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출판년도 1848
The Communist Manifesto
공산당 선언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쓴 팸플릿
The history of all hitherto existing societies is the history of class struggles.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 all that is holy is profaned
단단한 것은 모두 공기 속으로 녹아 사라지고, 신성한 것은 모두 더럽혀진다.
한눈에 보기
산업 사회의 탄생을 계급 투쟁으로 설명하고, 노동자 계급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리라고 선언한 170여 년 된 팸플릿. 이 글은 그 주장을 스물두 대목으로 따라가며, 이후의 역사와 논쟁도 함께 짚는다.
비슷한 책
- 니콜로 마키아벨리 The Prince (군주론)
- 아리스토텔레스 Politics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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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요점
The Communist Manifesto
『공산당 선언』은 독일 출신의 카를 마르크스(1818–1883)와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1895)가 1848년 초 런던에서 독일어로 낸 작은 책입니다. 공산주의자 동맹이라는 노동자 조직의 요청으로 쓰였고, 조직의 강령을 세상에 밝히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분량은 얇은 팸플릿 수준이지만, 이후 150년 넘게 정치와 경제, 역사 연구, 노동 운동에 이르기까지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책이 나온 1848년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난 해이기도 합니다.
카를 마르크스는 독일 서부의 도시 트리어에서 태어나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신문 편집자로 일하다가 정부의 검열과 탄압을 피해 파리와 브뤼셀을 떠돌았습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섬유 공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 맨체스터의 집안 공장에서 일하며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 보았고, 1845년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를 썼습니다. 두 사람은 1844년 파리에서 만나 평생 협력했습니다. 『공산당 선언』은 두 사람이 공산주의자 동맹의 요청으로 함께 쓴 글이고, 이후 마르크스는 런던으로 옮겨 가 1867년 『자본』 제1권을 펴냈으며,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경제적 후원자이자 『자본』 후속 권의 편집자가 되었습니다.
책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1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는 산업 사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역사로 설명합니다. 제2부 「프롤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는 공산주의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밝히고 반론에 답합니다. 제3부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문헌」은 당시의 다른 사회주의 사상들을 비판하고, 제4부는 여러 나라의 야당 세력과 공산주의자의 관계를 짧게 정리합니다. 이 글은 이 순서를 따라 스물두 가지 대목을 읽습니다.
이 책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노동자의 권리와 불평등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이었고, 어떤 이에게는 20세기 독재 체제의 이념적 뿌리로 여겨집니다. 이 글은 어느 편에서도 쓰지 않았습니다. 본문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먼저 보이고, 그 주장이 이후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어떤 비판을 받았는지를 구분해서 적었습니다. 읽는 이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줄거리
이 책의 논리는 간단한 흐름으로 요약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받는 계급의 싸움이었습니다. 근대의 산업 사회에서는 자본을 가진 부르주아 계급이 봉건 질서를 무너뜨리고 세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임금에 의존해 사는 노동자 계급, 곧 프롤레타리아가 함께 생겨났고, 두 계급의 대립이 점점 격화됩니다. 저자들은 결국 노동자 계급이 사회의 다수로서 정치권력을 잡고 사유 재산 제도를 폐지하여 계급 없는 사회로 나아간다고 예견합니다.
이 글은 그 예견을 사실로 소개하지 않고, 저자들의 주장으로 소개합니다. 책은 현실을 분석하는 글이면서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정치 선언이기도 하다는 점을 기억하며 읽으시기 바랍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유럽을 떠도는 유령
책은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A spectre is haunting Europe—the spectre of Communism.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교황과 러시아 황제, 메테르니히와 기조, 프랑스의 급진파와 독일 경찰의 첩자가 이 유령을 쫓아내려 신성 동맹을 맺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반대 세력은 누구나 권력자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히고, 그 낙인은 다시 더 급진적인 반대 세력과 보수적인 상대에게 되돌려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공산주의는 유럽의 모든 권력이 인정하는 하나의 힘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자들은 이제 세계 앞에 자신들의 견해와 목적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It is high time that Communists should openly, in the face of the whole world, publish their views, their aims, their tendencies, and meet this nursery tale of the Spectre of Communism with a Manifesto of the party itself.
이제 공산주의자들이 온 세계 앞에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견해와 목적과 경향을 밝히고, 공산주의라는 유령의 동화에 당 자신의 선언으로 맞설 때가 되었다.
유령 이야기를 동화로 되받는 이 선언은 소문과 공포에 맞서 직접 입장을 밝힌다는 이 책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2.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
제1부의 첫 문장은 이 책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문장입니다.
The history of all hitherto existing societies is the history of class struggles.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저자들은 자유인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길드 장인과 직인 등 시대마다 억압하는 쪽과 억압받는 쪽이 있었고, 그 싸움은 사회 전체의 혁명적 재편으로 끝나거나 서로 맞선 계급이 함께 몰락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틀입니다. 모든 역사를 이 틀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오래 논쟁이 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후대에 엥겔스가 각주로 "기록된 역사"에 한정된다고 덧붙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든 이 문장은 사회의 불평등을 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보라는 요청으로 널리 읽혔습니다.
3. 두 개의 적대하는 진영
저자들은 자신들의 시대가 이전 시대와 다른 점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Society as a whole is more and more splitting up into two great hostile camps, into two great classes, directly facing each other: Bourgeoisie and Proletariat.
사회 전체가 점점 더 두 개의 거대한 적대 진영, 서로 정면으로 마주 선 두 개의 거대한 계급, 곧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로 갈라지고 있다.
부르주아지는 자본을 소유하고 생산 수단을 가진 계급이고, 프롤레타리아트는 자기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는 임금 노동자 계급입니다. 책은 부르주아지가 중세의 도시 상인에서 시작해 아메리카 발견, 세계 시장, 증기와 기계를 거치며 어떻게 지배 계급으로 성장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이분법이 현실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중간 계급이 오히려 커진 오늘날에도 유효한지는 이후 큰 논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4. 부르주아지의 혁명적 역할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를 단순히 비난하는 글이 아닙니다. 제1부의 상당 부분은 오히려 부르주아지가 이룬 일을 놀라울 정도로 높이 평가합니다.
The bourgeoisie, historically, has played a most revolutionary part.
부르주아지는 역사적으로 가장 혁명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들이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이며 목가적인 관계를 모두 끝냈고, 사람을 "타고난 윗사람"에게 묶던 갖가지 끈을 가차 없이 잘라 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It has accomplished wonders far surpassing Egyptian pyramids, Roman aqueducts, and Gothic cathedrals
그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로마의 수도교와 고딕 대성당을 훨씬 능가하는 경이를 이룩했다.
그러나 칭찬 뒤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나라한 이해관계와 냉혹한 "현금 지불" 말고는 아무런 연결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의사와 변호사, 사제, 시인, 학자도 모두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바꾸어 놓았다고 합니다. 이 책이 오래 읽힌 이유는 자본주의의 업적과 비용을 함께 보는 이 이중의 시선에도 있습니다.
5. 단단한 것은 모두 공기 속으로 사라진다
제1부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근대 사회를 묘사한 대목입니다.
All fixed, fast-frozen relations, with their train of ancient and venerable prejudices and opinions, are swept away, all new-formed ones become antiquated before they can ossify. 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 all that is holy is profaned
굳어 얼어붙은 모든 관계는 그에 딸린 오래되고 존경받던 편견과 의견과 함께 쓸려 나가고, 새로 생긴 관계들도 굳기도 전에 낡은 것이 된다. 단단한 것은 모두 공기 속으로 녹아 사라지고, 신성한 것은 모두 더럽혀진다.
그 결과 사람은 마침내 맑은 정신으로 자기 삶의 실제 조건과 서로의 관계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생산 방식을 끊임없이 바꾸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지적한 이 문장은, 변화가 일상이 된 오늘의 세계를 설명하는 말로 지금도 자주 인용됩니다. 사회학자와 문학 비평가들이 근대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문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6. 하나로 이어진 세계 시장
저자들은 170여 년 전의 글에서 이미 세계화를 묘사합니다.
In place of the old local and national seclusion and self-sufficiency, we have intercourse in every direction, universal inter-dependence of nations.
옛 지역적이고 민족적인 고립과 자급자족 대신, 모든 방향의 교류와 나라들의 보편적인 상호 의존이 들어섰다.
산업의 원료가 먼 곳에서 오고 생산물이 전 세계에서 소비되며, 정신적 생산물도 공동의 재산이 되어 여러 민족과 지역의 문학에서 "세계 문학"이 생겨난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싼 상품이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고, 모든 민족이 부르주아의 생산 양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고도 합니다. 문장은 이렇게 맺습니다.
In one word, it creates a world after its own image.
한마디로 그것은 자신의 모습을 따라 세계를 창조한다.
이 대목은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에 대한 서술과도 겹쳐 있어서, 문명화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 일에 대한 당시의 시선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오늘의 시각에서는 비판받을 표현이 섞여 있다는 점도 알아 둘 만합니다.
7. 이전 모든 세대를 합친 것보다 큰 생산력
저자들은 부르주아지의 생산력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The bourgeoisie, during its rule of scarce one hundred years, has created more massive and more colossal productive forces than have all preceding generations together.
부르주아지는 채 백 년이 안 되는 지배 기간 동안 이전의 모든 세대를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하고 더 방대한 생산력을 만들어 냈다.
자연의 힘을 인간에게 복종시키고, 기계와 화학, 증기선, 철도, 전신을 도입하고, 대륙 전체를 개간하고, 인구 전체를 땅에서 불러낸 일을 열거합니다. 이런 힘이 사회적 노동의 품 안에 잠들어 있으리라고 이전 세기의 누가 예감이나 했겠느냐고 묻습니다. 이 서술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생산적 성과를 부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인정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생산 자체가 아니라 그 성과가 누구의 것이 되느냐는 점이었습니다.
8. 주문으로 불러낸 힘을 다루지 못하는 마법사
저자들은 부르주아 사회의 위기를 마법사의 비유로 설명합니다.
is like the sorcerer, who is no longer able to control the powers of the nether world whom he has called up by his spells.
주문으로 불러낸 저승의 힘을 더 이상 다룰 수 없게 된 마법사와 같다.
그 증거로 그들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상업 공황을 듭니다. 공황이 닥치면 기존 생산물뿐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생산력의 상당 부분도 파괴된다고 하며, 이전 시대라면 터무니없어 보였을 전염병이 터진다고 말합니다.
In these crises there breaks out an epidemic that, in all earlier epochs, would have seemed an absurdity—the epidemic of over-production.
이 공황 속에서 이전의 모든 시대에는 터무니없어 보였을 전염병, 곧 과잉 생산이라는 전염병이 터져 나온다.
사회는 갑자기 순간적인 야만 상태로 되돌아간 듯 보이는데, 이유는 문명과 생계 수단, 산업, 상업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경기 변동과 공황을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징으로 보는 이 분석은 이후 경제학에서 큰 논쟁거리가 되었고, 20세기의 대공황과 금융 위기 때마다 다시 인용되었습니다.
9. 상품이 된 노동
부르주아지가 성장하는 만큼 그와 함께 자라나는 계급이 프롤레타리아트라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는 동안에만 살 수 있고, 그 일자리는 자기 노동이 자본을 늘려 주는 동안에만 있다는 것입니다.
These labourers, who must sell themselves piece-meal, are a commodity, like every other article of commerce, and are consequently exposed to all the vicissitudes of competition, to all the fluctuations of the market.
조금씩 자신을 팔아야 하는 이 노동자들은 다른 모든 상품과 같은 상품이며, 따라서 경쟁의 온갖 부침과 시장의 모든 변동에 노출된다.
기계와 분업이 노동에서 개성과 매력을 지워 버려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이 되고, 작업이 싫어질수록 임금은 떨어지며, 노동 시간과 강도는 늘어난다고 그들은 지적합니다. 공장의 노동자는 병사처럼 조직되고 위계 아래 놓인다고도 합니다. 19세기 초중반 영국 공장의 노동 조건을 보고 쓴 이 서술은 산업 혁명기의 현실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며, 이후 노동법과 사회 입법이 등장한 배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10. 싸움의 열매는 결과가 아니라 연대
저자들은 노동자들의 저항이 단계를 거쳐 발전한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개별 노동자가 기계를 부수고 공장에 불을 지르지만, 점차 노동조합을 만들어 임금을 지키고 지속적인 결사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The real fruit of their battles lies, not in the immediate result, but in the ever-expanding union of the workers.
그들 싸움의 진짜 열매는 당장의 결과에 있지 않고, 끊임없이 확대되는 노동자들의 결합에 있다.
철도와 통신이 서로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을 접촉하게 하여 흩어진 지역 투쟁을 하나의 전국적 계급 투쟁으로 모은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부르주아지 내부의 분열을 이용해 이익을 법으로 인정받게 한 사례로, 영국의 10시간 노동법을 듭니다. 노동조합과 노동 입법은 이후 대부분의 산업 국가에서 현실이 되었는데, 그 길이 혁명이 아닌 개혁과 교섭의 길이었다는 점이 훗날 사회주의 내부의 큰 논쟁이 됩니다.
11. 부르주아지가 만드는 자기 무덤 파는 사람들
제1부는 자신 있는 예언으로 끝납니다.
What the bourgeoisie, therefore, produces, above all, is its own grave-diggers. Its fall and the victory of the proletariat are equally inevitable.
그러므로 부르주아지가 무엇보다 만들어 내는 것은 자기 자신의 무덤 파는 사람들이다. 부르주아지의 몰락과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는 똑같이 불가피하다.
이 문장은 이 책의 가장 강한 주장이자 가장 많이 반박된 주장입니다. 역사에 필연적인 법칙이 있다는 이 믿음은 예견으로서 이후 현실과 크게 어긋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노동자의 처지가 개선되고 중간 계급이 두터워졌으며, 노동자 혁명은 마르크스가 예견한 가장 발달한 산업 국가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산업화된 나라에서 일어났습니다. 한편 예견이 틀렸더라도 불평등과 노동의 소외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점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보는 학자도 많습니다.
12. 다수의, 다수를 위한 운동
저자들은 프롤레타리아트 운동이 이전의 모든 역사적 운동과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All previous historical movements were movements of minorities, or in the interests of minorities. The proletarian movement is the self-conscious, independent movement of the immense majority, in the interests of the immense majority.
이전의 모든 역사적 운동은 소수의 운동이거나 소수의 이익을 위한 운동이었다. 프롤레타리아 운동은 압도적 다수의 자각적이고 독립적인 운동이며, 압도적 다수의 이익을 위한 운동이다.
이 구절은 사회주의가 소수 엘리트의 음모가 아니라 다수 민중 자신의 해방 운동이라는 자기 이해를 보여 줍니다. 이후의 역사에서 이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다수를 대표한다는 명분으로 소수의 정당이 권력을 독점한 사례가 20세기에 적지 않았다는 점은, 이 구절을 읽을 때 함께 떠올리게 되는 사실입니다.
13. 사유 재산의 폐지, 무엇을 뜻하는가
제2부의 핵심 주장은 공산주의가 무엇을 없애려 하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The distinguishing feature of Communism is not the abolition of property generally, but the abolition of bourgeois property.
공산주의의 특징은 재산 일반의 폐지가 아니라 부르주아 재산의 폐지이다.
저자들은 소상인과 소농의 재산은 산업 발전이 이미 대부분 파괴했으니 없앨 필요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문제 삼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으로 생긴 재산이 아니라, 임금 노동을 착취해야만 늘어나는 자본이라는 재산입니다. 이어서 이 이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In this sense, the theory of the Communists may be summed up in the single sentence: Abolition of private property.
이런 의미에서 공산주의자의 이론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유 재산의 폐지.
그리고 반론에 이렇게 되받습니다.
You are horrified at our intending to do away with private property. But in your existing society, private property is already done away with for nine-tenths of the population
당신들은 우리가 사유 재산을 없애려 한다는 데 경악한다. 그러나 당신들의 현존 사회에서 사유 재산은 이미 인구의 십분의 구에게는 없어진 것이다.
이 주장이 당시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했는지, 이후 개인 재산을 널리 보유하게 된 사회에서는 어떻게 읽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사유 재산이 개인의 자유와 경제적 동기의 기초라고 주장해 왔고, 공산주의 체제의 경험은 그 반론의 근거로도 자주 인용됩니다.
14. 자본은 개인의 힘이 아니라 사회적 힘
저자들은 자본에 대해 이런 시각을 제시합니다.
Capital is, therefore, not a personal, it is a social power.
그러므로 자본은 개인적인 힘이 아니라 사회적인 힘이다.
자본은 수많은 사람의 결합된 행동으로만 움직이므로 어느 한 사람의 것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자본을 모든 사회 구성원의 공동 재산으로 바꾸어도 개인적 재산이 사회적 재산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며, 바뀌는 것은 재산의 계급적 성격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공산주의가 사람에게서 빼앗으려는 것의 범위를 한정합니다.
Communism deprives no man of the power to appropriate the products of society; all that it does is to deprive him of the power to subjugate the labour of others by means of such appropriation.
공산주의는 누구에게서도 사회의 생산물을 전유할 힘을 빼앗지 않는다. 그것이 빼앗는 것은 그런 전유를 통해 남의 노동을 복종시키는 힘뿐이다.
이 구분이 현실의 제도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는 책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소비와 소유를 인정하되 타인의 노동을 지배하는 수단으로서의 자본은 없앤다는 것이 저자들의 입장이었습니다.
15. 죽은 노동이 산 노동을 지배한다
저자들은 두 사회의 차이를 한 문장으로 대비합니다.
In bourgeois society, therefore, the past dominates the present; in Communist society, the present dominates the past.
그러므로 부르주아 사회에서는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고,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현재가 과거를 지배한다.
부르주아 사회에서는 살아 있는 노동이 축적된 노동, 곧 자본을 늘리는 수단에 불과하지만,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축적된 노동이 노동자의 삶을 넓히고 풍부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자본이 독립적이고 개성을 가지는 반면 살아 있는 사람은 의존적이고 개성이 없다는 지적도 덧붙입니다. 일하는 사람의 존엄과 소외라는 주제는 마르크스 이후 철학과 사회학이 가장 오래 이어 온 물음 가운데 하나입니다.
16. 지배 계급의 사상이 지배하는 사상
종교와 도덕, 철학에 대한 비판에 저자들은 이렇게 답합니다.
The ruling ideas of each age have ever been the ideas of its ruling class.
각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은 언제나 그 시대 지배 계급의 사상이었다.
사람의 생각과 견해와 의식은 물질적 존재 조건과 사회 관계가 바뀔 때 함께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 시각은 이후 "이데올로기 비판"이라는 학문적 전통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어떤 생각이 중립적인 진리처럼 보여도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는지를 묻게 하는 질문입니다. 반면 도덕과 자유, 정의 같은 가치가 계급을 넘어선 보편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은 이 시각이 지나치게 환원적이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17. 가족, 교육, 조국에 대한 논쟁
제2부에는 당시 가장 격렬한 반응을 부른 대목이 있습니다. "가족의 폐지"라는 비난에 대해 저자들은 현재의 부르주아 가족이 자본과 사적 이익에 기초해 있다고 반박합니다. 또 여성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The bourgeois sees in his wife a mere instrument of production.
부르주아는 자기 아내를 단순한 생산 도구로 본다.
그들은 공산주의가 여성을 공유하려 한다는 비난을 조롱하며 오히려 부르주아의 결혼 제도가 위선적인 "아내 공유"라고 되받습니다. 이 대목의 어조는 당시의 논쟁 방식을 보여 주며, 오늘의 독자에게는 거칠게 읽힐 수 있습니다. 민족과 조국에 대한 대목도 눈에 띕니다.
The working men have no country. We cannot take from them what they have not got.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우리가 빼앗을 수는 없다.
저자들은 국가 간 대립이 계급 간 착취가 사라지는 만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20세기의 역사는 민족주의가 노동자 연대를 압도한 사례를 많이 보여 주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각국의 노동자 정당이 자국 정부를 지지한 일이 대표적입니다.
18. 열 가지 조치와 그 뒤의 역사
제2부는 혁명 뒤에 취할 구체적 조치를 열 가지로 제시합니다. 저자들은 먼저 그 방법이 거칠 것이라고 솔직히 말합니다.
Of course, in the beginning, this cannot be effected except by means of despotic inroads on the rights of property, and on the conditions of bourgeois production
물론 처음에는 재산권과 부르주아 생산 조건에 대한 전제적인 침해 없이는 이것을 이룰 수 없다.
열 가지에는 토지 재산의 폐지, 누진 소득세, 상속권 폐지, 신용과 교통의 국가 집중, 국영 공장의 확대가 포함됩니다. 다른 항목도 있습니다.
Free education for all children in public schools. Abolition of children’s factory labour in its present form.
모든 아동에 대한 공립학교에서의 무상 교육. 현재 형태의 아동 공장 노동 폐지.
이 열 가지 가운데 누진 소득세, 공교육, 아동 노동 금지는 이후 많은 나라에서 혁명 없이 제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상속권 폐지나 모든 생산 수단의 국유화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도했으나 심각한 비효율과 억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스스로도 1872년의 서문에서 이 강령이 세부에서 일부 낡았으며, 제2부 끝의 조치들은 지금이라면 다르게 쓰였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9.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
제2부의 마지막 문장은 저자들이 그린 목적지입니다.
In place of the old bourgeois society, with its classes and class antagonisms, we shall have an association, in which the free development of each is the condition for the free development of all.
계급과 계급 대립이 있는 낡은 부르주아 사회 대신, 각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하나의 연합체가 들어설 것이다.
이 문장은 이 책이 개인의 자유를 부정하는 책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을 최종 목표로 내세운 책이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 목적지와 거기에 이르는 방법, 곧 국가의 강력한 권력 집중 사이의 긴장은 이 책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논쟁 가운데 하나입니다. 목적이 자유라 해도 수단이 억압이라면 그 목적에 닿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오래 이어졌습니다.
20. 다른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
제3부는 당시의 다른 사회주의 사상들을 하나씩 비판합니다. 먼저 귀족들이 근대 부르주아 사회를 풍자하며 노동자의 이름을 앞세운 봉건적 사회주의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half lamentation, half lampoon; half echo of the past, half menace of the future
반은 비탄이고 반은 풍자이며, 반은 과거의 메아리이고 반은 미래에 대한 위협이다.
이어서 생시몽, 푸리에, 오언 같은 이른바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을 다룹니다. 이들은 계급 대립을 보았지만 프롤레타리아트에게 역사적 주도성이 없다고 보았기에 사회를 설계하는 일을 자신들의 일로 삼았다는 평가입니다.
they wish to attain their ends by peaceful means, and endeavour, by small experiments, necessarily doomed to failure, and by the force of example, to pave the way for the new social Gospel.
그들은 평화로운 수단으로 목적을 이루려 하고,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작은 실험과 본보기의 힘으로 새로운 사회적 복음의 길을 닦으려 한다.
저자들은 이 사상가들의 글에 사회에 대한 가장 값진 비판도 들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정치적이고 혁명적인 행동을 거부한다는 점을 한계로 봅니다. 이 부분은 마르크스가 자신의 사상을 "과학적 사회주의"라 부르며 다른 사회주의와 구별하려 한 방식을 보여 줍니다.
21. 폭력적 전복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들은 자신들의 견해와 목적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They openly declare that their ends can be attained only by the forcible overthrow of all existing social conditions.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현존하는 모든 사회 조건의 강제적 전복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이 문장은 책의 방법론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저자들은 개혁과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혁명을 말합니다. 이 점은 이후 사회주의가 혁명을 지지하는 흐름과 민주적 개혁을 선택하는 사회민주주의 흐름으로 갈라지는 지점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이 구절을 숨기거나 부드럽게 만들 필요 없이 그대로 읽고, 그 이후의 역사가 어떻게 이 선택을 평가하게 했는지를 함께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22. 잃을 것은 쇠사슬뿐, 얻을 것은 세계
책의 마지막 문장은 가장 널리 알려진 구호가 되었습니다.
The proletarians have nothing to lose but their chains. They have a world to win. WORKING MEN OF ALL COUNTRIES, UNITE!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다. 그들에게는 얻을 세계가 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 구호는 이후 한 세기 이상 전 세계 노동 운동과 혁명의 깃발에 새겨졌습니다. 20세기에는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정권이 이 책의 사상을 내세워 세워졌고, 그 체제들은 대규모의 정치적 억압과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았습니다. 이 정권들이 마르크스의 사상을 얼마나 충실히 이어받았는지, 아니면 변형했는지, 책임이 어디까지 이 책에 있는지는 오늘날에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립니다. 한편 같은 시기 서구에서는 노동조합과 사회 입법, 복지 국가가 이 책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대한 개혁적 응답으로 발전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책의 영향은 이처럼 한 갈래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는 방법
『공산당 선언』은 짧아서 한 번에 읽을 수 있습니다. 제1부가 가장 문학적이고 흥미로우며, 제2부에는 가장 논쟁적인 주장이 모여 있습니다. 제3부와 제4부는 당시의 정치 상황을 알아야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서, 처음에는 가볍게 지나가도 괜찮습니다. 읽을 때 세 가지를 구분하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는 사회의 현실을 묘사하는 부분, 둘째는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리라는 예측, 셋째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입니다.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종류의 말이어서 따로 평가해야 합니다. 현실 묘사는 맞았어도 예측은 틀릴 수 있고, 예측이 틀렸어도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더 읽고 싶다면 마르크스의 『자본』과 초기 저작, 엥겔스의 『영국 노동 계급의 상태』를 이어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반대 입장의 글, 예컨대 시장 경제와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상가들의 책을 함께 읽으면 이 책의 주장이 어디서 강하고 어디서 약한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어떤 입장에 서든, 한 시대의 가장 격렬한 논쟁에서 한쪽의 목소리를 원문으로 직접 듣는 경험은 가치가 있습니다.
ReadGem 앱에서 영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을 한 문장씩 나란히 읽어 보세요. 영어 청취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