도 아닙니다. 그는 자기 신앙의 정체를 천천히 알아 갑니다.

had been simply the religion of the Dead

그것은 다름 아닌 죽은 이들의 종교였다.

그가 이 신앙을 세우게 한 것은 죽은 이들이 처한 처지에 대한 분노입니다. 산 사람은 법과 제도가 돌보지만, 죽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They had no organised service, no reserved place, no honour, no shelter, no safety.

그들에게는 조직된 예배도, 정해진 자리도, 명예도, 쉴 곳도, 안전도 없었다.

그리고 그 보답의 비용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fell wholly on the generous heart

그 비용은 오로지 너그러운 마음에 떨어졌다.

이 신앙은 가난한 사람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따뜻합니다. 그러나 자기 마음대로 정한 기준 위에 서 있다는 점에서, 스트랜섬의 너그러움이 어디까지인가를 시험하는 복선이기도 합니다.

3. 보석상 앞의 충격

크레스톤이 새 아내를 소개하는 짧은 대사는 책에서 가장 평범한 문장 가운데 하나이지만 스트랜섬에게는 충격입니다.

My dear fellow, let me make you acquainted with my wife.

여보게, 내 아내를 소개하겠네.

죽은 이를 이렇게 쉽게 대체하는 세상에서 스트랜섬이 지키는 신앙은 더 외로워집니다. 그는 죽은 케이트 크레스톤이 누구에게 얼마나 생생한 존재였는지를 이렇게 적습니다.

Mrs. Creston had been more living for him than any woman but one.

크레스톤 부인은 그에게 단 한 사람을 빼면 그 누구보다도 생생한 존재였다.

새 아내에 대한 스트랜섬의 반응은 다소 가혹합니다. 이는 그가 도덕적 우월감으로 죽은 이들에 대한 충실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는 곧 연민으로 돌아서지만, 자신이 홀로 품위를 지키고 있다는 감각이 이야기 끝까지 그를 따라다닙니다.

4. 헤이그의 부고

같은 날 밤 신문 한 줄이 스트랜섬을 얼려 버립니다. 십 년 전 가장 가까웠던 친구의 죽음입니다.

He went cold, suddenly and horribly cold, to bed.

그는 갑자기, 끔찍하게 차가워진 채 잠자리에 들었다.

제3장 끝에서 그가 내린 결정은 단호합니다. 별처럼 모이는 촛불 속에서 이 이름만은 비어 있어야 합니다.

For Acton Hague no flame could ever rise on any altar of his.

액턴 헤이그를 위해서는 그의 어떤 제단에도 불꽃이 오를 수 없었다.

절교의 이유는 끝까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독자는 ‘공공연한 모욕’이 있었다는 것과 스트랜섬이 그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알 수 있고, 이 빈칸이 뒷부분에서 질투와 불확실성의 재료가 됩니다.

5. 제단이 세워지다

스트랜섬은 우연히 들어선 교회에서 마음속 제단의 원형을 봅니다. 불빛 아래서 그는 죽은 이들의 이름을 헤아립니다.

it was the silent roll-call of his Dead.

그것은 그의 죽은 이들에 대한 소리 없는 점호였다.

제단은 한 사람의 정성으로 현실이 되고, 그 안에서 촛불은 사람에 대응합니다.

Each of his lights had a name for him

그에게 촛불 하나하나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이 제단이 어떤 약속 위에 서 있는지도 분명히 합니다.

there should always be room for them all

그들 모두를 위한 자리가 언제나 있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자리라는 약속과 헤이그를 배제하는 선택 사이의 긴장이 이 소설의 심장입니다. 제단은 처음부터 한 사람의 취향으로 지어졌기에, 그 사람의 감정이 흔들리면 제단 전체가 흔들립니다.

6. 이름 없는 동행

스트랜섬이 제단에서 만난 여인은 색도 소리도 흠도 없는 사람으로 처음 그려집니다.

She had no colour, no sound, no fault

그녀에게는 색도, 소리도, 흠도 없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름조차 필요하지 않은 종류입니다. 서술자는 오래도록 서로의 이름을 모른 채 지냈다고 적습니다.

it was not their names that mattered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들이 죽은 이들을 ‘그들’이라고만 부르는 장면에서, 서술자는 이를 낡은 이교도들이 가정의 신을 품위 있게 일컫는 모습에 빗댑니다. 이 관계가 연애도 우정도 아닌 신앙 공동체에 가깝다는 것을 알려 주는 구절입니다.

Any faith, after all, has the instinct of propagation

어떤 신앙이든 결국 퍼뜨리려는 본능이 있다.

7. 산더미 같은 빛

여인이 촛불은 많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순간, 두 사람의 같아 보이던 신앙이 사실은 다른 방향이었음이 처음 드러납니다.

I should like a great mountain of light.

나는 거대한 빛의 산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스트랜섬은 곧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Your Dead are only One?

당신의 죽은 이는 오직 한 사람입니까?

그가 가장 큰 촛불은 자기 것이 될 것이고 자신이 죽은 뒤 제단을 맡아 달라고 하자, 여인은 진지하게 이렇게 되묻습니다.

And who will kindle one even for me?

그러면 나를 위해서는 누가 불을 켜 주지요?

이 질문은 나중에 두 번 울립니다. 그녀에게 촛불을 켜 줄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 한 번이고, 그 한 사람마저 제단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또 한 번입니다.

8. 건넌방의 초상화

제6장은 이 책에서 가장 극적으로 조용한 장면입니다. 건넌방에서 스트랜섬은 한 장의 작은 초상화를 알아봅니다.

Acton Hague!

액턴 헤이그!

서술자는 방 전체가 한 사람을 위한 박물관이었음을 한 문장으로 알려 줍니다. 그가 세운 제단이 그녀에게는 다른 목적으로 쓰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그에게 한 번도 헤이그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다는 고백은 이렇게 나옵니다.

I never, never spoke of him.

저는 그에 대해 한 번도, 결코 말한 적이 없어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사람을 침묵 속에 간직해 왔습니다. 한쪽에는 모욕이, 다른 쪽에는 사랑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9. 용서의 두 얼굴

그녀는 스스로 용서했다고 말하고, 스트랜섬은 자신도 용서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용서의 방식이 서로 전혀 다릅니다.

I’ve forgiven him!

나는 그를 용서했어요!

그녀의 눈에 비친 헤이그는 상처를 주었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두 사람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Women aren’t like men.

여자는 남자와 달라요.

They can love even where they’ve suffered.

고통받은 자리에서도 사랑할 수 있어요.

스트랜섬의 대답은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의 용서가 어떤 것인지 보여 줍니다. 그에게 죽은 이란 살아서도 자신의 사람이었던 이들입니다.

Mine are only the Dead who died possessed of me.

내 죽은 이들은 나를 온전히 가진 채 세상을 떠난 이들뿐입니다.

이 문장은 그의 너그러움이 소유의 감각에 묶여 있음을 드러냅니다. 그에게 제단은 사랑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자기 것을 지키는 장소였고, 그래서 한 번 자신을 모욕한 사람을 위해서는 자리를 낼 수 없습니다.

10. 한 사람을 위한 빛과 여럿을 위한 빛

이어지는 말다툼에서 그녀는 두 사람이 같은 제단 앞에 서 있었지만 서로 다른 일을 해 왔다고 선언합니다.

You had placed a great light for Each—I gathered them together for One!

당신은 하나하나를 위해 큰 불을 놓았고, 나는 그 불들을 한 사람을 위해 모았어요!

스트랜섬은 이 말을 이해하면서도 설득되지 않습니다. 그녀가 제안한 조건은 단순합니다. 헤이그를 위한 촛불 하나입니다. 그는 오래 망설이지 않고 거절합니다.

There’s never a light for Acton Hague!

액턴 헤이그를 위한 불은 결코 없습니다!

그녀는 그가 용서했다는 말이 거짓이라고 부르짖고, 그가 상처의 내용을 묻자 아주 짧게 답합니다.

Everything!

전부요!

이 한마디는 헤이그에 대한 모든 정보이면서 동시에 그녀가 그에게 모든 것을 걸었음을 말하는 표현입니다. 그녀는 이야기를 더 하지 않고, 독자도 이 이상은 알지 못합니다.

11. 마법이 깨지다

다툼 끝에 그녀는 두 사람의 오랜 공동체가 무너졌음을 담담하게 인정합니다.

But the spell is broken.

하지만 마법은 깨졌어요.

그녀는 헤이그에게 촛불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자신이 제단 앞에 서는 태도 자체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그녀가 이제 제단을 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미 쓰고 있던 자신의 감사와 신뢰를 거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Then good-bye.

그럼 안녕히 가세요.

헨리 제임스는 이 이별을 큰 소리 없이 닫힌 문으로 처리합니다. 서로 아직 마음이 이어져 있는데도 화해가 불가능하다는 데 이 장면의 쓸쓸함이 있습니다.

12. 질투와 침묵

혼자가 된 스트랜섬은 헤이그와 그녀의 관계를 상상하며 그의 마음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He had ruthlessly abandoned her

그는 그녀를 무자비하게 버렸다.

그는 자신이 그녀의 용서에 비해 얼마나 작은지를 깨달으면서도 그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굳게 만듭니다. 서술자는 두 사람의 용서가 다른 소리를 낸다고 대비합니다.

His forgiveness was silence, but hers was mere unuttered sound.

그의 용서는 침묵이었지만, 그녀의 용서는 말로 하지 않은 소리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의 이름을 드디어 알아봅니다.

Stransom was soon to know himself as perversely but sharply jealous.

스트랜섬은 곧 자신이 비뚤어지고도 날카롭게 질투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었다.

그가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질투하는 것은 이 이야기의 가장 인간적인 지점입니다. 헤이그는 죽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있었고, 서술자는 이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Acton Hague was between them

액턴 헤이그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

13. 하나만 더

제9장에서 스트랜섬은 병들어 가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합니다. 그 중얼거림은 끝까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나타납니다.

One more, one more—only just one.

하나만 더, 하나만 더, 정말 딱 하나만.

제단은 그에게서 활기를 잃습니다. 그녀가 떠난 뒤 촛불들은 힘을 잃고, 그는 죽은 이들이 다시 한 번 죽었다고 느낍니다.

all his Dead had died again.

그의 죽은 이들이 모두 다시 죽어 있었다.

그는 균형이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한 자리가 비어 있으면 전체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심미적 논리입니다.

Symmetry was harmony, and the idea of harmony began to haunt him

대칭은 조화였고, 조화라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가 양보하는 이유는 용서가 아니라 피로와 미학입니다. 그 때문에 그가 도달하는 ‘하나만 더’는 헤이그를 위한 것인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인지 모호하게 남고, 서술자는 이 모호함을 일부러 정리하지 않습니다.

14. 마지막 장면

교회에서 무릎을 꿇은 스트랜섬은 제단의 중심이 불꽃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봅니다. 그 빛 속에서 그가 오래 그리워한 얼굴이 나타납니다.

She smiled at him from the glory of heaven

그녀는 천국의 영광 속에서 그에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이 환희는 곧 뉘우침으로 바뀝니다. 메리 앤트림의 강림이 자신에게는 허락되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거절했다는 깨달음이 그를 찌릅니다. 그때 여인이 돌아옵니다.

God sent you!

하느님이 당신을 보내셨군요!

그녀는 이번에는 죽은 이 하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왔다고 하지만, 그가 ‘하나만 더’를 되풀이하자 공포에 질려 외칩니다.

Ah no more—no more!

아니, 더는 안 돼요, 더는!

그녀의 이 거부가 무엇을 향한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습니다. 헤이그를 위한 촛불을 가리키는지, 곧 사라질 스트랜섬 자신을 가리키는지, 둘 다인지 책은 답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그가 쓰러진 모습을 이렇게 남깁니다.

his face had the whiteness of death.

그의 얼굴은 죽음처럼 하얬다.

15. 이 책을 읽는 방법

『죽은 자의 제단』은 아홉 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이야기라서 한 번에 읽기 좋습니다. 처음 읽는다면 제1장의 신앙 선언, 제3장의 교회 장면, 제5장의 “산더미 같은 빛” 대화, 제6~7장의 건넌방 장면, 제9장의 마지막 대목을 중심으로 읽어 보세요. 제임스는 사건보다 감정의 미세한 움직임을 따라가는 작가여서, 문장이 길어질수록 인물의 마음이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되고 흔들리는지가 드러납니다. 스트랜섬을 숭고한 추모자로만 읽기보다, 자신의 슬픔이 곧 자존심이 된 사람으로 함께 읽으면 책이 더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여인의 이름과 헤이그의 죄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점을 열린 채로 두고 읽는 것이 이 책의 방식에 어울립니다.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제7장의 대화를 읽으면, 각자의 말이 처음과 다르게 들립니다.

ReadGem 앱 소개

ReadGem 앱은 세계 고전을 읽으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다국어 독서 플랫폼입니다.

원문과 번역을 문장별로 나란히 보여 주어 언어 간 표현을 비교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의 모든 문장을 TTS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의 서재는 퍼블릭 도메인의 오래 사랑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하며, 삽화가 실린 책도 많습니다.

ReadGem 앱은 독자와 함께 번역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읽다가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는 문장을 만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AI 앱에 그 문장의 새 번역을 요청하고 결과를 ReadGem에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안은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것(또는 여러 제안을 합친 것)이 모든 독자가 읽는 번역이 됩니다.

아직 번역이 없는 언어에서는 처음부터 AI와 함께 번역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본이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일이 그렇게 줄어듭니다.

『죽은 자의 제단』의 영어 원문을 ReadGem 앱에서 직접 들어 보세요.

모든 문장을 원어 음성으로 따라 들으며 이야기를 귀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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