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05년경 출간
Essays of Travel
여행 에세이
이민선의 이등 선실에서 대서양을 건너고,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들길, 프랑스의 숲과 알프스의 겨울을 지나, 길 위에서 세상을 보는 법을 묻는 열네 편의 기행문과 수필
Clear vision goes with the quick foot.
맑은 시야는 빠른 걸음과 함께 온다.
any place is good enough to live a life in
어떤 장소든 한평생을 살기에는 충분히 좋다.
한눈에 보기
1편 「아마추어 이민자」는 글래스고를 떠나 뉴욕에 닿기까지 이민선에서 보낸 열흘을 그린다. 이등 선실 손님이면서 3등칸 사람들과 어울린 화자가 실직한 장인들, 밀항자, 병든 어부, 술에 진 사람들의 얼굴을 기록하고 신사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2~4편은 잉글랜드 호수 지방의 소도시, 버킹엄셔의 가을 들길, 눈 덮인 에어셔 해안을 걸은 도보 여행이다. 5편은 퐁텐블로 숲의 화가 마을과 숲이 주는 위안을, 6편은 프랑스 중남부 산간 마을의 레이스 짜는 사람들을 담는다. 7~8편은 유년의 독서 기억과 상상 속 이상적인 집이고, 9~12편은 눈 속 다보스의 요양 생활과 알프스 공기의 묘한 도취를 쓴다. 13~14편은 길 자체의 매력과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법으로 끝난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보물섬』 (Treasure Island)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당나귀와 함께한 세벤 여행』 (Travels with a Donkey in the Cevennes)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Walden)
한 권 요점
Essays of Travel
『여행 에세이』는 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여행기와 산문을 모은 책입니다. 스티븐슨은 1850년에 태어나 1894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열네 편은 1870년대 초부터 1880년대 초까지의 여행과 체류를 바탕으로 쓰였으며, 제목에 연도가 붙은 글과 '단편(fragment)'이라는 부제가 달린 미완의 글이 섞여 있습니다. 한 권으로 묶이고 출간된 시기는 20세기 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화자는 늘 걷거나 배를 타거나 어딘가에 머무르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눈여겨봅니다. 사람을 향한 호기심, 풍경을 그림처럼 읽는 눈, 그리고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 책 전체를 꿰는 실입니다. 편마다 분위기가 크게 달라 이민선의 현실을 다룬 1편과 숲과 알프스를 노래하는 뒷부분이 다른 책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어디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물음은 끝까지 이어집니다.
내용 요약
제1편 아마추어 이민자: 두 번째 객실, 초기 인상
화자는 글래스고의 브루미엘로 부두에서 동승객들을 처음 만납니다. 클라이드 강을 내려가는 동안 영어를 쓰는 승객들은 서로를 잠재적인 적처럼 경계하고, 기온이 떨어지자 우울함이 짙어져 여자 둘이 웁니다. 이윽고 대서양을 건널 증기선이 강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화자는 이민 생활의 가장 낮은 곳을 보고 싶었지만 배 안에서 해야 할 글쓰기 때문에 탁자를 쓸 수 있는 이등 선실을 택했습니다. 선실은 3등칸 한복판에 끼인 오아시스 같은 곳이어서 얇은 칸막이 너머로 뱃멀미하는 소리와 양철 그릇 소리, 우는 아이들 소리가 다 들립니다. 이등 선실이 3등칸보다 나은 점은 침구와 식기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 식탁과 도자기 접시, 그리고 신사와 숙녀로 불린다는 감정적 우월감입니다. 화자는 이 호사를 누리는 값이 겨우 2기니 차이임을 짚습니다. 같은 선실 사람으로는 우스꽝스러운 영어로 인기를 끈 스칸디나비아 사람 조니, 신혼부부, 글래스고 시간에 시계를 맞추려 애쓰는 노부인, 그리고 웨일스 출신 대장장이이자 발명광인 친구 존스가 있습니다. 존스는 만병통치약 '골든 오일'의 제조법을 사서 영국 약사에게 되판 적이 있는 사람으로, 화자와 함께 갑판을 걸으며 이웃 승객들을 관찰하는 짝이 됩니다.
배는 목요일 밤 클라이드를 떠나 이튿날 아침 아일랜드 로프 포일에서 마지막 이민자들을 태웁니다. 화자는 이때 비로소 이민이라는 말의 실체를 이해합니다. 집에서 상상하던 이민은 젊은이가 홀로 인생의 전투에 나서는 서사시였는데, 갑판 위에는 서른이 넘은 가장들, 불황에 패배한 장인들, 실패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배 안은 의외로 명랑해서 눈물 한 방울 없이 노래가 나옵니다. 아이들은 금세 한 무리가 되고, 화자는 돛줄에 매달린 아이들을 태연히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담력에 놀랍니다. 승객들은 음식이 돼지에게나 어울린다며 불평하고, 그 불만에 공감한 화자는 공기가 나쁜 3등칸을 피해 갑판에서 자자고 권하지만 정작 올라온 사람은 없습니다. 토요일 밤에는 거센 바람 속에 둥글게 모여 서서 여자들을 붙들어 주며 노래를 부르고, 일요일에는 엄격한 안식일이 지켜집니다. 별이 총총한 밤 화자는 이 모든 소란이 마스트 위의 영원한 평화에 비하면 작은 일이라고 느낍니다.
제1편 아마추어 이민자: 3등칸 장면, 3등칸 유형
3등칸 입구의 공간은 사람들이 청어처럼 빽빽이 모이는 사교장입니다. 월요일 아침, 뱃멀미로 하얗게 질린 바이올린 연주자가 파리한 여자들 앞에서 스트라스페이 곡을 켜자 아픈 사람들이 약보다 낫다는 듯 기운을 차립니다. 화자는 서투르더라도 바이올린을 켜는 일이 어려운 학술서를 쓰는 일보다 인간적으로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밤이면 좁은 층계참에서 젊은이들이 지그와 릴을 추고, 연주자의 열광적인 동생이 형의 재주를 선전하느라 바쁩니다. 3등칸 1번실에서는 뱃멀미하는 사람들이 노래로 버티고, 한 승객이 성경 수수께끼를 내는 사이 어느 승객이 "배가 가라앉는다"고 공포에 질려 울부짖어, 화자는 이민선 한 척의 침몰이 얼마나 많은 집에 슬픔을 퍼뜨릴지 생각합니다. 날이 개면 도미노와 퍼즐, 추측 놀이가 벌어지는데, 그 한복판으로 객실 승객 세 사람이 은근한 우월감을 풍기며 지나가자 모두가 얼음 같은 기운을 느낍니다.
화자는 3등칸의 인물들을 하나씩 소묘합니다. 거지 같은 몰골에 뻔뻔함으로 빛나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약사 출신이라 소문과 전설이 따라붙는 러시아인, 철판 절단공이면서 노래와 악기에 능한 아들과 온갖 손일을 하는 쾌활한 아버지가 나옵니다. 아버지는 술에 빠진 아내 때문에 번번이 일어서지 못한 사연을 털어놓고, 다른 승객은 술로 사업과 아들들을 망친 아버지에게서 도망치는 중입니다. 화자는 술과 게으름과 무능이 이민의 세 원인이라고 보며, 나라를 바꾼다고 약점이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가장 자세히 그려지는 인물은 기술자 맥케이입니다. 박식하고 논쟁을 즐기지만 실패한 데다 희망이 없고 물질주의에 갇혀 행복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화자는 청교도적 교육이 사람을 자연에서 떼어 놓아 결국 물질적 탐욕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묻습니다. 대조되는 인물은 마부 출신 바니입니다. 늘 명랑하고 공손하며 노래에서 늘 선두에 서고, 상스러운 노래나 신을 모독하는 말 앞에서는 슬그머니 자리를 뜹니다.
제1편 아마추어 이민자: 병든 남자, 밀항자들
안개 낀 밤, 화자와 존스와 오라일리는 갑판 배수구에 엎드려 신음하는 노인을 발견합니다. 위경련을 호소하는 환자를 위해 의사를 찾아 나서지만, 당직 장교는 선원이냐고 묻고, 휴게 중이던 승무원 블랙우드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합니다. 화자가 장교의 명령이라고 받아치자 그제서야 마지못해 움직입니다. 취사실 요리사는 환자가 승객인 걸 알고 "그냥 승객이군" 하며 등불을 거두어 가고, 뱃사람 우두머리인 갑판장이 승객에 대한 선원들의 태도를 무심히 평합니다. 환자는 "어쩌자고 이 비참한 여행을 왔나" 하고 한탄하며 3등칸으로 돌아갑니다. 다음 날 그는 타인강 가에서 25년을 살아온 아일랜드 태생의 어부이자 막노동자로, 형을 만나러 오는 유람 여행길이었고 돌아갈 때는 일등 선실로 가겠다고 합니다. 가진 것이 많은 노동자라는 사실이 화자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그는 영국이 곧 뒤엎어져야 한다는 급진적인 생각을 차분히 말해 화자를 서늘하게 합니다.
일요일 3등칸 입구에서 달변의 새 인물이 이야기판을 장악합니다. 한때 선박 회사 장교였고 동인도에서 호사를 누렸고 공병대에 있었다며 재미나게 떠벌리지만 퇴역 경위는 모호합니다. 맥케이는 그가 밀항자라고 일러 줍니다. 화자는 밀항자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석탄 창고에 숨었다가 발각되면 일을 해서 용서받는데, 때로는 석탄가스나 굶주림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하고, 운 좋게 선박 사고에서 배를 구한 기관사 밀항자도 있다고 합니다. 이 배의 밀항자는 두 사람입니다. 알릭은 스코틀랜드 출신 기계공으로 불황에 일자리를 잃고 놀다가, 먼저 미국에 밀항해 성공한 친구 브라운 소식에 하숙집을 속이고 배에 올랐습니다. 선장 앞에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도 일을 얻고, 일은 최대한 피해 다닙니다. 다른 한 명은 데번 출신 청년으로, 형 집에서 눈치를 보다 걸어서 항구까지 가고 물이 새는 배들을 전전하다 글래스고 부두에서 사흘을 굶은 끝에 밀항을 택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이 청년은 알릭의 신뢰와 보호를 받고, 갑판의 키 큰 아일랜드 여자에게서 성냥을 얻는 짧은 만남이 이 장의 가장 따뜻한 장면입니다. 끝으로 표도 돈도 없이 한 남자를 따라 탔다는 소문이 도는 스코틀랜드 처녀가 3등칸의 시선을 받는 모습이 나옵니다.
제1편 아마추어 이민자: 개인적인 경험 및 후기, 뉴욕
화자는 이번 항해에서 두 가지 여행을 했다고 말합니다. 나라를 떠나는 여행이면서, 자기 신분과 식사와 대접에서 벗어나는 여행이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공병이나 석공이나 미국 해군의 하사관으로 짐작할 뿐 교육받은 신사로 보지 않았고, 갑판의 병든 여자 곁에서는 남편으로 오해받습니다. 사무장과 의사는 하루 종일 글만 쓰는 그를 놀리며 승객 명단 베끼는 일을 권합니다. 화자는 점차 3등칸 사람들의 방식에 길들어 간식과 디저트에 집착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예절이 상류 사회 못지않게 점잖고 정중함을 깨닫습니다. 노동자들은 정치에 맹목적이어서 "혁명이면 해결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사람을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가르는 것은 지갑이 아니라 성품이라고 화자는 말합니다. 그는 노동자의 게으름, 슬레이트공들이 술집에 간 사이 망치 소리를 대신 내 주는 '태퍼'라는 직업 이야기, 이야기 솜씨, 파이와 푸딩 같은 구체적 욕망이 삶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곁들입니다.
뉴욕에 가까워지자 보스턴의 여관에서 벽 틈 너머 어두운 방에 사내 셋이 웅크린 것을 보고 도망쳤다는 승객 맥노튼의 이야기를 포함해 무서운 소문이 돕니다. 화자는 그런 소문의 대부분이 과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존스를 따라 숙소를 정합니다. 비가 퍼붓는 일요일 저녁 두 사람은 웨스트 스트리트의 리유니언 하우스에 들어가, 주인 미첼이 권하는 술을 사양하다 시가를 받아 들고 첫 실수를 합니다. 화자는 오랫동안 약속의 땅이던 미국을 마침내 밟은 감회와 영국 청년들이 서부에 품는 환상을 길게 풀어놓습니다. 현실의 뉴욕에서 그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스코틀랜드 청년들을 만나 마음이 무겁고, 환전상과 서점 주인에게서 무례함과 호의가 교차하는 미국식 태도를 겪습니다. 흠뻑 젖은 바지를 숙소에 두고 떠나는 장면과 진심으로 배웅한 미첼에 대한 감사로 1편은 닫힙니다.
제2편 코커머스와 케스윅 (1871)
화자는 여행을 곧바로 쓰지 않고 오래 묵힌 뒤 기억에 남은 부분만 적는다고 밝히고, 쥐가 앞쪽 설교 원고를 갉아먹은 늙은 목사의 일화를 들어 "쥐가 멈춘 곳에서 시작하자"고 합니다. 코커머스의 여관에서 나선 저녁, 그는 문득 잉글랜드에 와 있음을 실감하고 같은 섬의 두 나라 사이의 보이지 않는 틈에 감탄합니다. 강가에서 캐나다 모자 공장을 하는 스메서스트를 만나게 되는데, 이 사람은 화자에게 자기 뗏목을 빌려 주며 "나중에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해맑은 선의의 소유자입니다. 화자는 의무감 때문에 뗏목이 즐겁지 않아 일찍 내리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어두운 의로움보다 이런 사람이 인생길에 서 있기를 바란다고 씁니다. 같은 날 전도지를 돌리는 젊은 전도사와 아이를 데리고 구걸하는 아일랜드 여인도 만납니다. 저녁 기차에서 스메서스트가 역으로 달려와 동승객에게 파이프를 건네는 장면, 케스윅 호숫가에서 바람에 치맛자락을 누르며 웃던 세 소녀, 런던 극장 지배인이라 소문난 인물이 흡연실을 장악한 밤으로 이 단편은 끝납니다.
제3편 가을의 효과 (1875)
프랑스 비평가의 인용으로 시작해, 빨리 지나친 풍경이 오래 머문 풍경보다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는 논지를 폅니다. 배낭을 멘 화자는 하이 위컴을 떠나 언덕길을 오르며 흐린 하늘 아래 갈색 숲과 종달새 소리가 가득한 '종달새의 나라'를 지나갑니다. 동행이 된 교구 경찰관은 죄인이 지쳐 스스로 찾아온다고 느긋하게 말하고, 너도밤나무 숲에서는 줄에 엉켜 꼼짝 못하는 하얀 당나귀를 풀어 주지만 당나귀는 고마워하기는커녕 비웃듯 울어 댑니다. 이 모습에 폭소하는 화자를 본 노처녀가 겁을 먹자 정중히 길을 묻습니다. 그레이트 미슨던에서는 장이 서고, 불 켜진 창 너머로 소녀가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엿봅니다. 이튿날 여관 주인과 지구 둘레를 놓고 셈하다 막히고, 웬도버의 언덕과 너도밤나무 숲, 공작새 서른 마리가 사는 '피콕 농장'을 지나, 낡은 여관 응접실에서 인형을 든 어린 리지와 만납니다. 새벽 교회 묘지에서는 일흔두 살에 죽은 사람의 무덤 위 꽃을 보며, 오래 충실히 사랑한 삶에도 위로가 있음을 생각합니다. 트링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갑니다.
제4편 캐릭과 갤러웨이의 겨울 산책 (1876)
눈 내린 아침 에어셔의 브라운 캐릭 언덕을 걷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조개를 캐러 가는 일흔여섯 살의 노인을 만나, 그 나이에는 아무도 일을 주지 않는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고, 방파제가 망가진 던주어 마을에서는 폐허가 된 성의 지하 저장고를 구경합니다. 1570년 카실리스 백작이 크로스라구엘의 성직자를 이곳에서 잔혹하게 괴롭혀 수도원 재산을 내놓게 했다는 악명 높은 사건도 곁들입니다. 메이볼 마을에서는 옛 지리서의 묘사를 인용하고, 술과 종말론 설교에 빠진 젊은이들과 근면하게 일어선 공장주들을 함께 그립니다. 탑의 장식 창이 달린 방에 갇혀 지냈다고 전해지는 노래 속 귀부인에 대한 상상, 눈 속의 달밤, 해빙 아침의 커크오스왈드와 번스의 흔적을 지나, 삼각 현관이 달린 거번 마을 집들의 특이한 모습을 소개하다 단편이 끊깁니다.
제5편 숲 노트 (1875~6)
퐁텐블로 숲 주변 평야의 해질녘에서 시작해, 농부와 폐허가 된 성, 왕의 숲을 놓고 프랑스 농민의 역사를 짧게 훑습니다. 영주의 성에서는 사냥이 벌어지고 농부는 모자를 벗고 곡식이 짓밟히는 것을 지켜보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어 화가들이 묵는 마을 여관의 여름 저녁이 펼쳐집니다. 수프가 나오면 영어와 프랑스어로 떠드는 식탁, 피아노 춤판, 달밤의 소풍, 나팔 소리를 따라 돌아오다 홀로 길을 잃은 사람이 샤이이의 종소리에 문득 고요를 듣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가한 시간」은 아침에 이젤을 메고 나서는 화가들과 따라붙는 떠돌이 개들, 나무 아래 모델이 된 채 시간을 보내는 오후를 그립니다. 「야유회」는 마차를 타고 그레즈의 강가까지 갔다가 비 때문에 흠뻑 젖는 이틀 여행이고, 「봄의 숲」은 이른 봄의 거친 아름다움과 숲속에서 밀랍 인형처럼 앉아 있던 이상한 가족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도덕」은 이 숲이 어째서 지친 사람들의 도덕적 온천인지를 풀어, 걱정과 의무를 잠시 잊게 하는 숲의 힘을 노래합니다. 시저의 목걸이를 단 사슴 이야기를 곁들여 숲이 시간을 지켜 주는 느낌을 보탭니다.
제6편 프랑스의 산간 마을 (1879)
『당나귀와 함께한 세벤 여행』의 첫 장으로 쓰려던 글입니다. 오트루아르의 르 모나스티에는 수도원 터에서 자란 언덕 마을로, 여자들이 길가에 앉아 레이스를 짭니다. 영국 시장 변화로 수입이 8분의 1로 줄자 춤과 흥청거림도 사라졌고, 주민들은 일요일이면 미사와 약국 상담과 술집으로 몰립니다. 화자는 이곳을 풍경도 사람도 스코틀랜드와 닮았다고 쓰고, 개신교인과 가톨릭 신자가 서로 지옥 이야기로 개종을 시도하는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합니다. 브라질에서 약사가 된 아들을 자랑하는 노인, 영어를 '사투리'라 여겨 깔깔대는 레이스 짜는 여인들, 초상화를 몇 번이고 거부하는 할머니, 그리고 의외로 거친 욕설이 이야기를 채웁니다. 미식가 도로 감독관과 함께 지방을 돌며 조르주 상드가 사투리를 수집하던 이야기를 듣고, 도로 인부에게서 마녀의 안식일에 얽힌 옛 미신과 양 떼 방울 소리, 눈 속에 갇히는 고원의 겨울을 듣는 데서 끊깁니다.
제7편 무작위 기억 / 제8편 이상적인 집
7편에서 화자는 어린이가 언어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알게 되는지 자신의 유년을 되짚습니다. 유모가 읽어 주던 성경 구절과 맥체인 목사의 시구가 뜻도 모르는 채 귀에 남았고, 시편 23편은 에든버러 근교의 들판과 묘지 아치와 구두주걱 같은 조각난 그림들로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병상에서 들은 『로빈슨 크루소』와 메인 리드의 소설, 전나무 숲길에서 요정 이야기를 읽으며 책을 사랑하게 된 날, 학교 독본의 낭송, 아버지 서재의 『로브 로이』와 월터 스콧에 대한 평가가 이어집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열 살 때의 판단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자는 아이가 어른의 아버지인가 하는 의문으로 글을 맺습니다. 8편은 상상 속의 이상적인 집을 설계한 글입니다. 사막과 흐르는 물이 곁에 있어야 하고, 오래된 정원은 코로 즐기며, 새 없는 정원은 감옥이라고 말합니다. 집은 한 층에 방은 넓고, 지도와 해도가 놓인 서재, 체육관, 장난감 병정으로 전쟁놀이를 하는 다락, 책이 가득한 겨울 거실이 있는 곳을 꿈꿉니다.
제9~12편 알프스 연작: 겨울의 다보스, 건강과 산, 알프스의 놀이, 알프스의 자극
9편은 눈 덮인 계곡의 요양 생활이 감옥처럼 단조롭다는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산책길은 정해져 있고 눈 때문에 색과 소리가 거의 없으며, 모든 골짜기가 마을 하나라 혼자 있을 곳이 없습니다. 그래도 폭풍 뒤 햇빛이 산봉우리를 황금빛으로 바꾸는 순간은 지상의 것 같지 않다고 합니다. 10편은 환자들이 리비에라의 온화한 해안 대신 차고 맑은 고산 지대로 가게 된 의학적 흐름의 변화를 소개하고, 콜로라도에서 삽을 드는 삶에 대한 공상을 거쳐 알프스 요양지의 낮과 저녁, 폭풍과 푄 바람을 그립니다. 11편은 독일어 연극과 영어 소극, 떠돌이 악사, 눈 위에서의 스케이트와 토보건 썰매 타기를 다룹니다. 특히 밤 별빛 아래 홀로 썰매를 타는 순간이 묘사의 정점입니다. 12편은 알프스 공기가 사람에게 주는 도취와 피로를 분석합니다. 건강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이며, 글쓰는 사람은 그곳에서 과장된 문장을 쓰게 된다고 유머러스하게 자조합니다.
제13~14편: 길, 불쾌한 장소를 즐기는 법
13편 「길」(1873)은 풍경을 감상하는 훈련을 권합니다. 자극적인 절경을 서둘러 훑는 대신 조용한 시골 풍경에 오래 머물러 작은 아름다움을 알아보라는 것입니다. 길의 굽이는 살아 있는 듯한 생기를 지니고, 인공적으로 반듯하게 설계한 길은 오히려 차갑습니다. 사람들이 길에서 만나는 만남, 굽이 너머가 궁금해지는 기대, 그리고 지평선으로 이끌리는 동경이 길에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14편 「불쾌한 장소를 즐기는 법」(1874)은 그 글의 후속편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서도 풍경을 호의적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하며, 풍경은 우리 기분의 색안경을 통해 보인다고 합니다. 화자는 바람이 계속 몰아치는 북해 연안의 헐벗은 고원에서 6주를 보낸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바람을 피할 은신처를 찾아 바닷가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가면 두 폐허 성과 잔잔한 바다 사이에서 평화를 느낍니다. 결국 어디에 있든 사람은 기쁨과 평온을 줄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말로 책이 마무리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두 번째 객실의 놋쇠 명판
화자는 이등 선실의 장점을 열거하며 마지막으로 가장 특별한 점을 말합니다.
in the second cabin ladies and gentlemen
이등 선실에서는 숙녀와 신사로 불린다.
3등칸 승객은 남자와 여자로 분류되지만 자기는 놋쇠 명판 덕에 아직 신사라는 것입니다. 그 신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농담이 이 책 전체를 흐르는 계급 의식의 출발점입니다. 값은 겨우 2기니 차이였습니다.
the satisfaction of being still privately a gentleman
여전히 은밀히 신사라는 만족감
웨일스 출신 존스와 화자가 함께 이웃을 관찰하다 서로를 관찰하고 있던 것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이 책의 시선이 어떤 태도인지를 보여 줍니다.
there was a pair of us indeed
정말로 우리 두 사람이 한 쌍이었다.
2. 이민이라는 말과 실패한 사람들의 배
이민선에 올라 화자가 가장 먼저 허무는 것은 이민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낭만입니다.
There is nothing more agreeable to picture and nothing more pathetic to behold.
상상하기에 이보다 유쾌한 것이 없고 눈으로 보기에 이보다 애처로운 것이 없다.
그는 갑판 위의 사람들을 용감한 개척자가 아니라 불황에 밀려난 사람들로 봅니다.
We were a shipful of failures, the broken men of England.
우리는 실패자들로 가득한 배, 잉글랜드의 꺾인 사내들이었다.
그런데 그 배는 눈물 없이 명랑합니다.
All were full of hope for the future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했다.
절망이 아니라 어색한 희망이 승객들을 지탱한다는 관찰은 이 책이 감상적이지 않으면서 따뜻한 이유를 알려 줍니다.
3. 피들 소리와 노래
뱃멀미로 쓰러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보고 화자는 문명의 값어치를 다시 생각합니다.
it is a more important matter to play the fiddle, even badly
서투르게라도 바이올린을 켜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다.
화자가 그에게 행복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특권이군요"라고 하자, 연주자는 그 말을 한참 곱씹은 뒤 확신에 차서 답합니다.
Yes, a privilege.
그래요, 특권이죠.
폭풍이 이는 밤의 선상 합창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스러운 유행가와 향수 어린 노래가 뒤섞여도 사람들은 같이 부르며 두려움을 달랬고, 밤바다에 울리는 선원의 외침이 화자에게는 시나 음악 어느 것보다 깊이 와닿았습니다.
All’s well!
이상 없다!
4. 3등칸의 얼굴들
3등칸의 인물 소묘는 이 책의 인물 관찰 솜씨를 가장 잘 보여 줍니다. 불행한 결혼 때문에 삶이 흐트러진 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God made ’em, and the devil he mixed ’em.
하느님이 만드시고 악마가 섞어 놓았지.
그는 그래도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배 안에서 가장 젊은 정신의 소유자로 그려집니다. 러시아인은 화자의 표현을 고쳐 말합니다.
The resolution to endure
견디겠다는 결의
화자는 이런 인물들의 사연을 비난 없이 적고, 승객 중 가장 사랑받는 바니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러움과 즐거움이 지닌 힘을 말합니다.
Nature is a good guide through life
자연은 인생의 좋은 길잡이다.
한편 객실 승객들이 자선가처럼 3등칸 사람들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장면에서는 분노가 터져 나옵니다.
They seemed to throw their clothes in our faces.
그들은 자기 옷을 우리 얼굴에 던지는 것처럼 보였다.
5. 도망으로는 고쳐지지 않는 것
화자는 술과 게으름이 이민의 큰 이유라고 보고, 장소를 바꾸는 일로 약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You cannot run away from a weakness
약점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해법은 내면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an aim in life is the only fortune worth the finding
삶의 목표야말로 찾을 만한 유일한 재산이다.
이 대목은 훈계처럼 들리지만, 바로 앞뒤에 놓인 인물들이 비난받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술을 인정하며 수줍게 "그게 내 문제죠"라고 말하는 스코틀랜드 사람 앞에서 화자는 오히려 자신이 비겁했음을 고백합니다.
6. 맥케이와 행복의 문화
기술자 맥케이는 유능하고 박식하지만 즐거움과 행복을 모릅니다. 그는 생산과 먹는 일이 전부라고 말합니다.
Eat, eat, eat!
먹어, 먹어, 먹으라고!
도덕에 관한 문학의 가치를 말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습니다.
Can I drive a nail?
내가 못을 박을 수 있느냐가 문제요.
화자는 그가 교육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행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그렇게 되었다고 봅니다.
Yet that is the whole of culture, and perhaps two-thirds of morality.
그런데 그것이 교양의 전부이고, 아마도 도덕의 삼분의 이다.
청교도적 교육이 사람을 자연에서 떼어 놓고 결국 물질적 탐욕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묻는 이 대목은 이 책 후반부의 즐거움에 대한 옹호를 예고합니다.
7. 병든 남자와 무관심한 규정
안개 낀 밤 배수구의 환자를 위해 의사를 불러 달라는 말에 승무원은 이렇게 답합니다.
That’s none of my business
내 일이 아닙니다.
요리사는 환자가 선원이 아니라 승객임을 알자 발길을 돌립니다.
It’s only a passenger!
그냥 승객이잖아!
화자에게 분노를 일으킨 것은 한 사람의 불친절이 아니라 승객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제도 전체의 분위기였을 것입니다. 환자는 부축받는 내내 신음합니다.
O why did I come upon this miserable journey?
아, 나는 왜 이 비참한 여행을 왔을까?
I had no call to come.
나는 올 이유가 없었어요.
이 대목은 이민 행렬 속에 섞인 유람객의 후회로 뜻밖에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을 보여 줍니다. 편안한 집을 가진 노동자가 항해 도중 3등칸의 환경을 견디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노동자의 생활 수준에 대한 증언이 되기 때문입니다.
8. 밀항자들
밀항자가 발각된 뒤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he has but one thing to pray for: that he be set to work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일을 맡겨 달라는 것이다.
알릭은 이 글에서 가장 생생한 인물입니다. 말솜씨가 좋고 몰락한 장인인 그는 자기 과거를 이렇게 씁쓸하게 웃어넘깁니다.
That was in my golden days, when I used finger-glasses.
내가 손 씻는 그릇을 쓰던 황금기의 일이지.
화자는 알릭을 경멸하면서도, 그가 후배를 대하는 선량함에서 미덕에 대한 취향을 발견합니다. 반대로 데번 청년은 같은 처지의 알릭이 내민 담배를 사양합니다.
you’re a stowaway like me; I won’t take it from you
당신도 나처럼 밀항자잖아요. 당신에게선 안 받을래요.
두 사람의 대비는 배운 사람과 일하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과 진실한 사람을 놓고 독자가 스스로 저울질하게 만듭니다.
9. 신사다움과 노동
화자는 3등칸에서 지낸 뒤 신사의 기준을 다시 생각합니다.
To be a gentleman is to be one all the world over
신사가 된다는 것은 세상 어디에서나 신사라는 뜻이다.
그는 시골뜨기가 귀족들 사이에서 우스꽝스러운 것만큼 귀족도 농부들 사이에서는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We are all ready to laugh at the ploughman among lords
우리는 귀족들 사이의 농부를 비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
But manners, like art, should be human and central.
그러나 예절은 예술처럼 인간적이고 핵심에 닿아야 한다.
노동에 대한 논의도 같은 균형 감각으로 쓰였습니다. 노동자들이 일을 싫어한다는 말은 가벼운 비난이 아니라 인간 전체에 대한 관찰입니다.
It is not sufficiently recognised that our race detests to work.
우리 인간이 일하기를 싫어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식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차이를 한 승객이 "미국에서는"이라는 말과 함께 이렇게 요약했다는 대목은, 경제를 숫자가 아니라 즐거움의 세목으로 보게 만듭니다.
you get pies and puddings
파이와 푸딩을 먹을 수 있죠.
10. 뉴욕, 무례하고 친절한 사람들
화자는 미국을 오래 약속의 땅으로 여겨 왔습니다.
For many years America was to me a sort of promised land
여러 해 동안 미국은 내게 일종의 약속의 땅이었다.
그러나 도착한 뉴욕은 장대비 속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스코틀랜드 청년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환전상과 서점 주인에게서 느낀 미국인의 태도를 그는 한 줄로 요약합니다.
the people were all surprisingly rude and surprisingly kind
사람들은 모두 놀랄 만큼 무례했고 놀랄 만큼 친절했다.
숙소 주인 미첼에 대한 감사의 말은 짧지만 따뜻합니다.
an honest and obliging landlord
정직하고 친절한 주인
강도 여관 소문과 실제의 낡은 방이 겹치는 대목에는 이 책의 유머가 있습니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도착이 호의로 끝난다는 구성은, 1편 전체가 이민의 불안과 인간적 온기를 함께 지닌 채 끝나게 합니다.
11. 스메서스트와 영국의 들길
2~3편은 화자가 걷기를 어떻게 즐기는지 보여 줍니다. 그는 자신의 취향에 이유를 대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But I do not seek to justify my pleasures.
그러나 나는 내 즐거움을 정당화하려 들지 않는다.
모자 공장 주인 스메서스트는 화자에게 뗏목을 빌려 주며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려 합니다. 화자는 그 선의에 감탄하며 이런 사람을 길가에 세워 두고 싶다고 쓰는데, 이 대목은 책 전체의 기질을 잘 보여 줍니다.
a happy-minded Smethurst
행복한 마음을 가진 스메서스트
3편의 도입은 빠른 걸음이 만드는 인상의 힘입니다.
Clear vision goes with the quick foot.
맑은 시야는 빠른 걸음과 함께 온다.
그는 자연이 그림을 닮았다고 느끼는 자신의 감각을 이렇게 짚습니다.
How like a picture!
정말 그림 같구나!
또한 남의 창 안을 엿보며 이야기를 상상하는 즐거움은 자기에게서 벗어나는 훈련이라고 말합니다.
it is salutary to get out of ourselves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유익하다.
묘지에서 일흔두 살에 죽은 사람의 무덤 위 꽃을 보고 늙도록 이어진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대목은, 풍경 묘사 사이에 놓인 이 편의 가장 조용한 정점입니다.
12. 눈 덮인 캐릭
4편에서 화자는 눈 속의 해안 마을에서 일흔여섯 살의 가난한 노인을 만납니다. 노인은 일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쓸쓸히 받아들입니다.
I doubt if I could.
내가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오.
화자는 그가 일하러 가는 뒷모습을 보며 눈 속에서 더듬는 손가락을 상상합니다.
his old fingers groping in the snow
눈 속을 더듬는 그의 늙은 손가락
마을 성에 갇혀 있었다고 전해지는 귀부인의 노래에서는 이야기의 사실 여부보다 보편적인 진실을 읽어 냅니다.
for all of us, some time or other, hear the gipsies singing
우리 모두는 언젠가 집시들의 노래를 듣게 된다.
화자는 술에 취한 젊은이들과 종말론 설교에 몰두하는 성직자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같은 마을에서 자수성가한 공장주들을 함께 기록합니다. 한 마을이 나쁜 점과 좋은 점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균형이 이 편을 단순한 풍경 스케치 이상으로 만듭니다.
13. 퐁텐블로 숲: 화가들, 야유회, 위안
5편은 책에서 가장 그림 같은 부분입니다. 화가 여관의 저녁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는 이렇게 가볍습니다.
I was looking for motives.
나는 그림 소재를 찾고 있었어.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다가 모델이 되는 오후도 같은 분위기입니다.
You make the jolliest motive.
자네가 제일 근사한 소재야.
야유회가 끝난 아침, 화려했던 전날이 비에 씻겨 가는 모습은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보여 줍니다.
How quick bright things come to confusion!
빛나는 것들은 얼마나 빨리 흐트러지는가!
이른 봄 숲의 아름다움은 호들갑스럽지 않고 쌉쌀합니다.
It is made sharp with a grain of salt, with a touch of ugliness.
그것은 소금 한 알과 약간의 추함으로 날카로워져 있다.
마지막 「도덕」에서 숲은 지친 사람이 쉬는 곳이 됩니다.
It is the great moral spa
그곳은 위대한 도덕의 온천이다.
화자는 숲속에서는 의무와 후회가 옷처럼 벗겨진다고 쓰지만 동시에 세상 밖의 충돌도 잊지 않습니다. 멀리 보이는 공장 굴뚝은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현실의 표지로 놓입니다.
14. 산간 마을, 유년의 독서, 이상적인 집
6편은 르 모나스티에의 일상에서 생계의 변화와 사람들의 온기를 그립니다.
It is a people of lace-makers.
이곳은 레이스를 짜는 사람들의 마을이다.
도로 감독관과의 우정에서 화자는 사람들의 사회성을 설명합니다.
enthusiasm and special knowledge are the great social qualities
열정과 전문 지식이야말로 위대한 사교적 자질이다.
7편의 회상에서는 독서가 시작된 순간이 또렷하게 남습니다.
it was then that I knew I loved reading
그때 나는 내가 책 읽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이는 모두 고전주의자라는 말도 어린 시절 구두주걱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Children are all classics
아이들은 모두 고전주의자다.
8편의 이상적인 집은 거창한 저택이 아니라 사막과 물이 있는 곳, 새가 노래하는 정원입니다.
a desert and some living water
황야와 흐르는 물
without birds a garden is a prison-yard
새가 없는 정원은 감옥의 마당이다.
정원을 눈이 아니라 코로 가꾸라는 격언도 같은 맥락입니다.
cultivate the garden for the nose, and the eyes will take care of themselves
정원은 코를 위해 가꾸라. 눈은 저절로 돌봐진다.
15. 알프스의 겨울
다보스 연작의 핵심은 요양객의 체험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입니다. 눈 덮인 계곡이 감옥 같다고 투덜대던 화자는 10편에서 의학의 흐름이 바뀌어 환자도 고산 지대에서 일하며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합니다.
he can be a kind of a man after all and not merely an invalid
그는 결국 환자에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밤의 토보건 썰매 타기는 이 연작에서 가장 속도감 있는 대목입니다.
the true way to toboggan is alone and at night
썰매를 타는 진짜 방식은 홀로 밤에 타는 것이다.
알프스 공기의 도취는 건강이라기보다 들뜸이라고 합니다.
He is perhaps no happier, but he is stingingly alive.
그는 더 행복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쓰릴 만큼 살아 있다.
It may not be health, but it is fun.
건강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재미있기는 하다.
이 공기가 글쓰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풍자한 한 줄은 작가의 자기 풍자 능력을 보여 줍니다.
All his little fishes talk like whales.
그의 작은 물고기들이 모두 고래처럼 말한다.
16. 길과 불쾌한 장소
13편 「길」은 풍경 감상의 방식을 가르칩니다. 굽이진 길은 마치 바다 위의 배처럼 움직입니다.
like a long ship in the hollows of the sea
바다의 골짜기에서 움직이는 긴 배처럼
길에서 만나는 사람이 드물던 시골 사람은 도시를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a great deal of meeting thereabouts
이 근처엔 만남이 참 많군요.
그리고 길은 지평선을 향한 동경을 불러일으킵니다.
the passion for what is ever beyond
언제나 저 너머에 있는 것을 향한 열정
14편은 앞 편의 결론을 가장 실용적인 태도로 바꿉니다. 풍경은 우리가 쓰는 안경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We see places through our humours as through differently coloured glasses.
우리는 기분이라는 색색의 안경을 통해 장소를 본다.
바람에 시달린 북쪽 해안에서 바람이 닿지 않는 은신처를 발견했던 기억은 이 책의 가장 평온한 장면입니다.
The pleasure was to be out of the wind
즐거움은 바람을 벗어나 있다는 데 있었다.
화자는 가장 싫어하던 곳에서 가장 큰 평화를 얻었다고 고백하며 마지막 문장으로 책 전체의 태도를 요약합니다.
there is no country without some amenity
즐거움이 전혀 없는 시골은 없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여행 에세이』는 열네 편이 독립적이어서 어느 편에서나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1편 「아마추어 이민자」의 「병든 남자」와 「밀항자들」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인물 묘사와 유머, 사회를 보는 시선이 가장 선명합니다. 걷기와 풍경이 궁금하다면 3편 「가을의 효과」와 4편 「캐릭과 갤러웨이의 겨울 산책」이 좋은 출발점입니다. 숲과 위안에 끌린다면 5편 「도덕」과 「봄의 숲」을, 짧고 생각거리가 많은 글을 원한다면 13편 「길」과 14편 「불쾌한 장소를 즐기는 법」을 권합니다. 이 책에는 미완의 '단편'이 여럿 있어 중간에서 끊기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그 끊김마저도 걷다가 멈춘 여행의 한 순간처럼 읽을 수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영국인의 시각이 곳곳에 배어 있어 계급과 민족에 대한 표현은 시대의 눈으로 읽어야 하지만, 낯선 곳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여겨보는 태도는 지금 여행하는 독자에게도 여전히 쓸모 있는 안내가 됩니다.
ReadGem 앱 소개
ReadGem 앱은 세계 고전을 읽으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다국어 독서 플랫폼입니다.
원문과 번역을 문장별로 나란히 보여 주어 언어 간 표현을 비교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의 모든 문장을 TTS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의 서재는 퍼블릭 도메인의 오래 사랑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하며, 삽화가 실린 책도 많습니다.
ReadGem 앱은 독자와 함께 번역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읽다가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는 문장을 만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AI 앱에 그 문장의 새 번역을 요청하고 결과를 ReadGem에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안은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것(또는 여러 제안을 합친 것)이 모든 독자가 읽는 번역이 됩니다.
아직 번역이 없는 언어에서는 처음부터 AI와 함께 번역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본이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일이 그렇게 줄어듭니다.
『여행 에세이』의 영어 원문을 ReadGem 앱에서 직접 들어 보세요.
모든 문장을 원어 음성으로 따라 들으며 이야기를 귀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ReadGem 앱은 Android와 iOS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