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08년 출간
The Adventure of Wisteria Lodge
위스테리아 로지의 모험
런던 신사가 하룻밤 묵은 시골 별장에서 주인과 하인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홈즈가 쪽지 한 장과 부엌의 기이한 흔적에서 먼 나라 독재자의 그림자를 찾아내는 이야기
Have just had most incredible and grotesque experience.
방금 정말 믿기 어렵고 기괴한 경험을 했습니다.
there is but one step from the grotesque to the horrible
기괴함에서 끔찍함까지는 한 걸음밖에 안 된다.
한눈에 보기
1892년 3월 말, 지루함에 시달리던 홈즈에게 존 스콧 에클스 씨가 '기괴한 경험'을 했다는 전보를 보낸다. 젊은 스페인계 신사 가르시아의 초대로 서리의 낡은 별장 위스테리아 로지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주인도 하인도 요리사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는 것이다. 곧 가르시아가 인근 공유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닿고, 스코틀랜드 야드의 그레그슨과 서리 경찰의 베인즈 경감이 에클스 씨를 찾아온다. 불에서 건져 낸 암호 같은 쪽지, 부엌에 남은 기묘한 제의의 흔적, 창가에 나타난 거구의 얼굴, 이웃 저택 하이 게이블의 수상한 사람들을 거쳐 이야기는 중앙아메리카 산 페드로의 폭군 '호랑이'의 정체와 그에게 복수하려는 이들의 사연으로 이어진다. 열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문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회상록』 (The Memoirs of Sherlock Holmes)
한 권 요점
The Adventure of Wisteria Lodge
『위스테리아 로지의 모험』은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쓴 셜록 홈즈 단편으로, 1908년경 잡지에 두 부분으로 나뉘어 실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일은 1859년에 태어나 1930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훗날 홈즈 단편집 『마지막 인사』에 묶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늘 그렇듯 왓슨의 1인칭 회고로 전해지며, 두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장 「존 스콧 에클스 씨의 특별한 경험」은 의뢰인의 기묘한 하룻밤과 살인 소식을 다루고, 제2장 「산 페드로의 호랑이」는 홈즈와 베인즈 경감이 사건의 뿌리를 파헤쳐 가는 과정과 진상을 다룹니다. 줄기는 하나입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영국 신사의 황당한 체험이 사실은 누군가가 치밀하게 짠 알리바이의 일부였고, 그 뒤에는 바다 건너에서 이어진 오래된 원한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홈즈의 말처럼 이 사건은 '기괴함'에서 출발해 '끔찍함'에 닿습니다.
줄거리
제1장 전반: 전보와 의뢰인
3월 말의 바람 부는 날 점심 자리에서 홈즈는 전보를 받고 답장을 휘갈겨 쓴 뒤, 왓슨에게 장난스럽게 '기괴하다'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겠느냐고 묻습니다. 왓슨이 '이상하다, 놀랍다' 정도로 답하자 홈즈는 그 말에는 비극적이고 끔찍한 뜻이 깔려 있다고 고칩니다. 붉은 머리 남자들의 사건이 필사적인 강도 시도로,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살인 음모로 끝났듯 기괴함은 자주 범죄로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전보는 차링 크로스 우체국에서 스콧 에클스라는 사람이 보낸 것으로, 방금 믿기 어렵고 기괴한 경험을 했으니 상의하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캐러더스 대령을 체포한 뒤 일감이 없어 마음이 헛도는 엔진 같았던 홈즈는 반가워하며 의뢰인을 기다립니다. 곧 나타난 에클스 씨는 키가 크고 회색 구레나룻을 기른 점잖은 보수주의자 신사인데, 머리는 헝클어지고 수염도 깎지 못한 채 옷차림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그가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스코틀랜드 야드의 그레그슨 경감과 서리 경찰의 베인즈 경감이 들이닥칩니다. 두 사람은 전보를 따라 에클스 씨를 추적해 왔으며, 에셔 근처 위스테리아 로지의 알로이시우스 가르시아 씨가 간밤에 숨졌고 죽은 이의 주머니에서 에클스 씨가 보낸 편지가 나왔다고 알립니다.
제1장 중반: 에클스 씨의 진술
홈즈는 형사들의 질문을 잠시 막고 에클스 씨에게 처음부터 차분히 이야기하게 합니다. 독신으로 사교를 즐기는 에클스 씨는 켄싱턴의 은퇴한 양조업자 멜빌의 집에서 몇 주 전 젊은 가르시아를 만났습니다. 가르시아는 스페인계로 대사관과 관련이 있다고 했으며, 영어가 유창하고 매너가 좋은 미남이었습니다. 이튿날 곧바로 에클스 씨를 찾아올 만큼 빠르게 가까워졌고, 결국 에셔와 옥스샷 사이의 자기 집 위스테리아 로지에 며칠 묵으라고 초대했습니다. 에클스 씨가 도착해 보니 집은 허물어져 가는 낡은 건물이었고 하인은 말수 적은 어두운 얼굴의 사내였으며, 주인은 저녁 내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정신이 딴 데 가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날 무렵 하인이 쪽지 한 장을 건네자 가르시아는 읽고 더욱 불안해했고, 에클스 씨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한밤에 가르시아가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벨을 울렸느냐고 묻고는 곧 새벽 한 시라며 사과했습니다. 아침에 깨어 보니 아홉 시가 다 되었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고, 집 안은 텅 비어 있으며, 주인의 침대는 아예 쓰이지 않았습니다. 에클스 씨는 몹시 화가 나 짐을 챙겨 에셔의 부동산 중개소에 들렀고 월세가 선불로 치러져 있다는 말만 들었으며, 스페인 대사관에서는 가르시아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멜빌 역시 그에 대해 에클스 씨보다 더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제1장 후반: 불에서 건진 쪽지와 홈즈의 첫 추리
그레그슨은 에클스 씨의 말이 사실과 잘 맞는다고 하면서, 저녁 식사 중 온 쪽지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습니다. 에클스 씨는 가르시아가 말아서 벽난로에 던졌다고 기억하는데, 베인즈 경감은 낮은 난로 뒤쪽에서 타지 않은 그 쪽지를 집어내 왔습니다. 가르시아는 인근 옥스샷 공유지에서 둔기로 맞아 숨진 채 발견되었고, 도난의 흔적은 없었으며 사망 시각은 비가 내리기 전인 새벽 한 시경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에클스 씨는 바로 그 시각에 침실 문가에서 들린 가르시아의 목소리를 틀림없이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홈즈는 "놀랍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웃습니다. 쪽지의 내용은 "우리의 색은 녹색과 흰색. 녹색은 열림, 흰색은 닫힘. 큰 계단, 첫 복도, 오른쪽 일곱 번째, 녹색 천. 행운을 빈다. D."로, 여성의 필체로 쓰였고 겉봉은 다른 펜이나 다른 사람의 글씨였습니다. 형사들이 에클스 씨를 데리고 경찰서로 떠난 뒤 홈즈는 왓슨에게 추리를 들려줍니다. 가르시아가 서둘러 에클스 씨와 친해진 이유는 평범한 영국 신사가 증인으로 쓸모 있기 때문이며, 시계를 속여 일찍 재우거나 시각을 잘못 알려 알리바이를 만들려 했으리라는 것입니다. 홈즈가 중개소에 의뢰해 받은 옥스샷 인근 대저택의 목록 속에 쪽지가 오간 집이 있을 것이라 홈즈는 봅니다. 저녁 무렵 두 사람은 에셔의 여관에서 베인즈와 합류해 비 오는 어두운 길을 걸어 위스테리아 로지로 향합니다.
제2장 전반: 지키는 순경과 부엌의 증거
어둡고 음산한 집 앞에서 베인즈가 창을 두드리자 안에서 순경 월터스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문을 엽니다. 두 시간 전 하늘이 어두워질 무렵 아래 유리창에 거대한 얼굴이 들여다보았고, 흙색에 우유를 탄 듯한 기이한 빛깔에 눈이 튀어나왔으며 하얀 이가 짐승 같았다는 것입니다. 홈즈가 풀밭을 살피니 12호쯤 되는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덤불을 헤치고 길 쪽으로 달아난 흔적이 이어집니다. 베인즈는 집 안을 안내합니다. 가구는 모두 집에 딸려 있던 것이었고, 남은 개인 물건은 파이프 몇 개와 스페인어 소설 두 권, 구식 권총, 기타 정도입니다. 이어 부엌에서 베인즈가 가장 으스스한 증거들을 꺼내 보입니다. 쪼그라들고 말라붙어 사람인지 원숭이인지 알 수 없는 검은 가죽 같은 형상에는 하얀 조개 띠가 둘려 있습니다. 싱크대에는 깃털이 붙은 채 갈가리 찢긴 흰 수탉이 있고, 아연 양동이에는 피가, 접시에는 타다 만 작은 뼛조각이 담겨 있습니다. 의사는 뼈가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했고, 홈즈는 어린 양이나 새끼 염소일 거라고 짚습니다. 베인즈는 자기 방식대로 사건을 풀겠다고 말하고, 홈즈는 각자 길을 가자며 웃습니다. 며칠 동안 홈즈는 대영박물관에 한 번 다녀온 것 말고는 오래 산책하고 마을 수다쟁이들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왓슨은 묻지 않고 기다립니다.
제2장 중반: 베인즈의 체포와 하이 게이블
사건 닷새 뒤 신문에는 옥스샷 미스터리가 해결되고 암살 용의자가 체포되었다는 기사가 실립니다. 하인들이 도주한 가운데 위스테리아 로지를 다시 찾아온 혼혈로 묘사된 거구의 요리사가 베인즈가 놓은 매복에 걸려 붙잡혔고, 체포 중 순경 한 명이 심하게 물렸다는 내용입니다. 홈즈는 베인즈에게 가서 올바른 길이 아닐지 모른다고 경고하지만, 베인즈는 각자의 방식이 있다고만 말하며 눈 한쪽에 윙크 같은 기색을 스칩니다. 그날 홈즈는 왓슨에게 지금까지의 추리를 설명합니다. 알리바이를 만들려 한 쪽은 가르시아였으니 그는 범죄적인 일을 꾸미고 있었고, 그를 죽인 사람은 그 일의 표적이었으리라는 것입니다. 쪽지는 '반대편'에 공모자가 있음을 가리키고 그곳은 큰 저택이어야 합니다. 홈즈는 며칠 동안 대저택들을 정찰하다가 옥스샷에서 1마일 남짓 떨어진 제임스 1세 시대 풍의 저택 하이 게이블에 주목합니다. 주인 헨더슨은 오십 줄의 강건한 사내로 철회색 머리, 굵은 검은 눈썹, 황제 같은 위엄과 사납고 억센 기운을 지녔고, 비서 루카스는 갈색 피부에 약삭빠르고 고양이 같습니다. 헨더슨에게는 열한 살과 열세 살의 딸이 있고, 마흔 살 안팎의 영국 여성 버넷 양이 가정교사로 있는데, 그녀는 사건이 난 밤부터 아무도 본 적이 없습니다. 쫓겨난 정원사 존 워너가 홈즈의 정보원이 되어 이 집의 하인들이 주인을 두려워하고 주인이 무언가를 두려워한다고 전합니다. 홈즈는 그날 밤 버넷 양의 방으로 몰래 올라가 보기로 마음먹지만, 해 질 녘 워너가 숨 가쁘게 달려 들어옵니다.
제2장 후반: 구출과 정체, 그리고 버넷 양의 진술
워너는 하이 게이블 사람들이 마지막 열차로 떠났고, 그 틈에 부인이 뛰쳐나와 마차에 태워 데려왔다고 알립니다. 마차 안의 여인은 아편에 취해 거의 의식이 없었습니다. 진한 커피로 정신을 차리게 하는 사이 베인즈가 도착해 홈즈가 찾던 증거를 얻었다고 기뻐합니다. 베인즈는 처음부터 헨더슨을 노리고 있었고, 홈즈가 덤불을 기어다닐 때 자기는 나무 위에서 홈즈를 내려다보았다고 털어놓습니다. 요리사를 체포한 것은 헨더슨이 자기를 감시하는 눈이 없어졌다고 믿고 움직이도록 만들려는 계책이었습니다. 베인즈는 헨더슨이 사실 한때 '산 페드로의 호랑이'라 불린 독재자 돈 무리요라고 밝힙니다. 중앙아메리카를 십수 년 동안 공포로 다스리다 반란이 일어나기 직전 재산을 배에 실어 빼돌려 달아난 인물입니다. 산 페드로의 상징색이 녹색과 흰색이어서 쪽지의 색이 맞아떨어졌다고 베인즈는 덧붙입니다. 정신을 되찾은 버넷 양은 자신의 본명이 두란도 부인이라고 밝히고 이야기를 합니다. 산 페드로의 런던 공사였던 남편은 무리요가 위험한 경쟁자로 여겨 소환한 뒤 총살했고, 그녀는 무리요를 쫓는 복수의 모임에 가담해 가정교사로 위장해 그의 집에 들어갔습니다. 파리에서의 시도가 실패한 뒤 이 집으로 돌아온 무리요를 노린 이는 산 페드로 고관의 아들 가르시아와 신분이 낮은 두 동료(하인과 요리사)였습니다. 거사의 밤, 그녀는 창의 녹색 또는 흰색 등으로 신호를 보내기로 하고 마지막 지시를 쪽지로 썼는데, 눈치챈 비서 로페즈(루카스)가 그녀를 덮쳐 입을 막았습니다. 무리요는 팔을 비틀어 가르시아의 주소를 알아냈고, 로페즈가 그녀가 쓴 쪽지의 겉봉을 써서 하인 호세 편에 보냈습니다. 가르시아를 쓰러뜨린 것은 무리요의 손이었다고 그녀는 믿습니다. 그녀는 닷새간 방에 갇혀 위협과 학대를 당하다 이날 점심에 약을 먹고 열차까지 끌려갔으나, 출발 직전 정신을 차리고 뛰쳐나와 워너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제2장 끝: 법의 일, 그리고 뒷이야기
홈즈는 경찰의 일은 끝났지만 법의 일이 시작된다고 말하고, 왓슨은 솜씨 좋은 변호사라면 정당방위로 몰아갈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베인즈는 정당방위와 남을 계획적으로 유인하여 죽이는 일은 다르다며 길퍼드 순회재판에서 정의가 세워질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무리요와 비서는 에드먼턴 거리의 하숙집을 통해 뒷문으로 빠져나가 영국에서 자취를 감췄고, 약 여섯 달 뒤 마드리드의 호텔에서 몬탈바 후작과 그 비서 룰리가 살해당합니다. 범인은 허무주의자의 소행으로 처리되어 끝내 잡히지 않았지만, 베인즈가 가져온 인상서 속 얼굴을 보고 홈즈와 왓슨은 늦게나마 정의가 닿았다고 믿습니다. 홈즈는 남은 의문을 왓슨과 하나씩 정리합니다. 요리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로지로 돌아온 이유는 부엌에 놓인 기이한 형상, 곧 그가 신성하게 여기던 물건 때문이었고, 홈즈는 대영박물관에서 읽은 책에서 이런 의식이 흰 수탉이나 검은 염소 같은 희생을 바친다는 대목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기괴함에서 끔찍함까지 한 걸음'이라는 홈즈의 말로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기괴함이라는 단어
이야기는 사건이 아니라 단어 하나의 정의에서 시작합니다. 홈즈에게 지루함은 엔진이 헛도는 고통에 가깝습니다.
My mind is like a racing engine, tearing itself to pieces
내 정신은 마치 질주하는 엔진처럼 스스로를 찢어발기고 있다.
그러니 사소해 보이는 문제도 반갑습니다. 의뢰인의 전보에서 홈즈가 알아챈 것은 '기괴함'이 범죄로 넘어가는 문턱이라는 점입니다.
Have just had most incredible and grotesque experience.
방금 정말 믿기 어렵고 기괴한 경험을 했습니다.
Life is commonplace, the papers are sterile
삶은 평범하고 신문은 메말라 있다.
도일은 이 첫 장면에서 탐정의 권태와 사건의 분위기를 동시에 깔아 둡니다. 마지막 문장이 이 첫머리의 단어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이야기를 한 폭의 틀로 묶습니다.
2. 에클스 씨의 하룻밤
에클스 씨는 보수적이고 형식을 중시하는 영국 신사의 표본으로 그려집니다. 그가 겪은 일은 그래서 더 우스꽝스럽고 섬뜩합니다. 눈을 뜨자 집 전체가 비어 있었다는 장면의 맺음말이 그 감각을 요약합니다.
That was the end of my visit to Wisteria Lodge.
그것으로 위스테리아 로지 방문은 끝이 났다.
홈즈는 이 황당한 이야기를 수집품 하나가 늘었다는 듯 즐깁니다. 이 하룻밤의 인상은 낡은 집과 불안한 주인, 말 없는 하인으로 이루어진 음침한 분위기입니다. 모든 일이 지나고 보면 이 분위기가 일부러 연출된 것이었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묘미입니다.
3. 불에서 건진 쪽지
베인즈가 난로 뒤에서 집어낸 쪽지는 모든 추리의 출발점입니다. 쪽지는 신호와 약속과 격려를 한꺼번에 담고 있습니다.
Our own colours, green and white.
우리의 색은 녹색과 흰색.
Main stair, first corridor, seventh right, green baize.
큰 계단, 첫 복도, 오른쪽 일곱 번째, 녹색 천.
왓슨은 'D'를 스페인 여성의 이름 돌로레스로 짐작하고, 홈즈는 스페인 사람이 스페인 사람에게 쓸 때는 스페인어로 썼을 거라며 쪽지를 쓴 사람이 영국인이라고 짚습니다. 작은 단서 하나가 쓴 사람의 국적을 가려내는 홈즈식 추리의 전형입니다. 나중에 이 쪽지의 '색'이 산 페드로의 상징색으로 밝혀지는 순간 독자는 처음의 평범한 글귀가 암호였음을 알게 됩니다.
4. 알리바이가 된 증인
홈즈가 에클스 씨의 쓸모를 읽어 내는 대목이 이 사건의 논리적 중심입니다. 가르시아가 하필 이 사람을 골랐다는 데서 홈즈는 출발합니다.
He is the very type of conventional British respectability
그는 영국식 점잖음의 전형 그 자체다.
그런 사람의 증언이라면 어느 경찰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가르시아가 노린 점입니다. 증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일종의 보험이었던 셈입니다.
It was an insurance against the worst.
그것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보험이었다.
그러나 자료가 모이기 전에 이론을 세우는 일은 위험합니다. 홈즈는 왓슨에게 이렇게 경고합니다.
it is an error to argue in front of your data
자료보다 앞서 논리를 펴는 것은 잘못이다.
이 말은 홈즈의 방법론을 한 줄로 보여 줍니다. 가설은 임시일 뿐이고 새 사실이 들어맞는지 계속 시험해야 한다는 태도입니다.
5. 부엌의 증거와 창가의 얼굴
제2장의 공포는 순경 월터스의 입을 통해 시작됩니다. 창가에 비친 얼굴에 그는 압도당했습니다.
I'll see it in my dreams.
꿈에서도 보게 될 겁니다.
홈즈는 곧바로 환영인지 아닌지를 발자국으로 가립니다. 흙에 찍힌 큰 신발의 자국이 있어 얼굴의 주인은 실재하는 거구의 인물이었습니다. 부엌에는 의식의 흔적이 쌓여 있습니다. 베인즈의 소개는 간결합니다.
Something has been killed and something has been burned.
무언가가 죽임을 당했고 무언가가 불에 탔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의 뼈였다는 점에서 이 장면의 공포는 사건의 주 줄기와 무관한 곁가지처럼 보이지만, 이 흔적은 훗날 요리사가 왜 돌아왔는지 설명하는 열쇠가 됩니다.
6. 시골 경감 베인즈
베인즈는 홈즈에게 대놓고 열등감과 야심을 드러내지만 결코 어수룩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가 홈즈에게 건네는 말은 솔직합니다.
We stagnate in the provinces.
우리는 지방에서 썩고 있습니다.
Your name is made, but I have still to make mine.
당신은 이미 이름을 얻었지만 저는 이제부터 얻어야 합니다.
홈즈는 이를 칭찬하며 "당신의 능력은 기회보다 낫다"고 말하는데, 그 문장이 베인즈를 향한 가장 정확한 평가가 됩니다.
Your powers, if I may say so without offence, seem superior to your opportunities.
실례가 아니라면, 당신의 능력은 주어진 기회보다 뛰어나 보입니다.
나중에 드러나듯 베인즈가 엉뚱한 사람을 체포한 것은 연기였습니다. 어설프게 구는 시골 경감이 사실은 홈즈와 같은 곳을 노리고 있었다는 반전이 이 단편의 가장 경쾌한 장면입니다.
We all have our little ways.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식이 있지요.
7. 하이 게이블의 사람들
홈즈가 대저택을 일일이 살피며 고른 집은 하이 게이블입니다. 비밀스러운 집의 주인을 홈즈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the step of a deer and the air of an emperor
사슴 같은 걸음걸이에 황제 같은 기품.
하인들은 주인이 무언가를 몹시 두려워한다고 수군대고, 쫓겨난 정원사 워너는 홈즈의 눈과 귀가 됩니다. 홈즈가 단서를 얻는 방식은 정교한 계산이 아니라 사람을 아는 일입니다. 불만을 품은 해고된 하인이 최고의 정보원이라는 홈즈의 말에서 그의 방법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드러납니다. 한편 구출 장면에서 워너는 상황을 이렇게 증언합니다.
She was like one walking in her sleep
그녀는 잠결에 걷는 사람 같았습니다.
홈즈가 계획했던 야간 잠입이 무산되고 사건이 스스로 풀려 버리는 점은 이 이야기가 보통의 홈즈물처럼 대단한 추격이나 대결 없이 끝난다는 데 대한 독특한 균형을 만듭니다.
8. 산 페드로의 호랑이
제목이 가리키는 정체는 베인즈의 한마디로 밝혀집니다.
Don Murillo, once called the Tiger of San Pedro
한때 산 페드로의 호랑이라 불린 돈 무리요.
왓슨은 곧 그 이름을 기억해 냅니다. 무리요는 십수 년 동안 한 나라를 공포로 다스리다 반란 직전에 재산과 가족, 비서를 데리고 사라진 인물이었습니다. 영국의 시골 저택에 숨어 사는 평범한 부자 '헨더슨'이 그 폭군이었다는 사실이 이야기의 규모를 단숨에 두 대륙으로 넓힙니다. 쪽지의 녹색과 흰색이 산 페드로의 상징색이었다는 베인즈의 지적은 처음의 수수께끼가 한 번에 맞아떨어지는 순간입니다. 도일은 이 작은 시골 사건에 국제적인 정치적 원한을 포개어, 영국의 평온한 풍경이 먼 나라의 폭력과 이어져 있음을 보여 줍니다.
9. 버넷 양의 진술
정신을 되찾은 가정교사는 자신이 이 일에 가담한 이유를 분명히 밝힙니다.
there is no other way in the world by which justice can be gained
세상에 정의를 얻을 다른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 법은 머나먼 나라에서 흘린 피에 관심이 없다는 그녀의 항변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To you they are like crimes committed in some other planet.
당신들에게 그것은 다른 행성에서 일어난 범죄 같겠지요.
그녀는 복수가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another will come, and yet another
또 다른 사람이 올 것이고, 그다음에 또 다른 사람이 올 것입니다.
이 진술은 피해자인 동시에 계획에 가담한 사람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무겁습니다. 피해자의 원한과 법의 한계, 그 사이에서 영국 독자의 편안한 시선이 흔들리는 대목이며, 이 단편이 단순한 퍼즐 이상으로 기억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0. 법과 정의 사이
사건이 풀린 직후 홈즈는 한숨을 돌리지 않습니다. 진상이 드러난 지금부터 문제는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느냐입니다.
Our police work ends, but our legal work begins.
경찰의 일은 끝나지만 법의 일이 시작된다.
베인즈는 법에 대한 믿음을 굽히지 않습니다. 위험을 두려워했다 해도 계획적으로 사람을 꾀어 죽이는 일은 정당방위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Self-defence is one thing.
정당방위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결말에서 법은 끝내 작동하지 않습니다. 무리요 일행은 영국을 빠져나갔고, 몇 달 뒤 마드리드에서 두 사람이 살해되었다는 소식만 전해집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justice, if belated, had come at last
늦었지만 정의가 마침내 이르렀다.
왓슨은 이 결말을 정리된 이야기로 쓰지 못하는 사건이라 여기고, 홈즈는 그것을 "혼란스러운 사건"이라 부릅니다.
A chaotic case, my dear Watson
혼란스러운 사건이었네, 친애하는 왓슨.
마지막 줄에서 홈즈는 처음의 단어로 돌아옵니다. 기괴함은 끔찍함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말이 여기서 사건 전체의 해설이 됩니다.
there is but one step from the grotesque to the horrible
기괴함에서 끔찍함까지는 한 걸음밖에 안 된다.
11. 이 책을 읽는 방법
『위스테리아 로지의 모험』은 두 개의 장으로 짧게 이루어져 있어 한 번에 읽기 좋습니다. 제1장은 의뢰인의 진술과 쪽지, 홈즈의 첫 추리에 집중하고, 제2장은 경찰과의 경쟁과 반전, 진상 폭로로 달려갑니다. 처음이라면 제1장에서 에클스 씨의 진술과 쪽지를 천천히 읽고, 제2장에서 홈즈가 하이 게이블을 짚어 내는 대목과 버넷 양의 진술을 나란히 놓아 보세요. 다시 읽을 때는 베인즈의 대사를 눈여겨보면 좋습니다. 그가 처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읽으면 곳곳의 어정쩡한 말들이 다르게 들립니다. 이 이야기는 홈즈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통쾌한 승리담이 아니라 법이 닿지 못한 곳에서 정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묻는 쓴맛 있는 단편이라는 점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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