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50~1860년대 출간
First Love, and Other Stories
첫사랑,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
열여섯 소년이 이웃집 아가씨에게 빠져든 여름을 표제작으로, 어긋난 편지와 외진 시골의 비극, 죽은 예술가의 고별과 보이지 않는 개의 괴담까지 투르게네프의 다섯 편을 묶은 책
I want people always to speak the truth to me.
나는 사람들이 언제나 내게 진실을 말해 주었으면 해요.
fear the love of women, fear that happiness, that poison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하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하라.
한눈에 보기
책에는 다섯 편이 차례로 실려 있다. 표제작 「첫사랑」은 마흔 살의 화자가 1833년 여름 열여섯 살 때 이웃집 공작 영애 지나이다에게 빠졌다가 그녀의 상대가 자기 아버지임을 알게 되는 수기다. 「서신」은 열다섯 통의 편지로 권태에 젖은 페테르부르크 남자와 시골 여성의 교감이 끊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죽음의 고요의 지역」은 쌍둥이 저택의 시골 사교계에서 결투 소동과 한 여인의 죽음, 그리고 몇 년 뒤 쇠락한 옛 벗과의 거리 위 재회를 그린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는 죽은 예술가의 일기 형식 고별사이고, 마지막 「개」는 침대 밑에서 소리만 나는 개에 얽힌 초자연 이야기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Jane Eyre)
- 이반 투르게네프 『아버지와 아들』 (Fathers and Sons)
한 권 요점
First Love, and Other Stories
『첫사랑,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은 러시아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중·단편 다섯 편을 모은 책입니다. 투르게네프는 1818년에 태어나 1883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기 실린 작품들은 대체로 1850~1860년대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록 순서는 「첫사랑」, 「서신」, 「죽음의 고요의 지역」,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개」입니다. 다섯 편은 소재가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은 사람을 높이는가, 부수는가. 소년의 사랑은 환상과 질투로, 편지 속 남녀의 사랑은 말과 행동의 어긋남으로, 시골 아가씨의 사랑은 재주만 많고 의지가 없는 남자 앞에서 무너집니다. 마지막 두 편은 사랑의 기억을 접는 예술가의 고별과, 합리주의자들 앞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개 이야기로 이어지며 분위기가 바뀝니다.
줄거리
「첫사랑」 서두와 제1~5장: 액자, 곁채의 이웃, 울타리 너머의 아가씨
밤이 깊어 손님들이 돌아간 뒤 주인과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셋이 남아 각자 첫사랑 이야기를 하기로 합니다. 세르게이는 첫사랑이 없었고 곧장 두 번째 사랑부터 시작했다고 농담하고, 주인도 별 이야기가 없다고 합니다. 흰머리가 섞인 마흔 살의 블라디미르는 자기 첫사랑은 평범하지 않다며 말솜씨가 없으니 수첩에 적어 와 읽겠다고 하고, 보름 뒤 그 수첩이 이야기가 됩니다. 1833년 여름, 열여섯 살의 블라디미르는 모스크바 칼루가 관문 근처 별장에서 대학 입시를 건성으로 준비합니다. 냉정하고 자제력 강한 아버지, 질투와 불안에 시달리는 열 살 연상의 어머니 곁에서 그는 막연한 설렘 속에 시를 외고 말을 탑니다. 별장 곁채에 자시예킨 공작 부인 일가가 이사 오는데, 어머니는 가난한 사람들일 거라며 깔봅니다. 저녁에 총을 들고 까마귀를 쫓던 그는 울타리 너머 이웃 정원에서 분홍 줄무늬 옷의 키 큰 아가씨가 네 청년의 이마를 꽃으로 톡톡 치는 광경을 보고 넋을 잃습니다. 총을 떨어뜨린 채 바라보다 검은 머리 남자의 조롱을 받고, 아가씨가 돌아보며 웃자 부끄러워 방으로 달려가 침대에 엎드립니다. 가슴이 뛰고 달콤하게 아픈 채 잠드는 그는 이튿날 아침부터 어떻게 안면을 틀까 고민하다가, 공작 부인이 서툰 철자로 어머니에게 보호를 청하는 편지를 보냈음을 알게 됩니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구두 답변을 전하러 가는 길이 뜻밖의 기회가 됩니다.
지저분한 곁채에서 늙은 하인 보니파티의 퉁명스런 응대를 받고 들어가니 쉰 살의 못생긴 공작 부인이 서류를 뒤적이고 있습니다. 곧 어제의 아가씨, 딸 지나이다가 나타나 털실 감는 일을 시키며 자기가 다섯 살 많으니 항상 진실을 말하고 복종하라고 합니다. 경기병 벨로프조로프가 새끼 고양이를 선물하고 그녀의 두 손에 입을 맞추자 소년은 질투를 느낍니다. 공작 부인이 어머니를 찾아오지만 어머니는 그녀를 천박하다 여기고, 아버지는 고인이 된 자시예킨 공작이 파리 생활 끝에 도박과 투기로 재산을 날린 사람이라고 회상합니다. 정원에서 책을 든 지나이다를 만나 말을 못 거는 블라디미르 곁으로 아버지가 다가와 그녀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그녀가 눈으로 아버지를 좇는 것을 소년은 알아채지 못한 채 상심합니다.
「첫사랑」 제6~11장: 벌금 놀이, 숭배자들, 괴로움의 시작
저녁 식사에 온 지나이다는 어제와 달리 차갑고 도도한 공작 영애처럼 보입니다. 아버지가 그녀 곁에서 정중히 대화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이상하게 적대적으로 바라보고, 식사 뒤 그녀는 소년을 무시하다가 스치며 "여덟 시에 꼭 오세요"라고 속삭입니다. 여덟 시에 찾아가니 그녀는 모자에 쪽지를 섞어 벌금 놀이를 하고 있고, 말레프스키 백작, 루신 박사, 시인 마이다노프, 대위 니르마츠키, 벨로프조로프가 모여 있습니다. 블라디미르는 입 맞추기 쪽지를 뽑아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고, 밤새 노래와 장난으로 어울린 뒤 번개가 계속 치는 창가에서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습니다. 어머니는 그 집 사람들이 점잖지 못하다고 나무라고, 아버지는 정원에서 그 집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묻습니다. 거리를 두면서도 가끔 다정한 아버지는 자기 의지를 배우라고, 그것이 자유보다 낫다고 가르칩니다. 소년이 지나이다를 칭찬하자 아버지는 웃다가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타고 나가 곁채에 한 시간 머뭅니다.
그날부터 사랑과 괴로움이 시작됩니다. 지나이다는 소년의 마음을 알고 놀리고 어루만지며 괴롭히고, 숭배자들도 모두 그녀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루신은 누구보다 깊이 그녀를 사랑하지만 비꼬기만 하고, 그녀는 그의 손에 핀을 찌릅니다. 어느 날 풀밭에 창백하게 앉은 그녀는 시를 낭송시키다 마이다노프의 시구에 얼굴을 붉히고, 소년은 그녀가 사랑에 빠졌다고 직감합니다. 이때부터 그는 상대가 누구인지 몰래 살피고, 말레프스키가 가장 위험해 보입니다. 루신 박사는 이 집의 공기가 해로우니 공부나 하라고 충고하고, 얼음물을 마시는 지나이다에게 죽을 수도 있다고 하자 그녀는 사는 게 그리 즐겁냐고 맞서다 신경질적으로 웃고 나가 버립니다. 저녁 모임에서 그녀는 시인이 된다면 쓰고 싶은 장면을 들려줍니다. 달밤 강 위 배에서 흰 옷의 처녀들이 찬가를 부르는데 횃불 든 바쿠스 신녀들이 몰려오고, 한 처녀가 조용히 일어나 그들 속으로 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첫사랑」 제12~17장: 뛰어내림, 승마, 분수 곁의 칼
어느 날 지나이다는 눈물에 젖은 채 소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가 놀라 한 올을 반지처럼 감아 로켓에 넣겠다고 합니다. 폐허 온실 벽 위에서 슬퍼하던 소년에게 그녀가 사랑하면 뛰어내리라고 하자 그는 즉시 뛰어내려 기절합니다. 그녀는 입술에 입 맞추지만 정신이 든 것을 알고 어린애 취급하며 떠납니다. 화자는 그 순간의 행복이 이후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다고 회고합니다. 이튿날 비밀을 아는 사람 행세를 하려던 그는 멍들지 않았느냐는 물음만 듣고 자기가 어린애로 취급받음을 깨닫습니다. 벨로프조로프가 구해 온 말을 두고 그녀는 값을 외상으로 정하고 "피오트르 바실리에비치에게 부탁하겠다"고 가볍게 말해 소년을 놀라게 합니다. 그 이름은 소년의 아버지입니다. 다음 날 아침 언덕과 숲을 돌며 영웅적 몽상에 잠기던 그는 골짜기 길에서 아버지와 지나이다가 나란히 말을 타고 오는 것을 봅니다. 아버지가 몸을 기울여 웃자 그녀는 눈을 내리깐 채 입술을 물고, 곧 둘은 질주해 갑니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말끔히 옷을 갈아입고 태연히 어머니에게 신문을 읽어 줍니다.
대엿새 동안 지나이다는 아프다며 숨고, 루신은 희생이 달콤한 사람도 있다고 중얼거립니다. 이틀 뒤 공원에서 그녀가 소년을 불러 친구가 되자며 장미를 단춧구멍에 꽂고 이마에 입 맞추며 "나의 시동"이라 부르자 사랑은 더 불타오릅니다. 저녁 모임의 이야기 놀이에서 그녀는 화려한 무도회의 젊은 여왕이 분수 곁 어둠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이름 없는 남자에게 달려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말레프스키가 이튿날 시동의 임무는 밤낮으로 여왕을 지키는 것이라고 비꼬자 소년은 영국제 칼을 사 주머니에 넣고 한밤 가문비나무 아래 잠복합니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없어 우스워질 무렵 발소리가 들려 칼을 뽑았는데, 망토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남자는 아버지였습니다. 소년은 칼을 떨어뜨리고, 지나이다 방 창의 하얀 차양이 내려오는 것을 봅니다.
「첫사랑」 제18~22장: 눈물, 부모의 다툼, 채찍, 지나이다의 죽음
아침에 소년은 가슴속의 무언가가 죽은 듯한 슬픔에 잠깁니다. 열두 살 사관생도인 지나이다의 동생이 휴가차 오고, 그녀는 그 애를 맡기며 처음으로 그를 "볼로댜"라 부릅니다. 그러나 우는 소년을 찾아온 그녀에게 그는 다 알고 있다며 왜 내 사랑을 원했느냐고 흐느낍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어둡고 죄 많은 면이 있으나 지금은 진심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진 일주일 동안 소년은 열병 같은 혼란 속에서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아 아버지를 피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어머니가 방에 틀어박힌 것을 알고 하인 필립에게서, 익명의 편지로 부모가 심하게 다퉜고 어머니가 아버지의 이웃집 아가씨와의 불륜을 추궁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머니는 시내로 이사하겠다고 선언하고, 아버지는 말레프스키를 현관으로 데려가 다시 오면 창밖으로 던지겠다고 경고합니다. 떠나기 전 곁채를 찾은 소년에게 지나이다는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 하고, 그가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하자 길게 입 맞춥니다. 시내에서 만난 루신은 벨로프조로프가 카프카스로 사라졌다고 전합니다.
오랜만에 상냥해진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붉은 영국 말 일렉트릭을 타고 외곽으로 나갑니다. 한 골목 앞에서 아버지가 말을 맡기고 사라지자, 기다리다 못한 소년은 작은 목조집 창가에서 아버지와 지나이다가 이야기하는 것을 봅니다. 아버지가 채찍으로 그녀의 맨팔을 치는데 그녀는 말없이 그 자국에 입을 맞춥니다. 돌아온 아버지는 채찍을 던져 버렸다고 말합니다. 두 달 뒤 블라디미르는 대학에 들어가고 반년 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죽기 전 아들에게 쓴 편지에는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4년 뒤 극장에서 마이다노프를 만난 그는 지나이다가 돌스키와 결혼해 페테르부르크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주일 뒤 호텔로 찾아갔을 때 그녀가 나흘 전 출산 중에 갑자기 죽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며칠 뒤 같은 집에서 가난한 노파가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속삭이며 힘겹게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본 그는 지나이다와 아버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집니다.
「서신」: 열다섯 통의 편지와 끊어진 답장
드레스덴의 호텔에서 화자는 폐결핵으로 죽어 가는 러시아인 알렉세이 페트로비치 S***와 친해집니다. 그는 죽기 전에 "죽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고, 숨진 뒤 열다섯 통의 편지 꾸러미를 유품으로 남깁니다. 1840년 3월부터 이어진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세이와 시골의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 B*** 사이의 편지입니다. 사촌과 헤어져 권태와 고독에 빠진 알렉세이가 먼저 편지를 쓰자 마리아는 무슨 이유냐며 차갑게 답하지만, 그가 외롭고 지루하니 편지를 허락해 달라고 청하자 "네"라고 답합니다. 편지 VI에서 알렉세이는 자기 삶을 돌아보며 "나는 내 거미였다"고 한탄하고 러시아인의 자의식 과잉과 늙은 청춘을 비판합니다. 마리아는 러시아 여성의 운명을 길게 토로합니다. 영웅 없는 시대의 남자를 사랑한 소녀가 이별 뒤 고립되는 과정입니다. 알렉세이는 여성이 더 낫다고 칭찬하고, 마리아는 이웃의 놀림과 가족의 시선을 털어놓으며 "여성 철학자"라 불린다고 말합니다. 알렉세이는 싸우라고, 삶의 목표는 행복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라고 격려합니다.
6월 말부터 마리아는 젊은 이웃과 늙은 재담꾼의 구혼을 알리고, 알렉세이는 둘 다 거절하라고 답합니다. 그는 나폴리 친구의 행복한 편지를 베껴 보내고 자신의 나폴리 시절 밤바다를 회상하며 시골로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마리아는 기대와 불안 속에 그를 기다리지만 그는 오지 않습니다. 이듬해 1월 그녀는 답이 없는 그를 원망하며 체념합니다. 마지막 편지(1842년 9월 드레스덴)에서 알렉세이는 발레리나에게 빠져 헛되이 쫓아다니며 "예술의 야만인"이 된 사연을 고백하고,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병이며 쇠사슬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마리아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합니다.
「죽음의 고요의 지역」 제1~5장: 이파토프카의 사람들, 마주르카와 결투 소동
T*** 현 사소보의 영주 저택 별채에서 젊은 지주 블라디미르 세르게이치 아스타호프가 회계 장부를 살피고 있습니다. 이튿날 떠날 참인데 이웃 노인 이파토프와, 무엇에든 금방 동의해 "접히는 영혼"이라 불리는 멍한 보드랴코프가 불쑥 찾아와 만찬에 오라고 초대합니다. 실리적이고 혼처를 계산하는 스물일곱 살의 신사는 이튿날 농장 일을 마치고 마음이 동해 이파토프의 집으로 마차를 몹니다. 연못을 사이에 둔 쌍둥이 저택 이파토프카에서 그는 이파토프의 딸들, 처제 마리아 파블로브나(마샤), 부인에게 시달리는 에고르 카피토니치를 만납니다. 소박하고 거친 미녀 마리아에게 끌리고, 말 타고 온 명랑한 나데즈다 알렉시예브나가 합류해 노래와 농담이 오갑니다. 마리아는 시를 싫어한다면서 푸시킨의 「우파스 나무」만은 두 번 외게 하고 베껴 갑니다. 이튿날 저녁 나데즈다의 오빠 피오트르 알렉시예비치 베레티예프가 기타로 노래하고 흉내를 내다 마리아에게 광대 짓을 한다고 꾸짖음을 듣고 정원으로 나갑니다. 나데즈다는 독이 있어도 매혹적인 독말풀 향을 이야기하고, 이파토프는 아킬린의 명명일 무도회에 블라디미르를 초대합니다.
이른 아침 자작나무 숲에서 베레티예프와 마리아가 마주합니다. 마리아는 그가 삶을 농담으로 흘려보내고 술에 빠진 것에 화가 나 있습니다. 베레티예프는 푸시킨의 「돈 후안」 한 장면을 들며 제비처럼 마시고 날고 싶다고 변명하고, 토끼 흉내로 마리아를 웃게 합니다. 마리아가 「우파스 나무」를 읊다가 끝 구절에서 떨리는 눈으로 그를 보자 그는 무릎을 꿇고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는 당황하며 그의 곱슬머리에 손을 얹습니다. 무도회에서 나데즈다는 스텔친스키와 하기로 한 마주르카를 블라디미르에게도 잘못 약속하고, 스텔친스키는 결투를 신청합니다. 보드랴코프는 입회인을 거절하고, 블라디미르는 마주르카에서 나데즈다에게 구애합니다. 잠 못 이루는 새벽 만취한 베레티예프가 찾아와 스텔친스키가 물러섰다고 알립니다. 술자리에서 누이를 위해 그를 제압했던 것입니다.
「죽음의 고요의 지역」 제6~7장: 석 달 뒤와 네프스키 대로
석 달 뒤 가을, 도청 소재지 클럽에서 블라디미르는 퇴역 대위 플리치에게 나데즈다가 스텔친스키와 결혼해 페테르부르크로 갔고 오빠 피오트르는 집시 여자를 따라 방탕하게 사라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사소보에 화재가 나 이파토프카에 들른 그는 에고르의 아내가 콜레라로 죽었고 마리아가 초췌해졌음을 봅니다. 그날 밤 마리아는 연못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이파토프는 편지로 나데즈다에게 그 책임을 묻고, 나데즈다는 이탈리아에서 예술가들과 어울립니다. 1월의 네프스키 대로에서 부유하고 혼처 좋은 결혼으로 살이 오른 블라디미르는 낡은 모자의 쇠락한 베레티예프와 마주칩니다. 베레티예프는 옛 시절을 청춘과 꿈이라 회상하고 이제는 술로 슬픔을 달랜다며 "헛되이 산 삶"을 씁쓸해합니다. 블라디미르는 모욕을 느끼고, 만난 친구 폼폰스키 앞에서는 그를 시골의 괴짜라고 얼버무립니다. 마차에서 내린 창백하고 오만한 아내를 맞아 일행이 거리를 걸어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죽은 예술가의 일기에서
죽은 예술가인 화자가 저물녘 강가에서 "충분하다"고 되뇌며 꿈꾸기와 아름다움 좇기를 접는 18개 절의 일기입니다. 1·2절은 별표만 있고 본문이 없습니다. 그는 한때 마음에서 나오는 빛으로 살았고, 이제는 헤어진 연인 "그대"에게 쓰는 형식으로 3월 얼음 위에서 사랑을 깨달은 순간, 정원, 성당, 아늑한 방, 9월 강가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떠올린 뒤 구두쇠가 보물을 묻듯 작별합니다(3~12절). 이어 그는 인생이 보잘것없다는 자각이 행복마저 시들게 한다고 논하고, 자유와 예술 같은 큰 말도 자연의 무심한 소멸 앞에서는 덧없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한 시간 동안의 창조자"이고 평범한 일꾼들이 다시 소란한 세상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다는 결론 끝에 "나머지는 침묵"이라는 한 줄로 일기는 닫힙니다(13~18절).
「개」: 침대 밑의 보이지 않는 짐승
페테르부르크의 한 모임에서 국무위원 안톤 스테파니치가 초자연을 인정하면 상식은 무슨 소용이냐고 따집니다. 그러자 칼루가의 지주 포르피리 카피토니치가 자신에게 초자연적인 일이 있었다고 나섭니다. 독신인 그의 침대 밑에서 밤마다 보이지 않는 개가 긁고 귀를 터는 소리가 났고, 하인 필카와 이웃 바실리 바실리치도 그 소리를 들었지만 촛불을 켜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구교도 노인 페오둘의 소개로 벨료프의 프로코리치를 찾아가자 그는 시장에 가서 개를 사 곁에 두라고 합니다. 암캐 트레소르를 들이자 환영은 멈추고, 트레소르는 광견병에 걸린 개로부터 주인을 두 번 구하다가 헛간에서 목을 물려 죽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안톤 스테파니치는 같은 질문만 되풀이하며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두 번째 사랑부터 시작한 사람들
「첫사랑」은 사랑 이야기 대신 농담으로 문을 엽니다. 첫사랑이 없었다는 손님의 대답은 가볍지만, 곧이어 블라디미르가 수첩을 꺼내는 순간 분위기가 바뀝니다.
I began straight off with the second.
저는 곧바로 두 번째 사랑부터 시작했습니다.
중년의 화자는 소년 시절을 회상하며 사라진 감정을 불러냅니다. 그가 되살리려는 것은 사건보다 감정의 온도이고, 이 책 전체에서 되풀이될 주제인 '지나간 것의 아름다움'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Oh, gentle emotions, soft sounds, kindness and calming of the deeply-moved soul
아, 부드러운 감정들, 나직한 소리들, 깊이 흔들린 영혼의 다정함과 가라앉음이여.
melting joy of the first feelings of love, where are ye, where are ye?
첫사랑의 처음 감정이 주던 녹아드는 기쁨이여, 너는 어디 있느냐, 어디 있느냐?
2. 울타리 너머의 첫 장면
소년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총을 든 채 훔쳐보다 들키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입니다. 낭만과 창피가 한 장면에 겹쳐 있어서, 이 사랑이 처음부터 소년의 체면을 깎는 방식으로 시작됨을 알 수 있습니다. 검은 머리 남자의 비웃음은 이렇습니다.
Is it permissible to stare like that at strange young ladies?
낯선 아가씨들을 그렇게 빤히 쳐다봐도 되는 겁니까?
이 질문은 훗날 소년이 지나이다의 세계에서 맡게 될 자리를 예고합니다. 그는 구경꾼이자 장난감이고, 그녀의 눈이 향하는 곳은 늘 다른 곳입니다.
3. 진실을 요구하는 여왕
지나이다가 소년에게 처음 내리는 명령은 진실입니다. 다섯 살 많은 누나의 권위와 영애의 변덕이 섞인 이 말은 그녀가 거짓에 둘러싸여 살아왔음을 드러냅니다.
I want people always to speak the truth to me.
나는 사람들이 언제나 내게 진실을 말해 주었으면 해요.
그러나 그녀는 소년을 놀이의 상대로 삼습니다. 화자는 중년의 눈으로 그 놀이의 성격을 정확히 압니다.
Zinaída continued to play with me as a cat plays with a mouse.
지나이다는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 계속 나를 가지고 놀았다.
숭배자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위에서 군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의 고백 한 줄이 그 모순을 요약합니다.
I cannot love people upon whom I am forced to look down.
나는 내려다봐야 하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어요.
이 한 줄은 이야기의 열쇠입니다. 그녀가 누구를 우러러볼 수 있는 사람인지가 곧 소년이 끝내 알게 되는 진실입니다.
4. 아버지의 처세술
소년의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거리를 두지만 한 번씩 건네는 말은 정곡을 찌릅니다. 아들에게 가르치는 삶의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whole art of life consists in belonging to one’s self
삶의 기술 전체는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데 있다.
Learn to will, and thou wilt be free, and wilt command.
의지하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자유로워지고 명령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들은 나중에 반어적으로 읽힙니다. 자기 의지를 지키라고 가르친 사람이 가장 자기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었음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투르게네프는 훈계의 권위가 행동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을 담담하게 보여 줍니다.
5. 루신의 깨달음
사랑에 빠진 숭배자들 가운데 가장 눈이 밝은 사람은 박사 루신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지나이다를 교태 부리는 여자로 보았지만, 그녀가 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 마음속으로 정정합니다.
Evidently, it is sweet to sacrifice one’s self
분명히,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달콤한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루신의 말은 지나이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본 어른의 시선입니다. 소년은 상대가 누구인지에만 매달리지만 루신은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봅니다. 이 책에서 사랑은 대상보다 그것이 만들어 내는 상태로 그려집니다.
6. 분수 곁의 밤
말레프스키의 비꼬는 충고는 소년을 독처럼 흥분시킵니다. 칼을 사서 한밤 정원에 잠복한 소년은 스스로를 용감한 연인으로 여기지만, 나타난 발소리의 주인을 알아본 순간 모습이 바뀝니다.
The jealous Othello, prepared to murder, had suddenly been converted into the school-boy
살인을 각오한 질투의 오셀로는 갑자기 학생으로 바뀌어 있었다.
서술자는 소년의 격정을 비웃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깎아 냅니다. 그의 칼이 겨누려던 것은 낯선 연적이었으나 실제로 나타난 사람은 아버지였고, 소년의 분노는 방향을 잃고 힘없이 떨어집니다.
7. 꺾여 버린 꽃들
아버지의 정체를 확인한 뒤에도 소년은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아 일주일을 열병처럼 보냅니다. 집안의 다툼을 하인에게서 전해 들은 날 그는 이렇게 느낍니다.
All my flowers had been plucked up at one blow
내 꽃들은 한 번에 모조리 뽑혀 나갔다.
이 장면에서 소년의 상실은 사랑만이 아닙니다. 그는 연인을 잃고 동시에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부모의 집을 잃습니다. 첫사랑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상대가 떠나서가 아니라 세상의 질서까지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8. 아버지의 편지
제21장은 이 책에서 가장 잔혹한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채찍으로 팔을 맞은 지나이다가 그 자국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소년에게 사랑이 다른 얼굴을 가질 수 있음을 알려 줍니다. 아버지는 죽기 전 아들에게 편지를 남깁니다.
fear the love of women, fear that happiness, that poison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하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하라.
이 문장을 어떻게 읽을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여성을 경계하라는 낡은 훈계로 읽을 수도 있고, 자기 경험에서 나온 쓰라린 고백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말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유일한 직접적인 가르침이라는 점입니다.
9. 봄 뇌우 같은 기억
마지막 장에서 화자는 젊음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돌아봅니다.
each one of us seriously regards himself as a prodigal
우리 각자는 자신이 낭비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모든 것이 자기 앞에 무한히 있는 듯 느껴지고, 그 믿음이 사라진 뒤에야 첫사랑의 값이 보입니다. 그는 그 기억을 봄 뇌우에 빗댑니다.
the memory of that morning spring thunder-storm which sped so swiftly past
그토록 빠르게 지나가 버린 그 아침 봄 뇌우의 기억.
책은 지나이다의 죽음을 알리고도 곧 무덤덤해지는 자신을 정직하게 인정한 뒤, 가난한 노파의 임종으로 끝납니다. 노파의 마지막 기도는 소박하지만 모든 사람의 몫으로 읽힙니다.
O Lord, forgive my sins
오 주여, 나의 죄를 용서하소서.
10. 나는 내 거미였다
「서신」에서 알렉세이의 첫 고백은 자기 분석입니다. 그는 자기 삶을 스스로 쳐 놓은 그물에 비유하며, 러시아인의 병을 의식의 과잉으로 진단합니다.
I was my own spider.
나는 나 자신의 거미였다.
We are as stupid as children, but we are not sincere like them
우리는 아이처럼 어리석지만 아이처럼 진실하지는 못하다.
in youth itself we are not young!
청춘 속에서조차 우리는 젊지 않다!
이 진단의 아이러니는 편지가 이어질수록 깊어집니다. 자기를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 정작 그 앎으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말은 정확하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는 인물의 초상이 이 편지 모음의 뼈대입니다.
11. 영웅 없는 시대의 여자들
마리아의 긴 편지는 이 책에서 가장 생생한 목소리입니다. 그녀는 시골에서 사랑한 남자들의 시대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But there are no heroes in our day....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영웅이 없어요.
그녀는 이별 뒤 홀로 남은 여자의 감정을 이렇게 씁니다.
only when she is left alone does she learn the sweetness of solitude
홀로 남겨졌을 때에야 비로소 고독의 달콤함을 배운다.
숙부의 시선으로 요약한 여자의 본분은 풍자에 가깝습니다.
A husband, children, a pot of buckwheat groats
남편, 아이들, 메밀죽 한 솥.
마리아는 남자들의 자기 연민에 기대지 않고, 선택지가 좁은 처지에서 자기 삶의 품위를 지키려 합니다. 알렉세이의 회한 섞인 문장 옆에서 그녀의 문장은 행동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12. 존엄과 사랑이라는 병
알렉세이가 마리아에게 내린 처방은 가장 고상한 문장입니다. 우스꽝스러워질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꾸짖고 삶의 목표를 다시 정의합니다.
To be afraid of the ridiculous is not to love the truth.
우스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진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not happiness but human dignity is the chief goal of life
삶의 으뜸가는 목표는 행복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다.
그러나 마지막 편지에서 같은 사람이 발레리나 앞에서 무너지며 정반대의 결론을 내립니다.
Love is not even a feeling at all; it is a malady
사랑은 감정조차 아니다. 그것은 병이다.
Yes, love is a chain, and the heaviest of chains at that.
그렇다, 사랑은 쇠사슬이며 그것도 가장 무거운 쇠사슬이다.
두 문장 사이의 거리가 편지 모음의 주제입니다. 높은 이상을 말하던 사람이 사랑 앞에서 얼마나 쉽게 쓰러지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모습을 책은 조롱 없이 보여 줍니다.
13. 이파토프카, 죽음처럼 고요한 곳
「죽음의 고요의 지역」은 제목에서부터 장소의 성격을 정합니다. 이파토프는 자기 고장을 이렇게 부릅니다.
a dead-calm place, a remote nook
죽은 듯이 고요한 곳, 외진 구석.
이 고요한 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때웁니다. 보드랴코프의 별명은 의견이 없음을 풍자합니다.
because he agrees to everything very promptly
그가 무엇에든 아주 재빨리 동의하기 때문에.
나데즈다는 가볍고 후회 없는 사람이고, 독말풀 향을 두고 한 말에서 그녀의 취향이 드러납니다.
I never repent of anything; it is not worth the bother.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그럴 만한 가치가 없거든요.
Evil should not be beautiful.
악이 아름다워서는 안 된다.
이 말들은 곧 이야기의 결과를 가리킵니다. 후회하지 않는 사람의 곁에서 후회할 줄 아는 사람이 먼저 무너지고, 아름다운 것이 해롭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시험대에 오릅니다.
14. 마리아와 베레티예프
블라디미르가 마리아에게서 본 인상은 초원의 소박한 미인입니다.
such a purely Russian beauty of the steppes
그토록 순수하게 러시아적인 초원의 미인.
그러나 마리아가 진짜 마음을 두는 사람은 재주 많고 술에 빠진 베레티예프입니다. 그는 자기의 방종을 시적인 이유로 포장합니다.
in order to feel those same sensations which that swallow experiences
저 제비가 느끼는 것과 똑같은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
마리아가 「우파스 나무」의 끝 구절을 읊자 그는 무릎을 꿇습니다.
I am at thy feet, thou art my sovereign, my goddess
저는 당신의 발아래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군주, 나의 여신입니다.
이 순간 베레티예프의 말은 진심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진심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그의 병입니다. 마리아가 그의 곱슬머리에 손을 얹는 장면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시에 가장 비극적인 자리입니다.
15. 헛되이 산 삶의 거리
결투 소동 전날 밤 블라디미르의 구애는 서술자의 비꼼을 받습니다.
On the eve of his possible death, Vladímir Sergyéitch flirted with Nadézhda Alexyéevna.
죽을지도 모르는 전날 밤, 블라디미르 세르게이치는 나데즈다 알렉시예브나에게 추파를 던졌다.
소동이 끝나자 그는 웃으며 고장을 떠납니다.
Farewell, region of dead calm!
안녕, 죽음처럼 고요한 땅이여!
그러나 그가 떠난 뒤 이파토프카에서는 한 사람이 조용히 무너집니다. 쇠약해진 마리아의 한마디는 이 책에서 가장 쓸쓸한 문장 중 하나입니다.
And there’s no joy in being young,
그리고 젊다는 것에 기쁨은 없어요.
서술자의 판정은 냉정하고, 마지막 장의 네프스키 대로에서 블라디미르가 베레티예프를 외면하는 모습과 겹칩니다.
Nothing ever comes of Véretyeffs.
베레티예프 같은 사람에게서는 결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책은 누가 나쁜 사람인지 단정하지 않습니다. 사건 뒤에 남은 것은 건강하게 살이 오른 사람의 안락과 쇠락한 사람의 낡은 모자라는 대비이고, 독자는 그 대비 앞에서 스스로 판단하게 됩니다.
16. 충분합니다: 죽은 예술가의 고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기의 형식으로 쓴 고별사입니다. 첫머리에서 화자는 스스로에게 선언합니다.
“It is enough,” I said to myself
"충분하다." 나는 혼잣말로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랑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불러 모읍니다. 그가 떠올리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함께 책을 읽던 저녁과 말없이 앉은 벤치입니다.
we lean our heads together and both read a good book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좋은 책을 읽는다.
Oh, bench on which we sat in silence, with heads drooping low with happiness
아, 행복에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말없이 앉았던 벤치여.
후반부에서 논조는 허무로 기웁니다. 자연은 무심하게 만들고 무심하게 부수며, 아름다움의 가치는 영원함이 아니라 순간의 진실에 있다는 결론이 이어집니다.
It is not necessary for beauty to live forever in order to be immortal
아름다움이 불멸이 되기 위해 영원히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The rest is silence.
나머지는 침묵이다.
햄릿의 마지막 말을 빌린 이 맺음은 체념으로도 평온으로도 읽힙니다. 앞선 세 편의 환멸을 한 문장으로 응축한 글이어서, 책 전체의 정서적 정점으로 읽는 독자도 많습니다.
17. 보이지 않는 개
마지막 「개」는 분위기가 가장 다릅니다. 응접실의 이론 논쟁에서 시작해 한 지주가 자신의 체험을 털어놓는 형식입니다. 포르피리의 서두는 간명합니다.
something supernatural has happened to me
내게 초자연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밤마다 침대 밑에서 소리가 나고 불을 켜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구교도 노인이 조언합니다.
Go now to the bazaar and buy yourself a bitch
지금 시장에 가서 암캐를 한 마리 사시오.
트레소르가 주인을 지키는 장면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she went at that beast’s throat like a leech!
트레소르는 거머리처럼 그 짐승의 목을 물었다!
이야기는 설명을 하지 않고 끝납니다. 듣던 이들은 어리둥절하고 회의론자는 같은 질문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앞의 네 편이 인간의 마음속 이야기라면 이 편은 설명되지 않는 것 앞에서 이성이 멈추는 순간을 짧게 보여 주는 후기에 가깝습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첫사랑,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은 다섯 편이 따로 읽히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어느 편부터 읽어도 됩니다. 처음이라면 표제작 「첫사랑」을 먼저 읽는 것이 좋습니다. 22개의 짧은 장이 이어지고, 제2장(울타리 너머), 제12장(온실 벽 위의 뛰어내림), 제17장(분수 곁의 밤), 제21장(채찍)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이어 「서신」은 편지 하나하나를 읽으며 두 사람의 어긋남을 따라가기에 좋고, 「죽음의 고요의 지역」은 등장인물이 많으니 이파토프 집안 사람들을 먼저 익히면 수월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는 짧은 일기라서 마음에 드는 절만 골라 읽어도 되며, 「개」는 짧은 괴담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투르게네프는 사랑의 환상을 거두는 데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을 단죄하지 않는 작가여서, 같은 장면이 소년의 눈으로 읽을 때와 중년의 눈으로 읽을 때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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