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Gem · 한 권 요점
1595년경 집필
Richard II
리처드 2세
말로 왕관을 쓰고 말로 왕관을 내려놓는 왕 리차드와, 추방에서 돌아와 그 왕관을 손에 쥐는 사촌 볼링브로크의 이야기
This royal throne of kings, this sceptered isle,
왕들의 이 왕좌, 이 홀을 든 섬,
I wasted time, and now doth time waste me;
나는 시간을 낭비했고, 이제는 시간이 나를 낭비한다.
한눈에 보기
왕은 사촌 볼링브로크와 모브레이의 결투를 직전에 막고 두 사람을 추방합니다. 볼링브로크의 아버지 존 오브 가운트가 세상을 떠나자 왕은 그의 재산을 거두어 아일랜드 원정 비용에 씁니다. 추방된 볼링브로크는 상속권을 되찾겠다며 돌아오고, 귀족과 민심이 그에게 기웁니다. 리차드는 해안에서 플린트 성으로, 다시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왕관을 내놓는 데까지 밀려납니다. 이어 오메를의 음모가 발각되고, 폼프렛 성에서 리차드가 숨지며, 새 왕 헨리는 죄책감 속에 성지 순례를 다짐합니다. 열일곱 가지 대목으로 읽는다.
비슷한 책
-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Macbeth)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Hamlet)
- 윌리엄 셰익스피어 『헨리 4세』 (Henry IV)
한 권 요점
Richard II
『리처드 2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역사극으로, 1590년대 중반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에 태어나 1616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흔히 영국 왕 리차드 2세가 왕위에서 밀려난 14세기 말의 사건을 다룬 것으로 읽힙니다. 등장인물표에는 리차드의 사촌 헨리 볼링브로크가 "후일 헨리 4세 국왕"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극의 결말이 곧 새 왕조의 시작임을 처음부터 알려 줍니다. 5막이 장소를 옮겨 가며 전개되고, 대사는 대부분 운문입니다. 이 극의 중심은 전투가 아니라 말입니다. 왕이 결투를 중단시키는 말, 곤트의 유언, 리차드가 무너지는 과정의 독백과 퇴위 장면의 말이 극을 끌고 갑니다. 왕은 신이 세운 존재라고 믿는 리차드와 현실의 힘을 쥔 볼링브로크가 대비되며, 누가 왕이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마지막까지 열려 있습니다.
줄거리
1막 1~2장: 고발과 도전, 글로스터 공작부인의 한탄
런던의 궁정에서 리차드 왕은 존 오브 가운트에게 아들 헤리퍼드, 곧 헨리 볼링브로크를 데려왔느냐고 묻습니다. 볼링브로크는 노퍽 공작 토마스 모브레이를 반역자라고 고발합니다. 모브레이가 왕의 병사들에게 줄 돈 8천 노블을 빼돌렸고, 지난 18년의 모든 반역이 그에게서 비롯되었으며, 글로스터 공작의 죽음도 그가 꾸민 일이라는 것입니다. 모브레이는 돈의 용처를 해명하고, 글로스터의 죽음에는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래전 곤트를 해치려 매복을 한 잘못은 이미 고해하고 용서를 빌었다고 말합니다. 리차드는 피를 흘리지 않고 화를 풀자며 두 사람에게 도전장을 거두라고 명하지만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고, 코벤트리에서 결투로 가리게 됩니다.
2장에서는 글로스터 공작부인이 곤트를 찾아와, 동생 글로스터의 죽음을 복수하지 않는 것은 인내가 아니라 절망이라고 호소합니다. 곤트는 왕은 하느님이 세운 대리인이므로 그가 저지른 일은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답합니다. 공작부인은 요크를 만나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쓸쓸히 떠납니다.
1막 3~4장: 코벤트리의 결투, 추방
코벤트리의 결투장에서 두 사람은 이름과 사유를 밝히고, 볼링브로크는 왕의 손에 입을 맞추고 아버지의 축복을 받습니다. 나팔이 울리고 두 사람이 달려 나가려는 순간 왕이 지휘봉을 던져 결투를 중단시킵니다. 리차드는 나라의 땅을 시민의 피로 더럽힐 수 없다며 두 사람을 추방합니다. 볼링브로크는 처음에 10년을 선고받지만 곤트의 슬픈 얼굴을 본 왕이 4년을 깎아 6년으로 줄이고, 모브레이는 돌아올 기한이 없는 영구 추방을 받습니다. 모브레이는 평생 쓴 모국어를 이제 쓸 수 없게 되었다며 항변하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합니다. 곤트는 아들에게 추방을 명예를 사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라고 위로하지만 볼링브로크는 상상으로 고통을 덜 수는 없다고 답합니다.
4장에서 오메를은 볼링브로크를 배웅한 일을 보고하고, 리차드는 볼링브로크가 평민들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심을 얻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떠올립니다. 아일랜드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왕은 왕국 세금 징수권을 임대하고 부자들에게 백지 위임장을 받아 돈을 거둘 계획을 세웁니다. 곤트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왕은 그의 재산이 병사들의 옷이 되기를 바라며 병문안을 갑니다.
2막 1~2장: 곤트의 유언, 재산 몰수, 왕비의 불안
엘리 저택에서 곤트는 죽어 가는 이의 말은 귀를 열게 한다고 말하고, 리차드가 아첨꾼에 둘러싸여 있다고 경고하며 영국을 찬양하는 유명한 대사를 남깁니다. 그런 영국이 이제 "임대된" 농장처럼 되었다는 것입니다. 왕이 오자 곤트는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며 비꼬다가 "당신은 이제 영국의 지주이지 왕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입니다. 분노한 왕은 그가 형제라서 목숨을 살려 준다고 소리치고, 곤트는 실려 나가 곧 세상을 떠납니다.
왕은 곤트의 접시와 돈과 땅을 모두 압수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요크가 상속은 시간의 법이며 왕위도 상속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항의하고, 이 일이 불러올 위험을 경고하지만 왕은 듣지 않습니다. 왕은 아일랜드로 가면서 요크를 잉글랜드의 섭정으로 세웁니다. 왕이 떠난 뒤 노섬벌랜드, 로스, 윌로비는 왕이 평민과 귀족 모두에게 과한 세금을 걷고 아첨꾼에게 휘둘린다고 불만을 나누고, 브르타뉴에서 볼링브로크가 배를 이끌고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합류하기로 합니다. 2장에서 왕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을 호소합니다. 그린이 볼링브로크가 레이븐스퍼그에 상륙하고 노섬벌랜드와 퍼시 등이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왕비는 뜻밖에도 이미 슬픔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요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시, 바곳, 그린은 왕에 대한 미움을 받는 자신들의 처지를 두려워해 흩어집니다.
2막 3~4장: 요크와 볼링브로크, 웨일스 군대의 해산
글로스터셔의 구릉지에서 볼링브로크 일행은 버클리 성 쪽으로 향하고 젊은 헨리 퍼시가 합류합니다. 버클리 경이 요크의 사신으로 찾아오자 볼링브로크는 "랭커스터"라는 호칭이 아니면 대답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어 요크가 직접 와서 그를 꾸짖지만, 볼링브로크는 추방된 것은 헤리퍼드로서이고 지금 온 것은 랭커스터로서라며 빼앗긴 상속권을 호소합니다. 요크는 반역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군대가 약하여 자신이 중립에 서겠다고 하고, 그날 밤 성에 머물라고 합니다. 볼링브로크는 국가의 해충이라 부르는 부시와 바곳이 있는 브리스톨 성으로 요크도 함께 가자고 청합니다. 4장에서 웨일스 대장은 왕이 죽었다는 소문에 열흘 만에 군사를 해산하고, 솔즈베리는 리차드의 영광이 별똥별처럼 떨어진다고 탄식합니다.
3막 1~2장: 부시와 그린의 처형, 해안에 닿은 왕
브리스톨에서 볼링브로크는 사로잡은 부시와 그린에게 죄목을 낭독합니다. 왕을 잘못 이끌어 왕비와 왕을 갈라놓았고, 자신의 영지를 약탈하고 문장을 지웠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처형되고, 볼링브로크는 요크에게 왕비를 정중히 대하라고 부탁합니다.
한편 웨일스 해안에 도착한 리차드는 바클로 성 앞에서 땅에 입을 맞추며 거미와 독사가 자기 적을 막아 주기를 기원합니다. 오메를과 칼라일이 서두르라고 재촉하지만 왕은 하늘이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솔즈베리가 군대가 하루 늦어 모두 흩어졌다고 전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립니다. 왕은 잠시 기운을 되찾는 듯하다가 스크룹이 오자 최악의 소식이 무엇이든 받겠다고 합니다. 스크룹이 전하는 것은 반란이 전국으로 번졌고, 부시, 그린, 윌트셔가 처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리차드는 이제 위로의 말을 하지 말라며, 땅에 앉아 왕들의 죽음 이야기를 하자고 합니다. 칼라일과 오메를이 싸우자고 재촉하자 잠시 힘을 되찾지만, 요크마저 볼링브로크 편에 섰다는 말에 모든 병사를 해산시키고 플린트 성으로 갑니다.
3막 3~4장: 플린트 성, 정원
플린트 성 앞에서 볼링브로크는 추방이 철회되고 땅이 돌아오면 무기를 내려놓겠다고 전하게 합니다. 성벽 위에 나타난 리차드는 왕관은 하느님이 내린 것이라며 반란자들에게 저주를 퍼붓다가, 오메를의 말에 따라 부드럽게 화답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곧 수치심에 휩싸여 왕관과 궁전과 왕국을 하나씩 내놓는 장면을 상상하고, 무덤 하나만 바라겠다고 말합니다. 마당으로 "내려오라"는 요청에 리차드는 파에톤처럼 내려갑니다. 볼링브로크가 무릎을 꿇자 리차드는 "네 것은 네 것이다"라고 말하고, 두 사람은 함께 런던으로 향합니다.
4장에서 요크의 정원에 있던 왕비는 정원사와 그의 하인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습니다. 정원사는 웃자란 가지를 쳐내지 않은 왕이 이제 잎이 지는 계절을 맞았고, 볼링브로크가 잡초 같은 이들을 뽑았다고 말합니다. 왕비는 격분해 정원사를 꾸짖지만 소식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정원사는 그녀가 눈물을 흘린 자리에 운향을 심겠다고 말합니다.
4막: 웨스트민스터 홀의 퇴위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볼링브로크는 바곳에게 글로스터 죽음의 책임자를 묻습니다. 바곳은 오메를이 그 일을 꾸미는 말을 했다고 증언하고, 오메를은 반박하며 도전장을 던집니다. 피츠워터, 퍼시, 서리를 비롯한 귀족들이 차례로 도전장을 던지며 소란이 커지자, 칼라일 주교가 모브레이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합니다. 이어 요크가 리차드가 자진해서 왕위를 양도한다고 전하고, 볼링브로크는 왕좌에 오르겠다고 합니다. 칼라일은 신하가 왕을 심판할 수 없고 이 일이 영국을 골고다의 들판으로 만들 것이라고 예언했다가 반역죄로 체포됩니다.
리차드가 불려 나옵니다. 왕관을 두 사람이 함께 잡은 순간 그는 왕관을 우물의 두레박에 비유하며 한쪽은 올라가고 한쪽은 눈물로 가득 찬 채 내려간다고 말합니다. 왕은 스스로 왕위와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말을 하나하나 읊고 나서, 노섬벌랜드가 내민 죄목 목록은 읽기를 거부합니다. 그는 거울을 가져오게 하여 자기 얼굴에서 깊은 주름을 찾지 못한 것을 한탄하다가 거울을 바닥에 던져 깨뜨립니다. 볼링브로크는 슬픔의 그림자가 얼굴의 그림자를 부순 것이라고 말하고, 리차드는 런던 탑으로 보내집니다. 대관식은 다음 수요일로 정해집니다. 남은 사람들은 수도원장의 집에 모여 음모를 꾸밉니다.
5막 1~3장: 이별, 오메를의 음모, 어머니의 간청
런던 탑으로 가는 길에서 왕비는 변해 버린 남편을 만납니다. 리차드는 지난 날은 한바탕 꿈이었다며 프랑스의 수도원으로 가라고 하고, 왕비는 사자가 되라고 호소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때 노섬벌랜드가 왕을 런던 탑이 아니라 폼프렛으로 보내고 왕비는 프랑스로 추방한다는 명령을 전합니다. 두 사람은 입맞춤을 나누고 갈라섭니다.
요크 공작의 궁에서 요크는 입성 행렬 때 사람들이 볼링브로크를 환호하고 리차드의 머리에 먼지를 던지던 모습을 아내에게 들려줍니다. 오메를은 이제 러틀랜드 백작으로 불리고, 요크는 그의 가슴에 달린 인장을 발견해 문서를 빼앗아 읽고는 옥스퍼드에서 왕을 해치려는 음모를 알아차립니다. 요크는 아들을 고발하러 말을 타고 왕에게 달려가고, 공작부인은 오메를을 먼저 보내며 자신도 뒤를 따릅니다. 윈저에서 오메를이 새 왕 헨리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며 문을 잠그는 순간 요크가 달려와 문을 두드립니다. 요크는 이 반역자를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공작부인은 무릎을 꿇고 "용서한다"고 말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헨리는 마침내 오메를을 용서하지만 음모에 가담한 나머지는 반드시 추적하라고 명합니다.
5막 4~6장: 엑스턴, 폼프렛 성, 결말
엑스턴은 새 왕이 "나를 이 살아 있는 두려움에서 구해 줄 친구가 없는가"라고 두 번 말하며 자신을 바라봤다고 해석하고, 폼프렛으로 향합니다. 폼프렛 성의 감옥에서 리차드는 홀로 시간을 보내며 감옥을 세계에 빗대고, 자신 안에서 끝없이 번지는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와 박자가 어긋났다고 탄식하기도 합니다. 옛 마부가 찾아와 대관식 날 볼링브로크가 리차드의 애마 바바리를 타고 지나갔다고 전합니다. 간수가 와서 음식을 내놓으며 먼저 맛보기를 거부하자 리차드는 폭발하여 간수를 때립니다. 엑스턴이 무장한 일행과 함께 들어오고, 리차드는 맞서 싸우다 쓰러지며 영혼은 위로 오르고 육신은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말하며 숨을 거둡니다. 엑스턴은 이 일이 선한 일이었기를 바라지만 악마가 이를 지옥의 기록에 남겼다고 말합니다.
윈저에서 헨리 왕은 반란자들이 모두 처리되었다는 보고를 연이어 듣습니다. 솔즈베리, 스펜서, 블런트, 켄트의 머리가 런던으로 보내졌고, 수도원장은 죄책감에 숨졌으며, 칼라일은 외딴 수도원에서 살라는 선고를 받습니다. 엑스턴이 관을 들고 들어와 "보르도의 리차드"를 바치자 헨리는 감사하기는커녕 그를 저주하며 카인처럼 밤의 그늘 속을 떠돌라고 명합니다. 헨리는 자신의 죄 많은 손에서 이 피를 씻기 위해 성지로 항해하겠다고 선언하고, 상복을 입고 장례 행렬을 따르며 극이 끝납니다.
대목별로 읽기
1. 명예를 건 도전
극은 두 귀족이 서로를 반역자로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볼링브로크가 도전의 표시로 장갑을 던집니다.
Pale trembling coward, there I throw my gage,
창백하고 떠는 겁쟁이야, 자 여기 내 도전장을 던진다.
모브레이는 왕이 장갑을 거두라고 명하자 목숨은 내놓아도 명예는 내놓을 수 없다고 맞섭니다. 이 극에서 명예는 단순한 자존심이 아니라 사람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Mine honour is my life; both grow in one.
내 명예는 내 생명이다. 둘은 하나로 자란다.
Take honour from me, and my life is done.
내게서 명예를 빼앗으면 내 삶도 끝이다.
왕이 두 사람 사이에서 재판관을 자처하지만 말의 힘으로 둘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순간, 리차드의 통치 방식이 처음 시험대에 오릅니다.
2. 던져진 지휘봉
결투가 시작되려는 순간, 왕은 개입합니다.
Stay! the King hath thrown his warder down.
멈춰라! 왕이 지휘봉을 던졌다.
왕의 판결은 두 사람을 모두 쫓아내는 것입니다.
Therefore we banish you our territories.
그러므로 우리는 그대들을 영토에서 추방한다.
이유는 평화를 위해서라고 설명되지만, 이 결정은 글로스터 죽음의 진상이 드러나는 일을 피하고 힘 있는 사촌을 눈앞에서 치우는 선택으로도 읽힙니다. 모브레이의 반응이 이 결정이 얼마나 무거운지 보여 줍니다. 그에게는 말을 잃는 것이 곧 죽음입니다.
My native English, now I must forgo;
내 모국어 영어를 이제 포기해야 하는구나.
3. 이별의 언어
왕은 곤트의 얼굴을 보고 추방 기간을 줄여 주지만, 볼링브로크는 그 짧은 한마디에 담긴 힘을 곱씹습니다.
How long a time lies in one little word!
한마디 말에 얼마나 긴 시간이 들어 있는가!
곤트는 6년은 금방이라고 위로하지만 아들은 즐거운 사람에게만 그렇다고 받아칩니다.
To men in joy; but grief makes one hour ten.
기쁜 사람에게는요. 슬픔은 한 시간을 열 시간으로 만들어요.
곤트의 충고는 생각을 바꾸면 고통도 작아진다는 것이고, 볼링브로크의 반박은 이 극 전체에서 반복되는 주제입니다. 상상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 훗날 감옥에서 리차드가 하는 독백이 이 지점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읽힙니다. 곤트가 건넨 말은 이렇습니다.
There is no virtue like necessity.
필요만큼 덕스러운 것은 없다.
4. 곤트의 유언
죽음을 앞둔 곤트는 말장난으로 리차드에게 맞섭니다. 이름이 곧 몸이라는 농담이 왕에게는 모욕처럼 들립니다.
Old Gaunt indeed, and gaunt in being old.
이름 그대로 늙은 곤트, 늙어서 야윈 곤트.
이어지는 대사는 영국을 찬양하는 가장 유명한 구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찬양은 곧바로 나라가 임대되었다는 고발로 뒤집힙니다.
This blessed plot, this earth, this realm, this England,
이 축복받은 땅, 이 대지, 이 왕국, 이 영국,
Landlord of England art thou now, not king.
너는 이제 영국의 지주일 뿐 왕이 아니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영국에 대한 사랑 자체가 아니라, 왕이 나라를 소유물로 다루는 순간 왕의 자격이 사라진다는 곤트의 논리입니다. 마지막으로 곤트가 남긴 저주는 이후 사건을 예고합니다.
Live in thy shame, but die not shame with thee!
네 수치 속에서 살아라. 하지만 수치가 너와 함께 죽지는 않기를!
5. 몰수와 요크의 딜레마
곤트가 죽자마자 리차드는 아일랜드 원정 비용을 위해 그의 재산을 거둡니다. 요크는 시간과 상속의 질서를 무너뜨리면 왕위 자체가 흔들린다고 항의하지만 왕은 이렇게 답합니다.
Think what you will, we seize into our hands
마음대로 생각하라. 우리는 손에 넣겠다.
요크는 이후 극 내내 흔들리는 인물입니다. 왕에게는 맹세가, 사촌에게는 양심이 걸려 있어서 선택하지 못합니다. 왕이 떠난 뒤 귀족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The King is not himself, but basely led
왕은 제정신이 아니라 비열하게 끌려다니고 있다.
이 대사는 왕이 신하를 잃는 과정을 압축합니다. 귀족들의 불만은 세금, 아첨꾼, 전쟁 없는 낭비입니다. 반란의 이유가 개인적 야심이 아니라 통치의 실패라는 점을 극이 일부러 보여 줍니다.
6. 왕비의 이름 없는 슬픔
왕이 떠난 뒤 왕비는 이유를 모르는 슬픔에 시달립니다. 부시가 그것은 눈물에 흐려진 환영일 뿐이라고 달래지만 왕비는 말합니다.
Some unborn sorrow, ripe in Fortune’s womb,
운명의 자궁 속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슬픔이 무르익어,
’Tis nameless woe, I wot.
이름 없는 슬픔이다. 나는 안다.
그린이 볼링브로크의 상륙을 알리자 왕비는 이 소식이 자신의 예감이 낳은 아이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정치 사건에 정서의 그림자를 먼저 드리우는 역할을 하며, 이후 왕비는 정원 장면과 이별 장면에서 극의 감정선을 이어 갑니다.
7. 헤리퍼드와 랭커스터
볼링브로크가 요크를 만나는 장면은 이 극의 법적 쟁점이 가장 선명한 대목입니다. 요크는 호칭부터 거부합니다.
Grace me no grace, nor uncle me no uncle.
내게 은혜롭다 하지 말고, 숙부라고도 부르지 마라.
볼링브로크는 자기가 쫓겨난 이름과 돌아온 이름을 갈라서 주장합니다.
As I was banished, I was banished Hereford;
내가 추방될 때는 헤리퍼드로 추방되었습니다.
But as I come, I come for Lancaster.
하지만 지금 온 것은 랭커스터로서 온 것입니다.
볼링브로크는 왕위를 노린다고 말하지 않고, 상속을 되찾으러 왔다고만 말합니다. 이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법적인 틀을 유지하며, 그래서 요크가 병력의 약세를 이유로 결국 중립을 선언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Nor friends nor foes, to me welcome you are.
친구도 적도 내게는 모두 환영이다.
8. 하루 늦은 군대
웨일스에서 대장은 불길한 징조를 열거하며 군대를 해산하고, 솔즈베리는 리차드의 몰락을 하늘에 비유합니다.
Thy sun sets weeping in the lowly west,
네 해는 낮은 서쪽에서 울며 진다.
해안에서 솔즈베리가 왕에게 전하는 말은 이 극의 가장 짧은 비극입니다. 하루의 차이가 모든 것을 갈랐습니다.
O, call back yesterday, bid time return,
아, 어제를 불러 오라, 시간을 되돌려라,
Today, today, unhappy day, too late,
오늘, 오늘, 불행한 날, 너무 늦었다,
리차드는 시간을 낭비한 왕이고, 시간은 이 극 전체의 열쇠 말입니다. 마지막 독백에서 같은 낱말이 다시 돌아옵니다.
9. 해안에 닿은 왕
바클로 성 앞에서 리차드는 흙에 인사하는 장면으로 등장합니다. 말은 시적이지만 그의 믿음은 끝까지 하늘의 보호를 향합니다.
Dear earth, I do salute thee with my hand,
사랑하는 대지여, 내 손으로 너에게 인사한다.
왕의 신성한 지위에 대한 믿음은 곧 공식처럼 정리됩니다.
Not all the water in the rough rude sea
거칠고 사나운 바다의 물을 다 모아도 (왕의 성유를 씻어 내지 못한다)
The breath of worldly men cannot depose
속세 사람들의 입김으로는 폐위시킬 수 없다.
하지만 믿음만으로는 군대가 생기지 않습니다. 칼라일이 "하늘이 주시는 수단은 붙잡아야 한다"고 충고하지만 리차드는 하늘이 대신 싸워 줄 것이라고 말하다가 소식 하나에 무너집니다. 하늘의 이름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의 약점이 여기서 처음 드러납니다.
10. 왕들의 죽음 이야기
스크룹이 최악의 소식을 전하자 리차드는 위로를 거절하고 땅에 앉자고 합니다.
And tell sad stories of the death of kings—
그리고 왕들의 죽음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하자.
그리고 왕관 안에 죽음이 궁정을 차리고 앉아 있다고 말합니다.
Keeps Death his court; and there the antic sits,
죽음이 거기에 궁정을 두고, 광대가 앉아 있다.
이어서 그는 왕이라는 칭호를 벗고 평범한 사람으로 자신을 정의합니다.
I live with bread like you, feel want,
나도 그대들처럼 빵으로 살고 결핍을 느낀다.
이 대사는 리차드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면서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왕의 지위를 의심하는 말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11. 플린트 성의 굴복
플린트 성에서 리차드는 마음속에서 왕관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상상 속의 몰락을 먼저 연습합니다.
And my large kingdom for a little grave,
그리고 내 큰 왕국을 작은 무덤 하나와 바꾸겠다,
마당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요청은 그에게 상징적 추락으로 다가옵니다.
Down, court! down, king!
내려가라, 궁정이여! 내려가라, 왕이여!
볼링브로크는 무릎을 꿇으면서도 "내 것을 찾으러 왔다"고만 하고, 리차드는 이렇게 맞춥니다.
Your own is yours, and I am yours, and all.
네 것은 네 것이고, 나도, 모든 것도 네 것이다.
빼앗는 쪽은 한 번도 왕위를 요구하지 않고, 내주는 쪽은 한 번도 거절하지 않은 채로 권력이 이동합니다. 극이 보여 주는 쿠데타는 말의 교환으로 이루어집니다.
12. 정원사의 비유
정원 장면은 나라를 정원에 빗대어 말하는 대목입니다. 정원사는 모든 것을 고르게 가꾸는 것이 통치라고 말합니다.
All must be even in our government.
우리의 다스림에서는 모든 것이 고르게 되어야 한다.
웃자란 가지를 쳐서 열매 맺는 가지를 살린다는 비유는 왕이 힘 있는 귀족들을 다스리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대신합니다.
Superfluous branches We lop away, that bearing boughs may live.
쓸데없는 가지는 쳐 내어 열매 맺는 가지가 살게 한다.
평범한 정원사의 입에서 나온 정치 평론은 왕비의 신분과 대비되어 더 아프게 들립니다. 정원사는 떠나는 그녀를 위해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운향을 심겠다고 합니다.
Rue even for ruth here shortly shall be seen
이곳에 머지않아 연민의 이름을 닮은 운향이 보이리라.
13. 왕관과 거울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칼라일은 신하가 왕을 심판할 수 없다고 외칩니다.
What subject can give sentence on his king?
어떤 신하가 자기 왕에게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
칼라일은 체포되지만, 이 질문은 극이 끝날 때까지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어 리차드는 왕관을 건네며 비유를 만들어 냅니다.
Now is this golden crown like a deep well
이제 이 황금 왕관은 깊은 우물과 같다.
우물의 두레박 하나가 올라가면 하나가 내려가는 그림에서 볼링브로크는 올라가는 쪽이고 리차드는 눈물을 담은 채 내려가는 쪽입니다. 곧 그는 자기 이름조차 부정합니다.
God save the King, although I be not he,
하느님이 왕을 구하시기를, 내가 그 왕이 아닐지라도.
I have no name, no title,
나에게는 이름도 칭호도 없다.
거울 장면에서 리차드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깨뜨립니다.
Is this the face which faced so many follies,
이것이 그 많은 어리석음을 마주해 온 얼굴인가,
볼링브로크의 한마디 대답은 이 장면의 요점을 짚습니다.
The shadow of your sorrow hath destroyed The shadow of your face.
당신의 슬픔의 그림자가 당신 얼굴의 그림자를 부수었습니다.
왕관을 내놓는 이 장면은 정치적 사건이면서 한 사람이 스스로를 해체하는 의식입니다.
14. 두 번의 이별
런던 탑으로 가는 길에서 왕비는 변한 남편을 마주하고, 리차드는 지난날을 꿈에 빗대며 프랑스로 가라고 합니다.
To think our former state a happy dream,
우리의 지난 신분을 행복한 꿈이라 여기시오.
노섬벌랜드가 두 사람을 갈라놓는 명령을 전하자 리차드는 두 개의 결혼이 깨어졌다고 말합니다.
Doubly divorced!
이중으로 이혼당했구나!
그리고 서로에게 부치는 마지막 부탁은 이렇습니다.
Weep thou for me in France, I for thee here;
그대는 프랑스에서 나를 위해 울고, 나는 여기서 그대를 위해 울겠소.
정치와 부부애가 한 장면에서 만나는 이 대목에서, 리차드는 왕관을 잃고 나서야 가장 인간적인 언어를 얻은 듯 보입니다.
15. 용서와 간청
5막 2~3장은 비극 속에 끼어든 소극에 가깝습니다. 요크는 아들 오메를의 음모를 알아채고 급히 길을 나섭니다.
Give me my boots, I say.
내 장화를 가져오라니까.
공작부인은 닫힌 문 밖에서 외치다가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간청합니다.
A beggar begs that never begged before.
한 번도 구걸한 적 없는 거지가 구걸합니다.
Say “pardon,” king; let pity teach thee how.
"용서한다"고 말하세요, 왕이시여. 연민이 방법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헨리는 아들을 용서하는 한편 다른 공모자에게는 가혹합니다. 새 왕은 자비와 처벌을 모두 써서 권력의 기반을 닦고 있습니다. 한 사람을 살린 이 용서는 이어지는 장면들의 처형 보고와 나란히 놓입니다.
I pardon him, as God shall pardon me.
하느님이 나를 용서하시듯 나도 그를 용서한다.
16. 감옥의 독백
폼프렛 성의 감옥에서 리차드는 홀로 서서 감옥을 세계에 비유합니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그는 스스로 여러 사람이 됩니다.
Thus play I in one person many people,
이렇게 나는 한 사람 안에서 여러 사람을 연기한다.
음악이 어긋난 박자로 들리자 그는 자신의 삶에 빗대어 말합니다.
How sour sweet music is When time is broke and no proportion kept!
박자가 깨지고 균형이 지켜지지 않을 때 달콤한 음악은 얼마나 시큼한가!
For now hath time made me his numb’ring clock.
이제 시간이 나를 자기의 시계로 삼았기 때문이다.
왕이 시간을 흘려보냈다면 이제는 시간이 왕을 소모합니다. 마지막에 간수가 먼저 맛보기를 거부하자 리차드는 오랜 인내를 던져 버립니다.
Patience is stale, and I am weary of it.
인내는 시들었고 나는 그것에 지쳤다.
리차드는 엑스턴 일행이 들이닥치자 무기를 빼앗아 맞서다 쓰러집니다. 극 내내 말로 사는 왕이 처음으로 몸으로 움직이는 순간입니다.
Mount, mount, my soul!
오르라, 오르라, 내 영혼이여!
17. 새 왕의 죄책감
엑스턴을 움직인 것은 새 왕의 직접 명령이 아니라 말투였습니다.
Have I no friend will rid me of this living fear?
이 살아 있는 두려움에서 나를 건져 줄 친구가 없는가?
관을 들고 온 엑스턴에게 헨리는 감사를 거부합니다.
They love not poison that do poison need,
독이 필요한 사람은 독을 사랑하지 않는다.
I hate the murderer, love him murdered.
나는 살인자를 미워하고, 살해당한 사람을 사랑한다.
헨리는 자신의 죄를 씻고자 성지로 항해하겠다고 말합니다.
I’ll make a voyage to the Holy Land
나는 성지로 항해를 떠나겠다.
새 왕조는 승리로 시작하지 않고 죄책감으로 시작합니다. 이 결말이 다음 세대의 불안을 예고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18. 이 책을 읽는 방법
『리처드 2세』는 5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 운문이라서, 한 장면씩 소리 내어 읽으면 가장 잘 들어옵니다. 처음이라면 1막 1장(결투 고발), 2막 1장(곤트의 유언), 3막 2장(왕들의 죽음 이야기), 4막 1장(왕관과 거울), 5막 5장(폼프렛 독백)을 먼저 읽어 보세요. 이 다섯 장면만으로도 리차드의 변화 곡선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말로 상황을 다스리려는 왕이었다가, 말로 자신을 무너뜨리는 왕이 되고, 마지막에는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몸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됩니다. 볼링브로크는 거의 말이 없고 행동으로 힘을 쌓는 인물로 그려져서, 두 사람의 대비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극의 사건이 역사에서 가져왔다고 알려진 만큼 정확한 역사 기록으로 읽기보다는 한 왕이 말과 믿음으로 자기를 잃어 가는 과정으로 읽는 편이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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