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30년 출간
The Clue of the Silver Key
은색 열쇠의 단서
런던 한복판에서 택시 안 시신과 공원 휠체어 위의 노인이 잇따라 죽고, 은칠한 열쇠 하나와 위조된 은행 명세서를 쥔 맥주광 형사와 젊은 여배우가 가짜 얼굴들의 정체를 쫓는 추리 소설
The art of being a detective is to know nothing
탐정이라는 기술은 아무것도 모르는 데 있다.
In the darkness the key was glowing like green fire.
어둠 속에서 열쇠가 초록빛 불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
밤마다 호화로운 파티를 여는 정체불명의 부호 워싱턴 워스, 눈이 거의 먼 고리대금업 은퇴자 허비 라인, 그의 시중을 드는 하인 비니, 발명가 딕 앨런비와 신인 여배우 메리 레인, 도박벽 있는 은행 지점장 레오 모란, 그리고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스코틀랜드 야드의 슈어풋 스미스. 소설은 새벽 거리에서 택시 안에 버려진 좀도둑 틱클러의 시신으로 시작해, 리전트 공원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총에 맞은 라인, 위조된 은행 잔고 명세서, 사라진 공기총, 야광 물감을 칠한 열쇠 한 개를 따라 한 사람의 이중생활을 벗겨 나간다. 마지막 3분의 1은 가스가 새는 호텔 방, 벽돌 속 비밀 은신처, 형사 납치와 불타는 오두막, 인질이 된 메리를 구하는 밤샘 추격으로 이어진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 애거사 크리스티 『스타일스의 괴사건』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
- G. K. 체스터턴 『브라운 신부의 결백』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
한 권 요점
The Clue of the Silver Key
『은색 열쇠의 단서』는 영국 작가 에드거 월리스의 장편 추리 소설로, 1930년경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월리스는 1875년에 태어나 1932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범죄물과 스릴러를 써낸 다작 작가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 책은 30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라디오와 비행기와 자동차 추적, 시카고식 갱 살인 같은 1920년대 말의 새로운 풍경이 런던의 오래된 거리 위에 겹쳐 있습니다. 퍼즐의 뼈대는 단순하지만 장치가 영리합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그가 어떻게 여러 개의 얼굴을 한꺼번에 유지하는지가 핵심이고, 그 해답은 형사의 과학이 아니라 어린 시절 한집에 살았던 젊은 여성의 기억에서 나옵니다. 여기에 규칙을 아랑곳하지 않는 괴짜 형사 슈어풋 스미스의 입담이 더해져, 긴장과 웃음이 쉼 없이 번갈아 나옵니다.
줄거리
제1~4장: 파티, 택시, 그리고 숫자 하나
책은 등장인물 명단처럼 시작합니다. 발명가 딕 앨런비, 한량 제리 도른포드, 연극 모험가 마이크 헤네시, 단역 배우 메리 레인, 은행가 레오 모란, 좀도둑 호레이스 톰 틱클러, 파티를 여는 워싱턴 워스, 늙은 허비 라인과 그의 하인 비니, 그리고 슈어풋 스미스입니다. 워싱턴 워스는 런던 켈너 호텔의 큰 방에서 한 달에 한 번 무명 배우와 합창단원 스무서른 명을 불러 파티를 엽니다. 이름을 적은 작은 명찰을 달게 하고, 금발에 뿔테 안경, 흰 가죽장갑, 가성 같은 목소리로 손님의 손에 입을 맞추는 사람입니다. 그는 마이크가 연출하는 연극 『운명의 절벽』의 돈줄이기도 합니다. 메리는 마이크의 부탁으로 파티에 들렀다가 일찍 빠져나오고, 마이크는 취한 워스에게 발포성 가루약을 먹여 정신을 차리게 한 뒤 그를 차에 태워 보냅니다. 그 차 곁에는 낯선 작은 사내가 따라붙다 나가떨어집니다.
그 사내가 틱클러입니다. 한때 라인 집에서 일하다 도둑질로 쫓겨난 그는 한밤 베인즈 뮤즈의 작은 집 위층에서 누군가 만취해 노래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고 공갈로 한몫 잡을 꿈에 부풉니다. 정작 거리에서 슈어풋 스미스와 마주쳐 몸수색을 받고, 새벽 네 시 무렵 클럽 앞에 서 있던 택시의 문을 연 스미스와 딕이 얼굴에 총을 맞은 시신을 발견합니다. 주머니에서는 1파운드 지폐 백 장이 나옵니다. 스미스는 이것을 시카고식 '태워 가서 죽이기'에 비유하며 과학이 범죄를 부추긴다고 투덜대는데, 마침 딕의 작업실에는 폭발력으로 공기를 압축하는 특이한 공기총이 있고, 스미스는 맥주 네 병을 비우면서 그 총이 범행 도구일지 모른다고 넌지시 말해 딕을 발끈하게 합니다. 이어 익명의 쪽지가 스미스에게 날아와 틱클러를 죽인 자를 알고 싶으면 'L. 모란'을 찾아가라고 알려 줍니다.
제5~8장: 눈 먼 노인, 은행가의 호화 저택, 그리고 빚쟁이
메리는 라인의 피후견인입니다. 아버지가 남긴 이만 파운드 가운데 연 백오십 파운드만 쥐여 주는 노인은 딕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불쾌해합니다. 소설은 노인을 한 장 가득 그립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상류층 상대로 돈을 빌려 준 고리대금업자로, 상대를 모두 바보로 여기고, 시력은 거의 잃었지만 숫자는 머릿속으로 기억합니다. 지점장 모란이 찾아오자 그는 계좌 잔액을 외우듯 확인하고, 모란은 "그 하인 놈 듣고 있지 않나" 하는 노인의 의심을 한참 견딥니다. 한편 클럽에서는 빚에 쫓기는 제리 도른포드가 외교 사무관 아서 줄스로부터 딕의 공기총을 훔쳐 오면 이천 파운드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고민합니다. 제리는 딕의 작업실에 몰래 들어가 열쇠 모양을 베끼고, 그날 밤 라인을 찾아가 파산을 늦춰 달라 청하지만 노인은 다음 날 저녁 여섯 시까지 돈을 가져오라고 못 박습니다. 모욕을 못 이긴 제리가 고함을 치자 노인은 비니를 불러 내쫓게 합니다.
스미스는 모란의 집을 방문해 살림을 훑어봅니다. 연봉 천이백 파운드 지점장이 감당하기엔 너무 호화로운 페르시아 양탄자와 진품 코로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모란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고 답하고, 은행이 지긋지긋하다며 갑자기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라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2년 전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스미스가 떠난 뒤 모란은 벽 금고에서 여권과 기차표와 지폐 뭉치를 꺼내 확인합니다. 라디오에서는 모란의 은행 제도 강연이 흘러나오고, 노인은 투자한 카사리 석유 주식을 걱정하며 중얼거립니다.
제9~12장: 사라진 총, 은색 열쇠, 그리고 한밤의 서명
딕은 극장 분장실에서 메리에게 독일 에센의 엑슈타인 사로부터 특허 값으로 만 파운드 제안이 왔다고 전합니다. 모란도 불쑥 나타나 휴가를 얻으면 편지를 대신 챙겨 달라고 열쇠를 맡기겠다고 부탁합니다. 안개 낀 밤 딕이 작업실에 돌아가 보니 승강기 전구는 빠져 있고, 문에는 조잡한 열쇠가 끼어 있으며, 총은 사라졌습니다. 딕은 스미스에게 연락하고, 스미스는 현장에서 진주 단추 하나를 줍습니다. 이튿날 클럽에서 제리가 이미 총을 훔쳤다고 털어놓자 줄스는 특허가 이미 보호되고 있어 값어치가 없어졌다며 강에 던지라고 둘러대고, 제리는 이천 파운드를 놓친 채 분노를 삼킵니다.
스미스는 그 밤 취중 노래 이야기를 잊은 순경을 다그쳐 베인즈 뮤즈의 방을 찾고, 영장 없이 문을 따고 들어갑니다. 침대는 없고 정장 한 벌, 가발 세 개, 향수, 외눈 안경이 숨겨진 벽장에 있으며, 흰 장갑 안에서 은색 물감을 칠한 큰 열쇠가 나옵니다. 그날 자정 무렵 모란은 메리의 집을 찾아와 허비 라인과 자신의 이름으로 된 주식 이전 서류에 서명하게 합니다. 이튿날 낮 마이크가 연극 폐막을 알리며 뭔가에 쫓기는 얼굴로 나타나고, 메리는 라인의 휘갈긴 연필 쪽지를 받습니다. "오후 세 시에 모란을 데려와라. 경찰도 데려오되 모란은 모르게." 메리는 딕과 스미스와 함께 달려가지만 라인은 집에 없고, 리전트 공원 사설 정원에서 비니가 신문을 펼친 채 휠체어 곁에 앉아 있습니다. 노인은 졸고 있는 듯 보이지만 등에서 가슴으로 총을 맞아 이미 숨져 있습니다. 도중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던 차를 운전하던 사람은 제리 도른포드였습니다.
제13~16장: 사라진 지점장, 위조된 명세서, 마이크의 눈물
비니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고 합니다. 부엌 창유리는 이틀 전부터 깨져 있었고, 모란은 방금 서둘러 집을 떠났으며, 그 집 침실 옷장에는 소총 두 정과 소음기 여섯 개가 있습니다. 창에서 노인이 숨진 자리까지는 이백 야드가 채 안 됩니다. 한편 은행 회계 담당자는 라인 계좌에서 6만 파운드가 발행된 사실과, 라인이 메리에게 쪽지를 쓴 종이 뒷면의 잔고 명세서가 이십만 파운드가량 부풀려진 가짜임을 확인해 줍니다. 큰 수표는 모두 버밍엄의 한 은행을 거쳤고, 유일하게 특정 개인에게 간 수표는 워싱턴 워스의 이름이었습니다. 수표 뒷면에는 지워진 연필 글씨 "Don't send any more Chinese e"가 있습니다. 메리는 이 문구에 표정이 바뀌지만 딕에게도 숨깁니다.
스미스는 지친 얼굴의 마이크를 찾아내 맥주집 뒷방에서 추궁합니다. 마이크는 라인이 살해됐다는 말에 얼어붙은 듯하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습니다. 그는 워스를 위해 은행에서 큰돈을 찾아 대신 건네 왔고 그가 가발을 쓴다는 것도 알지만 정체는 모른다고 우깁니다. 스미스가 붙인 미행은 마이크를 놓칩니다. 그날 밤 메리의 집은 누군가에게 샅샅이 뒤져지고, 욕실 벽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으며, 표적은 스미스가 마이크에게 넌지시 알려 준 은행 명세서였습니다. 스미스가 집무실에서 야광 칠 열쇠가 어둠 속에서 초록빛으로 빛나는 것을 발견한 직후, 딕이 와서 마이크의 가정부가 워털루 역에서 주인을 못 만났다고 알립니다. 그리고 버킹엄셔 경찰이 콜른브룩 우회로에서 '시카고식'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이 들어옵니다. 초록색 넥타이를 한 건장한 마흔다섯 살 남자입니다.
제17~19장: 열쇠와 수표, 카사리 석유, 도른포드의 최후
시신은 마이크로 확인됩니다. 훔친 차는 서식스 가든스에 버려져 있고, 쿠션 밑에서 '레오 모란에게, 윌즈던 지점 동료 일동'이라 새겨진 은제 담배갑이 나옵니다. 스미스는 수상쩍다고 여깁니다. 메리는 수표 필적이 라인의 것임을 알려 주고, 어린 시절 그 집에서 살림을 맡은 적이 있다며 일주일만 자유롭게 조사하게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스미스는 열쇠 복제본을 만들어 주고 형사 셋에게 은밀히 호위를 시킵니다. 이 무렵 카사리 석유 주식이 하룻밤에 25실링에서 95실링으로 뛰고, 최대 주주가 모란임이 드러납니다. 그는 서류상 백만장자입니다.
메리는 큰 수표들의 날짜를 알고 싶다고 하고, 답은 하나같이 17일입니다. 그러나 이유는 일주일 뒤에 말하겠다며 입을 다뭅니다. 얼마 뒤 서닝데일 경찰에서 전보가 옵니다. 도난당한 공기총이 도른포드 소유의 땅에서 시신 아래 구덩이에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사고였다고 추정됩니다. 총을 파묻으려던 중 장전된 총이 발사된 것이고, 주머니에는 대금업자 스텔비 사가 보낸 독촉장과 줄스를 곤란하게 할 메모가 있습니다. 메리는 비니를 뉴캐슬로 보냅니다. 이름을 바꾼 라인 집의 옛 고용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라는 임무이고, 비니는 불평하며 밤차에 오릅니다.
제20~22장: 빈 집의 한밤, 호텔의 가스, 가짜 유서
메리는 몰래 복제 열쇠를 들고 라인 집 뒤뜰의 작은 문을 엽니다. 열쇠는 돌아가고, 어둠 속에서 여자의 흐느낌이 들리며, 문이 닫히고 큰 손이 입을 막습니다. 가성 섞인 "아, 레인 양, 어찌 이러십니까?"는 워싱턴 워스의 목소리입니다. 메리는 기절한 척하고 빠져나가 미행 형사 스텐퍼드를 만납니다. 그러나 형사가 집을 조사하러 간 사이, 스미스의 전화 경고를 받고 방문을 잠근 메리는 문에 몸을 던지는 소리 앞에서 "모란이 침입하려 한다"고 전화에 대고 외쳐 위기를 넘깁니다. 이튿날 스미스는 뉴욕 경찰이 보낸 사진을 받고, 모란의 은행 사람들은 모란이 한때 미국에서 몇 년을 보냈음을 알려 줍니다.
메리는 스미스의 권유로 헤이마켓 근처의 조용한 구식 호텔로 옮기고, 딕은 라인 재산 정리로 프랑스에 가던 길에 기차 창밖에서 모란을 봅니다. 스미스는 수색에 나서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어느 밤 호텔에서 메리는 자기 방 프랑스 창이 열리고 키 작고 땅딸막한 사내의 그림자가 문가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지릅니다. 스미스가 오자 옆방에서 가스 냄새가 나고, 안에는 가스를 맡고 쓰러진 모란이 있습니다. 모란은 구조되고, 책상 위에는 모란이 세 사람, 곧 틱클러와 라인과 마이크를 죽였다고 자백하고 죽으려 한다는 타자 쓴 문서가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스미스는 방에 타자기가 없고, 문 안쪽이 잠겨 있었으며 열쇠가 메리의 방 바닥에 떨어져 있고, 창에 붙은 테이프가 바깥쪽에 있다는 점을 짚습니다. 위장 자살입니다. 스미스는 유서 속에서 비니를 지나치게 좋게 쓴 대목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워싱턴 워스는 비니, 그 자신이라고.
제23~26장: 수표의 비밀, 벽 속의 방
스미스는 뉴욕에서 온 전보를 근거로 '런던 렌'이라는 별칭의 갱 비니의 정체를 동료들에게 설명합니다. 그는 오래된 하인 행세로 부잣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하는 자입니다. 메리가 17일을 단서로 밝혀낸 방식은 이렇습니다. 라인은 그날 상인들에게 외상을 갚는 습관이 있었고, 수표 뒷면에 상인을 꾸짖는 메모를 휘갈겼습니다. 달걀 장수에게 보낸 메모가 "더는 중국산 달걀을 보내지 마라"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눈이 먼 라인은 몇 해 전부터 현금으로만 갚았고, 17일마다 비니가 연필로 금액을 적은 수표에 노인의 서명을 받은 다음 지우고 큰 금액을 써넣어 자기 계좌로 빼돌렸습니다. 스미스의 추리로는 라인의 돈은 모란이 아니라 비니에게 흘러갔고, 마이크는 비니의 지시로 모란 행세를 하며 노인을 만난 공범이었습니다. 의심을 받은 노인이 경찰을 부르는 쪽지를 쓰자 비니가 그를 죽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모란은 회복되어, 라인이 죽던 날 창밖으로 비니가 휠체어를 한 바퀴 도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합니다. 모란의 주식 거래도 정당했고, 그는 메리에게서 산 주식을 산 값 그대로 되돌려 주겠다고 합니다. 메리는 평생 쓰고도 남을 재산을 갖게 됩니다.
스미스는 라인의 집을 다시 수색합니다. 휠체어의 바퀴 흔적을 확인하고, 부엌 서랍에서 고무 흡착식 진공 펌프와 연두색 물감, 퍼티 덩이를 찾습니다. 복도 문짝 안쪽의 둥근 자국을 긁어내자 총알이 박혔던 구멍이 드러납니다. 노인은 공원이 아니라 이 복도에서 죽은 것입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벽 속에서 나온 비니는 얼굴을 노랗게 칠하고 변장해 핀칠리 로드의 사무실로 숨어듭니다. 스미스가 자신을 허영심 많은 자라고 평한 것에 분노한 그는 도주 대신 형사에게 보복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사이 점심 자리에서 메리는 부엌에 있어야 할 식료품 저장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해 냅니다. 스미스가 진공 펌프를 흰 타일에 붙여 당기자 벽돌 하나가 빠지면서 비니의 은신처가 열립니다. 방은 이미 비어 있고, 접시에는 변장에 쓴 노란 염료가 남아 있습니다.
제27~30장: 납치, 불꽃, 그리고 새벽의 정원
그날 밤 스미스는 템스 강변 산책로에서 자가용 곁의 중년 여인에게 운전사가 취했다는 부탁을 받고 차 안을 들여다보다가 의식을 잃습니다. 여인은 노란 칠을 한 얼굴에 가발을 쓴 비니였습니다. 깨어난 스미스는 자신이 늘 지니고 다니던 수갑에 손이 묶인 채 타플로 근처의 새 오두막으로 끌려갑니다. 비니는 총에 소음기를 달고 땅을 파며 묻을 준비를 합니다. 스미스는 이곳이 이미 경찰의 감시 아래에 있다고 허세를 부려 비니의 확신을 흔들고, 석유램프를 바구니에 던져 불을 냅니다. 불길 속 몸싸움 끝에 구덩이에 떨어진 스미스는 총소리를 듣고, 곧 부하 경사가 구해 줍니다. 비니는 경찰관의 제복을 빼앗고 농부의 차를 가로채 도주합니다.
그 사이 메리는 경찰서 숙소의 침대에서 잠들지 못하고 스코틀랜드 야드로, 다시 웰윈 쪽으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당합니다. 지나가던 차를 얻어 탔는데 운전자가 비니입니다. 비니는 그녀를 인질 삼아 빈 저택으로 끌고 가며 주머니의 편지를 길에 하나씩 떨어뜨리는 메리의 흔적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창문을 깨고 들어가려는 순간 스미스의 불빛이 그를 비추고, 뒤에서 몰래 다가온 형사의 경찰봉이 그를 쓰러뜨립니다. 비니는 재판을 받고 펜턴빌 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됩니다. 스미스는 평생의 규칙을 깨고 맥주 대신 독한 술을 마십니다.
대목별로 읽기
1. 워싱턴 워스의 파티
책의 첫 사건은 범죄가 아니라 파티입니다. 워스의 파티는 호사스럽지만 이상하게 건전합니다. 마이크가 좀 더 화끈한 모임을 제안하자 워스는 손사래를 칩니다.
"I want nothing fast," he said.
"나는 경박한 건 싫소." 그가 말했다.
수상한 큰손의 파티가 지나치게 점잖다는 점이 첫 복선입니다. 후원자를 잃을까 불안해하는 마이크는 이렇게 소개됩니다.
A lovable soul, entirely dishonest.
사랑스러운 영혼이지만 철저히 부정직한 사람.
소설은 처음부터 모든 인물을 서로 다른 거짓의 값으로 달아 보고 있습니다. 울면서 파산을 선언하는 마이크의 재주도 그 일부입니다.
He could cry very convincingly when he was ruined
그는 망했을 때 아주 설득력 있게 울 수 있었다.
2. 택시 안의 시신
틱클러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순경과 형사 사이를 오가다가 이상한 허세를 부립니다.
"I'm a detective," he said.
"난 탐정이오." 그가 말했다.
그 직후 정말로 그가 맡은 임무는 죽음으로 끝납니다. 길가의 택시 문을 연 스미스는 시카고를 떠올립니다.
Taken for a ride
차에 태워져 끌려갔다.
영국식 살인이 미국식 '태워 가서 죽이기'로 읽힌다는 점이 이 사건을 낯설게 만들고, 이후 스미스의 불안을 이끕니다. 주머니에 남은 백 파운드는 강도도 돈줄도 아닌 범인의 이상한 침착을 보여 줍니다.
3. 슈어풋 스미스, 과학을 싫어하는 형사
스미스는 이 책의 목소리입니다. 그는 과학이 범죄를 쉽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Science is the ruin of the country!
과학이 나라를 망친다!
딕의 공기총을 의심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에 시비를 겁니다.
It's not you I am up against, but science.
내가 상대하는 건 당신이 아니라 과학이오.
그는 갱 범죄가 영국으로 건너온다는 점도 못마땅해합니다.
It's the Americanisation of English crime that is worrying me.
나를 걱정시키는 건 영국 범죄의 미국화요.
과학과 기계를 못마땅해하면서도 정작 사건의 해결에는 야광 물감, 특허, 타자기 활자체 같은 과학의 자취가 깔려 있다는 반어가 이 책의 재미입니다. 이름 '슈어풋'도 말이 못 이긴 경주마에서 따온 세례명이라는 농담이 붙어 있습니다.
It was his baptismal name.
그것은 그의 세례명이었다.
4. 허비 라인과 바보들의 바다
라인은 평생 사람을 바보로 보며 산 노인입니다. 서술자는 그의 세계관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the galley of his life floated serenely on a sluggish sea of fools
그의 인생이라는 갤리선은 바보들의 느릿한 바다 위를 평온히 떠갔다.
빚진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도 그의 논리가 있습니다.
He owes me money, therefore he is a gentleman.
내게 빚을 졌으니 신사지.
하지만 자신만은 속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바로 약점입니다. 눈이 거의 멀었는데도 인정하지 않고, 비니가 읽어 주는 신문과 장부 숫자에 의지합니다. 이 자만이 하인의 사기를 가능하게 한 조건입니다.
5. 모란의 두 얼굴
모란은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로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호화로운 집, 도박벽, 소총과 소음기, 갑작스러운 휴가와 비행기까지 단서가 모두 그를 가리킵니다. 그는 스미스 앞에서 은행에 대한 증오를 터뜨리며 자기 약점을 인정합니다.
I'm a gambler; I always have been a gambler.
나는 도박꾼이오. 늘 그래 왔소.
자기를 낮추는 말도 덧붙입니다.
I'm just a poor little bank manager, who hates banking
나는 은행이 싫은 가난한 작은 지점장일 뿐이오.
독자는 이 고백을 범인의 속내로 읽기 쉽지만, 결말에서 그의 큰 재산이 석유 주식 투기에서 나온 것임이 드러납니다. 의심 가는 사람이 범인이 아니라는 고전적 장치를 월리스는 소음기와 비행기로 한껏 부풀립니다.
6. 제리 도른포드의 신사도
제리는 빚에 몰려 도둑질에까지 손을 대지만 끝까지 체면을 놓지 않습니다.
Jerry never forgot he was a member of Snell's and a gentleman.
제리는 자신이 스넬 클럽 회원이며 신사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
그를 부추기는 줄스는 이렇게 달랩니다.
It takes all sorts of people to make a world, my friend
세상은 온갖 사람이 어울려 만들어지는 것이라네, 친구.
제리는 이 소설에서 가장 헛다리를 짚는 인물입니다. 훔친 총으로는 돈을 못 받고, 달리는 차 소리 때문에 노인 살해의 용의자가 되며, 마지막에는 총을 묻다가 사고로 죽습니다. 신사의 허울은 끝내 값을 하지 못합니다.
7. 사라진 총과 진주 단추
딕의 작업실에서 공기총이 사라지자 스미스는 바닥에서 진주 단추를 줍고는 곧바로 한 발 물러섭니다.
This sort of thing only happens in stories
이런 일은 이야기에서나 일어나는 법이오.
단서의 쓸모를 스스로 낮추는 형사의 태도가 소설 전체의 어조입니다. 총을 도둑맞고도 걱정하는 쪽은 딕이지만, 스미스는 놀랄 만큼 느긋합니다.
we shall find out who did it
누가 그랬는지 우리는 알게 될 것이오.
총기 분실이 곧 누군가의 사고로 이어지리라는 예감은 맞아떨어지지만,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정작 가장 어리석은 도둑 본인입니다.
8. 은색 열쇠
제목이 된 열쇠는 스미스가 베인즈 뮤즈의 방에서 가져온 물건입니다. 그가 처음 눈여겨보는 것은 색입니다.
it had been painted with silver paint
그것은 은색 물감으로 칠해져 있었다.
칠이 서툴러 오히려 눈에 띕니다.
Any plater would have made a better job of it.
도금공이라면 훨씬 잘했을 것이다.
그러다 전구가 나간 밤, 열쇠가 어둠 속에서 빛나기 시작합니다.
In the darkness the key was glowing like green fire.
어둠 속에서 열쇠가 초록빛 불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야광 물감은 어둠 속에서도 열쇠를 찾으려는 실용적 목적이었음이 나중에 풀립니다. 이 열쇠가 끝내 메리의 어린 시절 기억과 맞물려 사건을 여는 장치입니다.
9. 정원의 죽음
라인의 마지막 쪽지는 메리에게 전달됩니다.
Bring Moran to me without fail at three o'clock this afternoon.
오늘 오후 세 시에 반드시 모란을 내게 데려오너라.
쪽지의 구성이 이상합니다. 모란을 부르고는 곧바로 경찰관을 부르되 모란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합니다. 스미스가 휠체어 곁에서 노인의 외투를 열어 보는 장면은 짧고 담담합니다.
He's been shot through the back.
그는 등을 관통당해 총에 맞았소.
정원, 휠체어, 졸고 있는 줄 알았던 노인, 곁에서 신문을 읽던 하인이라는 배치는 목격자 모두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자리를 만들어 냅니다. 총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가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핵심 의문으로 남습니다.
10. 마이크 헤네시의 마지막 거래
마이크는 눈물로 위기를 넘기는 데 익숙하지만, 스미스 앞에서는 한 번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섭니다.
How did I get out of the gutter--by taking notice of threats?
내가 어떻게 밑바닥에서 올라왔겠소, 협박에 신경 쓰면서였겠소?
그 자신감이 목숨을 앗아 갑니다. 스미스가 메리에게 은행 명세서가 있다고 일러 준 한마디가 마이크를 통해 범인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메리의 집이 털린 이유가 됩니다. 스미스는 그 책임을 인정합니다.
I am the clever fellow that gave it away
그걸 누설한 영리한 사람이 바로 나요.
콜른브룩 우회로에서 발견된 마이크의 얼굴을 서술자는 짧게 묘사합니다. 이 소설은 죽음을 선정적으로 늘어놓지 않고 곧바로 다음 단서로 넘어갑니다.
11. 메리의 조사
메리는 단순한 구출 대상이 아니라 추리의 주체입니다. 스미스가 과학을 푸념하는 사람이라면, 메리는 일상의 기억을 단서로 쓰는 사람입니다. 스미스는 이를 인정합니다.
Every woman has just the kind of mind that every detective should have
여자라면 누구나 모든 탐정이 가져야 할 바로 그런 머리를 지녔소.
메리가 자기 조사를 설명하지 않고 버티자 스미스는 불평하다가 결국 이런 규칙을 읊습니다.
The art of being a detective is to know nothing
탐정이라는 기술은 아무것도 모르는 데 있소.
그는 메리의 조사가 마치 책 속의 일처럼 느껴져 못마땅하다고도 합니다.
I hate the way they do things in books
책 속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질색이오.
두 사람의 어긋난 협력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온기입니다.
12. 17일과 중국산 달걀
메리가 받아 든 명단에서 큰 수표가 모두 같은 날짜로 확인됩니다.
Every one of them on the seventeenth!
하나도 빠짐없이 17일이에요!
그 의미는 한참 뒤에 설명됩니다. 노인은 상인이 자기를 속인다고 믿었고, 달걀 장수에게 보내는 수표 뒷면에 잔소리를 적었습니다.
nothing but Chinese or imported eggs were sent to him
중국산이나 수입 달걀만 자기에게 배달된다고 믿었다.
사소한 버릇이 곧 증거가 되는 장면입니다. 위조범은 서명을 완벽히 받아 냈으나, 이 버릇을 어릴 때부터 지켜본 사람이 바로 메리였습니다. 스미스는 범인의 어리석음을 이렇게 일축합니다.
if criminals had any sense they'd never be hanged
범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분별이 있다면 교수형을 받지 않을 것이오.
13. 빈 집의 한밤
제20장은 이 소설에서 가장 서늘합니다. 메리가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숨어 있던 사람이 입을 막습니다.
Oh, Miss Lane, how could you?
오, 레인 양, 어찌 이러십니까?
다정한 가성이 협박보다 무섭습니다. 겨우 도망친 뒤에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집에 돌아온 메리는 어둠 속에서 문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방에 갇힙니다. 그리고 연극 경험이 위기에서 쓰이는 순간이 옵니다.
I have a revolver and I'll fire if you don't go away!
내게 권총이 있어요, 가지 않으면 쏠 거예요!
총은 없습니다. 메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합니다.
She must be a good actress or die.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 한다, 아니면 죽는다.
14. 가스 방과 가짜 유서
호텔에서 가스에 쓰러진 모란의 방에는 자백서가 있지만, 스미스는 하나씩 허점을 짚습니다. 그의 첫 질문은 기계에 관한 것입니다.
It wasn't typewritten in the room, was it?
이 방에서 타자한 게 아니지 않소?
문서 속에서 모란이 하인 비니를 너무 좋게 쓴 점이 실수였습니다.
Notice what a good character he gives to Binny.
그가 비니에게 얼마나 좋은 평판을 주는지 보시오.
자백서 마지막 문장은 감정이 없고 사무적입니다.
I am tired of life and am going out with no regret.
나는 삶에 지쳤고 아무 미련 없이 떠난다.
그리고 반전의 한 줄이 나옵니다.
One of them is Washington Wirth.
그의 이름 가운데 하나가 워싱턴 워스요.
독자가 계속 모란을 의심하게 만들던 모든 단서가 한 장면에서 뒤집히고, 진짜 얼굴이 하인의 평범한 얼굴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15. 벽 속의 방, 진공 펌프
스미스가 부엌 서랍에서 찾은 물건이 결정적입니다.
It is a vacuum pump
이건 진공 펌프요.
복도 문짝 안쪽에서 퍼티로 메운 구멍이 파헤쳐지고, 노인이 죽은 장소가 공원이 아님이 확인됩니다.
It is the mark made by a spent bullet
이것은 쓰고 난 총알이 남긴 자국이오.
메리의 기억은 스미스가 놓친 한 칸을 메웁니다.
There was a larder and a door in the wall leading to it.
식료품 저장실이 있었고, 벽에는 거기로 통하는 문이 있었어요.
흰 벽돌 속 문은 손잡이가 없어 진공 펌프로만 열립니다. 이 해답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 노인의 허영, 하인의 솜씨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16. 납치와 불타는 오두막
강변 산책길에서 의식을 잃은 스미스가 깨어난 곳은 외딴 새 집입니다. 비니는 정중한 척 이죽거립니다.
Mr. Surefoot Smith is not so sure on his feet after all.
슈어풋 스미스 씨도 결국 발이 그리 확실하지는 않군.
묶인 몸으로도 스미스는 농담으로 맞섭니다. 자신의 무덤을 파겠다고까지 제안합니다.
Digging my own grave is a hobby of mine.
내 무덤을 파는 건 내 취미요.
비니가 병째 술을 마실 때 스미스는 한마디 더 건넵니다.
Is it courage or strength you're looking for?
네가 찾는 게 용기냐, 힘이냐?
이 대목은 이 책이 형사물이면서 모험 활극임을 보여 줍니다. 비밀리에 판 구덩이가 결국 형사를 구하는 아이러니, 스미스가 석유램프를 던져 판을 뒤엎는 순발력이 작은 오두막 한 채를 클라이맥스 무대로 바꿉니다.
17. 인질과 마지막 새벽
도주 중 비니는 순경의 옷을 입고 농부를 위협합니다.
Get it out of your nut that I'm a copper
내가 경찰이라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라.
메리를 붙잡은 뒤 그가 읊는 자기 과시는 허영의 마지막 증거입니다.
For hundreds of years they will talk about Binny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비니 이야기를 할 거야.
그는 메리를 방패로 삼습니다.
Whilst you are alive, I am alive!
네가 살아 있는 동안은 나도 살아 있는 거야!
스미스의 대응은 간결합니다.
Stand your trial like a man.
사내답게 재판을 받아라.
끝맺음은 맥주광 형사의 농담입니다. 비니의 사형이 집행되는 날 그는 평생의 규칙을 깨고 맥주 대신 독한 술을 마십니다.
If ever there was a day to get soused--that was the day!
취해도 되는 날이 있다면 그날이 그날이었지!
'soused'는 2장에서 틱클러가 이웃집에서 노래하는 사내를 두고 했던 말이기도 해서, 이야기는 같은 단어로 시작과 끝을 맺습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은색 열쇠의 단서』는 30장이 짧고 사건이 잇따라 터져서 어느 장에서든 이야기에 들어가기 쉽습니다. 처음 읽는다면 1~4장(파티와 택시 사건), 12장(라인의 죽음), 16장(열쇠와 마이크), 22~23장(가스 방과 수표의 비밀)을 먼저 읽고, 마지막 4장의 추격으로 마무리하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추리의 즐거움은 범인 찾기보다 한 인물이 여러 이름과 얼굴을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따라가는 데 있고, 스미스의 말투와 메리의 기억이 그 해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1920년대 말 런던의 라디오 강연, 비행기 도피, 갱 영화 같은 살인 방식, 타자기 활자체 같은 소품은 그 시대 독자에게 최신 기술이었고, 지금 읽으면 고풍스러운 맛이 납니다. 전반적으로 긴장 속에 농담이 끼어드는 호흡이 특징이라, 어둡고 무거운 범죄물보다 경쾌한 고전 추리를 원하는 독자에게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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