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610년경 집필
The Winter’s Tale
겨울 이야기
시칠리아 왕의 까닭 없는 질투가 아내와 아들과 딸을 잃게 하고, 열여섯 해 뒤 보헤미아의 양치기 처녀와 조각상 앞에서 용서와 재회로 이어지는 이야기
A sad tale’s best for winter.
슬픈 이야기는 겨울에 제일 어울려요.
If this be magic, let it be an art Lawful as eating.
이것이 마법이라면, 먹는 일만큼 떳떳한 기예이기를.
한눈에 보기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는 아홉 달을 머문 어린 시절 친구 보헤미아의 왕 폴릭세네스가 떠나려 하자 왕비 헤르미온느의 설득으로 그가 남는 순간 느닷없는 질투에 사로잡힌다. 1~2막은 신하 카밀로에게 내린 독살 명령과 두 사람의 도주, 왕비의 투옥과 감옥에서 태어난 딸의 추방을, 3막은 델포스의 신탁과 재판, 왕자의 죽음, 맹수가 사는 해안에 버려진 아기를 다룬다. 4막은 열여섯 해를 건너뛰어 양치기의 딸로 자란 페르디타와 폴릭세네스의 아들 플로리젤의 양털 깎기 축제와 도주를, 5막은 시칠리아에서의 재회와 파울리나의 집 조각상 앞 마지막 장면을 그린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윌리엄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The Tempest)
-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Othello)
- 조지 엘리엇 『사일러스 마너』 (Silas Marner)
한 권 요점
The Winter’s Tale
『겨울 이야기』는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5막의 희곡으로, 1610년 무렵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허무는 후기 희곡, 이른바 로맨스극의 하나로 꼽힙니다. 이 극은 무대가 둘로 나뉩니다. 앞의 절반은 시칠리아 궁정의 겨울 같은 비극이고, 뒤의 절반은 보헤미아 들판의 봄과 여름 같은 희극이며, 그 사이를 코러스로 나선 '시간'이 열여섯 해로 이어 줍니다. 장면은 때로는 시칠리아, 때로는 보헤미아이고, 이 극에서 보헤미아는 바다에 닿은 땅으로 그려집니다. 책의 줄기는 단순합니다. 근거 없는 의심이 한 사람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잃어버린 것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긴 시간이 그를 고칩니다. 등장인물은 시칠리아의 레온테스와 헤르미온느, 파울리나, 카밀로, 보헤미아의 폴릭세네스와 플로리젤, 그리고 두 나라를 오가는 페르디타입니다.
줄거리
1막 1~2장: 두 왕의 우정, 갑작스러운 의심
시칠리아 궁전의 대기실에서 보헤미아의 신하 아르키다무스와 시칠리아의 신하 카밀로가 두 왕의 우정을 이야기합니다. 레온테스와 폴릭세네스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랐고, 왕이 된 뒤에도 선물과 편지와 사절로 곁에 있는 듯 지내 왔습니다. 시칠리아에서는 어린 왕자 마밀리우스가 늙은이들까지 살고 싶게 만드는 희망이라고 칭찬합니다. 이어 왕궁의 큰 방에서 폴릭세네스는 아홉 달 가까이 머문 끝에 내일 떠나겠다고 인사합니다. 레온테스가 일주일만 더 있으라고 해도 그는 거절하지만, 왕비 헤르미온느가 재치 있게 그를 붙들자 '손님이 될지 죄수가 될지'를 두고 이긴 쪽이 그녀가 됩니다. 폴릭세네스는 결국 머물기로 하고, 두 사람은 어린 시절의 장난을 이야기하며 웃습니다. 바로 그 순간 레온테스가 방백으로 "너무 뜨겁다"고 중얼거립니다. 왕비가 폴릭세네스에게 손을 내밀며 웃는 모습이 그에게는 불륜의 증거로 보입니다. 그는 아들 마밀리우스의 얼굴에서 자기 모습을 찾으려 하다가도, 다른 사람의 아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휘둘립니다.
레온테스는 카밀로를 불러 폴릭세네스가 왜 머무는지 따지고, 왕비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확신을 늘어놓습니다. 카밀로는 그 생각이 병이라며 말리지만, 왕은 속삭임과 눈빛과 뺨을 맞댄 모습이 모두 증거라며 "이것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냐"고 되묻습니다. 그러고는 폴릭세네스의 술잔에 독을 타라고 명령합니다. 카밀로는 일단 따르는 척하고 폴릭세네스를 찾아가 왕이 그를 죽이려 한다고 알립니다. 폴릭세네스는 카밀로의 말에서 왕의 얼굴을 읽은 듯 곧 믿고, 그날 밤 카밀로와 함께 배를 타고 보헤미아로 달아납니다. 카밀로는 이때부터 폴릭세네스의 신하가 됩니다.
2막 1~3장: 왕비의 투옥, 감옥에서 태어난 딸
궁정의 한 방에서 만삭에 가까운 헤르미온느가 시녀들과 있고, 마밀리우스가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슬픈 이야기는 겨울에 제일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도깨비 이야기의 첫머리 "교회 묘지 옆에 한 남자가 살았는데"를 막 시작하는 순간, 레온테스가 신하들과 함께 들어옵니다. 두 왕이 달아났다는 보고를 들은 그는 카밀로가 한패였다고 단정하고, 아들을 아내에게서 떼어 내고, 왕비를 모든 신하 앞에서 불륜의 죄로 고발합니다. 왕비는 침착하게 자신이 누명을 쓴 것을 받아들이고 시녀들과 함께 감옥으로 갑니다. 안티고누스를 비롯한 신하들이 말리지만 왕은 듣지 않고, 확신이 더 필요하다면 델포스 아폴로 신전으로 클레오메네스와 디온을 보내 신탁을 받아 오게 했다고 밝힙니다.
감옥에서는 안티고누스의 아내 파울리나가 간수에게 왕비를 만나게 해 달라고 청하다, 시녀 에밀리아에게서 왕비가 예정보다 일찍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파울리나는 아기를 왕에게 보이면 마음이 누그러질 거라며 직접 아기를 안고 궁으로 가서, 잠을 못 이루는 레온테스 앞에서 왕비가 선한 사람이라고 외칩니다. 왕은 그녀를 쫓아내라 하고 안티고누스를 꾸짖으며 아기가 폴릭세네스의 자식이라고 우깁니다. 파울리나는 아기가 아버지를 꼭 닮았다고 말하고 아기를 두고 나갑니다. 레온테스는 처음에는 아기를 불에 던지라고까지 하다가, 신하들이 무릎을 꿇고 빌자 마음을 바꾸어 안티고누스에게 칼을 두고 맹세하게 합니다. 아기를 멀고 황량한 땅에 데려가 운에 맡기고 오라는 것입니다. 안티고누스는 마지못해 맹세합니다. 곧이어 델포스의 사절이 스물사흘 만에 돌아왔다는 전갈이 오고, 왕은 공개 재판을 열라고 명합니다.
3막 1~3장: 신탁, 재판, 곰
델포스에서 돌아오는 길에 클레오메네스와 디온은 신전의 장엄함과 신탁의 목소리에 압도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서둘러 갑니다. 재판장에서 레온테스는 자신이 폭군이 아님을 보이려 정당한 절차를 밟겠다고 하고, 헤르미온느는 간신히 몸을 가눈 채 불려 나옵니다. 고발문은 폴릭세네스와의 불륜과 카밀로와 짠 음모입니다. 헤르미온느는 자신의 증언밖에 증거가 없으니 무죄를 말해도 소용없겠지만, 신들이 인간의 일을 본다면 무고함이 거짓 고발을 부끄럽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남편이 시킨 만큼만 폴릭세네스를 사랑했다고 하고, 아이를 빼앗기고 해산의 권리도 거부당한 채 광장에 끌려 나온 처지를 짧게 늘어놓은 뒤, "아폴로가 나의 재판관"이라며 신탁에 판단을 맡깁니다.
봉인된 신탁이 열리고 장교가 읽습니다. 헤르미온느는 순결하고, 폴릭세네스는 허물이 없으며, 카밀로는 충직한 신하이고, 레온테스는 질투하는 폭군이며, 갓난아기는 정당한 자식이고, 잃어버린 것을 찾지 못하면 왕은 후계자 없이 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레온테스는 곧바로 "신탁은 거짓이다"라고 선언하지만, 그 순간 하인이 달려와 왕자 마밀리우스가 어머니의 일을 걱정하다 숨졌다고 알립니다. 헤르미온느는 쓰러져 실려 나가고, 레온테스는 비로소 아폴로가 노했다고 인정하며 폴릭세네스와의 화해와 카밀로의 복직을 다짐합니다. 이때 파울리나가 돌아와 왕비도 숨을 거두었다고 알리고, 왕의 모든 죄를 하나하나 짚으며 남은 일은 절망뿐이라고 퍼붓습니다. 레온테스는 모든 책망을 달게 받겠다며 왕비와 아들을 한 무덤에 묻고, 매일 한 번씩 그 예배당을 찾아 눈물로 보내겠다고 맹세합니다.
같은 때 보헤미아 해안에서 안티고누스가 아기를 안고 배에서 내립니다. 선원은 날씨가 험하고 맹수가 많은 곳이라며 서둘러 배로 돌아갑니다. 안티고누스는 지난밤 꿈에 흰옷을 입은 헤르미온느가 나타나 아기 이름을 '페르디타'(잃어버린 아이)로 지으라 하고, 그가 다시는 아내 파울리나를 보지 못할 것이라 했다고 말하며, 아기를 내려놓고 함께 둔 꾸러미를 곁에 둡니다. 폭풍이 다가오는 가운데 그는 "곰에게 쫓기며 퇴장"하고 그것으로 이야기에서 사라집니다. 이어 늙은 양치기가 잃어버린 양을 찾다 아기를 발견하고, 때맞춰 나타난 아들 광대가 바다에서 배가 부서지는 것과 곰에게 쓰러진 귀족을 보았다고 떨며 전합니다. 양치기가 아기의 꾸러미를 열자 금이 들어 있습니다. 둘은 이것을 요정의 선물로 여기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4막 1~4장: 열여섯 해 뒤, 양털 깎기 축제
코러스로 나선 '시간'이 자신을 탓하지 말라며 열여섯 해를 뛰어넘겠다고 말하고, 레온테스가 후회로 틀어박혀 있고 보헤미아에서 페르디타가 아름답게 자랐다고 알립니다. 보헤미아 궁에서 카밀로는 고국을 열다섯 해 보지 못했다며 돌아가고 싶다고 청하지만 폴릭세네스는 놓아주지 않습니다. 왕은 아들 플로리젤이 어떤 양치기의 집을 자주 드나든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 집의 딸이 소문대로 아름답다니 변장을 하고 함께 가 보자고 합니다.
길에서는 노래하는 떠돌이 도둑 아우톨리쿠스가 광대를 속여 물건과 지갑을 털어 갑니다. 양털 깎기 축제가 열린 양치기의 집에서 플로리젤은 양치기 청년 '도리클레스'라는 이름으로 페르디타와 함께 있고, 페르디타는 축제의 여주인이 되어 변장한 폴릭세네스와 카밀로에게 로즈메리와 루를, 플로리젤에게는 철 이른 꽃들을 말로 엮어 건넵니다. 폴릭세네스는 접붙이기를 두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소녀의 기품에 놀랍니다. 한바탕 행상 아우톨리쿠스의 노래와 흥정, 춤꾼들의 소란이 지나간 뒤, 플로리젤은 늙은 양치기 앞에서 페르디타에게 사랑을 맹세하고 약혼을 청합니다. 그러자 폴릭세네스가 변장을 벗고 나서서 아들을 꾸짖고 양치기와 페르디타에게 가혹한 위협을 쏟아 낸 뒤 떠납니다. 페르디타는 꿈에서 깬 듯 한 걸음도 더 여왕처럼 굴지 않겠다고 말하고, 플로리젤은 아버지가 상속권을 끊어도 그녀를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카밀로가 나서서 두 사람에게 시칠리아로 가라고 권합니다. 레온테스에게 폴릭세네스의 심부름으로 왔다고 말하고 편지를 써 주겠다는 것입니다. 카밀로에게는 속으로 고국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과 이 일을 구실로 폴릭세네스를 뒤따르게 하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때마침 지갑을 턴 일로 흡족해하던 아우톨리쿠스와 플로리젤이 옷을 바꿔 입어 변장하고, 아우톨리쿠스는 엿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궁정 사람인 척 늙은 양치기와 광대에게 접근합니다. 두 사람은 아기를 발견했을 때의 꾸러미를 왕에게 보이면 무사할 거라는 생각에 아우톨리쿠스의 안내를 받아 배에 오릅니다.
5막 1~3장: 용서와 조각상
시칠리아 궁에서 신하들은 레온테스에게 이제 충분히 속죄했으니 자신을 용서하고 재혼하여 후계자를 두라고 권합니다. 파울리나는 신탁이 말한 '잃어버린 아이'가 발견되기 전에는 왕이 후계자를 얻을 수 없으며 헤르미온느에 비길 사람도 없다고 반대하고, 레온테스에게 자신의 허락 없이는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 냅니다. 그때 플로리젤이 아내가 될 사람과 함께 도착했다는 전갈이 오고, 레온테스는 플로리젤에게서 폴릭세네스의 모습을 보고 반가워하며 페르디타를 보고 놀랍니다. 플로리젤은 리비아에서 왔다는 거짓 이야기를 하며 아버지의 안부를 전하지만, 곧 폴릭세네스가 카밀로와 함께 뒤쫓아 왔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페르디타가 아직 아내가 아니라는 것도 드러납니다. 레온테스는 두 사람의 편에 서서 폴릭세네스에게 말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궁 앞에서 신사들이 사건의 전말을 전합니다. 양치기가 가져온 꾸러미와 헤르미온느의 외투, 목걸이, 안티고누스의 편지가 페르디타의 정체를 증명했고, 두 왕이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입니다. 광대의 증언으로 안티고누스가 곰에게 목숨을 잃었고 배도 같은 순간 부서졌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신사들은 이 소식이 옛이야기 같다고 말합니다. 페르디타가 어머니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와, 줄리오 로마노(훌리오 로마노)가 막 완성했다는 헤르미온느의 조각상을 보러 파울리나의 집으로 갔다는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한편 아우톨리쿠스는 이제 신분이 높아진 양치기와 광대에게 머리를 숙이며 선처를 구하고, 광대는 "우리는 이제 신사"라며 호기롭게 그를 받아 줍니다.
파울리나의 집 예배당에서 레온테스, 폴릭세네스, 플로리젤, 페르디타, 카밀로가 커튼 뒤의 조각상을 봅니다. 조각상은 헤르미온느의 모습 그대로이며 다만 열여섯 해만큼 나이 든 모습입니다. 레온테스는 돌에게 꾸짖어 달라며 눈물을 쏟고, 페르디타는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손에 입 맞추고 싶어 합니다. 레온테스가 입 맞추려 하자 파울리나는 칠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고 말리고 커튼을 닫겠다고 하다가, 믿음만 있다면 조각상을 움직이게 하겠다고 말합니다. 음악이 울리자 파울리나가 "이제 돌이기를 그만두라"고 하고, 조각상이 단에서 내려와 레온테스를 껴안습니다. 헤르미온느는 레온테스에게는 말을 걸지 않고 신들에게 딸을 축복해 달라고 기도하며, 파울리나의 말에서 신탁이 딸의 생존에 희망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지켜 왔다고 말합니다. 레온테스는 홀로 남을 파울리나에게 카밀로를 남편으로 맺어 주고, 폴릭세네스와 헤르미온느에게는 지난날의 의심을 사과합니다. 일행은 지난 열여섯 해 동안 각자 겪은 일을 서로 이야기 나누러 파울리나의 집을 나서고, 극은 거기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쌍둥이 양 같던 두 왕
극은 질투가 아닌 우정의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폴릭세네스는 어린 시절의 두 사람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We were as twinn’d lambs that did frisk i’ th’ sun
우리는 햇볕 아래 뛰놀던 쌍둥이 어린 양 같았지.
이 대목의 요점은 순진함이 곧 면죄부였다는 것입니다. 폴릭세네스는 자라서 유혹이 생겼다고 농담하고, 헤르미온느는 곧바로 되받아칩니다.
Temptations have since then been born to ’s!
그 뒤로 우리에게 유혹이 태어났지요!
왕비가 손님을 붙들며 자신을 설명하는 말도 있습니다.
A lady’s verily is As potent as a lord’s.
귀부인의 '정말로'도 영주의 것만큼 힘이 있어요.
그 가볍고 다정한 말다툼이 몇 줄 뒤 한 사람의 눈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됩니다. 비극의 씨앗은 사건이 아니라 해석에 있습니다.
2. 갑자기 닥친 질투
레온테스의 변화는 순식간입니다. 헤르미온느가 폴릭세네스에게 손을 내밀자 그는 방백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Too hot, too hot!
너무 뜨겁다, 너무 뜨거워!
그는 자기 몸의 반응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My heart dances, But not for joy,—not joy.
내 심장이 춤을 춘다, 그러나 기뻐서가 아니다. 기쁨이 아니다.
이 극은 이아고 같은 속삭이는 악당을 두지 않습니다. 질투는 밖에서 심어지지 않고 안에서 일어나며, 그 시작과 끝이 모두 레온테스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그가 아들에게 건네는 말에서도 의심이 어린아이에게까지 번집니다.
Go, play, boy, play.
가서 놀아라, 얘야, 놀아라.
같은 말이 두 번 반복되면서 다정한 말투가 쓰라린 말로 변하는 것이 이 장면의 무서운 점입니다.
3. "아무것도 아닌 것"
카밀로가 의심을 말리자 레온테스는 속삭임과 눈짓을 증거로 늘어놓고 되묻습니다.
Is whispering nothing?
속삭임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냐?
그리고 이 질문은 세상 전체를 쓸어 담는 논리로 끝납니다.
Why, then the world and all that’s in’t is nothing
그렇다면 세상과 그 안의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nothing'이라는 말이 이 장면에서 여러 번 되풀이됩니다. 레온테스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서 모든 것을 읽어 내고, 그 읽기가 틀렸음이 밝혀진 뒤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계에 서게 됩니다. 한 번 독을 삼키면 되돌릴 수 없다는 그의 말도 있습니다.
I have drunk, and seen the spider.
나는 마셨고, 거미를 보았다.
잔 속의 거미를 본 사람은 마시지 않은 척할 수 없다는 이 비유가 그가 자기 확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보여 줍니다.
4. 카밀로의 선택
카밀로는 이 극에서 가장 먼저 옳은 일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명령을 거절하면 자신이 위험해지고 따르면 죄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민 끝에 폴릭세네스를 찾아가 사실을 알립니다.
I am appointed him to murder you.
저는 당신을 죽이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폴릭세네스의 대답은 짧고, 이 극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직감 가운데 하나입니다.
I saw his heart in ’s face.
그의 얼굴에서 그의 마음을 보았소.
카밀로가 도주를 택한 것은 충성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더 큰 불행을 막으려는 선택입니다. 그가 열여섯 해 뒤에도 레온테스를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 그 증거이고, 결말에서 그가 파울리나의 남편으로 맺어지는 것도 이 선택에 대한 보답처럼 읽힙니다.
5. 감옥의 왕비, 마밀리우스의 이야기
2막 1장에서 가장 조용한 장면은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헤르미온느가 이야기를 청하자 마밀리우스는 이렇게 답합니다.
A sad tale’s best for winter.
슬픈 이야기는 겨울에 제일 어울려요.
아이는 귀뚜라미에게 들리지 않게 어머니의 귀에 대고 속삭이겠다고 합니다.
I will tell it softly, Yond crickets shall not hear it.
조용히 말할게요. 저기 귀뚜라미들이 듣지 못하게요.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레온테스가 들이닥쳐 이야기를 끊고, 마밀리우스는 이 장면 이후 다시 무대에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제목의 '겨울 이야기'를 이 끊긴 이야기와 겹쳐 읽는 독자도 많습니다. 헤르미온느가 감옥으로 가며 남기는 말은 침착합니다.
This action I now go on Is for my better grace.
내가 지금 겪는 이 일은 나중의 더 큰 은총을 위한 것입니다.
6. 파울리나, 말하는 양심
파울리나는 왕 앞에서 말을 삼가지 않는 거의 유일한 신하입니다. 그녀는 왕비를 이렇게 부르고 물러서지 않습니다.
Good queen, my lord, good queen: I say, good queen
훌륭한 왕비입니다, 폐하, 훌륭한 왕비예요. 거듭 말합니다, 훌륭한 왕비라고.
왕이 불태우겠다고 협박해도 그녀의 논리는 한결같습니다.
It is an heretic that makes the fire, Not she which burns in ’t.
불을 지르는 쪽이 이단이지, 그 안에서 타는 사람이 이단이 아닙니다.
아기를 내려놓고 나가며 남기는 말은 이 극의 중심 질문을 압축합니다. 왕이 자신의 눈으로 봐야 할 것은 아기의 얼굴입니다.
Look to your babe, my lord; ’tis yours
아기를 돌보십시오, 폐하. 폐하의 아기입니다.
파울리나는 이후 열여섯 해 동안 레온테스의 양심 노릇을 합니다. 그녀의 독설은 그를 고치는 약이었고, 그녀가 끝까지 왕의 곁에서 비밀을 지키는 이유가 결말에서야 밝혀집니다.
7. 신탁과 재판
재판에서 헤르미온느는 증거 없는 고발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I doubt not, then, but innocence shall make False accusation blush
그렇다면 저는 믿습니다. 무고함이 거짓 고발을 얼굴 붉히게 하리라는 것을.
그녀는 왕의 심증만으로 이루어진 이 재판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Tis rigour, and not law.
이것은 법이 아니라 가혹함입니다.
신탁은 레온테스를 이렇게 부릅니다.
Leontes a jealous tyrant
레온테스는 질투하는 폭군.
그런데도 왕은 신탁을 거부합니다.
There is no truth at all i’ th’ oracle
신탁에는 진실이 하나도 없다.
이 장면의 핵심은 신이 말해도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믿음을 바꾸게 되는 계기는 신탁의 문장이 아니라 아들의 죽음이라는 현실입니다.
8. 너무 늦은 후회
왕자의 죽음이 전해지고 왕비가 쓰러지자 레온테스는 비로소 말을 바꿉니다.
Apollo’s angry, and the heavens themselves Do strike at my injustice.
아폴로가 노하셨다. 하늘 자체가 내 불의를 치고 있다.
그는 자기 의심이 얼마나 컸는지 이렇게 인정합니다.
I have too much believ’d mine own suspicion.
내가 내 의심을 너무 믿었다.
왕을 몰아붙이던 파울리나가 스스로 말을 거두며 남기는 한마디는 이 극의 용서에 대한 첫 언급입니다.
What’s gone and what’s past help, Should be past grief.
사라진 것, 어쩔 수 없는 것은 슬픔도 넘어서야 합니다.
레온테스는 이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이렇게 청합니다.
I have deserv’d All tongues to talk their bitterest.
나는 모든 혀가 가장 쓰라리게 말할 자격이 있다.
그는 스스로 벌을 청하는 사람이 되고, 이 모습이 열여섯 해에 걸친 속죄의 출발점이 됩니다.
9. 곰, 그리고 새로 태어난 것
셰익스피어의 무대 지시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3막 3장의 한 줄입니다.
Exit, pursued by a bear.
곰에게 쫓기며 퇴장.
이 한 줄로 극의 분위기가 단번에 바뀝니다. 안티고누스가 아기의 이름을 짓는 장면이 마지막이어서, 그의 죽음은 비극의 끝이자 아기를 지킨 대가로 읽힙니다. 직후 등장한 늙은 양치기는 장면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thou met’st with things dying, I with things new-born.
너는 죽어 가는 것들을 만났고, 나는 갓 태어난 것을 만났구나.
죽음과 탄생이 바로 이웃한 이 대사가 극의 경첩입니다. 꿈속의 헤르미온느가 일러 준 이름을 안티고누스가 전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Is counted lost for ever, Perdita. I prithee call’t.
영원히 잃어버린 아이로 여겨지니 '페르디타'라고 불러 주오.
이름 자체가 '잃어버린 아이'이므로, 결말의 재회는 이름이 뒤집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양치기 부자가 꾸러미에서 금을 보고 외치는 장면의 희극적 어조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Gold! all gold!
금이다! 전부 금이야!
10. 시간의 열여섯 해
4막은 '시간'이 직접 나서서 시작합니다. 그는 법과 관습을 넘어서는 자신의 힘을 말하며 양해를 구합니다.
that I slide O’er sixteen years, and leave the growth untried
내가 열여섯 해를 미끄러져 건너, 그 성장은 시험하지 않은 채 두는 것을.
그리고 모래시계를 뒤집습니다.
I turn my glass, and give my scene such growing
나는 모래시계를 뒤집고 내 장면에 그만큼의 성장을 줍니다.
시간은 이 극에서 해결사 노릇을 합니다. 레온테스가 후회 속에 머무는 동안 페르디타는 자라고, 열여섯 해라는 공백이 용서가 가능한 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코러스는 관객에게 그 사이에 잠들었다 깬 것처럼 보아 달라고 청하며, 이 극이 사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옛이야기의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점을 미리 알려 줍니다.
11. 아우톨리쿠스, 노래하는 도둑
보헤미아 장면에 처음 나오는 인물은 노래하는 떠돌이 도둑입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was likewise a snapper-up of unconsidered trifles
하찮게 여겨진 물건을 덥석 집어 가는 자이기도 했다.
그의 노래 한 구절은 이 극의 낙천을 대표합니다.
A merry heart goes all the day, Your sad tires in a mile-a.
즐거운 마음은 하루 종일 걷고, 슬픈 마음은 일 마일에 지친다네.
아우톨리쿠스는 사람을 속이는 데 능하지만 큰 해를 끼치지는 않고, 속은 사람들을 오히려 궁정으로 이끄는 운명의 도구가 됩니다. 그가 순진한 사람들을 보며 하는 말도 있습니다.
what a fool Honesty is! and Trust, his sworn brother
정직이란 얼마나 바보인가! 그리고 그의 의형제 신뢰도!
이 대사는 도둑의 자기 고백이면서, 결말까지 이 극이 정직과 믿음에 어떤 값을 매기는지를 거꾸로 비춥니다. 의심이 비극을 만들었던 극에서 가장 유쾌한 인물이 사기꾼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12. 양털 깎기 축제: 꽃과 접붙이기
페르디타가 손님들에게 꽃을 나누는 장면은 이 극의 서정적 정점입니다. 그녀는 봄꽃들을 열거하다 이렇게 아쉬워합니다.
daffodils, That come before the swallow dares
제비가 오기도 전에 피는 수선화.
그녀는 줄무늬 카네이션을 접붙이기로 만든 꽃이라 하여 길러 내지 않는다고 말하고, 폴릭세네스는 인간의 기예도 자연의 일부라고 대꾸합니다.
The art itself is nature.
기예 자체가 자연입니다.
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줄무늬 꽃을 마당에 들이라고 권합니다.
Then make your garden rich in gillyvors
그러니 당신의 정원을 줄무늬 카네이션으로 풍성하게 하시오.
이 대화는 아이러니로 가득합니다. 신분이 다른 사람끼리의 결합을 자연스럽지 않다고 막으려는 바로 그 왕이, 접붙이기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논리를 방금 세운 셈입니다. 곧 그가 한 말이 이어집니다.
Nothing she does or seems But smacks of something greater than herself
그녀가 하는 것, 보이는 것 어느 하나도 자기 처지보다 큰 무언가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것이 없다.
핏줄은 숨겨도 드러난다는 이 극의 낭만적 믿음이 가장 선명한 곳입니다.
13. 신분의 벽과 도주
플로리젤은 아버지의 위협 앞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Or I’ll be thine, my fair, Or not my father’s.
나는 당신의 사람이 되겠소, 사랑스러운 이여. 아니면 내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겠소.
페르디타는 오히려 더 현실적이어서, 왕의 분노 앞에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되새깁니다.
The selfsame sun that shines upon his court
그분의 궁정에 비치는 바로 그 해가.
이어지는 말은 그 해가 오두막에도 똑같이 비친다는 것입니다. 양치기의 딸로서 자신이 왕궁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이 순간, 그녀는 아직 자신이 공주인 줄 모르는 채 이미 공주다운 자세를 보입니다. 이어 카밀로가 도주를 권하며 건네는 현실적인 한마디도 있습니다.
Prosperity’s the very bond of love
번영이야말로 사랑의 끈이오.
페르디타는 고난이 얼굴빛은 바꿔도 마음은 바꾸지 못한다고 답합니다. 이 짧은 응수가 4막의 사랑을 로맨스의 환상이 아닌 의지의 일로 만듭니다.
14. 옛이야기 같은 소식
5막 2장에서 재회의 핵심 장면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지 않고 신사들의 입으로 전해집니다. 한 신사가 이 소식을 이렇게 말합니다.
This news, which is called true, is so like an old tale
진짜라고 불리는 이 소식은 어찌나 옛이야기 같은지.
다른 신사는 재회를 이렇게 전합니다.
for their joy waded in tears
그들의 기쁨은 눈물 속을 헤치고 있었으니까.
셰익스피어가 가장 감동적인 재회를 일부러 무대 밖에 둔 것은, 이어질 조각상 장면을 위해 감정을 아껴 두려는 설계로 읽힙니다. 이 대목에는 희극도 곁들여집니다. 새로 신사가 된 광대는 이렇게 자랑합니다.
there was the first gentleman-like tears that ever we shed
우리가 흘린 최초의 신사다운 눈물이 그때였지.
그 앞 장면에서 레온테스가 페르디타를 바라볼 때 파울리나가 던진 말도 놓치기 어렵습니다.
Your eye hath too much youth in ’t
폐하의 눈에는 너무 젊음이 서려 있습니다.
레온테스는 곧 아내를 떠올렸다고 대답하고, 파울리나의 가차 없는 경계 속에서 속죄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15. 조각상의 방
마지막 장면에서 레온테스는 돌로 된 아내 앞에 섭니다.
Chide me, dear stone, that I may say indeed
나를 꾸짖어 다오, 사랑하는 돌이여. 그래야 정말 당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
그의 그리움이 가장 깊어진 지점에서 파울리나는 믿음을 조건으로 내겁니다.
It is requir’d. You do awake your faith.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믿음을 깨우셔야 합니다.
음악이 울리고 조각상이 움직이는 순간을 이끄는 한마디는 이렇습니다.
’Tis time; descend; be stone no more
때가 되었다. 내려오라. 더는 돌이 되지 마라.
레온테스가 처음 확인하는 것은 몸의 온기입니다.
O, she’s warm!
오, 따뜻해!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 때 그녀가 처음 향하는 사람은 남편이 아닌 딸입니다. 그녀의 첫 대사 직전에 파울리나는 딸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Our Perdita is found.
우리의 페르디타를 찾았습니다.
이 장면이 마법인지 연극인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는 것이 요점입니다. 파울리나는 믿음을 요구하고, 관객도 같은 요구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극이 보여 주는 용서는 지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열여섯 해의 시간이 지난 상처를 껴안고 다시 시작하는 일입니다. 마밀리우스는 돌아오지 않고, 안티고누스도 돌아오지 않으며, 마지막 화해에는 그 빈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겨울 이야기』는 5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극의 흐름은 크게 시칠리아의 비극(1~3막 2장), 보헤미아의 희극(4막), 시칠리아로 돌아오는 화해(5막)의 세 덩어리로 나뉩니다. 처음 읽는다면 1막 2장(레온테스의 방백)과 3막 2장(재판), 3막 3장(곰), 4막 4장(양털 깎기 축제), 5막 3장(조각상)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 다섯 장면만 읽어도 극의 방향이 보입니다. 이어 2막 3장의 파울리나와 4막 1장의 '시간'을 읽으면 인물과 구조가 정리됩니다. 셰익스피어는 한 문장 안에서도 의심의 논리를 이어 가거나 끊어 내며 인물의 마음을 보여 주기 때문에, 레온테스의 긴 독백은 천천히 소리 내어 읽을수록 의미가 또렷해집니다. 이 극은 비극에서 희극으로 건너가는 방식 때문에 장르 구분이 어렵다는 평을 자주 듣지만, 그 어려움 자체가 이 극의 힘입니다. 질투가 무엇을 파괴하는지, 시간과 인내가 무엇을 되돌려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한 편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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