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0년 출간
The Age of Innocence
순수의 시대
1870년대 뉴욕 상류 사회에서 약혼자와 그녀의 사촌 사이에 놓인 한 청년이, 말하지 않는 규칙으로 짜인 세계 안에 남기를 택하는 이야기
Does no one want to know the truth here, Mr. Archer?
여기서는 아무도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나요, 아처 씨?
Something he knew he had missed: the flower of life.
자신이 놓쳤다는 것을 아는 그것, 삶의 꽃.
한눈에 보기
변호사 뉴랜드 아처는 순진하고 흠 없는 메이 웰랜드와 약혼하며 더없이 만족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불행한 결혼을 버리고 돌아온 메이의 사촌 엘렌 올렌스카 백작부인이 나타나면서 그의 확신이 흔들립니다. 뉴욕 사교계의 만찬 거절과 반 데르 루이덴 부부의 구원, 이혼 상담, 눈길의 스쿠이터클리프와 세인트 오거스틴을 지나 아처는 부활절 직후 메이와 결혼합니다. 이후 뉴포트와 보스턴의 만남, 보퍼트의 파산, 제이시티의 마차, 엘렌의 송별 만찬이 이어지고, 메이의 임신 고백이 모든 길을 닫습니다. 마지막 장은 아처가 쉰일곱 살이 되어 파리의 한 광장에서 벤치에 앉는 장면입니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Jane Eyre)
- 너새니얼 호손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
한 권 요점
The Age of Innocence
『순수의 시대』는 미국 작가 에디스 워튼이 1920년에 펴낸 소설입니다. 워튼은 1862년에 태어나 1937년에 세상을 떠났고, 뉴욕의 오래된 상류층 속에서 자란 경험이 작품의 바탕에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설로 1921년 퓰리처상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책이 나온 해는 1920년이지만 이야기는 1870년대 초 뉴욕에서 시작됩니다. 겉으로는 오페라와 만찬, 방문과 초대장이 오가는 점잖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책이 보여 주는 것은 그 점잖음이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처벌하는가입니다. 총 3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면마다 인물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그 대신 규칙에 맞는 몸짓을 합니다. 그 침묵의 규칙 안에서 한 남자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를 끝까지 따라가는 것이 이 책의 줄기입니다.
줄거리
제1~3장: 오페라 박스, 약혼 발표, 낯선 사촌
1870년대 초 1월 저녁, 뉴욕 음악 아카데미에서 크리스틴 닐슨이 『파우스트』를 부르고 있습니다. 뉴랜드 아처는 일부러 늦게 클럽 박스에 들어와, 맞은편 맨슨 밍곳 부인의 박스에 앉은 메이 웰랜드를 바라봅니다. 그날 오후 메이가 마음을 내비쳤고, 그는 순진한 그녀를 자신이 이끌 신부로 그려 봅니다. 그때 로렌스 레퍼츠가 놀라 소리치고, 푸른 벨벳 드레스 차림의 낯선 여인이 밍곳 가의 박스에 들어섭니다. 메이의 사촌, 유럽에서 갑자기 돌아온 "가엾은 엘렌 올렌스카" 백작부인입니다. 가문 내력의 권위자 실러턴 잭슨은 밍곳 집안이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합니다. 아처는 약혼을 서둘러 알리려고 그 박스로 달려가 메이와 눈빛으로 뜻을 나누고, 어린 시절 친구였던 엘렌 곁에 앉습니다. 엘렌은 자신이 죽어 묻혔고 여기가 천국인 것 같다고 농담해 그를 놀라게 합니다. 아처는 그녀의 깊이 파인 드레스가 취향에 어긋난다고 느끼며 메이가 영향받을까 걱정합니다.
줄리어스 뷰포트 부인의 연례 무도회가 열립니다. 영국 출신으로 내력이 불분명한 뷰포트는 수완으로 뉴욕 사교계를 끌어모은 인물입니다. 늦게 도착한 아처는 메이가 사람들 앞에서 약혼을 알리는 모습을 봅니다. 사적이어야 할 기쁨이 무도회장에서 드러난 것이 아쉽지만, 두 사람은 온실에서 마음을 확인합니다. 메이는 엘렌이 옷이 마땅치 않다며 불참했다고 전하고 약혼 소식을 대신 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아처는 불쾌한 일을 외면하는 메이의 태도에 만족하면서도, 자신이 엘렌을 외국 여자로 거리 두고 있음을 느낍니다.
제4~5장: 약혼 인사와 아처가의 만찬
이튿날 아처는 약혼 인사 방문의 관례대로 웰랜드 부인, 메이와 함께 맨슨 밍곳 부인을 찾습니다. 비대한 몸으로 아래층 거실 창가에 앉은 노부인은 사파이어 약혼반지를 칭찬하고, 사순절 전에 결혼시키라며 재촉합니다. 이때 엘렌이 뷰포트와 함께 들어옵니다. 노부인은 뷰포트에게 스트러더스 부인이 초대받은 사정을 캐묻느라 다른 친척들을 잊습니다. 아처는 현관에서 엘렌에게 약혼을 직접 전하지 못한 사정을 밝히고, 그녀는 언제 한번 찾아오라고 말합니다. 돌아오는 마차에서 아처는 엘렌이 뷰포트와 거리를 다닌 것을 못마땅해합니다.
아처가의 만찬에 실러턴 잭슨이 초대됩니다. 어머니 아처 부인과 여동생 제이니는 엘렌 소식을 듣고 싶어 합니다. 이야기는 스트러더스 부인의 천한 출신에서 엘렌의 불참, 이모 메도라 맨슨의 별난 양육으로 옮겨 갑니다. 아처는 엘렌이 숨어 지낼 이유가 없다며 열띠게 두둔하고, 제이니가 이혼 이야기를 꺼내자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합니다. 서재에서 잭슨은 엘렌이 비서와 로잔에서 함께 살았다고 전하고, 아처는 여자도 남자처럼 자유로워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아처 부인은 이 모든 대화를 못마땅해하면서도 귀를 기울입니다.
제6~7장: 거절당한 만찬과 반 데르 루이덴 부부
밤에 서재로 올라온 아처는 메이의 사진을 보며 결혼이 안전한 닻이 아니라 미지의 항해일지 모른다고 느낍니다. 순결을 인위로 만들어 낸 신부와 위선으로 유지되는 주변의 결혼을 돌아보며, 엘렌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다고 투덜댑니다. 며칠 뒤 러벨 밍곳 부부가 엘렌을 맞이하는 만찬을 열지만, 뷰포트 부부와 잭슨 남매를 뺀 초대객 모두가 거절하는 모욕이 벌어집니다. 아처는 이 모욕이 곧 자신의 약혼에도 해당한다고 느낍니다. 그의 청에 어머니는 뉴욕 사교계 최상층인 반 데르 루이덴 부인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아처 모자는 매디슨 가의 반 데르 루이덴 저택을 찾아갑니다. 말수 적은 루이자 부인은 남편과 의논하겠다고 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헨리 씨를 부릅니다. 아처는 이 소동이 레퍼츠가 자신의 바람기를 가리려고 엘렌을 피뢰침으로 쓴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헨리 씨는 가문의 지지를 받는 사람은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다음 주 도착하는 친척 세인트 오스트리 공작을 위한 만찬에 엘렌을 초대하기로 합니다. 두 시간 뒤 초대장이 밍곳 부인 집에 전해지고, 소문은 곧 사교계에 퍼집니다.
제8~9장: 만찬의 엘렌, 웨스트 23번가의 방문
엘렌이 어린 시절 이모 메도라 밑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랐고, 폴란드 부호 귀족과 결혼했다가 파탄 나 돌아온 사연이 소개됩니다. 반 데르 루이덴 가의 만찬에서 아처는 사람들 말과 달리 그녀가 빛을 잃은 것이 아니라 고요한 권위와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느낍니다. 식후 엘렌은 공작과 담소한 뒤 예법을 어기고 아처 곁으로 와 메이 이야기를 청합니다. 그녀는 공작이 지루하다고 솔직히 말하고, 헤어지며 "내일 다섯 시 이후에 오라"고 합니다.
아처는 이튿날 웨스트 23번가의 낡은 집을 찾지만 그녀는 없고, 하녀 나스타시아가 그를 거실에 앉혀 둡니다. 그는 웰랜드 부인의 끝없는 친척 방문에 지쳐 있었고, 이 방문을 메이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엘렌이 뷰포트의 마차에서 내려 돌아옵니다. 그녀는 뉴욕의 솔직한 간판이 좋다 하고, 반 데르 루이덴 가는 드물어서 영향력이 크다고 꿰뚫습니다. 진실 대신 모른 척만 요구받는다며 그녀가 울자 아처는 "엘렌"이라 부릅니다. 공작이 스트러더스 부인을 데려오고, 돌아가던 아처는 꽃집에서 노란 장미를 엘렌에게 보내려다 카드를 뺍니다. 그는 그때 메이가 먼 곳의 흐릿한 형상처럼 느껴지는 낯선 감각에 놀랍니다.
제10~12장: 이혼 사건을 맡다
다음 날 아처는 메이와 눈 덮인 공원을 산책합니다. 노란 장미를 보냈다고는 말하지만 직접 찾아간 일은 입 밖에 내지 못합니다. 약혼을 길게 끌자는 어머니의 뜻을 메이가 되풀이하자, 그는 우리도 같은 틀로 오려낸 인형 같으니 새 길을 가자고 호소합니다. 메이는 소설 속 인물처럼 구는 건 천박하다며 일축하고 반지 이야기로 화제를 돌립니다. 이튿날 제이니는 엘렌이 공작·뷰포트와 스트러더스 부인의 파티에 갔다고 알리고, 헨리 반 데르 루이덴이 찾아와 엘렌에게 가볍게 주의를 줬다면서도 "싫은 사람은 집에 부르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그녀를 감쌉니다.
두 주쯤 뒤 법률사무소의 레터블레어 노인이 엘렌이 남편과의 이혼 소송을 원하며 밍곳 집안이 아처를 지명했다고 전합니다. 아처는 곧 친척이 될 몸이라 사양하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서류를 읽습니다. 백작의 짧은 편지를 보고 그녀의 비밀이 남의 눈에 드러나기 전에 자신이 직접 만나겠다고 결심합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레터블레어는 집안 모두가 이혼에 반대하고 추문을 두려워한다고 말합니다. 아처는 만나기 전엔 약속할 수 없다고 버팁니다. 엘렌의 집에 가 보니 현관에 뷰포트의 외투가 놓여 있습니다. 붉은 벨벳 드레스 차림의 엘렌은 옛 삶을 모두 버리고 남들과 똑같아지고 싶다며 자유를 원한다고 합니다. 아처는 백작이 법정에서 퍼뜨릴 말과 뉴욕의 구식 사회가 여자에게 가혹한 점을 설명하며 단념을 권합니다. 그녀는 침묵하다 "그렇게 하겠다"고 갑자기 굴복합니다. 아처는 그녀의 차가운 손에 입을 맞추고 "잘 자요, 내 사촌"이라는 인사를 듣고 나옵니다.
제13~14장: 노란 장미의 주인, 신사의 처세
극장에서 연극의 이별 장면을 보던 아처는 그 장면이 엘렌과의 작별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는 가족에게 그녀가 이혼을 포기했다고 전했고, 밍곳 노부인은 그의 수완을 치하하며 웰랜드 부인도 기뻐합니다. 막이 내리자 뷰포트 부부의 특별석에 앉은 엘렌이 그를 불러, 내일 아침에도 노란 장미가 올지 묻습니다. 꽃을 보낸 이가 그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그의 충고대로 했고 고맙다고 낮게 말합니다. 메이는 웰랜드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의 세인트 오거스틴에 가 있고, 편지로 외로운 엘렌에게 친절히 대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극장 로비에서 친구 네드 윈셋을 만난 아처는, 윈셋이 올렌스카의 이름을 묻는 데 묘하게 신경이 쓰입니다. 그녀가 이웃에 살며 다친 윈셋의 아들을 안고 달려와 돌봐 줬다는 이야기에 흐뭇해합니다. 이 실패한 문인은 신사 계급이 정치에서 손을 뗀 것을 비꼬고, 아처는 신사가 조국을 버릴 순 없다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튿날 아처는 사무실의 부질없는 일상에 환멸을 느끼고, 노란 장미를 찾아다닙니다. 올렌스카에게 보낸 쪽지에 답이 없다가 사흘째에 스쿠이터클리프에서 편지가 닿습니다. 그녀는 "달아났고 이곳에서 안전하다, 당신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씁니다. 아처는 레지 치버스 집에서 주말을 보내겠다고 전보를 칩니다.
제15~16장: 눈길의 불가, 세인트 오거스틴의 목련
아처는 치버스 집 하이뱅크에서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 썰매를 빌려 스쿠이터클리프로 갑니다. 반 데르 루이덴 부부는 성당에 가 있고, 눈길에서 붉은 망토의 엘렌을 만납니다. 그녀는 무엇에서 도망쳤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 하고, 미국 집엔 혼자 있을 곳이 없다며 투덜댑니다. 둘은 옛 가옥에 들어가 불가에서 단둘이 있게 되는데, 그녀가 마음을 털어놓으려는 찰나 뷰포트가 눈길을 걸어 다가오는 것이 창으로 보입니다. 아처는 비꼬듯 그를 맞아들이고, 돌아가는 길에 엘렌이 뷰포트에게 끌리는지 괴로이 따져 봅니다. 영국에서 온 책 상자와 시집 『생명의 집』을 읽으며 잠 못 이루다가, 나흘째에 "내일 늦게 오세요, 설명하겠어요"라는 쪽지를 받고 세인트 오거스틴행 배에 오릅니다.
아처는 세인트 오거스틴에서 목련나무 아래 선 메이를 보고, 진작 오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의 핑계는 감기였습니다. 웰랜드 부인은 엘렌이 이혼을 포기하게 해 줘 고맙다며 "그 아이는 너무 유럽화되었다"고 말합니다. 아처는 속으로 가족이 그녀를 뷰포트의 정부로 내몰았다고 반발합니다. 떠나기 전날 에스파냐 선교원 정원에서 그는 결혼을 앞당기자고 졸라 보지만 메이는 꿈꾸는 데 만족합니다. 그러다 메이가 불쑥, 혹시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저버리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옛 소문의 상대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처는 메이의 관대함에 놀라지만, 메이는 곧 소녀로 돌아가 버립니다.
제17~18장: 백작의 편지, 부활절 전보
돌아온 아처에게 제이니는 엘렌이 어머니를 찾아와 인사했다고 전하고, 아처 부인은 그녀가 "남의 마음에 들려 애쓴다"며 쌀쌀하게 말합니다. 며칠 뒤 밍곳 노부인은 그를 반기며, 어째서 자기 손녀 엘렌과 결혼하지 않았느냐고 농담을 던집니다. 마침 들어온 엘렌은 그의 갑작스러운 출발과 답장 없는 쪽지를 은근히 나무랍니다. 이튿날 저녁 그가 도착하자 응접실에는 윈셋과 거구의 카버 박사, 엘렌의 이모 메도라가 큰 장미 다발 앞에 서 있습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 메도라는 백작이 아내를 되찾으려 편지를 보냈다고 밝히고, 아처는 "차라리 그녀가 죽는 걸 보겠다"고 소리칩니다.
무도회 차림으로 나타난 엘렌은 도착한 꽃다발을 보자 날카롭게 화를 내며 하녀에게 이웃 윈셋 부인에게 갖다 주라고 시킵니다. 메도라가 마차로 떠난 뒤 아처는 백작이 돌아오라고 청한다는 이야기와 메이가 긴 약혼을 고집한다는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엘렌은 아처의 충고 때문에 이혼을 포기했다고 외치고, 둘은 입을 맞춥니다. 그러나 그녀는 메이를 위해 그를 포기해야만 사랑할 수 있다며 물러섭니다. 그때 메이의 전보가 오고, 부활절 직후 결혼으로 가족이 동의했다는 소식입니다. 귀가한 아처는 같은 전보를 보고 웃음을 터뜨립니다.
제19~21장: 결혼식, 런던, 뉴포트의 바닷가
그레이스 교회에서 결혼식이 열립니다. 신랑 아처는 제단 앞 계단에서 하객들을 둘러보며 한때 중요하게 여겼던 예절 문제가 이제 유치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엘렌의 이모 메도라가 모습을 드러내자 아처는 가슴이 멎는 듯합니다. 마차 안에서 메이는 이제 나쁜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런던의 신혼부부는 어머니의 영국인 친구 카프리 부인의 만찬에 초대받고, 두 사람은 미리 약속한 대로 먼 친척들과 공작은 피해 다닙니다. 석 달의 신혼여행 동안 아처는 결혼에 대한 옛 관념으로 돌아갔고, 메이의 순진함이 모든 전통의 수호신 같다고 느낍니다. 만찬에서 그는 가정교사 리비에르와 오랜만에 깊은 대화를 나누고, 리비에르는 뉴욕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지 묻습니다. 돌아오는 마차에서 메이는 그가 평범해 보였다며 초대를 반기지 않고, 아처는 메이의 압력이 자신의 모서리를 깎는다고 느낍니다.
뉴포트 뷰포트 저택의 궁술 대회에서 메이는 우승하고, 뷰포트는 그녀가 맞출 과녁은 그런 것뿐이라고 빈정댑니다. 아처는 메도라에게서 엘렌이 근처 블렌커가에 머문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뜁니다. 부부는 캐서린 할머니를 찾아가고, 엘렌이 와 있다는 말에 아처는 바닷가로 내려갑니다. 정자에 등을 돌리고 선 엘렌을 보고, 돛배가 등대를 지나기 전에 그녀가 돌아보지 않으면 가겠다고 정한 뒤 돌아서서 언덕을 오릅니다.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는 그에게 웰랜드가의 생활은 비현실처럼 느껴집니다.
제22~24장: 분홍 양산에서 보스턴의 여관까지
웰랜드 부부는 실러턴 교수 부부가 블렌커 일가를 위해 연 가든파티 초대장을 두고 투덜댑니다. 메이가 아버지와 마차를 타기로 하자 아처는 말을 보러 간다며 혼자 나서, 포츠머스의 낡은 블렌커 집으로 갑니다. 그는 정자에서 분홍 양산을 집어 입술에 대 봅니다. 낮잠에서 깬 막내 블렌커 양은 엘렌이 전보를 받고 보스턴으로 떠나 파커 하우스에 묵는다고 알려 줍니다. 아처는 앞날이 텅 빈 느낌에 휩싸이면서도 내일 보스턴에 가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아처는 사무 용무를 핑계로 보스턴에 가서 파커 하우스로 쪽지를 보내고, 공원 벤치에서 회색 양산을 쓴 엘렌을 발견합니다. 엘렌은 남편이 사람을 보내 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복귀를 청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하고, 지난번 해변에서 그를 일부러 피했음도 인정합니다. 호텔 앞에서 아처는 낯선 외국인 같은 젊은 남자의 얼굴을 스치듯 보지만 누구인지 기억해 내지 못합니다. 둘은 증기선을 타고 바닷가 여관의 조용한 별실에 마주 앉습니다. 점심을 들며 엘렌은 워싱턴 생활과 카버 박사 문제를 이야기하고, 뉴욕의 맹목적인 전통 순응이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아처가 왜 돌아가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당신 때문이라고 답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엘렌은 아처가 버티는 한 돌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둘은 손만 맞잡은 채 더는 다가서지 않습니다. 창밖으로 보스턴이 안개 속에 멀리 보입니다.
제25~26장: 백작의 특사, 추수감사절 식탁
보스턴에서 돌아온 아처는 엘렌과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도 오히려 평온하고 위로받은 기분입니다. 이튿날 뉴욕 역에서 런던에서 만났던 프랑스인 리비에르를 우연히 만나고, 그는 사무실로 찾아와 올렌스키 백작의 특사로 왔음을 털어놓습니다. 임무는 실패했다며 가족도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간청합니다. 아처는 보스턴 호텔 앞의 얼굴이 그였음을 알게 되고, 가족이 자신만 협상에서 빼놓았음을 깨닫습니다. 리비에르는 엘렌을 만난 뒤 그녀가 미국인이라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알았다며 백작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10월 중순 사교 시즌이 시작되면 아처 부인은 늘 뉴욕이 변했다고 한탄합니다. 추수감사절 만찬에서 가족과 잭슨 남매는 사치스러운 옷차림과 스트러더스 부인의 일요 모임, 뷰포트의 투기 소문을 두고 수군댑니다. 엘렌 이야기가 나오자 메이가 얼굴을 붉혀 아처는 의아해하고, 가족은 그녀가 남편에게 돌아가지 않아 못마땅해합니다. 서재에서 잭슨 씨는 엘렌의 생활비가 끊겼다고 넌지시 말하고 아처는 분개합니다. 그날 밤 아처가 워싱턴 출장 이야기를 꺼내자 메이는 엘렌을 꼭 만나 보라고 말합니다.
제27~28장: 보퍼트의 몰락과 할머니의 전보
아처가 워싱턴행을 정하자 수요일 아침 레터블레어 씨가 뷰포트 은행의 파산 위기를 전합니다. 때맞춰 메이의 쪽지가 오고, 캐서린 할머니가 가벼운 뇌졸중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전날 밤 레지나 뷰포트가 찾아와 가문이 자기 부부를 감싸 달라고 간청했고, 노부인은 정직이 먼저라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노부인은 엘렌을 전보로 불러오라고 하고, 가족은 마지못해 따르며, 메이가 전보문을 써 아처에게 맡깁니다. 메이는 아처가 워싱턴에 가 엇갈리겠다고 덧붙이고, 엘렌의 의무는 남편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아처가 전신국에서 전보를 부치다 레퍼츠와 마주치고, 엘렌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그에게 분노를 누릅니다. 뷰포트의 파산이 신문에 나자 뉴욕은 부부를 냉정하게 비난합니다. 밍곳 부인은 곧 회복해 뇌졸중을 소화불량이라 우깁니다. 점심 자리에서 엘렌을 마중할 사람이 없자 아처가 제이시티 역에 나가겠다고 자청합니다. 메이는 환히 웃으며 고마워하다가 워싱턴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캐묻습니다. 아처는 소송이 미뤄졌다고 거짓말하고, 메이는 거짓을 알아챈 듯하지만 모른 척합니다.
제29~30장: 눈 내리는 제이시티, 서재의 창문
눈 내리는 저녁, 기쁨에 들뜬 아처는 메이의 마차를 타고 제이시티 역에서 엘렌을 맞습니다. 마차가 배 위로 오르자 그는 그녀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만날 때마다 처음 같다고 고백합니다. 리비에르가 찾아왔다는 말에 엘렌은 놀라지 않고, 도망칠 때 그가 도왔다고 담담히 답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지만 그녀는 그와 함께 가는 곳이 결국 작고 초라한 나라일 뿐이라고 현실을 말합니다. 갑자기 그에게 입을 맞춘 그녀가 곧 물러나 앉아 오늘 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자, 아처는 마차를 세우고 홀로 내려 그녀를 보내며 걸어서 집으로 갑니다.
그날 저녁 아처는 메이와 단둘이 식사하며 그녀가 어머니를 닮아 가는 모습에서 권태를 느낍니다. 서재에서 창문을 열고 숨을 쉬다가, 메이가 죽어서 자신이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생각에 소스라칩니다. 며칠 뒤 밍곳 노부인이 아처를 혼자 부릅니다. 노부인은 엘렌이 곁에 머물기로 했고 생활비도 다시 주겠다고 하며, 가족이 반대할 테니 아처가 맞서 달라고 합니다. 엘렌은 그날 할머니의 마차를 빌려 불행한 뷰포트 부인을 위로하러 갔다고 전합니다. 노부인은 용기를 높이 산다며 이 대화는 메이에게 비밀로 하라고 이릅니다.
제31~32장: 미술관, 『파우스트』의 밤
아처는 엘렌이 할머니 곁에 남은 까닭이 자신의 침묵 속 결심을 눈치챘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 그는 일본까지라도 함께 가려던 계획이 거짓의 연속임을 깨닫고 마음이 식습니다. 그날 저녁 뷰포트 집에서 나오는 엘렌을 만나 이튿날 미술관에서 보자고 하고, 지나가던 레퍼츠가 눈치채고 피합니다. 박물관에서 엘렌은 그와 거리를 두려 이곳에 있다고 하다가 한 번 오겠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남편에게 돌아가야 하느냐고 되물어 그를 놀라게 하고, 그는 모레 오라고 매달리며 팔목을 잡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처에게 메이가 엘렌과 나눈 대화를 즐겁게 이야기한 뒤 입맞춤을 청합니다.
반 데르 루이덴 집 만찬에서 어른들은 엘렌이 뷰포트 집을 찾은 일을 나무랍니다. 오페라 『파우스트』 공연 중 아처는 결혼 드레스 차림의 메이를 보고 진실을 털어놓고 자유를 청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고, 두통을 핑계로 메이를 데리고 일찍 나옵니다. 집에서 아처가 엘렌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메이는 그녀가 이미 유럽으로 떠나기로 했다며 가로막습니다. 메이가 내미는 엘렌의 편지에는 다음 주 배를 탄다고 적혀 있습니다. 아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멈추고, 메이는 찢어진 드레스를 끌고 방을 나갑니다.
제33~34장: 송별 만찬, 그리고 쉰일곱 살의 벤치
뉴랜드와 메이가 신혼살림 이후 처음 여는 큰 만찬 날입니다. 고용한 요리사와 빌린 하인, 로마식 펀치, 금테 메뉴 카드까지 갖춘 자리이며, 반 데르 루이덴 부부가 일부러 남아 참석하는 이 자리는 엘렌의 송별연입니다. 아처는 그녀가 남편에게 돌아가지 않고 유럽으로 가니 자신이 뒤따르면 된다고 믿으며 버팁니다. 레터블레어는 맨슨 밍곳 노부인이 손녀에게 만드는 신탁 서류를 검토시키며 엘렌에게 불리한 조사 보고서를 슬쩍 내밀기도 합니다. 만찬 자리에서 아처는 온 일가가 자신과 엘렌을 연인으로 여기고, 둘을 갈라놓은 뒤 침묵 속에 메이 곁으로 결집했음을 깨닫고 포로가 된 기분을 느낍니다. 작별 때 아처는 마차 앞에서 단둘이 있고 싶었으나 반 데르 루이덴 부부가 그녀를 태워 가고, 그는 "곧 파리에서 보자"고 외칩니다. 밤늦게 아처가 메이에게 멀리 떠나고 싶다고 말하자, 메이는 임신했음을 알립니다. 이미 엘렌에게는 2주 전에 말했다며, 그때는 확신이 없었어도 자신이 옳았다고 승리감에 젖습니다.
세월이 흘러 쉰일곱 살의 아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신관 개관식에서 돌아와 이스트 39번가 서재에 앉아 있습니다. 이 방에서 메이가 첫 임신을 알렸고 장남 댈러스가 세례를 받았으며 딸 메리가 약혼했습니다. 아처는 주지사의 권유로 주 의회에 나갔으나 한 해 만에 낙선했고, 이후 시정 활동과 개혁 주간지 기고로 "좋은 시민"이 되었습니다. 메이는 막내 빌을 간호하다 폐렴으로 약 2년 전 숨졌습니다. 시카고의 댈러스는 수요일에 유럽행 배를 같이 타자고 하며 6월 5일에 파니 뷰포트와 결혼한다고 알립니다. 파리에서 댈러스는 파니의 부탁으로 올렌스카 백작부인이 5시 반에 기다린다고 전하고, 어머니가 죽기 전날 아버지가 가장 원하던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고 밝힙니다. 아처는 아내가 그런 것을 묻지 않았다고 답하지만, 누군가 알고 안쓰러워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풀립니다. 그는 혼자 파리를 거닐고 루브르에서 아직 쉰일곱일 뿐이라고 되뇌다가, 저녁 앵발리드 근처 광장에서 아들이 먼저 올라가도록 하고 자신은 벤치에 앉습니다. 상상 속의 그녀가 올라가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중얼거리며 오래 발코니를 바라보다, 하인이 차양을 걷고 덧문을 닫자 일어나 홀로 호텔로 돌아갑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오페라 박스, 사회가 스스로를 관람하는 곳
소설은 무대 위의 연애보다 객석의 눈빛을 먼저 보여 줍니다. 아처는 노래가 아니라 맞은편 박스의 메이를 바라보고, 도착해야 할 시각도 "멋진 일"인지 아닌지로 정합니다. 엘렌이 들어선 순간 사람들이 놀라는 이유는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느 자리에 나타났는지 때문입니다. 뉴욕에서는 행동보다 장소와 시점이 먼저 판결을 받습니다. 아처 자신도 클럽 박스 신사들의 도덕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첫 장의 은근한 아이러니입니다.
I didn't think the Mingotts would have tried it on.
밍곳 집안이 이런 시도를 할 줄은 몰랐네요.
I'm sure I'm dead and buried, and this dear old place is heaven
저는 이미 죽어 묻혔고, 이 정든 곳이 천국인 게 틀림없어요.
2. 맨슨 밍곳 부인, 규칙을 아는 사람의 자유
비대해진 몸으로 아래층 창가에 앉은 노부인은 사교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자, 사교계의 규칙을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약혼 기간을 길게 잡을 이유가 없다며 호통을 치고, 사순절 전에 결혼시키라고 재촉합니다. 이 말은 우스꽝스럽지만 날카롭습니다. 뉴욕은 모두가 서로를 알기 때문에 숨길 것도, 기다릴 것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규칙에서 벗어나 있어서가 아니라 규칙을 꿰뚫어 보아서 자유롭고, 책 후반부에서 엘렌의 편에 서는 힘도 여기서 나옵니다.
Everybody in New York has always known everybody.
뉴욕에서는 모두가 늘 모두를 알아 왔어.
Marry them before Lent; I may catch pneumonia any winter now
사순절 전에 결혼시키게. 나는 이제 어느 겨울이든 폐렴에 걸릴 수 있으니까.
3. 자유를 말하는 입, 겁먹은 손
제5장의 서재에서 아처는 엘렌을 변호하며 여자도 남자만큼 자유로워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나 곧 이 선언의 결과를 자신도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얼마 뒤 서재에서 메이의 사진을 보며 결혼이 안전한 닻이 아닐지 모른다고 느끼고,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엘렌 탓이라고 투덜댑니다. 그는 신념을 말하는 데는 거침이 없지만 그 신념이 요구하는 비용 앞에서는 머뭇거립니다. 책 전체에서 아처의 진보성은 대부분 생각 속에서만 움직입니다.
Why shouldn't she be conspicuous if she chooses?
그녀가 원한다면 눈에 띄면 왜 안 됩니까?
Women ought to be free--as free as we are,
여자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만큼 자유롭게요.
Hang Ellen Olenska!
엘렌 올렌스카 따위!
4. 반 데르 루이덴 부부, 드물어서 강한 권력
엘렌을 위한 만찬을 모두가 거절하자 아처는 반 데르 루이덴 부인을 찾아갑니다. 말수 적은 부인은 평소처럼 남편과 의논하겠다고 하지 않고 헨리 씨를 부르고, 헨리 씨는 가문의 지지를 받은 사람은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엘렌을 구합니다. 이 장면에서 권력은 법이 아니라 초대장 한 장으로 행사됩니다. 두 시간 뒤 초대장이 도착하면 소문은 사교계에 퍼지고 판세는 뒤집힙니다. 엘렌이 나중에 이 가문의 영향력이 드물게 나타나는 데서 나온다고 꿰뚫어 보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I shall first have to talk this over with my husband.
먼저 남편과 이 일을 의논해야 합니다.
This kind of thing must not happen in New York
이런 일이 뉴욕에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For their great influence; that they make themselves so rare.
그들의 큰 영향력 때문이에요. 스스로를 그토록 드물게 만드니까요.
5. 열두 다스의 혼수와 간판 문화
웰랜드 부인은 결혼 준비를 앞세워 아처의 일정을 가로막습니다. 혼수 이야기는 사교계의 시간표가 개인의 마음보다 앞선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엘렌은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기 방식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뉴욕이 그녀를 의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녀는 이 도시의 간판이 솔직해서 좋다고 하지만, 아처가 모든 것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고 응수하자 곧바로 진실을 묻습니다. 모른 척만 요구받는 사회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립니다.
Twelve dozen of everything--hand-embroidered--
모든 것을 열두 다스씩, 손으로 수놓아서요.
Why not make one's own fashions?
자기만의 유행을 만들면 왜 안 되죠?
Everything may be labelled--but everybody is not.
모든 것에 이름표가 붙어 있을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닙니다.
Does no one want to know the truth here, Mr. Archer?
여기서는 아무도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나요, 아처 씨?
6. 같은 틀로 찍힌 인형들
눈 덮인 공원에서 아처가 새 길을 가자고 호소하자 메이는 소설 속 인물처럼 구는 건 천박하다고 물리칩니다. 메이는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그녀에게는 관습 밖의 길이 애초에 상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아처의 탄식 속 "틀"은 그를 가두는 동시에 그가 가장 편히 쉬는 곳이기도 합니다. 같은 일상에 질린다는 말이 곧 일상을 떠나겠다는 말은 아니라는 점이 이 장면의 쓴맛입니다.
We're like patterns stencilled on a wall.
우리는 벽에 찍어 놓은 무늬 같아요.
We can't behave like people in novels, though, can we?
그래도 우리가 소설 속 사람들처럼 행동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Sameness--sameness!
똑같아, 똑같아!
7. 이혼 상담, 변호사가 되어 버린 연인
레터블레어 노인이 엘렌의 이혼 사건을 아처에게 맡기자 그는 거절하지 못합니다. 서류를 읽으며 그는 뉴욕이 불쾌한 일을 외면해 온 위선을 의식하지만, 엘렌 앞에서는 그 위선의 대변인이 됩니다. 법은 이혼을 허락하는데 관습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그의 설명은 정확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단념을 권하는 논리로만 쓰입니다. 엘렌의 반문이 날카로운 것은 자유가 아무것도 아니냐는 물음에 아처가 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녀를 지키려 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가문의 편에서 그녀를 설득한 셈입니다.
Are we only Pharisees after all?
결국 우리는 바리새인에 불과한 걸까?
I want to cast off all my old life
저는 옛 삶을 모두 벗어던지고 싶어요.
Our legislation favours divorce--our social customs don't.
우리 법은 이혼을 허락하지만 우리 사회의 관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But my freedom--is that nothing?
하지만 제 자유는 아무것도 아닌가요?
8. 윈셋과 빈 집의 그림들
아처는 극장에서 엘렌을 다시 만나 그녀가 외롭고 불행하다는 사실을 새삼 인정합니다. 그 직후 로비에서 만난 윈셋은 아처가 속한 계급을 거침없이 비꼽니다. 신사들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집에 머물며 삼가는 것만 배웠다는 것입니다. 아처는 그 말을 반박하지 못한 채 신사는 조국을 버릴 수 없다고 속으로 되뇔 뿐입니다. 윈셋의 말은 아처가 엘렌 앞에서 보이는 모습과 겹칩니다. 그는 행동하지 않는 자신의 선량함을 신사다움이라 부르는 사람입니다.
Ellen Olenska was lonely and she was unhappy.
엘렌 올렌스카는 외로웠고 불행했다.
A gentleman simply stayed at home and abstained.
신사는 그저 집에 머물며 삼갈 뿐이었다.
You're like the pictures on the walls of a deserted house
당신들은 버려진 집 벽에 걸린 그림 같습니다.
9. 두 개의 언어, 그리고 메이의 관대함
스쿠이터클리프의 불가에서 엘렌은 자신이 그의 언어를 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낯선 도시에서 온 사람의 하소연이면서 동시에 둘 사이의 간극에 대한 정직한 진단입니다. 아처는 순진함을 상상력에 마음을 닫고 경험에 가슴을 닫는 것으로 정의하며 거부하지만, 정작 메이가 세인트 오거스틴에서 보여 준 관대함은 그가 예상한 순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아처에게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를 저버리지 말라고 말하고, 아처는 그 용기에 놀랍니다. 다만 메이는 곧 소녀의 얼굴로 돌아가고, 독자는 그녀의 순진함이 어디까지 연기이고 어디까지 본심인지 끝까지 알 수 없습니다.
I don't speak your language
저는 당신의 언어를 쓰지 못해요.
the innocence that seals the mind against imagination and the heart against experience
상상에 대해 마음을, 경험에 대해 가슴을 봉해 버리는 순진함
Newland, don't give her up because of me!
뉴랜드, 나 때문에 그분을 포기하지 마세요!
10. 소문과 키스, 그리고 한 통의 전보
백작의 편지가 도착하자 아처는 차라리 엘렌이 죽는 걸 보겠다고 소리칩니다.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은 격렬하지만 그가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없습니다. 밍곳 노부인이 던진 농담, 왜 자기 손녀와 결혼하지 않았느냐는 말에는 사실 이야기 전체의 질문이 들어 있습니다. 같은 시기 엘렌은 그에게 입을 맞추고도 곧 물러서며, 그를 포기해야만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직후 메이의 전보가 도착해 결혼 날짜가 앞당겨지는데, 아처가 터뜨리는 웃음은 기쁨인지 체념인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의 정점에서 장은 끝납니다.
Now, why in the world didn't you marry my little Ellen?
그런데 도대체 왜 내 어린 엘렌과 결혼하지 않았나?
I would rather see her dead!
차라리 그녀가 죽는 걸 보겠습니다!
Ah, don't make love to me!
아, 제게 사랑을 속삭이지 마세요!
I can't love you unless I give you up.
당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11. 결혼식과 신혼여행, 안전해진 아내
결혼식 장면에서 아처는 한때 중요하다고 여겼던 예절 문제가 유치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며, 진짜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진짜 일을 겪고 있을 것이라 상상합니다. 그러나 신혼여행을 마친 뒤 그는 결혼에 대한 옛 관념으로 돌아가고, 메이의 순진함을 전통의 수호신처럼 느낍니다. 런던에서 리비에르와 나눈 대화는 이 변화를 비춥니다. 리비에르는 사상의 공기만이 숨 쉴 가치가 있다고 말하지만, 메이는 그 남자가 평범해 보였다며 초대를 반기지 않고, 아처는 자신의 모서리가 깎이는 것을 느낍니다. 사랑이 아닌 압력으로 사람이 다듬어지는 과정을 이 장들은 조용히 보여 줍니다.
How like a first night at the Opera!
오페라 개막일 밤과 어쩌면 이리도 같을까!
real people were living somewhere, and real things happening to them
진짜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살고 있고, 그들에게 진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The air of ideas is the only air worth breathing.
사상의 공기야말로 마실 만한 유일한 공기입니다.
their defence against the unknown, and their defiance of it
미지에 대한 그들의 방어이자 그것에 대한 도전
12. 뉴포트의 과녁과 돌아보지 않는 등
궁술 대회에서 메이는 우승하고, 뷰포트는 그것이 메이가 맞출 수 있는 과녁의 전부라고 빈정댑니다. 이 말은 악의적이지만 아처의 생각을 앞질러 대신 말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처는 메이의 선량함이 공허를 가린 막일지 모른다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날 바닷가에서 그는 정자에 등을 돌리고 선 엘렌을 보고, 돛배가 등대를 지나기 전에 돌아보지 않으면 가겠다는 내기를 스스로에게 겁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우연의 몫으로 넘기고 언덕을 오릅니다. 그 선택은 훗날 그가 반복해서 하는 방식을 미리 보여 줍니다.
To me the only death is monotony.
나에게 유일한 죽음은 단조로움이에요.
Yes; but that's the only kind of target she'll ever hit.
그렇지, 하지만 그게 그녀가 맞힐 수 있는 유일한 종류의 과녁이야.
the curtain dropped before an emptiness
공허 앞에 내려진 막
He turned and walked up the hill.
그는 돌아서서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13. 보스턴, 손만 잡은 하루
보스턴의 바닷가 여관에서 엘렌은 뉴욕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도 그것을 다른 나라의 복사본으로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풍자는 사교계에 대한 평가이자, 왜 그녀가 이곳에서 숨이 막히는지의 설명입니다. 아처가 왜 돌아가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당신 때문이라고 답하고, 그가 버티는 한 돌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두 사람은 손만 맞잡고 더는 다가서지 않습니다. 아처가 엘렌에게서 처음 본 것이 진짜 삶이라는 고백은, 그가 사랑하는 것이 엘렌 자신인지 그녀가 대표하는 다른 삶인지를 은근히 묻게 합니다.
discovered America only to make it into a copy of another country
아메리카를 발견하고는 다른 나라의 복사본으로 만들어 버렸다
I believe it's because of you.
저는 그게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I promise you: not as long as you hold out.
약속해요. 당신이 버티는 동안은 돌아가지 않겠어요.
14. 뷰포트의 몰락과 노부인의 명예
은행이 무너질 위기에 놓인 뷰포트 부인이 가문의 비호를 간청하자, 맨슨 밍곳 부인은 정직이 먼저라며 거절합니다. 이 장면은 사교계가 누구를 용서하고 누구를 버리는지를 보여 줍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같은 노부인이 엘렌만은 곁에 두고 용기를 높이 산다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뉴욕이 변화를 넘기는 방식은 끝날 때까지 모른 척하는 것인데, 노부인은 그 방식에서 벗어난 몇 안 되는 사람입니다. 엘렌을 새장에 다시 가두지 않겠다는 말은 아처에게 맞서라는 부탁이기도 합니다.
New York managed its transitions: conspiring to ignore them till they were well over
뉴욕은 변화를 이렇게 넘겼다. 변화가 한참 끝날 때까지 모른 척하기로 공모하면서.
Honour's always been honour, and honesty honesty, in Manson Mingott's house
맨슨 밍곳의 집에서는 명예는 언제나 명예이고 정직은 언제나 정직이었다.
You sweet bird, you! Shut you up in that cage again?
아이고 귀여운 새야! 너를 다시 그 새장에 가두라고?
I've always liked courage above everything.
나는 무엇보다 용기를 늘 좋아했다네.
15. 제이시티의 마차, 가까워지려면 멀어져야 한다
눈 내리는 제이시티에서 아처는 엘렌을 마중해 마차에 오르고, 그녀의 손바닥에 입을 맞춥니다. 이 장면에서 대화는 연인의 속삭임이 아니라 현실의 점검입니다. 엘렌은 고르곤을 마주해 본 사람의 목소리로 두 사람이 함께 갈 곳이 결국 작고 초라한 나라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리를 두어야만 가까울 수 있다는 역설에 이릅니다. 곧 이어 서재의 창가에서 아처는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되뇝니다. 이때 그는 아직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난 뒤라서 이 말이 무겁습니다.
Each time you happen to me all over again.
당신은 만날 때마다 내게 처음부터 다시 일어나는 일 같아요.
I've had to look at the Gorgon.
저는 고르곤을 마주해야만 했어요.
Oh, my dear--where is that country?
아, 이 사람아, 그런 나라가 어디 있나요?
We're near each other only if we stay far from each other.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만 가까워요.
16. 만찬이라는 포위망, 그리고 쉰일곱 살의 벤치
엘렌의 송별 만찬에서 아처는 온 일가가 자신들을 연인으로 여기고 침묵 속에 메이 곁으로 모였음을 깨닫습니다. 누구도 한마디 비난하지 않았지만 포위는 완벽합니다. 말보다 암시와 유추가 직접 행동보다 우월하다는 깨달음은 죽음처럼 느껴집니다. 메이의 마지막 한마디는 이 침묵의 승리를 증명합니다. 책의 끝에서 댈러스는 부모가 서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말하고, 아처는 파리의 벤치에서 올라가지 않는 쪽을 택합니다. 올라가는 순간 상상 속의 그녀가 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지만, 독자는 그가 평생 해 온 선택의 마지막 반복을 보게 됩니다. 그것이 비겁인지 충실인지 책은 끝내 단정하지 않습니다.
Archer felt like a prisoner in the centre of an armed camp.
아처는 무장한 진영 한가운데 갇힌 포로가 된 기분이었다.
a deathly sense of the superiority of implication and analogy over direct action
직접 행동보다 암시와 유추가 우월하다는 죽음 같은 감각
And you see I was right!
그러니 내가 옳았다는 걸 알겠죠!
You never did ask each other anything, did you?
두 분은 서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죠, 그렇죠?
It's more real to me here than if I went up
올라가는 것보다 여기서가 내게는 더 현실적이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순수의 시대』는 사건이 적고 장면이 촘촘한 책입니다. 처음이라면 제1장의 오페라 박스, 제7장의 반 데르 루이덴 저택, 제12장의 이혼 상담, 제24장의 보스턴 여관, 제29장의 제이시티 마차, 제33장의 송별 만찬, 그리고 마지막 제34장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 순서만으로도 아처가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어떻게 굳어 가는지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읽는 동안에는 인물이 무엇을 말했는지만큼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면 좋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의미가 말 바깥에, 초대장과 박스 자리, 침묵의 시점에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처를 단순히 비겁하다고 읽기보다, 그가 자기 시대의 규칙을 얼마나 깊이 자기 것으로 삼았는지를 지켜보면 마지막 장면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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