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888년 출간
The Patagonia
파타고니아
보스턴에서 리버풀로 가는 느린 증기선 위에서, 약혼자를 만나러 가는 한 여인과 선객들의 입방아,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관찰자가 마지막에야 치르게 되는 대가를 그린 이야기
things that were nobody’s business very soon became everybody’s
남의 일이던 것이 순식간에 모두의 일이 되었다.
The first sight of land, at sea, changes everything
바다 위에서 처음 육지를 보는 순간은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한눈에 보기
8월의 더운 밤, 보스턴을 떠나는 배가 갑작스레 더 느린 배로 바뀐다. 화자는 옛 친구 네틀포인트 부인을 찾아갔다가, 리버풀에서 오랜 약혼자 포터필드와 결혼하러 가는 그레이스 메이비스를 부인이 맡게 되는 자리에 함께한다. 부인의 아들 재스퍼가 마지막 순간 동행을 결정하면서 항해가 시작되고, 갑판 위 두 젊은이를 둘러싸고 펙 부인과 고치 부인의 소문이 퍼지며, 화자는 호기심 섞인 관찰자로 참견에까지 나선다. 아일랜드 해안이 보이던 저녁을 지나 다음 날 아침 뜻밖의 소식이 닿고, 이야기는 리버풀 부두에서 포터필드와 마주한 화자의 한마디로 끝난다. 열다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헨리 제임스 『데이지 밀러』 (Daisy Miller)
- 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 (The Turn of the Screw)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한 권 요점
The Patagonia
『파타고니아』는 미국 출신 작가 헨리 제임스가 쓴 단편소설로, 1888년에 잡지에 실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임스는 1843년에 태어나 191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오랜 세월 유럽에서 활동하며 대서양 양쪽의 사교계를 소설의 무대로 삼았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배 이름입니다. 원래 타기로 했던 배 대신 투입된 느리고 낡은 배가 '파타고니아호'입니다. 이야기는 1~4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1인칭 화자가 보스턴의 출항 전날 밤부터 리버풀 도착까지를 되돌아보는 형식입니다. 줄기는 단순합니다. 오래 끌어온 약혼의 끝에 놓인 한 여자와, 그녀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시선들, 그리고 한 걸음 떨어져서 구경하던 사람이 구경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입니다.
줄거리
제1장: 보스턴의 8월 밤, 맡겨진 아가씨
더운 8월 밤, 화자는 비컨 스트리트를 걸어 내려가며 다음 날 떠날 배를 생각합니다. 출항 직전에 속도가 낮은 낡은 배 파타고니아호가 스칸디나비아호를 대신하게 되었지만, 푹푹 찌는 미국을 떠나 열흘 남짓 바닷바람을 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오히려 반깁니다. 같은 배로 리버풀에 간다는 옛 친구 네틀포인트 부인이 이 소식을 모를 것 같아 그는 그녀의 집을 찾습니다. 부인은 물가 쪽 응접실에서 부채를 부치고 있고, 오래 외국을 떠돌던 아들 재스퍼는 함께 갈지 말지 전보를 기다린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부인은 그런 아들에게 초조해하고, 화자는 둘 사이의 긴장을 눈치챕니다. 재스퍼는 잘생기고 건강하며 약간 거친 기운이 있는 청년으로, 남을 걱정하게 만드는 쪽의 사람입니다.
그때 하인에게 안내받은 낯선 모녀가 들어옵니다. 말 많은 어머니는 메이비스 부인, 말 없는 딸은 그레이스 메이비스입니다. 이들은 보스턴 사우스 엔드의 메리맥 애비뉴에서 앨런 부인의 소개로 왔습니다. 오랜 약혼자 포터필드가 파리에서 영국으로 와 있고 결혼을 서두르자는 전보를 보내와, 그레이스가 내일 리버풀행 배를 타야 하는데 혼자 보낼 수 없어 같은 배에 타는 네틀포인트 부인께 보호를 부탁하러 온 것입니다. 부인은 "신부 들러리 노릇을 하겠다"며 받아들입니다. 화자는 포터필드라는 이름에서 십 년 전 파리에서 알던 건축 공부 중이던 가난하고 성실한 사내를 떠올립니다. 돌아온 재스퍼는 그레이스를 보고 어느 자선 무도회에서 춤춘 사이임을 기억해 내고, 메이비스 부인은 시원한 음료를 세 잔이나 비우며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재스퍼가 그레이스에게 발코니를 보러 가자고 청하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따라 나섭니다. 두 사람이 돌아온 뒤 모녀는 떠나고, 네틀포인트 부인은 그녀를 "지루한 사람 중의 지루한 사람"이라고 평합니다. 그런데도 재스퍼는 전보를 받았다며 동행하겠다고 선언하고, 화자가 "저 매력적인 아가씨가 당신의 전보"라고 놀리자 어머니를 위해 가는 것이라고 둘러댑니다.
제2장: 출항 첫날, 선실의 논쟁
출항 후 화자는 갑판 선미에서 사라져 가는 대륙을 보고 있는 그레이스와 짧게 이야기합니다. 그가 포터필드를 안다고 하자 그녀는 말을 아끼고, 그가 지금도 건축을 공부 중이라고만 답합니다. 건축은 어렵고 그는 철저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화자는 선실 소파에 누워 지내는 네틀포인트 부인을 찾아가, 아가씨가 재스퍼를 불러 동행하게 했을지를 두고 논쟁을 벌입니다. 부인은 화자를 "냉혈한"이라 부르고, 화자는 이 항해가 앞으로 열흘 동안 가장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되리라고 말합니다. 이튿날 부인은 그레이스가 아침에 길게 찾아와 속내를 털어놓았다며 그녀의 사정을 전합니다. 그레이스는 열여덟 살에 약혼했고 포터필드는 공부하러 간 뒤 한 번도 미국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집은 가난해 아버지는 병으로 직장을 잃었고, 과부가 된 언니가 아이들과 남아 있으며, 그녀는 글과 그림으로 돈을 벌어 보려다 실패했습니다. 이제 포터필드의 어머니가 약간의 재산을 갖고 함께 살기로 하면서 결혼이 가능해졌고, 그녀는 여러 해 끌어온 일을 가장 덜 나쁜 선택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화자는 이것이 오히려 명예로운 일이라 보면서도, 명예에서 나온 행동이 남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을 흐립니다.
제3장: 느린 배, 빠른 소문
화자는 잔잔하고 푸른 바다에서 이 배가 느린 것에 감사하며 낮잠을 즐기고, 눈을 뜰 때마다 재스퍼가 그레이스와 팔짱을 끼고 지나가는 것을 봅니다. 식당에서 그의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네 아이를 둔 펙 부인으로, 그레이스와 같은 메리맥 애비뉴 맞은편에 산다고 합니다. 부인은 그레이스가 서른 살이고 "타고난 억셈"이 있다고 깎아내리며, 오래된 약혼은 거리 전체가 아는 사실이라고 떠들어 댑니다. 화자는 한편으로 그녀의 빛바랜 미모와 진홍색 두건 쓴 모습을 의식합니다. 사흘째 갑판에서 그레이스와 단둘이 이야기할 때, 그녀는 항해가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파리 생활 이야기는 귀가 따갑게 들었다고 말합니다. 재스퍼가 자기보다 어리다는 말에는 얼굴이 붉어집니다. 네틀포인트 부인은 그레이스가 재스퍼를 붙잡아 결혼까지 노린다고 의심하고, 화자는 이를 믿지 않습니다.
밤의 휘스트 게임이 끝난 뒤 펙 부인과 고치 부인은 선객들이 "연극처럼" 두 사람을 구경하고 있다고 말하고, 선장이 상황이 계속되면 포터필드에게 알리겠다고 했다고 전합니다. 화자는 그 말을 선장의 농담이라 여기며 반박합니다. 갑판에 올라간 그는 구명보트 뒤에 붙어 앉은 두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되고, 마주친 선장에게서 "저 친구들은 시간 낭비를 안 하는군요"라는 말을 듣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홀로 나온 그레이스와 걷다가 다가오는 재스퍼를 보며 문득 그를 속속들이 꿰뚫어 봅니다. 재스퍼는 젊음의 이기심과 함께 자기 고집에 대한 탐욕을 지닌 사람이며,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레이스는 펙 부인이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 부인이 아는 것쯤은 상관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제4장 전반: 눈물과 간섭
그날 저녁 네틀포인트 부인은 그레이스가 찾아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가 "이제 끝났다"며 사라졌다고 전하고, 위층으로 올라갈 테니 아들과 말다툼해 달라고 화자에게 부탁합니다. 이튿날 화자는 갑판에서 재스퍼에게 정면으로 묻습니다. 그레이스가 포터필드를 버리고 당신 때문에 파혼한다면 결혼으로 책임질 준비가 되었느냐는 것입니다. 재스퍼는 "육 일 만에 사랑에 빠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비웃고, 질문의 자격을 따지다 "그럼 당신이나 잠자리에 드시죠"라며 자리를 떠납니다. 부인은 오후 늦게 갑판으로 올라오지만 그레이스는 보이지 않고, 아들을 마음대로 내주는 화자의 태도를 나무랍니다. 다음 날 부인은 그레이스에게 아들이 지나치게 끌고 다닌다고 점잖게 말했다가, 그녀의 격한 항의를 들었다고 보고합니다. 상황이 수습된 듯 보이자 재스퍼는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을 흡연실에서 보내며, 그레이스는 이틀 가까이 모습을 감춥니다.
제4장 후반: 육지가 보이는 저녁과 리버풀
항해 마지막 저녁, 아일랜드 해안이 희미하게 보일 때 그레이스가 처음으로 얼굴을 가린 베일을 올리고 화자 곁에 섭니다. 육지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던 그녀는 갑자기 포터필드를 아느냐고 묻고, 만나면 알아보겠느냐고 확인한 뒤 "그럼 당신이 그를 가리켜 주시겠죠"라고 하며 서둘러 자리를 떠납니다. 화자는 자신이 그녀의 처지에 끼어들어 손해를 끼쳤다는 가책을 느끼고, 밤에는 선실을 지키는 여승무원에게서 그녀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담당 승무원에게서 승객 한 명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레이스 메이비스가 밤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고, 배 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선장은 소동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며 분개합니다. 재스퍼는 선실에 틀어박혀 리버풀에 닿을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고, 네틀포인트 부인은 하루를 방에서 보냅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습니다. 화자는 그제야 그녀가 왜 포터필드를 알아볼 수 있느냐고 물었는지를 깨닫습니다. 리버풀 부두에서 그는 한때 마른 각진 얼굴이었으나 이제는 살이 오르고 등이 구부정해진 포터필드를 먼저 알아보고, 소동이 일기 전에 그를 흡연실로 데려가 아가씨가 아프다고 서투르게 말을 꺼냅니다. 이야기는 "끔찍한 순간이었다"는 문장에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대체된 배, 느림의 선물
이야기의 출발점은 우연한 변경입니다. 약속된 배 대신 더 낡고 느린 배가 나왔다는 소식을 화자는 오히려 기뻐합니다.
a guarantee of ten or twelve days of fresh air
열흘이나 열이틀 동안 맑은 공기를 보장해 주는 것.
그 느림이 모든 일의 조건이 됩니다. 열하루쯤 이어지는 항해는 소문이 자랄 시간과 두 사람이 가까워질 시간을 줍니다. 배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제임스는 이 배를 마치 품위 있는 늙은 부인처럼 그려, 서둘러 항구에 닿지 않으려는 듯한 걸음으로 이야기의 걸음을 정합니다.
2. 떠맡겨진 보호자와 미국식 상호 신뢰
앨런 부인은 낯선 네틀포인트 부인에게 아가씨를 맡기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Mrs. Nettlepoint was kind enough for anything
네틀포인트 부인은 무슨 일이든 해 줄 만큼 친절한 사람이다.
처음 보는 모녀가 한밤중에 찾아와 짐을 맡기는 장면은 우습지만 화자는 그것을 자기 동포의 특성으로 읽습니다.
In no country are there fewer forms and more reciprocities.
격식은 가장 적고 서로 주고받는 일은 가장 많은 나라가 없다.
이 장면은 이야기 전체의 구조를 앞당겨 보여 줍니다. 보호를 맡기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만,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이후의 비극은 누구도 악의를 갖지 않은 채 이 열린 책임 속에서 일어납니다.
3. 재스퍼 네틀포인트, 근심을 받는 사람
화자가 첫눈에 파악한 재스퍼의 유형은 이렇습니다.
He was of the type of those whom other people worry about
그는 남들이 걱정해 주는 쪽의 사람이었다.
그는 전보를 핑계로 결정을 미루다 마지막에 동행을 선언합니다. 화자가 그 전보의 정체를 짚자 재스퍼는 어머니 쪽을 보고 둘러댑니다.
That charming girl’s your telegram.
저 매력적인 아가씨가 당신의 전보로군요.
I’m going for you.
어머니를 위해서 가는 겁니다.
어머니는 "허풍쟁이"라고 받으며 기뻐합니다. 재스퍼는 뻔한 거짓말을 해도 용서받는 사람이고, 이 첫 장면에서 이미 그가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이 둘러싸고 흐르는 사람임이 드러납니다.
4. 그레이스의 침묵과 짧은 대답
그레이스 메이비스는 말이 거의 없어 처음에는 존재감이 약해 보입니다. 화자는 그녀의 침묵에서 생명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음을 읽습니다.
she only held her tongue and smiled
그녀는 그저 입을 다물고 미소 지을 뿐이었다.
갑판에서 화자가 호의를 내세우자 그녀는 곧바로 되받습니다.
Oh men have always something to gain.
남자들은 언제나 얻을 게 있기 마련이죠.
그녀의 짧은 대답은 세상에 대한 경계이면서 자기 보호입니다. 화자가 자기 호기심을 선의로 포장하는 순간마다 그녀는 한 겹씩 벗겨 냅니다. 말이 적은 사람이 말수 많은 사람보다 상황을 더 정확히 안다는 점이 이 인물의 힘입니다.
5. 기억 속의 포터필드
화자가 파리에서 알던 포터필드는 지나치게 성실하고 가난한 건축 학생이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체크무늬와 안경으로 요약됩니다.
exemplary to positive irritation, and very poor
짜증이 날 만큼 모범적이었고, 몹시 가난했다.
그레이스도 그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저 약혼자의 철저함을 변호할 뿐입니다.
Architecture’s very difficult and he’s tremendously thorough.
건축은 아주 어렵고, 그분은 대단히 철저한 사람이에요.
그가 한 번도 이야기 안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포터필드는 결말 직전까지 기억과 전언으로만 존재하고, 독자는 화자의 기억을 통해서만 그를 알게 됩니다. 그가 마침내 부두에 서 있는 모습이 가혹한 것은 이 부재 때문입니다.
6. 긴 약혼과 명예의 값
네틀포인트 부인이 전하는 그레이스의 사정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It has dragged on since she was eighteen
그것은 그녀가 열여덟 살 때부터 질질 이어져 왔다.
부인의 판단은 포터필드의 무능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화자는 그레이스가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을 명예로 보면서도 불안을 감추지 못합니다.
when a woman acts from a sense of honour
여자가 명예심에서 행동할 때
부인은 이를 "남에게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화자의 말을 받아 이렇게 맞섭니다.
We all have to pay for each other all the while
우리는 모두 늘 서로를 위해 값을 치러야 해요.
이 대화는 결말의 가장 큰 복선입니다. 약속과 책임, 명예는 서로 얽혀 누군가에게 값을 청구하고, 그 청구서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도착하는지가 마지막 장면의 질문이 됩니다.
7. 관찰자의 변명과 냉혈
화자는 자기 취미를 숨기지 않고, 배를 가십의 학교로 규정합니다.
Oh I’m an inveterate, almost a professional observer
저는 뿌리 깊은, 거의 직업적인 관찰자입니다.
for a ship’s a great school of gossip
배는 가십을 가르치는 커다란 학교니까요.
그는 이 항해를 구경거리로 예고하며 줄거리가 두터워지리라 장담합니다.
the interest will increase and the plot will thicken
흥미는 커지고 줄거리는 두터워질 겁니다.
네틀포인트 부인은 그런 태도를 "냉혈"이라 부르며 질색합니다. 제임스는 처음부터 이 이야기의 화자를 믿을 만하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세워 두고, 구경하는 사람이 어떤 책임을 지는지 묻는 이야기로 방향을 잡습니다.
8. 바다가 지워 주는 육지의 일들
3장 도입은 이 단편에서 가장 서정적인 대목입니다. 화자는 바다를 처음으로 좋아하게 됩니다.
there’s no place so safe from the land.
육지로부터 이보다 안전한 곳은 없다.
바다는 편지와 전보와 신문을 치워 주는 곳입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갑판 위 인물들의 움직임뿐이고, 갑판은 곧 무대가 됩니다. 바다 위의 반복은 단조롭습니다.
repetition at sea is somehow not repetition
바다에서는 반복이 어쩐지 반복이 아니다.
할 일이 사라진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내력이 난롯불을 대신합니다. 제임스는 소문이 악의가 아니라 심심함에서 번진다고 정확히 짚습니다.
9. 펙 부인과 고치 부인, 소문이 자라는 법
화자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과정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things that were nobody’s business very soon became everybody’s
남의 일이던 것이 순식간에 모두의 일이 되었다.
펙 부인은 그레이스를 같은 거리의 이웃으로서 평가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두 사람의 갑판 위 모습을 연극에 비깁니다.
straight in front of you, like a play at the theatre
바로 눈앞에서, 극장의 연극처럼 벌어지고 있죠.
Shy? She’s constitutionally tough!
수줍다고요? 그 여자는 타고나기를 억센걸요!
두 부인의 말은 우스꽝스럽지만 정확한 것을 하나 짚습니다. 사람들은 약혼이 이미 있는 일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 일을 사생활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로 여깁니다.
10. 화자의 이중성
화자는 소문을 비판하면서 소문 가까이 서 있습니다. 펙 부인에게는 이렇게 맞섭니다.
It’s we who attract the attention
관심을 끌고 있는 건 바로 우리 쪽입니다.
그러나 그는 올라가 보라는 펙 부인의 말에 자신이 그 음모의 일부가 될까 망설이면서 결국 갑판에 올라가 두 사람을 봅니다. 그는 훗날 자기 호기심을 이렇게 변호합니다.
the event was to justify me
훗날의 일이 나를 옹호해 줄 것이었다.
이 문장은 이중적입니다. 사건은 그의 관심이 지나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만, 동시에 그의 구경이 어떤 대가와 맞바꿔졌는지도 보여 줍니다.
11. 갑판 위의 그레이스
바다 위의 그녀는 처음으로 가볍게 말합니다. 느린 항해가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I could go on for ever—for ever and ever.
저는 영원히, 영원히 이렇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스턴보다 낫다는 대답에는 현재의 삶에 대한 피로가 묻어나고, 파리에 대해서는 "십 년 동안 그 이야기만 들었다"고 합니다. 재스퍼를 말할 때는 의외의 한마디를 합니다.
He’s younger than me too.
그분은 저보다도 어려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이렇게 외치고 서둘러 내려갑니다.
She made me come, she pushed me off.
어머니가 나를 오게 했어요, 나를 떠밀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이 항해의 주인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가난한 집의 딸이 약혼이라는 이름으로 배에 실려 가는 모습이 이 몇 문장에 드러납니다.
12. 재스퍼를 꿰뚫어 보는 순간
3장 후반, 갑판의 바다 빛 속에서 화자는 재스퍼를 한 번에 꿰뚫어 봅니다. 그의 이기심은 젊음의 흔한 허영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his egotism had a hardness, his love of his own way an avidity
그의 자기중심주의에는 단단함이 있었고, 자기 방식에 대한 애착에는 탐욕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을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 눈빛을 보냅니다.
I know what you think, but I don’t care a rap.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만, 나는 조금도 상관없어.
화자가 내린 결론은 가장 서늘한 대목입니다.
but he wasn’t in the least in love with Grace Mavis.
그러나 그는 그레이스 메이비스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레이스가 걸고 있는 것과 재스퍼가 걸고 있는 것의 무게가 이 순간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독자는 이미 이 시점에서 이야기의 방향을 짐작하지만, 화자는 그 앎을 행동으로 옮길 만한 용기가 없습니다.
13. 개입의 실패
4장에서 화자는 재스퍼에게 직접 묻습니다. 책임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스퍼는 되묻고, 화자는 바다 위의 시간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six days at sea are equivalent to sixty on land.
바다에서의 엿새는 육지에서의 육십 일과 맞먹는다.
재스퍼는 대답하는 대신 되묻습니다.
What is it you want me to do?
대체 내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 겁니까?
화자는 "잠자리에나 드시라"고 말했을 뿐이고, 이는 결국 그레이스가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만 재스퍼에게 분명하게 알려 준 셈이라고 스스로 돌아봅니다. 네틀포인트 부인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I shall never be good-natured again
다시는 호의를 베풀지 않겠어요.
어른들의 개입은 모두 동기가 있고 모두 서툽니다. 그레이스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한 개입이었으므로, 가장 필요한 순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14. 육지가 보인 저녁
아일랜드 해안이 보이는 장면은 책에서 가장 조용한 대화입니다. 화자는 육지가 가진 힘을 말합니다.
The first sight of land, at sea, changes everything
바다 위에서 처음 육지를 보는 순간은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It doesn’t look very real yet.
아직은 그다지 실제처럼 보이지 않네요.
그러다 그레이스는 갑자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들이 이후 모든 것을 다시 읽게 합니다.
Shall you know him when you see him?
그분을 보면 알아보시겠어요?
Oh perhaps you’ll point him out!
그럼 당신이 그분을 가리켜 주시겠죠!
그녀가 "연설은 싫다"고 소리치는 장면은 화자가 끝내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는 순간입니다. 화자는 나중에 이 물음이 육지에서의 일을 자신에게 맡기려는 뜻이었음을 짐작합니다.
15. 실종 이후, 열린 질문과 부두의 순간
다음 날 아침 승무원이 전하는 소식은 짧고 사무적입니다.
Rather a bad job, sir—a passenger missing.
곤란한 일입니다, 손님. 승객 한 분이 사라졌습니다.
그레이스는 한밤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제임스는 비극을 장면으로 보여 주지 않고 소식과 소문, 승무원의 말투로 전합니다. 재스퍼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습니다.
He remained there till we reached Liverpool—I never saw him.
그는 리버풀에 닿을 때까지 거기 머물렀고, 나는 그를 보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끝내 알려지지 않습니다.
remains shut up in his breast
그의 가슴속에 갇힌 채로 남아 있다.
화자는 그제야 그녀가 질문한 이유를 알고, 그녀가 자기에게 맡긴 일이 무엇이었는지 깨닫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부두의 포터필드를 막아서 흡연실로 데려갑니다.
I broke ground by putting it, feebly, that she was ill.
나는 그녀가 아프다고, 힘없이 말을 꺼냈다.
It was a dire moment.
끔찍한 순간이었다.
이야기는 포터필드의 반응도, 진실이 전해지는 순간도 보여 주지 않고 멈춥니다. 구경꾼이던 화자가 마침내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는 이 장면에서 책이 끝나는 것은, 독자가 이 순간을 직접 이어서 상상하게 하려는 선택으로 읽힙니다.
16. 이 책을 읽는 방법
『파타고니아』는 4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이야기라 앉은자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1장의 응접실 장면을 천천히 읽으며 인물들이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눈여겨보세요. 대화가 길고 말투에 풍자가 많아 누가 누구를 비꼬는지 따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2장의 선실 대화와 3장의 휘스트 이후 장면, 4장의 육지가 보이는 저녁이 책의 중심입니다. 제임스는 큰 사건을 일으키기보다 말해지지 않은 것과 말해진 것 사이의 틈을 보여 주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결말을 알고 다시 읽으면 처음 읽을 때는 가벼웠던 대사들, 이를테면 그레이스의 짧은 대답과 화자의 농담이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화자를 어디까지 믿을지 따져 보는 것도 이 이야기를 읽는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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