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71년 출간
Desperate Remedies
절망의 처방
아버지를 잃고 빚에 몰린 건축가의 딸이 아버지의 옛 연인이 사는 저택에 들어갔다가, 한 남자의 집요한 계략과 숨겨진 아내의 비밀 한가운데 서게 되는 이야기
Cultivate the art of renunciation.
체념의 기술을 길러라.
Things are looking desperate with us,
우리 형편이 절박해 보여.
한눈에 보기
건축가 암브로즈 그레이는 첫사랑 키테레아를 잃고 평생 그림자를 안고 살다 교회 첨탑 비계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난다. 빚만 남은 딸 키테레아와 아들 오웬은 버드머스로 가서 일을 구하고, 키테레아는 젊은 제도사 에드워드 스프링그로브와 보트 위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녀로 들어간 시골 저택 냅워터 하우스의 알드클리프 양은 그녀를 말동무로 곁에 두고, 책략 끝에 아이네아스 맨스턴을 관리인으로 들인다. 아내를 자처하는 여인의 편지, 여관 화재와 부인의 죽음, 오빠의 병과 빚에 떠밀린 키테레아의 결혼 승낙, 결혼식 날 터진 첫 아내의 생존 소문이 이어지고, 사진 바꿔치기와 푸른 눈의 시, 가짜 아내 앤 시웨이의 정체, 오븐 속 자루와 추격전 끝에 맨스턴의 최후와 알드클리프 양의 고백이 나온다. 열아홉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Jane Eyre)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 윌키 콜린스 『흰옷을 입은 여인』 (The Woman in White)
한 권 요점
Desperate Remedies
『절망의 처방』은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가 쓴 장편소설로, 1871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하디는 1840년에 태어나 1928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그가 처음 출판한 이야기입니다. 책머리에는 1889년 1월과 1896년 2월에 쓴 짧은 서문이 붙어 있는데, 하디는 여기서 이 소설의 구성이 미스터리와 얽힘, 놀라움, 도덕적 모호함에만 기대고 있다고 스스로 평하면서도 몇몇 장면과 한 인물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적습니다. 본문은 21장과 후일담으로 이루어지고, 장 제목마다 "하루의 사건들", "열 주간의 사건들"처럼 사건이 일어난 기간을 밝힙니다. 이 책의 줄기는 하나입니다. 소박하고 정직한 한 젊은 여인이 가난과 오해, 그리고 손아귀가 집요한 사람들의 계산 속에서 자기 사랑을 지켜 내는 과정입니다. 시계처럼 맞물리는 시간표 속에서 하디 특유의 시골 사람들의 입담과 자연 묘사가 사건을 떠받치고, 한 편의 추리극이면서 어두운 연애소설로 읽힙니다.
줄거리
제1장: 30년의 사건들
1835년 크리스마스, 젊은 건축가 암브로즈 그레이는 런던의 친구 헌트웨이를 찾아갔다가 퇴역 해군 장교 브래들리의 딸 키테레아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석 달 가까이 가까워지지만 그가 온실에서 청혼하자 그녀는 "영원히 안녕"이라는 쪽지만 남기고 부모와 함께 런던을 떠납니다. 그레이는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한 채 그녀를 다시 보지 못합니다. 8년 뒤 그는 재산과 재능을 갖춘 다른 여성과 결혼하지만 잃은 사랑의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아내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온화하던 성격은 변덕스럽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며 기대에 기대어 빚을 지는 낭비벽도 생깁니다. 1861년 아내가 죽어 열일곱 살 아들 오웬과 한 살 아래 딸을 남기는데, 딸의 이름도 키테레아입니다. 1863년 10월, 호크브리지 시청의 셰익스피어 낭독회에서 열여덟 살 무렵의 키테레아 그레이는 갈색 들판의 붉은 양귀비처럼 눈에 띄는 모습으로 앉아 있고, 창밖 교회 첨탑의 비계에 올라 있던 아버지가 발을 헛디뎌 추락합니다. 장례 뒤 오웬이 서류를 정리하며 집안 형편을 알게 됩니다. 건축 수입은 지출의 절반에 불과했고, 재산은 남에게 빌려준 돈과 침몰한 이탈리아 상선에 건 투기로 날아갔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말은 "체념의 기술을 길러라"였습니다. 청구서가 쏟아져 재산은 대법원의 관리에 넘어가고, 읍내의 수군거림을 견디지 못한 오웬은 아홉 달 만에 고향을 떠나기로 합니다. 버드머스의 건축가 그라드필드가 두 달짜리 제도 일을 제안하고, 키테레아는 가정교사 자리를 찾을 계획을 세워 남매는 이른 아침 흔적 없이 떠납니다.
제2~4장: 버드머스의 여름
7월 9일 폭염 속에 기차로 버드머스에 닿은 남매는 아이 같은 눈으로 바다를 구경하고, 키테레아는 영어와 프랑스어와 음악을 가르칠 수 있다는 광고를 신문에 냅니다. 오웬이 출근한 월요일 그녀는 광고에 대한 기대로 들뜬 채 자기 약지를 바라보며 미래 남편이 반지를 끼워 줄 모습을 상상합니다. 저녁에 오웬이 사무실의 수석 제도사 이야기를 꺼내자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캐묻습니다. 독서가이고 우울한 기질이며, 아내는 소녀처럼 순수하면서도 영리한 사람이길 바란다는 그 남자가 농부의 아들 출신 에드워드 스프링그로브입니다. 그가 잡지에 낸 시를 읽고 감탄하던 그녀는 그가 곧 런던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이유 모를 슬픔을 느낍니다. 7월 21일 증기선 소풍으로 룰스테드 코브에 간 날, 오웬이 중세 유적을 보러 간 사이 출항 종소리에 배로 달려간 키테레아는 달려오는 사내를 오빠로 알고 배에 오르지만 낯선 사람입니다. 그가 바로 스프링그로브이고, 두 사람은 눈빛이 마주치자 서로 끌림을 느낍니다. 집 앞에서 그는 "저를 잊지 마세요"라고 속삭입니다. 다음 날 아침 돌아온 오웬은 철도 건널목 간수에게서 들은 옛이야기를 전합니다. 1834년 의사당 화재 날 그의 선술집에 온 젊은 여인이 기절했다 깨어나며 "키테레아"라는 이름을 입에 올렸고, 그녀는 제인 테일러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남매는 이 여인이 아버지의 첫사랑일 거라 짐작합니다. 광고에 답이 없자 하급 광고를 내고, 저녁마다 스프링그로브와 보트를 타며 가까워집니다. 스프링그로브가 떠나기 전날 보트 위에서 그는 사랑을 고백하며 입을 맞추지만 곧 아직 말하지 못한 일이 있다며 용서를 구하고 "확실치 않다"는 말만 남깁니다. 키테레아는 그를 잊기로 하고 하녀 자리를 구하는 세 번째 광고를 냅니다. 8월 4일 이 광고에 시골 저택 냅워터 하우스의 알드클리프 양이 답해 와 에스플러네이드의 벨베데레 호텔에서 면접이 열립니다. 붉은 석양빛 속에 선 알드클리프 양은 위엄 있는 중년 여인입니다. 경력도 부모도 친척도 없다는 키테레아에게 숙련된 하녀가 필요하다며 거절하지만, 돌아서 나가는 우아한 몸짓에 마음이 끌려 다시 불러 세웁니다. 추천인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하고는, 혼자 남아 그 얼굴이 마음에 든다고 되뇌며 끝내 편지를 쓰지 않고 호텔을 나섭니다.
제5~6장: 냅워터 하우스의 하룻밤과 한 낮
8월 8일 월요일, 키테레아는 알드클리프 양의 시험 채용 통지와 에드워드의 사랑 고백 편지를 한꺼번에 받습니다. 에드워드는 얽매인 일이 있으나 명예로운 해결책이 보인다고 씁니다. 그녀를 태운 마부는 옛 저택에 폭포 소리와 양수기 소리가 가득하고 시녀가 일곱 번이나 바뀌었으며 주인이 고독하고 변덕스럽다고 늘어놓습니다. 가정부 모리스 부인이 맞는 저녁, 창밖 양 떼의 엉덩이에 붉은 'E. S.' 표시가 있고 스프링그로브 농장 소유라는 말에 그녀는 이 자리가 에드워드가 마련해 준 것이라 믿고 기운을 얻습니다. 알드클리프 양의 화장 시중에서는 머리 모양과 장신구마다 트집을 잡혀 분을 삭입니다. 자정, 키테레아는 알드클리프 양이 목에 건 로켓을 몰래 들여다보다 감추는 것을 봅니다. 곧 후회한 알드클리프 양이 시비를 걸어 말다툼이 벌어지고 손을 들자 키테레아가 맞섭니다. 촛불에 비친 초상은 젊은 날의 자기 아버지였고, 그녀는 철자 GRAYE와 건축가라는 직업을 확인한 뒤 내일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새벽 한 시, 짐을 꾸리던 그녀를 찾아온 알드클리프 양은 같이 자자며 입맞춤과 기도를 청하고 나이가 마흔여섯이라 밝힙니다. 에드워드라는 이름을 알아채고는 남자의 변심을 그럴듯하게 늘어놓아 키테레아를 울린 뒤 하녀가 아닌 말동무로 곁에 있어 달라고 합니다. 새벽 두 시에서 다섯 시 사이 키테레아는 폭포와 양수기 소리 사이로 정체 모를 세 번째 소리를 듣고, 작은 개의 낑낑거림에 집 안팎의 개들이 모두 울부짖습니다. 아침의 알드클리프 양은 밤의 열정을 후회한 듯 냉정하게 굴며 에드워드에게 곧 결혼할 약혼자가 있다고 무심히 말해 키테레아를 절망에 빠뜨립니다. 두 시간 방에서 자수를 놓던 그녀는 아래층의 소란을 듣습니다. 마부가 급히 말을 달리고 목사와 의사가 오가며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알드클리프 양이 아버지가 침대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알립니다. 세 번째 소리가 임종이었음을 깨달은 키테레아는 떠나겠다는 말을 거두고 말동무로 자리 잡습니다.
제7장: 18일간의 사건들
유언은 전 재산을 딸 알드클리프 양에게 돌립니다. 그녀는 어떤 남자를 속뜻을 숨긴 채 데려올 방법을 찾았다고 중얼거리며 키테레아에게 건축가나 측량사가 영지 관리인으로 쓸 만한지 묻습니다. 『필드』와 『빌더』에 서른 살 이하 미혼의 교양 있는 건축 지식 우대, 연봉 220파운드에 옛 저택을 제공한다는 광고가 실리고, 오웬이나 에드워드는 단호히 거절됩니다. 런던 변호사 니틀턴의 사무소에서 그녀는 마흔다섯 통의 응모 편지를 서명만 훑어보고 치운 뒤 광고를 한 번 더 내자고 하더니, 건축가협회 명부에서 아이네아스 맨스턴의 주소를 확인해 몰래 광고를 오려 부칩니다. 모두 쉰다섯 통 가운데 니틀턴이 정직하다며 고른 사람은 에드워드 스프링그로브였고, 알드클리프 양의 선택은 맨스턴이었습니다. 9월 3일 면접 날 베일을 쓴 알드클리프 양은 창가에서 지켜보며 맨스턴이 지적이고 어울린다고 버팁니다. 니틀턴은 그를 "활동적인 호색한"이라 경고하지만 그녀는 맨스턴을 채용합니다.
제8~9장: 폭풍 속 오르간과 낯선 여인
알드클리프 양은 화를 낸 뒤마다 더 큰 너그러움으로 보상하며 키테레아에게 맹목적일 만큼 다정해집니다. 9월 20일 마을 구독료를 걷던 키테레아는 피크힐 별장의 애들레이드 힌튼 양을 만나는데, 두 달 뒤 결혼한다며 보여 준 사진 속 사람이 바로 사촌 에드워드입니다. 스리 트랜터스 여관에서는 에드워드의 아버지와 서기 크리켓이 사과즙을 짜며 알드클리프 양이 새 관리인에게 반했다고 수군거립니다. 천둥 먹구름이 낀 옛 저택 계단에서 키테레아는 관리인 맨스턴과 마주칩니다. 투명하게 맑은 피부에 붉은 입술을 지닌 미남인 그는 번개 속에서 직접 만든 오르간을 연주하며 슬픈 화음을 좋아하고 자신도 괴롭다고 말합니다. 악보를 베껴 내일 저녁 폭포에서 건네겠다는 약속을 얼떨결에 받아들인 그녀는 돌아와 에드워드에게 약혼 사실을 알았다며 영영 이별하는 편지를 쓰고, 맨스턴에게도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편지를 보냅니다. 맨스턴은 일주일에 두세 번 그녀와 마주치지만 사랑을 억누르며 다가오지 않고, 마을에서는 그가 알드클리프 양과 오래 얽혔다는 소문이 퍼지지만 키테레아만은 믿지 않습니다. 11월 18일 오웬이 누이를 보러 오자 맨스턴은 질투로 얼굴을 붉히며 정직하게 의무를 따르겠다고 다짐하는데, 저녁 길 기차 창가에서 한 여자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비밀이 새어 나갔다"고 중얼거립니다. 이튿날 새벽 회색 망토를 두른 여자가 옛 저택에서 나와 남매의 대화를 엿듣고 런던행 기차를 탑니다. 맨스턴의 집을 정리하던 크리켓 부인은 베개에서 1야드 가까운 갈색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그 여자가 맨스턴의 아내라고 단언합니다. 11월 20일 런던 소인이 찍힌 편지가 알드클리프 양에게 도착합니다. 자신이 맨스턴의 아내이며 몰래 남편의 집을 찾았다 쫓겨났다는 호소에 여주인의 젊은 시절 비밀을 안다는 은근한 협박이 섞여 있습니다. 불려 온 맨스턴은 침착하게 "제 아내의 글씨입니다"라고 답하며 리버풀에서 만난 미국 태생의 삼류 여배우와 결혼했으나 곧 싫증이 났고, 미혼을 구한 광고 때문에 아내를 두고 왔다고 해명합니다. 알드클리프 양은 부드러워져 그가 아내를 데려와 화목하게 살면 계속 관리인으로 두겠다고 하고, 맨스턴은 아내 유니스에게 데리러 가겠다고 쓴 뒤 마을에 결혼 사실을 퍼뜨립니다.
제10~11장: 불타는 여관과 계략
11월 28일 월요일 맨스턴은 기차 시각표의 분할 열차 표시를 놓쳐 아내를 마중하지 못하고 체틀우드로 떠납니다. 밤에 혼자 캐리포드 로드 역에 내린 맨스턴 부인은 빈집을 확인하고 스리 트랜터스 여관에 묵습니다. 에드워드의 아버지가 마을 뒤편에서 태우던 풀더미의 불씨가 바람에 날려 여관과 초가집들이 불타고, 부인은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맨스턴은 침착하게 소식을 듣고, 에드워드는 집들이 보험에 들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맨스턴은 홀로 무릎 꿇고 감사합니다. 이튿날 그는 알드클리프 양에게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는 대신 키테레아를 계속 사랑해 왔다고 밝히고 그녀의 비밀을 안다며 협조를 압박합니다. 계약서상 스프링그로브 노인이 집들을 다시 지어야 하는 처지를 이용해 에드워드가 사촌 애들레이드와 결혼하도록 몰아가자는 계획입니다. 검시에서는 사고사로 판정되고, 알드클리프 양에게서 키테레아가 맨스턴에게 마음이 있었다는 말과 쪽지를 받은 에드워드는 흔들리다 아버지를 위해 애들레이드에게 청혼하고 키테레아에게 결별 편지를 보냅니다.
제12장: 10개월간의 사건들
에드워드는 런던에서 일하고 애들레이드와의 연말 결혼이 알려집니다. 맨스턴은 조용히 곁을 지키며 키테레아의 친구가 되고, 알드클리프 양은 그의 마음을 전합니다. 청혼은 한 번 거절되지만 오웬이 정강이 병으로 앓아눕고 수술비와 생활이 막막해지자 알드클리프 양은 승낙해야 도와주겠다고 압박합니다. 맨스턴이 오웬을 돌보며 호의를 보이자 키테레아는 이성과 감사에 떠밀리고, 9월 10일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에 결혼하자는 청혼을 받아들이지만 날짜 때문에 불안해하며 올드 크리스마스로 정합니다.
제13~14장: 결혼식 날과 다섯 주
1월 5일 결혼식 날, 오빠의 뜻을 따르려는 키테레아는 새벽 소음에 잠을 설칩니다. 교회에서 에드워드를 보고 무너지고, 강가에서 오해를 풀며 손끝만 맞잡습니다. 부엌에서는 서기 크리켓이 애들레이드 힌튼의 몰래 결혼 소문을 전하고, 저녁에는 치니의 고백으로 맨스턴의 첫 아내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집니다. 에드워드가 사우샘프턴 호텔로 달려가 알립니다. 키테레아는 방에 틀어박혀 오빠만 찾고, 밤 11시에 도착한 오웬이 변호사 팀스의 조언대로 누이를 데려갑니다. 맨스턴은 사흘 뒤 되찾겠다고 말합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라운햄 목사의 권유로 아내를 찾는 광고를 내지만 응답이 없고, 2월 1일 마지막 광고 직후 유니스의 편지가 옵니다. 2월 12일 맨스턴이 데려온 부인이 창가에서 사냥 모임을 내려다보고 마을의 호기심은 가라앉습니다.
제15~18장: 편지, 사진, 푸른 눈
회복한 오웬은 톨처치 교회 공사 감독을 맡아 키테레아와 옛 농가 반쪽으로 옮깁니다. 3월 3일 찾아온 에드워드가 청혼하지만 그녀는 소문 탓에 누구의 아내도 되지 않겠다며 거절하고 둘은 변함없이 사랑하기로 합니다. 에드워드는 맨스턴이 광고 전날 아내의 편지를 받았다는 의심을 전하고, 오웬은 고의 중혼 여부를 캐기로 합니다. 3월 6일 키테레아는 베일을 쓰고 캐리포드 목사관에서 라운햄 목사의 신문철을 뒤져 하숙집 주인 에이브러햄 브라운의 이름을 알아내고, 오웬이 기자의 수첩에서 주소를 베끼는 모습을 맨스턴이 목격합니다. 에드워드는 혹스턴에서 맨스턴 부부가 먼저 다녀간 사실을 알고 전당포에서 작업상자를 찾지만 사진 두 장과 시 한 편뿐입니다. 3월 13일 새벽 맨스턴은 톨처치행 우체부를 브랜디로 취하게 한 뒤 우체통을 잠그고 에드워드가 오웬에게 보낸 편지를 몰래 꺼내 유니스의 사진을 지금 아내 행세하는 여자의 사진으로 바꿔 놓습니다. 이튿날 두 번째 편지의 시를 읽은 키테레아는 "푸른 눈"이 모리스 부인이 말한 검은 눈과 어긋남을 깨닫고, 지금의 여자가 아내가 아니라면 자신이 맨스턴의 아내일지 모른다고 두려워합니다. 일요일 오웬은 교회에서 맨스턴 부인을 보고, 길에서 귀먹은 척 길을 물어 눈이 칠흑처럼 검고 얼굴이 분칠되었음을 확인합니다. 라운햄 목사는 동기가 없다고 지적하고 키테레아는 침묵을 애원하며, 에드워드가 런던에서 급히 와 그 여자가 앤 시웨이임을 알립니다. 같은 밤 맨스턴은 앤의 추궁을 얼버무리며 떠날 채비를 합니다.
제19~21장: 오븐과 추적, 최후
3월 21일 앤 시웨이는 맨스턴 사무실 장식장의 숨은 칸에서 유니스의 편지를 읽고 아내가 불에 타 죽지 않았음을 알아챕니다. 라운햄 목사의 의혹을 들은 알드클리프 양은 저녁에 맨스턴을 찾아와 돕겠다고 하고, 앤은 볼트 구멍으로 엿들으며 아편 탄 포도주를 피합니다. 한밤 맨스턴이 작업실 벽 오븐의 자루를 정원 낙엽 구덩이에 묻자 형사와 알드클리프 양이 뒤따릅니다. 맨스턴은 삽으로 형사를 쳐 달아나고, 자루에서 나온 긴 머리카락으로 첫 아내의 시신임이 드러나 앤이 붙잡힙니다. 서른여섯 시간 뒤 장터는 추적 소문으로 가득합니다. 쫓는 이들은 진흙 위의 손자국과 양 떼의 흔적으로 버드머스까지 따라갔지만 부두에서 그는 노동자와 옷을 바꾸고 사라졌습니다. 에드워드는 밀짚 짐을 진 수상한 사내를 보고 톨처치로 달려갑니다. 창가에 선 맨스턴에게 쫓긴 키테레아는 탁자를 돌며 버티다 기절하고, 뛰어든 에드워드가 그와 격투하는 사이 그녀가 부른 사내들이 맨스턴을 붙잡습니다. 3월 29일 정오 스프링그로브 노인은 친구 베이커와 함께 감옥으로 관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죽은 이가 맨스턴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는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고백을 남겼습니다. 화재의 밤에 돌아온 유니스를 분노에 일격으로 죽여 오븐에 숨겼고, 밀렵꾼들의 대화에 몰려 앤을 아내로 꾸몄다는 내용입니다. 저녁 라운햄의 편지로 달려간 키테레아에게 병든 알드클리프 양은 맨스턴이 자기 아들이며 키테레아의 아버지를 사랑했다고 고백하고 용서를 받습니다. 새벽 키테레아는 그녀의 환영을 보고, 이어 죽음이 전해집니다.
후일담
15개월 뒤 1867년 하지 전야, 캐리포드 교회 종탑에서 종지기들이 혼례 타종을 마치고 술을 나눕니다. 서기 크리켓과 가드 위디는 아침에 치른 에드워드의 결혼식 광경을 늘어놓고, 크리켓은 낯선 검은 옷 사내와 공원을 걸으며 알드클리프 양의 유언을 들려줍니다. 유언장은 맨스턴이 키테레아 그레이와 결혼한 바로 그날 작성되었고, 전 재산을 "아이네아스 맨스턴의 아내"에게 남기되 라운햄 목사에게 줄 유산만 예외로 해 두었습니다. 아들이 드러나지 않게 재산의 주인이 되도록 한 계산입니다. 맨스턴의 미망인이자 유일한 친족이 된 키테레아는 그 상속을 사양하고 라운햄 목사에게 넘기려 했고, 목사도 받지 않으려 하다 결국 맡으며 에드워드를 관리인으로 삼아 냅워터 하우스에 살게 합니다. 오웬도 건축 공모에서 일등을 해 런던으로 옮기게 됩니다. 사내의 정체는 『캐스터브리지 크로니클』의 기자였고, 부부는 호수 위 작은 배에서 3년 전 버드머스 만에서의 첫 입맞춤을 되새깁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첫눈에 반한 사랑과 이름의 반복
책은 딸이 아니라 아버지의 연애로 시작합니다. 한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하디는 한 문장으로 끝냅니다.
He loved her at first sight.
그는 그녀를 첫눈에 사랑했다.
암브로즈 그레이의 약점은 서술자가 미리 일러 줍니다.
Of the wickedness of the world he was too forgetful.
그는 세상의 악을 너무 쉽게 잊는 사람이었다.
이별 뒤 그가 누린 것이라고는 이렇게 빈약한 소식뿐입니다.
intelligence of a mistress filtered through a friend
친구를 거쳐 걸러 들은 연인의 소식.
1장은 줄거리의 압축본입니다. 이유 모를 이별, 불행한 결혼, 딸에게 같은 이름을 붙이는 집착이 이 소설의 모든 사건을 낳은 씨앗이고, 아버지의 순진함은 훗날 딸의 순진함으로 이어집니다.
2. 붉은 양귀비와 작은 읍
키테레아는 낭독회 장면에서 처음 무대에 올라옵니다. 하디는 사람들 속에 있는 그녀를 색채로 먼저 보여 줍니다.
a single bright-red poppy in a field of brown stubble
갈색 그루터기 들판에 핀 한 송이 붉은 양귀비.
그 자리에서 서술자는 작은 읍의 눈을 어린아이의 눈에 빗댑니다.
Little towns are like little children in this respect
작은 읍은 이 점에서 어린아이와 같다.
이어지는 추락은 그녀의 평온한 삶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죽은 뒤 남매를 몰아내는 것은 악인이 아니라 읍의 수군거림이고, 이 소설은 처음부터 시골 공동체의 시선이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눈을 돌립니다.
3. 체념의 기술
빚만 남은 집에서 남매는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훈계를 떠올립니다.
Cultivate the art of renunciation.
체념의 기술을 길러라.
갑작스러운 희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5장에서 이렇게 요약됩니다.
Sudden hopes that were rainbows to the sight proved but mists to the touch.
갑작스러운 희망은 눈에는 무지개였지만 손에 닿으면 안개였다.
But what is Wisdom really?
그런데 지혜란 실제로 무엇인가.
체념은 이 책에서 덕목이면서 함정입니다. 키테레아는 체념하는 법을 배우지만, 그 체념이 선의의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약점으로 바뀐다는 점을 이야기가 차근차근 보여 줍니다.
4. 보트 위의 사랑
오웬이 전하는 이상형은 키테레아가 자기도 모르게 기대하는 모습과 겹칩니다.
a child among pleasures, and a woman among pains
즐거움 속에서는 아이, 고통 속에서는 여인.
룰스테드 코브의 선상에서 둘의 첫 만남은 시구로 포장됩니다.
‘One hope is too like despair For prudence to smother.’
하나의 희망은 절망과 너무 닮아 신중함으로 누를 수 없다.
서술자는 사랑이 감각을 달리 쓴다고 지적합니다.
It has been said that men love with their eyes; women with their ears.
남자는 눈으로, 여자는 귀로 사랑한다고들 한다.
키테레아는 에드워드를 눈으로 알기 전에 오웬의 말과 그의 시로 먼저 사랑합니다. 보트 위의 고백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서정적이지만, 에드워드가 용서를 구하는 한마디가 이후의 모든 오해를 예약해 둡니다.
5. 석양빛 속의 알드클리프 양
알드클리프 양의 첫 등장은 방문 아래로 새어 드는 붉은 빛 속입니다. 하디는 그녀를 불의 이미지로 그립니다.
like a tall black figure standing in the midst of fire
불길 속에 선 키 큰 검은 형상처럼.
5장의 한밤 다툼에서 그녀의 성격이 한꺼번에 터집니다. 로켓을 들켜 버린 뒤의 서술은 단 한 문장입니다.
Women make confidences and then regret them.
여자들은 속내를 털어놓고는 곧 후회한다.
키테레아도 지지 않고 맞섭니다.
nobody is my mistress I won’t have it!
누구도 나의 주인이 아니에요. 용납하지 않겠어요!
I dare you to touch me!
할 수 있으면 나를 건드려 봐요!
하디는 알드클리프 양을 단순한 악역으로 세우지 않습니다. 오래된 사랑의 상처 때문에 다정함과 냉정함 사이를 오가는 이 인물은, 서문에서 하디가 보존할 만하다고 한 한 인물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합니다.
6. 임종의 소리와 아침의 냉기
양 떼의 표식을 보고 키테레아는 즐거운 오해에 빠집니다.
It was all Edward’s doing.
모두 에드워드가 해 준 일이었다.
알드클리프 양은 새벽 두 시에 자신의 지친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I have met deceit by deceit, till I am weary of it
나는 속임수를 속임수로 맞받다가 이제 지쳤어.
같은 밤 정체 모를 세 번째 소리의 정체는 아침에 밝혀집니다.
Heard him die!
그분이 돌아가시는 소리를 들었다니!
서술자는 밤의 감정이 아침에 식는 이유까지 설명합니다.
Emotions would be half starved if there were no candle-light.
촛불이 없다면 감정은 반쯤 굶어 죽을 것이다.
6장은 열두 시간의 사건입니다. 밤의 고백과 낮의 후회가 번갈아 오는 알드클리프 양의 리듬이 이후 모든 장면의 신호가 되고, 소설이 시간표를 얼마나 정교하게 쓰는지도 여기서 드러납니다.
7. 광고와 면접: 계산된 선택
7장은 알드클리프 양이 이상한 계산으로 관리인을 고르는 과정입니다. 서술자는 조언을 구하는 행동의 속뜻을 비꼽니다.
The chief pleasure connected with asking an opinion lies in not adopting it.
의견을 묻는 일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것을 따르지 않는 데 있다.
신분과 어울림에 대한 이야기도 풍자적입니다.
Social definitions are all made relatively: an absolute datum is only imagined.
신분의 정의는 모두 상대적으로 만들어지며, 절대적 기준은 상상일 뿐이다.
면접이 끝난 뒤 변호사 니틀턴은 맨스턴에게 불길한 평가를 내립니다.
He is a voluptuary with activity; which is a very bad form of man
그는 활동력을 갖춘 호색한이다. 가장 나쁜 부류의 사람이다.
정직한 후보를 두고도 낯선 사람을 고르는 알드클리프 양의 고집은 독자에게 첫 번째 의문부호입니다. 왜 하필 그인가라는 물음은 21장의 고백까지 이어지고, 그때가 되어서야 이 장의 모든 장면이 다시 읽힙니다.
8. 번개 속의 오르간
맨스턴은 천둥 먹구름이 낀 옛 저택 현관에서 번개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that’s the way to look at lightning.
번개는 이렇게 쳐다보는 거라오.
슬픈 화음을 즐겨 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Well, why shouldn’t I when I am full of trouble?
글쎄, 괴로움이 가득한데 왜 안 치겠습니까?
하디의 눈은 폭풍 속 옷자락의 감각까지 짚습니다.
By the slightest hyperbole it may be said that her dress has sensation.
조금 과장하자면 여자의 옷에는 감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돌아와서 후회하는 키테레아에 대한 경구는 이렇습니다.
a young lady acts, and thinks several times.
젊은 아가씨는 행동한 뒤에 몇 번이고 생각한다.
맨스턴의 매력은 연출입니다. 번개와 오르간과 슬픔은 모두 사람을 사로잡기 위한 도구이고, 키테레아가 그 앞에서 느끼는 끌림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은 이후 결혼의 불안을 미리 보여 줍니다.
9. 시골 사람들의 입담
이 소설의 숨통은 서기 크리켓과 마을 사람들입니다. 크리켓은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Matrimony do begin wi’ “Dearly beloved,” and ends wi’ “Amazement,”
결혼은 ‘사랑하는 이여’로 시작해서 ‘경악’으로 끝나지요.
알드클리프 양이 관리인에게 반했다는 소문이 도는 자리에서 크리켓의 익살이 이어집니다.
Fate’s nothen beside a woman’s schemen!
운명도 여자의 계략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
크리켓 부인은 베개의 머리카락 한 올로 이웃의 비밀을 읽어 냅니다.
There’s a tie between ‘em stronger than feelen.
저 둘 사이엔 느낌보다 더 센 끈이 있어.
I have always found Providence a different sort of feller.
나는 섭리란 것이 늘 다른 종류의 사내라고 보아 왔다오.
마을 사람들은 비극의 구경꾼이지만 또한 증인이고 추리의 도구입니다. 머리카락 한 올에서 시작된 이웃의 추측이 마지막 권의 오븐 속 자루와 정확히 이어지는 구조가 하디다운 솜씨입니다.
10. 아내의 편지와 협박
맨스턴은 낯선 여자의 얼굴을 기차 창에서 본 순간 성경 구절을 중얼거립니다.
A woman shall compass a man.
여자가 남자를 에워싸리라.
알드클리프 양은 아내의 편지를 읽고 은근한 협박임을 알아챕니다.
A threat--a flat stinging threat!
협박이야, 노골적이고 쓰라린 협박!
맨스턴이 곤경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이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그는 "제 아내의 글씨입니다"라고 담담히 인정하며 위기를 해명으로 바꾸고, 여주인이 오히려 한발 물러서게 만듭니다. 이 사람은 감정이 아니라 상황으로 사람을 다룹니다.
11. 불타는 여관과 감사의 기도
맨스턴 부인이 혼자 밤 여관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서술자는 환영 없는 도착을 이렇게 씁니다.
Neglect is the coldest of winter winds.
냉대는 겨울바람 중에서도 가장 차갑다.
불씨가 번지는 대목은 인과의 연쇄를 뽐냅니다.
But Nature does few things directly.
그러나 자연은 일을 곧장 하는 법이 거의 없다.
Then the staircase fell.
그때 계단이 무너져 내렸다.
빈집을 확인한 맨스턴 부인의 혼잣말은 쓰라린 아이러니를 담습니다.
This is welcome home!
이게 바로 집에 온 환영이로군!
에드워드 아버지의 풀더미 불씨, 시간표의 작은 표시, 비어 있던 집이 한꺼번에 하나의 사건을 만듭니다. 우연이 겹쳐 비극이 되고, 그 비극이 한 사람의 이익으로 바뀌는 대목에서 이 소설의 도덕적 불쾌감이 시작됩니다.
12. 승낙을 얻어 내는 기술
아내를 잃은 맨스턴은 알드클리프 양에게 비밀을 쥐고 있음을 이렇게 알립니다.
I know all,
나는 다 알고 있습니다.
사랑을 둘러싼 억지 논리도 이어집니다. 알드클리프 양은 망설이는 키테레아에게 이렇게 권합니다.
When in doubt win the trick!
망설여질 때는 한 판을 따라!
맨스턴의 집착은 단호한 어조로 드러납니다.
I’ll get her, if I move heaven and earth to do it!
하늘과 땅을 움직여서라도 그녀를 얻고 말겠다!
교회에서 청혼을 받던 날, 키테레아가 입맞춤을 피하며 한 말이 있습니다.
We are too near God.
우리는 하느님과 너무 가까워요.
에드워드는 갈팡질팡한 마음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Perplexed love makes us credulous and curious as old women.
갈팡질팡하는 사랑은 우리를 노파처럼 잘 믿고 호기심 많게 만든다.
12장의 결혼은 사랑이 아닌 압력으로 만들어집니다. 오빠의 병, 의사의 비용, 여주인의 은혜가 한 줄로 이어져 키테레아에게는 선택이 선택처럼 보이지 않게 됩니다. 하디는 이 장면에서 강요가 폭력 없이도 얼마나 매끄럽게 작동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13. 결혼식 날의 하루
13장은 하루를 열 개 절로 쪼갭니다. 새벽의 키테레아는 이 결혼이 계산처럼 보일까 두려워합니다.
I’d rather scheme to die!
차라리 죽을 궁리를 하겠어요!
교회에서 에드워드를 본 순간 그녀가 느낀 것은 이것입니다.
Marrying for a home--what a mockery it was!
집을 얻으려고 결혼하다니, 얼마나 조롱거리인가!
강가에서 두 사람이 손끝을 맞잡는 장면은 서술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The river was too wide.
강은 너무 넓었다.
They came near--nearer--nearer still--their fingers met.
그들은 다가갔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마침내 손끝이 닿았다.
그러나 곧 에드워드가 오웬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전합니다.
Your sister is not legally married!
당신 누이는 법적으로 결혼한 게 아닙니다!
맨스턴의 한마디가 하루의 마지막 장면을 닫습니다.
In three days I shall claim her.
사흘 뒤에 그녀를 되찾겠다.
손끝이 닿는 순간의 기쁨과 결혼이 무효일지 모른다는 소식이 같은 하루에 놓입니다. 하디는 열 개의 절로 하루를 잘게 나누어, 감정이 가장 높이 올라간 직후 법의 문제로 떨어뜨립니다.
14. 거절과 의심
맨스턴이 아내를 데려오고 마을의 호기심이 가라앉은 뒤, 에드워드의 청혼에 키테레아는 단호하게 답합니다.
Edward, I can never be anybody’s wife
에드워드, 나는 누구의 아내도 될 수 없어요.
이 거절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소문 속에서 지키고자 하는 자존심에서 나옵니다. 그녀는 오빠와 함께 증거를 찾아 나서고, 오웬은 이렇게 말합니다.
There’s dignity in justice.
정의에는 품위가 있다.
키테레아는 이 일이 내키지 않는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습니다.
It is beneath my dignity as a woman to labour for this
이 일에 매달리는 것은 여자로서 내 품위에 맞지 않아요.
수사의 중심은 신문철과 전당포, 우체통 같은 작은 사물입니다. 하디는 탐정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편지 한 통, 사진 한 장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15. 사진 바꿔치기와 푸른 눈
맨스턴은 새벽 우체부를 브랜디로 구슬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Tis never too late to mend.
고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지.
사진을 바꿔 놓기 전 맨스턴의 혼잣말에 아내 행세를 하는 여자가 응수합니다.
It is a great risk to run, even for such an end,
그런 목적이라 해도 무릅쓰기엔 큰 위험이야.
But it would be a greater not to do it.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험이지.
키테레아는 시구의 한 단어에서 모순을 알아챕니다.
Mrs. Morris said in her letter to me that her eyes are black!
모리스 부인은 편지에서 그 사람 눈이 검다고 했어!
수사를 가로막는 서투름도 그려집니다.
Unskilled labour wastes in beating against the bars ten times the energy
서투른 노동은 창살에 부딪히며 열 배의 힘을 허비한다.
이 장들은 미스터리의 핵심이면서 독자가 직접 단서를 맞춰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푸른 눈과 검은 눈이라는 사소한 차이가 결혼의 법적 의미까지 뒤집는 점이, 서문에서 하디가 말한 "얽힘과 놀라움"의 정수입니다.
16. 앤 시웨이와 오븐의 자루
라운햄 목사는 의심의 논리를 이렇게 세웁니다.
Nothing is done by a clever man without a motive
영리한 사람은 동기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한편 맨스턴은 가짜 아내를 앞에 두고 이렇게 탄식합니다.
Things are looking desperate with us,
우리 형편이 절박해 보여.
여자의 응수는 칼날 같습니다.
Witty cruelty is the cruellest of any.
재치 있는 잔인함이 어떤 잔인함보다 잔인하다.
19장에서 앤 시웨이는 숨은 칸의 편지로 진실을 알아채고, 서술자는 의심하는 여자의 눈을 이렇게 말합니다.
But what is keener than the eye of a mistrustful woman?
그런데 의심을 품은 여자의 눈보다 날카로운 것이 있겠는가?
자루 겉의 가는 실이 무엇인지 밝혀지는 장면은 섬뜩합니다.
It was a long hair; the hair of a woman.
그것은 긴 머리카락이었다. 여자의 머리카락.
Night herself seemed to have become a watcher.
밤 자체가 감시자가 된 듯했다.
알드클리프 양은 맨스턴의 사랑이 처음부터 키테레아 한 사람뿐이었음을 이렇게 단정합니다.
It was Cytherea or nobody with you.
너에게는 키테레아가 아니면 아무도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미행하는 한밤은 이 소설을 추리극의 정점으로 끌어올립니다.
17. 추적과 격투
에드워드와 맨스턴의 대면은 성경 속 나봇의 포도원 장면에 겹쳐 쓰입니다.
Hast thou found me, O mine enemy?
나의 원수여, 네가 나를 찾았느냐?
붙잡히기 직전 맨스턴은 마지막 허세를 부립니다.
A reckless man has a dozen lives--see how I’ll baffle you all yet!
무모한 사람에게는 목숨이 열두 개다. 내가 아직 너희를 어떻게 따돌리는지 봐라!
I give it all up for life--dear life!
목숨, 소중한 목숨을 위해 모두 포기한다!
20장은 세 시간의 사건입니다. 장터의 소문, 부두에서 사라지는 도망자, 밀짚 짐을 진 수상한 사내, 탁자를 사이에 둔 대치가 짧은 호흡으로 이어집니다. 하디는 이 장에서 처음으로 맨스턴을 쫓기는 사람으로 바꿔 놓고, 사랑이 소유로 변하면 어떤 모습인지 마지막으로 보여 줍니다.
18. 고백과 임종
맨스턴의 죽음 소식을 들은 늙은 농부의 사색은 하디가 즐겨 쓰는 어조입니다.
Unexpected is not as to the thing, but as to our sight.
예기치 못함은 사물이 아니라 우리 눈에 달린 것이다.
그가 감방에 남긴 고백의 맺음말은 차갑습니다.
I am now about to enter on my normal condition.
나는 이제 나의 정상 상태로 들어가려 한다.
For people are almost always in their graves.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무덤 속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서 알드클리프 양은 임종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말을 쏟아냅니다.
To die unloved is more than I can bear!
사랑받지 못한 채 죽는 것은 견딜 수 없어요!
21장의 대비가 책의 결론입니다. 맨스턴은 사랑을 소유와 계산으로 바꾸고 생을 끝내고, 알드클리프 양은 오랜 거짓과 변덕 끝에 한 사람의 용서를 구합니다. 키테레아가 그녀를 용서하는 장면은 이 어두운 소설에서 가장 큰 구원입니다. 서문의 "도덕적 모호함"이 마지막에는 따뜻한 쪽으로 기울어 닫힙니다.
19. 후일담의 종탑
후일담은 종지기들의 술자리입니다. 크리켓은 아내를 고르는 법을 우스갯소리로 전합니다.
a small ear and a small tale
작은 귀와 짧은 말.
서기는 교회에 들어선 뒤의 재치를 이렇게 한탄합니다.
wit’s nothen without a faint shadder o’ sin
재치란 죄의 희미한 그림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지.
정체를 묻는 마을 사람들에게 낯선 사내는 능청을 부립니다.
I came to see the wickedness of the land.
나는 이 땅의 사악함을 구경하러 왔소.
이야기를 끝내는 이는 주인공이 아니라 소문을 퍼뜨리는 마을 사람들입니다. 모든 사건이 결국 입담 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결말이고, 하디가 훗날 쓰는 웨섹스 소설들의 시골 합창대가 여기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20. 이 책을 읽는 방법
『절망의 처방』은 21장과 후일담으로 이루어져 있고 장마다 걸리는 시간이 명시되어 있어, 하루나 몇 시간 단위로 끊어 읽기에 알맞습니다. 처음이라면 1장(암브로즈와 키테레아), 5~6장(한밤의 로켓과 새벽의 세 번째 소리), 8장(번개 속 오르간), 10장(불타는 여관), 13장(결혼식 날)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어 17장(사진 바꿔치기)과 19장(오븐의 자루), 21장(고백과 임종)이 책의 중심입니다. 하디는 서문에서 이 소설의 구성이 기교에 기대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지만, 인물의 외로움과 시골 사람들의 입담, 자연의 묘사에는 후기 걸작의 씨앗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미스터리로 읽다가 다시 읽으면 알드클리프 양과 맨스턴의 말 한마디마다 숨은 뜻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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