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74년 출간
Far from the Madding Crowd
광란의 군중으로부터 멀리
웨섹스의 농장을 물려받은 여주인 밧세바가 양치기 가브리엘 오크, 이웃 지주 볼드우드, 붉은 군복의 트로이 하사 사이에서 사랑을 고르다 파국을 지나 제자리를 찾는 이야기
Love is a possible strength in an actual weakness.
사랑은 실제의 약함 속에 깃든 가능한 힘이다.
Do not desert me, Gabriel!
저를 버리지 마세요, 가브리엘!
한눈에 보기
가난한 양치기에서 파산한 농부가 된 가브리엘 오크는 한때 청혼을 거절한 밧세바 에버딘이 큰 농장의 여주인이 된 웨더베리에서 다시 일자리를 얻습니다. 밧세바는 장난으로 보낸 발렌타인 카드 한 장이 외딴 지주 볼드우드의 평정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게 되고, 전나무 숲에서 만난 트로이 하사의 달콤한 말에 이끌려 서둘러 결혼합니다. 그러나 트로이에게는 결혼하지 못한 연인 패니 로빈이 있었고, 폭풍과 죽음, 익사 소문, 크리스마스 이브의 총성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에는 가장 오래 곁에 있던 사람이 남습니다. 열여덟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Jane Eyre)
-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 조지 엘리엇 『사일러스 마너』 (Silas Marner)
한 권 요점
Far from the Madding Crowd
『광란의 군중으로부터 멀리』는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가 쓴 소설로 1874년에 나왔습니다. 하디는 1840년에 태어나 1928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국 남서부 도싯 지방을 모델로 한 가상의 지역 '웨섹스'를 무대로 소설을 쓴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작품으로 흔히 꼽힙니다.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 있고 각 권의 장 번호가 새로 시작합니다. 1권은 30장, 2권은 27장이며, 아래에서는 '1권 제3장', '2권 제12장'처럼 부릅니다. 줄기는 한 여성이 세 남자에게 받는 구애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중심은 연애담보다 일하는 사람의 풍경입니다. 양털을 깎고, 양을 씻기고, 볏가리를 덮고, 시장에서 값을 흥정하는 일이 사건마다 배경이 되고, 때로는 사건을 결정합니다. 그 가운데서 밧세바는 사랑에서는 실수를 하고 농장에서는 일을 해냅니다.
줄거리
1권 제1~3장: 노컴 언덕의 처녀
스물여덟 살의 농부 가브리엘 오크는 웃으면 입꼬리가 귀에 닿을 만큼 벌어지는 사람입니다. 평일에는 분별 있고 일요일에는 어정쩡하며, 고장이 잦은 낡은 은시계를 별과 이웃 시계로 맞춰 씁니다. 12월의 맑은 아침 노컴 언덕에서 그는 노란 이삿짐 마차를 봅니다. 짐 꼭대기의 검은 머리 처녀가 마부가 없는 틈에 작은 거울을 꺼내 혼자 웃고 얼굴을 붉힙니다. 오크는 울타리 너머에서 그것을 지켜봅니다. 요금소에서 통행료 2펜스로 실랑이가 벌어지자 오크가 대신 내 주는데, 처녀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지나갑니다. 요금소지기가 예쁜 처녀라고 하자 오크는 그녀의 가장 큰 결점이 허영이라고 답합니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성 토마스 축일 전야, 새로 양 이백 마리를 들여 막 독립한 오크는 바퀴 달린 양치기 오두막에서 새끼 낳는 철의 밤을 새웁니다. 플루트를 불고 새끼 양을 난로 곁에 눕히다가 숲 쪽 불빛을 보고 가 보니, 헛간에서 나이든 여인과 젊은 여자가 아픈 소 데이지를 돌보고 있습니다. 모자를 잃었다고 투덜대며 망토를 벗는 젊은 쪽이 노란 마차의 그 처녀입니다. 이튿날 그녀가 조랑말을 타고 오자 오크는 주운 모자를 건넵니다. 낮은 가지 밑을 지나려고 말 등에 벌렁 드러누웠다 일어나는 묘기를 본 것을 티 내자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 가 버리고 닷새 동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어느 혹한의 저녁 오크는 환기구를 닫고 자다 질식할 뻔하고, 개가 짖는 소리에 달려온 그녀에게 구조됩니다. 손을 잡자 그녀는 입맞춤해도 좋다고 도발하다 그가 진지하게 응하려 하자 손을 빼 버리고, 이름은 알아내 보라며 떠납니다.
1권 제4~5장: 청혼 거절, 그리고 파산
오크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마음을 빼앗기고, 알아낸 이름은 밧세바 에버딘입니다. 그녀가 오던 암소가 젖이 마르고 더는 오지 않자 오크는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죽은 어미 양의 새끼를 바구니에 담아 그녀의 숙모 허스트 부인 집을 찾아갑니다. 구혼자가 많다는 숙모의 말에 돌아서는데 밧세바가 손수건을 흔들며 달려와 오해라고 바로잡습니다. 오크는 피아노와 작은 마차, 신문의 결혼 기사까지 그려 보이며 설득하지만, 막상 청혼을 받자 밧세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거절합니다. 길들여 줄 사람이 필요하긴 해도 오크는 아니라고 하고, 오크가 자기보다 돈 있는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말에 솔직히 동의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합니다. 오크는 평생 사랑하겠다고 말하고 더는 묻지 않겠다며 물러납니다.
밧세바가 이십 마일 떨어진 웨더베리로 떠났다는 소문이 들리고 오크의 그리움은 깊어집니다. 어느 새벽 양 방울이 이상하게 빠르게 울리는 소리에 잠이 깬 그는 새끼 밴 암양 이백 마리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됩니다. 열심이 지나쳐 요령을 모르는 어린 개가 양 떼를 몰고 다니다 부서진 울타리 너머 백악 채석장 아래로 떨어뜨린 것입니다. 보험은 없었고, 양은 한 상인이 그의 인품을 믿고 외상으로 들여놓은 것이었습니다. 어린 개는 그날 낮 총살당하고 오크는 빚을 갚고 나면 빈손이 됩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되뇝니다.
1권 제6~8장: 불난 볏가리, 그리고 몰트하우스
두 달 뒤 2월, 캐스터브리지 고용 시장에서 오크는 관리인 자리를 찾지만 구하지 못합니다. 작업복에 양치기 지팡이를 들고 서도 직전 일터가 '내 농장'이었다고 하면 농부들이 꺼립니다. 해질 무렵 플루트로 푼돈을 번 그는 위더버리 근처 장으로 가다 빈 짐마차 건초 위에서 잠들고, 마부들이 허영 많고 피아노 치는 젊은 여주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엿듣습니다. 마을 가까이에서 불난 볏가리 마당을 발견한 오크는 밀 더미로 불이 번지지 못하게 막고 꼭대기에 올라 불길을 때려 끕니다. 감사를 전하러 온 여주인이 베일을 벗자 밧세바입니다. 오크는 양치기가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밧세바는 놀라지만 위엄을 차리고, 감독인에게 가서 채용 얘기를 하라고 이른 뒤 일꾼들에게 맥주와 간식을 내라 합니다. 오크는 이 차분한 여주인이 노컴의 풋내기 처녀와 같은 사람이라는 데 놀랍니다. 숙소를 구해 주지 않는 감독인 말에 몰트하우스로 가는 길, 교회 묘지의 늙은 밤나무 뒤에서 얇게 입은 젊은 여자가 벅스 헤드 여관이 언제까지 여는지 묻고 자기를 봤다는 말을 며칠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1실링을 건넬 때 오크는 그녀의 손목 맥박이 몹시 빠른 것을 느낍니다. 워런 몰트하우스에서 오크는 가마 불 곁의 늙은 맥아쟁이와 마을 사람들의 환대를 받습니다. 얼굴 잘 붉히는 조셉 푸어그래스, 입담 좋은 얀 코건, 마크 클라크, 헨리 프레이, 빌리 스몰베리가 소개되고, 오크가 플루트를 연주해 박수를 받습니다. 뒤이어 밧세바가 감독 페니웨이즈의 곡식 도둑질을 잡아 내쫓았고 어린 하녀 패니 로빈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닿습니다. 패니의 애인이 캐스터브리지의 군인일지 모른다는 말이 나옵니다.
1권 제9~11장: 여주인과 일꾼들, 눈 내리는 병영
낮에 보니 밧세바의 거처는 이끼 낀 오래된 저택입니다. 위층에서 밧세바와 하녀 겸 말동무 리디 스몰베리가 전 주인의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아래층에서는 메리앤 머니가 바닥을 닦습니다. 말 탄 신사가 현관까지 와 문을 두드리지만 먼지투성이 차림의 밧세바는 만날 수 없다고 전하고, 이웃 농장주 볼드우드는 사라진 패니의 소식만 묻고 갑니다. 리디는 그가 마흔 살의 부유한 독신이며 어떤 처녀가 매달려도 꿈쩍 않는다고 알려 줍니다. 해 질 녘 밧세바는 옛 홀에서 일꾼들의 품삯을 정산하며 베일리프를 도둑질로 내쫓았고 앞으로 감독 없이 직접 농장을 꾸리겠다고 선언합니다. 양치기 오크의 조수로는 소년 케인 볼이 정해지고, 밧세바는 오크를 남처럼 냉정하게 대합니다. 윌리엄 스몰베리가 패니가 캐스터브리지 병영의 제11용기병 연대 사람을 따라 멜체스터로 갔을 거라고 전하자, 밧세바는 이제 여자 주인이라며 모두를 놀라게 하겠다고 말합니다.
같은 날 밤 멜체스터 외곽 황무지에 눈이 내립니다. 작은 형체가 병영 창문 수를 세어 다섯째 창에 눈뭉치를 서투르게 던지고, 창가에서 남자 목소리가 누구냐고 묻습니다. 트로이 하사와 패니 로빈입니다. 패니는 자신을 아내라 부르며 언제 결혼하느냐고 묻고, 혼인 공고를 두 교구에 내야 한다는 사정과 장교의 허락을 이야기합니다. 트로이는 건성으로 얼버무리다 허락받는 걸 잊었다고 둘러댑니다. 패니는 병영 근처에 나쁜 여자들이 있어 오해받는다며 내일 숙소로 찾아와 달라고 청하고 돌아섭니다. 창 안에서 누군가 트로이를 부르며 웃고, 그 웃음이 물소리에 섞여 사라집니다.
1권 제12~14장: 곡물거래소, 성경과 열쇠, 붉은 봉인
첫 장날 밧세바는 캐스터브리지 곡물거래소에서 곡물 견본 주머니를 들고 남자 농부들 사이에서 직접 값을 흥정합니다. 여자는 그녀 하나뿐이어서 시선이 쏠리지만 점차 담대해지고, 값을 지키되 고집스럽지 않고 깎아도 천박하지 않습니다. 오직 한 사람, 품위 있고 로마풍 얼굴을 한 마흔 안팎의 신사만 그녀를 쳐다보지 않아 마음에 걸립니다. 돌아오는 마차에서 리디가 그가 볼드우드라고 알려 줍니다. 2월 13일 일요일 오후 심심해진 밧세바는 리디와 성경과 열쇠로 장래 남편을 점치는 놀이를 합니다. 볼드우드가 예배 내내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는 리디의 말에 은근히 언짢아진 밧세바는 테디 코건에게 보내려던 발렌타인 카드를 두고 찬송가 책을 던져 내기를 합니다. 카드가 덮여 떨어지자 볼드우드 앞으로 주소를 쓰고, 봉인을 고르다 우스운 문구가 새겨진 인장을 찍는데 거기엔 "MARRY ME."가 적혀 있습니다.
성 발렌타인 날 저녁 볼드우드는 벽난로 앞 시계 위에 올려 둔 편지의 붉은 봉인을 바라봅니다. 가벼운 장난이던 글귀가 그의 엄숙한 집에서는 깊은 뜻을 지닌 말로 변합니다. 그는 이런 일을 겪어 본 적이 없고, 잠자리에서도 편지를 거울 구석에 꽂아 두고 뒤척입니다. 새벽에 들판 문가에서 우편 마차를 만나 받은 편지의 겉봉에는 '새 양치기 앞'이라 적혀 있습니다. 볼드우드는 언덕에서 울타리를 나르는 오크를 보고 직접 전하러 갑니다.
1권 제15~17장: 잘못 열린 편지, 올세인츠와 올소울스, 장터의 시선
아침 몰트하우스에서 일꾼들은 베일리프 없이 해 나갈 수 있을지, 새 가구와 피아노까지 들였다더라 하며 여주인을 입방아에 올립니다. 갓 난 새끼 양을 안고 들어온 오크는 이를 알아채고 앞으로 주인을 나쁘게 말하는 자는 맛을 보리라고 으릅니다. 속으로 베일리프 자리를 바랐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볼드우드가 잘못 열어 본 편지를 건네는데, 패니 로빈이 돈을 갚으며 트로이 하사와 곧 혼인한다고 알리는 내용입니다. 볼드우드는 트로이의 내력을 들려주며 걱정하고, 오크가 새끼 양에 'B. E.' 낙인을 찍자 발렌타인 필적이 누구 것인지 묻습니다. 오크는 얼굴을 붉히며 밧세바의 것이라고 답합니다.
평일 아침 멜체스터 올세인츠 교회 제단 앞에 붉은 군복의 트로이 하사가 섭니다. 신부는 오지 않고 시계 인형이 반 시간, 사십오 분을 알리며 열두 시를 칠 때까지 그는 비웃음을 견딥니다. 광장에서 겁먹은 패니와 마주치는데, 패니는 첨탑 있는 교회가 올세인츠인 줄 알고 올소울스 교회에서 십이 시 가까이 기다렸다고 변명합니다. 트로이는 바보 같다고 다그치고, 내일 하자고 매달리자 그런 창피를 또 겪지 않겠다고 합니다. 언제냐는 물음에 하느님이나 아실 거라며 가 버립니다. 토요일 장터에서는 볼드우드가 마침내 밧세바를 제대로 바라봅니다. 마흔 해 동안 여성은 그에게 혜성처럼 낯설었는데 이제 그녀의 머리칼과 옆얼굴, 눈, 치맛자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녀가 젊은 농부와 셈을 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질투를 느낍니다. 밧세바는 승리감을 맛보지만 장난에서 비롯된 일이라 달갑지 않고, 사과할까 하면서도 사과가 오히려 추파로 읽힐까 주저합니다.
1권 제18~21장: 볼드우드의 구혼, 오크의 직언과 클로버밭
볼드우드는 로어 농장에서 홀로 살며 저녁이면 마구간에서 말들 뒤를 거닐며 사색하는 사람입니다. 서술자는 그의 평온이 무딘 성격이 아니라 거대한 힘들이 맞서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풀이합니다. 이른 봄 그는 이웃 목장에서 어미 잃은 양에게 죽은 새끼의 가죽을 씌우는 밧세바, 오크, 케인 볼을 보고 찾아가지만, 얼굴이 붉어진 밧세바를 보고 용기가 꺾여 그냥 지나칩니다. 5월 말 양 씻기는 연못가에서 그는 일꾼들의 소리가 들릴 만큼 떨어진 갈대밭으로 그녀를 따라가 마흔한 살이며 그녀 없이는 사는 게 짐이라고 청혼합니다. 밧세바는 존경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하고 발렌타인은 경솔한 짓이었다고 사과합니다. 경솔이라는 말을 견디지 못하는 그에게 보호와 안락한 생활을 약속받자 동정이 일어, 확답 없이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청혼이 좋은 조건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가지 않는 밧세바는 이튿날 양털깎이 가위를 가는 오크에게 다가가 숫돌 손잡이를 돌리며 소문이 났는지 묻습니다. 오크는 볼드우드와 그녀의 이름이 올해 안에 교회에서 불릴 거란 말이 돈다고 전하고, 의견을 묻자 그녀의 처신이 점잖은 여성답지 않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화가 난 밧세바는 주말까지 농장을 떠나라고 쏘아붙이고 오크는 당장 떠나겠다며 갑니다. 이튿날 일요일 양들이 울타리를 넘어 어린 클로버 밭에 들어가 배가 부풀어 오르자, 밧세바는 옆구리를 찔러 가스를 빼는 법을 아는 이가 오크뿐이라는 말에 이름도 꺼내지 말라 하다가 끝내 말을 보냅니다. 오크는 정중히 청하지 않으면 오지 않겠다고 전하고, 눈물이 터진 밧세바는 쪽지 끝에 "Do not desert me, Gabriel!"이라 덧붙입니다. 오크는 달려와 마흔아홉 마리를 살리고, 남아 달라는 청을 받아들입니다.
1권 제22~23장: 양털깎기와 두 번째 구혼
6월 초 웨더베리의 사백 년 된 큰 헛간에서 양털깎기가 한창입니다. 오크는 양 한 마리를 23분 반 만에 깎아 칭찬을 받지만, 볼드우드가 들어와 밧세바와 낮게 이야기하고 새 승마복의 그녀와 말을 타고 떠나자 손이 흔들려 양의 사타구니를 베고 꾸중을 듣습니다. 일꾼들은 결혼이 가깝다고 수군대고 오크는 거짓말이라며 속으로 괴로워합니다. 양털깎기 뒤 저녁 집 앞 풀밭에 긴 식탁이 차려지고, 늦게 온 볼드우드는 오크가 앉았던 아래쪽 자리를 차지합니다. 밧세바는 오크의 플루트와 볼드우드의 낮은 목소리에 맞춰 「앨런 강둑」을 부릅니다. 일꾼들이 흩어진 뒤 응접실에서 볼드우드가 무릎 꿇고 구혼하자 그녀는 사랑하려 노력하겠다면서도 수확기 전 몇 주 뒤에 답하겠다고 하며 아직 약속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1권 제24~26장: 전나무 숲의 하사
같은 날 밤 직접 등불을 들고 농장을 순찰하던 밧세바는 어두운 전나무 숲길에서 누군가의 박차가 드레스 장식에 걸려 붙들립니다. 등불을 열자 붉은 군복의 젊은 하사가 풀어 주는 척 시간을 끌며 그녀가 이제껏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거침없이 말하고 트로이 하사라고 밝힙니다. 밧세바는 화가 나 달아나지만, 모욕당한 줄 알았는데 싫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고 볼드우드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음을 떠올립니다. 서술자는 트로이를 지나간 일도 앞날도 마음에 두지 않고 눈앞의 순간만 사는 사람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삼 주 뒤 건초밭에서 트로이는 사과하는 척하면서도 아름답다는 말은 거두지 않고, 밧세바는 말을 걸지 말라 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그는 백작가 문장이 새겨진 아버지 유품 금시계를 쥐여 주지만 그녀는 끝내 돌려주고, 일꾼들의 시선이 두려워 마음이 흔들린 채 돌아가며 그의 말이 진심인지 장난인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1권 제27~30장: 벌 떼, 고사리 구덩이, 황혼 산책
6월 하순 밧세바가 혼자 사다리에 올라 나뭇가지에 앉은 벌 떼를 벌통에 넣으려 하자 트로이가 정원 문으로 들어와 돕겠다고 합니다. 그녀는 그에게 모자와 면사포, 장갑을 씌워 주며 함께 웃습니다. 칼 훈련을 본 적 없다고 하자 그는 저녁에 칼을 구해 보여 주겠다고 하고, 밧세바는 짧은 시간만 보겠다며 점차 약해집니다. 한여름 저녁 고사리밭 가운데 움푹한 구덩이에서 트로이는 그녀를 세워 놓고 몸을 스칠 듯한 칼놀림으로 머리카락 한 타래를 베고 가슴께의 애벌레를 칼끝에 꿰며, 칼이 무디다던 말은 그녀를 가만히 서 있게 하려는 거짓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는 잘린 머리카락을 품에 넣고 입을 맞추고, 그녀는 큰 죄를 지은 듯 눈물을 흘립니다.
서술자는 자립적인 여자가 그 자립을 내던지고 사랑할 때 더 위태롭다고 말합니다. 밀밭 오솔길에서 오크는 볼드우드를 부당하게 대하고 있다며 트로이를 조심하라고 간청하지만, 밧세바는 트로이를 두둔하며 농장을 떠나라고 합니다. 오크는 자신이 없으면 농장이 곤란해질 것이라며 사랑을 고백하고 버팁니다. 교회 탑 문에 담쟁이가 엉켜 있는 것을 보고 트로이가 교회에 다닌다는 말이 거짓임도 확인합니다. 이틀간 바스에 다녀온다며 두 번째 키스를 남기고 트로이가 떠나자 밧세바는 즉시 볼드우드에게 청혼을 거절하는 편지를 쓰고, 하녀들이 트로이와 자신을 두고 수군대는 소리에 화를 내다가 곧 리디에게 그를 미칠 듯 사랑한다고 털어놓고 비밀을 지켜 달라고 당부합니다. 서운해하며 떠나겠다던 리디가 울며 곁에 남겠다고 하자 밧세바는 눈물 사이로 웃습니다. 1권은 여기서 끝납니다.
2권 제1~2장: 비난과 분노, 한밤의 말발굽 소리
2권은 1장에서 밧세바가 볼드우드가 편지에 답하러 직접 찾아올까 봐 피할 겸, 리디와 했던 약속대로 리디 언니 부부의 집을 방문하러 나서는 데서 시작합니다. 리디는 화해의 표시로 일주일 휴가를 받아 먼저 언니를 만나러 간 뒤이고, 밧세바는 가브리엘과 메리앤에게 문단속을 맡기고 소나기가 막 지나간 저녁 속으로 걸어 나갑니다. 2장은 웨더베리가 잠든 밤 열한 시경입니다. 메리앤이 누군가 밧세바의 말을 끌어내 마차에 매고 달려 나가는 소리를 듣고 도둑이라 여겨 코건에게 알립니다. 코건과 오크는 안장도 없이 볼드우드의 말 두 필을 꺼내 타고 쫓습니다. 코건은 갈림길마다 성냥불로 바퀴와 발굽 자국을 읽습니다. 새벽 페티턴 톨게이트에서 마차를 따라잡지만 마부는 밧세바 본인이고, 그녀는 급한 일로 바스에 간다며 침착하게 둘러대 두 사람을 돌려보냅니다. 속내는 한밤에 트로이를 만나 작별을 고하려는 길이었습니다.
2권 제3~5장: 바스에서 온 소식, 위층 창가의 남자
밧세바가 바스로 떠난 지 두 주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고 귀리 수확이 한창입니다. 손가락 종기를 핑계로 바스에 다녀온 케인 볼은 사레가 들려 기침하면서 상점 유리창과 교회, 온천수 얘기로 샙니다. 요지는 여주인이 군인과 팔짱을 끼고 공원에 반 시간 넘게 앉아 있었고 군인은 트로이 하사 같았으며 그녀는 울다 나왔다는 것입니다. 같은 날 해질녘 밧세바와 리디가 마차로 무사히 돌아오고, 사과하러 갔던 볼드우드는 만남을 거절당합니다. 밤 열 시경 볼드우드는 마을에 막 내린 트로이를 만나 패니 로빈과 결혼하면 지금 50파운드, 혼례 때 500파운드를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밧세바가 트로이를 반기며 다가오는 소리에 격분해 그의 목을 조르다 놓아주고 도리어 밧세바와 결혼하라며 애원합니다. 트로이는 신문의 결혼 공고를 내밀어 두 사람이 이미 바스에서 부부가 되었음을 알리고, 패니는 오래전 떠나 행방을 모른다며 돈을 길에 던집니다.
이른 아침 오크와 코건은 밧세바 집 위층 창가에 선 트로이를 봅니다. 코건이 "결혼했구먼" 하고 오크의 얼굴은 창백해집니다. 트로이는 낡은 집을 현대식으로 고치고 싶다고 쾌활하게 말하다 볼드우드 집안에 정신병 내력이 있느냐고 불쑥 묻고, 술값으로 반 크라운을 던지는데 오크는 피하고 코건이 줍습니다. 곧 말 탄 볼드우드가 지나가는데, 얼굴빛이 가시고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진 채 몸은 꼼짝 않습니다. 오크는 자기 슬픔을 잠시 잊고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2권 제6~8장: 수확 잔치와 폭풍
8월 말 트로이는 농장 주인 노릇을 하며 수확 감사 잔치를 엽니다. 오크는 두꺼비, 달팽이 자국, 거미, 폭풍 반대편으로 꼬리를 모은 양 떼를 보고 큰비가 올 것을 확신하지만, 약 750파운드어치 노적가리 여덟 더미를 걱정하는 그의 경고를 트로이는 일축하고 독한 브랜디를 돌립니다. 밧세바는 만류하다 자리를 뜨고, 새벽 두 시 일꾼들은 헛간 바닥에 널브러져 깨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크는 혼자 방수포로 두 더미를 덮고 세 번째 밀 더미를 손본 뒤 보리 더미에 초가를 이어 덮기 시작합니다. 번개가 치자 말 쇠사슬로 임시 피뢰침을 세우고 일을 계속하는데, 잠에서 깬 밧세바가 곡식을 걱정하며 나타나 남편이 안 보인다며 단을 날라 줍니다. 강한 번개가 포플러를 쪼갭니다. 그녀는 그날 밤 바스에 간 것은 약혼을 끊으려는 것이었는데 트로이가 다른 여자를 보았다고 하자 질투와 혼란 속에 결혼해 버렸다고 털어놓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새벽 다섯 시 무렵부터 바람이 거세지고 큰비가 퍼붓는 가운데 오크는 일곱 시쯤 보리 더미를 끝까지 덮습니다. 헛간에서 일꾼들이 쑥스러운 낯으로 나오고 트로이는 휘파람을 불며 앞서 걷습니다. 귀갓길에 오크는 우산을 쓴 볼드우드를 만납니다. 그의 노적가리는 하나도 덮이지 않았고 올해는 깜빡했다고 합니다. 볼드우드는 밧세바와 약혼한 적은 없다고 말하고, 하나님이 그늘 박을 주었다가 벌레로 시들게 했다며 죽는 편이 낫다고 토로한 뒤 곧 태연한 척하며 이 대화를 비밀로 해 달라고 합니다.
2권 제9~11장: 패니의 마지막 길
시월의 토요일 저녁 장에서 돌아오는 마차 안의 밧세바는 걸어가는 남편의 말을 듣습니다. 트로이는 경마에서 비 때문에 100파운드 넘게 잃었다면서도 반성하지 않고 불안해하는 아내에게 짜증을 냅니다. 언덕 위에서 남루한 여자가 나타나 캐스터브리지 구빈원이 몇 시에 닫히는지 묻다가 트로이를 알아보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집니다. 트로이는 밧세바에게 먼저 말을 몰고 올라가게 하고 여자에게 가서 있는 돈을 건네며 "파니"라 부르고, 월요일 아침 열 시에 캐스터브리지 다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아내가 누구냐고 캐묻자 이름도 모른다며 잡아뗍니다.
구빈원을 향해 걷던 패니는 지쳐 건초더미 밑에서 잠들었다 한밤중에 깨어, 숲에서 갈래진 가지 둘을 골라 목발 삼아 걷고 울타리 말뚝을 다섯 개씩 끊어 세며 버팁니다. 기력이 바닥났을 때 큰 개 한 마리가 다가와 손과 뺨을 핥고, 그녀는 개의 어깨에 팔을 얹어 기대며 구빈원까지 함께 갑니다. 새벽 여섯 시 무렵 종을 울리고 쓰러져 있다가 사람들에게 부축되어 안으로 들어갑니다. 일요일 아침 도착한 그녀는 같은 날 세상을 떠났고, 멜체스터에서 걸어왔다는 소문이며 사인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일요일 저녁 트로이가 경마가 아니라며 20파운드를 달라고 하자 밧세바는 간청 끝에 건네고, 그가 시계 뒤에서 금발 머리 타래를 꺼내자 누구 것이냐 따지다 다툼이 커집니다. 월요일 아침 트로이는 일찍 캐스터브리지로 떠나고, 조셉 푸어그래스가 패니가 구빈원에서 죽었다고 전합니다. 밧세바는 장례를 직접 맡겠다며 마차에 상록수와 꽃을 싣게 하고, 패니의 머리가 금발이었고 연인이 트로이와 같은 연대였음을 알게 되어 불안해합니다.
2권 제12~14장: 관 앞에서
조셉 푸어그래스는 구빈원 뒷문에서 패니의 소박한 느릅나무 관을 꽃과 상록수로 덮은 짐마차에 싣고 웨더베리로 향합니다. 올가을 첫 안개가 숲을 덮자 외로워진 그는 벅스 헤드 여관에 들러 코건, 마크 클라크와 술을 마시고, 죽은 사람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두 사람의 말에 붙들려 교회파와 예배당파 수다에 시간을 보냅니다. 여섯 시에 오크가 들이닥쳐 이들을 꾸짖고 직접 마차를 몰아 장지로 가지만 사제는 이미 늦었다며 장례를 다음 날로 미룹니다. 밧세바의 고집으로 관은 저택 거실에 안치되고, 오크는 관 뚜껑의 분필 글씨 중 "그리고 아이" 두 단어를 지웁니다.
그날 밤 밧세바는 홀로 난롯가에서 남편을 기다립니다. 리디가 패니에 관한 흉한 소문을 귓속말로 전하자 믿지 않겠다고 떨지만 사실 지난 토요일 밤 패니를 만났던 터라 더 불안합니다. 오크의 오두막까지 가서 기도하는 그의 평온한 모습을 보고 문을 두드리지 못한 채 돌아온 그녀는 "알아야겠다"며 관 뚜껑을 열어 패니와 그 곁의 아기를 확인합니다. 귀가한 트로이는 이 광경을 보고 무릎 꿇고 죽은 패니에게 입을 맞춥니다. 밧세바가 자신에게도 입 맞춰 달라고 매달리자 그는 밀쳐내며 패니가 하느님 앞에서 진짜 아내이고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밧세바는 절망해 집을 뛰쳐나갑니다. 어둠 속을 달아나 양치식물 덤불의 안개 속에서 잠든 그녀는 새벽에 독버섯 가득한 늪 곁에서 깹니다. 찾아온 리디와 숲을 거닐며 패니의 관이 떠나기를 기다리고, 집을 나간 아내의 처지가 가장 비참하다며 도망치지 않고 남아 버티기로 마음먹습니다. 저녁 교회 탑 쪽에서 석공들이 큰 묘비를 세우는 소리가 들리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모릅니다.
2권 제15~17장: 묘비, 물받이, 바다
트로이는 관을 천으로 덮고 뜬눈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밧세바에게 받은 20파운드와 자기 돈 7파운드 10실링을 들고 약속 장소인 캐스터브리지 다리에 갔으나 패니는 오지 않았고, 홧김에 버드머스 경마장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제야 패니가 병 때문에 못 왔을 거라 짐작하고 후회한 그는 석공에게 가진 돈 27파운드를 모두 내고 대리석 묘비를 당일 설치하게 합니다. 밤에는 구근과 꽃뿌리를 한 바구니 사 와 무덤에 심고, 비가 오기 시작하자 교회 현관 의자에서 잠듭니다. 웨더베리 교회 탑의 기괴한 물받이 가운데 북동쪽 모서리의 괴물이 400년 동안 물을 토해 온 입으로 폭우 속의 물줄기를 패니의 무덤 한복판에 쏟고, 여름에 치워 둔 보호용 돌이 없어 흙이 진흙탕으로 끓어올라 꽃들이 모두 뽑혀 나갑니다. 새벽에 이 참상을 본 트로이는 처음으로 자신이 싫어지고, 무덤을 손보지도 않고 마을을 떠납니다. 이튿날 교회에 간 밧세바는 비문에서 트로이의 이름을 보고, 오크에게 구덩이를 메우게 하고 꽃을 다시 심은 뒤 묘비를 닦습니다.
트로이는 웨더베리와 아내의 집을 견디지 못하고 서쪽으로 정처 없이 걷다 오후 세 시에 언덕 위에서 바다를 처음 봅니다. 작은 후미에서 헤엄치던 그는 바깥쪽의 위험한 조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곶 너머에서 모래를 가지러 온 범선 선원들의 보트가 나타나자 마지막 힘을 짜내 팔을 들고 소리칩니다. 선원들은 5~6분 만에 그를 건져 올려 옷을 빌려주고 해 질 녘 버드머스 앞바다의 본선으로 노를 저어 갑니다.
2권 제18~20장: 익사 소식, 출세한 오크, 그린힐의 천막
며칠째 트로이가 돌아오지 않아도 밧세바는 놀람과 안도가 뒤섞인 무덤덤한 상태입니다. 첫 토요일 캐스터브리지 시장에서 한 남자가 남편이 익사했다고 전하자 그녀는 쓰러지고, 곁의 볼드우드가 받아 안아 여관 방으로 옮깁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리디에게 상복을 맞출 필요가 없다며 남편이 아직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지만, 월요일 신문에 의사 바커의 목격담이 실리고 남편의 옷까지 도착하자 믿음이 흔들립니다. 밤에 트로이의 시계 속 패니의 머리카락을 불에 던지려다 거두어 간직합니다. 늦가을과 겨울을 무기력하게 보내는 동안 오크는 오래 미뤄진 관리인 직책을 정식으로 얻고, 칩거하던 볼드우드는 오크를 불러 자기 아랫농장까지 맡아 달라고 청합니다. 이듬해 건초철 볼드우드는 하녀 리디를 떠보다 밧세바가 "7년이 지나면 재혼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을 알아내고, 6년은 기다릴 만하다며 오직 그것만을 붙듭니다.
그린힐 양시장에 밧세바와 볼드우드의 양 떼가 오크의 인솔로 올라와 모두 팔립니다. 대형 천막에서는 "터핀의 요크행 질주" 연극이 열리는데, 배우 중에 트로이가 있습니다. 익사 소동 뒤 배를 타고 미국을 전전하다 영국에 돌아와서도 집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순회 서커스단에 들어간 것입니다. 볼드우드의 권유로 밧세바가 맨 앞 지정석에 앉자 트로이는 놀라 말없이 연기합니다. 저녁 공연 뒤 휴게 천막에서 차를 마시는 아내를 천막 틈으로 지켜보던 그는 페니웨이즈가 "당신 남편이 여기 있다"는 쪽지를 던지고 가는 것을 봅니다. 밧세바가 쪽지를 읽지 않고 쥐고 있자 트로이가 천막 아래로 손을 뻗어 낚아채 달아나고, 페니웨이즈와 함께 밤으로 사라집니다.
2권 제21~23장: 약속, 크리스마스 이브, 총성
그린힐에서 돌아오는 길 밧세바는 볼드우드가 말을 타고 호위하겠다고 나서자 거절하지 못합니다. 달빛 아래에서 볼드우드가 다시 결혼할 거냐고 묻자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 법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피하고, 그는 약 육 년이면 누구의 비난도 없이 재혼할 수 있다며 그때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간청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솔직히 말하면서도, 과거에 그를 희롱한 잘못을 갚아야 한다는 부채감과 그의 격한 어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크리스마스까지 생각해 보겠다고 합니다. 며칠 뒤 오크에게 약속하지 않으면 볼드우드가 정신을 놓을 것 같아 두렵다고 털어놓자, 오크는 사랑 없는 조건부 약속은 해가 덜하고 진짜 죄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실제로 혼인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돌아서며 밧세바는 오크가 자신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데 작은 서운함을 느낍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볼드우드가 여는 파티가 화제입니다. 집은 겨우살이와 호랑가시나무로 꾸며져 있지만 흥겨움 대신 어색하고 불길한 그늘이 감돕니다. 볼드우드는 재단사 앞에서 까다롭게 굴고 오크에게 넥커치프를 매어 달라 청하며, 오늘 밤 약혼이 확정되리라 들뜬 채 오크의 사업 지분을 늘려 주겠다고 합니다. 혼자 남아 잠긴 서랍에서 다이아몬드 반지 상자를 꺼내 오래 들여다봅니다. 같은 시각 캐스터브리지의 술집에서 트로이는 페니웨이즈를 만류에도 뿌리치고 낡은 회색 외투를 걸치고 아홉 시 전에 아내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일꾼들은 트로이가 목격되었다는 소문을 수군대고, 샘웨이와 톨, 스몰베리는 창유리에 얼굴을 대고 안을 엿보는 트로이를 발견하지만 아무도 선뜻 알리지 못합니다. 한 시간쯤 머문 밧세바가 떠나려 할 때 볼드우드가 응접실에서 약속을 재촉하고, 눈물 끝에 그녀는 "육 년 뒤에 결혼하겠다"고 말합니다. 볼드우드가 반지를 끼워 주는 순간 낯선 손님이 들어서 모자와 옷깃을 벗으니 트로이입니다. 그가 "집에 가자"며 아내의 팔을 잡아끌고 그녀가 낮은 비명을 지르자 볼드우드는 벽의 총으로 그를 쏘아 즉사시킵니다. 자신에게도 총을 돌리지만 샘웨이가 쳐서 빗나가고, 볼드우드는 밧세바의 손에 입 맞춘 뒤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2권 제24~25장: 충격 이후, 재판과 감형
볼드우드는 밤길을 걸어 캐스터브리지 감옥의 초인종을 울리고 스스로 들어갑니다. 소식을 듣고 홀에 들어선 오크가 보니 밧세바는 바닥에 앉아 트로이의 머리를 무릎에 안고 있습니다. 충격이 오히려 그녀를 본래의 단단한 모습으로 돌려놓아, 조용한 말투로 외과의를 데려오라고 이릅니다. 새벽이 되도록 의사는 오지 않았고, 도착해 보니 밧세바는 법적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시신을 자기 집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리디의 말로는 그녀가 문을 잠그고 혼자 한 시간 넘게 시신을 씻기고 수의를 입혔습니다. 이윽고 문을 연 그녀가 "이제 다 끝났으니 누구든 보아도 된다"고 말하고, 의사가 소녀가 이런 강단을 보였다며 놀라자 "아내의 마음일 뿐"이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순간 쓰러집니다. 밤새 리디는 그녀가 "내 잘못이다, 어떻게 살아가나" 하고 신음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듬해 3월 순회 재판 판사를 맞는 행렬을 보러 웨더베리 사람들이 언덕에 모입니다. 그날 오후 볼드우드의 잠긴 벽장에서 비단과 벨벳 옷감, 담비 토시, 값비싼 보석이 가득 발견되고, 포장마다 "바스시바 볼드우드"라는 글과 육 년 뒤의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볼드우드는 유죄를 인정해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믿게 되어 감형을 청하는 탄원서를 내무장관에게 보냅니다. 처형 예정일 전날 오크는 감옥에서 볼드우드와 작별하고 돌아오고, 밤 열한 시 길가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말 탄 라반 톨이 도착해 사형이 면해지고 여왕 폐하의 뜻에 따른 구금으로 바뀌었다고 알립니다. 코건은 "하느님이 악마보다 위에 계시다"며 환호합니다.
2권 제26~27장: 외로움 속의 아름다움, 안개 낀 아침
봄이 오자 밧세바는 서서히 회복하지만 사람들을 피해 홀로 지냅니다. 8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그녀는 처음으로 교회 묘지로 가서 패니 로빈의 묘비를 찾고, 트로이가 세운 비문 아래 "같은 무덤에 앞서 말한 프랜시스 트로이의 유해도 누워 있다"는 새 글귀가 새겨진 것을 확인합니다. 아이들의 성가를 듣다 오랜만에 눈물을 쏟는 그녀를 포치에서 연습하러 온 오크가 발견합니다. 오크는 내년 봄 캘리포니아로 떠날 생각이라고 말하고 그녀를 피하는 듯하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정식 해지 통지 편지까지 보냅니다. 의지하던 유일한 친구를 잃는다는 생각에 울던 밧세바는 해질녘 그의 집을 찾아가고, 오크는 이민이 아니라 로어 농장을 직접 맡는다고 밝히며 소문이 돌아 그녀의 평판이 상할까 거리를 두었다고 말합니다. 어색하게 말을 고치던 끝에 오크가 당신을 사랑하고 결혼해도 되는지 알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당신이 한 번도 묻지 않았잖아요"라고 답합니다.
밧세바는 가장 은밀하고 소박한 결혼식을 원하고, 오크는 결혼 허가증을 받아 옵니다. 소문 잘 내는 톨 부인의 눈을 피하려 코건이 문을 두드려 따돌리는 계략을 꾸미고, 서기 라반 톨에게는 교회 앞에 정장을 입고 오라는 말만 전하게 합니다. 새벽 네 시에 깬 밧세바는 리디를 일찍 깨워 머리를 빗기며 귀에 대고 비밀을 속삭입니다. 안개 낀 아침 두 사람은 우산 두 개를 받고 팔짱을 낀 채 백 야드쯤 되는 길을 걸어 교회로 갑니다. 그녀는 노컴 언덕에서 하던 머리 모양을 하고 있어 오랜 꿈속의 처녀 같습니다. 교회에는 톨, 리디, 목사뿐이고 결혼식은 순식간에 끝납니다. 저녁 차를 따르던 중 대포 소리와 낡은 악기들의 요란한 연주가 울리고, 마크 클라크와 얀 코건 등 옛 친구들이 축하하러 몰려옵니다. 오크는 이들에게 먹고 마실 것을 워런의 가게로 보내겠다고 약속하고, 코건은 오크가 "내 아내"라는 말을 벌써 자연스럽게 한다고 놀립니다. 조셉 푸어그래스는 기쁜 한숨으로 두 사람을 축복하고, 이야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허영이라는 첫 판정
오크가 밧세바에게 처음 내리는 평은 외모가 아니라 결점입니다. 서술자는 이 판정을 곧 뒤집어 놓지 않고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 가는 긴 시간의 출발점으로 둡니다.
“But she has her faults,” said Gabriel.
“하지만 그 처녀에게도 결점은 있지요.” 가브리엘이 말했다.
오크의 사랑을 설명하는 서술자의 문장도 같은 어조입니다. 사랑을 강함이 아니라 약함 속의 가능성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이 책의 연애는 처음부터 우쭐함이 아니라 취약함에서 시작합니다.
Love is a possible strength in an actual weakness.
사랑은 실제의 약함 속에 깃든 가능한 힘이다.
2. 거절의 이유
밧세바는 오크의 청혼을 모욕이 아니라 정직하게 거절합니다. 오크가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낮추는 순간, 겸손은 청혼에서 매력이 되지 못합니다.
“I’m only an every-day sort of man,”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밧세바가 내놓는 이유는 사랑의 부족보다 그녀 자신의 성격에 가깝습니다. 길들여지고 싶은 마음과 독립하려는 마음이 한 사람 안에 있다는 고백이 이 책 전체의 불안한 씨앗입니다.
“I want somebody to tame me; I am too independent;”
“저를 길들여 줄 사람이 필요해요. 저는 너무 독립적이거든요.”
이 말은 뒤의 이야기를 미리 비춥니다. 길들여 줄 사람을 원한다고 말한 그녀가 훗날 한 남자 앞에서 자신의 독립을 내던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3. 불운과 기회
양 이백 마리를 잃은 아침 오크의 첫 반응은 자기 파산이 아니라 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입니다. 사랑을 잃은 사람의 불운을 계산하는 방식이 그답습니다.
“Thank God I am not married:”
“결혼하지 않은 게 하느님 덕분이다.”
서술자는 불운이 오히려 공포를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입니다.
misfortune is a fine opiate to personal terror
불운은 개인적인 공포를 가라앉히는 좋은 아편이다.
그 뒤 장터에서 얻은 교훈은 계획이 아니라 기회를 잡으라는 것입니다. 이 교훈이 있었기에 오크는 우연히 지나던 불난 마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치기가 필요하십니까"를 묻습니다.
It is better to accept any chance that offers itself,
제 발로 찾아오는 기회는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4. 여주인이 된 밧세바
밧세바는 첫 정산에서 일꾼들에게 선언합니다. 베일리프를 내쫓고 스스로 농장을 꾸리겠다는 이 말은 허세처럼 들리지만 곧 장날의 곡물거래소에서 증명됩니다.
“Now mind, you have a mistress instead of a master.”
“잘 들으세요. 이제 여러분에게는 주인이 아니라 여주인이 있습니다.”
“In short, I shall astonish you all.”
“한마디로, 여러분 모두를 놀라게 해 드리겠어요.”
서술자는 불난 마당의 여주인을 이렇게 평합니다. 위기가 사람을 만든다는 관찰은 이 책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됩니다. 오크에게도, 총성 뒤의 밧세바에게도 그렇습니다.
But some women only require an emergency to make them fit for one.
그러나 어떤 여자들은 위기를 만나야 비로소 위기에 맞는 사람이 된다.
곡물거래소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흥정하는 장면은 리디의 푸념과 함께 읽을 만합니다. 일하는 여자가 받는 시선이 그 자체로 하나의 노동입니다.
“Men be such a terrible class of society to look at a body.”
“남자들은 사람을 쳐다볼 때 정말 무서운 부류예요.”
5. 장난으로 찍은 인장
이 책에서 가장 큰 사건은 가장 가벼운 순간에서 시작합니다. 일요일 오후 심심해서 정한 내기로 발렌타인이 볼드우드에게 가고, 봉인에는 우연히 집은 인장이 찍힙니다. 서술자는 이 가벼움을 변명 없이 못 박습니다.
So very idly and unreflectingly was this deed done.
이 일은 그만큼 한가하고 생각 없이 저질러졌다.
“MARRY ME.”
“나와 결혼해요.”
마크 클라크의 속담조 푸념은 이 일을 마을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 줍니다. 몰트하우스의 수다는 사건을 단순화하지만 거의 틀리지 않습니다.
“Pride and vanity have ruined many a cobbler’s dog.”
“자존심과 허영이 구둣방 개를 여럿 망쳐 놓았지.”
6. 볼드우드가 처음 본 여자
마흔 해 동안 여성에게 눈을 두지 않은 남자에게 한 장의 카드는 모든 것을 바꿉니다. 서술자는 그가 밧세바를 처음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을 창세기의 장면에 빗댑니다.
Adam had awakened from his deep sleep, and behold! there was Eve.
아담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고, 보라! 거기에 이브가 있었다.
그의 평온은 무딘 것이 아니라 거대한 힘들이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서술자는 설명합니다. 그래서 일단 감정이 들면 가벼운 단계가 없습니다.
Stagnant or rapid, it was never slow.
고여 있거나 급류이거나, 결코 느린 법이 없었다.
양 씻기는 연못가의 청혼은 이 성격의 첫 번째 증명입니다.
“My life is not my own since I have beheld you clearly, Miss Everdene”
“당신을 또렷이 본 뒤로 제 삶은 제 것이 아닙니다, 에버딘 양.”
7. 오크의 직언과 침묵
오크는 이 책에서 말을 아끼는 사람입니다. 서술자는 그 침묵에 값을 매깁니다.
There is a silence which says much: that was Gabriel’s.
많은 것을 말하는 침묵이 있다. 가브리엘의 것이 그랬다.
그러나 직언이 필요한 순간에는 해고를 감수하고 말합니다. 가위 가는 숫돌 곁에서 밧세바의 처신을 평하는 이 문장은 곧바로 "주말까지 떠나라"는 대답을 부릅니다.
“That it is unworthy of any thoughtful, and meek, and comely woman.”
“생각 깊고 온순하고 단정한 여자라면 할 짓이 못 된다는 것입니다.”
양 떼가 클로버밭에서 쓰러지는 날, 쪽지의 마지막 줄은 그 해고를 뒤집습니다. 자존심이 센 여주인이 쓸 수 있는 가장 낮은 문장입니다.
Do not desert me, Gabriel!
저를 버리지 마세요, 가브리엘!
8. 한 번도 하지 않은 말
밧세바가 전나무 숲에서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싫지 않았던 이유는 볼드우드에게서 한 번도 듣지 못한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서술자는 이 사실에 한 줄을 씁니다.
he had never once told her she was beautiful
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아름답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어둠 속에서 붉은 군복이 나타나는 장면은 나팔 소리에 빗대어집니다. 침묵 속에 울리는 나팔이라는 표현은 트로이가 말의 힘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인물임을 알려 줍니다.
what the sound of a trumpet is to silence
침묵에 울리는 나팔 소리와 같은 것
건초밭에서 그가 건네는 고백은 능란한 말장난입니다.
“Because you are so distracting—and I am so distracted.”
“당신이 너무 마음을 흩뜨리니까요. 그래서 제 마음이 이렇게 흩어졌습니다.”
9. 트로이라는 사람
서술자는 트로이를 미리 설명해 독자에게 밧세바보다 앞선 정보를 줍니다. 그에게 시간은 이렇게 흐릅니다.
With him the past was yesterday; the future, to-morrow; never, the day after.
그에게 과거는 어제였고, 미래는 내일이었으며, 모레는 결코 없었다.
그는 남자에게는 정직하고 여자에게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며, 여자를 대하는 신조도 거리낌 없이 말합니다.
He was perfectly truthful towards men, but to women lied like a Cretan.
그는 남자에게는 완벽히 진실했지만 여자에게는 크레타 사람처럼 거짓말을 했다.
Treat them fairly, and you are a lost man.
여자를 공정하게 대하면 당신은 지는 사람이다.
이런 설명이 있어도 독자는 밧세바를 말릴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독자가 아는 것과 인물이 아는 것의 간격에서 긴장을 만듭니다.
10. 고사리 구덩이의 칼
칼 시범은 이 책에서 가장 위태로운 장면이지만 서술은 끝까지 점잖습니다. 앞서 건초밭에서 시계에 새겨진 문장의 뜻이 풀이된 바 있는데, 그 뜻이 이 장면의 예고처럼 읽힙니다.
Love yields to circumstance.
사랑은 상황에 굴복한다.
서술자는 사랑에 빠진 밧세바의 약함을 자립한 여자이기 때문에 더 위태로운 것으로 풀이합니다. 새로 생긴 약함은 익숙하지 않아서 이중으로 약하다는 것입니다.
Weakness is doubly weak by being new.
약함은 새롭기 때문에 이중으로 약하다.
When a strong woman recklessly throws away her strength
강한 여자가 무모하게 자신의 강함을 내던질 때
리디 앞에서 하는 변호는 그 문제를 자기도 모르게 드러냅니다. 건실하다는 말과 거칠다는 말이 한 문장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He is a sort of steady man in a wild way, you know.”
“그분은 거칠게 구는 방식으로 건실한 사람이에요, 알잖아.”
11. 폭풍 속의 밤
수확 잔치 밤은 이 책에서 일의 윤리가 가장 분명한 대목입니다. 오크는 자연의 징조를 읽고 홀로 노적가리를 덮습니다.
Every voice in nature was unanimous in bespeaking change.
자연의 모든 목소리가 한목소리로 변화를 알리고 있었다.
번개가 치는 밤에 말 쇠사슬로 피뢰침을 세워 놓고 초가를 이는 그를 서술자는 죽음의 춤에 빗댑니다.
It was a perfect dance of death.
그것은 더없이 완전한 죽음의 춤이었다.
밧세바가 그날 처음으로 진심을 터놓는 상대가 오크라는 사실은 의미가 있습니다. 남편은 보이지 않고, 그녀가 고마움을 건네는 사람은 곁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Thank you for your devotion, a thousand times, Gabriel!”
“당신의 헌신에 천 번이라도 감사해요, 가브리엘!”
이튿날 아침 볼드우드의 한마디는 같은 폭풍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었는지 보여 줍니다. 그의 노적가리는 하나도 덮이지 않은 채였습니다.
“I overlooked the ricks this year.”
“올해는 노적가리를 깜빡했습니다.”
12. 사랑과 분별력
트로이가 볼드우드의 돈 제안을 비웃는 말은 거칠지만, 서술자의 문장은 사랑의 대가를 정확히 짚습니다.
“A fig for such love!”
“그런 사랑은 무화과 한 알의 값어치도 없소!”
love, though added emotion, is subtracted capacity.
사랑은 감정을 더하지만 분별력을 덜어 낸다.
격분한 볼드우드는 트로이에게 욕을 퍼붓고, 트로이는 신문 결혼 공고로 대답합니다. 결혼 뒤 그의 냉소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All romances end at marriage.”
“모든 연애담은 결혼에서 끝나는 법이지.”
이 냉소는 책 끝에서 다시 떠오릅니다. 마지막 장의 결혼식이 그 말에 대한 대답처럼 읽히는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13. 패니 로빈의 마지막 길
패니의 죽음은 이 책에서 가장 조용한 대목입니다. 멜체스터에서 구빈원까지 걸어온 그녀는 지쳐 건초더미 밑에서 잠들고, 갈래진 가지를 목발 삼아 울타리 말뚝을 세며 버팁니다. 서술자는 그 믿음이 꾸며진 것일지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a half-feigned and fictitious faith is better than no faith at all.
반쯤 꾸민 허구의 믿음이라도 아무 믿음 없는 것보다는 낫다.
마지막 길에서 그녀를 부축한 것은 큰 개 한 마리였고, 구빈원에 들어간 그녀는 같은 날 세상을 떠납니다. 오크는 관 뚜껑의 분필 글씨 가운데 두 단어를 지웁니다. 지워지기 전의 글씨는 이것이었습니다.
Fanny Robin and child.
패니 로빈과 아이.
이 장면에서 책은 비난하지 않고 사실만 놓습니다. 패니의 죽음은 사인이 분명하지 않다는 말과 함께 놓이고, 어긋난 약속과 먼 길이 그 앞에 쌓여 있습니다.
14. 관 앞의 부부
관 뚜껑을 여는 장면은 밧세바가 가장 낮아지는 순간입니다. 남편이 죽은 패니에게 입 맞추는 모습을 본 그녀는 자존심을 버리고 매달립니다.
“I love you better than she did: kiss me too, Frank—kiss me!”
“내가 그 여자보다 더 사랑해요. 나에게도 입 맞춰 줘요, 프랭크. 입 맞춰 줘요!”
트로이의 대답은 이 책에서 가장 잔인한 문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You are nothing to me—nothing,”
“당신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그러나 서술자는 그 뒤를 밧세바의 패배로만 쓰지 않습니다. 달아난 숲에서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Stand your ground, and be cut to pieces.”
“버티고 서 있으라. 그러다 갈가리 찢기더라도.”
리디의 소박한 위로와 이를 퉁명스럽게 받는 밧세바의 대비도 이 장의 일부입니다. 가장 큰 상처 곁에 놓인 가장 작은 일상이 책의 균형을 잡습니다.
“Hemming handkerchiefs is a very good thing”
“손수건 단을 박는 일은 아주 좋은 일이에요.”
15. 무너진 무덤과 트로이의 후회
트로이가 석공에게 가진 돈을 모두 건네고 밤에 꽃을 심는 장면은 그가 처음으로 진심을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400년 된 석조 물받이가 폭우를 무덤에 쏟아 모든 것이 쓸려 나갑니다. 서술자는 그 폐허를 보는 그의 감정을 짧게 씁니다.
Troy hated himself.
트로이는 자신이 싫어졌다.
이 장은 하디의 방식을 잘 보여 줍니다. 우연의 장난처럼 보이는 일이 섭리의 조롱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인물의 시선으로 쓰되, 판정은 하지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밧세바는 말없이 구덩이를 메우고 꽃을 다시 심습니다.
16. 죽었다는 소문과 기다림
트로이의 익사 소식에 밧세바는 쓰러지지만, 이상하게도 상복을 거부합니다.
“Because he’s still alive.”
“그 사람이 아직 살아 있으니까요.”
“Her husband is drowned.”
“그분 남편이 익사했답니다.”
반대로 볼드우드는 이 소식에서 희망을 짜냅니다. 그는 밧세바가 칠 년 뒤 재혼할 수 있다고 한 말을 하녀를 통해 알아내고 그 숫자에 매달립니다. 서술자의 평은 그의 서툰 솜씨에 대한 것이지만 동시에 따뜻하기도 합니다.
Poor Boldwood had no more skill in finesse than a battering-ram
가엾은 볼드우드는 파성퇴만큼도 책략을 쓸 줄 몰랐다.
Six years were a long time, but how much shorter than never
육 년은 긴 시간이지만 영영 안 되는 것보다는 얼마나 짧은가.
17. 크리스마스 이브의 총성
볼드우드의 파티에는 처음부터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밧세바 자신이 이 파티의 원인이라는 걸 아는 이상 흥겨움은 억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a shadow seemed to move about the rooms
그림자 하나가 방들을 돌아다니는 듯했다.
트로이가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절망한 볼드우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총성이 지난 뒤 자살이 저지당하고 남긴 마지막 말도 이어서 읽을 만합니다.
“Bathsheba, go with your husband!”
“밧세바, 남편을 따라가시오!”
“There is another way for me to die.”
“나에게는 죽는 다른 길이 있소.”
18. 위기 뒤의 밧세바와 결말
충격 뒤 밧세바는 오히려 단단해집니다. 서술자는 그녀를 평소엔 껄끄럽지만 위기에 사랑받는 사람으로 그립니다. 그러나 밤새 들리는 신음은 그 단단함 아래의 죄책감을 보여 줍니다.
she was of the stuff of which great men’s mothers are made
그녀는 위인의 어머니를 만드는 재료로 된 사람이었다.
“Oh, it is my fault—how can I live!”
“오, 내 잘못이야. 어떻게 살아갈까!”
볼드우드의 사형이 감형되자 코건은 환호하고, 책은 서서히 회복하는 밧세바 쪽으로 돌아옵니다. 해지 통지에 놀라 오크의 집을 찾아간 그녀는 사랑하고 결혼해도 되는지 묻는 그에게 이렇게 답합니다.
“Because you never ask.”
“당신이 한 번도 묻지 않았잖아요.”
안개 낀 아침의 소박한 예식에서 밧세바는 노컴 언덕에서 하던 머리 모양을 하고 있어, 서술자는 그녀를 이렇게 비유합니다.
As though a rose should shut and be a bud again.
장미가 다시 오므라들어 꽃봉오리가 된 것처럼.
19. 이 책을 읽는 방법
『광란의 군중으로부터 멀리』는 57장이 각각 하나의 장면 중심으로 짜여 있어 한 장씩 끊어 읽기 좋습니다. 처음이라면 1권 제1장(노란 마차와 거울), 제6장(불난 볏가리), 제13~14장(발렌타인), 제28장(고사리 구덩이)을 먼저 읽고, 2권 제6~8장(폭풍), 제13장(관 뚜껑), 제23장(크리스마스 이브)으로 넘어가면 책의 뼈대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디의 문장은 시골 일꾼의 입담과 서술자의 교양 어린 비유가 번갈아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몰트하우스의 장면에서는 웃고, 폭풍과 관 앞에서는 숨을 죽이게 됩니다. 주인공의 선택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그녀가 일을 해내는 장면에서는 존경하게 되고, 마지막 장의 소박한 예식은 앞의 모든 소란을 지나온 뒤라서 더 조용하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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