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719년 출간
The Life and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로빈슨 크루소
아버지의 충고를 어기고 바다로 나선 영국 청년이 난파 끝에 무인도에 홀로 닿아, 28년 동안 곡식과 집과 신앙을 일구고 발자국의 공포와 프라이데이와의 만남, 반란선의 구출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How strange a chequer-work of Providence is the life of man!
인간의 삶은 섭리가 짜 놓은 얼마나 기묘한 체크무늬인가!
to consider what I enjoyed rather than what I wanted
부족한 것보다 누리는 것을 헤아리는 일.
한눈에 보기
1632년 요크에서 태어난 셋째 아들 로빈슨 크루소는 법조인이 되라는 아버지의 뜻을 뿌리치고 1651년 바다로 나갑니다. 첫 폭풍, 살레 해적에게 잡힌 노예살이와 탈출, 브라질 농장의 성공을 지나 1659년 노예를 들여오는 항해에 올랐다가 난파해 무인도에 홀로 올라옵니다. 난파선에서 건진 물건으로 울타리와 동굴, 곡식밭과 염소 떼를 일구고 병상에서 처음 진지하게 기도합니다. 어느 날 모래 위에서 낯선 발자국을 발견한 뒤로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포로로 끌려온 청년을 구해 '프라이데이'라 이름 짓고 함께 삽니다. 이어 영국 배의 반란 사건에 개입해 본선을 되찾고, 1686년 섬을 떠나 1687년 영국에 돌아와 브라질의 재산을 되찾습니다. 마지막 장은 육로로 피레네를 넘다 만난 곰과 늑대, 그리고 1694년의 새 출항으로 닫힙니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보물섬』 (Treasure Island)
- 쥘 베른 『신비의 섬』 (The Mysterious Island)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Gulliver’s Travels)
한 권 요점
The Life and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로빈슨 크루소』는 영국 작가 다니엘 데포가 1719년에 펴낸 소설입니다. 데포는 1660년경 런던에서 태어나 1731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그의 첫 장편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책은 1632년 요크에서 태어난 로빈슨 크루소가 직접 지난 삶을 돌아보는 일인칭 회고입니다. 20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 장은 이후 십 년의 새 모험을 제2부에서 이야기하겠다는 말로 끝납니다. 줄기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충고를 거역하고 바다로 나간 사람이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가진 것의 값을 배웁니다. 글의 상당 부분은 문명이 사라진 자리에서 냄비 하나, 빵 한 덩이를 얻기까지 드는 노동의 기록이고, 그 위에 신앙의 일기와 공포의 심리가 얹혀 있습니다. 노예 무역, 식인 풍습, 원주민에 대한 서술에는 17세기 유럽인 화자의 시선이 그대로 배어 있어, 아래에서는 책의 맥락 안에서 소개하고 그 시선을 짚어 둡니다.
줄거리
제1~2장: 바다에 홀린 셋째 아들, 살레의 노예
로빈슨은 독일 브레멘 출신 아버지의 성 '크로이츠나어'가 영국식으로 변해 '크루소'가 된 집안의 삼남입니다. 형 하나는 됭케르크 근처 전투에서 전사했고 둘째 형은 소식이 끊겼습니다. 아버지는 법조인이 되라고 했지만 그는 바다만 꿈꿉니다. 통풍으로 누운 아버지는 눈물까지 보이며 '중간 계층의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타이르고, 어머니도 반대합니다. 그래도 1651년 9월 1일, 친구 아버지의 배를 공짜로 타고 런던으로 떠납니다. 첫 폭풍에서 그는 탕자처럼 집에 돌아가겠다고 맹세하지만 날이 개자 펀치 한 사발에 잊어버립니다. 야머스 정박지에서는 더 큰 폭풍을 만나 돛대를 잘라 내고 배가 침수되며, 구조선으로 겨우 해안에 닿아 배가 가라앉는 것을 지켜봅니다. 선장은 이것이 바다와 맞지 않는다는 하늘의 징표라며 집으로 가라고 경고하지만, 창피함 때문에 그는 런던으로 가서 다시 항해를 찾습니다.
런던에서 만난 정직한 선장의 동료 자격으로 기니 무역에 나서, 40파운드어치 잡화로 금가루를 얻어 약 300파운드를 벌고 항해술과 수학도 배웁니다. 선장이 죽은 뒤 두 번째 항해에서는 카나리아 제도 근처에서 살레의 해적선에 붙잡혀 무어인 선장의 노예가 됩니다. 2년 가까이 기회를 못 찾다가 주인의 낚시 보트를 이용해, 주인이 없는 날 무어인 이스마엘(몰리)을 속여 식량과 화약, 연장을 싣게 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던져 헤엄쳐 가게 합니다. 소년 슈리(Xury)는 충성을 맹세해 데려갑니다. 둘은 남쪽 해안을 따라 내려가며 밤마다 맹수 소리에 떨고, 물을 찾아 상륙해 총으로 사자를 잡아 가죽을 벗겨 말립니다.
제3~4장: 브라질 농장, 난파, 섬의 첫 몇 주
두 사람은 열흘 넘게 남쪽으로 내려가며 해안 주민들과 손짓으로 말린 고기와 곡식을 얻습니다. 로빈슨이 바다로 뛰어든 표범을 쏘아 잡자 주민들은 놀라고 고마워하며 물과 식량을 더 건넵니다. 카보베르데 부근에서 포르투갈 배를 만나 구조되고, 선장은 사례를 사양한 채 짐을 모두 지켜 줍니다. 로빈슨은 배와 슈리를 넘기되 슈리가 10년 뒤 자유를 얻는 조건을 답니다. 브라질에서 농장을 일구어 4년쯤 성공하자, 이웃들이 노예를 들여오자고 비밀리에 제안하며 기니 항해의 화물 관리인을 맡깁니다. 그는 유언장까지 써 두고 아버지의 충고를 또 어긴 채 1659년 9월 1일 출항합니다. 열이틀 폭풍에 밀려 낯선 곳에서 좌초하고, 열한 명이 탄 보트마저 뒤집힙니다. 홀로 파도에 세 번 휩쓸리고 바위에 부딪히면서도 육지로 기어올라 살아남지만 동료는 모두 익사하고, 모자 셋과 짝 다른 신발 둘만 남습니다.
첫 아침, 배가 밀물에 해안 가까이 떠올라 있는 것을 본 그는 헤엄쳐 가서 뗏목에 식량, 목수 연장통, 총, 화약을 싣습니다. 이곳이 사람 없는 섬임을 알고 낙담하지만 열두 차례 배를 오가며 돛, 밧줄, 못, 총, 럼, 빵, 돈까지 실어 나르고, 폭풍으로 배가 사라지기 전에 건질 것은 다 건집니다. 물과 그늘, 안전, 바다 전망을 따져 바위 언덕 아래에 말뚝 울타리와 이중 천막을 세우고 뒤에 동굴을 팝니다. 십자가 기둥에 하루 한 줄씩 금을 그어 달력을 삼고, 절망 속에서 '악'과 '선'을 대차대조표처럼 적으며 감사할 점을 찾습니다. 책상과 의자를 만들고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제5~6장: 집짓기와 일기, 병과 양심
1659년 9월 30일 상륙한 섬을 그는 '절망의 섬'이라 부릅니다. 10월 한 달 동안 뗏목으로 물건을 나르다가 25일 폭풍에 배는 결국 부서집니다. 그는 바위 아래 반원형 터에 이중 말뚝 울타리와 천막을 세우고, 총으로 염소와 새를 잡으며 사냥, 노동, 수면, 여가의 일과를 정합니다. 삽과 바구니가 없어 쇠나무로 삽을 깎고, 동굴을 넓히다 천장이 무너지자 기둥으로 받치며, 다친 새끼 염소를 길들이다 가축 사육을 처음 떠올립니다. 쏟아 버린 닭 모이 자루에서 보리와 쌀이 싹트자 섭리라며 감격하지만 곧 자기가 털어 낸 곡식임을 기억하고 감동이 식습니다. 그래도 이삭을 거두어 다시 심습니다. 울타리를 마친 이튿날 큰 지진과 폭풍이 닥치고, 5월 1일에는 해안에서 젖은 화약통을 발견합니다.
6월 18일부터 오한과 열병이 사흘마다 찾아옵니다. 갈증과 외로움 속에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하고, 꿈에는 불꽃 속에서 내려온 사내가 "이 모든 일에도 회개하지 않으니 이제 죽으리라"며 창을 듭니다. 그는 지난 팔 년의 불경한 선원 생활을 돌아보고 아버지의 경고가 맞았다며 눈물짓습니다. 브라질식 처방으로 담배를 씹고 럼에 우려 마신 뒤 성경을 펴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건지리라"는 구절을 읽고 무릎 꿇어 기도하고 깊이 잠듭니다. 7월 3일 발작이 멈추고, 그는 진짜 구원은 섬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죄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제7~9장: 계곡, 건너편 육지, 배
섬에 온 지 열 달이 지난 7월 15일, 개울을 따라 섬 안쪽을 탐사하던 크루소는 멜론과 포도, 레몬과 라임과 오렌지 나무가 가득한 계곡을 발견하고 자신이 이 땅의 왕이라는 은밀한 기쁨을 느낍니다. 포도를 햇볕에 말려 건포도로 저장하고, 지나가는 배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해안을 떠나지 않기로 하여 계곡에는 별장 같은 정자를 지어 두 거처를 오갑니다. 9월 30일 일 년이 되자 하루 금식하며 기도하고 안식일을 다시 세기 시작합니다. 건기에 심어 실패했던 보리와 쌀은 남겨 둔 씨를 2월에 뿌려 수확하며 파종 시기를 깨닫고, 소년 시절 본 기억으로 가지를 엮어 바구니도 만듭니다.
이어 섬을 가로질러 반대편 해안에 이르러, 맑은 날 서쪽 멀리 육지를 보고 아메리카 대륙일 것이라 짐작하지만 식인종이 사는 해안일까 두려워합니다. 그곳에서 새끼 앵무새를 잡아 자기 이름을 부르도록 가르치고 '폴'이라 부릅니다. 성경에서 "내가 결코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을 만난 뒤 슬픔이 많이 가라앉습니다. 연장이 없어 널빤지 하나 만드는 데 마흔두 날이 걸리고, 곡식을 거두어도 빵을 만들려면 쟁기부터 맷돌, 오븐까지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수없이 실패한 끝에 깨진 토기 조각이 불에 구워진 것을 보고 불로 굽는 법을 익혀 냄비와 오븐 대용품을 얻습니다. 세 번째 해에는 보리와 쌀이 각각 스무 부셸쯤 나오지만 건너편 육지를 향한 탈출의 꿈이 커져, 거대한 삼나무로 스물여섯 명이 탈 만한 카누를 만듭니다. 그러나 백 야드 떨어진 물가까지 옮길 방법이 없어 포기하고, 비용을 따지기 전에 일을 시작한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그 뒤 잉크와 빵과 옷이 떨어져 가는 가운데 모피 옷과 우산을 만들며 불평 대신 감사를 택합니다.
제10~11장: 염소 떼와 해류, 모래 위의 발자국
이후 5년은 같은 생활이 이어집니다. 크루소는 반 마일 길이의 수로로 새 카누를 샛강까지 끌어들이고, 돛과 우산 덮개를 달아 11월 6일 섬 일주에 나섭니다. 그러나 동쪽 암초 너머에서 맹렬한 해류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외딴 섬이 가장 행복한 곳으로 그리워지고, 정오 무렵 미풍과 암초가 갈라놓은 역류를 만나 가까스로 섬 북쪽에 닿습니다. 별장에서 잠들었다가 "불쌍한 로빈 크루소" 하고 부르는 폴의 목소리에 깹니다. 화약이 줄자 염소를 산 채로 잡으려 올가미와 함정을 놓아 새끼를 길들였고, 몇 년 만에 염소는 마흔세 마리 넘게 불어 고기와 우유, 버터, 치즈를 얻습니다.
늙은 개와 고양이 두 마리, 폴과 왕처럼 홀로 식사하던 어느 날 정오, 해변 모래에서 맨발 자국 하나를 발견하고 벼락을 맞은 듯 얼어붙습니다. 겁에 질려 성채로 달려가 밤새 잠들지 못하고, 악마의 짓인지 본토 사람의 짓인지 따져 봅니다. 자기 발자국이라 믿으려 재 보지만 자기 발보다 훨씬 큽니다. 울타리를 헐고 밭을 갈아엎자는 어리석은 생각까지 하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반원형 외벽에 총구 일곱 개를 내고 버들 말뚝 약 이만 그루를 심어 이중 방어선을 만듭니다.
제12~13장: 동굴 은신처, 스페인 배의 난파
크루소는 염소를 지키려 외진 숲 속에 둘째 울타리를 쳐 염소를 옮깁니다. 발자국 이후 2년을 불안에 떨며 지내고, 남서쪽 해안에서 해골과 뼈가 널린 식인 잔치 터를 보고 구토합니다. 한동안 몰살시킬 계획을 짜 매복 장소와 총을 마련하고 매일 언덕에서 망을 보지만 두세 달 아무도 오지 않자 생각이 바뀝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고, 이 일이 스페인의 아메리카 학살과 다를 바 없다고 깨달아 계획을 접습니다. 숯을 굽다 찾은 천연 동굴에서는 번쩍이는 눈에 놀라지만 죽어 가는 늙은 숫염소였고, 안쪽 방이 건조해 화약과 예비 무기를 옮겨 둡니다.
섬 생활 23년째 12월 새벽 해안에서 불빛을 보고 망원경으로 벌거벗은 아홉 명이 불가에서 춤추다 떠나는 것을 봅니다. 현장의 인육 잔해에 분노해 다음 침입자를 죽일 궁리를 다시 하지만 그 뒤 열다섯 달 넘게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5월 16일 폭풍 속에서 대포 소리를 듣고 장작불을 지펴 신호하고, 다음 날 동쪽 암초에 좌초한 배를 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아 동반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며칠 뒤 익사한 소년의 시신이 밀려오고, 난파선에는 껴안은 채 익사한 스페인 선원 둘과 굶주린 개 한 마리뿐입니다. 궤짝의 금화와 은화는 흙이나 다름없다며 구두만 아쉬워합니다.
제14~15장: 프라이데이의 구출과 교육
2년 가까이 섬을 벗어날 궁리에만 시달리던 섬 생활 24년째 3월 밤, 크루소는 포로 한 명이 도망쳐 와 자신의 하인이 되는 꿈을 꾸고, 깨어나 포로 하나를 구해 길잡이로 삼겠다고 결심합니다. 1년 반 뒤 카누 다섯 척이 상륙하고, 두 포로 중 한 명이 달아나 크루소 쪽으로 달려옵니다. 크루소는 추격자 하나를 개머리판으로 쓰러뜨리고 활을 겨눈 다른 하나를 쏘아 죽입니다. 구출된 청년은 무릎을 꿇고 크루소의 발을 자기 머리에 얹으며 충성을 맹세합니다. 크루소는 구한 날을 따라 그를 '프라이데이'라 부르고 "주인(Master)" 등 영어를 가르칩니다. 프라이데이는 옷을 얻고 동굴 곁 천막에서 지내며, 사람 고기를 먹자는 시늉을 했다가 크루소의 혐오를 보고 접습니다.
크루소는 새끼 염소를 삶고 구워 먹여 그의 식습관을 바꾸고, 프라이데이는 마침내 다시는 사람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합니다. 둘은 농사를 넓히고 프라이데이의 영어는 빠르게 늘어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그의 부족은 카리브 인이며 오리노코 강 하구 근처 대륙과 트리니다드 섬이 가깝다는 사실도 드러납니다. 신과 기독교를 배우던 프라이데이는 "왜 하느님은 악마를 그냥 죽이지 않느냐"고 물어 크루소를 당황시킵니다. 그는 이전에 백인 17명이 배로 자기 부족에게 와 평화롭게 산다고 알려 주고, 크루소는 대륙으로 건너갈 큰 배를 만들기로 합니다.
제16~17장: 포로 구출, 반란자들의 방문
크루소가 고향으로 보내 주겠다고 하자 프라이데이는 버림받는 줄 알고 도끼를 건네며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고 울먹이고, 크루소는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섬 생활 27년째 카누 세 척이 오고 스무 명 남짓이 상륙하자, 포로 중 한 명이 유럽인임을 알고 둘은 총을 쏘아 대부분을 물리칩니다. 크루소는 묶여 있던 스페인 사람을 풀어 주고, 다른 카누의 노인이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임이 밝혀지자 프라이데이는 기뻐 울고 웃으며 아버지를 돌봅니다. 크루소는 섬에 세 신민이 생겼다며 스스로를 왕에 빗댑니다.
스페인 사람은 대륙에 동료 열여섯 명이 있다고 알립니다. 크루소는 배신이 걱정되지만 서약을 받아 오게 하기로 하고, 식량 문제를 피하려 한 해 더 농사를 지어 기다립니다. 수확 뒤 스페인 사람과 프라이데이의 아버지가 카누로 떠나고 팔 일쯤 뒤 프라이데이가 영국 배의 보트가 왔다고 알립니다. 열한 명 중 세 명은 묶인 포로였고, 크루소는 의심하며 지켜보다 그들이 반란으로 쫓겨난 선장과 항해사, 승객임을 알게 됩니다. 총을 쥐어 주며 조건을 내세웁니다. 섬에서는 크루소의 지휘를 따르고, 배를 되찾으면 자신과 프라이데이를 영국으로 태워 달라는 것입니다. 잠든 반란자들을 습격해 둘을 죽이고 나머지를 항복시키며 보트에는 구멍을 내 둡니다. 본선에는 아직 스물여섯 명이 남아 있습니다.
제18장: 되찾은 배
본선이 총을 쏘며 신호를 보내다 응답이 없자 무장한 선원 열 명을 새 보트에 태워 보냅니다. 선장은 그중 셋이 억지로 끌려온 정직한 자들이고 갑판장은 주모자라며 겁을 먹지만, 크루소는 "우리 처지에서는 죽든 살든 어느 쪽이든 구원"이라며 선장을 북돋웁니다. 포로 일부는 프라이데이와 함께 동굴에 묶어 두고 믿을 만한 둘은 풀어 일손으로 삼아 일곱이 됩니다. 상륙한 반란자들이 부서진 보트에 놀라 본선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오자, 크루소는 프라이데이와 항해사를 시켜 멀리서 서로 고함으로 답하게 하여 그들을 숲속으로 끌고 다니며 지치게 합니다. 그 틈에 보트를 지키던 둘을 제압합니다.
밤이 되어 지친 반란자들이 "마법에 걸린 섬"이라며 허둥대자 매복해 있다가 갑판장을 쏘고, 포로 한 명을 시켜 톰 스미스에게 "선장이 부하 쉰 명과 있다"고 속여 항복을 받아 냅니다. 크루소는 끝까지 '총독'으로서 모습을 숨기고, 주동자 윌 앳킨스 등은 동굴에 가두며, 나머지에게는 본선 탈환에 가담하면 사면하겠다고 약속받습니다. 선장 쪽 열두 명이 두 보트로 한밤에 본선을 기습해 새 반란 선장을 쏘아 죽이고 배를 되찾습니다. 아침에 선장이 "당신의 배"라며 찾아오자 크루소는 기쁨에 쓰러질 듯 눈물을 쏟고 섭리에 감사합니다. 영국으로 끌고 가면 교수형을 당할 가장 악질인 다섯은 총독의 은혜로 섬에 남도록 설득하고, 총과 화약, 섬 생활의 요령, 스페인 사람 열일곱이 올 수 있다는 소식과 편지까지 남겨 줍니다.
제19~20장: 영국으로의 귀환, 피레네의 곰과 늑대
섬에 남은 다섯 중 둘이 나머지에게 죽을 것 같다며 헤엄쳐 와 탄원하고, 채찍질을 받은 뒤 승선이 허락됩니다. 크루소는 염소가죽 모자와 우산, 앵무새 한 마리, 녹슨 돈을 기념으로 챙겨 1686년 12월 19일 섬을 떠납니다. 28년 2개월 19일이었고, 살레에서 탈출한 날과 같은 날짜였습니다. 1687년 6월 영국에 도착하지만 35년 만이라 세상에 낯선 이였고, 요크셔에는 부모가 죽고 누이 둘과 조카만 남았습니다. 그는 프라이데이와 리스본으로 가 옛 포르투갈 선장을 만납니다. 선장은 농장이 크게 불었다고 알리며 자신이 맡았던 몫을 정직하게 정산하고, 크루소는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사양하며 선장 부자에게 평생 연금을 주기로 합니다. 서류를 브라질에 보내자 일곱 달도 못 되어 정산서와 설탕, 담배, 금이 가득한 짐이 도착하고, 그는 기쁨에 기절할 뻔하다 회복해 오천 파운드의 현금과 연 천 파운드의 농장 수입을 가진 부자가 됩니다. 은혜를 갚은 뒤 자신이 가톨릭을 믿는다고 말했던 일이 마음에 걸려 브라질 정착을 접고 영국행을 택하는데, 바닷길이 꺼려져 육로로 마드리드를 지나 피레네 아래 팜플로나에 이르러 폭설로 스무 날을 묶입니다.
안내인의 우회로로 11월에 산을 넘다 늑대 셋과 곰이 안내인을 덮치고, 프라이데이가 늑대를 쏘아 구합니다. 그 뒤 숲에서 거대한 곰이 나타나자 프라이데이는 겁은커녕 신이 나서 "곰과 악수하겠다"며 돌을 던져 약을 올리고, 참나무 가지 끝으로 곰을 불러올려 춤추듯 흔들리게 한 뒤 내려와 곰의 귀에 총구를 대고 쏩니다. 해 질 무렵에는 삼백 마리 가까운 늑대가 일행을 에워싸지만, 쓰러진 통나무를 흉벽 삼아 진을 치고 통나무 위에 길게 뿌린 화약에 불을 붙여 쫓아냅니다. 일행은 1월 14일 도버에 상륙합니다. 크루소는 브라질 농장을 팔아 3만 3천 피스 오브 에이트를 받고, 두 조카를 거두고 결혼해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지만 아내가 죽자 1694년 동인도행 배에 오릅니다. 도중에 섬에 들러 스페인 사람들과 영국 반란자들이 다투다 화해한 내력과 카리브인과의 싸움을 듣고, 스무 날 머물며 목수와 대장장이, 무기와 물자를 남기고 땅을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이후 십 년의 새 모험은 제2부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맺습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안락한 중간 계층을 거부한 아들
첫 장의 구조는 늙은 화자가 젊은 자신을 심문하는 방식입니다. 폭풍이 오면 맹세하고 날이 개면 펀치 한 사발에 잊는 패턴이 반복되는데, 화자는 이것을 인간 일반의 약점으로 일반화합니다.
they are not ashamed to sin, and yet are ashamed to repent
사람들은 죄짓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뉘우치는 것은 부끄러워한다.
친구가 놀리는 말에서 보듯 그를 바다로 몰아가는 힘은 용기가 아니라 체면입니다.
you’re but a fresh-water sailor, Bob
너는 민물에서나 노는 뱃사람일 뿐이야, 밥.
그는 이후 일생을 되돌아보며 자기 불운이 가장 일찍 시작해 가장 오래갔다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권한 '중간 계층의 삶'을 놓친 대가를 책 전체가 갚아 나가는 셈이어서, 모험담이면서 동시에 후회의 장부입니다.
Never any young adventurer’s misfortunes, I believe, began sooner, or continued longer than mine.
어떤 젊은 모험가의 불운도 내 불운보다 일찍 시작되거나 오래 이어진 적은 없었다고 믿는다.
2. 노예가 된 사람, 노예를 부리는 사람
살레에서 노예가 된 크루소는 자유를 향한 결의로 탈출합니다.
I am resolved to have my liberty
나는 반드시 자유를 얻기로 결심했다.
그를 도운 소년 슈리의 서툰 영어는 짧은 장면에서도 생기가 있습니다.
Then we give them the shoot gun
그러면 우리가 그들에게 총을 쏴 주죠.
그런데 이 책의 노예제 서술은 이중적입니다. 크루소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도 구조된 뒤에는 슈리를 포르투갈 선장에게 넘기며 10년 뒤 자유를 준다는 조건만 답니다. 브라질에서는 이웃들의 제안으로 노예를 들여오는 항해에 나서기까지 합니다. 노예살이를 겪은 사람이 그 제도의 이익 앞에서 성찰하지 않는 모습은, 이 이야기가 쓰인 시대의 시선이 서술에 그대로 스며 있음을 보여 줍니다. 포르투갈 선장의 호의는 대조되는 거울로 읽을 만합니다.
I will carry you thither in charity
호의로 당신을 그곳까지 태워다 드리겠소.
3. 유일한 생존자의 대차대조표
난파에서 살아남은 직후의 감정을 크루소는 한 구절로 요약합니다. 구원이면서 곧 막막함이라는 뜻입니다.
I had a dreadful deliverance
나는 끔찍한 구원을 받았다.
바다를 가리키며 죽은 동료와 자신을 비교하는 물음은 곧이어 '악과 선'의 목록으로 이어집니다. 그가 목록의 선 쪽에 가장 먼저 적는 항목은 단순합니다.
But I am alive
그러나 나는 살아 있다.
상륙 날짜를 십자가 기둥에 새기는 일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간을 세는 일이 곧 정신을 붙드는 일입니다.
I came on shore here on the 30th September 1659.
나는 1659년 9월 30일 이곳 해안에 올라왔다.
이후 9월 30일은 책 전체의 달력이 됩니다.
4. 쓸모없는 금화
크루소는 배에서 찾은 돈을 향해 말을 건넵니다.
I have no manner of use for thee
너는 나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
뒤에 스페인 난파선에서 얻은 돈은 한술 더 뜹니다.
it was to me as the dirt under my feet
그것은 내게 발밑의 흙과 같았다.
그는 금화 한 줌을 담뱃대 한 상자와 바꾸고 싶어 합니다.
I would have given a handful of it for a gross of tobacco-pipes
그 한 줌을 주고 담뱃대 열두 다스와 바꾸었을 것이다.
상인의 아들이 돈의 가치가 환경에 달려 있음을 배우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그는 영국에 돌아와 브라질 재산을 되찾고는 다시 기쁨에 기절할 뻔하니, 이 깨달음이 완전한 변신은 아니라는 점도 이 책의 솔직함입니다.
5. 연장을 잡아 본 적 없는 사람
섬 장면이 오래 읽히는 이유는 문명을 재건하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세기 때문입니다. 출발점은 이렇습니다.
I had never handled a tool in my life
나는 평생 연장을 한 번도 쥐어 본 적이 없었다.
빵 한 덩이에 필요한 수많은 노동을 알게 된 뒤의 자각입니다.
It might be truly said, that now I worked for my bread.
이제야 정말로 내 빵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서툰 솜씨를 웃어넘기는 유머도 있습니다. 동굴 천장이 무너질 뻔한 순간과 모피 옷을 지은 뒤의 자조입니다.
if I had been under it, I had never wanted a gravedigger.
내가 그 밑에 있었다면 무덤 파는 사람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if I was a bad carpenter, I was a worse tailor.
내가 서툰 목수였다면 더 서툰 재단사였다.
6. 병상에서 올린 첫 기도
제6장은 책의 신앙적 전환점입니다. 열병 속에서 그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기도합니다.
Lord, be my help, for I am in great distress.
주여, 저를 도우소서. 저는 큰 고통 속에 있습니다.
그는 구원이 불가능해 보여 의문을 던집니다.
Can God spread a table in the wilderness?
하느님이 광야에 식탁을 차리실 수 있을까?
성경에서 만난 구절이 기도의 계기가 되고, 그는 진짜 구원이 섬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죄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 의문이 훗날 염소 떼와 곡식밭 앞에서 되풀이되어 답을 얻는다는 사실입니다(제10장).
Call on Me in the day of trouble, and I will deliver thee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라.
7. 섬의 왕, 가진 것을 세는 법
열매 가득한 계곡을 본 크루소는 이 땅의 주인이 된 기분을 말합니다.
I was lord of the whole manor;
나는 이 영지 전체의 영주였다.
그러나 책은 소유의 기쁨에서 그치지 않고 시선의 방향을 바꿉니다. 네 번째 기념일 즈음 그는 불평 대신 이렇게 마음먹습니다.
to consider what I enjoyed rather than what I wanted
부족한 것보다 누리는 것을 헤아리는 일.
외로움의 아침에 성경이 건네는 말씀도 있습니다.
I will never, never leave thee, nor forsake thee.
내가 결코, 결코 너를 떠나지 않고 버리지 않으리라.
9월 30일이 출생, 가출, 노예 탈출, 섬 표착의 날과 겹친다는 계산은 섭리에 의미를 주려는 화자의 습관을 보여 줍니다.
so that my wicked life and my solitary life began both on a day.
내 사악한 삶과 외로운 삶이 같은 날 시작되었던 것이다.
8. 비용을 따지기 전에 시작한 배
거대한 삼나무로 카누를 깎았지만 물가로 옮길 방법이 없었던 일은 책에서 가장 유명한 실패 가운데 하나입니다.
This was a most preposterous method
이것은 참으로 터무니없는 방법이었다.
the folly of beginning a work before we count the cost
비용을 헤아리기 전에 일을 시작하는 어리석음.
이 교훈은 제10장에서 반복되는데, 이번에는 바다에서입니다. 해류에 휩쓸려 떠내려간 그는 자신을 경고의 사례로 삼습니다.
but I am a warning to all rash and ignorant pilots
그러나 나는 무모하고 무지한 모든 키잡이들에게 경고가 된다.
살아 돌아온 뒤 섬을 오히려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대목에서, 그의 교훈은 일반론으로 정리됩니다.
nor know how to value what we enjoy, but by the want of it
우리는 누리는 것의 값을 그것이 없어 봐야 안다.
9. 광야에 차려진 식탁
제6장의 의문에 대한 답이 제10장에서 옵니다. 화약이 줄자 염소를 산 채로 잡아 길들이고, 몇 년 만에 염소는 마흔세 마리 넘게 불어납니다.
What a table was here spread for me in the wilderness
광야에서 나를 위해 얼마나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는가.
길들이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나온 깨달음은 염소 길들이기의 원리인 동시에 자기 처지에 대한 농담입니다.
hunger will tame a lion
굶주림은 사자도 길들인다.
앵무새 폴이 주인을 부르는 소리가 해류에서 돌아온 그를 깨우는 장면은 고독의 한가운데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입니다. 사람 말을 흉내 내는 새의 목소리가 이 대목에서는 가장 인간적으로 들립니다.
Robin, Robin, Robin Crusoe: poor Robin Crusoe!
로빈, 로빈, 로빈 크루소, 불쌍한 로빈 크루소!
10. 모래 위의 발자국
이 책의 가장 유명한 장면입니다. 오랜 고독 끝에 처음 발견한 사람의 흔적이 안도가 아니라 공포로 다가온다는 역설이 핵심입니다.
I stood like one thunderstruck, or as if I had seen an apparition.
나는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혹은 유령이라도 본 듯 우뚝 섰다.
그는 곧 울타리를 헐고 밭을 갈아엎자는 생각까지 하고서 스스로를 나무랍니다.
Oh, what ridiculous resolutions men take when possessed with fear!
아, 공포에 사로잡히면 사람은 얼마나 우스운 결심을 하는가!
이 두려움 속에서 그는 이성적인 결론도 얻습니다. 위험보다 위험의 예감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fear of danger is ten thousand times more terrifying than danger itself
위험에 대한 공포는 위험 그 자체보다 만 배는 더 무섭다.
그리고 이 발견은 인생의 변덕을 되돌아보게 하여 책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구절로 이어집니다.
How strange a chequer-work of Providence is the life of man!
인간의 삶은 섭리가 짜 놓은 얼마나 기묘한 체크무늬인가!
11. 식인 풍습을 마주한 크루소의 판단
제12~13장에서 크루소는 해골과 뼈가 널린 터를 보고 구토하고, 이들을 몰살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그가 스스로 그 계획을 접는다는 점입니다. 화자는 먼저 두려움이 일으키는 상상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the expectation of evil is more bitter than the suffering
재앙의 예감은 재앙 자체보다 쓰다.
그는 오랫동안 동굴에 숨어 지내며 스스로를 옛 거인에 빗대기도 합니다.
I fancied myself now like one of the ancient giants
나는 이제 옛 거인 가운데 하나가 된 듯했다.
그들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고 이 일이 스페인의 아메리카 학살과 다를 바 없다는 그의 결론은, 식민주의 시대의 소설에서 드물게 자기 쪽 역사를 돌아보는 순간입니다. 한편 이 서술은 어디까지나 유럽인 화자의 시선이며, 섬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정은 크루소의 눈에 비친 만큼만 나옵니다. 스페인 난파선을 처음 보았을 때 그가 지르는 외침은 그의 고독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Oh that it had been but one!
아,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 있었더라면!
12. 프라이데이의 이름과 충성
꿈에서 시작해 현실이 된 프라이데이와의 만남은 오랜 세월 만에 듣는 타인의 목소리를 동반합니다.
the first sound of a man’s voice that I had heard
내가 들은 최초의 사람 목소리.
그는 구한 날을 따라 청년의 이름을 짓고 "Master"를 비롯한 영어를 가르칩니다. 이름과 호칭을 정해 주는 이 장면에는 유럽인과 원주민의 위계가 서 있고, 프라이데이는 책 내내 크루소의 말을 따르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오늘의 독자는 이 관계를 우정으로만 읽기 어렵지만, 크루소가 느끼는 애정 자체는 꾸밈없이 적혀 있습니다.
I began really to love the creature
나는 이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시작했다.
프라이데이의 충성 서약과, 고향으로 보내 준다는 말에 버림받는 줄 알고 울먹이는 호소는 책에서 가장 정서적인 대사입니다.
Me die when you bid die, master.
주인님이 죽으라 하면 저는 죽겠습니다.
Take kill Friday, no send Friday away.
차라리 프라이데이를 죽이세요. 프라이데이를 보내지 마세요.
13. 제자가 던진 신학 질문
크루소가 프라이데이에게 신을 가르치는 장면에서 교사는 곧 곤경에 빠집니다. 제자의 물음이 지나치게 소박하고 날카롭기 때문입니다.
why not kill the devil now
왜 지금 악마를 죽이지 않나요.
이어 그가 스스로 정리한 용서의 논리는 거의 단순화의 걸작입니다.
so you, I, devil, all wicked, all preserve, repent, God pardon all
그러니 당신도, 나도, 악마도 모두 악하고 모두 보존되었으니, 뉘우치면 하느님이 모두 용서하신다.
이 대목은 가르치는 쪽이 배우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 한 해에 대한 크루소의 평가도 그렇습니다.
This was the pleasantest year of all the life I led in this place.
이 해는 이곳에서 보낸 모든 삶 가운데 가장 즐거운 한 해였다.
섬에 세 신민이 생기자 그는 웃으며 자신을 왕에 빗대고 종교 문제에서는 능청을 부립니다. 신민은 개신교인 프라이데이, 이교도인 그의 아버지, 가톨릭인 스페인 사람으로 모두 종교가 달랐고, 그것이 이 농담의 배경입니다.
I allowed liberty of conscience throughout my dominions.
나는 내 영토 전역에서 양심의 자유를 허락했다.
14. 영국 배와 직감의 윤리
제17장의 영국 배는 구원일 수도 덫일 수도 있습니다. 크루소는 곧바로 뛰어나가지 않고 먼저 의심합니다. 그가 직감을 옹호하는 방식에는 평생의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Let no man despise the secret hints and notices of danger
위험을 알리는 은밀한 암시와 기별을 아무도 하찮게 여기지 말라.
선원들이 영국인임을 알려 준 것은 짧은 영어 한마디였습니다.
Why, let her alone, Jack, can’t you?
어이, 그냥 내버려 둬, 잭. 안 되겠나?
크루소를 만난 선장의 첫 물음과 그의 대답은 책에서 가장 극적인 만남입니다.
Am I talking to God or man?
내가 지금 하느님과 이야기하는 겁니까, 사람과 이야기하는 겁니까?
All help is from heaven, sir
모든 도움은 하늘에서 옵니다, 선장님.
그러면서도 크루소는 구출한 사람들의 배신 가능성을 냉정하게 계산합니다.
gratitude was no inherent virtue in the nature of man
감사는 인간의 본성에 타고난 덕이 아니었다.
15. 총독이 된 표류자
제18장에서 크루소는 지휘관으로 변신합니다. 수적으로 열세인 선장이 겁을 먹자 그는 이렇게 북돋웁니다.
men in our circumstances were past the operation of fear
우리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그는 모습을 숨긴 채 '총독'으로 행세하고, 반란자들을 숲속으로 끌고 다니며 지치게 하는 책략으로 싸웁니다. 그 결과를 보고 그는 훈계합니다.
fallen into the pit which they had dug for others
남을 위해 판 구덩이에 스스로 빠졌다.
배를 되찾은 아침, 선장이 "총독"을 부르는 장면에서 크루소는 기쁨에 쓰러질 듯 눈물을 쏟습니다. 28년 만에 고립이 끝나는 순간이어서 그 눈물은 성공보다 해방의 눈물입니다.
Governor! Governor!
총독님! 총독님!
My dear friend and deliverer
나의 사랑하는 친구이자 구원자여.
구출의 전 과정을 그는 섭리가 이은 기이한 사슬로 되새깁니다.
a chain of wonders
기이한 일들의 사슬.
16. 돌아온 세상, 욥의 말년
영국에 돌아온 크루소는 35년 만이라 낯선 이입니다. 부모는 세상을 떠났고 브라질의 재산은 정직한 사람들 덕에 크게 불어 있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그는 기쁨 때문에 앓아누울 지경이 됩니다.
I turned pale, and grew sick
나는 창백해졌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성경의 인물에 빗댑니다.
the latter end of Job was better than the beginning
욥의 말년은 처음보다 나았다.
그러나 이 책의 더 깊은 목소리는 섬을 돌아볼 때 나옵니다. 부유해진 지금보다 그때가 오히려 부족함이 없었다는 고백입니다.
had nothing but what I wanted
필요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갖지 않았다.
피레네를 넘는 길에서는 진짜 늑대보다 무서운 것이 강도라는 농담이 나옵니다.
two-legged wolves
두 발 달린 늑대들.
17. 곰의 춤과 체크무늬 삶
마지막 장은 책에서 가장 유쾌한 장면을 둡니다. 건드리지 않으면 얌전하다는 곰을 크루소는 능청스럽게 소개합니다.
he is a very nice gentleman
그는 아주 점잖은 신사다.
프라이데이는 두려움 대신 흥을 보이며 참나무 가지 위에서 곰을 춤추게 합니다.
now you see me teachee the bear dance
자, 이제 제가 곰한테 춤을 가르치는 걸 보세요.
곰을 쏘아 눕힌 뒤 총 없이 곰을 잡는 고향의 방법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프라이데이가 자기 세계의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no gun, but shoot great much long arrow
총은 없고, 아주 많이 긴 화살을 쏩니다.
제1부를 맺는 자기 평가는 이 책의 주제를 한 마디로 모읍니다. 재난과 행운이 번갈아 짜인 직물이 곧 삶이라는 것입니다.
a life of Providence’s chequer-work
섭리가 체크무늬로 짠 삶.
18. 이 책을 읽는 방법
『로빈슨 크루소』는 20장이고 장마다 한 단계씩 문명을 되찾아 가는 구조여서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1장(바다로의 충동), 4장(섬의 첫 몇 주), 6장(병과 기도), 11장(모래 위의 발자국)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어 14~16장(프라이데이)과 18장(되찾은 배)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서술이 일기처럼 날짜를 세는 대목에서는 느리게 읽히지만, 그 느림이 곧 이 책의 시간입니다. 노예제와 식인 풍습, 원주민에 대한 서술은 유럽인 화자의 시선으로 쓰여 있으니, 크루소가 보는 만큼만 보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장면의 빈자리가 더 잘 보입니다. 노동의 기록으로 읽으면 실용서이고, 후회의 장부로 읽으면 신앙 고백이며, 두려움의 심리로 읽으면 현대 소설의 출발점입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섬에서 세는 빵 한 덩이와 냄비 하나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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