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93년 출간
My Friend the Murderer
내 친구 살인자
호주 금광촌의 산적과 부다페스트의 저주받은 도끼, 비둘기가 든 네모난 상자까지, 공포와 웃음을 오가는 열두 편의 미스터리와 모험담
Every man for himself, say I, and the devil take the luckiest.
각자도생이야, 내 말은. 운 좋은 놈은 악마가 잡아가라지.
I dislike my fellow-mortals.
나는 동료 인간들이 싫다.
한눈에 보기
감옥 의사에게 자기 도피 행각을 털어놓는 밀고자 말로니로 시작해, 같은 산적단을 추격하는 「블루맨스다이크의 골짜기」, 설교로 마을을 속인 도둑 「잭맨 협곡의 목사」까지 호주 식민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운데에는 손에 쥔 사람마다 친구를 해치게 만드는 「은빛 도끼」, 난파선 여인을 둘러싼 「대천사에서 온 남자」, 폭탄인 줄 알았던 상자의 반전 「저 작은 네모 상자」, 러시아 비밀 결사 소동 「허무주의자들 사이의 밤」이 놓인다. 뒤쪽은 금광촌 순정 이야기 「뼈」, 가짜 유령 소동 「유령 선택하기」, 다이아몬드를 찾는 「사사사 계곡의 미스터리」, 거짓말인지 알 수 없는 「미국인의 이야기」, 두 구혼자의 경마 내기 「우리의 더비 스윕스테이크」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스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 아서 코난 도일 『잃어버린 세계』 (The Lost World)
한 권 요점
My Friend the Murderer
『내 친구 살인자』는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쓴 단편 모음집으로, 1893년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일은 1859년에 태어나 1930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의사 출신으로 셜록 홈스를 만든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 책의 표제는 『내 친구 살인자, 그리고 기타 미스터리와 모험』이며 모두 열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홈스가 등장하지 않는 초기 단편들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무대는 호주 금광촌에서 부다페스트, 스코틀랜드 해안, 대서양을 건너는 증기선, 러시아 남부, 남아프리카, 미국 서부, 영국 시골 저택까지 넓게 퍼져 있습니다. 같은 작가가 쓴 것이 맞나 싶을 만큼 어조가 다양합니다. 어떤 편은 섬뜩한 저주담이고, 어떤 편은 허풍에 가까운 익살극이며, 어떤 편은 순박한 사람의 비극입니다. 공통점은 사건의 뼈대를 먼저 단단히 세운 뒤 마지막에 판을 뒤집는 솜씨입니다. 법의 눈을 피해 다니는 사내, 믿어지지 않는 일을 겪는 사람, 오해로 만들어진 위기가 자주 나오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자랑하는지 읽는 맛이 큽니다.
줄거리
1. 내 친구 살인자: 감옥 의사에게 털어놓은 도피기
호주 서부 퍼스 감옥의 의사인 화자는 어느 아침 간수장 맥퍼슨에게서 82번 죄수가 감기에 걸렸으니 이야기를 나눠 보라는 귀띔을 듣습니다. 82번은 블루맨스다이크 산적단의 학살과 얽힌 악명 높은 밀고자 울프 톤 말로니였습니다. 처음에 말로니는 방문을 반기지 않고 독방이 자기 집이라며 성질을 부리지만, 의사가 건넨 한마디에 기세가 꺾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동료들을 교수대에 보내는 증언으로 사면을 받았으나 석방은 평화가 아니었습니다. 뉴질랜드 더니든에서는 성난 군중이 그를 나무에 매달려 했고, 말을 탄 경찰이 달려와 겨우 살았습니다. 감옥 간수가 몰래 시드니행 배에 태워 보내자 시드니에서는 부두에서 시민 대회가 열려 그를 다시 돌려보내기로 결의합니다. 금덩이를 허리띠에 꿰매 영국으로 건너가서는 선장과 도선사가 짜고 경찰에 알렸고, 그는 바지선으로 도망쳐 파리까지 가지만 오페라 극장 복도에서 템스강에서 마주친 사복 형사를 다시 만납니다. 형사는 그가 호주로 돌아갈 때까지 따라붙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말로니는 영국의 점잖음이 숨 막혔기 때문에 순순히 애들레이드로 돌아가 정착합니다. 그가 두려워하는 상대는 문신한 톰이라는 옛 원수였습니다. 몇 달 뒤 석방된 말로니는 길가 여관 앞에서 그 원수와 권총을 쏘며 맞붙습니다. 상대가 치명상임을 의사에게서 확인하자 환호하며 마지막 술값을 돌리고 숨을 거둡니다. 신문 기사는 그가 한때 술집을 운영하며 여행자 이삼십 명을 해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합니다.
2. 블루맨스다이크의 골짜기: 열세 구의 시신과 추격
폭풍이 몰아치는 밤, 트라팔가 마을 가게의 뒷방에서 늙은 톰 브로드허스트와 조지 허튼이 광산에서 돌아오기로 한 아들들을 기다리며 불안해합니다. 이튿날 모리스의 말이 주인 없이 돌아오자 미국인 광부 시카고 빌이 총알 자국과 핏자국을 읽고 산적들의 소행임을 알립니다. 버턴 경감과 젊은 기병 브랙스턴, 시카고 빌이 합류한 추격대가 골짜기에서 열세 구의 시신을 찾아냅니다. 추격은 몇 주 동안 소득이 없고 대원들은 흩어져 숲을 뒤집니다. 3주 뒤 브랙스턴은 언덕 위로 오르는 연기를 보고 혼자 야습에 나서 천막을 덮쳐 여섯 명을 권총 두 자루로 제압합니다. 보초가 총을 겨눈 순간 몰래 뒤따라온 시카고 빌이 바위 뒤에서 쏘아 그를 쓰러뜨립니다. 포로 가운데 외눈의 말로니도 있었고, 그는 훗날 증인으로 돌아서서 교수대를 피합니다. 화자는 맺음말에서 브랙스턴이 경찰 간부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3. 잭맨 협곡의 목사: 설교가 열어 준 금고
1853년 무렵 금광촌 잭맨 협곡에 엘리아스 B. 홉킨스라는 창백하고 왜소한 사내가 나타납니다. 금 캐기에는 서툴지만 그는 술집 통 위에 올라 요한계시록을 밤새 읽어 대며, 욕설이 나올 때만 낭독을 이어 가는 방식으로 한 달 만에 마을의 욕설과 폭음을 몰아냅니다. 처음에는 불량배 필립스와 모울이 그를 감싸기까지 합니다. 사격과 포커 솜씨도 있어 허물없이 지내던 홉킨스는 일요일 예배를 제안하고, 광부들은 통나무 건물에 모여 문밖 통에 권총을 맡깁니다. 설교가 한창일 때 총성이 울리고, 문이 밖에서 잠긴 가운데 그는 산적 콘키 짐이라고 정체를 밝힙니다. 필립스와 모울이 저장소의 금을 싣고 이미 떠나는 중이니 한 시간을 앉아 있으라는 것입니다. 한 시간 뒤 그는 말을 타고 사라지고, 관리인 워번은 빈 가게 문턱에서 숨져 있습니다. 마을은 훗날 번창하지만 사회 개혁가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후일담이 붙습니다.
4. 은빛 도끼: 친구의 피로 붉어지라
1861년 12월 3일 부다페스트 대학의 오토 폰 홉슈타인 교수가 대학 입구 근처에서 살해되고, 아흐레 뒤 쉬퍼가 같은 방식으로 죽어 도시가 공포에 빠집니다. 크리스마스 새벽 의대생 폰 슐레겔이 눈 속에서 박물관의 은도끼를 주운 직후 절친 슈트라우스를 습격하다 붙잡힙니다. 경찰서에 나타난 빌헬름 슐레싱어는 교수를 죽였다고 자백하고, 마법이라며 도끼를 가리킵니다. 마법은 법률 용어에 없다고 코웃음 치던 바움가르텐 경감도 부하 윙켈에게 도끼를 휘둘렀다가 서까래에 맞아 자루가 산산이 부서집니다. 속이 빈 자루에서 중세 독일어 양피지가 나오는데, 이 무기를 쥐는 모든 손이 친구의 피로 붉어지라는 장미십자회 저주였습니다. 쉬퍼를 죽인 관리인 라인마울은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법정은 피고 모두를 무죄로 풀어 줍니다. 랑게만 박사는 도끼 자루에 광기를 일으키는 독이 발려 있었을 가능성을 증거 없는 가설로 내놓습니다. 도끼 조각은 연못에 던져졌고, 슐레싱어는 훗날 군의관으로 전장에서 부상자를 구하다 쓰러집니다.
5. 대천사에서 온 남자: 난파선의 여인
인간을 싫어해 스코틀랜드 케이스니스 해안의 낡은 집에 틀어박혀 화학과 철학에 몰두하던 존 맥비티는 폭풍우 치는 밤 암초에 부딪힌 러시아 범선을 봅니다. 사람을 구할 마음이 없던 그는 마음을 바꿔 젊은 여자 소피를 구합니다. 이튿날 해안에 나타난 선장 오우르가네프는 그녀가 자기 아내라고 주장하지만 소피는 공포에 질려 맥비티에게 매달리고, 맥비티는 넘겨주기를 거부합니다. 오우르가네프는 아르한겔의 결혼식장에서 그녀를 데려왔다는 사연을 털어놓고, 맥비티는 한 달이 넘도록 경계하며 지냅니다. 어느 폭풍 전날 저녁 오우르가네프가 소피를 안고 보트로 떠나자 맥비티는 한발 늦습니다. 이튿날 아침 해안에는 부서진 보트와 함께 오우르가네프의 시신이 밀려오고, 그 아래에 소피도 숨져 있었습니다. 맥비티는 가정부 매지와 둘을 한 무덤에 묻습니다.
6. 저 작은 네모 상자: 오늘 밤의 거사
예민하기로 소문난 작가 해먼드는 보스턴에서 영국으로 가는 스파르탄호에 오르다 막판에 탄 두 사내 플래니건과 뮐러가 방아쇠가 달린 네모난 상자를 두고 오늘 밤의 일을 의논하는 소리를 엿듣습니다. 마침 페니언 단체의 폭탄 음모가 신문에 오르내리던 때여서 해먼드는 확신하지만, 친구 딕 머튼은 그가 늘 헛다리를 짚는다며 비웃습니다. 선장에게 알리려 해도 용기가 나지 않아 하루 종일 망설이다가, 저물녘 보트 위에서 그 상자를 열려는 순간 해먼드는 영웅처럼 외치며 달려듭니다. 방아쇠가 떨어지고 상자 옆면이 열리자 날아간 것은 비둘기 두 마리였습니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두 사내는 장거리 비둘기 경주를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7. 허무주의자들 사이의 밤: 가방 꼬리표 하나
오데사 곡물상 베일리 상회의 젊은 사원 톰 로빈슨은 지점장 딕슨의 은밀한 임무를 받아 솔테프의 지주 디미도프를 찾아가는 기차에 오릅니다. 그는 동료 그레고리에게 빌린 가방에 영국식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온 허무주의 조직 요원 구스타브 베르거로 오인되어 비밀 결사의 집회에 끌려갑니다. 배신자에 대한 처형이 진행되는 자리에서 로빈슨은 목숨을 지키려 아는 척 둘러대며 버팁니다. 그때 진짜 베르거가 들이닥쳐 그를 가짜로 몰아세우고, 로빈슨이 권총을 쏘는 순간 경찰이 난입합니다. 기차에서 마주친 검은 눈의 사내가 솔테프 경찰서장이었고, 결사는 소탕되며 로빈슨은 승진합니다.
8. 뼈: 하비의 수문의 만우절 장난
호주 금광촌 하비의 수문에서 덩치 크고 순박한 광부 에이브 더튼, 별명 본즈는 교양 있는 동업자 잭 모건(보스)과 기울어진 오두막에 삽니다. 폭풍우 치는 밤 보스가 폭주하는 마차를 목숨 걸고 세워 감정사 싱클레어와 딸 캐리를 구하고, 본즈는 캐리에게 반해 마을 전체가 말끔해질 만큼 달라집니다. 서툰 대화를 나눈 본즈를 보며 광부들은 만우절 장난으로 캐리 이름의 가짜 밀회 편지를 보냅니다. 정원으로 간 본즈는 캐리에게 퇴짜 맞은 블랙 퍼거슨이 이끄는 산적 여섯 명을 마주칩니다. 그들은 캐리를 노리고 온 것이었고, 본즈와 달려온 보스가 좁은 길목을 막고 버팁니다. 뒤늦게 장난을 구경하러 왔던 광부들이 합세해 산적을 제압하지만 본즈는 가슴에 총을 맞고 문턱에 쓰러집니다. 그는 캐리에게 낯선 단어를 말하려다 끝맺지 못하고 정신을 잃습니다. 그러나 튼튼한 체질로 회복해 캐리와 결혼하고,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토요일 밤이면 이 이야기를 하며 부부를 위해 건배합니다.
9. 유령 선택하기: 고레스트호프 그레인지의 유령들
식료품상 출신 벼락부자 아르겐타인 도드는 중세풍 저택 고레스트호프 그레인지를 샀지만 유령이 없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이웃 조록스의 농장에는 유령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 매틸다의 사촌 잭 브로켓이 런던의 유령 중개인 아브라함을 불러 오고, 그는 연회장에서 도드에게 약을 먹이며 온갖 유령의 행렬을 보여 줍니다. 도드가 구슬픈 여인 유령을 골라 계약하려는 순간 정신을 잃고, 아침에 깨어 보니 은식기가 모두 사라져 있습니다. 약은 클로랄 용액이었고 유령 중개인은 절도범이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10. 사사사 계곡의 미스터리: 행운의 톰
화자 잭 턴불이 친구 톰 도나휴가 ‘행운의 톰’이라 불리게 된 내력을 들려줍니다. 케이프 식민지에서 빈털터리로 지내던 어느 비 오는 밤, 딕 워튼이 사사사 계곡에서 본 외눈의 붉은 빛 이야기를 하자 톰은 그것이 다이아몬드라고 확신합니다. 둘은 막대 조준기와 끈으로 위치를 표시하고 다음 날 암벽에서 덩어리를 떼어 냅니다. 이웃 매디슨은 그것이 한 톤에 12실링짜리 암염이라고 잘라 말하고, 톰은 낙담하다 곧 웃으며 되돌아갑니다. 암염 옆에 진짜 보석이 있었을 거라는 추리였습니다. 현장에서 지렛대 받침으로 쓰다 떨어진 작은 혹 속에서 두 사람은 진짜 보석을 찾아냅니다. 이후 둘은 번창하고, 딕 워튼도 사업을 차려 줍니다.
11. 미국인의 이야기: 파리지옥 속의 사내
영국의 사교 모임에서 네바다 출신 제퍼슨 아담스가 애리조나에서 겪은 일을 풀어놓습니다. 난폭한 앨라배마 조 호킨스는 술집에서 영국인 톰 스콧에게 총구가 겨눠져 망신을 당한 뒤 복수하려 플라이트랩 협곡에 매복합니다. 이튿날 조가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은 스콧을 린치하려 몰려가지만, 협곡에서는 스코틀랜드인 카메론이 이끄는 영국인 서른 명이 맞서 일촉즉발의 대치가 벌어집니다. 그때 스콧이 외칩니다. 거대한 파리지옥 잎이 천천히 열리며 그 안에서 조의 시신이 드러납니다. 매복 중에 잎 위에 누웠다가 잎이 닫혀 변을 당했다는 설명입니다. 듣던 이들은 아담스를 정직한 사람이거나 가장 독창적인 거짓말쟁이라 평합니다.
12. 우리의 더비 스윕스테이크: 두 구혼자와 두 마리 말
열일곱 살 넬리 몬태규가 일기체로 해덜리 하우스의 소동을 전합니다. 인도에서 돌아온 호손 중위 잭과 의대생 사촌 솔로몬 바커가 모두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넬리는 둘 사이에서 고르지 못합니다. 두 사람은 더비 복권에서 뽑은 말의 승패로 한 명이 물러나기로 약속하고 경마 정보에 몰두합니다. 그러는 동안 곁을 지키던 니콜라스 크로닌이 넬리의 마음을 얻습니다. 솔의 말은 경주 전날 기권하고, 잭의 말은 철도 사고로 죽으면서 내기는 흐지부지됩니다. 두 구혼자의 무관심에 토라진 넬리는 석 달 뒤 크로닌과 결혼하고, 낙담한 잭은 탐험 이야기를 꺼내고 솔은 그레이스 메이벌리의 자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다는 후일담이 이어집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진료실의 고백
첫 장면은 감옥의 아침 점호를 닮은 대화입니다. 간수장이 아픈 죄수들을 줄줄이 읊는 가운데 의사는 꾀병 죄수를 이렇게 평합니다.
He’s a walking drug-shop
그는 걸어 다니는 약국이야.
82번을 만난 의사는 독방을 자기 집이라 우기는 말로니와 부딪힙니다.
Eight square feet of ground,
여덟 평방피트의 땅.
그 기세를 꺾은 것은 의사의 비꼬는 한마디였습니다.
You’ve got a curious idea of hospitality
참 별난 손님 대접 개념을 가졌군.
화자가 예의로 응수하자 살인자가 말문을 연다는 구도가 이 단편의 재미입니다. 의사는 한 번도 설교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청자로만 남습니다.
2. 쩨쩨하지 않은 사내
말로니의 인생 철학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 동료를 판 이유를 그는 이렇게 변명합니다.
Every man for himself, say I, and the devil take the luckiest.
각자도생이야, 내 말은. 운 좋은 놈은 악마가 잡아가라지.
그는 자기가 치사한 사람이 아니라고 되풀이합니다.
There’s nothing mean about me.
나는 치사한 사람이 아니야.
영국에서 그를 지치게 한 것은 경찰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점잖은 분위기가 숨 막혔다고 합니다.
There was too much damned propriety.
점잖음이 너무 지나쳤어.
나라를 위해 증언했는데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자의 푸념은 코믹하면서도 쓰라립니다.
Never put yourself out to serve your country
나라를 위해 애쓰지 마라.
죽는 순간까지 같은 말입니다. 쓰러지면서도 마지막 술값을 치르는 그의 허세가 이 단편의 마지막 웃음이자 가장 서늘한 장면입니다.
Drinks round. There’s nothing mean about me.
다들 한 잔씩, 나는 쩨쩨하지 않아.
3. 폭풍 치는 밤과 열세 구의 시신
이어지는 「블루맨스다이크의 골짜기」는 같은 산적단의 이야기를 반대편에서 봅니다. 시작부터 날씨가 불길한 징조 역할을 합니다.
A strange night for seven men to lie out in the gully at Bluemansdyke,
일곱 사내가 블루맨스다이크 골짜기에 매복하기엔 기이한 밤.
주인 없이 돌아온 말에서 시카고 빌은 모리스의 운명을 짐작합니다.
He has sunk a shaft for gold and panned out a coffin.
그는 금을 캐려 갱도를 팠다가 관을 건졌다.
기다리는 가족의 불안에서 출발하니 첫 단편의 익살과는 분위기가 정반대입니다. 두 편을 함께 읽으면 말로니가 어떤 사건에 얽혀 있었는지가 윤곽을 드러냅니다. 다만 맺음말에는 말로니가 훗날 린치를 당했다는 소문이 전해지는데, 표제작의 결말과는 어긋나므로 같은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가 전해지는 셈입니다.
4. 브랙스턴과 시카고 빌
추격담의 주인공은 젊은 기병 브랙스턴입니다. 곁의 시카고 빌이 그를 평하는 말은 이 단편의 요약에 가깝습니다.
His soul’s too big for his body,
그 친구는 몸에 비해 영혼이 너무 커.
빌은 자기 자신은 꾀 부리는 쪽이 못 된다고 고백합니다.
It kinder don’t come nat’ral to me to be plottin’ and plannin’.
꾀 부리고 계획 세우는 건 내 체질이 아니야.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천막 앞에서 일당을 제압하는 브랙스턴의 말은 담담합니다.
I’ve twelve shots in my hands.
내 손엔 열두 발이 있다.
총 두 정으로 여섯 명을 잡는 장면은 허세에 가깝지만, 상대가 포위당했다고 믿게 만든 데서 용기가 지략으로 이어집니다. 뒤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시카고 빌의 신의가 이 짧은 모험담에 온기를 줍니다.
5. 설교하는 산적
「잭맨 협곡의 목사」는 이 책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속임수 이야기입니다. 홉킨스는 자기를 목사라 부르지 않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We’re all working in the claim of the Lord,
우리는 모두 주님의 광구에서 일하는 거요.
덩치 큰 악당 필립스까지 그의 편을 들어 줍니다.
The little cuss has got grit in him.
저 꼬마 녀석, 배짱이 있어.
그리고 마지막 요청은 선량한 신자의 목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Leave your pistols in this barrel outside the door as you pass;
지나갈 때 권총은 문밖 통에 두시오.
달라진 마을이 사실은 도둑의 사전 준비였다는 점이 이 반전의 묘미입니다. 욕설을 몰아낸 선행과 금고를 연 범죄가 같은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읽는 사람을 웃게 하면서도 씁쓸하게 만듭니다.
6. 도끼에 새겨진 저주
「은빛 도끼」는 합리주의자들이 마법 앞에서 무너지는 이야기입니다. 슐레싱어는 자기 행동을 설명할 말을 이렇게 찾습니다.
There is a spell upon us!
우리 위에 주문이 걸렸다!
바움가르텐 경감은 처음에 이를 일축하지만, 곧 스스로 증거가 됩니다.
Magic and charms are not known in the legal vocabulary
마법과 부적은 법률 용어에 없다.
도끼 자루에서 나온 양피지가 규칙을 밝힙니다.
May every hand that grasps it be reddened in the blood of a friend!
그것을 쥐는 모든 손이 친구의 피로 붉어지기를!
Ever evil, never good, Reddened with a loved one’s blood.
언제나 악이요 선은 없으니, 사랑하는 이의 피로 붉어지리라.
이 단편이 흥미로운 것은 끝까지 설명을 열어 둔다는 점입니다. 판사는 도끼가 지나간 손의 연쇄를 사실로 정리하고, 박사는 독이라는 합리적 가설을 증거 없이 내놓습니다. 어느 쪽을 믿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원망하지 않고 용서하는 결말이 이 이야기의 윤리입니다.
7. 인간을 싫어한 은둔자
「대천사에서 온 남자」의 화자 맥비티는 처음부터 고독을 선언합니다.
I dislike my fellow-mortals.
나는 동료 인간들이 싫다.
그가 바다를 벗으로 삼는 이유도 같습니다.
What companion is there like the great, restless, throbbing sea?
크고 쉼 없이 고동치는 바다만 한 벗이 어디 있으랴?
사람을 싫어한다던 그가 난파선에서 한 사람을 구하는 순간 은둔의 논리는 깨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단편의 힘은 구한 뒤의 태도에 있습니다. 그는 소피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지켜야 할 사람으로만 대하는데, 이 모호한 책임감이 비극의 원인이 됩니다.
8. 소피와 두 남자
해안에 나타난 선장은 자기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I am a man from Archangel,
나는 아르한겔에서 온 사람이오.
그의 집착은 직설적입니다.
The woman is mine, and I shall have her.
그 여자는 내 것이고 나는 그녀를 얻고야 말겠소.
소피를 빼앗기고 난 맥비티의 분노는 사랑이 아니라 체면에서 나옵니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인정합니다.
But my pride--ah, there I had been cruelly wounded.
그러나 내 자존심은, 아, 거기서 잔인하게 상처 입었다.
바다가 남긴 장면에 대한 서술자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I fancy that death had been brighter to him than life had ever been.
그에게 죽음은 삶이 준 그 어떤 것보다 밝았으리라 생각한다.
소피가 끝까지 저항했다는 사실과 서술자가 낭만적으로 해석한다는 사실은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서술자는 확인할 수 없는 마음을 짐작할 뿐이고, 독자는 그 짐작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질문하게 됩니다.
9. 신경질적인 남자의 상자
「저 작은 네모 상자」는 화자의 자기소개부터 이야기의 한계를 알려 줍니다.
I have the misfortune to be a very nervous man.
나는 몹시 신경질적인 사람이라는 불운을 안고 있다.
친구 딕은 수상쩍게 여긴 해먼드의 직감을 이렇게 핀잔합니다.
You always had a way, Hammond, of discovering mares’ nests.
자네는 늘 헛다리를 짚는 재주가 있었지, 해먼드.
불안이 커질수록 풍경도 피빛으로 물듭니다.
It seemed like a sea of blood.
피의 바다처럼 보였다.
마침내 그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Stop, misguided and unprincipled men!
멈춰라, 길을 잘못 든 무도한 자들이여!
그리고 결과는 이렇게 도착합니다.
The trigger had fallen, the side of the box flew out, and let off
방아쇠가 떨어지고 상자 옆면이 열리며 풀려난 것은.
도일은 독자도 같은 오해에 끌어들입니다. 증거는 모두 수상하지만 해석만 틀렸을 뿐입니다. 이 단편은 사건이 해석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가장 가볍게 보여 주는 예입니다.
10. 가방 꼬리표와 허무주의자들
「허무주의자들 사이의 밤」은 비밀 임무에 들뜬 젊은 사원의 한마디로 시작합니다.
Keep it dark!
비밀로 해 둬!
기차에서 마주친 사내는 은근히 떠봅니다.
Englishmen always travel for pleasure, don’t they?
영국 사람들은 늘 재미로 여행하지, 안 그래?
도착지 마부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하게 합니다.
No names, no names; the very walls have ears.
이름은 안 돼, 이름은. 벽에도 귀가 있으니.
궁지에 몰린 로빈슨의 외침은 영국 모험담의 전형입니다.
you shan’t butcher a free Englishman like a sheep!
자유로운 영국인을 양처럼 도살하게 두지는 않겠다!
우연한 오인이 목숨을 건 연극으로 번지는 구조는 코미디와 스릴러의 경계에 있습니다. 주인공이 영웅이 아니라 다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점이 오히려 현실감을 줍니다.
11. 본즈와 보스, 하비의 수문
「뼈」는 거친 광부의 순정을 다룹니다. 본즈는 자기 오두막이 자랑거리이고 말버릇처럼 이렇게 덧붙입니다.
Though I says it, as raised it,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내가 지은 거니까.
그의 정서는 그림 속 배우를 향한 연모에서 드러납니다.
There ain’t a girl like my Sue.
내 수 같은 아가씨는 없어.
정작 캐리 앞에서는 말이 꼬입니다. 어색한 첫마디와 변명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They live mostly on bacon and beans in the valley.
골짜기 사람들은 주로 베이컨과 콩을 먹고 살아요.
It’s gettin’ your hand on the proper one.
알맞은 걸 손에 잡는 게 어려운 거죠.
폭주하는 말을 붙든 보스의 한마디는 두 사람의 우정을 한 줄로 요약합니다.
Hold it, Bones,
버텨, 본즈.
쓰러지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정이 가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Played out,” he murmured; “pardon, Carrie, morib----
끝났어, 용서해요, 캐리, 모리브…
서술자는 개척지의 정의가 짧고 날카롭다고 평하는데, 문장이 되다 만 단어와 만우절 장난이 이 서늘함과 대비를 이룹니다. 웃음으로 시작해 눈물 가까이 갔다가 결혼으로 풀리는 감정 곡선이 이 모음집에서 가장 부드럽습니다.
12. 가짜 유령 시장
「유령 선택하기」는 신흥 부자에 대한 풍자입니다. 도드의 첫 문장이 이미 허세입니다.
I am sure that Nature never intended me to be a self-made man.
자연이 나를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만들려 했을 리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단순합니다.
Goresthorpe Grange is not provided with a ghost.
고레스트호프 그레인지에는 유령이 없다.
유령 중개인의 자기소개는 광고 문구 그대로입니다.
I am the great ethereal sigh-heaver. I kill dogs.
나는 위대한 영적 한숨꾼이다. 개를 죽인다.
그리고 아침의 현실이 찾아옵니다.
“Argentine, we have been robbed!”
“아르겐타인, 우리가 도둑맞았어요!”
유령을 상품처럼 고르는 발상 자체가 계급의 허영을 비웃습니다. 진짜 유령 없이 진짜 도둑이 등장한다는 결말이 가장 도일다운 아이러니입니다.
13. 사사사 계곡의 보석
「사사사 계곡의 미스터리」는 이 책에서 가장 탐정소설에 가까운 단편입니다. 화자 잭은 불확실한 앞날을 이렇게 위로합니다.
No man ever knows what may be awaiting him.
누구도 앞날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한다.
톰의 추리는 단순한 관찰에서 출발합니다. 빛이 하나뿐이라는 말을 듣자 이렇게 단서를 잡습니다.
The fiend would have two eyes.
악마라면 눈이 두 개겠지.
빛이 사라진 것도 침착하게 설명합니다.
It’s the moon, not the thing, that has shifted;
움직인 건 그게 아니라 달이야.
암염 소동 뒤의 회복은 이 단편의 백미입니다.
What blessed fools we are to be so floored by a trifle!
사소한 일에 이렇게 나가떨어지다니 우리는 정말 복 받은 바보로군!
실패를 해석해 다음 단서로 바꾸는 태도가 곧 ‘행운’의 정체입니다. 홈스의 방식과 닮은 구석이 있지만 이야기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낙천적인 우정입니다.
14. 허풍의 정석
「미국인의 이야기」는 화자의 서두부터 입담이 터집니다.
You can’t learn everything out of books, sirs, nohow.
책으로 모든 걸 배울 수는 없소, 여러분, 절대로.
복수를 꿈꾸는 난폭자에게 스콧은 이렇게 쏘아붙입니다.
A bully’s nigh always a coward.
깡패는 거의 언제나 겁쟁이지.
조용하던 사내의 태도는 한순간에 바뀝니다.
Say your prayers, Joe Hawkins; for, by Heaven, you’re a dead man!
기도하라, 조 호킨스. 맹세코 너는 죽은 목숨이다!
그리고 가장 기괴한 장면이 나옵니다.
There, lying like a child in its cradle, was Alabama Joe
거기, 요람 속의 아이처럼 누워 있는 것이 앨라배마 조였다.
청중의 평가는 이 단편의 핵심을 짚습니다.
Or the most original liar that ever lived,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거짓말쟁이거나.
식인 식물이라는 발상은 과학 소재를 입담으로 빚은 서부 허풍의 전통을 따릅니다. 사실 여부보다 그럴듯함으로 승부하는 이야기이고, 영국인과 미국인이 팔짱을 끼고 걷는다는 연설로 끝나는 결말에는 풍자가 섞여 있습니다.
15. 더비 복권의 구혼자들
마지막 단편 「우리의 더비 스윕스테이크」는 넬리의 일기 같은 어조가 매력입니다. 오빠에게 놀림당한 그녀의 푸념은 이렇습니다.
Brothers are a blessing for one thing.
오빠는 한 가지 점에서만 축복이야.
수줍은 솔의 질문은 우스꽝스럽습니다.
Do you like me the same way you like Lord Nelson, Nell?
넬슨 경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나를 좋아하니, 넬?
발목을 삐었다던 잭의 증세도 금세 호전됩니다.
It was an extraordinary thing how that ankle improved
그 발목이 얼마나 놀랍게 나았는지 모른다.
두 구혼자에게 선을 긋는 넬리의 한마디는 결말을 예고합니다.
Nobody can lose me,” said I, “for nobody has won me yet.
누구도 나를 잃을 수 없어요. 아직 아무도 나를 얻지 못했으니까요.
끝에서 그녀는 독자에게 변명을 건넵니다.
Don’t call me a flirt and a coquette until you have weighed the facts.
사실을 따져 보기 전에는 나를 바람둥이라 부르지 마세요.
두 남자의 약속은 여자를 두고 벌인 내기이지만, 이야기의 주도권은 결국 그 내기에서 잊힌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책 전체가 거친 사내들의 세계를 지나온 뒤 밝은 응접실에서 끝난다는 점이 이 배열의 마지막 장난입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내 친구 살인자』는 열두 편이 서로 독립되어 있어 어느 편부터 읽어도 됩니다. 처음이라면 표제작과 「잭맨 협곡의 목사」, 「은빛 도끼」를 먼저 읽어 보세요. 세 편은 각각 고백담, 속임수, 초자연적 미스터리의 전형을 보여 줍니다. 그다음 「뼈」와 「저 작은 네모 상자」가 이 책의 정서 폭을 넓혀 줍니다. 호주를 배경으로 한 표제작, 「블루맨스다이크의 골짜기」, 「잭맨 협곡의 목사」, 「뼈」는 산적과 금광촌이라는 공통 분위기 덕분에 연작처럼 읽히고, 표제작과 「블루맨스다이크의 골짜기」에는 같은 인물 말로니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나옵니다. 화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믿어도 되는지를 의심하며 읽으면 「미국인의 이야기」와 「대천사에서 온 남자」가 한결 재미있습니다. 단편마다 마지막 몇 줄이 판을 뒤집는 방식에 주목해 보면 도일이 장편 홈스 시리즈에서 보여 준 구성력의 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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