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927년 출간
The Big Four
빅 4
중국의 두뇌, 미국의 부호, 프랑스의 여성 과학자, 그리고 얼굴 없는 변장의 대가가 손잡은 국제 범죄 조직을 에르큘 포와로와 헤이스팅스가 런던에서 파리와 돌로미티까지 쫓는 이야기
It is a duel to the death, mon ami.
이건 죽음을 건 결투일세, 친구.
Hercule Poirot is not killed so easily, madame.
에르큘 포와로는 그리 쉽게 죽지 않습니다, 부인.
한눈에 보기
아르헨티나 목장에서 돌아온 헤이스팅스가 런던의 포와로를 찾아가자, 남미로 떠나려던 포와로의 방에 흙투성이 낯선 사내가 들어와 ‘빅 포’라는 이름과 숫자 4를 남기고 숨진다. 넘버원은 중국의 리창옌, 넘버 투는 미국인, 넘버 쓰리는 프랑스 여성, 넘버 포는 ‘파괴자’다. 두 사람은 가짜 간수와 다트무어의 살인, 파리의 실종 과학자와 라듐, 암호 편지와 변장, 노란 자스민의 유언, 체스판 위의 죽음을 차례로 겪으며 넘버 투가 라일랜드, 넘버 쓰리가 올리비에 부인임을 알아낸다. 헤이스팅스를 미끼로 삼은 덫과 폭발, 포와로의 ‘죽음’을 지나 이야기는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바위 미로 속 본거지에서 끝난다. 열여섯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애거사 크리스티 『스타일스 저택의 미스터리한 사건』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
- 애거사 크리스티 『로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The Murder of Roger Ackroyd)
-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의 사냥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한 권 요점
The Big Four
『빅 4』는 영국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장편으로, 1927년에 나왔습니다. 크리스티는 1890년에 태어나 1976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책은 원래 잡지에 따로 실렸던 이야기들을 이어 붙여 한 권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개 장이 각자 하나의 사건처럼 읽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화자는 포와로의 오랜 친구 헤이스팅스 대위입니다. 그는 1년 반 동안 아르헨티나 목장에서 지내다 런던으로 돌아와 이 모험의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갑니다. 책의 줄기는 간단합니다. 사건마다 포와로는 한 걸음 나아가고, 한 명뿐인 적 ‘넘버 포’는 매번 다른 얼굴로 빠져나가며, 두 사람은 적의 정체를 하나씩 벗겨 갑니다. 독살 미스터리와 밀실, 변장, 암호, 지하 본거지가 한 권에 쏟아지는 모험극이라, 포와로 시리즈 가운데서도 스케일이 가장 큰 편에 속합니다. 1920년대 서양 대중소설이 품었던 ‘동양의 흑막’이라는 상상이 곳곳에 깔려 있다는 점도 시대의 흔적으로 눈여겨볼 만합니다.
줄거리
제1~2장: 뜻밖의 손님, 정신병원의 남자
7월의 아침, 도버의 흰 절벽을 바라보며 해협을 건너온 헤이스팅스는 포와로를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곧장 옛 하숙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정작 놀라는 쪽은 그입니다. 포와로는 이미 짐을 꾸려 한 시간 뒤 남미 리우행 기차를 탈 참이었습니다. 세계 제일의 부자로 불리는 비누 왕 에이브 라일랜드의 비서가 거액을 내걸고 리우의 대기업 일을 조사해 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포와로는 그 제안이 어떤 면에서는 헤이스팅스 곁으로 가는 길이기도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혼자 파고 있는 ‘빅 포’라는 말이 대규모 국제 범죄 조직을 가리키는 것 같다고 말을 꺼냅니다. 그 순간 옆방 침실에서 소리가 나고, 먼지와 진흙을 뒤집어쓴 야윈 사내가 비틀거리며 나타나 “에르큘 포와로 씨, 패러웨이 거리 14번지”만 기계처럼 되풀이하다 쓰러집니다. 리지웨이 박사가 다녀가고, 사내가 종이에 4라는 숫자를 크게 쓰다 멈추자 헤이스팅스가 “빅 포의 미스터리라고 제목을 붙이겠다”고 농담을 하는데, 사내가 갑자기 정신이 든 사람처럼 일어나 리창옌이 빅 포의 두뇌인 넘버원이고, 넘버 투는 달러 기호로 표시되는 미국인, 넘버 쓰리는 프랑스 여성이며, 넘버 포는 ‘파괴자’라고 읊다가 기절합니다. 포와로는 기차를 타고 가다 우킹 부근에서 신호로 멈춘 틈에 뛰어내려 헤이스팅스와 함께 차로 런던에 되돌아옵니다. 자신을 런던에서 떼어 놓으려는 계획이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돌아와 보니 사내는 이미 숨져 있고, 창문은 모두 열려 있으며, 벽난로 위 시계는 네 시에 멈춰 있습니다. 한웰 정신병원에서 왔다는 덩치 큰 간수가 다녀갔지만 병원에 전화해 보니 탈출한 환자는 없었습니다. 재프 경감은 죽은 사내가 러시아에서 소식이 끊긴 정보원 마이어링이라고 알려 줍니다. 포와로는 가짜 간수가 넘버 포였음을 확신하며 “빅 포와의 결투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합니다.
제3~4장: 리창옌, 다트무어의 살인, 양다리 고기
포와로는 중국 지하 세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존 잉글스를 찾아갑니다. 퇴직 공무원인 잉글스는 중국의 유력자들이 모두 리창옌의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이며, 그에게 맞선 네 사람이 연이어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집에서 일하던 젊은 중국인 화학자는 실험 이야기를 털어놓은 직후 집에 난 불로 숨졌습니다. 잉글스는 우연히 ‘빅 포’라는 말이 적힌 편지를 한 통 가지고 있었는데, 다트무어의 호파톤에 숨어 사는 늙은 선원 조나단 월리가 돈을 보내 달라고 쓴 것이었습니다. 세 사람이 도착하자 월리는 그날 아침 이미 살해된 뒤였습니다. 메도우즈 경감은 하인 로버트 그랜트가 범인이라며 발자국과 부츠, 옥 조각상을 증거로 내놓습니다. 그랜트는 전과가 있는 사내였습니다. 하지만 포와로는 사건이 지나치게 깔끔하다고 느끼고, 저장실에서 얼어 있는 양다리 고기를 들어 소란을 피웁니다. 월요일에 배달된 고기가 그대로 얼어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 그날 아침 방갈로를 찾아왔다는 증거였습니다. 포와로는 그랜트를 만나 사실을 자백받습니다. 그랜트는 시신을 발견하고 달아나려던 것뿐이며, 그를 이 일자리에 소개한 ‘죄수 후원회’ 남자가 그에게 부츠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진짜 범인은 같은 부츠를 한 켤레 더 신고 푸줏간 수레를 몰고 온 넘버 포였습니다. 모두가 그를 보았지만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배심원은 그랜트를 무죄로 판단합니다.
제5~7장: 사라진 과학자, 계단 위의 여자, 라듐 도둑들
재프가 미국 비밀 요원 켄트 대위를 데려옵니다. 일본 지진 직후 미국 해안에서 어뢰정과 구축함 여러 척이 바위에 부딪혀 침몰했는데, 범죄자 일제 검거 때 압수한 서류에 ‘빅 포’와 한 점에 막대한 무선 에너지를 집중하는 장치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장치를 연구하던 젊은 영국 과학자 핼리데이가 두 달 전 파리에서 사라졌습니다. 포와로는 서리의 핼리데이 부인을 만나 7월 20일 파리에서의 행적을 듣고 곧장 파리로 갑니다. 그는 핼리데이를 마지막으로 만난 유명한 여성 화학자 올리비에 부인을 방문합니다. 키가 크고 수녀 같은 머리쓰개에 불타는 눈을 한 올리비에 부인의 집을 나서던 포와로는 계단을 급히 올라가 방문객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상복 차림 여인이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나무 한 그루가 두 사람 앞에 쓰러집니다. 포와로는 핼리데이가 집을 나서 옆 골목으로 유인되어 이웃 빌라에 감금되었다고 추론하고, 그 여인이 비서 베로노 부인이라고 짚습니다. 그 정체는 런던에서 보석 절도를 벌였던 로사코프 백작부인이었습니다. 백작부인은 자신의 자유와 핼리데이의 석방을 맞바꾸자고 제안하고, 호텔에는 기진맥진한 핼리데이가 돌아옵니다. 그러나 그는 빅 포가 무한한 힘을 가졌다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남기고 떠납니다. 백작부인이 남긴 쪽지에는 ‘I.V.’라는 머리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다음 날 호텔에는 네 개비의 담배를 늘어놓고 거래를 제안하는 남자가 찾아와 헤이스팅스와 몸싸움을 벌이다 웨이터 차림으로 빠져나갑니다. 그가 떨어뜨린 수첩에는 11시 파리 에셸 거리 34번지에서 회의가 열린다는 쪽지가 있었습니다. 포와로는 그것이 자신을 집 밖으로 끌어내려는 미끼임을 간파하고 호텔에서 기다립니다. 곧 올리비에 부인이 연구소에 도둑이 들었고 금고 속에 막대한 라듐이 있다고 알려 오고, 포와로는 일부러 영국으로 떠나는 척 기차를 세우는 연극을 벌인 뒤 변장해 밤에 되돌아옵니다. 그러나 그 밤, 열 명 남짓의 사내들이 이들을 덮쳐 금고 안쪽의 계단을 지나 지하 방으로 끌고 갑니다. 검은 가면의 여인이 가면을 벗자 올리비에 부인이었습니다. 그녀가 바로 넘버 쓰리였습니다. 포와로는 담배로 위장한 대롱에서 독이 묻은 작은 화살이 나간다고 위협하며 부인에게 헤이스팅스를 풀게 하고 둘을 묶은 뒤 빠져나옵니다. 포와로는 자신들이 처음부터 함정에 걸리도록 짜여 있었다고 자책하고, 부인을 고발해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라며 런던으로 돌아갑니다.
제8장: 적의 집에서
런던에 돌아오니 라일랜드가 남미 건을 거절한 이유를 따지는 편지가 와 있습니다. 포와로는 마이어링이 말한 ‘달러 기호의 미국인’이 라일랜드라고 의심하고, 헤이스팅스에게 그의 영국인 비서로 지원하라고 합니다. 분장 전문가의 손을 거쳐 키가 커지고 콧수염을 뗀 헤이스팅스는 ‘아서 네빌 소령’이 되어 라일랜드가 빌린 해튼 체이스 저택에서 일하기 시작합니다. 3주 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속기사 마틴 양이 파란 종이에 4가 적힌 편지를 실수로 열었다가 라일랜드가 격노했다며 내용을 외워 들려줍니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문장이지만 넷째 단어마다 읽으면 “반드시 만나 채석장 17일 11시 4”라는 지령이 나옵니다. 헤이스팅스는 포와로에게 편지를 보내고, 정해진 밤 채석장에 숨어들었다가 총을 든 라일랜드와 시종 디브스에게 붙잡혀 묶입니다. 곧이어 포와로가 걸어 들어오는데, 포와로는 오히려 이곳이 스코틀랜드 야드 형사들에게 에워싸여 있다고 선언하고 라일랜드를 체포합니다. 헤이스팅스의 변장은 처음부터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적이 그를 미끼로 쓰도록 유도하려는 장치였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재프가 와서 말합니다. 하인 제임스가 자신이 소령을 속이는 내기를 했다고 하고, 진짜 라일랜드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포와로는 이 결과를 두고도 라일랜드가 넘버 투임은 틀림없고, 그의 곁에서 연기한 하인이 곧 넘버 포라고 단언합니다.
제9~10장: 노란 자스민의 미스터리
한 달 뒤 재프가 우스터셔의 마켓 핸드퍼드로 두 사람을 부릅니다. 부자 여행가 페인터 씨가 서재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그날 밤 만찬의 카레에서는 치사량의 아편이 검출되었습니다. 주치의 대신 와 있던 대리 의사 퀸틴이 한밤에 왕진을 왔다가, 페인터가 카레를 그에게 건네 분석을 부탁했다고 증언합니다. 신문지 위에는 손가락으로 쓴 듯한 ‘노란 자스민’이라는 글자와 두 개의 선이 남아 있습니다. 중국인 하인 아링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상속자 조카 제럴드 페인터와 사라진 원고 『중국의 숨은 손』이 변수가 됩니다. 포와로는 아링에게 큰 4자를 그려 보이고 그의 공포 어린 반응을 확인한 뒤 그를 믿기로 합니다. 마을 서점에서 약학서를 사 와 노란 자스민이 호흡 중추를 마비시키는 독초임을 확인한 포와로는 진상을 추론합니다. 의사 퀸틴이 분석용 카레에 아편을 섞고 주사로 노란 자스민의 독을 투여했다는 것입니다. 페인터는 마지막 힘으로 범인의 단서를 남기려 한 것이고, 그 뒤 현장은 사고처럼 꾸며졌습니다. 그리고 퀸틴이 바로 변장한 넘버 포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미 그날 아침 본래 의사가 전보를 받고 돌아왔고, 가짜 의사는 흔적도 없이 떠난 뒤였습니다. 포와로는 무심코 탁자에 포크로 큰 4자를 그립니다.
제11장: 체스 문제
소호의 식당에서 재프가 어제 있었던 이상한 일을 이야기합니다. 러시아의 체스 챔피언 사바로노프 박사와 젊은 미국인 길모어 윌슨의 대국 도중 윌슨이 갑자기 쓰러져 숨진 것입니다. 시신의 손에는 흰 비숍 말이 쥐여 있었고 왼손에는 작은 화상 자국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웨스트민스터의 사바로노프 집을 찾아가 조카 소니아 다빌로프와 하인 이반을 만납니다. 소니아는 삼촌이 ‘빅 포’라는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고 말합니다. 포와로는 별 질문도 하지 않고 돌아와, 몰래 가져온 또 하나의 비숍과 자기가 쥔 비숍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 봅니다. 탁자에 장치가 숨겨져 있었고, 윌슨은 독이 아니라 그 장치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반이 넘버 포일 거라고 지목합니다. 재프에게 이반을 감시하라고 지시한 뒤에야 포와로는 루이 로페스 오프닝의 세 번째 수에서 윌슨이 죽은 이유를 곱씹다가 ‘들어온 것이냐 나간 것이냐’라는 사고의 방향이 뒤집힌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웨스트민스터로 되돌아갑니다. 집에는 클로로포름에 정신을 잃은 소니아가 있고 사바로노프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사바로노프는 혁명 때 이미 죽었고, 막대한 유산을 노려 그 자리에 들어선 인물이 바로 넘버 포였습니다. 체스를 둘 줄 모르는 그는 윌슨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채기 전에 대국 초반에 입을 막으려 했던 것입니다. 이반은 속은 충직한 하인이었습니다.
제12~13장: 미끼가 있는 덫, 쥐가 걸어 들어온다
1월의 런던, 헤이스팅스는 남미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이유를 포와로에게 털어놓습니다. 포와로는 넘버 투와 쓰리의 정체를 알아냈고 영국 고위층 일부에게 경고했다고 말합니다. 그 오후, 포와로가 외출한 사이 남미 목장 관리인 브론센의 전보가 도착합니다. 아내 신데렐라가 ‘빅 포’를 자처하는 무리에게 납치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어 중국인이 가져온 쪽지는 포와로에게 알리지 말고 즉시 따라오라고 요구합니다. 헤이스팅스는 책 네 권을 바닥에 흩뜨리고 석탄 네 덩이를 난로에 흘려 포와로만 알아볼 표시를 남기고 따라나섭니다. 차이나타운의 지하 방에서 그는 ‘주인의 대리인’이라는 동양인과 마주합니다. 대리인은 포와로를 불러들이는 편지를 쓰라고 요구하고, 거절하자 바닥 아래의 강을 보여 주며 위협합니다. 그래도 헤이스팅스가 거부하자 아내를 서서히 고문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지고, 결국 그는 불러 주는 대로 편지를 씁니다. 편지는 ‘내가 넘버 포를 추적 중이니 와서 도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포와로가 어린 심부름꾼과 함께 걸어오는 것을 본 헤이스팅스는 문 앞에서 그를 맞이해야 했지만, 순간 “돌아가요, 함정이에요!”라고 외칩니다. 그 뒤 연기가 터지고 그는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나 보니 하숙집에서 포와로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포와로는 네 권의 책과 네 덩이의 석탄이 시간을 벌어 주었고, 자신이 만든 작은 연막 장치와 방독 장치 덕분에 재프의 부하들과 함께 무리를 제압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아내가 납치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포와로는 석 달 전부터 그녀를 안전한 곳에 두었고, 그 전보는 가짜였습니다.
제14장: 과산화수소 금발
우두머리는 달아났고 현장에서는 두 사람의 약점을 적은 보고서만 나옵니다. 포와로는 넘버 포의 변장이 완벽한 것은 그가 배우였기 때문이라고 추론합니다. 서른 안팎, 중간 키, 곧은 코에 이가 대부분 가짜인 남자입니다. 몇 달에 걸친 조사 끝에 후보 네 명이 추려졌고, 그중 클로드 대럴이 중국과 미국을 다녀온 이력이 있었습니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은 한물간 배우 플로시 먼로였습니다. 포와로는 점심과 샴페인으로 그녀의 마음을 풀어 대럴이 빵 조각으로 식탁 위 부스러기를 닦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오래된 사진을 받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에서 전화가 옵니다. 그녀가 길에서 차에 치여 숨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포와로는 가방 명단에 현관 열쇠가 없다는 점을 알아채고 그녀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방은 이미 뒤져져 있었고, 사진틀 속은 비어 있었으며 뒤에는 새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넘버 포가 남긴 조롱이었습니다.
제15장: 끔찍한 대재앙
플로시의 죽음 뒤 포와로는 말수가 줄고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3월 말, 그는 헤이스팅스와 함께 내무장관 크로더를 찾아가 프랑스 총리 데자르도와 잉글스 앞에서 빅 포의 존재를 설명합니다. 총리는 올리비에 부인이 한 패라는 말에 분개하며 포와로를 ‘망상에 빠진 사람’ 취급하고, 크로더는 믿기 어렵다면서도 마음이 흔들립니다. 포와로는 자신이 넘버 포의 정체를 알아낸 이상 목숨이 위태롭다며 모든 기록이 든 금고 열쇠와 봉투를 크로더에게 맡깁니다. 돌아오는 길에 잉글스가 중국으로 간다고 하자 포와로는 감동하고, 이어 뜬금없이 쌍둥이 형 아킬 포와로의 존재를 털어놓습니다. 돌아와 보니 간호사 팔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허트퍼드셔의 템플턴 씨를 간호하는데 병세가 이상하고, 환자가 “그 네 명이 나를 끝장낼 거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수프 분석 결과 비소가 아니라 안티몬이 나오자 포와로는 두 사람과 함께 현지로 향합니다. 템플턴 부인은 불안해하며 자리를 피하고, 의사 트레브스는 환대하며, 부인의 의붓아들 미키는 저녁 식사 때 갑자기 눈빛이 달라집니다. 포와로는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위층으로 올라가 담쟁이를 타고 창밖으로 도망칩니다. 미키가 빵 조각으로 식탁을 쓸던 모습에서 넘버 포를 알아본 것입니다. 마지막 기차로 돌아와 하숙방에 들어선 포와로는 성냥갑이 평소와 다르게 놓인 것을 의심하며 조심하지만, 헤이스팅스가 난로에 불을 붙이려고 성냥갑에 손을 대는 순간 푸른 불꽃과 함께 폭발이 일어납니다. 깨어난 헤이스팅스에게 리지웨이 박사는 포와로가 숨졌다고 전합니다. 헤이스팅스는 병상에서 “포와로는 죽었어도 그의 정신은 살아 있다. 빅 포를 처단하자”고 외치고 기절합니다.
제16장: 죽어 가는 중국인
헤이스팅스는 몸을 회복한 뒤에도 복수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리지웨이도, 내무장관도 그에게 남미로 돌아가라고 권합니다. 포와로의 장례는 조화가 넘쳐 났고, 헤이스팅스는 그 앞에서 눈물을 삼킵니다. 5월 초, 소호의 식당에서 클로드 대럴 정보를 구하는 광고의 반응을 기다리던 그는 잉글스가 중국행 배에서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읽습니다. 이때 맞은편에 앉은 수염 난 마른 남자가 그의 접시 둘레에 소금을 네 무더기로 쌓고 남미로 돌아가라고 ‘첫 번째 경고’를 합니다. 열흘 뒤에는 하이드파크에서 리무진을 탄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두 번째 경고’를 하며, 세 번째 경고는 파괴자가 직접 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날 저녁 부둣가 병원에서 칼에 찔린 중국인이 헤이스팅스를 찾습니다. 잉글스의 하인이었던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 ‘헨델의 라르고’와 ‘카로차’ 같은 이탈리아어 단어를 남깁니다. 집에 오니 포와로가 생전에 변호사에게 맡겨 둔 편지가 도착해 있습니다. “남미로 돌아가라. 이것은 감상이 아니라 필요한 일이며 에르큘 포와로의 계획이다.” 헤이스팅스는 배를 탔고, 한밤중 해군 구축함에 옮겨져 벨기에 해안에 내립니다. 차는 아르덴의 외딴 흰 빌라로 향하고,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포와로였습니다. 폭발 직후 리지웨이의 도움으로 죽음을 꾸민 것이었습니다. 포와로는 헤이스팅스가 장례에서 연기를 해낼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해 알리지 못했고, 그를 위험에서 떼어 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제17장: 넘버 포가 트릭을 따낸다
아르덴의 은신처에서 두 사람은 석 달 가까이 때를 기다립니다. 포와로는 카드의 네 장의 잭을 나눠 놓았다 한 번에 모으는 마술에 비유하며, 빅 포가 한자리에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합니다. 헤이스팅스가 들려준 죽어 가는 중국인의 말을 곱씹던 포와로는 ‘카라 지아’와 ‘카로차’와 ‘라르고’가 이탈리아 티롤의 카레르제를 가리킨다고 풀이합니다. 6월 말, 영국 정보국의 하비 대위가 찾아와 중국과의 통신이 끊겼고 라일랜드와 올리비에 부인이 이탈리아로 향했다고 알립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정부가 공조하는 가운데 포와로와 헤이스팅스, 하비는 볼차노를 거쳐 돌로미티 산속 휴양지로 갑니다. 포와로는 이곳 채석장 회사를 사실상 라일랜드가 소유하고 있으며, 산속에 거대한 지하 본거지가 있다고 추정합니다. 올리비에 부인이 원자 에너지를 어느 정도 풀어냈을 가능성까지 염려합니다. 호텔 식당에서 웨이터가 콩 요리를 쏟는 소동이 벌어지고, 옆 테이블 남자가 창백한 얼굴로 빵 조각을 식탁 위에 쓸고 있는 것을 본 포와로는 그가 넘버 포라는 것을 알아봅니다. 포와로는 석 달간 죽은 척한 것이 바로 이 순간 그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합니다. 곧 그 남자가 테라스의 두 사람 곁으로 와 불을 붙여 주겠다며 다가오고, 순간 불이 꺼지며 헤이스팅스는 코밑에서 숨 막히는 냄새를 맡고 정신을 잃습니다.
제18장: 바위 미로 속에서
헤이스팅스가 눈을 뜨자 두 사람은 입에 재갈이 물린 채 호텔을 통과해 소나무 숲을 지나 ‘펠젠라비린트’라 불리는 바위 미로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바위가 돌아가며 열린 입구를 지나 전깃불이 켜진 지하 방에 닿고, 넘버 포의 안내로 네 개의 의자가 놓인 방에 들어서니 한 의자는 만다린의 망토만 걸려 있고, 나머지에는 라일랜드와 올리비에 부인과 넘버 포가 앉아 있습니다. 빅 포 앞에 선 포와로는 ‘큰 부대의 편에 서겠다’고 말하는데,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들어와 그의 콧수염을 잡아 뜯습니다. 그는 에르큘이 아니라 쌍둥이 형 아킬이었습니다. 아킬은 호텔 직원 대부분이 형사와 첩보원이고, 신발에 아니스 약을 바른 자신의 냄새를 따라 사냥개가 입구를 찾고 있으며 산 전체가 포위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올리비에 부인은 모두를 날려 버릴 방법이 있다고 맞섭니다.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아킬은 백작부인에게 ‘누구에게나 값이 있다’며 거래를 제안합니다. 백작부인은 오래전 잃은 아이를 찾아 달라고 하다가 이미 죽었다고 하고, 아킬이 지갑 속 사진을 보여 주자 얼굴이 바뀝니다. 아이는 살아 있었습니다. 백작부인은 두 사람을 갈래 많은 굴로 이끌어 산 반대편으로 빠져나가고, 해가 뜰 무렵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산이 무너집니다. 헤이스팅스가 낯선 침대에서 깨어나자 곁에 있던 사람은 ‘아킬’이 아니라 에르큘 포와로였습니다. 아킬은 처음부터 포와로가 연기한 인물이었고, 눈에는 벨라도나를 넣고 콧수염을 깎고 두 달 전 일부러 윗입술에 흉터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백작부인의 아이는 포와로가 미리 찾아내 돌볼 곳에 맡겨 둔 상태였습니다. 빅 포의 시신은 모두 수습되었지만 넘버 포의 시신은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고, 신문에는 혁명이 실패한 리창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포와로는 끝내 넘버 포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하지만, 곧 은퇴해 호박이나 키우며, 어쩌면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마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뜻밖의 손님과 숫자 4
시작은 헤이스팅스의 서프라이즈가 거꾸로 뒤집히는 장면입니다. 이미 짐을 꾸린 포와로는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명예로 설명합니다.
I have passed my word, you comprehend--the word of Hercule Poirot.
내가 약속했네, 알겠나. 에르큘 포와로의 약속일세.
그러나 약속을 흔드는 것은 생사의 문제뿐이고, 곧 정말로 낯선 손님이 걸어 들어옵니다. 쓰러진 사내가 읊는 내용은 이 책 전체의 설계도입니다.
Li Chang Yen may be regarded as representing the brains of the Big Four.
리창옌은 빅 포의 두뇌를 대표하는 인물로 여겨질 수 있다.
포와로의 방법론도 첫 장에서 이미 못 박힙니다.
Hercule Poirot's methods are his own.
에르큘 포와로의 방법은 그만의 것이다.
사내가 쓰다 만 4라는 숫자와 시계가 멈춘 네 시 같은 작은 기호가 이후 모든 장의 열쇠가 됩니다.
2. 가짜 간수와 네 시에 멈춘 시계
포와로는 자신이 일부러 런던에서 떼어 놓였다는 것을 깨닫고 기차에서 뛰어내립니다.
I was being got out of the way.
내가 치워지고 있었던 거야.
돌아오자 한웰에서 왔다는 간수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납니다. 전화 한 통으로 확인된 사실은 이렇습니다.
There has been no escape.
탈출한 사람은 없었다.
이어 포와로는 이 싸움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You and I on the one side, the Big Four on the other.
한편에는 자네와 나, 다른 편에는 빅 포가 있다네.
넘버 포가 첫 수에서 보여 준 것은 힘이 아니라 연기입니다. 덩치 큰 간수의 얼굴은 다음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포와로의 말대로 두 번 다시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3. 리창옌과 줄을 당기는 손
잉글스의 설명은 이 책이 어떤 시대의 불안을 먹고 자랐는지 보여 줍니다. 그는 중국의 정치를 이렇게 그립니다.
They are marionettes who dance to the wires pulled by a master hand
그들은 거장의 손이 당기는 줄에 맞춰 춤추는 꼭두각시다.
리창옌의 동기로 그가 짚는 것은 권력욕입니다.
a lust for power and personal supremacy
권력과 개인의 지배에 대한 갈망.
그에게 맞선 사람들의 운명도 한 줄로 요약됩니다.
Four men have tried in the last four years
지난 4년 동안 네 사람이 맞서 보았다.
러시아 혁명과 파업과 세계적 불안의 뒤에 단 하나의 머리를 세우는 상상은 1920년대 서양 모험소설의 단골 구도였고, 이 책은 그 구도를 한껏 밀어붙입니다. 오늘 독자는 이 설정을 시대의 공포가 만든 스릴러의 장치로 읽는 편이 좋습니다. 헤이스팅스가 “너무 억지 아니냐”고 하는 순간 포와로가 짜증을 내는 장면은 독자의 의심을 미리 받아 두는 크리스티의 요령입니다.
4. 양다리 고기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
다트무어 사건은 이 책에서 가장 고전적인 추리 한 편입니다. 경감은 발자국과 부츠를 증거로 삼지만, 포와로는 결과가 지나치게 매끈하다는 점에서 의심을 시작합니다.
It offends my little gray cells.
내 작은 회색 뇌세포가 불쾌해하는군.
해답은 푸줏간 수레였습니다.
Everybody saw him--and yet nobody saw him.
모두가 그를 보았고, 그런데도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사건이 끝난 뒤 포와로는 자부심을 감추지 않습니다.
Have I not saved an innocent man from being sent to the gallows?
죄 없는 사람을 교수대에서 구해 내지 않았는가?
범인이 변장한 푸줏간 직원은 풍경의 일부였기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넘버 포의 변장은 얼굴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시선을 피하는 심리라는 점이 여기서 처음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5. 사라진 과학자와 계단 위의 여자
미국 요원이 가져온 서류는 빅 포의 목표가 돈이 아니라 지배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포와로는 이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Their aim is world domination.
그들의 목표는 세계 지배다.
파리에서 포와로는 사건을 눈으로 보지 않고 머릿속으로 재구성합니다.
I see it with the eyes of the mind, mon ami.
나는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네, 친구.
그가 주목한 것은 증거가 아니라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방문객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계단을 오르던 여인이 바로 로사코프 백작부인이었고, 그녀가 남긴 서명은 포와로의 의심을 굳힙니다.
Just a coincidence, perhaps, that they also stand for Four.
그 머리글자가 숫자 4와도 통한다는 건 어쩌면 우연일 뿐이겠지.
그러나 풀려난 핼리데이가 입을 다무는 모습은 이 조직이 누군가를 죽이는 것만큼이나 입을 막는 데 능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6. 라듐 도둑들과 덫인 줄 알고 걸린 덫
호텔 방의 남자가 건넨 협상은 협박 반, 뇌물 반입니다. 포와로는 기다림의 전략을 복싱에 빗댑니다.
Wait for them to make a move.
그들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거야.
떨어진 수첩이 미끼임을 간파한 포와로는 영국 동요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Will you walk into my parlour, said the spider to the fly?
“내 거실로 들어오지 않겠니?” 거미가 파리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 장의 묘미는 포와로가 한 수 위라고 자신한 바로 그 순간이 적의 계산 속에 들어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지하 방에서 풀려난 포와로의 자책은 길고 유쾌합니다.
I am a triple imbecile, a miserable animal, thirty-six times an idiot.
나는 세 배의 바보, 비참한 짐승, 서른여섯 번 멍청이일세.
그가 덫을 알고도 걸려든 것은 적이 ‘포와로는 덫을 알아본다’는 사실까지 계산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티는 이 한 장으로 추리소설의 독자가 믿던 규칙을 한 번 뒤집어 보입니다.
7. 암호, 변장, 그리고 가짜 라일랜드
헤이스팅스가 해독한 암호는 어린아이의 놀이만큼이나 단순합니다.
Read every fourth word in the letter, and an entirely different message appeared.
편지의 넷째 단어마다 읽자 전혀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포와로가 그를 내보낸 진짜 이유는 변장이 속이는 도구가 아니라 미끼라는 점에 있었고, 그의 설명은 다정하면서도 얄밉습니다.
you have a nature so beautiful and so honest
자네는 본성이 너무 아름답고 정직하다네.
채석장의 승리는 짧습니다. 체포한 라일랜드가 가짜라고 밝혀지자 포와로는 면박을 당하고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Number Two of the Big Four is Abe Ryland.
빅 포의 넘버 투는 에이브 라일랜드일세.
사실을 알아도 증거가 없다는 곤경은 이후 책 전체를 끌고 가는 긴장입니다. 포와로는 알고 있으나 잡을 수 없고, 적은 알려져 있으나 건드릴 수 없습니다.
8. 노란 자스민과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기
이 사건에서 포와로는 빅 포에 집착하는 자신을 경계합니다.
one must not permit oneself to be obsessed by one idea.
사람은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도록 자신을 놔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도 신문지 위의 두 선을 보고 4의 시작일지 모른다며 웃는 모습은 이 책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사건을 푸는 열쇠는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Who is lying, that is always the question?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 언제나 그것이 문제일세.
포와로의 선택은 의외입니다. 모두가 의심하는 중국인 하인 대신 그를 믿습니다.
I decided to believe Ah Ling
나는 아링을 믿기로 했네.
하인을 편견 대신 반응으로 판단하는 이 순간은, 편견에 젖은 경감의 시선과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헤이스팅스가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를 포와로는 이렇게 짚습니다.
Because you will not use your little gray cells.
자네가 작은 회색 뇌세포를 쓰지 않으니까.
9. 체스판 위의 살인
체스 사건은 두 겹의 반전을 가진 가장 정교한 장입니다. 포와로는 눈앞의 두 비숍이 같아 보인다는 말에 이렇게 답합니다.
But one should take no fact for granted until it is proved.
하지만 증명되기 전에는 어떤 사실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되네.
그가 한 번 판단을 잘못한 이유는 ‘들어왔다’와 ‘나갔다’가 다 같은 소리라는 점에서 나옵니다. 조카를 가장한 침입자가 있다는 추론과 정반대의 가능성이 같은 무게로 놓여 있었습니다.
Savaronoff did die at the outbreak of the Revolution.
사바로노프는 혁명이 터질 때 실제로 죽었네.
넘버 포가 사람을 죽인 이유는 체스를 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에 헤이스팅스가 납득하지 못하자, 포와로는 상대의 사고방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Number Four's mind, it does not act that way.
넘버 포의 정신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네.
화자는 이 장의 마지막 문장으로 슬쩍 웃습니다.
Poirot has his virtues, but modesty is not one of them.
포와로에게는 미덕이 있지만 겸손은 그중에 없다.
10. 신데렐라라는 미끼
이 책에서 가장 감정이 실리는 대목은 아내의 납치를 알리는 전보에서 시작됩니다. 지하 방에서 포와로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떠맡게 된 순간, 헤이스팅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부릅니다.
I saw only too clearly the part I was playing--the part of Judas.
내가 하는 역할이 너무도 뚜렷이 보였다. 유다의 역할이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외침이었습니다.
Back for your life.
목숨이 아깝거든 물러나요.
포와로의 대비는 철저했습니다. 그의 좌우명은 소년단의 구호처럼 단순합니다.
If one is prepared in advance all is simple
미리 준비해 두면 모든 것이 간단하다.
납치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의 안도는 이렇게 표현됩니다.
They tortured you with a lie!
그들은 거짓말로 자네를 괴롭힌 거야!
이 장은 헤이스팅스를 처음으로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올립니다.
11. 넘버 포의 얼굴과 플로시 먼로
차이나타운에서 건진 적의 보고서를 두고 헤이스팅스는 쓸모없다고 투덜대지만, 포와로의 생각은 다릅니다. 약점이 알려졌다면 그 약점을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and to know is to be prepared.
그리고 아는 것은 곧 준비하는 것이다.
넘버 포의 정체를 좁혀 가는 논리는 변장 기술이 곧 직업의 흔적이라는 데서 출발합니다. 포와로가 그린 넘버 포의 성공 비결은 눈에 띄지 않는 데 있습니다.
he succeeds by the way of obscurity.
그는 무명이라는 방식으로 성공한다.
플로시 먼로가 기억하는 클로드 대럴의 버릇은 사진 한 장보다 중요했습니다. 사진에 대한 포와로의 믿음은 이렇습니다.
The camera does not lie.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은 사라지고 그녀는 길에서 숨집니다. 병원에서 시신을 본 포와로가 중얼거린 말은 이 책에서 가장 어두운 대사입니다.
The stars fight against us--but is it the stars?
별들이 우리와 맞서 싸우는군. 하지만 정말 별일까?
평소의 허세를 내려놓고 포와로가 처음으로 맹세하는 장면입니다. 비어 있는 사진틀 뒤에 붙은 새 가격표는 넘버 포가 남긴 조롱이며, 이 책에서 적이 처음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서명을 남기는 순간입니다.
12. 내무장관 앞의 경고와 쌍둥이 형
포와로가 이제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이 장이 보여 줍니다.
It is the greatest mistake to underestimate your adversary.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실수일세.
그는 믿지 않는 프랑스 총리와 반쯤 믿는 내무장관 앞에서 자신의 위험을 숨기지 않습니다.
my life is not worth an hour's purchase
내 목숨은 한 시간 값어치도 없습니다.
내무장관의 반응은 이 책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판단과 닮았습니다.
Upon my soul, I don't know,
정말이지 나는 모르겠소.
이어 갑작스레 등장하는 쌍둥이 형 아킬의 소개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투로 이어집니다.
all celebrated detectives have brothers who would be even more celebrated
유명한 탐정에게는 누구나 더 유명해질 수 있었을 형제가 있다네.
이 대사는 시리즈 독자에게는 웃음, 이후 18장에는 복선입니다. 템플턴 사건에서 미키의 빵 쓸기 버릇으로 넘버 포를 알아보는 장면과, 바로 이어 폭발이 일어나는 구성도 재주 좋은 이음매입니다.
13. 죽은 포와로, 세 번의 경고
16장은 책에서 가장 큰 슬픔으로 시작합니다.
Poirot--the unique, the inimitable Hercule Poirot--dead!
포와로, 유일무이하고 흉내 낼 수 없는 에르큘 포와로가 죽다니!
넘버 포는 이제 헤이스팅스를 직접 찾아와 고요한 말투로 첫 번째 경고를 합니다.
To help a stranger to salt is to help them to sorrow, they say.
낯선 사람에게 소금을 건네는 것은 슬픔을 건네는 것이라고들 하죠.
두 번째 경고의 전달자인 백작부인은 포와로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Crimson roses express my temperament.
진홍색 장미는 제 기질을 나타내거든요.
백작부인은 경고를 하면서도 적인 포와로를 존경한다고 숨기지 않는 인물로, 이 책의 마지막 반전과 이어지는 감정선의 시작입니다. 한편 독자가 가장 속아 넘어가는 지점은 장 끝입니다. 한밤에 구축함으로 옮겨져 아르덴에 닿은 헤이스팅스를 맞는 한마디는 이 책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Not so easy to kill Hercule Poirot!
에르큘 포와로를 죽이기란 그리 쉽지 않다네!
14. 부활의 계획과 빵 쓸기
포와로는 은신처에서 자신의 전략을 카드 마술에 빗댑니다.
like the four knaves in the pack of cards
카드 한 벌 속의 네 장의 잭처럼.
그가 죽은 중국인의 말을 풀어 내는 방식은 헤이스팅스를 약 올리는 동시에 영광을 돌리는 방식입니다.
anyway the English know no geography.
어쨌든 영국인들은 지리를 모르니까.
예고된 부활은 호텔 식당에서 이루어집니다.
grand resurrection of Hercule Poirot!
에르큘 포와로의 위대한 부활이다!
옆 테이블 사내의 손짓이 모든 것을 알려 줍니다.
His trick with the bread! Number Four!
빵을 쓸어내는 버릇이야! 넘버 포다!
흔적 없이 모습을 바꾸는 사람도 손끝의 습관은 버리지 못한다는 이 설정은 플로시 먼로의 증언과 템플턴 사건, 그리고 이 호텔 식당으로 이어지는 복선이 한 줄로 회수되는 순간입니다.
15. 펠젠라비린트의 마지막 연극
본거지에서 포와로로 위장한 아킬은 뜻밖의 한마디로 적을 속입니다.
Me, like the great Napoleon, I am on the side of the big battalions.
나는 위대한 나폴레옹처럼 큰 부대의 편에 서겠소.
가짜임이 들통난 뒤에도 연극은 이어지고, 그 연극이 성공한 이유를 헤이스팅스는 나중에 듣습니다.
It is not only Number Four who can act a part.
역할을 연기할 수 있는 건 넘버 포만이 아니라네.
탈출의 열쇠는 힘이 아니라 협상입니다. 그는 백작부인에게 누구에게나 값이 있다고 말하고 약속을 건넵니다.
everyone has his price
누구에게나 값이 있다.
I will bring the dead to life.
죽은 이를 되살려 놓겠소.
결과적으로 포와로는 이 약속을 말 그대로 지킵니다. 아이는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백작부인이 마음을 돌리는 이유는 돈도 협박도 아니라 잃어버린 아이입니다. 악당을 움직이는 것이 이념이 아니라 개인의 사연이라는 점에서, 이 장면은 조직의 거대한 음모극에 사람의 온도를 불어넣습니다.
16. 포와로와 헤이스팅스, 그리고 백작부인
이 책의 정서적 중심은 사실 두 친구의 관계입니다. 헤이스팅스는 포와로가 늘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포와로는 그것을 숨기지 않습니다.
He always displayed a ridiculous distrust of my capacities.
그는 언제나 내 능력을 터무니없이 불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지하 방에서 겪은 일을 모두 듣고 난 포와로는 평소 하지 않던 말을 합니다.
and happy is the man who has such a friend as I have!
나 같은 친구를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야!
마지막에 포와로는 자신의 앞날을 이렇게 농담으로 마무리합니다.
Anything else will seem tame after this.
이 사건 이후에는 무엇이든 시시해 보일 걸세.
Marry and range myself," he said again. "Who knows?
결혼해서 자리를 잡을까, 하고 그가 다시 말했다. “누가 알겠나?”
백작부인에 대한 포와로의 호감은 책 전체에 깔려 있고, 마지막 문장은 그것을 가볍게 흘립니다. 넘버 포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함께 남겨, 완결과 여운이 한 장에 겹쳐집니다.
17. 이 책을 읽는 방법
『빅 4』는 18장이 각각 하나의 사건으로 닫히는 구성이라 어디서든 읽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1장(뜻밖의 손님), 4장(양다리 고기), 11장(체스 문제), 13장(쥐가 걸어 들어온다)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어 14장의 플로시 먼로, 16장의 부활, 18장의 바위 미로가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이 책은 범인을 추리하는 미스터리라기보다 정체를 숨긴 적과의 대결을 따라가는 모험극입니다. 그래서 단서를 끝까지 풀어 보려 하기보다 포와로가 어떻게 한 수 앞서 나가는지, 헤이스팅스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지 않는지에 주목하면 더 즐겁게 읽힙니다. 시대가 만든 편견이 섞인 설정은 당시 대중소설의 상상력으로 거리를 두고 읽고, 대신 두 친구의 호흡과 변장술의 반전을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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