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83년 출간
The Adventures of Pinocchio
피노키오의 모험
울고 웃는 나무토막에서 태어난 꼭두각시가 말썽과 거짓말, 굶주림과 유혹을 지나 아버지를 구하고서야 진짜 소년이 되는 이야기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piece of wood.
옛날 옛적에 나무토막 하나가 있었다.
How ridiculous I was as a Marionette!
꼭두각시였을 때의 나는 얼마나 우스웠던가!
한눈에 보기
목수 마스트로 체리의 작업장에서 우는 소리를 내던 나무토막은 가난한 제페토의 손에서 피노키오라는 꼭두각시가 됩니다. 인형은 태어나자마자 달아나고, 충고하는 귀뚜라미를 망치로 죽이고, 아버지가 외투를 팔아 사 준 글자 책을 극장 표값으로 넘깁니다. 여우와 고양이에게 속아 금화를 잃고, 암살자에게 매달리고, 푸른 머리 요정에게 구조되고, 코가 늘어나는 거짓말을 배웁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이 되는가 싶더니 장난감 나라의 유혹에 넘어가 당나귀가 되고, 마침내 상어 뱃속에서 아버지를 만나 함께 탈출한 뒤 일하는 아들이 되어 소년으로 깨어납니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 찰스 디킨스 『올리버 트위스트』 (Oliver Twist)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한 권 요점
The Adventures of Pinocchio
『피노키오의 모험』은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1883년에 낸 소설입니다. 콜로디는 필명으로 알려져 있고, 이 이야기가 처음에는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은 36개의 짧은 장으로 되어 있으며 각 장은 한 가지 사건과 한 가지 실수로 끝납니다. 줄기는 단순합니다. 말 안 듣는 나무 인형이 거듭 잘못을 저지르고, 그때마다 굶주림과 매질과 후회라는 값을 치르며, 마침내 아버지를 위해 일하는 소년이 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한 훈계로만 읽기에는 장면들이 너무 기묘합니다. 귀뚜라미는 망치에 맞아 죽고, 시체 같은 요정이 창가에서 “나도 죽었다”고 속삭이고, 학교 친구들은 당나귀로 변해 팔려 갑니다. 훈계가 있되 웃음과 공포가 함께 달려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지금도 읽히는 이유입니다.
줄거리
제1~2장: 울고 웃는 나무토막
이야기는 “왕이 아니라 나무토막”이었다는 농담으로 시작합니다. 흔한 땔감 나무 한 토막이 늙은 목수 마스트로 안토니오의 작업장에 놓입니다. 코끝이 잘 익은 버찌처럼 둥글고 빨개서 모두가 마스트로 체리라고 부르는 사람입니다. 체리가 이 나무로 식탁 다리를 만들려고 손도끼를 들자 “살살 하세요” 하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립니다. 벤치 밑과 옷장 속과 거리까지 찾아도 아무도 없고, 대패질을 하자 나무는 간지럽다며 깔깔 웃습니다. 겁에 질린 체리는 바닥에 주저앉고 빨갛던 코는 짙은 보랏빛으로 변합니다.
마침 친구 제페토가 찾아와 춤추고 칼싸움하고 재주넘는 인형을 만들어 세상을 돌며 밥벌이를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때 나무 속 목소리가 “브라보, 폴렌디나!” 하고 외칩니다. 폴렌디나는 제페토의 옥수수죽 빛 가발 때문에 아이들이 붙인 별명이라, 그는 체리가 놀렸다고 오해합니다. 둘은 서로의 가발을 뺏고 물어뜯으며 싸우다가 화해하고 평생 친구가 되기로 합니다. 체리는 문제의 나무토막을 선물하고, 제페토는 절뚝이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제3~5장: 달아난 인형, 죽은 귀뚜라미, 깨진 달걀
제페토는 벽에 벽난로가 그려진 초라하지만 단정한 방에서 인형을 깎고 이름을 피노키오라 짓습니다. 눈은 움직여 노려보고, 코는 깎을수록 길어지고, 입은 웃으며 혀를 내밉니다. 인형은 완성도 되기 전에 제페토의 가발을 빼앗아 쓰고, 다리가 생기자 제페토의 코를 걷어차고, 걸음마를 익히자마자 거리로 달아납니다. 헌병이 그의 긴 코를 붙잡아 끌고 오지만 구경꾼들이 제페토를 매정한 아버지로 몰아세워 오히려 제페토가 감옥에 갑니다.
혼자 집에 돌아온 피노키오 앞에 그 집에서 100년 넘게 살았다는 말하는 귀뚜라미가 나타나 부모 말을 안 듣고 집을 나가는 아이는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고 충고합니다. 피노키오는 공부는 싫고 먹고 마시고 놀며 떠돌고 싶다고 맞섭니다. 귀뚜라미가 그런 이들은 결국 병원이나 감옥에 가며 “너는 나무 머리를 가졌다”고 하자, 화가 난 피노키오는 망치를 던지고 귀뚜라미는 벽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밤이 되자 지독한 허기가 찾아오고, 벽난로 위 솥이 그림일 뿐임을 안 피노키오의 코는 두 인치나 늘어납니다. 쓰레기 속에서 찾은 달걀을 팬에 깨뜨리자 병아리가 튀어나와 “껍질 까는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다”며 창밖으로 날아갑니다. 피노키오는 귀뚜라미 말이 옳았다고 울부짖으며 동냥을 나섭니다.
제6~8장: 타 버린 발, 배 세 개, 팔린 외투
폭풍우 치는 밤, 인적 없는 마을의 어느 집 초인종을 마구 울렸다가 피노키오는 노인이 퍼부은 얼음물을 뒤집어씁니다. 흠뻑 젖은 채 돌아와 발을 화로 위에 올려놓고 잠들고, 그사이 나무 발이 타서 재가 됩니다.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감옥에서 풀려난 제페토가 돌아옵니다. 발 없이 쓰러진 피노키오가 고양이가 먹었다고 둘러대자 제페토는 화를 내려다 눈물을 흘리고, 아침으로 아껴둔 배 세 개를 내줍니다. 껍질을 벗겨야 먹겠다던 피노키오는 결국 껍질과 속까지 다 먹어 치웁니다.
제페토는 벌 삼아 오전 내내 모른 척하다가 착하게 공부하고 일하겠다는 약속에 마음이 약해져 새 발을 만들어 줍니다. 종이 옷, 나무껍질 신발, 반죽 모자도 지어 줍니다. 학교에 가려면 글자 책이 필요한데 돈이 없자, 제페토는 기운 낡은 외투를 팔아 책을 사 옵니다. 이유를 묻자 “너무 더워서 팔았다”고 둘러대고, 피노키오는 눈물을 쏟으며 아버지 목을 껴안습니다.
제9~11장: 인형극장과 불 먹는 자
피노키오는 글자 책을 끼고 학교에 가며 아버지께 금은 외투를 지어 드리겠다는 꿈에 부풉니다. 그러다 피리와 북소리가 들려오자 오늘은 소리를 따라가고 학교는 내일 가자고 마음을 바꿉니다. 광장에는 “위대한 인형극장”이 있고 입장료는 4페니입니다. 종이 외투를 사 줄 사람은 없고, 한 아이는 자기도 아이라서 아이에게는 사지 않는다며 거절합니다. 결국 넝마주이가 4페니에 책을 사 가고, 피노키오는 극장으로 들어갑니다. 그 시각 제페토는 셔츠 바람으로 떨고 있습니다.
무대 위 할리퀸과 풀치넬라는 객석의 피노키오를 알아보고 “우리 형제 피노키오다!” 하고 외칩니다. 인형들이 그를 끌어올려 어깨에 태우고 돌아다니자 관객은 연극을 하라고 항의합니다. 그때 극장 주인 “불 먹는 자”가 나타납니다. 땅에 닿는 검은 수염, 오븐 같은 입, 뱀과 검은 고양이 꼬리로 꼰 채찍을 가진 무시무시한 모습입니다. 그는 양고기 구이의 땔감으로 피노키오를 쓰겠다며 끌고 오게 합니다. 그러나 그는 겉모습과 달리 마음이 약해 슬프거나 동정심이 일면 재채기를 합니다. 피노키오의 울음과 “아버지는 살아 있다”는 말에 재채기가 터집니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한다며 대신 할리퀸을 불에 던지라고 하자, 피노키오는 자신을 대신 묶으라고 외칩니다. 이 용기에 모두가 울고 주인도 재채기 끝에 두 사람을 용서합니다. 인형들은 새벽까지 춤추고 노래합니다.
제12~15장: 여우와 고양이, 암살자, 떡갈나무 가지
이튿날 불 먹는 자는 제페토의 사연을 듣고 금화 다섯 닢을 아버지께 드리라고 줍니다. 집으로 가던 피노키오는 절뚝발이 여우와 눈먼 고양이를 만납니다. 여우는 금화를 보고 침을 삼키고, 고양이는 눈을 번쩍 떴다가 얼른 감습니다. 지나가던 지빠귀가 나쁜 조언을 듣지 말라고 경고하자 고양이는 그 새를 깃털째 먹어 치웁니다. 둘은 “어리석은 이들의 도시” 근처 “기적의 들판”에 금화를 심으면 이튿날 금화 나무가 열린다고 속이고, 피노키오는 아버지도 책도 잊고 따라나섭니다.
레드 랍스터 여관에서 고양이와 여우는 엄청난 양을 먹어 치웁니다. 한밤중에 눈을 뜨니 두 친구는 두 시간 전에 먼저 떠났고 피노키오는 금화 한 닢으로 셋의 저녁값을 치릅니다. 어두운 길에서 말하는 귀뚜라미의 영혼이 희미하게 빛나며 돌아가라고 충고하지만 피노키오는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곧 검은 자루를 뒤집어쓴 두 그림자가 습격합니다. 그는 금화 넷을 혀 밑에 숨기고 입을 열지 않다가, 입을 벌리려는 손을 물어뜯는데 그것은 고양이 발이었습니다. 소나무에 올라도 소용없이 뛰어내려 도망치다가 숲속 하얀 집에 닿고, 창가에 나타난 하늘색 머리의 창백한 소녀는 “이 집엔 아무도 없다, 나도 죽었다”고 속삭이고 사라집니다. 암살자들이 칼로 등을 찌르지만 단단한 나무라 칼이 부서지고, 그들은 피노키오를 떡갈나무 가지에 목매달고 내일 오겠다며 떠납니다. 피노키오는 “아버지, 곁에 계셨다면” 하고 중얼거리며 눈을 감습니다.
제16~18장: 푸른 머리 요정, 약과 거짓말
하늘색 머리의 소녀는 천 년 넘게 숲에서 산 요정이었습니다. 요정은 매를 보내 매듭을 끊고, 푸들 메도로가 모는 유리 마차로 피노키오를 데려와 진주 벽의 방에 눕힙니다. 까마귀, 올빼미, 말하는 귀뚜라미 세 의사가 진찰하는데 까마귀와 올빼미는 서로 모순되는 소리만 하고, 귀뚜라미는 이 인형이 아버지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썽꾸러기라고 말합니다. 시트 밑에서 피노키오가 흐느낍니다.
요정이 열을 내리는 쓴 약을 건네자 피노키오는 설탕이 먼저라며 온갖 핑계로 마시지 않습니다. 그러다 검은 토끼 넷이 작은 관을 메고 들어와 곧 죽을 테니 데리러 왔다고 하자 약을 단숨에 마시고 낫습니다. 요정이 습격 사건을 묻자 금화를 잃었다고 거짓말하고, 이어 약과 함께 삼켰다고 말을 바꾸면서 코가 길어져 방을 나가지도 못합니다. 요정은 우는 그가 안쓰러워 딱따구리 천 마리를 불러 코를 쪼아 돌려놓고, 그를 동생으로 삼겠다 하며 제페토를 마중 나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숲에서 여우와 고양이를 다시 만납니다. 둘은 암살자 이야기에 맞장구치고 고양이의 붕대 감은 발은 굶주린 늑대에게 준 것이라고 눈물까지 흘리며 둘러댑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에 넘어간 피노키오는 어리석은 이들의 도시를 지나 들판에 금화 넷을 심고 신발로 물을 뿌립니다.
제19~22장: 도둑맞은 금화, 감옥, 뱀, 파수견
스무 분이 하루처럼 길게 느껴져 들판으로 달려가지만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나무 위 앵무새가 비웃으며 여우와 고양이가 금화를 파 가 달아났다고 알려 주고, 정직하게 일해 벌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피노키오는 늙은 고릴라 재판관에게 도둑을 고발하지만, 재판관은 이야기를 듣고 눈물까지 보이고도 “이 불쌍한 바보를 감옥에 넣으라”고 명합니다. 넉 달 뒤 황제의 승전 기념으로 죄수들이 풀려나자 피노키오는 자신도 도둑이라고 말해 석방됩니다.
요정의 집으로 향하던 피노키오는 길을 막은 초록 뱀 앞에서 거꾸로 진흙에 처박히고, 그 꼴에 뱀은 너무 웃다가 혈관이 터져 죽습니다. 허기에 지쳐 포도를 따다가 농부의 덫에 걸리고, 반딧불이는 남의 것을 가져가면 안 된다고 타이릅니다. 농부는 죽은 개 멜람포 대신 그를 닭장 지킴이로 쓰겠다며 목줄과 쇠사슬을 채웁니다. 한밤에 족제비 네 마리가 닭 한 마리를 줄 테니 짖지 말라고 제안하자 피노키오는 고개를 끄덕이는 척하다가 족제비들이 닭장에 들어가자 문을 닫고 큰 소리로 짖습니다. 농부는 감탄하며 목줄을 풀어 주고, 피노키오는 죽은 멜람포의 은밀한 거래는 밝히지 않고 뇌물을 거절했다고만 말합니다.
제23~25장: 비석, 바다, 벌들의 섬, 요정의 약속
요정의 집이 있던 자리에는 “동생 피노키오에게 버림받아 슬픔으로 죽은 요정”이라 새긴 대리석 비석만 남아 있습니다. 피노키오는 밤새 비석에 입 맞추며 웁니다. 비둘기가 날아와 제페토가 바닷가에서 새 대륙으로 가려고 작은 배를 만들고 있다고 알려 주고, 피노키오는 비둘기 등에 올라 하루를 날아 바닷가에 닿습니다. 그러나 거센 파도 속 작은 배는 큰 파도에 사라지고, 피노키오는 “아버지를 구하겠다”고 외치며 바다에 뛰어듭니다.
폭풍 속에서 밤새 헤엄쳐 어느 섬에 닿은 피노키오는 돌고래에게서 아버지가 산만 한 상어에게 삼켜졌을 것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곳은 모두가 일하는 “부지런한 벌들의 나라”입니다. 일하기 싫어 구걸하는 피노키오에게 석탄 장수와 미장이와 행인들은 일을 하라며 거절합니다. 물동이를 이고 가 주면 빵과 케이크를 주겠다는 작은 아주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식사 후 그 얼굴에서 푸른 머리와 목소리를 알아봅니다. 요정은 이제 어른이 되어 어머니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착한 아이는 순종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진실을 말하는 법인데 피노키오는 그동안 정반대였음을 시인하고, 내일부터 학교에 가고 직업도 고르라는 말에 일이 싫다고 하다가 게으름은 병이라는 타이름을 듣습니다. 피노키오는 진짜 소년이 되려고 애쓰겠다고 맹세합니다.
제26~29장: 학교, 바닷가의 싸움, 튀김팬, 분필 빵
학교에서 아이들은 인형을 놀리지만 피노키오가 발길질과 팔꿈치로 맞서자 오히려 인기를 얻습니다. 몇 주 뒤 선생님의 칭찬을 받는 모범생이 되지만 나쁜 친구가 많은 것이 흠입니다. 선생님과 요정이 거듭 경고해도 그는 “나는 똑똑해서 괜찮다”고 우깁니다. 어느 날 친구들이 바닷가에 산만 한 상어가 나타났다고 꾀자 처음엔 학교에 가야 한다고 하다가 결국 내기를 하며 뛰어갑니다. 상어는 없고 거짓말로 학교를 빼먹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일곱 아이는 공부 잘하는 피노키오를 비웃고, 싸움이 붙어 책을 던지다 두꺼운 산수책이 피노키오 대신 친구 유진의 머리를 맞힙니다. 아이들은 달아나고 피노키오만 남아 유진을 간호하다가 헌병들에게 범인으로 몰려 끌려갑니다. 그는 틈을 타 바다로 달아나고 맹견 알리도로가 뒤쫓습니다.
알리도로는 따라 뛰어들었다가 헤엄칠 줄 몰라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피노키오는 다시 쫓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개를 구합니다. 그러자 피노키오는 그물에 걸려 올라가고, 풀빛 피부에 풀 머리를 한 초록 어부가 그를 신종 물고기로 알고 밀가루를 묻혀 팬에 튀기려 합니다. 그 순간 기름 냄새를 맡고 들어온 알리도로가 이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알아본 개는 피노키오를 물고 달아나며 예전 은혜를 갚았다고 말합니다. 홉 자루를 옷 삼아 요정의 집에 가자 달팽이가 아홉 시간 만에 문을 열어 주고, 요정이 보낸 음식은 분필 빵과 마분지 닭이라 그는 기절합니다. 요정은 또 용서하며 1년을 성실히 지낸 그에게 내일 진짜 소년이 될 것이라고 알립니다. 그러나 인형의 삶에는 늘 ‘하지만’이 있다는 말로 장이 끝납니다.
제30~32장: 장난감 나라와 당나귀 귀
피노키오는 요정의 허락을 받아 파티 초대장을 돌리되 해 지기 전에 돌아오기로 약속합니다. 요정은 소년들이 약속을 쉽게 하고 쉽게 잊는다고 경고하지만 그는 자신 있게 맞섭니다. 가장 아끼는 친구 로메오, 별명 램프윅은 게으름뱅이에 장난꾸러기인데, 한밤중 마차를 타고 장난감 나라로 간다며 숨어 있습니다. 그곳은 학교도 선생도 책도 없고, 일요일만 빼고 매일이 토요일이며 방학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피노키오는 요정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몇 번이나 거절하고 집으로 가려 하지만 두 분만 더 기다리라는 말에 자꾸 발길을 돌립니다.
바퀴를 짚과 넝마로 감싸 소리 없이 온 마차는 색색의 당나귀 열두 쌍이 끌고, 마부는 버터 덩어리처럼 둥글고 고양이 같은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뚱뚱한 작은 사내입니다. 마차에는 백 명이 넘는 소년이 정어리처럼 빼곡히 탔고, 피노키오는 소년들이 “같이 가면 늘 행복해!” 하고 외치자 마음이 흔들려 탑니다. 그가 올라타려 하자 첫 당나귀가 걷어차는데, 마부는 웃으며 그 당나귀의 귀를 반쪽씩 물어뜯습니다. 달리는 도중 “너는 곧 후회하게 될 거야”라는 속삭임이 들립니다. 장난감 나라에서 다섯 달이 흐른 아침, 피노키오는 귀가 열 인치나 자라 당나귀 귀가 된 것을 물대야에 비춰 보고 절망합니다. 겨울잠쥐는 ‘당나귀 열병’이라며 두세 시간 뒤면 진짜 당나귀가 된다고 알려 줍니다. 피노키오는 램프윅 탓을 하다가 자신이 생각 없고 매정한 인형이었다고 자책합니다. 면 자루를 쓰고 찾아간 램프윅도 자루를 쓰고 있었고, 둘은 모자를 벗어 던져 서로의 귀를 보며 웃다가 네 발로 엎어집니다. 팔은 다리가 되고 얼굴은 주둥이로 길어지고 꼬리가 돋고, 울음은 “히힝” 하는 소리가 됩니다. 그때 마부가 문을 두드립니다.
제33~34장: 서커스의 당나귀, 바다 속으로
마부는 당나귀 울음소리로 둘을 알아봤다며 솔질로 윤을 낸 뒤 시장에 내다 팔아 램프윅은 농부에게, 피노키오는 서커스 단장에게 갑니다. 마부의 직업은 게으른 소년들을 장난감 나라로 데려가 놀게 하다가 당나귀가 되면 파는 것이고, 몇 해 만에 백만장자가 되었습니다. 피노키오는 짚과 건초를 거부하다 채찍을 맞고 배고픔에 건초를 먹으며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석 달 만에 춤과 재주를 익혀 첫 공연에 나서지만 객석 상자에 목걸이 메달에 인형 그림을 단 요정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울부짖다 코를 맞습니다. 다시 고개를 드니 요정은 사라졌고, 고리를 뛰어넘다 뒷다리를 다쳐 평생 절게 됩니다. 단장은 쓸모없다며 그를 시장에 내놓고, 북 가죽이 필요한 남자가 4센트에 사서 절벽에서 목에 돌을 달아 바다로 던집니다.
오십 분 뒤 남자가 밧줄을 끌어올리자 죽은 당나귀 대신 팔딱거리는 나무 인형이 나옵니다. 피노키오는 바닷물 탓인지 모른다며, 요정이 보낸 물고기 천 마리가 당나귀 가죽과 살을 먹어치우고 나무라서 이빨에 안 맞아 그냥 두고 갔다고 이야기합니다. 땔감으로 팔겠다는 남자를 피해 바다로 뛰어들어 멀리 헤엄쳐 가는데, 바다 한가운데 하얀 바위에서 하늘빛 털의 염소가 손짓하며 부릅니다. 그러나 “바다의 아틸라”로 불리는 상어가 입을 벌리고 쫓아와, 염소가 발굽을 내밀었지만 한발 늦어 피노키오를 달걀처럼 삼킵니다. 반 시간 만에 깬 그는 먹물 같은 어둠에서 함께 삼켜진 참치의 체념 섞인 말을 듣고도 소화되기 싫다며 희미한 불빛을 향해 걸어갑니다.
제35~36장: 상어 뱃속, 소년이 된 피노키오
상어 뱃속 기름 웅덩이를 지나 병에 꽂은 촛불 곁에서 산 물고기를 먹는 눈처럼 흰 노인은 제페토였습니다. 아들은 달려가 안기며 극장 주인, 여우와 고양이, 암살자, 놀라운 들판, 개 노릇과 비둘기까지 그동안의 고난을 줄줄 털어놓습니다. 제페토는 배가 폭풍에 뒤집혀 상어에게 삼켜진 지 두 해가 되었고, 상어가 삼킨 큰 배의 식량과 양초 덕에 버텼지만 이제 마지막 초 하나뿐이라고 말합니다. 수영을 못하는 아버지에게 피노키오는 등에 업히라며 죽더라도 함께 죽자고 합니다. 늙고 천식 있는 상어가 입을 벌린 채 자는 사이 둘은 발끝으로 혀 위를 지나지만, 재채기에 다시 뱃속으로 내팽개쳐지고 촛불도 꺼집니다. 피노키오는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의 손을 잡아 두 번째로 올라 이빨을 넘고, 아버지를 업은 채 고요한 달밤의 바다로 뛰어듭니다.
힘이 빠져 죽을 지경이 되었을 때 기타 같은 목소리의 참치가 나타나 둘을 등에 태워 뭍에 데려다 줍니다. 해안에서 눈이 먼 고양이와 꼬리를 판 여우가 구걸하지만 피노키오는 속담을 읊으며 “잘 가라, 거짓 친구들” 하고 물리칩니다. 지푸라기 오두막에서 말하는 귀뚜라미가 둘을 맞아 가르침을 주고, 오두막이 파란 털의 염소가 주고 간 것이었음을 알게 된 피노키오는 그것이 요정임을 깨닫고 웁니다. 우유 한 잔을 얻으려 농부 존의 우물에서 물 백 통을 긷던 그는 죽어 가는 당나귀가 램프윅임을 알아봅니다. 이후 다섯 달 넘게 새벽마다 물을 긷고 바구니를 엮어 팔며 아버지를 돌보고 독학으로 글을 익힙니다. 새 옷값 오십 푼은 병든 요정에게 전해 달라며 달팽이에게 맡깁니다. 그날 밤 요정이 꿈에 나타나 용서하고, 눈을 뜨자 진짜 소년이 되어 있습니다. 젊어진 제페토와 지갑 속 금화 오십 닢, 의자에 기대 선 낡은 나무 인형을 보며 그는 만족해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한 조각 나무토막
책은 독자의 기대를 비틀며 시작합니다. 어린 독자가 “왕이다!” 하고 외칠 것이라고 예상한 뒤 이렇게 받아칩니다.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piece of wood.
옛날 옛적에 나무토막 하나가 있었다.
그 나무는 값나가는 물건이 아니라 흔한 땔감입니다. 그러나 도끼가 닿는 순간 나무는 아이처럼 간청합니다.
Please be careful! Do not hit me so hard!
제발 조심하세요! 나를 너무 세게 때리지 마세요!
이 장면은 피노키오의 정체를 알려 줍니다. 그는 만들어지기 전부터 아픔을 느끼고 웃는 존재이고, 그래서 이후의 못된 짓도 단순한 물건의 고장이 아니라 아이의 잘못으로 읽힙니다. 제3장에서 제페토가 눈을 깎자 피노키오는 첫마디부터 아버지를 노려봅니다.
Ugly wooden eyes, why do you stare so?
못생긴 나무 눈, 왜 그렇게 노려보니?
2. 귀뚜라미와 망치
말하는 귀뚜라미의 첫마디는 이 책 전체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압축합니다.
Woe to boys who refuse to obey their parents and run away from home!
부모 말을 안 듣고 집을 떠나는 아이에게 화 있으라!
피노키오는 귀뚜라미의 지적이 정확하기에 더 화를 냅니다.
you are a Marionette and, what is much worse, you have a wooden head
너는 꼭두각시이고, 그보다 훨씬 나쁘게도 나무 머리를 가졌다.
망치는 귀뚜라미를 죽이지만 책은 그를 완전히 지우지 않습니다. 제13장에서는 영혼이 빛으로 나타나 다시 말을 겁니다. 올바른 충고를 죽여도 충고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구조가 이 책의 뼈대입니다. 화난 피노키오가 협박해도 귀뚜라미는 물러서지 않고 안타까워합니다.
Poor Pinocchio, I am sorry for you.
불쌍한 피노키오, 네가 안됐구나.
3. 배고픔과 세 개의 배
피노키오의 첫 번째 교사는 도덕이 아니라 허기입니다. 솔이 그림이었다는 걸 안 뒤 그는 이렇게 울부짖습니다.
Oh, how horrible it is to be hungry!
아, 배고픈 것은 얼마나 끔찍한가!
제7장에서 제페토는 자신의 아침 배 세 개를 아들에게 줍니다. 껍질을 벗겨 달라고 투정하는 아들에게 그는 이렇게 일러 줍니다.
In this world, even as children, we must accustom ourselves to eat of everything
이 세상에서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먹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속까지 아끼라는 말은 이어서 한 줄 속담이 됩니다.
Everything in this world may be of some use!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딘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 주는 사람의 처지를 모르던 아이가 배 껍질과 속까지 먹는 이 장면은 나중에 그가 건초를 씹고 물 백 통을 긷는 장면을 미리 보여 줍니다.
4. 팔린 외투, 팔린 글자 책
제8장은 이 책에서 가장 조용히 아픈 장면입니다. 책값이 없다는 말에 피노키오는 처음으로 철이 듭니다.
When poverty shows itself, even mischievous boys understand what it means.
가난이 모습을 드러내면 장난꾸러기도 그 뜻을 알게 된다.
외투가 어디 갔느냐는 아들의 물음에 제페토의 대답은 짧습니다.
It was too warm.
너무 더웠단다.
그런데 한 장 뒤 피노키오는 이 책을 4페니에 팔고 인형극을 보러 갑니다. 책을 받으려는 아이마저 이렇게 말합니다.
I am a boy and I buy nothing from boys
나는 아이라서 아이한테는 아무것도 사지 않아.
또래 아이가 오히려 인형보다 분별 있게 구는 장면입니다. 눈물과 약속이 곧 잊히는 순환은 이 책이 감정의 진실을 인정하면서도 의지의 약함을 감추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5. 불 먹는 자의 재채기
인형들은 객석의 피노키오를 형제로 알아봅니다.
Come to the arms of your wooden brothers!
너희 나무 형제들의 품으로 오렴!
불 먹는 자는 가장 무서운 겉모습과 가장 약한 마음을 한 몸에 지닌 인물입니다. 피노키오가 친구 할리퀸 대신 불에 던져지겠다고 나서자 그는 재채기를 거듭하다 이렇게 부릅니다.
You are a brave boy!
너는 용감한 아이로구나!
용서도 짧고 가볍게 내려집니다.
Pardon is yours!
용서는 네 것이다!
피노키오가 책에서 처음으로 남을 위해 자기 몸을 내놓는 장면입니다. 앞뒤가 다른 아이의 가장 좋은 순간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터져 나온다는 점에서, 이 인물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줍니다.
6. 여우와 고양이의 거짓 가난
절뚝발이 여우와 눈먼 고양이는 세상의 사기를 인격화한 한 쌍입니다. 학교에 가고 싶다는 피노키오에게 그들은 자기 장애를 증거 삼습니다.
For the silly reason of wanting to study, I have lost a paw.
공부하겠다는 어리석은 이유로 나는 발 하나를 잃었단다.
그들의 입에서는 가장 뻔뻔한 자선의 말도 나옵니다.
We work only to enrich others.
우리는 남을 부자로 만들려고만 일해.
지빠귀가 경고하자 고양이는 그 새를 깃털째 먹어 치웁니다.
Pinocchio, do not listen to bad advice.
피노키오, 나쁜 충고를 듣지 마.
경고하는 새가 죽는 순간에도 피노키오는 금화를 놓지 않습니다. 사기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욕심이 귀를 닫는 문제라는 점이 이 장면에 있습니다.
7. 하룻밤 부자와 암살자
귀뚜라미의 영혼은 마지막으로 나타나 충고합니다.
Don’t listen to those who promise you wealth overnight, my boy.
하룻밤에 부자가 되게 해 준다는 자들의 말을 듣지 마라.
피노키오는 듣지 않고 곧 두 그림자에게 습격당합니다. 그는 혀 밑에 금화를 숨기고 입을 열지 않다가 암살자의 손을 물어뜯습니다. 도망친 끝에 닿은 하얀 집 창가에서 창백한 소녀가 말합니다.
No one lives in this house.
이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소녀는 이어서 자신도 죽었다고 말하고 사라집니다. 동화가 가장 어두운 곳에 닿는 대목이고, 곧바로 피노키오는 떡갈나무 가지에 매달립니다. 아이를 겁주는 장면이지만, 나무 인형이 칼을 부러뜨리는 이 장면은 이상하게도 웃음과 공포를 섞어 놓았습니다.
8.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
요정의 방에서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시작하고, 요정은 웃으며 그 방식을 알려 줍니다.
Lies, my boy, are known in a moment.
얘야, 거짓말은 금세 들통난단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분이 나옵니다.
There are two kinds of lies, lies with short legs and lies with long noses.
거짓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다리가 짧은 거짓말과 코가 긴 거짓말.
약을 마시지 않는 이유 역시 아이다운 실토로 끝납니다.
all boys hate medicine more than they do sickness
아이들은 병보다 약을 더 싫어하니까요.
코가 길어지는 벌은 거짓말의 크기가 아니라 거짓말의 얼굴이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둘러대며 말을 바꿀수록 코가 늘어 문을 나가지도 못하는 모습은 웃음을 주면서도 거짓이 몸을 가두는 감각을 정확히 짚습니다.
9. 어리석은 이들의 도시
기적의 들판의 사기가 드러나는 순간, 앵무새는 정직한 돈벌이의 길을 말합니다.
one must work and know how to earn it with hand or brain
돈은 일해서, 손이나 머리로 벌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도시의 법은 피해자를 벌합니다. 고릴라 재판관은 이야기에 눈물을 보인 뒤 판결을 내립니다.
Take him, therefore, and throw him into prison.
그러니 이 아이를 데려가 감옥에 던져라.
풀려날 방법도 뒤집힌 논리입니다. 도둑이어야 나갈 수 있다는 간수의 말에 피노키오는 이렇게 외칩니다.
I, too, am a thief.
저도 도둑이에요.
콜로디는 이 부분에서 이야기를 사회 풍자로 바꿉니다. 피해자는 바보로 취급되고 거짓 자백이 자유를 사는 도시를 “어리석은 이들의 도시”라 부르는 것은 가볍지 않은 농담입니다.
10. 파수견의 정직
포도를 따다 덫에 걸린 피노키오에게 반딧불이가 타이릅니다.
Hunger, my boy, is no reason for taking something which belongs to another.
얘야, 배고픔은 남의 것을 가져갈 이유가 못 된다.
농부에게 개 목줄이 채워진 그는 족제비들의 뇌물 제안을 영리하게 되받아칩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감탄을 받는 순간에 한 선택이 더 눈에 띕니다. 죽은 멜람포가 한 거래를 그는 말하지 않습니다.
The dead are gone and they cannot defend themselves.
죽은 이들은 떠났고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다.
뇌물을 거절했다는 사실만 말하며 그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I never have been, nor ever shall be, bribed.
나는 매수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다.
자기를 “아주 못된 꼭두각시”라 소개하면서도 이 대목에서만큼은 고백과 신의가 엇갈립니다. 피노키오의 도덕은 규칙이 아니라 눈앞의 사람과 사정에 대한 연민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보입니다.
11. 비석과 바다, 그리고 구걸
요정이 죽었다고 믿고 우는 피노키오에게 비둘기는 하루를 날아 주며 이렇게 일러 줍니다.
hunger is the best sauce!
배고픔이 최고의 양념이란다!
제24장의 섬은 이 말의 현장입니다. 벌들의 나라에서는 모두가 일하고, 구걸하려는 피노키오는 번번이 거절당합니다. 석탄 장수는 네 닢을 줄 테니 수레를 끌라고 하고, 피노키오가 자기는 당나귀가 아니라고 하자 이렇게 답합니다.
eat two slices of your pride
자존심을 두 조각 먹으렴.
이 대답은 날카롭습니다. 피노키오는 나중에 정말 당나귀가 되어 채찍 아래 재주를 부리는 신세가 됩니다. 이 섬에서 그가 내뱉는 말은 한 줄입니다.
I was not born for work.
나는 일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그 말을 이 책은 오래 두지 않고 곧바로 물동이로 되돌립니다.
12. 요정의 약속
요정이 어른이 되어 돌아온 장면에서 피노키오는 학교에 가기엔 늦었다고 변명합니다.
it is never too late to learn.
배우기에 늦은 때란 없다.
일이 싫다는 말에 요정은 병명으로 답합니다.
Laziness is a serious illness and one must cure it immediately
게으름은 중병이어서 즉시 고쳐야 한다.
피노키오는 그 자리에서 약속합니다.
I want to become a good boy and be a comfort to my father.
나는 착한 아이가 되어 아버지께 위로가 되고 싶어요.
요정은 게으름을 죄가 아니라 병이라 부르고, 그래서 벌 대신 치료를 말합니다. 이 책의 교육관이 가장 부드럽게 드러나는 곳이며, 소년이 되는 조건이 마법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점이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13. 은혜와 달팽이
학교에서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바닷가 싸움에서 알리도로를 구해 준 피노키오는 뜻밖에도 이 한 줄에 목숨을 얻습니다.
in this world, what is given is always returned.
이 세상에서 베푼 것은 언제나 돌아온다.
개는 제29장에서 그 말을 지켜 피노키오를 튀김팬에서 건집니다.
We are in this world to help one another.
우리는 서로 돕기 위해 이 세상에 있다.
그 뒤 요정의 집 문을 여는 달팽이는 아홉 시간이 걸립니다.
I am a snail and snails are never in a hurry.
나는 달팽이이고, 달팽이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단다.
그리고 장은 한 줄의 경고로 닫힙니다.
there’s always a BUT which is apt to spoil everything.
모든 것을 망치기 쉬운 ‘하지만’이 언제나 있다.
달팽이의 느림과 ‘하지만’의 갑작스러움이 이어 붙은 이 대목은 해피엔딩 직전에 책이 한 번 더 발목을 거는 방식입니다.
14. 장난감 나라의 유혹
요정은 약속을 허락하면서 소년들의 속성을 짚습니다.
Boys give promises very easily, but they as easily forget them.
소년들은 약속을 아주 쉽게 하지만 그만큼 쉽게 잊는단다.
램프윅이 꾀는 나라는 학교도 책도 선생도 없는 곳입니다.
In the Land of Toys, every day, except Sunday, is a Saturday.
장난감 나라에서는 일요일만 빼고 매일이 토요일이다.
유혹은 논리가 아니라 합창으로 옵니다.
Come with us and we’ll always be happy.
우리와 함께 가자, 그러면 언제나 행복할 거야.
백 명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이 문장이 피노키오를 흔드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소속감입니다. 마부의 달콤한 목소리와 귀를 물어뜯는 장면은 이 나라가 처음부터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려 주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15. 당나귀가 되는 아침
당나귀 귀를 본 피노키오는 처음으로 책임을 남에게서 자신에게로 돌립니다.
I am a heedless Marionette--heedless and heartless.
나는 생각 없는 꼭두각시, 생각 없고 매정한 꼭두각시야.
변신이 끝난 뒤에는 체념이 남습니다.
But what is done can’t be undone!
하지만 이미 한 일은 되돌릴 수 없어!
서커스 마구간에서 건초를 씹으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But how much happier I should be if I had studied!
하지만 공부했더라면 나는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이 변신에서 인상적인 것은 벌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택한 삶의 결과로 온다는 점입니다. 일하기 싫다던 아이가 짐을 끄는 짐승이 되고, 놀기만 하던 아이가 구경거리가 됩니다. 마부는 이 과정을 사업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16. 바다의 속임수와 상어
당나귀로 물에 던져졌다 인형으로 돌아온 피노키오는 구매자 앞에서 특유의 입담을 되찾습니다.
The sea is fond of playing these tricks.
바다는 이런 장난을 좋아한단다.
상어 뱃속에서 만난 참치는 체념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물고기로 태어났다면 프라이팬보다 물속에서 죽는 편이 품위 있다는 참치의 말에 피노키오가 헛소리라고 외치자, 참치는 점잖게 응수합니다.
opinions should be respected.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어둠 속에서도 피노키오는 아버지의 작은 불빛을 찾아갑니다. 제35장에서 그는 수영을 못한다는 아버지를 설득합니다.
if it is written that we must die, we shall at least die together.
죽을 운명이라면 적어도 함께 죽자.
재채기에 내팽개쳐진 뒤에도 이렇게 말합니다.
Follow me and have no fear.
나를 따라오세요, 두려워 마세요.
이 책에서 처음으로 아이가 아버지를 이끕니다. 같은 인물이 어릴 적 아버지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났다는 사실이 이 장면을 무게 있게 만듭니다.
17. 소년이 된다는 것
탈출한 피노키오는 해안에서 여우와 고양이를 다시 만납니다. 이번에는 속담으로 물리칩니다.
Stolen money never bears fruit.
훔친 돈은 결코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귀뚜라미는 오두막에서 망치 이야기를 꺼내며 오래전의 일을 교훈으로 돌려 줍니다.
we must be kind and courteous to others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예의 발라야 한다.
피노키오는 말로 약속하지 않고 몸으로 보여 줍니다. 물 백 통을 긷고 바구니를 엮고 아버지를 위한 수레 의자를 만들고, 새 옷값을 병든 요정에게 보냅니다. 그가 달팽이에게 하는 말은 결심의 증명서입니다.
Until today I have worked for my father.
오늘까지 나는 아버지를 위해 일해 왔다.
그날 밤 꿈에서 요정은 그를 칭찬합니다.
Bravo, Pinocchio!
브라보, 피노키오!
변신의 순간은 조용히 옵니다. 요정이 마법으로 바꾸어 준 것이 아니라 일하는 몇 달이 그를 바꾸어 놓았고, 아침에 눈을 뜨자 방이 달라져 있습니다. 벽에 기대 선 낡은 나무 인형을 보며 그는 만족해합니다.
How ridiculous I was as a Marionette!
꼭두각시였을 때의 나는 얼마나 우스웠던가!
마지막 장면에서 나무 인형은 버려지지 않고 의자에 기대 앉아 있습니다. 소년이 된다는 것은 옛 자신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옛 자신을 웃으며 돌아볼 수 있게 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피노키오의 모험』은 36개의 짧은 장으로 되어 있어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1장(우는 나무토막), 4장(귀뚜라미와 망치), 8장(팔린 외투), 15~17장(목매달림과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어서 30~32장(장난감 나라와 당나귀 귀)과 35~36장(상어 뱃속과 소년의 아침)이 책의 중심입니다. 이 책은 어린이에게 훈계하는 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읽어 보면 훈계보다 장면이 앞섭니다. 굶주림은 웃기고, 사기꾼은 능청스럽고, 재판은 뒤집혀 있고, 장난감 나라는 즐거운 만큼 무섭습니다. 피노키오는 끝내 완벽하게 착해지지 않고, 그래서 독자는 그의 실수를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어린 시절에 읽고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제페토의 외투와 배 세 개가 가장 크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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